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_맛보기

Page 1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이상우와 함께 미스터리 완전 돌파󰡕(이상우, 2013)의 내 용을 바탕으로 축약·정리, 보완했습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이상우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지은이 이상우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상우, 2014 ISBN 979-11-304-0178-2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추리소설-독자의 길, 작가의 길

OSMU의 기본 콘텐츠 추리소설도 문학의 한 장르이고 소설의 한 종류인 것이 틀 림없다. 그러나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은 전혀 다른 기대 감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 하물며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 이 특별한 공부를 하지 않고 쓸 수 있겠는가? 추리소설에는 추리소설만이 갖는 특이한 작법, 즉 공식 이 있다. 이 공식은 인간이 개발한 가장 재미있는 스토리텔 링이다. 흔히 추리 작가는 두뇌가 뛰어난 사람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추리소설 쓰는 공식을 충분히 알 고 그 공식을 100퍼센트 활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더 재 미있게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추리소설은 170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졌지 만 그 발전 속도는 어느 문학 장르보다 빠르다. 이제 원소 스 멀티유스(OSMU)의 가장 표본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추리소설, 추리 드라마, 추리 영화, 추리 연극, 추리 뮤지 컬 등 모든 추리의 재미를 창출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참고

v


가 되기를 바란다.

추리문학의 이해 추리소설은 170여 년 전 미국의 작가이며 시인인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에 의해 처음 등장 했다. 이것이 영국으로 건너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이나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 등에 의해 꽃피워졌다. 추리소설은 특히 북유럽의 귀족 사회에서 많이 읽었다. 겨울철 낮이 짧고 밤이 긴 북유럽에서는 밤을 보내기가 어려웠다. 그 래서 귀족들은 눈 내리는 긴긴 밤이면 벽난로 옆에 앉아서 추리소설을 읽으며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무더운 여름이 추리소설 독서 시즌으로 된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이러한 귀족적 취미를 의식해 서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1993년 취임 당시 기자 회견에서 ‘추리소설을 매일 읽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린턴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역대 대통령들도 추리소 설을 좋아했는데, 링컨 대통령도 애호가였으며 루스벨트는 직접 소설을 구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 유명인 중에도 미스터리 마니아는 많다. 유고의

vi


티토 대통령(Josip Broz Tito), 앙드레 지드(Andre Gide), 영 국 소설가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등이 대표 인물들이다. 특히 서머싯 몸은 “미래에 살아남 는 문학은 추리소설뿐일 것이다. 책방에도 도서관에도 교 과서에도 추리소설이 판을 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독서계를 휩쓸고 있는 소설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첫째, 근대사이건 현대사이 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다. 둘째, 그것을 추리적 기법 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갖춘 작품이 꾸준히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추리적 기법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명탐정이 등장하는 전통적인 수법으로 쓴 추리소설(본격파 혹은 고 전파라고도 한다)과 하드보일드, 즉 주인공이 모험을 무 릅쓰고 맹활약을 하는 액션소설이나 공포소설을 의미한 다. 특히 공포소설은 지금 외국 번역물이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일이지만 미국이 나 일본에서는 벌써 10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 10위 이내에는 항상 추 리소설이 6∼7권씩 들어 있다. 일본의 개인 소득세 10위 이내에도 유수한 경제인이나 의사, 변호사를 제치고 추리 작가가 항상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vii


일본에서는 한 경제학자가 추리소설과 경제학을 연결 한 책을 내놓아 인기를 끈 일이 있었다. 추리는 경제학뿐 아니라 이제 모든 학문에 응용되고 있다. 역사도 추리, 물 리학도 추리, 미술도 추리와 연결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추리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하는 학자도 있다. 추리가 다른 학문이나 사물과 연결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것은 범죄의 본질을 규명하는 극명한 논리성 과 읽는 재미다. 키팅(H.R Keating)은 추리소설 평론을 쓰면서 그의 책 이름을 󰡔침실의 벗 범죄(Bed Side Companion to Crime)󰡕 라 했다. 그는 추리소설은 대단히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하면서도 그 재미는 구질구질하지 않은 재미임을 강조하 고, 늘 침대 옆에 두고 잠들기 전에 읽어보는 범죄 이야기 라고 했다. 이것은 S. S. 밴 다인(S. S. Van Dine, 1888∼ 1939)이 주장하듯 의사가 환자가 읽어도 된다고 허락한 것과 같은 원리의 다른 표현이다. 추리소설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추리소설을 범죄소설과 동일시하고 스릴이 주된 테마라고 오해하고 있다. 추리소설이 범죄소설과 같은 스릴에 의한 센세이셔 널리즘을 많이 동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 릴의 효과는 점차 감퇴되어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리소

viii


설의 진짜 재미는 스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셜록 홈스 (Sherlock Holmes)의 명쾌한 해답처럼 논리의 규명에서 오는 것이다. 스릴은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점점 예사로 워져 웬만한 스릴은 센세이셔널한 것이 되지 못한다. 전통 서부극에서는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사람이 말에서 떨어져 죽는 것으로 충분히 스릴이 있었으며, 말에 서 떨어지는 스턴트맨의 출연료가 무척 비싼 때도 있었다. 이것이 점점 예사로워져 별다른 센세이션이 되지 못하니 까 간단하게 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잔인하게 죽인다는 식 의 마카로니 서부극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서부극의 진짜 매력은 스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미개척지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서부 사나이의 호쾌한 맛, 등 뒤에서는 쏘지 않는 파인 플레이의 멋,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해피엔드의 쾌감 등에 있듯이 추리소설의 진짜 매력도 스릴이 아닌 딴 곳에 있다. 그것은 곧 두뇌활동을 하는 재미, 논리를 바탕에 둔 지적인 흥미다. 이것은 학문 적 흥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두뇌활동의 하나로 수수께끼를 풀어보고 낱말 맞추기를 해 보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추리소설에서 느끼는 재미도 그런 아류 중의 하나라고들 하고 있다. 그 러나 추리소설이 유도하는 두뇌활동은 퍼즐 게임과는 차

ix


원이 다른 고도의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추리소설에 퍼 즐의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아주 고도의 퍼즐이고 또 이 퍼즐에는 성격이 있고, 색깔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 각 부분을 종합해 보아야 하고, 이들을 분석도 해 보아야 하며 여러 가지 짐작도 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 나가는 가운데 해 결의 실마리를 잡게 되고, 종국에 가서는 얽히고설킨 모든 부분들이 질서정연하게 짜인 한 폭의 직물이 되어 나타나 게 된다. 이 직물 위에 아로새겨진 무늬가 이 작품의 성격 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순수문학도 이와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성 과 미의식을 자극해 주는 순수문학은 어느 정도 비현실적 이고 환상적일 때 매력이 더해진다. 그러나 재미를 추구 하는 오락으로서 추리소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문제 를 풀어나가는 지적인 게임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실성 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낱말풀이에 쓰이는 단어는 현 실적으로 쓰이고 있는 단어라야지 특수계층의 은어, 신조 어, 유행어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추리소설의 플롯을 초자연적, 환상적인 분위기에 두고 자 하는 시도는 더러 있었으나 성공적인 것이 되지 못했 다. ‘스페인의 고성’이라는 으스스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x


현실도피를 원하는 소설의 무대는 될 수 있으나 추리소설 의 무대는 될 수 없다. 그것이 일시적으로 범인이 숨는 장 소, 시체를 숨기는 장소 등이 되는 것은 몰라도 전 플롯이 고성을 무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해 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소설이요, 픽 션이라 하더라도 스토리의 전개만은 마치 실제 사건을 소개 하는 것 같은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 추리소설에서 간혹 지 도나 도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끔찍한 범죄를 주로 다루는 추리소 설을 즐겨 읽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역사는 17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다른 예 술 장르에 비해 짧다. 하지만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전 달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있다. 이것을 흔히 추리소설의 공식이라고 말한다. 이 공식에 가장 충실하게 쓰인 소설이 우리가 잘 아는 코 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와 크리스티의 명탐정 푸아로 (Hercule Poirot)와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Miss Marple) 시리즈일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영국의 여류작가로 추리의 여왕이라는 크리스티의 작품들이다. 크리스티의

xi


책은 10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으며 약 20억 권이 팔렸다. 우리나라 식으로 인세를 받는다면 약 2조 원은 받은 셈이 다. 어디 인세뿐이랴. 현재 60여 년째 공연하고 있는 <쥐 덫>의 공연료, 수백 편이 넘는 영화 원작료, 60여 개국에 서 드라마로 방영한 텔레비전 원작료 등을 합하면 아마 천 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크리스티는 몰려드는 원고 청탁이 지긋지긋해서 붓을 꺾기 위해 어느 작품에서 명탐정 푸아로를 죽게 만들어 버 린 일이 있다. 이제 탐정이 죽었으니 작품을 더 쓸 수 없다 고 버텼다. 그 작품이 발표되던 날 영국의 일간 신문들이 부고란에 ‘명탐정 푸아로 사망’이라는 기사를 써서 마치 작중 인물이 실제 인물인 것처럼 다루었다. 그뿐 아니라 세계 각국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팬들의 성화를 견디 지 못한 그녀는 마침내 푸아로를 살려내야만 했다. 이런 일은 셜록 홈스의 경우에도 있었던 일이다. 소설 독자 중에도 추리소설의 독자를 미스터리 마니아라는 용 어를 써서 이야기하는데[셜록 홈스만을 좋아하는 독자를 셜록키언(sherlockian)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추리소설 을 애호하는 독자들이 그만큼 열성적이고 소설에 빠져들 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 빠져드는 중요한 이유는 그 ‘재미’ 때문이다. 이

xii


재미를 창조하는 작가들은 특히 여류가 두각을 나타냈다. 유명한 세계 3대 여류 작가가 그 사람들이다. 크리스티를 비롯해 알랭 들롱(Alain Delon)이 주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Purple Noon)>로 유명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Patricia Highsmith, 1921∼1995)가 있으며 󰡔지푸라기 여인(La femme de paille)󰡕으로 유명한 카트린느 아를레 (Catherine Arley, 1924∼)는 아직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추리소설도 문학인 이상 ‘재미’만으로 써서는 물론 안 된다. 앞에서 추리적 기법을 이용한 소설이라고 한 것은 문학적 소설의 테마를 가지고 추리소설 기법의 ‘재미 창출 공식’을 적용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추리소설의 기법이 논리적이라고 해서 논리 공부에 많이 응용되고 있는데 이것도 역시 추리소설만의 공식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공식 중 유명한 것은 영국의 성공회 대주교 이면서 추리 작가인 로널드 녹스(Ronald Knox, 1888∼ 1957)의 ‘추리소설 10계(戒)’, S. S. 밴 다인(S. S. Van Dine)의 ‘20법칙’, 리처드 헐(Richard Hull, 1896∼1973) 의 ‘법칙 10조’가 있다. 본문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우선 이 중에서 독자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만 필자

xiii


나름대로 간추려 소개한다.

① 추리소설의 범인은 작품의 첫머리에 나오는 인물 중 에 있다. ② 범인을 찾기 위한 단서는 예사롭게 읽어 넘기는 힌 트 중에 있다. ③ 추리소설의 등장인물은 이유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산책을 나가더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다. ④ 초능력이나 우연으로 범인을 잡지 않는다. ⑤ 반드시 범행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⑥ 독자가 모르는 무기나 화학약품은 등장하지 않는다. ⑦ 완전 범죄란 없다. 아무리 교묘한 범인도 잡히기 때 문에 모방 범죄란 있을 수 없다. ⑧ 탐정이나 화자는 범인이 아니다. ⑨ 작중 탐정이 혼자만 증거를 가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독자 앞에 내놓지 않는다. ⑩ 추리소설도 문학의 일부이므로 인간관계의 갈등을 문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xiv


추리와 시대적 사명 최근 우리나라 독서계를 휩쓸고 있는 소설은 역사적인 사 실을 소재로 해야 하고, 그것을 추리적인 기법으로 다루어 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를 갖춘 몇몇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여기 서 ‘추리적인 기법’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정확한 말은 아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옳은 것이다. 어쨌든 이 추 리 기법에 의한 소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그것은 나름 대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일이지만 미국, 유 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100여 년 또는 수십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역사에는 추리소설을 애독한 사람들도 많지만, 이를 말 살하려고 기도한 사람들도 있다. 나치가 집권했을 때 히 틀러는 서유럽에서 들어온 모든 추리소설을 불태우게 했 다. 무솔리니도 추리소설 추방 캠페인을 벌였다. 왜 독재자들은 추리소설을 싫어했을까? 지금도 권위주 의 사회나 공산국가에는 추리소설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다. 추리소설은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 는 것과는 달리 논리성을 강조하는 문학이다. 범죄를 규

xv


명해 나가는 과정이 엄격하게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이 소설은 인간에게 합리적, 논리적인 사고 를 훈련시킨다. 독재자들이 두려워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그뿐 아니다. 추리소설은 정의감의 구현과 인권을 존중 하는 문학이다. 범인필포(犯人必捕)의 플롯과 철저한 증 거주의 트릭 해결이 이것을 잘 설명한다. 의심되는 범죄 자가 있다면 데려다가 고문하고 자백받으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힘들고 돈 드는 물증 수집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말 인가? 이런 현상은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독재 국가나 권 위주의 국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뿐인가? 공산주의 국가는 아예 범죄가 공식적으로 없는 나라들이 아닌가? 그런 사회에 추리소설이 있을 리 없다. 또한 국민들이 합 리적인 의식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추리소설도 재미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의 발전은 그 나라의 민 주화와 정비례한다고도 한다. 1990년대 들어 동유럽의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지기 시 작했다. 소비에트연방도 해체되어 공산 정권이 사라졌다. 이러한 역사적 진화는 정치에도 큰 영향을 주었지만 문화 도 해빙기를 맞았다. 1993년 러시아에는 추리문학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독재 국가가 사라지자 추리문학이 살아난

xvi


것이다. 특히 알렉산드라 마리니나(Alexandra Marinina, 1957~)라는 경찰관 출신 여류 작가가 쓴 추리소설은 폭발 적 인기를 얻었다. 마리니나는 3년에 걸쳐 첫 작품 󰡔연쇄살 인󰡕을 비롯해 18권의 추리소설을 발표해 무려 1300만부가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독재가 사라진 사회에 추 리문학의 둑이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추리문학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보다 수 십 년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단의 견해다. 그러나 민주 주의가 성숙해지고 인권국가로 다가서면서 추리소설이 비로소 꽃피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추리 기법’의 소설들이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당연히 다 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러한 정치적·시대적 배경이 작용 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과제는 세계 수준의 작품을 내놓는 일일 것이다. 지금은 추리소설의 논리를 간절히 요구하는 시대라고 한다. 추리의 논리를 모르고는 세상 이치를 풀 수 없다고 극단적인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현대사회의 고민을 쉽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저술했다. 좀 거창한 과제처럼 보이지 만 모든 세상사는 냉정한 논리 위에서 전개된다. 문학의 수많은 장르 중 하나인 추리소설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xvii


일반적 문학 작품 창작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추리소 설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배경과 이해를 쉽게 설명하 고 있다. 독자뿐 아니라 작가 지망생이 꼭 알아야 할 비밀 을 여기서 풀어준다. 이 책이 세계 수준에 이르는 한국적 추리소설을 탄생시 키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xviii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