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대신영 천줄읽기_맛보기

Page 1

玉臺新詠 옥대신영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 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玉臺新詠 옥대신영 서릉(徐陵) 엮음 권혁석(權赫錫) 옮김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무커홍(穆克宏) 점교(點校) ≪옥대신영전주(玉臺新詠 箋注)≫(北京, 中華書局, 1985. 6, 초판)를 원전으로 삼아 옮긴

것입니다. 그러나 원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송각본(宋刻本)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각 권의 말미에 “송각본 미수록(宋刻不收)” 이라고 되어 있는 작품은 제외했습니다. ∙ 주요 참고서적은 기용서(紀容舒 )의 ≪옥대신영고이(玉臺新 詠考異 )≫(文淵閣 四庫全書 ), 스즈키 도라오(鈴木虎雄 ) 역해

(譯解 ) ≪옥대신영집(玉臺新詠集 )≫ 상·중·하(東京 , 岩波 書店 , 1953년 초판, 1994년 제8쇄), 우치다 센노스케(內田泉之 助 )의 ≪옥대신영(玉臺新詠 )≫ 상·하(東京 , 明治書院 , 1974

년 초판, 1984년 6판), 앤 버렐(Anne Birrell)의 ≪New Songs from a Jade Terrace≫(London, 1982), 푸청저우(傅承洲) 등 주 (注) ≪옥대신영(玉臺新詠)≫ 상·하(北京 , 華夏出版社 , 1998 년 초판), 장바오취안(張葆全 ) 역주(譯注 ) ≪옥대신영역주(玉 臺新詠譯注 )≫(廣西 , 廣西師範大學出版社 , 2007년 12월 초

판) 등입니다. ∙ 작가에 대한 설명 부분은 주로 ≪중국문학가대사전(中國文學 家大辭典)≫ 상·하(臺灣, 世界書局, 1981년 5판)와 ≪중국역대

작가소전(中國歷代作家小傳)≫ 상·중·하(長沙, 湖南人民出 版社, 1979∼1985)를 중심으로 하고 기타 여러 전적들을 참고했

습니다. ∙ 각 작품의 구성은 한글 번역 시, 원시, 해제로 되어 있습니다. 해 설과 해제, 주석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가 덧붙인 것 입니다. ∙ 각 작품 제목 뒤 괄호 속에 병기된 숫자는 전체 작품 667수의 일 련번호이며, 각주나 설명 등에서 작품을 언급할 때는 제목 옆에


작품 번호를 병기해 참고의 편리를 도모했습니다. ∙ 번역 원칙은 가능하면 원문의 모든 글자의 존재 의미를 살리려 고 노력했으며, 그로 인해 의미 파악이 어렵게 된 것은 설명을 통 해 보완했습니다. ∙ 원문은 한글맞춤법의 구두점을 적용해 명기했으며, 번역문은 시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 구두점을 생략했습니다. 다만 복 잡한 대화체를 사용한 일부 시는 의미 전달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 용부호를 쓴 경우도 있습니다. ∙ 옮긴이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목차에는 작품 번호와 제목을 기 재하고 부록으로 작가 찾아보기를 함께 작성해 기재했습니다. ∙ 괄호 안의 말과 바깥 말의 독음이 다를 때, 괄호가 중복될 때에 는 [ ]를 사용했습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 니다.



차례

해설 ······················xvii

옥대신영 서문(玉臺新詠序)·············1

권1 1. 산에 올라가 궁궁이를 캐고 ···········41 8. 온화하게 맑은 바람 불어와 ···········44 9. 해가 동남쪽에서 떠올라·············47 10. 좁은 길에서 서로 만나니 ············56 11. 농서행····················60 12. 사랑 노래 ··················66 26. 우림랑····················69 27. 원망·····················74 29. 한나라 때의 동요 ···············78 30. 동성가····················80 31. 아내에게 1 ··················85 32. 아내에게 2 ··················88 33. 아내에게 3 ··················90


34. 답시·····················95 36. 장성 샘굴에서 말에게 물을 먹이며 ·······98 45. 초중경의 처를 위해 지은 고시 ·········103

권2 48. 악부 ‘연못가에서’ ··············147 49. 잡시 1 ···················151 50. 잡시 2 ···················152 71. 반씨의 시에 화답해··············156 79. 아내를 그리며 ················162 80. 아내를 그리며 2 ···············164 83. 왕소군 ···················168 84. 귀염둥이 딸 ·················175

권3 94. 주씨 부인을 대신해 그 남편 거기장군에게 주는 시 188 103. 합환시 1 ··················192 104. 합환시 2 ··················196

권4 125. 직녀를 대신해 견우에게 주다·········202 131. 꿈속의 귀향 ················205


143. 편지를 써서 집 떠난 임에게 부치다 ······209 144. 고시를 모방해 지금 사람에게 주다 ······211 157. 밤에 기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1 ·······215 158. 밤에 기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2 ·······216 159. 한단의 옛 후궁이 시집가 취사병의 아내가 되다

219

161. 등잔불···················221 163. 자리····················223 164. 경대····················224

권5 173. 서 시중의 <남을 대신해 그 아내에게 주다>에 화답 하다 ······················229 175. 왕소군···················234 185. 여섯 가지 생각 1 ··············237 186. 여섯 가지 생각 2 ··············238 187. 여섯 가지 생각 3 ··············239 188. 여섯 가지 생각 4 ··············240 189. 옷깃의 수 ·················242 190. 발밑의 신 ·················243 202. 장문궁의 원망 ···············246 203. 강남곡···················249 207. 노래하는 여인 ···············251


209. 빨강 편지지 ················253 217. 꽃 떨잠 ··················255 218. 소랑 아가씨를 놀리 ·············257 223. 거울을 보면서 ···············260 226. 춤추는 기녀 ················261 227. 신부를 구경하다 ··············263 233. 오림촌에 갔다가 뽕 따는 여인을 보고 잠시 시를 지어 그에게 주다···················265

권6 238. 선마 소자현의 <고시의 뜻>에 화답하다 2 ··270 242. 선마 소자현의 <고시의 뜻>에 화답하다 6 ··272 256. 젊은 남자 ·················273 258. 달밤에 남강의 진씨가 새로 첩을 맞는 것을 보며 276 259. 귀인이 새로 미인을 맞는 것을 보고 잠시 그것을 노래 하다 ······················278 264. 어떤 사람을 대신해 꿈을 말하다 ·······280 265. 어떤 사람을 대신해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음을 슬 퍼하다 ·····················282 267. 진안내사 왕씨의 술자리에서 지은 몇 개의 운

·283

277. 아내에게··················286 289. 곽 시랑의 ‘채상’ 시에 창화한 시········289


291. 남편에게 회답하다 1·············291 292. 남편에게 회답하다 2·············293 295. 남원에서 미인을 만나다 ···········296

권7 297. 다듬이질··················303 308. 베 짜는 여인 ················307 311. 사랑 노래 18 ················310 318. 버들가지 꺾어서 ··············315 319. 자류마···················317 329. 서 녹사가 안사람이 침구 장만하는 것을 본 것에 화답 해 ·······················319 348. 미인의 새벽 화장 ··············322 349. ‘술을 팔다’란 제목으로 지은 시 ········323 352. 미인의 그림 감상 ··············324 353. 아름다운 소년 ···············326

권8 377. 기수 가에서 떠돌이의 아내를 희롱하는 모습을 보고 ························332 385. <미인 자신이 그림을 보다>란 시에 응대해 ··335 391. 시연에서 <모래언덕에 밤 달이 밝다>란 제목으로 지


은 시 ·····················338 393. 약현에서 우연히 베 짜는 여인들을 보고 급히 아내에게 부치는 시····················341 394. 아내와 함께 밤을 새며 새해를 맞이하다 ····346 395. 초봄에 아내 손잡고 놀러 나가다 ·······348 406. 칠석····················351 407. 하 복야의 ‘집에 돌아와 고인을 그리워하다’란 시에 삼 가 화운하다···················352 408. 만산에서 뽕 따는 여인들 보다 ········356 416. 명령을 받아 붓 가는 대로 장난삼아 쓴 시 ···360 418. 왕 사인의 <손님을 전송하러 간 뒤 돌아오지 않는 사 람을 규방에서 기다리는 여인이 있네>라는 시에 화운해 ························362 419. 양 연주자사의 집안 기녀를 대신해 선물받은 거울에 응 답한 시·····················364 421. 우물을 치다가 금비녀를 주운 것을 노래하다 ··367

권9 426. 월인가···················371 427. 거문고 노래 1················375 428. 거문고 노래 2················376 429. 가시····················378


430. 한나라 성제 때의 동요 1 ···········381 431. 한나라 성제 때의 동요 2 ···········383 432. 한나라 환제 때의 동요 1 ···········385 438. 아내에게 주는 시 ··············387 449. 쟁반 안에 쓴 시···············390 454. 진나라 혜제 때의 동요············395 464. 인생살이 어렵고 ··············396 465. 이 부인과 귀인 ···············399 506. 남편에게··················402

권10 513. 고절구 1 ··················407 514. 고절구 2 ··················408 515. 고절구 3 ··················410 516. 고절구 4 ··················411 517. 아내 이 부인과의 연구시 1 ··········413 518. 아내 이 부인과의 연구시 2 ··········414 519. 아내 이 부인과의 연구시 3 ··········415 522. 애첩 도엽 1·················417 523. 애첩 도엽 2·················418 524. 왕씨의 <단선가>에 화답한 시 1 ·······420 525. 왕씨의 <단선가>에 화답한 시 2 ·······421


526. 왕씨의 <단선가>에 화답한 시 3 ·······422 527. 동양강에서의 증답시 1············424 528. 동양강에서의 증답시 2············425 529. 정 독호 1··················426 532. 나무 혹 베개 ················429 534. 나그네에게 부치다 ·············431 535. 석성악···················432 536. 고객악···················433 538. 양양악···················435 539. 양반아···················436 540. 봄 노래 ··················438 541. 여름 노래 ·················439 542. 가을 노래 ·················440 543. 겨울 노래 ·················441 547. 장락가···················442 548. 독곡가···················443 553. 단양 맹주가 ················445 559. 옥계단의 원망 ···············446 565.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옛 여자를 만나 수레 안에서 시를 지어서 주다 ·············447 568. 술 따르는 여인 ···············449 577. 왕소군의 탄식 1···············451


578. 왕소군의 탄식 2···············452 585. 잡절구 1 ··················454 588. 잡절구 4 ··················455 589. 봄날의 그리움 ···············457 591. 광택사···················459 593. 한 가지에 두 개 핀 치자꽃을 따서 사 양에게 주며 이 시 도 함께 주다 ··················460 594. 진경지의 미인을 대신해 노래하다·······462 598. 변경 수비 ·················464 607. 여름 노래 1·················465 609. 여름 노래 3·················466 610. 여름 노래 4·················467 615. 자야가 1 ··················469 626. 내리는 비 ·················471 631. 춘강곡 ··················472 635. 무릉왕 곁에서 잔을 돌리는 시동 오호 ·····473 654. 떠돌이 아내의 높은 누각에 달이 뜨고 ·····475 655. 남포에서 낭군님과 작별하다 ·········476 662. 배두렁이··················478 665. 졸음····················480


작가 찾아보기··················483

옮긴이에 대해··················485


권1



작자 미상

<고시(古詩)>120) 8수

1. 산에 올라가 궁궁이를 캐고 (1) 산에 올라가 궁궁이를 캐고 산을 내려오다 옛 남편을 만났다네 무릎 꿇고 옛 남편에게 묻기를 새사람은 또 어떠합니까 새사람 비록 좋다고는 하지만 옛 사람만큼 곱지는 않다오 얼굴이야 서로 비슷하지만 솜씨는 서로 같지 않다오 새사람은 대문으로 들어오고

120) 한대(漢代) 말에 많은 오언시가 출현했는데, 작자의 성명을 고찰할 수 없 는 작품들을 진대(晉代) 이래로 ‘고시(古詩)’라고 불러 왔다. 그중 대표 적인 것이 ≪문선(文選)≫에 수록되어 있는 ‘고시 19수’로, 이 총집에 수 록된 작품과 다소간의 이동(異同)이 있다. 이러한 고시들은 대부분 문인 들이 악부 민가를 모방해 지은 것으로, 특징은 모두 제목이 따로 없는데, 본 역주에서는 편의상 첫 구를 제목으로 달았다.

41


옛 사람은 쪽문으로 나갔지요 새사람은 누런 비단을 잘 짜고 옛 사람은 흰 비단을 잘 짰다오 누런 비단은 하루에 한 필 짜지만 흰 비단은 한 필이 넘었다오 누런 비단을 흰 비단과 비교해 봐도 새사람은 옛 사람만 못하다오

其一 <上山採蘼蕪>121) 上山采蘼蕪122),

下山逢故夫.

長跪123)問故夫,

“新人復何如?”

“新人雖言好,

未若故人姝.

顔色類相似,

手爪124)不相如.”

“新人從門入,

故人從閤125)去.”

“新人工織縑126),

故人工織素127).

121) 이 작품은 ≪문선≫과 ≪악부시집≫ 등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으며, 이 시집을 통해 후대에 전해 온다. 122) 미무(蘼蕪): 궁궁이. 향초의 일종으로 잎을 말려 향료로 쓰는데, 옛사람 들은 여인이 이것을 몸에 차고 있으면 아들을 많이 낳는다고 여겼다. 123) 장궤(長跪): 무릎은 땅에 대고 상반신은 곧추세운 자세의 절하는 예. 124) 수조(手爪): 베 짜기·바느질 등의 수공 능력. 즉 솜씨를 말한다. 125) 합(閤): 대문이 아닌 곁문·쪽문 등의 작은 문. 126) 겸(縑): 두 가닥 실로 짠 황색 비단. 127) 소(素): 흰색의 가는 비단. ‘겸(縑)’보다 귀한 것으로 친다.

42


織縑日一匹128),

織素五丈餘.

將縑來比素,

新人不如故.”

해제

이 작품은 시집에서 쫓겨난 한 여인이 산에 올라가 궁궁이를 캔 후 내려오다 만난 옛 남편과 대화하는 내용을 포착한 것이다. 여 인이 버림받은 이유는 작품 속에 묘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 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남자가 ‘새 여자를 좋아하 고 옛 여자를 싫어하는[喜新厭舊]’ 일반적인 애정 심리 때문은 아 닐 것이라는 것이 대화의 내용을 통해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여 인은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로 알려져 있는 권1 마지막 작품 속의 여주인공 유난지(劉蘭芝)가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아 남편의 뜻과는 상반되게 쫓겨났던 운명과 같았을 가능성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대 여인들이 시집에서 쫓겨나는 일 곱 가지 이유[七出]’ 중 가장 으뜸으로 쳤던 ‘무자(無子)’였을 가 능성이 높다. 특히 첫 구의 ‘궁궁이’라는 향초가 ‘득남[多子]’ 기원 과 관련 있다고 볼 때 그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할 것이다.

128) 필(匹): 한대(漢代)의 도량형제에 따르면, 베의 길이가 4장[丈, 1장은 10 척(尺)]인 것을 ‘필(匹)’이라고 했다.

43


8. 온화하게 맑은 바람 불어와 (8) 온화하게 맑은 바람 불어와 내 비단 치맛자락을 흔드니 푸른 도포는 푸른 풀같이 긴 옷자락 바람 따라 펼쳐지네 아침부터 나루터의 다리 위에 올라 치마 걷고서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데 어떻게 하면 미생 같은 굳건한 믿음의 남자를 만나 하얀 해를 두고 사랑 맹세할 수 있을까

其八 <穆穆淸風至> 穆穆淸風至,

吹我羅裳裾.

靑袍129)似春草,

長條隨風舒.

朝登津梁上,

褰裳望所思.

安得抱柱信130),

皎日以爲期.

129) 포(袍): 도포 등의 겉옷. 여기에서는 특히 남자의 옷을 가리킨다. 130) 포주신(抱柱信): 다릿발을 끌어안고 죽어 가면서까지 지킨 믿음. 본래 ≪장자≫ <도척(盜跖)>의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에서 왔다. 미생이란 남자가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여자는 오지 않고 마침 큰물이 흘러왔으나,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릿발을 끌어안 고 죽었다고 한다.

44


해제

이 작품은 한 여인이 춘흥에 젖어 이성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노 래한 것이다. 봄은 정녕 여자의 계절이란 말인가? 삭막하던 대 지 곳곳에서 봄의 교향곡이 울리자 겨우내 웅크리고 지내던 사 람들은 밖으로 뛰쳐나온다. 온화한 바람이 불어와 꽃봉오리 같 은 여인의 옷자락을 일렁이니 춘흥에 젖지 않을 수 있으랴? 여 인은 봄풀이 바람에 일렁이는 것조차 남자들의 도포 자락처럼 보인다. 혹시나 싶어 높은 곳에 올라가 멋진 남자가 오지나 않 을까 기다려도 본다. 그러나 남자의 사랑은 익히 아는 것처럼 가변적인 것, 옛날 우직하다시피 죽음으로써 약속을 지켰던 미 생 같은 애인을 꿈꾸어 본다. 어쩌면 이 여인에겐 이미 아픈 사 랑의 기억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45


<고악부시(古樂府詩)> 6수

악부(樂府)는 선진 시대 채시 제도를 계승해 민간의 노래를 수 집·정리·입악하고, 궁중에 쓰이는 음악을 제정하는 등 음악 업무를 관장하던 한대의 관서다. 후대에 이 기관에서 수집·정 리·입악·모방한 노래를 일컫는 시체의 명칭으로도 쓰였으며, 악부시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대에는 음악과 결합된 시를 악부 라고 일컬은 기록은 보이지 않으며 단지 가시(歌詩)라고 했다. 예를 들면 ≪한서≫ <예문지> 속에 수록된 한대의 채시 목록 에, ‘오·초·여남의 가시 15편(吳楚汝南歌詩十五篇)’, ‘연· 대 지방의 민요와 안문·운중·농서의 가시 9편(燕代謳, 雁門 雲中隴西歌詩九篇)’, ‘감단·하간의 가시 4편(邯鄲河間歌詩 四篇)’ 등 모두 ‘가시’라고 명명하고 있다.

실제 악부를 시체의 하나로 일컫기 시작한 것은 빨라도 동진 이 후부터였다. 예로서 심약의 ≪송서≫ 중 제50권의 “포조가 일 찍이 고악부를 지었는데(鮑照嘗爲古樂府)”라는 기록과, 같은 책 제100권의 “심임자(沈林子)가 지은 것은 시·부·찬·삼 언·잠·제문·악부·표·전·서·기·백사·계사·논노자 등 121수다(沈林子所著, 詩賦贊三言箴祭文樂府表牋書記白 事啓事論老子, 一百二十一首)”라는 기록이 있는데, 포조와 심임

자는 모두 진송 간의 문인이다. 이후 ≪문심조룡≫·≪문선≫· ≪옥대신영≫ 등에서 하나의 시체로 파악했다. 그 이후 당대를 거쳐 송대에 이르러서 악부시(樂府詩) 총집인 ≪악부시집≫이

46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고악부라는 것은 고시라는 명칭과 마찬가지로 남조인 의 관점에서 남조 이전, 특히 한대의 무명씨의 악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1. 해가 동남쪽에서 떠올라 (9) 해가 동남쪽에서 떠올라 우리 진씨네 집을 비추네 진씨 댁에 참한 아가씨 있는데 그 이름 나부라고 한다네 나부는 누에치기 잘해 성 남쪽 모퉁이에서 뽕을 딴다네 푸른 실로는 바구니 끈을 만들었고 계수나무 가지로는 손잡이를 만들었네 머리 위는 한쪽으로 떨어질 듯한 쪽 귀에는 명월주를 달았네 녹색 비단으로 하의 치마를 만들었고 보라색 비단으로 상의 저고리를 만들었네 지나가던 사람 나부를 보고서 짐을 내려놓고 수염을 쓰다듬네

47


소년들은 나부를 보고서 모자를 벗고 다시금 두건을 맨다네 밭 갈던 사람은 밭 갈기를 잊고 호미질하던 사람 호미질을 잊는다네 집에 돌아가 서로 기뻐하고 화내는 것은 단지 나부를 구경한 것 때문이라네

태수가 남쪽에서 오는데 다섯 필 말이 서서 머뭇거리네 태수가 이방을 보내어 그 사람이 뉘댁 아씨인지 묻는다네 진씨 댁에 참한 딸이 있는데 그 이름 나부라고 한답니다 나부 나이 얼마던가 스물은 아직 안 되었고 열다섯은 좀 넘었어요 태수가 나부에게 말하기를 함께 타고 가지 않으려오 나부가 앞으로 나가 말씀드리기를 태수님께선 어찌 그리 바보 같으신지요 태수님 응당 부인이 계실 테고 나부도 응당 남편이 있다오

48


동방에 천여 명 기마병 있는데 남편이 선두에 있지요 무엇으로 남편인 줄 알까요 백마가 가라말 따르게 하는 것이지요 푸른 실로 말 꼬리를 묶었고 황금으로 말 머리를 매었지요 허리춤엔 녹로검 값은 천만 냥이 넘지요 열다섯 살에 태수부의 속관 스무 살에 조정의 대부 서른 살에 시중랑 마흔 살에는 한 성을 마음대로 하지요 사람이 깨끗하고 흰 얼굴에다 약간의 긴 수염이 나 있고 느긋하게 관청을 걸어 다니며 여유롭게 관사 안을 오고 가지요 좌중의 수천 사람 모두들 남편이 출중하다고 말하지요

其一 <日出東南隅行>131) 日出東南隅,

照我132)秦氏樓.

49


秦氏有好女,

自言名羅敷.133)

羅敷善蠶桑,

采桑城南隅.

靑絲爲籠繩,134)

桂枝爲籠鉤.135)

131) 가장 먼저 ≪송서≫ <악지>에 <염가나부행(艶歌羅敷行)>이란 제 목으로 보이며, ≪악부시집≫에는 <맥상상(陌上桑)>이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전체는 3해(解)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는 ‘장(章)’의 의 미다. ‘행(行)’은 송 장표신(張表臣)의 ≪산호구시화(珊瑚鉤詩話)≫ 권 3에서는 “길게 옮겨 가면서 낮추었다 높였다 하면서 길게 노래하는 것을 ‘가’라고 하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빨리 걷기도 하며 말을 빨리 몰아 달리듯 찬란히 문채를 이루는 것을 ‘행’이라고 한다(猗遷抑揚永言謂之歌, 步驟馳 騁斐然成章謂之行)”라고 했다. 또 송 강기(姜夔)의 ≪백석도인시설(白 石道人詩說)≫에는 “체제가 행서와 같은 것을 ‘행’이라고 하고,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푸는 것을 ‘가’라고 하며, 양자를 겸비한 것을 ‘가행’이라고 한다(體如行書曰行, 放精曰歌, 兼之曰歌行)”라고 했다. 또 명 호진형 (胡進亨)의 ≪당음계첨(唐音癸籤)≫ 권1에는 “‘가’는 악곡의 총명이며, 그 사건을 따라가며 노래하는 것을 ‘행’이라고 한다(歌, 曲之總名, 衍其事 而歌之曰行)”라고 했다. 또 명 서정경(徐禎卿)의 ≪담예록(談藝錄)≫에

는 “‘가’는 소리가 혼잡해 반듯하지가 않으며, ‘행’은 체제가 성기어 막힘이 없다(佳城雜而無方, 行體疏而不滯)”라고 했다. 이상을 통해 볼 때 ‘행’이 란 시체의 정확한 의미는 미상이나, 대체로 굽이진 길을 쉼 없이 계속 가 듯 어떤 일에 대해 길게 이어지듯 노래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132) 아(我): 노래하는 사람의 자칭. 우리. 133) 이 구절은 어떤 판본에는 ‘자명위나부(自名爲羅敷)’라고 되어 있는데 뜻 은 같다. ‘나부(羅敷)’는 옛날 미인의 이름으로 나중에는 미녀의 통칭으 로 쓰였다. 134) ‘청사(靑絲)’는 청색 실로 엮은 끈을 말하고 ‘농승(籠繩)’은 바구니를 맨 끈을 말한다. 이 구의 의미는 ‘청색 실로 엮은 끈으로 바구니를 매었다’라 는 뜻이다. 135) ‘농구(籠鉤)’는 바구니의 손잡이를 말한다. 이 구의 의미는 ‘계수나무 가 지를 구부려 바구니 손잡이를 만들었다’라는 뜻이다.

50


頭上倭墮髻136),

耳中明月珠.

綠綺爲下裾,137)

紫綺爲上襦.

行者見羅敷,

下擔捋髭鬚.138)

少年見羅敷,

脫巾著帩頭.139)

耕者忘其耕,

鋤者忘其鋤.

來歸相喜怒,140)

但坐141)觀羅敷.

使君142)從南來,

五馬立歭

143).

136) 왜타계(倭墮髻): 당시 유행하던 헤어스타일의 하나. 찐 쪽[髻]이 머리 위 의 한쪽에 치우쳐 있어서 마치 떨어질[墮] 듯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타마계(墮馬髻)’라고도 한다. 주로 이마 가까운 곳에 있었다. 137) ‘기(綺)’는 무늬가 있는 고운 비단을 말하고 ‘거(裾)’는 옷자락이나 옷깃을 말한다. 다른 책에는 대부분 아래옷 또는 치마를 가리키는 ‘상(裳)’ 자 또 는 ‘군(裙)’ 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음 구와 연결해 치마로 해 석했다. 138) ‘하담(下擔)’은 ‘등에 멘 것[擔]을 내려놓다[下]’라는 뜻이고 ‘날(捋)’은 ‘쓰 다듬다’라는 뜻이다. ‘자수(髭鬚)’는 각각 입술 위쪽의 콧수염과 아래쪽 의 턱수염을 가리킨다. 139) ‘건(巾)’은 다른 책에는 ‘모(帽)’ 자로 되어 있다. ‘착(著)’은 ‘쓰다’라는 뜻 이고 ‘초두(帩頭)’는 옛날 남자들이 모자를 쓰기 전에 수건으로 머리카락 을 묶었는데, 이때 사용하던 수건을 말한다. 만약 이 판본을 따른다면 앞 의 ‘건(巾)’과 같은 뜻이 된다. 때문에 여기에서는 앞의 ‘건’ 자를 다른 판 본에 따라 ‘모’ 자로 해석했다. 140) ‘내귀(來歸)’는 ‘귀래(歸來)’와 같다. ‘희노(喜怒)’는 다른 책에는 대부분 ‘원노(怨怒)’라고 되어 있다. 이 판본에 따라 해석한다면 ‘집에 돌아와 서 로 즐거워하기도 하고(남자 측), 화를 내기도 한다(여자 측)’라는 뜻이 될 것이고, ‘원노’라고 보고 해석한다면 ‘집에 돌아와 서로 원망하고 화를 낸 다’라는 뜻이 된다. 141) 좌(坐): 연루되다. 기인하다. 때문이다.

51


使君遣吏往,

問此誰家姝.

“秦氏有好女,

自名爲羅敷.”

“羅敷年幾何?”

“二十尙未滿,

十五頗有餘.”144)

使君謝145)羅敷,

“寧可共載不?”

羅敷前置辭146),

“使君一何愚?

使君自147)有婦,

羅敷自有夫.” “東方千餘騎,

夫壻居上頭.148)

何以識夫壻?

白馬從驪駒.149)

靑絲繫馬尾,

黃金絡馬頭.150)

腰間鹿盧劍151),

可直152)千萬餘.

142) 사군(使君): 동한 시대 태수 또는 자사에 대한 칭호. 당시 제도에 따르면 태수는 다섯 필 말이 끄는 수레를 탔다고 한다. 143) 치도(歭 ):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 ‘지주(踟躕)’라고 도 쓴다. 144) 이상의 문답은 태수[使君]와 이방[吏] 사이의 문답이고, 다음부터는 태 수와 나부 사이의 문답이다. 145) 사(謝): 묻다. 146) 전치사(前置詞): 앞으로 나서서[前] 말씀을[辭] 드리다[置]. 147) 자(自): 응당. 물론. 다음 구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였다. 148) ‘부서(夫壻)’는 남편을 말하고 ‘상두(上頭)’는 선두, 또는 높은 자리를 말 한다. 149) ‘백마(白馬)’는 준마를 뜻하고 ‘여구(驪駒)’는 색이 검은 작은 말, 가라말 을 뜻한다. ‘종(從)’은 ‘따르게 하다’라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사동 용법으 로 쓰였다. 150) 이상의 두 구는 말의 꼬리에 묶는 끈과 머리에 씌우는 굴레의 화려함을 나타내었다.

52


十五府小吏,153)

二十朝大夫154).

三十侍中郞155),

四十專城居156).

爲人潔白晳,157)

158)頗有鬚.

盈盈公府步,159)

冉冉府中趨.160)

坐中數千人,

皆言夫壻殊.”

151) 녹로검(鹿盧劍): 자루에 옥으로 녹로(轆轤: 도르래) 모양을 새긴 칼. 152) 치(直): 값(이 나가다). ‘치(値)’ 자와 같다. 153) ‘부(府)’는 여기에서는 태수부를 가리킨다. ‘부소리(府小吏)’는 태수부에 소속된 낮은 관리로, ‘이(吏)’는 어떤 책에는 ‘사(史)’ 자로 되어 있는데, 뜻에는 차이가 없다. 154) 조대부(朝大夫): 조정에서 대부의 관직을 맡다. 155) 시중랑(侍中郞): 본래의 관직에 추가되던 일종의 명예직으로, 왕궁을 출 입하며 임금을 모실 수 있었다. 156) 전성거(專城居): 한 성을 마음대로 다스렸던 성주. 즉, 태수나 자사를 가 리킨다. 157) ‘위인(爲人)’은 성품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외모를 두고 한 말이다. ‘결백 (潔白)’은 깨끗한 용모를 나타내며 ‘석(晳)’은 피부가 하얀 것을 말한다. 158) 염염(

): 자서(字書)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글자로, 송각본에는 ‘염염

(髥髥)’으로 되어 있으며, 다른 책에는 ‘염염(鬑鬑)’으로 되어 있다. 드물 고 길게 자란 수염의 모습을 형용한 말로 보았다. 159) ‘영영(盈盈)’은 다음 구의 ‘염염(冉冉)’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다. 경박하 지 않고 당당하게 내딛는 걸음을 형용한 말이다. ‘관부보(官府步)’는 관 청에서 벼슬아치들이 걷는 걸음걸이를 말한다. 160) ‘부중추(府中趨)’는 관부 내에서 걷는 걸음 중 재촉하는 걸음을 말한다. ‘염염(冉冉)’은 경박하지 않고 나긋나긋하게 양반의 품위를 잃지 않고 걷 는 모양이다.

53


해제

이 작품은 뽕 따는 노동 여인이 태수의 유혹을 당당하게 물리치 는 것을 통해 정절을 지키는 여인의 미덕을 노래한 것이다. 그 러나 작품 전체를 통해 살펴볼 때, 여주인공의 당시 사회적 지위 나 남편과의 나이 차이 등으로 보아 모순된 면도 존재한다. 원 서의 주석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맥상상>은 진씨의 딸에게서 나왔다. 진씨는 한단 사 람으로, 나부라고 하는 딸이 있었는데, 고을의 천승 집안 인 왕인의 처가 되었다. 왕인은 나중에 조왕의 가령이 되 었다. 나부가 길가에 나와 뽕을 땄는데, 조왕이 누대에 올라 그녀를 보고 반해 술자리를 열어 마음을 빼앗으려 고 하자, 나부는 쟁을 절묘하게 연주하며 <맥상상>이 란 노래를 지어 자신의 뜻을 밝히니, 조왕은 이에 포기했 다(陌上桑者, 出秦氏女子. 秦氏邯鄲人, 有女名羅敷, 爲邑人千乘王仁妻. 王仁後爲趙王家令. 羅敷出採桑于 陌上, 趙王登臺見而悅之, 因置酒欲奪焉, 羅敷巧彈箏, 乃作陌上桑之歌以自明, 趙王乃止).

≪고금주(古今注)≫[진(晉), 최표(崔豹)]

옛날 가사는 나부가 뽕을 따다가 태수의 초청을 받게 되 자, 자신의 남편이 시중랑이라고 극도로 과장하며 거절 한 것을 말했다(古辭言羅敷採桑, 爲使君所邀, 盛誇其

54


夫爲侍中郞以拒之).

≪악부해제(樂府解題)≫[당(唐), 오극(吳兢)]

이 두 전적의 설명을 따르자면, 아직 나이가 스무 살도 안 된 누 에치기하는 나부의 남편이 마흔 살인 높은 벼슬아치라는 점이 부합하지 않으며, 설령 나부가 누에치기에 종사하는 서민 계층 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에서 언급하고 있는 귀족 여성의 수식인 ‘왜타계’·‘명월주’·‘녹기거’·‘자기유’ 등이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이 작품은 당시 유행하던 하나의 고사가 문인의 수중에서 편의대로 재구성된 시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남자의 유혹을 물리치는 당당한 여성의 정조이지, 그 여인이 처 한 신분 따위는 고사를 취해 시를 지은 시인이 자의대로 과장하 고 고친 것일 뿐으로, 내용 전개가 비논리적인 것은 그다지 중요 하지 않다. 이 시가 출현했던 한나라는 단명했던 통일국가 진을 이어 대제 국을 영속시키기 위해 강력한 전제주의를 표방했고, 그런 정책 의 일환으로 백성에게도 충절을 강조하던 시대였다. 남성의 국 가에 대한 충절은 여성의 남성에 대한 정절과 통하는 것이었으 니, 이는 당시의 새로운 도덕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자유연애를 구가하던 전대의 ≪시경≫의 국풍과 같은 민가들 이 한대의 도덕적 심미 표준으로 채색되어 이 작품처럼 내용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 시에서와 같은 여성의 미덕에 대한 찬양은 남조 사회 후기로 갈수록 차츰 희박해져 마침내 자취가 사라지고 대신 ≪시경≫

55


시의 형태를 모방한 작품들이 나타나게 되니, 이 역시 당시 사람 들의 심미 의식이 작품에 반영된 결과다.

2. 좁은 길에서 서로 만나니 (10) 좁은 길에서 서로 만나니 길이 좁아 수레가 지나가지 못하네 두 소년은 어떠한가 두 수레 사이에서 서로의 주인집에 대해 묻는다네 주인 나리의 집은 정말로 알기 쉬우며 알기 쉬울뿐더러 잊어버리기도 어렵다네 황금으로 나리 집의 대문을 장식했고 백옥으로 나리 집의 대청을 꾸몄으며 대청 위에는 술통 가득 술이 마련되어 있고 한단 출신 미인들에게 가무를 시킨다네 뜰 가운데에는 계수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꽃송이 등잔은 얼마나 휘황한지 형제 세 분 계시는데 둘째 아드님은 시랑이 되어 닷새 만에 한 번 집에 돌아오실 때 길가에는 저절로 광채가 난다네

56


황금으로 말 머리를 매었으며 구경꾼은 길가에 가득하다네 대문에 들어서서 마침 주위를 돌아보니 다만 보이는 건 쌍쌍의 원앙새 원앙새 일흔두 마리 늘어서서 저절로 줄을 이루고 있다네 소리는 어찌 그리도 조화로운지 학이 동쪽 서쪽 곁채에서 울고 있다네 맏며느리는 얇은 비단 무늬 비단을 짜고 있고 둘째며느리는 황갈색 비단을 짜고 있다네 작은며느리는 하는 일 없이 거문고 끼고서 높은 대청에 오르는데 시어른은 잠시 편안히 앉아 계시고 거문고 연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其二 <相逢狹路間>161)

161) 이 선집에 처음으로 나타나며, ≪악부시집≫에는 <상봉행(相逢行)> 이란 제목으로 상화가사(相和歌辭) 청조곡(淸調曲)에 실려 있다. 다른 곳에는 제목이 <상봉협로간행(相逢狹路間行)> 또는 <장안유협사 행(長安有狹斜行)>이라고도 되어 있다. ≪악부해제≫에 따르면, “옛 가사의 문장과 뜻은 <계명곡>과 같다. 진 육기의 <장안협사행>에 서 ‘이수와 낙수 부근에 갈림길이 있는데, 갈림길에는 붉은 수레바퀴 교 차한다네’라고 했으니, 세상의 행로가 험난하고 협애하며 정도에 어긋나

57


相逢狹路間,

道隘不容車.

如何兩少年162),

挾轂問君家.163)

君家誠易知,

易知復難忘.

黃金爲君門,

白玉爲君堂.164)

堂上置樽酒,

使作邯鄲倡.165)

中庭166)生桂樹,

華鐙何煌煌?

兄弟兩三167)人,

中子爲侍郞168).

五日一來歸,169)

道上自生光.

고 편벽해, 정직한 선비들이 몸을 둘 데가 없음을 말했다(古詞文意與雞 鳴曲同. 晉陸機長安狹斜行云, ‘伊洛有歧路, 歧路交朱輪.’ 則言世路險 狹邪僻, 正直之士無所措手足矣)”라고 했다.

162) 양소년(兩少年): 각각의 수레를 모는 두 시동. 좁은 길에 귀인을 태운 두 대의 수레가 마주치니 지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수레를 멈추고 서로 자 기 집안의 위세를 뽐내는 것이다. ≪악부시집≫에는 ‘부지하년소(不知 何年少)’라고 되어 있다.

163) ‘곡(轂)’은 수레바퀴의 중앙 부분으로 축이 지나고 바퀴살이 모이는 부분 이다. 여기에서는 수레를 대신하는 말로 쓰였다. ‘군가(君家)’는 ‘그대의 집’으로, 실제로는 ‘그대가 모시고 있는 주인의 집’이란 뜻으로 쓰였다. 164) 이 두 구는 자신의 주인집의 건물이 화려함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옛날 완전한 한 채의 집을 지을 때 앞쪽에는 당(堂)을 짓는데, 이곳에서 는 보통 길흉의 예를 거행했으며 사람은 거주하지 않았다. 대청·홀 등 의 의미로 쓰인다. 당 뒤쪽에는 방을 두어 사람이 거주하도록 했다. 165) ‘사작(使作)’은 ‘시키다’라는 뜻이다. ‘한단(邯鄲)’은 옛날 전국 시대 조나 라의 수도로 미인과 여악으로 유명했다. ‘창(倡)’은 가무를 담당한 기녀 를 말한다. 166) 중정(中庭): ‘정중(庭中)’과 같다. 정원 가운데를 말한다. 167) 양삼(兩三): 뒤에 등장하는 며느리를 가리킨다. 대·중·소의 어휘로 보 아 ‘삼’ 자의 ‘편의복사(偏義復詞)’로 본다. 168) 시랑(侍郞): 궁중에서 문서 기초 등의 사무를 담당하던 관직 이름.

58


黃金絡馬頭,

觀者滿路傍.

入門時左顧,170)

但見雙鴛鴦.

鴛鴦七十二,

羅列自成行.

音聲何噰噰171)?

鶴鳴東西廂.

大婦織羅綺,

中婦織流黃172).

小婦無所作,

挾瑟上高堂.

丈人173)且安坐,

調絲未遽央.174)

해제

이 작품은 당시 귀족 집안의 호화로운 저택과 향락적인 생활상 을 노래한 것이다. 서한의 수도 장안에는 여러 마을이 있고, 마 을마다에는 크고 작은 골목이 있다. 귀족을 태운 두 대의 수레 가 좁은 골목에서 서로 마주쳤으며, 길이 좁기 때문에 비켜 갈 수 없게 되었다. 이때 각각의 수레를 몰던 두 소년은 수레에서 내려 은근히 먼저 길을 양보해 주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서로 자 기 주인집이 더 훌륭한 집안이라고 자랑하기 시작한다. 작품에

169) 한나라 제도에 의하면 조정의 관원들은 닷새마다 한 차례 집으로 돌아와 휴식했는데, 이것을 ‘휴목(休沐)’이라고 했다. 170) ‘시(時)’는 대문에 들어섰을 바로 그때를 가리킨다. ‘좌고(左顧)’의 원래 뜻 은 왼쪽을 돌아보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주위를 빙 둘러봄을 의미한다. 171) 옹옹(噰噰): 새들이 서로 조화롭게 우는 모양. 172) 유황(流黃): 황갈색의 비단. 173) 장인(丈人): 시부모. 174) ‘조사(調絲)’는 거문고의 줄을 음에 맞게 고르는 것으로, 연주하는 것까 지 의미한다. ‘미거앙(未遽央)’은 ‘미거앙(未渠央)’과 같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59


서는 그중 한 집안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성격 상 두 집안의 상황이 서로 뒤섞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 농서행 (11) 하늘 위엔 무엇이 있나요 또렷또렷 백유나무 심어져 있지요 계수나무가 길을 끼고 자라며 청룡이 길모퉁이를 마주 보고 있지요 봉황은 꾸꾸거리며 우는데 한 어미가 아홉 마리 새끼를 데리고 있지요 고개 돌려 세상 사람 볼라치면 즐거워하는 것이 매우 독특하지요 참한 부인이 문을 나와 손님을 맞는데 안색이 정말로 꽃처럼 화사하지요 허리 펴고 재배한 후 무릎 꿇고서 손님에게 안녕하신지를 묻지요 손님을 북쪽 안채로 모시고 담요 위에 앉으라고 권하지요 청주와 백주는 각각 다른 술통에 담았으며 술 위엔 꽃무늬 국자를 바르게 놓아두지요

60


술을 따라 손님에게 올리는데 손님은 주인도 받으라고 하지요 조금 물러나서 재배하고 무릎 꿇고 그런 다음 한 잔을 받지요 담소가 다 끝나기 전에 왼쪽으로 고개 돌려 안쪽 주방에 시키지요 변변찮은 식사나마 차리도록 재촉하면서 절대로 꾸물대지 말라고 하지요 예를 끝내고 손님을 배웅할 땐 나긋한 걸음으로 집 안을 사뿐사뿐 걷지요 손님의 전송도 멀리까지는 아니하니 발이 대문 기둥을 넘지는 않지요 아내를 얻을 때 이 여자 같은 사람을 얻는다면 제나라 강씨라도 이보다는 못하지요 기개 있는 부인이 집안을 지킨다면 한 사람의 대장부를 능가하지요

其三 <隴西行> 天上何所有?

歷歷種白楡.175)

175) ‘역력(歷歷)’은 또렷한 모양을 말한다. ‘백유(白楡)’는 별자리 이름으로 북두성 옆에 있다.

61


桂樹夾道生,176)

靑龍177)對道隅.

鳳凰鳴啾啾,178)

一母將九雛.179)

顧視世間人,180)

爲樂甚獨殊.181)

好婦出迎客,

顔色正敷愉182).

伸腰再拜跪,

問客平安不.

請客北堂上,

坐客氈氍毹.183)

淸白各異樽,

酒上正華疏.184)

酌酒持與客,

客言主人持.

176) ‘계수(桂樹)’는 별자리 이름이며 ‘도(道)’는 황도(黃道)를 가리킨다. 177) 청룡(靑龍): 별자리 이름으로, 황도 부근 동방에 위치한 일곱 개 별자리 의 총칭이다. 178) ‘봉황(鳳凰)’ 역시 별자리 이름으로 순화성(鶉火星), 즉 남방의 주조칠수 (朱鳥七宿)를 말한다. ‘추추(啾啾)’는 새가 우는 소리다. 179) ‘장(將)’은 ‘거느리다’라는 뜻으로, 이 구는 실제로 봉황이 새끼를 거느린 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고, 또 순화성에 속한 별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다. 첫 구부터 여기까지는 모두 천문 현상, 그중에서도 별자리에 관해 노래한 것인데, 별자리 이름의 글자가 갖는 본래 의미를 살려 일반적인 자연 현상을 노래한 중의적 수법을 쓰고 있다. 180) ‘세간인(世間人)’은 작품 속의 여주인공인 ‘호부(好婦)’를 가리킨다. 이 하 두 구는 주인공의 취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손님을 잘 접대하 는 데 있음을 의미한다. 181) ≪고이(考異)≫는 이 구까지에 대해, 입악(入樂) 과정에서 악조는 길고 가사가 짧기 때문에 다른 작품의 가사를 덧붙인 것이라고 했다. 182) 부유(敷愉): ‘부유(敷蕍)’와 같다. 꽃이 핀 모양을 뜻한다. 일설에는 ‘부유 (怤愉)’와 같은 뜻인 화기애애한 모습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183) ‘좌객(坐客)’은 ‘손님을 앉히다’라는 뜻이고 ‘전구유(氈氍毹)’는 모직 담 요를 이른다. 184) ‘화소(華疏)’는 자루에 꽃무늬를 새긴 국자를 말하고 ‘정(正)’은 ‘바르게 진열해 두다’라는 의미다.

62


卻略185)再拜跪,

然後持一杯.

談笑未及竟,

左顧勅186)中廚.

促令辦麤飯,187)

愼莫使稽留188).

廢禮送客出,

盈盈府中趨.189)

送客亦不遠,

足不過門樞190).

取婦得如此,

齊姜191)亦不如.

健婦192)持門戶,

勝一大丈夫.

해제

이 작품은 ≪악부시집≫에 ‘상화가사(相和歌辭) 슬조곡(瑟調

185) 각략(卻略): ‘약각(略卻)’과 같다. ‘조금[略] 뒤로 물러나다[卻]’라는 뜻이다. 186) 칙(勅): 타이르다. 명령하다. 187) ‘판(辦)’은 ‘갖추다’라는 뜻이고 ‘추반(麤飯)’은 거친 밥을 말한다. ‘추(麤)’ 는 어떤 책에는 ‘조(粗)’ 자로 되어 있다. 188) 계류(稽留): 오래 머물다. 189) 앞의 <일출동남우행>의 끝부분 두 구 ‘영영공부보(盈盈公府步)’, ‘염 염부중추(冉冉府中趨)’를 참조할 것. 여기서 ‘영영(盈盈)’은 경망스럽지 않게 걷는 모양을 말하고 ‘부중추(府中趨)’는 여관 객사 안에서 잰걸음으 로 오고 가는 것을 말한다. 190) 문추(門樞): 대문짝을 붙이는 지도리. 여기에서는 대문 그 자체를 의미 한다. 191) 제강(齊姜): 본래 춘추 시대 제나라의 강씨 성의 딸을 말하는데, 주로 신 분이 고귀하며 아름답고 참한 여자를 대신하는 말로 쓰였다. ≪시경≫ <진풍(陣風)> <형문(衡門)>에 “장차 아내를 얻는다 해도, 어찌 반 드시 제나라 강씨의 딸이겠는가(豈其取妻, 必齊之姜)”라고 했다. 192) 건부(健婦): 총명하고 재능이 있는 여자. 앞부분의 ‘호부’와 함께 당시 이 상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자, 이 작품의 중심 어휘다.

63


曲)’으로 분류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민간의 정서를 반

영한 민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만으로 보아, 제가들이 대동소이하게 ‘미덕을 지닌 귀부인이 손님을 잘 접대하는 것을 칭송하는 것’이라고 했다. ‘농서’는 전국 시대 진(秦)의 군명(郡 名)으로 한대까지 이어진 지명이다. 현재의 간쑤성(甘肅省) 일

대에 해당하며 서역으로 통하는 요충지였다. ≪한서≫ <예문 지>에 기록된 민간 악부 중 ‘연·대 지방의 민요와 안문·운 중·농서의 가시 9편(燕代謳, 雁門雲中隴西歌詩九篇)’이란 제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농서 지방에 유행하던 민가가 따 로 있었으며, 그것이 곧 이 작품 <농서행>일 가능성이 크다. <농서행>은 <보출하문행(步出夏門行)>이라고도 하는데, 곽무천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보출하문행>이라고도 한다. ≪악부해제≫에서는 “고사에 이르기를 ‘하늘 위엔 무엇이 있는가, 또렷또렷 백유나무 심어져 있네’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여인에게 아름다운 용모가 있으며, 능히 집안의 손님 접대를 맡을 수 있음을 말했고, 다음에는 음식을 잘 주관함을 말했고, 마지막으로 손님맞이와 전송에 예의가 있음을 말했다. 이 작품은 여러 문집에 출현하지만 ≪송서≫ <악지> 에는 들어 있지 않다. 양 간문제의 ‘농서는 사방이 전쟁 터로’라는 작품은 단지 출정의 고통과 미인의 원망과 그 리움만을 말했을 뿐이다”라고 했다(一曰步出夏門行. 樂府解題曰, “古辭云, ‘天上何所有, 歷歷種白楡’, 始言

64


婦有容色, 能應門承賓, 次言善於主饋, 終言送迎有禮. 此篇出諸集, 不入樂志. 若梁簡文‘隴西四戰地’, 但言辛 苦征戰, 佳人怨思而已”).

≪악부시집≫에는 이러한 해제와 함께, 위 작품을 필두로 진 육 기, 송 사영운과 사혜련(謝惠連), 양 간문제와 유견오(庾見吾), 당 왕유와 경위(耿湋), 장손좌보(長孫左輔)의 작품을 차례대로 수록하고, 이어서 고사(古辭) <보출하문행>과 같은 제목의 위 무제와 명제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제목의 작품들은 한 갈래의 음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작품들의 내용적 특징은 주로 출정한 병사 또는 나그네의 정감을 변경의 각종 경물 묘사를 통해 서술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음악의 내 용적 특징은 묘사의 주 대상이 결코 여성이 아니라, 농서 지방과 같은 변경을 오가는 나그네 또는 병사인 것이다. 이러한 내용적 특징을 통해 이 작품을 읽는다면, 비록 묘사의 대상이 한 사람의 ‘호부’·‘건부’지만, 작품 시점은 바로 당시 그 지역을 지나던 ‘나 그네(客)’의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손님은 보통 집안에 찾아 오는 손님이 아니라, 식사와 잠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길 가는 나그네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묘사된 여인의 신분 또한 보통 집안의 아내가 아닌 여관·객주를 운영하던 여 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여관이 국가에서 운영하던 역참이었든 아니면 상업성을 띤 사설 여관이었든 간에 분명한 것은 진한 시기에 이미 그러한 여관의 존재가 각 지역으로 통하 는 대로변에 있었다는 사실과 그 지역이 서역으로 통하는 요충

65


지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추론은 한층 설득력을 갖 게 된다. 구체적 내용에서 처음 여섯 구는 천문을 말하는 것으로, 작품의 전체 내용과 잘 연결되지 않으며, 그중 네 구는 <보출하문행> 의 마지막 네 구와 두 글자[도우(道隅)↔복부(伏趺)]만 다를 뿐 똑같기 때문에, 혹자는 앞 네 구를 전체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 는 악부의 정곡(正曲) 앞부분인 ‘염(豔)’[정곡의 뒷부분은 ‘추 (趨)’]에 해당한다고 하거나, 이와 같은 견해에서 더 나아가 다 음의 ‘호부출영객’구 앞부분을 경계로 두 작품이 합성되어 한 작 품이 된 경우라고 하기도 한다. 또 근래에는 이 부분 역시 작품 의 내용과 유리될 수 없는 부분으로 뒤에 나오는 여인의 형상을 효과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사물로 인해 감흥을 일으키는(因物 起興)’ ‘비흥(比興)’ 수법이라고도 한다.

4. 사랑 노래 (12) 훨훨 나는 집 앞의 제비 겨울 동안 숨었다가 여름 되니 나타나네 형제 두세 사람 타향을 떠돈다네 헌 옷은 그 누가 꿰매 주며 새 옷은 그 누가 기워 주겠는가

66


다행히 어진 주인 만났으니 옷을 맡아서 나를 위해 꿰매 주네 남편이 대문으로 들어오다가 삐딱하게 서북쪽을 바라보네 이 양반아 그렇게 흘겨보지 마시게 물이 맑으면 돌은 저절로 드러나 보이게 마련 보이는 돌 저렇게도 다닥다닥하지만 먼 길 떠난 이에겐 고향에 돌아감만 못하다네

其四 <豔歌行>193) 翩翩堂前燕,

冬藏夏來見.

兄弟兩三人,

流蕩在他縣.

故衣誰當補,

新衣誰當綻194).

賴得賢主人,

覽取爲吾綻.195)

夫壻從門來,

斜柯196)西北眄.

193) ≪악부해제≫에 따르면, “고사에서 ‘훨훨 나는 집 앞의 제비, 겨울엔 숨 었다가 여름이면 나타나네’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제비조차도 겨울 되 면 숨었다가 여름 되면 오는데, 형제들은 오히려 타향을 유랑한다. 여주 인이 그들을 위해 옷을 꿰매 주니, 그 남편이 보고서 의심했다는 내용이 다(古辭云, ‘翩翩堂前燕, 冬藏夏來見.’ 言燕尙冬藏夏來, 兄弟反流宕 他縣. 主婦爲綻衣服, 其夫見而疑之也)”라고 했다.

194) 탄(綻): 솔기가 터지다. 여기에서는 ‘터진 곳을 깁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195) ‘남(覽)’은 ‘받아들이다’라는 뜻으로 ‘남취(覽取)’는 ‘(해진 옷을) 받아서’ 가 된다. 196) 사가(斜柯): 몸을 비스듬히 하다. 여기에서는 부사로 쓰였으며, 당시의

67


語卿且勿眄,

水淸石自見.

石見何纍纍197),

遠行不如歸.

해제

이 작품은 타향을 떠도는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다행히 인심 좋은 여주인이 해진 옷을 꿰매 주 는데, 바로 그때 외출했던 여주인의 남편이 집에 들어오다가 그 걸 보고 오해하게 되어, 해명을 통해 오해는 명확히 풀렸지만 고 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간절해짐을 노래하고 있다.

관용어로 보기도 한다. 어떤 책에는 ‘사의(斜倚)’로 되어 있다. 197) 유루(纍纍): 연속된 모양. 또는 겹겹이 쌓인 모양.

68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