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전영택 단편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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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一 첫겨울 치운 밤은 고요히 깁허간다. 뒤ᄉ들 창 밧갓헤 지내 가는 사람 소리도 어지고 잇다금 찬바람 부는 소리가 휘 −ᆨ 우수수 하고 밧갓의 칩고 쓸쓸한 것을 알니면서 사람 을 위협하는 듯하다. “만−쥬노 호야 호오야.” 길게, 그리고도 힘업시 웨치는 소리가 보지 안어도 치워 서 숙으리고 웅크리고 가는 듯한 사람이 몹시 처량하고 가 엽서 보인다. 어린애들은 모두 잠들고, 학교 댄기는 아이들 은 눈에 조름이 잔득 몰녀서 입으로만 소리를 내여 글을 닑 는다. 나는 누어서 손만 내노아 신문을 들고 소설을 보고, 안해는 리불을 들쓰고 어린애 저고리를 짓고 잇다. “누가 우−나.” 일하든 안해가 말하엿다. “아니야요, 그 절늠발이가 지나가면서 무슨 소리를 짓거 리면서 가나보아요.” 공부하는 애가 말한다. 우리들은 잠시 그 소리를 들으랴고 귀를 기우렷스나 다시 각각 그 하든 일 을 계속하야 다시 주의도 하지 아니하엿다. 그리다가 우리 는 모두 잠이 들어버렷다. 나는 자다가 결가치 ‘으으으 으으으’ 하는 소리를 들엇 다. 잠간 잠이 반 엿스나 다시 잠들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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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랴고 하다가  작 놀나서 엿다. 그리고 안해 의게 물엇다. “저게 누가 울지 안소?” “아범이구려.” 나는 벌ᄉ덕 니러나서 귀를 기우렷다. 과연 아범의 우는 소리다. 행랑에 잇는 아범의 우는 소리다. ‘엇지하야 우는가, 사나희가 엇지하야 우는가. 자긔 시골 서 무슨 슬픈 상사의 긔별을 밧앗나 무슨 원통한 일을 당하 엿나?’ 나는 생각하엿다. ‘어이 어이’ 늣겨 우는 소리를 들으 면서 안해의게 무렷다. “아범이 웨 울.” “글세요 웨 울요.”

二 아범은 금년 구월에 그 안해와 어린 계집애들을 더리고 우 리 집 행낭방에 들엇다. 나희는 한 설흔 살 먹어 보이고 머 리에 상투가 그냥 달나붓터 잇고 키가 늘신하고 얼골은 길 음하고 누루퉁퉁하고 눈은 좀 큰데 사람이 퍽 순하고 착해 보엿다. 쥬인을 보면 어느 든지, 그 방에서 고달푼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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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가도 얼는 니러나서 허리를 굽혀 절하엿다. 나는 그것이 너머 미안해서 그러지 말나고 닐늘냐고 하면서 늘 그냥 지내엿다. 그 안해는 키가 자그마하고 몸이 하고 니마가 좁고 항상 입을 다물고 아모 말이 업다. 적은 돈은 회게할 줄을 알어도 ‘원’이나 ‘백 량’ 넘는 돈은 회게할 줄을 모른다. 그리 고 어멈은 날 회게할 줄을 모른다. 그러기에 저 나은 아이들 의 생일을 아범이 그 젼날 내일이 생일이라고 닐너주지 아 느면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속일 줄은 모르고 무슨 일 이던지 하라는 대로 하기는 하나 얼는 대답을 시언이 하지 아니하고 물물 오래 하는 것이 흠이다. 그래도 아참에 는 일즉이 니러나서 기름을 발나 머리를 곱게 빗고 간 댕 기를 드려 을 고 나온다. 그들의게는 지금 닙고 잇는 단벌 홋옷과 조고만 남비 하 나밧게 아모것도 업다. 세간도 업고 물론 닙을 옷도 업고, 덥흘 니부자리도 업고 밥 담아 먹을 그릇도 업고 밥 먹을 숫 가락 한 개가 업다. 잇는 것이라고는 보기 실케 생긴 들과 쟈근애를 업은 홋누덕이와 , 아범이 버리하는 지게가 하 나 ― 이것이다. 밥은 위선 주인집에서 내여간 사발과 숫 가락으로 먹고, 물은 역시 주인집 어린애가 먹고 뷔인 ‘가루 우유통’을 갓다가 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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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먹은 큰 게집애는 몸이 좀 하고 얼골은 컴컴 한데 니마는 어미 달마서 좁고 볼은 애비 달머서 축 느러젓 다. 그리고 닐느는 말은 하나도 듯는 법이 업다. 그 어미가 아모리 욕하고 리고 하야도 볼만 부어서 닥업다. 도로 혀 어미를 욕한다.  서서 어미보고 눈을 부르대고 “죠  정이가 왜 야단이야” 하고 욕을 한다. 먹을 것이 생기면 자 식 먹이고 남편 대접하고 자긔는 늘 굼는 어미가 헛입 노릇 이라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저 망할 게집년이 무얼 혼자만 처먹어?” 하고 욕을 한다. 다만 자긔 어미나 아비의 말을 아 니 드를  아니라 ‘주인마누라’나 ‘주인 나리’가 무슨 말을 닐너도 아니 듯는다. 먼 데 잇는 것을 갓가히 오게 하라면 손소 붓들너 와야 하고, 갓가히 잇는 것을 빗기게 하랴면 붓 들어다 치워야 한다. 다음에 적은 계집애는 돌을 지나 세 살 먹은 것인데 눈이 커다랏코 입술이 죽 나오고 거름은 겨우 둘둘 것는 다. 그러나 여태 말도 도모지 못하고 새벽부터 하로 종일 빗 들어 매여 녀가는 도야지 소리 갓흔 크고 흉한 소리를 내 여 울어서 해를 보낸다. 울지 안는 라고는 먹는 와 자는 이다. 그러나 먹기는 썩 잘 먹는다. 먹을 것이라고 눈압 헤 보이기만 하면 죄다 아서다가 두 다리 사이에 넛코 다 리와 팔노 웅크리고 ‘웅웅’ 소리를 내면서 혼자서 먹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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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케 심술 사나운 큰 계집애도 다 앗기고 졸연해서 어덕 먹지 못한다. 이러키 문에 적은 것은 늘 그 어미 뒷잔등에 업혀 잇다. 만일 내려노아 버려두면 그냥 바닭에 버슨 몸 으로 두 다리를 턱 내버치고 묵겨 가는 도야지 소리를 동내 가 요란하도록 냅다 지른다. 그래서 어멈은 밤낫 적은 것을 업고 큰 것과 싸홈을 하면 서 어더먹지는 못하고 물 깃고 걸네 치고 네하고 서서 도 라간다. 그러면서 적은 것의게는 젓을 먹이고 큰 것의 욕을 먹고 셩화밧고 밤에는 사나희게 ‘웅얼웅얼’ 하는 잣말1)을 듯는다. 밥 지을 쌀도 업는데 밥 안 짓는다고 욕을 한다. 그 리고 아범은 밝기도 젼에 지개를 지고 나갓다가 밤이 어두 어서 드러오지만 하로에 두 니를 못 려 먹고, 대개는 버 리가 업서서 새벽에 나갓다가도 오졍 나 되면 일즉 드러 온다. 드러와서는 흔이 잔다. 이런 는 왼죵일 그 이튼날 아참까지 굶는다. 그마다 말 업든 어멈이 ‘옹얼옹얼’ 바가 지 긁는 소리가 들닌다. 어멈이 그 애들 문에 그러케 애쓰고 그들의 살님이 그 러케 어려운 것을 보고, 나는 잇다금 이러케 생각하엿다. 안 해의게 말도 한다.

1) 잣말: 잔말.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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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들을 누구를 주기나 하지.” 우에 말한 것은 아범과 그 식구의 대강한 졍형이다. 그러 나 밤중에 그러케 설ᄉ게 운 닭은 무엇인가.

三 그 이튼날 아참이다. 마침 일요일이기 문에 내게는 한가 한 틈이 잇서서 어멈의게서 그 내용을 들을 긔회가 잇섯다. “지난밤에 아범이 웨 그러케 울엇나” 하는 안해의 말에 어멈의 대답은 대강 이러하엿다. “어멈이 늘 쌀을 팔려 댄겨서 저 뒤의 쌀가개 마누라를 알지오. 그 마누라가 퍽 고맙게 굴어서 잇다금 안저서 니애 기도 햇서요. 로 ‘그 애들을 더리고 엇더케나 지내나’ 하 고 무러요. 그럴 적마다 ‘죽지 못해서 삽지요’ 하고 아모 말 도 아니 햇서요. 그랫는데 한번은 가닛가, 큰애를 누구를 주면 엇더냐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더리고 잇다가 먹이면 먹이고 죽이면 죽이고 하지 제 색기를 엇덕케 남을 줍닛가? 그려고 원악 못 생기고 아모 철이 업서서 에미 애비나 길르다가? 죽이드래 도 남은 못 주어요. 남이 가저갈 게이 못 됨니다. 그것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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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가시는 댁에서는 길너 무엇 함닛가, 도야지면 잡아나 먹 지요’ 하고 저는 줄 생각도 아니 햇서요. 그래도 그 마누라는 ‘어린것이 다 그러치 엇던가. 어서 조흔 댁에서 달나니 보내게, 잘 길너서 시집보내 주신다네, 그려고 여태 졀문이들이 버러먹고 살어야지. 애들을 다 더 리고 잇다가는 인제 차차 날도 치워오는데 모두 한번에 굴머 죽지 말고’ 하시면서 여러 말노 대−구 권하셔요. 말을 드르닛가 그랫스면 조흘 듯도 하기에 ‘그럼 저이 아 범보고 말을 해보지요’ 햇지오. 그랫더니 그 마누라가 붓석 달녀붓허서 ‘내일 그 댁 마누라가 우리 집으로 오실 터이니 기 애를 더리고 오게’ 하서요. 해서 저는 ‘글세요’ 하고 도라 왓지오, 도라와서 그날 밤에, 그제 밤이올시다. 그제 밤이 아니라 어제 아참이올시다, 요새 저는 정신이 하나 업서요. 그래 밤 에는 드러와서 반찬 업다고 밥도 안 먹고 곤해서 쓰러저 자 길내 그런 말을 못하고 어제 아참에야 그 니야기를 햇지오. 그랫더니 ‘내가 아나, 님자 맘대로 하게그려’ 그려고 니러서 지개를 지고 나가버리겟지오. 그리고는 저 혼자서 온종일 요리저리 생각을 해보앗지 오. 아모러나 제 자식을 남을 주구 십지는 안치만 엇더케 함 닛가. 아씨 아시듯키 이제 색가  하나 생김니다그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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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어려운데 엇더케 둘식 셋식 길름닛가. 그래서 참아 발길 이 안 나가는 것을 오정 가 되여서 더리고 갓지오. 짐생 가튼 게집애는 아모것도 모르고 라 나가요. 압서 가는 것 을 뒤로 보면서 생각을 하닛가 엇재 마음이 안되엿서요” 하 면서 어멈은 울먹울먹한다. 눈물이 핑 돈다. “그런 것을 더리고 갓더니 참말 웬 알지도 못하는 마누라 님이 안저 게서요. 그 마누라가 이걸 호이라 군밤이라 감 이라 먹을 것을 사다주면서 ‘나하고 우리 집에 가 살자. 입 분 옷도 해주고 맛나는 밤도 먹고 좃치. 나하고 가자 가자’ 하시닛가 이것은 먹기에 밋처서 대답도 아니하고 안젓서 요.” 이 말을 드를 에 나는 그 계집애가 우리 마루 헤 서 서 우리 집 어린애가 감 먹는 것을 바라보다가, 내버린 감 지를, 나를 처다보면서 집어가지고 나가는 것이 생각낫다. 어멈은 다시 니야기를 니어 ― “그래 졔가 엇져나 볼냐고 ‘그럼 너 져 마님 라가 살년? 나는 집에 갈 테이니’ 햇더니 져는 본 체 만 체 하고 머리를 덕덕해요. 그래도 미심해서 ‘정말 갈 테야. 가서 울지 안을 테냐’ 하닛가 저를 한 번 힐 노려보더니 ‘그래 걱정 말고 가어’ 하겟지오. 하도 어이가 업서셔 내버리고 집으로 도라왓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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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 그리고 도라와서 가만히 생각하닛가, 아범이  무어라고 하는지 몰나 엇재 안되엿서요. 그래 밧비 아범이 일하러 댄기는 데를 차저갓지오. 한 번 보기나 하랄나고. 염 충교 대리로 남대문 통으로 아모리 차저야 잇서야지오. 몃 시간을 앳써 차자댄기다가 할 수 업시 그 댁으로 도루 갓지 오. 갓더니 게집애도 그 마누라도 벌서 나가 버렷겟지오. 그 댁 마님 말슴이 저녁 여섯 시 차에 광핸지 광한지로 낫다고 하서요. 가시면서, 보고 십흐면 설 에나 와보고 와 살녀면 농사짓고 살라고 하섯대요. 그래 하는 수가 잇습 닛가. 그냥 도라왓지요. 와서 아모 생각이 업서셔 아범 저녁 지어줄 생각도 안이하고 공연이 밧게 나가서 왓다 갓다 도 라댄기다가 드러왓지오. 저는 엇재 눈물도 안 나요. 그리다가 밤에 아범이 드러왓기에 그 말을 햇더니 아모 말도 아니하고 그러케 통곡을 햇담니다. 저녁도 안 먹고 우 는 거지 가이업기 좁살 한 줌 잇든 것 리고 댁에서 주신 찬 밥 어린것 먹다가 남은 것을 먹으라고 햇더니 그것도 아니 먹고 도라안저서 그러케 울엇담니다. 여복하면 제 자식을 에도 보두 못하는 사람의게 주겟 셔요. 할 수가 업서셔 그러치오. 집에 두고 굶기는 것보다 날ᄉ가해서 그랫지오. 아범이 본래는 저러케는 못살지는 안엇담니다. 저히 아버지 사랏슬 에는 볏백이나 하고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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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뎨가 양쥬 시골서 남부럽지 안케 사랏담니다. 일홈들도 모두 죠치오. 맛형은 ‘쟝자’요 둘재는 ‘거부’요 아범이 셋잰 데 ‘화소분’이람니다. 그린 거시 제가 간 후로부터 시아버님 이 도라가시고, 그리고 맛아달이 죽고 농사 미천인 소 한 머 리를 도적맛고 하더니 차차 못살게 되기를 시작하야 죵래 저러케 거지가 되엿담니다. 지금도 시골 큰댁엘 가면 굼지 나 아니할 거슬 붓그럽다고 져르고 잇지오. 사내 못생긴 건 할 수가 업서요.” 우리는 인졔야 비로소 아범이 어졔 울든 닭을 알엇고 이에 나는 비로소 아범의 일홈이 ‘화소분’인 거슬 알고 양 평 사람인 줄도 아럿다.

四 그런 지 몃츨이 지낸 어느 날 아참이다. 화소분은 새 옷을 닙고 갓을 쓰고 길 날 행장을 차리고 안으로 드러온다. 그거슬 보닛가 지난밤에 안해의게서 들 은 말이 생각난다. 시골 잇는 형 ‘거부’가 일하다가 발을 다 처서 일을 못하고 누어 잇기 문에 갓다가나 흉년인데다가 일을 못해서 모두 굶어 죽을 지경이니 아범을 오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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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아야 하겟다는 말을 듯고 나는 “가보아야겟군” 하닛가 안해는 “김쟝이나 해주고 가야 할 터인데” 하기에 “글세 그 럼 그러케 닐느지” 한 일이 잇섯다. 아범은 에서 허리를 한 번 굽히고 말한다. “나리 당겨오겟습니다. 제 셩이 일하다가 독기로 발을 어서 일을 못하고 누엇다닛가 가보아야겟습니다. 가서 추수나 해주고는 곳 오겟습니다. 거저 나리댁만 밋고 갑니 다.” 나는 엇더케 대답햇스면 조흘지 몰나서 “잘 댄겨오게” 하엿다. 아범은 다시 한 번 절을 하고 “안령히 게십시오” 하면서 도라서 나간다. “저러케 내버리고 가면 엇더캄닛가. 우리도 살기 어려운 데 엇더케 불 주고 먹이고 닙히고 할 테요. 그러케 곳 오 겟소?” 이러케 걱정하는 안해의 말을 듯고 나는 밧비 나가서 화소분을 불너서 “곳 당겨오게. 겨울을 나서는 안 되네” 하엿다. “암 곳 당겨옵지오.” 화소분은 뒤를 도라보고 이러케 대 답을 하고 다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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