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협력의 진화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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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협력의 진화



소통과 협력의 진화 임동욱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소통과 협력의 진화

지은이 임동욱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5년 4월 3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 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6 3층 전화(02) 7474 001, 팩스(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121-869 3rd F, 46 Worldcup north road Mapo-gu, Seoul,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하여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임동욱, 2015 ISBN 979-11-304-3572-5 93300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머리말 소통과 협력의 길을 찾아서

존재란 무엇인가? 존재란 있는 것(有)인가, 없는 것(無)인가? 그리고 존 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존재에 대하여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생각이 없는가? 이런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계속 생각만 할 것인가? 아니면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생 각을 남에게 전달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머릿속에 또는 마음속에 간직 만 하면 되는 것인가? 이를 남에게 전할 필요는 없는가?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손짓, 몸짓 또는 신호나 기호로 할 것인 가? 아니면 언어 등의 다른 소통 수단이 필요한 것인가? 그것도 전화나 편지 등 개인 매체를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다중 매체를 이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의사소통은 무엇이고 언어와 의사소 통의 관계는 무엇일까? 의사소통 수단인 매체는 존재와 인식을 어떻게 연결해 주는 것일까? 언어는 존재와 의식 체계 또는 생각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관계가 있다면 어떤 관계인가? 나는 이런 근원적이고 답하기도 아주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생각을 시작했다. 나라는 존재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하여 그리고 그 존재가 지닌 생각과 인식에 대하여 생각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터 무니없고 쓸데없으면서 아주 복잡하고 곤란한 문제들에 대하여 온갖 잡 다한 생각만을 하였다. 내가 이런 터무니없고 복잡한 생각을 가지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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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2011년 3월 초 내 몸에 알 수 없는 통증이 왔기 때문이다. 내 몸 이라는 존재에 변화가 오면서 그때부터 나는 끊임없이 왜 아플까, 나을 수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생각 등 쓸데없고 부질없지 만 그래도 아니할 수없는 생각을 했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도 최근 들어서다. 나는 이러한 통증과 분노를 남에게 말하거나 제대 로 설명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 지내는 아내마저도 나의 이 통 증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은 나라는 존재와 나 이외의 다른 존재 사이에는 명백하고 분명한 경계와 단절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뿐이다. 처음에는 이 지긋지긋한 나의 통증을 다른 사람(존재)들에게 알리 고 싶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알려야 할까? 나라는 존재와 내 생각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한동안은 나에게 그리 고 남들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내 봤다. 술로 이런 시련과 고통을 잊어버 리려고도 해 봤다. 절에도 다니며 불교 공부를 하고 사찰 순례에 나서기 도 했다. 고통을 없애 준다는 책도 읽어 보며 명상도 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신체적 고통은 사라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달리 생 각을 했다. 나라는 존재(의 고통과 기쁨, 슬픔)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하고 해결해 줄 수도 없다는 생각(인식)을 하게 됐다. 나의 존재 에 관한 문제는 나만이 아닌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 하였다. 그렇다고 나 혼자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소통하기로 했다. 먼저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와 다른 존재 그리고 이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를 어 떻게 인식할까를 생각했다. 다음 존재와 인식을 연결시켜 주는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의사소통의 수단과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 을 해 보았다. 처음에는 신문, 방송, 잡지 등 대중매체라는 소통 수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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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생각하였다. 그러다 의사소통이 무엇인가? 의사소통의 한 수단인 언 어는 무엇인가? 인간들에게 언어는 어떤 의미인가? 언어는 인간의 존재 와 인식에서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언어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시켜 주는 도구인가? 언어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인가? 이러한 잡 다한 생각들을 이제는 생각만이 아닌 글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서 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마르크스와 다윈이 가져다준 혁명적 사고에 따른 유기체적 사고방식과 진화론적 사고를 소통 분야에도 적용하고자 함이다. 학문을 연구함에 있어 내가 무슨 분야를 전공하였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나는 그 사람의 연구 분야를 하나의 학문 분야로 고정시키거나 얽어매는 것은 바람직하 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분류상 편의를 위해 학문을 나누어서 자 연과학, 인문과학, 사회과학이라 부르고 있다. 내 연구 분야가 언론학이 나 소통학이라 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내 관심사나 주제가 어느 특정한 분야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다. 내 경우에는 석사·박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문화제국주의여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에 기초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이제는 하나의 연구 방법이나 접근 방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그렇다 고 내가 정치경제학을 버리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이 책에서 마르크스를 인용할 것이고, 특히 소통의 자본주의적 양식을 설 명할 때는 여전히 정치경제학적인 접근을 고집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써 나갈 때,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적 접근 방법, 마르크스의 문화론적 관점, 다윈의 진화론, 일부 사회생물학자들의 문화 진화의 개념 등도 함 께할 것이다. 존재와 인식 그리고 소통의 문제에 답하기 위하여 나는 존재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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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有無)나 유물론·관념론에 대한 이해에서 이분법적이고 단선적인 사고를 배제하고자 한다. 동양과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은 존재와 인식 을 위해 유물론적 사고나 관념론적 사고로 끊임없이 씨름을 하여 왔으 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고 앞으로도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다. 나는 존재의 유무와 유물론, 관념론 등의 사유 논쟁은 그것이 분 리되거나 단선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소통은 인간이 존재를 인식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연결 고리이고 소통은 인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증진 시키는 쪽으로 발전,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노벨은 생 전에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하여 많은 부를 축적했으나, 곧 그는 다이너 마이트의 용도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는 그가 개발한 다 이너마이트가 인간의 삶을 진전시키기 위하여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많은 존재를 파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구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아주 무서운 무기로 사용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노벨 상을 탄생시켰다. 물론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인류의 평화와 안 녕에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노벨은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나는 소통이 인간의 협력적인 사고와 행위를 하 는 데 있어서-그것도 파괴적 목적이 아니라 평화적 목적을 위해 사용 되는-매개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통이 인류의 평화 적 목적을 위한 협력적 사고와 행위를 위한 수단과 매개체가 되어야 한 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책을 써 나갈 것이다. 마르크스와 다윈은 계몽주의 시대에서 유물론적 사고를 연 위대한 영웅들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파괴적인 면과 인간의 무한한 잠 재력과 해방의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해 인간의 역사를 유물론적으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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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았다. 다윈은 인간이 그 무엇인가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 화한 것이라며 유물론적 사고를 전개해 나갔다. 마르크스는 인류 초기 부터 전개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노동을 통해서 인간 스스로의 역사 를 만들어 간다는 역사유물론을 전개해 나갔다. 다윈은 인간이라는 종 도 자연선택과 사회적 압력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한 것이라는 유물론을 전개해 나갔다. 두 사람 모두 결정론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공통적이다. 마르크스는 경제결정론과 ‘필연의 왕국’이라는 프롤레타리아혁명론 그 리고 유토피아적 사고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다윈은 생물학(유전) 적 결정론 또는 인간 본성의 생물학적 우위론이라는 결정론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과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소통이다. 소통은 존재와 인식을 연 결해 주는 연결 고리다. 우리 인간은 존재와 실재 그리고 자연에 대하여 인식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언어와 상징체계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만들어 냈다. 존재에 대하여 인식을 하고 인간과 인간을 원활하게 연결 하기 위하여 우리 인간은 소통 수단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과 인간을 연 결하고 사회적 생활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인간관계를 원 활히 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협력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다. 혼자 고립되어 살아간다면, 소통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사회적 생활과 협력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다. 우리 인간은 이렇게 자연과 관계하고 존재를 인식하기 위하여 다양 한 소통 수단을 발전시켜 왔다. 초기 인류는 몸짓과 손짓, 발짓, 그리고 다른 기호적 상징을 사용하여 소통을 해 왔다. 그 후 말이 나오고 그림 문자와 문자가 등장하며 소통의 다양화가 이루어진다. 소통은 사회적 협력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생존을 위해 우리 인간은 협력 이 필요했고 협력을 위해서 다양한 소통 수단이 필요했다. 사회적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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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언어 등 소통 수단은 이렇게 함께 진화해 왔다. 초기 인류는 협력과 경쟁을 통하여 인간이라는 종을 보존시켜 왔 다. 인류를 진화론적으로 살펴보면, 육체적으로는 작아지지만 뇌는 상 대적으로 커 가는 ‘가냘프지만 뇌는 큰 인간’으로 진화를 거듭해 나간다. 진화상의 선택인 큰 뇌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지적인 능력, 사고 능력 등이 이미 도태되어 사라진 네안데르탈인 등 건장한 인간형이나 유인원보다도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다. 큰 뇌를 가지고 우리는 더 생각 하고, 소통하며, 협력하고 경쟁을 한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사회적이고 지적, 도덕적인 동물이 되어 갔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함께한다는 것이 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경쟁과 배신은 일상의 일이지 만 협력 없이는 사회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소통은 인간의 협력과 이타심에서 아주 중요하다.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 물이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고, 소문과 평판,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개별적으로 살아간다면, 소문이나 평판에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집단생활이나 사회적 생활을 하게 되면 소문이나 평판,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소통의 수단이 다양해지고 사회적 매 체(social media)까지 등장한 요즘에는 소통이 협력의 증진에 도움이 되지만 방해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매체는 신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매체로서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기존의 매체가 송신자 중심의 일방적 소통을 하였다면, 사회적 매체는 관계망의 형성을 하며 상호의존적인 소통을 한다. 사회적 매체가 그동안 소통 과정에서 소외 되었거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을 소통의 장이나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회적 매체가 협력을 증진시켜 바람직한 공론의 장으로 기여할 수도 있지만, 협력을 저해하거나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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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사회적 매체를 긍정적인 협력의 장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 책을 멋진 책으로 만들어주신 커뮤니케이션북스 편집부를 비롯 한 다른 부서의 일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2015년 3월 19일 진월동 연구실에서 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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