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과 탈근대적 주체_맛보기

Page 1

포스트휴먼과 탈근대적 주체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 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주 제를 10개 항목으로 묶어서 달걀 꾸러미처럼 엮었습니다. 사회의 변 화를 빠르게 알기 원하는 대중과 시대에 앞선 지식을 단시간에 알고 자 하는 연구자, 실무자,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편집자 일러두기 ∙ 이 책은 ≪인문콘텐츠≫(2009)에 발표한 저자의 “포스트휴먼과 탈 근대적 주체에 관한 연구” 논문을 기초로 삼았습니다. ∙ 외래어 표기는 현행 한글어문규정의 외래어표기법을 따랐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포스트휴먼과 탈근대적 주체 마정미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포스트휴먼과 탈근대적 주체

지은이 마정미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4년 4월 1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eeel.net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마정미, 2014 ISBN 979-11-304-0173-7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포스트휴먼과 주체-기관 없는 신체와 사이보그

“이 미래의 인간은 이제까지 군림하던 이상으로부터 우리 를 구원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이상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즉 커다란 구역질, 허무에의 의지, 허무주의로부 터도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다. 여기에 울려 오는 정오의 커 다란 경의의 종소리는 다시금 의지를 자유롭게 하며 대지에 는 그 목표를, 인간에게는 그의 희망을 되돌려 줄 것이다. 이 반그리스도자, 반허무주의자, 이 신과 허무의 초극자- 그는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다.” -니체(Nietzsche), 󰡔도덕의 계보학󰡕, 1887/1997. p.104.

신인류의 등장 포스트휴먼 담론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정보기술, 인지과학, 나노기술, 바이오공학의 발 달로 기술이 인간의 몸속에 삽입되거나 생활에 밀착돼 인 간과 기계의 경계가 해체되는 시대다. ‘신인류’로 불리는 포스트휴먼은 기계, 기술과 융합된 인간을 가리킨다. 다 이치(Jeffrey Deitch)는 몸의 분리와 재조립으로 자아의

v


해체와 재구성을 거듭하는 포스트휴먼, ‘과거, 현재, 미래 의 공존’을 통해 단선적 시간 개념을 초월하는 포스트휴 먼,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순종성 (purity)을 혼종성(hybridity)으로 대체하는 포스트휴먼을 제시했다(Deitch, 1992). 포스트휴먼의 특성은 사이보그 이미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사이보그는 인공지능을 지 닌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한 이미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 라 복제 인간이나 동물 장기와 결합된 인간처럼 과학기술 에 의해 인간 주체 개념의 이항 논리를 해체하고 인간 중 심적 위계구조를 해체하는 모든 유기체 혹은 인간 이미지 를 포함한다.

이원론적 인간론의 종말 기계 인간, 죽지 않는 인간은 고전적인 인간이나 근대적 주 체의 개념과 차원을 달리한다. 자아, 주체, 정체성 등의 이 름으로 인간을 사유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의 산물이었다. 데카르트(Descartes), 모어(More), 에라스무스(Erasmus), 몽테뉴(Montaigne) 등에 의해 형성된 인간의 이미지는 이 제 종말을 고하고 근대적 주체는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기술과학의 변성작용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자연의 속 박을 넘어서는 몸의 변화, 포스트휴먼의 전망은 주체의 해

vi


체를 선언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중첩된다. 포스트휴먼, 사이보그 몸은 끊임없이 수정, 개조, 설정되는 몸으로 개 인과 각 사회 계급의 문화자본으로서 존재하며 사회구조 를 체현해 내는 확정 불가능한 몸이라는 복수 정체성을 갖 는 몸이다. 사이보그 담론과 사이버네틱스 패러다임은 인 간 주체의 자유로움과 동시에 반인간적이고 기계적 주체 의 유형을 예견하게 한다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탈근대적인 주체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포스트휴먼의 정체성 인간과 포스트휴먼은 다양한 형태의 기술과 문화 및 육화 로부터 비롯된 독특한 역사적 구성물이다. 인간이 자유주 의적 휴머니즘 전통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포스트휴먼은 개인주의보다 컴퓨터화와 네트워크의 발달이 존재의 바 탕이 되는 기계들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휴먼이 보여 주는 인간의 정체성은 몸으로 체현 된 구성체라기보다는 정보 패턴과 흐름이다. 이러한 급진 적 인간관에 대하여 헤일즈(Hales)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 한다. 그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에 대해 급진적 주장을 펼 치는 인공지능 주창자들이 유기체의 생물학적 토대를 고

vii


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개념적 구성 요소가 인간의 신체를 기술적으로 확장한 것과 동시에 소프트웨 어적인 내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신체 가 지니는 중요성도 여전히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런 점에서 가상현실 혹은 가상성이라는 부분은 포스트휴 먼에서 주장하는 인간의 범주와 기존 기술과 관련된 논의 들에서 기술과 대칭되는 하나의 축으로 파악되던 인간이 라는 범주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단초라 고 할 수 있다.

휴머니즘 전통에 대한 극복 사실 포스트휴먼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이십여 년 전에 핫산(Ihab Hassan, 1997 재인용)은 “현재 포스트 휴머니즘은 의심스러운 신조어, 최신의 슬로건, 또는 단 순히 인간의 또 하나의 자기혐오 이미지로 다양하게 나타 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휴머니즘은 또한 우리 문화의 잠재에 대한 암시이자, 단지 한때의 유행 이상이 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경향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500년 간의 휴머니즘이 끝에 이르고 휴머니즘 스스로 우리가 어 쩔 도리 없이 포스트휴머니즘이라고 불러야 하는 어떤 것 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

viii


했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 중심주의적 사유의 한계를 벗 어나지 못하는 기존 휴머니즘 전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 도 중 하나다.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을 소홀히 다루 었던 포스트모더니즘과 달리 포스트휴머니즘은 오늘날 과학 시대의 성과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인문학적 담론 에 끌어들이고 있다.

트랜스 휴먼과의 차이 한편 포스트휴먼과 비슷한 용어인 ‘트랜스휴먼’은 그 과 도기적 존재를 뜻한다. 한마디로 트랜스휴먼은 정보기 술, 바이오공학, 나노공학과 같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신 체의 결함을 극복하고 신체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존재다 (Rutsky, 1999). 필벡(Thomas D. Philbeck)과 같은 몇몇 학자들은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을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핵심적 차이는 이것이 자아와 세계 사 이의 근본적인 이원론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서 찾을 수 있 다고 주장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계몽주의 휴머니즘과 그것의 본래적인 이원론을 대체하는 인간의 구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반면 트랜스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의 이원론을 전용하여 슈퍼휴

ix


먼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휴머니즘적 특성을 확대시키려고 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이러한 확장을 기술이라는 힘 의 도움을 받아 달성하고자 한다(필벡, 2013)는 것이다.

새로운 주체에 대한 성찰 어쨌든 포스트휴먼이 주체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 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우리 인문학계에서 도 포스트휴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삶과 죽 음,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미래에 새로운 존 재론, 가치관, 윤리관 정립을 위해 인문학이 나서야 한다 는 자각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과학과 인문학의 구분이 무 너지고 아울러 물질적인 것(육체)과 비물질적인 것(정 신)의 구별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범주로 보이는 인간과 고도 기술 사이의 융합이 빚어내는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다(김상구·전 봉철, 2002). 포스트휴먼 담론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포스트휴먼 담론은 고도 기술 앞에서 무기력해져 가는 전통적 인간의 위험스러운 모습을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체는 하나의 구성물이 라는 탈근대적 인식틀을 과학적 담론으로 재구성함으로 써 새로운 인간 주체의 양상을 조명하는 것이다.

x


탈근대적 주체에 대한 가능성 이 글은 포스트휴먼 담론의 근간이 되는 인간과 주체의 정체성 문제, 사이보그로 대표되는 포스트휴먼 신체의 기 계이미지와 변형, 그리고 사이보그 이미지의 새로운 신체 개념을 들뢰즈(Deleuze)의 ‘기관 없는 신체(corps sans organe)’ 이론과 연결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들뢰즈의 이 론은 후기구조주의의 많은 학자들이 해체한 주체 개념, 출 구 없는 주체개념에 하나의 해방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소통과 탈주, 새로운 신체 개념을 제 시한 들뢰즈의 이론은 많은 사이보그 이론가들에게 차용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연결 고리와 차이점을 살펴보 고 진지한 고찰을 요구하는 인간 주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술이 인간을 변형시키고 융합하며 인간과 기계 사이 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인간과 기술의 융합으로 나타나 는 새로운 인간과 탈경계 현상 속에서 인간의 존재론은 어 떤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어떤 문제들을 양산하는가? 이 책의 목적은 그 연결 지점과 간극을 살펴보고 탈근대적 주체로서 포스트휴먼의 의미를 고찰해 보고자 하는 데에 있다.

xi


경계를 넘어 또 다른 경계를 만나다 포스트휴먼 담론은 탈근대적 주체로서 함의를 가지고 있 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한계점과 모순을 안고 있다. 포스 트휴먼 시대에는 자아의 경계, 신체의 경계, 나의 사고와 행위의 경계, 윤리적 책임의 경계, 자아정체성, 개인성의 문제, 자아 내부와 외부의 경계, 주관성과 객관성 및 내면 성과 공공성의 경계와 탈경계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김선 희, 2009). 예컨대 경계를 무너뜨린 탈경계의 결과물은 역 설적으로 새로운 경계들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소외현상 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격차를 비롯하여 기 술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계층 간, 세대 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포스트휴먼 담론은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고 임석원(2013)은 주장한다. 첫째 유형 은 포스트휴먼적 미래에 대해 암울한 비전을 제시하며 경 고하거나, 기술 유토피아가 간과하기 쉬운 사회적, 윤리 적 가치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이 입장을 ‘부정적 포스트 휴머니즘’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둘째 유형은 포스트휴먼적 미래를 기술결정론적인 관점에서 낙관적으로 또는 불가 피한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기술 우호적인 포스트휴 머니스들은 생명 진화와 기술 진화가 하나의 동일한 패턴

xii


을 따르는 연속선상에서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허약한 인 간 육체를 더 나은 기계로 대체하는 것을 환영한다. 셋째 유형은 기존 휴머니즘의 한계를 비판하려는 의도에 좀 더 충실하고자 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기술에 대한 공포와 의심 때문에 과학기술의 성과를 거부하는 디스토피아적 입장과, 기술 우호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인류 의 미래를 맡기는 유토피아적 입장 모두에 비판적으로 접 근한다.

포스트휴먼과 관계된 개념들 이 책에서는 포스트휴먼 담론을 둘러싼 이론들, 그리고 인 접한 개념들을 총서의 기획에 맞게 개별 아이템으로 소화 하고자 했다. 각 장들은 독립적이지만, 모두 연결되는 내 용들이다. 우선 첫 장은 포스트휴먼의 개념 정의와 주요 저술, 논의 들을 소개하고, 2장은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 를 중심으로 인간의 확장과 기술의 문제를 다루었다. 3장 은 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먼에 겹치기도 하고 때로 차이 를 보이기도 하는 사이보그의 기원을 다루었고 4장은 사이 보그가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결되는지를 고찰하였다. 5장 은 포스트휴먼 혹은 사이보그의 원형을 보여 주는 소설

xiii


󰡔프랑켄슈타인󰡕을 중심으로 기계 인간의 정체성과 고뇌를 다루었고, 6장은 사이보그의 그로테스크한 미학을 프로이 트의 ‘낯선 두려움(uncanny)’과 크리스테바의 ‘비체(abject)’ 개념으로 살펴보았다. 7장은 전위적인 포스트휴먼상을 보 여 주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통해 생명체의 정의와 인간성을 다루었다. 이는 8장에 등장하는 들뢰즈의 ‘기관 없는 신체’의 포스트휴먼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하 나의 메타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들뢰즈의 ‘기관 없는 신 체’ 개념을 다룬 8장에 이어 9장은 들뢰즈의 주요 개념인 ‘무엇 되기’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탈주와 탈영토화가 탈근대적 주체에 어떤 함의와 가능성을 보여 주는가를 살 펴보고자 했다. 마지막 10장은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잔존하는 포스트휴먼의 그늘, 부정적 측면을 성 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그간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이론의 진전도 상당히 이루 어졌지만 다른 연구 분야를 기웃거리느라 그 논의들을 충 분히 소화하고 숙성시키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지만, 일 단의 작업을 매듭짓는 중간 마무리도 필요한 시점인 듯하 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어설픈 마무리인 셈이다.

xiv


참고문헌 김상구 · 전봉철(2002). 포스트휴먼의 위가: 사이버․버츄얼 문학 읽기. ≪새한영어영문학≫, 제44권 1호, 1~25. 김선희(2009). 미디어생태학과 포스트휴먼 인문학. ≪인간연구≫, 17호. 가톨릭대학교 인간학 연구소. 임석원(2013).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의 기획: 배타적인 인간중심주의 극복. 󰡔인간과 포스트휴머니즘󰡕, 61~82.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Deitch, Jeffrey(1992). Post Human. Amsterdam: Idea Books. Hassan, Ihab(1977). Prometheous as Performer: Toward a Posthumanist Culture? A University Masque in Five Scene,

Geurgia Review, 31; Badmington, Neil.(2000). Approaching Posthumanism, Palgrave 재인용. Philbeck, Thomas, D.(2013) 포스트휴먼자아: 혼합체로의 도전. 󰡔인간과 포스트휴머니즘󰡕, 23~40.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Rutsky, R. L.(1999). High techne: art and technology from the

machine aesthetic to the posthuman. 김상민 · 윤원화 역(2004). 󰡔하이테크네- 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디자인/테크놀로지󰡕, 서울: 시공사.

xv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