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은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작품만을 선정합니다. 오랜 시간 그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정확한 번역, 전문적인 해설, 풍부한 작가 소개, 친절한 주석을 제공하는 고급 시 선집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김규동 시선 김규동 지음 이혜진 엮음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편집자 일러두기 ∙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 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 이로 추천했습니다. ∙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 석을 덧붙였습니다. ∙ 이 책은 ≪나비와 광장≫(산호장, 1955)과 ≪현대의 신화≫(덕 동문고, 1958), ≪깨끗한 희망≫(창작과비평사, 1985), ≪하나의 세상≫(자유문학사, 1987), ≪오늘 밤 기러기 떼는≫(동광출판 사, 1989), ≪생명의 노래≫(한길사, 1991), ≪길은 멀어도≫(미 래사, 1991), ≪느릅나무에게≫(창비, 2005), ≪김규동 시전집≫ (창비, 2011)을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습니 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 했습니다. ∙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 잡았습니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습니다. ∙ 주석은 현대에는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뜻을 알기 어려운 한자어, 원전의 글씨가 잘 안 보여 엮은이가 추 정한 글자, 사투리, 토속어, 북한어 등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달았 습니다.
차례
≪나비와 광장≫ 花河의 밤·····················3 戰爭과 나비····················6
뉴−스는 눈발처럼 휘날리고 ············8 검은 날개 ····················11 原色의 海岸에 피는 薔薇의 詩 ···········13
나비와 廣場 ···················16 不安의 速度 ···················18
밤의 階梯에서 ··················20 對位 ······················22
BOILER 事件의 眞狀 ···············24 葬送의 노래 ···················26 砲台가 있는 風景 ·················28 列車를 기다려서 ·················30 獻詞 ······················32
눈 나리는 밤의 詩 ················35 故鄕 ······················37
참으로 難解한 詩 ·················38 戰爭은 출렁이는 海峽처럼·············41
헤리콥타처럼 下降하는 POÉSIE는 우리들의 機關銃 陣地 를 타고 ·····················43 가을과 罪囚 ···················44
≪현대의 신화≫ 危機를 담은 電車 ·················49 裸體 속을 뚫고 가는 無數한 嘔吐··········52
거리에서 흘러오는 숨소리는 ············54 내 가슴속에 機械가················56 除夜의 詩 ····················58
사라센 幻想 ···················61 沈黙의 소리 ···················63 七月의 노래 ···················65 風景으로 代身하는 診斷書 ············68 軍 墓地 ·····················70
≪죽음 속의 영웅≫ 죽음 속의 英雄 ··················75 한 時代 ·····················86
運動 ······················88 寫生 ······················90
세계의 낮과 밤에 ·················91 反오브제 ····················94
달리는 線 ····················98 3·1 萬歲 ···················103 四月의 어머니··················105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107 선회하는 視點··················108 不在의 論理 ··················110
흐르는 生命···················112 溶解되어 가는 立像 ···············114 倦怠 ······················116 運命 ······················119 肉體의 物理 ··················121
아버지의 植木··················123 서글픈 武器···················125
≪깨끗한 희망≫ 노래 ······················131 修身齊家 ····················133
통일의 얼굴···················137 分斷 ······················141
≪하나의 세상≫ 豆滿江 ·····················145
하나의 세상···················147 고호의 구두···················150
≪오늘 밤 기러기 떼는≫ 통일의 빛살···················155 돌아가야 하리··················158 새 세상·····················160 시여, 정신이여 ·················163 마지막 도시···················165 신년의 편지···················167 통일의 아침에 축복을 ··············169 빛살 속에서···················171 하산하신 님께··················173 우리 가야 할 길 ·················175
≪생명의 노래≫ 세계 속의 우리 지도 ···············181 용광로에 불을··················183 그 자리·····················186 고백 ······················188 남북의 새 아침 ·················191 해방의 날····················193 코리아 일기···················196 김기림 ·····················198
≪길은 멀어도≫ 남북 시인 회담 날에 ···············203
≪느릅나무에게≫ 이북에 내리는 눈 ················209 존재와 말····················211 고향 가는 길 ··················213 다시 고향에···················215 그것도 현실은 현실이다 ·············217 용기 ······················220 모순의 황제···················222
운명 앞에서···················230 죽여 주옵소서··················233 하늘 꼭대기에 닿는 것은 깃대뿐이냐········235 끌려가는 삶···················241 플라워 다방···················243 악의 시, 피눈물의 시···············249
≪김규동 시전집≫ 환영의 거리···················255 정지용의 서울 나들이 ··············258 알 수 없는 시 불행한 시 ·············259 강물이 가고 있소 ················261 지하철은 가고··················263
해설 ······················265 지은이에 대해··················281 엮은이에 대해··················288
≪나비와 광장≫
花河의 밤
피곤한 體溫을 나부끼며
바람 속에 서면 未來의 視線 위엔
오늘도 黃土 및 颱風의 遠景이 얹혀지고
파리, 런던, 몬테카르로 都市의 上空마다 煙氣처럼 어리는
1953年의 飛行雲은 不安한 世代의 氣流 위에 떨어지는 不幸한 低音.
‘나는 당신이 권하는 대로 層階를 올라갈 수가 있을까 요?’
유리창에 밀려오는 무수한 밤의 손
3
肺血管에 스며드는 女子의 입김
까마귀와 같은 幻想의 行列을 따라
검은 層階를 올라가면 거기 마구네슘처럼 빛나는 ‘샨데리아’의 密林이 있고 피 묻은 ‘테−불’을 둘러싸고 앉은 사람들은 제마다 食人種처럼 가벼운 웃음을 웃는다.
‘戰爭은 지금이 한창이라지요?’ 아무도 귀 기우리는 이 없는 空間 속에 싸움터의 消息은 깔앉어 가고
먼 海邊의 月光 위에 비 나리는 葬送歌의 餘韻을 들으라!
4
‘이 밤 우리들은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벗이여 사랑하는 벗이여 너와 나는 또다시 무엇을 沈黙하며 이 밤의 階梯 위에 서야만 할 것인가?
5
戰爭과 나비
陵線마다
나부껴 오는 검은 射程圈
速力의 疾走는
나의 肉體의 部分들을 轢死시켰다.
때마침 黑人 兵士의 步行은
나의 幻想 속에 콤뮤니즘과 같은 붉은 流血을 電波하고 手術臺에 누운 나는 蒼白한
나의 神經 組織의 反射를 바라다본다.
6
狂亂하는 바다 破裂하는 빛갈 속에 落下하여 가는 選手들의 抛物線-
그럴 때마다 새하얀 光線을 쓰며 戰爭의 언덕을 올라오는
어린 나비들은 검은 影像 속에 마구네슘처럼 透明한 아침을 爆發시키는 것이였다.
7
뉴−스는 눈발처럼 휘날리고
落下하는 花環의 密林
불길 이는 戰爭의 海岸 어두운 颱風 警報의 秒針 위에 육중한 物理 저의 力學을 뽑내며 列車는 速力을 놓는다.
눈발처럼 휘날리는 뉴−스의 破片 下落하는 구름 속 航路를 더듬는 Z機의 飛行마다 窒息한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있다.
이 時間 市民들의 마음은 回想의 凹凸 面 위에 있고
그 어느 戰爭의 黃昏 속에 무참히 쓸어진 戰友의 죽엄에 對하여
8
아무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風船처럼 移動하는 花環의 領土
검붉은 戰爭의 餘波를 쓰고 오늘도 孤獨의 傾斜 먼 未來의 地平을 速力은 疾走하고 있다.
硏究室을 나오는
아인슈타인 博士의 기침 소리.
拍手처럼 일어나는 選手들의 아우성
피스톤의 交聲 육중한 物理 모−든 力學들은 어두운 來日을 疾走한다.
이윽고 휘날리는 바람 속에 光線의 아침은 닥아오고,
9
나는 神經 外科의 유리창 가에 기대어 沈黙한 코발트빛 하늘을 펼쳐 보는 것이다.
10
검은 날개 -戰爭
基督에 酷似한
가슴의 傷痕. ‘로켙’의 斜面에 구비치는 彈丸의 飛來
새하얀 骨格을 하고 내가 서 있다 火星의 平面에.
1秒 2秒 3秒 4秒 무거운 하늘의 灰色 뚜껑을 열어제끼고
모든 神들은
11
世紀의 終末 위에
검은 花環을 뿌리며 地上의 喜劇 앞에
눈을 감는다.
衰殘한 太陽처럼 또는 沈黙한 海峽과도 같이.
이윽고 먼 하늘에 喪章처럼 날리는 오! 華麗한 그림자여 검은 날개여!
12
原色의 海岸에 피는 薔薇의 詩
選手들은
몸소리치는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내어 버리고 갔읍니다.
原色처럼 짙은 紙幣의 푸른 溪谷에서
수많은 政治家들은 구리빛 黃昏 속에 病들어 가고,
颱風과도 같이 獨裁者의 軍隊가
탱크를 굴려 가던 찢어진 空間을 향하여 마지막 기빨을 내어젔던 少年은 지금 저 建物 밑에 누워 있읍니다.
‘테−불’ 위에 13
버리워진 한 장의 ‘러브레−타’ 장미처럼 타는 太陽을 지니고 철없는 女子들은 層階를 나려갑니다
나의 포켙 속에 地圖처럼 꾸겨지는 두 개의 太陽.
끝나지 않는 旅程, 끝나지 않는 銃口의 標準 距離. -당신이 엿보는 나의 心理의 海底- 그러나 나는 또 하나 다른 亡命의 座標 위에 있읍니다. 아 落花처럼 지는 黃昏의 軍歌 소리.
문득 풀버레의 울음소리를 디디고 목 쉰 하늘을 쳐다보는 젊은 兵士의 眼球
14
Z機가 그리는 抛物線의 速度는 遼遠한 地球의 平面 위에 落下傘처럼 빛나는 展望을 가져옵니다.
-零時 40分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原色의 海岸…
아! 薔薇와 地圖 위에.
15
나비와 廣場
眩氣症 나는 滑走路의 最後의 絶頂에서 흰 나비는 突進의 方向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肉體의 破片들을 굽어본다.
機械처럼 灼熱한 작은 心臟을 추길
한 목음 샘물도 없는 虛妄한 廣場에서 어린 나비의 眼膜을 遮斷하는 건 透明한 光線의 바다뿐이었기에-
眞空의 海岸에서처럼 寡黙한 墓地 사이사이
숨 가쁜 Z機의 白線과 移動하는 季節 속- 불길처럼 일어나는 燐光의 潮水에 밀려 이제 흰 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다거린다.
하−얀 未來의 어느 地点에 아름다운 領土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푸르른 滑走路의 어느 地標에
16
華麗한 希望은 피고 있는 것일까.
神도 奇蹟도 이미 昇天하여 버린 지 오랜 流域-
그 어느 마지막 終点을 向하여 흰 나비는 또 한 번 스스로의 神話와 더부러 對決하여 본다.
17
不安의 速度
凸렌즈를
쓰고 내가 거리를 간다.
活字처럼 닥아와
나의 이마에 나의 가슴에 나의 關節에 나의 瞳子 안에 正面衝突하는 重量. 重量. 重量.
‘絶望과 恐怖 아 끝없는 咯血이라오’ 만나면 모두 細菌學者처럼
싸늘한 體溫을 내 손의 表皮 위에 남겨 놓던
18
選手들을 차라리 피하면서
피하면서 가야 하는 凸렌즈의 運命 속에
오늘도 太陽과 하늘만이 骸骨처럼 骸骨처럼
그렇게 남아 갔다
19
밤의 階梯에서
검은 肉體와 WONGAP의 暴風 속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며 사랑하는 淑女는 아다린1)처럼 희어 간 그 影像을 잊을 수는 없었다.
遺書를 쓸 아무런 必要도 없기에
‘까뮤−’의 虛妄을 테불 위에 놓았다는 靑年의 自殺이 報道된 新聞紙의 傾斜面에
오늘도 밤은 코로타이프2)처럼 燦爛히 켜지고
愛情과 憎惡에의 回想마자
1) 아다린: 아달린(Adalin). 최면제나 진정제로 쓰는 디에틸브롬아세틸 요소로 만든 약품. 쓴맛이 있고 냄새가 없는 흰색 가루다. 2) 코로타이프: 콜로타이프(collotype). 젤라틴을 판면으로 하는 사진 인 쇄법. 사진 또는 원화를 정밀하게 복제하는 데에 쓴다.
20
轢死되어 가는 不毛의 原野에서
마시어도 마시어 가도 ‘휴−매니티’는 毒藥이 될 수 없어
아아 이 밤의 永遠한 階梯에 서서 나는 언제까지나 限없는 機關短銃의 標的이 되어야만 하는가.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