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평화를 위해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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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m ewigen Frieden 영원한 평화를 위해


영원한 평화를 위해

저 네덜란드 여관 주인의 묘지1)가 그려진 간판에 표시된 이 풍자적 표제2)가 인간 일반에게 해당하는지, 아니면 특히 전 쟁에 결코 싫증낼 줄 모르는 국가원수들에게 해당하는지, 아니면 저 달콤한 꿈을 꾸는 철학자들3)에게만 해당하는 것

1) (옮긴이 주) 묘지(Kirchhof)는 독일어로 교회(Kirche)와 마당(Hof)이 결합된 말이니 바로 안식처다. 2) (옮긴이 주) 이 표현은 라이프니츠가 ≪외교관 법전(Codex iuris gentium)≫(Hannover, 1693), 서론에서 기술한 내용을 참조한 것이 다. “나는 영원한 평화라는 말이 써진 어떤 묘지의 표제를 기억한다. 왜냐하면 죽은 자들은 서로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 자들은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강한 자들은 법정을 존경하지 않는다(Je me souviens de la devise d’un cimetière, avec ce mot: pax perpetua; car les morts ne se battent point: mais les vivants sont d’une autre humeur; et les plus puissants ne respectent guère les tribunaux).” “영원한 평화를 위해”는 근대 이후로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해서 ‘더 이상 전쟁이 없고 평온한 상태에서 고이 잠드시라’는 뜻으로 흔히 묘 지에 새긴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말로만 평화를 외치고 현실에서는 전쟁이 난무하던 당시를 풍자하고 있다. 3) (옮긴이 주) 현실과 동떨어져서 공리공담만 일삼는 이론적 철학자들 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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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는 해결하지 않은 채로 남겨 둘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기획의 필자는 다음 사실을 제외한다. 즉 실천적 정치가는 이론적 정치학자와 사이가 좋지 않고, 커다란 자신감을 가 지고 정치학자를 탁상공론가로 깔본다. 정치학자는 자신의 공허한 이념만 가지고는 경험의 원칙들로부터 출발하지 않 으면 안 되는 국가에 어떤 위험도 초래할 수 없다. 그리고 정 치학자가 언제나 열한 개의 케겔기둥을 한꺼번에 쓰러뜨릴 수 있다4)고 해도, 세상일에 정통한 정치가는 그것에 마음을 쏟을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정치가는, 정치학자와 논쟁할 때도 또한 일관성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정 치학자가 운에 맡기고 기획하고 공적으로 표현한 의견의 배후에서 국가에 대한 위험을 감지하려고 해서도 안 될 것 이다. 이리하여 이상과 같은 구원하는 유보조건(Clausula Salvatoria)5)에 의해서 이 기획의 필자는 모든 악의적인 해석

4) (옮긴이 주) 케겔은 볼링의 전신(前身)인 공놀이인데 아홉 개의 기둥 을 쓰러뜨리는 게임이다. 열한 개의 ‘케겔기둥을 한꺼번에 쓰러뜨린 다’는 표현은, 이론적 형이상학자(철학자)는 불가능한 짓을 행한다는 것을 말한다. 5) (옮긴이 주) ‘구원하는 유보조건’은 중세 말부터 여러 법률 텍스트에 서 발견된다. 휘호 흐로티위스(Hugo Grotius)는 ≪전쟁과 평화의 법 (De jure belli ac pacis)≫(1625)의 머리말 마지막 부분을 다음처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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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부터 최선의 형식으로 보호받고 있음을 알고자 한다.

식한다. “결국 이 저서에서 기독교 교회의 의도에 반해서 어떤 것을 언급했다면, 그것은 말하지 않은 것으로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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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국가들 사이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예비 조항

1. 장차 있을 전쟁 요소를 비밀리에 유보하고 체결한 어 떤 평화조약도 평화조약으로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평화조약은 실로 단순한 휴전 상태(적대 행 위의 연기)에 지나지 않으며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는 모든 적대 행위의 종료를 뜻하며, 평화에 영원한(ewig)이라 는 형용사를 첨가하는 것은 이미 의심스러운 중복 표현이다. 비록 평화조약을 체결한 사람들 자신에게는 아직 알려져 있 지 않다고 할지라도, 장차 있을 전쟁에 대해 현존하는 원인들 은 평화조약 체결로 전부 부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또한 이 원인들은 기록문서에서 한층 더 예리하게 찾아보면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을 계속하기에는 양쪽이 너무 지쳐 있 으므로 지금은 어떤 쪽도 언급하려고 하지 않는 과거의 권리 주장이 있는데, 전쟁에서 최초의 유리한 기회를 이용하려는 악의에서 그러한 권리주장을 처음으로 미래를 위한 권리주 장으로 유보(심리적 유보, reservatio mentalis)하는 것은 예수 회의 결의론(jesuitenkasuistik)6)에 속한다. 만일 우리가 사태 를 있는 그대로 판단한다면, 그러한 유보는 통치자의 품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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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시키며, 마찬가지로 똑같은 이유를 가지고 추종하는 것 은 통치자의 참모인 장관의 품위를 손상시킨다. 그러나 국가정략(staatsklugheit)이라는 계몽된 개념에 따 라서 국가의 참다운 명예가 (어떤 수단에 의해서든) 끊임없 는 권력의 확장에 자리 잡는다면, 물론 저 판단은 형식적이 며 현학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2. 어떤 독립국가(작건 크건 여기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다)도 결코 다른 국가가 상속, 교환, 매수, 증여로 취득 할 수 없다. 요컨대 한 국가는 (말하자면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처 럼) 소유물(세습 재산, patrimonium)이 아니다. 국가는 국가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지배하고 관리할 수 없는 인간들 의 사회다. 그러나 줄기처럼 그 자체로 고유한 뿌리를 가지

6) (옮긴이 주) 결의론(Kasuistik, 決疑論)이란 도덕 문제 하나하나를 마 치 법률 조문처럼 규정한 도덕법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결 의론은 특히 예수회에서 주로 사용했고, 그 기초는 기독교의 참회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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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국가를 마치 가지를 접목하듯이 다른 국가에 합병 하는 것은 도덕적 인격으로서 국가의 존재를 폐기하는 일이 며, 도덕적 인격을 사물로 만들기 때문에 근원적 계약의 이 념에 모순된다. 민족에 관한 어떤 법도 그와 같은 이념 없이 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취득 방식의 편견, 말하자면 국가 들도 서로 결혼할 수 있으리라는 편견에 관해서 다른 대륙 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편견이 최근에 이 르기까지 유럽을 어떤 위험7)에 처하게 했는지는 모든 사람 이 다 알고 있다. 이 편견은 한편으로는 힘을 소비하지 않고 도 가족들의 동맹으로 압도적이 되는 산업의 새로운 방식으 로, 다른 한편으로는 토지 소유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파악 되었다. 또한 한 국가의 군대를 다른 국가에 대여해서 공동

7) 세습국가(Erbreich)는 다른 국가에 세습될 수 있는 국가가 아니고, 그 통치권이 다른 하나의 물리적 인격에(an eine andere physische person) 세습될 수 있는 국가다. 이 경우 국가가 한 사람의 통치자를 획득하는 것이지, 이러한 통치자가 (이미 다른 국가를 소유하고 있는 통치자로서) 국가를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옮긴이 주) 18세기 유럽에는 항시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독 일에서는 아직도 봉건국가들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산업 부흥과 영토 확장을 위해서 침략하고 합병하는 행 위는, 칸트가 보기에 인간을 목적으로 여기지 않고 단지 물건처럼 수 단으로 여기는 중대한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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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적이 아닌 어떤 국가를 공격하는 것도 똑같은 편견으로 헤아릴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경우 백성들8)은 제멋대로 취급 되는 물건처럼 사용되고 소비되기 때문이다.

3. 상비군(miles perpetuus)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폐 기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상비군은 언제나 전쟁을 위한 무장을 준비함으로 써 끊임없이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상 비군을 자극하면, 서로 한계를 모르는 군비 확장에 돌입하 게 되고 그리하여 거기에 드는 비용 때문에 결국 평화는 단 기적인 전쟁보다 한층 더 큰 압박이 된다. 그러므로 상비군 자체는 이러한 짐을 벗어던지기 위한 공격권의 원인이다. 게다가 다음의 사실이 부가된다. 즉, 살인하거나 살해당하 는 일에 돈 받고 고용되는 것은, 단순한 기계와 도구로써 인

8) (옮긴이 주) 백성들(die Untertanen)의 정확한 뜻은 신하들이지만, 칸 트는 국가 구성원인 인간들이 소유나 억압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백성들(신하들)이 물건처럼 사용되고 소비되어서 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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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타자(국가)의 손이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여겨지 는데, 이러한 사용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인간성의 권리와 일 치하지 않는다. 국민이 정기적으로 계획된 무기 사용을 자 발적으로 연습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과 조국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것이 다. 재화의 축적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재화가 다른 국가들에 전쟁의 위협으로 간주될 경우, 만일 어떤 국가의 재화 보유량을 탐지하는 어려움이 쉽게 해결된다면 재화는 다른 국가들을 선제공격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왜 냐하면 군대, 동맹 그리고 자금의 세 힘 중에서 마지막 것이 야말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쟁 도구일 수 있기 때문이다).

4. 대외적인 국가 분쟁과 연관해서 어떤 국채도 발행해 서는 안 된다. 국내 경제(도로 보수, 새로운 이주, 우려할 만한 흉년에 대비 한 창고 조달 등)를 위해 국내외에 원조를 요청한다면, 이와 같은 원조의 원천은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차 관제도(kreditsystem)는−이것은 이 세기에 한 상업민족9)의 의미심장한 발명품이다−상호 경쟁하는 권력들의 도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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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예상할 수 없이 성장하며, 언제나 반환 요구를 받지 않는 안전한 채무이지만(왜냐하면 모든 채권자가 한꺼번에 반환 을 요구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위험한 금력, 말하자면 전쟁 수행을 위한 재화이고, 이 재화는 다른 모든 국가의 전체 재화를 능가하며, 단지 절박한 세수 부족(세수 부족 또한 차관이 산업과 영업에 미치는 소급 효과에 의한 활발한 통상을 통해서 한층 더 오래 지연되기도 한다)에 의 해서만 고갈될 수 있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이러한 용이 함은 인간의 본성에 융합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권력자의 성격과 결합해 있으며, 따라서 영원한 평화의 커다란 장애 다. 이러한 장애를 금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더 욱더 영원한 평화에 대한 예비 조항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인즉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는 국가 파산은 부채가 없 는 많은 다른 국가들에 함께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며, 그 국가들을 공공연하게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국가들은 그와 같은 국가에 대항해서, 그리고 그러한 국가 의 월권에 대항해서 동맹을 맺을 권리가 있다.

9) (옮긴이 주) 영국 국민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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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적으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무엇이 국가에 간섭할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가? 국가 가 다른 국가의 백성들에게 가져다주는 추문(das Skandal)10) 이 그럴 수 있는가? 오히려 어떤 민족11)이 무법 상태 때문에 당한 커다란 재해의 예는 다른 국가에 경고가 될 수 있다. 그 리고 어떤 자유로운 인격이 다른 인격에게 보여 주는 나쁜 예는 [받아들인 추문(Scandalum acceptum)으로서] 타인의 인격 손상이 전혀 아니다. 만일 한 국가가 내부적 분화로 둘 로 갈라지고, 각각이 전체를 지배하려고 주장하는 독립국가 를 자칭한다면 실은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이 경우 한 국가 에 외부의 국가가 원조하는 것은 그 국가의 체제를 간섭하 는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그 국가는 무정부상태이기 때문 에). 그러나 이러한 내부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동안에는,

10) (옮긴이 주) 추문(das Skandal)은 남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아니면 불 쾌감을 일으키는 사건이나 사태를 말한다. 11) (옮긴이 주) 폴란드인들을 가리킨다. 17, 18세기 폴란드는 법체계가 확고하지 못해서 독일을 비롯한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침략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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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세력의 이와 같은 개입은 오직 내부의 질병과 씨름할 뿐 어떤 다른 민족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민족의 권리에 대 한 침해, 말하자면 그 자체가 주어진 추문일 것이고 모든 국 가의 자치권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6. 어떤 국가도 타국과의 전쟁에서 장래의 평화에 대한 상호 신뢰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 분명한 적대 행위, 예컨대 암살자(percussores)·독살자(venefici)의 고 용, 항복 조약의 파기, 적국 내 반란(perduellio) 선동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것들은 불명예스러운 전략이다. 왜냐하면 한창 전쟁 중일 때도 적의 사고방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는 여전 히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평화도 체결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적대 행위는 섬멸전(bellum internecinum)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 서 전쟁은 단지 자연 상태(법률상 유효하게 판결할 법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폭력을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주 장하는 비극적인 비상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 서는 양국 중 어느 국가도 정의롭지 못한 적으로 선고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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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고(그것은 재판관의 선고를 전제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의로운가를 결정하는 것은(소위 신의 법정12)에서와 마찬 가지로) 전쟁의 결과다. 그러나 국가들 사이에서는 어떤 징 벌전쟁(bellum punitivum)도 생각할 수 없다(왜냐하면 국가 들 사이에서는 피지배자에 대한 지배자의 어떤 권리도 성립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실이 따라 나 온다. 즉, 섬멸전에서는 양방이 동시에 멸망하고 모든 정의 도 멸망할 수 있으므로 오직 인류의 거대한 묘지 위에서만 영원한 평화를 성립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전쟁, 따라서 전쟁에 동원되는 수단의 사용도 단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수단들이 불가피하게 그와 같은 전쟁에 도달하는 것은 다음 사실에서 명백하다. 즉, 저 악마 적인 술책은 그 자체가 비열하기 때문에, 만일 사용된다면 그 것은 타인의 파렴치함(그런데 이것은 전혀 근절할 수 있는 것 이 아니다)만을 이용하는 간첩의 사용(uti exploratoribus)처 럼 전쟁의 한계 내에서만 지속되지 않고 평화 상태로도 넘어

12) (옮긴이 주) 신의 법정은 신법을 암시한다.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 는 법을 신법, 자연법, 실정법으로 구분했다. 우주 자연의 자연법은 신법을 모방한 것이고, 실정법은 자연법을 모방한 인간의 현실적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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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므로 평화 상태의 의도를 전적으로 파괴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법칙들이 비록 객관적으로, 곧 권력자의 의 도에 대한 단적인 금지법칙들(금지법, leges prohibitivae)이 라고 할지라도, 그 법칙들 중 일부는 엄격하고 상황의 구분 없이 타당한 것이어서 즉시 실행해야 하는 법칙들(엄격한 법, leges strictae)이다(1번, 5번, 6번 조항). 그러나 다른 법칙 들(2번, 3번, 4번 조항)은 실은 법칙의 예외가 아니지만 법칙 의 실행에 관해서 상황에 따라 권한을 확대하며(느슨한 법, leges latae) 실행을 연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허용 의 목적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허용의 목적은 예컨대 2조항 에 따라서 특정한 국가들에서 빼앗은 자유를 돌려주는 것을 영원히 오지 않는 날까지[마치 아우구스투스13)가 자주 약속 한 것처럼 영원히 오지 않을 날(ad calendas graecas)14)까지]

13) (옮긴이 주) 제정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Gaius Octavius Augustus, BC 63∼AD 14)를 가리킨다. 14) (옮긴이 주) 아우구스투스는 편지를 쓰면서 이런 표현을 자주 썼다 고 한다. “자신의 빚을 결코 갚지 못할 사람은 그 빚을 영원히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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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연기하고, 단지 자유를 돌려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서둘러서 의도 자체에 반대되는 일이 생기지 않게끔 이와 같은 연기를 허용할 뿐이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금지 는 앞으로는 통용되어서는 안 될 취득 방식에만 관한 것이 고, 점유 상태에 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유 상태는 비록 법률청구권을 가지지는 않지만 그 시대에(추정상의 취 득에 대한) 여론에 따라서 모든 국가가 합법적인 것으로 여 겼다.15)

않을 날에(ad calendas graecas) 갚을 것이다.” 로마인들은 매월 1일 을 칼렌다이(calendae)로 표시했지만 그리스인들은 이 단어에 대응 하는 표현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스의 매월 1일 ‘calendas graecas’에 ‘영원히 오지 않을 날’이라는 뜻이 생겼다. 15) 명령(명령법, leges praeceptivae)과 금지(금지법, leges prohibitivae) 외에도 순수이성의 허용법칙(Erlaubnisgesetze: leges permissivae)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지금까지 의심해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법칙 일반은 객관적인 실천적 필연성의 근거를 포함하지 만, 법칙의 허용(Erlaubnis)은 특정한 행위들의 실천적 우연성의 근 거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두 관계에서 법칙의 대상이 동 일한 의미를 가졌다고 한다면, 허용법칙은 어떤 사람도 그 법칙에 강 제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한 강제를 포함할 것인데, 이는 모순이 다. 그러나 여기 허용법칙에서 전제한 금지는 단지 어떤 권리의 미래 의 취득 방식(예컨대 세습)에만 적용되지만, 이러한 금지로부터의 해방, 곧 허용은 현재의 점유 상태(Besitzstand)에 적용된다. 이러한 점유 상태는 자연 상태로부터 시민 상태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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