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소통의 심리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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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행복 소통의 심리 나은영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행복 소통의 심리

지은이 나은영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3년 2월 2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나은영, 2013 ISBN 978-89-6680-175-6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참된 소통과 행복의 원리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만나서 생각과 느낌을 서로 주고받으며 공동 활동을 해나간다. 이 과정 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 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 해서다. 불행하려고 소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데 소통을 하면서도 처음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하고 마음 에 상처를 입어 결과적으로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행복을 위한 소통 심리의 뿌리가 되는 원리를 알려준다. 먼저, 1장부터 3장까지는 만남에서 시작되어 사랑과 행 복을 추구하는 소통에 관해 정리했다. 여기서는 ‘공감’이 공통분모다. 그 다음, 4장부터 6장까지는 우리가 ‘지각 (perception)’하는 것이 사실과 다를 때가 많다는 점을 강 조했다. 보이는 것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 7장과 8장에서 는 서로 간 차이를 극복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세대 차이 나 문화 차이와 같은 소통 당사자들의 ‘차이’를 잘 이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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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응할 때 소통을 통한 행복이 가능하다. 끝으로, 9장 과 10장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과정을 살펴본다. 사 람의 마음은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리더의 소통 스타 일과 함께 설득 과정의 핵심 요소들을 정리했다. 이 책의 특성상 각 장들이 아주 짧은 토막글로 이루어 져 있기 때문에, 머리말에서는 본문에서 지면관계상 충분 히 담아내지 못했던 내용들을 보충해 보려 한다.

공감과 소통 소통의 본질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당사자들의 ‘의미 공유’ 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세 단원은 만남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첫인상 형성, 이야기하며 함께 느끼는 공감과 행 복, 그리고 더욱 강렬한 공감과 행복의 느낌인 사랑을 주 제로 삼았다. 1장 ‘첫인상’에서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단서를 기준으로 인상을 형성하는지 살펴보았다. 가장 처음 접하 게 되는 정보는 이후에 들어오는 정보보다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 대해 “똑똑하다, 그리고 교활하다” 는 정보를 얻었을 때는 그 사람이 똑똑하다는 전제를 두고 교활하다는 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에 교활하다는 정보의 부정적 의미가 조금 약화된다. 반면에, “교활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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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다”는 정보를 얻었을 때는 그 사람이 교활하다는 전제를 두고 똑똑하다는 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에 똑똑하 다는 정보의 긍정적 의미가 조금 약화된다. 따라서 동일 한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처음 정보가 더 크게 작용하여, 전자가 후자보다 더 좋은 인상을 형성한다. 첫인상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단서와 비언어적 단서가 모두 작용하지만,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일 단 비언어적 단서가 먼저 눈에 띄기 때문에 큰 역할을 한 다. 사회심리학에서 인상 형성 연구는 ‘인물 지각’ 또는 ‘얼 굴 지각’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그만큼 인상 을 형성하는 데에는 생각이 많이 들어가는 인지(cognition) 과정보다 거의 즉각적으로 파악되는 지각(perception) 과 정이 더 크게 작용함을 시사한다. 당연히 미소 띤 얼굴이 찡그린 얼굴보다 더 좋은 인상을 주며, 밝은 모습이 어두 운 모습보다 더 좋은 인상을 준다. 상황에 맞는 옷차림이 나 매너도 좋은 인상을 주는 데 중요한 요소다. 상대방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컴퓨터 매개 커뮤 니케이션(CMC,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이 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Social Neworking Service) 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히 언어적 단서가 첫인상 형성 과 이후의 관계에 특히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대화 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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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는 어휘나 표현을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분 위기를 띄우는 농담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저급한 표현 을 사용하면 그 사람 자체가 평가절하되니 주의해야 한다. 한 번 인상이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적 압력 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좋게 본 사람은 계속 좋게 해석할 때 마음이 편하고, 처음 좋지 않게 본 사람은 계속 좋지 않게 해석할 때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모순이 일어나 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 인상을 추후에 바꾸기 위해서는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2장 ‘공감과 행복’은 누구나 도달하고 싶어 추구하는 상 태다. 공감은 누군가와 함께 느끼는 정서로, 소통이 잘 되 었을 때 두 사람이 충분한 ‘의미 공유’와 ‘정서 공유’를 하는 것이다. 행복은 개인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누구와 함께 느낄 수도 있으며 때로는 집단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모 든 정서에 인간의 생리적 기반이 있듯이, 공감을 느끼는 데에도 거울뉴런의 작용이 필요하며, 행복을 느끼는 데에 도 쾌락중추와 호르몬의 작용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다’ 혹은 ‘부유 하면 행복할 것이다’와 같이 어떤 결과나 조건이 선행되어 야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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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연구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이 성공하며,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이 부유해진다. 즉, 행복 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고, 행복을 느끼는 연습 도 필요하며, 그렇게 해서 행복을 잘 느끼는 사람이 대인 관계나 성취 상황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확률이 더 높 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연습을 하면, 우리 뇌에서 좋은 감 정을 느낄 수 있는 회로를 더 강화할 수 있다. 독일 학술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의 󰡔행복의 공식󰡕이라는 저서에는, 우리가 어떻게 할 때 행 복을 많이 느낄 수 있는지 잘 정리되어 있다. 몇 가지만 예 를 들어 보면, 우울한 감정은 그 자체가 계속 우울한 감정 을 강화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일단 단순한 일이라도 시작하여 몸을 움직이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 는 것이 좋다. 작은 성취감을 느낌으로써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호르몬이 조금씩 더 분비되기 때문이다. 아무 일 도 하지 않으면 뇌가 더 ‘걱정’ 쪽으로 기울게 되고, 뭔가 목표를 설정하면 뇌의 기대체계가 그 전조로 기쁨을 느끼 게 한다. 무엇인가 집중할 일을 만들 때 ‘부드러운 황홀감’ 에 해당하는 플로(flow)도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소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분 노나 슬픔 등 부정적인 느낌은 대체로 밖으로 심하게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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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때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강화된다는 점이다. 이런 느낌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때 마음의 평정에 더 도움이 된 다. 이러한 사실은 행복을 위한 소통의 심리에 중요한 시 사점을 준다. 즉, 분노나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폭발 시킴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잘 조절하여 다스릴 때 본인의 행복감에도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이성적 소통을 통한 참된 공감 획득에도 도움 이 된다. 이에 더해 기대하지 않았던 다양한 모습을 새로운 시각 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데 더 유리하 다. 기분 좋은 자극에 우리가 익숙해지면 둔감해져서 더 이 상 좋은 기분을 못 느끼게 되기 때문에, 숨겨진 장점이나 새로운 시각을 잘 찾아낸다면 삶의 즐거움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매일 보는 익숙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항상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행복을 더 많이 느끼고, 그런 사람이 일에서 성취도 더 잘 이루어낼 수 있다. 3장 ‘사랑’은 공감과 행복의 한 특수한 영역이면서 매우 강렬하고 기본적인 정서다. 아가페적인 사랑은 별도로 하 더라도, 남녀 간 사랑은 다른 정서와 달리 ‘배타성’을 띤다. 즉, 사랑하는 남녀는 서로가 ‘나만’ 사랑해 주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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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랑’이라 하면 강한 긍정적 감정들만의 집합이라 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 안에는 사 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 그리워하거나 안타까워하 는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기대만큼 애정을 표현하 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느끼는 서운함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친한 친구가 섭섭하게 할 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섭섭하게 할 때 훨씬 더 강렬한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사랑의 감정은 강한 긍 정적 감정들만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아주 강한 긍정적 감 정’과 ‘아주 강한 부정적 감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강렬 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신체적 접촉 때 우리의 뇌가 생리적으로 강렬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랑 의 감정에 포함되는 독특한 특성이다. 요즘은 동성애도 점점 표면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보편적인 남녀 간 사랑에 한정지어 논의를 전개했다. 그 연결선에서 남성과 여성의 대화 방식 차이 도 언급했다. 남성은 신뢰받기 원하며 여성은 관심받기 원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크고, 남성은 사실에 초점을 둔 직접적 대화를, 여성은 감정에 초점을 둔 간접적 대화를 진행하는 습성이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할 때 사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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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소통방식도 다르다.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 가󰡕라는 책에 나와 있듯이, 여성은 상대와 관계를 해칠까 걱정되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카네기멜론대학교 석사 졸업생들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7.6%(약 4000달러) 더 높은 초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조사해 본 결과, 남성의 57%는 임금 협상을 벌여 처음 제안한 연봉보다 더 높은 연봉을 요구했 으나 여성은 단 7%만이 임금 협상을 했다고 한다. 연봉 협상뿐 아니라 사랑을 포함한 대인관계에서도 실 제로 이것저것 요구하는 여성은 그 책의 저자들(린다 뱁 콕, 사라 래시버)이 예를 들어 제시했듯이 ‘너무 설친다’, ‘성질이 고약하다’,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성들은 사회에서 마련 한 여성적 기준에 맞게 “얌전하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도록” 길들여져 온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여성이든 남성이 든 그가 불편해 하거나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게 하면서 본 인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즉, 에둘러 이야기하기보다 직접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내용 을 솔직히 이야기하되 부드럽게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이처럼 ‘직접, 솔직하게,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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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을 떠나 인간 모두가 행복한 소통을 위해 잘 익혀야 할 소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원하는 것을 직접 솔 직하게 이야기하지도 않으면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행복에서 멀어지는 최악의 소통 방법이다.

보이는 것과 진실 사이의 간격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다. 이 책의 두 번째 부 분은 오해와 착시, 의견 양극화, 그리고 동조와 침묵이라 는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착 각하기 쉬운 부분들이 과연 어떤 것들인지를 잘 알아갈수 록,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과신을 버리고 겸손해진다. 우 리가 최대한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못 지각하게 되는 부분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4장 ‘오해와 착시’에서는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 기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합의 착각’ 효과, 반 대로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앞서가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기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다원적 무지’ 효과 등을 소개하였다. 또한, 특정 미디어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미디어가 보여 주는 현실 이 실제 현실인 것처럼 착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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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하였다. 이 세상에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 가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며, 우리가 즐겨 보는 특 정한 ‘창’을 통해서 세상을 파악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 리가 만나는 사람은 그 누구든 다양한 측면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상대를 만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를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이 보여 주는 극히 일부분의 행 동 샘플(sample)에 근거한 판단일 뿐이다. 그 일부분의 행동 샘플마저도 거짓으로 꾸며진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하필이면 그 사람의 진실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최악의 상 태를 보게 되는 샘플일 수도 있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의 일부를 보고 세상 전체를 판단해 야 하고, 한 사람의 일부 행동을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 다. 따라서 본인의 판단이 항상 옳을 것이라고 과신하는 것은 오해와 착시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현명치 못한 교만 이다. 착시가 일어나기 쉬운 또 다른 영역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판단할 경우다. 한 사람의 의견에 대한 판단 에서도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 라는 복수의 타인의 의견에 관해 어떻게 ‘내게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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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옳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면, “내가 보기에 는” 현재 신세대가 인생에 대한 성찰 없이 사는 것처럼 보 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 신세대도 매 순간 열심히 인 생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지낼 수 있다.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과 ‘진실’이 다를 수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하고, ‘추측하는 것’과 ‘사실’이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뜻 이 아니라, 반대로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즉, 자기만큼 다른 사람도 진실하게 열심히 최 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내가 보는 것과 추측하는 것이 저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럴 때 비로소 행복으로 이어지는 참된 소통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5장 ‘의견 양극화’에서는 동질적인 집단 구성원들끼리 만 토론을 하면 서로 유사한 의견만 나누면서 그 의견이 더욱 강화되어, 외부와 화해 여지가 줄어들 수 있음을 경 고하였다.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집단이 상대의 의견을 수 용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를 보이기보다 자기 집단만 옳 다는 내용을 끼리끼리 토론하며 강화하다 보면, 두 집단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기는커녕 더욱 멀어지게 된다. 응집력 높은 집단 안에서 만장일치 압력에 밀려 의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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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조급하게 하다 보면 ‘집단사고(groupthink)’라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집단 안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리더가 자기 의견을 먼저 이야기하지 말고 ‘무비판적 브레인스토밍 (brainstorming)’을 시행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모르도록 하는 것, 즉 의견과 사 람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어떤 의견이든 종이 에 무기명으로 적어 내게 하고, 하나하나의 의견을 ‘누가’ 제안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토론을 통해 객관적으로 판 단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 외부에는 어떤 의견 들이 있는지에도 귀를 열어 두어야 한다. 폐쇄적이고 응 집력 강하며 자신감에 차 있는 집단일수록 집단사고의 함 정에 빠져들기 쉽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집단의 전형적 인 의견과 다른 의견일수록 그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다양성에서 멀어질수록 객관적 판단에서도 멀어지고 행복과 공감에 서도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동질적인 의견의 틀 안에 갇 혀있기보다는 자신과 다른 범주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 는 낯선 의견들을 기꺼이 경청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행 복을 향한 합리적 소통의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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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동조와 침묵’의 과정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영향 을 받는 과정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항상 다 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다른 사 람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과 유난히 다른 행동을 하면 눈총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함께 지낼 때 암묵적으로 합의를 이루고 있는 ‘집단 규범’이 있고, 이것을 벗어났을 때는 그 집단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함께 지내기 어렵다는 압력을 느끼 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 을 받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 야 무난히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단주의적인 동양 문화권에서는 집단의 압력이 서양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혼자서 튀는 행동을 하면 더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려는 ‘동조’ 현상은 동서양 모두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사회심리학적 현상이지만, 동조 압력은 동양이 더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되면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보다 대체로 ‘침묵’을 선택 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표현하는 의견을 보고 지금 어떤 의견이 다수를 점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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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지 판단한다. 그런데 자기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되면 침묵하고 다수라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과정 이 이어지면서, 소수 의견은 실제보다 더 적거나 아예 없 는 것으로 ‘잘못 지각’되고, 다수 의견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잘못 지각’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 지각’된 의견 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다수로 지각된 의견에 동 조하게 된다. 동조와 침묵의 과정은 SNS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많 은 사람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 북에 자기 의견과 다른 의견들이 넘쳐나면 소위 ‘눈팅(눈 으로만 메시지를 훑어보며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것)’을 하며 침묵을 지키다가 SNS 장면에서 사라질 가능성 이 크다. 반면에 자기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 수라고 생각되면 더 신이 나서 많은 표현을 하게 되고, 그 러면 실제보다 그 의견이 더욱 많은 것으로 역시 ‘잘못 지 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강도로 똑같은 양만큼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놓 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면 정확한 현실 속 타인의 의견 지 각이 가능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모두 가 행복할 수 있는 진실한 소통이 가능하려면 작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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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적은 양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의견도 잘 파악할 수 있 는 혜안이 필요하다. 물론, SNS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의 의견은 어떠할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이야기 하기’에서 얻는 행복과 즐거움을 조금 자제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마 음을 할당할 때 참된 소통을 통한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차이의 이해와 진정한 소통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행복한 소통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 중 ‘완전히 똑같은 생각’ 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더욱이 문화가 다르거나 세대가 다르거나 성별이 다르거나, 어떤 한 측면이라도 다 르다면 생각이 다를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진다. 그래서 이 책의 세 번째 부분에서는 일단 세대 간 가치관 차이와 문 화 간 차이를 소통과 연계하여 살펴보았다. 7장 ‘세대 소통과 가치관’에서는 지난 30년간 한국인의 가치관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세대 차가 특히 어떤 부분에서 커졌는지를 소개하였다. 가치관 의 시대 변화가 크게 일어난 부분은 남녀평등, 개인주의, 그리고 미래지향성이다. 세대차가 커진 가치관은 개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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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탈권위주의, 그리고 남녀평등의식이다. 대체로 젊은 층일수록 사회의 위계나 질서보다 개인의 표현과 풍요로 움을 선호한다. 가치관이 다르면 소통의 바탕이 되는 ‘공통기반’이 약하 기 때문에 그만큼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래도 현재 한국에서 비교적 노소 모두 50% 이상이 인정 하는 공통기반을 찾아보면, 나라보다는 자신과 가족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 부모를 모시는 것보다 출세하는 것이 효 도라는 생각, 혼전순결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 결혼한 여자도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양가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대 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비 교적 양쪽 모두 다수가 수긍하는 이런 부분부터 소통의 물 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공통기반이 되는 가치관의 차이와 더불어 세대 간 소통 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미디어 이용’에서 세대 간 격차 다. 소통이란 어떤 ‘내용’을 어떤 ‘수단’으로 상대에게 전달 함으로써 의미와 감정의 공유를 이끌어내는 과정인데, 내 용에 해당하는 가치관도 다른 데 이어 그 전달 수단인 미 디어 이용 방식까지 다르기 때문에, 세대 간 소통은 그리 쉽지 않다. 똑같은 기종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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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와 손자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한 사람은 주로 ‘통화’에 의존하며 문자를 가끔 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수많은 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그룹 채팅과 영상 전달에도 익숙하다. 서로가 익숙한 전 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 자체를 번거롭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양쪽 모두 자신이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를 더 신뢰하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신문과 TV의 내용을 더 믿 는 반면 손자는 인터넷과 SNS의 내용을 더 믿는다. 서로 공통부분을 찾기 위해 상대방이 살아왔던 길, 경 험했던 내용을 바꿔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할 필요 가 있어 보인다. 그런 장을 마련하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삶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비로소 상대의 생각이 왜 그렇 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참된 공감을 통한 행복 소통이 가능 함은 물론이다. 8장 ‘문화 차이’ 에서는 주로 ‘국가 문화’ 간의 차이를 소 개하였다. 네덜란드의 호프슈테드(G. Hofstede)는 문화 차이를 몇 개의 차원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개인의 목표 와 집단의 목표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개 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로 구분하는 것은 이미 잘 알 려져 있다. 또한 윗사람과 거리를 얼마나 멀리 느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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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권력거리가 큰 문화와 작은 문화로 구분하는 것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한국은 권력거리가 큰 집단주의 문화에 속한다. 더 흥미로운 문화 구분은 남성성-여성성 차원, 불확실 성 회피-수용 차원, 그리고 구속-방종 차원이다. 남성적 문화는 성취와 자기주장을 중요시하며 강자를 추앙하는 반면, 여성적 문화는 삶의 질과 겸손을 중요시하며 약자를 동정한다. 불확실성 회피 문화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불확실성 수용 문화는 낯선 것을 호기심 있게 바라 본다. 또한 규범의 힘이 강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문화 는 구속적 문화에 해당하며, 반대로 느긋한 삶 속에서 자 유롭게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문화는 방종적 문화에 해당 한다. 한국은 여성적이면서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강한 구속적 문화에 속한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과 같은 남성적 문화는 국 가 간에 갈등이 생길 때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 며, 한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과 같은 여성적 문화는 타 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남성적 문화를 지닌 국 가와 여성적 문화를 지닌 국가가 협상을 할 때 여성적 국 가 쪽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 집단주의와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합해지면 ‘내집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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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ingroup favoritism)’가 나타나기 쉽다. 자기 집단에 속 한 사람을 더 편애하며 낯선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객 관적이어야 할 채용 과정에서조차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실력 있는 사람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친숙하거 나 잘 아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 차이는 사람이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이다. 인구가 많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경직성이 큰 구속적 문화가 발달 하며, 그 반대의 환경을 지닌 나라에서는 유연성이 큰 방 종적 문화가 발달한다. 당연히 경쟁이 심한 구속적 문화 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며 행복감을 덜 느 낀다. 문화 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 개인차에도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즉, 어렸을 때부터 한정된 자원을 놓고 극심한 경 쟁 속에서 자라나다 보면 한 개인이 구속적 문화의 전형적 특성을 지니게 되고, 이런 경우 스트레스는 높고 행복감은 낮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낯선 것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며 열린 마음으로 도전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다 면, 그 개인은 불확실성 수용 성향을 좀 더 풍부하게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소통을 위해서는 당연히 불확실 성 수용 성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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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 직이고 싶어 한다. 소통의 핵심은 의미 공유이기 때문에,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최대한 양자 모두가 만족하며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리더십’과 ‘설득’ 과정에 할당하였다. 9장 ‘리더십’ 에서는 먼저 권력의 여섯 가지 기반을 살펴 보았다. 보상과 처벌을 줄 수 있고, 합법성이 있으며, 사람 들이 좋아하는 참조성이 있고, 전문성과 정보성이 있을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 여 섯 기반 중 하나만 있어도 권력이 생길 수 있으며, 기반이 여러 개가 될수록 그 권력은 강해진다. 리더의 유형은 크게 관계지향형 리더와 과제지향형 리 더로 나뉜다. 관계지향형 리더는 부하직원 중 리더가 가 장 덜 선호하는 사람(최소 선호 동료)마저 만족시키려 노 력하며 구성원들 관계를 중요시하는 리더를 말한다. 반대 로 과제지향형 리더는 최소 선호 동료를 만족시키지 못하 더라도 팀의 과제 완성을 더 중요시하는 리더를 말한다. 상황이 아주 좋거나 나쁠 때는 과제지향형 리더가 더 효과 적인 반면, 보통의 상황에서는 관계지향형 리더가 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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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다. 과제지향성만 높으면 지시형 리더, 관계지향성만 높으 면 참여형 리더, 둘 다 높으면 판매형 리더, 그리고 둘 다 낮으면 위임형 리더라 명명할 수 있다. 대개 부하직원과 관계가 무르익지 않은 초기에는 지시형 리더가 가장 효과 적이다. 차츰 익숙해지면 과제와 관계를 모두 챙기는 판 매형 리더가 효과적이다. 더 많이 익숙해지면 참여형 리 더가 호평을 받는다. 그러다가 부하직원과 관계가 아주 깊어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 도가 되면 위임형 리더가 효과적이 된다. 모든 지식이 쉽게 공유되는 21세기 디지털 네트워크 사 회에서는 어떤 한 사람이 힘을 독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런 경우 수평적 리더십과 다원적 소통이 각광을 받을 수밖 에 없다. 혼자서 잘난 리더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장점을 잘 살려주며 이들의 시너지를 유도해 낼 수 있는 리더가 필요 한 시대다. 개개인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며 스스로의 장점 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치유(힐링, healing)와 희망 을 함께 부여해 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10장 ‘설득’ 은 설득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이 행동하게 하는, 힘을 지닌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상대를 설득하며 산다. 선거 후보자는 유권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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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하고, 물건 판매자는 소비자를 설득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는 문제인지에 따라 설득의 방법이 달라진다. 예컨대, 사람들이 아주 중요시하는 문 제일 때는 이성적으로 장점을 잘 생각하도록 함으로써 ‘중 심경로’를 통해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별로 중 요시하지 않는 문제일 때는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메시지의 내용보다는 ‘주변적인 단서’ 를 활용해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 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매력 적인 설득자를 동원한다든지,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 든지 하는 것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이 자기에게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이성적인 메시지마저도 설득을 일으키 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때는 아무리 논리 적으로 잘 구성된 설득 메시지도 방어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가 오랫동안 생각해 온 매우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그 설득 메시지를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을 머릿속에서 떠올 리며 적극적으로 그 설득 메시지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그 설득 메시지에 의해 설득이 되기보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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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반박하며 머릿속에 떠올린 자기 자신의 인지반응 (cognitive response)에 의해 오히려 처음의 태도가 더 강 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설득 이전에 항상 상대방의 설득 에 대한 저항이나 부메랑 효과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설득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이것을 어떤 사람이 어 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윤리적이 되기도 하고 비 윤리적이 되기도 한다. 설득자와 피설득자가 모두 ‘사실 확인’에 근거한 윤리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것이 기 본적인 자세다. 이 책에 담긴 소통의 원리들을 이해함으로써, 참된 소 통을 통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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