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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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커뮤니케이션 오미영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요즘 ‘커뮤니케이션’은 그 어느 때보다 흔하게 주고받는 단어가 되었다. 새로운 매체의 출현이 눈부신 현대사회에 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이 가히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 인지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이 문제”라든가,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고 얘기한다. 과거 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본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어렵게 생각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만 든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을 한마디로 손쉽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 소통의 근본과 본질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그것이 원활하 게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해 서술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리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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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 이 책의 전체 구성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올바르 게 이해하고 나아가 스스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 점을 맞추었다. 1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이해 하는 첫걸음으로 의미를 중심으로 설명했으며, 2장은 커 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는 ‘나’에 대한 개념을 위주로 전 달했다. 3장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형태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리 나타나는가를 설명했으며, 4장은 가장 대표 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전달 도구인 언어에 대해, 5장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언어보다 그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은 비언어에 대해 각각 설명했다. 6장은 커뮤니케이션을 인 간에게 매우 중요한 대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았 으며 7장은 자칫 소홀하게 여겨질 수 있는 듣기가 커뮤니 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8장은 많은 경우 커뮤니케이션의 최종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는 설득 을 중심으로 알아보았으며, 9장은 과연 진정한 커뮤니케 이션 능력이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10장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커 뮤니케이션이 발전되어 온 과정과 미디어의 등장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현대사회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잘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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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도록 했다.

주요 내용 요약 커뮤니케이션의 의미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단어의 어원 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은 ‘공통되는(common)’, 혹은 ‘공유한다(share)’라는 뜻의 라틴어 ‘communis’(파생 단어 가운데에는 ‘공동체’를 의 미하는 ‘community’가 있다)에서 유래한다. 커뮤니케이 션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군가와 나누는 것임 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 없는 공동체, 또는 공 동체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하기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과정(process)’이 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정지된 하나의 단순한 행위 가 아니라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진행되며 나와 상대방이 상호 연결되는 일련의 행위다.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는 송수신자, 메신저, 채널, 피드백, 잡음, 세팅이 존재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며 그들이 주고받고자 하는 것은 결국 메시지다. 메시지는 채널을 통해 수신자에게 이동하며, 송수신자는 주고받은 메시지에 대해 서로 반응한다. 그러나 커뮤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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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션 과정 중 발생하는 잡음은 정확한 메시지 송수신에 방 해를 일으킬 수 있다. 세팅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진정한 소통 상황이란 해석을 통해 한 개체와 다른 개 체 사이에 의미 공유가 일어났을 때를 말한다. 커뮤니케 이션에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오해가 생 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아와 커뮤니케이션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은 ‘나’, 즉 자아에서부터다. 자 아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로서,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어 떻게 느끼는가(자아 개념), 어떻게 표현하는가(자아 표 현), 어떻게 노출하는가(자아 노출)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 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지각(perception) 방식은 자아개념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자아 표현은 사회적 역할 수행과 관련이 있으며, 자아 노출(self-disclosure)은 대인 관계에서 중요하다. 자아 개 념이란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가에 대한 것이자, ‘나에게 중요한 타인이 생각하는 나’, ‘일반인들이 생각하 는 나’에 대한 개념 등이 모두 합쳐진 것이다. 자아 표현은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인상 관리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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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ession Management)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고 프만은 현실 세계에서도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무대 가 적절하게 설치되어 있으며, 개인은 자신의 역할을 배우 고 연습함으로써 동료들과 행동을 조화롭게 해 나간다고 설명한다. 한편 ‘조해리의 창(Johari’s window)’은 자아 노출이 어 떻게 이뤄질 때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되는지 보여 준다. 여기서 인간의 자아는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열린 자 아(open-self: 굳이 따로 노출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 의식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 성별, 나이, 외모, 출신 학교, 직업에 관한 정보 등)와 숨겨진 자아 (hidden-self: 본인 스스로 공개를 꺼리고 비밀에 부치는 부분. 단점, 성적, 애정관계나 소득에 관한 정보 등. 때에 따라 학력이나 직업도 이 영역에 속할 수 있다), 눈먼 자아 (blind-self: 상대방은 알고 있으나 정작 자신은 모르는 부 분. 남의 얘기를 통해 새롭게 나의 성격을 발견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로 친한 친구나 애인, 오래된 동료 에 의해 발견된다), 모르는 자아(unknown-self: 자신은 물론 남들도 알 수 없는 미지의 부분. 내면세계에 존재하 되, 대인 관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무의식의 세계 가 이에 해당한다)가 그것이다. 자아 노출 영역의 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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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관계에 따라 변화한다.

커뮤니케이션 유형

커뮤니케이션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일어난다. 이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사람 의 숫자가 얼마인지,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지, 송신자와 수신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지 등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유형이 나뉜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적 수단을 사용 한다는 점에서 여타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구별된다. 자기 내 커뮤니케이션(intrapersonal communication) 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나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대인 커뮤니케이션(inter personal communication)은 ‘너와 나’ 사이의 대화를 근 간으로 삼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원형으로서, 커뮤 니케이션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다. 소집단 커뮤니케이션(small-group communication)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회활동의 하나로 3인부터 12인 혹은 15인 정도 사이에서 일어나며, 조직 커뮤니케이션 (organizational communication)은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나 소집단 상황에 비해 종적인 인간관계로 이뤄지며, 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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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가 잘 갖춰져 있다. 공중 커뮤니케이션(public communication)은 화자는 한 명이지만 청자는 다수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 이션을 말하며, ‘공중 스피치(public speech)’ 혹은 ‘공중 연설’이라고도 부른다. 한편 매스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은 공중 커뮤니케이션에서와 같이 송신 자와 수신자가 명확하게 나뉘지만,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인원의 규모가 일단 대인 커 뮤니케이션 수준을 벗어나면 공적(公的)인 성격이 강해 지며 메시지의 계획성이 높아진다. 참여 인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친밀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송신자 위주의 전 문적이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행되어 상호작용 과 피드백이 감소하게 된다.

언어 커뮤니케이션

언어가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하기 힘들다. 언어란 그 저 단어를 만들어 내는 도구가 아니다. 인간 커뮤니케이 션의 상호작용을 도와 송수신자가 서로의 인식에 동참할 수 있게 한다. 언어가 인간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 것이 사유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각의 근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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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있다. 이 때문에 언어는 인간의 사회 인식에 영향 을 준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고, 언어로 판단하고, 언어 로 현실을 해석한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가 ‘기호의 체계’라고 말했다. 기호는 ‘기표(記標)’라고 부르 는 시니피앙(signifiant)과 ‘기의(記意)’라고 하는 시니피 에(signifié)로 구성되는 것인데, 여기서 시니피에는 어떠 한 것의 본래 성질(개념)이며, 시니피앙은 시니피에를 나 타내는 특정 집단의 말(청각 영상)을 가리킨다. 언어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지만, 언어만으 로 의미 전달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다. 언어 자체가 지 니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언어는 추상적이며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게 만든다. ‘사랑’, ‘행복’과 같이 개인의 감정이 크게 개입하는 추상적 개념의 경우 의미 전달에 문 제가 생길 수 있으며, 어떤 대상에 대해서 좋은 것과 나쁜 것, 친구와 적, 성공과 실패와 같이 이분화하는 것은 단순 화의 오류를 낳는다. 또 언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될 수 있으며 사실과 추론을 혼동하게 하는가 하면, 연상 작용을 크게 하고 고정적인 평가를 낳기 쉽다. 연상 작용 은 사람이나 사물, 혹은 사건을 그 자체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말해진 바, 즉 이름 지어진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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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이와 반대로 대상을 실물 자체로 인식하려는 것이다. 언어는 차별성 역시 부족하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비차별성은 고 정관념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독특한 특성을 무시한 채 그 개인이 속한 집단에 대해 고정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것이 그것인데, 이는 매우 심각한 커뮤니케이션 장애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비언어는 만국 공통어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호소가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커뮤니케이션이 곧 언어라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지만,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언어만 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비언어의 유형으로는 몸짓과 표정, 제스처같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외에도 음성의 어조, 강약, 고저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언어가 사실에 대 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반면, 비언어는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데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신 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 본능의 하나로서, 중요한 비언어 행위다. 이 가운데 얼굴 표정은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외모가 주는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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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지니는 비언어로서 ‘초두 효과 (primacy effect)’와 관련이 있다. 한편 언어 자체가 아닌, 언어의 음성적 측면과 관련된 ‘유사 언어(paralanguage)’는 감정 상태와 성격을 주로 나 타낸다. 유사 언어는 개인의 말하는 스타일과 관련되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도 하므로 공중 연설 등 공식적인 스피치에서 매우 중요하 게 다루는 부분이 된다. 커뮤니케이터와 수용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 또한 중요한 비언어다. 이를 연구하는 분야 를 가리켜 ‘공간학(proxemics)’이라고 부른다. 시간의 사 용도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약속 시간에 늦게 나 타나거나 편지나 이메일, 전화 연락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게 하는 것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기도 하다.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 또한 중요한 커뮤니케 이션 수단이 된다.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접촉은 친밀감 을 표시하기 때문에, 이를 지표로 삼는 연구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러한 학문 분야를 가리켜 ‘햅틱스(haptics)’라고 부른다. 비언어는 주로 반복 기능, 대체 기능, 보완 기능 또는 강 조 기능, 그리고 규제 기능 또는 조절 기능을 한다. 드물게 언어와 비언어가 불일치하는 부정 기능이 발생하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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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이러한 모순된 커뮤니케이션을 가리켜 ‘이중 구속 (double bind)’이라고 한다.

대인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대인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대인 관계의 출발과 유지에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대인 만남의 첫 단계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지만 이것이 호감으로 이어질 경우 관계 진전이 일어난다. 커뮤니케이션은 대인간 친밀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친밀감의 표현이나 유형은 남녀 차이 혹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에게 매우 필요하고도 소중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발하는 동 기는 즐거움, 애정, 소속감, 도피, 휴식 등이다. 많은 경우 대인 관계는 스스로 상대방을 선택해 관계를 형성, 유지한다. 이때 신체적 매력, 기대심리, 유사성, 차 이점, 근접성 등은 대인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자극한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이끌리기 쉬운 가장 큰 이유는 외 모다. 이 밖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을 것을 기대하는 심리라든지, 비슷한 환경과 계층에 속하는 사람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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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또는 이와 반대로 상대방과 차이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나누려는 것 등이 대인 커 뮤니케이션 욕구와 관련이 있다. 한편 좋은 대인 관계에는 대인 관계를 유지하는 필수적 인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휘와 언어능력 외에 대화 동기를 찾고 노력하는 것, 감정 표현과 자아 노출을 적절하게 하는 것, 대화 참여 와 지속 의도를 드러내는 것, 상대방의 비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배려와 감사, 칭찬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등 이 그것이다.

듣기와 커뮤니케이션

듣기는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요소다. 듣기가 제외되 면 송신자만 있고 수신자가 없는 형태가 되며, 커뮤니케이 션 과정에 대한 이해와 공유의 결과로 일어나는 중요한 피 드백 또한 발생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듣 기는 진정한 듣기, 즉 ‘경청’이다. 경청은 타인이 보낸 메시 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대뇌작용이 일어나는 행 위를 뜻한다. 듣기가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려면 올바 른 청취와 집중이 요구된다. 집중은 주위 사건의 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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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하는 선택적 과정에 해당한다. 이때 관심은 집중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화제나 화자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데에는 항상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리주의 듣기(dichotic listening)’와 ‘듣고 따라 하기 (shadowing)’ 같은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개인의 스타일은 듣기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참을성 있고 사려 깊은 사람은 듣는 데 시간을 더 기울이며 결과 적으로 효율적인 듣기를 할 수 있다. 개방적인 마음을 지 니고 있고 폭넓은 주제에 흥미가 있는 사람 또한 효율적 인 듣기가 가능하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들을 좋 아하는 경향이 있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다. 듣기는 관계나 직업에 따라 ‘사람 경청 스타일(people listening style)’, ‘내용 경청 스타일(content listening style)’, 그리고 ‘시간 경청 스타일(time listening style)’ 형 태로 나타난다. 적극적인 듣기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특별한 감각이 나 태도, 신념, 감정, 직관 등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유념할 것은 자신의 태도, 신념, 감정, 직관 같은 것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심리적 잡음으로 작동하게 되어 경우에 따라 듣기를 방해하는 커다란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리적 잡음은 사회적 고정관념을 낳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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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이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유 형마저 항상 비슷하게 그려지는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 현상이 나타타기도 한다.

설득 커뮤니케이션

설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얻게 하는 원 동력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본디 정치는 대중을 설득해 지지를 얻는 행위이며, 광고는 소비자를 설 득해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다.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 는 영업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대인 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 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설득(persuasion)은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 려는 시도이지만, 일체의 강압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 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상대방에게 특정한 행동을 취 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대신 그러할 수 있도록 논리적이거 나 감정적인 근거, 혹은 문화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커뮤니 케이션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혼동되는 개념으로 ‘선전 (propaganda)’이 있다. 설득은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요소-송수신자, 메시 지, 채널-와 모두 관련을 지닌다. 즉, 송신자가 설득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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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녔는지, 메시지는 잘 구성되었는지, 채널이 적절한지 의 문제가 중요하다. 한편 설득은 인간의 심리적 태도에 변화를 가하는 것에서 촉발된다. 따라서 일관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균형 이론(Balance Theory, 인지적 불균 형 상태가 긴장을 형성하고, 인간은 이를 다시 균형 상태 로 되돌리려는 강한 본능을 지닌다는 것), 대칭 이론 (Symmetry Theory, 나에게 중요한 상대방과 유사한 태도 를 갖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증대된다는 것), 인지 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긴장 과 스트레스를 형성하는 부조화가 변화 압력을 창출하기 때문에 이를 감소시키거나 회피하려 한다는 것) 등을 이 해하고 설득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현대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성은 나날이 크 게 인식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단순히 인간에게 천부적으로 부여된 ‘말할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하며, 그로써 사회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능력 있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과 분위기를 재 빨리 파악하고 민감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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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관계를 결정짓는 대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이를 위해서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감성지능은 다음 요소들을 포함한다. 즉 자기 스스로 문제를 냉철하게 파 악할 수 있는 자아인식,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적절 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감정관리, 충동을 억 제하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동기부여, 타인의 감정을 공유 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 등을 지니는 것이다. 한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일반적인 의미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개인의 생리적·심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능력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사회적·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른 상황이나 규범, 가치, 신념 태도 등등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늘 일 정한 무엇이 될 수 없다. 예컨대 개인주의 문화권의 저맥 락 커뮤니케이션과 집단주의 문화권의 고맥락 커뮤니케 이션의 차이를 인식한다든지, 자아 노출의 차이를 인식하 는 문제가 그것이다. 또 권위주의적 문화 풍토에서는 아 랫사람과 윗사람 간 권력 거리(power distance)가 멀고 그로 인한 권위감이 크게 작용하는 탓에 아랫사람이 불안 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하려 면 이러한 불안감부터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극복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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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 밖에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 세대 차이 등도 중요 한 고려 요소가 된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인간의 사회화가 가능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욕구는 오직 인간 사회에만 있으며, 아득한 옛날을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은 몸짓, 손짓 등을 의사 전 달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의 탄생에 힘입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인류 역사에서 커뮤 니케이션 발전과 사회 발전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인쇄 미디어, 전자 미디어, 인터넷 미 디어 등은 사회 변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미디어(media)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미디어는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도구 역할 을 한다. 미디어가 도구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을 담을 수 있는 갖가지 그릇을 연상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 물은 메시지다. 가령 똑같은 물(메시지)을 담는다 치더라도, 그릇(미디어)에 따라 모양과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커뮤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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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션은 구두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후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발명으로 인쇄 기술의 사용과 함께 인쇄 미디어가 출 현했고, 전신의 등장이 전화, 축음기, 라디오, 텔레비전으 로 이어지는 전자 미디어 시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앞선 모든 미디어의 개념을 거부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인터 넷 미디어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기존 매스미디어 사이 에는 공유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각기 다른 영역에서 발전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터넷은 모든 형태의 메시지를 통합해 전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송신자 위주 가 아닌 수신자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 메시지가 선택되는 전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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