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학교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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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ole des Femmes 아내들의 학교



나오는 사람들

아르놀프: 드라수슈라고 일컬어짐 아녜스: 아르놀프에 의해 양육된 순진한 처녀 오라스: 아녜스의 연인 알랭: 농부, 아르놀프의 시동 조르제트: 농부, 아르놀프의 하녀 크리잘드: 아르놀프의 친구 앙리크: 크리잘드의 매형 오롱트: 오라스의 아버지, 아르놀프의 절친한 친구 공증인

장소: 도시의 어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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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제1장 크리잘드, 아르놀프 크리잘드: 말해보시게나, 자네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말인 가? 아르놀프: 그렇네, 내일 중으로 일을 마무리 짓고 싶네. 크리잘드: 여기에는 우리뿐이네. 그러니 누가 엿듣지나 않 을까 걱정 말고, 우리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 해보세. 자네는 내가 친구로서 자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를 바라겠 지? 자네를 위한 자네의 계획이 나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하 는군. 자네가 그 결혼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든지 간 에, 아내를 얻는다는 것은 자네로서는 몹시 무모한 행동일 세. 아르놀프: 사실이야, 친구. 아마도 자네는 내게서 불안의 이유들을 찾고 있었나 보군.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기엔, 자 네의 뻔뻔스러움은 뿔들6)이 이 결혼의 필연적인 장식품이 기를 어디에서나 바라겠지. 크리잘드: 그러한 일은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일세. 그러 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보장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

6) 머리의 뿔들은 오쟁이 진 남편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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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한 일에 배려를 기울인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 같아.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가 수많은 가련한 남편들이 분노하는 것을 비웃는다는 것이지. 좌우간 그러한 분노에 신분이 높은 자이든 낮은 자이든 자네의 비판으로부터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은 자네도 알기 때문일세. 자네의 가장 큰 즐 거움은 도처에서 벌어지는 남들의 은밀한 정사(情事)를 사 방에다 떠드는 것이어서 걱정일세. 아르놀프: 물론이지. 이 세상 어디에 여기만큼 참을성 있는 남편들이 있는 도시가 있단 말인가? 자네도 가정에서 순전 히 구박받는 그런 온갖 부류의 남편들을 보지 않나? 어떤 남 자는 재산을 모으지만, 그의 아내는 정부(情夫)가 되려고 애를 태우는 남자들에게 남편의 재산이 얼마인지 알려준다 네. 좀 더 다행스럽지만 그렇다고 덜 수치스럽지도 않은 어 떤 남자는 자기 아내가 날마다 선물을 받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질투심도 없고 마음의 흔들림도 없다네. 왜냐하면 그런 것은 덕이 많아서 받는 거라고 제 아내가 그에게 말했 기 때문이지. 어떤 남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찮은 일 로 떠들어댄다네. 그리고 다른 남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 들이 되는대로 내버려 둔다네. 젊은 바람둥이가 자기 집에 오는 것을 보면서도 예절 바르게 놈의 장갑과 외투를 받아 주니 말일세. 그 바람둥이의 교활한 계집인 어떤 여자는 자 32


기의 충실한 남편에게 거짓된 속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네. 남편은 그와 같은 교활함을 편안히 믿으면서 잠을 자고, 자 기 아내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이 바람둥이를 동정하지. 그리고 어떤 남편은 제 아내의 엄청난 지출을 설명하려고 제 아내가 낭비하는 돈을 제 아내가 노름판에서 땄다고 말 한다네. 그리고 어리석은 남편은 그게 어떤 노름인지 생각 하지도 않고 아내가 따온 돈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 린다네. 결국 이것들은 어디서나 풍자의 소재들이야. 그런 데 내가 관객으로서 그것들에 대해 비웃을 수 없다는 말인 가? 이 아둔한 사람들에 대해 웃을 수 없느냐 말일세…. 크리잘드: 그럴 수 있지. 그러나 남을 비웃는 사람은, 반면 에 자신을 또한 비웃지나 않을까 염려해야만 하지. 나는 사 교계에서 회자되는 것을 듣고 있네. 그런데 사람들이 거기 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떠들어대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 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드나드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사건들을 이야기할지라도, 결단코 사람들이 내가 그런 험담 들로 인해 기뻐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네. 나는 그런 곳에서 는 정말 신중한 편일세. 물론 그러한 일들이 발생할 때면, 나도 그런 아량을 비난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남편들이 평 온하게 참는다고 나도 참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결코 그런 말을 하는 데 영합하지는 않았네. 왜냐하면 풍자가 나 33


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염려해야만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 우리들은 그런 상황들에 관해서 할 수 있는지 혹은 할 수 없 는지 결코 맹세해선 아니 되네. 그러니 내 경험에 따르면 모 든 것을 리드하는 운명을 통해 어떤 인간적인 치욕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거야. 내가 지녔던 몸가짐에 대해서 사람들이 몰래 추문을 일으키지 않고서도 그것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하네.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그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하고 말하는 몇몇 선량한 사람들을 만 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친구야, 자네는 사정이 다르네. 그걸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네는 지금 몹시 위험을 무릅쓰 고 있네. 자네의 혀는 영합(迎合)으로 비난받는 남편들을 언제나 조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네를 그들에게 대항하 여 미친 듯이 날뛰는 어린애라고 보고 있지 않나. 허나 자네 가 일체 조롱당하지 않으려면 행실이 곧아야 하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자네에 대해서 사소한 트집이라도 잡는다면, 자네를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비방할 터이니 주의하게나. 그 리고…. 아르놀프: 맙소사, 이 친구야, 조금도 걱정하지 말게나. 그 런 것을 가지고 나를 속일 수 있으려면 참으로 노련해야 돼. 나도 여자들이 우리와 내연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쓰는 교 활한 책략들과 치밀한 음모들을 알고 있네. 그리고 우리가 34


어떻게 그녀들의 책략들에 속아 넘어가는지도 알고 있어. 나는 이런 불운에 대해 미리 대비를 했네. 한데 내가 결혼할 여자는 내 체면을 그런 불길한 영향력7)으로부터 구원해 줄 수 있는 모든 순진함을 갖고 있다네. 크리잘드: 그런데 도대체 자네는 한마디로 그런 어수룩한 여자가… 무엇을 하길 바라는가? 아르놀프: 어수룩한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오쟁이 진 남 편이 되지 않기 위한 것일세. 내가 정직한 기독교인으로서 말하건대, 자네의 아내는 정말 현명한 여자일 거라고 생각 하네. 그러나 노련한 여자는 불길한 전조야. 나는 몇몇 남편 들이 지나친 재능을 겸비한 아내들을 둔 탓에 얼마나 큰 대 가를 치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네. 내가 말이야, 사교적인 모임과 규방에 대한 이야기밖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 고, 산문과 운문에 대한 달콤한 편지들이나 쓰고, 후작들과 재사(才士)들이 방문하는 한 여인을 책임졌다면 말이야.8)

7) ‘오쟁이 지는 일을 ’ 의미한다. 8) 13세기까지 프랑스의 거의 모든 문학은 운문으로서, 구두로 청중에게 전달 되었다. 음유시인(le jongleur)으로 불리는 유랑 가수들이 트루베르(trouvère) 라는 북프랑스의 시인들로부터 작품을 사서 악기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전 국을 순회했다. 당시 가장 유행했던 무훈시(武勳詩)는 서사시(敍事詩)였다. 아무튼 사상의 전달에는 라틴어가 널리 사용되었으나, 16세기 중엽에 일곱 명 의 시인들에 의해 플레야드(Pléiade)라는 시파가 결성되어 프랑스어를 고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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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부인의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동안에, 아무도 더 이상 불러주지 않는 성인처럼 되어 있지 않을까? 안 되지, 안 되고말고, 나는 고귀한 재능의 소유자도 전혀 바라지 않 네. 그러니까 글을 쓸 줄 아는 여자가 그런 걸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안다니까. 나는 내 여자가 지식에 조금 뛰어나더라도 각운 따위가 무엇인지 알지 않기를 바라네. 그리고 만약 그 녀가 누군가와 운(韻) 찾기 놀이9)를 해야 한다면, 제 차례가 된 그녀가 “무엇을 거기에 놓을까요?”라는 물음에 “크림파 이를 놓지요”라고 대답하는, 한마디로 극도로 무지한 여인 이기를 바라네. 잘라 말하자면, 하나님께 기도할 줄 알고, 나를 사랑할 줄 알며, 꿰매고 실을 자을 줄 아는 것으로 충분 하다네. 크리잘드: 그러니까 그런 숙맥 같은 여자를 얻어야 한다는

리스어나 라틴어의 수준으로 향상코자 했다. 뒤벨레가 쓴 ≪프랑스어의 옹호 와 선양≫(1549)은 이 학파의 선언서가 되었고, 이에 호응한 많은 학자들이 프 랑스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마침내 17세기 초에는 귀족계급이 점차 상류사회 로 편성되었는데, 당시 문학 살롱에서 발달된 프레시오지테(préciosité)라는 폐단도 있었지만, 프랑스어를 명료하고 우아한 언어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특 히 데카르트는 이성을 진리의 최고 심판자로 간주함으로써 합리주의의 토대 를 세웠는데, 이 진리의 예찬이 프랑스 고전주의의 근본원리가 되었다. 이렇게 루이 14세가 친정을 시작한 고전주의 문학은 산문문학으로 꽃을 피우게 되었 다. 9) ‘on’으로 끝나는 낱말로 대답하는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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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자네의 편견이잖나? 아르놀프: 그래서 나는 많은 재능을 갖춘 아주 예쁜 여자보 다는 좀 어리석은 못생긴 여자가 더 좋더라니까. 크리잘드: 재능과 미모도…. 아르놀프: 정숙이면 충분하네. 크리잘드: 하지만 요컨대 멍청이는 정숙하다는 게 무엇인 지도 결코 알 수 없을 텐데 자네는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내가 생각하기엔, 그런 멍청이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아주 따분한 일일세. 자네는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또 추호 도 오쟁이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자네의 생각에 근거하 고 있다는 말이지? 재능 있는 여자는 자기 의무감을 저버릴 수도 있다네.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감히 그렇게 되길 원해 야만 될 거네. 한데 자네의 멍청한 여인도 그렇게 되길 원하 지 않고 또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아도 평소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네. 아르놀프: 그런 대단한 논지에 그런 심오한 담론으로 화답 하는데, 나도 팡타그뤼엘이 파뉘르주에게 답한 것10)처럼 화

10) 16세기의 전형적인 인문주의자 라블레는 제2권 ≪팡타그뤼엘 (Pantagruel)≫(1532)과 제1권 ≪가르강튀아(Gargantua)≫(1534)를 출간했 는데, 이 작품들은 소르본(Sorbonne) 대학으로부터 비판을 받음으로써 탄압 의 대상이 되었으나 결국 무명 의사였던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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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리다. 이런 멍청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나와 혼인시키 려고 나를 재촉해 보게나. 팡트코트11)까지 설교하고, 나를 더욱 설득해 보란 말일세. 크리잘드: 난 자네에게 더 이상 일언반구도 안 하겠네. 아르놀프: 저마다 제 방식이 있기 마련이야. 나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에 대해서도 내 방식을 따라가겠네. 내 생 각엔, 나도 꽤 돈이 많아서 모든 것이 내 입맛대로 된 반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네. 순종적이고 의존관계에 있는 그 반 쪽은 나의 재산이나 출신에 대해 어떠한 비난도 하지 말아 야 하네. 아이들 중에서 온유하고 침착한 모습이 나로 하여 금 네 살 때부터 그 아이에 대해 사랑할 마음이 생기게 했다 네. 그 아이의 어미는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 아이의 어미에게서 그 아이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그런데 그 선량한 농부의 아낙이 내 소망을 알아차리곤 그 책임을 더는 데 큰 기쁨을 느꼈다네. 나는 모든 교제로부

르가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구절은 제3권(1546)에 나오는 장면과 관련된다. 파뉘르주는 팡타그뤼엘 및 온갖 사람들과 자신의 ‘결혼 문제에 ’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지만 서로 상반되는 견해들 때문에 결정적인 해답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신의 술병의 ’ 신탁(神託)을 받기 위해 팡타그뤼엘과 먼 여행을 떠난 다는 내용이다. 이 구절은 ‘상대방을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소용이 없다는 ’ 일 방적인 논리의 한계점을 지적한 것이다. 11) 가톨릭의 부활절로부터 50일 후에 있는 ‘성신 강림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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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멀리 떨어진 한 작은 수녀원에서 내 원칙대로 그 애를 키 우게 했지. 다시 말하자면, 가능한 한 그녀를 멍청이로 만들 기 위해서 어떤 보살핌들을 지시하여 키웠네. 천만다행으로 나는 내가 기대했던 결과를 얻었지. 그리하여 나는 그 아이 가 그렇게 순진하게 성장하는 것을 봤는데, 내 염원대로 한 여자를 만들기 위해 내 할 일을 한 것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 사했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수녀원에서 나오게 했는데, 내 저택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에게 늘 개방되어 있어서, 모든 것을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보러 오지 않 는 그 외딴집에 그녀를 데려다 놓았네. 그리고 그녀의 자연 스런 선량함을 조금도 해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거기에 그 녀만큼 순진한 하인들만 놓아두었어. 자네는 내게 “왜 이런 설화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하고 말하겠지. 이것은 자 네에게 나의 신중함을 알리려는 것일세. 자네는 나의 충실 한 친구이니까 오늘 저녁에 그 아이와 식사하는 데 초대할 터이니 모든 결과를 지켜보게나. 자네가 그녀를 좀 살펴보 길, 그리고 사람들이 나의 선택에 대해 나를 비난해야 하는 지 아닌지 봐주길 바라네. 크리잘드: 알겠네. 아르놀프: 자네가 오늘 만나서 대화하는 도중에 그녀의 인 격과 순진함을 판단할 수 있을걸세. 39


크리잘드: 그런 점에 관해서, 자네가 말한 것을 믿을 수 가…. 아르놀프: 사실은 내 이야기보다 더하다네. 그녀의 순진함 의 증거들은 언제나 나를 경탄하게 한다네. 그리고 종종 내 가 포복절도하는 것은 그녀가 순진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는 것이네. 어느 날인가 그녀는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하고 다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순진함 때문에, 아주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아이들이 귀를 통해 태어나는지 내게 물으러 왔다네. 크리잘드: 아르놀프 영감, 아주 즐겁네그려. 아르놀프: 아뿔싸! 자네, 나를 아직도 그 이름으로 부를 텐 가? 크리잘드: 아아! 본의 아니게 그 이름이 입에 붙었어. 한데 나는 언제나 드라수슈12) 영감을 잊어버리거든. 도대체 누 가 마흔두 살인 자네에게 개명을 하도록 알려줬다는 말인 가? 그리고 누가 자네 소작지 농가의 그 썩은 고목으로 이 세상에서 영주권의 칭호를 만들게 했다는 말인가? 아르놀프: 이 집이 그 이름으로 알려진 것을 넘어서,13) 아르 12) 수슈(Souche)는 라틴어에서 온 낱말로서 기원, 근원, 시조의 의미를 지닌 다. 즉, 전통 있는 명문가임을 내세우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13) 아녜스가 있는 집은 세상 사람들에게 라수슈의 저택(Hôtel de la Sou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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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프보다 라수슈가 내 귀에는 듣기 좋다네. 크리잘드: 몽상 위에 지은 건물의 뼈대를 취하려고, 자기 조 상들의 진짜 이름을 버리는 오류를 범하다니! 그것은 대부 분의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타는 욕망일세. 그들 을 자네와 함께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로 피에르 라고 불리는 한 농군을 알고 있네. 전 재산이라고는 달랑 땅 한 필지만 갖고 있을 뿐인데, 그 주위에 진흙 구덩이를 하나 파게 해놓고는 이슬 나리14)라는 으리으리한 이름을 붙였다 네. 아르놀프: 자네가 그런 종류의 예들을 들어봐야 소용없네. 하지만 드라수슈는 내가 취한 이름이네. 내가 그렇게 한 것 은 충분한 이유들이 있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 매 력이 있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는 것은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네. 즉 수슈 영주의 집으로 알려져 있다. 14) 귀족의 작위를 받거나 적어도 귀족 서임(敍任)을 받지 않은 것 같은 경계 에 있는 부르주아 가정에서 장남은 부칭(父稱, 조상의 이름을 바탕으로 한 이 름)과 실제적으로 영토(領土)의 지명을 쓰는 데 반해, 동생은 영토의 지명만을 쓴다. 피에르 코르네유(Pierre Corneille)는 오빌(d'Auville) 공(公), 므시외 코 르네유(M. Corneille)이다. 동생 토마(Thomas)는 평소 이슬 나리(Monsieur de l'Isle)로 불리어졌다. 이 섬은 오리발(Orival) 근처 센 강 유역의 라 리트(la Litte) 섬이었음이 틀림없다. 아마도 몰리에르가 토마 코르네유를 풍자하기 위 해서 쓴 것이 이슬 나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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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잘드: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 거네. 그리고 나는 마찬가지로 아직도 편지의 주소들 에… 보네그려. 아르놀프: 영문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쉽사리 그걸 용납할 수 있네. 하지만 자네는…. 크리잘드: 좋소. 우리 이제 그 점에 대해서 떠들지 맙시다. 그리고 내가 자네를 드라수슈 영감밖에는 달리 부르지 않도 록 내 입이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겠네. 아르놀프: 잘 가게나. 난 여기서 안부를 전해주기 위해 문 좀 두드려보고, 내가 귀가했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네. 크리잘드: (가면서) 참말로, 아무리 봐도 단단히 미쳤어. 아르놀프: 저 친구 어떤 부분에선 약간 미친 것 같아. 자기 의견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야. 여봐 라!…

제2장 알랭, 조르제트, 아르놀프 알랭: 문을 두드리는 게 누구시오? 아르놀프: 문 열어라. 모두들 열흘 만에 돌아온 나를 보면 42


매우 기뻐하겠지. 알랭: 거기 누구요? 아르놀프: 나다. 알랭: 조르제트? 조르제트: 왜? 알랭: 거기 문 좀 열어봐. 조르제트: 네가 가서 열어봐. 알랭: 네가 열어. 조르제트: 정말로 난 못 열어. 알랭: 나도 못 열어. 아르놀프: 친절한 예절이군. 나를 이렇게 밖에 세워두니 말 이야. 이봐, 제발 문 좀 열어다오. 조르제트: 누구세요? 아르놀프: 너희들의 주인이다. 조르제트: 알랭. 알랭: 왜? 조르제트: 나리셔. 빨리 열어드려. 알랭: 네가 빨리 열어드려. 조르제트: 내가 지금 불을 지피고 있어서 그래. 알랭: 이놈의 고양이가 밖으로 나갈까 봐 겁이 나서 막고 있 어야 돼. 43


아르놀프: 너희 둘 중 누구든지 문을 열지 않으면 나흘 이상 먹을 것이 일체 없을 줄 알아라. 에이그! 조르제트: 내가 문 열러 가려는데, 넌 무슨 이유로 가는 거야? 알랭: 어째서 나보다 네가 여는 게 낫다는 거야? 이 우스운 책략가야! 조르제트: 저리 비켜! 알랭: 싫어, 너나 저리 비켜! 조르제트: 내가 문을 열게. 알랭: 내가 열게, 내가. 조르제트: 너는 못 열어. 알랭: 너도 못 열어. 조르제트: 너도 마찬가지야. 아르놀프: 내가 인내심을 가져야지. 알랭: 그러나 어쨌든 바로 접니다, 나리! 조르제트: 나리의 하녀이옵니다. 바로 저예요. 알랭: 저런 나리를 무시하는 너 같은 것이…. 아르놀프: (알랭으로부터 한 방 맞으면서) 염병할 놈 같으 니! 알랭: 죄송해요. 아르놀프: 이런 멍청한 녀석 좀 보게! 알랭: 나리, 저 애도 그랬는데요. 44


아르놀프: 너희 둘 다 입 닥쳐라. 그런 얼빠진 소리는 집어 치우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봐. 자! 알랭, 거기서 어 떻게 지내더냐? 알랭: 나리, 저희는 그저… 나리, 저희는 잘 지내고…. (혼 잣말로) 천만다행이다! 저희는…. (아르놀프는 세 번의 시 도 끝에 알랭의 모자를 벗겨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아르놀프: 이 무례한 놈 같으니, 누가 내 앞에서 모자를 머 리에 쓰고 이야기하라고 가르쳐주더냐? 알랭: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르놀프: (알랭에게) 아녜스더러 내려오라고 해라. (조르 제트에게) 내가 떠나고 난 후에 아가씨가 슬퍼하더냐? 조르제트: 슬퍼했느냐고요? 아니요. 아르놀프: 아니라고? 조르제트: 물론이죠. 아르놀프: 어째서 아니란 말이냐?… 조르제트: 사실이에요. 아니면 제가 목숨을 걸지요. 아가씨 도 언제나 나리께서 돌아오신다고 생각했거든요. 한데 우리 들은 말이나 당나귀나 노새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듣지도 못했는데, 아가씨께서는 나리께서 귀가하신 걸로 착 각하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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