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세기
Ⅰ. 교육
괴테(Goethe)는 이미 ≪젊은 베르터의 슬픔≫1)에서 개인 주의적이고 심리학적인 교육의 의미에 대한 명료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괴테의 이런 통찰이 ≪어린이의 세기≫의 내 용을 특징지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괴테는 그 책 안에서 어 린이의 고유한 성향 속에 어떻게 미래에의 강한 의지가 감 추어져 있는지, 그리고 어린이의 모든 결함 속에 어떻게 전 적으로 손상되지 않은 선한 싹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설명하 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자들은 진화, 개성, 자연적 소질 등의 단어 들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자연적 타락, 즉 원죄를 믿는 것처럼 교육한다. 새로운 시대의 인간들조 차도 교육에서 새로운 방법 대신에 여전히 낡은 의학적 규 칙, 즉 ‘악은 악에 의해 구축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규칙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에서는 치료법 대신에 건 강법이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연이 스스로 돕도록 하고, 단지
1) 원전에는 ≪베르터(Werther)≫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옮긴이가 원제목에 맞게 정정했다.
27
주위 상황이 자연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살펴보는 일, 그것 이 교육이다. 어린이의 고유한 본질을 억압하고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은 변함없이 교육학적 범죄다. 이런 범죄는, 교육은 단지 어린이의 고유한 개별적 본성을 육성시켜야만 하는 것이라 고 큰 소리로 공표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일어난다. 어린이를 교육하는 일은 잘못이 무마되거나 잘못이 없 을 수는 없는 일이며, 오히려 언제나 잘못의 결과를 감수하 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에 기초하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그 잘못은 주위 상황에 천천히 적응하면서 지속적인 진보 속에서 변형될 수 있다는 확신에 기초하고 있어야 한다. 이 러할 때 비로소 교육은 학문과 예술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즉, 그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간섭을 통해 영향을 줌으로 써 교육적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 맹목적인 신앙을 포 기하고 심리학의 영역에서 행위하게 될 것이다.
＊＊＊
오직 어린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사람만이 그들에게 뭔 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말 안에 깊은 통찰이 존재한다. 스스 로가 어린이와 같이 되는 것이 어린이를 교육하기 위해 지 녀야 할 첫 번째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그것은 억지로 꾸며 28
서 어린이처럼 행동하는 것, 짐짓 어린이와 같은 말투를 사 용하는 것 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인에게 대하듯이 어 린이에게도 똑같이 신중한 태도와 세심한 마음과 신뢰를 보 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람들 스스로가 어린이에 게 원하는 것을 요구함으로써 어린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자신의 존재함의 인상을 통해 어린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린이를 술수와 힘으로써 대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진지함과 성실함을 가지고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루소는 어딘가에서 “교육하는 자로서의 부모나 교육되 는 어린이 모두가 자연에 의해 이끌려지지 않는 곳에서 모 든 교육은 좌절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만약에 사람 들이 마침내 자연의 지시를 따르기 시작하고, 교육의 가장 큰 비밀이 바로 교육하지 않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 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어린이를 평화 속에 머물도록 두지 않는 것, 이것이 어린 이에 대한 현대 교육의 가장 큰 범죄다. 그에 반하여 어린이 가 성장할 수 있는 외적 및 내적 의미에서 아름다운 세계를 마련하는 것, 그 안에서 어린이가 다른 사람이 지닌 권리의 확고한 경계에 이르게 될 때까지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두는 것, 그것이 미래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때 비 로소 성인들은 어린이의 영혼에 대한 깊은 통찰을 획득할 29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의 영혼은 거의 언제나 닫혀 있는 왕 국과 같다. 이는 교육자 앞에서 자신의 내적인 것을 숨기고 자 하는 어린이의 자연적인 자기 보존 본능 때문이다. 어린 이는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훈계하거나 함부로 다루는 교육 자, 자신의 섬세한 감정을 마구 누설하거나 웃음거리로 만 드는 교육자,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거 나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칭찬하는 교육자, 또는 심지어 개 방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이 믿고 고백한 것을 다른 때에 질 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교육자 앞에서 자신의 내면을 숨기 려고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일생 동안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바 로 어린이기에 평화에 대한 욕구, 즉 모든 외적인 움직임 사 이에서 내적인 평화를 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어린이는 자신만의 고유한 무한 한 세계를 지니고 있다. 그 안에서 올바른 길을 찾고 그 세 계를 정복하고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어린이는 무 엇을 경험하는가? 하루 종일 장해와 간섭, 훈계 등을 경험한 다. 어린이는 항상 어떤 뭔가에 손을 대면 안 되거나, 아니 면 자신이 행하고 발견하고 원하는 것과는 다른 뭔가를 행 하고 발견하고 원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어린이는 언제나 자신의 감각이 지시하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단 련된다. 교육자는 어린이가 단번에 완성되고 완전해지기를 30
원한다. 교육자는 어린이에게 질서와 자기 통제 능력을 요 구하고 의무에 충실할 것과 성실한 태도를 강요한다. 어린이들의 실수 앞에서 열 번 중 아홉 번을 눈감아 주는 것, 직접적인 간섭을 경계하는 것, 그 대신에 어린이가 성장 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 그리고 자기 스스로 행하는 교육에 주목하는 것, 이것이 자연적 교육을 실천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날마다 목적을 의식하면서 환 경을 변형시키고 자기 스스로를 교육하는 교육자는 찾아보 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유한 시기에 가장 좋은 것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스스로 계속 성장하 는 사람만이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네 살, 다섯 살 정도의 어린이가 이미 자기 나름대로 성 인들을 탐구하고 통찰한다는 것과, 놀랄 만한 정도의 명민 함으로 자신의 가치들을 의식적으로 정립하고 모든 각각의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교육자들은 거의 생각 하지 못하고 있다!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미약한 불신, 아 주 작은 불친절, 작은 불공평, 순간적인 비웃음 등이 어린이 의 민감한 영혼 안에 일생 동안 화상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에 기대하지 않은 호의, 고상한 환대, 정당한 분노 등은 어 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인상을 준다! 현재 부모들이 들이는 수고 가운데 100분의 1정도만 어 린이의 삶을 간섭하는 데에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100분의 31
99는 어린이의 삶을 인도하기 위한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예견하기 위한 것에 사용되어야 한다. 그 예견을 통해 어린이들은 스스로 경험을 획득하며 그 경험들로부터 결론 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현재 성인들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발견과 의견, 원칙들을 어린이에게 각인시키고 있 을 뿐이다. 어린이는 선조들의 유산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이 런 유산은 환경에 대한 적응을 통해 변형된다. 그러나 어린 이는 종족 유형에 대해 개인적인 변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린이의 이런 특성이 적응의 과정에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자기 결정 능력의 발달이 촉진되어야 하며, 그리 고 이런 능력 발달의 결과를 결합하고 강조하는 방법을 이 해하고 있는 교사에 의해서만 직접적인 지도를 받아야 한다. 개인적인 발달에 관하여 아름다운 말들이 있지만, 실제 로 어린이들은 마치 그들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있 지 않은 것처럼 다루어진다. 오히려 어린이들은 단지 부모 가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기분 좋아하는 것을 위해 만 들어진 것처럼 다루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린이들을 존경받을 만하고 쓸모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해 일찍부터 노력한다. 그러나 어린이를 사회적 인간으로 만 드는 교육에서 유일하게 올바른 출발점은 바로 어린이를 그 런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다. 32
새로운 의미의 교육자는, 계획적으로 조직된 경험들을 통해 어린이가 거대한 실존의 연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도록 하고, 더 나아가 어린이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어린 이 스스로 책임을 통찰하도록 단계적으로 가르칠 것이다. 반면에 어린이의 개인적인 삶의 외현적인 것들 가운데 어떤 것도, 어린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삶을 주변 상황에 대한 적응 으로 보는 스펜서(Spencer)적인 정의와, 삶을 힘을 획득하 고자 하는 의지로 보는 니체(Nietzsche)적인 정의 사이의 올바른 균형이 산출되어야 할 것이다! 주변 상황에 대한 적응을 위해 모방은 확실히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힘을 연마하는 일이 똑같이 중요 하다. 왜냐하면 삶은 적응을 통해서는 단지 하나의 확고한 형태만을 갖게 되지만, 힘의 연마를 통해서는 새로운 내용 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현대 사상가들은, 고유한 인격체에 대해 상당 히 많은 말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어린이가 다른 어 린이들과 같지 않을 때, 그리고 그들이 후손들에게 사회에 의해 요구된 덕을 확고하고 완결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없 을 때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린이들의 본성 을 억압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훈련시킨다. 사람들은 새로 운 인간들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거의 알지 33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능한 젊은이, 사랑스러운 소녀, 존 경할 만한 관리 등의 옛 인간 유형들이 여전히 중요시된다. 그러나 보다 높은 이상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인간들, 예컨 대 미지의 길을 떠나는 방랑자, 기발한 사상을 지닌 사상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은 죄를 범할 수 있는 사람 등 과 같은 유형들은 현재의 잘 교육된 사람들 가운데서는 거 의 나타나지 않는다. 본성은 물론 스스로 기본 형태들을 반복해서 생산해 낸 다. 그러나 그것은 계속적으로 작은 변칙을 만든다. 이런 방 식으로 서로 다른 종류들이 생긴다. 인간 또한 그러하다. 그 러나 인간은 이미 좋은 것으로서 간주되고 있는 느낌이나 사상, 판단 등이 새로운 세대에 의해 재생산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교육자는 어린이에게 모든 사람이 행동하는 대로 모 방하도록 충고해서는 결코 안 되며, 오히려 그와 반대로 어 린이의 빗나가는 성향을 볼 경우에 기뻐해야 한다. 다른 사 람의 의견을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의지에 종속시키고 거대한 집단의 한 부분이 되도 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족 및 사회 전체의 진보를 위해 독립심을 각 성하는 교육이 본질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경우나 비켜 감이 단순히 관심을 자극하려는 욕구에 따른 것이 아닌 경우에는, 비켜 가고자 하는 마음이 34
고무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어린이에게 일반적 의견이나 유통되는 관례, 습관화된 느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양 심의 평정을 갖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집단적 양심을 위한 교 육뿐만 아니라 개인적 양심을 위한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서 도 갖추어야 할 근본 조건이다. 집단적인 양심이 현재 대부 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종류의 양심이다! 개인 적인 양심을 지킨다는 것은, 나의 고유한 양심이 시험하고 발견한 외적 법칙에 나를 자발적으로 굴복시키는 것, 내가 나 자신에게 부과한 불문율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 그 리고 세계 전체에 대해 나 홀로 대항해야 할 상황에서도 이 런 내적인 법칙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인생의 처음 3년 동안에만 일종의 훈련이 필요하 다. 이것은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행하기 위한 전제를 만 들기 위한 것이다. 그때 어린이는 감각이 매우 발달되어 있 기 때문에 가벼운 신체적인 고통이나 쾌락이 사태를 이해하 는 유일한 언어의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몇몇 어린이들 에게 훈련은 특정한 습관을 연습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 이 된다. 그러나 다른 어린이들에게는 그런 강한 방법이 전 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어린이가 매를 기억할 수 있게 될 때는, 이미 매를 맞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아주 확실하게 복종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35
안 된다. 더욱이 이런 복종은 절대적인 복종이어야 한다. 그 러나 그런 복종이 가장 유연한 연령기에 이미 습관이 된다 면, 어린이를 똑바로 서 있게 하기 위해서 단지 한 번 쳐다 보는 것, 말 한마디, 억양을 바꾸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아주 어린 나이의 어린이와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 려 논리에 맞게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 예컨대 어린아이 가 계속적으로 울고 있을 때, 그 울음이 병이나 다른 불편함 −어린아이에게 울음은 불편함에 대항하는 유일한 무기다 −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울음 은 통상적으로 매를 맞음으로써 그치게 된다. 그러나 매는 어린이의 의지를 정복하지 못하며, 단지 어린이의 영혼 안 에 어린아이가 울 때 어른이 어린 사람을 때린다는 표상을 형성할 뿐이다. 이것은 윤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반면에 우 는 어린이를 고립시킴으로써,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괴롭 히는 사람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 어린이 는 이런 고립이 확실하고 가차 없이 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어린이는 만약에 누군가가 불편해할 때 사람은 혼자 있어야만 한다는 경험의 기초를 얻게 된다. 위의 두 가 지의 경우 모두에서 어린이는 불쾌함을 통해 조용해진다. 그러나 매를 맞음으로부터 오는 불쾌함은 자신의 의지에 대 해 강제적으로 행사된 것으로부터 온 것이며, 고립으로부 36
터 오는 불쾌함은 조금씩 의지를 스스로 극복하게 되면서, 더욱이 선한 동기를 통해 수행되는 데서 오는 불쾌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매의 방법은 낮은 감정, 즉 두려움의 감정을 조장하며, 고립의 방법은 삶의 가장 중요한 경험들 과 결합된 방식으로 의지를 바로잡는다. 매라는 벌은 어린 이를 동물의 수준에 있도록 하며, 고립의 벌은 인간 공동생 활의 근본 원칙을 각인시켜 준다. 즉, 우리의 즐거운 기분이 다른 사람의 불쾌한 감정의 원인이 될 때, 그 사람은 우리가 즐거움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권한 행사’를 못 하게 한다는 원칙이다. 어린아이들은 예컨대 식탁이나 그 밖의 장소에서 좋은 예절을 지니도록 익숙해져야 한다. 만약 매번 무례한 행동 을 반복한다면, 즉시 데리고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 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혼자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때 어린이는 올바른 토대를 지닌 올바른 행동을 배우게 된다. 또한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의 소유물에 손대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한다. 만약 매번 허락 없이 건드린다면, 이런저 런 방식으로 활동의 자유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와 동 시에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은 다 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배우게 된다. 텅 비어 있는 방이 어린이를 교육하는 데 이상적이다. 반 37
면에 뭔가로 가득 채워진 복잡한 방은 어린이를 위해 거부 되어야 한다. 처음 몇 년 동안 어린이의 진정한 교육은 접촉 하고, 맛보고, 씹어보고, 촉감을 느끼는 것 등을 통해 진행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몇 년 동안 어린이들은 매순간 “건 드리지 마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어린이의 기질과 힘의 발달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만의 커다란 방을 갖는 것이다. 그 방은 밝은 색채의 아름다운 석판 인쇄 물과 목판 조각 같은 것으로 장식되고 단순한 용구가 비치 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어린이들은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 일 수 있다. 어린이를 두려움으로 몰아넣는 위험이 문제가 된다면, 사태 자체가 두렵게 작용하도록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예 컨대 어린이가 촛불에 손을 갖다 댄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어린이를 때린다면, 어머니가 바깥으로 나갈 경우에 어린 이는 바로 또다시 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가 불에 데어 혼이 나도록 한다면, 어린이는 다시는 결코 건드 리지 않을 것이다. 보다 성숙한 나이에 예컨대 남자 어린이 가 칼, 깡통, 또는 그와 비슷한 것들을 잘못 사용할 경우에, 당분간은 그런 것들을 지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벌이 되 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소년들은 애호하는 소유물을 잃어 버리는 것보다 신체적 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손실 만이 참으로 삶의 확고한 길을 걸어가도록 하는 중요한 교 38
육적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경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 하지 않을 것이다! 매를 손에 드는 부모들은, 어린이가 너무 어려서 자신이 찢은 옷을 원래대로 수선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연령의 어린이가 그런 것 때문에 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린이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튼튼한 옷을 입어야만 한다. 나중 에 어린이가 실제로 조심할 수 있을 때에, 만약 부주의로 자 신의 옷을 더럽히거나 찢는다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 안 에 있어야 하는 것이 자연적인 벌이 될 것이다. 또한 어린이 는 옷을 다시 원상태로 수선하는 일을 도와야 하거나 자신 의 부주의로 인해 못 입게 된 옷을 스스로 번 돈을 가지고 다 시 구입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에 어린이가 조심성이 없다 면 다른 식구들이 외출할 때 집에 있어야 하며, 식사 시간에 늦게 오면 혼자 먹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모든 중요한 습관들을 제2의 천성으로 만들기 위해 단순한 수단들이 사용된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스펜서가 제시한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연적인 귀결 은 때때로 어린이의 건강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너무 천천히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부 모가 어린이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간섭해야겠다고 생각한 다면,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그리고 신속하고 강력하게 39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 어린이는 불이 탄다는 사실을 매우 빨리 배우는가? 불이 항상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때로는 때리거나 위협하고, 때로는 구슬리거나 눈 물을 흘리며, 한 번 거절한 후에 곧바로 허락하기도 한다. 그녀는 실제로는 위협하지도 복종을 강요하지도 못한다. 단지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야단칠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서 ‘가끔은 이렇게 가끔은 저렇게 행동하는’ 엄마는 항상 타 오르는 불과 같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예전의 엄격한 교육이 고정된 성격 형성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바로 그 통일성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 교육은 시종 일관 엄격했으며, 현재처럼 모든 종류의 교육학적 방법과 심리학적 분위기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망설임 속에서 어린이는 하나의 공처럼 성인들의 손 사이에서 여기저기로 던져진다. 때로는 앞으로 내밀어지 고, 때로는 웃음거리가 되고, 때로는 밀어젖혀지고, 때로는 끌어당겨지고, 때로는 격렬하게 입 맞춰지고, 때로는 호령 당하고 때로는 달래진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어린이를 다 루듯이 단 하루라도 성인들을 다룬다면, 아마 그들은 미쳐 버릴 것이다. 어린이는 호령당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친절 함을 배울 수 있도록 성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정중하게 요청받아야 한다. 어린이를 결코 강제로 애무해서는 안 되 40
며, 입맞춤을 퍼부어서도 안 된다. 그런 입맞춤은 일반적으 로 어린이를 괴롭히며 자주 성적인 지각 과민증의 원인이 된다. 어린이는 용서를 구하거나 후회하는 마음을 표현하 도록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이 기만을 가르치는 가장 확실한 교육 방법이다. 자발적인 뉘우침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충심으로 용 서를 구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강요된 마음의 움직임은 모 든 경우에 가치가 없다. “넌 미안하지 않니?”, “네 형이 죽고, 네 엄마가 아프고, 네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는데, 너는 아무 렇지도 않니?” 등과 같은 말은 어린이의 감정 표현을 기대하 면서 매우 자주 던지는 물음이다. 그러나 감정을 지니거나 지니지 않는 것은 어린이의 권리다. 어린이는 감정을 성인 들과 같이 전적으로 방해받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 으며 호감을 갖거나 반감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권리다. 성인들의 배려 부족으로 인하여 어린이의 다감한 취향이 손상될 뿐만 아니라, 자극받기 쉬운 혐오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성인의 미숙한 태도로 말미암 아 어린이가 겪게 되는 고통이 어떠한가에 대한 것이, 아마 도 아직 써지지 않은 어린이 심리학의 중요한 영역이 될 것 이다. 만약 어린이가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행동을 한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그러한 행동을 했을 때 괜찮을지를 생각해 보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일 것이 41
다. 교육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작거나 큰 문제에 있어서 “내가 나의 어린이를 다루었던 것과 똑같이 나 자신이 취급 되는 것에 대해 나 스스로 동의할 것인가?”라고 스스로 물어 보는 것이 아마 교육을 위한 가장 좋은 개선책이 될 것이다. 만약 교육자가 어린이는 대부분의 경우에 성인보다 두 배의 강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어린 이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다 부드러운 감정으로 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온유한 감정을 느낄 수 없을 때, 어 린이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 된다. 주는 기쁨이나 작은 즐거움, 오락거리 등을 얻을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소유물의 일부를 파괴한 것에 대해 스스로 보상할 수 있도 록 하기 위해서, 어린이는 매우 어린 나이부터 가사 노동을 진지하게 수행하고 그에 대한 작은 보수를 받는 것에 익숙 해져야만 한다. 그에 반하여 어린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했 든지 부탁받아 했든지 간에, 자신이 우연히 행한 작은 수고 에 대해서 보수를 받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보수를 받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것만이 관용의 기쁨을 발달시키기 때문 이다. 매 단계에서 어린이는 삶의 실제적인 경험들을 만나 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결코 장미로부터 가시를 떼어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원리를 교육자들은 여전히 거의 이해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른바 ‘합리적인’ 방법들이 끊 42
임없이 실패하고 있다. 사람들은 삶의 실제와는 전혀 연관 성 없는 고통을 주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강요된다. 그것은 무엇보다 고문의 방법이라는 말 대신에 여전히 교육의 방법 이라고 불리는 것, 즉 체벌(Schläge)을 의미한다!
＊＊＊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체벌을 옹호하고 있다. 그들은 종 종 체벌이 어떤 행위로부터 오는 자연적인 귀결보다 부드러 운 벌이라는 점과, 가장 강력하게 기억하도록 하는 힘이 있 다는 점, 그리하여 이념의 연상을 통해 계속 영향을 주게 된 다는 점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종류의 연상인가? 신체적인 고통과 수치심을 지닌 연상이 아닌가? 이런 방식으로 교육하고 교 정하는 것은 이미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나 고문이나 가정 사육, 매로 때리는 것을 폐기하고자 하는 움 직임은, 그것들이 교육 수단으로서 불가피하다는 확신 때 문에 오랫동안 실패했다. 사람들은 어린이를 여전히 하나 의 동물로 보고 동물처럼 사육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어린이에 대해서도 동물에 대 해서도 뭔가를 모르고 있다. 동물도 때리지 않고 훈련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스스로가 인간이 된 사람들에 의해서만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