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휘 작품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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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휘 작품집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는 전 세계 모든 학문 분야 고전이 3000종 이상 출간됩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은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은 고전의 완전한 번역입니다. 고전선집을읽고다음으로클래식을 읽고 마지막으로 원전을읽는점진적독서로 더욱 심오한 지식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0515

선우휘 작품집 선우휘 지음 강정구 엮음

대한민국, 서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0


편집자 일러두기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에서 출간하는 한국 근현대소 설 100종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공 동으로 기획했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 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 은이로 추천했습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 석을 덧붙였습니다. ∙이 책은 <불꽃>(문학예술, 1957), <깃발 없는 기수>(새벽, 1959)를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습니 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 용했습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 잡았습니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 춰 고쳤습니다. ∙주석은 현대에는 쓰지 않는생소한 단어,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뜻을 알기 어려운 한자어, 원전의 글씨가 잘 안 보여 엮은이가 추정한 글자, 사투리, 토속어, 북한어 등 설명이 필요한 경우 에 달았습니다. ∙뒤표지의 글은 엮은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문장을 직접 뽑아낸 것입니다. ∙표지에 사용한 색상은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을 위


해 개발한 고유 색상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은 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표지와 본문에는 모두 친환경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차례

해설 ······················11 지은이에 대해 ··················21

불꽃 ······················23 깃발 없는 기수 ·················107

엮은이에 대해··················279



불꽃



第一部 산과 산. 또 산. 이어간 산줄기와 구비치는 골짜구니. 영겁 의 정적. 멀리서 보면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이 골짜구니가 마치 푸른 모포를 드리운 것같이 부드러운 빛갈로 보였다. 그러나 골짜구니를 뒤덮고 있는 관목의 자기와 잎사귀에 가리어, 험한 바위가 짐승처럼 엎드리고 당그면 손목이 끊길 것 같은 차디찬 냇물이 그 밑을 흐르고 있었다. 이 골짜구니가 내려다보이는 서녘. 부엉산 산마루. 거기 동굴이 있었고 그 동굴을 등지고 고현(高賢)은 앉아 있었다. 기대고 있는 바위가 차거웠다. 해가 산마루 뒤로 기울기 시 작하면서 골짜구니의 이편에 지어졌던 그늘이 차차 저편 산 허리로 물들어 갔다. 그곳, 검푸르게 우거진 솔밭 가운데 현 의 종조부의 산소가 보였고, 거기서 눈길을 북으로 돌리면, 보이지 않는 오욕(汚辱)의 날(刄)이 영겁의 산줄기를 끊어 놓고 있었다. 아니 지금은 그 흔적뿐. 포성과 함께 피를 품고 남쪽으로 옮겨 간 오욕의 날. 오욕, 인간이 땅과 인간에게 가 한 오욕. 현은 손바닥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짐승처럼 사람의 눈 을 피해 쫓겨 다닌 기나긴 시간이 턱과 뒷덜미에 흐르고 있 었다. 가마쐐기같이 거치른 턱수염. 덜미를 뒤덮은 머리카 락. 그리고 가슴에는 무수한 가시가 돋혀 있었다. 이 동굴에 기어오른 지 두 시간. 방금 소총의 손질을 끝냈 25 불꽃


다. 두 날 남짓, 누더기로 감싸, 동굴 안 바위 위에 올려둔 소 총은 싸리를 박아놓았던 탄도(彈道)를 남기고 거의 붉은 색 갈로 변해 있었다. 엣·셋·세·엘(CCCP) 쏘련제 아식보총. 그와 흡사히 녹쓸은 삼 발의 탄환. 바닥에 스며드는 싸늘한 그 감촉. 현은 가만히 무릎에 놓은 소총 멜방을 어루만져 보았다. 따각 하고 고리가 총신 복판을 치는 소리를 냈다. 견디기 어 려운 죽음 같은 고요가 그의 전신을 엄습했다. 사르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바위에 돋은 풀 잎사귀가 하늘거렸다. 그리고 뒤이어 풀숲에서 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외로움이 현의 가슴에 흘러드렀다. 현은 그 외로움을 누르려는 듯이 두 팔을 가슴 위에 얹었다. 뚝 하고 동굴 천정 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났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 려 어두운 동굴 안을 디려다보았다. 三十一 년 전 바루 이 동굴 안에서 그의 부친이 스물네 살

의 짧은 생애를 끝마쳤던 것이다.

一 一九一九년 三월 상순. 일요일도 아닌 어느 날 하오. 서

울에서 북으로 백여 리 떠러진 P 고을. 이곳 조그만 교회 안 에는 남녀 교인 삼십여 명의 조용한 모임이 열려 있었다. 한 늙은 교인이 이러서서 손을 웅켜쥐며 고개를 숙이자 여러 교인들도 자리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노인의 기도 소 26


리가 천정에 튀어 울렸다. 간간이 교인들 입에서 ‘아ᐨ멘’ 소 리가 흘러나왔다. 기도가 끝나자 노인은 옆에 놓인 보따리를 풀어 차곡차곡 접어놓은 헌겁을 들어 한 장씩 나눠주었다. 교인들은 말없이 그것을 펴 보았다. 그것은 삼색으로 물들여진 태극의 기폭이 었다. 한 젊은이가 싸리로 깍은 한 묶음의 댓가지를 가져왔 다. 모두 말없이 그 댓가지에 기폭을 달았다. 어떤 교인은 그 것을 좌우로 가만히 흔들어보고 어느 젊은 여인은 기폭을 손 으로 꼭 쥐어보았다. 일행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교인들의 경건한 얼굴에 갑짜기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교회를 나와 거리에 나서자 깃대를 나눠주던 키 큰 젊은이가 선두에 섰다. 결의에 얼굴 이 핀 젊은이는 번쩍 두 팔을 들며 만세를 절규했다. 삼십여 명이 그 뒤를 딸았다. 대한 독립 만세! 일행의 거름은 갈수록 빨라지고 목이 터 질 것 같은 만세 소리는 더욱 높아갔다. 몇 차례의 만세 소리 가 그치면 흥분된 가락의 찬송가가 뒤를 이었다. 믿는 사람들아 군병 같으니 앞에 가신 주를 따라갑시다… 이 때아닌 만세 소리에 문을 열고 내다보는 군중들의 눈 은 휘둥그래졌다. 어떤 사람은 놀랜 표정을 하고 황급히 문 을 닫았다. 어떤 사람은 저도 모르게 밖으로 뛰어나와 뒤를 따라가며 마구 미친 듯이 만세를 불렀다. 창백한 얼굴과 얼 굴. 찢어진 입부리. 휘청이는 다리와 다리 감동과 공포에 찬 눈. 눈. 눈. 27 불꽃


경찰서 가까운 싸전 가개 앞에 군중들이 밀려갔을 때 목 에서 째진 만세 소리는 마치 울음처럼 들렸다. 경찰서의 담 장 위에는 밀물 같은 이 군중들을 기다리는 싸늘한 총구가 햇빛에 번득이고 있었다. 싸전 가개에서 이 군중의 선두에 선 키 큰 젊은이를 발견 한 혹부리 주인은 ‘악’ 하고 경악의 비명을 질렀다. 목에 달린 혹이 부르르 경련을 이르켰다. 손발이 떨리고 눈앞에 확! 검 은 장막이 내리는 듯했다. “저 녀석이, 저 녀석이.” 하고 웨쳤으나 그 소리는 목구멍 안에서 굴고 있었다. 무 거운 둥어리1)가 머리 위를 꽉 짓누르는 것 같았다. 어이쿠! 주인은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그러자 비명 같은 만세 소리에 뒤섞여 튀는 듯한 총소리 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집안이 망했구나.” 주인은 가슴을 쥐어뜯었다. 뿌득하면서 뜯져진 옷고름이 떨리는 손아귀에 남았다. 또 콩을 뽁는 듯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만세 소리는 멎고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우루루 흐터져 달아나는 어지러운 신 발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의 눈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저편 가개와 골목으 로 뛰어드는 군중들이 보였다. 총알이 그 뒤를 쫓았다.

1) 둥어리: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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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버쩍 정신을 차렸다. 벌떡 이러나 버선발로 뛰어 나가자 가개 문에 덮석 손을 대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문짝 을 뜯어 밖으로 내동댕이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장을 밀 어 던지고 몸을 날려서 방 안으로 통하는 문짝에 손을 대었 을 때 덩그래진 가개 안에 총에 몰린 몇 사람이 뛰어들었다. 경악에 눈고리가 째진 주인은 쌀 되는 글대2)를 들고 걔액 하고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었다. “나가아. 썩 나가아.” 고함이 목젖에 걸려 비껴 나갔다. 이 주인의 기세에 그들 은 다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중 한 명이 가개 문턱을 나서 자 총에 맞아 시궁창에 몸을 처밖았다. 주인은 펄적 가개 한가운데 다리를 겯고 환급히 도사리드 니 손으로 담뱃대를 끌어당겨 불을 그어댓다. 그리고는 눈을 꾹 감고 뻑뻑 담배를 빨았다. 군중을 쫓아 총질을 하며 가개 앞까지 이른 경찰들은 사납게 이그러진 얼굴로 힐끗 안을 디 려다보고는 그대로 달려가 버렸다. 그럴 때마다 한켠 눈을 지긋이 뜬 주인은 ‘허우’ 하고 한숨을 내어쉬었다. 한 시간 후 피투성이의 시체가 늘어진 도로를 줄줄히 묶 인 군중들이 개 새끼처럼 끌려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절름거 리는 상한 다리를 총대로 후려갈겼다.

2) 글대: 색대. 가마니나 섬 속에 들어 있는 곡식이나 소금 따위의 물건을 찔러 서 빼내어 보는 데 사용하는 기구. 보통 대통이나 쇠 통의 끝을 엇비슷하게 베 어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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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죽음의 그림자가 며칠 이 고을 위에 무겁게 뒤덮 고 있었다. 여덟 명이 죽고 이십여 명이 상했다. 팔십여 명은 경찰서 유치장과 복도에 그리고도 모자라 마굿간에까지 꾸 역꾸역 수용되었다. 그 안에서 밤새 무딘 신음 소리가 들려 나왔다. 일행의 선두에서 만세를 절규하던 젊은이는 총에 맞은 다 리를 간신히 끌며 친구 두 명의 부축으로 그곳서 사십 리 떨 어진 부엉산 산마루 동굴 속에 몸을 감췄다. 출혈이 심했다. 사십릿길에 염증이 생겼다. 몽롱한 정신 속에 고통을 견디는 젊은이의 얼굴에는 차차 죽음의 빛이 짙어갔다. 한밤을 신음 으로 지낸 젊은이는 날이 밝자 친구가 떠다준 골짜구니의 어 름같이 찬 냇물을 마시고 죽었다. 다음 날은 비가 나렸다. 살아남은 두 명은 이 동굴까지 뻐 친 경찰의 손에 잡혀가고 젊은이의 시체는 그의 부친에게 인 도되었다. 쌀전 주인인 젊은이의 부친은 눈물 한 방울 없이 아들의 시체를 공동묘지에 묻었다. 그는 죽은 아들을 가엾다 기보다 증오했다. “이것은 내 아들이 아니요” 하고 냉정히 딱 자른 그의 한 마디는 일경이 입회한 탓만은 아니었다. 애비를 두고 죽은 자식은 자식이 아니라 요물이라는 것이었다. 본가에 갔던 며누리는 소식을 듣고 몇 번 기절한 끝에 간 신히 몸을 가누워 달려와 남편의 무덤 앞에서 한밤을 새웠 다. 아침에 사람들이 뫼를 찾아갔을 때 흙투성이가 된 며누 리는 거의 실신한 병자같이 되어 있었다. 30


스무 살에 과부가 된 며누리는 본가에 돌아가 아홉 달만 에 아들을 나았다. 이름을 현이라고 불렀다. 한달 후 어린것을 안고 시집을 찾아간 며누리는 시아버지 가 석 달 전에 맞았다는 젊은 여인에게 머리를 수겨 공손히 인사를 드려야 했다. 며누리를 다리고 공동묘지를 찾아갔다. 돌아오는 길. 주 인은 말없이 “헙, 헙” 느끼기만 했다. 며누리는 자기보다 몸 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시아버지가 대문을 들어서자 왈칵 목에서 피를 토하고 거꾸러지는 것을 부축해야 했다. 사흘 만에 정신을 가다듬은 주인은 며누리더러 손자를 두 고 본가로 돌아가 때를 보아 재가를 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며누리에게는 이미 남편과 같이 지냈고 또 남편이 죽은 이곳 에 머무를 결심이 되어 있었다. 며누리는 조용하고도 분명한 어조로 시아버지의 분부를 거절했다. 그때부터 현의 모친의 눈물과 피와 땀에 엉킨 三十여 년 의 인종의 삶이 시작되었다.

二 싸전 주인은 이 일 년간 갑짜기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파이 고 머리와 수염이 회색으로 변했다. 고 노인(高老人)이라고 불리우기 시작했다. 고 노인은 자라나는 현을 냉냉히 대하는 듯하면서 남모르 31 불꽃


게 귀해했다. 현이 계집애가 아니고 사내라는 데 있었다. 그 러나 자기의 핏줄을 보는 고 노인은 어린 현에게서 때때로 어두운 그늘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도 맹랑하게 죽은 자식. 그 자식의 생명을 이어 그렇게도 야릇이 태어난 손자. 고 노인은 아들이 죽은 다음 해 가을 P 고을에서 이백여 리 떨어진 곳에 모셨던 선친의 무덤을 파서 뼈를 옮겨다가 부엉산에서 건너다보이는 저편 산허리 양지바른 곳에 의장 했다. 선친의 묏자리 탓에 아들에게 화가 미친 것이라는 늙 은 풍수장이의 얘기를 들으며 고 노인은 이제는 마음 든든하 다는 듯이 굳게 어금니를 물었다. 다음 해 겨울 고 노인은 아들 영선을 보았고 또다시 겨울 찾아오기 직전 죽은 아들의 뼈를 옮겨다 선산발치에 묻었다. 그것은 현이란 핏줄을 남긴 탓이며 자라는 현에게 바랄 만한 싻이 보인다는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며누리에게는 엄격했다. 첫재 아들이 죽은 책임 의 절반은며누리의 타고난 팔자에 있었다는것, 둘재젊은 과 부가 어느 때 어떻게 될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 노인은 본시 여자란 것에 한 푼의 가치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고 노인이 현에게 떼어준 강 건너 논밭 몇 마지기 가 현의 모친의 손을 갈구리같이 만들어놓았다. 현 모는 거의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땅을 다루었다. 어린 현은 노끈에 매여져서 밭머리 나무 밑에서 놀았다. 해가 떨 어져 어두운 길을 더듬어 두 간 방인 초가로 돌아올 때면 스 며드는 외로움이 시달린 팔다리를 더욱 쑤시게 했다. 저녁을 32


먹고 누우면 과로한 탓으로 앓는 소리를 했다. 알른 소리는 때로 울음소리로 변했다. 고 노인은 여전히 싸전을보며 때때로 생각나듯이 강을 건 너와 현을 보고 갔다. 어느듯 현은 할아버지가 말없이 옷고름 에 매어주고 가는 동전(銅錢) 냄새를 그리워하도록 자랐다. 가혹한 현 모의 삶에 마음의 의탁은 현이 자라가는 것을 보는 기쁨이며 고 노인의 눈을 꺼리며 일요일마다 찾아가는 교회의 복음이었다. 교회에 들어서면 현 모는 거기서 어느 때나 남편의 체취 를 느낄 수 있었다. 드높은 천정에 울리는 그윽한 오르간의 선률. 하나님을 찬송하는 노래와 경건한 기도 소리. 예상하 는 피안의 안식에서가 아니라 바루 그곳에서 남편을 대할 수 있었다. 찬송가의 가락에서 남편의 음성을 느끼고 기도 속에서 남 편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환상이면서 그것은 더욱 가까 히 있는 것. 상한 마음과 시달린 팔다리의 아픔을 잊게 하는 것. 현 모는 이처럼 일주일에 한 번 교회 안에서 남편과 상면 하고 있었다. “퍽 괴로워요.” “얼마나 고생이 되겠오.” “보세요 현은 이 처럼 자라고 있어요.” “당신이 그처럼 애쓰는 탓이오.” “언제 나 당신 옆에 갈 수 있을까요.” “현이 곧 나요.” “나는 항상 당 신의 옆에 있는 것이오.” “저를 도와주세요 견디기 어려울 때 가 많아요.” “주께서 도와주실 것이요 주께서는 모든 것을 살 피고 계시니까.” 현에 대한 사랑−남편에 대한 흠모− 거기 33 불꽃


하나님의 깊은 은혜가 있었다. 현이 네 살 되던 해 가을. 고 노인은 현 모보고 현을 계속 교회에 다리고 가려거던 그대로 맡겨둘 수가 없다고 일렀다. 그때부터 현은 일요일이 면 할아버지 싸전에서 놀았다. 어린 현에게는 아버지라는 개 념이 극히 희미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저 높 은 하늘나라에 계신다는 어머니의 얘기. 푸른 하늘과 흐르는 구름과 은하수. 그러므로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것잡을 수 없는 모멸보다 오히려 현에게는 할아버지의 목에 달린 혹을 조롱당했을 때 의 충격이 더욱 강렬했다. 현은 어느 일요일 할아버지의 혹을 두고 조롱하는 싸전 근처의 애들에게 맹렬히 대들어 얼굴에서 피를 내고 갈갈히 옷을 찢긴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싸운 자랑에서 현은 으젓이 할아 버지에게 사연을 얘기하고 은근히 공명과 찬사를 기다렸 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입에서 떨어전 것은 뜻밖에도 질책 이었다. “머? 혹 얘기? 그래−그렇다고−이런 꼴악서닐 하고 누 구하고? 머? 김 주사 아들 녀석을? 이런! 야 이 녀석아 웬 말 성이냐, 제발, 네 애비처럼−” 허둥지둥 가개를 달려 나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 보는 어린 현의 가슴에 예기치 않았던 불안이 밀려들었다. 할아버지에게 가해진 모멸. 분연히 이러선 행동의 동기. 용 34


감했던 대결. 까닭 모를 할아버지의 심뇌와 분노−그것은 마치 주인에게 대드는 사람에게 덤벼들다 되려 주인의 몽둥 이를 맞고 꼬리를 거두는 개에게 비길 수 있는 의혹과 환멸 의 감정이었다. 그 후 현은 그러한 경우 말없이 발길을 돌렸 다.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으나 나종에는 되려 일 종의 쾌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현이 열 살을 넘으면서부터 가끔 죽은 아버지 얘기를 물 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현 모는 초점 없는 시선을 저편에 부으며 흠모와 자랑에 떠는 목소리로 일렀다. “참 훌륭한 분이었어. 남을 위하는 마음이 두터웠고 바른 일을 위해서는 무엇이고 두려워하시질 않으셨지. 야학을 짓 고 애들을 가르키기도 하시고 지나가는 가엾은 행인을 그대 로 보내시는 일이 없었지. 그리고 이 고을에서 너의 아버지 처럼 으젓한 이는 또 없었단다.” 그리고 현의 얼굴을 유심히 드려다보고는 그 눈매와 입언 저리에 죽은 남편의 모습을 엿보고, “아버지 얼굴을 보려거던 거울을 드려다보렴.” 하며 손가락으로 현의 머리를 똑똑 따리곤 했다. 가엽고 귀여운 내 아들. 단 하나의 내 생명. 그러한 현 모에게 있어서 돌아간 남편에게 내리는 고 노 인의 가혹한 평가는 가슴을 어이는 아픔을 주었다. 그것은 현이 열일곱 살 나던 해 여름. 밖깥은 햇빛이 내려 쏟던 어느 날. 고 노인은 자기는 아들의 뫼에시 멀쯔시 떨어져서 현더러 35 불꽃


절하게 하고는 자리에 제물을 펴놓고 먼저 한 잔을 마시고 나서 또 한 잔을 따라 현보고 마시라고 일렀다. 현 모는 그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현이 놀래면서 머뭇 거리는 것을 보자 고 노인은, “너두 이전 마실 나이가 되었느니라.” 하며 손을 흔들어 재촉을 했다. 현은 그래도 잔을 들고 주저하다가 간신히 한 잔을 삼키 고는 느껴서 기침을 했다.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하느니, 그래야 술버릇이 점잖 아지지.” “−요줌 젊은 녀석들은 버릇이 없어. 신학문 했다는 녀석 들은 버릇이 없어 탈이란 말이야.” “…” “신학문이니 머니 하지만 글을 제 이름짜만 쓰면 족한 것 이고, 예의범절은 명심보감 한 권이면 알아본단 말이야.” “그런데 할아버지−돌아가신 아버지 얘기 좀 들려주세 요.” “음, 네 애비가 사람은 똑똑했지, 유달리 영특하였기에 나 는 내 앞장감이 생겼다고 적지않이 바란 것이 있었다만 이르 는 말을 안 듣고 ‘야소교’3)를 믿기 시작해서부터 잘못되어 갔지.” 고 노인은 저편 언덕에 햇살을 받고 눈부시게 솟아 있는

3) 야소교: ‘예수교의 ’ 음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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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을 내려다보고 이맛살을 찌프렸다. 현 모는 고개를 숙 였다. “그때부터 네 애비는 뫼에 가서 간신히 절을 했다만 죽어 도 음복은 안 했거던, 절조차 어데를 보고 했는지 모르고, 조 상을 위하는 미풍을 저바리구 생고집만 부리다가 몰골이 되 고만 것이지, 어데서 흘러왔는지 그 ‘야소’ 귀신이 탈이란 말 이야.” 현은 말없이 풀을 뜯고 있는 어머니를 훔쳐보고는, 취를 느끼며 다시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훌륭한 일을 하시고 돌아가신 것이라 저번에 선생님도 말씀하시든데요.” 고 노인이 버럭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성성한 흰 수염 이 떨렸다. “어떤 놈이 그런 소릴 하든, 훌륭한 일을 했구나, 애비 두 고 죽은 불효가 훌륭하다든, 네 어미를 청상과부 만든 것이 훌륭하다든.” “그러나 나라를 찾을려구 한 일이 아닙니까.” 현 모가 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눈짓을 했다. “나라라구, 그래 그놈의 나라가 멀하는 나라랬다든, 벼슬 하는 놈들만 버티고 앉아서 백성들 것 모주리 훑어가기질이 나 하구. 안 내면 잡아다 볼기나 치구. 그런 놈들의 나라가 멋이 아쉬워서 도루 찾느니 머이니 야단이냐 말이다. 나라를 판 놈들도 바루 그놈들인걸, 그래 그렇지 않다 치고 나라를 찾는다니 머라고 제가 나서서 야단을 했다는 거냐.” 37 불꽃


“그러나 할아버니.” “글쎄, 그때보다야 지금이 살기가 낫고 사람들도 많이 깼 지. 네 애비 죽은 생각을 하면 나도 가슴이 아프다만 그래 어 리석은 짓을 했지 머이냐, 그 총칼 가진 놈들 앞에 무슨 수가 있겠다구 맨손으로 덤벼들었단 말이냐, 죽을랴구 환장을 한 것이지.” “…” “네 애비가 살아 있었으면 네 어민들 무슨 고생을 그리하 겠느냐. 나는 네 어미 볼 때마다 죽은 네 애비가 고얀 생각이 들드구나.” 고 노인의 음성이 차차 젖어 들었다. “네 애비가 살아 있었으면 이 늙은것두 오죽이나 편하겠니, 요즘은 도무지 습증 때문에 요동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잠시 입을 다물었던 고 노인은 이마의 땀을 훔치고 다시 노기 띈 소리를 질렀다. “그래 네 애비 훌륭한 일 했다니, 그놈들은 어째서 번번히 살아서 너한테 쓸데없는 귀영을 한단 말이냐, 고을 놈들도 봐라, 네 애비가 죽은 뒤에 무어 거드러주는 놈 하나 있느냐, 이런 놈의 세상이니라. 네 애비를 쏜 놈두 일본 놈이 아닌 같 은 조선 종자 보조원 녀석이었느니라. 네가 공립 중학엘 못 가고 사립을 가게 된 것두 그 때문이 아니냐.” 현의 등 뒤에서 현 모의 참고 견디려고 애써도 새어 나오 는 오열이 들려왔다. “사람은 순리대로 해야 하느니라. 나라 빼낀 것이 좋을 리 38


야 있으랴만 종자가 원래 제구실 못하는 말종이니 말이다. 그리구 언제는 나라가 사람 살렸다든, 그저 세상 형편에 따 라 제 주먹으로 제 일 처리를 해야지. 믿을 것은 자기밖에 없 느니라. 딴 녀석을 위해 손가락 하나 까닥거릴 것도 없고, 손 톱만큼이라두 남의 도움을 바랄 것도 없이 제 몫으로 제 살 림을 해야지.” 고 노인은 얘기를 그치고 현 모를 건너보았다. 잠시 침묵 이 흘렀다. “얘기가 좀 과했나 보다만 말인즉 그렇다는 게지.” 고 노인은 담배를 한 대 담아 물고 으흠으흠 헛기침을 몇 번 하드니, “이전 집으로 돌아가자.” 하고는 먼저 이러서서 뒤도 안 보고 성큼성큼 산을 내려 갔다. 집으로 돌아온 현 모는 눈이 붓도록 울었다. 그리고 현더 러 다시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버지 얘기를 끄내지 말라고 애 원했다. 그러나 현은 할아버지의 얘기가 그처럼 가혹한 것이기만 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부친의 죽음을 할아 버지처럼 생각할 수는 없었다. 오직 그때 부친이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 어쩔 수 없었던 마음 가운데의 그 무엇, 빈손으로 으젓이 죽음과 대결하고 생명을 태웠던 그 무엇에 대한 모색과 두려움이 현 의 첫술에 타는 가슴속에서 사납게 회호리치고 있었다. 39 불꽃


三 현은 중학에서 수영 선수를 지낸 일이 있었다. 그것은 현 이 운동에 특별한 관심을 둔 때문은 아니었다. 알몸으로 혼 자 물속에 몸을 담그고 마음대로 헤염칠 수 있는 것이 번잡 한 어느 운동보다도 현의 성격에 맞았던 것이다. 어느 날 현이 늦게 혼자서 헤염치고 있을 때 그것을 엿본 수영 코ᐨ취는 즉석에서 그를 선수단 속에 집어넣었다. 선수 생활에 필요한 얼마간의 금전 지출에 고 노인은 비위를 상 했다. “학교엘 보내면 공부나 할 게지, 돈을 들여가며 헤염이란 무슨 짓이야, 헤염 잘 치는 놈 물에 빠져 죽는 영문도 모르는 군.” 그러한 할아버지의 비위 때문이 아니라 현은 곧 수영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규정에 얽매인 조직 생활. 한 초를 다루는 경쟁의식. 그것은 거침없이 뛰놀 수 있는 수영을 견디기 어려운 한 가지 체형으로 만들었다. 일 년도 못 가서 현은 애원하다시피 간청한 끝에 선수 생 활에 종지표를 찍고 말았다. 그 후 현은 식물 채취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산과 들 을 헤매 다니며 가지각색의 화초를 채취하는 데는 특별한 즐 거움이 있었다. 허리가 굽은 식물학 선생과 함께 들을 헤매 는 한나절, 한마디 대화도 교환 않는 것이 예사였다. 지쳐서 40


누으면 높고 푸른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눈을 시울게 했고 말 없는 꽃과 풀 줄기에서 흐르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 었다. 오 학년 되던 해 초여름. 시간을 마친 M 선생이 교실을 나서자 그 자리에서 일경 고등계에게 끌려가고 이튿날 같은 반 학생 두 명이 붓들려 간 뒤 현과 같은 P 고을 출신인 R을 포함한 다섯 명이 행방을 감춘 사건이 일어났다. 젊고 팔팔한 M 선생은 시간이면 가끔 암시적인 얘기를 하는 적이 있었다. 그 어조에는 항상 냉소하는 가락이 섞여 있었다. 들려오는 사건의 내용은 M 선생이 주최하여 몇 명의 학 생이 불온한 독서회를 열었고 모종 과격한 행동까지 꾀했다 는 것이었다. 현은 어느 땐가 R한테서 그런 권유를 받은 일 이 있었으니 당장 해야 할 숙제나 시험만 해도 자기에겐 과 중하다고 거절했던 일을 생각했다. 끌려간 M 선생은 학생들의 은근한 여론 속에서 하나의 우상이 되고 말았다. 더욱 옥중에서 쪽지를 보내 학생들을 격려했다는 소문은 어쩔 수 없는 흥분의 도가니를 이루게 했다. 며칠 후 현은 R의 부친이 외아들의 행방불명과 경찰의 추 궁에 기겁해 뇌빈혈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어쩐지 그 도가니 속에 흠연히 몸을 담을 수 없는 주저를 느 꼈다. 41 불꽃


−무엇을 할려고 한 것일까. M 선생 혼자서는 단행할 수 없었던 그런 거대한 일이었을까. 연행해 가던 형사의 굴찍한 팔다리. 창백한 얼굴에 안경알만이 빛나던 M 선생의 매마른 얼굴. 옥중에서 연락된 종이쪽지. 우상화. 흥분의 도가니. 소년 잡지에 나오는 모험대. 팔인조 소년모험단 단장. R의 행방. R 부친의 죽음. 전과 다름없이 이어져 가는 생활. 눈앞 에 닥친 시험. 이듬해 봄, 현은 학교를 졸업했다. 친구들이 고등학교니 전문대학이니 서두는 때에도 현은 오직 집으로 돌아갈 생각 만 하고 있었다. 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담임선생도 너무나 무관심한 그 태도에 놀랬다. “이만하면 저는 족합니다. 무리를 할 생각은 없읍니다. 저는 집에 돌아가 어머니 모시고 편히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러면 인생에 대한 아무런 목적도? 청년다운 아무런 야 망도?” “네, 남을 괴롭히지 않고 그저 저는 저대로 살아간다는 것, 저는 그것뿐입니다.” 현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알을 스치는 낯익은 시골 풍 경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저 나대로 살아가겠다는 것은 할아버지 같은 그런 생각일까. 아니, 할아버지와는 다르다고 생각되지만, 설혹 같은 것이라면 그것이 또 어떻다는 것이냐. 인생의 목적? 야 망? 포부? 42


모두 그에게는 것잡을 수 없이 희미한 술어에 지나지 않 았다. −남이야 어떠하든 내야 얼려 들 것이 무엇이랴− 검푸른 부엉산 밑에 질펀한 들이 눈앞에 전개되고 창문으 로부터 흙냄새 섞인 바람이 날아들었을 때 상쾌한 아픔이 찌 르르 가슴을 스쳐 갔고 전류 같은 흥분이 전신의 혈관을 구 비쳐 흘렀다. 그리운 땅. 그에게 있어서 오직 이것만이 분명한 것이었다. 현은 어머니의 힘을 더러주는 일이 즐거웠다. 모자가 같 이 아침을 치르고 들로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현이 삽 으로 도랑을 칠 때면 어머니는 삽에 맨 줄을 당겼다. 저녁이 면 어머니는 먼저 돌아가 밥을 지어놓고 민요처럼 찬송가를 부르며 아들을 기다렸다. 푸성귀 찬이나마 그것은 철에 맞아 신선한 맛이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도 어머니는 일요일의 예배를 빠치는 일이 없었다. 흰 무명옷으로 차린 어머니가 성경 책을 들고 싸리문을 나설 때마다 현은 그 뒷모습에서 젊었을 시절의 어머니를 그 려보곤 했다. 어머니의 그 얼굴에서 슬픔과 신고의 그늘을 걷으면, 아직도 꺼지지 않은 아름다움의 자죽이 피어져서 현 의 안막에 젊은 어머니의 얼굴이 되살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오직 자기에게 바쳐진 희생된 어머니의 젊음에 생 각이 가면 현의 마음은 스스로 암연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43 불꽃


무병한 어머니는 때때로 허벅다리를 어루만지며 신음하 는 때가 있었다. 현이 걱정을 하면 어머니는 까닭 없이 얼굴 을 붉혔다. 한번은 몹씨 열을 내고 몽롱한 상태에 빠져 거리 의 의사를 부른 일이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어머니는 흐릿 한 정신 가운데서도 두 손으로 한켠 허벅다리를 누르며 의사 의 진단을 거부했다. 현은 그 손을 물리치고 어머니가 손으 로 누르던 곳을 디려다보았다. 무릎 가까이가 몹씨 공기고4) 붉은 줄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현은 그 붉은 줄의 좌 우에 생생히 남아 있는 무수한 상흔을 보았다. 그것은 끌이 뾰죽한 것으로 찔러서 내인 상처였던 것이 다. 그 상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현이 그것을 깨닫기 에는 그로부터 오 년이 지나야 했다. 일 년이 흘렀다. 그해 추석. 뫼에서 돌아온 현은 마당 꽃 밭을 가꾸고 있었다. 현의 집 꽃밭은 이 마을뿐 아니라 강 건 너 P 고을의 어느 가정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것이었다.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에 이르는 동안 십여 종의 꽃이 뒤이 어 뒤이어 마당을 장식했다. 마루에 걸터앉아 현의 넓직한 어깨에 시선을 붓고 있던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영선이는 내년에 대학을 간다지.” “머 그런답디다.” 현에게는 아무 흥미도 없는 화제였다.

4) 공기고: ‘곪고의 ’ 방언(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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