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시스템_맛보기

Page 1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

스타시스템 장규수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스타시스템

지은이 장규수 펴낸이 박영률

초판 1쇄 펴낸날 2013년 2월 25일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출판등록 2007년 8월 17일 제313-2007-000166호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 전화 (02) 7474 001, 팩스 (02) 736 5047 commbooks@commbooks.com www.commbooks.com CommunicationBooks, Inc. 3F Cheongwon Bldg., 571-17 Yeonnam-dong Mapo-gu, Seoul 121-869, Korea phone 82 2 7474 001, fax 82 2 736 5047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저작권자와 계약해 발행했습니다. 본사의 서면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장규수, 2013

ISBN 978-89-6680-868-7 책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연예 산업과 스타비즈니스

그동안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는 수용자 입장에서 진행한 것이 많았다. 특히 연예 산업(entertainment industry) 분 야는 생산자 입장에서 현장을 연구할 인력이 부족한 현실 이다. 산업의 역사가 짧고, 현재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지 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연예 산업이란 오락(娛樂), 여흥(餘興) 등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을 경제적인 목적 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스타 (star)를 활용한 스타비즈니스(star business)는 영화, 방 송, 음악 등 대중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동안 학문적 연구가 소홀했다. 현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스타가 발생하고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예술(藝術)과 달리 연예(演藝)는 연구의 대상으 로 관심 받지 못했던 것이다. 스타에 대한 연구는 1930년 대부터 영화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1970년대를 지나며 조 금씩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문화산업은 수요와 공급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연예 산업은 불확실성

v


이 큰 산업이며 일종의 투기성 산업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러나 필자는 10여 년간 현장에서 일하며, 연예 산업도 일반적인 산업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시장조사, 기획, 제 작, 유통, 홍보, 마케팅 등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제조 또는 서비스산업이란 것을 확인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다. 연예 산업이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의 측면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어느 산업 이든 리스크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목표를 이룰 수 있도 록 노력하면 된다. 연예 산업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연예 인의 이미지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산·유통시키는 비즈니스의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산업적 시스템과 가시 적 성과는 미국의 에이전시시스템과 일본의 프로덕션시 스템 그리고 국내의 SM엔터테인먼트 등의 사례에서 확인 할 수 있으며, 최근 한류스타들의 경제적 가치 창출 사례 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스타는 소수의 인기인에 한정되어 희소성을 가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스타는 일정 권력을 갖게 되었고, 스타가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럼, 어떤 조건과 시스템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스타시스템(star system)에 대한 개념과

vi


기본적인 이론을 고찰했다. 먼저 제1장에서 3장까지 연예 인과 그 조력자들의 개념을 정리하고, 제4장에서 6장까지 는 스타와 스타시스템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제7장에 서 10장까지는 미국·일본·중국·한국의 스타시스템과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에 대해 조사·연구했다.

대중문화 시대의 스타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를 고급 문화에 대비해 저급 문화 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클래식음악이나 발레 등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이 방송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연 예인들보다 더 많은 재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도 한다. 예컨대 동방신기 같은 대중가수는 조수 미 같은 성악가나 장한나 같은 첼리스트에 비해 타고난 재 능이나 후천적 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개 념은 많은 허점과 모순을 지니고 있다. 대중문화는 산업조직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어 영화, 방송, 음반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유통된다. 이러한 상업주의 문화인 대중문화와 미디 어가 발전하면서 그 중심적 콘텐츠인 스타의 가치와 역할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타는 인기가 높고 많은

vii


팬을 확보한 소수의 연예인을 말한다. 최근 국내에도 한 류에 힘입어 스타를 기획, 제작, 마케팅하며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연예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가수 보아(BoA)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시스템 을 통해 스타로 등극한 사례는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 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이후 수많은 청소년들이 기 획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한국의 연예매니지먼트 사들은 투자받은 자본으로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IT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대중문화산업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 기 시작했고, 이러한 환경은 연예 산업의 기업화, 대형화 에 기폭제가 되었다. 필자는 가끔 연예인이나 스타비즈니스를 과거의 기생, 광대, 연희패 등의 활동에 비유한다. 춤과 노래, 그리고 다 양한 기예를 사람들에게 실연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 군이 지금의 연예인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러 한 직업군의 종사자들이 하층 계층으로 취급되었지만, 이 제 연예인은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스타들은 인 기와 부를 창출하고 일종의 권력을 가진 엘리트 집단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이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나 전문 집단의 도움이 필수 조건이 되었다.

viii


과거에도 권번(券番)이 설립되면서 기생들이 상업성을 띠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권번이란 어릴 때부터 소녀들을 불러모아 노래와 춤 등을 도제식으로 교육시킨 뒤 기생으 로 활동하게 하는 일종의 기생조합을 말한다. 당시에 기 생들이 예능인으로 인정받고 사회 진출의 폭이 넓어지게 된 이유는 그들의 주활동무대인 요릿집이 성업을 이루었 기 때문이다. 기생과 권번 그리고 요릿집은 일제시대에 생긴 새로운 비즈니스의 형태였다. 오늘날로 치면 기생이 연예인이고 권번이 연예매니지먼트사, 요릿집은 방송국 이나 공연장 등 활동무대인 셈이었다. 그러나 권번은 현 재의 연예매니지먼트사보다 에이전시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숙식을 제공하며 출연의 섭외와 출연료의 수금에만 관여할 뿐, 기생들끼리 도제식으로 기예를 전수받았고 개 별적으로 가마나 인력거를 타고 요릿집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광대나 사당패 그리고 유랑극단도 일종의 단체 또 는 기획사의 역할을 하면서 예능인들의 활동(당시는 연예 라기보다 연희였다)을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곳이었다. 교 육과 공연의 진행 그리고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조직이 었던 것이다. 그럼 전문적인 직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재의 연예인들은 연예매니지먼트사나 관련 협회

ix


를 통해 권리를 보장받고 있을까? 연예인은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직업으로 분류되는데,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급여대상자가 아닌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즉, 이들은 소 속된 단체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 같은 것 도 없고 노후에 연금도 없다. 따라서 자신의 모든 복지문 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점차적으 로 연예인의 능력보다 매니지먼트 집단의 전문성과 거대 자본을 토대로 제작된 아이돌그룹들이 상품성을 띠면서 인권의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스타시스템이 점차적으 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지며, 예능인으로서 능력 계 발보다 수익 창출을 위한 소모성 콘텐츠로 사용되기 일쑤 인 것이다. 과거에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음반을 취입 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래 를 가르쳐서 음반을 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어 떤 사람을 발굴해 능력을 계발하고 어떤 연예 콘텐츠로 대 중에게 노출시켜 스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연예매니지 먼트 전문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연예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x


스타비즈니스 스타를 활용한 비즈니스, 즉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은 고부 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성공확률이 낮고 산업의 시스템 이 아직 체계적이지 못한 단점도 있지만, 자본이나 인력 등 투자대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연 예인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스타를 만들어서 고수익을 창 출하는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은 일반적인 제조업에 비해 자본이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그룹 을 생산하는 음악산업도 대중문화산업 중에서 영화나 방 송 등에 비해 대규모의 제작비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다. 음 반 제작에 필요한 제작비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면 충 분한데, 국내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상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음악회사들은 코스닥(KOSDAQ) 에 상장하며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인다.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어선 사례도 있을 정도로 거품이 많은 것이 사실이 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연예인을 매니지먼트 또는 에 이전트하는 스타비즈니스는 결코 많은 자본이 필요한 사 업이 아니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사회에서는 사 물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기호가 소비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사물을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소비되는

xi


것은 사물이 지니고 있는 기호나 이미지라는 것이다. 가 령 사람들이 펩시콜라를 마실 때 소비하는 것은 거품이 있 는 검은 액체라기보다 그것의 기호학적 가치인 젊음이다. 결국 실제와 기호·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 게 되고, 점점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초과실제(simulacre) 가 생겨나게 된다(배영달, 2005). 리처드 다이어(Richard Dyer)도 스타는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의 산물이기 때문 에 대중은 스타의 실제 모습이 아닌, 미디어를 통해서 구 축된 이미지에 열광하게 된다고 말한다(Richard Dyer & Paul McDonald, 1998). 따라서 스타의 이미지와 가치는 스타비즈니스의 필수요소가 된다. 이때, 스타의 가치는 희소성과 비례하며 인기와 벌어들 이는 수익으로 평가된다. 할리우드와 같은 상업콘텐츠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스타가 제작과정뿐만 아니라 유통과 판매까지 영향을 미친다. 스타가 관객 동원과 투 자 유치의 수단으로 역할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흥행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상업영화의 제작시스템에서 유래된 스타시스템은 영화 이외에도 방송, 음반, 공연 등 대중을 상대로 연예 콘텐츠를 기획, 제작, 유통하는 데 널리 응용 되고 있다. 이제 스타는 자본과 함께 연계되어 연예 산업 의 이익 창출 증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자산의 한 형태로

xii


자리매김했다. 연예 산업에서도 당연히 인기가 많고 부가가치가 높은 스타를 위주로 전문가들의 협업과 비즈니스가 이루어지 게 마련이다. 스타비즈니스의 중심은 에이전트(agent)와 매니저(manager)인데,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스타를 배 출한 경험이 많고 스타가 많이 소속되어 있는 대형 에이전 시나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형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는 것은 특히 신인들 에게는 더 절실한 목표가 되고, 이 때문에 전속계약부터가 중요한 경쟁의 과정이 된다. 전문적인 조직과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 연예매니지먼트사가 스타를 배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스타시스템도 이제 부익부 빈익빈 그리고 규모의 경제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스타시스템 스타시스템이란 용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스타를 기용해서 고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 이 아니라 ‘스타를 만들어서 고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스타를 기용해 흥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스타시스템은 상업적인 영화산업에서 시작되었 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

xiii


터에 스타를 기용해 안정적인 흥행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인을 기용해 홍보마케팅을 통해 스타로 등극시 키며 상호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 에서 스타시스템 또는 연예매니지먼트의 개념은 연예인 을 스타로 등극시키기 위해 기획, 제작, 마케팅하는 일련 의 과정, 즉 연예인 관리와 스타 만들기를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스타시스템이란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 인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기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 는 경영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연예매니지먼트사 또는 매니저나 에이전트가 연예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독 립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스타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시스 템에는 선별력, 전문성, 협상력의 역할과 소비시장과 연 계된 연예인의 가치에 따른 보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스타시스템은 미디어와 제작사로부터 시작되는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로 이루어져 대부분의 연예매 니지먼트 주체들은 불공정한 입장에 처해 있다. 또한 연 예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 사이의 전속 계약에도 문제가 많아서 일정 부분 정책적 관리 또는 관련 협회의 자율적 규제가 요구된다. 스타시스템은 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순환, 반복하면서 크게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된다. 기획, 오디션 및 캐스팅,

xiv


트레이닝, 제작, 홍보 및 마케팅이 그것이다. 이러한 발굴 과 트레이닝 그리고 미디어 출연의 과정을 게이트키퍼 (gatekeeper)라고 지칭한다(허행량, 2002). 미디어의 관 문을 통제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게이트키퍼는 스타가 되 는 발전과정, 즉 스타시스템의 생산과정이다. 어떤 사람 을 발굴해 능력을 계발하고 어떤 연예 콘텐츠로 대중에게 노출시켜 스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게이트키퍼의 역할 은 매우 중요하다. 스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인 팬덤(fandom)은 스타의 일정한 지위나 영역인 스타덤(stardom)을 구축한 다. 스타덤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잉생산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승리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다. 미디어가 스타를 끊임없이 대 중에게 노출시켜야 한다. 이 외에도 광범위한 문화적 영 향력, 일과 여가의 분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체계화 등 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을 볼 때, 스타는 과잉생 산과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중요한 환경으로 작용한다. 결국 자본과 기술이 스타덤의 중요한 조건인 것이다. 필자는 조직적인 스타덤과 팬덤의 관리가 수익 창출, 즉 돈과 직결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예컨대 스타의 출연

xv


료는 팬클럽의 수에 따라서 결정된다. 대중의 집객을 위 해서 비싼 출연료를 지급하며 원하는 수의 관객을 끌어 모 을 수 있는 스타를 섭외하는 것이다. 결국 충성도 높은 팬 들의 집단인 팬클럽의 수는 스타의 출연료와 연결되어 있다. 이제 스타시스템은 스타 콘텐츠를 미디어에 출연시켜 대중에게 선보이는 단순한 중개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미 디어와 대중이 원하는 스타 콘텐츠를 기획, 발굴, 제작해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자의 역할로 진화했다. 최근 국내에 도 연예매니지먼트사가 제작과 유통까지 업무를 확대하 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미디어와 제작사 그리고 대중과 연계시스템을 확립하는 전문적인 스타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된다.

해외의 스타시스템과 시사점 스타시스템도 전문화된 조직의 주도로 철저하게 경제적 인 논리에 의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비단 미국 할리우드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 다. 단지 대중문화,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수준에 따라 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은 이제 스타시스템 의 생산능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유통환경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xvi


한류로 인한 수익의 회수가 미진하고 콘텐츠의 해외 유통 도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에서 일부 한국 아이돌그룹들이 인기리에 활 동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본의 자본과 회사들이 주도적으 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로 가져오는 수입은 매우 적 다. 일본의 기업들이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고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2011년 초 일명 ‘카라 사태’를 초래했다. 당시에 카라의 일본 수익 중 일본 유통사가 84%를 갖고 일본 현지 파트너와 국내 소속 사가 8%씩 가졌기 때문에 카라는 소속사 수익에서 1.6~1.8%를 배분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이현 우, 2011). 재주는 한류스타들이 넘고 돈은 일본회사들이 버는 형국인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기획과 생산에 집중 했다면, 이제는 유통시스템을 확립하고 다른 국가들과 상 호교류하며 시장을 키워야 한다. 1990년대 말 한국의 청소년들이 H.O.T와 젝스키스의 팬클럽으로 양분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아이돌스타 들의 급속한 인기몰이가 시작되며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 아하는 스타의 팬클럽에 가입해 즐기는 것이 유행이었는 데, H.O.T와 젝스키스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을 양분했던 것이다. 이들의 음반은 출시한 후 채 한 달이 못

xvii


되어 100만 장을 돌파하곤 했다. 관련 상품의 판매도 폭발 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음반 등 오프라인 유통보다 온 라인 유통과 광고, 이벤트 출연료 등에서 더 높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수익 구조로 바뀌었다. 게다가 대중은 생 산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동적으 로 소비하던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중은 점 점 더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만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 데 익숙해지며 일명 프로슈머(prosumer)에 가까워지고 있 는 것이다. 따라서 스타시스템도 무조건 자본과 물량 공 세로 인기몰이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중이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이 수용자들의 선택권을 더 빠 르고 정확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적인 사전조사 기법들이 필 요하고 연예 산업도 고급인력을 받아들여 연구를 진행하 고 시스템을 확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의 연예 산업은 전속계약 분쟁, 주가 조작, 뇌물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관련 법규나 관리가 미숙하고 현장의 전문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공인자격제도를 실시해 일정부분을 관리, 규제 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xviii


미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중개인, 즉 에이전트 자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마다 정해진 법률에 따라서 공 인된 자격을 갖춘 에이전트들이 법으로 정해진 수수료를 받으며 공정한 거래를 중개, 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고 문화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경기인(經紀人)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정한 교육과 자격시험을 통해 취득한 중개인 자격, 즉 문화경기인 자격을 갖춘 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자격제도의 도입과 관련 기관의 체계적인 관리는 산업현장의 직업윤리 확립과 연예 산업 의 전문화를 달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법으로 정해진 수 익 분배율을 따르며 연예인과 제작사 또는 기획사가 파트 너의 입장에서 상호 간 이익을 도모하며 일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연예인의 활동을 중개 또는 대리 하는 데 규제가 거의 없다. 연예인의 개인적인 활동을 보 좌하고 관리하는 매니저들이 연예인의 연예활동에 관한 업무 외에도 발굴과 교육 그리고 출연 섭외 등 거의 모든 역할을 도맡아 하는 실정이다. 이에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중국과 일본의 시스 템을 비교·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xix


한국의 연예 산업은 생산과 유통 규모에서 중국과 일본 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거대한 중화권의 소비시 장을 볼 때, 대만의 영향력과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미래 는 매우 밝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본도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콘텐츠의 유통이 정직하고 마니아층이 탄탄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한류에 힙 입어 한국의 스타 비즈니스가 아시아 문화 유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때, 한류의 현장과 한국 연예 산업의 시스템을 심 도 있게 연구해 보다 체계적이고 경쟁력 있는 정책과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배영달(2005).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 서울: 살림. 15~16. 이현우(2011. 10. 4). K팝을 日에 수출하고 있다는 착각,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http://star.mk.co.kr/new/view.php?mc=ST&no=637285& year=2011 허행량(2002). 󰡔스타마케팅󰡕. 서울: 매일경제신문사. 92~100. Richard Dyer & Paul McDonald(1998). Stars. London: British Film Institute.

xx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