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 밑의 욕망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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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Under the Elms 느릅나무 밑의 욕망


나오는 사람들

이프레임 캐벗 시미언 캐벗 피터 캐벗 이븐 캐벗 애비 퍼트넘

어린 아가씨, 두 명의 농부, 악사, 보안관, 그리고 이웃 농장 에서 온 사람들.

전체 극의 장면은 1850년 뉴잉글랜드 지방에 있는 캐벗 집 안의 농가 내부와 밖에서 진행된다. 집의 남쪽 끝은 돌담을 향하고 있고, 돌담 중앙에 있는 나무 대문은 시골길을 향해 열려 있다. 집의 상태는 좋은 편이나 페인트칠을 할 필요가 있다. 벽은 우중충한 회색이고 셔터의 녹색은 바랬다. 두 개 의 거대한 느릅나무가 집의 양쪽에 서 있다. 느릅나무는 지 붕 위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집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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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그 모습에는 상대를 으스러뜨 릴 듯이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사악한 모성이 보인 다. 느릅나무는 이 집 주인의 삶과 친밀한 접촉을 하면서 엄 청난 자비로움을 갖게 되었다. 느릅나무는 집을 억압하듯 이 덮고 있다. 느릅나무는 지붕 위에 축 늘어진 가슴과 손과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있는 지친 여인과도 같다. 비가 오면 눈물은 단조롭게 흘러내려 지붕에서 썩는다. 대문에서 집의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현관으로 이어지 는 길이 나 있다. 좁은 현관은 이쪽에 있다. 관객 쪽을 향한 벽에는 2층에 두 개의 창문, 아래층에 더 큰 창문이 두 개가 있다. 2층에 난 두 개의 창문은 아버지의 방과 세 아들의 방 에 난 창문이다. 아래층 왼쪽에는 부엌이 있고, 오른쪽에는 거실이 있는데 커튼이 항상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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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부



제1장 농가의 외부. 1850년 여름이 시작되는 어느 날 황혼 무렵이 다. 바람도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지붕 위의 하늘은 짙 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고, 느릅나무의 초록색은 빛난다. 그와 대조적으로 집은 창백하고 바랜 듯한 모습으로 어둠 속에 있다. 문이 열리고 이븐 캐벗이 현관 끝으로 와서 오른쪽의 길을 내려다보며 선다. 그는 큰 종을 손에 들고 기계적으로 흔들 어 귀가 멍하도록 소리를 낸다. 그런 다음 손을 엉덩이에 대 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는 혼돈스러운 경외감으로 한숨을 쉬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븐: 와! 예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인상을 쓰면서 주위 를 본다. 25세인 그는 키가 크고 근육질의 체구를 지녔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잘생겼지만 얼굴 표정은 앙심을 품은 듯하고 방어적이다. 그의 반항적인 검은 눈은 사로잡힌 야 생 동물의 눈을 연상시킨다. 매일의 삶이 우리에 갇힌 듯한 삶이지만 내적으로는 굴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억압된 강한 활력이 있다. 그에게는 검은 머리칼, 콧수염, 거뭇거뭇한 턱 수염의 흔적이 있다. 그는 거친 농부 복장을 하고 있다. 21


그는 역겹다는 듯 땅에 침을 뱉고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 간다. 시미언과 피터가 들에서 일을 하고 들어온다. 그들은 키가 크고 이복동생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시미언은 39세, 피터 는 37세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단단한 체구로 몸에 살이 많고, 얼굴은 소처럼 평범하며, 성격은 이복동생보다 좀 더 약고 현실적이다. 어깨는 수년간의 농사 일로 약간 굽었다. 그들 은 흙이 덕지덕지 붙은 밑창이 두꺼운 투박한 신발을 신고 무거운 걸음을 걷는다. 옷, 얼굴, 손, 팔, 목에는 흙물이 들었 다. 그들에게서는 흙냄새가 난다. 그들은 집 앞에 잠시 서서 약속이나 한 듯이 괭이를 짚고 기대어 하늘을 멍하니 올려 다본다. 그들의 얼굴에도 긴장되고 집착하는 듯한 표정이 있 다. 그러나 하늘 위를 쳐다볼 때 이 표정은 부드러워진다.) 시미언: (마지못해) 예쁘다. 피터: 그래. 시미언: (갑자기) 18년 전이야. 피터: 뭐가? 시미언: 젠 말이야. 내 마누라. 죽었잖아. 피터: 깜박했어. 시미언: 가끔 생각이 나. 그럴 때면 외로워. 말총같이 긴 머 리칼을 했었지. 황금처럼 노란 금발! 22


피터: 그런데 죽었잖아. (심드렁하게 마무리 짓는 말을 한 다음 잠시 후) 서부에 가면 황금이 있어, 형. 시미언: (여전히 황혼에 감동을 받아 막연히) 하늘에! 피터: 있잖아… 말하자면, 가망이 있잖아. (흥분해서) 하늘 의 황금, 서부에, 금문교, 캘리포니아, 황금의 서부, 금광! 시미언: (덩달아 신이 나서) 땅에 황금이 떨어져 있어서 그 냥 줍기만을 기다린다는 거지! 솔로몬의 금광이라고들 해! (그들은 잠시 계속해서 하늘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떨어뜨 린다.) 피터: (냉소적인 비통함으로) 여긴 돌무더기뿐이야. 돌 위에 돌이 쌓여서, 돌담이 되고, 몇 년이 지나면서, 아버지와 형과 나와 이븐은, 아버지가 우리를 가둘 수 있는 돌담을 만들어 버렸어! 시미언: 우린 일을 해왔지. 우리의 힘을 바쳐서. 세월을 바 쳐서. 힘과 세월을 땅속에 묻어버렸지. (반항적으로 발을 구 르며) 썩어서 농작물의 거름이 되도록! (사이) 이 동네에서 는 이 농장이 벌이가 좋은 편이야. 피터: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땅을 팠다면 밭고랑에 금덩어 리가 있을 거야! 시미언: 캘리포니아는 거의 지구 반대쪽에 있어. 생각을 좀 해봐야 돼. 23


피터: (잠시 후) 우리가 여기서 피땀 흘려 번 것을 포기하는 게 내게도 쉽지는 않아. (사이. 이븐이 식당 창문에서 머리 를 내밀고 듣는다.) 시미언: 맞아. (사이) 어쩌면 아버지가 곧 죽을지도 몰라. 피터: (확신하지 못하며) 어쩌면. 시미언: 어쩌면, 아무래도, 아버지는 이제 죽었어. 피터: 증거가 있어야지. 시미언: 떠난 지 두 달이 되었는데 아무 소식이 없잖아. 피터: 오늘 같은 저녁때 우리를 들판에 남겨두었지. 마차를 몰고 서부로 가버렸어. 그것 참 이상해. 이븐의 엄마와 결혼 한 후로는 30년 넘게 마을에 가는 걸 빼고는 이 농장을 벗어 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사이. 기민하게) 그가 실성했다는 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시미언: 아버지는 그들을 너무나 손쉽게 속였어. 그들 모두 를 이겼단 말이야. 아무도 그가 미쳤다고 생각지 않을 거야. (사이) 아버지가 땅속에 묻힐 때까지 기다려야 해. 이븐: (냉소적으로 웃으며) 아버지를 공경할지어다! (그들 은 돌아서서 그를 바라본다. 그는 씩 웃다가 인상을 찌푸린 다.)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어. (형들이 그를 바라본다. 그 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한다.) 저녁 다 됐어. 시미언과 피터: (같이) 그래. 24


이븐: (하늘을 쳐다보며) 해가 멋지게 지는군. 시미언과 피터: (같이) 그래. 서부에 가면 황금이 있어. 이븐: 맞아. (손가락질하며) 저 언덕 꼭대기에 말이야? 시미언과 피터: (같이) 캘리포니아에 말이야! 이븐: 뭐라고? (잠시 무관심하게 그들을 바라보다가 느릿느 릿 말을 한다.) 자, 저녁 식어. (그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시미언: (놀라서, 입맛을 다시며) 나 배고파! 피터: (냄새를 맡으며) 베이컨 냄새가 나는데! 시미언: (허기에 지쳐 반가워하며) 베이컨 좋지! 피터: (같은 어조로) 베이컨은 끝내주지! (그들은 몸을 돌려 저녁밥을 먹으러 가는 두 마리의 절친한 암소처럼 어깨를 맞대고 몸을 서로 부딪치고 비벼대면서 허겁지겁 밥을 먹으 러 간다. 그들이 집 오른쪽 모퉁이를 지나 사라지고, 문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제2장 노을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부엌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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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인다. 중앙에 소나무로 만든 식탁, 오른쪽 뒤 구석에 화덕, 네 개의 투박한 나무 의자, 테이블에는 양초가 있다. 뒷벽 중앙에는 큰 글자로 ‘캘리포니아라고 ’ 쓰여 있고 돛을 단 배 그림이 있는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식기가 못에 걸려 있다. 모든 것이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지만 가정이라 기보다는 남자들의 막사 부엌 분위기가 난다. 세 사람을 위한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이븐은 화덕에서 삶 은 감자와 베이컨을 가져다가 놓고, 빵 한 덩어리와 물병도 놓는다. 시미언과 피터는 어깨를 밀치며 들어와서 말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븐도 합세한다. 세 사람은 한동 안 말없이 먹기만 하는데 두 형은 야생 동물처럼 게걸스럽 게 먹고 이븐은 식욕이 없는 듯이 음식을 깨작거리다가, 형 들을 싫지만 겨우 봐준다는 기색으로 힐끔거린다.

시미언: (갑자기 이븐을 향해) 이거 봐! 너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냐, 이븐. 피터: 그건 옳지 않아. 이븐: 뭐가? 시미언: 너 아버지가 죽기를 기도했잖아. 이븐: 글쎄… 형은 안 그래? (사이) 피터: 우리 아버지잖아. 26


이븐: (격하게) 내 아버지는 아냐! 시미언: (천연덕스럽게) 누가 네 엄마에 대해 그런 소리 했 다간 난리 칠걸! 흥! (그는 갑자기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린 다. 피터는 씩 웃는다.) 이븐: (창백한 얼굴이 되어) 내 말은, 내가 아버지 자식이 아 니라는, 내가 아버지와 안 닮았다는, 아버지는 내가 아니라 는 뜻이야! 피터: (천연덕스럽게) 네가 아버지 나이 되어봐라! 이븐: (격하게) 나는 속속들이 엄마 자식이라구! (사이. 형들 은 그를 무심한 듯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피터: (회상하며) 네 엄마가 형과 나한테 잘해줬지. 착한 계 모는 흔치 않은데 말야. 시미언: 모든 사람에게 잘해줬어. 이븐: (감동 받아서 일어나 형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색한 절을 하며 더듬거린다.) 고마워요. 제가 바로 엄마의 상속자 예요. (혼란스러워하며 앉는다.) 피터: (잠시 후, 판단하듯이) 심지어 아버지에게도 잘해드 렸지. 이븐: (격렬하게) 그런데 그 대가로 엄마를 죽였어. 시미언: (잠시 후) 아무도 누굴 죽인 게 아냐. 뭔가가 있어. 그게 바로 사람을 죽이는 거야. 27


이븐: 엄마를 종처럼 부려먹어서 죽인 게 아니라구? 피터: 아버진 자신도 종처럼 부리며 죽도록 일하잖아. 형과 나와 너도…. 문제는 아직 우리 누구도 죽지 않았다는 거지, 아직. 시미언: 뭔가가 그를 조종해서 우리를 몰아가고 있어. 이븐: (복수심으로) 나는 아버지 책임이라고 봐! (경멸적으 로) 뭔가라고? 그게 뭔데? 시미언: 몰라. 이븐: (냉소적으로) 형들을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게 만든 그 것 말이야? (형들은 놀라서 그를 본다.) 아, 나 다 들었어! (잠시 후) 그런데 형들은 금광에 못 갈 거야! 피터: (단호하게) 갈 수 있어! 이븐: 돈을 어디서 구할 건데? 피터: 걸어갈 수 있어. 먼 길이지… 캘리포니아까지는. 하 지만 이 농장에서 걸은 걸음을 다 합치면 달나라에 가 있을 거야! 이븐: 인디언들이 형들 머리 껍질을 벗길걸. 시미언: (소름 끼치는 유머로) 그렇다면 우리도 철저하게 복 수할 거야. 이븐: (단호하게) 문제는 그게 아니야. 형들은 아버지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농장에 대한 형들의 몫을 기다리느 28


라 절대 가지 못할걸. 시미언: (잠시 후) 우리에게도 권리가 있지. 피터: 3분의 2는 우리 몫이야. 이븐: (벌떡 일어서며) 형들에겐 권리가 없어. 엄마는 형들 의 엄마가 아니었잖아! 이건 엄마의 농장이야. 그런데 아버 지가 엄마한테서 뺏은 거 아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까 이 제 내 농장이야. 시미언: (빈정대며) 아버지 오셨을 때 그런 소리를 한번 해 봐라. 틀림없이 난생 처음으로 크게 웃으실걸. 하! (그는 무 자비한 웃음을 한 번 크게 웃는다.) 피터: (같이 재미있어하며 형을 따라 한다.) 하! 시미언: (잠시 후) 너 우리한테 무슨 감정 있어, 이븐? 몇 년 동안 뭔가가 너의 눈 속에 숨어 있어. 피터: 맞아. 이븐: 그래. 뭔가 있어. (갑자기 폭발하며) 아버지가 엄마를 노예처럼 부려먹어 죽게 했을 때 형들은 왜 아버지와 엄마 사이에 끼어들어 좀 말리지 않았어? 형들에게 잘해준 데 대 한 보답으로라도 말이야. (오랜 사이. 형들이 놀라서 그를 바라본다.) 시미언: 글쎄, 가축들 물도 줘야 했고. 피터: 나무도 해야 하고. 29


시미언: 쟁기질도 해야 하고. 피터: 건초도 만들어야 하고. 시미언: 거름도 줘야 하고. 피터: 잡초도 뽑아야 하고. 시미언: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피터: 소젖도 짜야 하고. 이븐: (거세게 끼어들며) 돌담도 만들었겠지. 돌 위에 돌을 쌓아서, 형들의 심장이 길에서 주워 깎은 돌이 될 때까지 담 을 쌓아서 형들의 마음까지 가두어버렸겠지. 시미언: (담담하게) 끼어들 시간이 없었다. 피터: (이븐에게) 엄마가 죽기 전에 너도 15세였잖아. 나이 보다 덩치도 컸고. 너는 왜 아무것도 안 했어? 이븐: (거세게) 할 일이 많았잖아? (사이. 그런 다음 천천히)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생각이 들었어. 요리를 하면서, 엄 마의 일을 하면서, 엄마를 알게 되었어. 엄마의 고통을 당하 며. 엄마는 돌아와서 도와주셨어. 돌아와서 감자도 삶고, 베 이컨도 튀기고, 비스킷도 굽고, 돌아와 불도 뒤적이고, 재도 날랐어. 예전처럼 연기와 재 때문에 두 눈이 충혈되어 눈물 을 흘리면서. 엄마는 여전히 돌아와서 저녁이면 화덕 옆에 서 계셔. 마치 평안히 잠들어 쉬는 게 어색한 것처럼. 엄마 는 자유로운 것에 익숙지 않아. 무덤에서까지. 30


시미언: 불평 한마디 안 하셨는데. 이븐: 너무 지치신 거지. 지친 상태에 너무 이골이 난 거야. 그게 아버지가 한 짓이야. (복수심에 불타서) 조만간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때 하지 못한 말을 아버지에게 할 거 야! 목청껏 고함지를 거야. 반드시 엄마가 무덤에서 평안히 쉬도록 만들 거야! (그는 다시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형들 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본다.) 피터: (잠시 후) 도대체 아버지가 어딜 가신 것 같아, 형? 시미언: 모르지. 말을 윤기가 자르르 흐르게 빗질한 다음, 번쩍거리는 마차를 타고 혀를 차고 채찍을 휘두르며 가버렸 어. 너무나 잘 기억이 나. 내가 쟁기질을 마쳤고, 그때는 봄 철이고 5월이고 황혼인데다가 서쪽이 금빛으로 물들었는데 서쪽을 향해 마차를 몰고 사라졌어. 내가 “아버지, 어디 가 세요?”라고 묻자 돌담 옆에 마차를 잠시 세웠지. 술을 한 동 이 마신 것처럼 그 뱀 같은 눈이 햇빛에 반짝이더니 노새처 럼 씩 웃으며 말했지. “내가 올 때까지 도망가지 마!” 피터: 우리가 서부로 가고 싶어 하는 걸 아셨을까? 시미언: 어쩌면. 내가 아무 소리 안 했더니 약간 이상한 표정 을 하며 말하셨어. “하루 종일 암탉이 꼬꼬댁거리고 수탉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암소가 음매 하고 울고 모든 것이 날뛰 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었어. 봄이 되었는데 기분 31


이 아주 더러워. 불태우기에 딱 알맞은 고목나무처럼 기분 이 더러워”라고 말하셨어. 아마 내가 약간 희망에 찬 표정을 보였는지 날카롭고 표독하게 덧붙였지. “내가 죽었을 거라 는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마라. 난 100살까지 살기로 맹세했 고 꼭 그렇게 할 거야. 너희의 사악한 탐욕에 본때를 보여주 기 위해서라도. 이제 나는 선지자들이 했던 것처럼 봄에 하 나님이 내게 주시는 계시를 듣기 위해 간다. 너도 계속 밭을 갈아”라고 말했지. 찬송가를 부르며 떠나갔어. 나는 아버지 가 술 취했다고 생각했지. 안 그랬으면 말렸을 텐데. 이븐: (경멸조로) 아니, 못했을걸. 형은 아버지 무서워하잖 아. 아버지는 속으로는 형들 합친 것보다 더 강해. 피터: (빈정대며) 그럼 너는. 삼손이라도 되냐? 이븐: 나는 더 강해지고 있다구. 날마다 자라는 걸 느껴. 자 라고 자라서 터져 나올 때까지. (그는 일어나 코트와 모자를 착용한다. 형들은 그를 보면서 서서히 웃음을 짓는다. 이븐 은 수줍어하며 그들의 눈을 피한다.) 잠깐 윗동네에 갔다 올게. 피터: 읍내에? 시미언: 미니 만나러? 이븐: (대들며) 그런데? 피터: (놀리며) 갈보를 만나러! 32


시미언: 음탕한 욕망이야. 네 속에 자라고 있는 건! 이븐: 어쨌든, 예쁘잖아. 피터: 20년 동안 예뻤지. 시미언: 분만 새로 바르면 마흔 먹은 여자도 젊은 여자로 변 하지. 이븐: 마흔 살 아냐! 피터: 꼭 마흔 살은 아니어도 그 언저리에 갔을걸. 이븐: (대들며) 뭘 안다고. 피터: 모든 걸 알지. 형도 그녀를 알았고, 그다음에는 내 가…. 시미언: 아버지도 뭔가 말해줄 수 있을걸. 아버지가 첫 번째 였으니까. 이븐: 그렇다면 아버지도…? 시미언: (씩 웃으며) 그럼!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그의 상속자 잖아! 이븐: (강하게) 그랬군. 알 만해. 곧 터지고 말 거야. (격렬하 게) 그 여자 상판대기를 뭉개놓고 말겠어. (뒷문을 거세게 열어젖힌다.) 시미언: (피터에게 윙크하며 느릿느릿하게) 잘도 그러겠다. 그런데 밤은 따스하고 아름다우니, 거기 도착할 때쯤이면 오히려 그 여자한테 키스를 하고 싶을지도 모르지. 33


피터: 당연하지! (그들은 거친 웃음을 터뜨린다. 이븐은 달 려 나와 문을 꽝 닫는다. 그리고 앞문을 나와 집의 모퉁이를 돌아서 대문 옆에 가만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미언: (그가 나간 쪽을 보며) 아버지를 꼭 닮았어. 피터: 꼭 빼닮았지. 시미언: 닮은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겠지. 피터: 맞아. (사이. 갈망하며) 아마 내년쯤에는 우리가 캘리 포니아에 있겠지. 시미언: 그래. (사이. 둘 다 하품한다.) 자자. (촛불을 끈다. 그들은 뒷문으로 나가고 이븐은 하늘을 향해 항거하듯이 팔 을 뻗는다.) 이븐: 자, 저기에 별이 있고, 어딘가에 아버지가 있고, 여긴, 내가 있고 길 위쪽에는 미니가 있어. 바로 이 밤에. 그 여자에 게 키스하면 어때? 그녀는 밤처럼 부드럽고 따스한데, 눈은 별처럼 반짝이고 입술도 따스하고 품도 따스한데. 그녀에겐 갈아엎은 들판 같은 냄새가 나. 그녀는 예뻐. 그래, 정말이지 그녀는 예쁘단 말이야. 그녀가 전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 는지, 누구랑 지었는지 상관 안 해. 내 죄도 어느 누구 못지않 게 아름다우니까! (그는 왼쪽에 있는 길을 걸어 나간다.)

막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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