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계와 사랑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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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계와 사랑



나오는 사람들

폰 발터 독일 영주의 궁정에 근무하는 수상 페르디난트 그의 아들. 소령 폰 칼프 시종장 밀퍼드 부인 영주의 애첩 부름 수상의 개인 비서 밀러 시립 악단의 악사 그의 부인 루이제 그의 딸 소피 밀퍼드 부인의 몸종 영주의 시종 그 외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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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제1장

악사의 집.

밀러는 방금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비올론첼로를 옆으로 세워놓는다. 밀러 부인은 아직 잠옷 차림으로 테이블에서 커피 를 마시고 있다.

밀러 (빠른 걸음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제기랄! 일

이 심각해졌단 말이야. 딸년이 남작과 사귄다는 소문이 났어. 가문의 명예는 더럽혀지게 마련이고. 수상이 낌새 를 채면…. 그러니까… 요는 도련님의 우리 집 출입을 금 해야겠어. 부인 당신이 그를 집으로 끌어들이길 했소? 그에게 딸을 떠맡

기길 했소? 밀러 그를 집으로 끌어들이지도 않았고 계집애를 떠맡기지도

않았지. 누가 그걸 알아주나? 가장이나 되어서 딸년 단속 을 더 잘해야 하는 건데. 소령에게 호된 말을 해줬어야 해…. 또는 부친이신 각하께 즉시 모든 걸 다 털어놓든지 말이야. 젊은 남작 도련님이야 꾸중을 들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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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수난은 이 악사가 당하게 된다고. 그걸 알아 야 된다고. 부인 (커피를 홀짝 마셔버리며) 쓸데없는 소리야! 수다라고!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겠어? 당신이야 당신 밥벌이나 하 면서 학생이 있으면 그들이나 끌어 모으는 게 일인데 뭐. 밀러 하지만 말 좀 해보라고. 이 사업에서 무슨 이득이 있겠느

냐 말이야? 계집애를 데려갈 수는 없지…. 혼인은 문제도 되지 않아. 그렇다면 창(娼)1)… 아이고, 불쌍해라! 그런 분이 여기저기서 모험을 하다가 무슨 온갖 잡스러운 짓 을 다 했는지 알 게 뭐람. 그러다가 한번 달콤한 물맛2)을 보니 확실히 맛이 좋거든. 조심하라고! 조심해! 당신이 눈에 불을 켜고 보초를 서도 코앞에서 꾀어내 계집애에 게 아이나 배게 하고는 날라버릴 거야. 그러면 계집애는 평생토록 씻을 수 없는 누명을 쓰고 시집을 못 가거나 그 렇지 않으면 그 짓에 맛을 들여 계속하는 거라고. (주먹 으로 이마를 치며) 하나님 아버지! 부인 하나님, 은총으로 저희를 보호해 주옵소서.

1) 그렇다면 창녀나 되는 거야. 밀러는 이 부분에서 차마 ‘창녀’라는 단어를 입에 담 지 못하고 있다. 2) 페르디난트가 이제까지 경험했다고 추측되는 연애 사건에 대비되는 루이제의 청순한 사랑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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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물론 하나님의 가호가 필요해. 그런 건달이 무슨 딴 뜻이

있겠어? 계집애는 아름답겠다… 날씬하고… 걸음걸이도 귀엽고. 머릿속에야 무엇이 들었건 간에. 어쨌든 여자들 은 아랫도리만 제대로 갖추었으면 그만이니까…. 그 덜 렁쇠가 우선은 이 맛을 보겠지. 부인 그 양반이 늘 당신 딸에게 보내는 예쁜 편지들을 좀 읽어

보라고. 정말이야! 그걸 보면 그가 순전히 그 애의 아름다 운 영혼만을 보고 그러는 게 분명하다고. 밀러 뻔뻔스럽기 짝이 없군. 자루를 치면서 나귀를 꾸짖는 격

이야.3) 아름다운 육신을 건드리려고 하는 자는 착한 마 음은 심부름 보내는 법이지. 의기가 투합할 정도로 합의 가 되면, 휙! 육체가 따르는 거라고. 하인은 주인이 하는 대로 따르는 법이야. 그리고 결국에는 은빛 둥근 달이 뚜 쟁이였을 뿐이지. 부인 폰 발터 소령님이 갖다 준 멋진 책들이나 우선 보라고요.

당신 딸이 항상 그것을 보고 기도를 한다니까. 밀러 (휘파람을 분다.) 뭣이 어째! 기도를 해! 제대로 알고 있

군. 거친 자연 식품은 귀하신 분의 연약한 위장에는 아직 3) 독일 속담( Den Sack schlägt man, den Esel meint man.): ‘∼를 꾸짖으면서 실 제론 …를 뜻하다.’ 페르디난트가 루이제의 아름다운 영혼을 좋아하는 척하지 만 사실은 그녀의 아름다운 육신을 탐낼 뿐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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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세다고. 그는 우선 그 애를 작가들의 지옥 같은 솥 에다 집어넣어 인공적으로 삶아내야 하는 거야. 그 쓰레 길랑 불에 처넣어 버려. 그 계집애가 몹쓸 것만 모조리 머 릿속에 처넣는다고. 아버지 밀러가 바이올린 악사라는 것도 잊어버리거나 그걸 부끄러워한다니까. 그리고 마침 내는 내 고객이 되고 싶어 하는 정직하고 흠잡을 데 없는 사윗감까지 쫓아버린다 이 말씀이야…. 안 돼! 나를 저주 하소서! (그는 뛰어 일어난다. 화를 내며) 쇠뿔은 단김에 뽑아야지. 그리고 소령에겐… 아무렴 소령에겐 문이 어 디 달려 있는지 보여줄 거야. (가려고 한다.) 부인 제발 진정해요. 우리들에게 은화와 선물도 보냈는데…. 밀러 (되돌아와서 그녀 앞에 선다.) 내 딸을 죽인 사례금으로?

이 비열한 뚜쟁이야, 꺼져버려! 내 외동딸의 영혼과 행복 을 판 돈에 의지하느니 차라리 바이올린을 메고 동냥질 을 다니며 연주를 해 따뜻한 음식을 얻어먹을 것이며, 차 라리 비올론첼로를 때려 부숴 공명판에다 두엄을 실어 나르겠다. 그 망할 놈의 커피와 냄새 맡는 담배4)를 그만 두라고. 그러면 딸년의 얼굴을 시장 바닥에 내놓지 않아 4) 18세기엔 커피와 냄새 맡는 담배가 사치품으로 취급되어 높은 세금이 부과됐 다. 실러도 이 두 가지를 대단히 즐겼으며, 당시에는 피우는 담배보다 냄새 맡는 담배가 더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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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돼. 그 저주 받은 놈이 내 집에 드나들기 전에도 나는 배불리 먹고 항상 깨끗한 옷을 걸치고 다녔어. 부인 제발 서두르지 말라고. 지금 당신이 얼마나 화를 내고 있

는지 알아요! 내 말은 그분께서는 수상의 아드님이시기 때문에 욕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뿐이야. 밀러 그게 바로 문제야.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 때문에 오늘 당

장 끝장을 봐야 한단 말이야. 수상이 정직한 아버지라면 나에게 고마워해야지. 내 빨간 비로드 윗도리를 다려놔. 그리고 난 수상에게 가서 면회 신청을 할 테니까. 각하에 게 이렇게 말해야지. 각하의 아드님이 제 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제 딸은 각하 아드님의 부인이 되기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하지만 아드님의 창녀가 되기에는 너무 귀합니다. 이러면 충분해! …내 이름은 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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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비서 부름. 앞의 사람들.

부인 아, 안녕하세요, 비서님. 어찌 이렇게 왕림해 주시는 영광

을 베푸시나요? 부름 부인,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제가요. 기사이신 소령님

이 출입하시니 저 같은 시민이야 방문할 수가 있나요. 부인 원 별말씀을 다 하시는군요, 비서님! 폰 발터 소령님께서

가끔 왕림해 주시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경멸하지 는 않는답니다. 밀러 (불쾌한 표정으로) 이봐, 신사 양반에게 의자를 내드려. 부름 (모자와 단장을 내어주고 앉는다.) 그런데! 그런데! 장차

내 아내가 될 사람은… 아니 과거의 약혼자였던가…. 어 떻게 지내나요? 잘 지내겠지요. 만나볼 수도 없나요? 루 이제 아가씨는? 부인 안부를 물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비서님. 하지만 저희 집

딸애는 절대 교만하지 않은데요. 밀러 (화가 나서 그녀를 팔꿈치로 친다.) 이놈의 여편네가! 부인 그 애가 비서님을 뵙지 못하게 되어 안됐군요. 그 앤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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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예배를 드리러 갔어요. 부름 그거 잘됐군요, 잘됐어요. 앞으로 경건한 기독교 신자를

아내로 맞이하겠군요.5) 부인 (점잖지만 미련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래요…. 하지만,

비서님. 밀러 (눈에 띄게 당황하며 그녀의 귀를 꼬집는다.) 이놈의 여

편네가! 부인 저희가 다른 일로 도와드릴 수 있다면… 기꺼이 하다마

다요, 비서님. 부름 (눈을 찡그리고) 다른 무슨 일이라고요! 대단히 고맙습니

다! 흠! 흠! 흠! 부인 하지만… 비서님이 스스로 통찰하시는 바와 같이…. 밀러 (화가 치밀어서 부인의 궁둥이를 밀치면서) 이놈의 여편

네가! 부인 좋은 게 좋은 거고, 더 좋은 건 더 좋지요. 그리고 외동딸

의 행운을 가로막고 싶지는 않거든요. (농부처럼 뽐내면 서) 제 말씀을 이해하시겠지요, 비서님?

5) 레싱의 <에밀리아 갈로티>에서 아피아니도 에밀리아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하 는 대목이 있다. Appiani: So recht, meine Emilia! Ich werd eine fromme Frau an Ihnen haben.(II,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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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름 (불안스럽게 안락의자에서 뒤척이며 뒷머리를 긁고 소매

단추와 가슴받이를 쥐어뜯는다.) 이해한다고? 그럴 수는 없지요…. 오, 그렇군요…. 대체 무슨 뜻인가요? 부인 뭐… 그저… 제 말씀은 단지… 제 말은, (기침을 한다.)

하나님께서 제 딸을 꼭 귀부인으로 만들고자 하시기 때 문이지요. 부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무슨 말씀이지요? 무슨? 밀러 앉으세요! 앉으세요, 비서님. 저 여편네는 미련한 거위라

고요. 귀부인이 어디서 나온다는 말입니까? 이런 수다를 떠는 것을 보면 얼마나 미련한 인간인지 아시겠지요? 부인 마음대로 비방하구려. 나도 알 건 안다고요…. 그리고 소

령님이 한 말은 한 말이고요. 밀러 (화가 나서 바이올린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주둥이

닥치지 못해? 비올론첼로로 골통을 두들겨줄까? 알긴 뭘 알아? 그자가 무슨 말을 했겠어? 그것은 헛소리니까 개의 치 마시오. 부엌으로 들어가지 못해! 나를 계집애나 가지 고 어떻게 해보려는 바보의 사촌쯤으로 취급하지는 않으 시겠지요, 비서님? 부름 나도 이런 대접을 받을 까닭은 없습니다, 악사님. 언제나

약속을 지키셨고, 따님에 대한 나의 요구는 허락을 받은 바나 마찬가지였지요. 나는 관직이 있고 살림만 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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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을 수 있어요. 수상께서 저에게 호감을 가지고 계 시고. 내가 승진하려면 추천이 없어서 못하진 않아요. 루 이제 아가씨에 대한 내 마음이 진지하다는 것을 아시지 요. 따님께서 아마도 바람둥이 귀족의 꾐에 넘어가서…. 부인 부름 비서님! 그런 불경스러운 말씨가 어디 있어요? 밀러 주둥이 닥치라고 하지 않았어. 해결된 일로 생각하시오.

전에 말씀 드렸던 대로요. 지난 가을에 말씀드렸던 것을 오늘 다시 말씀드리지요. 난 딸애에게 강요하지는 않아 요. 당신이 그 애의 마음에 들면 그 애가 당신과 행복한 인생을 꾸려나가려고 하겠지요. 그 애가 고개를 설레설 레 저으면… 그건 어쩔 수 없고…. 퇴짜를 맞고 이 아비 와 한잔합시다. 계집애가 당신과 사는 것이지… 나와 사 는 건가요…. 그 애가 싫어하는 남자를 순전히 내가 고집 을 부려 떠맡길 게 뭐 있겠어요? 부인 다시 말하건대… 난 절대로 허락하지 않겠어. 내 딸은 귀

인이 될 사람이에요. 그리고 만약 남편이 감언이설에 넘 어가면 송사를 일으키겠어요. 밀러 다리를 분질러놔야 알겠나, 망할 년의 주둥아리 같으니. 부름 (밀러에게) 아버지가 한마디 충고를 해주시면 딸이 듣겠

지요…. 그리고 저를 잘 아시리라 생각하는데, 밀러 씨? 밀러 계집애가 당신을 알아야지. 이 늙은이가 보기에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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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것질 좋아하는 젊은 계집애가 반할 그런 타입이 아냐. 나는 당신이 교향악단에 적합한 사람인가는 정확히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여자의 영혼이란 너무 섬세해서 악 장도 이해할 수 없지. 그러면 솔직히 말하겠소. 나는 우 악스럽고 고지식한 독일인에 불과하오. 당신은 내 충고 에 대해서 별로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오. 난 내 딸에게 누 굴 권하진 않겠소. 그러나 당신과 사귀는 것만은 말리겠 소, 비서님.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는 구혼자는…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 어요. 제대로 된 남자라면 자기의 재능을 구식 통로6)를 통해서 자기 연인에게 전달하기를 부끄러워할 것이오. 남자가 용기가 없으면 비겁한 사람이고, 그런 남자는 루 이제를 차지할 자격이 없어. 아버지 모르게 구혼을 해야 지. 계집애가 그자를 버리느니 차라리 아버지와 어머니 가 없어지길 바라도록 만들든가…. 그렇지 않으면 제 발 로 걸어와서 아버지의 발목을 붙잡고 엎드려 흑사병에 걸려 죽게 하든지 마음속의 그이를 허락해 달라고 애원 하도록 만들어야지…. 그런 자가 사내야! 그런 게 사랑이

6) 부모가 자녀들의 혼인을 알선하던 방법을 말한다. 시민 밀러는 이미 질풍노도 시대에 나온 새로운 현대적 결혼관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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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리고 여자를 그 정도도 못 다루겠으면… 펜대나 놀 리시지.7) 부름 (모자와 단장을 집어 들고 나간다.) 감사합니다, 밀러 씨. 밀러 (천천히 그의 뒤를 쫓아간다.) 뭐가? 뭐가 감사해? 아무

대접도 못 받고서, 비서님. (돌아오면서) 아무 소리도 듣 지 않고 가버리는군…. 서기 나부랭이를 만나면 독약처 럼 고약스럽단 말이야. 사기꾼처럼 기분 나쁜 녀석이야. 음험한 생쥐 눈깔에다… 머리칼은 새빨갛고… 턱이 툭 삐져나온 꼴은 마치 자연이 실패작에 대해 화를 내고 이 게으름뱅이를 아무 데로나 던져버린 듯한 꼴이야. 안 되 지! 내 딸을 저런 악당 놈에게 주느니 차라리… 하나님 용 서해 주십시오. 부인 (침을 뱉고, 독살스럽게) 개 같은 놈! 주둥이로 입맛이나

다시게 해주마. 밀러 당신 주둥이로 그 몹쓸 소령을 들먹였잖아. 아까는 나를

화나게 했어. 똑똑하게 굴어야 될 때에 가서 더 미련을 떤 단 말이야. 딸년을 귀부인으로 만든답시고 수다를 떨다 니! 저자에게 꼭 그래야만 되겠느냐고. 저 작자에게 그런

7) ‘거위 깃 펜’을 사용하는 비서에 대한 밀러의 경멸은 여기서 최고조에 달한다. (원문: “ …, der soll−auf seinem Gänsekiel rei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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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해봐야 내일 동네 우물가에서 소문이나 퍼뜨리 지. 영주와 애첩과 수상이 알게 되고, 그러면 호되게 당하 는 건 우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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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8)

루이제가 손에 책을 들고 온다. 앞의 사람들.

루이제 (책을 내려놓고 밀러에게 가서 그와 악수를 한다.) 다녀

왔습니다, 아버지. 밀러 (다정하게) 장하다, 루이제. 그렇게 열성적으로 창조주를

생각하니 기쁘구나. 항상 그래야지. 그러면 그분의 가호 를 받을 거야. 루이제 오, 저는 중죄인이에요, 아버지. 그이가 왔었나요, 어머

니? 부인 누구 말이냐, 아가야? 루이제 아! 그이 말고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었군요. 머리

가 온통 뒤죽박죽이에요…. 그이 안 왔었어요? 페르디난 트 소령 말이에요? 밀러 (슬퍼하며 진지하게) 우리 루이제가 그 이름을 교회에 두

고 왔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루이제 (그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다보고 있다가) 아버지 심

8) 이 장면의 구성은 레싱의 <에밀리아 갈로티> II, 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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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알겠어요. 아버지, 저의 양심을 도려내는 아버지의 칼을 가슴속에 느낍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저는 이 제 기도를 드릴 수가 없어요, 아버지. 하늘과 페르디난트 가 저의 피 흘리는 영혼을 잡아 뜯고 있습니다. 두려워 요…. 두렵습니다. 밀러 (불쾌하게 의자에 주저앉는다.) 저거 보라고! 저게 사악

한 독서의 열매라고. 루이제 (불안해서 창가로 간다.) 그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그

이가 만나는 귀하신 아가씨들…. 나는 잊혀진 단순한 계 집애야. (자기 말에 놀라 아버지에게로 달려간다.) 아니 에요! 아니에요! 용서해 주세요. 전 저의 운명을 개탄하 지 않아요. 저는 그저 조금만… 그를 생각하고자 할 뿐이 에요….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이 보잘것없는 인생…. 내 보잘것없는 인생이 산들바람이 되어 그의 얼굴을 식 혀주었으면! 이 꽃다운 청춘… 그것이 제비꽃이라면, 그 리고 그가 그것을 밟는다면 그의 발밑에서 조용히 죽어 가련만! 그것으로 족한 거예요, 아버지. 밀러 (감동해서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숙이고 얼굴을 가린다.)

루이제, 들어보렴…. 내 나이 얼마 되지 않았다만, 네가 소령을 만나지 않는다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 루이제 (놀라서)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안 돼요! 착하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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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른 뜻이겠지요. 아버진 모르실 거야. 페르디난 트가 나의 것이고, 나를 위해서,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서, 사랑하는 이들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에 의해서 태어 난 것을. (그녀는 잠시 서서 생각에 잠긴다.)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더욱 빠르게) 뺨이 달아오르고 맥박이 뛰었으며 숨이 가빠져서 ‘저 사람이다’라고 속삭이는 소 리가 들렸어. 내 마음은 언제나 보고 싶었던 그이를 알아 보고 ‘저 사람이다’라고 확인해 주었지! 봄이 되면 땅속에 서 꽃이 피어나듯이 내 마음속에서는 수천 가지의 새로 운 감정이 용솟음쳤어요. 나는 다른 세상을 보지는 못했 지만 이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던 것을 기억 하지요. 나는 하나님도 더 이상 몰라보았지요. 밀러 (그녀에게로 급히 가서 그녀를 품에 안는다.) 루이제, 성

실하고… 착한 아가야…. 나의 늙은 머리를 가지려무 나…. 모든 것을 다 가져라…. 모든 것을! 소령은… 나는 너에게 그를 결코 줄 수가 없구나. (퇴장) 루이제 저도 지금 그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 이 이슬

방울처럼 보잘것없는 인생…. 페르디난트에 대한 꿈만 한번 꿔도 다 말라 버리지요. 이승에서는 그를 단념하겠 어요. 그 후엔, 어머니, 그 후엔, 신분의 차이가 없어지 면… 증오할 만한 신분의 제약에서 우리가 벗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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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오로지 인간일 때가 되면… 나는 처녀성밖에는 몸에 지닌 것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오시고 마음의 가 치가 올라가면 장신구와 화려한 칭호의 가치는 떨어진다 고 아버지는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나는 부자가 될 거예요. 거기선 눈물이 승리로, 아름다운 생각은 고귀한 선조처럼 여겨질 거예요. 그러면 나는 고귀해질 겁니다, 어머니. 그러면 그이가 저보다 나은 것이 뭐겠어요? 부인 (벌떡 일어선다.) 루이제! 소령이다! 그가 저 거리를 달려

오고 있다. 어떡하지? 루이제 (떨기 시작한다.) 거기 계세요, 어머니. 부인 아이고머니! 내 꼴 좀 봐! 부끄럽구나. 이런 꼴로 그분 앞

에 나타날 순 없지.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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