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어머니
금세기 초 라인 강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소도시 알게스하임에 헬레네 덴회퍼란 이름의 부인이 살았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시 변두 리의 잡화 가게를 상속받았고 딸 아가테의 도움으로 가게를 잘 꾸려나 갔다. 소녀는 어릴 적부터 학교 숙제를 마치는 대로 손님 시중을 들었다. 그들의 자그마한 주택은 가게 뒤쪽의 마당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 당은 사각형의 정원들로 나뉘어 있었는데, 정원에 물을 주고 잡초를 제 거하는 것도 이 소녀가 맡은 일 중의 하나였다. 아마도 이 일이 없었더 라면 소녀는 더 창백하고 허약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이야깃거리는 언제나 손님에 관한 것,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소위 잡화라고 불리는 온갖 자질구레한 물건들, 끈과 단추, 바늘과 레이스, 실과 그 비슷한 물건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제조 방식과 유행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조금만 변해도,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재빨리 찾아내고 그것도 몇 푼의 이익을 남기며 팔기 위해 세세 하게 설명하며 골치를 앓아야 했다. 이렇게 열성을 다했으므로 손님이 늘어났고, 물론 변변찮은 상품 들이긴 했지만 매상고도 올랐다. 게다가 세월이 지나는 사이에 원래의 도시 외곽 주변으로 새 도로가 놓였고 통조림 공장도 하나 들어섰는데, 거기서 가공된 아스파라거스와 완두는 인기 품목이었다. 알게스하임 을 경유하는 철도들이 부설되었고, 이 소도시는 새로운 열차 조차장(操 車場)을 소유하게 되었다. 곧이어 대부분 철도 종업원들과 철도 인부 들이 거주하는 다수의 주택 단지들이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교외라기 보다는 오히려 부속된 시가지였다. 덴회퍼 부인은 모두에게 친절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단골손님들인 수공업자, 그녀와 같은 상인, 하급 관 리들을 더 좋아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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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테는 졸업을 손꼽아 고대하고 있었다. 그때가 오면 아무런 지 장 없이 어머니의 가게 일을 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해 여름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에 아가테의 도움이 절 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도시는 병사들로 가득 찼고, 밤낮으로 군대가 라인 평원을 넘어 프랑스로 수송되었다. 깃발과 행진곡과 더불 어 알게스하임 전역이, 심지어 덴회퍼 부인까지 전에 없던 새로운 열기 에 휩싸여 분주해졌다. 제복을 입은 낯선 사람들, 제복을 입어 완전히 달라져 보이는 구면의 사람들이 애국적인 축제 행사와 장례식에서 입 을 제복에 부속된 모든 종류의 잡화, 단추와 레이스, 금색과 은색 실들 을 요구해 왔다. 예전부터 급작스런 변화에 대비하고 있었던 덴회퍼 부 인인지라 그렇게 허둥대지는 않았다. 그녀는 비상금과 그것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약간의 재고품을 은밀히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가테로서는 어머니가 든든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한결 같이 열성적인 어조로 고객들과 더불어 승리와 장군들에 대해 이야기 했고, 마른 전투 이후에는 마음의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덴회퍼 부인과 그녀의 딸은 내핍 생활에 익숙해 있었던 터라, 연이 은 패배와 함께 기근이 닥쳤을 때도 처음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을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날 차가운 가을비 속에 마을로 행상을 나갔 던 덴회퍼 부인은 왜소하고 가냘픈 몸으로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심 하게 기침을 하며 돌아왔고, 결국 폐렴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다. 매일 밤 현금 을 정리할 때에야 비로소 여리기는 했지만 임종 시까지도 깐깐했던 어 머니의 목소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처음엔 검은 옷을, 이후엔 잿빛 옷 을 입었던 가냘픈 아가테는 어머니를 무척 닮았고 또 매우 열성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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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했기 때문에 손님들도 그간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종종 어머니의 죽음을 망각하고서는 덴회퍼 양을 덴회퍼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아가테 자신도 점점 주위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근심 과 고생으로 고통을 당할 것처럼 보였다. 아주 혹심한 궁핍의 시기가 닥쳐오자, 그녀는 어머니가 이런 경우에 대비해 마련해 둔 궤짝을 열었 다. 이젠 어떤 누더기조차도 돈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슈바이게르트란 이름의 한 국민병이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면서 종종 가게에 들렀다. 그의 부인은 유행성 감기로 죽었는데, 남편이 중 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어도 그의 귀향은 보지 못했다. 슈바이게 르트는 침울한 표정이었고 목발을 짚은 힘든 걸음걸이에 스스로 혐오 감을 느꼈다. 그는 적적한 부엌에서 혼자 보잘것없는 식사를 장만하곤 했는데, 한때는 철도 직원으로 근무했었고, 헌신적이며 위트도 있는 선 량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변함없이 그 어떤 행복을 추구하고 있었다. 다만 고독이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보행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소한 잡화품을 매번 나누어서 구입했다. 반 다스의 단 추 대신에 세 차례에 걸쳐 두 개씩을 구입하는 식이었다. 가게 문을 닫 기 전에 그가 다시 왔다.
“바늘이 부러졌어요. 열차 배치하는 건 쉬운데, 단추 꿰매기는 어 렵군요.” 미소도 띠지 않은 채로 아가테는 단추 두 개를 단단히 달아주었다. 그녀의 희고 유리같이 투명한 손가락을 그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의 부인은 선량하고 쾌활하기는 했지만 볼품없고 수다스러웠던 것이다. 최후의 패배들, 러시아에서의 10월 혁명, 황제의 네덜란드 도주, 바이마르 공화국 수립, 프랑스 군대의 진군, 베를린과 루르 지방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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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들, 이 모든 것이 도처에서, 그리고 알게스하임에서도 심각한 염려 와 의문을 야기했고 심각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러므로 아가테 덴회퍼가 프란츠 슈바이게르트와 결혼했다는 사 실에 대해 그 누구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결혼이 불행했 던 것인지 혹은 평범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특별히 행복했던 것인지 아 무도 그 내막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결혼 기간이 아주 잠깐 동안이었 는데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전쟁의 고통에 각 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가테는 정성을 다해 간호했으나 원체 상처가 깊었기 때문에 프 란츠 슈바이게르트는 죽고 말았다. 그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게 일 에 전심을 쏟았다. 유순하고 사랑스런 아이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햇볕이 들 때마다 아가테는 슈바이게르트가 손질해 두었던 아기 집을 마당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팔리지 않고 남은 레이스와 금색, 은 색의 단추를 아기가 가지고 놀도록 주었다. 많은 손님들이 여전히 아가 테와 그녀의 어머니인 덴회퍼 부인을 혼동했다. 그러면서 어린애를 손 자로 여기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이 가냘픈 아가테를 여학생으로, 그리 고 아기를 동생으로 생각할 때도 종종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매우 세심하게 계산했다. 인플레 이션으로 비상금이 거덜 나자 아가테는 심기일전해서 내핍 생활을 시 작했다. 그녀는 뜨개질이든 수선 일이든 가리지 않고 온갖 손일을 떠맡 았다. 아주 천천히 약간의 돈이 다시 모였다. 그녀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특별한 인간이 될 아들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따금 루르 지역이나 작센에서, 함부르크나 뮌헨으로부터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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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려왔다. 그녀는 알게스하임이 처하고 있는 시대 상황이나 나라의 사정에 대해서 아무런 분간도 할 수 없었다. 언젠가 이른 아침 점포를 열기 전, 그녀가 진열창을 닦고 있을 때였다. 두 손이 사슬에 묶인 채 어 스름 속을 향해 연방 고함쳐 대는 한 거친 젊은이를 경찰이 소란스러워 질까 두려워하는 듯 도시 외곽을 따라 정거장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아가테 슈바이게르트는 아주 당황했으며, 마치 악몽을 꾼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일에 대해 손님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아 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해에 단정하게 빗질한 머리와 총명한 눈을 가진 그녀의 아 들 에른스트가 학교에 입학했다. 에른스트가 이 변화를 너무도 기뻐했 기 때문에 그녀는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그 애는 곧 그녀의 사각 정원 을 벗어나서 다른 집 마당으로 가서 놀았다. 그 애는 무엇이든 쉽게 배 웠다. 그런데 에른스트가 학교에서 사귀게 된 한 친구는 그녀에게 성가 신 존재였다. 그 친구의 이름은 라인홀트 샨츠였으며 거친 녀석이었다. 그는 많 은 형제들 중의 막내였다. 그의 아버지는 슈바이게르트와 함께 열차 조 차장에서 일했었는데, 이 사실이 에른스트에게는 중요했다. 그러나 어 머니는 샨츠의 가족이 낯설었고, 심지어 불쾌한 감정마저 느꼈다. 더구 나 샨츠 부인은 예전부터 다른 점포에서 물건을 구입해 왔던 것이다. 라인홀트의 휘파람은 에른스트를 부르는 신호였다. 그는 아무 때 고 뛰쳐나갔으며, 때론 이웃집 마당을 살금살금 걸어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들은 라인 강까지 갔기 때문에 그가 집에 돌아올 때는 이미 날 이 저문 뒤였다. 그 둘의 마음을 끌어당겼던 것은, 가치 있는 모든 것이 강변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늦은 귀가로 심려를 끼쳤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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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에른스트는 그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해 재빨리 어머니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면 그를 당혹게 했던 어두운 그늘이 어머니의 얼굴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한때 그의 아버지도 어머니 얼굴에 드리운 그 그늘 때문에 당황하곤 했었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슈바이게르트 부인은 그동안 쌓였던 걱정을 모두 잊어버렸다. 그녀의 불안과 기다림 을 보상하고도 남는 좋은 것들을 아들이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은 슈바이게르트 부인조차도 여태껏 보지 못했던 선박과 사람들을 보았다. 언제 그녀가 많은 시간을 걸어서, 혹 은 기차를 타고 라인 강에 가야 할 일이 있었겠는가, 무슨 용무로? 누구 와 함께? 어린 시절 세 차례의 학교 소풍은 저 뜨거운 여름날의 먼지와 함께 흩날려 버렸다. 그녀의 남편은 불구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단지 장사차 여행을 떠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죽음의 행상 길을 떠났던 것이다. 에른스트는 아가테가 차려놓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꿀떡꿀떡 삼키 면서 그녀의 눈에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야기했다. 온갖 모 험을 하면서도 그는 학교 공부를 잘해냈고 우등생이 되었다. 어느 날 담임 교사가 슈바이게르트 부인을 찾아와서 이 소년은 상급 학교로 진 학할 수 있고 또 그러는 데에는 책과 노트 이외의 다른 비용은 들지 않 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부담과 고생이 따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은밀한 소원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너무나 기 뻤다. 학비 조달은 예상했던 대로 그리 간단치 않았다. 그녀는 단추 구 멍 꿰매기, 짜깁기 같은 온갖 잡일을 맡았다. 에른스트는 그녀에게 우 수한 성적표로 보답했다. 라인홀트 샨츠가 8학년밖에 마치지 못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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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불구하고 에른스트가 그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망스 럽기는 했다. 에른스트는 그렇게 많은 샨츠네 형제들 사이에 있는 것이 즐거웠고, 또 그의 아버지 시절에 일어났던 많은 진기한 일에 대해 샨 츠의 아버지가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샨츠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위기의 시기가 닥쳐왔을 때, 샨츠의 가족으로서는 막내아들인 라 인홀트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알게스하 임을 떠나 인접한 도시로 가서 어떤 친척의 공장에 다니게 되었다. 손님들이 예외 없이 놀랄 만큼 매입량을 줄였기 때문에 슈바이게 르트 부인은 신발과 의복, 그리고 교과서 구입 비용을 벌기 위해 특별 히 야간작업을 했다. 에른스트는 한 학년에서 다음 학년으로 아주 쉽게 좋은 성적으로 진급했다. 그는 종종 감동적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무언 가를 낭독해 주었고, 비록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그녀에 게는 그녀가 들었던 것이 그 모든 야간작업에 값하고도 남는 것으로 여 겨졌다. 판매대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에 대해서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 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성품이 교활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 다. 제국 의회 방화 사건에 대해서 그녀는 손님들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놀랍다는 듯이, 때로는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 는 것을 들었다. 그렇지만 곧이어 많은 대화 중에 개혁과 고정된 일자 리, 넉넉한 식량에 대한 희망의 소리도 들려오는 것이었다. 아가테 슈바이게르트는 히틀러를 이전의 빌헬름 황제나 에베르트 대통령보다 더 좋게도 더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의 아들 에른스트가 때때로 예리한 비판을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샨츠 아버지 의 견해일 것이고 라인홀트를 거쳐서 그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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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트와 그가 이따금 서로 만난다는 것은 속일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났 다. 그녀는 라인홀트를 불쾌하게 여겼지만, 그의 아버지의 견해에는 자 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저 사람이 한때나마 그녀의 남편과 가까이 지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녀 는 감히 그에게 말을 걸거나 질문하지 않았다. 이 점에 있어서는 어린 아이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조그만 가게에 활기가 돌았다. 무슨 일이 닥쳐올지 미리 안다고 해도 이제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샨츠의 견해를 에른스트가 별생각 없이 되풀이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머니의 아주 세 심한 충고까지도 변함없이 계속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랬더라면 돈의 가치가 없다고 낭비해 버렸던 레이스와 끈, 그리고 실 을 한 궤짝 보관하고 있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날이면 날마다 얼마나 많은 양의 흰색 헝겊과 심지어 흰색 끈을 사람들이 요구해 오는지, 학 교에서는 여교사들이 깃발에서 갈색 부분을 도려내어 흰 헝겊을 대신 했다. 온갖 옷감을 정해진 색깔과 견본대로 맞추어달라는 주문이 쇄도 함에 따라 다시 약간의 돈을 저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았 다. 에른스트는 그동안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마쳤다. 그는 고등학교 정교사가 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독일어와 역사를 공부 할 예정이었다. 그녀는 희망에 부풀어 행복했지만 이별을 생각하면 무 척 슬펐다. 처음에는 정기적으로 오는 편지들을 그녀는 판매대 뒤에 똑바로 세워두었다. 물론 그녀가 조그만 가게를 빈틈없이 운영하기 때문에 그 가 공부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자부심과 함께. 그녀는 밤마다 그의 편지 들을 낭독했다. 그러면 그녀의 머릿속에 그가 묘사하는 사람들과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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