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팅 리듬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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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 캐런 펄먼 지음 김진희 옮김

대한민국,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머리말

처음 이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필자가 호주국립영화학교(Australian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 AFTRS)에서 편집 전공 석사 과정을 마치기 위해 졸업 작품을 마무리하던 때였다. 당시 편집 전공 담당 교수였던 빌 루소 (Bill Russo, ASE1)는 신입생 교육을 위해 편집의 역사와 이론을 조사해 줄 수 있 는지 물어 왔다. 그때부터 필자는 일반적으로 영화2를 편집할 때 자주 사용하면 서도 제대로 정의되지는 않는 용어들, 즉 구조, 몽타주, 리듬 등에 대한 연구가 필 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빌은 다른 기성 편집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현 장 경험을 통해 편집에 관한 전문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었고, 호주국립영화학 교는 짧은 기간 내에 편집자들을 키워 내기 위해 다양한 편집 실습 위주의 교육 을 하고 있었다. 빌은 필자의 연구 주제를 매우 반가워했다. 영화 학교가 현장과 는 어떻게 다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오랜 실 습과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었던 개념들이 명확하게 설명되고 소통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그 역시 궁금했던 것이다. 연구 과정 동안 영화와 관련 문헌들을 조사하고 작가, 감독, 편집자들과 인 터뷰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러시아 몽타주 이론, 연속 편집(continuity editing) 의 기술, 구조, 편집 기법, 자주 등장하는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들을 정리 해서 가르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문제임을 깨달았다. 그에 반해 리듬은 매우 파악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관련 문헌에서는 서로 모순되거나 제한적 인 설명들만 있을 뿐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개념 정의가 없었다. 숙련된 편집자 들은 리듬이란 것이 (구조와 마찬가지로) 편집 과정 중 만들어지고 느끼게 되는 어떤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리듬이라는 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 거나 (직관적으로 만들어진다는 표현 이외에) 리듬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주저했다. 그나마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과 크리스틴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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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in Thompson)이 『영화 예술(Film Art)』에서 “영화에서 리듬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개념이며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주제”3라고 정의하며 도전 장을 내밀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필자는, 어쩌면 가장 정의하기 어렵고, 적어 도 필자가 아는 한 가장 까다로운 주제인 영화 편집의 리듬을 이해하기 위해, 본 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화 편집의 리듬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필자는 좀 더 명확한 개념 정리를 위해 영화 분석은 물론 무용, 신경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관 지어 연구했다. 이 책에서는 먼저 편집의 리듬을 결정짓는 직관, 안무 과 정과 유사한 편집 작업, 영화 편집에서 리듬을 만드는 방법과 목적에 대해 설명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편집자들이 만드는 여러 종류의 리듬을 알아보고, 다양한 종류의 장면과 이야기를 통해 리듬에 대한 편집자의 새로운 접근 방식들 도 살펴볼 것이다.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4은 편집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영화 편집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작업 과정과 도구, 리듬의 기능에 관한 책이다. 독 자들은 이 책에서 리듬을 구성해 내는 직관을 키울 수 있는 방법, 영화 리듬에 대 해 토론할 때 필요한 용어들, 영화 리듬의 종류와 구축 방법에 대한 분석을 접하 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화 편집에 필요한 창의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 이다. 편집의 기술적인 면을 다룬 책들은 많다. 역사와 편집 기법을 다룬 책들도 있다. 하지만 편집자들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들의 편집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은 거의 없다. 이 책은 영화 예술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주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의 내려지지 않은 리듬에 대해 본 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리듬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다듬어지고, 왜 필요한 지 살펴봄으로써,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심 있는 영화학자들, 특히 뛰어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전 문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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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역주) 호주영화편집자협회(Australian Screen Editors Guild) 소속. 2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줄 목적으로 일정한 길이를 갖추어 완성된 모든 상영물을 영화로 간주한다. 비디오, 애니메이션, 경우에 따라서는 디지털 미디어도 포함한다. 정해진

길이가 없거나 비선형적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CD롬, 컴퓨터게임, 비디오나 필름으로 제작 된 전시물, 웹 기반의 상영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후자의 리듬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지만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3 Bordwell, D., Thompson, K., Film Art: An Introduction , pp. 196~197. 4 (역주) 이 책의 원서 제목은 Cutting Rhythms: Shaping the Film Edit 으로, 직역하면 ‘영화 편집을 만들어 내는 커팅 리듬’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지점을 선택하여 자르고 붙이는 실제 편집 작업의 느낌을 강조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리듬의 원리를 소개하 고 있는 책의 내용을 반영하여 한글 제목을 정했다. 이후에 나오는 컷(cut)이나 커팅(cutting) 이라는 용어들도 발음 그대로 옮겼다. 컷은 ① (제작 과정에서) 필름의 두 부분을 연결하는 것, ② (완성된 영화에서) 한 영상에서 다른 영상으로의 순간적인 변화를 말한다. 참고로 숏 (shot)은 ① (촬영에서) 카메라에 의해 끊어지지 않고 찍힌 일련의 프레임(frame)들, ② (완 성된 영화에서) 끊어지지 않은 하나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Bordwell, D., Thompson, K.,

Film Art: An Introduction , 8th edition, McGraw-Hill, New York, 2008, p. 477, p.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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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이 책은 필자 캐런 펄먼(Karen Pearlman)이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에서 2006년에 쓴 박사 논문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리듬을 구축하는 방법(Cutting Rhythms: Ideas about the Shaping of Rhythm in Film Editing)’에 기초한 것이다. 이 책 1장의 초기 버전은 호주미디어교육자(Australian Teachers of Media) 에서 출간하는 메트로 매거진(Metro Magazine)(2004년 141호, 112~116쪽) 의 편집에 대한 특별 기고란에 ‘생각의 리듬: 편집자가 영화의 리듬을 구축하 는 방법에 대한 견해(The Rhythm of Thinking: Speculation on How an Editor Shapes the Rhythm of a Film)’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2003년 11월 14일에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열린 연구원들을 위한 콘퍼런스 ‘춤, 육체성, 몸 그리고 공연 실습’과 2004년 9월 25일에 시드니댄스컴퍼니(Sydney Dance Company)에서 개 최한 무용 영화에 대한 포럼 ‘시네무브(Cinemoves)’에서는 필자의 논문과 영화 <목요일의 이야기들(Thursday’s Fictions)>의 내용이 소개되었다. 4장, 5장 그리고 6장에서 발췌된 일부 내용들은 뉴욕에서 발간된 무용영 화협회(Dance Films Association)의 저널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세 차례 에 걸쳐 게재되었다(Dance on Camera Journal , 2005. 7~8, 8권 4호; Dance on Camera Journal , 2005. 9~10, 8권 5호; Dance on Camera Ezine, 2006. 2).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큰 관심과 훌륭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사 과정 지도 교수 세라 깁슨(Sarah Gibson)과, 이 책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 을 주었던 공동 지도 교수 로스 깁슨(Ross Gibson)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첫 지도 교수 패트릭 크로건(Patrick Crogan) 박사는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고, 그의 특별한 연구는 필자가 생각을 정리하고 연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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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호주국립영화학교 편집 전공 담당 교수였던 빌 루소가 보여 준 이 연구에 대 한 관심, 도전 정신, 그리고 토론과 편집 지도에 대해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다. 호주국립영화학교 시나리오 전공 담당 교수였던 폴 톰슨(Paul Thompson)의 희 망과 공포에 대한 개념 정리도 도움이 되었다. 필리파 하비(Philippa Harvey)와

호주국립영화학교의 동료들이 보여 준 통찰력과 관심, 호주국립영화학교와 시 드니공과대학교의 제자들이 보여 준 열정에서도 큰 영감을 얻었다. 시드니공과대학교 미디어 아트 과정의 여러 강사들, 특히 부교수 질리언 레이히(Gillian Leahy), 노리 노이마르크(Norie Neumark), 마틴 해리슨(Martin Harrison), 메간 헤이워드(Megan Heyward), 앤 마리 챈들러(Anne-Marie Chandler), 앤드루 테일러(Andrew Taylor), 크리스 케인스(Chris Caines) 덕분 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때때로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했던 이야기와 아이디 어로 더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드니공과대학교의 예술사회과학대 학 학장 테오 반 레이우번(Theo Van Leeuwen) 교수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영화 리듬에 대한 그의 연구는 본 연구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호주영 화편집자협회의 훌륭한 동료들에게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헨리 댄거(Henry Dangar, ASE), 에 마 헤이(Emma Hay, ASE), 피터 휘트모어(Peter Whitmore, ASE), 메리 제인 성 빈센트 웰치(Mary Jane St. Vincent Welch, ASE)에게 감사를 전한다. 스티븐 말 릭(Stephen Malloch) 박사, 그레그 후퍼(Greg Hooper) 박사, 마크 시턴(Mark Seton) 박사는 까다로운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주제 배치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크리스토퍼 앨런(Christopher Allen) 박사, 미셸 히스콕(Michelle Hiscock), 디어 드리 타워스(Dierdre Towers), 다르민 칼데론(Darmyn Calderon), J. 글룩스턴 (J. Gluckstern), 로스 머레이(Ross Murray)는 친절하게도 직접 원고의 일부분을 읽어 주었다. 그들의 조언과 제안에 감사한다. 지금의 자리가 있기까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아버지 앨런 펄먼(Alan Pearlman) 박사는 필자의 모든 사색에서 거울 같은 존재였고, 그의 부인 게일 베이스(Gail Bass)와는 그녀의 음악적 지식을 바탕으로 리듬에 대한 토론을 함 께 할 수 있었다. 어머니 조앤 펄먼(Joan Pearlman)은 끝없는 열정과 사랑을 보 여 주었고, 그의 남편 피터 키비(Peter Kivy) 교수는 필자에게 처음으로 영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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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책을 선물했으며 그 이후로도 좋은 책들을 수없이 보내 주었다. 돌아가신 시 아버지 로버트 앨런(Robert Allen), 그리고 내 일상의 짐을 덜어주고 함께 지내 며 편히 글을 쓸 수 있도록 보살펴 준 시어머니 조슬린 앨런(Jocelyn Allen)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내 삶의 존재 이유이며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매 순간 기쁨을 주는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 샘(Sam)과 재스(Jaz),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와 비전과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사랑을 보여 준 나의 멋 진 파트너 리처드(Richard)까지,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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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영화 편집의 리듬에 관한 책이다. 영화의 리듬 을 구축하는 편집 과정에 대해 직관적이라는 표현 외에 어떠한 설명이 가능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질문은 리듬을 결정하는 편집자의 창 의력과 직관, 리듬을 구축할 때 편집자가 거치는 작업 과정과 방법, 영화에서 리 듬의 기능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연구를 거쳐 『커팅 리 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영화 편집에서 리듬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며, 왜 필요한지에 관한 이론들을 정립했다. 또한 필자가 직접 편집한 영화와 그 밖 의 다양한 영화들의 리듬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이 이론들을 어떻게 실제로 적용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의 1장은 직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흔 히 편집자들이 리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직관적이라고 설명할 때, 그것은 어 떤 종류의 생각과 실행 과정을 표현한 것일까? 이 책에서는 세상 속의 리듬과 그것을 경험한 편집자 자신의 몸의 리듬, 이 두 가지 토대로부터 체득한 지식이 편집자의 직관이라고 가정한다. 편집자는 이 두 리듬으로부터 리듬에 대한 정 보를 몸으로 익히고, 이들을 시발점으로 리듬을 편집할 때 필요한 창의력을 활 성화한다. 1장에서는 리듬 관련 지식의 토대인 이 두 리듬 사이의 신경학적, 경 험적 연관성도 설명한다. 또한 리듬에 대한 지식을 쌓는 과정에서 생리적 반응 이 가진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으로 사고하는 법과 운동감각에 의한 감정이입 (kinesthetic empathy)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2장에서는 편집자가 영화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이미지와 사운드 의 구성을 조절하는 편집 작업을 일종의 안무로 해석한다. 몸으로 리듬을 습득 하게 된다는 1장의 견해를 발전시켜, 움직임을 인식함으로써 리듬을 느끼게 된 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는 편집자가 자신이 경험한 움직임을 통해 리듬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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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식을 얻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촬영본의 이 미지와 사운드의 움직임을 조절해서 리듬을 구축하게 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안무가들 역시 움직임으로 작업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춤과 춤을 만드는 과정으로부터 영화 편집의 리듬을 만들 때 유용한 기술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3장에서는 리듬을 편집하는 안무적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해 알아 본다. 타이밍(timing), 속도감(pacing)과 관련된 다양한 편집 작업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한다. 또한 이 장에서는 타이밍과 속도감으로 설명되지 않는 편집 자의 주요 작업을 경로 구성(trajectory phrasing)이라는 용어로 정리한다. 경로 구성은 무용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개념으로, 움직임의 구절에서 드러나는 에너 지와 방향을 조절하는 편집 작업을 의미한다. 4장에서는 영화 속 움직임을 리듬으로 구성하는 목적을 살펴본다. 긴장과 이완의 주기가 심신에 미치는 영향과 영화의 리듬이 관객의 리듬과 일치되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1장부터 4장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 편집의 리듬이란, 긴장 과 이완의 변화를 만들어 낼 목적으로 타이밍, 속도감, 경로 구성을 통해 다듬어진 시간, 움직임, 에너지를 말한다.

그런 다음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에서는, 앞에서 제시했던 직관, 안 무적 접근, 리듬을 만들어 내는 도구와 리듬의 목적에 대한 가설을 편집자가 접 하게 되는 여러 종류의 리듬에 적용한다. 리듬의 종류와 편집자가 사용하게 될 안무적·직관적 접근법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적 리듬(physical rhythm), 감정의 리듬(emotional rhythm), 사건의 리듬(event rhythm)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편집의 구체적인 사례 혹은 문제점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편집 스타일을 살펴보는 9장에서는 몽타주(montage)와 데쿠파 주(decoupage) 개념으로 리듬을 살펴보고, 스타일을 구축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편집자가 타이밍, 속도감, 경로 구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알아본다. 10장에서 는 영화 리듬에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편집자가 사용하는 평행 액션(parallel action), 슬로 모션(slow motion), 패스트 모션(fast motion) 등의 기법들을 살펴 보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언제 진부한 표현이 되는지 알아 본다. 마지막으로 11장에서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두 명의 대화 장면과 추격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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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사례들을 살펴보고, 실제로 장면 분석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들을 제시한다.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편집 기법을 배우고 있는 편집자들과 영화 를 만드는 사람, 편집 기법에 대한 논의를 통해 효과적인 작업 방식을 찾고자 하 는 숙련된 편집자 모두를 위한 책이다. 리듬에 대해 알게 되면, 학생들과 편집자 들은 더욱 창의적으로 리듬을 구성하고 촬영본 속에 잠재된 리듬을 최대한 활용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이론적 개념과 실용적인 방법의 연계에 관심 있는 영 화학자에게도 유용하다. 이 책의 목적은 리듬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활성화하고 리듬을 만드는 창의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연구 방법론: 이론적 측면 편집에 관련한 최근 문헌들을 조사해 보면,1 영화 편집의 리듬을 논점으로 다루 고 리듬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예외적으로 테오 반 레이우번 이 『영화 텍스트의 리듬 구조(Rhythmic Structure of the Film Text)』 서문에서 이 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영화 이론 연구에서 영화의 리듬이 가진 역할에 대해 자주 언급하던 시기도 있었다. … 최근으로 올수록 영화 리듬에 대한 연구는 사라지고 있다. 미트리 (Mitry)의 『영화의 미학과 심리학(Esthetique et Psychologie du Cinema)』 (1963) 출간 이후 리듬에 대한 제대로 된 고찰은 거의 없다.2

가끔 타이밍과 속도감을 이용해 리듬을 만드는 규칙들을 제시하는 편집 기 법 안내서들이 있다. 이 책들과 더불어 편집자를 인터뷰한 책에서 특정 영화 속 의 리듬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서적에서는 리듬을 편집하기 위 한 규칙은 없다고 말하고, 영화 편집에서 리듬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이 무엇인 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켄 댄시거(Ken Dancyger)는 그의 책 『영화 편집: 기술, 역사, 이론, 미학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Theory and Practice)』에서 속도 (pace)의 일부로 리듬을 설명하며 “영화의 리듬은 개별적이고 직관적인 사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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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하다”3고 말했다. 카렐 라이스(Karel Reisz)와 개빈 밀러(Gavin Millar)는 『영화 편집의 기법(The Technique of Film Editing)』에서 리듬을 타이밍의 특성으로 해 석한다.4 『영화 예술』에서 보드웰과 톰슨이 “A숏과 B숏 사이의 리듬 관계”5라는 단락에서 몇 가지 리듬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필자가 이 책에서 속도감이라고 표현하는 컷의 빈도수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보드웰과 톰슨은 서 문에서 “영화 전체의 리듬은 편집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 기술로부터도 나온다” 고 언급했다. 이와는 달리 필자는 영화 전체의 리듬이란 편집자가 최종적인 구 성과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본다. 다시 말해 필자의 연구는 편 집 작업에 집중하되, 편집 작업으로 구성한 영화 리듬을 좀 더 넓은 측면에서 고 찰하고, 거기에 편집 작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본다. 이 책에서는 영화 의 리듬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편집자들이 고려하는 다양한 측면을 설명 할 것이다. 컷의 빈도수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영화 편집: 역사, 이론, 그리고 실제(Film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의 저자인 돈 페어서비스(Don Fairservice)는 영화 편집의 리듬을 다룬 문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영화 편집에 대한 모든 논의는 결국 리듬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의하기 어렵다 보니, 모호한 개념이나 개론적인 단어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 었다.6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리듬이나 리듬을 만드는 창의성에 대해 어 떠한 규칙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리듬을 만들어 내는 직관력과 그 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자 하는 편집자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를 공부 하는 학생들이 촬영본을 보며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영화 편집 리듬의 원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편집자들이 스스로에게나 촬영본을 보며 물어 볼 수 있는 질문과 연관시킨 이유는, 여기서 제시되는 이론을 좀 더 실용적으로, 실제 편집 상황에서 겪는 어려움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편집하는 동안 누 군가가 “이건 아닌 것 같아”, “이 느낌이 아닌 것 같아”, 혹은 “리듬감이 없어”라고 반응할 때, 편집자는 이 책에서 논의된 리듬의 내용을 떠올리며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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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제를 접목시키고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필자는 주로 인 지적 측면에서 영화 편집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작업의 특성과 과정을 고찰했다. 데이비드 보드웰과 노엘 캐롤(Noël Carroll)은 인지주의에 대해 “심적 표상 방식과 자연주의적 절차와 (어느 정도) 논리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사고, 감정, 행위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7라고 표현했다. 인지주의 학자들은 우리가 영화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영향 받 는지 연구할 때 인간의 생리적인 특성을 고려한다. 이들의 기본 원리는, 특별 한 순간을 경험하거나 교육을 받기 이전 상태의 모든 인간에게 우리의 특성을 이루는 일부분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간은 삼차원이다’, ‘자 연광은 위에서 쏟아진다’ 등의 인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대표적인 보편자 (contingent universals) 덕분에 예술적 관습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왜냐 하면 예술적 관습들은 인간의 인식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8 대부분의 편집 작업도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편집자들은 편집실에 서 본성이나 우주에 대해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지식과 믿음에 반향을 일으키는 경험을 활용하려고 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나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생리적 혹은 깊이 몸에 밴 자각이나 지식 등 인간 의 경험적 측면을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작업 중인 영화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을 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인지적 접근 방식에 해당한다. 영화 제 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해 실용적인 이론을 만들고 발전시키려는 것 도 인지적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생리적·인지적 체계”9를 통해 영화 편집의 리듬과 리듬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편 집자와 관객의 살아 숨 쉬는 몸속의 리듬 활동을 신경학적 협력 작용으로 설명한 다. 이를 몸으로 생각한다고 표현하고 이에 관련된 여러 참고 자료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필자는 “인식은 운동감각에 의한 것이라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10고 믿었던, 구소련의 위대한 감독이자 몽타주 이론가인 세르게이 예이젠 시테인(Sergei Eisenstein)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깊이 있 는 지식은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이 며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몸이 영화의 리듬을 생각하고 만들어 낸다는 개념에는 몸으로 익힌 지식을 좀 더 잘 활용하려는 필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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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마음(the mind)이 육체적인 것이고 몸이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음이 그 밖에 어떤 것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 책 에서 다루는 내용은 인식이나 의식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며, 물질적인 가치와 그것을 초월한 가치를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마음이라는 것이 몸을 통 하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 달리 실행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려는 의도도 없다. 필자의 견해는 마음이란 것이 생리학적 실체이기도 하다는 증거로부터 도출된 것이며, 그 밖에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어떠한 것이 아닌지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거나 연관 짓지 않았다. 마음이 육체 적인 것이고 몸이 생각한다는 전제하에, 편집자가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 낼 때 마음과 감정과 몸이 서로 통합된다는 관점으로 편집의 리듬을 고찰하고 있는 것 이다. 필자의 주장을 실제 작업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인지적인 접근이 가장 효 율적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이러한 접근법을 적용할 수 없는 내용도 있다. 리듬 자체에 대한 연구는 인지적으로 이해할 수 없거나, 그러한 접근이 거의 불가능 하다. 리듬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대체로 “리듬은 느껴지는 현 상”11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듬이 느껴지는 것이고 느낌을 통해 생성된 다는 특성은, 필자의 연구에서도 중요한 주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편집 기법 에 대한 글에서조차 리듬을 만드는 창의성을 주관적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특징짓는다. 또 이런 특성 때문에 어렵고 심오한 현상학적인 담론이 이 루어지고, 질 들뢰즈(Gilles Deleuze)식의 영화 연구가 존재하게 되었다. 영화 의 이해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라면 직접 들 뢰즈의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네마 2: 시간-이미 지(Cinema 2: The Time Image)』에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시각적·청각적) 감 각, 운동, 강도, 감정, 리듬”12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각적·청각적) 감각, 운동, 강도, 감정”13을 이용해 다양한 과정과 목적 으로 만들어지는 리듬을 분석한 결과,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에서는 리 듬이란 느껴지는 현상이되 단순히 느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간주한다. 리 듬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과 리듬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은 학습되는 것이며, 리 듬을 배우고 만들어 가는 과정도 설명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신경학 분야의 지식을 통해 리듬을 경험하고 창조하는 신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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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설명한다. 그중에서 특히 최근 신경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의도된 움직 임을 인식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의 기능에 주목했다. 이 책에서는 뇌가 (부분적으로 의도된 움직임을 감지함으로써) 리듬을 인식하는 과정과 인간의 몸 이 스스로 인지한 움직임에 대해 운동감각적 감정이입을 한다는 현상학적 이론 들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몸이 리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고 복 구해서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는, ‘생각하는 몸’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다. 다시 말해 몸은 생각하되, 육체적·경험적 과정을 통해 매우 주도적으로 생각한 다는 것이다. 필자는 들뢰즈, 앙리 베르그송(Henry Bergson) 등의 철학자들과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이용해 ‘생각하는 몸’이라는 모델 안에서 영화와 춤을 현상학 적으로 연구했다. 왜냐하면 영화, 시간, 공간, 에너지 그리고 움직임의 인식 에 대한 그들의 연구에서 리듬이 인식되는 방법과 그러한 인식이 가지는 의미 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E. 바르텐부르크(Thomas E. Wartenburg)와 안젤라 커런(Angela Curran)이 자신들의 교재 『영화의 철학(The Philosophy of Film)』에서 들뢰즈의 연구에 대해 표현한 것처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거나 “시간과 움직임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변화”14시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이 책은 보드웰과 캐롤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제 해결을 위한 연 구”15다. 즉 리듬을 만드는 요소, 형성 과정, 목적, 그리고 리듬이 몸으로 인식된 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영화 편집에서 리듬을 만 들어 내는 창의성을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연구 방법론: 실제적 측면 리듬에 대한 필자의 연구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실제 작업에 관한 내용이다. 필 자는 많은 단편 영화, 장편·단편 다큐멘터리, 때때로 교육용이나 홍보용 영상 을 편집해 왔고, 각각의 작업들을 통해 편집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편집 작업에 대해 성찰한 내용을 항상 기록해 왔기 때문에, 모든 작업들이 이 연 구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리듬에 대한 지식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론과 경험을 통합하고 필자 및 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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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적용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로 편집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념을 개발하고, 다른 이론 연구에도 유용한 정보와 아이디어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되었다.

사운드 사운드는 영화의 리듬을 만들어 내고 느끼는 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리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영상 편집자의 사운드 활용 부분 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절차에 따르면, 찍힌 순 서대로 넘어온 촬영본을 편집자(영상 편집자)가 완성된 영화의 형태, 구조, 리 듬을 가지도록 편집한다. 그러고 나면 완성된 편집본은 후반 사운드를 담당하는 사운드 에디터에게 보내진다. 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일반적 인 절차에서는 편집자가 영상에 입혀져 있는 소리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후 어떤 사운드 효과음이나 배경 사운드가 덧붙여져 완성되든지 간에 편집자가 우선적으로 사운드를 조정하게 된다. 물론 사운드에 대한 전문가는 사 운드 디자이너다. 필자도 편집자의 입장에서 항상 사운드를 이용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운 드를 찾거나 만들어 내는 것은 영상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만 하고, 필요한 타이밍과 에너지를 구성할 때는 대부분 주어진 촬영본 안에서 해결한다. 볼륨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사운드 효과음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타이밍을 잡을 때 사운드를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작업, 사운드 원본, 방향, 미묘한 차이, 여러 층의 사운드 트랙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후반 사운드 팀이 작업하도록 편집본과 함께 넘긴다. 사운드는 편집자가 만들어 낸 리듬 속 의 한 요소이지만, 사운드 디자인의 예술적 완성도는 사운드 디자인의 독립된 영역이다. 그리고 사운드 디자인은 편집된 영상의 리듬에 맞추어 이루어지게 된다. 리듬에 대한 논의에서, 일반적인 편집 상태를 이야기할 때 사운드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이다. 필자가 언급하는 사운드는 영상 편집자가 다루는 사운드 를 의미하는 것으로, 후반 사운드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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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할 때에만 사운드를 따로 떼어 내 언급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움직임이라는 용어를 쓸 때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움직임을 의미하는 것이 고, 에너지라고 표현할 때는 영상과 사운드의 에너지를 함께 말하는 것이다. 물 론 이것은 영상 편집자가 영상에 입혀진 사운드를 조절하는 일반적인 상황을 전 제로 한다.

음악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 역시 작곡가가 아닌 편집자의 작업 영역에 국한된 것이다. 편집자가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관객이 완성된 영화의 리듬을 느끼 는 과정에서 음악은 매우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음악에 대해 대본에서 특 별히 언급하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음악 작곡은 영상 편집이 완전히 확정되 고 난 후에 이루어진다. 사운드의 리듬과 마찬가지로 음악의 리듬도 영상 편집 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구조·리듬을 강조하고, 강화하고, 대비시키고, 명암을 드리우는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 구성된다. 사실 음악은 영상 편집의 리듬을 파 악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 음악이 하나하나 연결 된 이미지들의 구성을 매끈하게 연결시킨다. 음악은 낱개의 음이 아니라 전체적 인 흐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미지들도 흐름으로 인식되게 하고, 잘못 커팅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조차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그러다 보니 편집이 나 편집의 리듬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많은 편집자들은 편집 과정에서 템프 뮤직(temp music), 즉 임시 음악을 사 용한다. 임시 음악의 사용은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추 구하는 분위기에 적합한 음악을 먼저 찾아서 깔고 그 음악에 맞춰 영상 편집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지와 연기에 담긴 리듬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 이다. 또한 원래 만들려고 했던 영상의 리듬과는 다른, 임시 음악 자체의 리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창의적인 편집으로 촬영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이 차단된다.16 어쩌면 작곡가, 사운드 디자이너, 편집자가 나란히 모여 리듬, 사운드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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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움직임, 이야기 등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작업 환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 능하다. 이미지를 먼저 구성한 후 그것을 넘겨받아 후반 사운드와 음악 작업을 해야만, 편집에서 삭제되거나 바뀌는 부분 때문에 사운드 디자이너와 작곡가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다. 작업 시간을 줄일수록 비용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사운드와 음악과 이미지의 구성을 더욱 균형 있게 만들고 예술적 가능성도 더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검토된 바가 없다. 그러므로 임시 음악의 사용을 고려하는 편집자는 음악이 영상보다 더 큰 영 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2005년 시드니에서 열렸던 좌담 회에서 필립 글래스(Philip Glass)는 이미지에 다른 음악들을 깔면 이미지가 바 뀌게 되지만 음악에 다른 이미지들 붙인다고 해서 음악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 했다.17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가능한 임시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 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단지 매끄럽게 넘어가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임시 음악을 쓰지는 않는다. 임시 음악 사용과 관련해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두 가지 경우가 더 있다. 첫 번째는 편집을 끝내고 특정 임시 음악을 넣는 경우다. 빠듯한 예산 때 문에 편집자와 작곡가가 전혀 모임을 가질 수 없을 때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방 법으로 임시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편집자는 추구하는 분위기와 의도 를 보여 주기 위해 임시 음악을 쓰게 된다. 이 방법은 작곡가의 창의성과 예술성 발휘를 다소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보다 마감 시간과 예산이 더 아쉬 운 작품들이 너무 많다 보니, 작곡가도 이런 협조를 반기게 되고 편집자도 효과 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임시 음악을 쓴다. 임시 음악이 의미 있게 사용되 는 또 다른 경우는 제작자에게 작품을 홍보해야 할 때다. 대략적으로 작업한 편 집본에 강한 설득력을 가진 임시 음악을 깔아서 세련된 리듬이 느껴지도록 만 들면, 제작자는 최종 편집본에 신뢰를 가지게 된다. 이런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 는, 작곡가가 편집자에게 어떤 곡을 사용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 주는 것이다. 그 렇게 되면 작곡가는 편집 과정에 창의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 면 최소한 제작자에게 영화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강한 인상을 전달해서 최종 적인 작곡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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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임시 음악의 사용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경우 모두 최상의 영상미, 이미지와 사운드 의 운동감각적 흐름을 찾아내야 하는 편집자의 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에 음악에 대한 특별 언급이 없는 한, 이 책에서는 움직이는 이미지로 리듬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논의에 음악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다.

편집권 『커팅 리듬, 영화 편집의 비밀』은 편집 과정에서 감독이 결정권을 가지는 일반적 인 작업 방식을 지양한다. 편집에 관한 책 중에서도 이런 방식을 소개하는 책들 이 있는데, 이 책들은 감독이 결과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 독을 창의적인 결정권자로 간주한다. 감독이 편집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다. 감독들마다 제시하는 스타일과 구체적인 방향들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편 집 과정에서 감독이 편집 프로그램을 직접 만지고 스스로 영화를 편집하지 않 는 이상, 영화 전체 편집과 시퀀스(sequence), 장면(scene), 심지어 각 숏(shot) 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천 가지의 선택 상황들은 편집자가 먼저 결정하고, 감독 에게 그 결과를 보여 주게 된다. 감독의 승인을 받을 때, 편집자는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된 숏들을 보여 준다. 감독은 편집자가 제시하는 상황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편집자는 촬영본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수만 가지의 조합 중 어떤 것들을 감독에게 제시할지 결정한다. 편집자와 감독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매우 미묘하고 복합 적이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기도 하고, 실망을 안기기도 하고, 무언의 소통도 흔 히 일어난다. 편집 작업의 과정은 물론이며 최종적인 편집 결과물에 대해서까지 두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거기에 대해 중점적으 로 다루지 않는다. 감독과 함께 리듬을 구성할 때 필요한 내용만 별도로 언급했다. 감독과 편집자의 협업이라는 큰 주제는 차후에 다른 책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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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밸러리 올펜(Valerie Orpen)은 편집에 대한 여러 종류의 책들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 했다. “편집에 관한 출판물은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편집만 다루거나 편집에 대한 섹션이 있는 영화과 교재 내지 일반적인 영화 연구 서적, 편집 기술 안내서, 그리고 자서전, 강연록, 에세이, 인터뷰 선집, 잡지에 실린 인터뷰 등 편집자와의 대담을 적은 책이 있다.” Orpen, V., Film Editing: The Art of the Expressive , p.10. 필자는 이 세 종류의 문헌들을 모두 조사해 연구에 포함시켰다. 2 Van Leeuwen, T., “Rhythmic Structure of the Film Text”, Discourse and

Communication: New Approaches to Analysis of Mass Media Discourse and Communication , p. 216. (역주) 영화학자 장 미트리(Jean Mitry)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La Cinémathèque Française)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3 Dancyger, K.,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Theory and Practice , pp. 307~315. (역주) 저자가 참조한 것은 2판이며, 3판부터는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 라는 제목으로 계속 출간되고 있다. 4 Reisz, K., Millar, G., The Technique of Film Editing , pp. 246~247. 5 Bordwell, D., Thompson, K., Film Art: An Introduction , pp. 278~280. 6 Fairservice, D., Film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 , p. 273. 7 Bordwell, D., Carroll, N., Post-Theory: Reconstructing Film Studies , p. xvi. 8 Stam, R., Film Theory: an Introduction, p. 236. 9 Ibid. 10 Bordwell, D., The Cinema on Eisenstein , p. 125. 11 Brogan, T. V. F., “Rhythm,” The Princeton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 , p. 1068. 12 Deleuze, G., Cinema 2: The Time Image , p. 29. 13 Ibid. 14 Wartenburg, T. E., Curran, A., The Philosophy of Film: Introductory Text and

Readings , p. 7. 15 Bordwell, D., Carroll, N., Post-Theory: Reconstruction Film Studies , p. xvii. 16 호주국립영화학교에서 연출 과목으로 출강했던 로빈 드 크레스피니( R o b i n D e Crespigny), 영화 음악 전공 담당 교수를 역임한 에드워드 프림로즈(Edward Primrose)와 임시 음악에 대해 토론했던 내용을 참고했다. 17 2005년 1월 9일, 필립 글래스는 시드니 글레베 지역의 발할라 극장에서 열린 독립영화제 ‘팝콘 택시(Popcorn Taxi)’ 좌담회에 참석했다. 관련 영상은 학술적인 목적에 한해 http:// www.popcorntaxi.com.au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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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감정의 리듬

이번 장에서는 감정의 변화를 구성하는 편집을 다룬다. 눈에 보이는 움직임 자 체가 아니라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감정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편집할 때 안무의 원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감정의 긴장과 이완은 감정적 에너지의 타이밍·속도감·경로 구성에 의 해 만들어진다. 이를 좀 더 실제적으로 표현하면, 연기가 편집을 안내한다는 뜻 이다. ‘연기가 편집을 안내한다’는 말은 편집자들이 잘 쓰고 좋아하는 격언으로, 감정의 리듬을 구축할 때 필요한 원칙들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연기의 안내 를 받는다는 말은 배우의 의도적인 움직임에 주목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큐멘터 리의 경우에는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는 것 을 의미한다. 『눈 깜박할 사이: 영화편집에 대한 연구(In the Blink of an Eye)』에서 월터 머치는 연기에서 발견되는 의도가 담긴 움직임 중 하나인 눈 깜박임의 활용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편집자가 배우의 눈 깜박임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적인 기복 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눈을 깜박이는 비율과 리듬은 우리 내면의 감정과 생각이 지닌 리듬과 배열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 그 비율과 리듬은 내적 자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 므로 서명처럼 각 개인이 가진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1

눈 깜박임은 생각이나 감정이 눈에 보이는 움직임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예 에 불과하다. 배우들의 얼굴과 몸은 다양한 감정-자극, 반응, 물리적 상태를 동 요시키는 민감한 자극-을 표현한다. 일시적인 정지, 망설임, 위치 이동, 곁눈 질, 삼킴, 경련, 미소, 흐느낌, 한숨, 출발, 흔들림, 긍정, 부정 등은 모두 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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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1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으로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등장하지만 극영화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즉 사람들은 의도가 담긴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드러낸다. 에롤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1988)에 등장하는 랜들 애덤스(Randall Adams)는 휴스턴에서 경찰관을 죽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 은 인물이다. 그의 움직임과 억양, 바른 자세, 정면으로 카메라를 보는 시선은 그가 하는 말만큼이나 그의 결백 과 진정성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결말에서 그가 무죄임이 드러난다.

긴장과 이완을 보여 주며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스크린에 기록된다. 마찬가지로 사운드에서 드러나는 억양, 일시적인 정지, 강세 역시 감정의 움직임과 의도를 보여 준다. 감정의 리듬을 편집할 때, 편집자는 움직임의 리듬이 들어 있는 연기를 보 고 그 리듬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선택이란, 연기를 온전 히 받아들여서 전혀 컷을 나누지 않는 방법에서부터 연기를 완전히 해체해서 새 로운 리듬을 만들어 내는 방법까지, 그 사이 영역을 이리저리 살피는 것이다. 두 기둥 사이에는 창의적 리듬을 만들고 결정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 가능성 이 있다. 이 결정을 할 때는 두 가지 사항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연기 의 힘이다. 확실한 연기는 십중팔구 편집에 이용되고 또 존중받는다. 또한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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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기는 그 감정에 우선순위가 생기게 함으로써 감정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이 부분이 바로 감정의 리듬을 편집할 때 고려해야 할 두 번째 사항이다. 즉, ‘어 떤 감정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고 격렬하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바로 편집의 과정이다. 대본의 의도를 충실히 따를 수도 있고, 혹은 연기와 숏이 보여 주는 강점과 약점 때문에 의도가 조정될 수도 있다. 편집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 감정을 자를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한 숏에서 다 음 숏으로 어떻게 감정적인 에너지를 넘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가 활 용하는 에너지 넘기기라는 즉흥적인 게임은 편집자가 감정의 리듬을 구축하는 과 정에 비유될 수 있는 게임이다. 에너지 넘기기 게임에서 첫 번째 무용수는 손에 에너지의 공을 가진 것처럼

연기한다. 공은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공의 둘레를 움직이며 공의 윤곽을 표현 한다. 공이 몸 전체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한동안 공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사람 들은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에너지로 설정했는지 알게 된다. 만약 짧게 끊어지는 에너지라면 팔다리를 움츠리며 짧게 내밀 것이고, 차분하고 떠다니는 에너지라 면 팔다리를 미끄러지듯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다음 무용수에게 그 에너지 공을 넘긴다. 그가 에너지를 던지면 다음 무용수는 몸을 이용해 던져 진 대로 에너지를 받는다. 만약 첫 번째 무용수가 다음 무용수의 머리를 향해 에 너지 공을 세게 던지면, 다음 무용수는 맞아서 휘청거릴 것이다. 만약 손바닥에 에너지를 흘려 부어 주면 받는 무용수는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그 주변으로 몸을 움츠릴 것이다. 다시 말해 첫 번째 무용수가 어떠한 힘, 속도, 방향으로 에 너지를 던지면 두 번째 무용수도 그와 똑같은 에너지를 받는 것이다. 편집자가 컷을 통해 하는 일도 에너지를 던지는 것이다. 편집자가 특정한 에너지를 골라 던지기 위해 첫 번째 숏의 길이나 프레임을 선택한다. 이 숏 다 음에는 또 다른 숏이 연결된다. 두 번째 숏은 첫 번째 숏에서 넘겨진 에너지를 받는다. 편집자는 원인과 결과, 다시 말해 앞 숏의 에너지와 행위가 원인이 되고 다음 숏의 반응이 그 결과로 느껴지도록 연결한다. 첫 번째 숏이 던진 에너지가 다음 숏의 에너지와 인과관계를 이루면서, 편 집자가 감정적인 에너지의 경로를 구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숏에서 등 장인물이 고마움의 의미로 미소를 지었는데(고마움은 미소라는 움직임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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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2 아이들이 어려서 처음 배우는 것 중의 하나가 감정적인 에너지에 반응하는 법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과 언어 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에너지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가 비언어적인 차 원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분노를 감지해 몸을 사릴 수도 있고 기쁨을 감지해 반길 수도 있는 것이다. <다운 타임 재즈(Down Time Jaz)>(2002)의 이 장면에서 필자는 에너지의 특성에 따라 움직임 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활용했다. 다른 사람들과 에너지 던지기 게임을 하는 어린이 배우의 움직임 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어 낸 에너지 혹은 의도다), 다음 숏에서 다른 등장인물이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 하면 고마움이 어색함의 원인이 된다. 연기의 리듬을 통해 만들어진, 이러한 상 호 교환하는 타이밍, 속도감, 경로 구성이 감정의 리듬이 된다. 에너지 던지기 게임에서 우리는 무용수를 통해 에포트 혹은 의도를 바꾸고 표현하는 에너지의 전개 과정을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등장인물이 표현하는 감 정의 움직임을 볼 때, 우리가 보게 되는 것도 에너지의 전개 과정이다. 얼마나 천천히 웃는지, 얼마나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하는지 보면서 감정적 에너지의 연 기를 훨씬 더 미세한 단위로 살펴본다. 이런 동작들은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 하는 것이다. 연기 속에 담긴 감정적 에너지를 보려면 춤에서 에너지를 볼 때보 다 훨씬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 기 때문에 그것을 볼 줄 아는 편집자는 감정적인 리듬의 에너지와 변화를 수월 하게 다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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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과제 무용가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에너지 던지기 게임 편집이나 영화 제작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에너지 던지기 게임을 하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개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즉각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필자의 수년간 강의 경험에 의하면 어떤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학생들 이 연기나 무용 전공일 필요는 전혀 없다. 다섯 명 이상의 사람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환경은 작은 강의실의 한 가운데에 테 이블이 있고 그 주위에 10~12명의 학생이 둘러앉는 것이다. 만약 둘러앉을 만한 테이 블이 없다면 모두가 둥글게 둘러설 수 있는 공간을 찾으면 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여러 분은 에너지 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손으로 공 둘레를 만지기도 하고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옮기기도 하다가, 마치 테니스공을 던지듯이 교실 안의 다른 사 람에게 에너지 공을 던지자. 그러면 그 사람이 받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냥 받을 수도 있고, 던져진 공의 경로에 따라 공중으로 손을 뻗어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머 리 위로 세게 던져진 공을 잡겠다고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 러서서 받는 학생들도 봤다. 에너지 공에 맞을까봐 살짝 피했다가 돌아와서는 실제 공 이었다면 떨어졌을 만한 위치로 달려가서, 보이지도 않는 상상의 결과물인 그 에너지 를 다시 가져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한 번씩 공을 던지고 받는 동작을 하고 나면,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알려 주도록 하자. 첫째, 모두가 원래 던져진 모습대로 에너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던져진 에너지를 어떤 동작을 취하면서 받았는지 한 두 학생의 경우를 재현하면서 설명하자. 그러고 나 서 이것이 편집자가 하는 작업을 상징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자. 편집자는 하나의 숏에 서 다음 숏으로 에너지를 넘긴다. 편집자는 숏을 선택하고, 숏의 위치, 숏의 길이, 프레 임들을 선택해서 이 숏에서 다음 숏으로 연결되는 감정의 변화 곡선을 만든다. 앞 숏에 서 넘긴 감정의 에너지가 다음 숏에서 반응하는 그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알려줄 사항은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학생들은 항상 웃는다. 왜냐하면 당연히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 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에너지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가 그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던진 사람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모든 학생들의 눈은 언제나 다음 사람에게로 던져진 보이지 않는 공을 좇아간다. 이것 이 바로 감정의 리듬을 편집할 때 편집자가 하는 일이다. 편집자는 관객의 눈이 감정의 에너지를 주목하게 만들고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히 다음 숏으로 그 에너지를 넘긴다.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도록 만드 는 것이다.


준비, 행위, 회복 러시아 연극 연출가 프세볼로트 메이에르홀드(Vsevolod Meyerhold)에게서 배 우의 움직임에 대한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는 구소련의 위대한 감독이 자 편집자이며 교육자인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인물 로, 예이젠시테인을 통해 편집과 영화 형식의 발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메이에르홀드는 생체 역학(biomechanics)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배우들 에게 정확한 자세와 정확한 동작이 어떤 것이고, 어떤 내적 상태를 추구하는 것 이 가장 경제적인지 알리려고 애썼다.”2 그의 이론 중 하나는모든 움직임에 준 비·행위·회복의 세 가지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3 메이에르홀드의 이론이 실제 그의 작품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가 하 는 점은 잠시 뒤로 미루고, 감정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이론은 배우의 움직임에서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는 모든 완전한 동작에서 컷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을 개념적으로 구별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배우가 컵을 들어 올리는 (혹은 폭탄을 던지 는) 모습을 본다면,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단계로 움직임을 파악한 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감정의 에너지를 다음 인물이나 사건으로 넘기려면 이 움직임의 어느 부분이 필요한가? 준비 부분만 필요한가? 그가 찻잔을 들어 올리 는 부분만으로도 관객들이 충분히 상대방으로부터 못마땅한 눈길을 받을 만하 다고 여길 것인가? 혹은 못마땅한 시선을 받으려면 첫 번째 인물이 확실하게 차 를 음미하는 동작 전부가 필요할까? 생체 역학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배 우의 움직임을 분해하는 역학적인(mechanical) 방법이다. 여기서 역학적이라는 단어가 기계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의미라고 할 때, 이 방법은 편집자에게 도움이 된다. 움직임을 행하는 사람이 배우이든 배우가 아니 든 간에 주어진 순간의 움직임을 준비·행위·회복의 단계로 파악함으로써 편 집자는 감정적 에너지의 경로에서 최적의 편집점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 를 통해 장면에 필요한 감정의 힘과 특징을 표현할 수 있다. 메이에르홀드가 개발한 생체 역학은 동시대의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 (Konstantin Stanislavski)가 개발한 배우 훈련 기술과는 다소 상반된 개념이다. 하지만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method) 기법에도 편집자가 감정의 움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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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하는 눈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배우의 행위 스타니슬랍스키가 배우의 훈련법에서 제시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행위 (action)다. 연기의 영역에서 행위라는 용어는 심리학적 의도를 동사 형태로 표

현한 것이다. 의도를 동사로 표현하는 이유는 배우로 하여금 존재하는 대신 행 동하게 하기 위해서다. 행위는 능동적이고, 존재는 수동적이다. 편집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행위라는 단어가 일종의 동사로서 생각이나 감정의 움직임 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행위는 드러난 의미 혹은 숨겨진 의미를 감정적인 움 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배우가 “케이크 좀 주실래요?”라고 말했을 때, 여기에 숨겨진 의미는 드러난 의미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그가 말 로는 케이크를 요청하고 있으나 숨겨진 의미는 케이크가 아니라 호감의 표시일 수 있는 것이다. 배우들은 능동적인 행위를 통해 가능한 한 숨겨진 의미를 감정적으로 정확 히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요청하는 행위는 배우가 파악한 장면 속 인물의 목적에 따라 간청하는 것, 부추기는 것,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 속이는 것, 사랑을 고백하는 것 등이 될 수 있다. 케이크 조각 하나의 의미라고 하기엔 무리라고 생각될 수 있

겠지만, 그가 정말 케이크를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랑, 시간, 휴식, 약속, 용 서 등 어떤 의미도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그 의 목적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것이 바로 행위다. 그리고 그의 행위 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다. 편집자는 (대사보다는 목소리의 사운드 변화를 포함한) 배우의 움직임을 보 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편집자가 대사 너머로 간청하는 행위를 파악했다면, 에너지를 넘기기에 가장 적절한 지점이 행위 중 어 느 지점인지 알아낼 수 있다. 편집자는 행위를 움직임의 구절로 인식하고 운율· 호흡·강세 등이 어디인지 알아낸 후, 상대 배우에게 에너지를 넘겨줄 정확한 지점에서 컷을 함으로써 원하는 효과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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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행위를 볼 때 그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주목하게 되면, 컷이 넘어갈 때 동작을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아도 연속성(continuity)을 느끼게 된다. 감정적인 에너지가 구축되면, 우리는 연속성이 깨진 부분이나 일치되지 않는 부분을 눈치 채지 못한다. 왜냐하면 케이크를 얻을 것인가를 보고 있는 것이 아 니라, 호감을 얻을 것인가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움직임의 패 턴 자체가 아니라 감정적인 의미다. 컷이 바뀔 때 감정이 잘 넘어가면, 우리의 눈은 케이크가 아니라 감정을 따라 움직인다. 머치가 말했듯이 눈을 깜박이는 정도, 호흡, 끄덕이는 고개, 오므린 입술, 치켜뜬 눈썹 등을 통해 우리는 감정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이런 변화가 클로즈업이나 미디엄 클로즈업 (medium close-up)으로 보이면 효과적으로 감정을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배 우가 케이크를 향해 이 손을 뻗어놓고 다른 손으로 집어 올린다고 해도, 배우가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서 연기하고 있다면 이 정도의 연속성 실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만약 배우가 상대 역할에 대해 두 눈을 들어 올려 무언가를 기대하는 시 선으로 자신의 감정을 넘긴다고 하면, 두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편집자는 감정 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의 여자 친구 숏으로 넘어간다. 그녀는 그의 기대를 받 아 줄 것인가, 아니면 저버릴 것인가? 편집자는 감정적인 에너지가 담긴 움직임 을 다음 숏으로 넘기고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어떻게 받을 것인가? 이 감정적 인 행동의 결과는 무엇이 될 것인가? 에너지를 던지는 것은 단순히 던질 에너지의 운율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 라 어떻게 받을 것인가도 포함하는 문제다. 무용수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떠올려 보자. 무용수들은 상대가 던진 에너지를 받을 때 에너지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던져지는 방향에 대해서도 반응한다. 만약 에너지가 그들의 머리 쪽으로 세게 던져진다면 손가락만으로 막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배우들은 즉석에서 반응할 수 없다. 촬영 때는 세트장에 있었지만, 현재는 필름 속에 기록되어 있을 뿐 존 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편집자는 반응하는 범위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던지는 쪽의 범위까지 양쪽 모두를 살펴본 후, 어떻게 컷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마치 배우가 날아오는 에너지에 직접 반응하는 느낌이 들도록 움직임을 편집해 서 감정의 변화를 구성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우리의 “시선(eye-trace)”4 이 감정의 움직임을 좇아가게 하는 것은 배우의 연기이고, 그 경로를 정하는 것 이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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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 연기에 나오는 또 다른 용어, 비트(beat)도 편집자가 감정의 리듬을 구성할 때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매우 여러 가지 개념 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배우가 자신의 행위를 바꾸거나 조절하는 지 점을 비트라고 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조라는 이름의 등장인물이 사랑을 얻고 싶어서 케이크를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여자 친구는 “마음껏 드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자 친구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절하는 행위를 했다면, 첫 번째 행위로 요청했던 목적(사랑)을 이루지 못한 조는 행위를 변경하게 된다. 그 장면 에서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에 따라, 이를테면 요구하거나 격려하거나 주 장할 수 있다. 행위를 변경하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조가 하고 있던 뭔가를 변

경하는 것, 요청에서 요구로 변경하는 지점이 바로 비트다. 한 장면에서 목적이 이루어질 때까지(조가 사랑을 얻음) 혹은 좌절될 때까지(여자 친구가 조와 헤어 짐) 몇 번의 비트들이 있을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다큐멘터리 속의 실제 세 상에서나 잘 설계된 극에서는 상대방도, 즉 이 경우 여자 친구도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녀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행위를 할 것이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 도록 행위를 변경하는 비트들도 생길 것이다. 두 등장인물은 감정적인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게 된다. 조가 애정을 살며시 요청하며 건네면, 여자 친구는 거절하 며 그것을 받아치고, 그러면 그녀가 던진 감정의 에너지에 의해 조의 행위가 요 구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원인과 결과의 연쇄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청 은 거절을 부르고, 거절은 요구를 부르는 식으로 계속 진행된다. 마치 경기 중인 테니스공처럼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편집자는 이 경기에서 리듬을 조 절한다. 내재된 에너지에 따라 숏들을 선택하고, 활기차고 설득력 있는 감정의 경로가 생기도록 숏들을 배치하고, 에너지를 주고받도록 최적의 프레임을 찾아 트리밍(trimming)5한다. 편집자가 주목해야 할 점은 비트가 하나의 감정적 에너지의 경로가 끝나 고 다른 경로가 시작되는 지점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배우의 의도에 따라 배우 의 움직임 속 에너지가 바뀔 것이고, 편집자는 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의 구절까 지 볼 수 있도록 예민해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배우가 요청에서 요구로 바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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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점을 정확히 보여 주기 위해 대사로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좀 더 관념적인 움직임의 변화를 관찰하고, 에너지의 이동을 보고, 타이밍·속도감·경로 구성의 변화를 관찰하고, 비트가 어디인지 확인하 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어느 경우이든 편집자는 비트를 통해 배우의 움직임에 내재된 리듬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조의 행위가 요청하는 것이라면, 그의 눈이 즉시 움직일 것이다. 요청이 끝날 때, 여자 친구에게 간단하고 직접적인 에너지 를 넘기면서 눈을 깜박일 수 있다. 만약 여자 친구가 그를 무시하며 적대감을 보 낸다면, 그는 이 새로운 감정 전개에 맞춰 행위를 변경하는 비트를 가질 것이다. 이 비트는 다른 곳을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눈을 몇 번 깜박이는 것일 수도 있고, 입술을 깨물거나 한숨을 내쉬는 것일 수도 있고, 행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 비트를 통해 그는 새로운 행위로 옮겨 간다. 여기서는 그가 요구 를 했고, 그에 따라 그의 눈, 호흡, 머리, 얼굴 움직임도 다시 바뀔 것이다. 이 동 작들 모두 편집자에게는 커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동작들 속에 편 집자가 다듬을 수 있는 리듬이 들어 있고, 그 동작들이 모여서 배우들이 주고받 은 행위의 의미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편집자는 배열할 숏과 편집할 프레임을 선택함으로써 감정적 에 너지를 이 숏에서 다음 숏으로 넘긴다. 받은 에너지가 다시 던져지면서, 편집 자는 원인과 결과의 연쇄 작용을 만든다. 원인과 결과의 연쇄 작용을 효과적으 로 구성하기 위해 편집자는 감정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얼굴·동작·소리를 찾 는다. 편집자가 메이에르홀드의 준비·행위·회복의 단계와 스타니슬랍스키의 행위와 비트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감정적 에너지의 변화를 볼 수 있게 되 고 감정의 움직임으로 리듬을 구성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감정의 리듬에 대한 사례연구: <디 아워스> 지금부터는 <디 아워스(The Hours)>(2004)의 장면 편집을 살펴볼 것이다. 이 장 면에서 두 등장인물은 각자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두 사람 사이를 오가 는 에너지에 의해 감정의 리듬이 구축된다. 감정의 리듬이 구축되는 원리를 살펴볼 수 있는 장면은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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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의 이 장면을 예로 든 까닭은 키티 역을 맡은 토니 콜렛(Toni Collette)의 뛰어난 연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그녀는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 인 이웃 주민 로라, 줄리안 무어(Julianne Moore)를 방문한다. 토니 콜렛은 얼굴, 머리, 몸의 활기찬 동작을 통해 인물의 마음속 감정 변화 를 다양한 층위로 표현해 내는 눈부신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장면에서는 그 녀의 연기가 줄리안 무어의 세련된 연기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토니 콜렛 이 맡은 키티는 가식적이고 외향적인데 비해 로라는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성격 을 가지고 있다. 편집자 피터 보일(Peter Boyle)은 줄리안 무어의 절제된 연기 사 이에 토니 콜렛의 외향적인 연기를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삽입해서 두 연기의 균형을 훌륭하게 맞추고 있다. 이 장면은 거의 전적으로 의미를 숨긴 채 진행되다가 깜짝 놀랄만한 클라이 맥스를 선보이는데, 편집자가 빚어낸 감정의 변화 곡선 덕분에 숨겨진 의미가 풍성하게 전달된다. 보일은 연기를 그대로 따라가기도 하고 다듬기도 하면서 두 인물 간의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각 인물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설정한다. 키티가 고백하면 로라는 어떻게 할 까? 로라가 캐물으면 키티는 어떻게 나올까? 2장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질문들은 의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질문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움직임, 즉 거울뉴런과 운동감각에 의한 감정이입으로 우리가 직접 경험하게 되 는 움직임에 의해 즉각적으로 만들어지고 인지된다. 감정 변화의 형태, 비율, 강 도, 그리고 감정 변화 때문에 생긴 감정적인 문제들의 긴장과 이완은 모두 편집 자의 손에 달려 있다. 키티와 로라가 나오는 이 장면은 복합적이다. 등장인물들의 목적, 행위, 비 트 전부가 장면이 진행되는 5분에 걸쳐 점점 고조된다. 키티가 정서적으로 민감 한 상태였던 로라를 방문하면서 장면이 시작된다. 당시 로라는 케이크를 울퉁 불퉁하게 망쳐 버린 후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던 중이었다. 도입부에서 드러나는 키티의 목적은 스스로를 과시하고, 자신과 이웃을 비교하면서도, 호의적으로 다 가가고자 한다. 로라는 단지 제대로 된 주부로 보이기를, 혹은 이 경쟁에서 최소 한 버티기만이라도 해서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키티는 로라가 케이크를 굽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케이크를 살펴보러 간다. 컷이 되면 로라가 서랍에서 커피 스푼을 꺼내고 있는데, 마치 서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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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이다(그림 7.3a). 로라가 키티의 꼼꼼한 시선 때문에 느끼는 긴장을 우리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계속해서 놀리며 웃는 키티에게로 다시 넘어가고, 우리는 키티의 유머에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림 7.3b). 컷을 주고받는 이 상황에서 로라가 불안해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여 주면 그녀를 구제불능의 신경과민 상태로 만들게 되고, 키티가 놀리는 것 을 너무 많이 보여 주면 그녀를 잔인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보일은 각 인물이 차지하는 시간과 복잡한 관계를 보여 주는 동작들의 편집 타이밍을 균형 있게 조절하고 있다. 이 장면에는 친근함, 유익함, 활기, 역설적인 상황이 있고, 그와 동시에 걱정, 놀림, 실패를 고소해하는 감정도 존재한다. 키티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로라의 테이블에 앉으면서부터 두 여성의 대화 가 숏-리버스 숏으로 연결된다(숏-리버스 숏이란 키티의 시점으로 보이는 로 라와 로라의 시점으로 보이는 키티를 번갈아 보여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두 명의 나오는 장면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으로, 한 인물에서 다음 인물로 언제 컷을 넘기는가에 의해 감정의 리듬이 형성된다. 이 장면에서는 키티의 장 난스럽고 자신감에 찬 에너지가 로라의 조용하고 절제된 의견과 질문에 계속 부 딪힌다. 그러나 로라가 한 말을 키티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그림 7.4a), 키티가 처음으로 방어적인 반응을 보이면서(그림 7.4b) 분위기가 변한다. 이어서 키티는 짜증나고 지루한 듯 집안을 둘러본다. 키티가 조리대 위에 놓인 로라의 책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는 순간, 와이드 투 숏으로 넘어간다. 숏-리 버스 숏에서 와이드 투 숏으로 전환은 일반적으로 장면 속 감정적인 목적이 달 성되었거나 좌절되었다는 신호다. 이 장면의 경우, 당당함과 활발함을 보여 주 려 했던 키티의 목적은 달성되었고, 반면 키티의 동의를 받고자 했던 로라의 목 적은 서툰 자기반성으로 인해 실패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인물, 그다음 저 인 물이 에너지를 받고 다시 던지는 것을 보면서 두 인물 사이에 오가는 감정적인 에너지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감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는 투 숏으로 넘어 감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극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투 숏은 하나의 문제가 끝 나고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되는 일종의 마침표 같은 역할을 한다. 와이드 투 숏에서는 앞쪽에 놓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댈러웨 이 부인(Mrs Dalloway)』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뒤쪽에 자리 잡은 두 등장인물은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그림 7.5a). 키티가 “오, 책을 읽고 있었군요”라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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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그림 7.3 <디 아워스>(2004)의 편집자 피터 보일은 이 장면에서 감정의 리듬이 훌륭하게 조절하고 있다. 그는 어깨와 등 의 긴장에서 불안함을 드러내는 로라(줄리언 무어)와 날카롭지만 상처를 주지 않을 정도로 친근하게 놀리는 키티 (토니 콜렛)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a

b

그림 7.4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로라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키티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a).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밝고 호의적이던 표정이 사라진다(b).

a

b

그림 7.5 편집자 피터 보일은 장면의 화제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 투 숏을 이용한다. 숏의 도입부는 키티가 관심을 가 진 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뒤쪽은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다. 그 후 키티에게로 초점이 이동한다. 그녀는 또다시 대화를 주도하고 책을 살펴보기 위해 뽐내듯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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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를 하는 동안 초점이 (앞쪽에서 뒤쪽으로) 이동한다. 이 대사에는 비난이 담겨 있다. ‘이런 이상한 짓을 하다니, 당신이라면 그럴 만하지만’이라는 숨겨진 의미 가 있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키티는 질문으로 책에 대한 반감을 숨긴다. 거 만함과 경박함이 뒤섞인 듯한 움직임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서는 책을 집 어 들고 묻는다. “무슨 책이에요?”(그림 7.5b) 키티가 완전히 숏을 주도한 채 책 을 꼼꼼히 살펴보는 동안, 로라는 와이드 숏의 뒤쪽에 남아 더듬더듬 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공간적인 역동성과 연기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키티가 대화를 주도하는 상 황에서 과연 로라가 더듬거리지 않고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말문이 막 힐까? 로라는 상황을 잘 넘긴다. 내면을 볼 줄 아는 로라는 자신의 읽은 책을 인 용하며 힘을 드러낸다. “음,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에요. 매우 뛰어난 여성이죠. 음, 그녀는 안주인이고 매우 자신감 넘치는….” 여기서 보일은 키티의 리버스 숏 으로 넘긴다. 이는 지루함과 반감을 보이던 키티의 표정이, 책의 주인공을 묘사 하는 “자신감 넘치는”과 “파티를 여는” 대사에서 호감과 기쁨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지루함에서 관심으로 상태가 변하는 키티를 보게 하는 것 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책 속의 자신감 넘치는 주인공과 키티를 엮 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보일은 벨벳을 두른 망치로 키티의 겉치레를 부수는 듯 키티에 게 부드러운 일격을 가하는 로라를 보여 준다. 로라는 이 장면의 앞에서 보여 줬 던 것보다 더 상기되고 활기차 보인다. 그녀는 표면적으로 책 속의 주인공에 대 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분명 키티를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그녀가 자신감에 넘 쳐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잘 지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죠.”(그 림 7.6a) 이것은 키티에게 감정을 던진 것이다. 보일은 키티로 컷을 하고 그녀가 감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반응하는 모든 과정을 보여 준다. 키티 역의 토니 콜렛 은 비록 책장을 넘기고 있지만, 자신의 겉치레에 가해진 충격을 받아들이고 표 정을 통해 기운이 빠졌다는 것을 명백하게 드러낸다(그림 7.6b). 그녀는 마치 더 이상 이 주인공처럼 살고 싶지 않지만 떨쳐 버릴 수가 없다고 말하는 듯 조심스 럽게 책을 덮는다. 이제 로라의 행위는 키티의 속내를 알아내는 것이고, 키티의 행위는 평정심 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순간은 편집에 의해 연장된다. 키티가 책을 덮으면, 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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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그림 7.6 로라는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키티의 겉치레를 부드럽게 무너뜨린다. 그녀는 부드럽지만 자신감 있게 에너지를 던지고, 이것을 맞은 키티는 기운이 빠지면서 반응을 드러낸다.

가 보고 있는 컷으로 넘어가고, 다시 넘어가 키티가 책을 내려놓으면, 로라에게 로 넘어가고 그녀는 “그래서”라고 조용히 말한다. 그러면 다시 키티로 넘어가 마 음을 추스르고 활짝 웃었다가 금세 미소가 사라지며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다섯 컷은 감정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인물 간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호흡을 멈추고, 두 인물이 에너지를 손에 들고 있는 순간으로, 과연 키티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실 체가 드러나 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순간을 연장하려면 매우 섬세한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고 가볍 게 연결되도록 편집해야 한다. 흔히 강한 감정을 담은 장면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감정이 무겁게 실린 숏을 너무 오랫동안 무리하게 연장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보일의 편집은 자연스럽고 가볍다. 그의 빠른 편집 덕 분에 다섯 개의 숏에 소요되는 시간은 15초가 채 안 된다. 두 인물 모두 매우 집중 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편집 자체로 관심이 흩어지지 않는다. 커팅이 보이지 않 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두 인물 사이에서 보게 되는 것은 완벽한 자연스러움이다. 그리고 이 자연 스러움은 완벽한 편집 타이밍에 의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들과 같은 방 안에 있었다면,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 정확히 이 속도로 두 인물을 번갈아 쳐다보 았을 것이다. 필자는 이 편집이야 말로 편집자가 신체 내부의 리듬을 이용해 장 면의 감정적인 변화를 구축한 예라고 생각한다. 그는 관찰하고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질문에 맞춰 컷을 편집한 것이다. 우리를 대신해 그 방에 들어가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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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하고, 궁금해하고, 이 숏에서 다음 숏으로 조용하게, 장면 속 에너지의 흐름 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넘어 다닌다. 그 때문에 우리도 비트를 전혀 놓치지 않게 된다. 이제 장면은 또 다른 비트의 연결로 진행된다. 로라는 키티를 보고 있다. 키 티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되지 않으려고, 겉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로라는 질문을 하고, 키티 자신도 괜 찮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이후로는 키티의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숏들 이 연결되며 자신의 결점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여기에 서도 숏-리버스 숏의 패턴으로 편집되는데, 보일은 컷을 자르는 위치를 매우 효 과적으로 잘 선택하고 있다. 키티는 고백을 하면서, 환한 거짓 미소들로 대사들 을 마무리한다. 보일은 이 미소들을 이용해 감정적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키티 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겉치레를 거두면(그림 7.7a) 로라는 얘기를 들으며 고 개를 끄덕인다(그림 7.7b). 다시 키티 컷으로 돌아오면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면서(그림 7.7c) 다시 한 번 진실을 털어놓는다. 미소는 로라에게 던진 에 너지이며, 키티는 공감해 주기를 애원한다. 로라의 연민에 찬 끄덕임은 다시 에 너지로 키티에게 던져지고, 다음 컷에서 보일은 정확히 키티의 미소가 사라지고 있는 뒷부분의 프레임들을 볼 수 있게 편집함으로써 로라의 질문이 키티를 더 아프게 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감정이 고조되고, 로라가 일어서고, 키티에게 다가가 그녀를 앉아 주고 달 래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장면의 목적이 성취되는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투 숏 이 삽입된다. 로라는 키티에게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키스를 해 주다가 입에도 키스를 한다. 키티도 키스를 흔쾌히 받아 준다. 로라는 자신의 참 목적을 성취했다. 자신의 진 정한 욕망, 사랑, 감추고 있던 성적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키티 역시 자신의 참 목 적, 자신의 가식을 내려놓고 꾸며진 모습이 아닌 본 모습을 통해 사랑을 얻었다. 그러나 장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키티는 처음에는 방금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듯 “당신은 참 다정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한다. 보일은 그다음에 로 라의 클로즈업을 길게 붙여서 무언가 드러나는 표정을 보여 준다. 로라의 반응 을 보여 주는 데 들인 시간은 키티가 정신을 차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긴 비트 는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의 목적을 재정립하게 하고,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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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c 그림 7.7 (a)숏의 끝부분에서 키티는 다시 미소를 띤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도망가지만, 보일은 그녀가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로라의 숏으로 넘어가서는(b), 키티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키티의 미소가 사라지려는 순간, 그녀의 숏으로 돌아온다(c).


게 반응할 것인지 재조정하게 한다. 로라는 자신의 감정에 더 빠져들지만 키티 는 그들 사이에 일어났던 일에서 급격하게 빠져나온다. 키티는 로라의 환상을 깨는 이야기를 하는데, 보일은 거기에 대한 로라의 반응을 충분히 보여 주고 난 후에 키티의 숏으로 넘어간다. 이를 통해 키티가 로 라에게서 에너지를 가로채고, 화제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제 보일은 조금 전에 도움을 필요로 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식으로 토니 콜렛의 연기를 편집한다. 이후에 계속되는 키티의 숏에서는 미소가 완전히 다 보인다. 준비, 행위, 회복 단계가 완전하게 보이는 그녀의 미소와 동작들은 키티가 자신 과 로라 사이에 의도적으로 장벽을 세우고, 로라의 위로를 거절하고, 위로를 필 요로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리하여 장면이 시작되 었던 문 앞에서 상황이 끝났을 때, 결과적으로 그들의 관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 키티는 자신감에 차 있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하이힐 굽 소리를 또박또박 내고 있고, 로라는 흐트러져 있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정서적으로 무력하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모든 변화를 지켜본 관객은 자신들이 몰입했던 강렬한 감정에 의해 완전히 달라졌다.

요약 감정의 리듬을 편집할 때, 편집자는 어느 정도 연기를 조절하고 바꿀 것인지 혹 은 원래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편집자는 연기의 힘과 여러 감정적인 순간들의 상대적인 중요성,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 야 한다. 감정의 변화를 편집할 때 편집자는 감정 변화의 인과 관계를 만들기 위 해 하나의 연기에 담긴 에너지나 의도를 다음 숏으로 연결시킨다. 편집자가 배 우의 움직임에서 준비, 행위, 회복의 단계를 볼 수 있고 배우의 행위와 비트를 볼 수 있으면, 이런 물리적인 움직임을 이용해 감정의 변화를 구성하고 최상의 커팅 포인트를 찾아내며 리듬을 주고받도록 편집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사건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사건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문제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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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Murch, W., In the Blink of an Eye , 1992, p. 62. 2 Schmidt, P., “Introduction,” Meyerhold at Work , p. xiii. 3 Pitches, J., Vsevolod Meyerhold , p. 55. (역주) 저자는 준비(preparation), 행위(action), 회복(recovery)라는 용어를 인용해 사용하면서, 준비(the prepare/preparation), 행위 (action), 휴식(rest)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서에서는 ‘회복’ 으로 통일시켜 번역하였다. 참고로 원서에서 ‘휴식’이란 단어로 표현한 곳은 이 책 118쪽의 소제목, 130쪽의 요약문, 251쪽의 결론, 세 곳이다. 한편, 메이에르홀드의 연기의 단계를 의도(intention), 실현(realisation), 반응(reaction)으로 설명하는 책들도 있다(Barba, E., Savarese, N., A Dictionary of Theatre Anthropology: The Secret Art of the Performer , 2nd edition, Routledge, New Youk, 2005, p. 246.) 단어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행위를 머릿속으로 준비하고, 실제로 행위하고, 그 후에 오는 반응 내지 다음 연기로의 전환 상태를 의미한다. 4 Murch, W., In the Blink of an Eye , 1992, p. 62. 5 (역주) 커팅 포인트를 프레임 단위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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