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일가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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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氏 一家



人物

尹熙重(老人 夫), 五十四 歲 白氏(그의 妻, 內地人 집 食母), 五十 歲 尹世鉉(그의 아들, 商店員), 二十七 歲 尹世淑(그의 長女, 女工), 二十 歲 尹再淑(그의 次女, 夜學生), 十三 歲 吳 서방(옆집 호래비), 六十 歲 北戌(그의 딸, 童妓), 十四 歲 金 主事(會社 書記), 三十五 歲 福順 母(옆집 婦人), 三十 歲 李麒煥(世鉉의 동무, 世淑의 約婚 男), 二十五 歲 洞里 婦人, 三十 前後

지겟군, 二十 前後 멧센자, 二十 前後 郵便配達夫, 二十 前後

때와 곳: 現代, 京城 近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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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幕, 一場 아침

舞臺: 京城 近郊 山上에 있는 細民街. 尹氏 집 內部와 大門 밖 一部. 左便은 부엌門과 안방 門, 다음은 마루, 다음이 거는房. 三分의 二쯤 해서 一角 大門. 大門 건너편으로 판장門 달린 건너편짝 두 개, 첫 번이 北戌

의 집, 다음이, 福童의 집, 가운데가 通路. 通路 끝은 저편 市內로 넘어 내려가는 고개, 고개에서 左右 便으로 갈리는 길. 北戌의 집 옆(즉 左便)으로도 通하는 길.

고개 넘어와 마루 窓 넘어로는 멀리 京城 市街의 遠景.

부엌 앞에는 火德, 남비, 물동이, 항아리 等等. 마루 끝에는 도마, 칼. 기둥에는 비와 쓰레받기, 마루 위에는 新聞紙로 발른 석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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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짝(찬장 代用), 건넌房 안에는 冊과 雜誌, 原稿紙 등속이 수북히 쌓여 있는 낮은 冊床, 벽에는 肖像畵 若干.

늦은 봄. 第三 日曜日(公休日).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 입은 世淑, 貞淑한 中에도 哀愁를 띠운 處女다. 마루 끝에서 再淑이의 ‘변또’1)를 싸고 있다. 再淑,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 검정 양말에 검정 고무신을

신었다. 얼른 보기에도 허술한 夜學生의 風이 보인다. 뾰루 퉁하게 성이 나서 섰다. 尹熙重, 머리는 허옇게 시였으나, 허리만은 젊은 사람같이

빳빳하다. 굵은 팔뚝과 힘줄 슨 거먼 얼굴이 勞働으로 늙었 음을 넉넉히 알 수가 있다. 부엌 앞에서 누런 양복저고리를 꼬매고 앉았다. 담배를 피우면서 幕이 열린다.

1) 변또: 벤토(べんとう).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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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淑 (양말을 가리키며) 이걸 어떻게 신고 간담, 모두들 흰

양말을 신고 오랬는데. 世淑 아무거나 신고 가면 무슨 일 있니. 再淑 언니는 알지도 못하고 이래, 아니 모두들 흰 양말을 신

었는데 나만 검정 양말을 신으면 남부끄럽지 않어. 世淑 뭐 남부끄러우냐. 나는 그전에 야학 다닐 때에는 조선

버선도 신고 다녔는데. 再淑 듣기 싫어! 괘니 남 접대 보름 월급 탄 것도 모두들 뺏

어 쓰고서, 양말 한 컬레도 안 사 주고 야단들야. 尹

(유유히) 요담에 사 주마.

再淑 아버지는 요담밖에 모르시지. 尹

정말이지. 내가 감독만 돼서 월급이 많아지면 너희들 공장에 안 단겨도 괜찮구, 주학도 보내 준다.

再淑 그건 나중 일이지만, 지금 당장엔 어떡해요, 일 년에

한 번씩 가는 원족2)도 남에게 떨어지게 채리고 가니까 열이 나지 뭐.

2) 원족: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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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달3) 좀 그만 부려라. 허… 왜 검정 양말을 신으면 걸 음이 안 걸린다드냐.

再淑 난 몰라. 에구 아버지는 똑, 남 골만 올리시지. 世淑 글세 고만 좀 둬. (변또 싼 것을 주며) 아따 얼른 가지

고 가거라. 시간 늦는다. 再淑 뭐 넣었소. 世淑 뭐는 뭐야. 짠지지. 再淑 경칠 놈의 짠지는 없어지지도 않나 봐. 世淑 애가 왜 이 모양야. 再淑 (울려고 한다.) 몰라. 빌어먹을 것 비나 쏟아졌으면. 尹

원족도 못 가게.

再淑 이런 원족은 안 가는 게 좋아요. 世淑 망할 년 같으니. 어서 가. 尹

가만 둬라. 욕하지 말고.

(‘마에가게’4) 입고, ‘다비’5) 신고, ‘고무신’ 신은 白氏, 보자에

3) 포달: 암상이 나서 악을 쓰고 함부로 욕하며 대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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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지 싸 가지고 登場)

白氏 (달음박질 와서 숨이 찬 모양이다.) 아이구, 안직 안 갔

구나. 尹

웬일요.

웬일은 나중 들으슈. 얘, 변또 인 다우.

再淑 왜? (어리둥절한다.) 白

(변또를 끌러서 짠지를 도마 위에다 쏟는다.)

世淑 왜 그러세요. 白

˙ ˙ ˙ 6)가 아이구, 우리 再淑이가 재수가 뻗치느라고 고지소 생겼다.

再淑 어디? 白

(보자에서 일본 반찬 담은 나무 변또를 꺼낸다.) 이거 봐라. 생선도 있고, 닭알도 있고, 곤야꾸7)도 있다.

4) 마에가게: 마에카케(まえかけ). 앞치마. 5) 다비(たび): 일본식 버선. 6) 고지소: 고치소(ごちそう). 맛있는 요리, 진수성찬. 7) 곤야꾸: 곤얏쿠(こんにゃく). 곤약. 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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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淑 아이구 좋아라. 世淑 어서 났어요. 白

글세. 일이 잘되느라고, 오늘 우리 쥔집에서도 노는 공 일 날이라고 창경원으로 노리를 갔단다. 그래, 날더러 집을 보라는데, 놀이 간 셈만 치고 변또나 한 그릇 먹 으라고 이것을 주고 갔단다. 그래서 내가 혹시 再淑이 가 안 갔으면 하고 가지고 왔지.

또 거지 짓을 했군.

임자는 거지밖에 몰루?

죽지 못해 남의 집에는 가 있을망정 꾸메꾸메 음식 보 퉁이질을 하는 것은 거지 중에도 상거지지.

아니, 이런 말 따위가 어디 있서. 임자만 벌이를 잘해 보지. 어디 빌어먹을 년이 이런 노릇을 하나.

뭐, 나도 벌이를 잘할 적이 있겠지.

에그 말하는 것도 열넉 자는 늘어졌지. 저러니까 二十 년 동안을 인부 노릇을 해도 감독 하나도 못 얻어 했지.

두고 봐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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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분해하지도 않는다.)

世淑 고만들 두세요. 白

엥히 화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화가 나면 밖으로 뛰어나가지, 안방 속으로 기어 들어 가기만 하누….

듣기 싫어요.

힝.

世淑 어서 가지, 뭘 하니? 再淑 응− 갔다 올게. (나가다가 大門 밖에서 맛침 건는편

집에서 나오는 北戌이와 마주친다.)

(北戌, 노랑 저고리에 남치마를 입은 十三, 四 歲 되는 童妓 다.)

北戌 (再淑이를 퍽 부러운 듯이 쳐다본다.) 너 원족 가니? 再淑 응. 넌 오늘도 놀지 않는구나. 北戌 우리들에게는 공일도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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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淑 소리 많이 배웠니? 北戌 (시름없이) 응− 요새는 夜學에 아이들이 많으냐? 再淑 그럼, 그런데 그전 너 다닐 때에 다니던 애들은 퍽 많

이 나갔다. 北戌 나는 정말 夜學 가고 싶어 죽겠다. 再淑 오렴. 北戌 부끄러워서 갈 수가 있니? 시간 늦는다. 어서 갔다 오

너라. 再淑 그럼, 갔다 오마. (달음박질 고갯길로 넘어간다.) 北戌 (조금 쳐다보다가, 尹의 집으로 들어온다. 世淑에게)

세숙 언니. 世淑 북술이냐. 北戌 아젓씨 진지 잡수세깁쇼. 尹

오, 너 오니? 인제 아주 탁, 아울러저 가는구나.

北戌 엥히 아젓씨께서도…. 世淑 너, 오늘은 工夫 안 가니? 北戌 지금 가는 길이라우− 그런데 언니, 우리 집에 누가 들

어가나 좀 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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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淑 아버지는 어디 가셨니? 北戌 잠깐 다녀온다고 나가시더니, 안 들어오신다우. 世淑 왜 안방 집엔 아무도 없니? 北戌 나드리들을 갔다우. 대문은 꼭 지쳐 놨으니, 혹시 문소

리가 나거든 내다 좀 봐 줘요. 世淑 그래라. 北戌 그럼, 갔다 오리다− 아젓씨 다녀오겠습니다. 尹

많이 배우고 오너라.

北戌 내. (시름없이 退場) 尹

여보 마누라 화가 다 풀렸거든 나와 좀 보구료. 갑갑하 지도 않소?

(나오면서 웃는다.) 나는 임자 같은 느리꿩이는 첨 봤 어.

첨 봤으면 四十 年 동안이나 가치 살아왔을가.

듣기 싫어요.

(世淑, 뱅긋이 웃고 건는방으로 들어가서 오빠의 冊床을 整 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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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보, 우리 再淑이도 夜學에 보내지 맙시다.

아니 왜?

왜가 뭐요. 지금 온 北戌이도 못 봤소.

妓生이 됐다고 말야.

글쎄. 하필 北戌이뿐이 아니라 가많이 보니가 그 야학 에 다닌 계집애들은 기생 아니면 카페껄이 되니 어떻 게 마음을 놓고 보내우. 아마 그 야학에서는 글을 안 가르치고 그런 것들만 가르치는 모양이지.

에그 이 주착아.

왜 또 주착이라고 야단요. 저 넘어 경순이는 만주로 팔 려 가기까지 안 했소.

그건 야학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 가난한 까닭 야.

가난하면 왜 하필 야학만 그렇단 말요. 주학에 다니는 애들은 안 그렇구.

야학에는 가난뱅이들만 모여드니가 그렇지 뭐야.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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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아냐요. 가난하다구 모두 기생 갈보들만 되 면 이 세상에 성한 계집애들이라고는 남아 있지도 않 게.

그러게 요새같이 갈보 흔한 세상이 또 있나.

에따. (입을 쭉 내민다. 이것은 白氏의 버릇이다.) 가 난한 까닭도 있지만 저이들 부모들이 잘못해서 그렇 지 뭐요.

그렇기도 하지.

더군다나 사내들의 술 때문에요, 글쎄 북술 아버지로 말해도 밤낮 술만 쳐먹고 눈이 개개 풀려 다니지를 않 소.

술도 가난한 까닭에 더 먹게 돼요.

그런 말이 어디 있담.

世淑 (내다보며) 어머니, 재연히 가난하면 화가 나서 술이

먹혀지나 봐요. 尹

암, 그렇지 우리 世淑이 말이 옳다.

이년아, 너는 웬 말참견이냐.

世淑 입 가지고 말도 못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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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경칠 년아.

또, 주착을 떤다.

이건 툭하면 주착이래.

그럼 ‘이건’ 뭐야.

늙기는 다 마찬가지지?

엥히, 챙피해.

世淑 고만들 두세요. 白

계집애 년은 어른 말참견하는 게 아냐.

世淑 호…. 白

엥히, 언제나 우리 집도 남의 집같이 살아 보나.

염려 마라. 내가 돈만 더 잘 벌면 임자도 남의 집 살지 않게 하고 저 애들도 공장사리를 안 시킬 테니.

이건 밤낮 큰소리지. 숫제 세현이나 착실한 돈벌이가 생기라고 축수나 해요.

그 애는 그 애고 나는 나지.

정말이지. 그 애만 좀 더 사는 데 눈을 떠도 우리 집이 이렇지가 않지.

눈이야 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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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으면 뭘 하오, 그 빌어먹을 책에만 열이 나서 살림은 본척만척하니까 걱정이지.

그야 나무랄 게 없어요. 우리들만 웬만했어 보, 세현이 남매들도 지금 저런 나이에 그따위 월급 생활을 안 시 키고 높은 학문이나 시킬걸.

이건 쥐뿔도 없어 가지고설랑 마음만은 활량이지.

그러니까 사내大丈夫지.

大丈夫가 겨우 요 꼴이야. 수염이 허어얘 가지고서도

구루마를 껄게…. 尹

떠들지 말아. 나도 감독 나리가 돼 가지고 웃쭐될 때가 있을 테니! 이거 보 마누라. 우리 회사에서 말요. 十五 년이나 二十 년이나 다닌 구년8)백이는 대개는 감독도 시키고 서기도 시키 준다우. 그러니까 누가 알우. 나도 감독이 될지 허! 만일 내가 감독이 된다면 당신 우쭐거 리는 꼴을 어떻게 보누, 감독 영감의 마나님이라고, 허….

8) 구년(久年): 아주 오랜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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