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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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나오는 사람들

베니스의 공작 브라반시오: 원로원 의원 다른 원로원 의원들 원로원 의원 1 원로원 의원 2 그라시아노: 브라반시오의 동생 로도비코: 브라반시오의 친척 오셀로: 베니스 공국의 무어인 용병 장군 카시오: 오셀로의 부관 이아고: 오셀로의 기수 로데리고: 베니스 신사 몬타노: 전임 사이프러스 총독 광대, 오셀로의 하인 데스데모나: 브라반시오의 딸이며 오셀로의 아내 에밀리아: 이아고의 아내이며 데스데모나의 하녀 비앙카: 카시오의 애인 선원, 사신, 전령, 장교들, 신사들, 악사들, 수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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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베니스, 사이프러스의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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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1장 베니스 거리

로데리고

제길! 듣기 싫어. 영 섭섭하게 하는구먼. 이아고 자네, 내 돈주머니를 차고 앉아 마음대로 주머니 끈을 주무르지 않나. 그러니 이 일을 알았을 것 아냐.

이아고

세상 참, 내 말을 도통 안 들으려고 하는구먼. 내가 그런 일을 꿈에라도 알았다면 날 미워해도 좋아.

로데리고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그놈을 싫어한다고 말이야.

이아고

아니라면 장을 지지지. 내로라하는 사람 셋이나 날 부관으로 써 달라고 개인적으로 부탁했지 뭐야. 머리를 조아리고서 말이야.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 가치는 내 알지만, 나야말로 그만한 가치는 있는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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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놈은 자기 체면이니 의도니 이런 것을 중시하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그들 청을 슬쩍 피해 버렸어.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는 것이 군사 용어로 끔찍하게 도배한 임기응변이라 이거야. 중재자들이 물을 먹은 거지. 그놈이 이랬다는 거야. “실은, 이미 제 부관은 정해졌습니다.” 그 부관이 누구였겠어? 실로 위대하신 탁상공론가 마이클 카시오, 플로렌스 출신이라나, 반반한 마누라 때문에 신세 망칠 게 뻔한 뺀질이 같은 놈. 전쟁터에서는 막사 한번 쳐 본 적도 없고 병력 배치법도 모르는 놈. 그러니 계집애랄 수밖에. 탁상공론이라면 관복을 차려입은 집정관들도 그 녀석 정도는 내놓을 수 있어. ‘입만 살았고 경험 없음’ 이게 그 녀석 군인 경력 전부야. 한데 그자가 뽑혔다, 이거지. 나로 말하자면, 그 장군 놈 두 눈으로도 증명한 바지만, 로도스 섬이건 사이프러스건 또 다른 기독교 지역이건 이교도 지역이건 어디서건 그 활약상을 확인한 몸이다 이거 야. 그런 내가 장부 정리에나 꼭 맞는 놈에게 눌려 찍소리도 못하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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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 말씀. 샌님 같은 그놈은 재수 좋게도 장군의 부관이요, 나는, 빌어먹을 팔자 같으니, 그 시커먼 무어 놈의 기수라.

로데리고

정말이지, 그놈 목이나 매달아 버렸으면 좋겠다.

이아고

어쩌겠나. 별도리가 없지. 군 복무의 비리가 바로 이거야. 승진은 추천장이나 정실 관계로 좌지우지되고 선임자는 무시되는 판이네. 옛날에는 후임자가 선임자 뒤를 이어 가는 게 상례였거든. 그러니, 여보게, 판단을 잘해 보게. 내가 어떻게 그 무어 놈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다 바칠 수 있겠는가 이거야.

로데리고

나 같으면 그런 놈은 안 따를 거야.

이아고

아니, 자네, 진정하게. 내가 그놈을 따르는 건 다 목적이 있어 그러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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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두 윗사람이 될 수는 없어. 하지만 윗사람이라고 아랫사람이 다 충성을 바치지도 않지. 이런 놈들이 있지. 무릎을 굽실대며 순종하는 녀석들 말이야. 그런 녀석들은 자기 자신의 아첨에 묶여서 허송세월만 하는 거라고. 마치 고삐 매인 당나귀처럼. 그런 놈들은 오직 여물만 주면 되는 거야. 나이가 들면, 끝 장나는 거지. 그런 고지식한 놈들은 늘씬하게 두들겨 주어야 해. 또 이런 자들도 있지. 겉만 그럴싸하게 꾸며 충성스런 얼굴을 하는 자들이야. 그런 자들의 속마음은 오직 자기만을 섬길 뿐이다 이거야. 제 주인을 몸 바쳐 섬기는 척하면서 한몫 챙기고, 제 주머니를 채우고 나면, 제 주인을 차 버리고 실속을 차리지. 그런 친구들이야말로 제정신 바로 박힌 놈이지. 그런 사람이 바로 나란 놈이다 이거야…. 왜냐하면 자네가 로데리고임이 분명한 것처럼 나는 이아고일 뿐이지, 그 무어 놈이 될 수 없거든. 그놈을 섬기고 있어도 오로지 나 자신만 섬긴다는 거지. 하늘이 알지. 사랑이니 충성이니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내 특별한 목적 때문에 그런 척 꾸며 대고 있다는 걸 말이야. 겉으로 보여 주는 행동으로 다 드러내 보인다고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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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행동하겠다는 속마음과 떠오른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도 실제 행동으로 말이야.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 내 심장을 소매 끝에 달고 다니다가 비둘기가 쪼아 먹게 만드는 격이 된다 이 말씀. 나는 겉 다르고 속 다른 놈이거든.

로데리고

그 입술 두꺼운 무어 놈, 운수 땡이다. 우리 일이 잘만 풀린다면 말이야.

이아고

그녀의 아버지를 부르게. 깨우란 말이야. 그 녀석을 쫓아가 놈의 즐거움에다 독약을 뿌리고 동네방네 소문내야 해. 그 여자의 친척들을 들쑤셔 대고, 아무리 그놈이 극락세계에 살고 있다 해도 파리 떼를 풀어 들볶이게 해야지. 그놈에게 좋은 일이 생긴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거기에 좀 귀찮게 훼방을 놓아서 김을 좀 빼자 이 말이지.

로데리고

여기가 그 여자 아버지 집이야. 큰 소리로 불러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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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무섭게 고함을 질러. 마치 사람이 들끓는 도시에서 밤중에 부주의로 일어난 화재를 발견한 듯이 말일세.

로데리고

어이, 호, 브라반시오! 브라반시오 각하, 호!

이아고

일어나시오! 여, 호오. 브라반시오! 도둑이야, 도둑! 집안 조심, 딸 조심, 돈주머니 조심. 도둑이야, 도둑!

브라반시오

(위쪽 창문에서 내다본다.) 왜 이렇게 소란스럽게 불러 대는 거냐? 대체 무슨 일이야?

로데리고

의원님, 가족들은 모두 집 안에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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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고

문단속은 하셨습니까?

브라반시오

도대체, 그런 걸 왜 묻는 거야?

이아고

세상에, 강도를 당하신 겁니다. 이런, 가운을 입으십시오. 가슴이 터지고, 정신이 반쯤 나갈 일이 터졌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늙고 시꺼먼 숫양이 의원님의 흰 어린양을 덮치고 있단 말입니다. 일어나세요, 일어나. 종을 울려서 코 골며 자는 시민들을 깨우시란 말입니다. 아니면, 그 악마 놈이 낳은 자식의 할아버지가 되실 겁니다. 글쎄, 일어나시라니까요.

브라반시오

아니, 정신 나간 사람 아닌가?

로데리고

존경하옵는 각하, 제 목소리를 알아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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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반시오

난 모르겠네. 자네 누군가?

로데리고

제 이름은 로데리고이옵니다.

브라반시오

그렇다면 더욱 환영할 수 없지. 일찍 일러뒀었지. 우리 집 문 앞에는 얼씬도 말라고 말이야. 분명히 밝혔지만, 네놈도 똑똑히 들었으렷다. 내 딸은 못 준다고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미친놈처럼 저녁밥 실컷 먹고는 한잔 얼근하게 걸치고 무례하기 짝이 없게도 네놈이 우리 집 대문 밖에 와서는 내 단잠을 방해한다 이거지.

로데리고

의원님, 저 글쎄, 의원…

브라반시오

그러나 네놈이 똑똑히 알아 둬야 할 거야. 나한테는 그만한 힘과 지위가 있다 이거야. 그러니 네놈한테 본때를 보여 주겠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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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리고

참으십시오, 의원님.

브라반시오

네놈이 강도니 뭐니 하고 말했겠다? 여기는 베니스야. 더구나 우리 집은 외딴집도 아니란 말이다.

로데리고

존경하는 브라반시오 의원님, 저는 다만 순수한 마음에서 왔습니다.

이아고

아니, 각하, 각하는 미운 놈이면 아무리 좋은 충고를 해도 받 아들이려 하시지 않는 그런 분이십니다그려. 조금이라도 도 움이 될까 해서 왔는데 우리를 불한당이라 하시니…. 정녕 시꺼먼 종마가 따님을 덮치도록 놔두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각하의 손자가 말 소리를 내며 울도록 하시겠다, 그리고 준마를 친척으로, 스페인산 종마를 혈육으로 두시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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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반시오

그따위 더러운 입을 놀리다니, 네놈은 누구냐?

이아고

각하의 따님과 저 무어 출신 장군이 등이 둘 달린 짐승 꼴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러 왔사옵니다.

브라반시오

고얀 놈이로구나, 네놈은.

이아고

각하는 원로원 의원님이시고요, 각하.

브라반시오

로데리고, 이 책임을 네놈한테 묻겠다. 난 네놈을 잘 알아.

로데리고

어떤 책임이라도 지겠습니다. 그러나 청컨대, 만일 각하의 뜻이 그러해서 허락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그런 생각도 듭니다만, 각하의 아름다운 따님께서는 잠이 들어 생시인지 꿈인지 분간 못하는 이 야밤에 이렇다 할 변변한 호위하는 사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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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천한 출신의 뱃사공이 노 젓는 배를 타고 그 음탕한 무어 녀석의 더러운 품에 안겨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 사실을 각하께서 알고서 허락하신 것이라면 저희야말로 무례하고 주제넘은 짓을 한 것이 됩니다만. 그러나 각하께서 이 사실을 모르신다면, 제 양식에 비추어 각하께서는 저희를 탓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제발 믿어 주 십시오. 저도 예의가 있는 놈인데 존경하는 각하를 어떻게 우롱하겠습니까? 각하께서 허락을 않으셨다면, 각하의 따님은, 거듭 말씀드리자면, 본분을 저버리고 배은망덕하게도 자신의 의무와 아름다움, 지혜와 운명 전부를 근거지도 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방인에게 바쳐 버렸다 이 말씀입니다. 당장 알아보십시오. 만일 따님께서 집 안 어디에라도 계시면 저는 나라의 정의로운 심판을 받겠습니다. 이렇게 각하를 기만했으니 말입니다.

브라반시오

여봐라, 불을 밝혀라. 나한테도 촛불을 다오. 집안 식구들을 모두 깨워! 이런 변괴가 있다니 꿈자리가 딱 맞아떨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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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떨쳐지지 않는다 했더니. 불을 켜라고. 어서, 불을 켜. (위층 무대에서 퇴장)

이아고

잘 있게, 난 이만 가 봐야겠어. 내 직책상 적절하지도 않고 이득도 없을 테니. 이대로 머물러 있다가 눈에 띄게 되면 그 깜둥이 놈의 반감을 사게 된다 이거야. 난 잘 알고 있지. 이 일로 해서 그놈이 문책을 받고 힘든 일을 당해도 나라에서 그놈을 마음 놓고 해고할 수는 없다 이거야. 왜냐? 그놈은 꽤 적절한 이유로 고용되어, 사이프러스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나가게 되어 있거든. 누가 뭐라 해도 나라에서는 그놈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나라의 당면한 일을 처리할 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 말이야. 이런 점에서, 내가 지옥의 고통을 싫어하듯 그놈을 아무리 증오한다 하더 라도 말이야. 현실적으로 따져서 필요한 일인 만큼, 겉으로는 충성을 바치는 듯 보이는 깃발과 간판을 내걸어야 한다 이 말씀. 그렇지만 그거야말로 간판일 뿐이지. 수색대를 끌어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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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타르 여관으로 오게. 거기에 그놈이 있거든. 난 거기로 가서 그놈과 함께 있을 테니까. 그럼, 가네.

(아래층 무대에서 브라반시오가 잠옷 차림으로 횃불을 든 하인들과 함께 등장)

브라반시오

이런 변이 있나. 내 딸이 없어졌어. 내 남은 인생은 어찌 될 건가 말이야. 오로지 비탄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이봐, 로데리고, 자네는 어디서 그 아이를 보았나? 불쌍한 것! 깜둥이 놈하고 있었다고 그랬지? 이래서야 누가 아비가 되 고 싶겠어? 그게 내 딸인 걸 어떻게 알았나? 그 아이가 날 감쪽같이 속였구나. 그 애가 자네한테 뭐라 하던가? 촛불을 더 가져와. 집안 식구들을 다 깨워. 그것들이 결혼한 것 같던가?

로데리고

정말입니다. 그렇다니까요.

브라반시오

원 세상에, 그 애가 어떻게 빠져나갔지? 내 혈육이 배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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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세상의 아비 된 자들은 앞으로 딸년의 마음일랑 믿질 말아 야 해. 겉으로 하는 짓만 가지고서야 어디. 젊은 처녀들의 이성을 흩뜨리는 마술 같은 것이 있나? 로데리고, 자네 그따위 것을 읽은 적이라도 있는가?

로데리고

예, 그렇습니다. 읽은 적이 있습니다.

브라반시오

내 동생을 깨워라. 차라리 자네에게 그 아이를 주었더라면. 몇 사람은 이리, 또 몇 사람은 저리로 가. 자네 아는가? 어디 가면 그 아이와 깜둥이 무어 놈을 잡을 수 있겠는가?

로데리고

각하께서 건장한 경호원을 데리고 저와 함께 가신다면 그놈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반시오

자, 날 인도하게. 집집마다 다 불러 깨울 거다. 대부분은 내 명령을 따를 것이다. 무기를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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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특수 야경대원들을 깨워라. 자, 이 사람 로데리고, 자네 수고에 합당한 보상은 하겠네.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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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거리의 다른 곳

(오셀로, 이아고, 횃불을 든 수행원 등장)

이아고

전쟁터에서야 비록 사람을 살해한 적이 있으나 음모를 꾸며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제 양심 문제가 됩니다.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나 같은 사람은 때로 손해를 보지요. 그러나 열댓 번은 그놈 옆구리 아래를 푹 찌르고 싶었거든요.

오셀로

그러지 않은 것이 백번 나은 행동이네.

이아고

그렇지요, 그러나 그놈은 주저리주저리 그런 모욕적이고 더러운 입을 놀리며 장군님의 명예를 떨어뜨렸습니다. 전 신이 아니니 그런 놈을 참아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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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군께선 진짜로 결혼을 하신 겁니까? 다음과 같은 점을 짚고 넘어가셔야 할 겁니다. 그 원로원 의원께서는 덕망도 높고 영향력도 커서 발언권이 상당한 분이시거든요. 공작님 못지않다고 봐야겠지요. 장군을 이혼시키려 하실 겁 니다. 아니면 장군께 해를 가할지도 모릅니다. 제재나 고통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모든 힘을 동원해서 행사하려 하겠지만, 법이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겠지요.

오셀로

그분이 화풀이하시겠다면 하시라고 해. 이제껏 국가에 바쳐 온 나의 봉사로 봐서 그분의 불평쯤은 잠재울 수 있을 거네. 하나 알아야 할 것이 있네. 그건 자랑을 하면 명예로운 일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내 털어놓으려고 한 것이지. 난 말일세, 원래 근본이 왕가의 피를 받은 사람이야. 이런 나의 진가로 해서 머리를 숙이지 않고도 당당하게 행운을 요구할 수 있네. 지금 내가 얻은 것 같은 정도의 것은 말이네. 그러니 알아 두 게, 이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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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상냥한 데스데모나를 사랑하지만 않는다면, 가정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내 인생에 고리를 채워 구속하려 들지는 않았을 거네. 바다만 한 엄청난 보물을 줘도 안 되지. 보게, 저기 불빛이 비치는군.

이아고

저건 분기탱천한 아버지와 그 친구분들입니다. 들어가시는 편이 좋으실 것 같습니다.

오셀로

아니네, 나는 숨지 않아. 내 행적, 내 직위, 내 떳떳한 양심은 어디 내놓아도 거리낄 것 없네. 그들인가?

이아고

두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카시오와 몇몇 관리, 횃불을 들고 등장)

오셀로

공작 각하의 시종들과 내 부관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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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이 밤에 웬일이신가, 이 친구들? 무슨 일인가?

카시오

공작 각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장군님. 각하께서는 장군님께서 서둘러 주시길 요청하고 계십니다. 지금 당장에 말입니다.

오셀로

무슨 일인 것 같은가?

카시오

사이프러스에서 온 소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일입니다. 전함에서 연달아 수십 명의 사신을 보내왔습니다. 바로 오늘 밤에도 말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원로원 의원께서도 일어나셔서 사태를 접하시고 공작 각하 댁에 모여 계십니다. 화급히 장군님을 모시고 오 라는 분부도 내리셨죠. 장군님 숙소에서 장군님을 찾지 못할 때를 대비, 원로원 의원들께서는 세 갈래로 수색대를 나누어 장군님을 찾아내도록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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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자네한테 발견되다니 다행이로군. 여기 집 안으로 들어가 한마디 말을 전하고 자네와 함께 가겠네. (퇴장)

카시오

여어! 기수. 장군님은 여기에 웬일이신가?

이아고

사실, 오늘 밤 장군님은 뭍에 놓인 보물섬에 올라타셨습니다. 합법적 포획물로 인정되기만 한다면, 영원히 행복할 겁니다.

카시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이아고

결혼하셨다 이 말씀이올시다.

카시오

누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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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등장)

이아고

글쎄, 그게 누군가 하니…. 아, 장군님. 가시지요.

오셀로

그러지.

카시오

저기 장군님을 찾아다니는 다른 수색대가 옵니다.

이아고

브라반시오 님입니다, 장군. 제 말대로 피하시라니까요. 오는 기세를 보아하니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셀로

이봐, 거기에 서라.

로데리고

각하, 무어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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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반시오

이 도둑놈! 이놈을 때려눕혀라.

(양쪽에서 칼을 뺀다.)

이아고

너, 이놈. 로데리고. 덤벼라. 내가 상대해 주지.

오셀로

번쩍이는 칼을 거두시오. 밤이슬이 검을 녹슬게 할 터. 각하, 각하께선 무기보다 연륜으로 다스려야 할 연배십니다.

브라반시오

더러운 도둑놈 같으니. 내 딸을 어디에 빼돌렸느냐? 지옥에나 떨어질 놈, 네놈이 내 딸을 홀렸겠다. 이 세상 지각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노라. 내 딸은 마술의 굴레를 쓴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상냥하고 아름답고 행복에 겨운 처녀가, 결혼을 마다하고 내로라하는 이 나라 우아한 귀공자들을 물리쳤던 그 아이가 어떻게 이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아버지의 보살핌을 뿌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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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처럼 숯검정같이 시커먼 가슴팍으로 뛰어들겠는가? 혐오스럽고도 치가 떨리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여, 판단해 보라. 이 일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네놈이 내 딸한테 더러운 마술을 부렸구나. 그 애의 청초한 젊음을 농락했어. 약물이나 마력이 깃든 돌, 이런 것 말이야. 사람의 혼을 빼 버리는 것들이지. 나는 이 일을 분명히 밝혀 야겠다. 그래,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지. 그러니 나는 네놈을 잡아 가두겠다. 세상 사람들을 기만하고, 금지된 마술을 불법으로 사용한 죄목으로 말이다. 저놈을 잡아라. 저항하면 목숨을 앗아도 좋으니 저지하라.

오셀로

손을 멈추시오. 이편이든 저편이든 양쪽 다 말이오. 내게 싸워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쯤은 나도 알고 있소. 알려 주는 사람이 없어도 말이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의원님의 이런 비난에 대해 답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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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반시오

감옥으로 가라. 적절한 시기에 법이 널 소환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네놈이 답변하도록 부를 때까지 말이다.

오셀로

제가 그 명령에 복종해도 될는지요? 그렇게 되면 공작 각하께서 만족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공작 각하의 전령이 여기 바로 제 곁에 있는데 말입니다. 당면한 국사(國事)로 해서 저를 공작 각하께 데리고 가려고 와 있소이다.

관리

그렇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공작 각하께서는 지금 의회에 계십니다. 의원님 역시 필시 호출되셨을 것입니다.

브라반시오

아니 뭐라고? 공작께서 의회에? 이 야밤에 말인가? 저놈을 데려가라. 이 용건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공작 자신도 이 나라의 내 동포라면 누구나 자신의 일로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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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횡행하게 내버려 둔다면 노예나 이교도들이 이 나라를 통치하게 될 것 아닌가.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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