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퍼_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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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퍼1)

1) 원문인 ‘Die Kipper’는 노천 광산에서 일하는 막노동꾼을 일컫는다. 이들은 석탄을 발견할 때까지 땅을 파헤치는 굴삭 장비 압제처(Absetzer)의 컨베 이어를 통해 나오는 모래 등을 주위 다른 장소로 치우는 일을 하고 있다.



나오는 사람들

바우흐, 힐페르트, 가울, 쾨니히, 폴케, 마린카: 키퍼 막사 관리인 한 사람 라헬, 슈붕라트, 샬루페: 전동차 기사 기계공 예프: 웨이터 인민 경찰관 콘트 파나쉬: 감독 레핀: 당 서기 공장 경비원 오전 근무조 헤릅스트: 압제처 운전사 여자 신문 판매원 아만다: 여자 전철수 개블러: 현장 감독, 뒤에 당 서기 슐리프하케: 굴삭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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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 기사조 야간 작업조 피타: 쾨니히의 아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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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작품은 사회가 제공한 기회들을 무의미하게 사용한 미숙 련 노동자 파울 바우흐의 생애 중 1년간 이야기다. 때는 기 계 국유화가 한창 진행된 뒤로 옹색한 신문들은 사회 기관 의 발전에 대한 인간들의 요구로 가득 차 있다. 바우흐는 생산 활동을 위해 필요한 팔 외에도 두 번째 팔 을 가지고 있고, 두 다리와 실제로 머리도 가지고 있다는 것 을 알아차린다. 노동을 바꾸지 않고, 더구나 노동을 개선하 지도 않고 그는 갑자기 온몸을 노동에 사용한다. 이는 불완 전하더라도 새로운 방법들을 계발하려는 지도부의 관심을 그에게로 돌린다. 그는 일종의 스포츠처럼, 특이한 성과에 대한 애착을 전파한다. 하지만 그는 첫 성취를 이룬 뒤 자신 을 비롯한 몇몇 관련점들에 대해 맹목적이듯 할 때 완패해 퇴보하게 된다. 그럴싸하게 얼버무려진 이 힘든 과정은, 몇몇 생각들의 시도로서 새로운 시대에 벌어질 다른 논쟁을 위한 표본으로 선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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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석 더미, 맞은편 조명 속에서 키퍼들이 선로 밖으로 모래 를 조금씩 삽으로 파내고 있다. 삽에 기대어 서 있는다. 마 냥 시간을 보낸다. 매우 오랫동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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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 안 방. 힐페르트가 침대에 누워 있다. 바우흐는 짐을 꾸리고 있다.)

바우흐 조, 때가 왔어. 우린 여기에 오랫동안 머물렀어. 힐페르트 뭐 하려고 그래? 바우흐 때가 되면 항상 가 버렸던 것처럼 떠나는 거야. 그곳

로스토크2)엔의 고철 수집꾼들이 있지. 철을 분류하 는 곳 말야. 우린 그곳에서 항구를 절반 가까이 건설 해 놓고 활용도 못했지. 그곳엔 솜이 들어간 재킷도 있어. 굉장했던 시절, 니더바르타3)의 자갈 더미로 만들었지. 양수식 수력발전소도 있지. 미래를 외상 으로! 빛바래고 누더기가 된 붉은색 셔츠도 있지. 스탈린 도시4)의 목재 하치장도 있고. 그 정도로만 말해 두

2) 로스토크(Rostock)는 독일 북부에 있는 항구도시다. 3) 작센주 주도인 드레스덴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4) 오늘날 폴란드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인 아이젠휘텐슈타트 (Eisenhüttenstadt)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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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그리고 이 냄새 나는 양말, 로이나에 있는 하역 장. 5일 동안 갈아 신지도 못했어.

(일용품들을 들어 올린다.)

이것들이 우리에게 근심에 찌든 외모를 주는 거야. 이 외모는 자연으로 하여금 우리의 하찮은 계획에 대해 착각하게 하지. 키퍼 조, 옷장을 비워. 탁자도 치우고. 침대도 덮어 버려, 때가 됐어. 힐페르트 영하 13도나 되는 겨울에 떠난다고? 난 관심 없어.

떠나려고? 바우흐 난 갈 거야, 같이 안 갈 거야? 넌 1년이나 더 여기 모

래 속에 서 있을 거야? 기차가 덜거덕거리며 오면 레 버 3개를 당겨서 모래 한 삽을 화물칸에 들이대고. 그게 다야. 거기 서 있다 레버 3개를 힘껏 올리고. 이 건 뭔가 어리숙하고 느린 미숙련 노동자에게 단지 태곳적 발명품인 레버를 설명하기 위한 반복 훈련이 지. 이것도 일이라고. 일은 원하는 사람이 하는 거 지. 우린 아냐. 한 번으로 족해. 이곳은 독일에서 가 장 넓은 모래 더미였지. 기억나? 오래된 일이야, 조! 모래 때문에 여긴 장화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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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페르트 바우흐−. 바우흐 속마음을 털어놔! (힐페르트가 모자를 벗는다.)

조! 너 모자를 벗는 거야? 힐페르트 우리가−. (웃는다.) 그 지역에서 이사 온 뒤로 처

음이야. 노천 채굴 작업을 한 지 1년 됐어. 또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야…. 난 널 결코 떠난 적이 없었어. 그리고 우린…. 항상 좋은 장소를 찾았지. 그런 곳은 없어, 오물이 똑같이 오물인 것처럼. 시작은 항상 똑 같아. 어느 곳도 다르지 않아. 도처가 달라진다면 몰 라도. 마린카를 마음에 두고 있어. 내가 오토바이를 갖게 되면…. 그녀를 낚아챌 거야. 왜 그래? 모든 게 확고 해. 3년이 정처 없이 흘러갔고. 이제는 정상적인 삶을 시작할 거야. 너와 헤어지는 것보다 더 쉽게 여섯 개나 되는 건설 현장을 포기했 어. 그런데 넌 이제 홀로 건설 현장을 떠나려고 하네. 바우흐 내가 듣기론 뤼베나우가 발전하고 있대. 힐페르트 그래. 여기도 그래. 난 여기 머물 거야. 바우흐 조,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널 생각할 거야. 넌 내

친구였잖아. 여기 머물 거라면 즐거워해. 행복해. 난 그럴 수 없어. 난 뤼베나우에 있을 거야. 같이 안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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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막사 관리인이 한 사람을 데리고 온다.)

막사 관리인 (한 사람에게) 어이! 저녁에 되기 전까진 잠들지

마! 이리 와! 어서. 하루살이야. 네 침대야. 이불은 도난당했어. 도로 갖다 놓길 바라. 여기 있던 사람이 사용했지. 이제 그 사람은 떠나. 안 좋은 교환이지. 그 사람은 너처럼 관심도 끌지 못했어. 하지만 유익 한 사람이었어. 여자 문제도 없었고, 사고를 치지도 않았으니까. 바우흐 (힐페르트에게) 저렇다니까. (가방을 잠근다.) 막사 관리인 난 아직 그 책을 못 읽었어. 바우흐 잘살아, 바라크5)의 잡부들아. 막사 관리인 파울 바우흐, 넌 다시 가는구나. 여기서 오래 머

물지도 못하는군. 너는 그렇게 영리하지도 않지. 우 린 여기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데, 넌 이제 막 막 사를 치는 곳으로 떠나려고 하는구나. 그곳에서 시 작하는 첫 번째 작업에 인사나 해 줘. 이불은 내가 가

5) 키퍼들이 거주하는 임시 막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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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가지.

(퇴장. 한 남자가 가방을 비운다. 가방엔 손수건뿐이다. 머 리에 두른다. 침대 안쪽으로 몸을 눕힌다.)

바우흐 그렇게 편하게 드러눕지 마! 주변은 너무 좁고 넌 길

어. 이봐. 뭘 놀라워하나? 한번 잘살아 보고 싶어, 신 참내기? 함께 가자. 뤼베나우로. 한 남자 (기뻐서) 뤼베나우라고? 잘 알려진 지역이지. 기술

이 발달한 곳이야. 자넨 레미콘에서 모래와 자갈이 든 보관 용기에 달린 바를 당기는 일을 하게 될 거야. 5분마다 모래와 자갈들을 끌어내리지. 레버를 올리 고 내리고. 항상 반복하지. 자넨 그 일을 하게 될 거 야. 아마 내가 쓰던 의자도 발견할 거야. 품위 있는 양반, 그곳으로 가 봐. 그곳 사람들은 아무 나 받아들인다네. 자네를 문제 삼지 않을 거야. 저녁 노을이 참으로 진기하지. 곡식이 자라고 있고. 고요 한 곳이지. 하지만 난 떠나야 했어. 난 동생 카를을 찾고 있어. 바우흐 뤼베나우라고? 한 남자 그래. 뤼베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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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흐가 일어선다. 서 있는다. 가방을 비운다. 힐페르트 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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