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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대국의 검은 옷 불황이지만 그래도 1조6832억 엔, 한국의 7배다. 세계 2위의 출판 시장을 움직이는 주인공은 편집자다. 보이지 않는 문화 지식의 주역이라고 해서 검은 옷이라 부른다.

관객에게 보이는 인형(출판물)은 검은 옷을 입은 구로기(편집자)에 의해 조정되고 연출된다.


인텔리겐치아 2218호, 2014년 9월 17일 발행

아시아 콘텐츠 특집 3. 문연주가 쓴 ≪일본 편집자의 탄생≫ 일본의 근대 출판 미디어는 100년이 넘는 전 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패전 직후 일본 사회에서 출판 미디어가 수행했던 역할만 떠올려 보더라도, 역사 속 에서 출판이 가진 사회적 기능과 역할의 중 대함을 이해할 수 있다. -‘서론ʼ, ≪일본 편집자의 탄생≫, 4쪽.


일본 출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잡고서저(雜高書低)다. 역사로 보나 구조로 보나 잡지주도형 출판 시장이다. 원인이 뭔가? 패전 후 일본 출판 시장은 주간지, 월간지 등 잡지 출판을 통해 정기적, 안정적 수익구조 를 창출함으로써 서적 출판의 불안정성을 보 완하며 고성장을 실현해 왔다. 지금도 고성장인가? 아니다. 1997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다. 일 본 출판 산업의 지속적 침체는 바로 잡지주도 형 출판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잡지의 판매수익이 저하됐다.


서적 출판은 어떤가? 서적 출판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잡지 출 판에 비해 그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현재 사정은 어떤가? 힘든 상황이다. 1996년 출판물 추정판매금 액은 2조6563억 엔으로 전후 최고치를 기록 했다. 서적은 1조931억 엔, 잡지는 1조5632 억 엔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3년에는 추정 판매금액이 1조6832억 엔으로 떨어졌다. 1조6832억 엔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 수치는 일본 출판계의 1980년대 초반 시 장 규모와 엇비슷하다. 숫자로만 보면 30년 의 퇴보다. 1997년 이후 일본 출판 시장은 17


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의 지속 원인이 뭔가? 1990년대부터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소득 격 차 심화, 개인 소비 침체가 지속되었다. 미디 어 환경의 변화,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와 독 자 인구 감소도 잡지 매출, 광고 수익 격감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일본 정부는 출판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태평양전쟁 때 정부가 신문과 출판을 장악하 고 통제함으로써 군국주의를 심화시켰다는 반성 때문이다. 출판에 정부가 어떤 형태로 든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일반적


인 출판계의 정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자 서적 시장의 질서 확립과 발전을 염두에 두고 총무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이 적극적 으로 간담회를 열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움 직임이 보인다. 최근 일본 출판의 셀러는 무엇인가? 2013년 한 해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책은 총 3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 는 다자키 쓰루쿠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가 105만 부, 곤도 마코토의 ≪의사에게 살 해되지 않기 위한 47개의 주의사항≫ 105만 부, 와타나메 가지코의 ≪놓여진 곳에서 꽃 을 피우세요≫가 102만 부 팔렸다.


다른 책들은 어떤가? 불황일수록 강한 것이 문고본, 신서와 같은 염가본이다. 간결하고 시류에 맞는 테마와 정보를 부담 없이 제공하는 신서는 경제 불황 과 출판 불황에도 불구하고 출판 시장에 활력 을 불어 넣고 있다. 최근 테마는 무엇인가? 2000년대의 테마는 건강한 삶, 노후, 힐링 이다. 당신이 ≪일본 편집자의 탄생≫을 쓴 이유는 뭔가? 출판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 수행에 중핵을 이 루는 것이 편집이다. 편집자가 어떤 편집정


신을 가지는가에 따라 출판물의 사회적 역할 도 달라진다. 편집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편집자를 일컫는 표현 중에 ‘구로 기(黑衣)’라는 표현이 있다. 구로기는 일본 전통 인형극에서 인형을 다루는 사람을 말한 다. 드러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객의 눈에 띄지 않도록 검은 옷을 입는다. 하지만 관객 에게 보이는 중요 등장물인 인형(출판물)은 바로 이 구로기(편집자)에 의해 조정되고 연 출된다. 인간의 지적 활동을 엮어내는 조직 가로서 드러나진 않지만 결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편집자다.


당신의 책 ≪일본 편집자의 탄생≫은 무엇을 말하나? 일본 사회에서 편집자라는 직업의 탄생을 말한다. 일본의 사회변동, 직업 환경의 변화 와 관련해 편집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탄생 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편집자라는 직업의 구조적 특성과 태도를 살폈다. 당신은 누구인가? 문연주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근무 한다.


출판 대국의 검은 옷 불황이지만 그래도 1조6832억 엔, 한국의 7배다. 세계 2위의 출판 시장을 움직이는 주인공은 편집자다. 보이지 않는 문화 지식의 주역이라고 해서 검은 옷이라 부른다.

관객에게 보이는 인형(출판물)은 검은 옷을 입은 구로기(편집자)에 의해 조정되고 연출된다.


일본 편집자의 탄생 문연주 지음 미디어 > 출판 2010년 2월 10일 신국판(153*224mm) 무선 제본, 291쪽 17,000원


작품 속으로

일본 편집자의 탄생 직업 형성의 역사와 구조

문연주


머리말

이 책은 2004년에 발표한 저자의 박사논문1 중 일부를 발췌, 편집한 것으로, 전문적 직업화(Professionalization)의 관점에서 일본 서적 출판 편집자의 직업 형성 과정과 구조적 특성을 정리한 것이다. 직업사회학의 관점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서적 출판 편집자를 논한다는 것은, 전문직이라는 이념적·전통적 모델에 편집자의 직업 특성을 끼워 넣 어 “편집자란 전문직인가 아닌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한 직업이 어떠한 과 정을 통해 전문직이 되는가, 즉 특정 직업이 이념형의 전문직을 지향해 변 화해 나가는 동태적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사회 변동과 직업 환경의 변화에 관련지어 편집 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탄생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 고, 그 과정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했는가를 검증함으로써 전문직으로서 편 집자의 현 단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현재의 편집자를 이해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들의 ‘현재를 ’ 만들어온 긴 역사 과정을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현재의 서적 출판 편 집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근대적 출판업이 성립된 이후 어떠한 과정을 거쳐 편집자라는 직업이 성립, 정착되었는가를 역사적 관점에서 시 대의 변화와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론에서는 먼저 직업사회학의 관점에서 이 연구의 이론적 배경이 되 는 논의를 검토했다. 직업사회학, 특히 전문직의 사회학이라는 학문 분야 는 사회학 중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연구 분야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1 문연주, “日本の書籍出版編集者の專門的職業化過程に關する研究(일본 서적 출판 편집

자의 전문적 직업화 과정에 관한 연구)” (上智大學博士學位論文, 2004年).

머리말 v


저널리스트의 전문직 논의도 전문직의 사회학 연구가 활발해진 1960년대 에 촉발되어 하나의 연구 테마로서 다뤄지게 되었다. 단, 전문직이라고는 해도 그 단어에 포함된 의미는 시대와 사회 환경에 따라 다르며, 앞으로도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며 변화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근대적 출판업이 성립한 이후, 편집 자가 하나의 독립된 직업으로 확립되어 가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검토함과 동시에 전문적 직업화의 각 요소를 검토함으로써 서적 출판 편집자의 구조 적 특성을 검증했다. 일반적으로 한 직업이 전문직으로 확립돼 가는 과정에서 자격의 설정 과 윤리강령의 확립,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professional association) 의 확립, 기술과 지식의 교육, 훈련 시스템의 확립은 전문적 직업화를 측정 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다. 특히 전문직의 구조적 특성으로서 전문직의 지위 향상, 직업 구성원의 자율성 확보, 전문직을 위한 교육과 훈련의 제공, 직업 구성원의 전문직으 로서의 아이덴티티 확립이라는 기능을 지닌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의 확립은 특정 직업의 전문적 직업화 검증을 위한 중요한 요건이다. 일본의 출판업계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편집자의 프로페셔널 어소시에 이션에 해당하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는 조직-예를 들어 일본서적출판협회, 일본출판노동조합연합회-이 존재 한다. 따라서 일본에 출판업이 성립한 이후 어떤 출판 관련 단체가 존재했 으며,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가를 역사적으로 검토한 후 특히 일본서적출 판협회와 일본출판노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그 성립 경위와 활동을 살 펴볼 것이다. 한편 전문직은 특정 분야에 관한 고도의 체계적 이론을 지니며, 직업 활 동의 현장에서 습득한 지식을 창조적·자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장기간 에 걸친 교육과 훈련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져 왔다. 또한 전문직 을 위한 교육은 단순히 고도의 지식과 기술의 습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 활동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사회에서의 역할 및 기능, 직업 규범을 익

vi


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일본의 출판계에서 행해지는 출판 교 육의 현황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일본의 서적 출판 편집자의 전문 적 직업화 과정의 특성을 정리하고, 이념적 전문직을 지향하지 못하는 장애 요인을편집인의직업의식을통해유추하는것으로논의를정리하고자한다.

머리말 vii


차례

머리말

v

서론 • 편집자란 무엇인가? 지적 조직가로서의 편집자 편집자론의 부재

2

3

편집자 연구의 지체 요인

5

저널리즘 연구로서의 편집자론

8

편집자론의 새로운 시도, 전문직으로서의 편집자론

1장 • 전문적 직업화 모델과 편집자 전문직과 전문적 직업화 모델

12

전문직의 개념 14 전문적 직업화의 개념과 의의 19 전문적 직업화 모델 22 전문직 조직과 자주성 26

저널리스트는 전문직인가?

31

저널리즘 프로페션론의 전개 31 저널리스트에 관한 전문적 직업화 연구 37 저널리스트 조직의 특징과 자주성 53

편집자는 전문직인가?

57

편집의 개념과 편집 활동의 성질 57 편집자의 역할 62 일본의 편집자론

64

편집자는 전문직인가? 72

9


2장 • 현대 편집자의 탄생 근대적 출판업의 성립과 발전

78

메이지 시대의 출판사와 출판 경향 80 근대 출판업의 특성과 출판인의 성격 84

출판업의 산업혁명과 현대 편집자의 탄생

88

산업혁명기 주요 출판사의 기업화 현황 88 출판업의 성장과 현대 편집자의 탄생 96

전후의 서적 출판 현황과 편집자의 변화

106

전후의 출판업계 현황과 특성 106 1950년대 이후 출판업의 산업적 성장과 출판사 특성 108 전후 서적 출판의 성장과 서적 출판 편집자의 대두 116 출판 편집자의 고용 전문직화와 부분 노동자론 125

국세조사로 보는 편집자

129

1970년대 이후의 출판업 현황 129 국세조사와 전문직으로서의 편집자 133 출판업 종사자의 직업의식 특성 135

3장 • 편집자의 구조적 특성 1: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과 출판 관련 단체 약사( 略史) 에도,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출판 관련 단체 146 전시의 출판 관련 단체 152 전후의 주요 출판 관련 단체 154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과 일본서적출판협회 일본서적출판협회의 발족 경위 164 일본서적출판협회의 구조와 주요 활동 169 윤리강령의 제정과 그 내용 172 일본서적출판협회의 교육 활동 174 일본서적출판협회의 30년사와 존재 방식에 관한 논의 180 일본서적출판협회는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인가? 185

164

142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과 일본출판노련

187

일본출판노련의 발족 경위 187 일본출판노련의 존재 방식과 “새로운 질의 운동”이 지닌 문제의식 201 일본출판노련의 조직 구성 206 일본출판노련의 교육 활동 208 일본출판노련은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인가? 212

4장 • 편집자의 구조적 특성 2: 프로페셔널 교육 프로페셔널 교육과 출판사의 사내 교육

216

출판사의 편집자 교육 218

대학의 출판 교육

223

출판 관련 강좌를 중심으로 본 출판 교육 현황 223 대학의 출판 교육 목표 229 출판 교육의 산학협동 현황 237

일본에디터스쿨의 출판 교육

240

일본에디터스쿨의 발족 경위와 주요 활동 240 일본에디터스쿨의 교육 활동 243 일본에디터스쿨의 연구 활동 250

결론 • 일본 편집자의 전문적 직업화, 특징과 한계 서적 출판 편집자의 탄생과 직업의 성립

252

전문적 직업화의 관점으로 보는 일본의 편집자

255

편집자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션의 부재와 부정적 인식 256 편집자를 위한 전문 교육의 부재와 편집자의 교육에 대한 요구 259

서적 출판 편집자의 전문적 직업화 과정 연구의 의의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의 연구 과제

참고문헌

270

267

265


서론

편집자란 무엇인가?

일본에는 편집자를 일컫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대체로 편집자의 별명에 는 편집자 내지는 출판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업계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 들의 처지를 낮추거나 비하하는 표현들이 많다. 대표적인 표현을 몇 가지 살펴보자.

우선 ‘편집자 여급(女給)론이 ’ 있다. 이것은 굳이 논(論)이랄 것도 없는

매우 자조적인 표현으로, 편집자라는 직업이 저자(작가)를 쫓아다니며 시 중을 드는 술집 접대부와 다를 게 없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편집자 35세 정 년설이다 ’ . 이 역시 편집자에 대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편집자란 직업이 허약한 사회적 기반 위에서 불철주야 저자(작가)의 주변을 맴돌며 고되고 불규칙한 생활로 심신을 소모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35세면 직업적 수명이 다한다는 의미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편집자 세키토리(關取)론’

이란 것도 있다. 이것은 편집자를 스모 선수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마치 스모 선수처럼 젊을 때 한철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나면 바로 노쇠하거나 현장에서 퇴출당한다는 의미다. 모든 직업에 나름의 어려움이 존재하겠지 만 이런 표현을 보면 편집자란 직업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된 것 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편집자란 작가나 저자 또는 정치가를 지향하는 이들이 당장의 생 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든가 출판사 관계자와의 친분 관계로 잠시 머물다 가는 징검다리 직업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편집자라는 자리가 또 다른

서론 • 편집자란 무엇인가? 1


높은 이상(작가 또는 저자, 정치가 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잠시 편의적으 로 머무르는 중간 지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집자란 직업이 개인의 꿈과 이상의 종착역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불충분하고 성에 안 차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편집자란 직업에 대한 묘사는 이처럼 부정적인 것이 많다. 하지만 이 직 업이 보여주는 현상과 가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구로

기(黑衣)’라는 표현이 그중 하나다. 구로기란 일본의 전통 인형극에서 무대 뒤에서 인형을 다루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들은 절대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 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객의 눈에 띄지 않도록 검은(黑) 옷(衣)을 입는다.

하지만 관객에게 보이는 중요 등장물인 인형(출판물)은 바로 이 구로기(편 집자)에 의해 조종되고 연출된다. 이처럼 편집자의 직업 특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별명은 다양하지 만, 편집자나 그들의 활동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거나, 편집자의 직 업 활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론적,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예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적 조직가로서의 편집자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디드로와 달랑베르가 1751년부터 1772년까지 약 20

년에 걸쳐 공동 편집한 ꡔ백과전서ꡕ는 총 28권(본문 17권, 도판 11권)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백과사전으로 당대의 진보적 사상의 결정체이자 프랑스

혁명을 준비한 일대 사상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달랑베르는 ꡔ백과전서ꡕ 를 편찬하게 된 목적에 대해 “기술과 학문의 모든 영역에 걸쳐 참조될 만한, 그리고 단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독학하는 사람들을 계몽함과 동시에 타인 의 교육을 위해 힘쓸 용기를 지닌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사전” 을 만드는 것이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그러나 ꡔ백과전서ꡕ가 가지는 무

엇보다 큰 의의는, 간행 작업에 무려 184명의 진보적 사상가들이 참여함으

2


로써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근대를 준비하는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들 의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는 점에 있다(多田道太郎, 1971, 389-399). 그리 고 그러한 작업의 중심에 디드로라고 하는 편집자가 있었다.

디드로는 다양한 학문의 상호 교섭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 작업인 ꡔ백과

전서ꡕ 간행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타인의 자질을 꿰뚫어 보고 사람들 의 발상의 교차점에서 선견 능력을 발휘하며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줄 아 는, 지식인들의 공동 전선의 조직가”로서 활약했다(多田, 1971, 389-399).

디드로는 사상가이자, ꡔ백과전서ꡕ의 집필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뛰어난 편집자였던 것이다.

디드로가 ꡔ백과전서ꡕ라는 출판물을 통해 인간과 시대를 조직한 18세

기의 미디어 상황과 현재의 미디어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르 다.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다양화가 진행된 현대에서 출판 미디어는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고전적인 미디어이자 여러 다양한 미디어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출판 미디어는 시대와 함께 그 사회적 역할 역시 변해왔다. 18

세기에 ꡔ백과전서ꡕ가 수행했던 계몽적이며 사회 변혁적인 역할은, 현대의 출판 미디어가 담보하고 있는 문화적 역할이란 측면에서 되돌아보았을 때

굳이 사라졌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당시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 지는 않는다.

편집자론의 부재 한편,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의 변화는 미디어 송신자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출판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송신자는 시대와 사회 상황에 따라 각기 다 른 성격을 부여받아 왔다. 편집자의 사회적 지위라는 면을 생각해 보더라 도, 디드로가 활약했던 유럽의 편집자와 일본의 편집자 간에는 상당한 차이 가 존재한다. ꡔ에디터십ꡕ의 저자 도야마 시게히코(外山滋比古)는 편집자

가 대학교수보다도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는 유럽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서론 • 편집자란 무엇인가? 3


편집자가 경시받는 사회적 풍토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미의 문명·문화를 마냥 흉내 내듯 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형상으로 나타낼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무심하다. 책을 만들기 위해 저 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안다. 원고도 필요하다. 인쇄도 하지 않으면 안 된 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보다 좋은 인쇄물이 만들어지기 위해 저자와 독자 사이에 편집을 담당하는 이가 없어선 안 된다는사실에 대해서는그야 말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메이지(明治) 이후 일본의 근대문화는 편 집 부재의 문화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원고의 송고를 원

하는 인쇄소의 강력한 요구 하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도 편집은 확립되 어야 하며, 보다 폭넓게 문화 전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편집 기능은 불가결하다. 후진국적 문화 토양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것, 일처럼 보이는 일만이 중시된다. 실제로 너무나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작업은 좀처럼 조명받지 못한다. 편집이란 일이 그런 일 중의 하나다(外山滋比古, 1975, 16-17).

일본의 근대 출판 미디어는 10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머나먼 과거까지 되짚어 볼 필요도 없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패전 직후 일본 사회에서 출판 미디어가 수행했던 역할만을 떠올려 보더라도, 역 사 속에서 출판이 가진 사회적 기능과 역할의 중대함을 이해할 수 있다. 패 전 직후의 일본 사회에서 출판 미디어는 정보와 지식과 오락을 갈망하는 독 자의 정신세계를 충족시켜 줄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미디어였으며, 한정된 지면과 시간, 설비에 구속되는 신문 미디어나 방송 미디어로서는 불가능했 던 다양하고 자유로운 정보의 발신을 선도했다. 바로 그러한 출판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 수행에 중핵이 되는 활동이 바로 ‘편집인 ’ 것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이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무엇보다 편집가가 어떠한 편집정신(Editorship)을 가지는가에 따라 출판물도 그리고 그 출판물의 사회적 역할도 달라진다. 편집이란 그야말로 지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며, 편집을 총괄하는 편집자는 지적 작업의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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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서 웬만한 대학교수나 전문가(specialist)보다도 뛰어난 지적 통찰력과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일본의 오랜 출판 미디어 역사 속에-그리고 현재에도-그러한 편집 을 직업적 활동으로 수행해 온 편집자는 무수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디드로처럼 뛰어난 편집자가 없지 않았을 터다. 또한 편집이라고 하는 일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특별히 부정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이란 무엇인가”,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적 물음에 답 하고자 하는 논의는 매우 부족한 상태다. 편집이란 행위와 편집자가 객관적 인 논의의 대상이 되거나 평가의 대상이 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 ‘편집이나 ’ ‘편집자에 ’ 대한 관심조차 없었다고 해야 정확한 것일 지 모르겠다. 도야마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해 일본의 문화를 “편집 부재의 문 화”라 비판한 것이다. 출판 미디어는 인간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미디어이자 궁극적인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미디어다. 또한 출판문화는 특정 공동체 가 쌓아온 문화의 내실을 드러내는, 공동체의 뇌 속 구조가 적나라하게 반 영되는 증거와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화의 질을 두고 쉬이 그 높고 낮 음을 따질 수는 없겠으나, 질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잣대의 하나로 문화 의 다양성을 든다면, 문화를 반영해 하나의 물적 실체로 표현하고 남기는 수단으로서 출판 미디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또한 출판 미디어의 송신자로서 편집이라고 하는 지적 작업을 직업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적으 로 수행하고 있는 ‘편집자를 ’ 간과하고서는 출판문화와 출판 미디어의 역할 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편집자 연구의 지체 요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출판 연구에는 편집이나 편집자에 대한 관심이

서론 • 편집자란 무엇인가? 5


매우 희박하다. 출판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매스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매 스미디어 조직과 그 조직 구성원인 매스커뮤니케이터에 관한 연구가 상대 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종종 지적을 받아왔다. 커뮤니케이터 연구가 타 연구에 비해 뒤처진 원인으로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초기 문제의 식이 주로 효과론, 수용자 연구, 수용 과정 연구에 집중되어 있었고, 방법론 적으로 커뮤니케이터에의 접근이 어려우며, 조사 기법이 정식화되지 못했 다는 점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초기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주지하다시피 전쟁 프로파간다 를 주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 프로파간다 연구로 시작되어 대중 설득이나 대중 조작에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이는 곧 수신자에 대한 매스커뮤니케이 션 효과 연구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미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 은 일본의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에도 그러한 미국의 연구 경향이 일정 정 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매스커뮤니케이터 연구와 저널리즘 활동에 대한 조사 연구는 늘 필요성만 역설되었을 뿐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한편, 미국의 실증주의적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초기의 수신자 중 심 효과 연구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서 탈피해, 저널리즘 조직과 저널리스트 의 활동에 실증주의적 어프로치를 적용함으로써 커뮤니케이터 연구 영역 에 일정 성과를 얻게 되었다. 커뮤니케이터 연구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 에 인접한 각 연구를 참조하면서 나름의 이론 구축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일본의 실증주의적 매스커뮤니케이션 연구 영역에서는 변화하 는 미국의 커뮤니케이터 연구 동향과 성과를 소개하는 데 그쳤을 뿐, 독자 적인 연구, 커뮤니케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실제적인 분석이나 이론 구축 시 도는 빈약하기만 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저널리즘 활동에 대해 이론을 결여한 채 저널리즘 조직과 저널리스트에 대한 고정된 비평만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전체적인 연구 경향은 출판 연구 영역에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일본에서 독자적인 출판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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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에 출판학회가 결성되고부터 과학으로서의 출판학을 지향하는 조 사, 연구가 촉진되었다. 일본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시작된 이후로도 오랫동안 출판이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방치된 이유에

대해 출판학회 초대 회장 시미즈 히데오(清水英夫)는 문제의 핵심을 다음 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신문학의 비약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바로 최근까지 ‘출판에 ’ 관한 본질 적, 현상적 접근은 적어도 신문학회의 주변에서 보자면 거의 표면화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카데미즘 연구자 중에 ‘출판을 ’ 전공한 사람이 거 의 없었다고 하는 ‘우연이 ’ 작용했을지도 모르지만, …본디 신문학이 저널 리즘 및 매스커뮤니케이션의 과학으로서 이른바 메이저의 지위에 있었으 며, 출판 연구는 그 하위에 포섭되는 마이너한 존재라는 인식이 잠재적으 로 지배해 왔기 때문은 아니겠는가, …즉, 신문학에서의 주요 명제는 거 의 그대로 ‘출판에도 ’ 타당하다고 여겨져 왔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때 문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출판의 ’ 특질·역할·기능 등에 대한 규명이 거의 방치되어 온 것은 아니겠는가(清水英夫, 1995, 4-5).

출판 연구는 앞서 언급한 커뮤니케이터 연구의 후발성을 논하기 이전 에, 어쩌면 오랜 세월 출판 연구 자체가 독자적이며 고유한 연구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주체성을 결여했다고 하는 특수한 경위가 그 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인 출판 연구 부족 상황 속에서 편집자나 그 조직에 관한 연구는

더욱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구로기(黑衣)’라는 표현처럼 편집자는 현실의 출판 과정에서는 물론 출판 연구 영역에서도 매우 존재감이 희박한 대상이 었던 것이다. 현재의 출판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출판 커뮤니케이션 의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메시지의 생 산에서 중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편집자 개인의 배경, 태도, 가치 의식, 신 념, 역할 의식, 그들의 직업적 행동, 조직 구조 특성을 포함한 전달 과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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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활동이 출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편집자가 조명받지 못한 또 하나의 요인은 초기의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그러했듯이, 출판 연구의 주체가 주로 출판 커 뮤니케이션의 송신자 측과 저자 측이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자기 자 신과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객관화하지 못하는 한계가 출판 연구의 한계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편집은 물론 편집자, 에디터십에 대해 체계적인 이론이나 연구 방법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야말로 적었으며, 편 집자 개인에 대한 전기적인 기록과 논평을 넘어 편집자의 집단적 특성을 규 명하고 역사적 평가에 접근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단, 이케가미 다카유키(井家上隆幸), 도야마 시게히코(外山滋比古),

고미야마 료헤이(小宮山量平), 야마구치 마사오(山口昌男), 이와사키 가

쓰미(岩崎勝海) 등이 논한 ‘편집론’ 내지는 ‘편집자론은 ’ 참고할 만하다. 이 들은 각각 편집자의 이상적인 상을 제시하고, 이상적인 편집자에게 요구되 는 직능, 적성, 자질 등을 논하고 있다. 그들의 논의는 ‘편집’, ‘편집자’, ‘에디 터십을 ’ 논의하고자 할 때 좋은 단서가 되어줄 것이며, 또한 풍부한 시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논의 역시 주관을 뛰어넘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편집자론을 ’ 형성했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저널리즘 연구로서의 편집자론 오이시 유타카(大石裕, 1998)는 저널리즘을 “저널리즘 조직과 개개인의 저 널리스트의 활동의 총체”로 보고, ‘저널리즘론(내지는 저널리즘 연구)’을 그러한 “저널리즘의 활동 총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영역 및 그를 위한 접 근”이라고 정의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저널리즘 조직과 저널 리스트 개개인이 안고 있는 주체적 사상 내지는 이데올로기에 규범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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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부여하면서, 사회와의 관계로부터 그 형성과 변용의 과정을 중시하고자 하는 것이 저널리즘 연구라는 것이다. 오이시의 이러한 견해는 저널리즘론 (저널리즘 연구)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유효한 시야를 제공해 준다. 즉, 지금까지 저널리즘론이라고 하면 주로 저널리즘 활동에 대한 비판 에 “이렇게 해야 한다” 내지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고 하는 당위성만이 강조되어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규범이나 당위성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 는 저널리즘 활동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 어야 한다. 저널리즘론=저널리즘 연구라는 새로운 시각은 저널리즘론에 과학적, 이론적 어프로치를 적용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며, 또한 ‘주관이 ’ 주 도해 온 저널리즘론에 ‘객관성을 ’ 부여하자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오이시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말하자면, 출판 저널리즘론은 “출판 저널 리즘 조직과 저널리스트(편집자) 개개인이 안고 있는 주체적인 사상 내지 는 이데올로기에 규범적 의미를 부여하며 동시에 사회와의 관계로부터 그 형성과 변용의 과정을 중시하는 연구”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 의에 따라 출판 저널리즘 비판이 아닌 출판 저널리즘론(연구)을 지향하는 하나의 시도로서 ‘편집자론을 ’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편집자론의 새로운 시도, 전문직으로서의 편집자론 편집자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논의된 편집론, 편집자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론적·실증적 접근을 통해 그들의 실상을 보다 객관적·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 연구에서 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한 연구 틀로서 프로페션(Profession, 이하 전문직)이라고 하는 사회학의 개념을 적용하고자 한다. 무릇 ‘직업이라고 ’ 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활동(social activity)의 하 나이며, 다양한 사회적 활동 가운데 하나의 직업이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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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표현이긴 하나, 그 활동이 인간과 사회에 필요한 것, 필수적인 것 이기 때문이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달리 말하면 그 활동이 사회적 으로 어떤 특정한 역할을 가진다. 즉 사회에서 어떤 기능적 가치를 가진다 고 이해할 수 있다. 인간에게 ‘직업이란 ’ ① 생계유지(생업), ② 개성 발휘(천직), ③ 역할

실현(직분)이라는 삼중의 의미를 가진다(尾高邦雄, 1995). 이처럼 “직업을 계기로 하여 발생하는 각 현상을 특히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 활에 근거해 파악하고 사회적 분업의 일환으로서 직업의 존재 방식과 그 의 미, 의의를 사회·집단·개인의 각 레벨에 걸쳐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사회 학의 한 분야”가 바로 ‘직업사회학이다 ’ . 또한 이 직업사회학은 “기술 혁신 에 따른 직업 구성의 급격한 변화와 그 영향을 밝히고, 직업적 자율성과 직 업의 가치 및 보람을 최적화할 수 있는 직업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건을 찾는 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ꡔ신사회학사전(新社會學事 典)ꡕ, 1988).

직업사회학적 관점에서 편집자를 본다고 하는 것은, 편집을 직업이라 고 하는 일상적 활동으로서 수행하고 있는 편집자가 지닌 사회적 역할과 기 능을 검토하고, 그들의 직업 활동의 성격을 밝히며, 그 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건을 찾는 것에 다름 아니다. 편집자의 활동을 직업 활동으로 이해 하고, 그 활동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출판문화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전문직이라고 ’ 하는 직 업 개념에 주목, ‘전문직의 사회학이란 ’ 관점에서 일본의 편집자론을 구성 해 보고자 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미 저널리즘론의 한 영역에는 ‘전문직으로서의 저널리스트라는 ’ 논 의가 존재한다. 이 논의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논의의 중심은 스스로의 직업(저널리스트)을 전문직으로 규정함으로써, 저널리즘 (직)의 질적 향상을 지향하는 일종의 직업 규범론이라 할 수 있다. 전문직으로서의 저널리스트 논의에 대해서는 그동안 “저널리즘직이 과 연 전문직인가”라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아직도 그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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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일치된 결론이 도출된 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의가 그토록 반복되어 온 이유는, 바로 이 논의를 통해 저널리즘직의 직업적 위상과 저 널리즘의성격규명, 규정과규범에 관한 논의를펼쳐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전문직으로서의 저널리스트는 ’ 물론 ‘전문직으로서의 편 집자라는 ’ 관점이나 표현이 매우 낯선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전문직이라 ’ 는 표현조차 반드시 일치된 합의(consensus)를 획득하고 있지 않기 때문 에, 개념 정의에서부터 적지 않는 혼란에 부딪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굳 이 전문직론이라는 이론적 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전문직의 사회학이라는 관점과 그 이론적·실증적 접근이 실제 매스커뮤니케이션 현장의 문제, 특히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송신자를 다룰 때, 다른 그 어떤 이 론보다도 실천적이며, 다이내믹한 논점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상과 같은 문제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출판 커뮤니케이 션의 송신자인 서적 출판 편집자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그들의 직업 발전 과정과 직업의 구조적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명확히 하고자 한다. 단 ‘전문직으로서의 편집자라고는 ’ 하지만 이 책이 ‘편집자를 ’ ‘전문직’ 이라고 규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전문직의 사회학이라고 하는 접근 방법을 통해 편집자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편집자라는 직업 집단이 지닌 사회적 특성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편집자의 현상을 명확히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출판 편집이나 편집자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유용한 좌표 축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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