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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혁명, 언론학은 성찰 언론학이란 무엇인가? 미디어 활동에 대한 비판 사유다. 한국 언론학은 이데올로기 비판에서 시작해 정책을 주무르더니 이제 경영학에 도착했다. 정의로부터 이익까지, 한없이 넓어진다.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은 언론학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인텔리겐치아 2266호, 2014년 10월 17일 발행

언론학회 기획연구 3. 박은희·김성해·류재형·신동희· 홍경수가 쓴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

언론학 교육은 다른 학문 교육과는 달리 이론 과 실습의 통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 66쪽.


언론학 교육이 이론 실습 통합인 이유가 뭔가? 언론학이 애초부터 다양한 학문 영역이 혼재 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언론학 교육이 처음 발달한 미국에서는 글쓰기, 인터뷰하기, 언 론윤리와 법제와 같은 관련 직무 교육으로 출 발했다. 한국에서 언론학 교육은 어디서 출발했나? 군사정부 아래에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관 계, 언론 자유 사상과 역사, 강대국과 정부에 의한 프로파간다, 권력에 의한 통치 문제를 다루는 이데올로기 연구가 처음부터 강조되 었다. 저널리즘 실무 교육 비중은 적었다.


전개 과정은 어떤가? 새로운 미디어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방송 학, 방송기술, 방송통신정책이 언론학 영역 으로 포함된다. 미국에서 유학을 한 1세대 교 수진이 귀국하면서 현장에서 배운 국제커뮤 니케이션이 다루어지기 시작한다. 그 후 텔 레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효과론, 휴먼컴, 헬 스컴과 같은 주제가 언론학 범주 안으로 편입 된다. 교육 영역이 크게 확장된 것인가? 연구 범주의 확장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교육 관점에선 마냥 반기기만 할 일은 아니다.


언론학 범주의 확장이 왜 문제인가? 언론학 외연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과정에 서, 특히 미국 학계 트렌드가 이식되는 과정 에서 학문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관련 분야 의 경제적 파이가 커지면서 법학, 경영학, 마케팅, 역사학, 사회학이 언론학으로 유입 됐다. 언론학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언론학자 자신의 경쟁력과 정체성에 대한 고 민이 깊어졌다. 언론학 교육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성찰의 초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이론과 실습의 갈등


을 해결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 모델을 분석, 도입하여 언론학 교육의 본질을 복원하는 노 력이 필요하다. 이론 실습 통합 교육 모델은 어떤 것인가? 일체형 모델, 산학협력 모델, 학제 간 융합 모 델, 자체 혁신 모델이 있다. 일체형 모델이란? 디지털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미디어 회사 를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등장한 모델이다. 대학 부설 병원처럼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협 동조합에 가깝다. 미국의 뉴욕시립대, 노스 웨스턴대, 버클리대, 서든캘리포니아대에 서 학교 부설 언론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데,


이 회사에서 인터십을 거치며 향후 대기업에 취업하는 데 필요한 전문 훈련을 소화한다. 산학협력 모델은? 대학과 언론사가 일정한 영역에서 콘텐츠 제휴 관계를 맺거나, 인력을 파견하거나, 특 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익재 단과 대학이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하거나 외부 언론사와 대학이 공동으로 언론사를 운영하는 경우, 또 대학이 특정 언론사를 대 상으로 시설과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학제 간 융합 모델이란? 경영학이나 공학처럼 다른 학문 영역과 언론


학이 결합하는 유형이다. 미국 뉴욕시립대 가 실시하고 있는 창업가형 저널리즘이나 디 지털 혁신 기업을 연구하는 저널리즘 랩이 이 모델이다. 자체 혁신 모델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모델로, 취업이라는 보다 명확한 목적을 지향한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신설 하고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멀티미 디어 전공을 새로이 신설한다. 한국은 어떤 모델로 가는가? 세명대 모델과 대구대 모델을 참고해 볼 만하 다. 디지털과 교육을 성공적으로 접목하고


있다는 점, 디지털 인재상에 대한 훈련 기회 를 제공한다는 점, 학과와 학생 사이에 공감 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은 이 두 모델에서 주목 할 만한 점이다. 세명대와 대구대는 성공한 것인가? 세명대 모델은 이미 외부에서 상당한 인지도 와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대구대에서는 학 생들이 기존 직업군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뭔가? 언론학교육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 교육 과 관련한 자원, 경험, 새로운 아이디어를 일 상적으로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학협


력 프로그램도 더 많아져야 한다. 디지털은 분명 기회인데 학교와 언론사, 디지털 혁신 매체들이 따로 놀고 있다.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참가하는 미디어 영화제, 미디어 음악제, 미디어 광고제에 대한 지원이 있어 야 한다. 이 책,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은 무엇 을 말하는 책인가? 디지털 혁명이 열어 가는 기회의 현장을 보 여 주는 책이다. 언론학이 어떻게 바뀔 수 있 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담았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마법의 탄환과는 거리가 멀지만 왜 변해야 하 고, 어떻게 변할 수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한 지도를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성해다. 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미디어는 혁명, 언론학은 성찰 언론학이란 무엇인가? 미디어 활동에 대한 비판 사유다. 한국 언론학은 이데올로기 비판에서 시작해 정책을 주무르더니 이제 경영학에 도착했다. 정의로부터 이익까지, 한없이 넓어진다.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은 언론학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 박은희·김성해·류재형· 신동희·홍경수 지음 한국언론학회 엮음 미디어> 미디어이론 2014년 10월 17일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244쪽 23,000원


작품 속으로

언론학 교육의 혁신 모델 한국언론학회 엮음 박은희 · 김성해 · 류재형 · 신동희 · 홍경수 지음


서문 디지털 변혁의 시대 한국의 언론학 교육 모델을 찾아 박은희 대진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 언론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언론학 교육의 길을 묻다 2006년 한국언론학회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당시의 언론학 교육 을 반성, 진단하고 미래 언론학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위원 회를 구성한 바 있다. 언론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일 환으로 출범한 ‘한국언론학회 언론학미래위원회’는 서울대학교 강명구 교수를 위원장으로 10명의 위원이 1기(2006∼2008), 2기(2008∼2009)

로 활동하였고, 그 결과를 묶어 2009년 󰡔󰡔언론학 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언론학미래위원회는 “… 언론학 교육자인 우리들의 책무가 언론학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의 내용 이 교육수혜자인 학생들의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가라 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윤리적 헌신을 확인하고자 했다”(한국언론학 회 언론학미래위원회, 2009)는 언급에서 보듯이 언론학자이면서 교육 자로서의 책무를 각성하고, 언론학 교육이 학생들의 삶에 진정으로 도 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러한 인식을 모든 언론학자들이 공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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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촉구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학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마디마다 이슈로 등장해 왔 다. 1997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미디어가 변화하는 당시에도 위원 회까지는 아니지만 언론학 교육 위기 진단과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다 각의 노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정보화시대 언론학 교육의 방향과 과 제”(차배근, 1997), “언론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정진홍, 1997)가 ≪저널리즘 비평≫에서 기획 특집으로 다뤄졌을 만큼 언론학 교육에 대한 변화 요구를 학회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 고 다시 10년이 지나 2006년 언론학미래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이 시 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다시 융합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언론학 교육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도 일종의 저널리즘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2005년 ‘Carnegie-Knight Initiative’라는 이름하에, 의사와 변호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질적 도약에 비해 언론인 양성을 위한 교육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 고 기능적 실무교육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컬럼 비아대학교, 버클리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남가주대 저널리즘대학, 하버드소렌슨센터 등이 참여했으며, 그 결과로 “뉴스 비즈니스: 저널리 즘의 차세대 도전”과 “저널리즘의 자신감 위기: 차세대 도전”이라는 두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저널리즘 학부의 위상을 높 이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역사, 정치, 고전 및 철학 등의 주제 에 대한 인식과 공중과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커리큘 럼 개혁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미래위원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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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과 언론 산업의 외연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언론학의 정체성, 언론학의 영역, 범위 등 모든 면에서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는 ‘미디어’가 갖는 의미와 역할처럼 태생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디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더 나가 융합미디어로 확장하면서 미디어들 간의 융합만이 아니라 과학, 기술, 예술,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융합해 내는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조정과 중재와 개입과 참여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입체교차로 한가운데서 나아갈 길을 찾아내도록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토대로 2009년 언론학미래위원회는 미래 언론 학 교육의 패러다임으로서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s) 교육’을 제 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찰적 실천 교육이란 지식 전수를 넘어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행동적 학습(active learning), 실행적 학습(learning by doing),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 습(learn how to learn)으로 구성, 실천·관여·개입·참여를 통한 학습 을 전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미래위원회는 성찰적 실천교육으로서 언론 교육이 교과과정 안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구체적 대답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최소한 언론학의 정체성, 지향해야 할 가치, 사회적 책무 등에 대한 포 괄적인 답을 내놓았다고 판단된다. 미래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10가지 과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결론을 제안함으로써 3년간의 활동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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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미래위원회가 던진 10가지 제안(2009)

1. 언론학 교육의 기본 철학을 재확인한다. “언론학 교육은 산업이 요구하 는 인력 양성뿐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 말할 권리, 들을 권리 등 공공의 이해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언론학회가 ‘언론학 교육위원회’를 상설할 것을 제안한다. 3.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에 기초한 언론학 교육과정의 구축을 제안 한다. 4. 언론학 교수의 채용과 평가에서 교육에 대한 헌신과 성과를 포함한 평가 척도와 평가 제도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5. ‘성찰적 실천교육(education of reflective practices)’의 패러다임에 기초 한 언론학 교육을 제안한다. 6. 전문적 실무 능력 훈련의 질적 수준을 확실하게 높이는 운영과 평가 시스 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7. 언론학 교육은 개별 매체(media specific)를 뛰어넘어 통합 매체(cross media) 교육을 지향할 것을 제안한다. 8. 전문성이 강화된 학제간 융합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한다. 9. 특성화된 산학 연계 프로그램의 개설을 제안한다. 10. 우리 언론학 교육자들은 언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책무를 지 고 있고, 한국언론학회는 인재 양성의 책무가 언론학이라는 학문을 지 키는 책무보다 더 무겁다는 책임감을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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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위원회에서 찾아낸 결과와 제안은 5년이 지난 지금 들여다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이다. 언론학 교육에 실무 능력의 강화, 개별 매체 를 넘어 통합 매체 교육, 학제 간 융합 교육, 산학 연계 프로그램 개설을 필요로 한 것은 미디어와 미디어의 융합 현실, 더 나아가 미디어와 사물 과의 융합으로 확장되는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다. 2009년에 이루어진 것 이지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디어 환경이 당시 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는 점, 당시 제기된 문제들이 한층 심 화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제기된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한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은 당시의 문제 진단이 여전히 유효하다 는 것을 의미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의 제안들이 규범적 선언에 머문 채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학 교육의 현실과 미래 비전 미디어 기술, 미디어 시장, 미디어 기업 환경 모두가 변화하고 있다. 최 근의 변화 양상이나 속도로 볼 때 ‘변화’라는 표현으로는 이 급격한 차 이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변혁이라고 해야 할까, 얼마 전 ≪뉴욕타임 스≫가 발표한 “2014 NYT 혁신보고서”는 이러한 변혁의 움직임을 조 직 안에 담기 위한 총체적인 고민과 노력을 보여 준다(The New York Times’ Innovation Report, 2014).

2014 NYT 혁신보고서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혁신을 위한 제안의 핵심은 수용자 확충 (Growing our audience)과 뉴스룸 강화(Strengthening our new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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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다. 언뜻 보기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이 제안을 내 놓기까지 ≪뉴욕타임스≫가 현실 인식을 얼마나 처절하게 했을지 보고 서 곳곳에 드러나 있다. 디지털 시스템에서 신생 미디어의 우위를 인정 하고, 저널리스트의 권위에 사로잡혀 독자의 사용자 경험을 무시해 왔 다는 자기반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용자 확충을 위해서는 양질의 기사로 독자를 끌어오던 종전까지의 전략에서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콘 텐츠 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로 세계 최고의 권위 를 자랑하던 ≪뉴욕타임스≫가 스스로 그 자부심을 내려놓고 변화된 환경에 조응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두 번째 제안인 뉴스룸 강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뉴스 룸 조직에 비즈니스와 편집국의 협업을 꾀할 수 있도록 하고, 뉴스전략 팀을 구성하고, 무엇보다 편집국에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개념을 도입하여 종이 신문의 제약에서 벗어나 디지털 뉴스 생산에 가능한 모 든 역량을 투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NYT 혁신보고서”에 대해 여전히 결과는 미약하고, 융합의 결과를 진단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는 비판도 있으나 디지털로의 진화는 급 속한 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NYT 혁신보고서” 분석 기사를 연재한 ≪조선일보≫ 우병현 기자는 “ NYT 보고서는 국내외 신 문사와 방송사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3년 안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나중에 NYT의 경고음 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땅을 칠 것이다”(우병현, 2014. 7. 24)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디지털 변혁에의 조응이 기업 존 폐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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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퍼스트

우리 미디어에서의 변화 조짐도 눈에 띈다. ≪수원일보≫는 디지털 퍼 스트를 선언하고 2014년 7월부터 종이 신문 인쇄 중단을 결행했다. 100%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고 앱 개발, SNS를 통한 뉴스 공급 강화, 모바일 뉴스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수원일보≫의 자 체 조사에 따르면 ≪수원일보≫ 독자들 100명 중 96명은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한다고 한다. 단 4%만이 종이 신문을 통해 기사를 본다는 것 이다(≪미디어오늘≫, 2014. 7. 23) 인터넷으로의 이동은 지역의 작은 신문들에게로 점차 확장되어 가는 추세다. ≪한국일보≫ 역시 60주년을 맞아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하며 처음 으로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채용했다는 소식이다(≪미디어오늘≫, 2014. 8. 4). 한국일보사 창간 60주년 특집 기사로 다룬 “2030년 한국일 보 뉴스룸을 가다”(≪한국일보≫, 2014. 6. 4)에서는 2030년 6월 9일 자 아침판을 끝으로 종이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글을 실었다. 비록 가 상의 글이지만 ≪한국일보≫가 향후 15년간 디지털 퍼스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엿볼 수 있다. 한편 미디어의 디지털화는 급기야 기사의 자동 생산이 가능한 현 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 혹은 알고리즘 저널리즘이라는 이른바 뉴스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저널 리즘이 생겨난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콘텐츠 회사 오토메이티드인사 이트(Automated Insights)는 초당 9.5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속도로 2013년 총 3억 개에 이르는 기사를 생산했으며, 2013년 로봇이 생산한 월평균 1만5000개의 기사를 미국 주요 언론사에 판매했다는 소식이다. 내러티브사이언스(Narrative Science)는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 기사뿐 아니라 경제 전문 미디어 기업 포브스에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낸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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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가디언≫도 2013년 11월, 알고 리즘에 의해 자동 생산하는 주간지 ≪길지만 좋은 읽을거리(The Long Good Read)≫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TLGR≫은 ≪가디언≫ 뉴스 사 이트에서 길이가 긴 기사를 댓글, SNS 공유 등의 기준에 따라 선별한 후 자동 편집해 24쪽의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인쇄한 종이 신문이다. 사람 의 편집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종이 신문으로 이른바 ‘로봇 저널리즘’ 혹은 ‘알고리즘 저널리즘’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강정수, 2014). 디지털은 미디어 현장의 변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1995년 니콜라

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인류가 신문이건,

엔터테인먼트건 섹스건 간에, 이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미래를 향해 필연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듯이, 이제는 생태계 전 체가 김홍탁의 표현대로 ‘디지털 존재(Digital Being)’로 변화하고 있다 (김홍탁, 2014). 이 때문에 미디어도 더 이상 미디어 융합에 머물지 않고 사물과의 융합으로 확장되는, 그리하여 개별 미디어에 대한 이해나 개 별 사물에 대한 이해로는 환경을 해석해 내기 어려운 현실에 도달했다.

언론학 교육의 현실

디지털 미디어에서 융합 미디어로 넘어가는 시기에 사회적으로는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고 한다면, 융합 미디어에서 이른바 사물 미디어라고 지칭될 만큼 사회 전반의 융합 시대로 들어서면서는 디지털 마당에서 뛰어놀 ‘창의 인재’에 대한 요구가 부상하고 있다. 정 치적인 용어 개발의 결과일 수도 있으나 언론 현장에서는 다른 어떤 분 야에서보다 특별히 더 창의성을 강조하고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창의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늘 그래 왔듯 인재의 양성이 교육기관 따로, 정부기관 따로 각자 행해지면서 인재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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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시너지를 확립할 기회를 놓치고, 실제 창의 인재 양성의 모델을 구 축하지도 못한 채 예산과 시간의 낭비, 시행착오의 되풀이 등을 경험하 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언론학 교육의 현장은 어떠한가? 아마도 변화에서 가장 더딘 행보를 보이는 곳이 교육 현장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육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과거의 교육을 받은 교육자들은 미래의 교 육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디지털 생태계는 거의 속도전이라 할 만큼 변화가 빨라서 학교 교육이 이를 쫓아가기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언론학 교육의 자성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도 같은 문제들을 토로하고 있다. 니만저널리즘연구 소(Nieman Journalism Lab)의 소장인 조슈아 벤톤(Joshua Benton)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의 언론인 육성이 어떻게 변 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교수들은 대체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어떻게 변하고 있 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 둘째, 변화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기존 방식 이 옳고 새로운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들에게 교 육을 받다 보니 ‘디지털 세대’인 20대도 전통적 의식에 길들여져 있다. 게다가 학교는 주로 기술 중심적인 교육을 한다. 학생이 저널리즘스쿨 을 졸업할 때쯤이면 영상, 사진촬영도 잘하고 팟캐스트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기술을 조금 추가하는 것이다. ‘디지 털 환경’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존 저널리즘에 기술 교육만 시키는 게 문제다”(≪미디어오늘≫, 2014. 8. 4). 이 문제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날로그에 디지털 기 술을 덧입히는 정도의 변화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현장에서 따 라갈 수 있을 정도의 기술 교육이라도 되어 있으면 다행이다. 이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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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실습, 취업을 위한 스펙 중심의 교육, 인문학 적 상상력의 부재를 낳는 기초 교양의 부실 등 2009년 미래위원회가 조 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학 교육이 현장에서의 요구를 제대로 채워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전공 관련 동아리 활동’,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 ‘개별 스터디 그룹’, ‘공모전’, ‘취업 특강’, ‘사설 아카데미’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는 결국 교과과정과 취업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학부생들이 각 자 별도의 비용을 들여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언론학미래 위원회, 2009). 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학 연계는 대학 별로 아주 미미하게나마 행해지고 있을 뿐이고, 현장에서의 요구에 조응 하지 못하는 학교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은 결국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융성해 가고 있다. 대학은 구조조정의 칼 날 앞에서도 변화에 조응하기 어려운 구조 그대로다. 융합과 통섭에 대 한 지향은 있으되 전공별, 학과별, 학부별, 단과대학별, 대학별 칸막이 교 육은 여전해서 개별적인 노력에 온 힘을 빼는 것도 여전한 현실이다. 기업은 어떠한가? 신입을 뽑아 교육하려는 기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거나 혹은 대학 시절의 현장 관련 업무 경 험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 시장에서는 경력 같은 신입이 늘고, 나이 장벽도 무너져 막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이현택, 2013). 그나마 1년을 주기로 신입을 육성 하는 시스템은 고작해야 일간지와 종합편성채널, 지상파방송 정도다. 다른 규모가 작은 신문이나 잡지, 독립제작사, 광고회사들은 매년 신입 을 채용하지도 않는다. 신입사원 공채시스템이 점차 미디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적자원이 필요 없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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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창출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게다. 그만큼 언론사들 이 직원 채용과 양성에 비용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졌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미디어 현장의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이전에 비해 점점 보수나 대우 등 전반적인 노동 환경은 악화 일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학의 미래,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위기를 인식하고 주위를 돌아보면 희망은 곳곳에 있다. 미디어 시장이 열악해진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전통적 미디어의 쇠락일 뿐 새로운 신생 미디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이 생겨나고 있 다. 디지털이기에 가능한 방송통신 융합은 다양한 미디어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뉴스 미디어만 보더라도 ≪뉴욕타임스≫가 혁신보고서 를 내놓으면서 경쟁 상대로 지목한 ≪버즈피드(BuzzFeed)≫처럼 수용 자가 올린 기사와 제휴 미디어의 뉴스를 단순 편집, 정리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인 소셜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이미 잘 알려진 블로그형 미디어 인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나 동영상 중심의 뉴스 콘텐츠 업체 인 바이스(Vice)도 이미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초 잡지 에서 시작한 바이스는 2013년부터 유튜브를 이용, 다큐멘터리 전문 바 이스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BBC는 2014년 들어 인스타그램용 뉴스 생 산에 들어갔다. 인스타팩스라고 불리는 인스타그램 뉴스 동영상은 13 초짜리 뉴스로, 13초 안에 스토리텔링을 해내는 방식이다. 젊은 세대에 게 다가가기 위한 뉴스 전달 방식의 사업 모델은 미국에서도 등장했다. NBC는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와 협업하여 NBC는 뉴스의 자료 화면을 제공하고, 나우디스뉴스는 모바일에 친숙한 이들에게 13초 동 안 짧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동영상에 담아 넣는 작업을 한 다. 이처럼 전달 방식에 따라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게 미디어 시장의 최근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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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육 변화의 현장 김성해 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글로벌 디지털 사회. 언론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 학은 디지털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분야로 진정한 의미의 융합 과 통섭이 가능한 분야다. TED와 위키피디아(Wikipedia)와 페이스북 (Facebook), 트위터(Twitter)와 같은 디지털 기업은 물론 허핑턴포스트 (Huffington Post), 데일리 캔디(Daily Candy), 업워시(Up Worthy) 등은 모두 언론학과 관련이 깊다. 뉴스, 광고, 영상물 등은 이들 기업의 주력 상품이거나 다른 사업을 위한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예컨대 구글 (Google)과 야후(Yahoo) 등에서 뉴스는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 중 하나 며, 언론 매체로 알려진 BBC와 CNN 방송을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 과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은 복합 미디어 업체로 전환 하고 있다. 물론 초기 언론학 교육은 종이 신문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 기술 을 가르치기 위한 소박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워싱턴&리 (Washington & Lee University)대학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언론학 교육은 영문학과의 한 과목에 불과했다. 20세기 초반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출범한 저널리즘스쿨 역시 정식 학과로 독립되지는 못 했고 직업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언론학 교육은 그 이후 라디오,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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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과 인터넷 등의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등장과 미디어 기업의 성 장을 거치면서 큰 폭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 케이션(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학과로 대표되는 언론학 분야는 이제 광고와 홍보, 공공외교를 비롯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조직 커뮤니케이션과 휴먼 커뮤니케이션, 문화 연구와 미디어 연구 및 정책 연구 등을 포괄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언론학 교육은 크게 저널리즘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이론과 실습을 통합하는 형태,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가 주도하는 이론 중심, 및 공학과 경영학 등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형태 등으로 구분할 수 있 다. 디지털 혁명을 맞아 학문의 외연 자체가 날마다 확장될뿐더러 이미 방대한 규모인 언론학 분야를 모두 살펴보는 것은 따라서 거의 불가능 에 가깝다. 동일한 언론학 분야라고 하더라도 국가별 차이도 상당하다. 미국처럼 대학과 대학원 중심으로 언론학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도 있 지만 프랑스와 독일처럼 언론 유관 기관이 운영하는 직업학원에서 교 육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이라는 언론의 특성을 감 안해 광고, 홍보 및 스피치 커뮤니케이션과 분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국과 같이 한꺼번에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글로벌 현장은 그중에서도 저널리즘스쿨 (J School)이나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언론학 관 련 이론교육을 비롯해 뉴스, 광고와 영상 및 팟캐스트 제작과 같은 직무 교육을 병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여기에는 의과대학 과 같이 강의·실습과 연구 등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일체형 모델, 외 부 언론사와 인턴십이나 콘텐츠 제휴 등이 이루어지는 산학협력 모델, 저널리즘학과를 넘어서, 비즈니스, 공학, 정보과학, 예술 등 다른 학문 과 융합을 시도하는 노력 융합 모델 및 학교 내 디지털 랩 설치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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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혁신 모델 등이 포함된다. 먼저 일체형 모델은 디지털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미디어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학 부설 병원처럼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협 동조합에 가까운 모델이다. 미국의 뉴욕시립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버클리대학교,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등에서는 학교 부설 언론사를 설 립해 운영이며, 이 회사를 통해 인턴십은 물론 향후 대기업에 가는 데 필 요한 전문 훈련을 소화한다. 또한 산학협력 모델은 대학과 언론사가 일 정한 영역에서 콘텐츠 제휴 관계를 맺거나, 인력을 파견하거나, 또는 특 강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된다. 공익재단과 대학이 프로젝트 형태로 진 행하거나, 외부 언론사와 대학이 공동으로 언론사를 운영하는 경우 또 는 대학이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설 및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경우 등 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밖에, 학제 간 융합 모델은 경영학이나 공학 등 다른 학문 영역과 언론학이 결합한 유형이다. 미국 뉴욕시립대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창업가형 저널리즘(Entrepreneurship Journalism)이나 디지털 혁신 기업을 연구하는 저널리즘 랩(Journalism Lab) 등이 여기 에 해당한다. 끝으로, 자체 혁신 모델은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지만 취업과 같은 보다 명확한 목적을 지 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멀티미디어 전공을 새로이 신설하는 등의 경우가 포함된다. 물론 이 장에서 다루는 언론학 교육 모델은 유일한 것도 모든 것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혁신의 현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모 델별로 구분을 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들 모델은 통합적으로 진행된 다. 기존의 산학협력을 유지하면서 일체형 모델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 고 자체 혁신을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 게다가 주로 다룬 미국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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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로벌 사회 전체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모델 간 중첩되거나 명확한 경계선이 없는 경우 역시 있다. 그러 나 미국 사례는 단순히 특정한 국가의 예외적인 경우를 넘어선다. 미국 학계는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을뿐더러 언론학 교육의 모델을 정 립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이유가 있다. 디지털 혁명에 대 응해 새로운 언론학 모델을 정립하고자 하는 유럽과 아시아 각국은 이 런 배경에서 미국식 모델을 적극 모방하고자 한다. 혁신의 현장을 직접 참관하고 그 내용을 보다 심도 깊게 살펴보지 못한 한계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형 언론학 교육의 모델을 탐색하는 데 있어 미국에서 현재 어떤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일체형 모델1) 언론학 교육은 다른 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습의 통합이라는 특징을 갖 는다.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언론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계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 언론의 규범적 역할, 언론과 민주주의 등의 과목을 중요시 한다. 광고, 영상, 다큐멘터리 등 상징물을 다루는 전문적 중개

1) 지역공동체의 정보 수요를 채워 주기 위한 일체형 모델의 필요성은 연방커뮤니케이션위 원회(FCC)가 펴낸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정보에 관한 나이트 위원회 보고서(Knight Commission Report on Information Needs of Democracies)”에도 잘 나와 있다. 당시 보 고서에는 “병원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저널리즘대학은 그들이 속한 지역공동체에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점과 “지역병원이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를 병행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제작하고, 혁신의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거론되어 있다(최민재 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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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Professional Communicator) 양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할 경우에도 성찰적이고, 비판적이고, 분석적이면서 또한 대중적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 능력은 중요시된다. 언론 현장에서는 이와 달리 영상을 촬 영하고 편집하는 능력, 글쓰기, 디지털을 활용한 그래픽 작업과 같은 업무와 관련한 실습을 강조한다.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 고 현장에서 따로 가르쳐야 한다는 점과 전통적인 언론학은 오히려 제 대로 된 저널리즘 활동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비판, 그리고 현장에서 언 론학 전공자의 비중이 별로 높지 않다는 점 등이 이러한 시각과 연결되 어 있다. 미국의 언론학 교육은 이런 갈등을 일찍부터 교과과정에 반영 하고자 노력했으며 학교 내 방송국과 신문사를 활용하거나 실습과목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법으로 타협점을 모색해 왔다. 일체형 모델은 이론과 실습이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디지털 혁명의 직접적 결과다. 방송국과 신문사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 는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했고 장소와 관리비 등도 문제였다. 디지 털 기반의 온라인 언론사는 이와 달리 설립과 관리 비용이 거의 필요 없 다. 블로거 등의 형태로 바로 시작할 수도 있고, 유튜브를 활용해 동영 상도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다. 대학 당국이나 학생회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야만 운용할 수 있는 학내 방송국이나 신문사와 달리 단일 학과 차원에서도 쉽게 운용할 수 있다. 뉴스룸 공간은 학과의 빈 공간 을 이용하고, 카메라와 컴퓨터와 같은 기자재를 같이 쓰고, 또한 매년 일정하게 공급되는 학생들을 인턴, 신입 및 경력 등으로 분류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 모델은 의과대학에서 강의, 실습과 의료서비스 제공 등을 일체화시킨 것처럼 이론 수업과 직무 훈련 및 실제 경영 등이 모두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지역사회에 있는 의과대학이 지역민을 대상으 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경영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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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미국 대학의 일체형 모델 사례 대학명

매체

뉴욕시립대학교

Voice of NY

세부분야 저널리즘

리먼칼리지

The Bronx Journal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Neon Tommy

비디오 저널리즘

애리조나주립대학교

Cronkite News

복합미디어

일리노이대학교

CU-CitizenAccess

탐사저널리즘

몬태나대학교

Reznet News

교육용 저널리즘

텍사스대학교(엘파소)

Borderzine

교육용 저널리즘

텍사스대학교(오스틴)

Reporting Texas

저널리즘

템플대학교

Philadelphia Neighborhoods

멀티미디어

컬럼비아대학교

The New York World

저널리즘

그림 1 뉴욕시립대학교, Voices of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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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모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언론사가 채워 주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정보수요를 충족시킨다. 표 1은 2014년 현재 미국의 주요 저널리즘스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다. 언론학 분야의 의과대학 모델(Hospital model)에서 언론사의 유 형은 다양하다. 블로거처럼 아주 단순한 형태도 있고, 동영상과 팟캐스 트 등을 모두 활용하는 복합 미디어도 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역밀착형 뉴스를 주로 다루며 여기에서 학생은 일종의 일하면서 공 부하는 직업인이 되며, 교수는 현장 에디터와 교육자라는 이중 역할을 한다. 디지털 혁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점에서 등장 시기는 주 로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웹사이트는 스마트 미디어로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콘텐츠의 형태 역시 텍스트, 영상, 팟캐스트, 그래픽, 다큐멘터 리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몇 개 사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맨해튼은 수많은 언론사와 학교 및 금융기관과 국제기구 등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연히 저널리즘대학(원) 도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퓰리처상을 주관하는 컬럼비아대학교를 비 롯해 비즈니스저널리즘으로 유명한 뉴욕대학교와 공립 대학으로 저렴 한 학비와 양질의 교육으로 유명한 뉴욕시립대학교가 있다. 현직에 있 는 전문 언론인을 강사로 초빙할 수 있다는 점, 학생들에게 폭넓은 인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현업 기자들과 더불어 손쉽게 산학협력이 가능하다는 점, 또 일체형 모델에 적합한 소비자와 뉴스 콘텐츠 시장이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그중에서 뉴욕시립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은 맨해튼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는데 2008년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양질의 우수한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의 위치에 둥지를 틀었다. 일반 기업의 뉴스룸과 같은 환경을 갖춘 3층과 강의실 중심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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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Neon Tommy

층을 연결해 활용한다. 보이스오브뉴욕은 이 대학원이 소유하고 있으면 서 대학원생과 교수가 직접 운영하는 일체형 모델이다. 매체의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뉴욕주와 맨해튼 인근의 소수 자 이민사회와 유색인종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했 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본 이슬람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각성에서 시작했다. 2011년 봄, 대학 이 사회의 결정에 따라 미디어 얼라이언스(Media Alliance)로부터 소유권 을 확보했다. 뉴스 콘텐츠는 텍스트, 영상, 오디오, 사진 및 그래픽 등으 로 다양하다. 웹페이지의 주요 지면은 이민자, 정치, 문화, 라틴커뮤니 티, 아시안커뮤니티를 비롯해 브롱크스, 브루클린, 맨해튼과 퀸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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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로 구분된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학교 에서 운영하는 매체에 참가해야 하며 졸업 이후에도 일정 기간 지역밀 착형 언론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외부 언론사와 동일하게 페이스북, 트 위트, 구글 플러스, 레딧과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한다. 학생들은 자신 의 실명으로 작성된 뉴스를 게재하며 이 과정에서 언론계 경험을 있는 교수의 지도를 받는다. 보이스오브뉴욕에 실린 기사는 때로 ≪뉴욕타 임스≫를 비롯해 주류 언론에 실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저널리즘대학(원)이 발달한 또 다른 지역은 캘리포니아 주로 LA와 샌프란시코와 같은 대도시가 있다.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를 보자. 국내에서 남가주대로 알려진 이 대학은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 이 통합된 아넨버그스쿨(Annenberg School)로 유명하다. LA 다운타운 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LA 타임스≫, ≪LA 비즈니스 저널≫, ≪할리우드 리포트≫, ≪버라이 어티≫ 같은 신문과 잡지·방송·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가 있다. 저널 리즘대학 교수진은 대부분 현업 경험이 풍부한 과학 전문 기자, 비즈니 스 전문 기자 또는 작가 출신이다. ‘네온토미’라는 매체는 이 대학에서 직접 운용하는 매체로 온라인 전용으로 24시간 업데이트된다. 네온토미의 편집 방침은 엄격하다. 다른 매체에 있는 뉴스를 단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편집한 콘텐츠만 활용한 다. 최신 뉴스가 아니거나 부정확한 뉴스 또는 잘못 전달된 뉴스는 학생 들이 운영하는 편집회의를 통해 걸러진다. 당연히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s)를 지향하고 있으며 디지털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 웹페이지의 섹션은 크게 뉴스, 스포츠, 오락, 예술과 문화 및 의견으로 구분된다. 먼저 뉴스는 LA 지역, 미국 전국 및 국제사회 등으로 구분되 는데 모두 학생이 직접 기사를 작성한다. 가령, 최근의 국제뉴스로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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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애리조나주립대학교, Cronkite News

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불법 도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의 러시 아 망명 및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선거 갈등 등이 있다. LA 지역 뉴스의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련 집회 취재, 대학 당국의 학자금 융자 정책, 지역 교통 정책 등이 있다. 문화와 예술 섹션에는 음악, TV와 영 화, 대학 문화 행사 등이 포함되어 있고 대학 및 인근 지역의 문화 행사 에 대한 평론도 싣는다. 또한 디지털 뉴스의 장점을 살려 트위터와 버즈 (Buzz) 등을 통한 실시간 뉴스 중계 서비스를 실시한다. 일반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경력과 숙련 정도에 따라 취재, 편집, 칼럼 등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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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을 맡는다. 일체형 모델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으로는 애리 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피닉스는 뉴욕, LA, 시카고, 휴스턴과 필라델 피아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특히 노년층이 퇴직 후 정착하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크론카이트 (Cronkite)저널리즘대학은 이 도시의 중심부에 있다. 1984년부터 미국 언론계의 전설로 불리는 CBS 방송의 앵커 월크 크론카이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 대학은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학교로 성 장했는데 2005년 부임한 크리스토퍼 캘라한(Christopher Callahan) 학 장의 역할이 컸다.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이적한 그는 비즈니스 저널리 즘을 위한 레이놀즈센터를 영입하는 것을 비롯해 일체형 모델인 ‘크롱 카이트 뉴스’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14년 7월, PBS 피닉스 지부가 아예 저널리즘대학 내부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과정에도 깊이 개입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및 교수가 같이 운용하는 이 매체는 2010년 9 월 설립되었다. 애리조나주와 관련한 현안을 매주 일반 뉴스, 탐사보도 와 흥미 기사 등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뉴스룸은 워싱턴 DC 와 피닉스 두 곳에 있으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력 언론인의 도움을 받 는다. 크롱카이트 뉴스는 일종의 복합미디어로 볼 수 있는데 <크롱카 이트 뉴스와치(Cronkite News Watch)>를 비롯해 카네기나이트재단 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뉴스 21’과 같은 프로젝트를 모두 한 사이트에서 관리한다. 뉴스는 전국, 지역 및 국제사회를 포괄하고 학부생과 대학원 생이 공동으로 뉴스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크롱카이트 뉴스와치>는 학생 2명이 직접 앵커가 되어 진행하는 30분짜리 뉴스 전 용 프로그램이다. 유튜브를 통해 관련 기사를 무료로 공유하며 SNS를 통한 뉴스 중계 서비스 역시 활성화 되어 있다. 언론 분야에 진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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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교육용 저널리즘, Reznet News

어려운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학교 당국과 저널리즘스쿨 또는 학과가 공동으로 운용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에는 높은 산이 별로 없다. 캐나다에서 내려오는 로키산맥이 있지만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돌덩어리다. 대평 원 이남으로 내려오면 산을 보기는 더욱 어려운데 유독 스모키산(Great Smokey Mountain)은 예외다. 산 정상 해발은 약 2000미터 정도로 노 스캐롤리아와 테네시주에 걸쳐 있다. 미국에 유학을 간 한국 학생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가끔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유럽의 백인 에 의해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강제로 추방되었던 인디언 원주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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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비극의 현장이다. 1830년 5월 26일. 미국 20달러 화폐의 주인공이면서 군인 출신 대 통령이었던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은 “인디언말살법”에 서명했 다. 미국 남동부에 살던 인디언은 이 법으로 인해 미시시피강 서쪽에 세워진 보호구역으로 강제로 이주 당했다. 행군 동안 수많은 노약자가 길에서 죽었고 역사는 당시를 “통곡의 오솔길(Trail of Tears)”로 기록 하고 있다. 이 길의 중간쯤에 스모키산이 있었고 지금도 그 흔적은 남 아 있다. 그러나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인디언 상당수는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 정부가 보상을 위해 허락한 카지노 사업을 통해 정체성을 급속히 상실했다. 일부 교육자들과 언론인들이 이런 후세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 저널리즘인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고유한 언어 로 말하고, 문화로 집단의 정체성을 다시 형성하며, 당당한 주체로 살 아가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미국 언론계에는 이런 목적에서 시작된 소 수민족을 위한 저널리즘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언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일부 교육자들과 언론인들이 후세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 저 널리즘인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미국 언론계에는 이런 목적에서 양 성된 소수민족이 상당히 많다. 몬태나주에는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 매코믹재단(McCormick Founation), 나이트재단(Knight Foundation) 과 몬태나대학교(University of Montana) 저널리즘스쿨은 이 지역에 사 는 원주민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주류 언론 및 지역공동 체를 위해 일할 미래의 전문적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한 보다 혁신적인 모 델은 이렇게 탄생했다. 디지털 창업이 돌풍을 일으키던 2006년이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뉴스 콘텐츠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경력 기자들도 채용했다. 몬태나에 있는 ≪나바호(The Navajo) 신문≫의 경력 기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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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텍사스대학교(엘파소), Borderzine

그림 6 템플대학교, Philadelphia Neighborh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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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 대학 출신이었던 제이슨 버게이(Jason Begay)를 편집국장으로 임 명하고 5명 정도의 상근 직원을 고용했다. 학생들은 이들의 지도를 받으면 서 뉴스 콘텐츠를 생산했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이 경력을 활용해 ≪뉴 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AP, ≪스타 트리뷴≫, ≪디트로이트뉴스≫, ≪시애틀타임스≫ 등에서 인턴십을 밟 을 수 있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많은 라틴계 학생이 있 는 텍사스대학교의 상황 역시 이와 비슷하다. 미국의 텍사스주는 석유 자원과 광대한 사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Texas)는 이곳의 대표적인 주립대학으로 오 스틴(Austin), 샌안토니오(St. Antonio), 엘파소(El Paso)와 댈라스 (Dallas) 등 여러 곳에 캠퍼스가 있다. 그중에서 엘파소는 멕시코와 국경 을 맞댄 지역으로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유적이 많다. 지역적 특 성으로 인해 라틴 계열의 이민자 학생이 다수다. 텍사스대에서는 ‘보더 진(Borderzine)’이라는 매체를 운영한다. 국경에 위치한 디지털 잡지라 는 의미다. 다른 일체형 모델과 달리 대학 당국과 공익재단 및 커뮤니케 이션학과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매체로 현직 경험이 풍부한 현직 언론인 이 편집과 경영 등을 맡고 라틴계 학생들이 주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한 다. 학생들은 일종의 객원기자 또는 프리랜서(계약직)로 일하는데 웹사 이트에는 이들의 사진과 전공 및 특기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멀티미 디어 저널리즘을 통해 미국 내 라틴계 목소리를 변방에서 중앙으로 전달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웹사이트의 주요 섹션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다시 말해, 뉴스를 기본으로 멀티미디어, 라틴 문화, 블로거, 예술 과 문화, 기획기사 등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지역공동체에 사는 인 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뉴스를 비롯해 학생 기자가 촬영하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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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짧은 동영상, 영화와 음악회 등에 대한 관람 기사 등도 있다. 뉴스는 크게 인물기사와 교육, 경제, 공공안전과 법률 및 비즈니스로 구분된다. 최근 뉴스로는 엘파소 지역의 교육정책, 국경 지대의 투명성을 강화하 기 위한 캠페인, 지역사회의 여성 지도자 비중을 높이기 위한 공청회 등 이 있다. 독자층을 감안해 영어와 스페인어를 같이 사용한다. 그 밖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점 등은 다른 사례와 유사하다. 미국 독립선언서가 처음 발표된 필라델피아는 동남부의 대표 도시 다. 위로는 워싱턴 DC와 인접해 있고 볼티모어를 아래에 두고 있다. 명 문 사립대를 지칭하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학교를 비롯 해 드렉셀대학교(Drexel University), 템플대학교(Temple University) 와 피어스칼리지(Peirce College) 등이 있다. 주요 신문으로는 ≪필라 델피아인콰이어러(The Philadelphia Inquirer)≫와 ≪필라델피아데일 리뉴스(Philadelphia Daily News)≫가 있고 케이블 방송국과 인터넷 관련 기업이 많다. 이 중에서 템플대학교는 대표적인 공립학교로 상대 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흑인과 이민자 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재학생 대부분은 펜실베이니아 출신이며 흑인의 비중은 약 15%로 흑 백 갈등이 간혹 발생한다. ‘필라델피아네이버후드’는 대학 내에 있는 멀 티미디어 어반 리포팅 랩(Multimedia Urban Reporting Lab)이 발간하 는 매체다. 저널리즘학과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뉴스 양식은 텍스트, 방송, 웹, 디지털 미디어 등으로 다양하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발전이 더딘 지역민과 관련한 뉴스를 발굴해 보 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은 매 학기 주류 언론에서 배제된 지역밀착형 뉴스를 제작해 이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교수를 비롯해 대 학원생 등이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생들은 정규 교과과정 및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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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로 뉴스를 만든다.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 매체의 콘텐츠는 대 부분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섹션은 크게 주제 및 지 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문화, 경찰, 범죄, 경제, 교육, 패션, 정부, 건강, 주책, 음악, 정치, 종교, 과학, 사회이슈, 테크놀로지와 교통 등으로 주 제는 세분화되어 있으며 해당 주제별로 관련 기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지역은 필라델피아 동서남북을 비롯해 리버 워즈(Riber Wards)로 구분되어 있다. 그 밖에,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나가 있는 학생들 이 제작한 뉴스를 위한 인스타그램(Instagram) 섹션도 있다. 디지털 환 경에 맞도록 뉴스는 사진, 동영상과 텍스트 등이 복합적으로 활용된 유 형이 대부분이다.

산학협력 모델 일체형 모델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언론학 교육의 주류 모델은 산학협 력이었다. 장차 언론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직무와 관련한 기술을 익 히고, 현장감을 키우며, 언론계와 인맥을 쌓게 한다는 점 등에서 실제 두 모델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차별성 역시 존재한다. 가령, 학 교 또는 학과가 해당 매체를 소유하고 있는지, 언론 전공 학생이 편집과 제작 등에 있어 주도권을 갖고 있는지, 또 학생들의 참여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등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산학협력의 경우 주도권을 외부 언론사가 갖기 때문에 학생 중 일부분만 참가할 수 있고, 교수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적고, 콘텐츠의 주제와 형식의 결정에 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산학 모델은 표 2에 나오는 것처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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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산학협력 모델 대표사례 유형 프로젝트

명칭 News 21 Initiative Challenge Fund for Innovation in Journalism Education Great Lakes Echo(미시간주립대학교)

공동운영

Newsy.com(미주리대학교) Reznet News(몬태나대학교) The News Outlet(오하이오 북부 대학 및 언론사 간 연대)

대학후원

Investigative Reporting Workshop(아메리칸대학교)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보스턴대학교) Raycom Media & 오번대학교

제휴 관계

W2O Group & 시러큐스대학교 PBS 애리조나 &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양하며 그중에는 대학이 사무실과 일부 학생을 지원하거나 특정 대학 과 지역 매체 간 체결된 사례도 있다. 프로젝트나 공동 운영의 경우에 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는 일체형과 달리 복수 의 공익재단과 언론사 및 대학이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프로젝트 모델

미국 내 산학협력 모델 중에는 우선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례 가 있다. 공익재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저널리즘대학(원)과 전통적인 언론사가 참여하는 형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언론학 교육과정 을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편하고 뉴스비즈니스를 이끌어 갈 양질 의 차세대 언론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뉴스 21’을 꼽을 수 있다. 나이트재단(Night Foundation)과 뉴욕카네기재단(Carnegie Cor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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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News 21’ 선도 과제

of New York)이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각 대학이 일정한 비용을 분담 하는 이 프로젝트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4년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 메릴랜 드대학교, 버클리대학교와 노스웨스턴대학교, 오클로호마대학교 및 오리건대학교 등 많은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카네기재단이 처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그 이후 복수의 공익재단이 참가를 결정했고 모든 저널리즘대학에 문호를 개방했다. 협업 관계를 맺은 대학은 공익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전공 학 생이면 누구도 참가할 수 있다. 해당 대학이 있는 지역 언론에 근무하 는 현직 언론인과 공동으로 탐사보도물이나 기획보도물 등을 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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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온라인뉴스협회, Challenge Fund for Innovation in Journalism Education

다. 공동체 차원에서 고품격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성격으로 인해 공동 작업의 결과물은 NBCNews.com, ≪워싱턴포스트≫, 공공 청렴성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덴버포스트, ≪애리조나리퍼블릭≫, 민포스트 등에도 게재된다. 프로젝트 주제는 매년 다르게 결정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10년의 주제는 “미국 바꾸기(Changing America)”였고 2011년에는 “당신의 음 식은 안전합니까(How Safe is Your Food)”가 주제였다. 2012년에는 “투표할 수 있는 유권자(Who Can Vote)”를 주제로 한 공동기획이 열렸 고 2013년의 주제는 “귀향: 9/11 테러 희생자들이 겪는 오래된 고통”이 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뉴스 중에는 “생환자들의 치솟는 의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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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희생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실태, 청각 상실의 고통을 겪는 희생자들” 등이 있다. 온라인 뉴스협회가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저널리 즘대학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온라인뉴스협회는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모두 2000개 이상의 회원이 참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온라인 언론사에 종사 하는 전문 언론인이다. 디지털 저널리즘 분야의 혁신과 탁월성을 목표 로 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온라인 저널리즘 관련 수상과 언론인 교육 및 젊은 디지털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장학 프로그램 등이 있다. 언론 학 교육 혁신을 위한 펀드는 이 협회가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디지털을 활용한 획기적인 기획보도나 탐사보도 등을 지원한다. 2014년 펀드 수 상자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뉴욕시립대학교,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텍사스주립대학교, 일리노이대학교, 미주리대학교, 뉴멕시코대학교, 오크라호마대학교, 위스콘신대학교 등이다. 취재 주제로는 “디지털 감시 장비를 통한 수질 개선 방안, 지역 소 외 계층의 소통 강화를 위한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 전략, 뉴멕시코의 포 털 뉴스와 저널리즘의 품격, 음악 저널리즘이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효 과” 등이 있다. 기존에 선정된 대학과 주제로는 컬럼비아칼리지(시카 고)의 “모바일 뉴스 카페 실험”, 드폴대의 “모바일 저널리즘을 활용한 시카고 지역공동체 취재”, 하워드대의 “뉴스 오아시스”, 머서대의 “지역 정보수요 충족을 위한 새로운 지역뉴스” 등이 있다. 디지털 뉴스 생태 계를 맞아 대학, 언론사와 공익재단이 공동으로 언론사를 설립해 공동 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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