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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이면서 매우 통제적인 구글의 조직 운영 원리다. 기획 개발 부서는 자율로, 영업 관리 부서는 통제로 관리한다. 돌아보면 인간의 모든 혁신과 지속은 이 두 가지 요소의 통일이었다. 서로 관계가 없는 두 요소를 결합시키는 것이 창조 전략의 핵심 방법론이다. <명확한 아이디어>, 르네 마그리트, 1958


인텔리겐치아 2282호, 2014년 10월 28일 발행

크리스 빌튼(Chris Bilton)과 스티븐 커밍스(Stephen Cummings)가 쓰고 안채린이 옮긴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Creative Strategy: Reconnecting Business and Innovation)≫ 이 책은 창조성이 경영 전략의 중심에 자리 할 수 있는, 그리고 경영 전략이 창조성의 중 심에 자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 ‘전략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는 다르지 않다’,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 4쪽.


창조 전략이 뭔가? 참신하고 독창적인 혁신을 지속 가능한 산업 가치로 전환하는 새 경영 전략이다. 얼마나 새로운가? 창조적 혁신과 전략적 경영에 대한 기존 논의 를 보라. 그 둘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인식 되었다. 이유가 뭔가? 창조성을 비논리, 비효율 영역의 문제라고 치부한 탓이다. 창조 전략은 뭐가 다른가? 창조적 혁신과 전략적 경영을 새롭게 연결


한다. 연결 고리는? 이연연상(二連聯想, bisociation), 곧 서로 관 계가 없는 두 요소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적대 적 관계로 여겨졌던 혁신과 경영을 상호 보완 적인 관계로 전환시키는 핵심 방법론이다. 혁신과 경영이 만나야 하는 이유는 뭔가? 창조적 사고를 통해 생성된 혁신은 전략적 사 고를 통해 실제 전략으로 정교화되어야 하 며, 전략적 사고를 통해 체계화된 전략은 창 조적 사고를 통해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 혁신이 이 로써 가능해진다.


이 책,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 하라≫는 무엇을 말하는가? 크리에이티비티를 창의성이 아닌 창조성 측 면에서 살펴본다. 창조 전략의 네 구성 요소, 곧 전략적 이노베이션, 기업가정신, 리더십, 조직 전략 측면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창의성과 창조성은 어떻게 다른가?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을, 창조성은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특성’을 뜻 한다. 특정 맥락에서 시장 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전략 접 근을 통해 실제 시장 가치로 만들어 내는 게 창조성이다.


혁신과 경영의 연결에서 관건은 무엇인가? 경영의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의 통합적인 주 기로 이해해야 한다. 통합적 경영 주기란 무엇을 말하는가? 창조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뤄 낸 이노베 이션의 가치를 실제 시장적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서 전략적 기업가정신은 필수다. 이것을 장기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리 더십이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 으려면 조직의 안정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이 것이 통합적 경영에 필요한 전체 주기다.


창조 전략의 역할은 무엇인가? 통합적 경영 주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 도록 모든 요소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보여 준다. 전략적 이노베이션이란 무엇인가? 발견과 창조의 이연연상적 결합을 통해 기 존 맥락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1980년 아메리칸항공의 고객 포인트 적립, 상환 제도가 단적인 예다. 아메리칸항공의 이노베이션 포인트는 어디 인가? 발견과 창조의 이연연상이다. 어차피 빈 채 로 운항될 좌석을 마일리지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했다. 마일리지 포인트를 쌓은 고객들 을 추가 이용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공짜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는 데서 그치 지 않고 이를 색다르게 해석하여 경영 전략으 로 승화시킨 사례다. 전략적 이노베이션에 창조와 발견의 이연연상이 필요하다는 사실 을 보여 준다. 기업가정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략적 기업가정신은 ‘딜레탕트’와 ‘딜리전 트’, 이 두 태도가 이연연상적 결합을 이루며 생성된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의 잠재성 을 인지하고 이를 개발하여 시장 도입의 가능 성을 평가하기까지의 단계에는 직관적이고 충동적인 ‘딜레탕트’적 태도가 필요하다. 제


품화 결정이 된 뒤로 아이디어의 정교화 과정 을 거쳐 시장으로 최종 도입되기까지는 목적 지향적이며 근면한 ‘딜리전트’의 태도가 요 구된다. 창조 전략에서 리더십의 역할은 무엇인가? 리더는 비전 제시와 상호 교류를 이연연상적 으로 결합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 네 가지를 유념하라. 기업 핵심 이해 관 계자들과의 연결, 기업의 비전을 조직원들에 게 간단하게 제시하는 서싱(sussing), 조직 아 래로부터 창조적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나 올 수 있도록 활성화하기, 그리고 조직과 연관


된 내·외부적 관계망 구조를 매핑하기다. 창조 전략을 기업조직에서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조직원 통제의 집중과 완화를 이연연상적으 로 결합하는 것이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생 성하는 조직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이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고정 관념이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조직 운영 방식이 자율 적이면서도 매우 통제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 다.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는 부서 는 자율적으로 운영되지만, 그 외의 대부분


부서는 전통적인 통제 운영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채린이다. 영국 워릭대학교 문화정책연구 센터 박사과정에 있다.


자율적이면서 매우 통제적인 구글의 조직 운영 원리다. 기획 개발 부서는 자율로, 영업 관리 부서는 통제로 관리한다. 돌아보면 인간의 모든 혁신과 지속은 이 두 가지 요소의 통일이었다. 서로 관계가 없는 두 요소를 결합시키는 것이 창조 전략의 핵심 방법론이다. <명확한 아이디어>, 르네 마그리트, 1958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 크리스 빌튼·스티븐 커밍스 지음 안채린 옮김 미디어 경영 / 문화 산업 2014년 10월 28일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536쪽 32,800원


작품 속으로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 크리스 빌튼 · 스티븐 커밍스 지음 안채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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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는 다르지 않다: 잘못된 구분법들을 창조적으로 연결하라

한밤중에 두 시체가 일어나 싸웠네. 등과 등을 맞대고, 서로가 마주했을 때, 서로를 향해 동시에 칼을 휘둘렀네. - 무명씨

이제까지 창조성과 경영 전략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어 왔음에도 불 구하고, 두 개념의 특성이 제대로 이해된 적은 없었다. 이노베이션을 비 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혹은 전략적 사고를 창조기업(creative enterprise)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서들은 실로 넘치 지만, 대부분의 조언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상호 교류적인 관계를 내재하고 있는 창조적 과정과 전 략적 과정의 본질을 무시하고, 고정관념에만 의존하여 분석한 예가 대 부분이었다. 때로는 그저 겉핥기에 불과한 경영 전략 분석도 난무했는 데, 하나의 특정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조성’의 예시로 들거나, 창조 적 이니셔티브를 ‘전략적’인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창조성과 경영 전략이 서로 대립적인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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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로 비춰져 왔다는 점이다. 구시대적인 설정의 대치 상황에서 상대를 제대로 겨냥하지도 않고 칼을 휘두른, 위의 시 속에 등장한 두 시체처럼 말이다. 이 책은 창조성과 경영 전략에 대한 이와 같은 고정관념들과 잘못 된 개념들을 없애고, 창조성이 경영 전략의 중심에 자리할 수 있는, 그리 고 경영 전략이 창조성의 중심에 자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 다. 우리가 이 책에서 발전시키는 접근법이나 프레임워크(framework) 는 한편으로 경영 전략에 대한 창조적 접근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창 조성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하겠다. 실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조직들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공연 제작 에서 컴퓨터게임, 소설 창작에서 라면 산업, 야구 경기에서 바코드, 패 션 산업에서 스포츠 산업까지) 우리는 이들 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조직 들은 창조적이면서도 동시에 전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다양한 조직들 안에서 효과적인 창조성과 경영 전략을 이끌 어 낸 과정들은 서로 매우 유사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로 칼을 휘두른 투사는커녕, 경영 전략과 창조성은 오히려 동반자적 관계로 이 해되어야 마땅했다. 다양한 산업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 전략(creative strategy)’을 조사 하는 동안, 우리는 성공적인 기업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하나의 프 로세스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이 프로세스는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 으면서도 모순적인 관계를 이루는 두 명제의 대구들(couplets)로 구성 된다. 창조성 생성 과정에서는 ‘모순적 사고(paradoxical thinking)’가 핵심 요소인 반면, 경영 전략의 생성 과정에서는 모순성과 복잡성을 최 대한 배제하고 명확성과 단순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창조 전략 수립에서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요소들(이노베이션,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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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리더십, 조직)의 바탕에 깔려 있는 모순적 관계들에 대해 논할 것 이다. 본격적 논의에 앞서, 이 책의 전체에 적용될 개념들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창조성의 세 단계 정의를 제시하고, 그동안 경영 전략이 왜 ‘창조적이지 않은’ 경향을 띠어 왔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경영 전략에 대한 보다 폭넓은 시각을 제시한 뒤, 우리가 제시하는 창조 전략 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우리는 지금까지 경영 전략과 창조성의 통합적 이해를 방해해 온 ‘다섯 가지의 잘못된 구 분법들(five false separations)’ 혹은 상상 속의 차이점들을 없애고, 21 세기에 성공적인 조직들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창조적 연결점(five creative connections)들을 밝혀내고자 한다. 이 잘 못된 구분법들을 없애고 새로운 창조적 연결점들을 잇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다섯 가지의 잘못된 구분법들을 극복하라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를 통해 없애 버리고자 하는 첫 번째 잘못된 구분법은 경영 전략을 회계나 마케팅처럼 하나의 독립 된 비즈니스 분야로 보는 시각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시각이 경영 전략 을 최초로 정의했던 연구 문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챈들러 (Chandler)와 앤소프(Ansoff) 같은 경영 전략 분야의 개척자들은 경영 전략이 기업 운영 부서들의 ‘위에(over and above)’ 존재한다고 보았다. 경영 전략은 당시 일반적인 형태였던 피라미드 조직 구조 안에서 꼭대 기에 놓인 갓돌(capstone)로 여겨졌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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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가지 접근법이 파생되었다: 첫 번째 시각은 경영 전략을 생산적인 통합, 또는 조직의 모든 파트(즉 조직부서나 기능, 지역사무소들)를 하 나로 화합할 수 있게 하여 각 파트를 단순히 합친 것보다 더 큰 통합을 이 루게 하는 것으로 보았다. 두 번째(그리고 우세한) 시각은 다른 부서로 부터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마케팅이나 회계 부서처럼, 경영 전략도 조 직의 가장 높은 단계에서 수행하는, 다른 부서와는 떨어져 있는 개념으 로 보는 것이다. 두 시각의 차이는 미묘했지만, 그 차이가 불러온 악영 향은 심각했다. 많은 학문적 논의가 이어지면서, 이제 바람직한 경영 전략 프로세 스는 어떠해야 하는지(합리적인가, 문화적인가, 정교한가, 생성적인가 등등)에 대해 여러 다양한 철학적 또는 학문적 접근 방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어떤 논의도 조직 전체에 목적을 연결해 주는 경영 전략의 실용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이처럼 경영 전략 의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곳’1)에서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면, 경영 전략의 가치는 절하될 수 있다(그리고 실제로 자주 그래 왔다). 따 라서 우리는 경영 전략에 대한 첫 번째 시각을 다음의 접근에 새롭게 연 결해 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본다. 경영 전략은 실제적인 의미를 만 들 때, 즉 조직 내에 상존하는 여러 다양한 측면과 철학적 관점, 연결 요 소들에 공동의 창조적 목표를 통합해 부여해 줄 때에만 시작된다는 것

1) 원작자는 경영 전략이 ‘where the rubber meets the sky(자동차 타이어의 고무가 하늘과

만나는 곳)’에 있다는 표현을 씀으로써 지금까지의 경영 전략에 대한 논의가 실제적인 역 할과는 동떨어져 왔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표현은 ‘where the rubber meets the road(자 동차 타이어의 고무가 도로와 만나는 곳. 즉 진가가 발휘되는 곳)’이라는 관용 표현을 비 틀어서 사용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하여 본문에는 의역인 ‘가치가 제대로 발휘 되지 못하는 곳’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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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인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영 전략은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갓돌 이 아닌, 조직이 조화롭게 협력하며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중추 가 되어 주는 쐐기돌(keystone)로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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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두 번째 잘못된 구분법으로 이어진다. 창조성과 경영 전략이 근본 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기업가들은 창조성을 주로 참신 성, 개인주의, 그리고 독창성과 동일시한다. 즉, 미리 계획되지 않은 즉 흥적인 아이디어들의 분출로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이 심화되었을 때에는, 두 방식의 사고가 뇌의 서로 다른 쪽에서 이루어진다는 논의로도 이어진다. 창조성은 자유롭고, 역 동적이고, 경계가 들쭉날쭉한 우뇌적 사고로 보는 반면, 경영 전략은 감 정이 없고, 합리적이며(심지어 과도하게 합리적이며), 좌뇌적 사고로 여겨진다. 창조성이 광기 어린 디오니소스(Dionysus)[혹은 바커스 (Bacchus)]라면, 경영 전략은 아폴론(Apollo)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질적인 창조적 행위에는 두 타입의 사고방식이 결 합·통합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발한 창조적 아이디어들은 보다 합 리적이고 정교한 일련의 사고방식들에 의해 일종의 틀이 갖추어질 때에 서야 실체를 갖추어 실현될 수 있다. 이는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라, 거 의 150년 전에 쓰인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연구에서 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와 비슷하게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는 인간의 창조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아마도 현대 최초의 연구서를 통해서, 발명이나 발견은 여러 다른 아이디어나 각도들의 결합으로 이 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쾨슬러는 “‘생각하는’이란 뜻을 지닌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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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o는 ‘모든 것을 섞는다’는 뜻을 지닌다. … 창조적인 행위는, 이전에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였던 평범한 경험들을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익숙 함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창조성이 또 하나의 쐐기돌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창조성은 아직 서로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경험과 직관의 측면들을 결합하여 인간의 경험 자체를 변화시킨다. 쾨슬러는 이를 ‘이연연상(二 連聯想, bisociation)’이라고 설명한다. 창조의 행위가 생산적이거나 즐

거운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봄으로써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창조적 과정과 그 과정이 만들어 낸 결과물 안에서 창조성은 하나의 연결점을 만들어 낸다. 하나의 창조적 행위는 물리학자가 생각 하는 사물의 자연스러운 엔트로피 과정을 뒤집는 것이다. 전략적 행위 도 마찬가지다. 모든 비즈니스 분야 중에서도 특히 경영 전략은 ‘창조적인’ 접근을 고집해야 한다. (경영 전략이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라 기업 통합적인 쐐 기돌이라는 위의 주장을 전제로 한다면) 경영 전략은 한 기업을 이루는 수많은 세부 조직과 영역들이 모여 부딪히고, 경쟁하고, 합의를 이루고, 나아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안 타깝게도 우리는 창조적인 사고와 전략적인 사고(그리고 ‘창조’ 산업과 ‘일반’ 산업)를 대립적인 두 개의 극으로 보는 시각에 익숙해져 있다. 창 조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를 결합하고,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배워 나가 기보다는, 무엇이 ‘전략적’이고 무엇이 ‘창조적’ 인지를 성실하게 구분해 옴으로써 둘을 점점 더 멀어지게 하였다. 왜일까? 이는 두 가지가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다루어져 왔기 때문일 수 있다. 예술가들과 창조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creative professionals)은 업무 과정 내의 의사 결정과 전략 설정 과정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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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을 일종의 통제·책임 체계로 이해해 온 경향이 있다. 비즈니스 리 더들은 창조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의 몇몇 유사성을 분석하지 않고, 창 조성을 영감(inspiration)이나 예측불가능성의 메타포로 이해한다. 이처 럼 ‘창조성’과 ‘경영 전략’은 양쪽 분야 내에서 서로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극단적인 대립 요소로 여겨져 왔다. 두 요소의 관계를 실제 경험 을 통해 판단하지 않고, 경험 외적인 영역에서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창조적’, 그리고 ‘전략적’인 이니셔티브는 너무도 자주 외부 적인 개입으로 규정지어졌다. 이른바 창조 산업과 예술 분야 내에서는 주로 간부 관리자들이나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명령에 따라 ‘전략적’ 프 레임워크와 전략 경영 방식을 비즈니스 분야에서 차용해 왔다. 따라서 예술 분야에서 ‘경영 전략’은 창조적 과정의 필수 부분으로 인식되기 보 다는, 외부로부터 부과된 못마땅한 것으로 여겨졌다. 마찬가지로, 비즈 니스 안에서의 ‘창조성’은 핵심적 경영 전략 프로세스의 필수 부분이 아 닌 주변부로 여겨져 왔다. 일반 기업이 판매·마케팅팀의 자율적인 동 기나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향상시키기 위해 예술단체를 초청하여 트레 이닝 워크숍을 여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창조성 트레이닝’은 조직 전체의 경영을 위해 적용되기보다는 조직 내에서 개인화, 범주화 되어 온 경향이 있다. 두 분야가 서로 ‘경영 전략’과 ‘창조성’에 상당한 관 심과 열정을 분명히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도적인 방향 성 때문에 각자 경영 전략과 창조성을 자신에게 이질적이거나 독특한, 혹은 보기 드문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경영자들과 예술가들은 근본 적인 실체에 대한 탐구 없이 서로의 언어나 드레스 코드를 모방해 왔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전략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는 첨예하게 대립적인 관계로 남았다. ‘창조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 사이의 차이점들을 드러내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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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산업이 창조적이고 또한 모든 창조성은 어떤 점에서는 전 략적이라고 본다. 어느 분야의 조직에서든 ‘창조 전략’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우리는 창조성과 경영 전략의 기본 적인 유사성과 관련성을 예술, 비즈니스, 스포츠 분야 안에서 살펴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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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과 경영 전략을 서로 배타적인 요소들로 다루어 온 탓에 경기 성 장 시기에 비해 경기 불황일 때에는 창조성과 경영 전략이 덜 중요할 것 (혹은 다르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생겨났다. 따라서 우리가 없애 버리고자 하는 세 번째 구분법은 경기 불황과 경기 성장 시기에는 각각 완전히 다른 경영 전략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거시경제 이론에 의하면 경기 성장과 불황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지속적인 주기 안에 속하는 단계들이다. 계획되지 않은 성장이 불황을 야기하듯이, 불황은 이노베이션을 위한 공간을 열어 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장은 수축 하든 팽창하든 늘 변화하는 곳이며, 이러한 변화는 다국적 대기업이든 소규모 신생 기업이든 상관없이 기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창조적 사고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실제로 경 기 불황은 훨씬 더 큰 엔트로피나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우량 기업들이 보다 방어적 포지션으로 뒤로 물러나게 되면, 시장도 그들을 중심으로 수렴되고 수축되면서 그 사이에 빈 공간들(gaps)이 생성된다. 이 공간들은 창조적 경영 전략을 위한 새로운 기회(그리고 새로운 자극) 를 만들어 준다. 랑콤(Lancome)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아론 드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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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on De Mey)는 자신의 분야 안에서 경기 불황이 ‘창조적인 것’과 ‘상 업적인 것’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 다. “나는 (경기 불황이) 평범함 속에서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좀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이고, 집중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준다.” 이처럼 경기 불황은 비즈니스와 이노베이션을 다 시 이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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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극복해야 할 구분법은 ‘요즘 젊은이들’을 하나의 분리된 세대로 보는 일반적인 견해로, 젊은 사람들이 이전 세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혹은 대립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때로 Y세대, 밀 레니엄 세대, 혹은 N세대(net generation) 등으로 언급된다]. 이러한 시각 은 젊은 세대들이 비즈니스, 경영 전략, 기업가정신, 조직과 같은 것에 크 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한 예로, 최근 한 기사는 지 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환경 친화 활동, 그리고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의 새로운 모임에 대해 ‘안티프레뉴어(antipreneurs)’2)라고 표현 하였다. 하지만 과거의 일반적 통념들 안에서 새로운 목표들을 찾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가정신적 에너지(entrepreneurial energy)를 발휘 한 그들을 우리는 기업가들(entrepreneurs)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 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세대적 구별은 고루한 이분법을 강화한다. 젊은이들은

2) 반대를 뜻하는 anti와 기업가를 뜻하는 entrepreneur의 신종 합성어다. 뜻을 풀어 쓴다

면 ‘반기업가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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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고 즉흥적인 반면, 경영 전략과 관련한 고민은 좀 더 나이가 많 고 지혜로워 보이는 윗사람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창조성 과 경영 전략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근본적인 인간의 특성이라고 생 각한다. N세대의 실패와 성공은 종종 그들의 ‘창조성’, 그리고 전략적 규 칙을 무시하는 성향의 결과로 해석되어 왔다. 물론 젊은 세대들이 신기 술과 함께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며, 이 때문에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 좀 더 독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여전히 그러한 도구들 을 창조적 아이디어와 전략적 방법을 결합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생 각한다. 실제로 최근 여러 평론가들은 방송이나 다른 대중 매체에 의한 일방적 의사소통 방식보다 인터넷이 개인 간의 소통과 결합-우리가 창 조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를 활성화해 주는 것이라고 보는 요소들-을 더 큰 범위까지 확장시켜 준다고 주장하였다. 젊은 세대가 그들 특유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순 있겠지만, 창조적 혹은 전략적 사고 자체는 세 대를 초월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최근의 사례들과 역사적 사례 들을 결합하여 ‘창조적’ 혹은 ‘전략적’ 접근들이 특정 세대나 시기에 구분 되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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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없애고자 하는 마지막 잘못된 구분법은 인위적 전문화(artificial specialization)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 전문화는 창조 전략을 세부 적으로 나누어서 각각을 고유한 권리를 가진 특정 전문 분야로 만들 어 왔다. 이노베이션이나 리더십,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책을 인터넷 에서 검색해 보면 분명 수천만 권의 책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가 이 책을 위한 연구를 시작할 당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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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전략을 망가뜨리는 다섯 가지의 잘못된 구분법들 ∙ 경영 전략은 다른 비즈니스 분야와 차별적인 분야다. → 그렇지 않다. 경영 전략은 모든 원칙의 위에 존재하는 갓돌이 아니라, 조 직 통합적인 쐐기돌로 이해되어야 한다.

∙ 창조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는 매우 다르다.

→ 그렇지 않다. 창조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는 다르다기보다는 비슷한 부 분이 더 많으며, 둘 다 통합적인 과정들이다. 모든 창조성은 잠재적으로 전략적이며, 모든 경영 전략은 반드시 창조적이어야 한다.

∙ 경기 성장과 불황의 시기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그렇지 않다. 창조 전략은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늘 중요하다.

∙ Y세대는 다른 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 그렇지 않다. 모든 세대는(그것이 어떤 구분법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창조성과 경영 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다.

∙ 이노베이션, 기업가정신, 리더십, 기업조직은 각각 따로 떨어진 영역이다. → 그렇지 않다. 창조 전략은 각각의 수행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것 이다.

경영 서적 중에서 단 한 권도 ‘창조 전략’이라는 제목의 책이 없었다는 점 이다. 이 책은 다른 연구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에서 시작한다. 창 조 전략의 모든 실질적인 접근법들은 지금까지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여겨져 온 모든 요소들을 서로 이어져 있는, 하나의 통합적인 주기로 이 해한다. 이 주기는 이노베이션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는 잠 재성(potential)을 만들어 내며 시작되는데, 생성된 이노베이션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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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시장 진입’을 하려면 기업가정신이 부여하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가의 시장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통해서 단기 적 기회들을 장기적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리더십이 발전 되기 위해서는, 적합한 조직적 환경이 연결과 변화를 위한 하나의 프레 임워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조직이 재활성화 되기 위해서 는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그렇게 주기는 다시 시작된다. 이 책 은 이 네 가지 요소에 대한 최종적인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가 효과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었을 때 기업의 생존과 미래 번영을 도울 수 있음을 보여 주고자 한다.

미래를 위한 다섯 개의 창조적 연결점들 모더니티에서 포스트모더니티로의 전환을 보여 주는 특징 중 하나는, 근 대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억지로 하나로 만들어 내었을 역설이나 모순적 관계들을 그대로 포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상이 세계 화되는 중인지 아니면 좀 더 지역 친화적이 되는지를 밝히는 대신, 이제 우리는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1980년대의 캐치 프레이즈였던 ‘글로벌하게 생각하라(think global)’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라. 이후 이 캐치프레이즈는 ‘생 각은 글로벌하게, 활동은 지역 친화적으로(think global, act local)’로 바 뀌었는데, 1990년대 후반 코카콜라(Coca-Cola)는 이를 ‘지역 친화적으 로 생각하고, 지역 친화적으로 활동하라(think local, act local)’로 다시 바꾸었다. 그리고 최근 토요타(Toyota)는 이를 다시 ‘지역에서 배우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라(learn local, act global)’로 바꿨다. 둘 중 하나를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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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함께 생각하는 법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새로운 기술은 사람을 더 무능하게 만들까, 더 발전하게 만들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더 큰 자유를 가져다 주었는가? 한편으로는 그렇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다. 명백한 모순점들을 포용하는 능력이 포스트모던 접근법의 특징이

라면,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는 포스트모더니즘 연 구서로 설명될 수도 있다. 이 책은 한때 동일 사안에 대한 양립 불가능한 접근법들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창조 전략을 통해 역설적으로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 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창조성과 경영 전략에 대한 여러 추 측과 오해들을 없앰으로써, 우리는 다섯 개의 잘못된 구분법들을 새로 운 창조적 연결점들로 전환해 낼 수 있다. 이 연결점들을 발견하게 된 것 이 바로 우리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 앞서 살펴 본 다섯 개의 잘못된 구분법 중 마지막 구분법은-이노 베이션, 기업가정신, 리더십, 조직을 모두 따로 떨어진 영역으로 보는 것-다섯 연결점들의 출발점을 만들어 준다. 창조 전략의 성공은 단지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노베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견고 한 조직으로 연결될 수 있다(물론, 좋은 기업가정신이나 리더십 역시 마 찬가지다). 창조 전략은 이노베이션, 그리고 기업가정신, 그리고 리더십, 그리고 조직을 의미한다.3) 그리고 이 필수 요소들은 모두 각자의 역설적

연결점들을 안에 품고 있다.

3) 원작자는 이 책 전체적으로 단어 ‘and’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서로 다른 개념들을 이어

주는 것이 창조 전략임을 강조하고 있다. 원문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문장 구조 그대로 ‘그리고’로 번역하였다. 해당 문장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Creative strategy means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and leadership an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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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베이션이 주로 창조적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지, 아니면 좀 더 수동 적인 발견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지 만, 이 연구는 두 접근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이노베이션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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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 연구는 두 모순적인 특성, 즉 목표지향적인 성실성(focused diligence)과 특별한 지향점이 없는 자유로운 애호가주의(dilletantism)를 모두 필요로 하는 기업가정신을 통해 창조 전략이 발전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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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초기의 혁신적이고 기업가정신적인 불씨를 보다 지속적인 것으 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조직에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단순한 도구(그림과 같은)를 활용하여 조직원들과 미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현재의 상황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과제를 제시하면서 조직을 이끌 줄 알아야 한다. (성공적인 리더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일반적 논쟁에 대해서도 우리는 양자택일이 아닌, 제3의 시각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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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조직은 이노베이션이 단 한 번의 성공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기존의 이노베이션이 재활성화되거나 혹은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생성될 수 있으려면 조직 통제의 완화와 집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이 필요하다. 요악하자면, 이 연구는 명백하게 모순적이거나 반대적인 특성이나 능력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을 찾아내고 서로를 화해시키는 과정에 창 조 전략을 풀어 갈 열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를 ‘이연연상적 (bisociative)’ 과정이라고 칭하며, 이연연상 과정의 틀이 창조 전략의 발 전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이 책이 다른 연구와 어떻게 다 른지, 그리고 독자들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지에 대한 개요를

창조 전략이 만드는 다섯 가지의 창조적 연결점들 ∙ 창조 전략에는 이노베이션, 그리고 기업가정신, 그리고 리더십, 그리고 조직 의 결합이 필요하다.

∙ 창조 전략은 창조 그리고 발견을 모두 이끄는 이노베이션의 접근법을 포함 한다.

∙ 창조 전략은 성실성(diligence) 그리고 애호가정신(dilettantism)을 모두 고취 시키는 기업가정신의 접근법을 활용한다.

∙ 창조 전략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제시하는 능력, 그리고 현재 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능력을 함께 가지고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 로 한다.

∙ 창조 전략은 조직원들의 활동을 통제하면서도, 동시에 조직원들이 자유롭 게 아이디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형태의 조직을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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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설명하였는데, 이를 토대로 이 책의 남은 논의의 방향을 미리 규정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창조 전략의 역설적 요소들과 이연연상적 사고방식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욱 확장되어 갈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 발 물러서서 창조성의 본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마땅히 창조적이었어야 했을 경영 전략이 오히려 창조성과 거리가 멀어져 온 이유를 알아보고, 이로 인해 생긴 틈 을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를 통해 채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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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이란 무엇인가?

1장에서 우리는 창조성과 경영 전략의 관계를 단절시킨 원인 중 하나가 창조성에 대한 몰이해였음을 언급하였다. 이는 단지 ‘비즈니스 피플’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창조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 역시도 피상 적인 개념을 뛰어넘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뛰 어넘기 위해 우리는 이번 장에서 창조성의 개념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자 한다. 우리는 창조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 시스템 으로 정의한다. ∙ 창조성의 내용(content)

∙ 창조성의 결과(outcome) ∙ 창조성의 과정(process)

창조성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창조성의 정의에 들어가 있 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뜻한다. 창조성의 결과는 창조성의 영향과 결과 물에 대한 보다 실용적인 검증으로, 이 요소가 없다면 창조적 행위는 의 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창조성의 과정은 창조성이 발생할 때 거치게 되 는 역동적 과정들과 상호 교류적 관계들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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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의 내용: 이노베이션 + 개인적 의미를 뛰어넘는 가치 창출 내용으로서의 창조성에 대한 대부분의 현대적 정의들은 두 가지 요건 또는 기준을 포함한다. 창조적 아이디어나 상품은 반드시 참신해야 (novel) 하며, 동시에 가치 있는(valuable)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노 베이션(어원은 라틴어의 nova, 영어로는 new)의 본질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다른 사 람이 먼저 생각해 낸 것일 수도 있다. 마거릿 보든(Margaret Boden)은 개인에게 새로운 것(P-창조성)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것(H-창조 성)으로 창조성을 유용하게 구분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에 따라, 우리는 창조적 행위들은 개인적인 중요성을 뛰어넘는 목표를 가져야 하며, 보 다 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새로움과 독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 장한다. 창조성의 가치 판단 기준은 창조적 생산물이 ‘목적에 부합(fitness for purpose)’하는지, 문제를 해결했는지, 또는 주어진 기준에 맞는지 등으로 표현되어 왔다. 이와 같은 기준은 또한 이노베이션의 개념과도 연결되어 창조성을 ‘단순한 참신성’으로부터 구별 짓는데 활용되어 왔 다. 우연히 발생된, 목적이나 가치가 없는 참신성도 창조적 결과물을 만 들어 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창조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예로, 일 부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미술 전문가들까지 감동케 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들에게 특정한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가 없었다면,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창조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 렵다(그들의 그림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도 말이다). 또한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이 평가되는 외부의 기준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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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거나 해당 기준에 맞추겠다는 의도가 없다면 그 작품이 외부의 가치 기준에 부합하기는 어렵다. 정신분열증이 ‘참신하거나’ 혹은 혁신적인 방식의 외형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정신질환도 창조성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창조적 가치 생산 과정의 의도와 목적, 자기 인식의 중 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론가 존 캐리(John Carey)는 우리가 창조성 의 정의를 예술가나 발명가의 의도(intention)만을 중심으로 구축해서 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비록 실패에 이른 창조적 과정일지라도 애초에 는 창작자의 좋은 의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을 것이며, 예술과 과학 분 야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 수많은 순간들이 우연에서 비롯된 것들도 많다. 창조적 과정의 결과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목적의 부재는 결과물을 덜 새롭게, 또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만드는 요소가 아니 다. 이처럼 캐리는 참신성과 마찬가지로, 창조적 결과물의 가치 역시 맥 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창작자 스스로가 판단하는 가치, 그들의 주 변 사람들이 판단하는 가치, 그리고 더 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판단되 는 가치는 각각 다르다. 따라서 순전히 내용만으로-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로-창조성을 정의하고자 하는 것은 모호한 결과를 낳는다. 로 버트 와이즈버그(Robert Weisberg)와 같은 일부 창조성 이론가들은 지 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창조성 정의에서 가치 요건을 제외하는 것 을 더 선호한다. 이 연구의 목적을 고려할 때, 창조성의 가치(그리고 그 것의 참신성)에 대한 정의는 의도보다는 결과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용이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창조성의 결과는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창조성의 참신성과 가치를 결과물을 통해 판 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하는지(혹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통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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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의 결과들: 문맥을 전환하고 문제점을 재정의하라 창조성의 내용을 넘어서서 보다 실제적인 정의를 내리려면 창조성의 결 과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창조성의 결과물은 반드시 어 떤 변화[혹은 쾨슬러의 시적 표현을 빌리자면, ‘습관의 파괴(destruction of habit)’]여야 한다. 이 변화는 기존에 있는 요소들을 재배치하여, 단순 한 흥밋거리를 넘어서는 새롭고 놀라운 패턴으로 만들어 낼 때 일어난다. 가치 있는 이노베이션은 생성된 후에는 그것이 발생된 맥락이나 프 레임워크까지 전환시킨다. 헨리 무어(Henry Moore)1)는 우리가 생각 해 왔던 조각의 개념 자체를 바꾸었고, 다이슨(Dyson) 진공청소기는 가 전제품과 집안 청소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었다. 마거릿 보든 은 이를 ‘관념적 공간의 변형(transforming the conceptual space)’이라 고 일컬었는데, 진정한 창조적 솔루션은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 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우리가 가지게 될 질문까지 다시 정의 한다. 창조성은 때로 규칙이나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무질서를 동반한다. 하지만 창조적 실천(그리고 창조성 이론)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는 규 칙, 전통, 제약들을 다시 구축하므로 기존의 규칙과 구조 안에서 일어나 게 된다. 피카소(Picasso)의 그림, 또는 존 케이지(John Cage)의 음악은 기존 전통을 깨뜨린 (그리고 재구성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분명 전통적

1) 헨리 무어(Henry Moore)는 영국 요크셔 출신의 조각가로, 전통적이고 틀에 박힌 방식

의 조각법을 거부하고 자연물에 직접 조각을 하는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내었다. 유럽의 조각 전통에 거부감을 느낀 그는 원시 미술과 고고 미술에서 조각의 이상적인 모델을 발 견했으며, 추상적 형태의 예술적 가능성과 조각 재료의 고유한 물질성을 탐구했다(스티 븐 파딩,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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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예술 형식에 대한 인지와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은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계획을 세우고 의사 결정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평가하며, 스스로 에 대한 위치 선정은 물론 외부와 내부의 한계 범위에 따라 작업하기 때 문이다. 창조적 변화는 우리가 문제점이나 시나리오를 보는 방식을 바 꾸며, 또한 그 문제점과 시나리오에 내재된 가치까지 재구축하기 때문 에 큰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창조적 전환은 역설적이다. 우리는 분명 같은 것들을 보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화 되어 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이는 우리를 또 다른 단계로 이끌어 간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려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점들이 우리를 맞 이하는 곳으로 말이다. 무엇이 창조적 행위인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 해 정의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창조성을 성장·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 조적 행위를 결과물로 이끌어 내는 창조적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유용할 것이다.

창조성의 과정: 모순의 포용이 이연연상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창조성의 내용을 참신성+가치, 혹은 ‘가치 있는 이노베이션(valuable innovation)’으로 정의하였다. 창조성의 내용 안에 있는 이 결합적 관계는 창조적 과정 안에 있는 결합과 연결된다. 참신하면서도 가치 있는 어떤 것 에 도달하려면 한 가지 이상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창조적 과정은 명백 히 모순적인 준거 체계들 사이에서 연결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또는 ‘이연연상’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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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과정의 인지이론은 창조적 사고가 여러 단계와 사고방식들 을 포함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지이론은 과거에 창조 적 과정을 이상화된 개인들, 또는 창조적 ‘천재들’에 의해서만 수행되는 단독적 단계들로서 정의하고자 했던 ‘기질 기반(trait-based)’적인 정의 들에 대한 반론으로 볼 수 있다. 창조적 과정의 단계별 목록이나 창조적 개인의 특성 요소들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모순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하기 위해, 창조적인 개인과 조직들 은 모순과 역설을 관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사람들로 인지되기 시 작했다. 결과적으로 창조성의 인지이론은 창조적 과정 안에 모순에 대 한 개념을 통합시켰으며, 이제 우리는 보고 생각하는 데에서 명백하게 모순적인 방식들이 통합되는 것을 창조적 과정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창조적 과정의 인지이론은 창조적인 사람들의 개인적인 성격이나 역량들을 나열하기보다는 그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역동적인 과정들을 추적한다. 인간적 척도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움직임들은 정신적 영 역이나 대뇌의 반구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들과 연관될 것이다. 500년 전에는 한 사람의 ‘정신(psyche)’적 움직임 속에 반대적인 성격과 과정 들이 드러나면 이를 ‘체액(humours)’2)으로 기록했다.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과정들을 뇌 속의 반구 활동과 시냅스 연결들을 보여 주는 뇌수 엑 스레이 사진(encephalograms)으로 재현한다. 신경과학 연구는 창조적 인 과정 동안 뇌의 다른 영역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연결점들에 대해 밝힌 바 있다.

2)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주요 체액(humours)을 혈액, 점액, 담즙, 흑담즙으로 분류

하고, 지배적인 체액에 따라 사람의 기질이 결정된다고 했다. 이른바 4체액설이라고 불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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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스캔 사진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창조적인 과제를 수행할 때 좌 뇌와 우뇌를 함께 사용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창조성이 생성되는 참신 한 연상들을 만들어 내려면 뇌의 많은 부분을 오가며 작업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더하며, 창조성이 우뇌 반구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이전 의 일반적 시각을 약화시킨다. 실제로 최근 한 흥미로운 연구는 스키조 타입(schizotype: 정신분열증이나 다른 정신 질환들과 관련된 증상들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양측 두뇌 사용 능력을 보여 주며, 정신병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인 ‘정상’인들에 비해 훨씬 참신한 연상들을 만들어 냈음을 밝혔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에밀 리 디킨슨(Emily Dickinson), 아이작 뉴턴(Isaac Newton)과 같은 창조 적인 거장들에 대해 많은 심리학자들은 그들이 스키조타입의 성격을 가 지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삶 속에서 맞이하는 창 조적인 순간들을 통해 양측 두뇌가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정신 질환 환자가 한 가지 사고방식에만 사로잡히는 반면, 스키조타 입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사고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들에 게서 가장 집중적인 창조적 활동이 일어나는 기간은 정신 질환을 앓은 직후의 회복기나 여러 정신 상태를 오가는 동안에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워즈워스(Wordsworth)와 콜 리지(Coleridge)는 격렬한 감정을 겪은 뒤에 느끼는 사색적인 평온, 혹 은 잠이 들었다 깨는 동안 의식이 또렷해지는 순간에 시를 쓴다고 주장 하였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시구와 의식적으로 써 내려간 구절은 그들에 게 모두 똑같이 중요했다. 쾨슬러는 창조적인 사고는 ‘마음 속 늪지대의 가장자리(mind’s marshy shore)’,3) 즉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는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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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대안적 방식의 시선과 사고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았다. 창조성 생성 과정의 역설적인 본질은 개인 창조성의 바탕이 되는 사회적 상호 교류, 의존성, 맥락 등을 검증하는 창조성의 사회학 이론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사회학 이론들 역시 개인 중심 혹은 기질 기반적 인 창조성 모델에서 벗어나, 창조성을 다양하고 때로는 모순적이기도 한 요소들을 모두 아우르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이 노베이션+가치’를 해석할 때에는 분명 개인과 집단 사이를 구분하는 것 에서부터 상당한 충돌이 생길 것이다. 누군가의 직업이 새로운 아이디 어를 떠올리는 것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의 직업은 그 아이디어들의 비 용과 이익 측면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일 수 있다. 조직적 환경에서는 이 와 같은 모순들이 문화와 위계질서적인 차이에 따라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혁신가들(innovator)과 관리자들은 결국 참신성과 가치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논쟁을 하게 될 것이고, 조직 내부의 이른바 ‘창조적 사람 들(creatives)’과 ‘경영자들(suits)’의 사이는 분열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 한 창조성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모순에 대한 관용은 물론 초점 과 관점을 전환할 줄 알아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서로가 변화할 수 있 어야 한다. 앞서 우리가 예술가와 관리자들을 전통적인 구별법으로 나 누는 것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속 적인 충돌이나 상호 교류는 또한 창조성의 긍정적인 근원이 될 수 있다. 모순과 역설을 인정하는 과정으로서 창조성을 정의하면 다른 문화

3) 아서 쾨슬러는 󰡔󰡔창조의 행위(The Act of Creation)󰡕󰡕에서 마음의 영역 중 ‘늪지대의 가장

자리’가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이 오가는 곳이라고 했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는 동안에 존재하는 마음의 공간으로, 아직 완전히 이성이 돌아오지 않아 마치 꿈속에 있는 것과 같 이 자유로운 상상이 펼쳐질 수 있는 곳이다(Koeslter,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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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대 속에서 발전되어 온 대립적 관계의 창조성 이론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천재 신화는 창조적 과정의 즉흥적, 비합리적 혹은 규칙 파괴 적 측면을 강조한다. 반대로 대립적인 입장의 지적 전통은 창조성이 특정 한 규칙과 전통에 순응적이며, 기억과 논리, 전통에 대한 이해에 뿌리를 둔다고 주장한다. 이 대립적인 주장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자연의 법칙에 따른 합리적 모방)와 플 라톤(규칙과 질서를 무시한 비합리적 ‘광기’)의 대립적 구도에서부터 시 작된다. 이와 같은 논쟁은 신경증과 기이한 행동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부터, 프로이드(Freud)에서 드 보노(De Bono)에까지 이르는 ‘독창성’에 대한 논의, 그리고 현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창조성에 대한 개념으로 도 이어진다. 또한 세계적인 맥락에서 보면, 우리는 이러한 철학적 주장 들이 각각의 다른 문화적 전통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주의 와 독창성을 창조성의 본질이라고 강조하는 서양적 관점은 지속성과 질 서, 전통을 중시하는 유교와 불교 문화권의 철학과 대조를 이룬다. 흥미롭게도 창조성에 대한 학문적 주장들은 극과 극을 오가는 반 면, 창조 신화들 안에서는 창조적 과정이 여러 모순들 사이를 오가는 능 력이라는 정의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근대 이전의 거의 모든 창 조 신화에는 반대 세력들이 조화롭게 섞이거나 통합되는 과정이 필요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바커스)가 만들어 낸 코스모스(Cosmos, 질서)와 카오스(chaos, 혼란), 북유럽의 노르웨이 신화, 음과 양의 중국 신화, 이 모든 것들은 혼돈과 질서의 세력 간의 충 돌을 특징으로 한다. 다음의 박스는 이와 같은 고대의 사고방식이 어떻 게 여전히 우리의 사무실에서도 계속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들이 다. 비슷한 관점에서, 우리는 창조적인 과정들은 합리적(귀납적) 사고 방식과 비합리적(직관적) 사고방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거나, 혹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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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연상 과정의 힘 제니퍼 조지(Jennifer George)와 징 조우(Jing Zhou)는 최근 권위 있는 학술 지 ≪경영학회보(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실린 논문에서, 직 장 상사가 협조적이기만 하다면 사무실 안에서 긍정적인 인식과 부정적인 인 식을 동시에 경험할 때 가장 창조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부정적 인 사고방식은 회의적인 시각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도록 만드는 반면, 긍 정적인 사고방식은 자신감을 고취시켜 준다. 이 중 어느 것이든 한 가지만 있 다면,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데 덜 효과적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십 년쯤 전에 있었던 다른 연구를 떠오르게 한다, 미하 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1997년 출간한 󰡔󰡔창의성의 즐

거움󰡕󰡕에서 창조적인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반대적인 성향이나 특질들을 통 합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대단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대체로 조용하며 자주 휴식을 취한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똑똑한 편이지만, 동시에 순진하기도 하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즐기면서도 절제할 줄 알고, 혹은 책임감이 있으면서도 무책임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한쪽에서는 상상과 판타지 사이를 오가지만, 다른 한쪽 으로는 현실 감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반대적인 경향성인 외향성과 내향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겸손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자랑스러 워한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어느 정도 거부하는 편이며, 양성성 (兩性性)을 띠는 경향이 있다.

∙ 일반적으로 창조적인 사람들은 반항적이고 독립적인 사람들로 생각된다.

∙ 대부분의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매우 열정적이지만,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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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 창조적인 사람들이 가진 개방적 성격과 세심함은 자주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또한 큰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연연상할 수 있는 능력에 기반을 둔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가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에서 제시

하는 창조성의 개념 정의 프레임워크로 이어진다. 그림 2.1과 같이, 우 리는 창조성이 이노베이션과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생성되는 맥락 을 전환시키고(따라서 우리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도 전환하고), 역설 적인 이연연상적 사고 과정의 결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우 리가 내린 창조성의 정의 안에 있는 각각의 요소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 어 있거나, 혹은 한 체계 안에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창조성의 전환적 결과는 명확하게 모순적인 개념들이나 사고방식, 그리고 준거 체계 사 이를 전환하거나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된다. 역설적 사고 과정은 참신한 그리고 가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 낸다. 이노베이션과 가치의 결합은 우리의 사고 및 삶의 방식을 전환시켜 주는 혁신적 솔루 션을 만들어 내며, 이는 더욱 발전적인 창조성을 생성할 수 있는 또 다른

그림 2.1 창조성의 개념 정의 프레임워크

과정 창조성

모순의 관용 + 이연연상적 사고

내용

결과

이노베이션 + 지속적 가치

문제점의 재고 + 맥락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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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은 무엇인가? 세 가지 이연연상적 단계 ∙ 창조적 과정을 이루려면 익숙하지 않은 준거 체계들을 함께 연결시키고, 다 른 사고방식들(좌뇌와 우뇌)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타입의 사 람들을 연결시킬 필요도 있다.

∙ 창조성의 내용은 참신하면서도 가치가 있어야 한다. 결과물이 이와 같은 기 준에 맞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용된 아이디어들을 연결시키 고, 창조적 의도와 행위, 결과물이 만들어진 맥락 안에서 검증해야 한다. 단 순한 참신성은 창조성과 같은 것이 아니다.

∙ 창조성의 결과는 창조성이 생성된 분야 혹은 영역과 연결된다. 창조적인 아 이디어는 아이디어 주변의 맥락이나 ‘관념적 공간’을 전환하고, 미래의 창 조성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 준다. 개별적인 창조적 직관들은 집단 적 형태의 결과를 낳는다.

차원의 문제점과 기회를 생성한다. 그렇게 창조성의 생성 과정은 다시 또 시작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영 전략은 이와 같은 이연연상 방식의 통합에 잘 맞아야 하며, 또한 창조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장에서 는 지금까지 이러한 연결점들이 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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