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20140815 p

Page 1

생존의 굴레 불볕에 살을 데며 물을 푸고 김을 맸다. 가뭄을 이겨 벼를 여덟 섬이나 거뒀다. 빚은 그보다 많았다. 그날로 빈손이 되었다. 다시 빚을 구한다. 살아야 하고 먹어야 한다. 최 서방은 뭘 잘못한 것인가?

1930년대 농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삽화, 청전 그림, 1935


인텔리겐치아 2173호, 2014년 8월 15일 발행

광복 전후의 기억 5. 이훈이 해설한 ≪초판본 계용묵 단편집≫

“여보 마누라. 우리는 여름내 무엇을 하엿 소.” 이 소리는 매우 친절하고 측은하고 어성이 고 앗다. “무엇을 하다니요. 농사하지 안엇서요.” “그러면 지은 농사는 외− 업소.”

안해는 이 소리에 실노 긔가 맥혓다. 정신이 앗질하여지고 대답이 나오지 안엇다. 저녁


 남편이 매를 맛든 과 송 지주의 벼를  여 들여가든 현장이 눈압헤 갑자기 환하게 나 타낫다. “에이.”

그는 다시 주먹을 부르르 엇다. 안해는 엇절 줄을 모르고 남편의 겻흐로 닥아 안즈며 눈물을 흘녓다.

“울기는 외, 우오. 우리 의논 좀 하자는데.” 하고 그는 다시 무엇을 생각하드니 안해를 노 려보며 말을 이엿다.

“마누라 우리는 외 빗을 젓는지 아시오?” “호미와 강냉이(옥수수) 사다 먹지 안엇서 요?” “그런데 우리는 그 호미갑을 외 못 무오?”

안해는 긔가 맥혀  말문이 맥혓다. 지난여


름에 사흘식 굶어 든 그의 현상이 다 시 눈압헤 낫타낫다. 남편도 이럿케 뭇고 보 니 생각은 새로워 아지 못할 눈물이 눈초리에 매첫다. -<최 서방>에서, ≪초판본 계용묵 작품집≫, 이훈 해설, 36~37쪽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 었나? 소작농 최 서방과 그 아내다. 추수한 벼를 지 주에게 다 빼앗겼다. 그 탓에 여름에 갖다 먹 은 중국 쌀이며 옥수수 외상값을 갚지 못해 매를 맞았다.


그들은 여름내 무엇을 했나?

“불볏이 푹푹 내려이는 볏에 살을 데여가 며 물 푸고 김”맸다. 뿐만 아니라 봄에는 “어 름이 갓 녹아 차듸찬 종아리를 저내는 듯

한 봄물에 들어서서 논을 갈고 씨를 리엿 으며” “가을내 단잠 못 자고 벼부이기와 싯거 리질이며 겨울내 치움을 무릅쓰고 굶어가며 마당질을 하”였다. 수확이 시원찮았나? 아니다. 근방이 다 가뭄인데도 농사가 장하 게 되었다. 벼가 여덟 섬이나 나왔다. 벼 여덟 섬을 다 빼앗긴 것인가? 고스란히 송 지주네 곳간으로 들어갔다. 절


반은 지주의 몫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도 농채로 빼앗겼다. 그럼 이들은 뭘 먹고 사나? 잡곡이라도 먹으려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이 악순환이 10년째다. 악순환의 원인이 무엇인가? 착취하는 사회 구조다. 착취의 방법이 무엇인가? 송 지주는 최 서방의 곡식을 다 빼앗고도 모 자란다며 나머지를 독촉한다. “물지도 못할

걸 쓰기는 그럼 외 그럿케 썻서 응!” 하고 다 그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최 서방


에게 있다는 것이다. 빌려 썼으니 갚으라는 말이 틀린 것인가? 최 서방이 ‘자유롭게’ 맺은 계약에서 그가 선 택할 수 있는 사항은 이미 결정된 상태다. 자 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주장할 수 없는데 무슨 약속이고 계약이겠는가? 착취의 지배 질서 가 개인에게 선택을 강제할 뿐이다. 최 서방은 대안이 있는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엇지해. 싸워야 되지. 싸울 수밧게 업네. 그들의 압헤는 정의도 업 고 인도도 업는 것을 엇지하나. 안이 이 세상 이란 한 역시 그런 것이니 남의 눈을 엇 케 패측한 수단으로라도 가리우지 안코는


밥을 먹을 수 업는 것을 나는 이제야 비로소 달앗네. 우리는 이제부터 이 모든 더러운

독사 갓흔 무리와 필사의 힘을 다하야 싸워야 되겟네. 싸와야 돼.” 소작농이 지주와 싸워 이길 수 있는가? 어려운 과제다. 생존의 굴레 때문이다. 생존의 굴레가 뭔가? 갚지 못할 것을 알고도 빚을 진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힘을 다해서 싸우겠다는 그의 결의 는 “아이 참 낼 아츰밥 질 게 업스니 이 일을 엇 지하우”라는 아내의 걱정에 묻혀 사라진다.


그래도 싸우는가? 이튿날 송 지주가 농채 갚음으로 솥과 독을 가 져가려 하자 최 서방은 이를 단번에 부순다. 솥과 독이 무슨 죄가 있는가? 소중한 재산이지만 동시에 생존의 굴레다. 착취를 가능케 하는 덫이다. 하루하루의 생 존을 빌미로 피를 빠는 송 지주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생존의 덫을 부순 것 이다. 생존의 덫을 깨고 나서는 어떻게 사는가? 그 길로 집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닌 다. 그러나 두 내외의 배를 채우는 것조차 여 의치 않다. 마침내 서간도로 떠난다. “아! 차


는 그만 가누나! 우리는 외 이갓치 눈물을 

리며 조국을 나지 안으면 안 되노?”라고 한탄한다. 최 서방의 싸움은 실패한 것인가? 희망은 절망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다. 계 용묵의 작품에서 선한 주인공들은 패하지만 이 패배는 독자에게 경험을 선물한다. 계용묵은 누구인가? 시인이자 소설가다. 1904년 평안도에서 태 어나 1961년 사망했다. 핍박받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그려 당대 현실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고발하려 했다.


이 책에는 어떤 작품이 실렸나? <최 서방(崔書房)>, <인두지주(人頭蜘 蛛)>, <백치(白痴) ‘아다다’>, <마부(馬 夫)>, <바람은 그냥 불고> 다섯 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훈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강의한다.


생존의 굴레 불볕에 살을 데며 물을 푸고 김을 맸다. 가뭄을 이겨 벼를 여덟 섬이나 거뒀다. 빚은 그보다 많았다. 그날로 빈손이 되었다. 다시 빚을 구한다. 살아야 하고 먹어야 한다. 최 서방은 뭘 잘못한 것인가?

1930년대 농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삽화, 청전 그림, 1935


계용묵 작품집 계용묵 지음 강상희 엮음 한국 소설 2009년 5월 15일 출간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42쪽 16,000원


작품 속으로

계용묵 작품집


편집자 일러두기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으로 출간하는 한국 근현대 문학은 작품이 처음 발표된 대로 현대에 살려내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초판본을 그대로 싣고자 했습니다. 초판본을 구 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습니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 근현대문학 50종에 이어 앞으로 50종이 더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은 <최 서방(崔書房)>(조선문단, 1927. 3), <인두지주 (人頭蜘蛛)>(조선지광, 1928. 2), <백치(白痴) ‘아다다’> (조선문단, 1935. 6), <마부(馬夫)>(농업조선, 1939. 5), <바람은 그냥 불고>(백민, 1947. 7)를 저본으로 삼았습니 다. 각 작품은 발췌하지 않고 전문을 모두 수록했습니다.

∙이 책은 지식을만드는지식의 편집 방침에 의해 저본에 실린 어 휘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습니다.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습니다.

∙이 책의 주석은 모두 엮은이가 달았습니다. 주석은 현대에는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 현대의 독자들이 쉽게 뜻을 알기 어려 운 고사성어, 원전의 글씨가 잘 안 보여 엮은이가 추정한 글자, 기타 설명이 필요한 경우 등에 달았습니다.

∙저본에서 삭제된것으로 보이는단어나 구절은 ‘……’로 표시했 습니다.

∙뒤표지의 글은 엮은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문장을 직접 뽑아낸 것입니다.

∙표지에 사용한 색상은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을 위 해 개발한 고유 색상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은 환경인증서를 획득했습 니다. 표지와 본문은 모두 친환경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차례

해설 ······················11 지은이에 대해 ··················20 최 서방(崔書房) ·················23 인두지주(人頭蜘蛛) ···············47 백치(白痴) ‘아다다’ ················61 마부(馬夫) ····················87 바람은 그냥 불고 ················111

엮은이에 대해··················142


최 서방(崔書房)


一 새벽부터 분주히 다리기 시작한 최 서방네 벼마당질2)은

해가 젓것만 인제야 겨오 부추질3)이 낫다. 일군들은 어둡

기 전에 작석4)을 하여 치이려고 불이나케 섬몽이를 튼다. 그

러나 최 서방은 아츰부터 차저와 마당질이 나기만 기다리 고 우들부들 며 마당가에  둘너선 채인군(債引軍)5)들을 볼 에 섬몽이를 틀 힘조차 나지 안엇다. 그는 실상 마당질 나는 것이 귀치안타는이보다 죽기만치나 겁이 난 것이다.

그것은 하로에도 멧 번식 차저와 호미갑(胡米價)이라 약

갑(藥價)이라 하고 조르는 것을 벼를 다려서 준다고 오늘

내일하고 밀어오든 것인데 급기야 벼를 다리고 보니 그들 의 빗은 갑기커녕 송 지주에 롱차6)도 다 갑기의 벼 한 알이 남아서지 안을 것 갓해서 의례히 싸홈이 일어나리라 예상한 닭이다.

“열 섬은 외상업시7) 나지.”

2) 벼마당질: 가을에 거두어들인 벼에서 이삭을 터는 일. 3) 부채질. 4) 작석(作石): 곡식을 담아서 한 섬씩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섬. 5) 꾸어준 빚을 돌려받으러 온 사람. 6) 농채(農債).

25 최 서방


사랑 퇴ㅅ마루 우에서 수판을 압해 놋코 분주히 게산을 치고 안젓든 송 지주는 이러케 물엇다. “열 섬이야 아마 더 나겟지요.” 최 서방은 열 섬이 못 날 줄은 의례히 짐작하지만 일부러 이러케 대답을 햇다. “글세… 그러고 벼는 충실하지.”

지주는 노앗든 산알을 여버리고 마당으로 나려와 들여

노은 벼를 염을기나 잘하엿나 하고 시험 삼아 한 알을 골나 입안에 넛코 보앗다.

“암, 충실하고 말고요. 이거야 소문난 변데요.” 이것은 일군 중에 한 사람의 이약이엿다.

섬몽이 틀기는 이 나고 이제는 작셕이 시작되엿다. 차

인군들은 제각기 적개책을 내여 든다. “십오 원이니 섬 반은 주어야겟소.”

호미갑 차인군이 한 섬을 갓 되여 놋는 벼를 가로 고 안 즈며 이러케 말을 건넨다. “글세 준다는데 웨, 이리들 급하게 구오.”

최 서방은  한 섬을 묵노앗다.

“오 원이니 나는 반 섬이면 탕감이 되오.”

7) 외상없다: 조금도 틀림이 없거나 어김이 없다.

26


이것은 포목갑(布木價) 차인군이 들채는 소리엿다. “섬 반이고 반 섬이고 글세 벼를 팔아서야 돈을 갑하도 갑지 잇는 벼가 어듸로 도망을 치겟기에 이리들 보채오.” 최 서방은 위선 이러케밧게 대답할 수 업섯다.

“벼자 돈이고 벼ㅅ갑도 이 금이 낫스니 어서들 갈너 주

소. 괜이 이 치운데 어둡기나 전에 가게.”

약갑 차인군은 이러케 말을 부치고  한 섬을 고 안

는다. “여보 그것이 무슨 버릇들이요. 남의 벼를 그럿케 함부로

고 안즈니.”

“그러기 날네들 갈나 주어요.” “글세, 팔아서야 준다는데 무얼 갈나 달나고 그래요.” “그러면 그럼 오늘도 안 주겟다는 말이요 말이.” “안 주겟다는 게 아니라 벼를 팔아서 주마 하는데 되여

놋는 족족 한 섬식 덥처 고 안즈니 어듸 톄면이 되엿단 말 이요 그럼.” “글애 오늘내일하고 속여온 당신의 톄면은 글애서 잘됏 단 말이요글애.” “오늘이야 글세 벼를 팔아서야지요.” “그럼 오늘도 정말 안 줄 테요.” “아니 못 주지요.” 27 최 서방


“정말.” “정말 아니고.” “정말.” “정말이야 글세.” “정말이야 글세가 무어야 이 자식.”

호미갑 차인군은 분이 치밀녀 프들프들 니는 주먹을 부르쥐고 최 서방의 턱 압흐로 밧싹 닥어섯다. 그리고 주먹 을 훌근 내밀엇다. 최 서방은 “희” 하고 뒷거름을 첫다. 그러나 아모 반항도 안 햇다.

작석은 한 이 낫다. 열 섬을 밋엇든 벼는 겨오 여덜

섬에 긋치고 말엇다. 송 지주는 그것 가지고는 청장8)이 

하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이번에도 회게가 채 안 되는군. 모두 오십이 원인데.” 하고 다시 게산을 틀어본다. “엇더케 그럿케 되오.”

최 서방은 자긔의 예산과는 엄청나게 틀닌다는 듯이 

 놀나며 이럿케 반문을 햇다.

8) 청장(淸帳): 장부(帳簿)를 청산한다는 뜻으로, 빚 따위를 깨끗이 갚음을 이 르는 말.

28


“본(元金)이 사십 원에 변(利子)을 십이 원 더 노으니.”

“무어 그 돈에다 변지 노아요.”

“변을 안 노으면 엇재나. 나도 남의 돈을 빗낸 것인데.” “그럿타기로 변은 제해주세요.” “그 돈으로 자네 부처가 일 년이란 열두 달을 먹고 산 것 인데 변을 안 물닷게. 안 돼 안 돼 건.” 그는 엉터리업는 수작이라는 듯이 “안 돼” 하는 ‘돼자에 ’ 힘을 주엇다. 최 서방은 보통의 롱채(農價)와도 다른 이 물 픈 싹(引水

세)에 고ㅅ가의 변을 지우는 데는 젓 먹든 밸지 일어낫스

나 송 지주의 성질을 잘 아는 그는 암만 빌어야 안 될 줄 알고 아야 아모 말도 안 햇다. 실상 그는 말하기도 실엇든 것이다. “그러니 태반이 넉 섬식이지 한 섬에 십 원식 치고도

모자라는 십이 원을 엇제나? 오라. 가마잇자.  집(藁)이

잇것다. 집이 마흔 단이니 스무 단식이지. 그러면 한 단에 십 전식 치고 이 원, 응응 겨오 우수9) 논. 그래 십 원을 엇 잴 테야.” 그는 최 서방이 그리 해주겟다는 숭락도 엇지 안코 자긔

혼자 이럿케 결산을 치고 닷자곳자로 일군들을 식여 한 섬

9) 일정한 수나 수량에 차고 남는 수나 수량.

29 최 서방


도 남기지 안코 모다 자긔네 고ㅅ간으로 어드렷다.

행여나 벼로나 바들가 하고 왼종일 치움에 면서 고

안젓든 벼섬을 노아준 차인군들은 맛치 닭 조차가든 개가 집웅을 치여다보는 격으로 눈들만 멀둥멀둥하야 엇절 줄을 모르고 멀건이 서서 송 지주의 분주히 왓다 갓다 하는 만

처다보고 잇섯다. 그들은 한긋 분하면서도 우수웟다. 그래 서 하하 하고 우섯다. 그러나 다시 “돈 내라 이놈아.” “오늘 저녁에 안 내면 죽인다.” “저럿케 속이기만 하는 놈은 주먹맛을 좀 단단이 보아야

아마 정신이 들.”

하고 제각기 이럿케 부르지즈며 달녀들엇다. 그것은 맛 치 이제는 돈도 밧기 글넛는데 그 사이에 품 놋코 단니든 분 프리로나 여버리려는 듯하엿다.

그들은 골이 통통이 부어서 가진 욕설을 거드리며 뎜비 엿다. 호미갑 차인군은 최 서방의 멱살을 붓잡엇다. “노아. 이럿케 붓잡으면 누굴 칠 테야.” 최 서방은 이제는 파라서 준단 말도 할 수 업섯다. “못 치긴 하는데 이놈아.” 호미갑 차인군은 최 서방의 귀밋을 보기 조케 한 개 갈 30


겻다. 약갑 차인군과 포목 차인군도 각각 한 개식 갈겻다. “아이.”

최 서방은 뒤로 비칠비칠하며 전신을 엇다. 그리고 당 연이 마즐 것이라는 듯이 아모런 반항도 안 햇다. “돈 내라 이놈아.” 호미갑 차인군은 이번에는 불드덩을 발길노 저겻다. 여

러 차인군들도 한 갓치 저겻다. “아이고.”

최 서방은 긔절하야 번듯이 뒤로 나가 넘어젓다. 넘어진 그의 코에서는 피가 흘넛다.

치움에 든 차인군들은 이 흠벅이 낫다.

최 서방은 죽은 듯이 넘어진 그대로 여전히 누어 잇섯다.

한참 만에 그는 알이 압흠을 강잉10)이 참는 듯이 얼골을

그리고 잇발을 둑둑 갈며 손을 허우적거렷다. 그리고 불두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간신히 일어섯다. 그의 일어 선 자리에는 코피가 군데군데 갓케 물드러 잇섯다.

그가 완전이 거러 막사리를 차저 들어갈 에는 날은 벌

서 새앗케 어두어 잇섯다.

10) 강잉(强仍): 억지로 참음. 또는 마지못하여 그대로 함.

31 최 서방


二 최 서방에게 잇서서 여름내 피을 흘니며 고생고생 버러노 흔 결정이라고는 오직 죽도록 엇어마즌 매가 잇슬 이엇 다. 그 밧게는 아모러한 것도 업섯다. 그는 밤이 깁도록 오력을 잘 못 썻다. 더구나 불두덩이 압파서 잘 일지도 못햇다. 그는 이럿케 남 못 보는 고초를 맛 보지만 어느 뉘다려 호소할 곳도 업섯다. 잇다면 오직 사랑 하는 안해가 잇슬 밧게 다만 자긔 혼자서 압하할 름이 엿다. 그는 참으로 불상한 사람이엿다. 이갓치 불상한 처지에 잇는 소작인(小作人)이 이 나라에 가득 찬 것이 그것이지만 그중에도 최 서방처럼 불상한 처지에 안젓는 사람은 별노 업슬 것이다. 이러케 그가 불행한 처지에 안젓게 된 원인은

오직 단순한 두 가지가 잇슬 이다. 한아는 악독한 독사(毒 蛇) 갓흔 지주를 가젓다는 것이요 한아는 그가 본래부터 성

질이 착하다는 것이니 모든 사람들은 정의와 인도를 벗서나 남의 눈을 감언리설노 속이여가며 교활한 수단으로 목숨을 년명하여 가지만 이러한 비인도뎍이요 비룬리뎍인 행동에 는 조곰도 눈보지 안는 그에게는 밥이 생기지 안엇다. 잇

다금 밥을 몃 기식 굴믈 에는 도적질이란 것도 생각해 본 32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엿지만 이런 것을 생각할 마다 비인

도뎍이라는 것이 번개처럼 머리에 번적 오르곤 하야 그는 참아 그를 실행하지 못하엿든 것이엿다. 그가 이갓치 착하니만치 그 반면에는 악독한 지주가 잇

서 이러케 불상한 그의 피를 한 라내는 것이엿다.

례년은 말고 금년 일 년만 하드라도 이 동리 압벌에 지독 한 감을이 들어 모다들 볏모를 말녀 죽이다십히 하엿지만 송 지주의 작인치고도 오직 최 서방 한아만이 인력(人力)으 ˙ 로는 도저치 인수(引水)할 수 업는 물을 빗을 엇어가며 펌

˙ 를 세내여 물을 한 방울 두 방울 라올니게 하야 볏모를 프 준이 구하야 온 것이엿다. 이러케 그는 오직 살겟다는 생 존욕에서 남 안이 하는 고생을 하여가며 남 못하는 수확을 하엿지만 ‘수확이라는 ’ 것을 걸금11) 주엇든 송 지주의 빗이 라는 것이 고ㅅ가의 리자지 쓰고 나와 그로 하여금 도로 여 가해를 지게 하야 그들의 피의 결정은 결국 송 지주네 고방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엿다. 그리고 보니 그는 당장에 먹을 것이 업는 것이라 농사를 지여 줄 셈치고 안 쓸 수 업서 사소한 용처를 외상으로 맛허 썻든 것이 일이 이러케 되고

보니 차인군들한테 매를 엇어맛는 경우에지 이른 것이

11) ‘거름의 ’ 방언(강원, 경상, 평안, 함경).

33 최 서방


엿다. 실상 그들의 빗은 송 지주의 그것과는 다른 관게로 감 사이 절하고 갑파야 될 것이엿만 더구나 호미갑이란 이즐 수 업는 것이엿다. 이 지방 풍속에 의례히 소작인이 먹을 것이 업스면 추수

를 할 지 식냥을 지주가 당해주는 법이엿만 유독 송 지 주만은 몬저 당해준 식량에 고가의 리자를 기워 게산을 틀 어가다가 추수에 넘치는 한이 잇게 되면 례사로 그에는

잡아고 작인은 굴머 죽든지 마든지 그것을 상관하지 안코 다시는 주지 안는 것이엿다. 그래서 금년에 최 서방은 사흘 이라는 기나긴 여름날을 굼다 못 하야 이전부터 친분이 잇 든 그 고을에서 호미장사 하는 사람을 차저가서 그런 사정 을 말하엿다. 그도 간난을 격거본 사람이라 지극히 불상이 여겨 호미를 두 포대나 맛허준 것이엿다. 그래서 최 서방네

내외는 주린 창자를 회복식혀 오늘지 목숨을 이여온 그러 한 호미갑이엿다.

그런데 그는 오늘 마지막으로 드린 벼를 지주의 권력

에 못 익여 이 안인 치운 겨울에 겨날가 두려워 호미갑슬 미리 어주지 못하고 그의 빗에 그만 탕감을 치워버린 것 이엿다.

34


三 최 서방은 지금 불ㅅ김이 긔별도 하지 안는 차듸찬 냉돌에 누어서 발길에 채인 불드덩과 주먹에 마즌 귀밋이 쑤시고

저림도 이저버리고 불덩이갓치 거운 해볏이 나려이는 들판에서 등을 구어가며 김매는 생각과 오늘 하로의 지난

력사를 머리속에 그리여본다. ‘나는 웨 여름내 피을 흘니

며 김을 매엿노. 그리고 호미갑을 웨 미리 못 어주엇슬고. 송 지주는 웨 그럿케 몹시도 악할고. 나는 웨 그리 약한고. 나는 못난니다. 사람의 자식이 웨, 이리 못낫슬가? 그런데

차인군들은 나를 웨 렷노. 그들은 넘어도 과하다. 안이 안 이. 그런 것이 아니다. 그들도 밥을 엇기 위하야 나와 그러 케 피를 보게 싸왓든 것이다. 그들은 내가 피을 흘니며 여 름내 농사를 짓는 것과 조곰도 다름이 업시 그래야만 입에

밥이 들어오기 문일 것이다. 아니 그들은 농작이 업서 농 사도 짓지 못하고 막버리로 품파리로 저러케 남의 돈을 거 두어주고 목숨을 부처가는 그들이 나보다 도로여 불상하다. 나는 조곰도 그들을 욕할 수 업다. 야속달 수 업다. 그러나 그러나 지주네들은 외 아모러한 뇌력도 업시 평안이 팔장

고 한 자리에 안젓다가 우리네의 피을 옴송이채로 들어먹을가. 암만해도 고약한 일이다. 금년만 하드래도 우 35 최 서방


리 부쳐가 어름이 갓 녹아 차듸찬 종아리를 저내는 듯한

봄물에 들어서서 논을 갈고 씨를 리엿으며 불볏이 푹푹 내려이는 볏에 살을 데여가며 물 푸고 김매고 가을내 단

잠 못 자고 벼부이기와 싯거리질이며 겨울내 치움을 무릅쓰 고 굶어가며 마당질을 하엿는데 우리는 한 알도 맛보지 못 하고 송 지주네 고ㅅ간에 모조리 들여다 싸앗것다. 괫심한 일이다. 그러고 우리 부쳐가 이럿케 뇌력을 할  송 주사는

(그는 늘 송 지주를 송 주사라 부른다) 긴 담배ㅅ대 물고 뒤 ㅅ짐 지고 할 일 업시 술 먹고 장긔 두고 더우면 그늘을 찻고 치우면 한 아릿목에서 낫잠질이나 하엿것다’ 이지 머 리속에 그리여 생각해 온 그는 실노 분함을 참지 못하엿다. “에이.” 그는 자긔도 모르게 이럿케 부르짓으며 두 주먹을 불

쥐엿다. 그리고 부르르 엇다. “외− 그리우?”

산후에 중통을 하고 난 그의 안해는 발췻목에서 어린애

젓을 니우고 잇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잇는 듯하든 남편이

그갓치 아지 못할 소리를 지르고 는 주먹을 보고 의아하게

도 이럿케 물엇다. 남편은 아모런 대답도 업시 여전이 부르 쥔 주먹을 펴지 못하고 엇다. 한참 만에 그는 입을 열엇다. “여보 마누라. 우리는 여름내 무엇을 하엿소.” 36


이 소리는 매우 친절하고 측은하고 어성이 고앗다. “무엇을 하다니요. 농사하지 안엇서요.” “그러면 지은 농사는 외− 업소.”

안해는 이 소리에 실노 긔가 맥혓다. 정신이 앗질하여지

고 대답이 나오지 안엇다. 저녁 남편이 매를 맛든 과 송 지주의 벼를 여 들여가든 현장이 눈압헤 갑자기 환하게 나타낫다. “에이.”

그는 다시 주먹을 부르르 엇다. 안해는 엇절 줄을 모르고 남편의 겻흐로 닥아안즈며 눈 물을 흘녓다. “울기는 외, 우오. 우리 의논 좀 하자는데.” 하고 그는 다시 무엇을 생각하드니 안해를 노려보며 말

을 이엿다.

“마누라 우리는 외 빗을 젓는지 아시오?” “호미와 강냉이(옥수수) 사다 먹지 안엇서요?” “그런데 우리는 그 호미갑을 외 못 무오?”

안해는 긔가 맥혀  말문이 맥혓다. 지난 여름에 사흘식

굶어 든 그의 현상이 다시 눈압헤 낫타낫다. 남편도

이럿케 뭇고 보니 생각은 새로워 아지 못할 눈물이 눈초리 에 매첫다. 37 최 서방


“우리가 이리로 이사 온 지가 멧 핸지?” “십 년채 안이요” “올아 십 년채. 우리는 십 년채를 이 독사의 구덩에서.” 하고 그는 혼잣말 비슷이 이러케 부르짓고 한숨을 괴롭

게도 한 번 길게 고 다시 말을 이엿다.

“여보게 마누라 남 보기에는 우리가 송 주사네의 덕택으 로 먹고 입고 사는 줄 아지만 실생 우리는 우리의 두 주먹으 로 우리의 몸을 살닌 것일세. 우리는 송 주사의 은헤라고는

반 푼에치도 업고 도로혀 그들한테 피를 니운 것일세. 내

나 자네나 이럿케 피ㅅ긔 업시 독독 마른 것이 모다 송 주사한테 피를 니운 탓일세. 우리가 그럿케 피와 을 흘

니며 죽을 고생을 다하야 벌어노으면 그들은 그것을 가지고

잘 먹고 잘 입고 그리고도 남으면 그 돈으로  우리의 피를 는 것일세. 그러면 금년의 우리의 버른 그것으로  내년

에 우리의 피를 줄 것이 안인가. 엇케 생각하면 그런 줄을 연이 알면서 피를 니우는 우리가 도로혀 우수운 것일

세. 그러기에 우리는 이제부터 피를 니우지 안케 방책을 연구하여야 되겟네. 그래서 자유롭게 살어야 되겟네. 만일 우리의 두 주먹이 업다 하면 그들은 당장에 굶어 죽을 것일 세. 죽고 말고 암 죽지 죽어.” 하고 그는 매우 흥분된 어조로 이러케 장황이 부르지젓 38


다. 그는 상당이 무엇을 다른 듯하엿다. 안해는 이런 소리 를 남편에게서 듯기는 실상 이번이 처음이엿다. 그리고 가 슴이 시원하다는 듯이 빙그레 우섯다. “글세 참 그럿킨 하지만 엇지하우?” 안해는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드니 한참 만에 엇지할 바 를 모르겟다는 듯이 이럿케 무럿다. “엇지해. 싸워야 되지. 싸울 수밧게 업네. 그들의 압헤는 정의도 업고 인도도 업는 것을 엇지하나. 안이 이 세상이란

한 역시 그런 것이니 남의 눈을 엇케 패측한 수단으

로라도 가리우지 안코는 밥을 먹을 수 업는 것을 나는 이제

야 비로소 달앗네. 우리는 이제부터 이 모든 더러운 독사 갓흔 무리와 필사의 힘을 다하야 싸워야 되겟네. 싸와야 돼. 그래서 우리는…” 하고 그는 무엇을 더 말하랴다가 참기 어려운 듯이 주먹

을 다시 부르르 럿다.

“글세요. 아이 참 낼 아츰 밥 질게 업스니 이 일을  엇지

하우.”

안해는 새삼스럽게 잇치지 못하든 아츰거리가 머리에 

올낫다.

“그러기에 싸호잔 말이야.” 해여진 창틈으로 바람은 씽씽 들어오지만 치운 줄도 모 39 최 서방


르고 이러케 그들 내외는 생활고에 조들녀 닥처오는 고통을 서로 하소연하며 장차 엇지 살고 하는 압잡이 길에 왼정신 을 일코 깁흔 명상 속에서 밤이 새도록 헤매엿다.

四 그 잇흔날 아츰 일즉이 송 지주는 최 서방을 불러다 놋코 어 제저녁 벼에 탕감이 채 되지 못한 남아지 십 원을 들채기 시 작햇다. 어제밤 밤새도록 한잠도 자지 못한 최 서방의 눈은 쑨 죽 처럼 풀어지고 눈알엔 밝앗케 핏줄이 검의줄처럼 서리여 잇 섯다. “자네 농사는 참 금년에 장하게 되엿네. 농사는 그럿케 근농으로 하지 안으면 이즘 뎐답 엇기도 힘드는 세상일세. 참 자네 농사엔 귀신이야. 그럿키에 그래도 근 백 원 돈을 이 탁데탁 청당햇지 될 말인가.”

하고 송 지주는 점지안음을 고 최 서방을 추워 하늘노

올너 보내며 다시 “그런데 어제 오십이 원에서 사십이 원은 귀정이 된 모양 이나 이제 남아지 십 원은 엇잴 셈인가. 죠속이 그것도 해 물 40


고 세나 쇠야지?”

최 서방은 업는 돈을 갑겟다지도 한 안 갑겟다지도 엇

케 대답을 하여야 조흘지 몰나 한참이나 주저주저하다가 “금년엔 물 수 업슴니다. 그대로 지워주십시요.” 하고 그는 낫을 들지 못햇다. “물 수 업스면 엇잰단 말이야.” “그럼 업는 돈을 엇지함니.”

“물지도 못할 걸 쓰기는 그럼 외 그럿케 썻서 응!” “그 돈 껏기에12) 주사님네 농사를 지어 밧치지 안엇슴니

.”

“이놈 나를 거저 지어 밧친 것 갓고나. 바루 원 텬하에 말 버릇 갓흐니 에이 이놈.” 그는 기다란 댓새를 최 서방의 턱 압헤 훌근 내밀엇다. “안이 그럼 아시는 바 한 말도 업는 벼를 무엇으로 돈을

장만해 내랴심니.”

“이놈 그럼 업다고 안 물 테냐 응! 이놈아 내가 너이들은 그래도 불상한 것이라고 특별이 먹여 살녓것만 에이 이 은 헤 모르는 놈. 이놈 썩 나가 뎐답도 모조리 다 내놋코 이 도 야지 갓흔 놈. 아직도 밥을 굶어보지 못하엿넌 거로구나.”

12) 꾸었기에.

41 최 서방


하고 그는 누구를 잡어 삼킬 듯이 벌건 눈을 훌근거리며 댓새로 최 서방의 턱을 밧쳣다.

최 서방은 이럿케 여지업는 욕설을 들을 에 아니 턱을

댓새로 밧치울  담박 달녀들어 댓새를 부러치고 대항도

하고 십허스나 그는 약하엿다. 그리고 머리지 치밀어 오

르는 분이 진정할 수 업시 가슴을 게 하엿지만 한 그는

말을 못 하엿다. 나오랴든 말은 입안에서 돌돌 굴다 사라지

고 말 이엿다. 최 서방이 집으로 나간 뒤헤 송 지주는 곳 멈돌을 불너가지고 막사리로 조차 나와서 약간한 가장13)으

로 십 원을 한 탕감치려 하엿다. 위선 그는 멈돌을 식여 짐 장을 하여 너흔 독(瓮)과 부억에 거른 솟(鼎)을 아 내왓다. 잇에 최 서방은 더 참을 수 업섯다. 여러 해를 두고 공

기고 공겨오든 분은 일시에 탁 터저 나왓다. 맛치 병엣 물을

넉넉 로 솟듯이. “이놈!”

최 서방은 주먹을 부르쥐엿다. 그리고 입술을 푸들푸들

며 송 지주와 마조 섯다.

“이놈이라니. 야 이 이이 무지한 버릇업는 놈…아.” 송 지주는 엇절 줄을 모르고 몽둥이를 차저 사방을 살피

13) 가장(家藏): 물건 따위를 집에 간직함. 또는 그 물건.

42


며 덤볏다. 실상 그는 나이 오십에 이놈이라는 소리를 듯기 는 이번이 처음이라 젓 먹든 밸지 일어나 섯을 것도 그리 무리는 안이엿다.

“에이 이 독사 갓흔 사람의 피를 는…” 하고 최 서방은 허청 기동에 세엇든 독기를 들어 솟과 독

을 단번에 부섯다. “릉” 하고 여저 사방으로 다라나는 소리는 맛치 폭발이나 터지는 듯이 요란하엿다. “독을  치면 이이 십 원은.” “이놈아 이이 내 피는.” 그들의 형세는 매우 험악하엿다. 최 서방은 압헤 들어오

는 것이여든 무엇이든지 모조리 려 부실 이 주먹과 다 리는 경련뎍으로 와들와들 엇다.

이런 광경을 멀거니 보고 잇든 그 안해는 세간의 전부인

독과 솟이 여져 업서지는 앗움보다 승리가 깁다는 듯 이 빙그레 우섯다.

송 지주는 멈돌의 손에 니여 못 익이는 체하고 는 대

로 니여 들어갓다.

멈돌에게 독과 솟을 지여가지고 들여가랴 가지고 나왓 든 지게는 멈돌의 등에서 달낭궁달낭궁 부인 대로 조차 들 어갓다.

43 최 서방


五 겨울은 가고 봄이 왓다. 어느 일긔 조흔 한 날 석양에 무 순(無順) 차표를 손에다 각각 한 장식 쥐인 최 서방 내외의 그림자는 S뎡거장 삼등 대합실 한구석에 나타낫다. 그들의 영양부족을 말하는 수척한 얼굴은 몹시도 핼금한 것이 맛치

속에서 보는 요물을 년상케 하엿다. 더구나 그 안해의 등 에 업힌 겨오 두 살밧게 안 되는 어린애는 치움에 시달녀슴 인지 한 줌도 못 되리만치 배와 등이 거의 맛붓다십히 그

린 데다가 바지저고리도 걸치지 못하고 알몸대로 업히여서

악악 하고 울며 는 이란 참아 볼 수 업섯다.

그들은 송 지주와 싸혼 그 자리로 그 막사리를 나 니

를 굶어가며 혹은 방아간에서 그도 업스면 행길에서 밤새여 가며 뎡처 업시 일자리를 차저 돌아단니다가 어 작으마한 도회지에서 최 서방은 삭짐과 품파리로 안해는 삭바누질과 삭내로 간신간신이 차비를 작만하엿든 것이엿다.

그들이 그 막사리를 날 의 본내의 목뎍은 엇케 죽

물노라도 두 내외의 배를 채울 수만 잇으면 내 고국은 나

지 안으리라 생각하여섯것만 그것조차 여의치 못하야 최후 의 수단으로 맛츰내 서간도 길을 단행한 것이엿다. 그의 내외는 차 시간이 차차 갓가워와 멧 푼 격하지 안은 44


압페 잔가 굵은 이  갓흔 피가 넘처 는 동포가 엉킨 이 을 나 산 설고 물 서른 이역의 타국에 고생할 것을 생각 할 에 실노 사모처 흐르는 눈물을 금할 수 업섯다.

긔차가 도착되자 플래트홈으로 압서거니 뒤서거니 엉기 엉기 걸어 나가는 사람들 틈에는 그들 내외도 섯겨 잇섯다. 시각이 잇는 차 시간이다. 그들은 할 수 업시 차에 몸을 담엇 다. 호각 소리가 나자 차는 박휘를 음직엿다.

“아! 차는 그만 가누나! 우리는 외 이갓치 눈물을 리며

조국을 나지 안으면 안 되노?”

하고 그는 입속말노 중얼거리며 바람이 씽씽 듸리쏘는 차창으로 머리를 내밀고 참아 고국은 못 니저 하는 듯이 눈 물에 서린 눈으로 사방을 힘업시 살펴보앗다. 그리고 좀 더 긔차가 멈을너 주엇스면 하는 듯하엿다. 그러나 내닷기 시작 한 사정업는 긔차는 흰 연긔 검은 연긔 번갈너 토하며 세 생

명의 쓸아리게 리는 피눈물을 싯고 줄다름 치기 시작했다. 1927. 1. 7, 宣川賢洞의 바람 부는 날 밤에

45 최 서방


지금까지 북레터 <인텔리겐치아>를 보셨습니다. 매일 아침 커뮤니케이션북스와 지식을만드는지식 저자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인텔리겐치아>사이트(bookletter.eeel.net)를 방문하면 모든 북레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