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강간 그리고 선한 사람들 시기와 질투가 있고 욕정과 욕망이 있으며 강도와 강간이 벌어진다. 그랬던 사람들이 모두 참회하여 진실한 인간이 된다. 감각과 감상과 이상은 우리를 흔들고 그래서 우리는 통속소설을 읽는다.
영화 ＜순애보＞, 박계주 원작, 유두연 각색, 한형모 연출, 1957
인텔리겐치아 2248호, 2014년 10월 6일 발행
스크린으로 간 문학 1. 곽승미가 엮은 박계주의 ≪순애보(殉愛譜)≫
“그러나 나는 그대와 함할 수 업는 죄의 몸, 강간 미수라는 더러운 죄인, 그리고 살인자. 그대의 겨테도 설 수 업는 추악한 몸이라오.” “아니얘요. 아니얘요. 저는 당신에게 영원 히 밧친 당신의 것. 당신은 나의 전부. 신이 아닌 이상 사람에게는 실수가 잇고 잘못이 잇 답니다. 그럿습니다. 사람이란 완전체가 아 닙니다. 불완전체인 인간은 누구나 다 하느
님 압페서는 죄인입니다.
제가 저를 당신에게 바칠 에 거기에는 어
한 한게가 잇슨 것은 아닙니다. 범죄치 안 는 만 골라서, 그리고 범죄하기 전지만
이 몸을 밧처서 사랑한다는 그러한 귀정을 세 운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은 아닙 니다. 제 이기(利己)를 목적하지 안코 저는 저를 영원히 밧친 것이얘요.”. －≪순애보≫, 박계주 지음, 곽승미 엮음, 198~199쪽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 인가? 윤명희다. 그녀는 우연히 원산 해수욕장에 서 어릴 적 친구인 최문선과 만난다. 둘은 서 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최문선은 살인 누
명을 쓴다. 그러자 그는 그녀를 멀리하기 위 해 자신은 추악한 몸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가 살인 누명을 쓴 까닭은 무엇인가? 그가 인순의 집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 었고 인순은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순은 누구인가? 그를 사랑하는 여자였다. 원산 해수욕장에 서 보트를 타다가 물에 빠진 인순을 그가 구 해 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 알게 된다. 인순은 어떻게 죽은 것인가? 인순의 집에 강도가 침입한다. 강도는 인순 을 죽이고 문선의 얼굴을 친다. 그러고는 의
식을 잃은 그의 손에 칼을 쥐이고 강간으로 위장하기 위해 인순의 치마를 벗기고 속옷을 찢어 놓는다. 그때 문선은 왜 인순의 집에 있었는가? 인순이 그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는 윤명희 를 사랑하기에 인순의 집에 가는 것을 망설였 으나 그녀가 기다릴 것 같아 할 수 없이 갔던 것이다. 문선은 어떻게 되는가? 눈을 다쳐 실명한다. 그런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강도가 병원으로 찾아와 그에게 용서 를 구한다. 그는 그 강도의 처지를 불쌍히 여 겨 법정에서 거짓 자백을 하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사형되는가? 아니다. 진실이 밝혀진다. 강도가 그에게 감 동해 자수했기 때문이다. 석방된 그는 함경 도에 있는 친구 집에 은거한다. 윤명희는 어떻게 하는가? 윤명희는 그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한 다. 결국 그와 재회하고 둘은 혼인한다. ≪순애보≫는 어떤 작품인가? 1938년 ≪매일신보≫의 현상 공모에 응모해 당선된 소설이다. 식민지 시기에 발표되었 던 소설 중 이광수의 ≪사랑≫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 ≪매일신보≫의 구독률이 2배 이상 높아졌 다고도 한다. 연재를 끝내자마자 1939년 10 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인기 요인은 뭔가? 감각성, 감상(感傷)성, 이상성이라는 세 가 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감각인가?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새로움의 감각을 선 사한다. 새로운 감각은 서구 문화를 흡수한 ‘신인간’들의 대화나 남녀의 연애 장면, 서구
적인 문물과 풍경, 육체의 노출 등에서 나타 난다. 예를 들면? 소설 서두부터 해수욕장에서 만나 수영복을 입고서 말장난하는 인순과 문선을 그렸다는 것은 당시 매우 새로운 만남의 형태를 보여 준 것이다. 감상성이란 뭘 말하는가?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만남과 헤어짐은 운명 의 장난처럼 이들의 사랑을 더욱 안타깝고 애 절한 것으로 만든다. 만남과 헤어짐이 시작 되기 전 등장하는 노래와 꿈은 독자를 상황에 몰입시키고 그들의 운명을 더욱 감상적으로
만든다. 예를 들면? 사형 집행 전날 감옥에서 문선은 극적으로 명 희를 만난다. 독자들은 이것이 문선과 명희 의 마지막 만남이라 생각하며 이들의 비극적 운명을 애틋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만 남은 꿈이었고 영원히 이별하는 이들의 처지 에 대한 안타까움의 정서는 더욱 고조된다. 시각장애인이 된 문선은 아름다운 음색으로 자신의 운명을 비탄하고 명희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상성이란? 이 작품의 중심 서사는 사랑과 이별, 재회지
만 이에 못지않게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도덕 이나 민족적 정서도 포함된다. 쾌락을 좇지 만 동시에 정신의 고결함도 원하는 일반 대중 의 기호를 따른 것이다. 이 작품의 캐릭터에서 이상성은 어떻게 나타 나는가? 최문선과 다른 모든 캐릭터가 이상적 인물형 이다. 작품 초반에 강도처럼 악했던 인물도 모두 참회해 선한 인물로 변모한다. 박계주는 누구인가? 문학사에서는 통속 작가로 분류된다.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이 작품은 연극과 영화 로도 만들어져 그의 통속 이미지는 더욱 깊이
각인되어 있다. 통속 작가로 분류하는 기준이 뭔가? 강간과 살인이라는 자극적 소재와 갈등의 이 상적 해결은 문학의 진지성을 해치는 요소이 기 때문이다. 연극과 영화는 언제 만들어졌나? 연극은 1943년 2월 5일부터 11일까지 ‘동양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영화는 1957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곽승미다. 이화여대에서 현대문학을 가르 친다.
강도 강간 그리고 선한 사람들 시기와 질투가 있고 욕정과 욕망이 있으며 강도와 강간이 벌어진다. 그랬던 사람들이 모두 참회하여 진실한 인간이 된다. 감각과 감상과 이상은 우리를 흔들고 그래서 우리는 통속소설을 읽는다.
영화 ＜순애보＞, 박계주 원작, 유두연 각색, 한형모 연출, 1957
초판본 순애보 박계주 지음 곽승미 엮음 한국 소설 2014년 8월 22일 출간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582쪽 25,000원
작품 속으로
순애보
바다에서 생긴 일
1 “누군지 아라 맛치세요.” 물결치는 해변에 이－젤(畵架)를 세워 노코 캔스에 그 림을 그리기에 열중하는 최문선(崔文善)의 뒤에서 갑자기 소리 업시 이러케 무언의 질문을 던지는 이가 잇다. “…?” 문선은 반사적으로 억개를 움추리면서 그림을 그리든 붓 을 왼손에 옴겨 쥐고 바른손으로 자기의 눈을 가리운 사람 의 손을 만져 본다. 그것은 부드러운 여자의 손이다. ‘누굴가?’ 하고 속으로 말하는 문선은 “인순 씨가 아니신가요?” 하고 뭇는다. “노－”(아니요) 문선의 두 눈을 잡은 사람은 목소리를 변하여서 대답한다. “멀 인순 씬데… 바로 맛첫지요?” 3
문선의 이 말에 “노－” 하고 그는 다시 대답한다. “암만 부인해도 인순 씬 걸 어케 해요?” “노－” 여전히 부인한다. “그럼 인순 씨 대신에 거짓말하는 인순 씨가 새로 탄생해 서 오신 게로군.” 문선이 놀리는 말에 “아이 선생님두!”
하고 그제야 인순은 문선의 눈에서 손을 다. 자주빗 해수욕복을 입은 인순은 탄력 잇는 육체의 곡선 을 길게 폭로식히면서 문선이를 보고 웃음을 지으며 이러케 뭇는다.
“웨 저는 그만한 것도 닷지 못헌 둔감한 바보로 아십니
까?”
문선은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놀리는 말을 던진다.
“원 선생님두! 작구 놀리시기만 하면 전 실어요!” 인순은 쌜죽해서 도라선다. “하아! 노하시는 모양이로군요.” “누가 노한대요?” 4
“그럼 연극을 노십니.”
“아이 놀리시네! 난 몰라요.” 하고 인순은 어린아이와도 갓치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웃는 시선으로 문선을 흘겨본다. “실례하엿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상쾌하게 조화된 아름다운 용모에 서늘하게 빗나는 눈을 가진 문선은 그 얼굴에 웃음을 날리면서 이러케 용서를 구 한다. “제가 도리어 용서를 구하여야겟서요. 그림을 그리시는
데 이러케 방해를 처드려서….” “원 천만에요.”
두 사람은 다시 서로 우슴을 보여 준다. 침착하고 청염한1) 문선이가 오늘은 이러케 전에 업시 자 기를 놀려 주기도 하고 여러 말로 대해 주는 것이 인순에겐 헤아릴 수 업는 즐거움이엿섯다. 인순이가 문선이를 알기는 지금으로부터 이주일 전인 멀
지 안흔 엿다. 인순이가 보모 일을 보는 경성 K유치원에 서 방학을 하자 인순은 개성 자기 집에 가서 몃칠을 유하고
는 이내 원산 송도원(松都園) 해수욕장으로 동무를 라 피
1) 청염(淸艶)한: 맑고 품위 있게 아리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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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를 오게 되엿다.
어느 날 인순은 혼자 －트를 타고 노 저어 가다가 －
트 압흐로 헤염치여 지나가는 한 여학생을 피하노라고 －
트의 머리를 갑재기 돌린 것이 어 남자가 탄 －트에 충
돌되여서 두 －트가 전복되자 그 두 －트에 탓든 두 사
람은 그만 물속에 지고 말엇다.
2 몃 시간이 지낫는지는 알 수 업스나 인순이가 제 의식을 회
복하엿슬 에는 자기 몸이 어 병실 침대 우에 누워 잇는 것을 발견하고 저윽히 놀라면서 머리를 들려고 하엿다. 그
인순이로 하여금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인순의 시야(視野) 에 한 청년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상쾌하게 맑은 이마에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이 청년은
미분명하나마 아 자기 －트의 충돌을 밧어서 자기 －
트와 함 전복되든 그 －트에 탓든 남자임에 틀림이 업
서 보인다. 그런가 하고 다시 보면 그 남자 갓지 안키도 하여 보인다. “좀 어십니.” 6
침대 겻헤 노힌 의자에 안저서 인순을 직히고 잇는 그 청
년은 인순이가 눈을 는 것을 보고 기하는 표정을 얼굴 에 지으면서 이러케 뭇는다. “감사합니다….”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인순은 이러케 대답을 대신하여
인사를 하엿스나 이 이상 다른 말을 할 것을 잇고 다만 － 트가 전복되든 전말과 지금지의 경과를 알고 십흔 생각이 몬저 잇섯다.
더욱히 지금 자기 엽헤 안즌 청년이 자기와 함 물에
지든 그 남자인지? 만일 그 남자가 아니라면 그는 어케 되 엿나? 살엇는가? 죽엇는가? 인순의 머리에서는 궁굼증이 급 속도로 일기 시작하엿다. 그리고 자기의 부주의로 인하야 일 어난 참변을 생각하고 자기 몸을 습격하는 전율지 느겻다. 그 청년은 침상에서 일어나는 인순이더러 “일어나지 마시고 그대로 누워 게서요.” 하고 도로 눕기를 권한다. “네 괜찬어요.” “머 예의를 차리지 마시고 그대로 누어 게서요. 일어나시 면 몸에 해로울 것입니다.” “…”
인순은 감사하다는 을 목례(目禮)로 표한다. 그리고 자 7
기 몸을 지지할 힘이 자기 몸에 업슴을 닷고 하는 수 업시 “그러면 실례합니다.” 하고 자리에 다시 눕는다. “네 어서 누우세요.” 이윽고 인순은 “예가 어데에요?” 하고 청년더러 뭇는다. “도립병원입니다.” “예가 도립병원이에요?” “네.” “미안하지만 지금 몃 십니.”
청년은 시계를 집어내여 보더니 “지금 네시 십삼분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여러 말을 뭇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용서하시고 들어주 세요.” “네 좃습니다. 어서 물으세요.” “오늘이 칠월 십일일이지요?” “네 그럿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이 병원에 수용되엿군요?” “네.” 8
“어케 제가 이곳으로 오게 되엿서요?” “기억나시지 안습니.” “네.”
“아 물에 지시든 일도?”
“그 일은 기억납니다. 제가 탓든 트가 어 분이 탄 －트를 충돌식히면서 함 전복되든 일지는….” 인순은 말을 잠간 엇다가
“그런데 그분은 어케 되엿습니?” 하고 다시 뭇는다. “누구 말이신가요?”
“아 제 －트에 충돌을 바다서 저와 함 물에 진 그분 말이얘요.” 인순은 이러케 물으면서 ‘그분이 바로 당신이 아닙니?’ 하는 의미의 시선을 청년에게 던진다.
‘만일 이 청년이 물에 지든 남자가 아니라면. 그보다도
그가 물에 진 채 생명을 일코 말엇다면…?’
이러케 생각하는 인순은 자기의 잘못이 한 생명을 무참
히 죽이고 말지나 안엇나 하는 공포와 전율이 등 에 식은
을 도더나게 함을 달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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