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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국에서 내 작품을 출판 공연할 수 없음 나치 독일과의 합병, 과거 청산의 부재, 극우 편향과 보수성, 그러고도 뻔뻔하게 살아 있는 나라. 작가는 자신의 조국을 비난한다. 오스트리아는 검열과 금지로 대답한다. 죽기 이틀 전 베른하르트는 유언한다.

연극 ‹미네티›, 프랑스 샤르트르 극장, 2009


인텔리겐치아 2552, 2015년 4월 22일 발행

류은희가 옮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미네티≫

미네티 미네티입니다 고전문학을 거부한 사람입니다 (다시 천장을 올려다본다) 변화는 싫어 변화가 싫어 (여자에게)


일정 시점부터는 변화를 혐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두 손으로 외투에 묻은 눈을 털어 낸다) 오스탕드에 눈보라 진짜 엄청나군 (여자에게) 여기서 플렌스부르크의 극단 단장과 약속이 있어요 난 연극배우입니다 -«미네티(Minetti)»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 지음, 류은희 옮김, 10~11쪽


지금 여기서 누가 무엇을 하는 것인가? 미네티, 그는 스스로를 ‘리어를 연기하는 배 우’라 부른다. 약속 시간에 30분 늦었고 상대 는 나타나지 않는다. 배우가 리어만 연기하나? 열여덟에 처음 리어를 연기한 뒤 리어를 연 기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젊은 시절엔 독일 전역을 순회공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 러고 나서 30년 동안, 외딴 시골에서 감금과 다름없이 고립되어 살아야 했다. 왜 고립되었나? 고향인 뤼베크 시에서 리어를 공연했다. 관 객은 시의원들이었다. 그들은 미네티를 고


소했다. “고전문학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극장을 파괴”하고, “극장 사상 최악 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관객을 기만”했다고 썼다. 고전문학을 거부했는가? 그들이 말하는 ‘고전’이란 관객을 편하게 하 고 가치와 규범을 방해하지 않는 예술을 말 한다. 미네티는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지는가? 전 재산을 들여 다투었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후 누이가 있는 외딴 시골에서 30년간 은 둔했다.


30년 동안 뭘 했나? 다락방에서 매일 리어의 대사를 낭독했다. 매달 13일에는 거울 앞에서 리어의 대사 전 체를 한 번은 영어로, 한 번은 독일어로 공연 했다. 마지막으로 리어를 꼭 한 번 다시 공연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다. 희망으로 끝나는 희망인가? 실현의 실마리가 보인다. 플렌스부르크 극 장이 2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리어를 공연하 기로 한다. 12월 31일 눈보라 치는 밤, 수중 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오스탕드행 기차를 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미네티는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극단 단장이 보냈다는 전보 도 잃어버리고 없다. 어쩌면 이 약속은 30년 동안 불안과 강박에 쫓기면서 비롯된 그의 망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인가? 그렇다. 그도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향과 무대에서 내쫓겨 완전히 늙고 쇠약 해진 미네티는 오스탕드 해변, 눈보라 속에 서 리어 가면을 쓰고 꼿꼿이 앉아 홀로 죽음 을 맞는다.


리어 가면이라니? 화가 제임스 앙소르가 오스탕드의 호텔에서 그를 만났을 때 만들어 준 가면이다. 귀중한 재산으로 여겨 어딜 가든 트렁크에 넣어 다 녔다. 미네티가 ‘고전’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앙소르, 미네티 모두 실존 인물 아닌가? 그렇다. 이 작품은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당 시 고희가 된 배우 베른하르트 미네티를 위 해 쓴 헌정 작품이다. 실제 공연에서 미네티 가 ‘미네티’를 연기했다. 제임스 앙소르는 벨 기에 오스탕드 출신으로 ‘가면과 해골의 화 가’로 알려져 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누구인가?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문제 작가 이자 세계 무대에서 브레히트와 더불어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다. 모국인 오스트리 아 국가와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무엇을 비판했는가? 나치 독일과의 합병, 과거 청산의 부재, 극우 편향과 보수성을 겨냥했다. 결국 공연에 대 한 검열, 출판 금지와 같은 법적 제재를 받았 을 뿐만 아니라 수도인 빈에서 추방해야 한 다는 정치권의 여론몰이에 시달려야 했다. 베른하르트의 응전은? 사후 문학적 망명이다. 1989년 지병인 폐 질


환으로 죽기 이틀 전에 직접 공증을 마친 유 언장에서 오스트리아 국경 내에서는 자신의 작품이 출판, 공연되는 것을 일절 금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류은희다. 베른하르트 문학을 전공하고 연 구하는 번역자다.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원이 다


내 조국에서 내 작품을 출판 공연할 수 없음 나치 독일과의 합병, 과거 청산의 부재, 극우 편향과 보수성, 그러고도 뻔뻔하게 살아 있는 나라. 작가는 자신의 조국을 비난한다. 오스트리아는 검열과 금지로 대답한다. 죽기 이틀 전 베른하르트는 유언한다.

연극 ‹미네티›, 프랑스 샤르트르 극장, 2009


미네티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류은희 옮김 2015년 3월 24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134쪽, 14,500원


작품 속으로

미네티 늙은 예술가의 초상


나오는 사람들

미네티, 연극배우 여자 소녀 소녀의 애인 호텔 프론트 직원 벨보이 절뚝거리는 노인 노부부 난쟁이 술 취한 남자 절름발이 웨이터 가면을 쓴 무리

첫째, 둘째, 셋째 장면: 오스탕드의 한 오래된 호텔 에필로그: 오스탕드 바닷가


제1경

호텔 로비 왼쪽에는 낡은 영국제 엘리베이터 오른쪽은 프론트, 호텔 직원이 오래된 숙박부를 뒤적이고 있다 배경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낡은 소파에 앉아 버지니아 궐련을 피우며 술을 마신다 벨보이가 왼쪽에서 낡은 트렁크를 들고 와서 프론트 앞에 내려놓는다

프론트 직원 (쳐다보면서)

뭐야 벨보이 (소리를 낮춰)

이상한 손님이에요

프론트 직원과 벨보이는 방금 벨보이가 큰 트렁크를 들고 왔던 쪽을 쳐다본다


여자

(술을 마시면서 프론트 직원에게) 견뎌야 해요 혼자서 내가 주문한 샴페인 잊지 말아요 필요하면 두 병 나 혼자 마실 거예요 나 혼자 (큰 소리로 웃다가 두 사람이 보는 쪽을 쳐다본다) 무슨 상관이람 난 저항해야 해요 아시겠어요 (강조해서) 저항 세상엔 정말 미치광이들뿐이군 기가 막혀 썩을 대로 썩었어 (프론트 직원에게로 몸을 돌리며) 눈보라예요 정말 눈보라야 (두 사람이 쳐다보는 쪽을 바라보며)


그러고는 가면을 써요 12월 31일 맞을 준비 해야죠 내 방식이 있어요 (술을 마신다) 원숭이 가면을 쓰고 침대에 누워 그리고 기다려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샴페인을 병째 마셔요 12월 31일을 이런 식으로 보낸 게 벌써 3년째예요 (마치 괴상한 인간이라도 관찰하듯이) 어떤 땐 두병 물론 핑계지만 숨이 막힐 것 같아서요 정상이 아니죠 체중이 불어서 벌써 세 번이나 원숭이 가면을 늘였어요 (술을 마신다) 가면 밑에 양손을 포개 놓고 늘여 붙였죠


하지만 집이 아니라 호텔에서요 아시겠어요 이 호텔에서 (마치 자신에게 명령하듯이) 11시까지만 참아 그러곤 방에 올라가서 가면을 쓰고 샴페인을 마시고 침대에 눕는 거야 얼굴에 가면을 쓰고 스타킹은 신은 채로 (큰 소리로 웃는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으면 한 병 더 마시는 거야 (술을 마시며 트렁크를 쳐다보고 다시 반대방향을 돌아본다) 저 양반 틀림없이 트렁크 주인일 거야 미네티 (발목까지 오는 낡은 겨울 외투, 목이 긴 검정 에나

멜가죽 구두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왼팔에 우산을


매달고 속바지 끈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사방을 두 리번거리며 느릿하게 걸어 들어온다 로비 중앙까지 와서 걸음을 멈추고는 프론트 직원에 게 말한다) 미네티입니다 (상의에서 지갑을 꺼내 동전을 찾아서는 번개처럼 빨리 동전 쥔 손을 벨보이에게 내밀지만, 벨보이는 가만히 있는다) 자

벨보이 동전을 받는다 미네티 로비의 천장과 벽을 올려다보고 네 모서리를 쳐다본 다

이렇게 변하다니 이렇게 서서히 변하다니 (여자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던 것이 30년 전 정확히 32년 전이었습니다 (프론트 직원에게)


74호실에 묵었어요 74호실 (다시 천장을 올려다본다) 완전히 변했어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어 모든 게 시간문제야

여자는 술을 마신다

시간문제

엘리베이터가 위에서 내려온다 미네티 여자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미네티입니다 고전문학을 거부한 사람입니다 (다시 천장을 올려다본다) 변화는 싫어 변화가 싫어 (여자에게)


일정 시점부터는 변화를 혐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두 손으로 외투에 묻은 눈을 털어 낸다) 오스탕드에 눈보라 진짜 엄청나군 (여자에게) 여기서 플렌스부르크의 극단 단장과 약속이 있어요 난 연극배우입니다 (천장을 쳐다본다) 많이 변했어요 난 오스탕드를 사랑합니다 잿빛 바닷가 대서양 바닷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가면 쓴 무리가 쏟아져 나와 웃고 소리 지르고 로비를 가로질러 가며 하마터면 미네티를 넘어


뜨릴 뻔 치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미네티 그들을 보며

고얀 것들 고얀 것들

여자는 술을 마시면서 미네티의 속바지 끈이 풀린 것을 본다 미네티 프론트 직원에게

난 플렌스부르크 극단 단장을 기다리고 있소 플렌스부르크 극장 200주년 기념 행사로 리어를 셰익스피어를 공연하기로 했어요 난 30년 동안 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30년 동안 무대에 서지 않았어요 (여자에게) 리어 리어 왕은 세계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드라마 작품이죠 (그가 들어왔던


방향을 되돌아보면서 리어의 대사를 인용한다) Thou think'st 'tis much that this contentious storm Invades us to the skin so 'tis to thee but where the greater malady is fix'd the lesser is scarce felt 이 사나운 폭풍우가 우리 살 속까지 파고드는 걸 자넨 가혹하다 생각하겠지 자네에겐 그럴 거야 그러나 중한 병에 걸렸을 때는 작은 병은 여간해서 느껴지지 않는 법이지 (천장을 올려다보며) 리어 (우산으로 뒤편 오른쪽 구석을 가리킨다) 여기 이 구석 자리에서 앙소르와 이야기했어요 앙소르와 직접 (그의 가방을 가리킨다) 이 트렁크 속에 리어 가면이 있습니다


앙소르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이죠 리어 가면은 내가 가진 가장 귀중한 재산입니다 (여자에게) 가면이 리어입니다 (다시 우산으로 구석을 가리키며) 이 구석 자리였어요 물론 철학적인 담판이었죠 (더욱 절박하게) 제임스 앙소르 앙소르한테서 난 리어 가면을 얻고 싶었어요 그리고 앙소르는 나에게 그 가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큰 소리로) 세계문학 전부를 머리와 얼굴에 쓰는 것은 엄청난 도착 행위죠


(다시 구석 자리를 가리키며) 앙소르와 이야기하면서 문득 나는 그가 셰익스피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은 엄청난 예술입니다 하고 앙소르에게 말했어요 리어로서 무대에 설 수 있게 내게 가면을 만들어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여자는 술을 마신다

그러나 그는 셰익스피어를 전혀 몰랐어요 리어를 연구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내가 말렸습니다 리어를 연구하지 마십시오 고전문학은 깡그리 잊어버리세요 깡그리 하고 말입니다 그는 셰익스피어를 몰랐고 리어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었어요


세계문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하지만 앙소르는 나를 위해 가면을 만들었습니다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아주 대단한 가면이지요 난 이 가면을 쓰고 플렌스부르크 극장 20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연합 니다 극단 단장과 약속했어요 나 같은 예술가가 극단 단장을 난처하게 만들 순 없지요 (천장을 쳐다보며) 앙소르 가면에 새겨진 리어

여자는 술을 마신다 한 늙은 절름발이 남자가 오른쪽에서 등장해 프론트에서 방 열쇠를 받고는 절뚝거리며 왼쪽으로 퇴장한다 미네티 프론트 직원에게


극단 단장한테서 정말 아무 연락 없어요 지금이 몇 십니까 프론트 직원 9시 반입니다 손님 미네티 (자신의 회중시계를 본다)

9시 반 눈보라 때문에 내가 늦었구나 (외투를 다시 한 번 털고 나서) 날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까 프론트 직원 예 손님

여자는 술을 마신다

미네티 전화도 없었어요 프론트 직원 예 손님

전화도 없었습니다 손님 미네티 무슨 연락이 있겠지

연락이 있을 거요 (여자를 쳐다보며)


연락이 있을 겁니다 (프론트 직원에게) 기다리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여기 이 로비에서 기다리겠어요 (여자에게) 혹시 극단 단장을 아십니까 플렌스부르크 사람인데 해마다 이맘때쯤 이곳에 오지요 전보로 약속했어요 이 호텔에서 9시에 만나기로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고 나서) 내가 리어를 공연하는 것은 다시 한 번 공연하는 것은 극복이고 절정입니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더 이상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맹세했어요


더도 말고 꼭 한 번만 더 30년 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어요 30년 동안 아무것도 못했어요 난 고전문학을 거부했습니다 리어는 예외지요 이제 다시 한 번 리어를 공연합니다 앙소르의 가면을 쓰고 신경이 예민해요 끔찍한 날씨 때문이에요 부인

여자는 술을 마신다 미네티 아주 조그만 소리로 여자에게

그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아무것도 마치 셰익스피어를 한 번도 못 들어 본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도


(몸을 돌려 우산으로 트렁크를 가리킨다) 이 가면을 만들었어요 난 이 가면을 항상 휴대하고 다닙니다 이 트렁크에 넣어서요 부인 여행할 땐 꼭 이 트렁크를 가지고 다닙니다 트렁크에 앙소르의 가면이 들어 있어요 이를 어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다시 한 번 리어를 내가 리어를 공연하는 것은 플렌스부르크 극장 200주년 기념 행사로 극단 단장이 원한 겁니다 (구석 자리를 바라보며 다시 우산으로 구석 자리를 가리킨다) 수줍은 성격이지만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부인 난 불안했습니다 예술가들은 모두 불안해합니다 불안 불안


예술 그리고 불안 이런 사람들이 역사의 진행을 규정합니다 서로에게 상처 줍니다 아시겠습니까 (큰 소리로 낭독하며) 소위 조형예술이란 무엇입니까 난 단도직입으로 앙소르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아무 대답도 않더군요 소위 연극예술이란 그가 묻더군요 아무 말도 않았어요

엘리베이트가 위에서 내려온다

초청 공연 협의는 우연하게 이루어졌어요 로테르담 출신 부인이 있었는데 심한 코감기를 앓았죠 그 부인과 로테르담에서 내 공연을 의논했어요 리어 역을 놓고 말입니다


그때 앙소르를 만났습니다 이 호텔에서 앙소르와 약속했었죠 지금 내가 극단 단장과 약속한 것처럼요 그 뒤 앙소르는 가면을 만들어 주었고 나는 앙소르의 가면을 쓰고 리어를 공연했습니다 (아주 조그만 소리로) 때때로 우린 모든 걸 마음대로 하지요

한 노부부가 오른쪽에서 로비로 들어와서 프론트에서 방 열 쇠를 받고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고, 엘리베이터는 젊고 쾌활한 가면 쓴 무리를 싣고 내려온다. 가면 쓴 무리는 술잔과 술병을 들고 웃고 소리 지르며 로비 를 지나 밖으로 나가고 노부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미네티는 노부부를 지켜보다가

앙소르의 가면에 새겨진 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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