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손님과 오마이 [253호 커버 스토리 - 복음주의운동 , 지속 가능한가 ]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배운다
지난 20여 년간 복음주의운동단체는 교계 안팎의 몰이해와 비협조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꿈 꾸며 고독하게 분투해 왔고, 그에 따른 나름의 성과와 족적을 남겨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앞 선 기사와 대담에서 확인했듯 내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바끄러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음도 사 실이다 . 이에 운동의 열매는 물론 농사짓는 방식에 있어서도 뭇 단체의 모범이 되기에 넉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 (이하 사랑방)을 방문, 우리가 허리를 동이고 겸손히 배워야 할 점을 톺아가며 살폈다. 이 글의 제목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의 함경도 버전이 아니다 . 취재차 사랑방에 손님으로 들렀다가 속으로 ‘ 오마이 ’(Oh My!) 라는 감탄사가 몇 번이나 터져 나왔기 때문에 붙인 제목이 다. 모두가 대표다 2017 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털어 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목회자 중심주의 에서 비롯되는 위계질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고 교회의 이 악습은 기독운동단체 에도 그대로 이식된다 . 여성 간사가 전화를 받았을 때 “아가씨, 목사 바꿔 !” 하는 건 개념 없는 위인들의 작태라 치자 . 문제는 내부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고질적인 불평등이다 . 사랑방에 서 가장 알싸했던 대목은 도무지 위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 단 두 명이 고작인 단체에도 있는 대 표도 없고 , 그 흔한 사무총장도 없다. 사랑방의 유일한 직책은 활동가이고 , 활동가 개개인은 실 질적인 대표다 . 레토릭이 아니라 ‘ 레알 ’ 그렇다 . 아무리 어린 활동가라도 특정 사안을 담당하는 실무자라면 글도 기고하고, 인터뷰에도 응하고, 국회에도 나간다. 그러니 사랑방 출신이라고 하 면 어디서든 인정을 받는다. 모든 인권단체가 이렇게 굴러가는 건 아니다. 사랑방 상임활동가 훈창은 이전에 이주노동자 단 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은 아무래도 활동가들의 폭이 좁다고 지적한 다 . 그의 관찰에 의하면 직급 체계가 있는 단체에서는 아무리 활동가가 귀한 뜻과 열정을 갖고 있어도 손윗사람의 의견이 다르면 그 뜻을 펴지 못할 때가 많다 . 물론 활동가 자신이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도 쉽지는 않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씁쓸한 얘기지만 복음주의 시민단체는 일명 ‘뉴스 앵커 커플 ’이다 . 40대 목회자 아저씨와 20대 여성 간사가 짝을 이룬단 얘기다 . 중요한 행사에는 나이 든 목회자가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나 와 얼굴 마담 노릇을 한다 . 이런 인적 구성상 단체와 함께 커 가며 역량과 전문성을 벼리는 30 대 실무자를 찾기 힘들다 . 중간이 없다는 건 지속가능한 운동을 생각할 때에 심각한 문제다 . 젊 은 활동가들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대표나 사무총장이 매번 마이크를 잡는 행태는 이쯤에서 멈 춰야 하지 않을까 ? ‘ 이 잔을 내게서 돌리시옵소서 ’를 읊으며 앞에 나서지 않으려 해도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얘기는 그만 하자 . 20대 여성 실무자가 기자회견을 하면 “내 참 어이없어서 . 그
런 새파란 애들이 뭘 안다고 …” 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그런 반응이 담지하고 있는 오만과 편견 을 뚫고 지나려는 독한 결단이 없다면 이런 관행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사람도 키울 수 없을 것이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준 사랑방 상임활동가 명숙은 교계의 행태에 대해 이 렇게 반응했다 .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오는 게 당연한데 그게 아니라는 게 신기하다. ‘일하는 사람 따로 ,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 따로 ’ 라면 그건 표리부동 아닌가 . 더구나 사안에 혼 신을 기울인 실무자가 아닌 이상 그 말에 울림이 없을 수밖에 없다 . 처음엔 실수도 하겠지만 젊 은 활동가에게 힘을 실어 주고 , 또 활동가 중심으로 운동이 더 뻗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 그녀 는 상임활동가가 아닌 자원활동가 시절에도 사랑방 사업을 대표해 공적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으레 대표를 찾았고, 대표가 없다니까 대표급을 찾았는데,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 와야 한다는 말이 힘을 얻으면서 자원봉사자에 불과한 자신이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 명숙은 그 경험이 굉장히 신선했다고 추억했다. 이런 식이니 신입 활동가를 뽑는 방식도 사뭇 다르다 . 사랑방에선 상임이나 돋움활동가로 일하 고자 하는 이는 기존 상임활동가 16 명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면담을 거친다. 상임의 경우는 임 시 총회를 열어 집단 면접까지 한다 .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사람을 새로 들이지 않는다 . 다른 단체처럼 대표가 정하면 편하고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명숙의 말대로 민주주의는 원래 시간이 많이 들고 불편한 제도다 . 한마디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을 감 수하는 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근육을 형성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나라운동을 하는 복음주의단체라면 일반 시민단체보다 더 열심히 한 분야의 일꾼을 길러 내야 마땅하건만 , 현실을 보면 각종 잡무만 맡기고 중요한 자리에선 배제시킨다 . 간사들로선 나 름 촉망받는 인재로 안정된 직장도 포기하고 하나님나라운동에 자원했는데 언제까지 허드렛일 만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고인다 . 허드렛일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 책임을 지우고 그에 따른 역 량을 키울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거다 . 좀 독하게 말하는 게 허락된다면, 단체는 젊은 운동가의 희생을 빨아 먹고 수명을 연장하지만 , 어느덧 소진(burnout)한 간사들은 폐기 처분되고 마는 게 아닌가 싶다. 단체를 떠나면서 서로 데려가려는 데가 많아야 하는데 사람을 키워 주지 않으니 갈 곳이 없다 . 그렇게 간사 한 명이 쓸쓸하게 떠나면 다른 데서 일하던 간사가 들어와 그 자리 를 메운다 . 카드 돌려 막기도 아닌 ‘간사 돌려 막기’란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더 화나는 것은 , 복음주의 시민운동에 20~30대 팀장급 여성이 없다는 거다 . 복음주의 운동판에 대체 여성 리더십이 있기는 한가 ? 교회가 요구하는 것이 남성명 망가들이라 현실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그릇된 요구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지배적인 흐름을 거슬러 살 아가고자 운동판에 뛰어든 것을 생각하면 사뭇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 솔직하게 여성 활동가를 키우기 위한 의식적․구조적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시인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교회를 마초 교권이 망쳤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나는 여성이 리더를 맡으면 더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넌 경 력이 짧아 , 넌 여성이야 , 남성 목회자들 속에서 어떻게 여성이 … 이런 사고방식이면 백 년이 지 나도 바뀌지 않는다 . 옳다고 믿는다면 반발이 있더라도 돌파해야 한다 . 아니 , 반발이 없다면 그 게 운동이기는 할까?
우리 사회는 모든 이가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 그 것도 남성들이 발언권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 낮고 가난한 이들과 여성의 목소리는 좀 체 들리지 않는다 .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그것을 전복하려 함이지 않은가. 바울 역시 “ 하나님 께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는 지체가 더 귀중하게 다루어지도록 몸을 만들어 주셨”( 고전 12:24)다고 말한다 . 그렇다면 예수와 바울을 생각해서라도 젊은 실무자들 , 특히 여성 실무자들 이 존재감을 갖고 일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 이제 교계에서도 실무 간사가 다른 단체의 대표 급과 동등하게 토론하고 , 결정 사항에서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는 풍경이 빚어지기를 고대하고 부탁한다. 평등을 불러오는 언어 앞서 말했듯 사랑방의 유일한 직책은 활동가다 . 활동 시간과 활동비 지급 여부에 따라 상임활 동가, 돋움활동가 , 자원활동가로 나뉠 뿐이다 . 직함을 부르게 되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상하관계 를 몰아내기 위해 사랑방은 다른 일체의 직함을 없앴다 . 대신 이름 또는 활동가명을 부른다 . 이 는 상임활동가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오는 자원활동가에게도 고스란히 적 용된다. 상임활동가 명숙에게 훨씬 어린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명숙 , 명숙’ 하며 이름을 부르는 건 아 무 것도 아니다. 인권운동의 거목인 50대 박래군 선생도 그냥 ‘래군’ 이라 불린다 . 한 번은 한 청소년단체가 공간이 없어서 공간을 빌려줬는데 , 심지어 초등학교 활동가들조차 “래군 , 래군” 하며 이름을 불렀다 . 박래군은 자기 딸보다 어린 애들이 그러는 게 확실히 편하지 않았지만 시 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졌다고 한다 . 명숙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접하면 누구나 힘들고 확실 히 시간이 필요하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을 보탠다 . 하지만 이름 부르기를 모 든 이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하거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 인권영화제를 담당하는 상임활동가 일숙 은 “어떤 이에겐 꼬박꼬박 언니를 붙이게 된다 . 이름을 부르려 해 보지만 잘 안 된다 . 운동단체 에서는 언니란 호칭을 잘 안 쓰는데 개인적인 친밀감이 앞서는 것 같다 ”고 미소를 짓는다 . 문득 호칭만 평등한 건지 실제로 상임활동가와 비상임활동가의 관계도 평등한 건지 궁금해졌다. 마침 사랑방에 와 있던 자원활동가가 있어서 물었다 . 자신의 이름을 오정록이라 밝힌 그는 “자 원활동가는 자신이 관심 있는 활동을 선택하고 팀별로 활동을 함께 한다 . 팀 내에서는 상임이든 자원이든 동등한 성원으로서 활동을 한다. 같이 결정하고 같이 일을 나눈다 ”고 덤덤하게 말했 다. 평등하게 나뉘는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히는 비생산적·비상품적이라는 이유에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은 노동을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라고 했다 . 그렇다면 활동가 외에 다른 직책은 없고 , 모두가 대표인 사랑 방에서 자지레한 그림자 노동은 누구의 몫일까 ? 정답은 ‘모두가 고루 나눠서 한다’ 이다 . 사랑방 의 상임활동가들은 당번과 주번을 정해서 밥 짓기, 설거지, 화장실 청소 , 쓰레기 배출과 같은 돌봄 노동은 물론, 보통 다른 단체에선 행정 간사가 감당하는 재무나 후원자 관리 일도 활동가
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말로는 이상적이고 아름답지만 몸으로 옮기는 건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 사랑방에서 점심과 저 녁 두 끼를 같이 해 먹는 등 함께 생활하기에, 그에 따르는 필수적인 노동이 있는데 , 상임활동 가의 업무와 병행하기가 벅차다고 토로한다. 올해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상임활동가 민선은 그 래도 생활을 같이 해서 좋은 점이 있지 않지 않으냐고 묻자 그냥 단칼에 “없다” 고 쿨하게 답한 다 . 팀워크를 다질 수 있다든지 나름 좋은 점을 말할 거라 기대했던 게 무색해졌다 . 그림자 노 동에 더해 활동가들을 코디네이터하는 집행 조정, 후원자 관리 및 재정을 담당하는 총무, 주간 인권 신문 <인권오름 > 편집 등의 대가 없는 순환 보직은 모두가 기피할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 누군가 그런 보직을 전담해서 맡는 게 본업인 인권 활동에 전념할 수도 있고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단체의 사명과 비전을 공유하지도 못하고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사무 간사가 아니라 사랑방의 철학과 비전에 격하게 공감하고 , 행정 및 재정에 탁월한 누군가가 자진하여 사랑방의 살림 일체를 전담해서 맡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이 에 대해 활동가들은 한 사람을 기능적으로 고착화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누구나 살림살이를 알 아야 한다고 명쾌하게 답한다 . 돌아가면서 일을 해 봐야 내 고민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기 엔 조직을 책임지려면 활동만이 아니라 살림을 배워야 한다는 발상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인권 오름> 을 번갈아 맡는 것도 활동가라면 누구나 글을 쓰고 , 기획하는 일을 해 봐야 한다는 사고 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활동가라면 꼭 글쓰기의 능력을 가져야 하는 걸까, 그것도 일종의 엘리트 의식은 아닐까 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에도 게으르지 않다). 사랑방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그림자 노동이 평등하게 분배된 것은 아니다 . 예전에는 김치를 담 그면, 제안도 실행도 전부 여자 활동가들이 했다고 한다. 남성 활동가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런 일에 관심을 가질 줄 몰랐던 거다 . 계속되는 돌봄 노동의 분담으로 이제는 모두가 살림에 관 심을 가지게 됐다. 사랑방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월요일에 열리는 내부 회의다. 현장운동가들인데도 이 회의만큼 은 칼 같이 지킨다 . 심지어 외부 기자회견도 빠지고 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 이 회의에서 의견 차이나 갈등이 있으면 끝장을 볼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철저히 점검 하고 개선해 간다. 그럼에도 활동가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이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 이를 얼마나 성숙하게 풀어내는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토로한다. 회의가 길어지면 피로도 커진다.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다 보니 시급한 결정이 어려운 부분도 있 다 . 특히 현안에 대한 성명서나 논평을 낼 때, 혹은 연명을 할 때 , 전체 성원의 입장을 수렴해 서 단체의 입장을 전해야 하는데 내가 정말 관심 없는 분야 , 또 내 입장은 조금 다를 수도 있 는 분야에서는 자료를 다 읽고 반응을 해야 하는 게 버겁게 느껴진다 . 그럼에도 사랑방 활동가 들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려면 품이 더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진득하게 새기고 있다. 교회와 사회를 바꾸자는 말은 쉽지만 그것을 몸으로 옮기는 것은 고통이다 . 평등을 실천하기 위 해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손수 감당하고 , 지루하고 격렬한 회의를 장시간 이어가는 대목에선 예수가 누누이 강조한 대가를 치르라는 말씀이 연상된다 . 문득 명숙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 “인
권운동을 하면서 늘 이야기하는 게 자유와 평등인데 왜 위계 없는 관계를 이야기할까. 개인과 개인이 권력 관계없이 투명하게 만나려고 그런 거다 . 이게 요즘 트렌드라서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권력 관계 없이 투명하게 만날 때 서로가 발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근무 환경 및 복지 인권운동단체에 걸맞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것도 버겁지만 활동가 본연 의 업무 강도 역시 만만치 않다. 말로는 항상 서로 일을 줄이자고 하지만 인권활동가로서 사안 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열정과 의분이 있다 보니 더 많은 일을 기획하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다른 단체에서 사랑방을 워커홀릭이라며 놀리는 것도 괜한 게 아니다. 아무래도 활동가가 더 늘 고 , 이를 위해 재정이 잘 확보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근무 시간은 주 5일 근무에 출퇴근 시간은 자유다 . 연차 15일과 안식주 2주를 합하면 1년에 1 달 정도는 쉴 수 있다 . 활동비는 상임활동가의 기본적인 생활비를 책임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 기 위해 애쓰고 있다 . 다 같이 의논해서 활동비를 조정하는데 , 예전에는 매월 35 만 원 , 50 만 원 정도였다가 지금은 목표치인 최저임금에 근접하고 있다 . 명숙은 현재 90만 원을 받고 있는데 식사를 사랑방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며 배시시 웃는다. 활 동비는 전액 후원금에 의존한다. 사랑방 원칙이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해서 활동하는 것이라 서 이로 인한 열악한 현실을 기꺼이 감내한다. 지금이야 비혼 활동가가 대부분이라 굴러가지만 기혼일 경우엔 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다 . 이 수준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고, 새로운 일꾼을 받 기 위해서라도 복지가 더 나아져야 함도 알고 있다 . 그래서 건강복지비 (1년에 10만 원), 재교육 비 (수강료에서 5 만 원 지원), 가족수당 (6만 원 . 아직까지는 박래군이 유일한 수혜자) 등 소박하 게나마 복지를 늘리려 노력한다 . 밖에서 보면 코웃음 칠 액수겠지만 이런 몸짓이 의미가 있다. 기독운동단체 역시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고 , 이에 따른 헌신이 요구되는 것은 사랑방과 다 르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든 돌아가기만 하면 다음부터는 그 상황이 비상이 아닌 정상이 되고, 이후로도 열악한 상황 속에서 헌신을 요구하고 , 기대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 빠졌네 ’ ‘ 요즘 애들은 안 되네 ’라는 식이라는 데 있다 . ‘ 이 바닥이 다 이렇지 ’ 하는 자조는 활동비의 목표치를 정하고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사랑방의 모습 앞에 무색해진다 . 가장 무서운 건 , 권리의식은 키 워 주지 않고 책임의식만 키워 주는 것이다 . 그러다 보면 인권의식은 간 곳 없고 깃발만 나부끼 게 된다. 코다: 우리도 손님을 받자 하워드 스나이더는 하나님 나라는 교회보다 크고, 정의와 평화라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가 그리 스도인이 아닌 이들에게 더 잘 나타날 수 있음을 짚은 바 있다. 그리스도인들보다 간디와 체 게 바라에게서 더 진한 예수 정신의 원액을 맛보듯 어쩌면 하나님 나라의 모습은 기독운동단체보 다 사랑방에 더 살갑게 스며 있는지 모른다. 한 그리스도인이 인권운동사랑방을 배우기 위해 손 님으로 방문했다 . 머지않은 훗날 , 일반 시민단체에서 복음주의단체를 배우기 위해 손님으로 찾
아와 ‘오마이’ 할 날을 기대한다 . 박총 편집장 theopraxis@goscon.co.kr 덧니, 맛난 점심상을 준비해 준 일숙 님 , 취재에 적극 협조해 준 명숙 님을 비롯 민선 님 , 훈창 님 , 오정록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취재 갔다가 저와 제 안해 (아내 )의 이름으로 인권운동사랑 방의
후원자로
등록하고
왔습니다 .
사랑방
활동
및
후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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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복음주의 시민단체의 오늘 [253호 커버 스토리 - 복음주의운동, 지속 가능한가 ] 13개 단체 29명 상근 활동가 대상으로 설 문 조사 해 보니
지난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복음주의권 시민단체 13군데 상근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 사를 했다 . 복음주의권은 그간 2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 하나님 나라의 가치들을 실현해 오고 자 애썼다. 그렇게 애쓴 우리 자신이 지향했고 , 지향하는 가치들이 우리 내부에서 얼마나 실현 되고 있는가. 이 지점에서 복상 편집위원회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 더 정확히는 그간 활동가들이 꺼내 놓고 이야기하기 힘들었던 고민의 조각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복상이 그것을 묶 어 내고자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하다. ‘복음주의권 시민 단체’ 의 기준은 ‘ 성서한국’ 참여 여부를 중심으로 약간의 여유를 두었다 . 성서 한국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각 영역에서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고, 사회적 사명에 헌신할 다음 세대를 키우는 하나님나라운동을 하는 연합체이기에 적절한 기준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 다만, 참여 단체 중 교회와 캠퍼스 선교단체 등 단체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되는 곳은 제외했다 . 더불 어 , 성서한국 비 참여 단체이지만 밀접하게 동역하고 있는 일부 단체도 그 범주에 넣는 것이 타 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 아울러 , 조사 대상은 상근하고 있는 활동가로 한정했다 . 이제, 설문의 내용을 종횡으로 분석해 보자. (교회개혁실천연대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기독법률가회 , 기독청년아카데미 , 남북나눔 , 성서한국, 좋은교사운동 , 청어람아카데미 , 평화누리 , 평화한국 , 하나누리 , 한반도평화연구원, 한빛누리 , 희 년함께 , 희망정치시민연합 이상 15 개 단체 36명의 실무진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 이 중 남북 나눔과 평화한국 실무진은 설문에 응하지 않았고 나머지 13개 단체 29명 전원이 응답했다 . 아 래 분석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 네 가지
설문을 분석해 보니 크게 네 가지 특징이 두드러졌다 . 하나씩 살펴보자 . 첫째 , 상근 활동가 자체가 적다 . 13개 단체에서 29명이 일하고 있다 . 한 단체 당 평균 2.2명 이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 남녀 비율은 남성이 55%(16 명), 여성이 45%(13 명), 평균 연령은 남 성이 36세 , 여성이 29세 . 이 중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 12명 중 남성 11 명의 평균 연령은 39세 다 . 이에 반해 팀장급 이하 활동가 17명 중 여성 11명의 평균 연령은 29세다 . ‘복음주의권 시민 단체는 40대 아저씨와 20대 아가씨로 이루어진 조직 ’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된다 . 그런데 이 통계를 보니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2000 년대 초반, ‘시민운동이 위기에 처했다 ’고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 시민운동의 주체는 ‘시민 ’ 이어야 하는데 , 운동에 시민은 없고 활동가만 있음을 꼬집는 비판이었다 .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 는 운동이 되어야 하고 , 그 중심에 시민 단체의 회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당하다. 그러나 그 회원들을 발굴․관리하고 , 운동을 기획 ․실행하도록 돕는 상근자의 적정치가 13단체 29명인지 는 의문이다 . 각 단체마다 필요한 상근 활동가가 적을 수도 있다 . 그러면 되묻자. 그 단체가 하 는 일 자체가 별로 영양가 없는 일은 아닐까 . 아니면 최소 인력에 최대 업무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복음주의권에 허리 그룹이 없다’ 는 것도 이번 설문을 통해 확인했다 . 나이로는 팀장급 역할을 맡아야 할 30 대가 17 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 중 5년 이상 일한 활동가는 5명 (30%)에 불과했 다 . 복음주의권 내에서 이직한 경우 , 전업 경력을 인정했음에도 말이다 . 한 단체에서 5년 이상 일한 활동가는 3명이었다 . 한빛누리 황병구 본부장이 2009년 건강한 사역공동체 세우기 세미나 에서 발표한 글(‘ 마상포차(⾺馬象砲⾞車 )가 판치는 사역공동체 2.0’)의 표현을 빌리자면 , “사역의 주 역으로서 전문성과 운동성을 함께 갖추고 종횡무진해야 할 소위 ‘ 마상포차’ 들이 현장에서 잘 보 이지 않는 것이 현실 ”이자 “ 과거 기업 조직으로 말하면 부장 , 과장급 경력자들은 없어지고 신입 내지 대리급 사원과 CEO 급 책임자만 남은 형국” 인 것이다 . 한편, 13개 단체 중 1곳만 대표가 상근하고 있었고 , 나머지 단체는 모두 대표 비상근체제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둘째, 리더십 그룹에 여성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리더십을 발휘할 세대인 40대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 남성의 평균 근무 햇수가 6.4년인 데 반해 , 여성은 2.8 년이고 , 그나마 10년 이상 일 한 1명의 활동가를 제외하면 2.2년이다 . 여성 활동가 중 6명은 일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되 었다. 또 다른 특징은 , 7 년을 일한 여성 활동가 한 명이 유일하게 ‘ 실장 ’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간사 ’였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 근무 햇수가 3년 이하임에도 사무국장 (혹은 팀장 )인 경우가 있 었다. 4단체가 그러했는데 , 안타까운 것은 그중 2곳은 상근 활동가가 1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의 평균 근무 햇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설문 결과가 있다 . 결혼 유무다 . 남성은 75%(12명 )가 기혼이고 여성은 8%(1명 )다 . 왜 92%(12명 )의 여성은 결혼을 안 했을까 .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 결혼 적령기가 아니거나 , 결혼을 못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 나 , 그것이 결혼한 여성이 왜 없느냐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자 . 왜 여성 리더십이 없고 ,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장기 근속자 중 여성이 없을까. 이 궁금증을 풀고자 세 명의 여성과 인터뷰를 했 다 . 먼저, 1995년부터 3년간 < 복음과상황 >에서 기자로 일한 김현경 씨 . 김 씨는 복상이 재정 악 화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던 때에 복상을 그만두고 , 자신이 대학 시절 훈련받은 선교단체 간사 로 활동하다가 출산을 앞두고 간사 활동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 그렇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사람 들도 이 일로 먹고살아야 하는 실질적 문제가 걸려 있지 않은가. 어려운 업무 환경 , 과도한 업 무량 등은 주로 헌신으로 포장된다 . 본질적 부분이 간과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 그나마 미혼일 때는 기쁘게 헌신할 수 있다 . 그러나 결혼은 실제적 문제 다 . 게다가 육아는 한국 사회 문제와 맞물린다 . 혼자 돈을 벌어서는 생활이 어렵고, 맞벌이를 하자니 아이를 누군가 봐 줘야 하는데 그것도 돈이 든다 . 그럴 때 이쪽 월급으로는 오히려 (가 계 재정이) 마이너스다.” 지금도 기혼 여성이 거의 없다는 말에 , 김 씨는 적잖이 놀랐다. “큰 문제다.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건 알지만, 20년 전이랑 지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근본적으로 의식 구조의 문 제라고 본다 . 어느 정도 일을 배워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때에 그만두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지 않은가.” 익명을 요청한 김 OO씨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 김 씨는 작년까지 일을 하다가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두었는데,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던 듯하다. “남녀 모두 박봉에 업무량이 많아 힘든 건 같다 . 하지만 여자는 가정생활에 대한 부담이 남자보 다 크니까 두 가지 다 감당하기가 여자인 나로서는 더 힘들었다. 교회랑 일하는 것 자체가 재미 없기도 했다 . 교회와 협력해야 할 때 , 남성 중심주의가 심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8 년간 일하다가 최근 일을 그만둔 김애희 씨를 만났다 . “올해 초 사무국장이 바뀌면서 , 오래 일한 내가 빠져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 연차가 있어서 내가 사무국장을 맡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 사무국장으로서 이 판에서 의미 있게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안 들었다 . ‘ 신학하지 않은 평신도 여성 ’인 내가 주장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대뜸 ‘아가씨 , 목사 바꿔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그분들은 나를 나이 어린 여자라고만 생각했지, 한 단체에서 일을 기획하고 책 임지는 활동가로서 인정하지 못하셨다.”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은 “지난 9월 ,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가 연 정책 포럼에서 여성 활동 을 강조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걸 발표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모두 남성이었다. 그런 부분만 봐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여성 리더십이 성장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릴 것으 로 보인다” 고 했다 . 암담한 현실 앞에 이런 자성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셋째, 조직의 역사 자체가 짧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는 말이 다 . 2000년 전후에 생긴 단체가 15 곳 중 12곳이다. 성서한국 참여 단체가 설문 대상이었지만
성서한국 자체가 2005년에 시작되었다는 점도 역설적이다 . 어쨌든 1980년대 후반 태동한 복음 주의권의 시민 단체 중 남아 있는 단체는 3곳 (기윤실 , 남북나눔 , 희년함께)밖에 없다 . 원래 단체 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단체가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 . 그래서 복음주의 시민 단체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았다. 1984 년 헨리조지협회 (현 희년함께)가 가장 먼저 태동했고 , 1987 년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현 기윤실 ),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 - 당시 경실련에서 활동한 사람들 대부분이 기독교 인이었고 , 회원의 75% 가 기독교인이었다 )이 문을 연다. 이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실련 은 일반 시민운동을 , 기윤실은 기독 시민운동을 주도했다 . 1987년 복음주의 청년학생협의회를 기반으로 공정선거감시운동을 했던 모임의 동력은 공의정치실천연대를 거쳐 공의정치포럼으로 이어졌고 , 그 외 대북 지원 단체 남북나눔 , 노래운동체인 뜨인돌 ,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를 중심 으로 한 두레운동 등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보면 1993년 최초의 문민정부라 일컬었던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시민 단체와 감 시 대상인 정부와의 관계가 밀착되면서 일부 활동가들이 정부에 편입되어 가는 분위기로 인해 시민운동 자체가 주춤해졌다. 이후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들어 시민운동이 보장되는 분위기가 만 들어지고 , 정부에 들어간 시민운동가에 대한 비판도 생기면서 신생 시민 단체가 늘어났다 . 기독 시민 단체도 그 흐름을 탔다. 문제는 , 특정 인물이나 시류에 흔들리는 시민운동이 바람직한가이다 . 한반도평화연구원 윤환철 사무국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 “교계 내외부의 상황이 변함에 따라 조직의 형태 , 운동의 패러다 임도 변했다 . 자연스럽게 흐름을 탔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왜 조직 자체가 오래 존속하지 못 하는가는 살펴보아야 한다 . 애초에 조직 자체를 단단하게 만들지 못했다 . 단체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 실행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조직이 유지되는데 , 늘 급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식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조직을 만들고 , 일하는 데만 급급하고 유지하는 데는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윤 국장은 단체들이 미션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하면 초점을 잃기 쉽다고 지적한다 . 정확 한 의제 설정 , 면밀한 운동 계획, 안정적 재정 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동력이 모이지 않고, 결 국 사람만 보고 따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은 기윤실에서 확장 분리된 단체가 세 곳(교회개혁실천연대 , 기독 법률가회 , 좋은교사운동 )이나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기윤실 내부 모임이나 사업이 외연을 확장해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의 복지 후생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 . 급여 수준을 보면 , 평균 월급은 150 만 원 가량이다 . 100~150만 원을 받는 사람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 8명이 150~200만 원을, 4명이 200만 원 이상을, 3명이 100만 원을 채 받지 못했다 . 참고로 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자 료에 의하면(2008년 기준 ) 전 직종의 월 평균 임금은 189만 원이고 , 이 중 대졸자의 평균 임금 은 236만 원이다.
야근 수당을 지급하는 단체는 1곳이었다 . 야근 수당은 없으나 야근을 할 경우 대체 휴가를 쓸 수 있는 단체가 3곳 ,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단체가 7 곳이었다. 야근 수당이 없지만 야근 을 하고도 정시 출근을 한다고 응답한 곳도 2 곳이었다. 급여 수준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12명 (40%)이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 특히 급여가 150만 원 미만인 17명 중 10 명(59%)이 ‘불만족’ 이라고 응답해 급여가 적은 경우 불만족도가 더 높았다 . 올해 , 제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적이 있는 단체도 5 곳이나 된다. 참고로 13개 단 체 중 상여금을 지급하는 단체는 6곳이다. 명절이나 휴가철에 나머지 7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 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떨지 걱정이 앞서는 대목이다. 남성보다 육아의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에도 활동하기 위해서는 ‘육아 휴직 제도’ 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 육아 휴직 제도가 있는지 물었더니 , 3곳만 응답자 모두 ‘있 다 ’고 응답했고 6곳은 ‘없다’ 고 했다 . 2곳은 같은 단체임에도 서로 다른 응답을 했고 , 2 곳은 논 의해 본 적이 없었다. 미혼 여성 활동가 12명 중 10 명은 결혼 후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결혼이 바로 출산 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응답자의 말처럼 ‘육아 휴직 제도를 필요로 한 경우가 없어서 제도가 없다’ 고 말하는 대신 , 제도를 만들어 여성 활동가가 불필요한 제약을 느끼지 않 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활동가의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각 단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 (중복 응답 허 용 ) 4단체가 자체 워크숍을 하고 있었고, 8단체가 외부 프로그램 (강의 /세미나 )에 참석한다고 했 다 .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곳이 2곳 , 같은 단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있다’ 와 ‘없다’ 를 서로 다르 게 응답한 경우도 4곳이나 된다 . 단체 내 공동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한 곳을 제외 하고 모두 있었다 .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이 한 곳은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없 고 , 4 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추가 취재를 통해 다행히도 , 이 단체가 올해 안에 사업장 등록을 완료해 4대 보험에도 가입할 계획임을 확인했다. 복지 후생과 관련하여 , 활동가들이 일반 직장보다 나은 혜택을 바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 다 . 올해 초 성서한국이 주최한 ‘기독활동가대회 ’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35 명의 응답자 중 26명 (74%)이 자신의 활동으로 사회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설문 대상에 약간의 차이가 있겠으나 , 기본적으로 활동가들은 의 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라 복지 혜택에 불만을 품고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다만 기 본에 해당하는 것들을 보장받지 못할 때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안함 등이 ‘헌신 ’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일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적 관계와 공적 제도의 변화 앞에서 과거의 선배 활동가들이 쌓아 놓은 유산이 많지 않고 , 동지라 일컬을 젊은 활동가들이 많은 것 도 아니고 , 당장에 내적 변화가 올 것 같지도 않다. 도리어 그래서 요즘 젊은 활동가들은 자체
적으로 ‘만남 ’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서 각자 삶을 나누고 고충을 털어놓다가 , 마음 맞으면 ‘벙 개 ’로 만나 밥도 먹고 수다도 떨며 위로를 받는다 .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함께 모여 예배하고 각 단체의 사역 방향, 개인의 소명도 나눈다 . 그러나 처음부터 거창한 일을 도모할 생각은 없다. 일단 5명이든 10명이든 함께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면 서 역사는 만들어질 것 같다. 설문 조사를 하면서 반갑게도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의 예기치 않은 다짐을 받았다 . 구 사무 총장은 여성 활동가들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기 위한 자리를 조만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복 음주의권 시민 단체 활동가들이 논의의 단위가 된 게 최근이다 . 올 여름 있었던 성서한국대회 평가회 때도, 참가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는데 여성 강사는 1명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 다 . 단순히 남성이 여성을, 선배가 후배를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된다 는 게 중요하다. 종합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자리를 꼭 만들겠다 .” 복음주의 시민운동은 결국 한국교회를 위한 운동이다 . 이제 자발적 성찰이 어떻게 구체화되어 가는지 , 그리고 이 작은 변화의 물꼬를 한국교회가 어떻게 받을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이종연 기자 limpid@goscon.co.kr
복음주의운동에 공공 서비스가 필요하다 [253 호 커버 스토리 - 복음주의운동 , 지속 가능한가]
일꾼이 얼마 없다 . 여성 리더십도 없다 . 역사가 짧은 조직이 많다. 복리 후생을 위한 장치들이 미흡 하다 . 복음주의 시민 단체 13곳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복음주의 시민운동의 나 이는 스무 살을 훌쩍 넘었으나, 체격이나 체력 수준은 도저히 성년의 그것이라고 할 수 없는 현실이 다.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 현장에서 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쳤고 부딪쳐 갈 활동가 4인이 10월 11일 명동 청어람에 모였다 . 척박한 복음주의운동 판을 17년간 개척해 온 한 반도평화연구원 윤환철 사무국장 (43), 한국 복음주의운동의 8할이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변 (분 ) 화기 끝자락에 실무를 책임지게 된 조제호 사무처장(37),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오랜 세월 기초 체력 을 다진 후 지난해 청어람아카데미에 합류해 맹활약하고 있는 오수경 간사 (34), 2008년 성서한국에 합류해 캔디 정신으로 꿋꿋이 성장하고 있는 김은선 간사(27)가 그들이다. 사안에 대해 견문을 가지 고 토론했다기보다 , 각자가 경험한 운동 현실을 거리낌 없이 나눴다는 점에서 이날 모임의 성격은 좌 담보다는 방담에 가까웠다. 정정훈 편집위원이 방담 중간 중간 물꼬를 터 주었다 . 정정훈(이하 정 ) : 지금 복음주의운동 판을 보면 20 여 년 전 기윤실을 창립하고 , 경실련의 창립을 주 도하던 때의 활력은 사라졌다. 단적인 예가 인력 자원의 규모다. <복음과상황 >이 15개 단체를 대상 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상근 활동가가 40명도 안 되더라. 원인이 무엇일까.
▲ 복음주의운동의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장에서 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쳤고 부딪쳐 갈 활동가 4 인이 좌담을 나눴다. 좌담보다는 방담에 가까웠다 . 왼쪽부터 기윤실 조제호 사무처장 , 성 서한국 김은선 간사 , 한반도평화연구원 윤환철 사무국장 , 청어람아카데미 오수경 간사. 그리고 정정훈 본지 편집위원이 방담 중간 중간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았다. ⓒ복음과상황 이종연.
윤환철(이하 윤) : 하는 일에 따라 단체마다 필요한 인원수가 다르다 . NGO 는 후원자들의 돈을 받아 운영하니까 자체 유지비가 많이 드는 걸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안 키웠다고 할 수는 없다. 조제호 (이하 조) : 처음 기윤실에서 일할 때 상근 활동가만 18 명이었다. 각 부서별로 2~3명씩 있었던 것이다 . 건강교회운동 본부가 교회개혁실천연대로, 문화소비자운동본부가 놀이미디어 교육센터로 , 건강가정운동본부/기독가족상담소가 크리스천라이 프센터로… . 여러 부서가 분리 ․독립했다 . 기윤실에서 독립한 단 체 중에는 복음주의 진영과 크게 관계를 두지 않는 곳들도 있 다.
윤 : 기윤실 한 군데에 다 모여 있다가 흩어졌는데 어떤 그룹 은 우리 편인지 모를 정도로 묽어진 거다 . 꼭 우리 시야 안에 있어야만 좋은 건 아니니까 .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왕성하진 않은 것 같다. 조 : 복음주의운동에 활력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단순히 숫자
▲ 조제호 사무처장. ⓒ복음과상황 이종연
로만 봐도 15개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40명도 안 된다는데 ,
40명이면 참여연대 간사 수도 안 된다. 통일 분야 단체도 있어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아마 15개 단체의 실질 운영비를 합쳐도 참여연대보다 적을 거다 . 경력 9년 차에 30대 후반인 나 같은 경우에도 일반 시민단체에서는 사무처장 할 연차나 연배가 아니다 . 나랑 함께 시작한 사람들 중 중간에 이 동네를 떠난 사람이 많다. 4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배고픔도 감내할 수 있다는 의식이 일치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윤 : 1994년에 <복음과상황> 정식 직원이 되었는데 첫 월급이 28만 원이었다. 명색이 잡지사인데 카메라가 없더라. 당시 집안 형편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 내 돈으로 카메라와 매킨토시를 샀다. 그렇게 객기로 버티기 시작해 결혼도 하고 내구성을 키우며, 이 바닥에서 10 년을 버텼더니 , 그제야 알고 지 내던 분들이 “이 친구는 잘 합니다 ” 하며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주더라. 물론 내 경험을 일반화 해서 후배들에게 “너희도 이렇게 버텨라” 라고 할 순 없다. 조 : 재미있는 점이 있다. 과거 상근 활동가가 스무 명 가까이 있었을 때나 네 명인 지금이나 기윤실 의 전체 재정 규모가 인원에 비례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 시대적 물가를 생각하더라도 당시는 박봉이었다 . 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9년 전 처음 받은 월급이 80만 원이 었다 . 후원받는 것만으로는 간사들 월급을 다 못 주니 임시방편으로 월급을 지급했었고 , 채용을 안정 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 실무 책임자로서 고민이 있다 . 올해 신입 간사를 뽑았는데 서너 명이 필 요했지만 다 뽑으면 적자가 예상되어 두 명만 채용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전제하에 박봉을 유지 하면서 여러 명이 함께 사역해야 하는지, 인원을 적게 뽑고 급여를 현실화해야 하는지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김은선(이하 김 ) : 하지만 지금 주변에서 월급이 적기 때문에 운동을 못 하겠다는 사람은 못 봤다 . 오수경 (이하 오 ) : 내 주변에도 월급이 적어 운동을 그만두겠 다는 사람은 없다. 비유하자면 기독운동이 지금까지는 ‘가난한 집 아이 ’와 같지 않았나 싶다 . 생존을 위해 하루 세끼 먹는 게 문제였다면 , 이제 무엇을 섭취할 것인가가 문재 아닐까 . 즉 생 존이 아닌 운동의 가치와 질을 생각할 때인 듯하다 . 요즘 젊은 활동가들을 보면 , 선배 세대가 과거에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기반 지식들에 대해 선행 학습을 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키는 걸 보면, 단순 업무다. ‘뭐지? 내가 이거 하려고 돈도 적게 벌면서 이 고생을 하는가?’ 젊은 활동 가들의 상실감은 거기에서 온다 . 자기 가치를 인정받는 게 요 즘 세대에겐 굉장히 중요하다. 윤 : 바꿔야 할 문제다. 더 나은 세대를 만들기 위해 바닥을 기었던 건데 , 좋은 세대를 만들어 놓고도 계속 바닥을 기라고
▲ 오수경 간사. ⓒ복음과상황 이종연
하면 안 된다 .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운동에 대해 누가 깃발을 들었나를 보고 있으며, 그 대상인 최고위 리더십과 그분들의 영향력 범 위가 그대로다 . 신입 활동가들에게 왜 기획을 맡기지 못하는가의 문제는, 이 구조를 머리에 담고 운
동을 기획해야 한다는 점과 맞물린다. 오 : 현실적 환경이 그렇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합리화하며 고착화되니 오래 버티지 못하는 거 아닌가 . 실무자가 주체성을 가지고 일을 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 실무자 내부의 업무 구조나 역할 분담은 수평적이어야 하지 않나. 젊은 실무자들 만나 이야기해 보면 이 부분에 갈증을 많이 느낀다. 조 : 처음부터 그렇게 권한을 줄 수 있나? 문제는 권한을 주느냐 안 주느냐가 아닌 것 같다 . 스스로 얼마나 주도성을 갖고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신입 활동가들의 경우 처음부터 주도성을 갖기는 쉽 지 않지만, 나는 활동가들에게 맡은 역할 가운데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주도성을 발휘하도 록 계속 요청한다.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신입급 활동가 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 한편으론 ‘ 월급 그 만큼 받고 이 정도로 했으면 됐지 . 뭘 더 하라는 건가 ’라 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오 : 그런 생각은 요즘 세대에게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선배 세대에게는 되바라진 것으로 오 해될 수도 있다 . 서로의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른들이 일을 시키면 하기 싫어도 ‘예 , 알겠습니다’하고 했지만 요즘 세대는 맘에 안 들면 안 한다. 윤 : 그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 권한을 다 주고 힘든 일을 맡겼을 때, 잘 해내는 사람이 있었 는가 하면 , 전혀 아닌 사람도 있다. 오 : 우리 시스템이 일 잘 해내는 사람을 차곡차곡 길러낼 수 있는 구조인가. 윤 : 각 단체의 구조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 진영 전체가 문제 를 함께 풀어 나가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 하지만 각 조직 내 에도 해결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규모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해법이 달라져야 한다 . 나는 궁여지책 으로 살아 온 세대다. 후배를 멀티플레이어로 만드는 게 나의 궁여지책이었다. 그래야 일도 잘하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령 2인 구조의 조직에서 한 사람은 노동력의 절반
이다.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 A, B, C, D 가 필요한데 A, B를
가진 한 사람이 빠지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 소수 인력 전원 이 각각 A, B, C, D 를 다 갖추어야 평소에는 분업하다가 , 결 여가 발생하면 혼자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래야 자 존감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 방식을 추구했다. 그러자 봉착한 문제가 있다. 전수받기를 싫어하는 거다. 여러 이유가 있을 거다. 십여 년간 땅 파서 만든 기능이니 전수받는 과정이 ▲ 윤환철 사무국장. ⓒ복음과상황 이종연
녹록치 않을 거다. 버거워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걸 넘겨
주려고 했는데 넘겨받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 ‘견뎌 봐라. 잘 견디면 리더가 되는 거다’라는 도제식 분위기일 수 있는데, 소수 조직에서 이 이상의 해법을 못 찾겠더라 .
오 : 소수 인력이 일하는 많은 단체들은 국장님처럼 노력하지도 않는다 . 김 : 신입 때 단순 업무부터 시작하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운동에 대한 감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정황을 익히 고 자기 역할을 명확히 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과 과정이 필요 하다. 처음부터 운동의 역사와 양태, 궁극적인 비전을 분석하 고 시작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나 . 젊음 하나 믿고 뭔가 뜻있 는 일을 하고자 뛰어든 거다 . 하지만 자기 역할과 사명을 분명
히 하고 주도성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개인의 몫으로 남겨 두 어 각각의 편차를 심하게 할 것인가 , 공공의 과제로 삼아 평균 시간을 단축할 것인가는 고민해야 할 문제다. 사실 후배가 찾 아와 ‘내게 이러한 비전이 있으니 도와 달라 ’고 할 때 기뻐하 지 않을 선배가 어디 있을까 . 하지만 불안정한 재정 구조 안에 서 후배가 알아서 튀어 오르기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는 고민해 야 한다.
▲ 김은선 간사. ⓒ복음과상황 이종연
정 : 선배 활동가는 후배들에게 자기 주도성을 요구하고, 후배
활동가는 혼자서 분위기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현실이다 . 선후배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하 다. 조 : 과거 기윤실에 활동가가 스무 명 남짓이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각 운동 본부 간에 소통 구조가 있기는 했지만 , 우리 본부가 아니면 서로 하는 일을 잘 파악하지는 못했다 . 각 본부별로 책임지는 구 조였기 때문이다. 각 운동 본부들이 분리‧독립한 후 상근 활동가가 여섯 명일 때를 떠올려 보면 , 맨 위 사무총장과 5 년차 이상의 중간급 활동가와 3년차 이하의 신입급 활동가가 있었는데, 사무총장과 신입 활동가는 소통이 힘들기 때문에 둘 사이의 완충 노릇을 중간인 내가 했었다. 상근 활동가가 두 세 명인 구조에서는 물리적으로 소통이 잘 되기가 힘들다. 오 : 안 되는 걸 보완해 줄 장치가 무엇일까 . 김 : 관계망이 만들어져야 한다 . 윗세대를 보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 누군가 일을 그만두 거나 , 문제에 봉착하면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있다 . 그런데 젊은 활동가들이 그만두거나 힘들면 서로 끌어 주고 돕는 구조는 없다. 조 : 개별 단체에 맡기기에는 각자의 사정이 열악하다 . 공공재를 만들어야 한다. 오 : 문제를 풀 가능성은 있다. 최근 실무 활동가들과 비공식적 모임을 시작했다. 만나서 영화도 보 고 식사하면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희망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 기존 운동의 틀이 제공해 주 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존 욕구가 발동해 그런 모임을 스스로 마련하는 거다. 이런 모임이 구체화되 어 활동가 연합체라도 만들어진다면 , 공공재로서 교육 시스템 같은 것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
정 : 실무 책임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나. 이런 문제를 놓고 모여서 논의한 적 은 있나. 윤 : 늘 현안에 묻혀서 이슈 좇아가는 데 바빴다 . 하지만 마음속에는 문제의식을 다 갖고 있을 거다 . 실무 책임자들이 조금 한가해져야 한다. 자기 단체 일에 너무 몰입해 있지 않는 상태가 되어야 공공 재에 눈을 돌릴 수 있다 . 교육 시스템은 아니지만 단체들의 모금 활동을 돕는 한빛누리가 공공재 역 할을 하는 셈인데 , 활동가 교육과 재충전을 위한 공공재는 결여돼 있다 . 조 : 환경 단체 중에 메이저급 단체들이 많다 . 환경연합, 환경정의 , 녹색연합 등은 연차가 오래된 간 사들이 많다 . 환경 재단이 공공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활동가들 장학금 줘서 공부하게 만들고 역 량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그렇게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들이 다시 돌아와 단체를 키운다. 정 : 실무 간사들을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그램이 생기면 맘 놓고 참여할 수 있겠나 . 김 : 반강제가 되어야 한다 . 저녁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그렇잖아도 일이 많은 실무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거다 . 단체들이 투자하는 측면에서라도 업무 시간을 빼서 보내야 한다 . 윤 : 당연하다. 중요한 건 우리 세대나 선배 세대가 직접 후배를 길러 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다 내어 놓고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주고 나서 후배들이 평가하고 취사선택하게 해야 한다. 기독 진영은 일반 단체들과 생태계가 다르다 . 직원 뽑을 때마다 직원이자 동역자를 찾으 려니 굉장히 힘들다. 김 : 신입 활동가의 경우에도 직원 개념에서 동역자 개념으로 바뀌기까지 쉽지 않다 . 동역자 개념이 서야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 오 : 내가 취약하다고 느끼는 점은, 선배들의 20여 년 역사가 후배 세대에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 개별 단체의 비전이나 설립 목적은 자료를 보며 습득할 수 있지만 ,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 주 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그냥 직원 마인드로 일하다가 아무 미련 없이 떠난다. 그게 악순환 되는 것 같다 . 선배들에게 그 작업을 요청하는 거다. 윤 :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 여태 개척을 했다. 나도 모르는 곳을 계속 개척해 온 거다 . 직원을 뽑다 뽑다 힘들어서 ‘아 , 키워서 써야 하는구나 ’ 생각한 게 1년 됐다. 오수경 간사의 요구가 굉장히 정확하다 . 사냥꾼의 자세가 아니라 농사꾼의 자세가 필요하다. 씨 뿌릴 생각을 해야 한다 . 김 : 감리교에서 자랐는데 , 후배가 운동하겠다고 눈에 띄면 자꾸 불러다 먹이고 이야기 듣고 지지해 주는 정서가 있었다 . 권위주의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힘이 된다. 우리에게는 이런 끈끈함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닌가. 조 : 개척해 왔다는 윤 국장님 말씀이 현실을 잘 표현하신 것 같다 . 기윤실 설립자인 손봉호 장로님 이 의사 결정 구조에서 물러나신 지 10년이나 됐는데도 아직도 사무실로 손 장로님 찾는 손님이 오
고, 우편물이 온다 . 그동안 실무 책임자들이 손 장로님 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시 기였다면 , 앞으로는 이 바닥의 운동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게 견인할 책임이 있다 . 이에 대한 논의를 현안들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정 : 분위기를 돌려 보자. 과거에는 여성 활동가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장기적으로 활동하 는 여성 간사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실무 책임자 중에도 여성은 거의 없다. 조 : 입사 동기 중에 그만둔 이들도 있지만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 물론 거쳐 간 여성 간사 중 운동 판에 남아 있는 비율은 높지 않다. 오 : 구조 자체가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이 없는 건지 , 여성이 없어서 남성 중심 구조인지 모르겠다 . 주변에서 애 엄마 중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은 선교한국 이대행 간사님 밖에 못 봤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하지만 그분 같은 인물을 모델로 삼는 것은 반대다 . 구조를 만들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 만약 여성들이 육아 문제를 해결하면 운동 판이 여성 활동가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조 : 경험을 들어 얘기해 보면 , 채용 공고를 냈을 때 지원하는 유부녀가 거의 없었다.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줄 수 있는 급여와 지원자가 받고자 하는 급여 액수가 맞지 않거나 , 근 무 시간의 탄력 문제 등 말이다. 윤 : 소수 인력 구조의 조직이라면 업무 능력을 다 갖춘 이가 육아 휴직을 보내고 돌아온다고 하면 환영할 것이다 . 새로 사람 뽑아서 능력 있는 활동가 만들기까지 얼마나 힘든가. 조 : 큰 틀에서 생각할 때 시민단체라면 몇 가지 제도적으로 바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 중에 하나가 탄력적인 출퇴근제다 . 9시 출근 , 6시 퇴근 식으로 못 박으면 육아하는 활동가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육아 때문이 아니더라도 새벽 모임 , 저녁 행사 등이 많은 시민단체 업무 특성 상 9시 출근 , 6시 퇴근 방식이 합리적인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 오 : 그런 변화를 통해 여성 활동가는 많이 배출할 수 있겠지만, 여성이 단체의 책임자로 성장하기까 지는 분명한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 : 길게 살아남은 여성 활동가가 적어 불안감이 든다 . 언젠가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 이 진영에서 여성 평신도로서 오래 일하기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도 목사 안수 를 받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교회를 담임하지 않는 기관 목회 제도가 있으니 . 윤 : 세계 표준은 쿼터제다 . 비례대표제에서 홀수 번호를 여성으로 넣는다 . 국제회의를 가면 여성 비 율이 할당되어 있다 . 제도적으로 여성을 일하도록 강제하는 흐름이 표준이다 .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된다고 본다 . 여성 활동가들이 자라나고 있다 . 시대도 남성의 효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쪽으로 가 고 있다. 조 : 기윤실 같은 경우도 의도적으로 여성 이사를 계속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 전반적으로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모색해야 한다. 정 : 복음주의운동이 내거는 가치가 굉장히 거창하다 . 그런데 그 운동을 하는 조직들은 그런 가치를 선취하면 살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이번 커버스토리를 기획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행복하고 즐겁 고, 하나님나라를 미리 맛보는 운동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한마디씩 하고 마치 자. 조 : 직원이 아닌 동역자 개념이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다. 실무 책임자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서 외부 에 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 성과를 우선시할 건가 , 공동체의 동역자를 우선시할 건 가가 늘 줄타기다 . 운동의 생태계를 생각하고 사람을 키울 것을 생각하면 , 성과보다 동역자를 택해야 하는데 늘 쉽지 않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윤 :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나? 미션 중심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일해 왔기 때문이다 . 미션이 없으면 보람이 없다 . 오리무중 헤매다가 아무것도 안 남는 상태가 될 수 있다 . 명확하게 글로 쓴 미션을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 그래야 보람 있고 , 즐거울 수 있고 , 하나님 나라를 선취 할 수 있다 . 이런 생각은 일반적인 사회의 리더들도 낯설게 느낄 가능성이 높으니 실무자들이 당돌하 게 요구해야 한다. 김 :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 선후배 ·・동료 간 끈끈한 생태계가 형성되면 좋겠다 . 운동을 일으킨 선배들 로부터 내려온 역사를 공감하며 이어가고, 또래 간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거다. 직원 구도로 보자면 상대를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도 있는 관계지만, 운동과 인생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이끌어 줄 수 있 는 선후배 관계라는 걸 체감할 때 이 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도 , 진로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 찾아가 만난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 내가 운동 진영에 에너지를 쓰 고 소진되는 느낌이 아니라, 이 생태계에서 ‘같이 큰다 ’는 개념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 공공재로 교육 커리큘럼이 생기면 ‘윤환철 스쿨 1 기생 ’ 뭐 이런 모임도 형성되지 않을까! 오 : “함께, 재밌게, 멀리!”를 생각하자 . 선배 세대를 보면서 부러웠다 . 실패하더라도 함께 공유하는 공동의 추억이 있더라 . 그게 후배들에게까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단절감과 외로움이 있 다. 실무자들이 외롭게 각개약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 . 시대가 엄중하고 아픔이 많지만 , 운 동하고 표현하는 방법은 재미있고 상상력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 그리고 멀리 보면 좋겠다 . 씨 뿌리기 전 땅을 가는 시점으로 생각하고, 멀리 보며 작심하고 재밌게 가면 좋겠다. 윤 : 김은선 간사와 오수경 간사, 두 분이 한 이야기가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난 왜 이리 심각하게 살고 있었을까 ? 끈끈함을 만드는 것, 진짜 힘들다. 사람이 바쁘면 안 된다. 연락하고, 밥 먹 이고 ,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사귐을 가져야 한다. 정리 : 김은석 warmer@goscon.co.kr 사진 : 이종연 limpid@goscon.co.kr
간사 성장 없이 복음주의 미래 없다 [253호 커버 스토리 - 복음주의운동 , 지속 가능한가 ]
복음주의운동의 꽃은 40대 남성 리더 ? 몇 해 전 , 어느 기독교단체가 주최한 대규모 행사에 강사로 참석한 적이 있다 . 그 행사가 끝나 고 열린 평가회 자리에서였다 . 십여 분 일찍 도착하니 회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 몇몇 젊은이들 이 책상을 배열하고 회의 자료를 챙기고 음료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 그 젊은이들은 간사들이었 다 . 곧 회의가 시작되었다 .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물리적 노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그 단체의 실 무 책임자가 회의를 주재하였다 . 평가회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 나를 비롯해 행사에 참여했던 다 른 단체 활동가들이 (주로 30대 중반이 넘는 남성이었다 )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대안을 논 의했다 . 그런데 회의의 열기를 더해 갈수록 무언가 낯설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단체가 주최한 행사를 위해서 가장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였으며 행사 기간 내내 가장 많은 일을 하였고 또 이 평가회를 위한 물리적 준비도 직접 했던 젊은 간사들은 평가회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장면이 매우 낯설고 어색했다 . 아마도 내가 참여했던 일반 시민사회단체 회의에서는 그런 모 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여러 단체들이 공동의 문제를 풀기 위해 모인 연대 기구 회 의에서 내가 만났던 사회단체와 시민단체의 젊은 간사들은 언제나 회의와 활동을 주도했다. 나 이 많은 책임자급 활동가 (가령 총장 , 처장 , 국장 , 실장 등)건 상대적으로 어린 활동가 (즉 , 간사 ) 건 직급과 성별 그리고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발언하며, 상대의 의견에 이의가 있으면 비판하고 토론하는 회의 문화에 익숙한 나에게 그 기독교단체의 회의 분위기는 적지 않게 낯설었다.
물론 일반 시민사회단체라고 해서 예외 없이 성별 ․직급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토론하는 조직 문 화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며 , 기독교 사회선교단체라고 해서 ‘40 대 남성’ 책임자급 활동가 중 심의 조직 문화만 존재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사실 그 조직 내부 사정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여러 조직이 함께 모이는 연대의 장에서 내가 본 것은 다수의 사회선교단체들에서 40대 남성 책임자 외에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젊은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헌신의 대가와 열정의 착취 사이에서 사회선교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박봉에 장시간 일하고 있다 . 이는 아무리 훌륭한 명분으로 치장한다 해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 일부에서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젊은 간 사들의 열정을 이용하여 그들을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로 만드는 구조가 현재 기독 시민사회단
체 내에 존재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물론 이러한 ‘열정의 노동력화 ’가 의도된 것은 아니겠 지만, 앞으로도 간사들의 낮은 수준의 급여와 높은 강도의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 복음주의 진영 의 사회선교단체들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면 사회선교단체들의 리더들은 그러한 혐의로부터 완 전히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독 활동가들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은 박봉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자신의 활동을 무가치하다고 평가하거나 곧 그만두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추구하 는 것은 높은 연봉과 편안한 일자리가 아니라 가치와 의미이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해 활동가들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수행하는 자신의 ‘노동’ 에 대한 일차적 보상을 금전보다는 자신의 활동이 만들어 내는 가치와 의미에서 얻으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또한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복음과상황 >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처럼 복음주의 사회선교 단체들은 철저하게 여성 리더십을 배제하고 있다 . (이종 연 기자의 기사 참조) 물론 이 역시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해명 이 나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즉, 책임자급 자리에 걸맞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남성 중심적 인 보수 교계 인사들을 상대하려면 여성은 불리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결혼 이후 출산하게 되 면 여성 스스로 일을 그만두기 때문에 여성 리더십이 없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변명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는 충분한 변명은 아니다. 구원의 문제에서 기독교는 남성과 여성 을 구별하지 않는다 . 남성이건 여성이건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는다고 가르쳐 왔다 . 헌신에서도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아마 현재 복음주의 사회선교단체의 활동가들 가운데 자신의 일을 생계 차원에서 시작한 이들은 거의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성서한국을 비롯한 사회선교대회 나 관련 사회선교단체의 행사들을 통해서 그들은 이 일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받아들였을 것이 다 . 그래서 그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 사회선교사로 헌신했을 것이다 . 그리고 젊은 그리스도인이 사회선교사로 헌신하겠다고 했을 때 , 복음주의 사회선교단체들은 그들의 성별을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 . 헌신에는 여성과 남성이 구별되지 않았다 . 그런데 리더십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구별되고 있다. 구원으로 초청할 때도 남성과 여성을 따지 지 않았고 헌신으로 도전할 때에도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지 않았지만 리더를 세울 때에는 남성 이냐 여성이냐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 이번 조사의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복음주의 권 사회선교단체들의 리더십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런 혐의의 타당성을 뒷받침해 주 고 있다 . 결국 현재 사회선교단체에 대표급은 물론이고 실무 책임자급 여성 리더도 거의 존재하 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사회선교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여성 활동가에게 이 영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 활동가들은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에 더하여 단지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기 활동에 대한 전망의 부재라는 악조건에 처해야 하는 것이 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 글이 실리는 <복음과상황 >의 인적 구조에서도 그대로 나타는 문제이다. 20년이 넘어가는 역사 동안 여성 발행인은 말할 것도 없고 , 여성 편집위원장도 없었을 뿐 아니
라 현재 편집위원 대다수도 남성이기 때문이다. 이 남성중심주의의 문제는 복음주의권에서 소위 ‘하나님나라운동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할 사안이다 . 다행히 이러한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해결 의지는 이미 이종연 기자의 기사와 활동가들의 방담 에서도 언급되었던 만큼 여기서는 더 이상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하나님 나라 가치 의 실현을 위해 분투하는 복음주의 사회선교단체들이 남성중심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어 떻게 현실화 , 구체화할 것인지 동료로서 <복음과상황 >이 지켜보겠다는 점을 밝혀 두겠다 . 사람을 키우는 운동 , 지속가능한 사회선교 현재 복음주의 사회선교 진영 활동가들의 상황에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한 논의는 이쯤에서 그 만하자 . 오히려 내 관심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다 . 이와 관련하여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실무자인 간사들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가 복음주의 사회선교 진영의 우선적인 공동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활동가들이 자신의 일에서 느끼는 최대의 보상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중요시하는 의미들이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고 그러한 가치와 의미를 담은 대안들이 현실화되는 경험을 할 때일 것이다 . 그러나 자신의 활동을 통해서 왜곡된 상황이 개선되는 보람 있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역량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문제들의 발생 구조와 폐해들을 정치 (精緻)하게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 교회 개혁 , 통일, 정치 개혁, 사회윤리, 교육 , 지성운동 등 다양한 분 야에서 활동하는 실무자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만큼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의 가치와 의미 역시 커지지 않을까? 나는 복음주의권 사회선교단체에서 일하는 간사들이라면 연차가 쌓일수록 자신이 관여하는 분 야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전망할 수 있으며 현재 상황에 서 요구되는 대안을 구상할 수 있는 역량이 증대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러 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현장의 실무자들이 이러한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가도록 지원하는 일에 그 동안 복음주의 사회선교 그룹은 전반적으로 미진한 감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복음주의 사회선교 단체들의 실력은 그 단체에서 상근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실력에 의해 규정된다 . 유명한 사람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명망 있는 목사님들과 교수님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한다고 해서 그 단체의 실력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 그 동안 무의식 적으로나마 자신의 단체에 얼마나 유명한 인사들이 이름을 걸고 있는지 , 얼마나 많은 명망가들 이 자신의 조직에 한 발 걸치고 있는지를 상근 활동가들의 내적 역량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 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현장에서 직접 과제를 수행하는 이들의 역량이 성장하 지 않고는 복음주의 사회선교단체들의 실력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 그리고 단체의 실력이 담보 되어야 그 단체의 활동 역시 지속 가능하다. 복음주의 사회선교단체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그리고 이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실 무 활동가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 실무자들의 역량이 증대될수록 운동에 있어서 이들의 자기 주도성과 능동성도 증가될 것이다. 활동가들의 자기 주도성과 능동성이 향
상되면 자신의 활동에 대한 보람과 만족도 역시 커질 것이다. 또한 활동의 보람과 만족도가 커 져야만 복음주의 사회선교 진영에서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며 장기적으로 활 동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사회선교 진영의 전반적인 실력 역시 강화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와 같은 선순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개별 단체는 물론이고 , 복음주의 사회선교운동 진영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과 제다. 간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복음주의권이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다 . 이를 위해서는 간사들이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 간사들에게 공부하고 성찰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며 필요한 학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재 원을 확보해야 한다 . 이러한 필요는 복음주의적 사회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분들 , 사회 선 교가 복음 전도와 더불어 복음주의적 신앙의 핵심 가치임을 설파해 온 분들이 반드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젊은 간사들 , 그들이 우리의 ‘인재 ’들이고 다음 세대의 리더들이다 생각해 보면 복음주의권 만큼이나 기독교적 리더십이나 기독교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진영 도 드문 것 같다 . 예수님의 정신과 가치로 무장한 리더들과 인재들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고 , 이를 위해서 많은 교회가 적지 않은 투자를 한다 . 과거에 존재했던 ‘두레 장학재단 ’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교회가 기독교 리더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장학 사업을 하고 있다 . 그런데 그러한 교회들이 생각하는 기독교 리더와 인재는 누구일까? 아마도 그렇게 키워내려는 리더와 인재는 결국 교수 , 의사 , 법률가 , 학자 , 정치인 , 고위 관료와 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 직 업군 아닐까? 물론 전문 직업군 가운데 기독교 리더와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반박할 필요가 없 다 . 하지만 나는 그들만이 기독교 리더와 인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늘도 하나님 나 라의 가치와 원리를 우리의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많은 시간 일하는 사회선교단체의 현장 활동가야말로 우리가 지원하고 키워내야 할 가장 중요한 리더이며 인재다. 이 땅의 부조리와 모순, 왜곡된 의식과 불의한 제도를 고치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간사들이야말 로 교회의 공적 지원 속에서 전문적 역량을 키워 가야 할 미래의 리더요 인재다 . 복음주의 사회 선교운동의 꽃은 유명한 목사님 , 탁월한 교수님이 아니라 바로 일선에서 일하는 상근 활동가들, 바로 젊은 활동가들이다.
정정훈 본지 편집위원 , 수유너머 N 연구원 leftit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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