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 이론 그 사상의 흐름 헬렌 암스트롱 지음 이지원 옮김
Graphic Design History :Readings from the field
Edited by HELEN ARMSTRONG with a foreword by ELLEN LUPTON
그래픽 디자인 이론 그 사상의 흐름 Graphic Design History :Readings from the field
Graphic Design Theory: Readings form the field by Helen Armstrong copyright (c) 2009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all right reserved 이 책의 한국어 판 저작권은 (주)한국저작권센터(KCC)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계약으로 비즈앤비즈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 책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2011년 가을학기, 김나무 선생님과 함께한 타이포그래피4 수업의 결과물입니다. (제작: 한경희) 한글은 직지소프트 사의 견출고딕, sm신신명조, sm중고딕을 사용했습니다. 영문은 Tobias Frere-Jones가 디자인한 Gotham, Cyrus Highsmith가 디자인한 Prensa 그리고 Morris Benton가 디자인한 Franklin Gothic을 사용했습니다. 이 책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저자의 허가없이 무단 복제와 전재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평가와 충고의 말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This book was published by Kyunghee Han as a part of Graduate Typography 4 with Namoo Kim at the Visual Communication Design, Kookmin University, Jeong-neung, Seoul, Korea, in Winter, 2011. Korean texts were output in the typeface 견출고딕, sm신신명조, sm중고딕, designed by Jikjisoft. English texts were output in the typeface Gotham, designed by H&FJ , Prensa, designed by Cyrus Highsmith and Franklin Gothic, designed by Morris Benton. All rights reserved: No part of this book may be reproduced in any form or by any means without permission in writing by the author. Critics are welcome, of course, to quote brief passages by way of criticism and review.
그래픽 디자인 이론 그 사상의 흐름
Graphic Design History :Readings from the field
분야의
성공의
미래의
생성
길목
설계
목차
첫번째 단락, 분야의 생성
두번째 단락, 성공의 길목
세번째 단락, 미래의 설계
신 타이포그래피 | 얀 치홀트 | 1928
좋은 디자인은 선한 마음이다 | 폴 랜드 | 1987
내 무덤 파기 | 드미트리 시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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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one: creating the field
section Two: building on success
section three: mapping the future
The New Typography | Jan Tschichold | 1928
Good Design is Goodwill | Paul Rand | 1987
Designing Our Own Graves | Dimitri Seigel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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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5
2006
contents
Creating Field
Building on Sucess
Mapping the Future
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신 타이포그래피
얀 치홀트
1923년, 스물한 살의 젊은 독일 타이포그래퍼 얀 치홀트는 바이마르에서 열린 바우하우스
전시회를 보고 순식간에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 얀 치홀트는 이 전시회를 보면서 데 슈틸과 구성주의 예술 및 디자인이 제시한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를 가슴 깊이 받아들였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이전까지 해오던 중앙정렬식 레이아웃 같은 고전적인 작업 방식을 모두 접고,
신 모던 타이포그래피 움직임의 강력한 지지자로 앞장섰다.
<신 타이포그래피>라는 저서는 얀 치홀트가 자신이 믿었던 새로운 사상을 인쇄 업계에 명확히 소개하기 위해 1928년에 쓴 책이다. 그의 이론은 복잡한 실험을 간단하고 복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꿈으로써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얀 치홀트의 저서는 이내 타이포그래피 필수 참고서가 되었지만 그는 어느 시점부터 신 타이포그래피로부터 등을 돌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수용소에서 탈출해 스위스 바젤로 건너간 때부터
얀 치홀트는 신 타이포그래피를 그만뒀다. 시각언어를 정화한다는 신 타이포그래피 철학이 파시즘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얀 치홀트는 고전 타이포그래피 방식을
고수하며 여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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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1923 Jan Tschichold, A twenty-one-year-old german typographer, attend the bauhaus exhibition in we mar, he was mesmerized. The exhibition was bursting with works of art and design influenced by Ed Stijl and constructivism. These vivid examples of the then emerging New Typography changed him. For the next decade Tschichold put aside his classical training, including his affection for symmetrical design, and became a powerful advocate of the new modern typographic movement. In 1928 he wrote his seminal book The New Typography, which opened these ideas to the printing industry in a clear, accessible manner. Theories became rules, while complex experiments became simple, reproducible systems. Tschichold’s book remains essential to any typographic library. We remember him, though, not just for his passionate argument for the New Typography but also for his equally fervent turn against it. After being imprisoned by the nazis and later escaping to Basel during World War II, Tschichold reconsidered. In the purifying order of the New Typography he sensed and element of fascism. During the latter part of his life he turned back o the classical typography of his early training.
The New Typography
Jan Tschichold
신 타이포그래피의 핵심은 명료성이다. 오로지 ‘아름다움’만을 좇으며 명확한 의미 전달을 등한시한 과거 타이포그래피와 반대되는 점이다. 엄청나게 많은 인쇄물이 쏟아져나오는 요즘, 최소 표현만으로 메시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명료한 타이포그래피는 필수 사항이 됐다. 우리에겐 순수하고 깨끗한 형태가 필요하다. 샹들리에처럼 복잡한 글자, (순전히 겉모습만 치장한)
‘아름다운’형태, 의미 없는 군더더기(장식)를 덧붙인 ‘꾸미기’ 따위로는 절대 순수한 형태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중앙정렬선에 힘없이 대롱대롱 매달린 글자를 보고 있노라면 요즘 타이포그래피가 얼마나 보수적이고 경직됐는지 느껴진다. 과거 타이포그래피는 모든 요소를 중앙선에 정렬하는 대칭 구조를 고수했다. 앞서 소개한 역사적 배경에서 언급했듯이, 대칭 구조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내려오는 원칙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진 제목 페이지는 과거 타이포그래피가 어땠는지를 잘 보여준다. 의미를 전달하는 중요한 내용이 아무런 근거없이 대충 널려있다. 크기에 변화를 주어 구조를 만들어야 할 부분에 외부 장식이 끼어들어 무참하게 짓밟기 일쑤다. 제목의 4분의 1 정도를 잘라 줄을 바꿔서 작은 크기로 조판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요즘엔 이렇게 하진 않지만, 대칭 구조의 특징이 현대 인쇄물에 필요한 논리적 구성을 담아내지 못함은 명백한 사실이다. 중앙정렬은 마치 하얀 깃을 빳빳이 세운 빅토리아 시대 정장처럼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부자연스러울 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도 역부족이다. 우습고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잘해도 ‘아름답게
줄세우기’ 이상이 될 수 없다. 전체 ‘형태’가 정해진 상태에서 내용을 꾸겨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부자연스러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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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ssence of the New Typography is clarity.This puts it into deliberate
opposition to the old typography whose aim was “ beauty ” and whose clarity did
not attain the high level we require today. This utmost clarity is necessary today because of the manifold claims for our attention made by the extraordinary amount of print, which demands the greatest economy of expression. The gentle swing of
the pendulum between ornamental type, the (superficially understood) “ beautiful”
appearance, and “adornment” by extraneous additions (ornaments) can never produce
the pure form we demand today. Especially the feeble clinging to the bugbear of arranging type on a central axis results in the extreme inflexibility of contemporary typography.
In the old typography, the arrangement of individual units is subordinated to
the principle of arranging everything on a central axis. In my historical introduction I have shown that his principle started in the Renaissance and has not yet been abandoned. Its superficiality becomes obvious when we look at Renaissance or
baroque title pages. Main units are arbitrarily cut up: for example, logical order,
which should be expressed by the use of different type sizes, is ruthlessly sacrificed
to external form. Thus the principal line contains only three-quaters of the title, and
the rest of the title, set several sizes smaller, appears in the next line. Such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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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내용을 지면 중앙에 정렬하면서 어떻게든 눈에 띄게 해보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면의 한쪽 모서리부터 읽기 시작하는 습관이 있어 사실 중심에 배치된 내용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유럽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중국인은 위에서 아래로 읽는다). 더구나 글줄은 무게중심이 항상 정중앙에 있지 않으므로 단순히 글줄 길이를 반으로 나눠 중심을 잡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대칭 구조를 비롯한 과거에 유행했던 모든 선입견-가짜 구성주의 같은 방식-은 신 타이포그래피의 핵심과 완전히 반대다. 타이포그래피 이론을 몽땅 새로 써야 한다. 신 타이포그래피는 각각의 텍스트 요소가 담당하는 기능에 근거하여 형태를 만들어내는 최초의 객관적 조판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이전 타이포그래피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오직 신 타이포그래피만이 현대인의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 인쇄물은 내용을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텍스트는 내용에 근거해 절대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로 표현한다. 크기 및 굵기 변화, 위치, 색깔, 사진 등과 같은 요소를 사용해 내용 사이의 관계를 독자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타이포그래피의 임무다. 타이포그래퍼는 독자가 어떻게 읽을지, 어떻게 읽혀야 할지를 신중히 생각하며 작업에 임해야 한다. […] 이런 원칙에 따라 만든 작업은 중앙정렬 방식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볼 수 없는 어떤 리듬감을 형성한다. 비대칭 구성은 기능에 근거한 리듬감 있는 표현이다. 대칭 구조에 비해 내용을 합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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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타이포그래피는 내용을 이해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admittedly do not often happen today, but the rigidity of central-axis setting hardly
allows work to be carried out with the degree of logic we now demand. The central axis
runs through the whole like and artificial, invisible backbone: its raison d’ être is today
as pretentious as the tall white collars of Victorian gentlemen. Even in good central-axis
composition the contents are subordinated to “ beautiful line arrangement.” The whole is a “ form” that is predetermined and therefore must be inorganic. We believe it tis wrong to arrange a text as if there were some focal point in the
center of a line that would justify such an arrangement. Such points of course of not
exist, because we read by starting at one side(Europeans for example read from left to
right, the Chinese from top to bottom and right to left). Axial arrangements are illogical
because the distance of the stressed, central parts from the beginning and end of the word sequences is not usually equal but constantly varies from line to line. But not only the preconceived idea of axial arrangement but also all other
preconceived ideas—like those of the pseudo-Constructivists—are diametrically opposed to the essence of the New Typography. Every piece of typography that
originates in a preconceived idea of form, of whatever kind, is wrong. The New Typography is distinguished from the old by the fact that its first objective is to develop its visible form out of the functions of the text. It is essential to give pure and direct expression to the contents of whatever is printed; just as in the works of technology
왼쪽: 좋지 않은 신문 광고의 예.
오른쪽: 같은 신문 광고를
(Munchner Neueste Nachrichten)
얀 치홀트가 다시 디자인한 것. 장식이
필요 없는 장식을 썼으며 너무 많은 글꼴을
없고 글자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크기
서로 다른 크기로 조판했다. 모든 내용이
변화가 적으며 읽기 쉽고 보기 좋다.
중앙에 몰려 있어 읽기 힘들고 난잡하다.
(모두 합해 다섯 종류 글자만 사용)
(일곱 가지 크기)
left: Newspaper advertisement (Munchner Neueste Nachrichten) Bad, because: unnecessary ornaments, too many kinds of type and type sizes (7), centered design, which makes reading difficult and is unsightly.
right: The same advertisement, redesigned by Jan Tschichold. Good, because: no use of ornament, clear type, few sizes (in all, only 5 different types), good legibility, good appearance.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출처: The New Typography by Jan Tschichold.
Captions and illustrations from The New Typography by Jan Tschihold.
얀 치홀트
“New Life in Print” 1930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아름답고, 새로운 형태를 갖췄다 할지라도 모던 타이포그래피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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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시각 효과 면에서도 훨씬 월등하다. 따라서 비대칭 구성은 신 타이포그래피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비대칭 구조가 이루는 형태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삶의 역동성을 대변한다. 비대칭 구조의 활력이 대칭 구조의 정적인 느낌을 대신할 때 우리는 변화의 힘을 느낀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러한 활력이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질서 정연한 비대칭 표현으로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 질서가 성립될 때, 우리는 비로소 타성적인 대칭 구조를 벗어던지고 글의 내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타이포그래피를 완성할 수 있다. 과거 중앙정렬 방식은 글꼴만 요란하게 많이 썼지 결국에는 다 똑같아 보였다. 그러나 신 타이포그래피의 비대칭 구성은 끝없이 다양한 종류의 지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은 현대 사회의 다양성에 잘 들어맞는다. 신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디자인을 살리면서, 동시에 배치 방식과 요소의 ‘규격화’를 지향한다. 과거의 타이포그래피는 이와 정반대였다. 오로지 중앙정렬만을 고집했음에도 온갖 잡다한 구성 요소(장식 및 수많은 글꼴)를 갖다 붙였기 때문에 어떤 부분도 결코 규격화될 수 없었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점점 더 절실해지면서 어떻게 하면 간결하고 정돈된 형태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근본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해결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각자의 임루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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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thod of New Typography is based on a clear realization of purpose and the best means of achieving it.
and nature, “ form” must be created out of function. Only then can we achieve a
typography that expresses the spirit of modern man. The function of printed text is
communication, emphasis (word value), and the logical sequence of the contents.
Every part of a text related to every other part by a definite, logical relationship of
emphasis and value, predetermined by content. It is up to the typographer to express this relationship clearly and visibly through type sizes and weight, arrangement of
lines, use of color, photography, etc. The typographer must take the greatest care to
study how his work is read and ought to be read.
[…] Working through a text according to these principles will usually result in
a rhythm different from that of former symmetrical typography. Asymmerty is
the rhythmic expression of functional design. In addition to being more logical, asymmetry has the advantage that its complete appearance is fat more optically effective than symmetry.
Hence the predominance of asymmetry in the New Typography. Not least, the liveliness of asymmetry is also an expression of our own movement and that of modern life; it is a symbol of the changing forms of life in general when asymmetrical
movement in typography takes the place of symmetrical repose. This movement must
not, however, degenerate into unrest or chaos. A striving for order can, and must, also
방식으로 구성했다․ 시각적으로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수준 낮은
타이포그래피’다․
(어느 서점의 편지지 디자인)
출처: The New Typography by Jan Tschichold.
Centered layout using lightweight sans serif has no visual effectiveness and reaches a “typographic low” for today (letterhead for a bookshop). Captions and illustrations from The New Typography by Jan Tschihold.
No modern typography, be it ever so “beautiful” is “new” if it sacrifices purpose to form.
be expressed in asymmetrical form. It is the only way to make a better, more natural order possible, as opposed to symmetrical form, which does not draw its laws from within itself but from outside.
Furthermore, the principle of asymmetry gives unlimited scope for variation in
the New Typography. It also expresses the diversity of modern life, unlike central-axis
typography, which, apart form variations of typeface (the only exception), does not allow such variety.
While the New Typography allows much greater flexibility in design, it also
encourages “standardization” in the construction of units, as in building.
The old typography did the opposite: it recognized only one basic form, the
central-axis arrangement, but allowed all possible and impossible construction
elements(typefaces, ornaments, etc.) The need for clarity in communication raises the question of how to achieve clear and unambiguous form.
Above all, a fresh and original intellectual approach is needed, avoiding all
standard solutions. If we think clearly and approach each task with a fresh and
determined mind, a good solution will usually result.
The most important requirement is to be objective. This, however, does not
mean a way of design in which everything is omitted that used to be tacked on, as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Jan Tschichold “New Life in Print” 1930
가는 굵기의 산세리프를 중앙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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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확신에 찬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말은 모든 것을 생략하라는 뜻이 아니다. 예시에 나온 레터헤드를 살펴보자. p11의 디자인은 읽기 쉽고 아무런 장식도 없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객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메말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 디자인은 중앙정렬 방식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잘 보여준다. 요란한 글꼴과 장식을 빼버리면 앙상한 가시와 다를 게 없다. 불필요한 요소는 모두 없애버려라. 전통적인 방식은 내던지고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할 때다. 한 세기를 지배했던 온갖 ‘장식’ 들을 버림으로써 우리는 기능적 디자인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장식에 대한 무지몽매한 욕구를 버릴 때가 왔다. 과거에는 아무렇게나 장식을 갖다 붙이곤 했다. 이는 타이포그래피의 주요 목표인 의사소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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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etterhead “Das politische Buch” shown here [see p.9]. The type is certainly
legible and there are no ornaments whatever. But this is not the kind of objectivity
we are talking about. A better name for it would be “meagerness.” Incidentally this letterhead also shows the hollowness of the old principles: without “ornamental”
typefaces they do not work.
And yet, it is absolutely necessary to omit everything that is not needed. The
old ideas of design must be discarded and new ideas developed. It is obvious that
functional design means the abolition of the “ornamentation” that has reigned for centuries…. Today we see in a desire for ornament an ignorant tendency that our century
must repress. When in earlier periods ornament was used, often in an extravagant
degree, it only showed how little the essence of typography, which is communication, was understood.
가짜 모던 타이포그래피의 예. 텍스트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미리 구성된 형태에 글자들을 껴 맞추고 있다. 타이포그래피 형태는 텍스트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출처: The New Typography by Jan Tschichold.
An example of pseudo-modern typography. The compositor has the idea of a prefabricated foreign shape and forces the words into it. But typographic form must be organic. It must evolve from the nature of the text. Captions and illustrations from The New Typography by Jan Tschih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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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폴레옹> 포스터, 1927년. 보편적인 시각언어를 개발하기 위한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양분 삼아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이 자라났다. 1928년 얀 치홀트는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The New Typoghraphy>라는 책을 펴내고 인쇄 업계에 보급했다. 이 책은 바우하우스 이상주의를 규칙으로 치환해 명확히 제시한다. 얀 치홀트는 집필 및 디자인 활동을 통해 타이포그래피 및 그래픽 디자인 영역의 새로운 가치 규범을 확립했다.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Poster for the film Napoleon, 1927. A movement called the New Typography emerged frome the Bauhaus search for a universal language and the resulting typographic experimentation. Tschichold codified this movement for the printing industry in his book The New Typography in 1928, which turned Bauhaus ideals into straight-forward rules. Through such texts and designs. Tschichold attempted to establish norms for practicing typography and graphic design.
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폴 랜드는 창의적 발상에 명확한 형태를 부여했다. 그는 “단순, 명확, 절제, 품위,
극적인 표현, 설득력 그리고 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 것” 1 이 바로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이민 2세대인 폴 랜드는
유럽 모더니즘 원칙을 따르는 디자인으로 무려 50년 동안 미국 그래픽 디자인을 쥐고 흔들었다. 1940년대에는 뉴욕에서 콘셉트를 중시하는 신광고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바인트라우베라는 회사에서 빌 번바크 카피라이터와 함꼐 탄생시킨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아트 디렉터와 카피라이터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1950년대에 폴 랜드는 간단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로고 디자인으로 기업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을 했다. 그의 성공적인 디자인 활동은 기업이 브랜딩에 큰 관심을 쏟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IBM, 웨스팅하우스, ABC 로고는 폴 랜드가 얼마나
뛰어난 디자이너였는지를 증명하며 시대를 초월해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있다. 폴 랜드는
디자이너로 일했던 기간의 반 정도를 기업 최고 책임자와 직접 접촉하며 혼자서 일했다.
그럼으로써 온갖 위원회라든지 중간 임원들과의 줄다리기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디자인이 돈을 벌 수 있는 전문 영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는 폴 랜드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오로지 클라이어트의 사회활동과 비전을 따르는 활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굳힌 반작용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Paul Rand, Design, Form, and Chaos 중에서 “Form and Content,”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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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선한 마음이다
폴 랜드
1987
Paul Rand married creative concept to clarity of form. The purpose of design was, he asserted, “to simplify, to clarify, to modify, to dramatize, to persuade, and perhaps even to amuse.” 1 Guided by European modernist principles, this son of Jewish Viennese immigrants pushed and pounded American graphic design for fifty years. In the 1940s, he led the conceptdriven New Advertising movement in New York. Collaborative teams of art directors and copywriters still emulate the work he did with writer Bill Bernbach at the Weintraub Agency. Beginning in the 1950s he unified then-booming corporations with clean powerful marks, thus kicking off the maelstrom of corporate branding. His timeless logos for IBM, Westinghouse and ABC remain, testifying to the ability of their maker. In the latter half of his career Rand worked alone, preferring to communicate directly with the company president—no dilly-dallying with clients’ committees and middlemen. Ultimately, he forged a relationship between graphic design and corporate America that carried designers to profitable professional heights, but left them dependent, perhaps troublingly, upon clients’ societal visions and needs. 1 Paul Rand, “Form and Content,” in Design, Form, and Chao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3), 3.
교황 줄리어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틴 천장화 작업을 요구했을 때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의 예술적인 기준을 만족시킬 때까지 작업을 끝낼 수 없습니다.” 그러자 교황이
반박했다. “하지만 이 천장화는 당신의 만족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교회를 위해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원하는 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주세요.” 미켈란젤로는 결국 단두대에 서라는 위협을 받고 나서야 작업을 서둘렀다. 이 일화만 듣고 생각해보면 마치 교황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같지만, 사실 미켈란젤로와 교황은 전반적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나눴다. 서로를 존중했고 잘못을 시인했으며 일과 보수가 오가는 가운데 관계를 유지했다. 오늘날 디자이너(혹은 화가, 작가, 작곡가)와 회사 경영자 사이는 이런 품위 있는 옛날 사람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가끔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디자인을 새로운 발명이나 실험의 기회로 삼을 때 발생한다. 후자는 디자인을 경제, 정치, 사회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경우다. 하지만 디자인이 목표를 이뤄주는 훌륭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모든 비즈니스맨이 다 아는 건 아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한 마케팅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은 기업체에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적인 전략 도구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기업이 전략 도구로서 디자인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들은 디자인이 제품, 환경, 소통, 기업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걸까.” ‘좋은 디자인’이라는 말은 1940년경에 처음 등장했다. 그때쯤 모던 아트 박물관이 ‘실용적인
10달러 이하 미국 디자인 제품’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당시 사람들이 말하던 ‘좋은 디자인’이란
그저 그런 ‘괜찮은’ 디자인이 아니라, 최고의 디자이너(디자인 교육을 받았던, 받지 않았던 간에)만이
Good Design is Goodwill
Paul Rand
1987
Michelangelo, responding to the demands of Pope Julius II about the completion
of the Sistime Ceiling, replied, “It will be finished when I shall have satisfied myself in
the matter of art.” “But it is our pleasure,” retorted the pope, “ that you should satisfy
us in our desire to have it done quickly.” And it was not until he was threatened with
being thrown from the scaffolding that Michelangelo agreed to be more expeditious, On the whole, however, the relationship between Michelangelo and the pope was
reciprocal. Mutual respect, apologies, and ducats were the means of mediation. Today the relationship between designer(painter, writer, composer) and
management shares certain similarities with that of our distinguished protagonists. What has always kept the designer and client at odds is the same thing that has kept them in accord. For the former, design is a means for invention and experiment, for the latter, a means of achieving economic, political, or social ends. But not all
business people are aware that, in the words of a marketing professor at Northwestern
University, “Design is a potent strategy tool that companies can use to gain a
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 Yet most companies neglect design as a strategy
tool. What they don’ t realize is that design can enhance products, environments, communications, and corporate identity.”
The expression “good design” came into usage circa 1940, when the Museum of
Modern Art sponsored the exhibit “useful Objects of American Design under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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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제품 및 그래픽 디자이너는 오랜 세월 동안 뛰어난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소수의 최고 작품들을 보면서 수많은 저질 디자인이 판치는 현실과, 좋은 디자이너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예술 분야는 천재적 재능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결코 디자이너의 재능 부족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디자이너를 기르는 교육 과정은 비교적 짧지만, 뛰어난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타고난 재능은 제쳐놓고, 백과사전만큼이나 많은 정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사상, ‘새로운’(흔히 ‘독창적’이라고 말하는)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는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반면,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달고 일을 시작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건축이나 공학 분야처럼 어떤 인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예술 분야에 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법률이나 의학 분야처럼 공식 기관에서 발행하는 면허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이유는 마케팅이나 시장조사 분야 같은 비즈니스 영역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익혀야 할 지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게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공통점이다. 둘 다 자격증이 필요 없다. 학교 교육을 받았던 아니었던 간에,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보기에도 좋고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한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이룰 때, 비로소 역할을 완수했다고느낀다. 디자이너는 아이디어와 형태를 제한하지 않는다. 그래픽 디자인은 동사무소 출생 통지서부터 옥외 광고판에 이르는 모든 시각 매체를 다루고, 셰익스피어가 쓴 소네트의 타이포그래피부터 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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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플레이크 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 아이디어를 다룬다. 이런 모든 디자인 중에서 아름다움과
로고는 상징이다. 그 외에 다른 설명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Dollars.” The intention, of course, was to identify not just “good” design but the best,
that which only the most skillful designer(trained or untrained) could produce. Over the years designers of both products and graphics have created and impressive collection of distinguished designs. Yet ironically, this body of good work makes one
painfully aware of the abundance of poor design and the paucity of good designers.
Talent is a rare commodity in the arts, as it is in other professions. But there is more
to the story than this.
Even if it does not require extensive schooling, design is one of the most
perplexing pursuits in which to excel. Besides the need for a God-given talent, the
designer must contend with encyclopedic amounts of information, a seemingly endless stream of opinions, and the day-to-day problem of finding “new ” ideas
(popularly called “creativity ”).
Yet as a profession it is relatively easy to enter. Unlike those of architecture and
engineering, it requires no accreditation (not that accreditation is always meaningful
in the arts). It entails no authorization from official institutions, as do the legal and medical professions. (This is equally true of other arenas in the business world,
for example, marketing and market research.) There is no set body of knowledge
that must be masters by the practitioners. What the designer and his cline have in common is a license to practice without a license.
Many designers, schooled or self-taught, are interested primarily in things that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것에 ‘좋은 디자인’이란 호칭이 붙는다. 어떤 종류든지 상관없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갖췄다면 ‘좋은 디자인’이다. 따라서 디자인 품질은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독일 제과 업체인 발센의 디자인(1930년경)은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이뤄낸 좋은 예다. “하노버 지역 제과 제조 업자인 H. 발센은 예술을 사업에 완벽히 접목시켰다.” 발센은 ‘가장 훌륭한 선전
수단은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몇 안 되는 사업가 중 하나였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활동이며 개인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활동이다. 때로는 디자인 팀, 혹은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팀원으로 활동하면 개인적인 성취와 자기실현 기회가 적고, 디자이너 각각의 고유한 작업 방식이 무너진다. 팀 작업은 결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충분한 시간이 없거나 때론 발전시킬 기회조차 얻기 힘들 때가 많다. 작업을 진행할 때 이런 압박은 불편함이나 불안감과는 또 다른 제약으로 작용한다. 디자이너와 경영자 사이의 관계에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디자이너는 매우 독자적일 때가 있다. 때로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조직의 관료를 상대해야 하거나 변덕스러운 시장 상황을 파악해야 할 때, 디자이너는 모든 것을 경영자에게 의존한다. 나는 디자이너와 최고 경영자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좋고 나쁨이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둘 사이가 가까울수록 의미 있는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발센의 최고 경영자와 디자이너는 더할 나위 없이 서로 가까운 사이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발센의 포장지는 모두 마르텔 슈비흐텐베르크라는 여성 예술가가 만들었다. 마르텔은 처음 의도했던 높은 디자인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look good and work well; they see their mission realized only when aesthetics and
practical needs coalesce. What a designer does is not limited to any particular idea or
form. Graphic design embraces every kind of problem of visual communication, from
birth announcements to billboards. It embodies visual ideas, from the typography of a Shakespearean sonnet to the design and typography of a box of Kellogg’s Corn Flakes.
What might entitle these items to the “good design” accolade is their practicability and their beauty, both of which are embodied in the idea of quality. The Bahlsen
design (circa 1930) meets both goals admirably. “H. Bahlsen, the biscuit maker of
Hanover, was a manufacturer who combined art and his work in the most thorough
fashion.” He was one of those rare businessmen who believed that “art is the best
means of propaganda.” Design is a personal activity and springs from the creative impulse of an
individual. Group design or design by committee, although occasionally useful,
deprives the designer of the distinct pleasure of personal accomplishment and self-
realization. It may even hinder his or her thought processes, because work is not
practiced under natural, tension-free conditions. Ideas have neither time to develop
nor even the opportunity to occur. The tensions encountered in original work are different from those caused by discomfort or nervousness. The relationship that exists between the designer and management is
dichotomous. On the one hand, the designer is fiercely independent; on the other,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Paul Rand “Logos… Flags… Street Signs” 1990
A logo derives its meaning from the quality of the thing it symbolizes, not the other way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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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디자인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디자인은 전문직이다. 디자이너는 보통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기업에 연관된 일을 해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의 조재 이유인 아이디어는 결코 채찍질을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의미 있는 소통을 이루려면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란 놈은 워낙 고집이 세서 제 스스로 나오고 싶을 때만 나온다. 샤워를 할 때, 지하철을 기다릴 때, 아침 일찍,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온다. 그게 다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서로 돌려가며 살펴본다. 때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영자든 부하 직원이든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은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을 평가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디자인의 좋고 나쁨은 그들이 평가한다. 가끔 본능적으로 디자인 감각을 갖춘 사람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도 직접 디자인을 하려고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지 평가만 할 뿐이다. 저질 디자인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를 문든다면 다음 세 가지를 꼽겠다. (1) 좋은 디자인에 대한
경영자의 무지, (2) 마케팅 담당자의 지나친 관여, (3) 디자이너의 결정권 혹은 능력 부족.
시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진정한 가치는 헌신적인 자세와 경혐, 디자인 능력으로부터 우러나온다. 좋은 디자인은 회화나 건축과 마찬가지로 일단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경영자와 마케팅 담당자는 항상 통계와 자료에 의존한다. 이처럼 우리는 예술과 사업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최우선으로 중점을 두는 가치가 경영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디자이너와는 달리 경영자와 광고부서 담당자는 비용 절감과 이윤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 필립 코틀러는 어떤 인사부서 임원이 한 말을 이렇게 소개한다. “경영 대학은 위험 보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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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or she is dependent on management for support against bureaucracy and the caprice of the marketplace. I believe that design quality is proportionately related
tot eh distance that exists between the designer and the management at the top. The closer this relationship between the designer and the chief executive of Bahlsen was, undoubtedly, very close. “ Whit a very few exceptions, all the Bahlsen wrappers
are the work of a woman artist, Martel Schwichtenberg. In a masterly manner she contrived to keep the designs up to their original high standards.”
Design is less a business than a calling. Many a designer’s workday, in or out
of the corporate environment, is ungoverned by a timesheet. Ideas, which are the
designer’s raison d’ être, are not produced by whim or on the spur of the moment.
Ideas are the lifeblood of any form of meaningful communication. But good ideas are
obstinate and have a way of materializing only when and where they choose--in the shower or subway, in the morning or middle of the night. As if this weren’ t enough,
and infinite number of people, with or without political motives, must scrutinize
and pass on the designer’s ideas. Most of these people, in management or otherwise, have no design background. They are not professionals who have the credentials to
approve or disapprove the work of the professional designer, yet of course they do. There are rare exceptions--lay people who have and instinctive sense for design. Interestingly, these same people leave design to the experts.
If asked to pinpoint the reasons for the proliferation of poor design, I would
적은 계획을 세우기 위한 분석적인 계산 방법을 훈련하는 반면, 직접 경험을 통한 식견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또한 긴 시간을 소요한 기술 개발로 경쟁하기보다는 단기 이익과 비용 절감에 더 관심을 쏟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지금 돌아가고 있는 시장에 집착한다.” 현대적 인테리어로 꾸민 사무실에서 매일 최소 8시간 이상을 보내는 많은 기업 임원들이 막상 자신의 집에는 장식적이고 화려한 진열장을 들여놓고 그 안에 최신 오디오 설비를 비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현대적 환경은 일에 적합할지는 몰라도 휴식을 취하기에는 별로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비즈니스맨도 개인 생활에서도 전통적인 취향을 즐겨 찾는다(비단 기업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대부분 밋밋한 것보다는 예쁜 것을 좋아한다). 디자인은 에부터 장식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인테리어 디자인은 으레 얼마나 비싸고 고급스럽게 보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드물지만 기업 중역이 집을 현대적으로 꾸미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이때는 극도로 사치스러운 현대적 인터레어를 갖추는 경우다. 고전적인 취향을 따르건, 현대적인 느낌을 추구하건 양쪽 모두 얼마나 극한에 치달았는지를 기준으로 인테리어를 평가한다. 전자는 얼마나 오래됐는지, 후자는 얼마나 새것인지가 관건이다. 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유해에 따라 디자인을 판단할 수 없다. 오직 그 자체의 품질로서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있을 뿐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디자인과 예술을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나약한 활동으로 취급했다. 그런
선입견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예술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쓸모없는
행위’라고까지 말한다. 1850년대에 영국의 예술 개념을 미국에 전파한 벤 피트맨은 “남자가 만들고 여자가 꾸민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정도로 디자인은 여성스러운 직업이라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언제나 가차 없이 핵심에 다가가려 하는 기업인은 예술과 디자인에 대해 황당함을 느낀다. 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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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ably have to conclude, all thing being equal, that the difficulties lie with: (1)
management’s unawareness of or indifference to good design, (2) market researchers’ vested interests, (3) designers’ lack of authority or competence. Real competence in the field of visual communication is something hat only
dedication, experience, and performance can validate. The roots of good design lie in aesthetics: painting, drawing, and architecture, while those of business and market
research are in demographics and statistics; aesthetics and business are traditionally
incompatible disciplines. The value judgments of the designer and the business
executive are often at odds. Advertising executives and managers have their sights set
on different goals: on costs and profits. “ They are trained,” says [Philip] Kotler, quoting
a personnel executive, “ in business schools to be numbers-oriented, to minimize risks,
and to use analytical detached plans—not insight gained from hands-on experience. They are devoted to short-term returns and cost reduction, rather that developing
long-term technological competitiveness. They prefer servicing existing markets
rather than taking risks and developing new ones.” Many executives who spend time in a modern office at least eight hours a day may very well live in houses in which the latest audio equipment is hidden behind the doors of a Chippendale cabinet. Modern surroundings may be synonymous with work, but not with relaxation. The preference is for the traditional setting. (Most people are
conditioned to prefer the fancy to the plain.) Design is seen merely as decoration—a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디자인은 심각한 비즈니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천박한 낭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예술이 필요하다면 집과 박물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예술은 그림, 조각, 판화고 디자인은 벽지, 카펫, 실내 장식일 뿐이다. 헨리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개신교 사회에서 예술은 사악한 존재다. 모든 것을 뒤틀고 왜곡하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불구로 만드는 그런 것이다…. 도덕성, 즐거움, 삶의 교훈을 괴상한 방법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디자이너에게 예술과 디자인은 어떤 업무라기보다 문화적 사명을 띤 삶 자체라 할 수 있다. 깨끗한 형태, 간단한 재료, 경제적인 방법은 디자이너가 지켜야 할 신념이다. 좋은 디자이너는 부유한 생활보다 금욕의 길을 택한다. 20세기 초에 모더니즘을 추구했던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가 꿈꾸던 이상 세계에 대해 에닥 카프만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디자인이란 “형태와 기능, 인간의 가치를 완전한 하나로 묶어 민주 사회의 공업 제품으로 승화하는 것을 뜻한다.” 좋은 디자인에 대해 논하려면 이 말에 서린 근대적 사고방식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한다. 위대한 건축가이자 이론가였던 르 코르뷔지에는 이렇게 말했다. “근대화는 유행이 아니다. 근대화는 지금 사회가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인식하려면 먼저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역사를 이해하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 디자인은 비즈니스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자세다. 작동은 되지만 보기에는 영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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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은 것과, 작동하지 않는 아름다운 것은 둘 다 똑같이 비윤리적인 제품이다. 전자는 소비자를 우습게
복잡하고 흐리멍덩하고 애매모호한 디자인은 자멸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legacy of the past. Quality and status are very often equated with traditional values,
with costliness, with luxury. And in the comparatively rare instance that the business
executive exhibits a preference for a modern home environment, it is usually the
super modern, the lavish, and the extremely expensive. Design values for the pseudo-
traditionalist or super-modernist are measured in extremes. For the former it is
how old, for the latter how new. Good design is not based on nostalgia or trendiness.
Intrinsic quality is the only real measure of good design.
In some circles art and design were, and still are, considered effeminate,
something “removed from the common affairs of men.” Others saw all artists
“performing no useful function they could understand.” At one time, design was even
considered a woman’s job. “Let men construct and women decorate,” said Benn Pitman, the man who brought new ideas about the arts from England to the United States in the 1850s. To the businessman whose mind-set is only the bottom line, andy reference
to art or design is often an embarrassment. It implies waste and frivolity, having
nothing to do with the serious business of business. To this person, art belongs, if
anywhere, in the home or museum. Art is paint gin, sculpture, etching; design is
wallpaper, carpeting, and upholster patterns.
“Art,” says Henry James, “ in our Protestant communities, where so many thing
have got so strangely twisted about, is supposed, in certain cycles, to have some
vaguely injurious effect on those who make it an important consideration…. It is
폴 랜드 Logos: Westinghouse, 1960; IBM, 1962; UPS, 1961
Paul Rand Logos: Westinghouse, 1960; IBM, 1962; UPS, 1961
assumed to be opposed in some mysterious manner to morality, to amusement, to
instruction.”
To many designers, art /design is a cultural mission in which life and work are
inseparable. Clean surfaces, simple materials, and economy of means are the designer’s
articles of faith. Asceticism, rather than “ the good life,” motivates good designers—in keeping with the ideals of the modern painters, architects, and designers of the early
part of this century, and with the beliefs, as expressed later by Edgar Kaufmann:
good design is a :” thorough merging of form and function and an awareness of human
values, expressed in relation to industrial production for a democratic society.”
Not just good design but the implication of its modernity needs to be stressed,
Le Corbusier, the great and influential architect and theorist, commented: “ To be
modern is not a fashion, ti is a state. It is necessary to understand history, and he who
understands history know how to find continuity between that which was, that which
is, and that which will be.” […]
Design no less than business poses ethical problems, A badly designed product
that works is no less unethical than a beautiful product that doesn’ t. The former
trivializes the consumer, that latter deceives him. Design that lacks ideas and depends entirely on form for its realization may possess a certain kind of mysterious charm;
at the same time it may be uncommunicative. On the other hand, design that dep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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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Rand “Logos… Flags… Street Signs” 1990
A design that is complex, fussy, or obscure harbors a self-destructive mech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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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아는 것이고, 후자는 디자이너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신비한 매력에만 집착해 알맹이 없는 형태에만 집착하는 디자인으로는 어떠한 소통도 기대할 수 없다. 한편 겉모습은 제쳐놓고 내용만 챙기는 디자인은 너무 지루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와 형태는 실과 바늘이다. 바늘은 상관없이 실에 대해서만 얘기하거나 실은 무시하고 바늘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재단사는 없다.” 좋은 디자인은 아이디어와 형태를 모두 갖춰야 한다. 마치 재단사가 실과 바늘을 동시에 챙기듯이. 회사의 명성은 사람들의 인식과 제품의 품질로 좌우된다. 보기는 좋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제품은 회사가 정직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이런 회사는 장기적으로 고객을 잃을 뿐만 아니라 선의마저 저버리기 마련이다. 이런 회사에서 디자인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끌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없다. 위선적인 행위의 앞잡이로 전략할 뿐이다. 아름다움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필요와 기능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바카로운저 안락의자(a)는 미적 가치를 완전히 내던진 채 오직 편안함만을 앞세운 예다. 시장조사를 하면 이런 안락의자는 사용하기 편하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면 보기에도 좋다는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 사람들은 사용하기 편한 것이 보기도 좋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적 가치는 시장조사로 분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907년, 독일에서는 베르크분트라는 기관이 생겼다. 이 기관이 추구하는 목표는 디자이너와 제조 업자를 하나로 묶는 것 외에도, 속물근성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또 ‘단순 명확한 고품질 제품을 추구하던 과거의 이상주의’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있었다. 이 단체는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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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irely on content will most likely be so tiresome that it will compel viewing. “Idea
and the form,” says James, “are the needle and thread, and I never heard of a guild of tailors that recommended the use of thread without the needle or the needle without the thread.” Good design satisfies both idea and from, the needle and the thread. A company ’s reputation is very much affected by how the company appears
and how its products work. A beautiful object that doesn’ t work is a reflection on the company ’s integrity. In the long run, it may lose not only customers but their
goodwill. Good design will function no longer a s the harbinger of good business
but as the herald of hypocrisy. Beauty is a byproduct of needs and functions. The
Barcalounger is extremely comfortable, but it is an example of beauty gone astray. A consumer survey that would find such furniture comfortable might find it to be beautiful as well, merely because it is easy to conclude that if something works it must also be beautiful and vice versa. Ugliness is not a product of market research but of
bad taste, of misreading opinions for analysis and information for ideas.
In 1907 the German Werkbund was formed, and organization whose purpose it
was to forge the links between designer and manufacturer. It was intended to make
the public aware of the folly of snobbery and to underscore the significance of the “old
ideals of simplicity, purity, and quality.” Its aims were also to make producers aware of “a new sense of cultural responsibility, based on the recognition that men are molded
업자들이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사상에 입각한 새로운 문화적 책임감”을 일깨우도록 노력했다. 작은 메모지에서 거대한 빌딩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시각 디자인을 요구하는 분야흔 끝없이 많다. 기업이 광고, 패키지, 제품, 건물 등의 디자인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대중의 취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 대중 의식을 수준 높게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는 힘이 있다. 여느 문화기관과는 달리 기업은 하루하루의 사업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좋은 디자인을 통해 선한 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
*역주 (a) 이 의자는 보통 가죽으로 덮여 있으며 쿠션이 있는 팔걸이를 갖추고 있다. 모델에 따라서 등받이가 젖히고 다리를 올릴 수 있도록 발판이 올라오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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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objects that surround them.”
From little buckslips to big buildings, the visual design problems of a large
corporation are virtually without end, It is in the very solution of these problems—
well-designed advertisements, packaging, products, and buildings—that a corporation
is able to help shape its environment, to reach and to influence the taste of vast
audiences. The corporation is in a singularly strategic position to heighten public
awareness. Unlike routine philanthropic programs, this kind of contribution is a day-
to-day activity that turns business strategy into social opportunity and good design
into goodwill.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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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포스터. 1981년 폴 랜드는 IBM사 내부 시상식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이 수수께끼 같은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IBM 측은 처음에 이 포스터를 보고 회사의 일관된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배포를 금지했다.
Eye, Bee, M poster. 1981, Rand originally designed this rebus for an in-house IBM event, The Golden Circle Award, IBM forbid distribution, at first, worried that the design threatened their established graphic standards.
왼쪽 위: Westinghouse 광고. 1962년. 오른쪽 위: IBM 포장 디자인. 1979년. 아래: 커민스엔진을 위한 애뉴얼 리포트 표지 디자인. 1979년. 폴 랜드가 디자인한 기업 아이덴티티 중 가장 대표적인 세 개다. 폴 랜드를 비롯한 미국 디자이너들 그리고 허버트 바이어와 같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디자이너들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스위스 디자인 시스템을 따르는 작업을 구사함으로써, 그래픽 디자인이 미국의 기업 문화를 타고 하나의 전문 분야로 부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뉴욕 광고계는 ‘아이디어 중심’의 접근 방법이 주류를 이뤘다.
27 Clockwise from top left: Westinghouse advertisement, 1962; IBM packaging, c. 1980; Cummins Engine annual report cover, 1979. These three layouts reflect some of Rand’s best-known corporate design programs. American designers like Rand and Bauhaus immigrant Herbert Bayer used the almost scientific objectivity of Swiss design systems to position graphic design as a professional practice of value to corporate design away from the more intuitive “big idea” approach of New York advertising of the 1950s and 19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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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드미트리 시겔은 디자인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실무에 근거한 실용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신세대 사상가다. ‘디자인 옵저버’ 블로그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는 드미트리는 어번 아웃피터스의 언터랙티브 미디어와 비디오를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모험적인 작업으로 유명한 안테 프로젝트의 일원이고, 동시에 <아나테마>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의
교수이고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교에서 강의한다. ‘문화와 상업 사이의 가파른 절벽’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드미트리는 “이것이 그래픽 디자인의 본질이다” 1
라고 말한다. 다음은 ‘디자인 옵저버’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생산자로서의 소비자라는
문화와 상업 세계에서의 새로운 개념을 말한다. 드미트리는 DIY가 유행하는 상황에 대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생산소비주의’라고 설명하면서, 모든 사람이 ‘스스로 디자인하는’ 이 새로운 체제 속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는 과연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1 Dimitri Siegel, “Context in Critique (review of Émigré No. 64, Rant),” Adbusters (septemberOctober 2003): 7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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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itri Siegel epitomizes the new generation of design thinkers. He is a pragmatic intellectual who approaches curial graphic design issues from the working field. While contributing essays regularly to the influential blog Design Observer, as well as myriad other publications, Siegel is the creative director for interactive and video for Urban Outfitters, a partner in the publicity venture Ante Projects, and creative director for the magazine Anathema. He is also on the faculty of the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and has taught at University of the Arts in Philadelphia. Siegel stands solidly on the “silver of land suspended between culture and commerce,” a situation he once described as “the defining characteristic of graphic design.”1 In the Design Observer entry printed below, he takes on the emerging cultural and economic model of consumer as producer. Siegel describes this new DIY style of consumerism as “prosumerism--simultaneous production and consumption.” Where, he asks, does the graphic designer fit within the new model? Who do we work for, if everyone is “designing-it-themselves”? 1 Dimitri Siegel, “Context in Critique (review of Émigré No. 64, Rant),” Adbusters (septemberOctober 2003): 79-81.
내 무덤 파기
드미트리 시겔 2006
책방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마샤 스튜어트(a)의 새 잡지 <블루 프린트>가 ‘삶을 디자인하기!’ 라는 진부한 구호를 외치는가 싶더니, 그 옆에 나란히 카림 라시드가 쓴 <스스로 디자인하기>라는 책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두 책은 엘런 럽튼이 최근에 내놓은 <DIY! 디자인 쉽게 배우고 따라 하기>(비즈 앤 비즈)와 합세해 민주적 디자인 활동의 작은 열풍을 이루고 있었다(아닐 수도 있다. 엘런 럽튼은 라시드의 책에 대해 카림 라시드식 디자인만을 다루고 있을 뿐 대중을 위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집을 재건축하는 버리이어티 쇼가 유행하고 수공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요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사진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다. 티셔츠를 사지 않고 티셔츠를 만든다.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든다. 이런 활동의 끝은 어디일까? 예술가 조 스캔랜은 이케아(b) 책장을 재조립해 장례식 관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만들기 열풍에 숨겨진 문제점을 살짝 건드렸다. 스캔랜의 작업에는 ‘삶을 디자인하기’와 ‘스스로 만들기’의 기본 사상이 모두 담겨 있다.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활동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직접 만들면 그 뒤에는 뭐가 남나? 직접 만든 관에 자신이 만든 물건의 리스트를 적어놓기라도 해야 할까? 스스로 디자인하기 열풍을 어떤 지엽적인 현상이 아닌, 넓은 문화 경제 현상의 일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움직이는 큰 방향에 대해 얘기할 때,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생산소비주의’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취미 활동을 하며 노동의 즐거움을 얻는다. 작은 수집에서부터 거창한 자동차 개조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유행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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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cent coincidence caught my eye while at the bookstore. A new book by Karim Rashid called Design Your self was sitting on the shelf next to a new magazine from Martha Stewart called Blueprint, which bore a similarly cheerful entreaty on its cover. “Design your life!” These two publications join Ellen Lupton’s recent DIY: Design It
Yourself to from a sort of mini-explosion of literature aimed at democratizing the
practice of design (never mind that, as Lupton has noted, Rashid’s book is actually
more about designing his self than yours).
With the popularity of home improvement shows and self-help books, our society
is positively awash in do-ti-yourself spirit. People don’ t just eat food anymore, they
present it; they don’ t look at pictures, they take them; they don’ t but T-shirts, they
sell them. People are doing-it-themselves to no end. But to what end? The artist Joe Scanlan touches on the more troubling implications of the DIY explosion in his brilliantly deadpan piece diy, which is essentially instructions for making a perfectly
functional coffin out of IKEA bookcase.
Scanlan’s piece accepts the basic assumption of “Design your life” and Design Your
Self: that design is something that anyone can (and should) participate in. But what is behind all this doing-it-ourselves? Does that coffin have your career’s name on it? The design-your-life mind-set is part of a wider cultural and economic
phenomenon that I call prosumerism—simultaneous production and consumption.
Designing Our Own Graves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Dimitri Seigel 2006
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틈새시장은 평범한 개인 취미 활동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생산소비주의는 단순히 어떤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재료와 연장을 사러 다니는 것과는 다르다. 플리커(c)와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상품을 자세히 뜯어보면 생산소비주의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다. 두 인터넷 상품은 소비자가 원료와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주의가 역전된 구조를 띤다. 예일대학교 법대 교수인 요카이 벤클러는 <네트워크 재산>이라는 책에서 이렇듯 뒤집힌 경제 구조를 가리켜 ‘사회적 생산’이라고 칭하며, 정보사회가 지나치게 비대해졌음을 시사하는 최초의 심각한 징후로 보고 있다. 뭐라고 부르든 간에 이런 ‘시장을 벗어난 활동’은 정보의 흐름을 바꿀 뿐만 아니라 제품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까지도 바꾸고 있다. 달라진 소비자의 눈은 무엇을 보든지 일단 ‘주어진 서식’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는다. 마치 가방을 들 때 손잡이를 찾듯이 서식을 찾는 눈은 일단 입력 메뉴, 태그, 순위 같은 것들부터 챙긴다. 글을 올리고 각종 설정을 바꾸는 행위는 생산소비자가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어떤 자세로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사용자는 완성된 내용보다는 비워진 틀에 익숙하다. 모든 옵션을 직접 설정하고 글과 그림을 올리고 싶어한다. ‘스스로 만들기’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들은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가 만든 양질의 메시지보다 익명의 대중이 쏟아낸 정보를 더 신뢰한다. 사람들의 이런 습관은 디자인 업계의 성향까지 바꿔놓았다. 인터넷 블로그 혁명이 터진 데에는 ‘무버블 타입’ (d)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컷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블로그도 무버블 타입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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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시겔 ‘내 무덤 파기’에 대한 설명 2006
생산소비 구조에서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웹에 올린다. 그리고 그 내용이 쌓여
민주적인 배포 방식은 생산과 소비의 큰 순환을 수만 개의 작은 교환 활동으로 조각냈다. 이렇게 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The confluence of work and leisure is common to a lot of hobbies, from scrap-booking to hot-rodding. But what was once a niche market has exploded in the last decade.
Prosumerism is distinctly different from purchasing the tools for a do-it-yourself
project. The difference can be seen most clearly in online products like Flickr and
Wikipedia. These products embody and emerging form of inverted consumerism
where the consumer provides the parts and the labor. In The Wealth of Networks,
Yale Law School professor Yochai Benkler calls this inversion “social production“ and says it is the first potent manifestation of the much-hyped information economy.Call it what you will, this “non-market activity ” is changing not just the way people share
information but their definition of what a product is.
This evolving consumer mentality might be called “ the templates mind.” The
templates mind searches for text fields, metatarsi, and rankings like the handles on a suitcase. Data entry and customization options are the way prosumers grip this
new generation of products. The templates mind hungers for customization and the
opportunity to add their input—in essence to do-it-themselves. The templates mind trusts the result of social production more than the crafted messages of designers and copywriters. And this mentality is changing the design of products. Consider Movable
Type, the software behind the bolt revolution in general and this site in particular. This prosumer product has allowed hundreds of thousands of people to publish
거대한 제품이 만들어진다. 수 십만 명의 사람들이 ‘무버블 타입’블로그에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별생각 없이 업로드한다.그리고 다른 블로그에 접속해 다른 생산소비자가 만든 작품에 댓글을 단다. 웹사이트 디자이너는 이러한 생산소비자들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디자인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형태와 스타일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하는 서식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습관이 퍼지면서 소비자는 모든 제품을 자신의 구미대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재빨리 입력 메뉴부터 살핀다. 설정 옵션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바탕화면을 고르고, 넷플릭스(e)에서 영화 평점을 매기고, 시디 표지를 스캔해서 아마존에 업로드한다. 서식을 찾는 사용자에게 명확한 의미 전달이라든지 스타일 따위는 별로 중요치 않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게 무엇보다도 먼저다. 이러한 가치 변화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책 표지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는 표지 디자인이 책 판매량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그래서 표지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수많은 양질의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책의 외형보다는 독자 리뷰, 추천, 순위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과거 입소문의 영향력은 지금 인터넷의 그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될 정도다. 웹에서는 단편적인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이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인터넷에서 시디 커버는 최대 72dpi 해상도로 보여진다. 미래의 대중매체는 사용자가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잘 묶어서 상품으로 내놓는지에 그 성패가 달렸다. 디자인에 몰리던 돈이 요즘은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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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selves on the web. For millions of people, their unconscious image of a website
has been shaped by the constrained formats allowable by Movable Type templates. They unconsciously orient themselves to link and comments—they recognize the
handiwork of a fellow prosumer. Any designer working on a webpage has to address
that unconscious image. And it does not just impact designers in terms of form and style. As the template mentality spreads, consumers approach all products with the
expectation of work. They are looking for the blanks, scanning for fields, checking for
customization options, choosing their phone wallpaper, rating movies on Netflix, and
uploading pictures of album art to Amazon. The template mentality emphasizes work over style or even clarity.
This shift in emphasis has the potential to marginalize designers. Take book covers The rich tradition of cover design has developed because publishers have believed that a cover could help sell more books. But now more and more people are
buying books based on peer reviews, user recommendations, and rankings. Word of
mouth has always been a powerful marketing force, but now those mouths have access to sophisticated networks on which their words can spread faster than ever before. Covers are seen at 72 dpi at best. The future of the medium depends on how it is
integrated into the process of social production. The budget that once went to design fees is already being redirected to manipulating search criteria and influencing Google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좋은 책 표지는 여전히 책 판매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디자인은 더 이상 최대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생산소비주의 구조는 음악 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을 바꿨다. 1980년대에 레코드판이 시디로 바뀌었을 때,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작아진 포맷 때문에 앨범 커버 디자인은 곧 사양길로 접어들 거라고 불평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귀여운 불만이었지 싶다. MP3 파일에 비하면 시디 음반은 차라리 거대한 캔버스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난 몇 년 사이 악틱 멍키즈, cyhsy, 날스 바클리 등 이른바 온라인 밴드들이 파일 공유의 인기를 등에 업고 등장했다. 악틱 멍키즈와 cyhsy는
앨범을 내기도 전에 이미 마이스페이스 블로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날스바클리의
히트송인 ‘크레이지’는 앨범이 출시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MP3를 다운로드하면서 영국 유행가요 순위 상귀권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예예예스 밴드는 앨범 표지 디자인을 뽑는 인터넷 공모를 개최했다. 가수나 밴드 이미지는 더 이상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멋진 사진이나 현란한 그래픽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음악 파일 제목의 글자 수가 마이스페이스 블로그의 ‘추천 음악 목록’넓이에 잘 맞는지가 멋진 그래픽보다 중요하다. 모든 매체에서 MP3 다운로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앨범 디자인은 200픽셀 정사각형으로 찌그러들었다. 한때 디자이너의 로망이였던 뮤직비디오 역시 그 존재감이 작아졌다. M&Co.가 토킹헤즈를 위해 만든 ‘너싱 벗 플라워즈(Nothing But Flowers)’ 뮤직비디오를 아이팟에서 본다고 상상해보라. 재생 목록과 즐겨찾기가 음악 산업의 핵심이 된 지금, 앨범 디자인에 대한 예전 생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그래픽 디자이너는 6픽셀 크기의 아이콘을 만드는 직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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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rprising by-product of this democratization of distribution is
rankings. A good book core can still help sell books, but it is up against a lot more
competition for the marketing dollar.
Prosumerism is also changing the role of graphic design in the music industry.
When the music industry made the shift to compact discs in the late 1980s, many
designers complained that the smaller format would be the death of album art. Fifteen years later those predictions seem almost quaint. The MP3 format makes compact
disc packaging seem like the broad side of barn.The “ it” bands of the last few years—
Arctic Monkeys, Clap Your Hands Say Yeah, and Gnarls Barkley to name just a few— have all broken into the popular consciousness via file sharing. Arctic Monkeys and cyhsy
generated huge buzz on MySpace before releasing records, and Gnarls Barkley ’s
irresistible hit “Crazy ” made in to the top of the UK pop charts before it was even
released, based entirely on MP3 downloads The cover art for the new album from the
Yeah Yeah Yeahs was the result of a do-it-yourself flag project the band ran online. The public image of musician or band is no longer defined by an artfully staged photo or eye-popping album art. A file name that fits nicely into the “ listening to” field in
the MySpace template might be more important. The MP3 format and the ubiquity
of downloading has shrunk the album art canvas to a 200 x 200-pixel jpeg. Music
videos, once the ultimate designer dream gig, have shrunk as well. Imaging trying to watch M& Co.’s “Nothing But Flowers” video for the Talking Heads on a video iPod.
<제3의 물결>을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하이디 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생산소비주의 사회의 미래를 희망차게 예견한다. 이 책은 지난 세기 동안 엄청나게 증가한 전 세계의 자본이 스스로 만들기가 유행하는 분위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내며, 미래에는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기업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속박에서부터 점점 더 자유롭게 풀려날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요카이 벤클러도 대중 스스로 만든 제품이 우리에게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자율 행동이 과연 언제까지 방해받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벤클러는 소유권 분쟁 및 이에 따른 법률 제정으로 인터넷이 통제되는 현상을 심각히 우려한다. 위키피디아의 정보는 돈으로 살 수 없다. 플리커 사용자 계정은 사용자의 것이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당신이 블로그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순간, 그 정보는 다른 누군가의 소유로 넘어간다. 생산소비자 구조는 당신의 시간과 노력을 빨아들이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스스로 만들기 문화를 가꿔나가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플리커, 유튜브, 마이스페이스를 살펴보면 그래픽 디자인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고 싶어 한다면 그래픽 디자이너 역시 이런 상황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어떤 전문직 지식과 생산소비 시장에 기여할 수 있을까? 카림 라시드와 앨런 럽튼은 ‘스스로 만들기 전문가인 디자이너’라는 역할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디저이너가 이보다 더욱 다양한 역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의 일은 그저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As playlists and favorites become the currency of the music industry, the album as
and organizing principle may disappear entirely. Soon graphic designers may only be
employed to crate 6 x 6-pixel favicons.
In Revolutionary Wealth, veteran futurists Alvin and Heidi Toffler (Future Shock,
The Third Wave) paint a very optimistic picture of prosumerism. They rightly make
the connection between the do-it-yourself ethos and the staggering increases in wealth
that have occurred around the world in the last century. They describe a future where people use their extraordinary accumulated wealth to achieve greater and greater
autonomy from industrial and corporate production. Benkler also spends a great deal of
time celebrating the increased freedom and autonomy that social production provides. But is the unimpeded spread of this kind of autonomy really possible? Benkler raises serious concerns about efforts to control networks through private ownership
and legislation. Wikipedia is not a kit that you buy; you do no own your Flickr account
and you never will. When you update a MySpace accout you are building up someone else’s asset. The prosumer model extracts the value of your work in real time, so that you are actually consuming your own labor.
And what would be the role of the designer in a truly do-it-yourself economy?
Looking at Flickr or YouTube or MySpace, it seems that when people do it themselves, they need a great deal less graphic design to get it done. The more that our economy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Dimitri Siegel comment from “Designing Our Own Graves” 2006
that the production/consumption cycle has splintered into millions of tiny exchan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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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디자인 이론: 그 사상과 흐름
a. Martha Stewart.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쇼 진행자이자 작가. 많은 베스트셀러를 냈다. b. IKEA.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파는 회사 c. Flickr. 이미지를 자유롭게 업로드하고 열람할 수 있는 웹사이트. d. Movable type. Six Apart사가 개발한 블로그 제작 프로그램. e. Netflix. 미국의 인터넷 DVD 주문 배달 서비스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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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s on people doing it themselves, the more people will demand opportunities
to do so, and the more graphic designers will have to adapt their methods. What
services and expertise do designers have to offer in the prosumer market? Rashid and
Lupton have provided on answer (the designer as expert do-it-yourselfer), but unless
designers come up with more answers, they may end up designing-it-themselves…and little else.
니콜라스 허만을 비롯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실은 Russian Art in
Translation, 2007. 이 책은 러시아의 국가적 이미지와 실패한 이상주의를 표현한 예술 작품을 담은 책이다. 드미트리 시겔은 예일 대학교 학생 시절 니콜라스 허만과 함께 시작한 Ante Project 라는 출판 작업의 일환으로 이 책을 발행했다.
Design for Nicholas Herman et al., Russian Art in Translation, 2007. This book is a catalog of emerging and established artists whose practive engages Russian identity and its complex legacy as a (failed) radical utopian state. Siegel produced this book through his publishing venture Ante Projects, which he founded with Herman in 2002 while they were students at the Yale University School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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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Outffiters 블로그, 2008. 인터넷 역사상 횡 스크롤을 사용한 첫 웹사이트. 도시 이름과 키워드로 추려진 브랜드 이미지를 조합해서 보여준다. 시겔은 디지털 사회 활동의 모습이 획일화되는 현상에서 벗어나고자 각 지역 고유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이트를 디자인했다. 시겔은 이러한 블로그 포맷을 가리켜 ‘생산소비주의−생산자와 소비자가 일치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Urban Outffiters Blog, 2008. The UO blog is the first horizontal scrolling blog in the history of the Internet. It compiles brand inspiration from around the world that can be easily filtered by city of keyword. Siegel designed the site to emphasize the uniqueness of authentic local “scenes,” attempting to subvert the homogenizing tendency of many digital social networking sites. Bolg fromats like this illustrate what Siegel terms “postsumerism−the simultaneous production and consumption of content.”
Graphic Design History : Reading from the fields
그림제공
9, 11, 12, 13 Jan Tschichold, ©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by permission of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1, 22, 23 Paul Rand, reprinted courtesy Marion Rand.
www.graphicdesigntheo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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