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RAINY DAY - time table -
mari kim
4`
van woong
7`
kim seonghye
10`
shin morae
15`
kowa
18`
choi roll
20`
bae hyunjung
22`
yutaqu
24’
다정한 얼룩
26’
* special thanks to sunday.
1’ mari kim
내방의 작은 창을 등지고 앉아 책을 읽는데 이상해 창 밖에 비 오는 것 같아 지난 해 한 달 텀으로 떠난 강아지 두 마리가 창밖에서 짖어대고 있는 것 같아 소리가 들려 문득 걸음을 멈추면 병은 아니라고 했지만 세계의 어디서라도 내 귀에서는 비가 내려 두리번거리고 숨을 한 번 내쉬면 그제야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손바닥을 펴고 팔을 내밀어보고 너를 등지고 앉아 너를 이해해보려 하는데 이상해 등 뒤가 온통 젖은 것 같아 네가 짖어대고 있는 것 같아 짖는 것은 떠나간 것들인데 어쩌면 네가 가버린 것 같아 한 달 텀을 두고야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병은 아니지만 꾸고 싶었던 꿈들이 빗소리처럼 쏟아지면 병이라면 어때 오래 앓게 되면 또 뭐 어때 내게 많은 사랑이 저혼자 넘치면 또 어때 쏟아져, 나는 창가를 등지고 앉아서 책을 적시고 네 등을 다 적시고 우주 강아지의 꼬리까지 적시면 이상해
4`
맑아질 줄 알았던 귓가의 날씨 손바닥을 펴 귓가에 대면 습관은 병이야 앓진 않아도 이상해, 문득 다시 비가 내리는
5`
2’ van woong
7`
8`
3’ kim seonghye
- 안개전시
언니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아아 이 사람 참 곤란한데.’ 생각하면서도 열심 히 이끌려갔다. 언니는 걷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있잖아, 내가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전시가 있어서 말이야. 네가 좋아 할 거야. 정말이 야.” 여전히 ‘아아 이 사람 참 곤란한데.’ 생각하고 있던 중 언니가 어쩐지 비 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야.” 눈앞에 요상한 건물이 서 있었다. 여기에 이런 건물이 있었나 싶은 것이. 아, 과연 종일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니 이런 곳도 알고 있구나. 언니가 들어가지 않아 몇 분 정도 서 있었다. “어?” 어?하는 나를 보고 이제야 알았냐는 미소를 지었다. 기다린 것이다. 이 요상한 건물, 뒤 돌아 앉아있는 남자의 등판 모양이다. 목선에서 부 터 내려와 골반 뼈를 지나 엉덩이 골이 보이기 전까지로 이루어진 조각 상처럼 다부진 남자의 벗은 등판 모양 건물이었다. 날개 뼈가 있어야 할 양쪽에 커다란 창이 나있었는데, 그 안이 꾸역꾸역 연기로 가득 차 있 었다. 얼핏 보기로는 먹구름 같았다. 광경이 너무나 야릇해서 엉덩이 에 힘을 주고 서서는 어쩐지 망연자실한 마음이 되었다. 우스꽝스런 표 정을 짓고 서 있는 나를 확인한 언니는 만족스럽게 걸음을 떼며 말했다. “이제 들어갈까? 이거 말이야. 안개 전시야.” 안개 전시, 라는 말이 울리고 귀를 의심했다.
10`
여전히 ‘아아 이사람 참 곤란한데.’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이끌려갔다. 전시 는 지하 1층에서 하고 있었다. 온통 회색빛이었다. 해가 지고 있을 때에만 비 치는 그 회색빛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잠깐, 해가 지면서 노을이 붉게 물들이고 지나간 후. 완전한 어둠도 밝음도 아닌 그렇다고 해가 지는 도중도 아닌 어둠과 밝음이 처음으로 맞닿아,‘자 이제 들어가세요. 수고했어요.’ ‘자 이제 나오세요. 수고하세요.’ 눈인사를 나누는 찰나의 어정쩡한 세상의 회색 빛이 있는데, 건물 안이 그랬다. 몇 계단 내려가 닿은 지하 1층의 안개전시는 말 그대로 안개전시였다. 안개 가 펼쳐져있었으니. 건물은 사실 천장이 아주 높은 한 층 건물이었다. 다이빙 대처럼 계단만 벽에 붙어 다닥다닥 꼭대기까지 나 있었다. 전체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안개가 언니도, 나도, 지키는 사람도 부옇게 만들었다.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물이 없는 온천탕 같았다. 온 몸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언니는 뛰 다녔다. 희끗희끗 언니의 표정이 보였지만 그것을 뭐라 설명할 수는 없다. 그저 언니 는 나보다 여자였고 참 늘씬하고 예뻐서 안개를 황홀하게 했다. “비가 오면 더 좋겠다. 비가 오면 좋겠어!” 언니는 소리를 질렀고 나는 여전히 ‘아아 이사람 참 곤란한데.’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이끌리지 않고 꿈 속 화면처럼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었다. “이제 곧 이곳에 비가 내릴 겁니다. 비가 내리면 이 전시가 끝이 나는 것이지 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설명했다.
11`
나는 이 지하 1층에 비가 오고 빗자루로 물을 쓸어 담는 모습을 떠올렸다. 시 원했다. 곧 집어 삼키 듯 장마가 올 것이다. 눈을 감았다. 잠에서 깼다.언니가 나를 집요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곤란한 꿈 꿨니. 표정이 너무 우스워서 깨워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어. 있 잖아, 나는 산책 나갈 거야. 내일부터 장마라고 해서말야. 비오면 뛰 다닐 곳 봐두려고. 같이 갈래?” 스르락 스르락 빗자루 소리가 들려왔다.
12`
13`
4’ shin morae
15`
16`
"some of these days You’ll miss me honey." "머지않아서 사랑하는 그대는 내가 없어 외로우리."
17`
5’ kowa
사이즈가 작지만 버릴 수 없는 바닐라 색 운동화를 힘겹게 벗어 던지고 한쪽 어깨가 축축해진 가디건을 아무렇게나 걸쳐 놓는다. 두 번째 발가락의 붉게 달아오른 딱지를 보며 수건으로 머리를 툭툭 털고 옷을 마저 벗지 못한 채 널브러져 버린다. 쭈글거리는 천장을 바라본다. 어슴프레한 방의 윤곽. 쏟아지는 폭우 소리. 점점 작아지는 방. 내가 커져버린걸까. 이렇게 점점 부풀다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물 먹은 몸에 눅눅해진 마음은 빼꼼이 눈물을 매단다. 가만히 허우적거리다 생각한다. 드라이기가 필요해. 드라이기 같은 사람.
18`
19`
6’ doughnuts(도나쓰) 퐁 비 오는 새벽에 페이스북을 오래 했다 1-1. [비, 새벽, 페이스북, 오래, 했다] 이 네 가지 중 다른 성질의 것을 고르 시오 1-2. 기분이라고 하는 근육이 이토록 심하게 쥐가 난 원인과 그 경과를 서술 하시오 (1,000자 내외) 난 말야, 가끔 살아있는 게 너무 너무 불편해 덜 마른 옷을 겹겹이 입고 외출한 오전처럼 살다 보면 꼭 한 번 만나는 이기고 싶은 게임처럼 창문 열고 고성방가를 하고 싶지 동사무소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다신 안 볼 사람에게 할 법한 끔찍한 말들로만 쓴 비장한 가사를 김건모의 빗속의 여인은 신중현 원곡의 펄시스터즈 노래이다 아빠는 김건모가 부른 버전을 휴대폰 벨소리로 오래 썼었고 또, 내가 살면서 오직 단 한 번 만났던 어떤 사람의 이미지는 어른 된 인간이라면 하고 싶은 일만 하고는 살 수 없다는 것과 듣기 좋은 거짓말이 하기도 좋다는 이상한 두 가지 얘기로 되어 있다 비가 와서 달이 보였다 안 보였다가 했다 오늘 밤, 나는 어떤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 읊어준다 밤안개와 비구름을 힘차게 휘저어서 하얗게 이는 거품을 퐁, 퐁, 퐁, 퐁 이건 이건 정말 정말 비밀 비밀 인데 인데 그러니까 그 새끼가 퐁
20`
오 하느님, 설마 저라는 이름의 삶에 할당된 기쁨을 제가 벌써 다 써 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미련이 몸 어디쯤 들었는지를 몰라 한평생 가슴만 치고 살았네 그것이 성격이라면 성격일까 싱크대 밑으로 들어간 바퀴가 옷장 꼭대기에서 기어 나오고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유언비어를 사실로 믿어 버리는 말은 귀가 꾸는 악몽 줄줄 식은땀이 나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고 말은 귀가 잃어버린 우산 비가 그치면 제 발로 주인을 찾아온다 야 이것 봐 물에 귀를 가져다 대면 온몸이 귀인 것 같다 모든 소리가 들리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정말이야 정말이야 빗속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퐁퐁퐁퐁퐁퐁퐁퐁
21`
6’ Bae hyunjung
22`
23`
7’ youta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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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저번에 한 번 했다고 슬쩍 또 써보는 끝인사입니다. 점점 저의 인사에 중독되실 거예요. 8명분의 원고를 받아 가장 먼저 읽어볼 수 있으니 편집이란 건 좋은 일이네요. 멋진 원고를 받아놓고 편집을 구색 없이 해놓아서 면목이 없지만요. 이번 호의 주제는 '비 오는 날'이었어요.표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왕창 퍼부어 산 이 잠기도록 하자!고 정했는데 과연 원고 하나하나 비를 폭폭 내려주는 것이 참 좋았습 니다. 아, 표지가 좋았다는 말이 아니라. 흑흑. 아무튼. 어떻게 보셨나요. 궁금해요. 한 호를 준비하는 동안 멤버들에겐 많거나 적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톤으로) 다른 곳에서, 각자 다른 일을 겪었는데도 호흡이 비슷한 원고를 보니 기분이 참 이상했 습니다. 새로 참여하게 된 두 분의 원고도 무척 좋았어요. 환영해요. 정말!오래 오래 함께 하고 또 독자분들도 우리를 오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7월의 중간이에요. 더미는 늘 월 중반에 나오지요. 지난날과 남은 날의 무게가 비슷한가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 않네요. 어떠세요? 비슷하신가요? 저는 어제까지 달고 온 것들 이 너무 무거웁네요. 흑흑. 남은 7월에는 좀 덜어내 봐야겠어요. 음. 아무쪼록 또 말을 걸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기쁠 거예요. 안녕! 아 그리고 뒤에 더미리스트라고 우리가 추천하는 것들이 있어요. 저번 달에 저는 장사익 님의 찔레꽃을 추천했는데요. 어떤 분이 들어보셨다고 해주어서 정말 기뻤어요. 그럼 정 말 안녕!
46`
#DUMMY LIST MARI KIM 티엔리밍 ‘맑은 물’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SHIN MORAE
#CONTACT
The Maccabees - Child
MARI KIM
YOUTAQUE
dearnoel@naver.com
Anushka - This Time
KOWA
코가손 - 이건 뭐니?
VAN WOONG
koasoup.com @koasoup
영화 '아비정전'
BAE HYUNJUNG
KOWA
fouroclock.net @baejacca
영화 '미쓰 홍당무' 막장캐릭터란 영화평을 보았는데 난 문득 친근하고 알 것 같은 캐릭터였어. 내가 이상한걸까. 두번째 추천, 레이디스 코드 - 예뻐 예뻐
SHIN MORAE acrossthecircle.com buriedsand.tumblr.com
VAN WOONG
듣고 싶은 말 찾아서 들었습니다.
vanwoong.com
KIM SEONGHYE
YOUTAQUE
만화경 - 크랜필드 소년의 축축한 음악. 마치 여러곡을 동시에 틀어놓은 것만 같다. “빈틈으로 나를 바라봐 느낌으로 나를 찾아봐”
yoojine00@naver.com
DOUGHNUTS growroll@gmail.com
DOUGHNUTS
KIM SEONGHYE
Charlie Haden - <Nocturne> 2001
shkim1137.blog.me
201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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