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MM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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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CENT - time table -

mari kim

4`

van woong

13`

shin morae

17`

kowa

20`

bae hyunjung

22`

small and few

37`

* special thanks to 김홍구님


1’ mari kim 당신 안에서(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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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번에는 주제에 충실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당신 안에서

4`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냄새가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으로 날아다닐 것입니다. 냄새의 방식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당신의 노력, 무의미한

5`


왼 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냄새는 제가 오늘 아침에 다녀왔던 병원의 냄새 병원에 가는 길에 보았던 아줌마의 파마 냄새, 아줌마의 파마머리는 발사 된 순간 뿜어져 나오는 로켓의 연기를 닮았으니 연기의 냄새, 좋은 것을 하나 건 내자면 연기로 만든 솜사탕의 냄새, 어린이 대공원에서 솜사탕을 만드는 아저 씨의 거칠고 투박한 손의 냄새, 당신의 왼 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6`


오른쪽에서 왼 쪽으로 흐르는 냄새는 당신이 내일 맞이할 일요일의 냄새 일요일로 가는 길에 분명 있었던 연인의 냄새, 연인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연인 이 사라진 자리의 냄새, 당신이 혼자 남은 방의 냄새, 무어라 이름 붙여야 좋 을지 모르겠는 바로 그 냄새, 여기서도 좋은 것을 하나 건네자면 적적한 당신 이 집어든 CD에서 흐르는 냄새, 어느 봄밤에 온 몸 가득히 채우고 싶었던 바 로 그 냄새, 당신의 오른쪽에서 왼 쪽으로 흐르는

7`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냄새는 제가 즐겨 찾는 어느 가게의 냄새 가게에 도착해 테이블 위에 가방을 얹어 놓으면 주인장이 내어주는 냄새, 맡겨 둔 것도 없는데 자꾸 돌려받는 냄새, 이쯤에서 풍겨오는 당신 상상력의 냄새, 저를 상상하거나 혹은 저의 자리에 당신을 들여놓은 냄새, 자리를 오래 지키고 앉아있는 냄새, 요즘은 왜 자주 안 오세요? 라는 질문의 냄새, 무슨 일이 있 는 냄새, 당신의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8`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냄새는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냄새 좋아서 기다리는 냄새, 싫어서 기다리는 냄새, 왜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지 만 무튼 기다리고 있는 그 냄새, 잊었다가도 문득 생각나는 냄새, 내게도 그런 냄새가 있지 하고 당신을 울리거나 혹은 웃겼던 냄새, 여전히 그러고 있는 냄 새,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해버린 냄새, 여기서 이 글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꿍꿍이의 냄새, 저의 살갗을 빌려가 당신의 위장을 이 룰 냄새, 당신의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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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떠올린 냄새는 무엇입니까?

10`




2’ van woong

13`





3’ shin morae

“still here.” 17`




4’ kowa --------

엄마가 세탁해 준 모든 것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가 난다. 똑같은 섬유유연제를 써도 엄마가 해준 것에서는 엄마만의 냄새가 난다. 엄마의 빨래 냄새를 떠올리면 보이는 풍경이 있다. 하늘색 타일과 노란 햇살이 넘실 거리는 엄마의 베란다. 그리고 빨래 냄새. 바람 냄새. 엄마 냄새.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한껏 크게 숨을 들이쉰다. 바람에 퍼지는 빨래 냄새. 종이가 얇은 사전을 팔랑거린다. 빨래가 바삭해지도록. 가장 평온하고 가장 안심이 되는 순간이 . 부서질 듯 빛나는 나의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흘러간다. 엄마가 해 준 이불에 콧등을 부비며 추억 속의 냄새를 더듬는다. 아, 다 커버린 딸은 엄마가, 엄마 냄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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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ae hyunjung

2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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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small and few --------

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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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 탈락된 글을 다듬고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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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일 나는 나무가 되고 싶다. 내가 되고 싶은 나무는 버드나무다.

2012년 9월 23일 오늘 혁준이 소식을 들었다. 연신내의 한 카페 앞을 지나는 걸 카페 안에 있던 다른 친구가 봤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 혁준이가 카페 앞을 지나갔구나, 생 각했다. 옛날에 혁준이와 돌고래 소리를 녹음하러 동물원에 갔던 적이 있다. 우리가 동물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세 시였다. 돌고래 쇼는 이미 두 시간 전 에 끝났다고 했다. 우리는 페인트 칠이 벗겨진 텅 빈 관람석 주위를 맴돌았다. 돌고래 같은 것은 오래 전에 멸종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별안간 혁준이 가 울기 시작했다. 둥글고 까만 머리통이 아래위로 들썩거렸다. 나는 녹음기 를 꺼내 혁준이 뒤에 바짝 붙었다. 혁준이가 간신히 울음을 그쳤을 때 테이프 를 되돌려 방금 녹음한 것을 재생했다. 놀랍게도 녹음기는 돌고래 울음소리 를 냈다. 혁준이가 멀뚱히 나를 쳐다보았다. 돌고래는 차츰 멀어져 갔고 우리 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돌고래도 우냐? 한참 뒤에 내가 물었다. 혁 준이는 녹음기를 귀에 대고 재생을 반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안내판을 발로 걷어차면서 하나한테 이거라도 갖다주면 좋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 나는 혁준이가 좋아하던 여자애. 그러자 그 멍청이가 배시시 웃었다. 나는 왠 지 물복숭아가 떠올랐다. 물복숭아의 물과 돌고래의 돌.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동네로 돌아갔다. 하나네 집 앞에서 철문을 계속 두드렸는데 기척이 없었 다. 오늘은 합주 없다고 했는데. 혁준이가 말했다. 몹시 풀이 죽어 보였다. 우 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붉게 물들고 있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 시발, 어딜 간 거야? 내가 중얼거렸

40`


다. 혁준이가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틱, 하고 눌렀다. 테이프 감는 소리가 들 리더니 곧 재생됐다. 아, 시발, 어딜 간 거야? 아, 시발, 어딜 간 거야? 아, 시발, 어딜 간 거야? 내가 그만 좀 하라고 했더니 혁준이가 녹음기를 건넸다. 작고 검은 녹음기였다.

2013년 4월 12일 퇴사 기념으로 갈비를 먹었다.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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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30일 나는 나선형 도로를 따라 한참 올라야 모습을 드러냈던 희멀건 아파트 단지 8 동에 살았다. 친구들은 8동이 아닌 다른 동 곳곳에 흩어져 살았다. 우리는 종 이컵 전화기로 서로의 창과 창을 연결했다. 우리의 하늘엔 하얀 줄이 엉켜 있 었다. 3동에 사는 아이가 5동에 사는 아이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 아이가 다 시 7동에 사는 아이에게, 그 다음이 나였다. 4동은 없었다. 아파트엔 4층도 없었는데, 대신 F층이 있었다. F층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했더니 엄마는 불길한 숫자인 4대신 F를 쓰는 거라고 했다. 나는 엘레베이터가 F층을 지날 때마다 눈을 감았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렇지 않게 4를 말할 수 있는 용감한 아이는 우리 중에 없었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4에 대한 모든 것을 금지했다. 대신 우리는 아파트 단지를 쏘다니며 4가 필요하지 않은 모든 일을 했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금방 바 닥났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때마다 무슨 일이 생겨났다. 3동에 사는 아이가 비비탄 총을 들고 나타났던 것도 마침 그때였다. 그것은 검고 날렵한 권총이었 다. 3동에 사는 아이가 진짜 총은 이렇게 가볍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3동에 사는 아이를 따랐다. 3동에 사는 아이가 손을 휙 들면 우리는 숨을 죽이고 걸 음을 멈췄다. 거미다. 3동에 사는 아이가 8개의 다리를 예리하게 세운 호랑거 미를 향해 총을 겨눴다. 세 번째 총알이 호랑거미의 몸을 관통했다. 우리는 3 동에 사는 아이가 섰던 자리에서 거미의 몸통에 난 구멍으로 희고 진득한 액체 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3동에 사는 아이는 벌써 다음 거미를 찾고 있었다. 우 리는 호랑거미를 찾아 호랑거미의 몸통에 구멍을 내는 일을 했다. 그것이 우리 의 일이었다. 우리는 많은 수의 호랑거미를 죽였다. 빈 거미줄이 늘어났지만 호랑거미는 계속해서 발견됐다. 금방 죽인 호랑거미 앞에서 3동에 사는 아이 가 머리를 긁적이며 총알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럼 내가 총알을 주워 올게, 너 는 거미를 찾고, 너는, 음, 잠자리를 잡아 와. 5동에 사는 아이가 외쳤다. 나 에게 부여된 역할은 없었다. 아이들이 순식간에 흩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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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내 앞엔 구멍난 호랑거미가 있었다. 구멍난 거미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잇는 거미줄을 8개의 긴 다리로 붙들고 있었다. 거미줄을 손끝으로 건드렸더 니 구멍난 호랑거미가 거미줄을 따라 흔들렸다. 나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기다 리다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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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5일 차를 마을 입구에 대충 세우더니 아버지는 파란 기와집을 가리켰다. 멧돼지 피 를 얻어 마시러 가는 거라고 했다. 시멘트 담장이 둘러져 있어 안이 잘 보이지 않는 집이었다. 아버지는 내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차문을 쾅 닫아버리 더니 순식간에 담장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는 걸 직감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라디오 스위치를 누르려다 말았고, 주 머니에 손을 넣다가 말았다. 회백색 담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잠이 쏟아졌다.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파란 지붕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다 창문에 손가락을 부딪혔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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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7일 유령 시인 D.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내게 일기를 계속 쓸 거냐고 물었다. 나 는 그냥 웃기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의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다. 일기 계 속 쓸 거에요? 나는 계속 쓸 거라고 대답했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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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구 저는 허술한 독자이자 맹랑한 작가입니다.

책 소개 <도시의 숲>은 서울에서 마주했던, 혹은 품었던 숲에 대한 짧은 기록입니다. <도시의 숲>에 수록하지 못했던 글과 사진 을 ‘작고 적은 것’에 소개하게 되어 기쁩 니다.

구매 가능한 곳 유어마인드, 스토리지북앤필름, 헬로인디 북스, 가가린, 더폴락, 우주계란, 프롬더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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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LIST

#CONTACT

MARI KIM

MARI KIM

페스티벌 봄 2014 상영작

dearnoel@naver.com

덤 타입 S/N '당신의 사랑에 의존하지 않는다.‘ ‘나의 사랑을 발명할 것이다.’

SHIN MORAE Brian eno - by this river 슈만 - 트로이메라이

KOWA koasoup.com @koasoup

BAE HYUNJUNG fouroclock.net @baejacca

SHIN MORAE acrossthecircle.com shinmorae.tumblr.com

VAN WOONG vanwoong.com


2014. 4. 18 about scent gg-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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