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회보 - V109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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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호 통권 109호

나의 나눔이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진짜로’ 바꿔 냅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사람들의 선택입니다

년 여름 호

공동육아 저소득 기금은 세상을 따스하게 만드는

2 0 1 3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

공동육아 저소득 기금 후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어요. CMS 자동이체로 할 수 있습니다.

계좌이체로 할 수 있습니다. 정기 기부와 일시 기부가 있습니다.

국민은행 031-01-0421-564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네이버 해피로그로 할 수 있습니다.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후원금을 내면 기부금 영수증을 드립니다. 후원금은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동육아 저소득 기금은 우리 사회의 소외받는 어린이, 북한과 아시아의 가난한 어린이를 돕는 데 씁니다.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201호 | 02-323 - 0520 | gongdong@ gongdong .or.kr | www.gongdong .or.kr

공동육아, 기억의 공동체

밀양 할머니의 눈물, 대안은 없는가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어린이행복선언은 공동육아 현장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만든 것으로 2012년 공동육아 한마당에서 선포되었습니다.

01 마음껏 신나게 놀고 나면 행복해요.

04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해요. 좋은 먹을거리를 주세요.

놀 곳과 놀 시간을 주세요.

08 제 힘으로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해요. 저 혼자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05 책을 읽어 줄 때 행복해요. 02 포근하게 안아 주면 행복해요. 많이많이 안아 주세요.

03 하늘을 보고 꽃을 보면 행복해요.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해 주세요.

재미있는 책을 읽어 주세요.

06 어른들이 기다려 줄 때 행복해요. 잘 못하고 느려도 기다려 주세요.

07 제 말을 귀담아 들어줄 때 행복해요.

09 어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요. 모두 함께 행복하게 해 주세요.

10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해요. 모든 아이들이 저처럼 행복하게 해 주세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201호 | 02-323-0520 | gongdong@ gongdong .or.kr | www.gongdong .or.kr


2013년 여름 호 통권 109호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차례

여는 글

기획

004 아이들은 다 다르다 | 박혜란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010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 이야기 마당 038 공동육아, 기억의 공동체 | 이부미 044 산집에서 자라 산골 아이들을 품다 | 조담 051 내 이야기를 만들며 즐겁게 살아간다 | 김지원

열린 창문 세상 이야기

056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시간 | 신순화 060 어린이집 운영을 교육이 아니라 사업으로 보다니 | 이주영 063 밀양 할머니의 눈물, 대안은 없는가? | 하승수

표지의 ‘공동육아’ 글씨는 신영복 선생님이 1996년에 썼습니다. 표지 그림 ⓒ 현덕 글 | 김환영 그림 | 나비를 잡는 아버지 | 길벗어린이 공동육아를 졸업하고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간 청년들을 보면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통 을 앓는《나비를 잡는 아버지》 의 주인공 바우를 생각했습니다.


교육 나눔

068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 김용환

옛이야기 날적이

086 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 이송희 098 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서울 우리어린이집

지역 공동체 학교 이야기 마을 공동체 이야기

106 선생님, 일루 와요! | 성태숙 113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 정혜령

독서 일기

124 명랑한 할머니의 따뜻한 가슴을 느끼며 | 김혜정

탈핵 이야기

129 핵 발전소!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 박흥렬, 탈핵에너지교수모임

함께 읽는 책

132 숲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 | 김미자

그림책 이야기

138 심심해서 그랬어 외 | 김미자

두레박의 작은 우주 097 | 시로 쓰는 세상 122 | 놀래놀래 140 | 터전 주소록 142

2013년 여름 호, 통권 109호 | 펴낸곳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 펴낸이 박혜란 | 편집위원 이송지, 윤우경, 정영화, 조현제 | 편집 이송희 | 디자인 봄밤에별은 | 인쇄 한학문화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201호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14 201호) | 전화 02-323-0520 | 전송 02-323-1695 | 전자우편 gongdong @ gongdong .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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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어느 한가한 오전, 습관처럼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기이한 사람들의 이야기 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여덟 살짜리 한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1분 안에 가위로 종이를 오려 온갖 동물을 만들어 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종이를 썩썩 오리기만 했는데 금방 똑같은 동물이 태어 났다. 생선 가게에 가서는 비린내 나는 생선을 주무르면서 유심히 생김새를 파 악하더니 처음 본 생선인데도 가위로 뚝딱 오려 냈다.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아이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지만 이렇게 눈썰미와 손재주가 뛰어난 아이는 내 경험상 처음이었다. 소년은 학교에 갔다 오면 몇 시간씩이고 A4 용지와 씨름 을 한다고 했다. 가위질을 할 때 집중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 에너지가 화면 바 깥의 내게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같은 또래 손자가 둘이나 있는 할머니로서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솜씨에만 놀란 건 아니다. 다른 아이들은 이런 거 안 하는데 넌 왜 이런 걸 하느냐고 제작진이 묻자, 소년은 “사람은 다 다르니까요” 하고 지극히 담담하 게 대답했다. 아니, 그 대답에 앞서 소년은 “사람은 다 같은가요?” 하는, 허를 찌르는 반문으로 “아니”라는 제작진의 대답을 끌어내어 어리석은 어른의 말 문을 막아 버렸다. 우문에 현답도 이 정도면 가히 달인의 경지라 할 만하다.

여는 글

아이들은 다 다르다 박혜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여는 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에게 종이로 오린 동물을 선물해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 다르다

는 시간이 적다고 걱정을 내비쳤지만 내가 보기에는 소년의 사회성은 아무런

005

젊은 부모는 소년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또래 소년들처럼 밖에 나가서 뛰노

‘사람은 다 다르다.’ 여덟 살짜리 소년이 이미 깨닫고 있는 이 사실(또는 진실)을 모든 부모들이 솔 직히 인정만 한다면 아이를 키우는 일이 지금처럼 힘들고 괴롭지는 않을 거라 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괴로움은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른 존재라는 사실 을 부인한 채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무작정 비교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 다. 그 다른 아이는 대개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옆집 아이, 친구네 아이, 친척 네 아이처럼 평소 부모가 잘 아는 아이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가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과 똑같이 먹고 입고 놀지 않으면 불안해하다가 조금 자라서는 다른 아이가 배우는 것은 다 배워야 마음이 편하다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다른 아이가 축구 교실을 다니면 내 아 이도 다녀야 하고,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 내 아이도 다녀야 한다. 그냥 다니기만 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 다른 아이만큼 공을

모든 아이에게는 무언가 그 아이만의 특별한 것이 있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너는 특별한 애’ ‘너는 보통 애’ ‘너는 모자란 애’라고 평가하는 짓은 폭력이기 전에 무지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006

멀리 차야 하고, 다른 아이가 치는 만큼 피아노를 쳐야 한다. 아니 솔직히 다른 아이보다 더 멀리 공을 찰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아이보다 피아노 진도가 더 빨 라야 한다. 내 아이가 공차기보다 달리기를 더 좋아하고 피아노보다 북치기를 더 좋아 한다는 사실은 아예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네가 뭐가 부족해서 다른 아 이가 하는 걸 못 하냐, 부모가 힘닿는 데까지 뒷바라지할 테니 넌 시키는 대로 만 하면 된다’고 비장한 자세로 아이의 등을 떠밀 뿐이다. 그런 부모가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뒤처지는 꼴을 도저히 이해할 수 도, 용서할 수도 없는 건 당연지사다. 아이가 공차기나 피아노를 다른 아이보 다 잘 못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은 부모들이 모든 아이는 다 ‘비슷하므로’ 능력도 ‘거기서 거기까지’ 라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 같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도 부모의 착각은 바뀌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아이 가 자랄수록 착각은 더욱 심해진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성적이 뒤처지 는 까닭은 아이가 ‘게으르거나’ ‘딴 데다 정신을 팔거나’ 심지어는 ‘부모를 골 탕 먹이려는’ 짓으로 해석된다. 화가 난 부모가 내세운 나름의 해결책은 간단 하다. 아이를 더욱 더 가열 차게 닦달하는 것. 물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는 과연 짐작이나 할까.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잠 안 자고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안 올라서 스스로 기가 죽은 아이의 마음을. 또는 공 부보다는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부모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말도 꺼내지 못 하고 끙끙 앓는 착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뒤처져서 괴로워하는 부모들은 저 여덟 살짜리 소년 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 ‘뒤처지는’ 게 아니 라 다만 ‘다를’ 뿐이다. 모든 아이들은 다르다. 모든 아이에게는 무언가 그 아


여는 글

이만의 특별한 것이 있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너는 특별한 애’ ‘너는

007

보통 애’ ‘너는 모자란 애’라고 평가하는 짓은 폭력이기 전에 무지다. 여덟 살

아이들은 다 다르다

짜리 소년도 아는 걸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어른들이 모른다면 그게 바로 무지가 아니고 뭔가. 손주들을 봐도 그렇다. 여섯 명이 어쩌면 달라도 그렇게 다른지 신기하다. 가끔 어떤 손주가 제일 예쁘냐는 쓸데없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도대체 ‘제 일’이라니, 이처럼 어리석은 질문도 없을 게다. 얘는 이래서 예쁘고, 쟤는 저래 서 예쁘고, 걔는 그래서 예쁜데, 어떻게 제일 예쁜 손주가 따로 있을까. 그런데 도 사람들은 집요하게 묻는다. “그래도 제일 어린 손주가 제일 예쁘지요?” 나 는 대답한다. “제일 어린 손주는 제일 어려서 예쁘고, 제일 큰 손주는 제일 커 서 예쁘고……….” 아이들은 다 다르다. 다 다르니까 다 귀하고 예쁘다. 어른들이 아이들은 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모든 아이들을 귀하게 대접한다면 부모와 자녀 관계도 좋아질뿐더러 아이들 세계의 왕따 문제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닉 부이치치,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음에도 행복 전도 사로 세계를 누비고 있는 그의 인터뷰 기사에서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의 놀 림 때문에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두 가지 생각 때문에 한참이나 가슴이 먹먹했다. 한 가지는 만약 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자신과 다르게 생겼어도 똑같이 귀한 존재라고 가르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고, 또 하나는 그런 데도 부이치치의 부모가 아이를 끝까지 밀어 주고 믿어 주었기 때문에 아이가 딛고 일어설 수 있었구나 하는 존경심이었다. 내 아이는 다르게 생겼을 뿐이지 모자란 존재가 아니란 그 믿음. 요즘 부모 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그 믿음이 아닐까.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08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지난 2009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닌 졸업생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로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방과후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과 이들과 함께한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20대 청년이 되었으며, 세상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동육아가 청년들의 삶에 남긴 발자국은 무엇이며, 이들은 다시 어떤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공동육아

009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10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정리 | 이송희

어떻게 더 즐겁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김지원

사회 김지원 목수

안녕하세요, 사회를 맡은 김

지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발(한발먼저딛는아이들)방과

이야기 나누는 사람

후를 졸업하고 분당 이우중・고등학

강병오 까마귀, 과천 무지개학교 교사

교를 나온 다음에 군대를 다녀와서

이상원 학생 최윤지 학생 최인영 학생

때 2013년 3월 9일 오후 1시30분~2시30분 곳

서울시 소방학교 강당 (창의1관)

목공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 은 가지 않았고요. 지금 스물세 살이 고, 어떻게 하면 대학을 가지 않고 더 즐겁게 살 수 있을지 고민도 하고 공


공동육아

011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부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차례대로 소개를 할 텐데 잘 들어 주세요.

다니기도 했고요. 중학교 3학년 때는 한발방과후 도보 여행 들살이에 자 원봉사로 참여했고, 대학생 때도 까 마귀랑 무지개초등학교 아이들 지리 산 종주하는 데 자원봉사로 참여했

후 졸업생 이상원입니다. 스물다섯

습니다. 저는 분당 이우고등학교를

살이고, 방과후에는 초등 4학년 때

나왔고, 일반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부터 6학년 때까지 3년 간 다녔고요.

전역하고 나서 어떤 큰일을 하기 위해

방과후 다니면서 까마귀랑 같이 종

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강 여행도 가고 지리산 종주도 하고

어 편입을 해서 지금 신소재공학과

자전거 전국 일주도 했습니다. 방과

에 첫 학기를 다니고 있고요.

후 졸업 후에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요즘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이다 보

는 방과후가 좋아서 들살이를 따라

니까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가장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발방과

이상원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12

큰 관심사고요. 저는 태양에너지 연

고요, 열리는어린이집은 네 살에서

구를 많이 해서 대체에너지 발전 전

열 살까지 그리고 튼튼어린이집이랑

반에 기여하여 화석 에너지 패러다

한발방과후를 2학년부터 5학년까지

임을 친환경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다녔어요. 5학년 때 미국으로 2년 동

바꾸는 것이 꿈입니다.

안 유학을 갔다 와서 일반 중학교와 외고를 거쳐 지금은 영어영문학과 3

최인영

안녕하세요. 최인영입니다.

저는 열리는어린이집 1기 졸업생이

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제 이름은 최 윤지입니다.

고요, 그다음에 튼튼방과후에 가서

요즘 대만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지내다가 한발방과후까지 갔어요.

되어서 그 준비와 중국어 공부를 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일반 초등학

느라 약간 바쁜 상태예요. 한발방과

교에 가서 일반 중학교, 일반 고등학

후에서 풍물이랑 연극을 엄청 좋아

교를 나와 현재는 대학에서 간호학

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돼가지고 고

을 전공하고 있어요. 저는 몸에 관심

등학교와 대학교에서도 연극 동아리

이 많고 간호학이 저에게 맞는다고

를 하고, 요즘은 대학로에서 연극 보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요,

는 것이 취미입니다. 반갑습니다.

삼성병원에서 봉사도 하고 있어요. 대학에서 밴드 동아리에 들면서 밴

강병오

반갑습니다. 저는 공동육아

드에 관심이 많아졌고, 저를 표현하

에서 까마귀라고 불렸고, 현재 무지

는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개학교에서도 까마귀입니다. 오늘 강

살아갈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갑

병오라는 이름은 한 20년 만에 처음

습니다.

읽어 보는 것 같은데요………. 1993년도에 정병호 교수님 만나서

안녕하세요. 저도 인영이와

공동육아에 첫발을 내디뎠고요, 한

같이 열리는어린이집 1기를 졸업했

2000년까지 한발먼저딛는아이들방

최윤지


공동육아

재 과천 초등 무지개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안식년이었고, 올해 휴직을 해서 지금은 일식집에

김지원

이제 질문을 할 텐데요. 저희

서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가 학부모님들이 좀 궁금해할 만한

올해 나이는 마흔두 살입니다.

것을 정리해 봤어요. 지난 1999년에

아이들과 지내는 게 정말 행복했

졸업생과 이야기 나눈 시간을 토대

기 때문에 다른 일 다 제쳐 놓고 어린

로 해서 세 개 정도 준비했는데요. 첫

이집부터 방과후, 무지개학교까지

번째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면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행복했고,

서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

지금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정말

드가 있다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고요.

에요. 저는 자전거 여행이나 지리산 종

에 땅을 보고 다니는데, 그곳에 1999

주, 풍물 전수 이런 큼직큼직한 일이

년에 한 번 진행했던 공동체 틀을 일

좋은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그중에

궈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서도 초등학교 때 풍물 전수에 가서

과천 초등 무지개학교 경우는 장애

처음으로 막걸리를 먹고 많은 큰 실

아동들과 통합 교육을 하고 있기 때

수를 한 것, 이런 것이 기억에 많이 남

문에 그 지역에서 영국이나 독일에서

네요. 인영이는 어땠는지…….

진행되고 있는, 공동주택도 있고 함 께 살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한번 만

최인영

저도 지원 오빠랑 같이 풍물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전수를 갔다 왔는데, 그게 많이 기억

중에 그 공간을 만드는 데 댓돌이 되

에 남아요. 풍물 전수 갔을 때도 정말

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있었지만, 그 전에 들판에서 돌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현재 관심은 제가 4년 전부터 지방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들과 함께 무지개학교를 설립해서 현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다

013

과후를 만들고, 2003년도에 과천 분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14

아다니면서 장구랑 북을 쳤던 게 기

준비가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저희

억에 많이 남거든요. 그렇게 풍물 연

가 12박 정도 다녀올 때 모든 식사 메

습도 하고, 뛰어다니면서 얼음땡도

뉴나 정보 같은 걸 스스로 짰거든요.

했던 게 정말 재미있었고요. 또 일상

준비하면서 회의도 하고, 가서 텐트

생활에서 들살이를 가면, 산에 무덤

도 치고 음식도 만들었는데, 부모님

가 있잖아요, 무덤가에서 얼음땡도

을 떠나 자율로 할 수 있었다는 데서

하고 놀았어요. 다른 아이들은 무덤

자주심도 길러지고, 그런 힘든 경험

가에서 뛰어놀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 다 추억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런 기억이 저한테 많이 남았고요. 흙바닥에다 그림을 그려서 오징어발

이상원

제 경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놀이랑 땅따먹기 같은 거 했던 것도

까마귀랑 같이 지리산 종주 했던 게

대개 기억에 남아요. 그다음에 자전

기억에 굉장히 남는데요. 옷도 다 싸

거 여행을 갔다 왔는데요, 저희가 처

서 가고 코펠하고 텐트, 음식 같은 거

음으로 엄마, 아빠를 떠나서 12박 정

다 싸서 가서 비박까지 하면서 음식

도를 다녀왔어요. 그 전에 준비를 오

도 만들어 먹고, 비오는 날에 산행도

랜 기간 했거든요. 서울대공원에서

하고, 야간 산행도 하고, 일출도 보고

자전거 연습도 많이 하고, 그렇게 갔

이랬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 와서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그때 제가 허방을 디뎌서 자전거를 못 타

김지원

그러면 그런 기억들이 우리가

게 됐을 때 예민해져 친구들하고 싸

졸업을 하고 나서 살아가는 동안 무

운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

언가 도움이 됐다거나, 어떤 의미로

으로 많이 남습니다.

다가왔다거나 이런 게 있으면 이야기 를 해 주면 좋겠는데요.

최윤지

저도 인영이처럼 자전거 여행

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그 과정과

이상원

저는 공동육아 방과후에서


공동육아

보낸 일들이 굉장히 따뜻하고 소중

이가 있습니다. 여섯 살이었는데, 아

015

한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때 기

침마다 엄마를 깨워 도시락 두 개를

억이 많이 도움이 되었고요. 지금까

싸 들고는 일곱 시가 되면 제가 보러

지 살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고 기력

나가는 길에 늘 서 있습니다. 그리고

도 많이 썼는데 그럴 때 아주 중요한

어린이집에 나왔다가 다시 제가 다른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원천이 그때 추억이나 기억이 아니었

애들 태우러 갈 때 그 차에 타서 도시

나 생각합니다.

락 두 개를 나란히 펼칩니다. 아침에 밥도 못 먹고 운전하는 까마귀 힘들

김지원

그럼 까마귀도 저희랑 같이

지내면서 즐거웠던 기억이나 특별히

까 봐 그랬던 겁니다. 그게 가장 큰 기 억 가운데 하나고요.

기억에 남는 거, 꼭 즐겁지 않더라도

두 번째는 진달래 선생님하고 약

그런 일이 있나요? 아니면 그런 일을

여섯 달 준비해서 어린아이들 데리고

겪으면서 어떤 의미를 느꼈는지 말씀

22일 동안 전국을 돌며 자전거 여행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을 한 겁니다. 오로지 텐트 쳐서 야영 하고 밥을 지어 먹으면서 하루에 100 킬로, 또는 60킬로 넘게 다녔습니다.

여기서 몇 박 며칠을 이야기해도 아

단순히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마 다 말씀드리지 못할 겁니다. 지금

여행이 아니라 많은 것을 함께 쌓았

이렇게 청년이 된 이 아이들과 함께

습니다. 많은 추억을 남긴 여행이었

한 시간이 너무도 고맙거든요. 많은

지요. 그리고 두 번째 이 친구들하고

일 가운데 몇 가지만 정리해 보겠습

12일 동안 여행을 했고요.

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추억 하나가, 지

어린이집 시절 가장 큰 기억으로

금 저기 청년이 된 상원이라는 친구

는, 홍콩에 가서 이제 얼마나 큰 청년

가 6학년 때, 어느 날 예쁜 언니들 사

이 됐는지 모르지만, 재형이라는 아

진이 박힌 명함만 한 전단지를 길거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살아 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강병오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16

리에서 주워 왔더라고요. 그러면서

야 될지 그날 진땀이 났는데, 저 친구

도대체 이게 뭐냐고. 아, 저도 놀랬지

만 불러 놓고 조용히 얘기했지요. 이

만, 요즘도 아마 현장에서 성교육 고

건 굉장히 중요하고, 너만 알고 있으

민을 많이 하실 겁니다, 걔가 이제 6

라고. 그래가지고 아주 진한 성적 이

학년이 돼서 알 만한 나이가 됐는데

야기를 저 친구하고 나눴더니 그 옆

이 전단지 사진을 어떻게 설명해야

에 있던 5학년 여자애가 깔깔거리고

될지, 하나 설명을 시작하면 많은 것

웃더라고요, 별거 아니듯이. 그래서

을 열어 주기 시작할 건데 그걸 열어

아, 이걸 너무 어렵게 접근해서는 안

주는 순간 거기에 너무 관심이 가서

되겠구나. 어차피 바깥세상 나가면

혹시 다른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도

많은 것들이 보일 텐데 그걸 물어볼

했지만, 상원이를 붙잡고 진지하게

때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해 주는 게

얘기했지요. 이 언니들 사진이 어떤

우리한테 가장 맞겠구나 하고 생각했

사진이고, 어떤 내용인지. 그러고 나

지요. 그날 그 육구는 지난번 술자리

서 어느 날, 제 말을 수긍하는지 전단

에서 다시 이야기해서 굉장히 재미있

지를 갖다 버리고 가더라고요.

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옆에 안경 낀 친구(김지원)는 어 느 날 학교 갔다 오더니 대뜸, 이것도

김지원

여전히 상원이 형과 저는 여

좀 성적인 내용입니다, “까마귀, 육

자를 많이 좋아합니다, 하하, 그때 잘

구가 뭐야?” 하더라고요. “야, 육구

배워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는 어디서 봤길래?” “어떤 언니들 사

게요.

진 보니까 ‘육구 가능함’ 이렇게 적어

공동육아는 기존 유치원이나 방

놨는데, 이게 뭐냐”고. 아, 그날 좀 충

과후와 좀 다르게 사교육이나 공교육

격이었습니다. 이 초등학생들한테

보다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재미있게

육구라는 걸, 상당히 성인물에서 나

뛰놀면서 즐겁게 자라는 것을 중요하

올 법한 행동들인데, 어떻게 설명해

게 생각하는데, 이런 공동육아의 경


공동육아

험이나 환경이 졸업을 하고 나서 살

고 그랬는데요. 저는 그렇게 1년 정

017

아가는 데 어려움이 되지 않았나 하

도 공부를 하지 않고 지내다 전학을

는 질문이에요. 예를 들자면 학업 성

가게 됐어요.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적과 관련한 어려움이라든가 아니면

이사를 가서 일반 초등학교에 다

교우 관계와 관련한 어려움 이런 것

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들이요.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저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사

많이 해 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중

고뭉치로 좀 유명했고요. 그래서 워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데 좀 어려움

낙 공부 같은 것과 인연이 별로 없었

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기초도 되

던 처지에 딱히 충돌이라고 할 만한

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많

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사고뭉

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학교 선배들

치였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공동육

따라서 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학원

아에서 너무 자유로웠던 저의 성격과

에서 아, 여기 받아 줄 수 없다고, 너

학교가 가진 틀 사이의 충돌이라고

는 기초가 안 되어 있다고, 그래서 쫓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겨난 거예요. 그 학원 이름도 기억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요, 최고학원이라고. 그래서 조그만

좋을 것 같은데, 인영이는 어땠는지

동네 학원에 다니면서 학교 공부를

얘기를 좀 해 주세요.

따라가기 시작했어요. 중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5백 명 중에 3백 등 정도 했어요.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

제 사촌 동생들도 영어 유치원 다니

게 시작했다가 학원에서 친구들하고

고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런

경쟁이 시작된 거예요. 그게 나쁜 경

데 지금도 그렇고, 우리 때도 그렇고

쟁이 아니라 ‘아, 쟤 잘하네!’ 이러면

공동육아는 공부를 시킨다기보다는

서 스스로 재미를 붙이는 경쟁을 해

스스로 하고 거의 산과 들에서 뛰놀

서 수학 공부를 했고, 중학교 3학년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저희 때와 요즘은 많이 달라

최인영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18

졸업할 때는 30등까지 올라갔어요.

모자란 지식을 가지고 시작할 수도

지금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

있어요. 하지만 공동육아에서 그런

시는데 진짜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인지

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 어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

머니도 지금까지 공부를 강요하지 않

서 학업 면은 저와 동무들도 많이 걱

고, 그게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했지만, 그렇게 많이 걱정 안 하셔 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원

저도 인영이 경우랑 비슷한데

요. 제가 방과후 졸업하고 중학교에

최윤지

처음 올라갔을 때 시험 본 게 평균이

돌이 없었는데요. 제 동생이 열리는

50점이 나왔어요. 전교생이 5백 명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올

이었는데 그중에 4백몇 등을 했거든

라갔는데 한글을 하나도 못 했어요.

요. 그때 저도 부모님도 충격을 많이

첫 3월 달에 “햇볕은 따뜻한”이라는

받고 ‘아, 이제 공부를 해야겠구나!’

그런 어려운 받아쓰기 시험을 봤는

생각해서 그때부터 공부를 해서 3학

데, 동생이 빵점을 맞은 거예요. 가

년 때는 평균 한 90점까지 나왔던 기

족들이 다 충격을 받고서 이제 애를

억이 있고요. 또 그 뒤에도 앞으로 제

좀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

가 뭘 하기 위해서는 기초가 되고 실

는데, 좀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그렇

력이 있어야겠구나 생각해서 편입을

게 공부를 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이

결심해서 성공한 경험이 있고…….

제는 학교에서도 좀 잘하는 정도가

공동육아 방과후에서 학교 과목,

저는 제 자신한테는 그런 충

되었어요.

수학이나 영어 지식을 가르치지는 않

그렇게 처음 시작은 다를지 몰라

기 때문에 방과후 졸업 후에 다른 아

도 점점 더 맞춰 가는 힘이 생기는 거

이들보다 좀 더 낮은 위치에서 또는

같아요, 공동육아를 다니면.


공동육아

윤지는 공동육아에 다닐 때

대 출신들이지요. 서울대 출신인 데

019

부터 늘 책을 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다 서울대를 자랑하지만 그 사람들

공부를 너무 잘해서 충돌을 안 한 경

이 가진 건 다 획일화되고, 같은 것이

우고, 저는 공부를 안 해서 충돌이 없

지요. 교육이, 삶이 추구해야 하는

었던 경우고요. 저 같은 경우 다른 충

건 행복일 텐데, 부모들은 자기 아이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돌이 있었다면 이우학교에 가서 아이

를 경쟁에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본

들과 뭘 하고 놀까 고민하다가 땅에

질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원

오징어발놀이 판을 그려서 같이 하

우리 삶에서 오로지 행복해 본 적,

자고 했는데, 아무도 그걸 모르는 거

모든 걸 쏟아 넣어서 행복하게 살아

지요. 우리만의 놀이 문화 같은 거니

본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본 적

까, 공동육아 안에서. 처음에는 제가

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절

힘이 많이 들었나 봐요. 놀이문화를

그 추억 속에서 정말 행복했다, 그리

같이 공유할 수 없다는 게.

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 더 행

그런데 그런 문제들은 시간이 오

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설렘을 만들어

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

내고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다 보면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운

생각한다면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방법을 찾아가는 거고, 그 방법을 찾

만들어 가는 것을 더 자신 있게 해 나

아갈 때 좀 더 잘 해낼 수 있는 힘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동육아에서 얻지 않았나, 이런 생

까마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 를 듣고 싶어요.

에서 자아라는 걸 발견하지도 못하 고, 과연 내가 뭘 위해서 쫓아가고 있 는지도 모른 채 어른이 되어서 또 다 른 길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분들이

제가 서울대 후문 쪽에서 일

굉장히 많지요. 지금까지 내 걸 가져

하고 있습니다. 손님 대부분이 서울

본 적이 없고, 모두가 똑같이 가야 할

강병오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각을 좀 하고 있고요.

모두가 똑같이 이야기하고, 그 속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20

곳이 있고, 그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을 누리고, 그 행복이 바탕이 되어야

는 것도 모른 채 오로지 경쟁에 살아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

남기 위해서 교육이라는 걸 받습니

각해 봅니다.

다. 한 친구가 영어를 하면 모든 친구 가 영어를 합니다. 결국 그 영어를 하 면서도 또 다른 뭔가를 해야 살아남 고, 또 그걸 뛰어넘기 위해서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제쳐 내고, 그렇게 한

마음이 열리고, 삶에 당당해지며, 앞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다

것을 자랑합니다. 교육에서 가장 추구해야 할 것은

김지원

마지막으로 공동육아에서 보

우리가 지금 행복한가 하는 질문이

낸 기억이나, 거기서 알게 모르게 배

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행복을 어떻

운 것이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게

게 만들어 내고, 그걸 바탕으로 아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질문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떻게 더

이에요. 윤지부터 말해 보지요.

행복한 삶을 찾아갈 수 있게 할 것인 가? 어쩌면 가장 행복해야만 좀 더

최윤지

나은 삶을, 자기 둘레를 돌아보는 삶

이 저를 더 마음이 열리고, 귀가 열리

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 그리고 자주적인 사람이 되게 했

어린 시절, 그 시절만은 진정한 행복

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공동육아에

최윤지

저는 공동육아에서 보낸 삶


공동육아

서 도롱뇽 알도 모으고 감자도 캐고

어요. 엄마가 이혼을 하고 혼자 저를

021

이러면서 보통의 도시 아이들과는 다

키웠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

르게 자연과 함께 살면서 좀 더 많은

이 저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경험을 해서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된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고, 또 남자 앞

것 같아요. 또 예전에 방과후에서 모

에 나갔을 때 주눅이 들 수도 있다,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이면 까마귀가 설교를 많이 해가지

이렇게 생각해서 방과후에 보냈어

고 다들 지루해서 몸을 배배 꼬꼬,

요. 방과후 부모님들은 저를 딸처럼

회의나 토론만 하면 무슨 말을 해야

생각해 주고, 내가 뭔가 다른 사람이

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런 경험

다, 이런 시선을 갖지 않았어요. 그래

을 해서 지금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서 방과후를 좀 일찍 나왔지만, 그 다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된

음에도 제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

것 같아서 좋아요. 자전거 여행이나

었고, 그게 방과후를 하면서 얻은 가

지리산 종주도 힘들었지만, 그 힘으

장 큰 경험이에요.

로 나중에 더 힘든 일을 겪을 때 내가 그때 그 일도 이겨 냈는데 지금 힘든

이상원

저는 아까 계속 말씀드린 것

것도 이겨 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

처럼, 공동육아에서 겪은 일이나 추

게 된 거 같아서 정말 좋습니다.

억이 제가 살아가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큰 부분이에요. 공

최인영

저는 한 부모 가정에서 살았

동육아에서 배운 삶의 태도, 예를 들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공동육아에서 보낸 삶이 저를 더 마음이 열리고, 귀가 열리고 그리고 자주적인 사람이 되게 했다고 생각해요.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22

면 같이 회의를 하면서 힘들어도 집

김지원

저도 공동육아가 우리 삶에

중해서 다른 사람들 말을 듣고, 간식

어떤 영향을 미쳤나, 아니면 단순히

도 건강한 걸 먹고, 주마다 여행이나

공동육아에서 얼마나 즐거웠나 하

들살이 갔을 때 메뉴나 이런 것도 스

는 것만 가지고도 며칠 밤을 새서 이

스로 선택하고 했던 자주적인 삶의

야기해도 끊이지 않을 만큼 기억이

태도가 지금 많이 남아 있고요. 어떤

많은데, 상원이 형이 말한 것처럼 저

것을 받아들일 때 스스로 판단해서

한테도 이런 기억이나, 은연중에 들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었던 까마귀 잔소리 같은 것이 계속

또 한 가지 크게 생각되는 게, 그때

해서 삶에서 힘든 순간에 힘이 돼요.

는 부모님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제가 대학을 가지 않고 목공소에

있었는지 잘 몰랐지만, 은연중에 우

서 일도 하고 인문학 네트워크 같은

리 앞길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게 해

데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하기로 결정

주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 거나, 결정하고 나서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

살아가는 거, 이런 삶에 대한 거부감

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취직, 이런

도 공동육아를 다녔기 때문에 덜할

길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앞길을 내가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은연중에

렇게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알게 되어 그런 부분이 제 삶에 큰 영

더 크게 만족할 수 있는 게 결국에는

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한 부모 가정에서 살아서 어머니가 공동육아에 보냈는데, 부모님들이 딸처럼 생각해 주고, 내가 뭔가 다른 사람이다, 이런 시선을 갖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었어요.


공동육아

는데요.

수요가 크게 있습니다.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까마귀도 한 말씀 해 주시면 좋겠

구 7만 도시여도 대안 쪽을 바라보는

023

을 저는 하고 있습니다.

공동육아의 시작은, 가장 큰 핵심 은 함께 사는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

공동육아나 무지개학교 교사

다. 함께 키우고, 함께 사는 것. 우리

로 살면서 굉장히 강성으로 살아왔

한테 가장 중심이 된 것은 좋은 터전,

습니다. 반골 느낌이 나지요? 타협 잘

좋은 교사, 좋은 교육 내용입니다. 이

안 하고 앞만 보고 달리고, 어쩌면 정

것이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데 가장

말 융통성 없이 살아가는 사람처럼

중심이 되는 순간, 이제 고개가 한쪽

되도록 큰 변화는 바라지 않고 처음

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당연한 순리

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 어쩌면 그

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어린이집이나

걸 살려 내기 위해서 더 반골이 되고

유치원, 그 닫힌 문화에서 우리 아이

강성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가 어떤 음식을 먹고, 교사와 하루 종

강병오

3년 전에 교사로 출발하면서 한 어

일 어떻게 보내는지 전혀 모르는 상

린이집에 학교 설명회를 간 적이 있습

태에서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교육의

니다. 과천에는 대안학교가 세 곳 있

전환을 꾀한 게 공동육아 어린이집

고,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네 곳 있었

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지요. 그리고 발도로프 유치원도 몇

제는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감성

군데 있고요. 과천은 좁은 도시, 인

을 충분히 유지한 채 조기교육도 받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최인영


기획

024

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바라는 부

속에서 키운 느낌과 감성이 음악을

모들이 점 점 점 늘어나고 있지 않나

하는 데 가장 큰 중심이 되고 있지 않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나, 하는 겁니다.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갖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많이 늘어났

고 다른 것까지 더 가지면 큰 무기를

고, 보육 조건도 현재 일반 어린이집

가지게 되는 거지요.

보다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독일에 가서 바이올린을 하

재정 상태가 안 좋은 공간이 있겠지

는 친구가 있는데, 스물다섯 살쯤 됐

만요. 그렇다면 좋은 교사, 좋은 환경

습니다. 바이올린을 하기에는 아주

을 갖추고 나서는 무엇을 추구할 건

늦은 나이죠. 이미 더 어릴 때부터 했

가? 이것을 생각할 때 3년 전 학교 설

어야 하는데. 그 친구의 가장 큰 이야

명회를 갔다 와서 놀란 게 있습니다.

기가, 하루 종일 공동육아 친구들과

현장에서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어울려 다녔던 시간, 어쩌면 그 시간

모르지만요.

에 내가 바이올린을 했으면 기교는

과천 지역 대안학교는 공동육아

더 늘어났겠지만 감성은 못 가졌을

를 바탕으로 해서 진행되었다고 해도

거라는 겁니다. 온종일 자연에서 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튼튼어린이집을

리고, 학원에서 연습하는 시간을 다

졸업하고 일반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

빼고 친구들과 12시부터 7시까지 자

게 학원 생활이 아닌 다른 생활을 경

연에서 뛰놀면서 함께 누린 시간, 그

험하게 해 주고 싶어서 처음 두 친구

이상원


공동육아

를 데리고 방과후 학교를 시작했지

민을 조금 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

025

요. 그 아이들이 30명, 40명이 되고,

각이 들었습니다.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다시 3학년이 지나서 4학년이 되자

저희 학교 같은 경우도 시간이 지

그럼 큰아이들은 또 어떻게 할 건가,

나면 교육 소비자들이 늘 거란 생각

그러면서 큰아이 방과후를 만들었고

이 듭니다. 과연 어떤 교사들이 있는

요. 저는 방과후가 과천 지역에서 청

가, 어떤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 그걸

소년 센터로 좀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라보면서 내 아이가 지낼 만한 특

바람이 있었지만 좌절되어 학교로 옮

별한 공간이 있는가를 생각하겠지

겨 가게 되었어요.

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 만

설명회 나갔을 때 현재 공동육아

큼 선택하는 방법도 더 다양해졌다

부모들에게 대안학교는 운동이 아니

생각합니다. 좀 더 재정 여건이 좋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러분

데, 좀 더 교사 조건이 좋은 데, 좀 더

한테 운동을 지향하라고 강요할 수

환경이 좋은 데를 찾겠지요.

는 없겠지요. 하지만 대안학교가 단

그런데 현장이 있고 그곳에 일이

순히 내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좋은 학

있는 게 아니라, 그곳에 사람들이 모

교, 좋은 조건을 따라 갈 건가 하는

여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현재

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한 지 20년

내가 이 집단 안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 다 되어 갑니다. 공동육아 어린이

어떻게 뜻을 펼쳐 나갈 건가 하는 고

집이 다른 어린이집, 일반 사립 유치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다른 사람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취직, 이런 길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앞길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26

원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세상은 변한 게 없습니다. 바깥세상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20년이

은 그대로 경쟁 속에서 살고 있고, 아

다 되어 가는 이 집단이 앞으로 무엇

직까지도 개인이 가진 능력보다는 학

을 해 나가야 할지, 내용과 철학을 좀

벌을 따지려 하고 있습니다. 19년 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까이 성장해서 사회에 나왔는데 세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한 번 시작하

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아

고 더 성장할 건가, 아니면 주저앉을

이들한테 큰 좌절을 가져다줄 수 있

건가. 우리가 처음에 했던 게 뭔지,

습니다.

그걸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지만 현

공동육아든 다른 대안학교든 이

재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대한민국 안에서 하려고 했던 일은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는 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조

하지 않는데, 우리 공간에서 그냥 달

건에서 이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

콤한 시간을 보내고 바깥에 내보내

하게 자라고, 자기 꿈을 펼칠 수 있

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정말 훌륭하

있는 이곳에서 자연은 어떻게 변하고

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아닙니까?

있으며, 또한 그것을 어떻게 유지해

삶이 경쟁이 아니라면 우리는 현재

나갈 건지, 그것을 부모님들과 함께

여기서 뭘 해 나갈 건지, 어떻게 해 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갈 건지, 이걸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

그때 애들이 청년으로 자랐지만

이 아이들을 생각할 때 부모로서 어

아이들이 청년으로 자랐지만 세상은 변한 게 없습니다. 19년 가까이 성장해서 사회에 나왔는데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아이들한테 큰 좌절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공동육아

떻게 살아 나갈 건지, 그런 것을 함께

건가를 고민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

027

고민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

요한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에서 그 꿈

각이 들었습니다.

의 싹이 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저희가 학교 설명회를 다시 나가지

다. 굉장히 중요한 노릇을 여기 있는

않기로 한 건, 공동육아는 대안학교

부모님이나 선생님 들이 하고 있다는

를, 좋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들거든요. 그 때문에 단순히

그 대안을 바탕으로 어떻게 학교를

교육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나의 현

만들어 갈 것인가를 이웃과 함께 나

장, 우리가 함께 나갈 길이 어떤 건지

누어야 할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좀 더 고민하고, 함께 틀을 넓혀 가야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동육아는 대안학교의 큰 모태 가 된 게 맞습니다. 별개가 아닙니다.

김지원

저희가 오랜만에 만났거든

공동육아가 있었기 때문에 대안학교

요. 저도 그렇고 상원이 형도 그렇고,

가 있었고, 공동육아가 있었기 때문

전역하고 처음으로 만났고요. 그런

에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자라고 있

데 이번에 만나서 몇 번 얘기하다 보

습니다. 단순히 어린이집에서 좋은

니까 저도 그렇고 다들 즐겁고 행복

양육 조건, 질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시간이

결국에는 이런 말보다 설명을 더 잘

지나서 청년이 될 때 어떻게 살아갈

해 주고 있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강병오


기획

028

을 많이 했고요. 공동육아에 대해서

입장이라거나 그런 것을 깊게 생각할

또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저

만한 나이나 환경은 아닌 것 같아요.

한테도, 우리한테도 아주 좋은 시간

스무 살이 지나고 이것저것 많은

이었고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의 정치

저희가 준비해 온 이야기는 여기까

적 의견이 아이들한테 주로 많이 반

지고요. 이제는 질문을 받는 걸로 하

영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

겠습니다.

요. 스무 살이 지나면 투표도 하게 되지만, 자기가 어떤 문제를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서 투표를 하

질문과 대답

고 이런 정도는 아니잖아요? 부모님 이 누굴 뽑으니까 나도 누굴 뽑아야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습

지 이런 식이거나, 친구들이 누굴 좋

니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정치적으

아하니까 누굴 뽑아야지 이런 식인

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데……. 저도 투표와 관련해서는 엄

싶습니다. 저는 이 사회가 바뀌기 위

마 아빠의 의견을 따랐다고 할까요?

해서는 진보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공동육아를 하셨던 분들이니까, 어

생각하는데, 공동육아를 거친 사람

쨌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좀 진보적

들이 지금 20대를 살아가는데, 과연

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니까…….

질문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지

꼭 투표가 아니더라도 저 같은 경

궁금해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될

우에는 얼마 전에도 밀양 송전탑 운

지 모르니까……. 알려 주시면 좋겠

동하는 곳에도 다녀왔거든요. 그러

습니다.

니까 공동육아가 정치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보다 사회 문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합

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노릇을 하

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가 정치적인

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공

김지원


공동육아

동육아 자체도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

교를 다녔어도 ‘아, 그때 생각해 보면

029

로 교육에 대한 어떤 생각을, 입장을

참 젊고 재미있었고 좋았지’ 하는 것

가지고 있는 집단이잖아요? 그런 것

처럼 새삼 편견이 있기도 한데, 혹시

들이 결국에는 아이들이 다른 사회

그런 것이 작용하는 건 아닌지 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생각도 들어서 밝은 면뿐만 아니라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주지 않았는가? 어떤 색깔이라기보

힘들었던 일도 이야기해 주면 고맙겠

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습니다.

질문

네 분이 모두 공동육아 어린

이상원

저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넘어갈 때 아이가 그렇게 심하게 어

을 대표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떤 체제에 대해서 반발하거나, 이건

요. 아마 여러분은 이런 자리에 나와

아닌 거 같다며 선생님한테 말할 만

도 떳떳하고 만족하기 때문에 나올

한 나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제가 이우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그

고요. 여러분이 아는 친구든 선배든

체제에서 대학 체제로 넘어갈 때 그

후배든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방과

에 대한 사례를 몇 개 알고 있는데,

후를 다니고 다시 주류 교육 시스템

아무래도 연극이나 예술 쪽으로 가

으로 들어가면서 아주 힘들게 몸살

는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더라고

을 앓았던 친구도 있을 거라는 생각

요. 저희 고등학교나 공동육아 쪽은

도 들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어떤 생

선후배 관계가 서로 평등하고, 강압

각을 하고, 또 지금 그 지나온 날을

으로 맺어지지 않는데 대학 문화, 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런 것이 궁금

구나 예체능 쪽 계열은 그런 게 심하

하고요.

니까 많이 힘들어하고 학교를 자퇴하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가 선생님들

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이

이 학생을 때리는 시절에 맞으면서 학

있었어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사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이집과 방과후 학교를 다닌 친구들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30

이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는 아직 보

어울리고, 함께 먹고, 함께 지냈죠,

지 못했습니다.

학교 안에서. 그런데 요즘은 나눠진 다는 겁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순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이 갈

간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등했던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고 생

로 분류돼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각합니다. 늘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

은 나쁜 아이로 분류되는 아이들과

님이 갈등하지요. 이건 자신 있게 말

관심을 가장 못 받는 처지가 되지요.

강병오

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학교, 학

우리 어른들이 어릴 때는 함께 자

원 가기 싫고 오로지 방과후 친구들

라고 그 속에서 친구들 때문에 아주

하고 뛰놀고 싶은데 늘 부모 손에 끌

행복했지만 요즘은 극단으로 나뉘기

려가기 때문에 갈등하는 거지요. 방

때문에 아주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과후 나온 아이들과 자주 만날 때는

해마다 많은 친구들이 학교를 떠나

1년에 네 번쯤 만나는데, 오늘 모임

게 되는 겁니다. 이미 문화가 단절되

한다고 열다섯 명 정도가 다시 연락

어 있고 문화 자체가 없다는 거지요,

이 되었거든요. 지금 다 어른이 되었

공부 외에. 컴퓨터는 쉽게 버튼만 누

는데, 모두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다 하

르면 되는데 밖에서 뛰놀 친구, 공을

고 있어요.

차기 위해서 열한 명이 모여야 하고,

기본으로 학교 체제에 있는 아이

스물두 명이 모여야 하고, 농구를 하

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아주 힘들어합

기 위해서 그 숫자가 모이기에는 이

니다. 지금 자녀들이 아주 어릴 텐데,

제 대한민국에서 쉽지 않다는 거지

학교 안의 문화, 공교육 안의 문화가

요. 놀이 문화가 완전히 달라지고 인

어떤 건지 들여다보시면 분명 그 안

터넷 아니면 공부, 그 밖에는 청년들

에 장단점이 있고, 좋고 나쁜 것이 있

한테, 자라는 애들한테 특별한 문화

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학교

가 전혀 없거든요. 그것들이 주말 학

에 다녔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교가 되고 기획 행사의 체험 학습이


공동육아

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생각

고 불안하지만 결국은 내 삶의 경계

031

이 들거든요. 일상을 누리는 골목 안

점, 내가 경험했던 것을 뛰어넘어서

에서 마을 아이들 놀이가 모두 달라

내 아이가 더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

지고, 모든 게 돈과 행사와 기획으로

만 어른들은 모두 자신이 경험한 것

만 시스템이 되고 있다는 거지요.

을 불안해하면서 아이가 자기 울타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지금 여기 있는 분들도 편안하게

리를 뛰어넘지 못하게 합니다. 그걸

앉아 있지만 개인으로 보면 삶이 많

넘는 순간 아이는 문제아가 됩니다.

이 폭발하고 있을 겁니다. 자라는 친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창조한 울타리

구들이 갈등하고 산다는 건 굉장히

를 뛰어넘게끔 해 줘야 합니다. 그 울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고요

타리를 뛰어넘을 때 부모님하고 충돌

하게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를

하겠지만, 충돌하면서 자율성이 회

치는 게 아니라, 어릴 때 사고 칠 거

복되고 또 다른 것을 만들어 갈 수 있

다 쳐 보고 경험해 볼 거 다 경험해 보

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공동육아에서도 지냈지만,

다. 모든 감정을 꾹꾹 누르고 다스리

일반 학교를 다닌 아이들도 만났는데

면서 자라다 어느 날 자아가 폭발해

지금 서른 살쯤 되었어요. 청년이 되

서 난리가 나는 것보다는 많이 충돌

어서 결혼한 아이들도 있고, 다들 일

하면서 자라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

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들도 행복합

니다. 그만큼 여건이 맞아야 되는 거

니다. 이제 서른 살 밑쪽 아이들인데,

고요.

그 아이들은 일반 학교를 다녔지만

내 경험이 아이들 삶을 옥죄는 울

너무나 행복하게 지냈고, 이 아이들

타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은 공동육아를 다녔기 때문에 행복

들거든요. 나를 뛰어넘는 그 울타리

했고요. 그 행복을 자기 공간에서 어

를 어떻게 넓혀 줄 건가? 그렇게 하는

떻게 찾을까 하는 문제지, 이 공간은

것이 부모로서는 굉장히 가슴 조이

행복하고, 저 공간은 불행하다고 견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면서 자기 삶을 창조해 나가는 겁니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32

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좋고 나쁜

교 가면 1등 해야 하는 게 너무 싫고,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것

학원 가기 너무 싫고 이렇대요. 그리

을 추구하고 만들어 갈 건가 하는 문

고 다른 애들도 만나서 보면 컴퓨터

제를 더 깊이 고민해야 되지 않나 생

로 게임하고 있고. 이런 게 저는 안 좋

각합니다. 흑백이 아니라 함께 사는

더라고요.

공간에서 공동육아는 공동육아만

저는 공동육아를 꼭 보내고 싶은

의 특별한 색깔로 지금 살고 있는 겁

생각이에요. 그래서 제가 살아 왔듯

니다. 그 색깔 자체를 과연 어떻게 하

이 들살이나 자전거 여행 같은 거 많

나 되게 할 건가 하는 문제입니다, 차

이 보내고 싶어요. 제가 어릴 때 다리

이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

에 상처가 많이 났거든요, 놀고 다니

회에 나가서 사회구성원이 될 겁니

면서. 여자로서 다리에 상처가 나서

다. 공동육아는 좀 더 나은, 그리고

조금 안 좋기는 하지만 딸이 생기면

함께 살려는 생각을 키워 내는 공간

상처가 나도 나가서 놀라고 하고 싶

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요. 그런 기억들이 힘이 되어서 아 직 자식 계획은 없지만 그렇게 하고

질문

오늘 나온 청년들이 짧게는 5

싶어요.

년, 길게는 10년 후에 2세를 가질 결 혼 적령기가 될 거 같은데, 2세가 생

최윤지

저도 인영이와 같이 제 아이

기면 공동육아 방과후 이런 쪽에 보

들이 만약 생긴다면 공동육아에 보

낼 의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제가 아까 말했듯이 공동육아에

그때는 그냥 생각 없이 듣곤

서 보낸 추억이 나중에 삶에서도 큰

했는데, 이번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

기억으로 남고 자랑거리가 되거든

는데요. 초등학교 2학년인가 하는

요. 제가 수시로 대학에 들어가서 자

아이가 학교 공부가 너무 싫대요. 학

기 소개서를 쓰는데, 다른 아이들은

최인영


공동육아

쓸 말이 없는 거예요, 거기에. 다 똑

가서 청소해야 하고, 회의해야 하고,

033

같은 삶을 살아서 딱히 자신이 남들

애들하고 놀 시간이 없다, 얼굴 볼 시

보다 다른 게 없고, 뭔가 추억이 될 만

간도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

한 게 없어서 쓰지를 못하고 그냥 만

이 꽤 많거든요. 지금 자라서 부모님

들어서 써 내는데, 저는 제가 경험한

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때 부모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것을 떠올리면서 ‘아, 이게 이런 교훈

님들은 어땠는지, 이런 것이 인상에

이 있고, 이런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되

남아 있는지, 부모님이 지금은 어떻

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내가 공

게 변한 것 같은지 이런 것들이 궁금

동육아를 안 다녔더라면 다른 아이

합니다.

들과 똑같이 학력은 좀 더 나아졌을 지 몰라도 이렇게 생각을 더 많이 할

최인영

아까 말씀드렸듯이, 어머니

수 있고, 추억이 많은 사람이 될 수가

가 저를 혼자 키워서 생활이 많이 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

들었어요. 일하느라 저를 많이 돌봐

요, 그때. 그런 기억도 있고, 좋은 점

줄 시간이 없었고, 공동육아 보내고

들이 있어서 저는 공동육아에 보내

거의 1년 반 만에 터전에 나와서 청

고 싶습니다.

소도 하고, 회의도 했을 거예요. 저 는 그런 기억이 없어요. 엄마가 늘 일 하고 바빠가지고 저를 생각하지 않았

아서 이렇게 우리한테 증언해 주어서

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고마워요. 공동육아 처음 하는

와서 이야기해 보면 그때 어떤 생각

분들 다 겪었겠지만, 특히 이사장이

이 있어서 저를 공동육아에 보냈다

나 이사진 일을 1년 정도 하는 분들

는 걸 알 수 있어요. 지금도 제가 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는 공동

슨 상황에 닥쳐서 이걸 어떻게 해야

육아 하려고 왔는데 아이는 볼 시간

할까, 이럴 때 어머니가 조언을 해 주

이 없다. 회사 일 해야 하고, 터전 나

면 지난날 엄마가 마련해 준 환경에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좋은 이야기 잘 들었고요, 살

질문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34

서 내가 어떻게 살았겠구나, 하는 걸

김지원

저도 생각해 보면 정말로 엄

느껴요. 어머니가 노력한 건 기억이

마 아빠에 대한 기억이 데려다주고

잘 안 나지만, 지금은 잘 지내요.

데리러 오고, 약간 이런 거? 그러면 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아마라

저도 어렸을 때 전혀 몰랐는

고 하나요? 부모님들이 와서 청소도

데 어머니와 감정으로 갈등을 좀 했

해 주고 밥도 해 주면 옆에서 같이 장

나 봐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제

난도 치고 이랬어요. 또 저희 같은 경

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 “어,

우는 회의할 때 어른들이 술도 마시

왜 키워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낳았

고 치킨도 먹고 이러니까 거기 가서

어?” 그렇게 말했던가 봐요. 어머니

은근히 끼어가지고 먹고 그런 기억이

가 제가 어렸을 때 바빠가지고 네 살

나요. 어떻게 보면, 여기 있는 까마귀

까지는 할머니 집에서 자랐거든요.

도 그렇지만, 우리 엄마만 내 엄마가

그리고 그 뒤에 어린이집에서는 일곱

아니라 거기 우리와 같이 생활한 선

시인가에 집에 가야 하는데 엄마가

생님들이나,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늦게 와서 기다린 적도 많고 해서 마

결국은 다 우리 엄마고, 친구들끼리

음속에 앙금이 좀 있었나 봐요. 그런

다 형제고 이런 느낌이었지 않나, 이

데 그때는 정말 그랬을는지 몰라도

런 생각이 있어요.

최윤지

자라서 기억을 되돌려 보면 어머니가 학부모 상담을 하면 ‘아이와

제가 혼자 집에 있게 하지 않으려고

강병오

많이 노력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보낸 시간이 많은데 우리 애가 왜 엄

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원래 아주 내

마가 없다고 이야기하는가?’ 물어

성적이었는데 여러 아이들과 놀아서

요. 직장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한 공

좀 나아졌어요. 그런 좋은 점이 많이

간에 같이 있지만 엄마가 밥 준비하

있어가지고 지금은 어머니한테 많이

고 설거지하는 사이에 아이는 다른

고마워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걸 합니다. 그 공간에 같이 있을 뿐


공동육아

소통은 없는 겁니다. 물론 아이는 엄

다주세요. 그리고 친구들하고 놀고

035

마와 함께 있기 때문에 편안할지 모

있을 테니까 언제쯤 와서 데려가 주

르지만 같은 공간에 존재할 뿐이지

세요’ 하는 걸 아이가 선택했다는 생

실제로는 소통 없는 삶을 살거든요,

각이 들거든요. 그 선택을 아주 잘했

바쁘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에게서

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같이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받는 그 낯선 외로움은 아이한테 아

있어도 서로 피폐해질 수 있으니까

주 안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

집에서 아이들하고 며칠 있으면

니다. 부모님들은 부모님들끼리 밤에

어디 좀 보내고 싶지요? ‘나도 내 생

술 한잔 하면서 고기 구워 놓고 행복

활이 있고 누군가 좀 만나고 싶은

하게 이야기 나누면 충분하고요, 부

데…….’ ‘날씨가 정말 좋은데…….’

모님들이 고기 구워 먹는 사이에 애

‘아, 토요일 어린이집 안 하나, 토요

들끼리 열심히 뛰놀면 함께 성장하고

일도 좀 보내 놓고 나도 누리고 싶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데…….’ 이게 가장 기본이라는 생각 이 듭니다. 나쁜 게 아니라 부모도 부

질문

저는 재미난방과후 학교에 아

모 개인의 삶이 있고 아이들도 아이

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입니다.

개인의 삶이 있는데 단절된 공간에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함께 있으면 상처가 많이 나지요. 잔

저는 아이가 방과후 문화에 잘 적응

소리하고 서로 싸우게 되고.

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는 학교 아이들이 다들 휴대폰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

가지고 있고, 오락하고, 엄마 아빠가

면 그 영향이 애들한테 분명히 갈 거

학원에도 데려다주고 하니까 제가 원

라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는 정말 열

하지 않는 이런 문화에 호기심을 가

심히 살고 있어. 나는 친구들하고 열

지면서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더

심히 놀면 되고. 그냥 편안하게 데려

라고요. 작게는 휴대폰이지만 중・고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부모님들은 그냥 공동육아에서,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036

등학생이 되면 여러 유혹이 많잖아

후에서 더 재미있게 놀았으니까.

요? 저희 애가 남자니까 두 선배님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제가 아까

은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도 잠깐 사고뭉치라고 이야기했지만,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도 피시방에 엄청나게 갔어요. 한 3년 동안 거의 날마다 다녔을 거예

저 같은 경우 초등학교 때 방

요. 어떻게 보면 더 억압(?)하니까 더

과후를 다니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

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너

랬을 거예요. 초등학교라는 공간에

무나 자연스럽잖아요. 친구들이 학

서 우리가 보내는 시간도 적지 않잖

교 끝나면 모두 자연스럽게 피시방으

아요. 친구들도 거기서 많이 사귀고,

로 몰려가는데 나만 거기 빠져서 집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에 나도 끼고

으로 가는 게 중학교 1, 2학년한테

싶고……. 그런 느낌이 아직도 저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엄마가 아무

기억이 나요. 그 친구들이 게임 얘기

리 그걸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김지원

같은 거 하면 나도 하고 싶은데, 학교

그런 일들을 말린다고 해서, 억제

끝나면 방과후 가고 방과후 끝나고

한다고 해서 안 하게 되는 건 아니거

집에 가면 엄마가 게임 잘 못 하게 했

든요. 어찌 보면 억제하면 억제할수

으니까 소외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어

록 더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라고 생

요. 그런데 그게 상처로 받아들여지

각하고, 그런 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

지는 않았어요. 우리 나름대로 방과

각해요. 안 해 보고 아는 게 아니라

피시방 가고 하는 그런 일들을 말린다고 해서, 억제한다고 해서 안 하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동육아

경험이 필요한 거잖아요. 공동육아

더 좋으니까 이 문화를 더 누려, 이렇

037

도 마찬가지지만, 다 해 봤으니까 결

게 말하지 않았어요. 이 문화도 즐길

국 알고 배운 거잖아요.

수 있고, 저 문화도 즐길 수 있게 해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분명 부모님이 걱정을 할 거고, 저 도 그런 것 때문에 엄마와 많이 갈등

주었어요. 이거 하지 마, 하지 마, 이 런 말씀 많이 안 하셨어요.

했지만, 말릴 수 있는 거고, 말려도 갈 수 있는 거고, 가면 혼낼 수 있는

최인영

방과후에 보내는 건 자기 생

거고, 그런 과정을 좀 자연스럽게 받

각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

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아나가게 하기 위해서잖아요. 요즘

하게 됩니다.

은 핸드폰이나 이런 거밖에 없기 때 문에 애들은 할 일이 없어서 그걸 하

제 경우는 딱히 문화 충돌이

고 놀거든요. 방과후에서는 밖에서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초등학

노니까 그것도 알려지고, 산에서 노

교에 가서는 초등학교 내내 잘 놀고,

는 것도 알려지고, 게임도 알려질 수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잘 놀고, 방과

있고, 이런 여러 가지가 다 알려질 수

후에서도 방과후끼리 잘 놀고 그랬어

있다는 게 좋아요. 그중에서 아이가

요. 저희 부모님은 걱정을 하기보다

선택하는 거는 선택의 문제지 그걸

는 중학교 문화나 방과후 문화는 다

억압하는 건 공동육아가 아니라고

를 게 없다고 했어요. 딱히 방과후가

생각해요.

이상원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삶, 공동육아에서 배우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김지원


기획

038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공동육아, 기억의 공동체

내년이면 공동육아가 신촌 ‘우리’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뿌리 내린 지 20년이 된다. 지난 20년 세월 동안 공동육아는 많이 성장했다. 아이들 이 컸고, 교사와 부모들이 함께 성장했다. 공동육아의 집단 적 성장에는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공동육아도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 면서 잘 견디고 있지만, 오늘의 공동육아는 20년 전 초기의 공동육아와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 는지 아직 치밀하게 연구된 적은 없지만, 우리의 변화가 건강 한 건지, 아니면 우리 안에 퇴색되어 가는 불안한 변화는 없 는지 우리 모두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이러한 궁 이부미 복숭아.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 경기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금함은 결국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지만, 가까이에 이 궁금함을 물어볼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공동육 아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이 공동육아의 변화를


공동육아

039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우리는 청년들에게 많은 지식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들은 공동육아에서 배울 것을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들이 배운 것을 우리가 다시 배울 차례인 것 같다.

다 설명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공동육아에서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 인지’를 이야기해 줄 수는 있다고 본다. 올해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정기총회에서 만난 청년들은 우연히도 내가 약 15년 전, 논문 자료 수집을 위해 들어간 지역 어린이집 또는 방과후를 다녔 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어떤 부분은 또렷하게, 어 떤 부분은 어렴풋하게 나는 그들의 유년기를 기억하고 있다. 공동육아의 ‘공동’에는 어린이를 통해 어른이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담 겨 있다. 공동육아에서 성장한 청년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몇 가지 짚어 본다.

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고맙

공동육아, 기억의 공동체

청년들의 삶 들여다보기

공동육아 통권 109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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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그들은 공동육아의 경험과 현재 자신의 삶이 연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음이 열리고 자주적인 사람,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에 공동육아의 경험이 녹아 있다 고 했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있 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세 명의 청년 역시 자신이 선택 한 전공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관심과 취향을 갖고 있다. 이들의 공부는 무 언가 그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 르치고 있는데, 요즘 학생들에게서 보이는 일반적인 모습 중의 하나가 자발적 선택의지와 능력의 결핍이다. 그러다 보니 공부는 직업을 위한 선행 학습이고 자아는 직업의 안정성에 휘둘리는 상황이다. 공동육아의 첫 출발점에 경쟁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 풍토에 대한 비판과 대 안 제시의 성격이 분명하게 존재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공동육아에서 성장한 친구들의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살아서 이렇게 우리 한테 증언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어느 부모님의 말씀처럼 감사한 일이다. 이 청년들이 기억하는 공동육아의 경험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상적 이고 소소한 놀이들이다. 무덤가에서 놀고, 감자 캐고, 도롱뇽 잡고…… 따 위. 두 번째는 방과후의 경험인데, 장기 자전거 여행처럼 삶의 총체성이 담금 질되는 그런 압축된 경험들이다. 그들은 이 두 가지 종류의 기억들이 어려움 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들의 삶의 순간순간에 힘이 된다고 했다. 청년들의 공동육아의 경험은 구체적으로 기억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삶 의 순간순간에 살아 있다고 해석된다. 나는 이 의미를 알 것 같다. 나도 살면서 가끔 힘들 때, 어떤 꼬마가 힘들 때 나를 보고 싶어 했다는 기억이 나기 때문이 다. 15년 전, 까마귀가 방과후 아이들과 처음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때 일 이다. 어느 날 아침, 까마귀한테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아이들과 자전거


공동육아

여행 중 힘들게 고갯마루를 넘고 있는데 혜인이가 복숭아(내 별명)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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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해서 전화를 했노라고…….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을 간 줄도 모르고 있던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나는 너무 놀라고 흥분해서 혜인이와 통화를 했다. 이렇게 공동육아의 경험 은 개인으로, 집단으로 축적되어 가면서 기억은 우리의 공동체를 이루는 중요 한 의미 작용이 되어 가고 있다.

청년들에게 배우기 청년들이 준비한 이야기 주제 중에 공동육아의 경험이나 환경이 졸업 후 삶에 어려움이 된 것은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이 내용은 부모들의 질문 에서도 나왔다. 아마도 이 질문은 공동육아 내부인(특히 부모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가 장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일 테다. 즉 공동육아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한 아 이들이 이후에 일반 학교, 더 크게는 사회에 잘 적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청년들이 아직은 사회에 완전히 적응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의 초 등 이후의 학교 경험만을 놓고 본다면, 어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공부하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극복해 나 갔다. 거의 꼴찌 수준도 경험했지만 그 상황에서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 끼고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교과 지식 대신 공동육아에서 받았으니 이 부분은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걱정할 사람은 한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 그 자체보다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즉 공동육아의 놀

이 공동육아를 벗어나 성장하면서 다른 놀이 문화, 학습 문화를 만날 수밖에 없다. 이런 다른 문화를 부모의 힘으로, 공동육아의 힘으로 차단할 수가 없

공동육아, 기억의 공동체

이 문화, 청소년의 피시방 게임 문화, 권위적인 문화(대학 동아리)……. 아이들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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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로 인한 걱정과 우려에 대해 청년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 일들을 말린다고 해서, 억제한다고 해서 안 하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억제하면 억제할수록 더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안 해 보고 아는 게 아니라 경험이 필요한 거잖아요. 공 동육아도 마찬가지지만, 다 해 봤으니까 결국 알고 배운 거잖아요.” “이 문화도 즐길 수 있고, 저 문화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선택의 문제지 그걸 억압하는 건 공동육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청년들에게는 다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보다 덜 하고, 이분법적 인 선 가르기도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문화의 차이에 대해 우리보다 말랑말 랑한 사고와 태도를 갖고 있는데 그것을 그들은 공동육아에서 배운 삶의 태 도라고 말한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많은 지식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들은 공 동육아에서 배울 것을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들이 배운 것을 우리가 다시 배울 차례인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가 청년들한테서 배울 것이 있다는 기쁨이 있는데도 까마귀 선생님의 이 야기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19년 가까이 성장해서 사회에 나왔는데, 세상이 변화되지 않았다는 사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교육 소비자가 되어 ‘좋은 학교 만들기’에만 노력 을 다 한 것은 아닌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집단이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


공동육아

동육아를 거쳐 간 많은 친구들을 대표하지는 못한다고, 그리고 기억은 과거 를 아름답게 채색하는 특성이 있다고……. 맞는 말이다. 공동육아에서 성장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어떤 부모님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날 이야기 손님으로 나온 친구들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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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할지, 내용과 철학을 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한 많은 친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일, 우리의 집단 경험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일 그리고 다시금 공동육아의 철학과 실천을 처음부터 되짚어 되새 김질하는 일 들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이야기는 그러한 많은 일들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이 아닌가 생 각한다. 그런데도 소나무에 쌓인 눈을 보고 “아프겠다, 눈이 소나무 때문에 따갑겠다”고 말했던 일곱 살배기 꼬마가 스물세 살 청년이 되었고, 그런 청년 들과 만나 공동육아의 삶을 함께 나눈 시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쉽게 조우 할 수 없는 짜릿한 행운이 아니겠는가!

공동육아, 기억의 공동체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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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산집에서 자라 산골 아이들을 품다

아토피가 심한 세 자매가 있습니다. 몸에서 진물이 날 정도로 심한데도 젊은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과자를 사 주고,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기 도 합니다. 저는 하모니에서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날마다 둘째와 막 내를 씻기고 아토피 로션을 발라 줍니다. 일곱 살 막내는 아토피가 굉장히 심 해서, 물이 닿기만 해도 따가워서 웁니다. 씻기는 준비부터 달래기까지, 하루 하루가 전쟁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 엄마는 지적장애인이고 아빠는 알코올 중독인 집안의 아이들, 엄마는 집을 나가고 피시방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이 들…… 이런 아이들이 바로 제가 지금 하모니에서 돌보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사람들과 눈을 못 맞추고 자폐처럼 소통도 잘 안 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조담 여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 유년기 대부분을 부천 공동육아 산어린이집(산집) 에서 보냈으며 첫 번째 졸업생입 니다. 열 살 때 부모님에 이끌려 산집 친구 영주네와 경북 봉화로 귀농했습니다. 중학교를 마치고 5년 동안 서울에 서 놀 만큼 놀다가 다시 봉화로 내려와, 2012년 설립된 지역 최초 민간 비영리단체인 교육복지문화공동체 하모니 에서 돌봄 교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업무를 보고 청소년 사진 수업을 이끌면서, 밤에는 사이버로 아동 보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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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쪽에 혼자 멍하니 있던 일곱 살 아이입니다. 알 고 보니 엄마가 우울증이 굉장히 깊고 자살 시도까지 몇 번 한, 그래서 엄마에 게서 완전히 방치된 채 자란 아이였습니다. 주로 중 3인 형이 돌보고 어린이집 도 데리고 다녔지요. 그런 아이인데도 저에게는 너무 예뻤고, 끊임없이 관심을 주고 안아 주었더니 아이가 어느 날 말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자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겨우 5개월 만의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주는 사랑이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구나, 하모니는 산골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구나 하는 걸 새록새록 느낍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 만 막상 함께 지내 보니 아이들 하나하나가 안쓰럽고 얼마나 예쁜지,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될 줄 몰랐습니다. 1년 가까이 아이들과 이렇게 진하게 만나고 나니 표정 없던 아이들 얼굴이

산집에서 자라 산골 아이들을 품다

작년 5월, 하모니에 처음 왔을 때는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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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해졌습니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손에 자라 자기 존재에 대해 불안해 하던 아이, 엄마에게 칼을 든 아빠를 온몸으로 막아 선, 어른을 신뢰하지 않 고 자립심이 지나치게 강하던 아이에게 안정감이 생기고 표정이 부드러워졌 을 때 큰 보람을 느꼈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산집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뭘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나들이가 떠오릅니다. 어렸을 때 나들이 가서 악어약수터, 여우놀이터라 이름 지으며 즐겁게 놀던 추억도 자주 생각납니다. 하모니에서도 틈만 나면 나들이를 갑니다. 간식 시 간 전 짧게라도 모둠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처럼 지금의 생활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일하는 곳, 하모니는 공동육아 조합원 출신 아줌마(우리 엄마, 영주 엄마) 두 명이 설립한 단체입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공동육아에서 많은 것을 가져 오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별명은 아이들에게도, 지역 어른들에게도 색다르고 재미있는 것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주영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한번은 주영이 할 아버지가 손주를 데리러 오셨는데, 한 번밖에 뵌 적이 없어 얼굴을 잘 기억하 지 못했습니다. “누구~시죠?” 하고 여쭸더니, 할아버지께서 온화하게 웃으 시며 “토끼샘이시죠?” 하셔서 깜짝 놀랐지요. ‘주영이 선생님’이 아닌 ‘토끼 샘’으로 불리는 순간 평소 어렵게 느껴졌던 어르신들과 한결 편안하고 가까운 관계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만 했습니다. 월급도 받았고요. 규모가 큰 지원을 받았기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보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보육 사업’이라는 프로젝트였는데, 올해부터 돌봄 대상을 7세 이하로 제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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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사람이 사람한테 주는 사랑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하모니에서 느끼고 있다.

라, 차량 운행은 하지 말고 가까이 사는 아이들만 받아라, 하며 산골이라는 이 지역 특성에 맞지 않는 조건을 내밀어서 지원을 더 받지 않고 우리 힘으로 꾸려 가기로 했습니다. 지원이 없어져서 활동비는 확! 줄었는데 일은 엄~청 늘었습니다. 아동 청소년 사업뿐 아니라 지역 주민 사업까지 확대했기 때문입 니다. 하모니는 지금 활동가 네 명이 돌봄은 물론이고 마을 카페, 장날 후원 밥 집, 한 달에 한 번 시 낭송회를 하며 1인 3, 4역을 해야 하는, 정말 쉴 틈 없이 굴러 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일을 시작하고서 1년 사이에 제가 몸담고 있는 하모니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겪어서인지 지난 1년이 5년쯤 흐른 것같이 느껴집니다.

왔을까 원망스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시골에 살았지 만 도시에 어울리는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밭일 도와주러 나갈 때는 꼭 선크 림을 꼼꼼히 바르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긴 옷을 입었습니다. 밭에서 일하 다 말고 앉아서 책을 읽거나 수학 문제를 풀기도 했습니다.

산집에서 자라 산골 아이들을 품다

사실 5년 전의 저는 엄마, 아빠가 왜 귀농을 했을까, 왜 이런 산골짜기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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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 정류장 이 있는 마을까지 무려 4킬로미터나 걸어서 나가야 하는, 너무 깊은 산골 로 귀농했던 터라 동네 친구라고는 함께 귀농한 옆집 영주네 밖에 없었 습니다. 그나마 좋았던 건 비나 눈이 많이 오면 학교에 갈 수 없었다는 것 입니다. 당시 사춘기였던 저는 제가 사는 곳이 많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그렇게 바라 던 서울에 올라갔습니다. 학교 밖 공 간에서 이런저런 경험도 많이 했고, 열여덟 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스스로 벌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지내며 막상 마주친 현실은 제 상상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사람들 은 너무 바빴고, 거리는 참으로 지저분했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은 돈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쓰며 소비문화에 젖어 있는 제 또래 친구들을 보며 적잖이 놀랐습 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골에서 가족과 함께 흙집을 짓던 일, 여름이면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겨울이면 눈 쌓인 산에서 눈썰매를 타던 소박한,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도시에 나와서 살 아 보니 제가 살던 곳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그래서였을까요? 지난해,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하모니에서 함 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뭔가에 홀린 듯


공동육아

경북 봉화, 춘양, 이 산골짜기 하모니로 오게 되었고, 뭔가에 홀린 듯 보육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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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공부를 하게 되었고, 또 뭔가에 홀린 듯 하모니에서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하모니에서 일하면서 공동육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곳 은 학교나 일반 사교육 기관에서는 배려받지 못했을 법한 아이들이 많은데, 이 아이들이 유독 저에게 마음을 잘 열어 주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산집 에서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며 친구처럼 지냈던 경험이 지금 제가 아이들 말 에 먼저 귀 기울이고, 제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늘 생각하 는 데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하모니에서 일하면서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난해에는 하모니의 교사들이 돌아가며 산집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졸업한 어린이집이지요. 코뿔소와는 여섯 살 때 산집에서 사제지간(?)으 로 처음 만났습니다. 산집을 졸업하고 나서는 졸업생 들살이 때 본 게 마지막 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봄, 하모니 교사 교육에서 코뿔소를 만났고, 산집 으로 연수를 갔을 때 다시 만났습니다. 사실 얼떨떨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과로(?)가 쌓여 지루성피부염이 생기고 급속히 심해져서 한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하모니 소식지를 한의사 선생님께 전해 드렸 는데, 한참을 훑어보시더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구먼!” 하시며 어떤 아이들을 돌보는지, 필요한 후원은 무엇인지 이것저것 질문하셨습니다. 다른 쪽으로는 농민회, 전교조 같은 지역의 크고 작은 단체들이 모여 만든 봉화 지

저는 그저 세 자매의 아토피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고, 상처투성이인 어린 마음들이 활짝 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 왔습니다. 그런데 제 가 하고 있는 일이 이처럼 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니, 놀랍기도 하고 자부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산집에서 자라 산골 아이들을 품다

역 공동체 포럼에서 하모니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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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 때도 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생태 나이는 스물두 살이지만 체감 나이는 서른두 살인 것 같습니 다. 그럴 땐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지, 나는 좀 더 다양한 것을 겪어 보고 친구 들도 만나고 내 나이에 맞게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기도 합니다. 지난해 이 산골짜기에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에 홀리 듯 또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겠지요. 저는 아직 스물두 살이고, 해 보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하모니의 상황이나, 저를 엄마라고 부 르는 아이들, 저를 보자마자 “토끼쨈!” 하며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을 보면 저 는 아직은 하모니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모니를 응원해 주세요! 글 쓰는 재주도 없고 요즘 바쁜 시기라 망설이다가 하모니를 더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 보내 주세요. 교육복지문화공동체 하모니

http://cafe.daum.net /harmony333 후원 계좌: 농협 355 -0021-9710 -63 (교육복지문화공동체 하모니)


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내 이야기를 만들며 즐겁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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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10년 전 이야기에서 어떤 결과를

꺼낼 수 있을까

가끔 빡빡한 일정과 여유롭지 못한 마음, 급히 먹 는 밥과 조급하게 읽어야 하는 책들 앞에서 나는 힘들게 올라갔던 언덕을, 자전거 여행을 떠올린다. 지리산에서 내가 잠든 사이에 형들이 발가락 사이 에 휴지를 돌돌 말아서 끼워 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서 소리를 지르며 깼던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옹기종기 모여 까먹던 삶은 감자가 생각나기

장에서 하던 축구, 들살이를 가면 늘 까마귀가 해 주던 무서운 이야기들, “워!” 하며 놀래키던 소리 로 끝나던 수많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생각나기도 김지원 목수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웃음 짓게 된다.

산집에서 자라 산골 아이들을 품다

도 하고, 오징어 달구지, 과천 체육공원 게이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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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를 다니며 배운 것이 무엇이냐, 삶이 변화한 것은 무엇이냐, 하는 질문은 내가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난 언제나 그러한 질문이 불편하고, 지금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다 산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그것에 답을 내릴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거나, 끼워 맞 추기 또는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공동육아 총회에서 졸업생 이야기 진행을 맡았을 때도 사실은 그러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뭔가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10년 전의 이야기에 서 어떤 결과를 꺼내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그래서 그때는 말을 아끼려 노 력했고, 지금은 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내가 무엇을 배웠고, 얻었는지는 오 히려 내 삶을 보고 판단할 능력이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나는 공동육아를 졸업하고 이우학교(경기도 분당에 있는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늘 사고뭉치, 말썽꾸러기, 문제아(?)로 지냈다. 하지 말라는 온갖 행 동은 다 하고 다녔다. 담배 피고, 술 마시고, 학교 빠지고 놀러가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싸움질하고……. 늘 나쁜 짓의 선두에는 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고뭉치가 조금씩 활동 영역을 줄이고, 잠잠해지게 된 것은 아마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과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우리는 밴드를 만들 었고, 공연을 준비했다. 그간 쏟아 낼 곳이 없었던 열정, 또는 나쁜 짓에 쏟아 부었던 에너지를 음악을 하는 곳에 쏟아붓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공연을 하 면서 우린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사고 치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떳떳하게. 고등학교로 가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전공해서 대학을 가야겠 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음악을 하면서 역시 공부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는


공동육아

생각에 확신을 가졌고, 무엇보다 음악이 너무 재미있었다. 학교와 연습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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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갔다 하며 지낸 것이 3년, 나는 어느새 고 3이 되어 있었고, 그리고 스무

졸업생 이야기, 그 두 번째

살이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대학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5년을 베 이스 치며 보냈고, 잘 쳤다. 대회에 나가 상을 탄 것도 여러 번, 내 실력을 의심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대학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떨 어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대 학을 다시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대학을 가고 싶었다기 보다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남들이 다 가니까 나도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했고,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난 대학을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 없이 대학을 가는 것보다 나 스스로 살아 보는 것이 더 큰 경험이 고, 공부일 거라고 생각했다. 군대 갈 계획을 세우고, 그 전에 학생이라 해 보지 못한 것들을 내 힘으로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부모에게 받는 용돈을 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혼자서 여행을 기획하고, 전문적이지 않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책을 읽고 세미나를 했다. 그렇게 나는 졸업 후 약 10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입 대했다. 군대에서 나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무엇 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과 힘을 키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삶을 정리하는 시간 이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

전역을 하고 나는 목공소에 취직했다. 공동육아 덕에 목공에 친숙했던 이 유도 있었고, 손재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취직 제안을 덥석 물고 보니 목공소 둘레에 너무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인문학 네트워크 문탁, 마을 작업장 월든.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하기 싫던 공

내 이야기를 만들며 즐겁게 살아간다

가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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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이제는 삶에 필요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 하던 공부 와 다른 것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공부하지 않으면 즐겁게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자리하기 시작한 탓이 가장 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 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1년, 나는 여전히 목공소에서 일을 한다. 이제는 장비들이 손에 익 기 시작했고, 여전히 공부를 계속하고, 공부만으로 부족해 공부를 삶으로 실 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사람들을 모아 일을 꾸미는 집단을 만들고, 사람들 을 만나고, 여전히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 다. 욕심이 많아지면서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고, 바빠지는 만큼 힘들지만, 나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들이라 지치지는 않는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며 삶은 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끝났다 싶으면 시작되고, 시작이다 싶으면 끝이 고, 알겠다 싶으면 더 모르겠고,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보이기 도 하고. 그러한 과정의 연속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고 얻었다고 이야기하는 것 이 스스로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조심하는 이유는 내 삶의 형태 가 공동육아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과, 공동육아를 다니고 있고, 다 녔던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가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또한 주관적인 것이겠지만) 놀면 서 배울 수 있다는 것,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만이 공부가 아니고, 그러한 배움보다 삶의 실천으로서, 앎의 행동으로서 나는 더 많은 배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아는 것이 없는 어린 시절 나에게는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공부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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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것이 사람에게 필요한 삶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학원에서, 학습지에서 선생님들 에게, 엄마에게, 책에게 배우기보다 자연에게, 친구들에게, 친구처럼 가까운 공동육아 선생님들과 함께 배운 것이 더 풍부한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한 순간순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확신하는 것은 그러한 배움이 진정한 배 움, 삶에 유용하게 쓰이고 필요한 배움이라는 것이다. 난 이러한 배움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이 야기를 만들 줄 아는 것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는 길이며, 또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공동육아는 나에게 그런 것을 주었다. 나는 지금 힘들고 빡빡하게 살고 있지만,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며 즐겁게 살 아가고 있다.

내 이야기를 만들며 즐겁게 살아간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고, 스스로의 삶에 만족할 수 있

공동육아 통권 109호


창문

열린

056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시간

흔히 아들 키우는 것보다 딸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는 말을 하는데 아들에게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작은 즐거움을 딸들과 신순화 열한 살 필규, 일곱 살 윤정 그리고 네 살 된 이룸이를 키우며 아이와 함께 세상을 배우는 이야기를 네이버 블로그 ‘평온한 강가에서’와 한겨레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육아 누리집 ‘새로 쓰는 육아 이야기-베이비 트리(Baby Tree)’에 올리고 있습니다. 민들레출판사에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를 펴냈습니다.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머리 를 빗겨 주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아들이 다섯 살 때 태어난 큰 딸은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일 찍 나온 탓인지 몸도 작고, 머리칼도 거의 없었다. 간신히 머 리만 덮은 성긴 머리칼 때문에 백일이 다 되도록 사내아이냐 는 말을 들어야 했다. 검고 윤나는 머리칼을 가진 딸을 꿈꾸 던 나로서는 퍽이나 속상한 일이었다. 간신히 짧은 머리칼을 그러모아 끈으로 처음 묶어 본 것이 14개월 무렵이었는데 그 것만으로도 어찌나 기뻤는지, 기어코 사진으로 남겨 놓는 극 성을 떨기도 했다. 그런데 14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딸의 머 리칼은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두 돌이 지나면서는 성


열린 창문

057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시간

단풍나무 그늘에서 딸아이 머리를 빗겨 주며

큼 자란 머리가 어깨를 넘어섰다. 세 돌이 지난 다음에는 허리께까지 찰랑이 는 긴 머리가 되었다. 숱도 얼마나 많은지 감겨서 말리고 빗기자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딸과 함께 외출을 하면 사방에서 저 아이 머리 긴 것 좀 보라고 수군대는 소 리를 듣곤 했다. 참지 못하고 딸아이의 길게 땋은 머리칼을 만져 보는 사람들 도 있었다. 전철을 타고 갈 때는 노약자 칸에 앉은 어르신들이 칭찬을 많이 하 셨다.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긴 머리를 길렀던 추억이 있는 어르신들은 요 즘 세상에 이렇게 긴 머리를 가진 애가 있네……, 하며 대견해하셨고, 이렇게 이쁘게 가꾸어 준 엄마 공이 큰 것을 대번에 알아주셨다. 그냥 머리칼이 긴 것 뿐인데 그 일로 세상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는 기분을 딸아이도 내 심 즐기는 눈치였다. 아들만 키워 본 나는 경험이 없는 엄마여서 처음에는 딸의 머리를 야무지게 빗겨 주고 모양 좋게 꾸며 주는 일에 많이 서툴렀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긴 아 공동육아 통권 109호


창문

열린

058

이들 엄마는 별별 모양을 다 내서 이쁘게 해 주던데 나는 고작 갈래머리로 묶 어 주거나 땋아 주는 게 다였다. 그래도 딸의 머리칼은 어디서나 빛나고 이뻤 다. 세 살 터울로 태어난 막내딸도 늘 언니의 긴 머리를 부러워하더니 세 돌이 지나면서 언니와 머리 길이가 비슷해졌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날마다 두 딸의 머리를 빗겨 주는 일이 아침나절의 큰일이 되어 버렸다. 날이 좋으면 마당의 단풍나무 그늘에 앉아 머리를 빗겨 준다. 바닥에 머리 칼이 떨어져도 상관없으니 좋았다. 여름 바람이 부드럽게 딸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칼 사이로 지나갔다. 네 살 막내는 머리칼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과 엄마 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는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딸이 다섯이나 되던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엄마가 머리를 빗겨 주곤 했던 기억이 없다. 네 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나도 지금 내 딸들처럼 길게 땋은 머리 를 하고 있는데 아래 여동생이 태어나고 또 막내 여동생이 태어난 뒤부터 아마 도 너무나 힘들었을 엄마는 큰 딸들의 머리를 모두 짧게 잘라 주셨던 것이다. 그래서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머리는 늘 바가지처럼 둥글거나 아니면 어깨에 간신히 닿아 묶을 수는 없는 짧은 머리였다. 이해할 수 있다. 다섯이나 되는 딸 들 머리를 일일이 길게 길러서 감겨 주고 빗겨 주고 손질해 줄 만큼 한가한 시 간이 없었을 것이다. 늘 종종거리며 부엌으로, 마당으로, 방으로 오가며 청소 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느라 고단하시던 젊은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월이 흘러 바가지 머리를 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내 딸들은 그 시절의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긴 머리칼을 가지고 있다. 매끈하고 윤나는 딸들의 머리칼을 가만 가만 빗어 주고 있노라면 머리칼이 이 어 주는 딸들과 엄마의 정이 마음을 훈훈하게 채워 오는 것을 느낀다. 아이의 머리가 길면 그만큼 신경이 많이 쓰이고, 손이 많이 가게 되고 그렇게 엄마와 아이가 머리카락을 매개로 잦은 접촉을 하면서 관계가 가까워지고 아이도 더 잘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아이의 머리카락


열린 창문

을 길러 주고, 만져 주고, 땋아 주면서 서로 교감을 나누었단다. 보통 여자아

059

이가 남자아이보다 부모와 더 가깝고, 정서가 안정된 이유가 머리카락을 길러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시간

주면서 부모 자식 간에 친밀하고 가까운 접촉을 오래 누렸기 때문이라는 말을 나 역시 두 딸의 머리칼을 빗겨 주면서 새삼 느끼고 있다. 딸을 키우면 이렇게 머리칼을 빗겨 주면서 서로 손길을 느끼고, 더 많이 소 곤거리고, 내 손길로 매만진 머리칼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기쁨도 클 텐데, 가 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많은 딸을 낳아 기르면서 이런 행복조차 느긋하게 누려 보지 못한 내 엄마가 중년의 딸은 새삼 안쓰러워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딸들이 더 자라면 어느 날 긴 머리가 거추장스러워서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싹둑 자르고 올지도 모른다. 머리를 빗고 손질하는 것을 더는 엄마에게 부탁 하지 않고 저 혼자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며 하염없이 거울 앞에 서 있을 날도 곧 올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엄마에게 제 머리칼을 맡기고 행복하 게 앉아 있는 딸과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축복인가. 나무 그늘에서 딸아이의 길고 고운 머리칼을 빗겨 주는 동안 나는 세상에 서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된다.

매끈하고 윤나는 딸들의 머리칼을 가만 가만 빗어 주고 있노라면 머리칼이 이어 주는 딸들과 엄마의 정이 마음을 훈훈하게 채워 오는 것을 느낀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세상

060

어린이집 운영을 교육이 아니라 사업으로 보다니

어린이집 사고 소식이 끊이지를 않는 다. 아이들을 학대한다는 고발에 펄 쩍 뛰던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어린 남 자아이를 퍽퍽 때리는 장면을 담은 동 영상이 나도는가 하면 서울 송파구에 서는 어린이집을 여섯 곳이나 운영하 는 원장이 달마다 천만 원 가까이 횡 령을 하다가 걸렸다. 횡령도 횡령이지만 그 횡령한 내용 이 참 기가 막힌다. 근무도 하지 않는 식구나 친지를 교사로 근무한다고 가 짜 서류를 만들어 놓고 꼬박꼬박 월 급을 주었고, 유기농 급식을 한다면서 일반 급식을 했다. 학부모한테서는 불 법으로 유기농 급식비를 받고, 업체한 테 그 돈을 보냈다가 다시 돌려받는 식 으로 횡령을 했다. 더 기가 막히는 건 그러고도 일반 급식비까지 횡령했다 는 거다. 어린 아기 한 명이 먹을 음식 을 세 명한테 나눠 주고, 시장에서 버 리는 배추나 열무 쓰레기를 모아다가 음식 재료로 쓰기도 했다. 신문 기사를 보니 그 원장은 투자

이주영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 《 , 이오덕 삶과 교육 사상》 같은 책을 펴냈습니다.

한 돈을 뽑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른 민간 어린이집 들도 그렇게 하는데 자기만 걸렸다고


세상 이야기

061

이집들이라고 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 사람 인식 수준에서는 그런가 보다. 더구나 송파구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 이 모이는 모임에서 오랫동안 임원을 맡았고, 그 힘으로 구의원까지 했다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민간 어린이집을 교육이 아니라 사

부조리나 비리를 없애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린이를 돈을 벌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사람으로 보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어린이집 운영을 교육이 아니라 사업으로 보다니

억울해하는 투로 대답했다. 민간 어린

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이렇 게 될 수밖에 없다. 영훈국제중학교 역시 교육보다는 사업을 생각하는 장 사꾼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어처 구니없는 짓들을 하는 것이다. 이런 장사꾼들이 대학교나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생애 첫걸음을 걷는 영・유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에서까지 판을 치고 있으니 참으로 큰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잘못을 없애려 면 구립 어린이집을 늘려야 한다고 한 다. 그런데 구립 어린이집은 괜찮은 걸 까? 송파구에서 일어난 어린이집 사 고를 보면 송파구청 담당 공무원들 역 시 그 잘못에 한몫하고 있음을 알 수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세상

062

있다. 담당 공무원은 송파구청에 고

원회를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이다.

발 접수된 어린이집 비리 내용을 원장

반 정도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에게 알려 주었고, 원장이 학부모들

직선제로 선출하고, 나머지 반은 학부

을 협박하거나 조사에 대비할 시간을

모 모두가 돌아가면서 참여하고, 인원

벌어 주었다.

이 많을 때는 제비뽑기 같은 방법으로

공립 초등학교에서 33년을 근무한

누구나 골고루 참여하는 방법을 생각

내가 볼 때는 부조리나 비리는 사립이

해 봐야 한다. 그리고 공동육아협동

냐, 구립이냐, 시립이냐, 공립이냐, 국

조합을 비롯해 민주주의 원칙과 공동

립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부조리나

체 정신을 살려서 어린이집을 운영해

비리를 없애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

온 경험이 있는 지역사회 단체나 지역

이 어린이를 돈을 벌기 위한 대상이

인사를 전문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것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이 좋겠다.

사람으로 보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구립 어린이집이건 민간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나 밥 짓는 사람이나

이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민주주

청소하는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갖도

의 원칙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제도

록 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고 느려도

를 만들고 그 제도를 올바르게 실천하

정부 기관과 사회운동 단체들이 손잡

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다. 물론 우리

고 이 일을 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관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조합원

련 있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그 운영

학부모들도 더 적극 운영에 참여해야

내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제도를

한다. 어떤 공동체나 민주주의도 구

만들어야 하고, 비리를 고발하는 사

성원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병들게 마

람들한테는 명예를 지켜 주고, 보상

련이다.

을 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집 운영을 투명하게 하도록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 가운데 하나 가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운영위


세상 이야기

063 밀양 할머니의 눈물, 대안은 없는가?

밀양 할머니의 눈물, 대안은 없는가?

지난 5월, 경남 밀양에서는 할머니 할 아버지 들이 765킬로볼트(kV) 송전 선로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를 막다가 10일 동안 20명이 다치거나 쓰러졌습

니다. 그 전인 지난해 1월에는 70대 농민 한 분이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 다가 분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전력난’이 우려된다면서 밀양 송전선로를 반대 하는 주민을 ‘님비’로 몰아붙입니다. 주민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보 상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예 전처럼 살게만 해 달라’는데, 왜 우리 하승수 변호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가 님비냐고 묻습니다. 진실은 단순합 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세상

064

첫째, 주민들은 님비가 아닙니다

우리 집 옆에, 그리고 평생 농사지어 온 논밭 위로 어느 날 갑자기 765킬로 볼트 송전선로가 지나간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습니다. 765킬 로볼트 송전선로는 초초고압 송전선 로입니다. 수도권 주변에서 볼 수 있 는 154킬로볼트 송전선로보다 18배 나 많은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입니 다. 전자파 피해도 심각하고, 평소에 도 소음 때문에 주민들은 정상 생활 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불꽃이 튀 는 현상까지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가축들도 제대로 살지 못 합니다. 그래서 765킬로볼트 송전선 로가 지나가는 주위는 쓸모없는 땅이 됩니다. 금융기관에서는 담보로 받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한전은 송전선 양쪽 끝에서 좌우 3미터 범위 만 보상을 해 주었습니다. 4미터만 떨 어져도 보상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지금 뒤늦게 보상 범위를 넓힌다고 하

다. ‘보상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발 전(發電) - 송전(送電) 시스템에 대해 재 검토하라’고 주민들은 호소합니다.

ⓒ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지만, 주민들은 어림없다고 얘기합니


세상 이야기

065

둘째, 밀양을 지나가려고 하는

765킬로볼트 송전선로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전력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우리나라는 바닷가에 원전과 석탄 화 력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습니다. 그리

밀양 할머니의 눈물, 대안은 없는가?

밀양 어르신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과 초고압 송전선 건설 정책을 재검토해 달라는 것입니다. 8년 동안 본인들을 고통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고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거대한 송 전 철탑을 세우고 초고압 송전선을 깔 아서 전기를 많이 쓰는 곳까지 끌고 옵 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전체 전기 소비량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산업용 전기입니다. 그리고 지역 으로 따지면 서울과 경기, 지방 광역 대도시 같은 지역이 전기를 많이 씁니 다. 이런 대공장과 대도시들이 전기 소비량 증가의 주역입니다.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 온 것은 전기 소비 증가의 중요한 원인 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량은 가파르게 증가해 왔습니다. 한 해에 10퍼센트나 늘어나는 때도 있습니다. 만약 전기 소비가 이렇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발전소도 필요 없고 송전선로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은 무분별한 전기 소비 의 증가를 조장하면서 시골 주민에게 만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입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세상

066

셋째, 대안은 있습니다

규모 송전선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전기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가

또한 가스 복합 발전처럼 소비지 가

정에서도 줄여야 하지만, 주택용 전기

까이에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활

소비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기 소비량

용하면 됩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 생

의 14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산을 늘린 좋은 사례가 독일에 있습니

그래서 전체 전기 소비량의 절반 이상

다. 독일의 경우는 2022년까지 원전

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수요를 잡는

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태양광,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풍력, 소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같은

는 산업용 전기 요금을 현실화해야 합

재생 가능 에너지를 늘려 가고 있습니

니다. 전기 요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다. 본래 독일도 전체 전기 생산의 27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

퍼센트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던 나라

어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공장에

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원전 의존도

서 자가발전(자체 발전)을 할 수 있는 여

가 30퍼센트인 것을 생각하면 큰 차

지가 많이 있습니다. 일본의 도요타

이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 차원

자동차는 자기 공장에서 쓰는 전기의

에서 탈핵(탈원전)을 결정하고 정책의

30퍼센트 이상을 자가발전으로 채우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

앞으로는 바닷가에 대규모 발전소

대하기 위해 ‘발전 차액 지원 제도’라

를 짓는 것이 아니라 소비지 주변에

는 것을 도입하여 큰 효과를 보았습니

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나가

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는 재생 가

면 됩니다. 이것을 ‘분산형 전원’이라

능 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를 원가와

고 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경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가격으로 사들

우에는 곳곳에서 발전을 할 수 있습니

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시민들이

다.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도 대규

돈을 모아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에

모로 하면 송전선이 필요하지만, 집집

투자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독일에

마다 동네마다 소규모로 많이 하면 대

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세상 이야기

067

정책과 초고압 송전선 건설 정책을 재

습니다.

검토해 달라는 것입니다. 8년 동안 본 인들을 고통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 여

이렇게 국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합니다. 그러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실

지금 밀양에서는 당분간 공사가 중

천이 중요합니다. 나부터 생활 속에서

지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 또다

실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집에서 전

시 공사가 시작될지 모릅니다. 현재

기 스위치를 끄고 절전형 탭을 이용해

주민, 한전, 국회가 추천한 전문가 협

대기 전력을 줄이는 것은 쉽게 할 수

의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 수요가 전체

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정치권에서

전기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퍼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센트밖에 안 되지만, 이런 실천이 중요

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밀

한 이유는 ‘전기를 의식하는 삶’을 위

양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전력 시스템

해서입니다.

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양심의

내가 쓰는 전기 때문에 밀양의 시

밀양 할머니의 눈물, 대안은 없는가?

증가했고, 기술 개발도 많이 이루어졌

목소리를 냅시다.

골 어르신들이 고통받는다는 것을 의 식하며 살기 위해 절전을 실천할 필요 가 있습니다. 절전은 혼자서만 하는 것보다 모임에서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습니다.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은 ‘발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동네에서 그리고 모임에서 ‘절전소 운 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치에서 이런 문제가 중요하 게 다뤄져야 합니다. 밀양 어르신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원전 중심의 발전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후원 계좌 농협 815 -01-227123 (이계삼)

공동육아 통권 109호


나눔

교육

068 산 어린이학교 텃밭 가 꾸기 수업

01 잡초 뽑아 줄 테니 쑥쑥 자라라 작물에게 말을 거는 아이

작물이 한창 자라고 있던 6월의 어느 방과 후 시간. 우연히 한 아이가 홀로 텃 밭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조 용히 뒤로 다가가 보니 아이가 작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잡초 뽑아 줄 테니 쑥쑥 자라라.” “물도 듬뿍 줄 테니 잘 자라 줘.” “순도 따 주고 북도 줄 테니 건강히 자라렴.” 아이는 작물과 이야기를 하면서 밭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작물은 말이 없 김용환 까치. 2008년 가을부터 산어린이학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과 텃밭 가 꾸기 수업을 해 왔습니다.

산어린이학교 공동육아의 자연 체험이나 체험 학습 그리고 생활 중심 교육을 경험하면서 그 믿음으로 시작한 시민 설립형 초등 대안학교입니다. 생태와 생활 문화, 관계와 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삶과 하나 되는 교육을 실현하는 데 작은 토대를 만들고자 2005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 있습니다.


교육 나눔

069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아이가 텃밭 속에서 작물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 장면이 마치 나에게 ‘텃밭 가꾸기 수업이란 아이와 작물이 관계를 맺어 가는 활동’ 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었다. 말뿐 아니라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혼잣말에 더 가 까웠다. 하지만 아이는 마치 친한 친구를 대하듯,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을 대 하듯 그렇게 작물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텃밭 가꾸기 수업을 정의하거나 소개하려 할 때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 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때가 있었다. 딱히 뚜렷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기도 했지만 참 할 말이 많아지기도 해서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정확히 말 하자면 텃밭 속에서 작물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아이를 우연히 발견하고부터 텃밭 가꾸기 수업을 내가 정의한 대로 소개할 수가 있었다. 아이가 텃밭 속에 서 작물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 장면이 마치 나에게 ‘텃밭 가꾸기 수업이란 아 이와 작물이 관계를 맺어 가는 활동’ 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산어린이학교에서는 텃밭 가꾸기 수업을 2005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해마다 하고 있다. 정식으로 수업을 하는 학년은 5학년이고, 가끔 4, 5학년이 나 5, 6학년 통합 수업도 한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나눔

교육

070

02 밭은 어떤 모양이야? 텃밭 준비하기

텃밭 공책을 만들며 한 해 농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정리할지 고민한다.

“땅, 흙, 먹을거리, 열매, 똥, 오줌, 지렁이, 힘들다, 땀, 보람, 유기농, 수확, 농 부, 밥상…….” “그건 아까 했잖아.” “내가 아까 한 거란 말이야.” 3월 초, 텃밭 가꾸기 수업 첫 시간. 아이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다투어

소리를 질러 댔다. 텃밭 가꾸기 수업의 무대는 당연히 텃밭이지만, 무작정 처 음부터 텃밭에 나가 수업을 할 수는 없다. 학기 초 3월의 밭은 아직 단단하게 얼어 있어 활동하기 어렵기도 하고, 더 나은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앉아 차 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텃밭 가꾸기’ 하면 떠오 르는 것을 자유롭게 나누어 보는 활동으로 이 수업을 시작했다. “수박이랑 딸기랑 참외 심어 보고 싶어.” “어서 수확한 것으로 요리해서 먹고 싶다.” “그런데 농사지으면 몸이 너무 피곤할 것 같아.”


교육 나눔

“그래도 기분은 좋을 것 같아.”

071

아이들에게 생각나는 것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적어 보게 하면서 자연스럽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게 이 수업에 관심과 흥미를 끌어내고, 기대되는 점과 염려되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한 해 동안 수업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할 자기만의 텃밭 공책도 만들었다. 온통 갈색으로 밭과 똥을 그려 놓은 아이, 사람보다 더 큰 열매를 그리며 풍년 을 기대하는 아이, 농기구와 땀 흘리는 사람을 그려 놓은 아이……. 한눈에 봐 도 텃밭 공책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표지도 만들었다. 그리고 텃밭 공책을 만 들며 한 해 농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정리할지 고민도 하게 되었다. 한 일과 느 낌을 적어 놓을 수 있도록 공책을 반으로 나누는 아이도 있었고, 그림이나 사 진을 넣을 자리를 남겨 두는 아이도 있었다. 또 수업을 해 봐야 어떻게 정리할 지 알 것 같다며 백지 상태로 남겨 두는 아이도 있었다. “밭은 어떤 모양이야?” “씨앗은 언제 뿌리고, 모종은 언제 심는 거야?” “난 내가 심고 싶은 것들만 심고 싶어.” “수확은 언제 하지?” “수확한 것들은 어떻게 해?” “그럼 저마다 궁금한 것들을 조사해서 오자.” 한 해 농사를 함께 내다보며 어떤 작물을 어디에 어떻게 심고 가꿀지, 수업 과 관련된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따위 계획도 세웠다. 계획을 세우기 위 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궁금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 조사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유기농 농장, 채소의 왕국, 스마일 밭 같은 자기 텃밭 이름을 지어 보기도 하 고, 나무로 팻말을 만들어 큼지막하게 텃밭 이름을 적어 놓기도 했다. 이렇게 연상 낱말 찾기, 텃밭 공책 만들기, 계획 세우기, 팻말 만들기 같은 활동을 하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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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

면서 아이들은 이 수업에 필요한 것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했다. 그리고 무엇보 다도 마음을 탄탄하게 준비했다.

03 여기서 농사를 짓는다고? 밭 일구기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겨우내 조용하던 학교도 아이들 덕에 시끌시끌해지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겨우내 딱딱하게 얼어 있던 텃밭도 삽과 호미 그리고 아이들의 땀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3월 중순, 본격 야외 활동. 텃밭 가꾸기 수업의 무대가 될, 그리고 작물들의

터전이 될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밭이 너무 더러워.” “황량해.” “여기서 농사를 짓는다고?” “말도 안 돼.” 기대하는 마음으로 처음 밭에 발을 들여놓은 아이들은 그러나 실망스럽다 는 표정을 지으며 이상하다는 반응만 보였다. 겨울 동안 버려두었던 과일 껍질 과 채소 찌꺼기 같은 음식물 쓰레기, 누렇게 말라 버린 풀들이 밭을 잔뜩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겨울 동안 밭을 뒤덮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와 마른 풀을 걷어 냈다. 품 안에 한 가득 옮겨 가는 아이도 있고,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두 손가락 끝으로 만 옮겨 가는 아이도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마른 풀을 걷어 내면서 조금씩 그 아래 땅과 흙이 보이기 시작하자 찡그렸던 아이들 얼굴도 조금씩 바뀌어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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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아이들이 삽으로 땅을 뒤엎어 주고 있다.

다. 다 걷어 내고 제법 밭 모양을 갖추게 되자 아이들은 땅에 퇴비를 골고루 뿌 려 준 뒤 삽으로 뒤엎어 주었다. “여긴 돌이 있나 봐. 삽이 안 들어가.” “삽 위로 올라타야 해.” 온몸의 무게를 실어 삽질을 하는 아이들은 마치 스카이콩콩을 타듯 삽 위 에 두 발을 올려 밭일을 하기도 했다. “와! 깜짝이야.” “귀여워.” “징그러워.” 몇몇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에 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모여들었 다. 아이들이 둘러싸고 구경하는 것은 바로 지렁이. 흙을 뒤엎어 주다 보면 가 끔 땅속 어두운 곳에 살던 지렁이가 밝은 땅 위로 올라와 꿈틀거리기도 한다. “지렁이가 많은 밭이 좋은 밭이래.” “그래? 그럼 내 밭에다 옮겨 놔야지.” 아이들은 신기한 듯 지렁이를 구경하다가 조심스럽게 두 손에 올려 다시 땅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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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넣어 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뒤엎은 땅의 온기를 느껴 가며 딱딱하게 뭉쳐 있는 흙을 호미로 잘게 부숴 밭을 만들어 갔다. “두둑 좀 더 높이자.” “고랑 좀 더 파자.” “고랑은 1층, 그냥 땅은 2층, 두둑은 3층.” 텃밭을 만들어 가면서 아이들은 이랑, 고랑, 두둑 같은 몇 가지 농사 용어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교실에 앉아서 칠판에 그린 밭과 그 밭 이름을 배우는 것 보다 밭에 나와 밭을 만들어 가면서 배우는 것을 훨씬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 어했다. 삽, 호미, 괭이, 갈퀴 같은 농기구를 쓰는 방법도 밭을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밭에서 해마다 다른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다. 공동으로 짓기 도 하고, 자기 밭을 분양 받아 짓기도 했다. 자기 밭을 분양 받을 때는 자기만의 밭 선정 기준에 따라 고심 끝에 선택하기도 했다. “밭 색깔이 황토빛이어야 해.” “해가 잘 드는 밭을 고를 거야.” “난 조금이라도 넓은 밭이 좋아.” 진지하고도 신중하게 밭을 고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정성들 여 자기 밭을 관리해 나갈지 그 모습이 하나하나 자연스레 그려지기도 했다.

04 물도 필요하고 퇴비도 필요해 씨 뿌리고 모종 내기

5월 초, 교실은 모여 앉은 아이들로 시끌시끌했다. 아이들은 회의를 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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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회의 주제는 모종 옮겨심기. 어떤 방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식으로 모종을 옮겨 심을지 아이들은 머리를 짜내 의견을 내면서 할 일을 나 누었다. 처음 모종 심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 아이들은 복잡한 일만큼이나 머 릿속이 복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러다가 자기들끼리 모여 여러 가지 일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모종 심는 방법을 잘게 나누어 할 일을 나누었다. “먼저 모종들을 옮겨 와야겠지?” “물도 필요하고 퇴비도 필요해.” “적당하게 고랑도 내야지, 두 뼘 간격

손바닥 위에 씨앗을 올려놓고 아이와 작물이 처음으로 마주 본다.

으로.” 모종 심기에 필요한 일을 나누고, 저마다 일을 맡았다. 몇몇은 모종을 옮겨 오고, 몇몇은 수돗가에서 물을 길어 나르고, 몇몇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호미 로 고랑을 만들고, 몇몇은 고랑에 퇴비를 한 줌씩 넣어 주고, 몇몇은 모종을 심 고 흙을 덮어 주기로 결정했다. 자기가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들은 일사불 란하게 움직여서 어느 새 모종을 능숙하게 다 심었다. 3월 말, 아이들의 작은 손바닥 위로 씨앗들이 놓이면서 드디어 아이들과 작

물이 처음으로 마주 본다. 첫 만남, 아이들은 신기한 듯 씨앗을 뚫어져라 보기 도 하고, 만져 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한다. 저 구석에서 퉤퉤 침을 뱉는 아이는 심지어 씨앗을 먹어 보기까지 한 것이다. 아이들은 손바닥에 씨 앗을 올려놓고 행여나 씨앗을 흘릴까 봐 조심스럽게 손을 모으고 느린 걸음으 로 밭으로 나가기도 한다. 가끔 시간이 흘러 엉뚱한 자리에서 엉뚱한 작물이 자라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씨앗을 들고 나가다가 흘린 결과물이다. 씨앗을 뿌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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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거나 모종을 심는 시간은 아이들의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 또 아이들이 가장 조심스럽고 정성을 들이는 시간이다. 그리고 자연스럽 게 할 일을 나누고, 협동하면서 공동체성을 길러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뒤엎고, 부수고, 만져 주고. 아이들이 한 번 다녀가고 나면 딱딱하던 흙뭉치 는 엄마 품과 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작물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 그 텃밭에 3 월 말부터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다. 주로 3・4월에는 상추, 근대, 시금치, 쑥갓, 아욱, 얼갈이 같은 잎채소 씨앗을 뿌리고, 5월에는 토마토, 오이, 고추, 가지, 고구마, 콩 따위 모종을 그리고 8월에는 배추 모종을 심는다.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는 시간은 아이들의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아이들이 가장 조심스럽고 정성을 들이는 시간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할 일을 나누고, 협동하면서 공동체성을 길러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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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야, 오이한테 뭘 그리 잘못했니? 지지대 세우기

조심조심, 다칠라 조심조심. 아이들의 작은 손이 떨림과 긴장 속에서 느리지 만 야무지게 움직인다. 행여 상처가 나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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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줄기가 끊어지는 참사라도 일어날 까 숨죽이며 일을 한다. 그날, 아침마다 밭을 찾던 아이들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토마토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다. 옆 밭의 오이 때문이었다. 오이 넝쿨이 자 라서 이웃한 토마토의 큰 줄기를 감아 버린 것이다. 진작 지지대를 세워 줬어 토마토가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 주고 있다.

야 하는 것을, 시기를 조금 놓쳤더니 이 런 일이 벌어졌다.

5월에 오이, 고추, 가지, 토마토 따위 모종을 심으면 6월 초나 중순 즈음에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작물이 비바람이나 열매 무게 때문에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 오이나 호박 같은 덩굴식물은 덩굴이 다른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민 끝에 아이들은 토마토를 감은 오이 넝쿨을 조심조심 풀어서 지지대 쪽 으로 옮겨 주기로 했다. 오이 넝쿨도, 토마토 줄기도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풀 어서 지지대로 옮겨 주면서 아이들은 제때 지지대를 세워 주고 줄을 매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배웠을 테다. 다시 제자리에서 곧게 자라는 토마토를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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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아이들은 말했다. “토마토야, 너 오이한테 뭘 그리 잘못했길래 멱살을 잡혔니?”

06 입 둘레가 새까매지도록 천연 간식 밀과 보리

입 둘레가 새까매진 아이들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또 한 켠에서는 턱이 아프도록 열심히 무언가를 씹고 있다. 입 둘레가 까만 아이들은 밀과 보리를 구워 먹은 것이고, 무언가 열심히 씹는 아이들은 밀 껌을 만들어 씹는 것이다. 지난겨울 12월에 심어 놓은 밀과 보리는 3월에 작은 싹이 나기 시작해 5월 동안 푸르게 자라다 6월에 누렇게 익었다. 누렇게 익은 밀과 보리는 아이들의 인기 만점 간식이 되었다. 아이들은 밀과 보리 이삭을 꼬치처럼 따서 아주 약한 불에 구웠다. 이때 자 칫하면 줄기 부분이 타서 끊어져 불 속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와 시 간을 유지해야 한다. 알맞게 구운 밀과 보리를 손바닥 사이에 넣고 입으로 바 람을 불면서 비비면 껍데기는 날아가고 잘 익은 알만 남는다. 한 알씩 먹으면 맛이 안 나기에 아이들은 손바닥에 든 알을 한 입에 다 털어 넣는다. 이때 손에 묻었던 검은 재가 입 둘레에 잔뜩 묻기도 한다. 또 아이들은 밀 껌을 만들어 씹기도 했는데 30분쯤 밀을 입 속에 넣고 씹으 면 푸석하던 밀이 말랑말랑한 껌처럼 된다. 어떻게 아이들이 이런 것을 알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농사지은 것들로 심심하지 않게 주전부리를 만들 어 먹는 아이들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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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와 사탕수수 지키기

5월 말,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당번인 아이가 텃밭으로 달려 나갔다. 아이는

쉬는 시간을 텃밭에서 다 보냈다. 다시 수업 종이 울리면 둘레를 살펴본 뒤 마 음을 놓으며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쉬는 시간에는 다른 당번 아이가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딸기 한 알, 누가 따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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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같은 행동을 했다. 당번 아이의 뒤로 보이는 것은 나무젓가락 네 개로 만든 작은 울타리 안에 자라고 있는 딸기 한 알. 아이들이 10분밖에 되 지 않는 쉬는 시간을 땡볕 아래서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은 이 한 알, 텃밭에서 맨 처음 열린 딸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텃밭 수업은 학기마다 교사가 전체 계획을 세운다. 또 아이들과 함께 언제 쯤에 어떤 작물을 심을지, 어느 때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하 지만 농사라는 것이 날씨나 다른 변수에 따라 계획이 바뀌기도 하듯이 이 수 업도 계획한 것과는 다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딸기와 사탕수수도 처음부터 계획한 작물은 아니었다. 우연히 딸기 모종과 사탕수수 씨앗을 얻었고, 계획에는 없었지만 아이들 모두 좋아해서 밭에 심 고 가꾸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서리. 사탕수수를 잘라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 단물이 나오는데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 다. 여기저기 사탕수수를 베어 간 흔적이 보이자 사탕수수와 함께 딸기까지 걱정된 아이들이 서둘러 당번을 정하고 보초를 서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유 혹 속에 눈치만 보는 아이들과 온 힘을 다해 지키려는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많 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 아이가 이 딸기 한 알을 따 서 한 입에 먹어 버린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학년 아이가 저지른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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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아이들이 사탕수수까지 모두 함께 나눠 먹 기로 결정하면서 007 작전을 방불케 하던 서리 사건도 금세 막을 내렸다.

08 내 오줌을 내가 먹는다고? 퇴비 만 들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은 서로 마주 보다가, 다 시 교사를 쳐다보다가 몇 번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 오줌을 모아 오라고?” “내 오줌을 내가 먹는다고?” 아이들로 하여금 당황스런 표정을 짓게 하고,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오줌.’ 그 더럽고 냄새 나는 것을 갑자기 병에 모아서 가져와야 하고, 게다 가 그 오줌을 자신들이 먹게 된다고 생각하니 불평과 불만, 의문과 의심이 터 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오줌을 모아서 가져와야 했던 이 유는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 그 오줌을 아이들이 먹는다는 말은 아이 들이 먹을 작물이 자신들의 오줌으로 만든 퇴비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는 것을 뜻했다. 씨를 뿌리고, 싹이 나고, 열매를 맺고, 먹을거리를 만들어 우리 배를 채우는 것에서 그만 끊어지는 순환 고리를 아이들의 오줌으로 만든 퇴비로 다시 이어 가려는 의도로 시작한 수업이었다. 주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바쁜 시기 가 지나간 6월 중에 퇴비를 만들기 시작한다.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작물 을 가꾸고, 수확하여 밥상에 올리는 이 수업 과정에 순환과 퇴비라는 주제가 처음 더해졌을 때 아이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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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 모아 와야 해?”

얼마만큼, 어떻게, 언제, 누가 모아 와야 하는지, 질문과 의견도 쏟아졌다. 더구나 여자아이들은 아주 거세게 반발했다. “남자애들은 편할 텐데 여자애들은 힘들단 말이야.” “그래도 남녀가 공평하게 모아 와야지.” 뜻하지 않게 남녀로 패가 갈려 치열한 공방과 함께 회의까지 했다. 회의 끝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그런데 어디에 모아?”

에 먼저 남자아이들만 모아 오기로 결정했다. 다 모은 오줌을 학교로 가져오는 것도 문제였다. 차 안에서 새기도 했고, 손 과 신발 같은 데 묻기도 했다. 또 교실에 둘 수 없어 페트병에 담아 텃밭에 모아 둔 오줌을 저학년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열어 보기도 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기어코 아이들은 오줌을 모아 와서 그해 농사에 이롭게 썼 다. 해가 거듭하면서 한약찌꺼기, 말똥 그리고 생태 뒷간까지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퇴비 만들기 수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의료 생협을 찾아가 한약찌꺼기를 얻어 올 수 있었고, 학교 근처에 있는 승마장도 찾아가 말똥을 수레에 실어 가져오기도 했다. “다 쓴 찌꺼기고 똥인데도 신기하게 냄새가 안 나.” “그냥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쓴 다는 게 신기해.” 처음 퇴비 수업을 할 때와 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며 아이들은 이 수업에 참여했 다. 학교 텃밭 옆 작은 공간에 퇴 비장도 만들어 그동안 얻어 온 한약찌꺼기와 말똥을 모아

오줌을 페트병에 모아 퇴비로 쓴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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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과정으로 단순히 순환이라는 주제만 배울 수 있었 던 것은 아니다. 가끔 아이들은 우리 학교 밭과 학교 둘레에 있는 밭을 비교하 곤 했는데, 농약과 화학비료를 쳐서 크고, 열매도 많이 달린 작물을 부러워하 기도 했다. 때문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작물 도 잘 자라게 하는 이 퇴비 만들기 수업은 매우 이로웠다.

09 같이 전해 주면 되잖아! 농산물 나누기

6월 초, 아이들의 손에 한가득 잎채소

가 들려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 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기특함과 대견 함, 고마움이 가득했다. 정성 들여 기르 고 기른 잎채소를 거둬들여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곳은 이웃 고물상. 텃밭에 필요한 물을 얻어 쓰기도 했던 고물상 에서 우리가 기르고 거둬들인 농산물 을 함께 나누는 뜻있는 시간이었다. “누가 전해 줄까?” “내가 줄래.” 아이들은 놀이라도 하듯 고구마를 캔다.

“싫어. 나도 줄 거야.” “그럼 같이 전해 주면 되잖아.”

고물상으로 가기 전, 서로 수확물을 손수 전하고 싶은 마음에 손을 치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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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했다. 아이들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은 고물상뿐 아니라 학교 옆 공장과 주 유소에도 농산물을 나누어 주며 나눔 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 간은 정성 들여 가꿔 온 작물을 거둬들 이고, 먹는 시간이지 않을까. 5, 6월에 는 잘 자란 잎채소를 뜯어 쌈을 싸 먹거 나 겉절이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고추 와 오이를 따서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한 다. 7월과 10월에는 땅속 감자와 고구 마를 캔다. 아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라

이웃 고물상 할머니가 농산물을 나눠받고 대견해하고 있다.

도 하듯 곳곳을 샅샅이 뒤진다. “이게 제일 크다.” “이건 너무 작아.” “이건 하트 모양이야.” “아, 부러졌다.” 마치 놀 이를 하듯 감자와 고구마를 캐기도 한다. 7월에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따 서는 아껴 먹으려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터지는 경우도 생기고, 몰래 다른 사람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 먹다가 회의가 소집되기도 한다. 11월, 속이 꽉 찬 배추를 거둬들여 두 팔에 하나씩 끼고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입 주변이 빨개지도록 생김치를 주워 먹어 가며 김장을 하기도 한다. 가끔 수확물이 시 원치 않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시간이다. “내가 먹어 본 토마토 중에 제일 맛있어.” “고추는 이렇게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먹어 보니깐 맛있네.” “김치는 매운데 자꾸 먹게 돼.” 어디서 돈 주고도 사 먹을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은 아이들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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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살펴보고, 만져 보고, 고랑을 따라 걷는 아이들 작물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

텃밭은 자라는 곳이다. 씨앗이 자라고,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그리고 아 이들이 자라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쌀 한 톨, 채소 한 잎, 열매 하나하나로 만 들어지는 밥상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이고, 한 사람이 삽질을 하면 다른 한 사람은 호미질을 하며 협동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땀 한 방울과 힘을 들 여 노동의 성취감과 보람을 배울 수 있는 곳이고, 우리 몸에서 나온 오줌과 똥 으로 퇴비를 만들면서 우리도 자연의 일부임을 배우는 곳이다. 그리고 작물과 아이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한 곳이 바로 텃밭이고, 그러한 것들을 담아내는 수업이 텃밭 가꾸기 수업이다. 산어린이학교에서 이제 텃밭 가꾸기 수업은 수업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이 된 듯하다. 학교 안 텃밭과 학교 밖 산어린이쑥쑥농장 * 에서 전교생이 모두 농사를 지으며 이 수업이 가져다주는 의미와 가치를 모두 함께 누리고 있다. 곳곳에서 작물들이 자라고 있고, 틈틈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작물들을 가꾸 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자라고 있다. 가끔 수업 아닌 시간에도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쉬 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같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텃밭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가끔씩 스스로 밭일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밭에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자라는 작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익어 가는 열매를 만져 보기도 하면서 고랑을 따라 천천히 걷기도 한다. 반드 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텃밭 안에서 편안하게 보고 만지고 걷는 아이

*

산어린이학교에서는 학교 앞에 버려져 있던 땅을 2012년부터 시에서 빌려 ‘산어린이쑥쑥농장’을 만들었다. 학교 텃밭보 다 몇 배나 더 큰 밭이 생겨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조그마한 텃밭을 한 곳씩 분양받아 함께 농사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교육 나눔

들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참 잘 어울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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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든다. 작은 텃밭 속의 작물과 아이. 어쩌면 이 수업을 하면서 가장 큰

싹이 자라고 열매가 자라고 아이가 자란다

성과는 그러한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시켜서 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텃밭으로 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꼭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이 이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다. 이것이 바로 산어린이학교 에서 하는 텃밭 가꾸기 수업인 것 같다. 이 수업을 하면서 밥상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고, 노동의 가치와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분업과 협업으로 공동체성을 기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제는 이 수업 속에서 ‘관계’ 라는 요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인간과 인간 의 관계 속에서는 갈등도 생기고, 상처도 주고받지만 인간과 작물, 더구나 아 이들과 작물은 어떠한 갈등도, 어떠한 상처도 없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그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편안하게 자랄 수 있었다.

가끔 수업 아닌 시간에도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은 작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익어 가는 열매를 만져 보기도 하면서 고랑을 따라 천천히 걷기도 한다. 반드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텃밭 안에서 편안하게 보고 만지고 걷는 아이들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만든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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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재주 있는 여자

<재주 있는 여자>는 재주 있는 한 여성이 자기 재주에 걸맞은 재주를 지닌 남 성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하루아침에 모시 세 필을 짜는 처녀가 있었어요. 처녀는 자기는 이 런 재주가 있으니 자기한테 걸맞은 재주를 지닌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해요. 남 성들이 이 여성한테 장가들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요? 아니, 웬만한 남성은 이 여성 눈에 차지 않겠지요. 재주 있는 남자는 나타나지 않고, 아버지는 딸을 시 집보내려고 마을에 방을 붙입니다. 남자들이 찾아오지만, 처녀는 콧방귀도 안 뀝니다. 이 여성의 결혼담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요.

이송희 달요대기. 어린이도서연구회와 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일하며 배웠다. 어린이와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문학 교육으로 옛날이야기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시골에서 텃밭 을 가꾸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옛이야기

랜 세월 끄덕 않고 자존감을 지켜 나가는 이야기가 어떻게 남성 지배 사회에 서 나왔지, 싶었거든요. 물론 이런 뜻이 담긴 옛날이야기는 많지만, 여자 스스 로 ‘나만큼 재주 있는 남자하고 결혼할 거야’ 하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이야기 는 그리 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놀랍고도 이상했어요. 그러다 그런 시대니

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구나 싶어, 참 놀라웠어요. 여성이 자기한테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기까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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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재주 있는 여자>를 봤을 때는 옛날이야기에 이런 이야기가 다 있

까 이런 이야기가 나왔겠지, 싶었어요. 이야기는 언제나 희망, 바람을 이야기 하니까, 결핍된 것을 채우려 만들어지니까 당연히 여성이 억압된 사회에서 나 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지, 싶었지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다 싶었어요. 옛날이야기가 꼭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나온 것은 아니잖아요? 옛날이야기의 배경 하면 우리는 인류의 역 사 가운데 어느 시기를 떠올릴까요? 옛날이야기 그림책을 보면 우리나라 옛 날이야기는 대부분 그 시대 배경이 조선 시대로 나와요. 그렇다면 정말 우리 나라 옛날이야기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그때 나온 이야기일까요? 그건 단 연코 아니지요. 어린이 그림책 작가의 얕은 상상력에 이럴 때는 가끔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렇게 철저하게 막아 버릴 수 있나, 누가 먼저 시 작했는지 모르지만 한 사람이 그 렇게 시작했다고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우리나라 옛날이 야기의 시대 배경을 무조 건 조선 시대로 만들어 버리나 싶어 화가 나거 든요. 모르지만, 이야 기가 만들어진 시기는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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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인류의 기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옛날이 야기에는 그 오랜 인류의 경험이 녹아 있을 거예요. 인류의 오랜 역사 가운데 모계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고, 현대는 남 성 중심 사회지만 실제 우리 일상은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나요? 대부분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자기중심으로 살아서 이야기를 나눌 줄 모르는 남 성들보다 인간관계를 잘 풀어 가고 이야기를 나눌 줄 여성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 싶어요. 생활이 어려울 때도 그 어려움을 이겨 내기 위 해 팔다리 다 걷어붙이고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들은 대부분 여 성들, 아줌마들이잖아요. 남성들은 권위 의식과 허세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 고 달려들지 못하지요. 권위와 허세 때문에 이것저것 다 가리는 남성들은 사 실 참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은 그 때문에 사람도 잘 만나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눌 줄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 우리 일상은 용 감한 여성,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여성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 이 들어요(제가 너무 남성을 비하하고 있나요?). 당연히 현실에서는 이런 여성들한 테 어울리는 남성이 흔치 않을 테니 여성이 자존감을 지키며 당당하게 자기 짝을 찾아가는 <재주 있는 여자> 이야기는 그리 놀랄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 당연한 이야기다 싶었어요.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재주 있는 여자> 이야기는 임석재가 채록한 열두 권짜리 옛날이야기 책(《한국구전설화》)에 딱 두 편만 나오 거든요. 아직 다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구비문학대계》 나 다른 책에서도 거의 볼 수 없어요. 그렇게 보면 이 이 야기는 기원이 그리 오래 된 이야기는 아니다 싶어요. 당연히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갈 시간이 모자랐 겠지요. 세 번 되풀이구조가 살아 있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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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치밀하게 짜여 있는 걸 봐도 그렇다 싶고요. 처음 제가 이 이야기를 본 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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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조선족 사회에서 출간한 옛날이야기 책에서였어요. 짜임새가 치밀하고, 당

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당한 여성의 모습이 대놓고 잘 나타나 있어서 현대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부러 만든 이야기인가, 의심도 했어요. 헌데 임석재 채록 본에 나온 걸 보고 그건 아 니다 싶었지요. 어찌 되었든 이 이야기는 그렇게 기원이 오래 된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데로 제 마음이 기울어졌어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남성 중심 사회 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 기라기보다는 바람에 가까운 이야기겠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사실 일상과 바람을 어떻게 딱 나누어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바람이 나오고, 바람은 다 시 일상이 되고 그런 거잖아요. <재주 있는 여자> 이야기의 배경이 어느 시대건 사람이 자기 짝을 찾 아가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참 험난하다 싶어 요. 더군다나 자기와 걸맞은 재주를 지닌 짝을 찾아가는 길이라니!

아버지가 방까지 붙였지만 장가들겠다는 남자가 없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 느라 몇 년 세월이 그냥 흘러갑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남성을 만나 보았지만 마음에 딱 차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루아침에 기와집 한 채를 짓는 재주가 있 다고 하는 남자한테 마음이 가기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문고리를 거꾸로 달아 놓은 걸 보고는 진정한 재주가 아니라고 퇴짜를 놓습니다. 하루아침에 벼룩 서 말을 잡아 코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에 줄줄이 매달아 놓는 재주가 있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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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남자한테도 솔깃하지만, 결국에는 그 서 말 벼룩 가운데 딱 한 마리를 코 가 아닌 모가지를 꿰어 말뚝에 매달아 놓은 걸 보고는 이도 진정한 재주가 아 니라며 차 버립니다. 얼마나 대단한 재주를 가졌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는 지,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참 혀를 내두를 만합니다. 이제 온 마을에 소문이 나고, 온 나라에 소문이 나서 이 처자한테 명함조차 내미는 남자도 없습니다. 웬만한 재주가 있다손 치더라도 퇴짜 맞을 게 뻔한 데 재주도 없는 주제에 명함을 들여 볼 만한 용기가 나겠어요? 남자들이 보기 보다는 용기도 없고 겁도 많잖아요. 그보다 소문만 듣고는 ‘그런 콧대 높은 건 방진 여자한테 뭣하러 장가들어!’ 하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남자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요. 결혼하면 남자들이 가장 잘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똑똑한 여자 하고 사는 게 아니야’라잖아요. 남자들은 자기 권위가 상할까 봐, 자기 소유물 로 만들지 못할까 봐, 사사건건 자기한테 훈수를 둘까 봐 재주 있는 이 처자한테 청혼할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서 말은 이렇게 폼 나게 하겠지요. “난 그렇게 콧대 높은 여자 싫어! 사람이 좀 겸손해야지!” 그러나 처녀는 사실 콧대가 높은 것도, 겸손하지 않 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자기와 어울리는 재주를 가진 남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지요. 그게 남다를 뿐이지요. 그 하나만 채우면 더 바 랄 게 없는데요. 그리고 그 재주가 어떤 재주인 지 사람들은 정 말 깊이 생각해 보았을까요? 베 짜는 재주가 무얼 뜻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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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뜻을 꺾고 현실과 타협할 만한데, 이 처자는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 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 뜻에 맞

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처녀는 늙어 갑니다. 이쯤 되면 보통 자

지 않는 사람과 사느니 죽는 게 낫다! 얼마나 절박하고, 얼마나 당당합니까? 얼마나 애틋하고 얼 마나 매력 넘칩니까? 그러나 얼마나 가슴 아픕니까? 이런 당당 한 여성한테 어울리는 남성이 없다니! 현실에 발붙일 수 없는 인물, 재주가 너무 뛰어나거나 너무 모자라서, 가진 게 너무 많거나 너무 없어서, 너무 똑똑하거나 너무 바보라서, 너무 행복하거 나 너무 불행해서 현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 이런 인물이 옛날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이 인물들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 아갑니다. 이들 때문에 세상은 새로 창조되고, 우리 삶은 한 단계 더 높은 곳으 로 나아갑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불온한 인간들, 외로운 인간들, 그들 이 옛날이야기의 주인공이고, 그들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 처자도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에서 자기 짝을 만날 수 있겠 지요. 처녀는 높은 산에 올라가 치마를 뒤집어쓰고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온 몸을 던져 천 길 낭떠러지를 지나 그 세상으로 갑니다. 자기한테 어울리는 짝 을 찾아가는 길인데 천 길 낭떠러지를 거쳐 가는 일쯤이야, 당연히 이겨 내야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불온한 인간들, 외로운 인간들, 그들이 옛날이야기의 주인공이고, 그들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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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지요. 그곳에서 처녀의 짝이 처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누군 지는 상관없어요. 옛날이야기의 화법대로 처녀한테 딱 맞는 사람, 딱 어울리 는 사람, 딱 그 사람인 사람이 꼭 필요한 순간에 떡 나타날 테니까요. 한 스님이 우연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처녀를 보고 절에 뛰어 들어가 낫 을 들고 대나무밭으로 달려갑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나무를 베어 가마솥 에 넣고 찐 다음 소쿠리를 짜서 처녀가 떨어지는 데로 뛰어옵니다. 마침 처녀 몸이 땅에 곤두박질치려던 참이었고, 스님은 딱 그 순간에 소쿠리로 처녀를 받습니다. 퍽 소리에 정신을 차린 처녀는 스님 말을 듣고 이 스님이야말로 자기 가 찾던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처녀는 스님한테 자기하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처녀는 하루아침에 기와집을 한 채 짓거나, 벼룩 서 말을 잡아 코를 줄줄이 꿸 수 있다고 허세를 떨지만 실제로는 남을 속이기만 하는 허황한 재주를 가 진 사람보다 이렇게 일상에서 꼭 필요할 걸 제때 만들어 쓸 줄 아는 재주를 지 닌 사람이 정말 진국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지요. 가장 뛰어난 재주는 바로 이런 재주가 아닐까요? 처녀가 가진 재주도 베를 짜는 재주니, 삶에 필요한 것 을 만들 줄 아는 재주잖아요. 그걸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요. 처녀는 헛된 영화를 바란 게 아니라 생활을 스스로 꾸릴 줄 아는 건강하고 성실한 남자를 찾 았던 것뿐인데, 사람들은 그 진정을 모르고 허세와 속임수로 꾀려 한 거지요. 세상에는 허황한 재주로 사람을 속이고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사람은 많지만, 소박하고 건강하게 삶을 꾸려 가는 재주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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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으니 천생연분 아니고 무엇입니까. <재주 있는 여자> 이야기는 굽히지 않고 온몸 을 던져 자기 뜻을 이룬 한 여성의 길고도 애틋한 드라마입니다. 당당함 안에 숨어

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다. 천생연분이네요. 쓸모 있는 재주를 가진 두 사람이 첫눈에 반해 같이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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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가 같이 살자는데 싫어할 중이 있을까요? 둘은 알콩달콩 잘 살았답니

있는 외로움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 었겠지만, 마침내 그 외로움을 보상받을 수 있을 만큼 뜻을 이루었네요.

옛날에 어떤 처녀가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모시를 세 필이나 짜는 재주가 있었대 요. 처녀는, 자기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모시를 세 필이나 짜는 재주가 있으니까 자 기만큼 재주 있는 사람한테만 시집을 가겠다고 했대요. 처녀 아버지가 듣고 보니 참 맞는 말이거든요. 아버지는 사윗감을 찾아 나섰어 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어디 흔해요? 하루아침에 모시 세 필을 짤 만큼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재주 있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냐고요? 아버지가 아무리 찾아도 재주 있는 총각은 없고, 시간은 자꾸 흘러갔어요. 이러

세상에는 허황한 재주로 사람을 속이고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사람은 많지만, 소박하고 건강하게 삶을 꾸려 가는 재주 있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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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는 딸이 시집도 못 가고 늙어 죽을 것 같아요. 아버지는 생각다 못해 마을에 방 을 붙였어요. 자기 딸이 하루에 모시 세 필을 짜는 재주가 있으니 이만큼 재주 있는 총각을 사위로 삼겠다고요. 그렇지만 방을 붙인다고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나요. 방을 붙인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안 찾아와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도 아무도 안 와요.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삼 년이 다 지나가려고 하는데도 누구 하나 장가 들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요. 방을 붙인 지 삼 년이 되기 딱 하루 전날, 드디어 어떤 총각이 찾아왔어요. 자기는 하루아침에 기와집 한 채를 짓는 재주가 있대요. 처녀는 정말 그런 재주가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기와집을 지어 보라고 했어요. 총각이 그런다고 했지요. 다음 날 새벽에 해가 뜨자마자 총각이 벌떡 일어나더니 산으로 후닥닥 뛰어가서 나무를 베서 톱으로 자르고 자귀로 깎고 대패로 밀고 하더니 아침 먹기 전에 세 칸 기와집을 포로롱 날아갈 듯이 지어 놓는 거예요. 처녀 아버지가 보니 기가 막히거든요. 딸한테 총각이 하루아침에 기와집 한 채를 짓는 재주가 있으니 결혼하라고 했어요. 처녀는 자기가 집을 검사해 보고 결정하겠 대요. 처녀가 이리저리 요리조리 살펴보니 포로롱 날아갈 듯한 세 칸 기와집을 정말 잘 지어 놓았거든요. 이만한 재주가 있는 사람도 드물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 간, 문고리 하나가 거꾸로 달린 게 눈에 떡 들어오잖아요. 처녀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문고리 하나 제대로 못 다는 이런 사람한테 어떻게 시집을 가냐고요. 처녀 아버지는 총각을 보내 버렸어요. 하루아침에 기와집 한 채 짓는 총각이 퇴짜 맞았다는 소문은 담을 넘고 산을 넘 어 온 나라에 퍼져 나갔어요. 또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도 처녀한테 장가들겠다고 찾아오는 남자 가 없어요.


옛이야기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석 달이 가도 아무도 안 찾아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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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고 삼 년이 다 가려고 하는데 장가들려는 남자는 코배기

모시 짜는 여자, 소쿠리 짜는 남자

도 안 보여요. 삼 년이 되기 딱 하루 전날 드디어 총각 하나가 찾아왔어요. 자기는 하루아침에 벼룩 서 말을 잡아서 코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에 줄줄이 매달아 놓는 재주가 있대 요. 처녀는 정말 그런 재주가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총각한테 벼룩 서 말을 잡아 코 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에 줄줄이 매달아 보라고 했어요. 총각이 그런다고 했지요. 다음 날 새벽에 해가 뜨자마자 총각이 벌떡 일어나더니 온 집안을 이리저리 요리 조리 깡충깡충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벼룩 서 말을 잡아 코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 에 줄줄이 매달아 놓았어요. 처녀 아버지가 보니 기가 막히거든요. 딸한테 총각이 하루아침에 벼룩 서 말을 잡아 코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에 줄줄이 매달아 놓는 재주가 있으니 결혼하라고 했 어요. 처녀는 확실하게 알아봐야 한다면서 자기가 살펴보겠다고 했어요. 처녀가 이리저리 요리조리 살펴보니 정말 벼룩 서 말을 코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 에 매달아 놓았거든요. 이만한 재주가 있는 사람도 드물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려 는 순간, 끝에서 두 번째 벼룩을 코가 아니라 목에 코뚜레를 꿰어 말뚝에 매달아 놓 은 게 눈에 떡 들어오잖아요. 처녀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코가 아니라 목에 코뚜 레를 꿰는 사람한테 어떻게 시집을 가겠냐고요. 처녀 아버지도 총각을 보내 버렸어 요. 벼룩 잡는 총각까지 퇴짜 맞았다는 소문은 담을 넘고 산을 넘어 온 나라에 퍼져 남자란 남자는 아무도 찾아오질 않았어요. 처녀는 자꾸 늙어 갔어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도 장가들겠다고 찾아오는 남자가 없는 거예요.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석 달이 가도 방을 보고 찾아오는 남자가 없어요.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고 내일이면 삼 년이 다 되는데 처녀한테 장가들겠다고 하 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어요.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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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가 생각해 보니 이 세상에는 자기한테 어울리는 재주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시집갈 생각은 말아야 하는 거잖아요. 시집도 못 가고 늙어 가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 집을 나와 높은 산에 올라가서 치마를 뒤집어 쓰고는 눈을 딱 감고 천 길 낭떠러지로 뛰어내렸어요. 그런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눈을 떠 보니 웬 스님이 자기를 소쿠리에 받아서 들고 있 어요. 하도 이상하고 요상해서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요. 스님은 자기가 시주 나갔다가 절에 돌아오는데 벼랑에서 사람이 떨어져서 후닥 닥 절로 뛰어 들어가서 낫을 들고 대나무밭으로 달려가서 대나무를 베다 가마솥에 쪄서 소쿠리를 만들어 가지고 번개처럼 뛰어와 받았다는 거예요. 처녀가 스님 말을 들으니까 딱 이 사람이다 싶거든요. 하루아침에 기와집 한 채 짓는 재주나, 하루아침에 벼룩 서 말을 잡아 코를 꿰뚫어 말뚝에 줄줄이 매달아 놓 는 재주보다 이렇게 소쿠리가 딱 필요한 순간에 소쿠리를 만들어 와서 죽는 사람 살 리는 재주가 진짜 재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스님한테 자기하고 같이 살자 고 했어요. 자기는 하루아침에 모시를 세 필 짜는데, 거기 어울리는 재주 있는 사람 을 찾아다녔다고요. 그런데 그런 남자가 없어서 죽으려 했다고요. 스님이 처녀가 같이 살자는데 싫다고 하겠어요? 얼른 좋다고 하고는 둘이 혼인해 서 잘 살았대요. 모시 짜는 여자와 소쿠리 만드는 남자가 만났으니 날마다 깨소금 쏟아지듯 모시와 소쿠리가 줄줄이 쏟아지겠네요.

이 글은《한국구전설화》3권 287쪽, 8권 204쪽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시 썼습니다. 그림은《재주 있는 처녀》(김향금 글, 이수진 그림, 시공주니어)에서 나들이해왔습니다.


작은 우주

두레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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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등빨간뿔노린재입니다. 세밀화를 그릴 때 살아 있는 곤충은 그리기 어려워 주로 사진을 보고 합니다. 형태를 잡고 색연필로 색을 담을 때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어려운 상황이 닥쳐 올 때면 이 그림을 잠깐 꺼내 보고 힘을 얻습니다. 공동육아 선생님들, 모두 힘내세요! 박재형 두레박. 서울 동글동글어린이집 교사

공동육아 통권 109호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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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날적이에는 터전에서, 가정에서 아이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자라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를 두고 교사와 부모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 또한 보입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교육 일기’라 할 수 있지요. 공동육아에서 날적이를 만든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제대로 기록하자는 뜻에서 이번 호부터 ‘날적이’ 꼭지를 마련했어요. 많이 관심 기울여 주시고, 함께 보고 싶은 우리 아이의 날적이가 있으면 편집부로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재현이의 날적이를 싣습니다. 재현이는 19개월부터 일곱 살까지인

2005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서울 우리어린이집에서 자랐습니다.


날적이

재현아, 내일은 엄마랑 웃으면서 헤어지자

재현이는 엄마가 가시고 난 뒤 엄지 품에 안겨 터전 이곳 저곳을 살폈다. “엄마~” “엄마 일하러 가셨어” 하고 말하니 더욱 “엄마~” 하며 운다. 재현이를 안고 마당으로 나가니 금세 눈물 뚝. “재현아, 엄마 차가 없네! 엄마 일하고 금방 온다? 아니

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터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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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9일 불 날에

일찍 온다고 했어.” “엄마~~~~~~.” “잉?”(엄마 외에 나머지 말들은 뭐라고 했는지 잘 못 알아들음) 석주, 석준이와 재현이는 점퍼를 챙겨 입고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재현이는 모래놀이를 많이 해 보지 않 았는지 선뜻 모래를 만지지 않는다. “재현아, 우리 여기다 밥상을 차려 보자” 하니 그제야 모래밭으로 들어온다. 한 30분쯤 놀았을까? 재현이가 “추오, 추오

” 하며 현관

문 쪽으로 간다. “이제 그만 놀래?!” 물으니 고개를 끄덕 끄덕. 모래놀이를 짧게 하고 나서 터전 안으로 들어와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꽃잎이 주시는 딸기 한 입 입

배한

맛있게도 먹는다. 재현이 엄마 말씀대로 어린이집

생활을 해서인지 제법 적응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예 쁘다. 맛있는 점심밥. 어제 모습과 달리 밥을 잘 먹는다. 밥 먹 다가 움직이는 모습도 없고

. 공동육아 통권 109호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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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보고 놀다가 1시 40분쯤 잠을 자러 석주, 석준이 와 눕는데 그제야 엄마 생각이 나나 보다. 큰 목소리도 아 닌 작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엄마~” 하며 누워 있다. 엄 지가 자장가 노래를 불러 주니 조금씩 눈이 껌벅~껌벅 금 세 잠이 든다. 50분 후, 조금은 터전이 낯설었는지 깊이 자지 못하고

깬다. “재현아, 내일은 엄마랑 웃으면서 헤어지자.”

안녕하세요

재현이의 첫 번째 날적이를 쓰게 되어 무지무지 기쁘고 설레 기도 합니다. 우리 재현이의 추억을 이 날적이에 많이많이 담 았으면 좋겠고요. 재현이 엄마, 아빠와도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재현이가 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9시 반에 잠드는 걸 보니 오늘 터전에서 재밌게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19개월 들어서면서 9시 전후로 잠들 던 습관이 10~11시로 바뀌었는데, 오늘은 일찍 잠들었 으니 말이지요. 게다가 점심도 많이 잘 먹었다고 하시고. 저녁에도 평소보다 많이 먹고 딸기도 혼자서 8개를 먹었 답니다. 역시 공동육아 터전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듯해요. 아침에 재현이의 불안한 모습을 보고 조금 걱정이 되기 도 했지만 엄지, 별님이 계시고, 재현이도 곧 익숙해지리


날적이

라는 믿음에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는 않았답니다.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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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를 보니 제 믿음이 그릇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며

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칠은 엄마랑 헤어질 때 울음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재현이 는 금세 익숙해질 거예요. 그때까지 자~알 달래 주세요. 그나저나 나들이 나갈 때면 석주, 석준, 재현이를 어떻 게 챙기실지

. 다른 건 몰라도 나들이 다니기가 엄지,

별님이 힘드실 거 같아요. 재현이는 아시다시피 바깥놀이 가 익숙하지 않답니다. 백일 이후부터 15개월 정도까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촌 형아랑 같이 키워 주셨고, 15개 월부터 지난주까지 영아 전담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어리 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기도 해서 모래놀이라든가 산 에 간다든가 할 기회는 거의 없었거든요. 한 한 달여쯤 전 부터 제가 퇴근하고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가까운 시장이 나 개천가를 다니긴 했지만, 아직 날씨도 덜 풀린 것 같고, 신발 신고 오래 걷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좀 걱정이

되네요. 이틀을 제가 재현이 대하는 모습을 보셨을 텐데요, 엄 지, 별님 보시기에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아이들 에 비해 어리기 때문에 재현이를 더 챙겼는데 그게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

예를 들어 어제 점심 먹을 때 재현이가 두세 숟가락 남기 고 딴청 피웠잖아요. 그때 제가 책 가져오라고 해서 다 먹 이긴 했는데 순식간에 아이들이 흐트러져서

. 하여

간 터전에서 엄지, 별님이 하시는 방식이 있으실 텐데 제 가 집에서 하는 방식과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점은 제 공동육아 통권 109호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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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꼭 전달해 주시기 바래요. 일관성 있게 대해 주어야 재 현이도 헷갈리지 않을 테니 후후

.

이렇게 날적이를 적으니 좋네요. 재현이의 모

습이 눈에 선해요. 제가 아는 재현이가 다른 사람과의 관 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는지 궁금하고 기대도 된답니 다. 여리게 생긴 것 같은데도 성질(?)이 있더라고 하셨죠? 지금까지 막내 노릇만 했는데 터전에서도 막내라 그런 고 집은 쉽게 못 고칠 것 같아요. 그것도 자아 성장 과정의 일 부이니 귀엽게 봐 주셔야 할 것 같구요. 앞으로 기대가 많 습니다. 터전에 대해서, 재현이에 대해서, 엄지와 별님에 대해서

. 잘 부탁드려요~.

추신, 햇님이랑 곰돌이가 너무 이뻐요. 재현이도 자랑 스러워하고 좋아하네요(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 듯……).

2005년 4월 7일 나무날에 터전에서

재현아, 차근차근 우리 친해지자

자꾸자꾸 눈물로 이야기하는 재현이

. 조금만 스쳐

지나가도 재현이는 “으앙~” 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밀 거나 조금 스친 아이들을 가리킨다. 도글이들도 석주, 석 준이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재현이가 크게 울어 버 리니 당황해하기도 한다. “재현아, 너를 일부러 밀거나 한 게 아니야. 지나가다가 그런 것인데

” 말해도 눈물바

다다. “그래 석주야, 너가 지나가다 밀어서 재현이가 조금 속상했나 보다

. 석주가 미안해, 해 주자” 하니 석주


날적이

가 재현이 머리를 만지며 “미안해” 한다. 그제야 맘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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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지 눈물을 그친다. 오늘 하루 재현이 눈물을 받았으

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면 유리컵 한 잔쯤? 나왔을 것이다(너무 과장했나?!). 아무 래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직도 터전이 낯설어서 그런 거겠지. ‘터전 어른들은 재현이가 천천히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 줄 테니까 재현아,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 겠다

. 차근차근 우리 친해지자. 엄지가.’

안녕하세요?!

오늘 재현이와 석주가 한바탕? 아니 재현이가 석주를 못마땅 하게 여겼는지 석주가 다가와도 자꾸자꾸 때리네요(아무 행동 도 안 했는데……). 재현이가 경계심을 넘어 석주를 자꾸 때리니

어른들이 재현이에게 “그러지 마…… 안 돼……” 하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석주, 석준, 재현이가 좀 더 편안하게 친해질 그날을 기다리며……. 참, 오늘 재현이는 도글이들과 함께 낮 잠을 잤어요. 그래서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한두 시간 조 금 못 되게 잠을 잘 잤습니다. 떡 맛있게 먹었습니다.

집에서

크는 과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재현이가 오늘 기분이 별로였던 듯합니다. 집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시장에 같이 갔는데, 걷질 않고 안아 달라고 하 더군요. 힘들 때 그러는데

. 좀 있다가 귤을 사 주어

들고 가게 했더니 그제야 신이 나서 걸어갔어요. 오늘 나 들이를 안 간 것 같던데 그래서인지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하고 도망 다니다가 겨우겨우 데리고 들어왔네요. 그런 공동육아 통권 109호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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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귤 달라고 찡찡

베드테이블을 간식 먹을 때 쓰는

데 저만치 치웠다고 찡찡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텔레비전 켜 달라고 찡찡

계속 화를 내더군요.

재현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나 봐요. 보통 순한 편인데, 물건을 집어던지고 석주도 때리고 그러는 걸 보면

. 짜증 내는 모습을 보여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엄마가 자기를 떼 놓고, 그것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 떼 놓 고 가서 화가 난 것 같아요. 더구나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조금만 닿아도 짜증이 나는 건 아닐까

.집

에서도 지나가다 의자 모서리에 닿으면 울음소리를 내며 의자를 가리키곤 했거든요. 최대한 들어주고 안아 주고 달래 주었어요. 대개의 아이들이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 서 위로받고 싶어 한다고 해요. 특히 공동육 아처럼 어릴 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강 조하는 곳에서는 더더욱 스트레스 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서 등원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 같은 경우 집에서 조금 난폭해지 곤 해서 부모들이 터전 생활을 불 안해하는 경우도 있었대요. 재 현이도 아마 그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석주, 석준이한테 는, 도글이들에게도 미안 하지만 적응하는 과정에


날적이

서, 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니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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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주었으면, 바래 봅니다.

다른 관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재현이가 등원한 지 날수로 8일을 지냈는데요,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재현이는 아직 어금니가 없습니다. 아래위 8개씩 이빨 이 16개예요. 그래서 씹는 걸 잘 못 하지요.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녹두, 찹쌀현미, 백미를 섞어서 약간 질게 해서 먹거든요. 그런데 터전에서 먹는 밥은 재현이가 먹기 힘 든 밥인 것 같아요. 그동안 터전에서 응가를 한 적 있는지 모르겠는데, 집에서 응가를 할 때 보면 먹은 게 그대로 나 와요. 오늘은 심지어 표면이 깨끗하게 보존된 팥 알갱이 들이 보이더라구요. 아무래도 터전에서 먹는 밥은 재현이 의 이빨 상태나 소화 장기에 비해 너무 거친 것 같아요. 현 미나 잡곡밥이 몸에 좋은 것이긴 하지만, 소화 장기가 미 처 성숙하지 못한 영아들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습 니다. 나중에 방 모임이 있을 때 다른 분들께도 한번 물어 보고 싶구요, 꽃잎에게도 여쭤 볼까 하다가 먼저 날적이에 적어 봅니다. 엄지가 꽃잎에게 먼저 물어봐 주셨으면 해 요. 부탁드릴게요. 재현이가 이 날적이 노트를 무척 좋아해요. 그저께는 “잠깐만 들고 있어~” “응” 했는데 아무리 달라고 해도 “안 돼!” 하고 껴안고 있더군요. 이 노트를 무엇이라고 생 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후후

아까 터전에서도 “날적

이 꺼내 와” 했을 때도 정확히 자기 것을 가져오는 걸 보면 앞 그림을 잘 외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공동육아 통권 109호


학교 이야기

지역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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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일루 와요! 여기 앉아요! “선생님, 일루 와요! 여기 앉아요!” 여동생 아이가 옆자리를 가리킨다. “아니에요! 여기 앉아요! 여기!” 오빠도 질세라 얼른 소리를 지른다. 두 남매가 자기 옆자리를 두고 연신 같이 앉자며 손을 흔든 다. 다른 데가 아니라 꼭 여기 앉아야 한다는 뜻으로 의자를 탁탁 치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 짝을 짓거나 홀로 버스 안에 자리를 잡는다. 몇몇이 혼자 앉은 모습이 보이지 만, 제 것이라도 되는 양 교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두 아 성태숙 구로파랑새 나눔터 지역아동 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교사를 부르지 않는다. “싫어! 선생님, 여기 앉을 거죠?” 참! 부끄럽게도 나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나를


지역 공동체

차지하는 게 뭐라도 되는 양 서로 기를 쓰고 싸우는 것을 보니 황송해서 몸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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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를 모를 지경이다. ‘이렇게 사랑해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냥 두 분이

학교 이야기

사이좋게 앉아 가시면 좋겠는데…….’ 오늘은 두 분이 어째 아무도 짝을 못 찾 고 이리 나를 불러대는지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서도 불타오르는 전의(戰意)를 감지하고 얼른 여동생 옆에 자리를 잡았다. 순간 판세는 곧 가름이 낫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금방 혀라도 빼 내밀 듯이 구는 여동생을 안전벨트를 매 준다는 구실로 온몸으로 막다시피 덮쳤다. “아 ~ㄴ~안, 저~ㄴ~전, 베~ㄹ~벨, 뜨~으!” 하고 무슨 오뉴월에 늘어진 테이 프에서나 날 법한 소리를 질러 가며 안전벨트를 매고 있으려니, 여기저기서 이 게 웬 떡이냐 하고 눈이 번쩍 뜨인 아이들이 한 번 더 해보라 성화를 지른다. 그 냥 한 번 웃어 주시면 이게 먹히나 안 먹히나 하고 그냥 또 해 봤을 텐데, 모두 가 또 해 보라고 성화를 부리니 괜히 살짝 민망스러웠다. 통로를 돌아다니며 “아~ㄴ~안, 저~ㄴ~전, 베~ㄹ~벨, 뜨~으!” 하고 몇 번을 외치다 혼자 괜 스레 계면쩍어져서 그만둔다. 시킨다고 하려니까 괜히 부끄러운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또 해 봐요! 또!” 하고 성화다. 하지만 이젠 못 한다. 벌 써 부끄러워졌단 말이다. 자리다툼을 알고 다른 기관 선생님 한 분이 오빠 옆에 앉아 일단 버스가 출 발하는 걸 도왔다. 아침밥을 먹고 온 아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남매 는 오늘 엄마가 약속 장소까지 데리고 오기도 하였고, 간식으로 과자도 가지 고 왔으니 형편이 나은 셈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엄마는 두 아이를 나란히 앉 혀 달라고 했다. 오빠 가방에 간식이 다 들어 있으니 둘이 나란히 앉아야 나누 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여동생은 과자 봉지

놀아난 것이지만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여동생도, 나도 이 사실을 까맣게 모 르고 있었다.

선생님, 일루 와요!

하나와 음료수 한 병을 들고 따로 앉아서 이 사단이다. 음흉한 오빠 손아귀에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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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으면 나 화낸다요! 물론 나도 아침을 못 먹었다. 아이가 제 먹던 과자 하나를 내밀며 먹으란다. 나 도 좋아하는 바삭바삭하고 짭조름한 맛이 나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남미 음 식을 본떠 만든 바로 그 과자다. 한자리에 앉아서 한 봉지를 다 해치워도 늘 미 진했던 바로 그 과자다. 그걸 내게 내밀고 있다, 비록 한 조각이지만……. 나는 살짝 흥분했다. 이 아이가 뭔가 먹을 걸 내게 내밀 때 나는 늘 살짝 흥 분된다. 그건 아마도 첫 만남이 너무도 흉흉스러워 차마 이런 날까지를 예상 하지 못한 탓이 크다. 아이 엄마가 셋째를 낳았다고 해서 보러 간 날 늦은 아침 결에 부스스 일어나 날 바라보던 아이의 멀건 눈빛은 결코 쉬이 잊히지 않을 만한 것이었다. 지역 기관의 도움으로 방을 마련하여 친구 부부의 단칸방에 네 식구가 기거 하던 생활을 청산하고, 기초 생활 수급 대상으로 지정이 되어 한시름 놓았다 했을 때 아이 부모가 한 첫 번째 일이 아이를 낳는 것이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모두가 말리고 싶은 출산이었다. 부모가 되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고 정해 놓은 법은 하늘 아래 없는 줄 잘 안다. 하지만 아이를 둘이나 낳아 놓 고 남편과 맘이 안 맞는다고 애를 두고 나간 엄마나, 그런 아이들을 나는 못 돌 본다며 바로 시설에 맡긴 아빠가 어느 틈에 사람이 변했다고 또 아이를 갖겠 다는 것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렇게 맡긴 아이들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아온 지 채 1년도 안 되 는 시점이다. 태어나 근 백일 만에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제 어미 품을 한 번도 온전히 차지해 보지 못한 채 새 동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시설에서 부터 심했다는 야뇨증에 엄마가 기겁을 하는 바람에 아이는 더더욱 곁을 차지 하지 못하고 제 어미 둘레를 맴돌며 눈치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사는 형편처럼 마음도 어수선한지 아이는 영 마음을 못 잡는 눈치였고, 사 납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고 화가 잔뜩 나기도 하고 겁을 집어먹은 것 같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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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으로 늘 어수선하게 굴었다. 그런 아이를 결국 어린이집에서 못 본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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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우리 파랑새에서 생전 처음으로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

학교 이야기

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간간이 있다고 하는 아동학대가 혹시나 또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 여 아이를 좀 더 부모에게서 떼 놓을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이런저런 문제로 더 이상 아이를 돌보는 게 도저히 어렵 겠다고 하여 온전히 파랑새에서 돌보게 된 것이다. 그런 대접이나 받는 아이였던지라 지금껏 관계를 쌓아 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사랑하는 일 따위는 아이에게 사치스런 말처럼 보였다. 아이는 먹고, 감추고, 눈치를 보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따라 여 기저기 산만하게 뛰어다니기 바빴다. 먹고, 또 먹고, 또 먹으려 들었다. 마치 제 스스로가 제 자신의 어미가 되어 가여운 제 자신을 먹이는 것으로 보일 만 큼 먹으려 들었고, 스스로를 먹이려 들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 이만큼 자라 제 입에 들어갈 것을 굳이 내 입에 넣어 주려고 애 쓰는 모습을 보니 그 건강함과 여유로움에 마음이 아프도록 들뜬다.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고 고마워지는 마음이 뜨겁다. “안 돼! 나 못 먹어. 우리 엄마가 과자 그만 먹으래!” 굳이 과자를 입에 넣어 주려는 아이 옆에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흔든다. “왜요? 그래도 먹어요! 안 먹으면, 나 화낸다요!” 안 먹겠다고 하니 꼭 먹이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것인지 아이도 성화가 났 다. 이 맛있는 걸 두고 왜 저러나 싶은가 보다. 구박받아도 뭐라도 하나 제 입에

절하니 어처구니없는 모양이다. 제 딴에는 큰 선심을 쓰는 것인데 말이다.

선생님, 일루 와요!

넣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리 선선히 주는데도 먹을 것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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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먹어! 물론 받아먹고 말까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서너 개 받아먹고 으쓱 거리도록 두고 말까 잠시 고민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공연히 내가 예민해진 다. 먹는 것 그것 하나에 사족을 못 쓰는 우리 인생이 괜히 서럽다는 생각이 드 는 까닭이다. 물론 아이들은 모두가 조금씩은 다 그럴 것이다. 먹는 것에 유독 탐을 내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고, 오히려 맛있는 것에 무심한 아이가 있다면 그를 눈여겨보는 것이 맞다. 그만큼 먹는 일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그 러니 그 중요한 일에 공연히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사랑이나 관심을 못 받은 아이들은 유난스레 먹을 것에 매달리는 경 우가 흔하다. 발달이 정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이들 역시 포만감 같은 신호를 잘 느끼지 못해서, 그야말로 먹고 토하거나 아니면 탈이 날 정도로 많 이 먹으려 들기도 한다. 먹을 것을 중심으로 무엇이든 챙겨 놓고, 감춰 놓고, 더 달라고 조르고, 왜 나만 안 주느냐고 지레 삐지고 실쭉거리고 토라지는 일 이 부지기수다. “잠깐만”이라든지 “기다려”라는 말은 마치 “없어”나 “넌 안 줄 거야”로 들리는 것만 같다. 이런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소리가 “나만!”이 다. 물론 이 모두가 제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이 제일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아까 말처럼 좀 더 욕심을 내는 아이들이 어찌 없을까마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먹을 것이나 물건이 넉넉한 줄 알면 절대 보채지 않는다. 마찬가 지로 저한테도 틀림없는 몫이 있으니 기다리면 된다는 믿음이 있으면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세 끼 밥을 어찌 얻어먹어야 하나 늘 눈치를 봐야 하고, 남들 먹는 것이나 남들 자기고 노는 것 하나를 얻어 내려면 기를 써야 하는 처지에 서는 과연 저도 줄까, 안 줄까 하는 문제에 날 선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어 른들 처지에서는 좀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줄까 싶고, 준비했던 것이 좀 모 자라면 안 그래도 미안한데 옆에서 설레발을 치니 어른들은 더 겸연쩍어 공연 히 성질도 내게 된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마음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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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서 그러는가 보다 하고 그때부터 저쪽에서 슬슬 눈치를 보며 혼자 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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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다. 그 꼴을 뻔히 아는 어른들은 또 공연히 이게 뭔가 싶어 버럭 소리까지 질

학교 이야기

러 버린다. 다 보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곧잘 제 손아귀에 쥔 것만 있으면 이러니저러니 휘두르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넣어 주는 것을 한입 베어 물고 “고마 워! 정말 잘 먹었어.” 하고 베푼 은혜에 깜박 죽는 시늉도 하기도 한다. 넉살 좋 은 아이들이나, 관계에서 힘이 많은 아이들은 “나 한입만!”이라든지 “잠깐만 해 볼게” 하는 말로 요술같이 다른 아이들 손아귀에 있는 것을 빼앗아 온다. 그러나 아이들 사이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아이들은 감히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그러니 늘 먹어야 하는 아이들은 허덕거리는 일이 더 많다. 겨우 교사들한테 나 와서 행패도 부리고 투정도 부린다. 이 아이들은 지금 나와 함께 자라는 아 이들이다. 그런 아이를 위해 나는 결사적으로 참는다. 아침밥도 못 먹어 주린 배를 안 고 눈앞에 춤추는 과자를 피해 도리질한다. 오랜만에 제 몫의 과자와 음료수 가 안겨 준 아이의 여유로움이 조금이라도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너도 참을 수 있어! 그러나 거기에 한 조각도 받아먹지 않으려 실랑이를 벌인 까닭이 따로 또 있었 다. 이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필요한 순간에 도리질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자 하나를 두고 그런 뜻을 담는 것이 너무 과한 줄을 모 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걸 더 잘 깨달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 하는 줄 알겠니?’ 하는 말 대신 ‘그래, 참아라! 참아! 너도 참을 수 있어!’ 하며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선생님, 일루 와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도리질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것 봐라. 선생님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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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내미는 과자뿐이겠는가? 아이가 내미는 많은 것들이 참아야 하는 것 들이다. 아이가 내미는 불안과 불신, 미움과 원망, 오해와 억측…… 참아야 하는 것들은 많고 많다. 게다가 어찌 나만 참겠는가? 아이는 세월과 세상을 참고 있다. 그런 순간들을 넘어 오늘 우리는 작은 과자 조각을 나누고 있다. 참 는 것을 넘어 나누는 사이로, 나누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사이로 가는 길 에 함께하고 있다. 길은 울퉁불퉁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용기를 내어 길에 오 른다. “선생님, 일루 와요!” 하고 저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공동육아 저소득 기금에 후원해 주세요! 저소득 기금은 우리 사회의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공동육아의 지역 공동체 학교와 교사 교육, 공동 캠프, 교육 활동 들을 지원하는 데 씁니다. 계좌이체와 네이버 해피로그 후원(happylog.naver.com/gongdong)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 02-323-0520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야기 마을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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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이야기

즐거운어린이집의 공동육아 활성화 방안

즐거운어린이집은 1997년 광진구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 가운데 공동육아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었어요. 현재 조합원은 26가구이며, 어린이집에 나오는

아이들은 30명입니다.

의 삶을 늘 고민하고 있으나 천성이 게으른 탓에 모순된 삶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정혜령 다람쥐. 서울 광진 즐거운어린이집과 마법방과후에서 두 딸을 5년째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대안 교육과 대안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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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

마을을 살맛나는 곳으로

벌써 우리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2년 전 큰아이가 광진 지 역의 즐거운어린이집을 졸업할 무렵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주기 위해 참 부지런히 여러 학교 정보를 모으며, 쉽게 결정내리지 못해 여기저기 한참 동안 기웃거렸지요. 하지만 오랜 방황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꽤나 간단했어요. 이렇게 학교를 찾아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아이가 상급 학교로 올라갈 때마다 이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 생 활은 상상만 해도 좀 힘들었어요. 그렇게 우리 식구는 동네를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돌이켜보니 지난 시간 동안 늘 마음 한 켠에서는 아이들 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나면 이곳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린이집을 우리 삶을 이루는 근거가 되라는 의미에서 터 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 식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


마을 공동체

까지 공유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언제든지 필요하면 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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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곳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나의 부끄러운 속마음을

이야기

직면하고 나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더디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정 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아이들과 함께 살맛 나는 삶의 터전으로 가꿔 보자는 꿈. 그 꿈이 당장 내 아이를 위한 일은 아니 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뜻만 있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암담한 상황 속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은아이가 다니는 즐거운어린이집과 큰아이의 마법방과후 조 합에 차례로 힘든 일들이 생겼고 그 문제들이 풀리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이 들어갔어요. 두 조합에서 몇 달씩 시차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꾀하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어요. 그러던 지난 해 가을,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 가운데 돌봄 사업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고,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즐거운어린이집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즐거운어린이집의 전체 회의에서 전체 조합원들과 이 사실을 공유하고, 몇 몇 조합원들이 모여 제안서를 작성했지요. 다행히 선정되었습니다. 사업은 새 로운 일을 많이 벌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껏 공동 육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놀이며 행사를 지역의 아이들과 함 께 나눌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기로요.

하려니 이것저것 어려움들이 불거졌습니다. 솔직히 마을 사업 내용을 조합원 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한 게 아니라서 조합원들은 서로 다른 꿈을 꾸 고 있었고, 조합 안에서 이 사업을 위해 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 정해지지 않아 서 누가 책임지고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런저런 사 업을 하겠다고 제안서를 내서 지원금을 받았는데 과연 그 많은 일들을 즐거운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전체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 사안이지만 막상 선정이 되고 나서 사업을 시작

공동육아 통권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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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시간만 흘렀습 니다. 돌이켜 보니 지난해 석 달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마을 사업도 하기 위해 조합의 질서를 잡아 간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을 거쳐 2013년 부터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긴급돌봄사업

몽골 식구와 한 식구 되기 가장 먼저 어린이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긴급돌봄사업(저소득층이나 위기 가정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돌보는 일)을 제안했습니다. 출자금

이며 기부금이며 입학금 따위로 경제 부담이 큰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운영이 라는 현실 문제로 문턱 낮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동육아 활성화 방 안 사업으로 문턱을 낮추는 일부터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장 긴급 돌봄 대상자 선정 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치더라고요. 많은 대상자를 선정하여 정해진 짧은 기간 동안에만 돌봐 줄 것인지, 아니면 수는 적지만 안정감 있게 오랜 기간 보육을 할 대상자를 선정할 것인지 조합원의 의견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즐거 운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생활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논의가 필요했습니 다. 결국 몇몇 아이들을 선정하여 안정감 있게 보육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또 처음에는 저소득층 자녀나 결혼 이주 여성 가족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 고자 계획했는데 서울시 담당자 의견은 달랐습니다. 이중 지원이 되는 대상자 를 선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다시 서울시와 논의해서 법적으로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를 선정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결정하고 나서 대상자를 찾아보려니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했습니


마을 공동체

다. 그러던 중 대표교사 열매가 즐거운어린이집에서 가까운 광장동에 재한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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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학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야기

부모 모두 몽골인인 가정의 여자아이를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어요. 아이를 새 식구로 맞았지만, 부모의 상황이 법적으로 불안하고 또 아직까 지는 조합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기에 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 아마를 하면서 아이들이 지내는 모습을 보니 선입견을 가지고 이런저런 판단을 하고 가늠을 하는 것은 어른들이지 아이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이 들끼리 허물없이 어찌나 잘 지내는지,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의 세상을 나누고 갈라놓는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이라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조합에 남은 숙제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얻어 그 식구와 조합원들이 어떻게 함께 어울릴 것인지 방법을 찾는 일인 듯합니다. 물 론 이 일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듯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대보름 행사와 단오제 다음은 오랜 기간 우리끼리만 해 왔던 대보름 행사며 단오제를 열린 공간에서

미 지난해부터 중심에 두고 노력해 온 일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이번 단오제, ‘아차산, 단오로 통하다’는 광진 지역 공동육아 조합인 산들어린이집, 즐거운 어린이집, 마법방과후 세 곳과 아차산교육공동체 ‘누구나 꽃’을 중심으로 광 진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치렀습니다. 광진지역풍물패연합 모임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놀이마당, 참여 마당, 먹을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주최하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마을 잔치로 바꿨습니다. 이것은 이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마을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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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마당 그리고 공연으로 나누어 단오 행사를 했습니다. 놀이마당에서는 굴렁쇠 굴리기부터 고무줄놀이까지 전래 놀이 열두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도 록 했고, 참여 마당에서는 단오부채와 장명루 만들기, 수건에 문양 찍기를 할 수 있는 부스 일곱 개를 준비하여 아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 요. 단오부채와 장명루, 재활용품을 이용한 보조 가방 만들기는 아차산토요 숲놀이터,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 희년의 집과 광진지역자활센터에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먹을거리 마당에서는 쑥개떡과 익모초를 준비하여 더운 날 행사 에 참여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출출함을 달래 주었습니다. 꿈터의 택견 공연과 겨루기 시연, 산들어린이집 아빠들의 사자춤 공연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 았습니다. 또 참여 마당과 놀이마당에 다섯 번 이상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작 은 기념품을 나눠 주었습니다. 150개 남짓 준비한 기념품은 예상보다 일찍 동 이 났습니다. 운영하는 데 아쉬운 점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지난해에 이어 마을 사람과 함께하는 단오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부족한 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 다. 홍보 기간이 아주 짧았다는 점, 행사를 주최하는 공동육아 조합 쪽과 행

택견 공연과 겨루기 시연 모습


마을 공동체

사에 수동으로 참여하는 쪽이 나뉘어 있었다는 점, 공동육아 조합 세 곳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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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전체 참여 인원 가운데 많은 수를 차지하다 보니 개인으로 참여한 주민

이야기

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겠다는 점, 주민과 함께 어우러지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부족했다는 점 들이 아쉬움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더욱 세심하게 준비하면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테지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광진 지역의 공동육아 조합인 산들어린 이집, 즐거운어린이집, 마법방과후 세 곳과 교육공동체 누구나 꽃이 모두 어 려운 내부 사정을 미뤄 두고 단오제 행사를 함께 준비하고 치러 낸 것은 나름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이상으로 조 합의 이해를 넘어서서 든든하게 연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꿈터방과후, 광진지역자활센터, 희년의 집, 토요숲놀이터, 광진지역연합 풍물패 같은 지역의 다른 모임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도 작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오제 행사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기분 좋은 성 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참여자들의 평도 나름 좋았습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내년의 단오제는 올해와는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다른, 더 나은 단오제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곧 희망 이지 않을까 합니다.

생태 장난감 미술관 운영 즐거운어린이집은 보육이 없는 토요일에 생태 장난감 미술관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생태 장난감 미술관이란 어린이집의 마당을 마을 아이들에게 개방 하여 공동육아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생태 장난감을 아빠들과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어린이집을 열고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마을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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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 보고, 다양한 전래 놀이도 즐겨 보고, 모래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아 보도록 하는 것이지요.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고 노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어설픈 놀잇감을 부모와 함께 만들어 노는 재미도 있다는 것을 마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생태 장난감 미술관 운영을 위해 엄마들은 모여 헝겊인형 동물을 만들었 고, 아빠들은 주말에 나와 어린이집을 군데군데 손보았습니다. 이제 문 여는 날만 다시 잡으면 된답니다. 원래는 5월 어린이날 즈음해서 열려고 했는데, 즐 거운어린이집 평가 재인증을 준비하는 기간과 겹쳐 조금 미뤘습니다. 지금 실 행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라 소개를 많이 못 하는 게 안타깝네요. 생태 장난감 미술관을 실제로 운영하기 시작하면 다시 한 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다시 꿈 하나

모두가 우리 아이로 이번 공동육아 활성화 방안 사업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평범한 진리는 머릿속 에 있는 구상이, 글로 계획한 사업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무척 어렵다는 것입 니다. 하지만 즐거운어린이집은 마을 공동체 사업을 계기로 조합의 벽에 갇힌 ‘우리’라는 담장을 뛰어넘어 더 큰 의미의 “우리” 아이들을 품고자 합니다. 마 을 골목길을 누비며 뛰노는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을 떠나 학교에 들어가면 함 께 어울리게 될 우리 아이들, 즐거운어린이집 맞은 편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 조합보다 더 큰 마을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이 모든 아이들을 우 리라는 이름으로 품을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물론 조합에서 어 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하 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조합 밖의 아이들을 반가이 맞이하면 거꾸로 공동육


마을 공동체

아 담장 안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을 때 그 아이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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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상에서 따뜻하게 맞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지금까지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 조합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려면 조 합의 울타리를 박차고 뛰어넘어 진정한 의미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져야 합 니다. 이런 뜻에서 어린이집 담장 허물기와 담장 넘어서기로 어린이집 밖, 마을 과 소통할 수 있는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나 조합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이런 움직임이 단지 즐거운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아차산 둘레 곳 곳에서 소박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경쟁을 덜 하는 사회에서 현재 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 소박한 도전이 앞으로도 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래 봅니다.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내 아이, 조합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려면 조합의 울타리를 박차고 뛰어넘어 진정한 의미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쓰는 세상

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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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새싹

비가 오니까 피곤하다

봉선화 새싹은

비가 오니까

내 키가 자라는 거처럼

피곤하다

쑥쑥 자란다.

하늘도 피곤해서 울고 나도 피곤해서 울고 싶다.

봉선화하고 내 키 자라는 거하고 속도가 비슷하니 바꿔도 될 거 같다.

“우르르 쾅쾅쾅쾅!” 천둥 번개가 치는 게 “피곤하다!” 지도 짜증내는 것 같다.

하지만 봉선화 새싹은 많아도

배윤영 부산 화명초 3학년

내 몸은 한 개다. 그래서 바꾸고 싶어도 못 바꾼다. 김민영 부산 화명초 3학년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2011년 부산 징검다리놓는아이들방과후에서 3학년 아이들이 쓴 시입니다.


시로 쓰는 세상

부산 징검다리놓는아이들방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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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고추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잘못하면

뉴스를 보고 놀래서

죽겠다.

“우리나라에 오면 안 될 텐데.”

매워서.

중얼중얼하였다. 최정우 부산 금성초 3학년

죽은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도망도 못 가고 죽어서 불쌍하기도 하니까 하늘에 가더라도 정말로 좋은 데 가면 좋겠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죽지 말고 살아 있고, 힘을 내야겠다. 지진이 끝나면 다시 행복하면 좋겠다. 성치원 부산 화명초 3학년

그림 | 배윤영 (부산 화명초)

공동육아 통권 109호


독서 일기

공동육아 박혜란 이사장이 쓴 《다시 아이를 키운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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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엄마의 육아 반성 이야기

명따 랑뜻 한한 할가 머슴 니을 의느 끼 며

다면》을 읽었습니다. 취업 주부 4년, 전업주부 10 년, 파트타임 주부 30년, 명랑 할머니 7년 경력의 여성학자이기도 한 글쓴이의 책에는 ‘박혜란 할머 니가 젊은 부모들에게 주는 맘 편한 육아 이야기’ 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너도나도 아이 키우기가 너무너무 어렵다는데, 육아 이야기가 어떻게 편하 게만 읽힐까 좀 궁금해집니다. 궁금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뜻밖에도 재미있게 술술 읽힙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참 잘 키운 선배 엄마로 기억 되는 분, 그런데 정작 당신은 손자 셋, 손녀 셋을 둔 할머니가 되고 나서 손주들의 티 없는 얼굴을 보며

김혜정

자식 키우는 즐거움을 더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떨

콩중이, 과천 열리는어린이집 졸업 조합원


독서 일기

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고민하는 젊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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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에게 주는 선배 엄마의 육아 반성 이야기쯤으로 읽어 달라고 말합니다.

명랑한 할머니의 따뜻한 가슴을 느끼며

저마다 또는 함께 성장을 노래하라 그러나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에는 한숨 섞인 후회나 탄식의 내용이 들어 있 지 않아요. 아이를 키울 때 시행착오한 것들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당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하지만 그러한 반성은 오히려 실수라고 여겨지는 일들조차 한층 풍부한 삶으로 변환시키는 부드러운 힘으로 작용합니다. 그 과정의 육 아에 대한 성찰은, 저처럼 공동육아를 거쳐 중등 아이를 둔 엄마뿐 아니라 육 아의 지혜에 목말라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엄마의 조건이란,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는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내 인생관이 곧 자녀의 인생관이요, 내 교 육관일 수밖에 없다. 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가는 참고 사항일 뿐 그것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좋은 엄마의 조건이란,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는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내 인생관이 곧 자녀의 인생관이요, 내 교육관일 수밖에 없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글 | 나무를심는사람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일기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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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녀에게 올인 하지 마라”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는 아이 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존재고, 어렸을 때 당당한 아이는 엄마가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커서도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말이지요. “인품 도 좋은 데다 당당하기까지 하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고도 합니다. 아이 키우는 가장 큰 소득은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나 도 덩달아 커 가는 것이랍니다. 그러기에 우리 부모들은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삶이 무엇이지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그 중요한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또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시기의 중요성이 거기에 있 음을 일깨워 줍니다. “아이는 손님처럼, 그저 우리 집에 있는 동안 아무 탈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다가 때가 되면 홀연히 떠나기를 바랄 뿐이다. 주인과 손님 사이에 끝까지 서로 좋은 감정, 친밀감 같은 것을 갖고 지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고 음미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평소에 두 아들에게 말로만 친밀감 을 표현했는데 앞으로는 손이라도 한 번 더 잡고 더 자주 껴안고 거실에 모여 서 함께 잠도 자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접촉과 그 느낌이 얼마 나 중요하고 실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본능적으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접촉과 소통, 그러면서 저마다 또는 함 께 성장을 노래하는 것, 상상해 보니 훈훈해집니다.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부 모와 자식의 관계, 그러나 끈기를 갖고 그 관계 속에서 꾸준히 노력하며 즐길 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태도임에는 틀림이 없을 듯합니다. 아이를 키우 고 함께 지내는 일이 때로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지점에만 머무르지 않 는다는 것, 그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의 기쁨이기도 하 다는 말이겠지요.


독서 일기

모성도 연습이며 노력한 만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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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는 건 뭘까 생각해 봤어요. 공동육아에서 배운 소중한 가치이기도

명랑한 할머니의 따뜻한 가슴을 느끼며

하지요. “내 아이를 사랑하고 남의 아이도 사랑하는 것이다. 나아가 생명 있 는 모든 것에까지 사랑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진정한 모성이다”는 이야기는 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 싶어요. “모성은 전쟁을 미워하고 평화를 사랑 하며 그 마음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때 세상은 한결 살기 좋아질 거라고 확 신한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울컥해졌어요. 모성도 연습이며 노력한 만큼 커진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의미심장합니다. 모성이란, 공동육아에서는 부모가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지요. 특히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은 기쁨이기에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는 것을 알 려 줍니다. 배려 깊은 사랑을 베풀면서 스스로의 삶과 아이들의 삶을 동시에 풍성하게 하고, 그러한 돌봄을 공유하면서 엄마와 아빠가 서로 힘을 합쳐 가 는 것이 우리가 꾸준히 연습해야 할 모성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합니다. 아이 들은 그러한 부모들을 보고 배워서 그들의 아이들에게 또 전해 주겠지요. “남 자건 여자건 남성성과 여성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참 좋다는 점도 이야기해 주 시네요.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춘 인간으로 키 워야 한다는 말은 강해야 할 땐 강하고 부드러워야할 땐 부드러울 줄 아이로 키우는 것”을 뜻하는데요, 그건 어른들도 일상생활에서 주욱 소중하게 가꾸 고 지켜 가야 하는 태도겠지요. 그러한 서로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마음 깊이 서로 존중해 줄 때, 다양성이 어우러져 더 큰 아름다움을 지금 바로 여기 우리 삶에서 순간마다 완성시킬 것입니다. 비로소 우리 속에 이어져 흐르고 있는 따뜻한 품성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회복의 희망 을 느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멋지다, 젊은 엄마”라고 힘을 주 고, 책으로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 면서 이렇게 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일기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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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들려주는 가슴의 목소리 젊은 엄마들에게 그리고 저처럼 청소년을 둔 부모들에게 필요한 지침 그보다 더한 의미로 다가오는 박혜란 님 가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어 봅니다.

좋은 엄마란 이런 엄마다.

첫째,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둘째, 아이를 끝까지 믿어 준다. 셋째,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넷째, 아이의 생각을 존중한다. 다섯째, 아이를 자주 껴안아 준다. 여섯째, 아이와 노는 것을 즐긴다. 일곱째, 아이에게 공동체의 룰을 가르친다. 여덟째, 아이에게 짜증을 내지 않는다. 아홉째,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공부하라는.

다시 아이를 키워도 변하지 않을 것들

첫째, 아이만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하고 키워 줘라. 둘째, 강하고 부드러운 아이로 키우자. 셋째, 아이를 끝까지 믿어 줘라. 넷째, 아이들은 갈등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가 갈등할 뿐이다. 다섯째, 머리나 말이 아닌, 몸으로 사랑하라.


129 핵 발전소!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2030년을 탈핵 원년으로!

탈핵 이야기

이야기 탈핵

핵 발전소!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탈핵

130 제작: 박흥렬 화백, 탈핵에너지교수모임 | 배포: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http://www.nonukes .kr 문의: 사무국 02-735 -7000 |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 -401-168646 환경운동연합


탈핵 이야기

131 핵 발전소!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읽는 책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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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

나는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한다. 영화의 배경인 핀 란드의 부엌과 실내장식, 영화 속 여자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간결하고 세련된 북유럽 무늬가 들어간 옷 구경하는 재미가 김미자 똘배어린이 문학회에서 권정생 글을 읽으며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똘배 동무들 과 함께 쓴 글을 모아《내 삶에 들어 온 권정생》(단비)을 냈습니다. 서울 고척동에 그림책 카페를 열어 동네 엄마들과 ‘그림책 꽃밭’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다시 글 쓰고 나누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크다. 영화를 주로 끌어가는 세 여자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 민을 과감하게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핀란드로 건너와 식당을 차려 놓고 손님을 기다 리는 주인 여자가 있다. 그녀는 갈매기라고 하는 식당에서 옛 날 아버지가 운동회 때 해 주시던 크고 맛있는 주먹밥을 만 들어 판다. 여기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나라 핀란드로 무 조건 건너온 또 다른 일본 여자가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부 모님 병간호를 하다가 그분들이 돌아가시자 그냥 지구본을 돌려 손가락이 닿은 핀란드로 날아온 세 번째 여자가 있다.


함께 읽는 책

유로움과 따뜻함을 회복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 과거에 너무 힘들었고 바빴고 어떤 제도나 습관에 쫓겨 살았기 때문에 멀 리 떠나와 머물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그런 모든 것들에서 자

숲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

픔이 있었고 지금 많이 외롭다. 다행히 이 세 여자들 안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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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셋은 자세하게 말은 하지 않지만 지난 세월 똑같이 아

유롭고 싶다. ‘그런데 왜 하필 핀란드일까?’를 궁금해하던 이들 세 주인 공은 질문 끝에서 ‘핀란드의 숲’을 만난다. 숲이 있는 나라 핀 란드 전체에서 흐르는 여유로운 기운! 숲의 기운은 삶에 지 쳐 잠깐 들른 이방인들을 머물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들었다.

수많은 어린이 그림책이 숲을 배경으로 한다. 문학에서 ‘끝 없는 숲’과 ‘끝없는 이야기’는 때로는 같은 뜻으로 쓰인다. 마 리 홀 예츠가 그리고 쓴 그림책 《숲 속에서》는 제목이 곧 배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읽는 책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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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다. 신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법한 커다란 나무들 로 빽빽한 숲 속에 고깔모자를 쓴 작은 아이가 서 있다. 아이 는 한 손에 나팔을 들고 있다. 이 아이가 나팔을 불면 세상은 마법이 시작될 것이다. 아이는 나팔을 불려고 숲 속에서 행 진을 시작한다. 숲 속의 왕자 사자는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다. 제발 누가 와서 나팔을 불어 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사자는 나팔 소리를 듣고 반갑게 일어난다. 사자는 “머리 빗고 왕관 쓰고” 아이를 따른다. 아기 코끼리들은 “털옷 입고, 신발 신고” 아이를 따 른다. 그리고 그 뒤를 곰과 캥거루 식구가 따른다. 커다란 숲 속 나라에서 마치 유치원 가는 아이들처럼 커다란 동물들이 예쁘게 단장하고 차례로 대열에 선다. 숲 속 동물의 나라에서도 늙은 황새는 혼자다. 늙고 외로 운 황새가 과연 이 행렬을 따라갈 수 있을까? 황새는 기운을 내어 대열을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늙은 황새는 살아 있는 동


함께 읽는 책

안은 움직이고 싶고, 숲 속 살아 있는 생명들과 함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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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은가 보다. 아무 말 없이 일어나 행렬을 따른다.

숲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원숭이 두 마리. 나무에서 놀던 원숭이들은 바로 어 린이를 닮았다. 원숭이는 줄을 지어 숲 속을 산책하는 동물 들을 보자마자 곧바로 이름을 만들어 외친다.

“행진이야 행진! 우리는 행진을 좋아해!”

작은 원숭이들은 나무에 난 구멍에서 나들이옷을 꺼내 차 려입었습니다.

다음은 토끼다. 차례대로 하면 토끼는 원숭이 뒤에 서야 한 다. 하지만 그림책에서 차례나 규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생명이다. 작은 토끼 혼자 커다란 맹수들 뒤에 걸어가서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읽는 책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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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도무지 행진의 즐거움을 맛볼 수가 없다. 나팔을 들고 언 제든지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깨 버릴 수도 있는 아이 옆에 토끼가 서는 게 맞다. 아이는 아이대로 작은 토끼의 보호자 가 되어 뿌듯한 책임감을 맛본다.

이번에 《숲 속에서》를 다시 보니 이 그림책이야말로 ‘그림책 의 정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고 힘센 사자에서부터 작은 토끼까지, 늙은 황새와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 캥거루까지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 소리를 내며 논다. 맛있는 음식, 행진, 수건돌리기, 남대문놀이, 숨바꼭질……. 날마다 해도 지치 지 않을 재미난 놀이들이 이 그림책에 모두 나온다. 이런 것들을 숲이라서 할 수 있는 걸까? 숲 대신 도로에 꽉 차 있는 자동차 숲을 보며 쉬지 않고 학원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좋아할까? 기차놀이, 수건


함께 읽는 책

137 숲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

돌리기, 남대문놀이, 동동 동대문놀이…… 이런 놀이를 지 금 아이들은 알기나 할까? 어린 시절 이런 놀이를 모두 다 해 보고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 그림책 속 늙은 황새처럼 혼자 늙어 외롭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이들 행진 속에 들어갈 수 있 는 힘은 바로 어린 시절 행복하게 놀았던 기억과 추억이 주는 힘일 텐데 말이다.

숲 속에서 마리 홀 예츠 글·그림 | 박철주 옮김 | 시공주니어

공동육아 통권 109호


이야기

그림책

138 김미자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감자꽃. 똘배 어린이문학회에서 어린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고삐 풀린 송아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오이밭을 밟고 지나가는 장면에서 몸이 움찔했던 기억, 화면 가득 속이 꽉 찬 배추들이 긴 밭이랑에 가지런히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 그림책이 우리 정서를 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감했습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 그림책 주인공처럼 시골 마을에 살며 심심해하는 남자아이를 보았습니다. 온 동네를 통틀어 아이라고는 하나, 아이는 도시에서 태어나자마자 시골 할아버지네로 보내져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되니 그동안 같이 놀아 주던 동네 할머니들 일손이 바빠집니다. 3학년 아이 입에서 “심심해 심심해” 가 떨어지질 않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아무런 눈치와 차별 없이 자연 속에서 심심하고 깨끗하게 지내는 그 아이가 오히려 다행으로 보였습니다.


그림책 이야기

139

갔다가 이 책을 보았습니다. 이 그림책을

6년 전 나는 중학교 1학년, 초등 6학년인 두 아이들이랑 한 달 동안 남아프리카

한 장 한 장 넘겨 보다가 그만 털썩

공화국을 여행한 일이 있습니다. 한 달이라는

주저앉았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와 너무나 다른 삶의

보았습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모습, 자연환경을 보았던 놀라움이 아주

이렇게 바라보게 해 주는 그림책이 있다니,

오래 남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시내

참 대견합니다. 그림책 속에서 철조망

곳곳에서 원숭이, 소, 사슴을 흔하게 볼 수

밖에 있는 인간은 철조망 안에 있는

있을 뿐 아니라, 조금 변두리 고속도로에서는

동물들에게 상식에 찬 말을 던집니다.

코끼리 식구, 사슴, 영양, 얼룩말 떼도 쉽게

숲이 나오는 그림책을 찾으러 책방에

“너는 팔이 길고 힘이 세서 나뭇가지를 타고 여기저기 잘도 다닌다더라?” 긴팔원숭이가 대답합니다. “그래, 팔 힘이 세서 난 이렇게 창살에 매달리곤 해. 하루 종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달리는 자동차에 치여 죽어 있는 처참한 동물 시체도 많이 보입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아프리카 시장은 온통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 차 있네요. 아프리카 사람들의

훌륭한 그림, 간결하고 힘 있는 글,

밝은 웃음과 그들이 좋아하는 갖가지 원색

반복의 즐거움이 이 그림책 안에 모두

옷들은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습니다.

담겨 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오래 생각하게

결코 우리보다 물질 면에서 풍요롭다고 할 수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없는 그들이 어째서 우리보다 풍성하게 웃고 한결 여유로운지 새삼 이 그림책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놀래놀래

140

풀을 꺾어 머리하고 가지 꺾어 비녀 꽂고 앞산에 핀 빨간 꽃아 뒷산에 핀 노란 꽃아 빨간 꽃은 치마 짓고 노란 꽃은 저고리 짓고 게딱지로 솥을 걸어

찔레 꺾어 밥을 하고 솔잎으로 국수 말아 풀각시를 절 시키네 풀각시를 절 시키면 망건을 쓴 새신랑이 꼭지꼭지 흔들면서 따개비로 술 마시네

작 은 나 뭇가 지 와 풀 이 있 으면 만 들 수 있 는 풀 각 시 인 형 질기고 이파리가 긴 풀을 가지런히 모아 나뭇가지 끝 쪽에 묶은 뒤 나뭇가지 끝에서 풀끼리만 다시 실로 묶어요. 풀잎을 아래쪽으로 뒤집어 머리 윗부분 할 만큼을 남기고 그 아래를 실로 묶어 풀각시의 머리를 만듭니다. 아래로 늘어진 풀잎은 땋거나 묶어서 예쁘게 꾸밉니다. 나뭇가지 중간에도 풀을 가지런히 모아 묶어 치마나 바지를 만들고, 머리 아래 나뭇가지가 보이는 부분에는 얼굴을 그려 넣어요. 풀각시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멋진 풀각시 인형이 우리 앞에 나타나 인사를 한답니다.

2010 놀래 자료집 중에서


놀래놀래

141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 장구 치고 나오너라

해 좋 은 날, 신 나 게 놀기 를 바 라 는 노 래 ! 하 늘 을 쳐다보며 부르는 노 래! 해가 나지 않아 해가 그리운 날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느리게 부르면 해를 꼬드기어 어서어서 나오라는 느낌이 들어요. 반대로 빠르게 부르면 해가 나오지 않아 속상한 아이들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 물통에 물을 받아 놓고 물놀이를 하다 보면 추울 때가 있어요.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어요. 그럼 아이들과 천천히 “해~야, 해~야……” 노래하면서 해를 열심히 불러 봅니다. 어느새 해가 빼꼼히 아이들 곁으로 나옵니다. “우리 노래가 하늘까지 들렸어.” 하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기뻐하지요.

놀래 자료집 + 노래 CD 1만 원 문의 | 02-323-0520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공동육아 통권 109호


공동육아어린이집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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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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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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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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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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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작구 상도4동 279 -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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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파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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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ㆍ부천

재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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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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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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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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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노리

032)347 - 9252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1동 145 - 12

광명 하늘

02)899 -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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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왕길동 대림e편한아파트 119동 101호 송내대우아파트 105동 105호

과천 어깨동무

02)504 - 4533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궁말길 650 - 10

우리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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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는

02)507 - 1798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468 - 7

고양ㆍ파주

안양ㆍ군포ㆍ의왕 친구야놀자

070)4032- 7959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 285 - 2

감나무

070)4312 - 7676 경기도 군포시 수리동 계룡삼환아파트 843동 101호

도토리

031)967 - 3480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592 - 3

도깨비

031)969 - 3412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410 - 6 단독1층 하늘땅

031)422 - 4633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696 - 18

야호!

031)977 - 4788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 564

031)422 - 3281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656 - 11

여럿이함께

031)977 - 2382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 415 - 11 에이동

나무를키우는 031)967 - 5995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240 - 1 햇살 반딧불이

031)947 - 0726 경기도 파주시 맥금동 483 - 11

의정부ㆍ남양주 꿈틀꿈틀

031)873 - 5420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632 - 2

징검다리

031)555 - 0591 경기도 남양주시 가운동 690 가운마을 휴먼시아 APT 관리동

평택 느티나무

031)681 - 9650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양교리 598 - 1

개똥이네

용인ㆍ수원ㆍ화성 깨끔발

031)287 - 5174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지곡동 444 - 1

숲이랑우리랑 031)8005- 8118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96 - 46 달팽이

031)251 - 3210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269 - 1

사이좋은

031)227 - 5925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엘지빌리지 102동 101호

성남ㆍ광주ㆍ이천 세발까마귀

031)714 - 424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67 - 1

꾸러기

031)711 - 4858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51 - 8

굴렁쇠

031)754 - 0978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09 - 14

덩더쿵

031)712 - 7972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27 - 8 1층

햇볕은 쨍쨍

031)419 - 0652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동 551 - 5

두껍아두껍아 031)717 - 9954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 284 - 9 뭐하니

영차

031)502 - 0104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동 547 - 2번지 1층

너른마당

안산

031)633 - 5956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 537 - 2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충주ㆍ천안

대전

아이들세상

043)847 - 7934 충청북도 충주시 칠금동 362 - 23

모여라

041)564 - 5308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627 - 14

친구랑

042)867 - 5565 대전시 유성구 하기동 131 - 1

공동육아방과후 서울

인천ㆍ부천

재미난

02)428 - 0605

마법

02)444 - 0657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34 - 13

파란하늘

02)409 - 8890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251 - 1 1층

행복한우리

02)942 - 7032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292 - 2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559 - 86

해맑은

070)7661 - 2888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971 - 4

032)661 - 9213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송내 2동 463 - 62 4층

평택 아름다운

031)682 - 9650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양교리 605 - 2

부산 징검다리 놓는아이들

070)4024 - 2595 부산시 북구 화명동 269 2층

두근두근

대전 친구랑

과천

02)504 - 7643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19-7

수원

042)861 - 6007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118 - 1 1층

사이좋은

031)292 - 5925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엘지빌리지 408동 104호

대구 해바라기

053)793 - 6879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146 - 1

분당 율동

031)719 - 129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율동복지회관 2층

초등대안학교

지역공동체학교

산어린이학교 02)2611 - 1186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765

해송 02)762 - 9201 서울시 종로구 창신2동 626 - 36 지역아동센터 02)6013 - 9201

국공립 어린이집 (구립)성미

02)3141 - 2833 서울시 마포구 성산1동 65 - 4

뿌리와새싹 커뮤니티센터 뿌리문화원 뿌리와새싹어린이집

042)935 - 8237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1248

강동꿈나무 02)478 - 7220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강동구 천호4동 312 - 20 1층

송파꿈나무 02)404 - 2159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11 - 8 3층

구로파랑새 02)838 - 5679 지역아동센터

서울시 구로구 구로2동 390 - 194 서울 남복지관 1층

한누리학교 02)2695 - 6507 서울시 양천구 신월7동 982 - 1 경신빌딩 2층 지역아동센터 성남꿈나무 031)743 - 4416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1007번지 3층 지역아동센터

기관회원 남양주

070)4201 - 1214

보물섬교육공동체

070)7723 - 1655

도곡 개구리어린이집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721 - 1

굴렁쇠어린이문화학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2동 614 - 2번지

보물섬교육공동체

064)749 - 0669

보물섬어린이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오라2동 3373 - 1

02-323-0520 | gongdong@gongdong.or.kr | www.gongdong.or.kr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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