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사고의 불평등한 피해 Unequal Impact
한글 요약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난으로 인한 여성과 아동의 인권 침해 Women’s & Children’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Disaster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2017년 3월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에서 작성하여 2017 년 3 월 7 일 발표한 보고서입니다. 한국 내 배포를 위해 여성환경연대(www.ecofem.or.kr)와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 사무소 (www.greenpeace.org/korea)가 요약본을 공동 번역 및 감수하였습니다. 보고서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본어) http://www.greenpeace.org/japan/Global/japan/pdf/Unequal-Impact-jp.pdf (영어) http://www.greenpeace.org/japan/Global/japan/pdf/Uequal-impact-en.pdf
“부흥(復興)”이란 단어는 우리 시대의 사악한 말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단어가 피난민들을 핵발전소 사고 지역으로 강제 귀환시키는 일, 매우 의심쩍은 상황과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방치하는 일, 그리고 아이들이 받고 있는 피해를 정당화하는 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 시카고 대학교 일본학 교수, 노르마 필드(Norma Field) -
요약 (Executive Summary)
서론 일본은 여러 국제 인권 조약의 가입국으로서, 개인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일본이 가입한 국제 협약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두 개의 선택의정서를 포함하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강제 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협약’ 등이 있다. 이들 협약에서 “건강권”이란 온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제협약 가입국으로서 일본은 이 권리 외에 국내 피난민들,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약자(여성, 아이, 노인, 장애인 등)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진다. 예를 들어서,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폭력,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 아이들의 놀 권리를 앗아가는 것 등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1 년 3 월에 시작된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는 사고 직후는 물론이고 지난 수년간 다양한 인권침해를 일으켰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사고 대응과 피난 명령 핵발전소 사고라는 재난이 발생한 직후부터 여성들은 다양하고도 엄청난 인권 침해에 노출됐다. 성폭력이 증가했고, 특히 정전되었을 때 그 증가율이 높았다. 가정폭력 역시 증가했는데, 이러한 추세는
사람들이 대피소를 떠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됐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예방 조처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공식적인 사회적 지원망을 제공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대피소는 남성들에 의해서 운영됐고,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관해서도 거의 발언권을 갖지 못했다. 결국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무시되기에 십상이었다. 예를 들어, 대피소에는 옷을 갈아입거나 수유를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과 기본적인 개인 위생용품이 부족했다. 또 여성들은 사고로 인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책임을 떠안아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더 많은 가사노동에 시달렸다. 대피소에서는 아이들의 권리도 쉽게 간과되었다. 대부분의 대피소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재난 위험감소를 위한 어린이 헌장’이 강조하고 있는 아이들의 중요한 권리이다.
경제적 어려움 일본은 성별에 따른 격차가 큰 나라다. 2012 년, 일본의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남성 노동자가 받는 임금의 69.3%에 그쳤다.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했을 때는 여성이 남성보다 51% 정도의 임금만 받았다. 이처럼 큰 임금 격차는 재난을 극복하는 데에서도 여성들이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는 것을 뜻한다. 재난이 벌어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성차별은 더 심각한 의미를 띤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 근로자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여성들이 더 극심한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재난 보상금의 경우 결혼한 부부에게는 가족 단위로 지급되었는데, 대개 한 가정의 가장인 성인 남성에게 전달됐다. 이는 여성들이 남편을 통하지 않고서는 보상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일 경우에는 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정부의 핵발전소 사고 대응 과정에서 학대를 받는 여성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망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사회적 지원망이 거의 부재했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이 핵발전소 사고로 오염된 지역에 남기를 선택한 남편들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별거를 선택했고, 나머지는 이혼을 선택했다. 핵발전소 사고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동시에 남편과 헤어진 여성들의 경우 훨씬 더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변호사 협회가 지난 2013 년 지적했듯, 이 문제는 사실상 정부의 재난 복구 과정에서 완전히 간과됐다.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을 도와야 한다는 점은 전혀 강조되지 않았고, 여성창업을 지원하려는 실질적인 노력도 없었다.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지원하려는 노력 또한 없었다.
실수, 잘못된 정보, 건강위협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부터 이후 수년 동안 여성과 아이들은 온전하고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침해당해왔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사고가 발생한 핵발전소 상황과 오염지역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데 실패했거나 고의로 사실을 은폐해왔기 때문이다.
현 도쿄전력 사장 히로세 나오미는 사고가 발생한 지 5 년이 지난 2016 년 6 월에야 마침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한다. 바로 사고 직후인 2011 년 3 월 14 일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당시 도쿄전력 사장이 ‘노심용융(core meltdown)’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령은 기자회견 이후 두 달여간 지속됐다. 하지만 3 월 14 일 기자회견 당일, 도쿄전력은 컴퓨터 모델링 결과를 통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핵연료봉의 25-55%가 손상되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쿄전력의 내부 매뉴얼은 노심용용을 핵연료봉의 5% 이상 이 손상된 상태로 규정하고 있었다. 재앙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다다랐음에도,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사람들은 ‘피할 수 있었던’ 방사선에 피폭됐다. 정부는 사고로 배출된 방사성 물질 확산 모델링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원래 살던 곳보다 더 심하게 오염된 지역으로 대피하기에 이른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핵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들은 대피 명령이 늦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피할 수 있었던 고농도의 방사선에 상당기간 피폭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30-50km 떨어져 있는 이타테(Iitate) 마을과 같은 곳이다. 이처럼 정확하고 온전한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후쿠시마현의 일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제염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1 년 봄 다시 문을 열었다. 여성들과 아이들, 특히 여자 성별의 태아, 유아, 그리고 소녀들은 자신들과 같은 나이 때의 남성보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영향에 더 취약하다.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에서 백혈병을 제외한 암의 발병률이 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여성들에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의료용 CT 촬영을 통한 방사선 피폭 연구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이러한 연구에서도 여성이 백혈병을 제외한 모든 암의 사망률에 있어 남성보다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방사선 피폭의 건강 영향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산, 출산 전후 사망, 기형,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있어 여성이 취약하다는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재난 이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방사선 피폭선량 기준치를 연간 20mSv(밀리시버트)로 높였다. 6 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 기준치는 후쿠시마 사고로 오염된 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그중에서 피폭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UN 특별보고관이 2012 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기준치는 최대한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치다. 방사성 오염지역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후쿠시마 사고 10 개월 후 출산 전후 사망률이 갑자기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오염도가 중간 정도였던 지역에서는 약 6.8%가 증가했고,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에서는 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증가가 관찰된 바 없다. 2012 년 1 월에 사고로 오염된 지역에서 급격히 증가한 출산 전후 사망률은 이후 감소해왔다. 하지만 재난 이전의 감소추세와 비교할 때는 여전히 높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유럽의 출산 전후 사망률 데이터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관찰된 바 있다. 어린아이들은 방사성 요오드 피폭으로 인한 갑상샘 암 발병에 특히 더 취약하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갑상샘 암 유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오드제의 배급이 늦어졌기 때문에 오염지역의 많은 아이가 피할 수도 있었던 방사성 요오드에 피폭되었다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조사 결과 갑상선 손상과 낭종 및 암의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 원인이 방사선 피폭 때문인지, 아니면 과도한 진단 때문인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환자들은 진단 결과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초음파 사진의 사본을 받았으나 그 질이 형편없었다. 또한 자신의 온전한 의료 기록을 얻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정보 공개 청구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후쿠시마 농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홍보성 캠페인들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사실이 제대로 알려져 금지되기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들이 최소 여덟 개 현으로 유통되고 소비됐다. 확인이 된 한 가지 사례를 예로 들자면, 도치기현에 위치한 학교에서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소고기를 ‘이제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고의로 점심 급식 재료로 사용된 바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또한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주입했다. 예를 들어 방사선 위험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전리 방사선 피폭이 어린 아이들에게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락한 교과서를 필수 교재로 사용했다. 이는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 안전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이 방사선에 더 많이 피폭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재정착: 희생을 강요하고 경제적 이유의 강제 귀환으로 내모는 일본의 정책 불행하게도 아베 정부의 피난민 재정착 및 핵발전소 재가동 정책은 후쿠시마 사고가 핵발전 산업에 끼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결정이며,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자들과 일본 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이러한 정책은 방사성 오염 제거 작업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영향과 관련 왜곡된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퍼지게 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피해 비용의 추산치가 최근 무려 21.5 조 엔(한화로 약 217 조 원)으로 수정되었다. 이는 제염 작업과 원전 폐로에 들어가는 12 조 엔(한화 약 121 조 원)을 포함한 수치지만,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인 작업의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 피난명령이 해제될 지역의 방사성 오염은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기준의 최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일생에 걸쳐 받게 될 누적 피폭선량의 관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영향에 더 취약한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2017 년 3 월 일부 오염지역에서 피난명령을 해제하면 이 지역의 피난민들이 받는 이미 부족한 보상금마저 1 년 후 끊기게 된다. 많은 피난민의 주거 지원이 이미 중단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남성보다 불이익을 받는 여성들의 경우, 주거 지원과 같은 필수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많은 여성이 지금 사는 곳의 주거 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돌아가고 싶지 않아도 오염된 지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착은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강제 귀환일 뿐 피난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침묵하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고난에 굴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공정한 보상을 보장받기 위해 도쿄전력에 제기한 형사 소송의 가장 선두에 선 사람들도,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시위를 이끌고, 비폭력적인 직접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들도 여성들이었다. 또한 여성들은 정보공유를 위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방사성 오염을 측정하는 연구실을 만들기도 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요구 비록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에 의한 재난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핵발전소 사고 생존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는 있다. 따라서 그린피스는 일본정부에게 다음의 사항들을 요구한다.
1. 사고 생존자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 충분히 보상할 것 - 피난 지역에 머물기를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보상금 지급과 주거 지원을 지속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 사람들에게는 공동체 파괴에 대해 보상을 할 것. 즉 개개인의 주거지 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것.
2. 방사선 수치와 제염 작업의 범위, 아이들을 포함해 연령대별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위험에 누락 없이 제공된 정확한 정보를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것
3. 피해자들이 자신과 가족들의 모든 의료 기록과 검사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할 것.
4. 국제 기준에 따라 후쿠시마 사고로 오염된 지역의 연간 방사선 피폭 선량 기준치를 최대 1 mSv(밀리시버트)로 낮출 것
5. 향후 피난지시 해제, 방재 및 피난 계획, 핵발전소 재가동 결정 등을 포함한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온전하고 평등한 공식적인 역할을 보장할 것.
6. 방재 및 피난 상황을 책임지는 조직의 리더쉽 자리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편성되도록 하고,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보장할 것.
7. 후쿠시마 피해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여기에는 여성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를 줄이고, 일터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 등이 포함됨.
8. 아동의 권리, 특히 후쿠시마 피해 아동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민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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