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로드
어느 수요일의 뜨거운 오후 시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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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ROAD
2022.05.03. 한경대학교 디자인과 제3공학관 604호
프롤로그 샛노란 햇살에 푸른 물이 비쩍 말라가기만 하는 날들 중 어느 날이었다. 방치해둔 유리컵의 물이 줄어가는 것을 앞으로의 일로 점쳐보며 무미건조한 시간에 우연히 기억나기를 사람 안에는 나를 공격하는 성이 있더랬다. 오롯이 나를 죽이기 위해 쌓여진 성은 결코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게 참 무섭다. 객관적이란 말은 말 자체가 우스운거다. 사람은 나를 공격하는 성의 계략대로 당신들 눈엔 열쇠와 함께 여닫을 수 있을 때 제 역할을 하는 흔해빠진 문이지만 내 눈엔 최악을 막아주는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지옥문같은 것이다. 다시 내면의 문제로 돌아와서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전부터 알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우리 안의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스스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조언해줄 은인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수많은 목소리와 나의 외침이 터져나와 불과 어제 인식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돌이켜 보아도 그 현상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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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인식한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그래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 파란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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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지 않았던 문의 열쇠가저 믿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문 앞에 계단을 오르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곪지 않은 내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져 몸이 근질거리자 나는 스스로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간다. 계단 위를 슬며시 내려앉은 햇빛이 다른 어떤 응원보다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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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마음으로 오르는 길에서 콘크리트 사이의 좁은 풍경이 열차 안 창의 풍경이 되고 곧 벚꽃과 신호음이 울리는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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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생각없이 걸어가다가 사방으로 뻗은 전봇줄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디로 향하는지 그런 질문이 설설 올라올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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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에 강열하게 반사된 흰 콘크리트 벽의 구멍 두 개가 명료하게 눈에 들어오는 이질감이 시원하게 보이는데
회색의 도시가 온갖 생동감이 넘쳐나 분홍, 파랑, 노랑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혼자 걷는 이 풍경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후덥한 공기와 반복되는 가드레일의 물결무늬가 참 현기증난다고 생각하면서도 무미건조한 삶을 다체롭게 해주는 쾌락으로 여겨졌던 건 오랜 습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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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을 만큼 늘어진 고층빌딩이 심하게 울렁거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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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쾌락이라고 말하는 괴상한 나 자신을 몰아 붙였다.
사실 나를 공격하는 그 성은 나 자신이라고 그렇게 울먹였다
영영 사라진다면. 페이지_10
차라리 맨홀 뚜껑 아래로 끊임없이 잠식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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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잔향이 나를 마구 찔러댔다.
나를 온통 가득히 태우는 건 경고음 뿐 페이지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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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시회의 프로를 흉내낸 풋내나는 사진이 새로운 감흥이 되지 못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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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아이를 둘러싼 개성있는 액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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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을 새롭게 인식할 수 없었다면.
이 작품이 되는 것을 바라볼 수 없었다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지금은 나 조차도 새로웠다.
회 시 전 진 사 픽 래 그 털 지 디 과페이지_16 인자디 교학대경한 .30.50.2202 BlACK ROAD 작품전시회 주최 2022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디지털그래픽 시기 2022.05.03~2022.06.15 지도교수 김나무 교수님 참여자 김하경 김현민 백다솔 손한나 심민지 양예은 윤지민 이심제 장은솔 정정화 조현수 탁예빈 황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