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ho Korean Daily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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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8일 창간 (1990∼2015년 호주동아일보)

제 0903호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로우스트리트 주차빌딩 예정대로 진행 건설사 40여개 수정 요구로 취소.. 재입찰 추진 라이드카운슬 11:1 압도적 찬성 통과 ‘한인사회 숙원사업 물거품’ 루머 ‘가짜 뉴스’ 판명 최근 동포사회 일각에서 “이스트 우드 한인커뮤니티의 숙원 사업인 로 우스트리트 주차빌딩(53-71 Rowe Street, Eastwood) 신축계획이 물거 품됐다”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제롬 락 살 라이드 시장과 버나드 퍼셀 시의원 은 27일(수) 이스트우드한인상우회 회 장단과 미팅에서 “입찰에 응했던 건설 회사가 40여개의 무리한 변경을 요구 해 입찰이 취소됐고 재입찰을 할 계획 이다. 이로 인해 부득이 공사가 지연되 겠지만 주차빌딩(149대 주차공간) 신 축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 했다. 공사 기간 동안 쇼핑객들의 편의를 위해 인근 메이와 에셀 스트리트(May & Ethel Streets)에 2시간 주차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공사가 올해 후반 기 시작될 경우, 상권이 분주한 연말

로우스트리트 주차빌딩 신축안 (왼쪽), 5월 27일 제롬 락살 시장과 버나드 퍼셀 시의원이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 회장단과 미팅을 갖고 주차빌딩 재입찰 등 최근 결정 사항을 설명했다.

(12-1월)에는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다. 앞서 라이드 시의원들은 주차빌딩 재 입찰 동의안을 압도적(11대 1) 찬성으 로 통과시켰다. 또 5월 26일 카운슬 미 팅에서 라이드시 신청사 건설과 로우 스트리트 주차빌딩 신축을 포함한 주 요 사업(major capital expenditure)

전체를 연기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7:5 로 부결됐다. 락살 시장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 기 위해 연방과 주정부 모두 주요 사업 과 고용 확충 계획을 적극 권장하고 있 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이 확보됐고 오 래전부터 계획된 공사들을 중단, 연기

“정규직 같은 임시직도 연차 수혜 자격 인정” 연방 법원 ‘기념비적 판결’.. 고용주들 충격

호주 근로자 중 임시직 비율(위 그래프) 및 전체 근로 중 비율(아래 그래프)

▲ 호주

근로자 중 유급 휴가 혜택 및 무급 휴가 비교(연방 의회 통계)

미지급 수당 등 집단소송 가능성 호주 근로자 중 20% 이상 점유.. 큰 비중 매주 일정하게 근무하는 임시직 (casual) 근로자들도 연차(annual leave) 등 유급휴가 자격이 있다는 중요한 연방 법원 판결이 21일 내려 졌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인력 구조 개 편 등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호주 노동력의 20% 이상이 임시직으로 충 당되고 있어 비중이 큰 편이다. (도표 참조) 법원은 임시직 광부 로버트 로사 토(Robert Rossato)와 인력관리회 사인 워크팩(Workpac) 사이의 소송 에서 임시직 근로자라도 계약에 따 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 근 무 등 ‘정규 임시직 근로자(regular casual workers)’였다면 연차, 병가 및 간병 휴가(carer’s leave)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2018년 워크팩과 또 다른 임시직 근로자와의 소송 결과를 법원이 재확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투데이 한호일보

임시직 근로자가 주마다 다른 시간대 에 근무하더라도 근무량이 일정하다 면 기업은 이들을 파트타임 직원과 같은 조건으로 유급 휴가 또는 휴가 수당을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호주에서 임시직 근로자는 시급이 높지만 일자리가 불안하고 유급 휴가 를 받지 못했는데 법원이 임시직 근 로자라도 기업에게 정규적으로 노 동력을 제공한다면 영구직(permanent)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 한 것이다. 아테나 코엘마이어 고용법 전문변 호사는 “기업들이 법원의 결정 대상 이 되는 임시직 근로자들을 식별하 여 파트타임으로 전환해야 할지 숙고 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임 시직 근로자는 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무작위적이며 특수하게 채용한다. 만 약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임시직 직 원이 진짜 임시직(true casuals)이

[미디어] 호주 민영 통신사 AAP 인수전 [경제] 소비자 최고 신뢰 브랜드 버닝스, 울워스 [경제] 모리슨 ‘고용창출계획’ 노사관계 개혁 촉구 [코로나] 쇼핑센터 방문 감염 위험성은? [커뮤니티] 에벤에젤 선교회 ‘장애인복지회’ 설립 [리빙]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적응’ 필수

아니라면 기업들이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 확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많은 사업체들이 비용 을 줄이기 위해 시급이 높은 임시직 근로자를 파트타임으로 변경하고자 하겠지만 근로자가 임시직으로 남기 를 원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만약 영구직 전환을 거부하는 근로자 를 해고하면 부당해고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더욱이 ‘정규적 임시직 근로자들’ 이 과거 지급되지 않은 연차 수당에 대해 집단 소송을 벌일 수 있어 기업 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ACTU(호주노총)의 샐 리 맥마너스 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근로자들의 권리와 안전이 박탈되어 왔다. 일부 고용주들이 사실상 영구 적인 일자리에 대해 ‘임시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관행을 중단할 필 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판 결은 제도적인 임시직화로 고통 받고 있는 취약 근로자들의 승리”라고 환 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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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영 기자 Gideon.sohn@gmail.com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정치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최근 두 번의 카운슬 표결 결과와 관

련, 로우스트리트에 사업체를 갖고 있 는 한 동포 사업자는 “주차빌딩에 대 한 필요성과 시급성은 이미 라이드시

가 의뢰한 조사(transport study)를 통해 거듭 확인됐다. 그런데도 다시 반 대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인 목 적이거나 아니면 특정인에 대한 반대 일 뿐”이라며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 다”라고 비난했다. 락살 시장은 라이드시가 지난 2월 호 주 전역에서 가장 먼저, 또 유일하게 추 진한 이스트우드 소상공인 구제금(약 50만 달러)지원안을 통해 236개 업체 들(이스트우드의 한인, 중국인, 호주인 사업체)이 각각 약 1천5백 달러의 보조 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라이드시는 5만 달러의 커뮤니티 지원금(community grants)을 배분할 계획(7월초)이다. 이스트우드한인상우회의 박종훈 회 장은 한인 업소들의 비즈니스에 도움 을 주기 위해 시와 함께 로우스트리트 이스트 먹거리 캠페인을 협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또 카운슬 표결 결과를 한국어와 중 국어로 번역해 시 웹사이트에 올려달 라는 제안을 했고 락살 시장도 이를 흔 쾌히 수락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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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투자자 콘소시엄 통신사 AAP 인수 관심 일단의 호주 투자자들과 자선사업가 들로 구성된 콘소시엄이 6월26일 뉴스 송신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인 호주 민 영 통신사 AAP(Australian Associated Press)를 인수해 재가동하는 방 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콘소시엄을 주도하는 사업가 피 터 토나(Peter Tonagh)는 “AAP의 핵심 요소인 뉴스송신서비스(newswire service)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 중이며 AAP 이사회와 협상을 진 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콘소시엄이 AAP를 인수할 경우, 174명의 편집 인력을 72명으 로 절반가량 감원할 계획이라고 말했 다. 콘소시엄에는 사무엘 테리 자산관 리(Samuel Terry Asset Management)의 프레드 울라드Fred Woollard) 사장, 호주 임팩트 투자(Australian Impact Investments)의 카 일리 챨튼(Kylie Charlton) 사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호주의 유일한 통신사 AAP는 루퍼 트 머독 뉴스 코프 그룹 글로벌 회장의 선친인 키스 머독(Keith Murdock)이 1935년 설립했다. 현재 AAP의 대주주 는 페어팩스 미디어를 인수한 나인 엔 터테인먼트(47%), 뉴스코프 오스트레 일리아(45%), 채널 7 방송의 모기업 세 븐 웨스트(8%), 호주커뮤니티미디어 (Australian Community Media) 등 이다. AAP는 호주 법원, 스포츠, 연방 및 주의회, 지방 뉴스 공급에서 두각을 나타내왔지만 오랜 기간 적자로 경영

뉴스코프가 100개 지역신문의 인쇄 중단을 발표했다

호주 유일의 민영 통신사 AAP

대주주 나인, 뉴스코프 6월말 영업중단 결정 파인더닷컴 창업자 쉐베스타도 ‘저울질’ 난에 시달려왔고 지난 3월초 6월말 영 업 중단을 발표했다. 또 파인더 닷컴 닷에이유(finder. com.au) 창업자 프레드 쉐베스타 (Fred Schebesta)도 AAP의 뉴스와 이어서비스 매입에 관심이 있는 것으

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와 마켓리서치 회사인 로이 모간(Roy Morgan)의 게 리 모간 회장도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 지만 최근 그는 “AAP의 대주주인 뉴 스 코프와 나인 엔터테인먼트를 고객 으로 유치하지 못하면 생존 가능성이

없다. 뉴스 코프는 자체적으로 뉴스와 이어서비스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 어 AAP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나인 엔터테인먼트와 호주 미 디어산업을 양분하는 뉴스 코프 오스 트레일리아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5백 명에서 1천명 사이의 직원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앞서 뉴스 코프는 맨리 데일리(The Manly

뉴스코프, 5백명-1천명 감원 “100개 지역신문 인쇄 중단.. 온라인만 운영” Daily)를 포함한 60개 지역 신문의 인 쇄를 중단하고 온라인판만 발행한다고 밝혔다. 28일 뉴스코프는 “100개의 지역 신

문은 인쇄를 중단하고 온라인판만 발 행한다. 또 13개 신문은 다른 신문들과 통폐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계열사 인 폭스텔(Foxtel)은 최근 몇 달 동안 250명 이상울 감원했다. 다른 미디어 기업들로 낮은 수익성 때문에 호주 영업을 줄이고 있다. 호 주 채널10(Network 10) 방송은 웹사 이트 10데일리(10Daily) 폐쇄를 결정 했다. 또 버즈피드(Buzzfeed)도 호주 영업을 중단한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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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최고 신뢰 브랜드는 버닝스, 울워스, 콴타스 순 4월 [로이모간 시장조사] 4-10위 알디, NRMA, ABC 우체국, 콜스, 벤디고, CBA순 페이스북, AMP ‘가장 불신 기업’ 1, 2위 불명예 ‘26일 발표된 로이 모간 마켓 리서 치에 따르면 코로나 펜데믹이 기승을 부린 4월 호주인들로부터 가장 신뢰 받는 브랜드(most trusted brands) 는 버닝스(Bunnings), 울워스(Woolworths), 콴타스(Qantas) 순인 것으 로 밝혀졌다. 이 설문조사는 매달 호주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25개 산업의 800개 이상 브랜드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가 장 신뢰(또는 불신)하는 브랜드와 회 사, 이유에 대해 질문을 했다. 호주인의 하드웨어 판매점 버닝스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버닝스는 가격 경쟁력과 혁신, 고객과의 관계에서 높

호주인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톱10

호주인 최고 신뢰 브랜드로 뽑힌 1-3위 버닝스, 울워스, 콴타스

은 평점을 받았다. 버닝스는 콜스와 함 께 웨스파머즈그룹(Wesfarmers) 계 열사다. 호주 소비자들은 록다운 기간 중 슈 퍼마켓의 중요성 절감했다. 울워스가 2위, 라이벌인 콜스(Coles)는 8위, 알 디(Aldi)는 4위에 올라 톱10 중 세 자 리를 차지했다. 울워스는 셧다운 초기

에 가격 인상, 배달 및 공급망 문제에 도 불구하고 호주에서 두 번째로 신뢰 받는 브랜드로 꼽혔다. 호주 국적 항공 사 콴타스는 셧다운으로 국제선과 국 내선의 대부분 운항이 중단됐지만 전 년도보다 순위가 두 계단 상승하며 3위 에 올라 호주인들의 신뢰가 남다른 점 을 과시했다. 경쟁사였던 버진 오스크

레일리아항공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새 로운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상태에서 콴타스의 위상이 더욱 강력해진 것으 로 평가된다. 호주 4대 은행 중 코먼웰스은행 (CBA)은 금융권 특검(Financial Services Royal Commission) 이후 처음 으로 10위로 톱10에 진입했다. 코먼웰

스만 유일하게 톱 10에 포함됐다. 4-10위는 알디, NRMA(보험사), 공 영방송 ABC, 호주우체국(Australia Post), 콜스, 벤디고은행, 코먼웰스은 행 순이었다. 한편, 페이스북과 금융그룹 AMP가 호주에서 가장 신뢰하지 않는 브랜드 (most distrusted brands)라는 불명

예를 앉았다. 금융권 특검에서 드러난 스캔들로 진통을 겪고 있는 AMP는 호 주에서 두 번째로 가장 신뢰하지 않는 브랜드가 됐다. 미국 기업인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호주에서 가장 신뢰하지 않는 첫번째 브랜드였다. 이같은 여파로 AMP는 관 리 중인 자산에서 수십억 달러가 이탈 했고 주가도 70% 이상 폭락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4월 구인광고 18,400개.. 16.4% 줄어

인터넷 구인 광고(주별) 동향

2006년 이후 최대 월별 하락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된 4월 호 주의 구인광고(인터넷 게재)가 16.4%(1만8,400개) 감소했다. 이 는 2006년 1월 관련 기록 집계 이후 월별 최대 하락이다. NSW에서 구인(vacancies) 광고 는 7만개에서 2만2천개로 급락했 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호주의 실 업률은 3월 5%에서 6월경 10%까 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약 8주 동안의 강력한 셧

다운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를 매우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27일 오전을 기준으로 전국 미회복(active) 환자는 486명이고 이중 30명 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중에 서 중환자실(ICU) 입원 환자는 9명 으로 줄었다. 6월 1일부터 규제 완화로 경제 활 동이 점차 재개되면서 주 안에서 이 동(여행)이 허용된다. 아직 주별 이 동은 금지된 상태다. 5월 25일부터 학교 수업은 정상화됐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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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로 경제성장 시동 걸자 9월까지 노사정 대화통한 ‘개혁안’도출 기대

금인상 합의안에는 고용주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호크-키팅 노동당 정부는 이 합의로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순화시 켜 노사관계에서 안정기를 유도했고 경제 개혁(micro economic reform) 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1996년 존 하워 드 정부(자유-국민 연립) 집권으로 디 어코드는 종료됐다.

모리슨 총리 26일 ‘JobMaker’ 연설 “노사관계, 직업교육 전면 혁신 필요” “코로나 충격.. 호주 경제회복 몇 년 걸릴 듯” “호주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려면 고용창출로 경제성장을 위한 시동을 걸어야(reset for growth) 한다. 일자 리를 만들려면 노사관계와 직업훈련 (기술교육) 분야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9월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 해 개혁안을 만들자.” 26일(화) 켄버라의 내셔날프레스클 럽(National Press Club) 연설을 통 해 스콧 모리슨 총리가 코로나 사태 에 직면한 호주 경제의 회복 방안에 대 해 2가지 - 노사관계와 직업교육의 전 면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를 ‘고용창출 계획(JobMaker plan)’이 라고 명명했다. 모리슨 총리는 “코로나 사태로부터 경제 회복은 몇 년 걸릴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일자리만들기’의 목적은 호 주 경제를 응급실(ICU)에서 벗어나도 록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JobSeeker(구직수당)와 Jobkeeper(일자리유지보조금)가 코로나 충격 으로 입원한 환자에게 투여한 ‘긴급 수 혈’이라면 JobMaker(일자리만들기) 는 수혈을 받은 환자의 회복(퇴원)을 돕는 ‘자립계획’인 셈이다. “호주의 노사관계 제도는 더 이상 목 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들 지 못한다. 따라서 많은 개혁과 변화 가 요구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나 라가 직면한 실업대란의 규모를 감안

하면 더욱 그렇다. 약간의 혜택을 얻으 려는 노조와 리스크를 줄이려는 고용 주는 자기만족을 위해 적당히 타협한 다. 이런 제도는 모두가 공정하게 기여 한만큼 혜택을 받는 목적을 상실했다. 제도 개혁을 위해 정부는 고용주, 노조와 건설적인 미팅을 갖기를 원한 다. 앞으로 5개의 작업장 개혁 워킹 그룹(workplace reform working groups)을 발족할 것이며 크리스천 포 터 노사관계장관이 9월까지 이를 주관 할 것이다. 이 워킹그룹은 산업별 어워드의 단 순화, 기업별 교섭 합의안(enterprise agreements) 설계, 임시직 및 고정 계 약직 근로자를 위한 고용조건 등을 집 중 논의할 것이다. 워킹그룹에는 정부, 노조, 고용주단체, 소상공인 대표 등이 참여할 것이다.” 정부는 개혁아젠다를 위한 노조의 지지를 얻기위한 선의의 표시로 노조 감독법안(Ensuring Integrity Bill) 상정을 보류했다 노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청(Fair Work Commission: FWC)의 개별 (기업) 합의(enterprise agreements) 를 위한 전반적 개선 여부 평가(better off overall test: BOOT)‘, 현재의 모 던 어워드 제도의 복잡성, 임시직의 미 래,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 제도적인 급여 절도(systemic wage theft) 대

이다. 고용주와 노조 모두 양보하지 않 으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 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2년 도입된 ‘기술 및 노동력개발을 위한 전국합 의(National Agreement for Skills and Workforce Development)’를 통해 직업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에 연

직업교육 및 훈련제도 효율성 높여야

26일 내셔날프레스클럽에서 연설을 한 스콧 모리슨 총리

‘노사관계 개혁’ 발등의 불 정부-고용주-노조 5개 워킹그룹 논의 처 방안 등이 노사관계에서 주요 쟁점 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슨 총리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우리 모두는 무기 를 내려놓아야 한다(Everbody’s got to put their weapons down) 호주 국 민들이 그걸 원한다.”라며 평화로운 노

사협상안 추진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1983년 봅 호크 총리와 폴 키팅 재무장 관의 노동당 정부가 노조를 대표한 호 주노총(ACTU)과 합의한 ‘물가 및 소 득 합의(Prices and Income Accord, 일명 디 어코드)’를 연상시킨다. 이 임

모리슨 총리의 제안과 관련, 야당(노 동당)과 노조는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호주노총(ACTU)의 샐리 맥마누 스 위원장은 “노조는 보다 공정하고 강 하고 더 나은 호주를 원하기 때문에 고 용주와 정부와 논의의 장에 적극 참여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차드 마스(Richard Marles) 야당 부대표는 “2000년대 중반 존 하워드 총리(자유당)가 강행한 작업장선택법 (WorkChoices laws)의 충돌 사례를 되돌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트 카넬(Kate Carnell) 소규 모사업자 옴부스맨은 “모던 어워드는 단순화되어야 하며 이에는 새로운 소 규모 사업체 어워드(Small Business Award) 신설도 포함된다. 그동안 지 나치게 복잡한 어워드 제도로 인해 소 상인들은 실수할 경우 막대한 처벌 위 협을 피하기위해 비싼 법적 자문을 받 아야했다. 이런 병폐도 시정되어야 한 다”고 말했다. 소상공인협회(Council of Small Business Organisations: COSBOA)의 피터 스트롱 대표는 “5개 워 킹그룹의 논의에서 결말은 2가지 중 하 나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합의와 변화에 도 달하든지 아니면 합의에 실패할 경우 노사전쟁(industrial war)이 터질 것

간 15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현행 직업교육제도는 헷갈리 고 일관성이 없다(confusing and inconsistent). 또 커리어에서도 불필요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하 며 “주/준주 정부는 이 예산을 반드시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감독을 강 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개혁안을 검토 중이다. -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제도의 단순화 - 고용상태 실시간 보고제도인 싱글터치 페이롤(Single Touch Payroll) 통계를 이용해 노동시장에 미래 제시 - 현행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전국기 술펀딩합의로 대체할 가능성 모색. 현행 직업훈련제도를 강력히 비난 해 온 호주상공회의소(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의 제임스 피어슨 대표는 “정부는 이 분야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직업교육 전문대(VET)와 대학간 연계 를 강화하고 산업간 협력을 확대하는 등 보다 나은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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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쇼핑센터’ 전염 가능성 낮지만 주의 요망

호주 대학 재정 ‘유학생 의존도’ 26.2%.. 시드니 멜번 모나쉬대 등은 30% 넘어 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유 학생 등록금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작용한 셈이다. 1989년 대학 운영비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공적자금이 현재는 40% 미 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주의 대학 교육에 대한 국비 지원률은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드니대(8억8천5백만 달러), 멜 번대(8억8천만 달러), 모나쉬대(8억 5200만 달러), NSW대(7천1200만 달러), 퀸즐랜드대(5억7270만 달러) 의 5개 명문대학들은 2018년 기준 유학생 학비 수입이 5억 달러를 넘었 다. 의존도 톱 3인 시드니, 멜번, 모 나쉬대는 전체 수입 중 약 1/3을 차 지했다.

교육예산 40%만 커버, 나머지는 유학생 학비로 지탱 코로나 사태로 급감 → 대학 행정 및 연구인력 대폭 감원 불가피

5월 초 비필수적 쇼핑이 허용되면 서 쇼핑센터는 가장 붐비는 장소가 되 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주하게 이동하 는 쇼핑센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가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안전 을 위해 새로운 쇼핑 습관이 필요하다 고 조언한다. EBH(Evidence-Based-Healthcare) 보건연구소의 폴 글래스지우 교 수는 “사람들이 쇼핑센터에서 계속 이 동하기 때문에 실제로 감염될 확률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 들이 바이러스 보유자와 1m 이내에 최 소한 15분 동안 머무를 때 감염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사회 적 거리두기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 는 대목이다. 글래스지우 교수는 “사람들이 움직이 는 쇼핑센터보다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오래 머무는 카페나 식당, 클럽 등이 훨 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국내외 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은 대부분 한 공간 안에서 가까이 일하거나 대화할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메리-루이스 맥로스 감염병 전문의

는 “쇼핑센터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면서도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는 2, 3m의 간격을 두어 야 안전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벼 운 바람만 있어도 바이러스가 4m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쇼핑센터 출입구에 손 세정제를 배치해 놓고 사회적 거리두 기 안내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플 숍 등 일부 유명 매장에 서는 직원과 고객에 대해 체온 측정(발 열검사)을 의무화하고 있다. 고객들은 붐비는 매장에서는 안면 마스크를 착 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호주의 대표적인 웨스트필드 쇼핑 센터를 소유한 센터그룹 (Scentre Group)의 릴리안 파델 매장 관리담당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쇼핑 센터 안에 있는 매장의 70%가 문을 열 고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센터 그룹은 호주 전역에 37개의 웨스트필 드 매장을 소유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 이다. 파델 대표는 “재개장하는 매장의 수 는 매주 증가하고 있으며 웨스트필드 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계속 늘고 있다. 고객들은 새로운 쇼핑 방법을 찾는 동 안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우리도 고객 이 습관을 바꾸도록 돕기 위해 계속해 서 방송과 영상을 통해 안내할 것”이라 고 말했다. 손민영 기자 Gideon.sohn@gmail.com

호주 대학들이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유학생 감소로 심각한 재정난 에 직면해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약 346억 달러, 내년에는 그 이상의 손 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전체 대학 재정수입 중 유 학생 등록금 비중은 26.2%로 90억 달 러에 육박, 일부 대학에선 30∼40% 에 달했다. 정부는 대학의 지나친 유학생 의존 도를 비판하지만 이는 호주의 국제 교육 역사와 정부의 관련 정책을 간 과한 견해다.

‘콜롬보 플랜’으로 출발한 호주 유학 1923년 시드니대학이 첫 중국 유학 생을 받은 후, 1950년대부터 인도네 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으로부터 중국계 유학생이 급증하 기 시작했다. 호주 유학산업 성장의 시발점 으로 평가되는 정부의 ‘콜롬보 계 획’(Colombo Plan, 아태지역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 도입된 장학생 제 도)에 따라 유입된 유학생은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 대다수가 자비 유학 생들이었다. 이들은 영연방 장학금 제도의 혜택

향후 방향은..? 호주 대학들의 재정 상황. 왼쪽 붉은색이 유학생 학비, 파란색은 정부 예산 등 다른 수입

을 받거나 현지 학생과 동일한 등록 금을 적용받았다. 1966년 유학생 비율은 8.9%였고 이 비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호주 체 류 5년 이상 유학생에게 시민권을 부 여하는 이민법도 한몫을 했다. 대부 분 고등학교 2년, 대학 3년으로 취득 조건을 충족했다.

대학들 정부 예산 줄자 유학생 학비에 의존 1990년 호주 정부는 ‘유학생 등록 금’ 정책을 전격 도입했다. 존 도킨스 고용교육부 장관(노동당 정부)이 대 학 교육을 수출 산업으로 정착시킬

기회를 포착하고 인원 제한 없이 문 호를 전면 확대한 것. 호주 정부는 주별로 상이했던 대 학교육 부문을 단일 국가 체제로 재 편한 도킨스(Dawkins) 개혁을 주도 했다. 도킨스 개혁의 목적은 호주 고 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장려 및 졸 업 후 숙련직 취업 지원이었다. 그리 고 임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 지 학자금 대출 상환을 무이자, 무기 한으로 연기할 수 있는 HECS 제도 를 도입했다. 그러자 국내 학생 수가 대폭 증가 했다. 그리고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 한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 지원금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대학

유학생들을 단순히 재정수입원으 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이들은 호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복지 등 공 익에 기여하는 존재다. 대학 박사 학 위 학생들은 호주 연구 개발 인력의 37%를 구성하는 주요 인재들이다. 학교를 졸업한 유학생들은 숙련 이 민을 통해 호주에 남거나 호주 문화 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갖고 사업 및 정치, 문화, 산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간 다. 이들의 ‘선한 의지’(good will)를 육성, 지원해 대호주 관계 증진에 활 용해야 한다.

홍수정 기자 hong@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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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뮤 니 티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동포 청년들 식사지원활동 5월 29일 종료

새순교회에서 지원금을 전달했다.

두달 반 3천여개 도시락, 식품백 무료 제공 “여러 교회, 단체 등 드러나지 않게 지원” 따뜻한 동포애로 지난 3월 중순 부터 시작된 이스트우드 한인상우 회의 고국 청년 식사제공 운동이 5 월 29일(금)로 종료된다. 지난 2월말 대양주의료협회 (OMMA)의 기금 마련을 시작으로

에벤에젤 선교회 창립 20주년 맞아 ‘한인 장애인 복지회’ 설립

제롬 릭실 라이드 시장이 방문해 격려했다.

새순장로교회(송선강 담임 목사) 를 필두로 시드니 한인교역자협의 회, 많은 단체들이 이 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런 노력들이 함께 하면 서 연인원 약 3천명의 동포 청년들 에게 따뜻한 밥 한끼(도시락)를 제 공했다. 이스트우드 상우회는 월,수,금, 토요일 나눔을 계속해왔고 마지막 2주는 월, 금요일 약 200여개의 도 시락과 기본 식품백을 배분했다. 또 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달 등으로

수고를 한 동포들이 있다. 3월 중순 부터 새순장로교회 의료선교팀 (박 승천 팀장) 소속 12명의 팀원(집사) 들이 주 7일 매일 점심시간에 30여 개의 도시락을 시티, 스트라스필드, 어번, 리드컴 지역의 동포 청년들에 게 배달했다. 천주교시드니대교구 한인 성당 (곽승룡 주임신부)도 몇 주 동안 수 십여 가정을 돕고 있고, 사회복지단 체 굿네이버스 시드니지사도 싱글 맘 가정을 돕는다. 새순교회 의료선

교팀은 환우 가정에 고가의 건강식 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다수의 이스 트우드 한인사업자들은 “호주 이민 생활 중 가장 보람있는 활동이었다 라는 자부심을 갖게됐다”고 말했 다. 박종훈 회장은 이 운동을 종료 하며 “코로나 사태로 모두에게 정 말 힘든 시기이지만 시드니의 올 겨 울은 동포애로 인해 한결 따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한국 정부, 호주 6·25 참전용사 및 유가족에게 마스크 8천장 전달… 대사관 통해

좌측으로부터 대사관의 오의택 영사, 권태섭 국방무관(대령), 콜린 칸 장군(캔버라 거주 한국참전 용사)

한국 정부가 호주의 6·25참전용 사와 유가족에게 코로나-19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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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위한 마스크 8천장을 전달한다 고 주호주한국대사관이 28일 발표

했다. 호주 각 주의 참전용사와 유가족 300여명에게 총 8천장의 마스크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사관은 호주의 봉쇄조치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전달 행사를 생략했다. 캔버라 거주 4명의 참전용사와 6명 의 유가족을 직접 방문해 마스크와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으며, 나머지 는 등기우편으로 보낼 예정이다. 전달은 호주 국방부·보훈처 및 호 주 참전용사 협회인 KVAA(Korea Veterans Asociation of Australia), ACKVA(Australian Council

of Korean Veterans Association) 협조로 진행됐다. 육군 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콜린 칸 예비역 준장은“한국이 호주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신 경 써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한국전 당시 호주는 22개 유엔 참 전국 중 5번째로 많은 1만7천164명 이 참전했다 한편, 강정식 신임 대사는 29일 호주 도착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 양다영 기자

전 한인회부회장 이기선씨 한인장애인복지회장 맡아 2017년 NDIS 등록단체로 다양한 장애인복지활동 제공 에벤에젤 선교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인 장애인 복지회(Australian Korean Disability Welfare Association, 회장 이 기선)를 설립했다. 에벤에젤은 2000년 6월 1일 ‘에벤에젤 선교회(대표 차민정)’로 설 립돼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버우드에서 에벤에젤 음악선교센터로 시작해 양로원 등 자원봉사를 비롯 주요 행 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듀크 오브 에딘버 러’(The Duke of Edinburgh)에서 에벤 에젤을 협력단체로 인정해 프로그램을 운 영할 수 있는 자격을 받았다. 듀크 오브 에 딘버러는 ‘보이스카우트’와 같은 국제적인 단체로서 14∼24세의 젊은이들에게 다양 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존감을 높이고 자 신감을 키워주며, 이를 인정받아 대학 입 학과 취업에 가산점이 부여된다. 에벤에젤은 2017년 10월부터 ‘호주 국가 장애보험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NDIS) 등록 단체로 장 애인을 위한 음악 활동, 도자기 공예, 가드 닝, 디자인, 캔들 메이킹 등의 직업훈련, 모 델 에이전시, 미디어 활동, TAFE 코스 학 업 지원, 치료 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을 제 공하고 있다.

에벤에젤에서는 듀크 오브 에딘버러 프 로그램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매년 참여 학생들은 NSW 주총리 자원봉사상을 받으며 자폐 증, 지적장애, 다운증후군의 학생들도 등 급을 획득하고 있다. 에벤에젤의 차민정 대표는 “각 장애인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니 활동이 확대되어 가면서 20여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인 교민들에게 좀 더 도 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같 은 뜻을 가진 이기선 회장님과 함께 한인 장애인 복지회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기선 회장은 “앞으로 한인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회장직 을 맡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장애인 복지 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 했다. 한인 장애인 복지회에서는 NDIS 무료 상담, 무료 코디네이션 서비스 및 장애인 가정 자녀를 위한 활동 및 장애인 가정 부 모들을 위한 다양한 세미나, 워크숍 및 캠 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벤에젤은 PBI(Public Benevolent Institution)에 등록되어 개인이나 단체 로부터 기부금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 는 기관으로 인증이 되어, 기부자는 기부 금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DGR)을 받을 수 있다. 양다영 기자 yang@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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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합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 HANHO KOREAN DAILY |

28일 오전 호주 확진자 7,150명, 사망 103명

코로나 사태로 호주 대도시 인구 성장 정체 15년간 멜번 143만명, 시드니 112만명 증가 대도시 임대주택 시장 치명타

호주 확진자(5월 28일 오전 10시)

호주 사망자 103명 연령별/성별 분포

지난 24시간 12명 신규 감염자 증가 미회복 환자 NSW 379명, 빅토리아 60명 호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월 28 일(목)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7,150명 이며 지난 하루 동안 12명의 신규 감 염자가 늘었다, 주별로는 빅토리아 8 명, NSW 3명, 퀸즐랜드 1명씩 증가 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7일 65명 늘었다. 확진자 중 6,566명이 완치됐고 미회 복(active) 환자는 471명이다. 30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이중 6명은 중 환자실(ICU)에 있다. 호주의 누적 검 사 인원은 133만8천여명이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호주 증시가 이번 주 계속 강세를 보 인 가운데 28일(목) 오후 2시 현재 200 대 우량지수(S&P/ASX 200)는 5,854 포인트(p)로 79p(1.37%) 올랐다. 종합 주가지수(All Ords)도 76.50p(1.30%) 오른 5961.40p로 6천 포인트에 근접 했다.

2004-2019년 호주 주도별 인구 성장

년 동안 호주 경제와 건설업의 성장에 상당한 부분을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을 2등 시민으로 취급했다. 이 제 이민 격감으로 호주 부동산 시장은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정부를 비난했 다. 그는 임대시장의 치명타 여파로 주 택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 했다. 멜번시티카운슬에 따르면 4월 멜번

시티지역의 임대주택(대부분 아파트)의 공실률은 3배 폭등했다. 거너는 “최근 140세대 아파트 완공했는데 이중 100세 대는 임대용이다. 과거에는 불과 두시간 만에 모두 임대 신청을 종료했다. 그러 나 지금 6주 동안 절반만 임대를 했다” 고 달라진 시장 상황을 전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중국산 ‘짝퉁’ 마스크 주의 TGA 규제 허점 틈타 대량 유포 N95 정품 ‘인증마크’, ‘튼튼한 귀고리’ 특징

호주 사망자 103명 연령별/성별 분포

호주 증시 11주 최고치 달러 미화 66센트 강세, 소비자신뢰도 92.7

코로나 사태 이전 호주는 유학생과 백패커(워홀러) 등 단기 체류자들의 급 증으로 대도시 인구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호주 주도의 인구 성장은 다음과 같다: 멜번 143만6천명으로 전국 최고 였다. 그 뒤로 시드니 112만7천명, 브 리즈번 69만명, 퍼스 56만6천명, 애들 레이드 19만1천명, 캔버라 9만7천명, 다윈 3만8천명, 호바트 3만4천명 순이 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파트 건 설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멜번 아파 트 개발업자 팀 거너(Tim Gurner)는 최근의 한 웨비나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호주 정부가 유학생과 임시 체 류자들의 호주 입국을 금지했고 복지혜 택에서 제외했다. 호주는 그들을 돕지 않은채 귀국을 종용했다. 또 지난 130

주가는 지난 사흘 동안 약 3% 반등 하면서 11주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자원 그룹 BHP(+2.2%), 웨 스트팩은행(+6.5%) 등 다수의 호주 대기업들이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호주달러도 미화 66.03센트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ANZ-로이모간(Roy Morgan)이 집계하는 호주소비자신뢰 도(Australian Consumer Confidence)는 5월 24일 92.7로 전 주보다 0.4% 올랐다.

소비자의 36%는 전년 동기보다 재 정적으로 ‘나빠졌다(worse off)’라 고 응답했고 23%(+1%)는 ‘좋아졌다 (better off)’라고 밝혔다. 1년 후 전망 에 대해 38%는 좋아질 것으로, 17%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가구제품 구입과 관련, 38%(2%)는 ‘매입하기 나쁜 시기(bad time to buy)’라고 밝혔고 35%(+1%)는 좋 은 시기라고 응답해 격차가 줄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호주에 가짜 N95(또는 P2) 마스크가 유통돼 의료진과 시민 안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호주 식약청(TGA)이 개인 보호장비(PPE)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스크 성능시험 규제를 일시 철 회하면서 대량의 가짜 마스크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N95 정품을 모방한 가짜 마스크는 자체 공급업체를 통해 마스크를 조달 한 민간 병원 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으 로 확인됐다. 호주국가표준위원회(Australian Standards Committee) 대변인은 “의 료진들은 마스크 착용이 주는 안도감으 로 감염 환자와 더욱 가까이 접촉하는 경향이 있다. 가짜 마스크가 의료진을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TGA는 “당국의 검사 없이 등록된 마

스크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위조 품 또는 저품질 제품은 적발 즉시 승인 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통되 고 있는 N95 마스크 제품을 대대적으 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 완화를 틈타 TGA에 등록된 N95 마스크는 3월 22일 이후 약 172종 에 이른다. 산업위생·마스크 전문가 케이트 콜 은 “의사와 간호사들로부터 가짜로 의

심되는 마스크 사진을 받았다. 약 50개 브랜드 제품을 검토한 결과 모두 가짜 로 판명 났다”고 밝혔다. N95 정품은 제조업체명과 필터 등 급, 모델번호, 승인번호 등의 인증마크 가 반드시 인쇄돼 있어야 하고 이어밴 드(귀고리)는 잘 끊어지는 얇은 고무줄 이 아닌 두꺼운 끈이어야 한다. 홍수정 기자 hong@hanhodaily.com

중국발 화물선 컨테이너 40개 침몰 APL 잉글랜드호 거친 파도에 ‘휘청’ 대규모 마스크, 플라스틱통 시드니 해변 표류 지난 24일(일) NSW 해안을 지나던 대형 화물선에서 컨테이너 수십 개가 거친 파도 탓에 바다로 떠내려가는 사 고가 또 발생했다. 호주 해양안전청(AMSA)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항해 멜번으로 향하던 화 물선 APL잉글랜드에서 컨테이너 40 개가 바다로 떨어졌다. 이후 화물선은 방향을 틀어 현재 브리즈번 항에 정박 했다. 유실된 컨테이너 안에는 각종 가전 제품과 건축자재, 의료용품 등이 보관 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의료마스크 등이 강한 해류를 따라 이동해 시드니 북부 해안에서 대거 발견되고 있다. 26일 앨런 슈워츠 AMSA 총관리자 는 “떠내려온 잔해와 화물선 적재 목 록에 기재된 항목과 일치한다”고 밝

혔다. 시드니 동부 해안 지역 주민들은 27 일 오전 대량의 플라스틱이 지역 해양 생태계를 해칠 것을 우려해 잔해 수거 작업에 나섰다. 본다이 거주민 알리 포트는 “쿠지 해변이 마치 거대한 쓰 레기장처럼 보였다. 대부분 마스크와 플라스틱 통이었다”고 밝혔다. NSW 해양청이 시드니와 고스포드 사이 지역 카운슬에 컨테이너 내용물 취급법을 긴급히 조언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더 많은 컨테이너 잔해물이 떠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APL 잉글랜드 운영사 ANL은 유실 된 컨테이너 중 21개는 비어있었으며 다른 컨테이너에는 유해화학물질이 나 위험물이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시드니 해역 수심 2km 이상 침몰 한 컨테이너 외에도 갑판 위 74개가 추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AMSA가 화물선 내항성 검사, 과적 운항 및 환경오염 규제 위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홍수정 기자 hong@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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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간 인 기 뉴 스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WEEKLY NEWS 대중교통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속한다

시드니 알렉산드리아 소재 철도운영본부(ROC)

감시원 80명 가동, 60명 시드니 30개 혼잡 기차역 배치 11,000여개 CCTV 동원.. 위반자 벌금 부과 NSW 주정부가 80명 인력을 투입해 버스와 기차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 지되는지를 감시할 계획이다. 이들 중 일부는 11,000개에 이르는 CCTV를 사 용하여 위반 사례를 적발하는 임무를 맡는다.

새롭게 투입되는 80명 중 20명은 알 렉산드리아(Alexandria) 에 있는 철도 운영본부(Rail Operations Centre)에 서 카메라를 통해 대중교통 상황을 감 시하는 역할을 하며 나머지 60명은 시 드니에서 가장 붐비는 30개 기차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앤드류 콘스탄스 교통부 장관은 “감 시 의도는 경제 활동 재개를 막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돕기 원한다. 다만 우리 모두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혼잡을 피

25일 대면 수업 재개, 일부 학부모들 학교 안 보내 버스, 기차 등 학생들로 ‘거리두기’ 규정 무시 빈번 25일(월)부터 NSW 공립학교에서 풀 타임 대면 수업이 전면 재개됐다. 출석 률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다소 낮 아진 86%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안전을 이유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하고 1.5m를 유지하며 결국 공중 보건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능 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설명 했다. 실시간 교통량 모니터링 웹사이트인 애니트립(Anytrip)에 따르면 학생들의 정상 등교가 시작된 둘째날인 26일(화) 약 400대의 버스와 기차가 만원 상태로 운행됐다. 이중 380대는 스쿨버스를 포 함한 버스였는데 오후 3시 45분경 하교 시간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T8 기차 노선 일부도 만원 상 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NSW는 버스 한 대당 최대 12명의 승 객과 기차 한 량당 32명을 허용한다. 승 객들은 1.5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시드니 철도국(Sydney Trains)의 수잔 홀덴 수석 고객 담당자는 “카메라 를 통하여 거리두기 준수 여부를 감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시원들은 모 니터 유경험자들로 구성됐다. 과거에 도 CCTV 카메라를 통해 교통안전규정 을 위반한 사람들을 확인해 벌금을 부 과해 왔다”고 설명했다. 손민영 기자

주호 미국 대사 “가설에 대한 답변” 논란 확대 경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구상(Belt and Road Initiative: BRI)에 호주 빅 토리아주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세 부 사항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호주와 의 미국의 정보 공유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그는 24일(일) 오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 아 주정부의 일대일로 참여 결정으로 중국 공산정권이 해를 끼칠 수 있는 능 력이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고대 실크로드 교역로 전성기를 재현하기 위한 중국 주도의 글로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이다.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확장 정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반면 호주 빅토 리아주의 앤드류스 주총리는 2018년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19년 빅토리아주가 일대일로 에 더 깊게 개입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특히 양해 각서에는 중국 기간망 기 업들이 빅토리아주의 대형 프로젝트에 입찰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 관은 “그 프로젝트들의 성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면서도 “동맹국들의 보 안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면 영어권 5 개국 정보공유협정(Five Eyes intelligence-sharing partnership)에서 호 주와 관계를 단절하고 분리할 것”이라 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는 스스로 결정을 내 릴 수 있는 주권적 권리가 있으며 빅토 리아주도 그런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 각한다. 하지만 모든 호주인들은 일대 일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면밀히 관

스콧 모리슨 총리와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 장관(왼쪽)이 22일 일자리유지보조금 소요 예 산을 대폭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1300억 → 700억 무려 $600억 낮춰 재무부 ‘예측 오류’ 수정.. 공신력 추락 야당 “임시직 등 수혜 대상 확대” 촉구

재무부가 일자리유지보조금(JobKeeper payments)에 소요되는 예 산(추산)을 당초 1300억 달러에서 거

의 절반 수준인 700억 달러로 크게 낮 췄다. 정부의 예측 수정은 무려 600억 달러에 달한다. 수혜 대상도 정부의 6 백만명에서 절반인 300만명에 그칠 것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재무부 는 보조금 접수 부서인 국세청(ATO) 의 수정으로 예측 오류를 조정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긴급 구제조치 로 스콧 모리슨 정부는 역대 최대 규 모의 보조금을 6개월(4∼9월)동안 지 급하고 있는데 정부의 예측에서 거의 절반 정도의 오류가 있었다는 점에서 예산 총괄부서인 재무부의 공신력이 타격을 받았다. 22일 스콧 모리슨 총리는 모든 오류 는 결과적으로 나의 책임이라고 서둘 러 실수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조 쉬 프라이든버그 재무부 장관은 “최 초 보조금 예산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 한 이유가 약 1천개의 보조금 신청 기 업들이 신청서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러나 이는 전체 신청 기업 91만개 중 0.1%에 불과한 수치다. 이에 대한 구 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채 프라이든 버그 장관은 “이 제도를 위해 지출해

야 하는 공적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적 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강변 했다. 이와 관련, 야당은 대규모 예측 실 패를 비난하면서 수혜 대상 확대를 촉 구했다. 페니 웡 야당 상원원내대표는 “정부가 더 많은 임시직 근로자들에 게 혜택을 늘리는 등 수혜 대상을 취 약 계층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일자리유지보조금은 풀타임과 파 트타임 근로자, 1년 이상 근무한 임시 직 근로자들이 주요 수혜 대상이다. 한편 모리슨 총리는 9월 만료 예정 인 이 보조금이 연장될 수 있음을 시 사했다. 그는 “보조금 수요가 재무부 추산 보다 적다는 사실을 환영한다. 이는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이 줄었다는 의 미다. 9월 이후에도 경제가 직면하게 될 많은 도전들이 있고 항공업과 인바 운드 여행업계는 더 오랜 기간동안 어 려움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며 정책에 반영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홍수정 기자

하드웨어, 가전, 가구 판매 ‘때 아닌 붐’

고 말했다. 오잔은 “버스와 기차가 사람들로 가 득 차 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 하기가 어려웠다. 승객의 대부분이 학 생들”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으로 버스는 12 명, 기차는 한 량에 32명이 허용된다. 승객들은 1.5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 지만 출퇴근 러시아워에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초등학교는 등하교 때 안전 문제 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학부모 들이 서로간에 거리를 두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필 시모어 NSW 초등학교교장협회 장은 “오후 시간이 되면 차량이 더 많 아지고 등교 시간이 학생마다 다른 아 침과는 달리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에 관리가 더 힘들다”면서도 “학교 가 상황에 적응하고 있고 모든 학생들 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영 기자

“일대일로 참여하면 호주와 정보 공유 단절”폼페이오 협박 발언 중국과 MOU 체결한 빅토리아주 ‘압박 목적’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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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유지보조금’ 소요 예산 대폭 하향 조정

NSW 공립학교 정상 등교.. 학생 출석률 86% 평상시 공립학교 출석률 92%와 비교 하면 약 5만명이 결석한 셈이다. 고교 (7-12학년)의 출석률은 84%, 초교의 출 석률은 88%였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냈다. 만족한다. 또 가벼운 감기나 독 감 증세만 있어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 지 않은 부모에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을 집에 두기 로 결정한 부모에 대해서는 “이 학생들 은 결석으로 표시될 것이다. 모든 선택 에는 결과가 따른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학교 수업 정상화로 25일 오전 대중교통 이용 인원이 3만4천명이 늘어 났는데 증가 폭의 대부분인 약 3만명이 등교생들이었다. 웨스트 라이드에서 대중교통으로 등 교하는 12학년생 오잔(Ozan)과 학급 친구 숀 몬탈보는 “버스와 기차에 규정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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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할 필요가 있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가 논란을 초래하자 24일 오후 아서 컬버하우스 주니어(Arthur Culvahouse Jr.) 주 호주 미국 대사가 진화에 나섰다. 그는 “폼페오 장관의 답변은 ‘확률이 낮은 가설’(very remote hypothetical)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일대일로 세부 합의 내용을 모 르고 있다는 점을 이미 밝혔다”라고 말 했다. 컬버하우스 대사는 “미국은 호 주 정부가 자국 통신망과 동맹국의 보 안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 실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덧 붙였다. 빅토리아주정부 대변인은 “통신 규 제는 연방 정부 관할이다. 빅토리아는 BRI관련 통신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 과) 합의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민영 기자

코로나로 집 체류 시간 늘면서 ‘소비 패턴’ 부분 변화 식음료 교통 의류비 대폭 하락, 신차도 부진 코로나 사태로 인한 록다운으로 건 자재/철물점(hardware), 가구와 조명 (furniture and lighting), 가전제품 (appliances) 판매가 급증 추세를 보 이고 있다. TV, 세탁기, 냉장고, 조명 등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특히 4월초 부활 절 연휴 이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록다운으로 상당수 직장인들의 식 음료비와 여행비/교통비가 줄었다. 반면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 체류 시간 트렌즈(stay-at-home trend) 증가 에 필요한 물품 수요가 늘었다. 일부 근로자들은 퇴직연금을 조기 인출했고 또 다른 일부는 일자리유

지보조금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안정 적 수입원이 생겼다. 덕분에 버닝스 (Bunnings), 제이비 하이-파이/굿가 이즈(JB Hi-Fi/The Good Guys), 하 비노만(Harvey Norman) 등은 매 출이 10-30% 증가했다. 예년 같으면 5% 증가에 그쳤었다. 이 매장들의 광 고도 늘었다. 반면. 재택근무 확산으로 특히 의 류, 요식업, 교통비/여행비 매출이 크 게 줄었다. 포커머신이 있는 펍과 호 텔도 셧다운되면서 주류와 도박 지출 이 중단됐다. 주류는 맥주와 포도주 등을 구매해 집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높다. 자동차도 교통 필요성 하락으로

주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에서 빠진 관계로 신차 수요가 대폭 줄었다. 마 이어 백화점은 다수 매장이 폐업했고 타겟도 폐업 또는 K마트로 전환되는 계획이 발표됐다. 이런 추세(소매업 풍토 변화)가 장 기적인 변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 자리유지보조금과 구직보조금이 9월 말 이후 중단될 경우, 실업률이 악화 되면서 현재 붐을 누린 업종에서 수요 가 하락할 수 있다. 또 규제가 점차 완 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중 요식업, 호텔, 국내 여행업의 비중이 점차 늘 어날 수 있다. 고직순 기자

올 겨울 ‘자동차 콘서트’가 찾아온다 시드니·멜번 8개 ‘드라이브인 콘서트’ 장소 마련 라디오 주파수, 줌 실시간 비디오로 현장감 전달

코로나-19로 각종 문화예술 공연이 중단된 가운데 호주 최초로 차 안에서 공연을 즐기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 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주 호주 사상 처음으로 시드니 에서 ‘자동차 콘서트’가 열렸다. 노래 경연 TV 프로그램 오스트레일리안 아 이돌(Australian Idol) 우승자 출신인 케이시 도노반(Casey Donovan)의 주공연으로 정오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몰려 행사장을 가득 메웠 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됐다. 성황리에 마친 ‘드라이브인 엔터 테인먼트 오스트레일리아’(Drive-In Entertainment Australia)의 첫 콘 서트는 호주 이벤트의 미래 모습을 보 여주는 출발점이다. 업체는 오는 7월 NSW주와 빅토리아주에 차량 300여 대 수용이 가능한 라이브 콘서트장 8 곳을 마련할 계획이다. 운영방식은 70년대 유행하던 자동 차 극장과 유사하다. 대형 주차장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각자의 차 안에 앉 아 공연을 관람한다. 오디오는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생중계되며 줌(Zoom) 을 통한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도 제공된다. 단, 화장실 이용을 제외 하고는 차에서 내릴 수 없다. 티켓팅 과 스낵 구매는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 어진다.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은 현 장 푸드트럭에서 차량으로 배달된다. 호주 음악산업은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나의 공연 취소’(I

Lost My Gig) 웹사이트에 등록된 손 실액이 무려 3억4,000만 달러(추산)에 이른다. 정부가 제시한 코로나-19 로 드맵에 따라 7월부터 최대 100명의 대 규모 모임이 허용되지만 음악산업계 에서 지속가능한 전망은 될 수 없다. 한 공중보건 전문가는 대규모 음악 축 제는 내년 9월쯤에나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가 자동차 콘서트를 시범적으 로 선보인 첫 국가는 아니다. 지난 3 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4 월엔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드라이브 인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에서도 지 난 22∼24일 3일간 현대자동차가 기 획한 자동차 콘서트가 고양 킨텍스 주 차장에서 개최됐다. 호주 드라이브인 엔터테인먼트 공 연 신청은 7월 18일(토)부터 가능하 다. 보다 자세한 정보 및 연락처는 웹사이트(driveinentertainment. com.au)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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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피 니 언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시론

금요 단상

NSW-퀸즐랜드 주총리 설전 ‘스테이트 오브 오리진’ 연상된다 믹으로 퀸즐랜드, 남호주, 서호주, 타즈마니아 4개주와 노던테리토리 준주가 주경계를 봉쇄했다. NSW 와 빅토리아, ACT준주가 ‘왕따’를 당한 셈이다. 5월부터 코로나-19 감염자가 현 저히 줄어들면서 호주의 각주/준주 는 단계적 완화조치를 취하고 있다. NSW는 6월 1일부터 주 안에서도 여행이 허용된다. 식당과 카페, 펍 은 50명까지 고객을 받을 수 있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호주의 양대 도시인 시드니 (NSW)와 멜번(빅토리아)간의 경쟁 의식(rivalry)은 오랜 역사를 가지 고 있다. 두 주의 반대로 호주 수도 가 결국 내륙 지방의 신도시인 켄버 라로 결정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 이다. 당시 헌법에 새 연방 의사당은 NSW 안에 위치하지만 시드니에서 160km 이상 떨어져야한다는 조항 이 있을 정도였다. 멜번이 시드니를 얼마만큼 경계했는지 짐작할 수 있 다. 올림픽은 멜번이 1956년 호주( 남반구) 최초로 유치해 시드니(2000 년)보다 44년 앞섰다. 영국에서 유래된 럭비 경기에서 도 두 주의 라이벌은 대단하다. 결 국 NSW와 퀸즐랜드는 럭비 리그 (NRL)와 럭비 유니온을 발전시켰 고 빅토리아는 럭비를 변형한 호주 식풋볼(AFL)을 호주 최대 구기종목 으로 발전시켰다. 이런 배경으로 빅 토리아를 중심으로 남호주, 서호주 는 여전히 호주식풋볼이 럭비보다 강세다. 코로나 사태로 NSW와 빅토리아 는 호주에서 확진자와 미회복 환자 가 가장 많은 주라는 점에서 같은 배 를 탄 모양새가 됐다. 두 주에서 감 염 사태가 완화되어야 결국 호주가 코로나와 1차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할 수 있다. 아직은 그런 단계까 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코로나 팬데

한호일보를

만드는 사람들

1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질문 에 대해 그는 “믿기 어렵다. 어떤 일 이던지 NSW는 다르게 한다”고 꼬 집었다. 아나스타시아 팔라쉐이 퀸즐랜드 주총리는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 은 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을 것” 이라고 반박한 뒤 “NSW와 빅토리 아에서 28일동안 신규 확진자가가 없을 때까지 주경계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9월경 봉쇄 해제 가능 성을 거론했다. 그는 이어 퀸즐랜드 와 서호주 외 남호주와 타즈마니아, 노던테리토리도 주별 이동을 불허 하고 있는데 왜 퀸즐랜드와 서호주 만을 공격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적 했다. 여기에는 다른 주에서 NSW에 대 한 반감과 정치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NSW는 자유-국민 연립 정 부가 집권 중인 반면 퀸즐랜드와 서 호주는 노동당이 집권당이다. 따라 서 NSW 주총리는 주경계를 봉쇄 한 남호주와 타즈마니아를 비난하 지 않았다. 세 주 모두 자유당이 집 권하고 있다. 반면 노동당이 집권 중 인 퀸즐랜드주와 서호주에 대해 공 격을 화살을 날렸다. NSW와 퀸즐랜드주 여성 주총리 들의 대립은 연례 주별 럭비리그 대 항전인 ‘스테이트 오브 오리진(the State of Origin series) 경기를 연 상시킨다. 아쉽게도 이 대항전에서 NSW는 퀸즐랜드에게 번번이 패배 했고 퀸즐랜드가 크게 리드하고 있 다. 호주의 코로나 미회복(active) 환 자는 28일 현재 481명인데 NSW가 379명으로 4분의 3 이상(78.8%)을 차지한다. 반면 퀸즐랜드는 7명 (1.4%)에 불과하다, NSW 주총리가 주경계를 풀라고 압박하기 전 이 미 회복 환자가 대폭 줄어야한다. 적어 도 50명 미만으로 줄기까지 퀸즐랜 드의 경계는 풀리지 않을 수 있다. 골드코스트 황금 해안은 아마도 후 반기에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주별 이동은 허용 되지 않는다. NSW 주총리는 퀸즐 랜드 주총리와 서호주 주총리에게 경계봉쇄를 풀고 주별 이동을 허용 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적 차원의 경 제적 이익에서도 조기에 주별 이동 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 했다. 주별 이동 차단으로 인한 경 제적 손실이 20억 달러라는 추산도 나왔다. 주경계 봉쇄로 NSW와 퀸즐랜 드-서호주가 대립 양상을 보이면 서 아나스타시아 팔라쉐이 퀸즐랜 드 주총리와 마크 맥고완 서호주 주 총리 모두 베레지클리안 NSW 주총 리의 압박에 발끈했다. 맥고완 주총 리는 유람선 루비 프린세스호 집단 감염 사태를 지적하며 “간섭말라” 고 반박했다. 루비 프린세스호 사태 는 코로나-19 대처에서 NSW의 최 악, 호주 최대의 실패 사례다. 시드 니항(서큘라키 외항선 부두)에 2천 명 이상의 탑승자들이 하선을 했는 데 격리는커녕 발열 검사조차 없이 모두 귀가를 허용했다. 2주 자가격 리하라는 종이 안내문만 배포했다. 탑승자 중 무려 650명 이상이 감염 됐고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담한 결과였다. 맥고완 주총리는 “이런 사태를 초 래한 그들(NSW)이 우리에게 경계 봉쇄에 대해 충고를 하려고 하나.. 정말로?(seriously?)”라는 말로 빈 정거렸다. 그는 지난달에도 NSW 폄하 발언을 했다. NSW 경찰이 공 원 벤치에서 케밥을 먹은 남성에게

발행인 신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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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포케(판단중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추고 닫힌 것 들이 많았다. 건강한 사람도 여러 형태 의 격리와 정지를 강요받았다. 서로에 게 의존했던 삶에서 홀로서기를 배워 야 했다. 두어달이 지났지만 내게는 아 직 낯설고 불편하다. 이 기간이 도박 중 독의 치료기회가 되었고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작한 사람도 있다. 부부 혹은 자녀들과의 관계를 회복한 사람 들도 있다. 다행한 일이다. 반면에 ABC공영방송에 따르면 호 주인 2,297명의 설문조사 결과, 우울 과 절망을 느끼는 횟수가 3배 이상, 혼 란을 느끼는 사람수는 5배 이상이라고 한다. 학생과 젊은이, 장년이나 노년에 상관없이 엇비슷한 블루 터널을 통과 중인 것도 사실이다. 괜찮은 척 하다보 면 속 사람은 더 아플 수 있다. 적응하 기 힘들다. 돈 문제로 심각하다. 지루 함, 무기력함, 우울증과 분노를 느낀 다. 심리적 탈진을 경험하고 있다 등 문제를 사실대로 인정할 때, 오히려 건 강해 질 수 있다. 정부에서 다양한 무 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 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부부나 가족 관계도 갈등에 빠지고 악화되기 쉽다. 실제로 가정폭력이며 온라인 도박 등 이 증가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소 통과 공감만이 이런 아픔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피 차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고, 먼저 상대 의 마음이나 감정을 느끼며 그대로 받 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 내 마 음을, 자주 변하는 감정을 자신도 잘 모 르는데, 어떻게 배우자나 자녀들의 마 음을 느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찾아 구하며 댓가를 지불해야 할만큼 귀한 가족 관계이지 않는가! 다른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우 리는 너무 쉽고 빠르게 판단하기 마 련이다. 단지 우리의 눈높이와 기준에 서 말이다. 가령 프레드 홀로우(Fred Hollows) 재단에 의한 저개발국가 맹 인들의 최근 실태를 읽었다고 하자. 5 명 중 4명은 20분여의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24시간 후에는 볼 수 있다. 그 러나 케냐같은 나라에서는 $25을 지 불할 수 없어 혹은 그런 수술 기회를 가

질 수 없어 맹인으로 산다. 어찌 그런 가혹한 일이 있는가? 그렇게 한심한게 나라인가? 우리는 즉시 분노하며 혹평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더 알 수 도, 바꿀 수도 없다. 대신 판단을 멈추 고, $25이라도 기부하는 것이 이 문제 와 소통하며 변화에 참여하는 방법이 아닐까? 에포케(epoché)는 헬라어 에페케 인(멈추다)에서 비롯된 철학용어로 ‘판 단중지’라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의 사소통과 공감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 로 사용되는 말이다. 자신의 판단을 보 류하고, 먼저 상대의 말, 생각과 형편 그대로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소 통과 공감이 가능하다. 우리 모두에게 는 편견과 선입관이 있지 않는가? 먼 저 그런 자신의 판단을 멈추라. 그런 판 단이나 관점에 따른 즉흥적인 말이나 댓글, 행동을 중지하라. 고리타분한 말 처럼 들릴 수 있다. 에포케의 본질은 이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마음의 소통 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공감과 변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꽃들은 사람들을 판단치 않고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품는다. 해와 달, 별 도 각기 다른 사람들을 판단치 않고 자 신의 궤도를 돌며 자리를 지킨다. 그 때 문에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 을 주는 것이 아닐까? 무지개도 그렇 다. 찬비가 추적이며 햇살이 뒤섞인 그 런 아침이었다. 한 친구의 아내가 큰 수 술을 받기 전날이었다. 브리스베인 워 터에서 시작하여 건너편 산등성이 끝 까지 선명한 무지개가 떠 있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크고 완전한 무지개였다. 감동을 느끼며 쳐다 보았다. 친구 부부 를 위해 기도했다. 모바일로 이 무지개 사진을 찍어 그 친구에게 보냈다. 어떤 위로와 소망, 약속의 메시지로 공감되 기를 원해서다. 백무산 시인은 ‘정지의 힘’이라는 시 에서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 리는 미래로 간다. ..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고 했 다. 코로나 사태가 조금씩 진정되며 6 월부터 여러 규제와 멈춤 등이 완화 된 다. 이 사태 또한 끝나고 지나갈 줄 안 다. 그러나 이 멈춤의 영향으로 미래의 세상과 삶의 방법은 크게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큰 혼돈이 없기를 바란 다. 그간 정지에 있던 어려움들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배웠으면 한 다. 그토록 숨가프게 달려온 우리 삶 의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었 으면 좋겠다. 이스트우드 한인상우회의 주관으로 동포 청년들을 위해 8주 동안, 물품지 원과 함께 3000여개의 무료 도시락을 제공했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됐다. 먼저 자신들의 사업이 어려운 중 에도 동포 청년들의 힘든 형편에 대한 배려와 공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결 과로 도움을 받은자, 여러 한인 후원 자, 직접 일하고 나눈 모두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었다. 상우회 부회장으로 이 나눔을 위해 많이 애쓴 한 분은 “이민 생활 중 가장 큰 보람이었다”라고 말했 다. 그것을 읽으며 나도 가슴 뭉클한 감 동을 느꼈다. 엔돌핀은 통증을 해소하고 암 치료 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 의학은 이 엔 돌핀보다 4000배 효과가 큰 ‘다이돌 핀’을 발견하였다. 이 호르몬은 어떤 좋은 음식이나 신약으로 가능치 않다. 큰 감동을 받을 때, 특히 어떤 진리를 깨달았을 때, 우리 안에서 생성되는 호 르몬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누군가를 탓하고, 분노하기 쉽다. 그 대신에 피 차 ‘에포케’를 선택하면 어떨까? 먼저 이웃의 말과 형편을 그 마음을 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는 배려와 소통, 공감 이 필요치 않는가! 거기에서 크고 작은 감동의 물결이 시작되고 확장될 수 있 다. 많은 한인 동포들이 우리안에 주어 진 다이돌핀의 강력한 효과를 직접 경 험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최정복 (엠마오대학 기독상담학과 교수)

jason.choi4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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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하명호 칼럼

스토리 브릿지

‘주별 여행 허용’.. 의견 충돌로 당분간 어려울 듯 작년 해외여행자를 제외한 국내 여 행자 숫자가 1천백만명이며 800억 달 러를 지출했다고 한다. 호주 대륙 동남 부 해안 지역에 위치한 시드니와 멜번 같은 대도시에 호주 인구의 거의 절반 이 거주한다. 이 지역은 5월부터 겨울 철을 맞이해서 찬바람으로 인해 아스 마(호흡기) 환자들이나 감기, 독감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이 곳 겨울을 피해 퀸즐랜드 북부를 비롯 한 따뜻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지낸다. 예전 집값이 높지 않을 때는 퀸즐랜 드 지역에 ‘홀리데이 하우스’를 마련해 겨울 한철을 보내기도 했다. 골드코스 트, 선샤인 코스트를 비롯해 북쪽 케 언즈, 포트 더글러스, 주변의 대보초 (Great Barrier Reef) 지역과 작은 섬 들은 남부의 겨울철을 피하려는 여행 자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다. 지난해 9월 분기(겨울철 3개월간)에 220만명이 퀸즐랜드 지역을 방문해 31 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겨울철 퀸즐 랜드는 남쪽 도시인들에게 여행자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금년에 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외 여행이 금 지되면서 여행을 좋아하는 호주인들은 국내 여행이라도 떠나려고 준비를 하 고 했었다. 가뭄과 산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 에 경제적인 손실을 어느 주 보다 받아 온 NSW주는 6월 1일부터 주 안에서 여행을 허용한다. 산불 피해로 경제가 어려운 농촌지역 돕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방지 를 목적으로 퀸즐랜드, 서호주, 남호 주, 타즈마니아 4개주와 노던테리토리 준주가 주경계를 봉쇄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남부 지역의 방문자들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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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는 코로나 감염 확산을 우려 해 여전히 주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현 재로서는 언제 풀릴지 확실하지 않다. 퀸즐랜드 주총리는 “감염 환자가 가장 많은 NSW와 빅토리아주에서 28일동 안 신규 확진자가 없어야 한다. 이때까 지 봉쇄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 했다. 9월이면 사실상 겨울철이 끝나는 시 기다. 겨울 시즌 다른 주 관광객들의 방문을 고대하는 지방 여행업계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미 NSW와 봉 쇄를 하고 있는 퀸즐랜드, 서호주 주총 리들 사이에 설전도 전개됐다. 이같은 조치와 관련, 연방 보건부의 최고의료 부자문관인 폴 켈리 박사는 “호주의 바이러스 억제는 매우 성공적 이다. 퀸즐랜드의 요구는 의학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주경계 봉쇄유지 는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아나스타시아 팔라쉐이(Anastacia Palaszczuk) 퀸즐랜드 주총리는 폴란 드 이민자의 후손이다. 그의 할아버지 가 2차 대전 후 독일에 노예 노동자로 징용을 갔다가 종전 후 호주로 이민을 오게됐다.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한 할아 버지는 아들 헤리(Herry)에게 교육을 강조했고 헤리는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됐다가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1984년 부터 1992년 이민자 다수지역인 아처 필드(Archerfield) 선거구에서 주의원 으로 활약했다. 그 후 1992-2006년 인 헤일(Inhale) 지역구 의원으로 재직했 고 이 지역구를 딸인 아나스타시아가 승계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법대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 중 주의회 진출했고 주총리가 됐다. NSW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

한가롭지 못한 여유를 누리며

총리도 여성이며 이민자(아르매니아 계) 후손이라는 점에서 팔라쉐이 주총 리와 공통점이 있다. 호주 동부 해안에 호주에서 가장 많 은 인구가 집중된 시드니, 멜번, 브리 즈번 3대 도시가 약 1천km 간격으로 위치한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3개 도 시에 GDP는 약 1조 달러로 호주 총 GDP의 54%를 점유한다. 세 도시는 세 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대도시 랭킹에 서 항상 상위(20위 안)에 포함된다. 미국에서 동부의 보스톤, 필라델피 아, 뉴욕, 워싱톤 DC까지를 묶는 BoWash라는 거대 통합도시(Megaregion)의 경제권을 만드는 구상도 논 의된다. 중국에서 베이징-텐진-샹하 이-항조우, 일본 광역 도쿄 경제권 등 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도시계획전문가 리차드 플로다 ( Richard Florda)의 ‘거대 통합 도시 지역’이라는 책에 “세계 40개의 통합도 시(전세계 인구 18% 점유)가 세계 경 제의 2/3을 좌우하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호주에서도 머지않아 멜번-시드니브리즈번을 묶는 고속철과 경제권 주 장이 나올 수 있다.

하명호 (자유 기고가) miperra@gmail.com

어느새 쌀쌀해진 늦가을의 찬바람 이 어깨를 움츠리게 하며 나뭇가지 에 드리우는 옅은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집안에서만 생활한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긴 시간을 실내에서 주로 지내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 스도 은근히 쌓여가는 듯하다. 마음 도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는지 수고하 는 의료진을 위로하며 박수를 보내 는 텔레비전의 홍보영상을 볼 때마 다 가슴이 아려서 눈물이 솟구친다. 이 기다림은 무엇을 뜻하며 어떤 미래와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일까. 기다린다는 말에는 어떤 바람과 설 렘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 만 인문학자들은 지금의 힘든 대전 염병의 시간이 지나가도 결코 이전 처럼 되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견하며 달라지는 미래사회를 준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런 세상은 대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이기 심은 자라나고 서로 얼굴을 맞대며 손을 붙들 수 있는 ‘연대’라는 단어가 낯설어지는 사회가 될 것만 같다. 한 가롭지 못한 시기에 누리는 지금의 여유가 결코 편치만은 않다. 요즘 규칙적으로 생긴 습관은 명 상과 단전호흡을 하는 일이다. 유튜 브(You Tube)에서 편안한 힐링 음 악을 찾아서 아침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치유의 주제나 음악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겪는 갈등이나 문제도 그만큼 많다는 사 실을 깨닫게 된다. ‘자존감 수업, 내 인생 사랑법, 행복한 마음 습관에 대 한 감사, 잠으로 안내하는 수면여행, 인생 후반전을 두려움 없이 준비하 기’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나뉘어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편안함을 전 해준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귀에 스 며들 듯이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 리에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호흡 조 절을 하게 된다. 내가 즐겨 찾는 명상 은 혜민 스님의 ‘잠으로 안내하는 구 름 휴식 명상’이라는 수면여행이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나의 별자리를 찾는 꿈을 꾸면서 천천히 잠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마치 어린왕자가 우 주에 흩어져 있는 별들을 하나씩 찾 아 가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 비해야하는 상태에 들어와 있다. 그 래서 ‘인생 후반전을 두려움 없이 준 비하기’라는 명상을 들어 보았다. 침 체와 상실의 변화를 겪게 되며 겉으 로는 “괜찮다”라고 말하면서 내면으 로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 다. 꿈 분석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은 “우리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인생의 오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했 다. 융은 인생의 정오를 44살로 보았 는데 이 말은 약 100여 년 전에 했 던 말이니 현대의 오십대 초반정도 로 생각하면 될 듯싶다. 만약에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생의 오후를 맞이하는 전환기를 맞이한다면 사람 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위기의식 을 갖고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 다. 그래서 나의 정체성이 사라지기 전에 견딤과 기다림의 공백을 가지 고 평정심을 지니라는 충고를 들려 준다. 이는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자 존감이 필요하고 세상의 모든 것은 머물지 않고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 하는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 사 태로 인한 위기감을 잘 극복하고 기 다림의 여유를 가져야할텐데 머리로 는 이해를 하지만 가슴으로는 잘 받 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세상 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 지 가는 길”이라는 어렵고도 멋진 말 이 있지 않은가. 행복 점수라는 게 있다. ‘나의 행 복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 을까, 무엇이 행복을 습관처럼 만들 수 있을까?’ 주말에 넷플릭스에 서 “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려(Up in the wind)” 라는 영화를 보았다. 내용은 주인공 청위멍은 가난한 시 골 집안 출신이며 야망있는 여성으 로 상하이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큰 잡지사의 기자로 일한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 되는 이태리 토스카니에 취재를 위한 출장이 계획되어 있었 는데 갑자기 취소되면서 네팔의 한 작은 관광마을인 포카라로 가게 된 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네팔에 왔다는 관 광기사를 쓰도록 회사에서 강요받으

며 그녀는 회한에 빠진다.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 산을 볼 수 있고, 힌 두문화가 공존하는 고대 불교문화가 살아있으며,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과연 네팔은 그런 행복의 나라일까.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것은 영혼이 잠시 먼지에 뒤덮여있기 때 문이니, 바람이 불어와서 날려버릴 때가 온다”는 요가스승의 답을 듣는 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점차 자신감을 잃어 간다. 높은 산속의 어느 마을을 관광 하다가 네팔 정부 군인들과 육탄전 을 벌이며 데모하는 고산 원주민들 을 만나게 된다. “꿈을 위해 싸우자.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시위 대의 외침은 청위멍의 가슴 안에 맺 혀있는 그녀의 절규를 대변하는 것 으로 여겨진다. 그녀가 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높이 날아오르 는 장면에서 대도시의 삶에 찌든 사 람들의 모습과 네팔의 대자연을 대 비시키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결국은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로 돌 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허전함과 씁쓸함을 엿보게 된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느끼는 기쁨 과 감동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겨준 영화였 다. 집에서 보는 좋은 영화 한 편이 답답함을 씻어주니 감사하고 그 또 한 행복한 일이다. 매일의 일상에 감 사하는 마음을 습관처럼 지니기 위 해 애를 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몸 을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을 허락받은 오늘 하루가 축복이며 상이라고 생 각한다.

황현숙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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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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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경제기자 로스 키팅스의 ‘코로나 극복 대안’ “정부 지출 늘려 민간 소비여력 증대 유도해야” 유명한 경제전문 저널리스트인 로스 기팅스(Ross Gittins) 시드니모닝헤럴 드 경제부장이 이번 주 칼럼을 통해 “코 로나 사태를 맞아 호주 정부는 경기 회복 을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 다. 기팅스 칼럼을 전문 번역했다. - 편 집자 주(註)

“2차 대전 후 막대한 정부 부채 도 지출 확대로 위기 극복“ 현재의 불경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더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 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경제학적으로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면 누가 지출을 해야하나? 가장 먼저 정부가 앞장서 지출을 늘려야 한 다. 만약 스콧 모리슨 총리가 정부 지출 을 충분히 늘리지 않는다면 경제가 악 화되고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고통 을 받고 결과적으로 다음 총선에서 승 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정부 지 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상하 게 들리는 것은 우리가 정부를 개인처 럼 인식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만약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 이나 가계가 지출을 늘린다면 곧 훨씬 더 심각한 문제에 빠질 것이다. 맞는 말 이다. 그러나 개인에게 바른 처방이 정 부와 공동체 전체에도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정부는 개인과 달리 국민에게 세금을 걷어 지출에 필요한 재원(예산)을 마련 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지출을 위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화폐 발행 증대) 권한 도 가지고 있다. 물론 보수 성향의 모리슨 정부(자유국민 연립)는 대규모 지출을 꺼려한다. 이들의 논리는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면 재정 적자와 부채로 이어지 고 당국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 정부 부채는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잘못된 생각이다. 모리슨 총리가 이미 말했듯이 우리 는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cope with)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기 존 부채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여기 서 역설적인 사실은 ‘충분히(enough) 지출하지 않는 한’ 경제가 다시 성장하 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경제 활 동은 생산과 소비이다. 우리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돈을 벌고 그 수입의 대부분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와 용역에 다시 소비한다. 불황은 어떤 이유로든 생산된 상품 과 서비스가 소비되지 않을 때 발생한 다. (오늘날 불경기의 주요 이유는 바 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비필 수 사업자들에게 문을 닫으라고 지시 했고 개인들에게는 집에 머물면서 물 건을 사러 나가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 문이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여 생산된 재화 가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생산을 줄인 다. 이는 노동자의 해고나 근무 시간 감 소로 이어진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은 다시 소비를 줄인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허리띠 를 졸라매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미래 에 대해 두려워하게 되면서 소비보다 는 저축(saving)에 힘쓴다. 민간 소비 감소는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개인은 일자리를 잃고 소비는 다시 감소한다. 이 ‘악순

환(vicious circle)’을 누군가 끊어내지 않는다면 소비는 계속 줄고 실업률은 계속 악화될 것이다. 선순환 구조로 되 돌리기 위해선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 어야 한다. 그러나 지출 여력이 있는 것 은 오직 정부뿐이다. 정부 지출이 규모 가 훨씬 큰 민간부문을 구제하고 다시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정부 지출이 절대 적으로 최소한으로 유지되어야 되는 필요악이라고 믿는 사람들(현 자유-군 민 연립 여당)에게 딜레마를 안긴다. 이들은 정부 지출 확대는 반드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세금 인상은 악한 일이라고 굳게 믿어 왔다. 정부 지출이 큰 도움이 된다면 국민 들도 세금에 대해 그렇게 인색하고 분 개할 필요가 없다. (정부 낭비를 없애 는 것도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이다.) 어쨌든, 충분한 돈이 풀리고 경제가 다시 성장한다면 사람들의 소득이 늘 고 세수가 증가할 것이다. 일단 경제 성 장률이 부채 증가율보다 더 높으면 정 부 부채 문제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 한다. 2차 대전 후 호주는 지금보다 훨 씬 더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당시에 도 우리는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 로 위기를 극복했다. 개인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 둘러 빚을 갚으려 한다. 우리는 은퇴하 기 전이나 죽기 전까지 빚을 다 갚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에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가 상환을 서두르는 또 다 른 이유는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이자율이 높을수록 더 서둘러 빚을 갚는다. 지난 주 스티븐 케네디 호주 재무 차 관보는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부의 10년 만기 채권의 이자율이 인플레이 션보다 1% 낮다며 정부 채권 발행을 옹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 부채 가) 걱정이 되나? (즉 경제 성장률이 정 부 채권 이자율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정부가 부채 이자에 대한 부담을 거의 지지 않는다는 의미 - 필자 주(註)) 번역: 한호일보 손민영 기자 Gideon.sohn@gmail.com

위안부 인권운동 30년, 본질을 보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 니의 5월 7일과 25일 두차례 기자회 견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30 년간 이용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 의 문제 제기와 함께 정대협의 회계 부실,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의혹, 정치 입문 과정, 또 이용수 할머니의 배후설까지 가세하면서 사태는 점점 정쟁 이슈로 변질돼 갔다. 그 과정에 서 30년 위안부 인권운동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위안부 운동의 본질은 첫째, 숨어 살던 위안부 피해자들이 여성인권운 동가로 성장해서 역사를 바꾸는 주 체가 된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존 재가 바로 그 증거다. 본인이 아닌 친 구의 이야기라며 위안부 사실을 알 려 왔던 이 분이 기자회견장에서 당 당하게 자신을 여성인권운동가라고 소개하며 논리적으로 당당하게 위안 부 운동의 과제를 제시했다. 위안부 운동의 두 번째 본질은 이 운동이 국가의 힘이 아닌 전적으로 민간 여성운동의 힘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금은 위안부 할머니의 기 자회견장에 150여명의 기자들이 몰 려들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 리에 사회적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운동의 초창기에 정신대 문제는 입 에 올리기 민망한 수치스러운 문제 로 취급되었다. 최근까지도 우익 인 사는 ‘자발적 매춘’ 운운하는 망신스 러운 발언을 입에 올리고 있는 실정 이다. 정부도 언론도, 아니 한국사회 의 전체가 외면한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을 찾기 위해서 여성들은 외로 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일 본 방문을 앞두고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학생들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을 통 렬히 비판하면서 입장문을 발표했 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민족의

27일(수)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 위’가 진행되고 있다.

수난과 성적 유린이 가장 첨예화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정치적 협상 물이 아닌 민족사 복원 차원에서 정 신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그해 11월 37개 여성단체가 모여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ㆍ정 의기억연대의 전신)를 결성했다. 그 다음 해인 1992년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에서 첫 번째 증언자로 나섰고, 정부는 1993년 위안부 피해자를 지 원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숨어 있던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두 명씩 모습 을 드러냈고 200명이 넘게 정부에 등록하게 됐다. 그 후로 위안부 피해 자들과 활동가들은 세계 곳곳을 다 니며 전쟁범죄 참상을 고발했다. 국 제 인권법정, UN 인권조사관의 보 고서, 미국 의회 증언, 영화 제작, 소 녀상 건립, 전시, 나비기금 지원 등 숨가쁜 행보로 세계평화운동사를 써 나갔다. 회계의 부실이나 개인의 비리가 헌신과 고생으로 덮일 수는 없지만 위안부 운동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 하는 구실로 악용되어서도 안될 일 이다. 세 번째로 위안부 운동의 가장 중 요한 본질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

지 않았다’는 점이다. 5월 27일 1441 차 수요시위가 또 열렸다. 수요시위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 호가 있다.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 제국주의는 13개국에서 20만명의 위안부를 공식적으로 강제 동원한 참혹한 전쟁범죄를 자행했지만 아직 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 직 가야할 길이 멀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갈등은 과정이라는 뜻이다. 논란이 뜨거운 와중에 나눔의 집 에 거주하시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 니 한 분이 또 돌아가셨다. 올해로 벌 써 세 분째 별세하셨고, 현재 생존자 는 17명이다. 냉정하지만 위안부 할 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에 우리 의 위안부 운동은 어떻게 될 것인지 위안부 운동의 미래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이용수 할머니 문제 제기 도 미래를 위한 준비로 소화되길 바 란다.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춘 운영 체계를 마련하라는 이용수 할머니의 제안은 사람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 으로 운동방식을 바꾸라는 의미로 들린다. 성찰과 혁신을 거치면서 위 안부 인권운동이 아픈 만큼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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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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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여당·2022 대선·86그룹 용퇴 21대 국회 성패 가를 ‘3대 키워드’

30일 개원, 21대 국회 미리 보기 30일 4년의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 한복판인 2022년 3월 9일에 20대 대선이 실시된다.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크고 의원들의 다짐도 단단하지만, 21대 국회는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20대 국회를 돌아봐도 탄핵-대선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는 매우 달랐다. 소규모 정계개편도 반복됐다. 앞으로 4년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선 이전 2년, 즉 21대 국회 전반기는 이념이나 비전, 개헌 같은 의제보다는 대선을 향하는 구도를 중심으로 국회와 정당들이 움직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1990년 민자당, 2008년 한나라당, 2020년 민주당 여당의 의석은 180석에 육박하고 1야당 은, 비례위성정당과 합당을 완료해도 100 석을 겨우 넘긴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반 환점 이후 점점 올라가서 안정적으로 60% 대를 기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 율의 경우 여당 인사들이 압도적 격차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향후 4 년 간 21대 국회도, 다음 대선도 뻔해 보인 다. 여당 강세가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다. 과연 그럴까? 민주화 이후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여야 격차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벌어진 것은 두 번이다. 첫 번째는 3당 합당. 1990년 1월에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그리고 공화당이 통 합해 218석의 슈퍼여당인 민자당을 만들 었다. 두 번째는 2008년 18대 총선이다. 여 당인 한나라당만 따지면 153석으로 과반 을 겨우 넘겼지만 친박연대가 14석. 친박무 소속연대가 12석 등 한나라당 계열 정당이 179석을 얻었고, 역시 보수 진영으로 분류 되는 자유선진당이 18석을 얻었다. 30년 전 그리고 12년 전과 현재를 비교 하면 힘의 불균형 외에도 유사점과 차이점 이 있다. 먼저 ‘미러링’이나 다름없는 구도의 유사성이다. 1990년과 2008년은 보수와 중도보수가 결합해 진보에 대해 압도적 우 위를 보였고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포위해 고립시키는 형국을 만들었다. 이걸 그대로 뒤집으면 2020년이 된다. 그 다음은 차이점. 1990년 3당 합당은 민 의에 반하는 인위적 정계 개편을 통한 결과 물이었다. 2008년 ‘범한나라당’의 압도는 ‘이명박’이라는 깃발과 ‘박근혜’라는 깃발 의 경합으로 확장력을 발휘해 영역을 극대 화한 것이다. 반면 이번 21대 총선에서 여당 은 ‘문재인 단일대오’를 통해 완벽하게 승리 를 거뒀다. 당내에 비주류라 할 만한 흐름 이 없고, 당 밖으로 봐도 총선을 통해 민주 당의 왼쪽 격인 정의당과 오른쪽 격인 민생 당 모두 크게 쪼그라들었다.

1990년^2008년엔 공룡 보수여당 왜 오래 못갔는지 與는 고민해야 대선 승리는 당 내부 경쟁서 시작 확장성 있는 후보 발굴 가장 중요 與든 野든 86그룹 절정의 위치에 대선 끝나면 간판급 얼굴 바뀔 것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경.

민주당엔 약점이 없나 2020년 5월에야 주류 교체 이야기가 나 오지만 따져보면 과거 보수여당의 압도적 우위가 생각만큼 오래가진 못했다. 민자당 은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 이후 전두환, 노태 우 두 전직 대통령과 5^18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스스로 TK-PK연합을 해체했다. 그 다음에는 김종필계와도 결별했다. 물론 당 시 보수연합의 뼈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3당 합당의 골간은 불과 3, 4년 만 에 무너졌다. 18대 국회의 압도적 여권 우 위도 길지 않았다. 집권 초 광우병 촛불집 회 국면에서‘헤게모니’가 큰 손상을 입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오히려 이명박 정 부의 동력을 회복시켜 줬지만 2011년경부 터는 현실 정치판 자체가 달라졌다. 서울시 장 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박원순, 안철 수 등 야권의 장외 트로이카가 등장했다. 시장 보수인 친이와 정통 보수인 친박 연합 구도였던 새누리당이 박근혜 일극 구조로 전화해 대응한 끝에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서 신승에 성공했을 뿐이다. 민주당은 다를까? 21대 국회가 진보 우 위를 강화하면서 모든 정당의 꿈인 장기집 권과 1.5당 체제를 시작하는 장이 될 것인 가? 여당의 비전과 현재의 여야 불균형을 예 견한 보고서가 이미 작년에 나왔었다. 민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작년 4월에

발표한 ‘대한민국 중심 정당의 혁신적 포용 노선-더불어민주당의 길’이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민주당의 비전을 ‘중심 정당’으 로 제시하면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을 ‘주변 정당’으로 규정했다. ‘주변 정당’은 “오직 반사이익에 골몰해 집권 여당의 실수 만 바라면서 생활인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외면하는 ‘생활불감 정치’와 시끄러운 소수 에 영합해 민심과 당심이 끊임없이 괴리되는 ‘민생불감 정치’를 강행”하는 당이다. 반면 ‘중심 정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 성했던 80%의 지지”를 받는 생활정치 정당 이다. 과거 압도적 보수정당들이 유연성을 가지고 보수에서 중도를 포괄했듯, 민주당 은 진보에서 중도를 포괄하겠다는 것. 21 대 국회 출범을 앞둔 현 상황은 보고서 내 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정권 재창출과 ‘중 심 정당’의 영속성 강화를 위한 키포인트가 또 담겨 있다. “여당이 사실상 여야의 역할 을 모두 한다. 여야 정권 교체가 중심 정당 내에서 일어나는 1.5당 체제다”는 내용이 다. 이 이야기는 ‘단일대오’인 현재 민주당과 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3당 합당 이후의 민자당, 18대 국회 한나라당이 이 내 용에 부합한다. 민정계와 민주계. 친이계와 친박계의 내부 경쟁이 있었다. 그리고 김영 삼, 박근혜라는 ‘정권 교체형 여당 후보’의

홍인기 기자

출마를 통해 영토를 확장하면서 정권 재창 출에 성공했다. 만약 21대 국회 전반기에 여 당이 이런 확장성까지 갖추면 대선과 국회 후반기는 볼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 당이 확장성을 스스로 버리면 공간은 야당 의 몫이 될 것이다. 86그룹, 언제 내려올까 구도 혹은 구조의 관점에서 21대 국회는 20대 대선과 결부되지만, 인물 혹은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미 다르게 시작하고 있다. 21대 당선인 300명을 보면 2000년 이전에 등원했던 사 람은 훙준표, 설훈, 김민석 이렇게 세 사람 뿐이다. 보수 쪽을 보면 총선을 전후로 해서 서청 원을 필두로 ‘친박’은 모조리 정리됐다. 정 치이력이 좀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만 ‘친 박’ ‘친이’라 부를 수 없다. ‘친박 출신’, ‘친이 출신’일 뿐이다. 문희상 의장, 박지원 의원 등의 동교동계 혹은 구-민주계 역시 뒤안길 로 사라졌다. 민주당은 ‘친문’ ‘86그룹’이라 는 씨줄과 날줄로 교직된 ‘민주화 세력’이 근간이다. 이제 주류로서의 ‘86그룹’은 절정의 위치 에 서있다. 청와대 정책실장, 부총리, 여러 장

관, 국회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등등을 독 차지하고 있다. 여당만큼은 아니지만 야당 에서도 상대적 주류다. 앞으로 4년이 절정 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바로 그 이유 때 문에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도전과 비판을 통해 성공한 그룹은 그들이 도전과 비판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숫자만 많다 고 해서 주류 자리를 지킬 순 없다. 솔루셔 너(solutioner)이자 시스템 세터 역할을 수행해야 주류다. 그리고 안 바뀐다 안 바뀐다 말이 많지만 여야 모두 과거와 다른 스타일의 인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예컨대 연배도 배경도 출신 지도 달랐던 민주당 비주류 초선 4인방 금 태섭-김해영-박용진-조응천 가운데선 절반 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이다. 연배는 86그룹이 지만 운동권 출신 위장 취업 노동자가 아니 라 그냥 노동자였던 여당의 양향자와 야당 의 김미애는 벌써 초선 이상의 존재감을 보 이고 있다. 절정의 자리에 서 있는 그룹들에 대한 도

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질 것이다. 그 도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그룹의 정체성 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정풍운동의 주인공 이 세월이 흐르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역사 의 법칙이나 다름없다. 김세연 등은 이미 변 화의 중심이다. 물론 86그룹 내에서 차기 후보, 대통령 이 선출될 수도 있다. 그런데 차기 대통령은 자기 주변을 생물학적, 혹은 정치적 뒷세대 로 채울 것이다. 그에 따라 주류 구성의 변 화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게다가 86 그룹보다 더 윗세대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수 도 있다. 지금 차기 지지율 1위가 1952년생 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치 주류에 대 한 변화의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질 것이 분 명하다. 2022년 대선을 치르고, 2024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보면 중심적 얼굴들은 지금 과 많이 다를 것이다. 세월을 거스를 순 없 고 흐르는 물을 되돌릴 수도 없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태곤 실장은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대선, 서울시장선거 등에 참모로 직접 참여했고 국회에서도 일했다. 현재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에서 위기관리와 캠페인 전략을 컨설팅하며 방송과 매체를 통해 한국정치를 분석하고 있다.

※Deep&Wide는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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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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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30년간 이용 당해… 정대협 용서 못 한다” 두번째 기자회견서 “재주는 할머니들이, 돈은 딴 데서 챙겨” 작심 비판

윤 당선인은 일찌감치 기자회견에 불 참하는 쪽으로 결정한 분위기였다. 윤 당선인은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 되는 오는 30일 이전에 정의연 기금 유 용 등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할 예 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의연 관계자는 이 할머니 기 자회견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 켜봤다. 마음이 아프다. 저희가 할머니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은 적 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오후에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선 “오늘 할머 니께서 세세하게 피해사실을 말씀하신 걸로 안다”라며 “가해자들이 하루 빨리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이행 해 더 이상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 도록 더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고 밝 혔다.

“윤미향 사리사욕 채우려 국회의원 돼… 죗값 치러야” 또 직격탄 날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위안부 할머니를 속이 고 이용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대협)를 용서할 수 없다”며 “30년 간 이용당했다”고 정대협(정의기억연 대의 전신)과 윤미향(전 정의연 대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강하 게 비판했다. 지난 7일 첫 기자회견에 서 “수요집회 중단” “정대협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이 할머니는 2차 기자 회견에서도 작심한 듯 “윤미향이 사리 사욕 채우려고 국회의원 됐다”며 죗값 을 치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려 파장 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대 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 즐거운홀에서 1시간 정도 기자회견을 갖고 “정대협과 대구의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 모임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았다”며 “ 재주는 곰(할머니)이 부리고 돈은 딴 사 람(정대협)이 먹었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을 일본군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라 고 밝힌 이 할머니는 먼저 정대협의 잘 못된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 대협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역자(정신대)와 관련된 활동을 한 단체인데, 위안부 문제까지 다루면 서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목 숨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와 정 신대 할머니는 많이 다르다”는 할머니 는 “정대협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대협이 정작 모금행사에 영문도 모 르는 위안부 할머니를 동원하고는 제대 로 대우하지도 않았다는 지적도 했다. 할머니는 1992년 6월29일 윤 당선인과 교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일본의 정년

여당 “사실규명부터” 신중론… 윤미향은 침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모금활동에 피해자 할머니들을 일방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검찰 수사로 정대협의 후원금 유용을 밝혀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 교사가 1,000엔을 성금으로 내는 것을 처음 본 후 농구장 등 여러 곳으로 모금하러 다녔다는 것이다. “농구선수한테 돈을 받아 올 때도 왜 받는 지 몰랐지만 좀 부끄러웠다”는 할 머니는 “(모금) 끝나고 배가 고파서 먹 을 것을 사달라고 하니까 ‘돈 없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고 회상했다. 할머니는 “윤미향이 미국가자며 600 만원을 모금해놓고 (할머니는)정대협 사람이 아니라서 못오게 했다”며 “위 안부 할머니를 판 행위는 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협 측이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 등지로 끌고 다니면서 이용했다고도 주 장했다. 할머니는 “한 눈이 실명인 할 머니를 그렇게 이용해놓고 뻔뻔스럽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가 짜 눈물이다. 병 주고 약 줘놓고 아직도 죄를 모른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성노예’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왜 성노예 냐. 그렇게 더러운 용어를 써서 할머니 를 판 사람들은 죄를 물어야 한다”고 지 적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작심한 배경 에 윤 당선인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할머니는 “3월30일에 윤미향에게 ‘이 러면 안되지 않나. 한 번 와라. 그렇지 않으면 기자회견 할란다’고 했더니 아 주 큰 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 하라’ 고 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국회의원 출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할머니는 “30년을 같 이 했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맘대로 팽 개친 것이 너무 괘씸했다”며 “사리사욕 채우러 국회의원 나간 것 아니냐”고 말 했다. 지난 19일 대구에 찾아온 윤미향을 안아준 이유에 대해서는 “원수도 아니

고 30년을 같이 활동한 사람이 안아달 라고 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렇 게 했지만 결코 용서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연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검 찰의 몫이라며 제대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첫 기자회견 후 너무 많은 의혹이 나왔다”며 “검찰 이 할 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대해 “데모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지 끝내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 청소 년들이 서로 왕래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회견문을 통해 한일간 위안부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고, 양 국간 교류를 강화하며, 위안부 관련 교 육관과 국제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촉 구했다.

이용수 할머니 요구에도... 윤미향 끝내 불참 당초 2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회 견은 조금 늦게 시작됐지만, 기자회견 이 시작된 이후에도 호텔에서 윤 당선 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 후 윤 당선인의 참석 여부는 초미의 관 심사였다. 윤 당선인이 지난 19일 할머 니가 머무는 대구 중구의 호텔을 찾아 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는데, 이때 할머니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라”고 말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튿날 한국 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을 기자회견장에 부른 이유를 “배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사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 리핑을 통해 윤 당선자에 대해 “검찰 수 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 켜보고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30년 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 온 이 할머니 께서 기자회견까지 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 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새로운 내 용은 나온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검찰 수사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기 관 자체 조사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 는 게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청와대 역시 이 할머니 기자회 견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당 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 수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당사자인 윤 당선자는 기자회 견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 입장 표명 없 이 침묵을 이어갔다. 한국일보

한명숙 “결백 입장 확고하지만, 文정부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 [한 前 총리 측 한국일보와 통화]

“檢 조작 가능성 보도에

재판 트라우마 떠올라 힘들어 해”

재심 권유에도 신중 반응… 이해찬 “한번 살펴 볼 필요 있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정치자금법 위 반 사건과 관련해 “과거 사건이 다시 이 슈가 돼 부담스럽다”는 뜻을 주변에 밝 혔다고 한다. 결백하다는 입장은 확고 하지만 정권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는 취지에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안 팎에서는 한 전 총리를 대신해 당이 명 예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 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 문제점을 부각해 검찰 개혁 동력을 얻겠다는 의 도도 엿보인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27일 본보 통 화에서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조작 가 능성을 다룬 언론 보도를 보고 과거 재 판 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힘들어 했 다”며 “한 전 총리가 재심을 의도하거 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 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억울 함을 풀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을 전했 지만, 한 전 총리는 신중하게 받아들였 다”고 밝혔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인 고 한

만호 한신건영 대표한테서 9억원의 불 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 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고 복역했 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관 13 명 중 5명은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지만 이들 조차 한 전 총리가 한씨에 게 돌려준 2억과 한 전 총리 여동생이 사용한 전세금 1억 등 한 전 총리가 한 씨로부터 3억을 받았다는 사실은 의심 할 여지 없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정권 교체 이후 재심 신청 및 사면복 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 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뜻을 주변 에 밝혀왔다. 한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시종 ‘결백하다’ 는 입장이다. 한 총리의 신중한 반응과 달리 여권 에서는 연일 ‘진상규명’ 목소리가 나온 다. 한만호씨가 비망록에서 검찰의 강 압수사와 회유로 재판에서 한 전 총리 에게 불리한 거짓증언을 했다고 한 주 장과, 검찰이 한씨의 동료 수감자 2명 을 회유해 거짓 증언을 시켰다는 보도 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비 망록이 이미 재판 과정에 증거로 제출 돼 사법 판단을 받았고, 강압 수사도 없 었다고 맞서고 있다. 재심 요건에도 맞 지 않는다는 지적이 다수다. 하지만 여 권에선 한 전 총리 재심은 몰라도 당시 검찰의 수사 과정 조사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전 총리 명예회복은 친노ㆍ친문 진영의 숙원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유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었다는 것은 우리 당 사 람이면 누구나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최강 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6일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하고 검찰이 나서지 않으 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나서야 한 다”(KBS라디오)고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의 표적 수사’나 ‘법원의 눈치 보 기’에 방점이 찍혀 있던 이 같은 주장 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재판거래 의혹’으 로 초점이 옮겨 갔다. 박근혜 정부 청와 대와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2018년 8월 민주당은 ‘재판거래 의혹’ 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다시 한 전 총리 사건을 소환한다. 당시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수사로 분 명히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 한 전 총리의 정무수석비서관 출 신인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은 tbs 라 디오에 출연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 국회 전략을 담은 문건을 보면 한명 숙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공식적으로 요청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며 “대법원 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을) 전부 무죄 취 지로 파기할 경우 입법 설득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당 지도부에서 처음 ‘재조 사’ 화두를 던진 김태년 원내대표도 24 일 마지막 발언 이후 침묵하고 있다. 이 해찬 대표는 지금까지 공식 발언을 하 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이 지휘하는 법 무부가 진상조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 면서 민주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법무부의 재조사 방향, 여론 흐름을 살피며 당이 검찰 재조사 카드 를 본격화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해 찬 대표도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서 “이번 사건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적으로 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필 요성이 커지거나, 한 전 총리가 직접 명 예회복 의사를 요청할 경우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6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佦)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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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는 무조건 징역’ 공포감$ 스쿨존 규정 지켰다면 “과실 없다” 판례도 과잉처벌 논란 앞에 선 민식이 부모 ☞1면에서 계속

가해 차량은 제한속도를 지켰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 김 보행자가 건너고 있으면 차는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야 한다. 원래 있는 법(도로교 통법 제27조 제1항)인데도 안 지킨다. 가해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서지 않았고, 아이 들을 치고도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 다. 민식이를 역과(歷過·밟고 지나감)한 후 에야 브레이크를 밟았다. 과속이 아니었어 도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아이가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다. 평생 장애를 안더라도 살 수는 있지 않 았을까.(가해 운전자에 대해 검찰은 금고 5 년을 구형했고, 1심 법원은 ‘금고 2년’을 선 고했다. 지난달 2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 사2단독 최재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주 의해서 전방을 주시하고, 제동장치를 빨리 조작했다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 에 비춰 피고인의 과실 정도는 중한 편”이라 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로 인해 나이 어 린 피해자가 소중한 생명을 잃는 회복 불가 능한 피해가 발생한 점, 부모가 심대한 정신 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 함께 사고를 당한 동생의 정신적 충격에 따른 후유증이 염려되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제시했다.) 민식이법 중에서 가중처벌과 관련된 특가법에 대한 오해가 많다. 김 공포를 조장하는 유튜버를 보면 실제 사례가 아니라, 법 해석을 갖고 “민식이법은 악법”이라고 말한다. 감경 요소를 하나도 염두에 두지 않고 법 조문만을 두고 ‘사망 사고 시 무조건 징역’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본다. 박 민식이법은 기존에 처벌하지 않던 걸 처 벌하는 게 아니다. 아주 극단적인, 최악의 경 우를 상정해 ‘민식이법으로 억울한 운전자 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불안을 조성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이 누구 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잉처벌 논란은 어떻게 보나. 김 처벌 수위가 약해서 법을 우습게 아는 이 들도 있다. 처벌이 과하다고 말하기에 앞서, 기존의 법을 그동안 정말 잘 지켰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박 사망사고일 때 벌금형이 없는 점을 지적 하는 분들이 계신데, 민식이법은 가해자를 위한 법이 아니다. 운전자 편하게 하려고 만 든 법도 아니다. 피해자는 죽고 없다. 스쿨 존에서만큼은 어른들이 좀더 조심하자는

민식이법 Q&A 지난 3월 말 시행된 ‘민식이법’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들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유통되고 있다.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는 ‘무조건 가중처벌’ 한다거나, 과거엔 사법처리 범위에 속하지 않았던 운전 행위도 이제부터는 처벌을 받게 된다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운전자 과실로 인한 스쿨존 내 어린이 상해 또는 사망 사고와 관련, 그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두고는 혼란을 느끼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한창훈 경찰청 교통안전과장,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로부터 운전자가 숙지해야 할 민식이법 내용을 다시 한번 들어봤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개별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취지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실제로 지난 3 월 과잉처벌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민식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 원게시판에 올라왔다. 35만4,857명이 참여 했고,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답변을 내놨 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마다 구체적 으로 판단해 억울한 운전자가 발생하지 않 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취지였다. ‘스쿨존에선 제한 속도 기준을 지켜도 사고 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다소 과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 본부장은 이날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 운전 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다른 법조항과의 형평성 문제 등 개정 필요성 주장 분분하지만 “어린이 생명권 침해되는 상황서 10~20% 실수해도 되는 것이냐” 아이들 주변 살피는 능력 떨어져 발달특성상 교육만으론 어려워 “스쿨존, 학교 있다는 표시 아냐 겁 느낄 만큼 조심해서 운전해야”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엔 과실 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잉처벌 논란과 함께, 그 화살이 입법 활동을 한 유족을 향하기도 했다. 후회한 적도 있나. 김 그렇다. 이렇게 한다고 우리 아이가 돌 아오는 것도, 무슨 득을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박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2018년 스쿨존 에서 교통사고로 아이 3명이 사망했다. 민 식이법으로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 고, 사망자가 0명이 되면 의미 있는 일 아닐 까. 사실 이렇게 했는데도 사고가 나는 일이 두렵긴 하다. 법이 생겼는데도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숨지는 일이 생기면 견디기 힘들 것 같다.(박씨가 우려하던 ‘그 일’은 인터뷰 이후인 21일 실제로 일어났다. 이날 전주 덕 진구 반월동의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을 하 던 SUV차량이 엄마와 함께 있던 2세 유아 를 들이받았고, 아이는 숨졌다. 민식이법 시 행 이후 첫 사망 사고였다.)

“과잉 처벌… 개정해야” vs “유지해야” 민식이법은 지난 3월 25일 시행에 들어갔 다.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차량 제한 속도 를 위반하거나, 이를 지키더라도 전방 주시 등 어린이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의무를 다 하지 않아 13세 미만 어린이를 다치거나 숨 지게 한 경우엔 가중처벌을 받게 됐다. 사 망 사고일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에, 상해일 땐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 는 500만~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진다. 민식이법의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 에선 ‘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지키며 주의 를 기울여 주행했는데도, 피할 수 없는 사 고는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물 론 운전자 과실이 없으면 처벌 대상이 아니 다. 하지만 ‘보행자 대 차량’의 사고에선 운 전자 과실이 0%인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 문에 억울한 운전자가 나올 가능성이 상존 한다는 얘기다. 형사사건 전문 최린아 에이 원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특히 사망 사고 엔 벌금형이 없어 공무원의 경우, 직업을 잃 게 될 위험이 있는데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운전자가 중과실을 범한 경우가 아니면 선처를 구할 수 있도록, 벌금형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법 조항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 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현재로선 음주운 전 사망 사고 가해자와 법정형이 동일한데, ‘과실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을 그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슷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현승진 세웅 법률사 무소 변호사는 “민식이법은 과실에 따른 범 죄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고 있다”며 “처벌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교통사고 전문 변 호사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는 “윤 창호법은 운전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핵 심이며, 민식이법은 피해자 보호, 곧 어린이 의 생명에 초점을 맞춰서 가중처벌하는 것” 이라며 “양자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강 조했다. 또 ‘사망 사고 시 벌금형을 규정해 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어린이의 생명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직업 을 잃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옳지 않다” 고 못 박았다. 그는 “벌금형 도입 없이도 과 실이 경미한 경우엔 검찰이 기소편의주의 에 따라 기소유예를 하거나, 민식이법이 아 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기소할 수 있 다”면서 과도한 공포심 조장 움직임을 경 계했다. 아울러, ‘운전자 과실 0%란 힘들다’는 지 적에 대한 반박도 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서성민 변호사는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엔 무죄가 나올 것”이 라고 설명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국 가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 센터장도 “운전

어린이보호구역 내

3.3

주요국 인구 10만명 당 보행 중 사망자(단위 : 명)

교통사고 어린이 사상자(단위 : 명)

●자료 교통사고분석시스템, 경찰청, 국토교통부(2017년 기준)

1.8

OECD 평균

1.3 0.8

한국

미국

일본

뉴질랜드

0.7

영국

0.7

프랑스

0.7

호주

0.6 독일

0.5 핀란드

1.0 0.4 스웨덴

사망

부상

2015

8

558

2016

8

510

2017

8

487

2018

3

473

2019

6

577

지난해 9월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영정사진 속 아이·당시 8세)군이 생전 살았던 집 안에 마련돼 있는 추모 공간. 지난 12일 충남 아산에 있는 민식군 부모의 자택을 방문해 촬영한 모습이다. 아산=이한호 기자

자가 10~20% 정도는 실수를 하면서 다녀 도 된다는 것이냐”며 “스쿨존에선 운전자 스스로 겁을 느낄 만큼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6월 대전지법은 스쿨존 구 역을 지나가다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11세 아이를 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 힌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 판부는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해 서행 하고 있었고,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피해자 가 도로로 나오기 전까지 확인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갑자기 자전거를 탄 채로 횡 단해 올 것이라고 예견하긴 힘들었을 것”이 라며 “사고 발생 즉시 제동장치를 작동해 정차했던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엔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스쿨존 내 반대편 차로에서 무단 횡단을 하던 8세 아이를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가 제 한속도를 지킨 가운데, 반대편 차로에 정차

해 있던 차량들로 인해 운전자가 피해 아동 을 발견하기 어려웠고, 피해자를 발견한 즉 시 차량을 제동했더라도 해당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보행자 중심 문화 구축 계기 삼아야 전문가들은 “과잉처벌 논란을 떠나, 먼 저 보행자 중심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 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보행자 사망자 수는 3.3명(2017년 기 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0명)의 3배가 넘는다. 차량 중심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교통안전공 단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실험을 진 행한 결과, 보행자가 횡단하려 할 때 운전 자가 양보한 경우는 10번 중 1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새로나 한국교통안전 공단 교통안전처 과장은 “차량 기술 발전 으로 운전자는 더 보호받게 된 반면, 보호

장구 없는 보행자는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 지”라며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선 보행자 중심 문화가 구축될 필요가 있 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돌발 행동을 하곤 하 는 발달 특성을 감안해 스쿨존 내에서의 운 전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 이 많다. 이서영 한경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 는 “아이들은 주변을 두루 살피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놀다가 공이 굴러가면 공 만 보고 쫓아가는 식”이라며 “아이들의 발 달 특성을 이해하면 교육만으론 해결 불가 능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 고 설명했다. 서성민 변호사도 “스쿨존을 단순히 ‘학교가 있다’는 표시쯤으로 안이하 게 생각한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며 “차 량을 ‘달리는 흉기’로 인식하고, 이 구역에선 운전자가 굉장히 조심해서 지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Q 스치기만 해도 벌금 500만원? A 진단서로 상해 인정돼야 법 적용! 민식이법(특가법)은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 한창훈 과장(이하 한) 스쿨존에서 제한속 도를 위반했거나, 이를 지켰더라도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다 하지 않아 13세 미만 어린이를 다치게 하 거나 숨지게 했을 때다. 사망 사건일 때 운 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일 땐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란 무엇인가. 한 전방 주시, 좌우 살피기, 안전거리 유지, 신호 준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후 출발하기, 차량 우회전 시 정지 했다가 출발하기 등이다. 스쿨존에선 갑자 기 뛰어나올 수 있는 어린이의 돌발 행동 특 성을 감안, 이를 염두에 두고 더 조심해서 방 어 운전을 해야 한다. 정경일 변호사(이하 정) 스쿨존 내 제한속도 준수는 기본이다. 이 밖에도 브레이크에 발 을 올린 채 앞과 좌우를 살피며 운전해야 하

고,어린이가 갑자기 뛰어나왔을 땐 브레이크 를 ‘그냥’이아니라 ‘꽉’ 밟아야 한다.

이 애매한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봐서 무 죄로 판단하는 게 원칙이다.

민식이법 시행 이전 형량은 어땠나.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했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는 가중처벌하게 됐다. 과거에 처벌하지 않던 부분까지 새로 처벌하는 게 아니다.

스치기만 해도 ‘벌금 500만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사실이 아니다. 진단서를 통해 상해로 인정될 때에 한해 이 법을 적용한다. 정 민식이법 시행 이전에도 피해자가 부 상을 입으면 100만~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현재 최저 500만원이지만 과 실이 경미하면 작량감경(재판부 재량에 따른 형량 감경)을 거쳐 2 5 0 만원이 될 수 있다.

스쿨존 내에서 제한속도와 안전운전 의무를 모두 지키더라도 사고가 날 수 있어 ‘운전자 과실 0%’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 예측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는 사고였 다면 운전자 과실이 없어 처벌 대상이 아니 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킥보드를 타다가 차 뒤에서 부딪힌 경우라면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 과실이 없으면 사고가 나도 무죄(또는 무혐의)다. 형사 사건에서 과실 유무 판단

상해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 한 상해 여부와 기준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판단한다. 자연치유가 가능한 정도라면 상 해로 보지 않는다. 정 일반적으로 2주 이상 진단이 나와야 처 벌한다. 이마저도 그냥 멍이 든 정도라 집에 서 치료할 수준이면 상해로 보지 않는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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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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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9일 금요일

재융자 고객들 겨냥 저금리는 물론 ‘캐시백’ 유혹 13개 금융기관들 시장 점유 경쟁 치열 호주 13개의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홈론 고객들에게 저금리는 물론 현금 인센티브(cash incentives)까지 제공 하며 고객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작게 는 1천 달러에서 최대 4천 달러(ANZ 은행)까지 현금으로 고객들을 유혹한 다. 호주 4대 은행 중 코먼웰스와 웨스 트팩, 또 웨스트팩의 자회사인 세인트 조지은행은 2천달러씩 캐시 인센티브 를 제공한다. 이자율비교 웹사이트인 레이시티 (RateCity: RateCity.com.au)에 따 르면 선코프은행(Suncorp Bank), 리 듀스 홈론(Reduce Home Loans), 디

지털은행인 86 400도 캐시 인센티브 경쟁에 합류했다. 선코프은행은 재융 자(refinancers) 고객에게 최대 3천 달 러까지 제공하며 의사, 간호사, 교사, 경찰관 등 필수 서비스산업 종사자들 에게는 1천 달러를 추가로 제공한다. 레이트시티의 샐리 틴달(Sally Tindall) 연구 책임자는 “대형 은행들까 지 합류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공 격적인 마케팅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면 서 저금리에 캐시백 스페셜(cashback special)까지 등장했다. 캐시 인센티브는 종전에도 자주 등 장한 고객 유치 방법으로 새로울 것은

마스코트타워 옆 단지 개발회사 제소 결정

40만달러 재융자 홈론에 대한 13개 금융기관들의 캐시 인센티브 비교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신규 고객이 감 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간의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킹스크로스, ‘문화예술 중심지’로 재개발한다 는 싱크탱크다. 사업 계획 수립에는 4 만달러가 투입됐다. 시드니위원회 대변인은 “한때 환락 가였던 킹스크로스가 지역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역 사업체들이 새 로운 관광 트렌드를 찾기 위해 고군분 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래된 홍 등가에서 패션 특별구역으로 탈바꿈 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같이 이미 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 밝혔다. 재개발 추진 방향은 문화·예술 구역 의 조성이다. 영화 해피 피트, 매드맥 스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 조지 밀러가 지난해 사들인 옛 미네르바(Minerva)

‘시드니위원회’ 계획안 준비.. 환락가 이미지 개선 미네르바극장 재개관, 기차역 보수 등 심야 안전 확보 퇴폐적이고 음습한 분위기를 풍겼던 시드니의 대표적 환락가 ‘킹스크로스’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시드니 카운슬이 킹스크로스 지역경 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개발 자문단인 시드니위원회(Committee for Sydney)에 재개발 추진 계획을 주문했다. 시드니위원회는 시드니 기반의 경제와 사회, 문화, 환경 등의 정책을 제시하

소액투자 플랫폼 ‘도마콤’ 시니어 자금 대출 상품 런칭 공동 소유 구조.. 투자 수익 배당 호주의 소액 투자 플랫폼(fractional investment platform)인 도마콤 (DomaCom)이 노인들이 소유하고 있 는 집을 이용해 자금을 빌리는 방식에 서 새로운 모델을 런칭했다. 리버스 모기지(reverse mortgage)

모델이나 정부의 펜션론스킴(Government Pension Loan Scheme)과 는 다른 형태로 최소 $2500부터 호주 의 주거용, 상업용, 농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를 관리하는 펀드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나중에 매 각해 정산하는 방식인 리버스 모기지 와는 다른 소액투자 모델(fractional model)은 공동 소유 구조(shared eq-

도마콤 웹사이트

uity structure)로서 노인들이 원하는 만큼 집에 살면서 부동산의 일부를 한 명 또는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극장을 재개관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 위에 공연장과 아트갤러리 등 복합 예 술공간을 구축할 계획이다. 보도 확장으로 보행자 통행 여건을 개선하고 어둡고 지저분한 킹스크로스 기차역의 외관과 분위기를 단장해 심 야 대중교통 이용의 안전을 확보할 계 획도 포함됐다. 킹스크로스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브 랜든 마르티냐고는 “모두가 이 지역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 서 “킹스크로스가 창의적 문화공간으 로 거듭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싶 다”고 기대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수 있다. 투자자는 투자 비율에 따라 매각 후 차액에서 수익을 얻는다. 호 주증권투자감독원에 등록된 금융상품 (ASIC-registered financial product)이다. 도마콤의 워렌 깁슨(Warren Gibson) 사장은 “크라우드펀딩에서 핵심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가 공동으로 같 은 기업에 투자하는 신디케이트(syndicate)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 설명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 시드니 남부 아파트단지 마스코트타워 ▶ 마스코트타워 지하 주차장에 생긴 균열

“불량 기반 공사로 심각한 균열 초래” 주장 총 수리비 5천만불 이상 추산.. 세대 당 40만불 부담 시드니 남부 마스코트타워(Mascot Towers) 아파트 소유주들이 인 접 아파트 건물인 피크타워(Peak Towers)의 개발회사인 아랜드 (Aland)를 심각한 균열 피해 사태 의 책임자라고 주장하며 법적 소송 을 결정했다. 10층 아파트단지인 마스코트타워 는 지난해 6월 지하 주차장에 심각 한 균열이 발견됐고 132세대가 모 두 외부로 긴급 대피(evacuated)했 다. 입주자들은 오랜 기간 재입주를 하지 못하면서 다른 곳에서 체류하 고 있다. 지난주 열린 아파트소유주협의회 (owners corporation) 미팅에서 제소를 결정한 아파트 소유주들은 “옆 건물(피크타워)의 굴착 공사 시 작 후 마스코트타워에 심각한 균열 이 생긴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정밀 조사 결과, 피크타워의 지하 테 를 두르는 시스템 설계에 문제가 있 었고 파일도 잘못 건설됐다. 또 방 수처리(waterproofing) 공사를 제 대로 하지 않았거나 불충분했다. 그 결과로 마스코트타워의 기반이 크 게 흔들렸고 구조적인 균열이 생겼 으며 건물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 월 현장 검사에서 피크타워 개발지 인근 코너 지점에서 토양 손실이 발 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코트타워는 검사를 통해 지 난달 총 수리비가 무려 5천만 달러 이상이라는 견적을 받았다. 수리 비(rectification works)가 약 3천 200만 달러에 달하고 15년 융자비 용이 2천150만 달러로 산정됐다. 이 는 전체 132 세대 당 40만 달러의 막 대한 부담을 의미한다. 아파트 소유주 중 한 명인 패트릭 맥과이어(Patrick McGuire)는 “문 제가 복잡하지만 우리의 주장은 강 력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주 장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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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문학지평

HANHO KOREAN DAILY |

작년 한해 동안 단국대학교 박덕규 교수와 중앙대학교 이승하 교수가 진행한 재외한인문학의 면면을 살펴보는 글, ‘디아스포라의 여정’에 이어 2020년 상반기에는 재외 한인문학을 구성하는 호주 한인 동포 작가들의 글을 게재합니다. 필진은 시 부문에 공수진, 김인옥, 송운석, 윤희경(가나다 순), 그리고 산문에는 김미경, 유금란, 장석재, 최무길(가나다 순) 등 두 부문에서 8명의 작가가 참여 합니다. 격주로 시 1편과 산문 1편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연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구걸 김미경

길을 건너려다 하마터면 그의 발을 밟을 뻔했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깡통을 머리에 이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엉거주춤 엎드려 있는 남자의 발이다. 엉덩이는 바지가 벗겨져 골이 다 드러나 있다. 열 달 은 씻지 않은 듯 보이는 발꿈치는 시커멓게 더께가 앉 아 신발과 구별되지 않는다. 기묘한 자세로 땅바닥에 펼쳐진 신문을 읽는 척하다가 누군가 깡통에 동전을 넣으면 잠시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한다. 흘깃 그의 깡 통을 보니 별로 소득이 없다. 그런 자세로 얼마나 있 었을까? 종일 저런 자세로 있는 것이 구걸보다 더 힘 들 거란 생각을 해본다. 어린 시절 늦은 아침이면 집에 오던 거지 할아버지 가 있었다. 대문 앞에 서서 ‘아주머니∼’ 하고 부르던 낮고 탁한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가 오면 엄 마는 소반에 밥을 차려 주었다. 우리가 먹던 식으로 밥과 찌개랑 김치 정도다. 마루 끝에 앉아 밥을 먹으 면서 코를 훌쩍이다가 덥수룩한 수염에 국물이 묻으 면 소매 끝으로 닦아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연신 허 리를 굽혀 절을 했다. 그 시절 거지는 집에 구걸 하러 다니긴 했어도 전혀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세월 이 지나면서 거지들이 밥 대신 돈을 요구하면서부터 조금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바뀐 듯하다. 가끔 지하철 을 타면 열차 안에서 종이쪽지를 한 바퀴 돌리는 걸 인을 만날 때가 있다. 구구절절 어려운 사연을 적고 도와달라는 내용인데 돈을 주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종이를 코앞에 한 번 더 내밀어 은근히 압박하는 느 낌이 들게 했다. 호주에서 만나는 거지의 모습은 다양하다. 분명 거 지의 행색으로 꾀죄죄한 모습이지만, 표정만큼은 자 유롭다. 구걸도 나름의 전략이 있는 듯하다. 어떤 거 지는 여러 마리의 개를 데리고 시내 한복판에서 구걸 을 하고 있다. 그가 앉는 자리는 지정된 듯 늘 한자리 다.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려면 사료비가 만만치 않 을 텐데 구걸로 그게 다 감당이 되나 보다. 출근길 쇼 핑센터 입구에서 보게 되는 걸인은 계단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는 일터나 학 교로 가느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느긋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쩌다 지각하는 날 가쁜 숨을 쉬며 쇼핑센터 계단을 뛰어오르다 그와 눈이 마주치 면 묘한 열패감이 들곤 한다. 그는 여유 있게 모닝커 피 한잔을 하고 있는데 나는 쫓기듯 그 앞을 지나쳐야 하기 때문이다. 커피 타임이 끝나면 다시 길에 앉아 구걸을 시작한다. 그에겐 직업인 듯 편안해 보인다. 가게에 가끔 오는 노숙자 손님이 있다. 그는 쇼핑 센터 트롤리에 살림을 잔뜩 싣고 다닌다. 그도 역시 공원 근처에서 구걸 하며 노숙을 하느라 늘 악취에 절 어있다. 어느 날 물통을 사며 돈을 내미는데 얼굴이 온통 땀범벅이고 손은 땟국에 절어 있어 땀을 닦으라 고 수건을 준 일이 있다. 요긴하게 쓰였는지 다음날 물통을 몇 개 더 사면서 친구들에게 나눠 줄 거라며 물통 숫자만큼 수건을 달라고 했다. 살 때마다 끼워 서 줄 수 있는 품목이 아니라고 설명을 하고 주었지 만, 그로선 돈을 내고 물통을 샀으니 당연한 요구라 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는 그 후로 가끔 가게에 와서 누구와 나눌 거라며 필요한 물건을 사곤 한다. 남루 한 행색과는 다르게 늘 웃는 모습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모습만 다를 뿐 사람 사는 일도 구걸에 가까운 면이 있다. 먹고사는 일이 대체 뭔지 자신의 감정 따윈 드러내지 못하고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치사해도 꾹꾹 눌러가며 버티는 이들 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옛날 같은 신분제도는 사라진 세상이지만 아직도 수직적인 구조에서 많은 사람이 갑과 을로 지내고 있다. 내 경우에도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때가 있다. 매상이 영 형편없어 이대로 마무리하게 되면 어쩌나 하고 걱 정이 되는 날이다. 그런 날엔 유난히 손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려고 아첨에 가까운 말을 서슴없이 하게 된다. 그가 고르는 물건이 최고인양 맞장구를 쳐준 다. 자신의 실수로 물건을 파손해 놓고 애초에 하자 가 있던 물건이라며 막무가내로 반환해 달라고 우기 는 손님도 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누르며 손님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들어준다. 손 해인 거 뻔한데 동네 장사이다 보니 다음을 생각해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굳이 구걸이라고 표현하기 엔 썩 적절치 않지만 사는 일이 무언가 얻고 채우기 위해 자신을 굽혀야 한다는 점에서 구걸과 크게 다르 지 않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유튜브 방송이 활발해지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기 영역을 드러내고 있다. 유익한 정보와 흥미 있는 소재로 인기를 얻어 돈을 벌고 유명해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어제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이는 계 좌 번호를 올려놓고 방송하면서 사람들이 쏘아주는 돈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이 런 행위가 인터넷 구걸이라는 말을 했다. 인터넷에 서 흥행하는 사이버 머니인 별풍선이나 도토리를 구 하는 행위도 구걸과 다르지 않다고 보면 너무 비약일 까?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가 장하여 구걸하는 신종 인터넷 거지가 생겼다고 한다. 길에 나서서 궁색한 모습을 드러내는 거지가 아날로 그라면 이제 인터넷에서 구걸하는 디지털 거지를 보 게 되는 세상이다. 엉덩이를 쳐들고 있는 남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 금 더 편한 자세로 고쳐 앉으세요. 그러다 영영 꼬부 라져서 못 일어날지도 몰라요. 그가 내게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너는 적선 도 하지 않으면서 웬 참견인가?

김미경 수필가

수필집 < 배틀한 맛을 위하여>

우러나는 계절 내겐 발랄한 계절이 배어든 가을이 있다

송운석

찻잔에 내려앉은 낙엽 한 잎 팔짱 낀 뒷골목 서걱거리며 밤새워 푸르름 함께 물들이던 꼭 다문 가을을 우려낸다 길상사 돌담길 거니는 바람 앞세워 귀퉁이 한 점 찾았던 단풍나무 아래 낙엽에 싸여 나눈 차 한 잔의 체온 허리 맞잡고 붉어진 잎새 바라만 보지 않았던 찻잔에 내려앉은 단풍 한 잎 타오르는 색깔에 동화되는 순간 오련히 피어나던 샹그릴라* 그리고 하늘은 온통 놀빛으로 닿는 곳을 알 수 없었던 꼭 다문 침묵을 풀어헤친다 찻잔에 내려앉은 가을 한 잎 가락마다 굽이친 푸름푸름 어디까지 우려낼 수 있을까 낙엽 지는 소리 철없는 어제와 오늘 가을이 우러난다

송운석 시인

* 샹그릴라 : 숨겨진 낙원의 이름.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

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LIVING

| HANHO KOREAN DAILY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의 일상화

였다. 이어 그는“사용자들에게 주4일제를 도입하도록 강하게 장 려하고 싶다”며 “이는 관광산업 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 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주4 일 근무제의 장점 중 하나는 업무 공유(job-sharing)를 통한 일자 리 확대다.

B23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안전한 생활이 중시되면서 주 택의 기능도 단순히 거주의 목적 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이 가능 하고 방역과 안전 기능이 강화된 신주거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보 인다. 이러한 변화에 전문가들은 포 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기 반의 정보 확대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본다. 시대와 정보의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뜻이다. 코로나 바이 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가장 중요하지만 시대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점도 무시할 수 없 을 것이다. 양다영 기자 yang@hanhodaily.com

“시대 변화 대응 못하면 도태 위험” ‘코로나19의 언택트 일상화’를 조심스럽게 예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제2, 제3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포스트 코로나19, 즉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진지 하게 고민할 필요가 제기된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 일상생 활을 흔들어 놨으며,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예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미 래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 의 심리적 요인에 따라 백화점 및 쇼핑센터 매출은 감소하고 인터 넷 및 홈쇼핑 기반 판매는 증가 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 면서 온라인 배달 애플리케이션 (앱), 게임 및 인터넷TV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4월 마지막주 우체국 택배 전년 동기 대비 1.9배, 음식 배달 2.3배 껑충

4월 마지막주의 경우 호주 우 체국을 통해 하루에 평균 약 2백 만개의 소포가 배달된 것으로 나 타났다. 지난해 동시간대 비교 190% 증가했으며, 음식 배달은 230%가 증가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 등 원격근무가 하나의 일상 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코 로나19 사태 때 원격근무가 감염

병 예방은 물론, 업무 효율성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 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및 원격 강의가 확대되고 활성화되면서 클라우드, 원격 솔루션 및 5G 이 동통신 기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일하는 날을 아예 줄이는 ‘주 4 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제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9일 페이스북 생중계 방송에서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 견이 많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 는 “(주4일제는) 사용자와 노동 자 간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때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 제도가 끌어내는 높은 생산성을 경험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

조롱을 기회로 승화시킨 ‘1일7깡’ 비의 저력…뮤비도 1000만뷰 ‘눈앞’ 기를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평했다.

최근 연예계는 ‘밈(meme)’ 문화 열 풍으로 뜨겁다. 모방행위를 뜻하는 ‘밈’은 최근에 는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의 말이나 행 동을 모방하며 노는 ‘문화 콘텐츠 놀 이 현상’을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올해 초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등 에서 화제를 모은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와 최근 급속히 확산되 고 있는 가수 비의 ‘깡’ 열풍이 대표 적이다. 지코의 신곡 ‘아무노래’에 맞춰 익 살맞은 춤을 추는 영상을 공유하는 일 종의 놀이인 ‘아무노래 챌린지’는 올 해 초 마마무 화사를 필두로 청하, 장 성규, 이효리 등이 동참하며 온라인 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최근엔 가 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가 선풍적 인 기를 끌며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발매 당시 혹평을 면치 못했던 노 래 ‘깡’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 다. 최근 ‘깡’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서 매일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 며 2년 반 만에 1,000만뷰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깡’ 관련 밈(인터넷 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행동 등을 모 방하거나 재가공해 올린 이미지나 영 상) 영상도 인기다. 매일 한 번은 반복

연예계 달구는 ‘밈 문화’ 열풍

적으로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뜻 의 ‘1일1깡’, 노래 안무나 의상, 랩 등 을 따라 하는 ‘깡 챌린지’ 같은 신조어 까지 생겼다. ‘깡’ 뮤직비디오는 28일 현재 유튜 브에서 조회수 천만회를 기록했다. 댓글도 10만개가 넘었다. 발매 당시 음원 차트 상위 100위 안에 들지 못 했던 이 노래는 21일 처음으로 음원 서비스 멜론의 일간 차트 97위에 올 랐다. ‘깡’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으로 시작한 각종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게 시글, 댓글은 ‘밈’놀이의 소재로 바뀐 지 오래다. ‘깡’은 비가 데뷔 15주년을 맞아 2017년 12월 내놓은 미니앨범(EP) ‘마이 라이프 애’의 타이틀곡이다. 발 매 당시에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1년 여 뒤 유튜브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이 곡의 시대착오적 가사와 의상, 과 장스러운 안무를 꼬집거나 희화화한

영상,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곡에서 ‘수많은 영화제 관 계자 /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 귀 찮아 죽겠네 알다시피 / 이 몸이 꽤 많 이 바빠 / 섭외 받아 전 세계 왔다 갔 다’라며 과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가사 와 힘과 박력만을 강조한 안무로 조롱 의 대상이 됐다. 원곡보다 패러디 및 커버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역으로 원 곡 ‘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깡’ 과 함께 ‘슈퍼맨’ ‘차에 타봐’ 같은 실 패작도 재조명됐다. 최근 들어선 매 일 한번 ‘깡’ 뮤직비디오를 찾아본다 는 ‘1일1깡’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 처럼 퍼져나갔다. 정부 기관이 ‘깡’ 인기에 편승하려 다 헛발질을 하기도 했다. 통계청이 지난 1일 ‘깡’ 뮤직비디오 영상에 “통 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다.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뮤직비디오 조회 수 685만9,592회, 39.831UBD다”라

고 댓글을 쓴 것이다. ‘UBD’는 비가 주연으로 출연한 2019년 영화 ‘자전차 왕 엄복동’의 관객 수(17만명)를 가리 키는 인터넷 용어로, 흥행 참패를 조 롱하는 뜻으로 쓰인다. “공공기관이 이처럼 조롱의 뜻을 담은 용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통계청은 공식 사과까지 했다. ‘1일1깡’ 신드롬은 비가 지난 16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에 출연하면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과거 히트곡을 춤과 함께 선보인 그는 ‘깡’에 대한 반응에 대해 “(요즘 젊은 층이 보기엔) 별로였던 것”이라며 “요 즘엔 예능보다 제 댓글 읽는 게 훨씬 재미있다. 더 놀아주길 바란다”고 웃 어 넘겼다. ‘휴깡은 있어도 탈깡은 없 다’ ‘님아 그 깡을 건너지 마오’ ‘금연 은 성공했는데 금깡은 도저히 못하겠 다’ 같은 댓글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시청자를 향해 “1일 1깡은 많

이 모자라다”며 “저는 주중에는 3깡, 주말에는 7깡하고 있으니 여러분들 좀 더 힘내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 내기도 했다.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동영상과 댓글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대인배스러운 모습에 네티즌 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팬덤 연구소인 ‘케이팝 레이더’ 데 이터에 따르면 ‘깡’은 지난 13일 일간 뮤직비디오 조회수 차트에서 161위 였으나 ‘놀면 뭐하니?’ 방영 직후인 17일 하루 동안 조회수 47만여회를 기록하며 16위로 뛰어 올랐다. 한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PD는 이 러한 현상에 대해 “‘1일1깡’ 신드롬은 대중이 창조적으로 콘텐츠를 재해석 하고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보 여준다”고 풀이하면서 비에 대해선 “가수로선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데 자신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 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며 위

이처럼 최근 온라인에서 ‘1일1깡’ ‘∼ 챌린지’ 등 모방 문화가 이어지는 이유 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찍이 유행이 됐 던 ‘밈’ 현상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영화 ‘타짜’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 드라마 ‘야인시대’ 김영철의 ‘4달라’ 등도 밈 문화의 일종이다. 최근엔 JTBC ‘부부의 세계’ 박해준의 대사 ‘사랑한게 죄는 아니잖아’가 ‘사빠죄아’로 축약돼 각종 밈으로 재생산되기도 했고, 블랙핑 크 멤버 리사의 댄스 퍼포먼스 장면은 다 른 이미지를 절묘하게 콜라주하는 열풍 이 일며 해외 유명 스타들 사이에서 폭발 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앞선 사례들이 말초적인 재미를 위한 하나의 ‘놀이’로서 밈 현상이라면, 단순 한 흥밋거리를 넘어 공익적 확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무노래 챌린지’처럼 음악에 맞춰 짧게 춤추는 영상에서 시 작된 챌린지 문화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 해 고군분투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 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부터 화훼 농 가를 돕는 ‘부케 챌린지’, 기부에 동참 하는 ‘레몬 챌린지’, 독립·예술영화상 영관 확장을 독려하는 ‘독입예술영화 관 챌린지’ 등 공익적 의미를 담은 캠페 인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다만 밈 열풍에 대해 희화화와 악성 댓글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전문가는 “‘깡’도 처 음엔 비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의미에 서 시작했다. 부정적인 악플이나 누군 가를 헐뜯는 댓글에 소신없이 따라가는 현상도 큰 틀에서 밈 현상이라 볼 수 있 다. 따라서 밈 현상을 하나의 유희로 받 아들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집단 적인 가해 행동이 될 수도 있다”고 말 했다.

한국일보


B24

LIFE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2020년 5월 23일 토요일

HANHO KOREAN DAI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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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Design

관람객 10분의 1토막… ‘반지하 생활’ 길어지는 영화산업 국내에서 영화 관람은 가장 보편 적인 문화 활동 중 하나다.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발표에 따 르면 2017년 국민 1인당 4.15회 영화 를 봤다. 세계 1위다. 영화산업 규모 는 세계 7위다. 북미와 중국 영국 일 본 인도 프랑스 다음이다.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영화산업이 더 발 달한 셈이다. 한국인의 영화 사랑이 있었기에 ‘기생충’ 의 오스카 4관왕이라는 역사도 가능했다.

경제 불황 속에서 호황을 누리던 한국 영화산업도 신종 코로나바이 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4월 전체 관객수는 97만2,48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33만8,963명 에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 19가 본격 확산된 2월부터 극장 시 장은 고꾸라졌다. 2월 극장 매출액 은 623억133만원으로 1월(1,436억 8,106원)보다 823

억원가량이 줄어들었다. 상황은 더 욱 심각해져 3월 매출은 151억5,001 만원으로, 4월은 75억1,492만원으 로 쪼그라들었다. 관객이 코로나19 로 극장을 멀리하고, 영화사들은 신 작 개봉을 뒤로 미루면서 관객이 극 장을 더 찾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탓이다. 코로나19 덕분에 주문형비디오

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수연(53)은 한국영화계가 낳은 강 최초의 ‘월드스타’였다.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7)로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여배우상을 수상한데 이어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서의 연기로 당시 공산권 최고였던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배우상을 받으면서 24세의 강수연은 세계에 내세울 한국영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밀양’(2007)으로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이전, 세계 3대 국제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한국의 영화배우가 상을 받은 유일한 경우(이는 중국의 공리보다 앞선 동아시아 배우 최초의 수상이었다)였고, 세계영화계의 흐름과는 무관한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한국영화의 국제적 인식을 바꾸는 일대 전환점이었다. 트로이카 여배우(남정임, 문희, 윤정희)의 은퇴 이후 정체되어 있던 한국영화 여배우의 계보에 강수연은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1980~90년대 한국영화를 풍미했다. “어렸을 때 집 근처에서 놀고 있는데, 길가던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너네 집이 어디니”라고 물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셈이다. 그 남자와 손잡고 집으로 들어가서 부모님께 허락을 구했다.” 아역 배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것이 1969년, 네 살 무렵부터였으니 배우로서 강수연의 경력은 삶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TBC(동양방송) 전속으로 어린이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1971)의 주인공 이쁜이를 연기했고, ‘별 3형제’(1977), ‘어딘가에 엄마가’ ‘슬픔은 이제 그만’ ‘비둘기의 합창’(1978),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1979) 등 어린이들의 맑고 순수한 모습을 그려낸 다수의 작품에 단골로 얼굴을 내밀었다. 김응천 감독의 ‘깨소금과 옥떨매’(1982)로 보다 성숙한 청소년 연기자의 면모를 보여준 강수연은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1986^이 드라마는 강수연이 전학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에 출연, 손창민과 더불어 당대의 하이틴 스타가 되어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고교 졸업 때까지 놀지 못했던 소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일요일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날도 방송국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생긴 거였다”고 술회할 만큼 강수연의 배우 경력엔 쉴 틈이 없었다. ‘고교생 일기’로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 강수연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사실상 집안의 가장 역할까지

(VOD) 시장은 반짝 특수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고, 재택이 늘면서 VOD 이용건수가 평 소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컨테이 젼’(2011)과 한국 영화 ‘감기’(2013) 가 뒤늦게 소환돼 주간 VOD 이용건 수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이변이 일 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 신작이 사라 지면서 VOD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 다. 3 월 중순부터

주간 이용건수가 30만건대로 떨어 져 코로나19 이전에 못 미친다. ‘집콕족’을 겨냥해 청소년관람영 화 등급 분류 신청이 늘어난 점은 흥 미롭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집계에 따 르면 4월 청불 등급을 받은 영화는 155편으로 1월(131편)보다 24 편이 늘었다. 극장 상영보다 IPTV 시장을 겨냥한 성인 물이 대부분이었다. 기획:라제기영화전문기자 디자인: 김문중 기자

플래시백 한국 영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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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역배우에서 월드 스타 된 강수연

씨받이^비구니$ 극과 극 오간 스펙트럼 변방 한국영화를 세계 무대로 이끌었다 4세에 놀이터서 캐스팅 돼 ‘씨받이’로 베니스의 여왕 등극 세계 3대 영화제서 한국 첫 수상 ‘아제아제 바라아제’ 촬영 땐 삭발하고 절 근처서 내내 숙식 “어려서부터 악바리 근성” 평가 ‘아제$’ 수상 기미 없자 체념 후 술 아침 급하게 연락 받고 시상식장에

아역배우 시절의 강수연. ● 한국일보 자료사진

떠맡은 한편으론 배우 활동을 계속 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의사표현을 하기도 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연기를 한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아저씨들이 와서 “너 이렇게 해봐, 웃어봐” 그래서 그대로 하면 과자도 주었다. 그 당시는 연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정해진 역할에 따라 시키는 대로 연기하고 명랑한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아역의 시기를 통과해, 연기의 진정성을 고민하는 배우로서의 사춘기를 맞은 것이다. 속칭 얄개(야살스러운 짓을 하는 아이) 로 불리던 하이틴 배우들이 연기자로서의 성장에 실패하고 은퇴 수순을 밟기 십상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시작한 연기지만 정말 잘 시작한 것이라는 인식”과 “연기자는 미치도록 매력이 있는 직업이며 평생에 승부를 걸 직업으로 후회 없이 죽도록 열심히 하자는 결심”을 세운 강수연은 김수형

감독의 ‘W의 비극’(1985)에서 연극배우 지망생 혜미,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 2’(1986)에서 소매치기 영희 역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배 감독은 ‘고래사냥 2’에서의 강수연을 두고 “아직 어린 배우지만 ‘깡다구’가 있고 무척 열성적이다. 본인이 선택한 작품을 위해서 다른 계획을 모두 보류한 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연기에 전념하는 진지한 자세를 높이 사줄 만하다”고 평했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온 집념을 불사르는 악바리 근성은 나중에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촬영할 때도 발휘되어 비구니 역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삭발하고 촬영 기간 내내 로케이션 장소인 전남 순천 선암사 근처에서 숙식할 정도였다고 한다. 충무로 스타에서 베니스 여왕으로 1987년엔 강수연의 출연작만 6편이 개봉했다. 멜로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에서는 과거 청춘스타의 발랄한 이미지를 이어가며 서울 관객 26만명이라는 흥행을 이끌어냈고, 이혁수 감독의 ‘연산군’에서는 장녹수 역으로 팜 파탈의 역할에 도전했으며, 김동인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변장호 감독의 ‘감자’에서 억척스러운 아낙네 복녀를, 유지형 감독의 사극 ‘됴화’에서는 도화나무가 내린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여인 도화를 연기했다. 송영수 감독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에서는 고단한 인생역정을 살아가는 창녀 순나 역을 맡아 제26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꿰찼다. 22세의 청춘이었지만 강수연은 이미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는 중견 배우의 원숙함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의 이야기지만 임권택 감독은 ‘씨받이’에 강수연을 캐스팅한 이유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배우 강수연의 진가를 꿰뚫어 본 거장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18세 철없는 애부터 씨받이로 가서 한 1년을 그렇게 갇혀서 모진 삶을 살아내야 하는데, 그거를 거기서 1년 후든 2년 후든 나이와 관계없이 엄청난 체험의 세계를 살고 났을 때 연기가 저 앞하고 뒤가 전부 커버될 만한 충분한 기량을 가진 배우는 강수연뿐이었다.” (책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씨받이’의 옥녀는 처음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소녀로 등장한다. 하지만 자신이 배앓이 해 낳은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갖게 되고, 씨를 뿌릴 뿐인 대갓집 종손 상규에게 진심으로 연정을 품으면서 세속적 욕망과 여성으로서의 자기 존재에 눈뜨게 된다. 그러나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의 강수연은 반대로 짊어진 업을 내려놓고 체념한 듯, 담담한 표정에 초탈한 듯한 모습으로 일관한다. 필모그래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두 영화는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 스펙트럼을 한 몸에 소화해내는 강수연의 연기 내공에 대한 증거들이다. 모스크바까지 사로잡은 연기 ‘씨받이’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와도 같았다. 한국의

영화 ‘씨받이’에서 열연한 강수연은 베니스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아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하게 된다. ●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배우가 국제적인 무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리라고는 그 당시엔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강수연 본인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우리나라 영화의 해외 업무를 관장했던 영화진흥공사 (영화진흥위원회 전신)로부터 영화제에 참석하겠느냐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아마 그때 영화진흥공사 직원분이 대리수상 했을 것이다. 나는 전화로 연락받고 놀라서 ‘왜 나를 주지?’ 그랬다.” 결국 강수연은 베니스에 가지 못한 채 국내에서 열린 자축연에 참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년 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수상할 때는 양상이 달랐다. “그때는 베니스 때를 교훈 삼아 미리 준비를 했어요. 국내 언론도 연일 대서특필 하면서 마치 내가 이미 수상한 것처럼 들뜬 분위기였죠.” 그런데 시상식 전날이 되도록 영화제 측에서는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서 기대를 접은 강수연은 호텔방에서 일행들과 같이 보드카를 나눠 마시며 “이제 우린 창피해서 빈손으로 어떻게 귀국하냐? 배 타고 일본 거쳐서 몰래 들어가자”는 식의 신세한탄조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잠이 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터졌다. 최우수여자배우상 수상이 확정되었고

시상식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그날 아침에야 온 것이다. 전날 체념하며 마신 술 탓에 “얼굴도 심하게 부어 있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죠. 준비한 한복을 겨우 입고 머리는 파마 상태 그대로 나갔어요. 도저히 머리를 만질 시간은 없었거든요.” 파마 머리에 한복 차림으로 시상식 무대에 오르게 된 건 이런 해프닝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 뒤로도 강수연은 박광수 감독의 ‘베를린 리포트’(1991),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 등에 출연해 1990년대 코리안 뉴웨이브를 견인했고, 연예계 최초로 억대 개런티를 받는 배우가 되어 이현승 감독의 ‘그대 안의 블루’(1992)로 받은 출연료는 2억원에 달했다. 훗날의 여담이다. ‘베테랑’(2015)의 대사로 유행어가 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류승완 감독이 무명시절 술자리에서 강수연으로부터 들은 “우리 영화인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기억해두었다가 쓴 대사였다고 한다. 아역 데뷔 이래 ‘달빛 길어올리기’(2010)에 이르기까지 길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영화와 한 반 몸으로 살아온 진정성이 몸 묻어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묻 영원한 현역, 배우 강수연의 이야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왼쪽부터)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의 강수연. 배역 소화를 위해 삭발을 했다. ●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강수연이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배우상을 수상한 후 임권택(왼쪽 두 번째) 감독과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맨 왼쪽은 제작자인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 맨 오른쪽은 김동호 당시 영화진흥공사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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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HANHO KOREAN DAILY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기획

2020년 5월 27일 수요일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경비원이 최근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경비원이 남긴 유서를 밀레니얼

보면 그가 겪은 끔찍한 고통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서글픈

B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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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가해자 겸 피해자$ ‘밥줄’ 문제 달려 고질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가해자가 구속돼 법적 심판은 받겠지만, 그렇다고 피해자가 살아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6년 전에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분신한 사건이 있었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 겁니다. ‘갑질’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고질병일까요. 비단

손님은 반드시 왕일까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 오너나 임원들의 갑질, 대학원생을 상대로 한 교수들의 갑질 등 지위를 이용한 악행들이 판을 칩니다. 종업원을 향한 손님들의 갑질과 택배 기사를 겨냥한 고객들의 갑질 등 일상에서도 갑질은 쉽게 목격되죠.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 지 오래됐지만, ‘갑’들의 의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습니다. 갑질은 도대체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는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요. 갑질에 특히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가 갑질의 이면을 언박싱 해 봅니다. ●정리 김예슬 인턴기자

●참여 강보인, 이주현, 이태웅, 이혜인, 임수빈 인턴기자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연어는 차갑게(연어) 조개구이 무한 리 필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손님들에게 갑질을 당한 기억이 많아.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바닥에 일 부러 던지고 ‘이거 치워라’라고 말하는 손님도 있었어. ‘술 가져와’라고 반말하 는 건 예사고. 정말 힘들었어. 너굴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형 마트 장 난감 판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너 무 오래 시연을 하는 거야. 주의를 줬더 니 부모들이 ‘사면 되지 않느냐’라며 도 리어 화를 내더라고. 분조잘 학원 강사를 한 적이 있어. 내가 가장 어리기도 하고 경력도 없다 보니 까 원장님이 너무 사소한 허드렛일까지 시키더라고. 복사는 기본이고 수업 중 인데 상담 온 학부모한테 커피를 타드 리기도 했어. 그건 명백히 강사 업무가 아닌데도 말이야. 연어 의류회사 총무팀에서 일한 적이 있 어. 내가 막내라는 이유로 관련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까지 떠맡았어. 회사 전체에 전화를 돌리거나 건물 도면 프 로그램까지 만들라고 시킨 적도 있어. 커피 타는 건 기본이고. 매마(매우 매운 마라탕) 내가 다니던 회 사의 상사는 ‘잘리고 싶냐’ 말을 자주 했어. 인턴들에게도 말이야. 누군가 본 인 심기를 불편하게 행동하면 상처 주 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고. 인턴 들은 졸업 요건을 충족해야 하니 끝까 지 버텼지만, 화장실에서 우는 모습을 적잖게 볼 수 있었어. 분조잘 나도 회사 다니면서 아무렇지 않게 외모 지적을 많이 당했어. 너는 살 을 좀 빼야겠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야. 부어깡 맞아. 그런데 불쾌한 말을 들어 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기가 하기가 가 쉽지 않아. 아무리 상사가 그런 말을 했어도 토를 달거나 거부 의사를 밝힐 수가 없어. 내 밥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잖아. 람이잖아. 잖아. 야. 특히교수가 조 기프 학교도 마찬가지야. 교에게 하는 갑질은 너무 연 무 흔해. 흔해 친구가 친구가연 구실 조교였는데, 교수가 수업할 파워포 인트 자료를 일정 분량으로 만들어 오라 고 시켰어.보조 수준을 넘어선거지. 연어 뉴스에도 많이 뜨잖아. 논문도 대 필해 준다고. 오죽했으면 대학원생이 교수 갑질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폭파 사건을 일으켰겠어. 너굴 교수는 ‘슈퍼갑’인 것 같아.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시험 감독이든 채점이 든 교수가 아니라 조교가 하고, 강의 관 련 문의도 다 조교가 받잖아. 부어깡 교수에게 모든 권한이 지나치게 쏠린 게 문제야. 대학원 논문 심사를 지 도교수에게 받고, 교수가 통과 안 시켜 주면 졸업 못 하잖아. 이렇게 되면 갑질 당해도 반항할 수가 없어. 기프 이건 구조적 갑질이야. 모든 교수 가 그런 식으로 하니까 갑질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지잖아. 그러다 보니 조교들 도 까칠해지고, 조교를 대하는 학부생 들은 주눅 들고. 연어 정말 심각한 게, 조교를 노예처럼 부리는 것도 모자라서 성희롱이나 성폭 력까지 일삼았던 사건도 있잖아. 기프 우리 학교에선 이런 사건도 있었 어. 어떤 교수가 학부생 중 예쁜 학생만 골라서 개인 면담을 하자고 한 거야. 그 러면서 사적으로 밥 사주는데 학생들 은 불이익 받을까 봐 말도 못 꺼냈대.

시키면 그대로 하는 구조가 당연시되 고, 그게 갑질을 내재화시킨 주범이 된 것 같아. 기프 경제적 격차로 생기는 신분제도 원인인 것 같아. ‘21세기 골품제’라고 할 까. 새로운 신분제는 세습되잖아. 너굴 요즘 초등학생들이 ‘엘사(LH 임 대아파트에 사는 사람)’와 ‘휴거(휴먼 시아와 거지를 합친 말)’라는 말을 쓴다 고 해. 공공주택에 사는 사람을 비하하 는 말이야. 돈이 계급을 가르는 수단이 된다는 걸 어릴 때부터 체득하는 거지. 기프 자본이 학력을 결정하고, 학력이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잖아. 엘리트 코 스를 밟은 사람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 고 생각하게 만들잖아.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갑질을 하고. 매마 직업의 귀천의식이 강하게 뿌리 박혀 있어. 경비원이나 청소노동자 같 은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해서 특히 그 런 것 같아. ‘5등급 받으면 용접공 된 다’고 말한 학원 강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잖아. 연어 전문직이나 부잣집 자녀들이 가 사도우미나 운전기사에게 하는 갑질도 많잖아. 돈이나 경제력이 자기 것이 아니

고 부모 것인데도 도 말이야. 본주의라는 말도 있어. 분조잘 천민 자본주의라는 돈과 경제력을 너무나 중시하는 시하는 사회 가 돼 버려서 기본적인 본적인 인 인간 존엄조차 지켜지지 않게 된 것 같아. 기프 경제력과 성별, 사회적 지위 등 끊 임없이 상대와 나를 구분 짓고 거기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려는 데서 갑질이 생겨나 는 것 같아. 이 집단에선 갑이 아니어도 저 집단에선 갑이 될 수 있는 거지. 연어 무한경쟁 사회에선 누군가를 깔 고 앉아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나 봐. 거 기서 만족감을 찾고 우월감을 과시하 려고 갑질이 나타나는 거 아닐까. 나보 다 아래 있는 사람을 계속 찾다 보니 갑 질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게 아닐까. 분조잘 그런데 경비원이나 감정노동자 에게 특히 갑질을 하는 이유가 뭘까. 연어 다수와 소수의 차이 때문인 것 같 아. 상대적으로 소수집단이다 보니. 매마 맞아. 일반 직장인들은 조직 내에 서 아무리 지위가 낮아도 다수잖아. 그 러다 보니 담론이 형성될 만한 공간이 형성돼 방어할 수단이 생길 수도 있잖 아. 그런데 경비원 같은 약자는 다수도 아니고 여론을 형성할 힘도 없거든.

감도 감수성 체감 온도

갑질이 익숙한 세대

숭례문 너굴맨(너굴) 서울 강북구 아파 트의 ‘갑질’ 가해자가 경비원을 폭행하 기도 했다잖아. 유서엔 ‘자기처럼 억울 한 일 당해서 맞아 죽는 사람이 없게 꼭 밝혀 달라, 강하게 처벌해 달라’고 호소 했어. 정말 안타깝고 충격적이었어. 기타치는 프레디머큐리(기프) 사건 본 질이 결국 ‘갑질’이잖아. 특히 경비원에 대한 갑질은 여전한 것 같아. 우리 집에 선 설 선물 들어오면 경비원께 드리는데 별로 좋은 내색을 보이지 않더라고. 나 중에 알고 보니 유통 기한이 지난 명절 선물을 갖다 주는 입주민들이 있어서 그렇대. 부어먹는 깡소주(부어깡) 주택관리공 단이 작년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아파트 경 비원에 대한 폭언·폭행 건수는 2,923건 에 달했대. 이 중에서 주취 폭언·폭행이 1,382건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흉 기 협박도 24건이나 발생했어. 경비원에 대한 폭언·폭행은 최근 5년간 15배나 증가했고. 분노 조절 잘해(분조잘) 정말 심각해. 그런데 갑질이 여러 번 사회적 논란이 됐는데도 비슷한 일들은 끊이질 않는 것 같아. 기프 우리처럼 사회 초년생에게도 갑질 은 익숙한 일이잖아.

하도급되는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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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사회의 추악한 이면

기프 군대에도 갑질이 있지만 전시 상 황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만 들어진 룰이잖아. 그런데 왜 군대에서 적용돼야 할 것들이 일상생활에까지 침 투한 걸까. 연어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 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국회나 정부 기관도 그렇고, 회사 임원들도 대부분 남성이잖아. 분조잘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사회 곳곳에 이식됐다는 주장도 있어. 빠른 발전을 위해선 상명하복 구조가 효율 적이기 때문이지. 부어깡 우리나라는 특히 빠르게 산업 화가 진행됐잖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경제 성장률이 가파르게 치 솟았는데, 그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위에서

감 감도 감수성 체감 온도

법으로 갑질 없앨 수 없어

매마 올해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갑질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6%가량이 갑질이 심각하다 고 대답했어. 연어 갑질에 대한 인식 변화도 확인할 수 있어. 가령 ‘커피 타 와’ 같은 말을 예 전엔 상사 지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 던 사람들이 이제는 불편함을 느끼게 됐 다는 거지. 요즘엔 직접적으로 폭언을 쏟 는 대신 은근히 갑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잖아. 기프 나는 일용직 노동자나 서비스직을 향한 갑질이 심각하다고 느껴. 어느 생활 용품 매장에 가면 ‘당신 앞에 있는 직원은

누군가의 동생, 친구, 딸일 수도 있습니다’ 라는 문구까지 나올 정도잖아. 부어깡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거 든. 스터디카페 카운터 업무였어. 그런데 커피 달라거나 택시 불러 달라고 부탁하 는 손님들이 꽤 많았어. 내가 맡은 일이 아 닌데, 당연히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하 더라고. 분조잘 그래도 과거엔 ‘손님이 왕’이라는 생각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조금 씩 바뀌는 것 같아. 손님뿐만 아니라 노동 자까지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 는 거지. 기프 동감해. 이런 논의가 계속되다 보니 ‘을’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도 늘어나고 있 어. 직원(Worker)과 손님(Consumer) 의 균형을 의미하는 신조어인 ‘워커밸’이 등장했다는 것도 그런 사회적 추세를 반 영하고 있다고 봐. 연어 작년 7월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법’이 시행되고 있잖아. 분조잘 취지는 좋지만 한편으론 실효성

이 있는지 의문이야. 직장이라는 범위를 정 해 버리니까 사각지대가 생기잖아. 경비 원과 입주민의 관계처럼 직장 이외의 공 간에서 벌어지는 갑질을 방지하긴 어려울 것 같아. 연어 일반 회사도 마찬가지야. 시행 100일 뒤 설문조사를 했는데 68%의 응답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 그대로라고 답했어. 갑 질에 관한 사례만 수집할 뿐, 제대로 된 처 벌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야. 너굴 갑질 자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해. 법이 시행됐지만 가해자는 큰 처 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히려 내부 고발자는 발자는 이 직이나 퇴사를 택할 수밖에 없거든. 갑질 당하는 사람들이 들이 이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 문제 제기 하기가 가 쉽지 않을 거야. 도 법이 만들어져서 예방 효 부어깡 그래도 과는 있는 것 같아. 정말 말 처벌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이것도 것도 갑질이니까 니까 하지 마세 요’라는 경고인 인 셈이지. 법을 제정한 의미 도 거기에 있다고 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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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갑질의 민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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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마음가짐!

분조잘 상사가 부하에게, 교수가 제자에 게,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하는 못된 짓 만 갑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매마 인터넷에서도 갑질이 만연해. 유명 블로거나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유명세를 가지고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례 가 있잖아. 내 영향력과 파급력으로 누군 가에게 흠집을 낼 수 있다고 믿고 갑으로 올라서려고 하는 거야. 기프 참, 이런 게 인간의 본성인가. 아니면 한국 사회의 특성인가. 우리는 갑질의 민 족인가봐. 연어 갑질은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도 찾 아볼 수 있어. 상대방을 가스라이팅(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키 고 결국 타인을 지배하는 행위)하는 것도 결국 위계를 설정해 놓고 상대방을 억압 하거나 막 다루는 거잖아. 분조잘 연인 사이에서 왜 우월감을 느끼 고 싶어 할까. 매마 다른 인간관계에서 열등감을 느끼다 보니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우월감을 채 우려는 거지. 너굴 연예인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악플러 도 비슷한 심리 같아. 악플러를 잡고 보면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잖아. 명문대생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열등감은 상대적인 거라고 봐. 매마 열등감도 경쟁 사회의 산물 같아. 상 대적이고 심리적인 면이 크게 작용해서 개 선하기 힘들잖아.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더 높은 대상을 의식하면 열등감은 누구 나 가질 수 있으니까. 기프 경쟁 사회의 구조 자체가 구성원 모 두에게 열등감을 심어 주는 것 같아. 열등 감은 경쟁을 더욱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그렇게 우리 마음은 점점 병드는 거지. 분조잘 일부 기업에선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해 직급 대신 영어 이름으로 부르거나 호칭을 통일시키고 있대. 매마 그런데 영어 이름을 쓰면서 뒤에는 직급을 그대로 부르는 곳도 있대. 이런 걸 보면 무엇을 위한 노력인지, 정말 극복하 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 의심돼. 기프 과도기의 혼란스러운 모습 같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봐. 가장 중요한 건 갑질에 불편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해소하려는 태도니까. 직업의 귀천을 으로 인식하면 면 안 되잖아. 사람의 귀천으로 노 부어깡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 도 중요해. 갑질 문화가 공론화되는 계 을’이 이 폭로하거나 극단적 선 기는 항상 ‘을’이 극복 택을 하는 거잖아. 이제는 위에서 극복하 라도 보여 주면 좋겠어. 그래 려는 시늉이라도 가 갑질 없는 질서를 구축할 야 사회 전체가 무 이상적인 생각인 수 있다고 생각해. 너무 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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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강 기획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2020년 5월 25일 월요일

“모든 집안행사 참석” 강요하는 어머니와 갈등하는 아내$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결혼한 지 5개월된 새신랑입니다. 결혼 준비 때부터 어머니와 많이 다퉜습니 다.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는 갈수록 안 좋아 지고, 그 사이에서 너무 힘듭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집에서 1시간가량 떨어 진 지역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25년 만에 집에서 독립해 자취했습니다. 그때쯤 아내를 만났고 7년 가까이 연애했습니다. 결혼할 때 신혼 집을 구하려고 친가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모 은 자금과 대출로 해결하고요. 꼭 필요한 신혼살림은 아내가 2,000만원 정도 써서 해 결했습니다. 나머지 예단 등 불필요한 것들 은 다 제외하고 싶었어요. 진짜 중요한 것 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라고 얘기하곤 했 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펄쩍 뛰며 모든 걸 다 하길 원하셨어요. 한복, 이바지 음식, 예단까지도 요. 어머니는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를 뒷바 라지 하시며 한평생 주부로 살아오신 분이 에요. 자식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시댁 행사도 일일이 챙기실 만큼 가정에 충실한 분이세요. 어머니는 저의 결혼이 집안의 첫 결혼이라 남에게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머니는 갈등의 원인 을 아내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든 화살을 아 내에게 퍼부었어요. 갈등이 심했지만 결혼 을 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어요. 어 머니는 모든 시댁 행사에 참여하길 원합니 다. 맞벌이인 데다 휴무일까지 서로 달라 날짜 맞추기도 어려운데도 못 오면 전화라 도 미리 하라고 성화십니다. 아내는 불편하 다고 합니다. 아내는 모든 시댁 행사에 참석 해야 하는 이유도, 못 갈 때마다 일일이 양 해를 구해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최근 부산에서 가족이 다 모여 저녁 먹는 자리에서도 갈등이 불거졌어요. 결혼을 앞 둔 동생과 예비 제수씨가 함께 한 자리였어 요. 문제는 그 자리에서 어머니가 그간 쌓 였던 것을 아내에게 퍼부은 겁니다. 예단 등 제수씨가 될 분과 제 아내를 비교하면서 아 내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아내는 그날 이후 더 이상 어머니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되도록 어머니께 연락하지 않습 니다. 2, 3일에 한 번씩은 전화라도 했었지 만 아내가 힘들어하는 듯 해서 못 하고 있 습니다.

Q 어머니, 예단 문제로 아내 닦달 결혼 후엔 행사^전화 문제로 갈등 예비 제수씨와 비교하며 상처 줘 아내, 더는 어머니 안 보려고 해 어머니와 남처럼 살아야 하나 고민

아버지를 존경하고, 어머니도 좋아하지 만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아내입니다. 제가 봐도 어머니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 직한 심정으로는 앞으로 그냥 어머니를 없 는 셈 치고 남남처럼 살아야 하나 고민도 됩니다.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루고, 그 가 정을 아무 문제없이 평안하게 잘 지내도록 하는 게 최우선의 효도라고 생각하는데, 어 머니 기준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아 내가 서로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저의 너무 큰 욕심일까요. 제가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동진(가명^33^회사원) 동진씨, 많은 분들이 동진씨와 같은 고 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사람은 부모로부 터 태어나고, 키워지고, 많은 영향을 받습니 다.2020년 부모는 한 사람의 5월 26일 인생에서 화요일 굉장히 중요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인생에 서 또 다른 중요한 사람이 생기지요. 그러면 서 동진씨처럼 원가족(부모)과 갈등이 생기

기도 합니다. 부모는 버릴 수도, 미워할 수 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원가족과 갈등을 겪게 되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고 통이죠. 특히 결혼을 준비하는 그 짧은 기간에 생 긴 갈등으로 평생을 싸우고 살기도 합니다. 예단이나 예물의 의미는 뭘까요. 제 생각에 는 아주 옛날에는 부모들끼리 자식의 결혼 을 결정했잖아요. 지금과 달리 집안과 집안 이 서로 맺어 주는 경우가 많았고, 유교의 영향으로 여성이 시집을 가면 남성 집안의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집안끼 리 인사를 나누고, 딸을 시집 보낸다는 의미 를 담아 예물(예단)을 했단 말이죠.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아직도 부모님 세대에 서는 여전히 이런 관습을 중요시하는 분들 이 많습니다. 문제는 시부모님이 예물 등 전통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을 자신들의 집안을 무시하 는 거라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요. 격식을 갖 춰야 비로소 자신들을 어른으로서 대접하 고, 집안을 존중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격식을 갖추지 않으면 “네가 우리 집안을 무시하고,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만만하게 보는구나”라고 받아들입니다. 동진씨의 어머니도 예물의 의미가 우리 집 안을 무시하지 않고, 어른을 공경하고, 제대 로 대접하는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예물을 안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 인데, 격식을 중시해서 마음이 멀어지는 앞 뒤가 뒤바뀌는 상황이 된 거지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보고 싶어서 전화해 안부를 묻는 게 중요한 건데 격식이라는 틀 을 만들어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이 렇게 그 틀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만 따 지다 보면 정말 마음이 있는지 여부는 전

혀 보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깁 니다. 누구든 강요받으면 하고 싶던 마음도 사 라집니다. 결혼 전에는 격식을 요구받지 않 다가 결혼이라는 의례를 치르면서 부모로 부터 지나치게 잘 하라는 마음을 요구받 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집안을 무시하 고,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 게 되어 갈등이 생깁니다. 동진씨 어머니도 결혼준비 과정에서 ‘예 물=집안을 존중하고, 부모를 공경한다’라 는 개념이 뿌리깊게 머릿속에 있었을 거예 요. 비유하자면 예물이 트로피였을 거예요. 물질적인 돈의 가치라기보다 상징과도 같 았을 겁니다. 자식에게 헌신한 데 대한 인정, 집안살림을 평안하게 잘 이끌어 온 데 대한 인정의 의미로 트로피를 받고 싶은 거지요. 그리고 마음 안에 고집스러운 체면도 있었 을 거예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예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요. 며느리가 집안에 들어오면 시어머니들은 무의식적으로 집안의 균형과 서열의 평정상 태가 깨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 다. 그래서 평소에 없던 원칙을 만들어서 며 느리가 원칙을 지켜 자신의 통제의 틀로 들 어오냐, 안 들어오냐에 따라 들어오면 내 사 람으로 받아들이고, 안 들어오면 대립 관계 로 설정해, 결사적으로 싸우려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동진씨가 결혼 후에도 집안 행사 문제로 사사건건 갈등이 생기는 것도 같은 맥락입 니다. 예물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생긴 틀이 라면 결혼 후에는 집안 행사와 전화 걸기가 틀이 된 겁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가족 행 사를 잘 챙겨야 트로피처럼 상징적으로 ‘네 가 나를 무시하지 않고, 우리 집안을 만만 하게 보지 않는구나’ 내지는 ‘우리 집 사람 이 되었구나’라고 받아들입니다.

A 예단^집안행사 ‘트로피’로 여기는 어머니 평생의 관념, 변화 어려워 적정 거리 두며 대화하며 조절해야 아내와 생각 공유^공감하고 ‘어머니에 도리’ 수위 합의 이뤄야

동진씨, 가족은 논리적인 관계가 아니라 정서적인 관계입니다. 어머니가 갖고 있는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들면 싸움이 되지요. 아내가 예물이 왜 필요한지, 가족행 사에 왜 매번 참석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갈등을 해결할 수 없어요. 사 랑해서 결혼해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기에 이해의 폭이 좁아서 싸우는 것처럼 어머니하고 아내도 그런 면이 있을 거예요. 서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좀 조 심하고 배려해야 하는 면이 필요합니다. 게 다가 어머니는 한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 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갈등이 심해져 아내의 마음 을 돌이키기가 어렵다면, 동진씨가 할 수 있 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 요. 다행인 것은 동진씨와 아내 사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갈등의 도 화선이 돼서 부부의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 는데, 동진씨가 어머니의 편을 지나치게 들

지 않고, 아내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 는 것 같네요. 동진씨가 양쪽을 조율할 수 없다면 당신 에겐 아내가 더 중요하고, 두 분이 행복하게 사는 게 우선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 러니 우선 부부가 서로 생각을 많이 공유해 서, 많은 부분에 공감과 합의가 이뤄지는 게 중요합니다. 남편이 마음으로만 고민하지 말고 아내에게 이 부분은 어머니가 도가 지 나친 것 같다고 얘기를 하고, 그래서 당신이 속상할 거다라고 공감을 해 주고, 나는 어 머니처럼 집안행사를 다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둘이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서로 얘기를 나누 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시댁 행사나 어머니 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하는 게 좋을지 같 이 얘기하세요. 동진씨가 요구를 하기보다 는 아내에게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세심하 게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내한테 당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해 공 감과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듯, 어머니와 의 관계에서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느 정도 도리를 지키는 게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와의 단절은 자주 부딪혀 갈등을 일으 키는 것보다 덜 고통스러울 순 있으나, 그 역시 큰 고통입니다. 부모와 단절하면 그 역 시 동진씨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 어요. 그러니 현명하게 잘 대처한다면 부모 와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거에요. 어머니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듣더라도 동진씨가 전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때때로 어머니에게 집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과 신경을 많이 기울이지 못하는 게 어머 니를 만만하게 보고 집안을 무시해서가 아 니라고 알려드리는 게 좋습니다. 좀 더 노력 해서 매월 초에 집안의 모든 경조사를 미리 파악해 어머니에게 참석 여부를 알려주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편이 될 겁니다. 어머니와 대화를 할 때는 아내의 입장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모자 관계에서, 어머니 가 요구하는 것들로 동진씨가 힘들다는 얘 기를 전달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머 니가 하는 얘기에 대해 동진씨가 끝까지 참 고 들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간에 말을 끊고 상황을 변명하거나, 따지지 않고 어머 니가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들어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리=강지원 기자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고통 때문에 힘겨운 분이라면 누구든 상담을 신청해 보세요. 상 담신청서를 작성하신 후 이메일(advice@ hankookilbo.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의 사연과 상담 내용은 한국일보 에 소개됩니다.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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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 4명 중 1명 꼴 수면무호흡증, 양압호흡기로 상당 개선” 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잠을 잘 때 코를 심하게 골면 공기 흐름 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차단된다. 이를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성인 5명 가운 데 1명은 수면무호흡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쉬지 않 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줄면 위험하다. 이 런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생기고, 낮에 졸 리거나 무호흡 증상이 시간당 15번 이상이 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무호 흡증은 고령인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떨 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치료 전문가 조형 주(47)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방 치하다간 기억력 저하, 인식 능력 장애 등 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 비대, 부정맥, 폐동맥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합 병증도 생길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 를 코 막히고, 음주나 잘못된 수면 습관으 로 생기는 단순한 증상으로 여겨 문제”라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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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은 왜 생기나. “수면무호흡증은 중추신경계 문제로 숨 쉬지 못하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과 숨쉬 려고 노력하지만 기도(氣道)가 막히는 폐 쇄성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나뉜다. 수면클 리닉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가 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살찌면 상기도 주변 근육 사이에 지방이 쌓이면서 근육 탄력이 줄고 비대해져 숨 쉬는 길이 좁아지기 때문 이다. 그런데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골격 구

조가 작아 몸무게가 조금만 늘어도 기도가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아래턱이 작거나 비대칭이 고 턱이 후퇴해 있으면 구강과 구인두 공간 이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기기 쉽다. 편 도선이 비대하거나 목젖이나 연구개가 두 껍고 늘어져 있어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젊 을 때 코를 잘 골지 않지만 폐경기에 호르몬 변화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잘 나타 난다.” -수면무호흡증을 알아채려면. “충분히 잠자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하며 두통도 생긴다. 낮에 일할 때 집중하기 어렵 고 졸린다. 이런 증상이 없어도 주변 사람에 게서 코골이가 심하다거나 수면무호흡증 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검사를 받 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지속되 면 고혈압, 부정맥, 폐동맥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기억력 저하, 발기부전,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매 위험을 높인 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무 호흡증 환자는 2015년 2만8,975명에서 2019년 8만3,683명으로 최근 5년 새 연평 균 72%씩 증가했다. 이는 병 인식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2018년 7월부터 수면다원 검사가 건강보험에 적용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80.8%(6만 7,633명)가 남성이었고, 이들의 51.3%(3만 4,688명)가 30~49세였다. 수면무호흡증이 청장년 남성이 주로 겪는 질환임이 드러났 다. 수면무호흡증을 전체 성인 남성의 25%,

수면 중 10초이상 숨 안쉬면 위험 방치땐 고혈압·부정맥 등 합병증 충분히 잠자도 피곤하면 검사를

“성인 남성 4명 중 1명 꼴 수면무호흡증, 코에 공기 불어 넣는 양압호흡기 매일밤 착용 불편해도 효과는 커 증상 약하면 체중만 줄여도 개선

양압호흡기로 상당 개선”

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줄어드는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전체 성인 여성의 9% 정도가 겪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을 어떻게 진단하나.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해 야 한다. 병원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검사를 진행한다. 몸에 센서를 부착해 자면서 뇌파, 안구 운동, 호흡 양상, 턱·다리 근육 움직임, 흉부·복부 호흡 운동, 수면 자세 변화, 동맥

내부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측정한다. 시간당 평균 무호흡 발생 횟수인 ‘무호흡/ 저호흡지수(AHI)’가 5를 넘으면 수면무호 흡증으로 진단한다. 15 이상(중등도)이면 양압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 수면무호흡 증이면 깊이 자지 못해 자주 깨는 ‘수면 분 절 현상’이 생겨 숙면하지 못하고 저산소증 이 반복돼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 외에도 비강·구

강·구인두·하인두 부위, 치아, 턱 모양 등 해 부학적 이상 유무를 확인하면 정확한 병 원 인을 파악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진단 후 어떤 치료를 받나.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규칙적인 운동으 로 체중을 줄이고, 금주·금연으로 생활습관 을 개선하고, 옆으로 누워 자도록 하는 등 의 행동 교정 치료를 한다. 과체중이라면 몸

무게를 10%만 줄여도 무호흡증이 크게 개 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양압호흡기 사용이나 수 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코에 공기를 불어 넣는 장치인 양압호흡기는 수면 중 좁아진 상기도 안쪽을 공기 압력으로 넓혀 수면무 호흡증이나 코골이를 예방한다. 매일 밤 착 용하는 불편은 있지만 효과는 좋다. 양압 호흡기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환자 본 인 부담이 한 달에 2만원 정도로 크게 줄었 다. 양압호흡기 사용 도중 마스크 틈으로 공기가 새거나 배에 가스가 찰 때도 있고 마스크가 닿는 주변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 도 한다. 간혹 수면무호흡증이 제대로 조 절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정기적으로 병원 을 찾아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구강 내 상기도 확장 장치는 코를 골지 못하도록 잠잘 동안 치아에 끼워 넣는 장치 다. 운동 선수가 입안에 끼우는 마우스피스 와 비슷하다. 아래턱을 입 앞쪽으로 내밀도 록 해 공기 통로를 넓게 확보하는 원리다. 코골이나 경도·중등도 수면무호흡증에 효 과가 좋다. 하지만 장기간 구강 내 치아 부 위에 착용해야 하므로 턱 관절이 불편해질 수 있다. 해부학적인 문제가 있으면 수술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술로 늘어진 목과 입천장을 줄여 주고 단단히 고정해 호흡 통 로를 넓히는데 이때 일반적으로 편도선절 제술을 병행한다. 필요 시 로봇이나 다양 한 수술기구로 혀 뿌리를 부분 절개해 기도 를 넓히기도 한다. 턱이 작거나 후방으로 밀 려 들어가 있으면 앞으로 당기는 수술을 한 다. 콧속에 문제가 있다면 비강 수술을 병 행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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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7

기 획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2020년 5월 23일 토요일

그렇구나! 생생과학

공기의 흐름

●표면이 매끈한 경우

공기가 날아오는 공 주위를 타고 흐르며 공 뒤쪽에 압력이 낮은 공간을 만들고, 낮은 압력이 공을 뒤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압력이 낮은 공간

공 진행 방향 Ӝ

(뒤로 끄는 힘 작용)

공의 표면과 압력 항력

공기의 흐름

●표면에 실밥(야구공)이나 딤플(골프공)이 있는 경우

거친 표면에서 공기가 다양한 방향으로 튀어 난류가 형성되고, 이게 공 뒤쪽의 압력 낮은 공간을 줄여준다. 공을 끌어당기는 힘이 적어 훨씬 빨리, 멀리 날아간다.

압력 낮은 공간 축소

공 진행 방향 Ӝ

야구공이 달라지면 왜 홈런 수가 변화할까

야구공 ‘실밥’ 골프공 ‘딤플’ 매끄럽지 않아 멀리 날아간다 마그누스 효과

표면에 난류 형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을 비롯한 전 세계 스포츠 리그가 멈춰버린 올해 봄, 예상치

회전하며 날아가는 공이 공기와 만났을 때, 위로 떠오르거나 아래로 가라앉는 양력이 생기는 현상

못했던 ‘스포츠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 야구팬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한국프로야구(KBO) 경기에 열광하고, 이달 17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결승전은 미국 호주 캐나다

공의 진행 방향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도 중계됐다. 국내 스포츠 리그 중 코로나19를 딛고 가장 먼저 개막한 건 프로야구 리그다. 그런데 시즌 초반 난데없이 ‘탱탱볼’ 논란이 등장했다. 홈런 빈도가 지난해 대비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달 5~19일 치러진 62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128개로 경기당 2.06개에 달했다. 지난해 시즌 경기당 홈런 수(1.41개)와 비교하면 0.6개가 더 나오는 셈이다. KBO 측이 “공인구에 인위적인 변화를 준 적 없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연일 ‘빵빵’ 터지는 홈런에 공인구가 지난해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런데 ‘홈런이 더 잘 나오는 공’은 어떤 공일까.

공기막

압력 감소

시계 반대 방향 회전

최근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맞히려고 병 원 방문 일정을 잡았다가 고민 끝에 취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 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며칠간 ‘0’을 기 록하길래 이만하면 병원에 가도 되겠다 싶었는데, 난데없이 클럽발(發) 재확산으 로 확진자가 다시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 다. 올해 안엔 맞혀야 하는데, 이러다 기본 적인 예방접종 일정까지 놓치는 거 아닌 가 싶어 애가 탄다. 보통 필수 예방접종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모두 마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부 모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6학년인 만 12세가 되면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와 일본뇌염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한다. 각 각 6번째와 5번째 접종인데, 여기까지 맞 아야 나라에서 정한 어린이 필수 예방접 종을 모두 완료하게 된다. 아이에게 백신 을 맞힌 게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 5, 6년이 지나면 엄마들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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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흐름

공기 흐름

마찰 증가 ▼ 압력 증가

공의 진행 방향

표면 거친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 야구공 제작 과정에서 공의 반발력과 비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공을 채우는 실부터 크기와 무게까지 다양하다. 그중 가 장 결정적 요소 중 하나는 야구공을 수놓 은 108개의 빨간 실밥이다. 지난해 12월 발 표된 ‘미국프로야구(MLB) 홈런증가연구 위원회’의 MLB 2017-2019 시즌 분석 보고 서에 따르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실밥 높 이 변화가 미세하게나마 홈런 증가에 영향 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을 정도다. 공에 실밥이 있으면 투수가 던졌을 때 더 빨리 날아가고 덕분에 타자가 쳤을 때 더 멀리 날아간다. 얼핏 생각하기엔 공이 매끈 해야 공기와 닿는 부분이 적어 공기 저항, 즉 항력을 덜 받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 제 표면이 매끈한 공은 최고 투구 속도가 시속 130㎞를 넘기기 힘들다. 다양한 항력 의 종류 중 ‘압력항력’ 때문이다. 압력항력은 날아가는 물체의 앞쪽과 뒤 쪽에 발생하는 압력 차이 때문에 생기는 힘 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물체를 뒤로 잡아 끄는 작용을 한다. 매끈한 공의 경우 공기 가 공 표면을 타고 흐르며 공 뒤쪽에 낮은 압력 지역을 형성해 공이 속력을 내는 걸 막 는다. 반면 표면에 우둘투둘 튀어나와 있는 실밥은 공에 닿는 공기를 이리저리 튕겨내 공기 흐름을 불규칙적으로 만들고, 결과적 으로 공 뒤쪽의 압력항력을 크게 줄인다. 야 구공 실밥의 미세한 높이 차이가 타구 비거

실험동물에열흘 내내 링거 계획까지 코로나 백신 개발‘수준 미달’우려

백신 접종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 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드물긴 하지만 분 명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표준 예방접종 일정을 따르면서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백신을 맞았을 때 부작용을 겪을

확률보다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과학자들의 판단을 믿을 따 름이다.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된 백신 제품들 은 모두 오랜 기간 철저한 동물실험과 임 상시험을 거친 과학의 산물이다. 그럼에 도 학계에는 여전히 유효성에 대한 다양 한 견해 차가 존재하고, 부작용 보고가 사라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허가 절차를 거쳐 이미 제품화한 백신에 대해서도 과 학자들이 유효성과 안전성 연구를 중단 하지 않는 이유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코로나19 백신 기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제약·바이오 기

야구공 108개의 빨간 실밥 공에 닿는 공기 흐름^양력 바꿔 반발력^비거리에 가장 영향 실밥 잡는 방법 따라 구종 다양 실의 작은 차이가 경기 결과 좌우 골프공에 파인 ‘딤플’도 같은 역할

리에 영향을 주는 이유 또한 그렇다. 이 현상은 골프공에도 적용된다. 골프 공 표면에는 350~500개에 달하는 ‘딤플 (dimple, 보조개라는 뜻)’이 파였는데, 딤 플이 있는 골프공은 매끈한 공보다 비거리 가 2배가량 길다. 딤플이 공기를 튕겨내 압 력항력을 줄여준 덕분이다. 그렇다고 모든 물체가 표면이 거칠어야 더 빨리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이지 만 탁구공의 표면은 매끄러울수록 잘 날아 가고 총알 역시 그렇다. 이는 물체마다 ‘레 이놀즈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이놀즈 수는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 속 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소용돌이, 즉 큰 저항 을 만나게 되는 기준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물체의 모양과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과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레이놀즈 수가 4 만~40만 범위에 있는 물체는 표면이 거칠 때 항력이 줄어든다. 시속 150㎞로 날아가

업들은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이 걸린 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해왔다. 그런데 코 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을 시작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연내에, 내년에 출시가 가능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수 두룩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신종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 개발 기간을 10분의 1로 단축하겠다 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이용한 동물실 험을 할 수 있는 첨단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어 국내 여러 기업과 대학 등에서 코로 나19 약 공동개발을 제안받고 있다는 한 공공연구기관 과학자는 최근 기자에게 “얼토당토않은 계획도 적지 않다”고 토 로했다. 이를테면 어떤 기업은 실험동물 에게 하루 24시간 내내 열흘 동안 링거를 맞히는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동물 이 스트레스를 받을 우려가 있다면 마취 를 시킨다는 계획을 들고 왔다는 것이다.

올해 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이 진행된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 인근 훈련 장에서 캐치볼하는 류현진 손에 쥐어진 훈련공에 흠집이 가득 나 있다. 더니든(미국 플로리다)=연합뉴스

는 야구공의 레이놀즈 수는 30만, 골프공 은 5만~15만이라 이 범위 안에 든다. 그러나 탁구공의 레이놀즈 수는 4만보다 작고, 총 알은 40만보다 훨씬 크다. 이들의 경우 표 면을 매끄럽게 만들어야 더 멀리, 더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 회전하는 공을 더 높이 띄우려면 야구공의 실밥이나 골프공의 딤플은 공 의 속도뿐 아니라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친 다. 공이 회전하며 움직일 때 발생하는 ‘떠 오르는 힘’, 즉 양력을 더 크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공이 회전 없이 날아간다면 공기가 공의 위쪽과 아래쪽을 대칭적으로 타고 흐르겠 지만, 공이 돌면서 이동한다면 회전 방향에 따라 공 주변의 기압이 서로 달라진다. 공이 진행 방향 대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면 윗부분보다 아랫부분 공기와 마찰이 커진 다. 이 경우 공 아래쪽의 압력이 높아지고 위 쪽의 압력은 낮아지면서 공이 위쪽으로 휜 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공이라면 반대로 아래쪽으로 휘게 된다. 이는 공기의 속도와 압력이 반비례한다

실험동물이 온종일 링거를 꽂은 채 연 구진이 원하는 대로 얌전히 있어줄 리 만 무하다. 특히 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아프 고 걸리적거리는 주사 바늘을 ‘손’으로 즉 시 뽑아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마취제를 주입할 경우 약물과 마취제가 생체 내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열흘씩이나 약물을 투여하면 동물이 회복된다 해도 자연적 인 현상인지 약물 효과인지 판단하기 어 렵다.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 실험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 지 못한 계획이다. 이 과학자는 국내외에 서 기대를 모으는 코로나19 약 개발 계획 의 상당수가 이처럼 ‘수준 미달’일지 모른 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약 개발에 성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과학자들은 정부나 기업의 ‘데드라인’을 꼽는다. 후보물질 탐색, 동 물실험, 임상시험 등 약 개발에 필요한 일

는 ‘베르누이의 정리’가 회전하는 공에 적용 될 때 나타나는 ‘마그누스 효과’ 때문이다. 마그누스 효과는 공의 진행 속도와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크게 나타난다. 투수들 이 공의 실밥을 어떻게 잡고 얼마나 빠르게 던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구종이 나타나는 이유다. 야구공 실밥과 골프공 딤플은 이 과정에 서 공을 더 위로 띄울 수 있다. 골프공의 경 우 클럽 페이스가 공의 아랫부분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시계 반대 방향의 회전이 걸리 는데 덕분에 공이 떠오르며 비거리가 길어 진다. 이때 딤플이 있는 공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큰 양력과 적은 항력을 받아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주목할 점은 야구공과 골프공 모양이 천 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손으로 일일이 실 을 꿰매야 하는 야구공은 같은 제품 안에서 도 작은 차이가 존재하고, 공장에서 찍어내 는 골프공 역시 딤플의 수와 모양이 제조사 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공을 고르느냐, 그 미세한 차이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곽주현 기자

련의 과정들에 마감 시한을 정해놓는 ‘톱 다운’ 방식을 적용하면 개발 속도는 올라 갈지 몰라도 유효성과 안전성은 보장하 기 어려워진다. 워낙 변수가 많은 탓에 의 약품 개발 연구는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 가 부지기수다. 신약개발 실패 확률이 성 공 확률보다 훨씬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일부 기업들이 일시적 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연구 결과의 의 미를 과대 포장해 발표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렇게 해서 설사 1, 2년 사이 코 로나19 백신이 나온다 한들 누구나 안심 하고 맞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약 개발은 모든 절차가 안전과 직결되 는 만큼 섣불리 기한을 약속하거나 성급 히 추진해선 안 된다. 코로나19 약을 개발 중이라는 기업들에 ‘엄마의 마음으로, 여 러분의 자식에게 쓸 수 있는 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임소형 기자


B28

2020년 5월 2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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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HO KOREAN DAI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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