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SHIFT 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웹 혁명 창조와 혁신의 생태계와 소셜 웹 유틸리티를 준비하라! 김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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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Copyright(c) 2011 by 김재연 김재연이 작성한 ‘소셜 웹 혁명: 또 한번의 권력 이동’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 표시-비영리-동 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개의 변
2010년 4월 20일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우연한 기회에 내 이름을 건 첫책 ‘소셜 웹이다’를 출판하면서 느끼게 된 것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책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된다는 것이었다. 쓴다는 행위가 상 당한 고역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건 작가에게 매우 슬픈 일이다. 내가 낳은 아 이가 자라지도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글을 쓰 는 사람에게서 가장 큰 비극은 누군가 자신의 글을 오독한다든지 혹은 남용한 다든지가 아니라 아예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당시 내 첫책을 내줬던 네시간 출판사 사장님과 협의를 해 2010년 7월 21일에 ‘소셜 웹이다’를 온라인상에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했다. 그 후 약 3년이 지난 2013년 7월 8일 오늘까지 해당 전자책은 40,500명이 읽었고, 3,773번 다 운로드됐다. 솔직히 이렇게 책을 공개한 결과가 책의 판매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줬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공개 덕분으로 내가 낳은 아 이가 조금은 더 오래동안 세상을 보았고, 내가 만든 지식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 에게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중엽 도서출판 두드림의 탁연상 대표님 의 동의를 얻어 2011년 3월 31일에 출판한 두 번째 책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 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이 공개의 덕분으로 얼마나 책이 더 팔릴 지는 알 수 없다. 그 외에 나에게 어떤 경제적 기회가 발생할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 지 분명한 건 내 두 번째 아이역시 첫 번째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개방된 인 터넷상에서 검색 가능하게 공개함을 통해 더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점이 다. 그리고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이건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책을 위한 일이기 도 하다. 내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종이로만 존재한다면 대부분 해당 책이 절판되고, 그 종이가 썪어버리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책으
로 존재한다 해도 제한된 온라인 도서 플랫폼에 한해서 공개된 책은 해당 서비 스가 문을 닫는 순간 다시 찾기는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상에서 찾을 수 있게 책을 공개해놓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누군가는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내 두 번째 책을 공개한 건 작게는 내 책을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크게는 ‘지식의 공유’란 아마존 밀림 못지 않게 우리 인류 의 미래에 중요한 보이지 않는 울창한 삼림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누 군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적지 않고, 적은 걸 나누지 않었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존재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상대적으로 어 린 나이에 첫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지식 공유의 숲속을 내가 유년 시절 부터 거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었던 권리를 내가 누렸던 권리인 만큼 이젠 똑같은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것이 소유권과 공유권의 균형 위에 자라온 지식의 숲을 지키고 가 꾸는 지식인으로서의 내 책임이다. 그리고 이런 소유와 공유간의 관계의 재정립은 책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미 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재산권 전문가인 마이클 헬러 교 수가 2008년에 쓴 ‘소유의 역습’에서 지적했듯이 사적 소유권의 남용은 자본주 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죽인다. 자본주의를 살아 숨쉬게 하는 창조와 혁신이 기존에 존재하는 지식, 정보, 문화에 대한 접근에서 출발한다고 한다면, ‘우리 것’은 없고 ‘내 것만’ 있다고 하는 사회는 자본주의를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책에 대한 자신의 배타적 권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접근권을 같 이 인정할 때, 독자뿐 아니라 저자도, 책도, 사회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 다. 나는 그 새로운 게임의 룰을 믿는다. 2013년 여름,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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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목차 추천사 6 머리말 10
서론-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13 1장
TGiF에 떨고 있는 한국 IT 25
1. 싸이월드, 그 이후 27
2.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37
3.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45
4.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51
5.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57
6. 페이스북의 정체를 말하다 61
2장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67
7.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69
8.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77
9. 소셜 웹 시대를 위한 천하삼분지계를 말하다 85
10.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 95
11. 스카이프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107
3장 디지털의 미래는 아날로그로 흐른다 113
12. IT는 온라인이 아니다 115
13.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123
14.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SNS 129
15.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135
4장 디지털 혁명에 대한 오만과 편견 141
16. 구글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는가 143
17.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155
18. 나는 소셜 미디어를 의심한다 163
결론-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IT의 미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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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이제 우리도 ‘창조의 문화’를 가질 수 있을까?
류한석 소장 (기술문화연구소) 블로그 peopleware.kr 트위터 @bobbyryu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 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에,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 심을 키워줘야 한다.”
위의 글은 김재연씨가 서적의 본문에서 인용한 생텍쥐페리의 명언이다. 이 문장은 저자의 주장과 일치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우리가 아쉬워하 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너무나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 하고 있다. 더 나쁜 소식은 날이 갈수록 그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 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경쟁한다. 아니, 경쟁해야만 한다. 한국 사회의 경쟁 수준은 가히 전 세계 최고라 할만 하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경쟁하며 평생토록 경쟁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트위터의 팔로워 숫자나 페이스북의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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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구 숫자를 놓고도 경쟁할 정도다. 단기적인 성과에의 집착, 언제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그 리고 엄청난 순발력은 우리가 가진 강점이자 저주다. 그런 능력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로 사 람들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 한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30개 국가 중 25위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 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좀 더 큰 비전을 통해 멀리 바라봐야 하고, 결과물만 중시하기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IT 산업을 소재 로 삼아 ‘창조의 문화’를 얘기하고 있다. 그 어떤 매력적인 기술도 결국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던가? 오픈 API 등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 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저자의 관점은 중요하다. 기술적인 측면을 얘기 하는 사람은 많으나 사람, 문화를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 중 몇 가지 대목을 살펴보자. 저자는 싸이월드의 한계점에 대해 논하면서 ‘문화’를 언급했다. 흥미 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싸이월드에 많은 사람이 가입했고 수없 이 많은 일촌 관계가 형성됐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싸이월드는 단지 기 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그쳤을 뿐 유의미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 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용자가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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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즉, 이용자가 중심 이 되어 다른 이용자와 연결되고 함께 사회의 변화를 창조해내는 문화 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성공을 꿈꾸는 인터넷 서비스라면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새로운 문화를 만 들어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2010년에 서바이벌 게임 형태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SW 마에스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저자 의 견해는 명확하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인재를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본인 또한 해당 사업의 초기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같은 의견을 피력하고 사업 참여를 거절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나 방식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피카소를 키울 수 없듯이 스티브 잡스 또한 그렇게 키울 수 없다. 더군다나 잡스는 개발자 출신도 아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을 모아서 잡스로 키운다니, 슬로건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사 업이다. 저자의 글을 읽을 읽으며 정부의 IT에 대한 인식 수준을 곱씹 으니 다시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 을 뛰어넘어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와 소셜 아키텍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제도적, 기술적, 문화적 환 경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런 전반적인 내용을 저자 특유의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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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사회의 미래는 이용자 창조성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의 제도적(지적재산권 등의 법 적 문제), 기술적(모바일, 태블릿 등의 창조성 문제), 문화적 환경(오픈 컬쳐의 성숙, 확산 문제)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IT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지식 과 이해를 얻게 될 것이고,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주 장에 동의하거나 논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일에 급급한 나와 당신의 현실에서 더 밝은 미래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 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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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2010년 1월 국내 스마트폰의 이용자 수는 1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단 1년 새에 그 수치는 700%가 성장하여 연말에는 750만 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이용자 1천만 명의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그들의 약정계약 이 만료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 가 올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인프라가 된다. 인프라는 곧 기반이라는 뜻이다. 이 기반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할 것이다. 작은 전구를 밝히던 전기가 전력으로 그 리고 인프라로 변화하면서 방송과 통신 같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인프라는 어떠 한 산업을 일으켜 발전시키고, 나아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기회이고, 또 어떠한 도전일까? 이 책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새롭게 시작하는 디지털 혁명이 암 시하는,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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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에게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새로운 IT 강자들이 만들어 갈 IT 산업과 사회 전체에 걸쳐 일어날 혁명을 말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과 같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가 우리 삶에 미칠 변화를 이야기한다. 영화와 음반 산업에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이 출판, 통신 산업 등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 로 그 영향력의 무대를 확장함에 따라 나타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 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혁명에 대해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기대 하는 부분의 맹점을 지적함으로써 다가올 미래에 대해 더욱 냉철한 분 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과 서 비스가 등장한 이유와 지금 현재의 비즈니스 기회를 살펴보는 것을 넘 어서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가 이끌어낼 새로운 미래상에 호기심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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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olution of The Geek Geek은 괴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특정 분야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다소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분야의 Geek은 그 기술의 활용보다는 기술 자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Geek은 스마트폰의 활용성보다는 제품규격과 성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source: flowtown.com blog
www.flowtown.com/blog/the-evolution-of-the-geek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중
중요한 건 스마트폰 이 아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닷컴의 화려한 부상이 있었고 그 후에 그보 다 더 처참한 몰락이 있었다. 우리나라만 살펴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 기에 의해 침체한 경제를 닷컴이 살렸다가 다시 떨어뜨렸다. 2000년 3 월을 기점으로 닷컴 거품이 가라앉자마자 겨우 1년 만에 코스피 지수 가 5분의 1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닷컴기업에 했던 묻지마 투자의 허 상이 드러난 셈이다. 이후 IT 업계는 약발이 떨어진 닷컴 대신에 새로 운 마케팅 트렌드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에서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팀 오라일 리Tim O’Reilly가 창안한 ‘웹 2.0’이다. 그것은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 다임에 기초한 웹 진화론이다. 웹 2.0 패러다임을 통해 오라일리가 주장하는 바는 분명하다. 닷컴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다임을 공통의 DNA로 갖고 있다. 따라서 살고자 하는 기업은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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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렇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멸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 오라일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언급 하고 있지만, 그 잘 나가는 웹 2.0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오래된 닷 컴기업이다. 그리고 웹 2.0 기업 축에 끼지도 못하면서 2010년 현재 미 국 IT 기업 1위에 오른 애플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팟, 아이폰, 아 이패드로 연속 홈런을 터뜨린 애플은 2010년 상반기에 시가총액 약 2,220억 달러를 기록하며 명예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이 마이크 로소프트를 제친 것은 1989년 이후 최초의 사건이다. 학술적으로 봐도 웹 2.0은 문제가 많다. 개방, 공유, 창조의 패러다 임은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처음 탄생 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특징이다. 더구나 그 말 자체도 너무 애매하다. 무엇을, 어떻게, 왜 개방하고 공유하고 창조할 것인가. 이것을 한마디 로 ‘열고 나누는 정신’으로 요약해버리면 이상理想·종교·철학 등과 비슷 해져서 적용하지 못할 곳이 없다. 지난 수년 동안 불었던 웹 2.0 열풍은 이와 같은 ‘애매함’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 웹 2.0이란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거품이 빠진 것 이다. 닷컴과 마찬가지로 웹 2.0의 효용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대신 등장한 단어가 스마트폰이다. 모바일이 대세란다. 그리고 모바일 과 연계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웹 2.0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정체도 애매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란 무엇인가. 그 정체는 아이폰인가? 갤럭시S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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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스마트’가 어떻 게, 왜 ‘똑똑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닷컴, 웹 2.0,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 지는 IT 혁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이름도 다르고 배경도 다 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엔 다르다’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닷컴은 실패했지만 웹 2.0은 뜰 것이고, 웹 2.0이 잠잠해져도 스마트폰은, 모바일은 대세가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버드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대 교수 카르멘 라인하트 는 지난 800년간 66개국에서 일어났던 금융의 흐름을 연구하여 일정 한 패턴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고 믿기 시작하면 붐이 일어나고 거품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그
들이 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대 세라고? 이번엔 정말일까?” 좀 더 큰 틀, 역사를 통해 생각해보자. 2003년 5월, 미국 IT 업계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한 편의 논문 때문에 떠들썩했다. IT 평론가 니콜라스 카가 쓴 그 논문은 제목 부터 도발적이었다. 〈중요한 건 IT가 아니다IT Doesn’t Matter〉(92쪽 참조) 이 논문에서 니콜라스 카는, 에디슨이 실험실에서 발명한 전기가 사 회를 지탱하는 전력이 된 것처럼 이제 IT도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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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Time Is Different: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 Kenneth S. Rogoff, Carmen M. Reinhart
book.naver.com/bookdb/book_ detail.nhn?bid=6331543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09) 이번엔 다르다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지음 다른세상 (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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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princeton.edu/titles/8973.html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사회 전 체로 확산하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제안한 ‘무어의 법칙 Moore’s Law’(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 증가한다)에
따르면 IT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반도체 집적회로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성능 은 향상되고 가격은 내려간다. 카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IT 영역에서 새롭게 탄생한 기술이, 그 기술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독점 기술proprietary technology’ 상태에 머 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독점 기술이 탄생하면 수많은 경쟁자가 그 기 술을 모방하게 되고, 이런 기술들이 확산하여 ‘기반 기술infrastructure technology’로
변신하는 순간 - 그 기술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니콜라스 카의 논리를 따라서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자. 우리 는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4와 갤럭시
Does IT Matter?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Corrosion of Competitive Advantage Nicholas G. Carr Harvard Business Press (2004.04)
www.amazon.com/Information-Technology-CorrosionCompetitive-Advantage/dp/1591394449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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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의 성능을 시시콜콜 비교하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플랫폼 경쟁 에 자극을 받아 심각하게 토론을 벌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인 시기는 아주 짧을 것이다. 시장성이 확인된 제품에 경쟁이 불붙음으로써 시장이 확대되면 어느 순간 스마트폰의 가격은 급락하고 빠른 속도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 그 렇게 되면 내가 가진 스마트폰은 누구나 가진 스마트폰 중 하나일 뿐이 다. 스마트폰은 이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많 은 가치를 일상 속에서 창조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 예보를 꼼꼼히 챙 겨볼 수 있으니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일이 줄어들었다. 구글 지도 덕 분에 처음 가보는 길도 헤매지 않을 수 있고, 낯선 곳에서도 포스퀘어 와 같은 지역기반 서비스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추천하는 괜찮은 음식 점을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메일을 체크하고 트위터 를 쓰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인다. 스마트폰 이용자 끼리 주고받는 무료문자나 무료통화의 매력도 빠뜨릴 수 없다. 스마트폰은 가치가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비록 무어의 법칙이 적용 되어 신기술의 효과가 급감한다고 할지라도 IT 혁명이 우리의 삶에 많 은 편리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카도 IT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 사실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독점 기 술’이 ‘기반 기술’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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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남들이 하는 대로 스마트폰 을 사서 트위터 계정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무엇을 해 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자.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 현재를 바라보았 을 때 스마트폰의 성능을 시시콜콜 비교하며 따지는 모습을 현명한 행 동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10년씩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으로부 터 20여 년 전 최초로 PC 붐이 일어났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PC 사 용자들은 PC를 구성하는 각종 하드웨어의 규격과 성능을 꼼꼼히 분 석하고 비교하며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일 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지금 당장 PC를, 스마트폰을 사야 한다면 어느 정도 필요한 질 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기의 성능 정도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크고 깊은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전구가 전기가 되는 순간, 전기가 전력이 되는 순간, 전력을 누구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쓸 수 있게 되는 순간, 통신 산업이 탄생했다. 그리 고 통신 산업에 기초한 방송 산업, 방송 산업에 기초한 새로운 문화와 생활방식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스마트폰은, 이 디지털 혁명은 무 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것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그 질문에 어울리는 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그 답은 ‘사람’이다. 멀리 내다보면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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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만 지나도 우리는 아이폰4나 갤럭시S가 아니라 다른 어떤 스 마트폰을 쓰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을 쓰는 ‘사람’이다. 스마트폰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는 IT가 전기처럼 또 하나의 인프라가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은 전기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IT는 전기와 달리 그것을 사용하는 사 람의 능력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똑같은 인터넷도 단순한 오 락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 고급 정보를 획득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스마트’하려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이 해하고 다양한 앱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지점 에서 출발하여 문제의식을 느껴보자. 현재 일어나고 있는 IT 혁명에 대 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IT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폰과 같은 스 마트폰 때문일까? 아니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원인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했기 때문에 IT 혁명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IT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IT 혁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마트폰을 넘어서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을 이해 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웹이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에 그 많은 사람이 돈도 되지 않는 플 랫폼의 발전을 위해 왜 그렇게 노력했을까? 서로 연결하여 함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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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이었다.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시스템 에 가려진 그 욕구가 지구촌의 인터넷 혁명을 주도해왔다. 예일대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는 〈예일 글로벌 온라인 매거진Yale Global Online Magazine〉의 편집장 나얀 챤다Nayan Chanda 가 말한 것처럼, 미국이 최초의 통신위성을 쏘아 올린 1961년에 ‘세계 화 Glovalization’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선사시대에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빙하기 이후 전 세계로 흩어졌던 인류가 하나로 합쳐지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 며 그 시도는 끓임 없이 이루어져 왔다. MIT 미디어랩 설립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말한
것처럼,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더디게 진행되
던 발전이 지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바탕으로 전과 비할 수 없는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 람들이 서로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의 변천사를 이해한다면 더 많이
Being Digital Nicholas Negroponte Vintage (1996.01) 디지털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지음 | 백욱인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1999.03)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94467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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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더 편하게 하나가 되고자 하는 스마트폰 열풍은 ‘충격’이 아 니라 ‘예고된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 스마트폰 대세론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유행 따라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만족할 만 한 답을 얻을 수 없다. 변화의 결론이 아니라 원인을 봐야 한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의 흐름 에 주목해야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스카이프, 포스퀘어, 그루폰 등 소위 요즘 잘 나간다는 기업들, 시장과 산업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리더들 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다른 점은 ‘보는 관점’이다. 우리가 그들이 만 들어놓은 결과물에 경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이 무엇인지 보고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다. 미래를 만드는 주체의 잠재된 수요와 욕구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꿈틀 거리며 움직이는 시장의 변화를 읽는 것이다. 아직 상식이 되지 않은 변 화의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그들의 다른 점이다. 애플이 성공한 원인은 아이폰을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구글이 위 대한 기업이 된 것은 애드센스로 인터넷 광고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 아니다. 《갈매기의 꿈》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그들은 멀리 보는 법을 배웠기에 높이 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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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의 격차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 ‘비전의 차이’다. 증권가의 신화, 워런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오마하에 은둔한다. 시장의 비이성적 열기에 파묻혀서는 그 변화의 ‘맥’을 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지혜를 빌린다면, 모두가 스마트폰에 열 광하고 있는 지금, 잠시 그 열기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 며 앞으로의 행보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보 전진하기 위한 일보 후퇴 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은 IT 혁명을 이끄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필요 에 맞춰져야 한다. 사실 그것이 더 야심 찬 과제다. 최후에 웃는 자가 되 고 싶다면 거기까지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폰 정도가 아닌 21세기 지식 경제사회의 패권을 가늠할 큰 전쟁에서 승리할 승부수, 글로벌 무대에 서 강호의 고수들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진정한 경쟁 우 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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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TGiF에 떨고 있는 한국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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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2010 Social Networking Map 2010년판 소셜 네트워크 지도. 페이스북, 하보, 트위터, 유튜브, 아이폰 앱 등이 돋보인다. source: flowtown.com blog www.flowtown.com/blog/the-2010social-networking-map
싸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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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된 것 같다. 그 대신에 요즘 유행하는 말은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다. 글로벌 IT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은 조바심 에 4~50대 직장인들도 관련 강좌를 수강하며, 달리는 열차의 마지막 칸이라도 타보려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하드웨어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최신 유행과 추세를 살펴봐도 그 중에서 우리가 선도하는 것은 없다. 하드웨어 영역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화들짝 놀란 마음은 서비스 영역 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2009년 말에 애플의 아이폰이 들어온다고 할 때만 해도 다들 설 마 설마 했지만, 그 ‘설마’가 ‘충격’으로 다가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기존의 피쳐폰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힘 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EBS 산업뉴스의 기사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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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2009년 3분기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는 39.9%, RIM은 20.8%, 애플은 17.7%를 차지해 1, 2, 3위에 올랐다. 반 면에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3.2%와 0.2%에 불과하다. 한국이 경쟁력 을 가지고 있던 피쳐폰 시장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설파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에 의하여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검색엔진과 운영체제 등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광고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령한 데다가 고유의 ‘개방형’ 기업 정신과 비전, 전략으로 무장한 구글 정도면 모를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고 있는 애플과 경쟁할 기업을 국내에서 찾아보긴 어렵다. 그나마 삼성은 2010년 상반기에 소위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갤럭시 S를 내놓을 수 있었다. 스펙 차원에서는 아이폰4에 밀리지 않았고, 통 신사와 언론의 전폭적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때마침 아이폰4의 수신 율 불량 문제가 불거지는 행운도 겹쳤다. 덕분에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The Innovator's Dilemma Clayton M. Christense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7) 성공 기업의 딜레마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지음 모색 (19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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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은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새 로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열심히 따라잡으려고 해도 이미 혁신의 패러 다임을 선점당한 상태에서 ‘뒷북치기’ 이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스 마트폰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이미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을 테 니까. 이런 암울한 전망은 하드웨어를 넘어 서비스 영역, 그중에서도 꽃이 라고 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장악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높이 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싸이월드와 같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기존의 서 비스가 버티고 있어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과연 안전한 것일까?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배운 교훈 중 하나는, 그 ‘설마’가 ‘진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 8월 2일 조선일보는 스마트폰을 보유한 직장인 10명 중 8명 이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트위터가 스마트폰 이용자 들의 정보 소통의 주요한 통로로 등극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스 마트폰의 보급률 확대와 함께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 트위터 이용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1월 18일 트위터 는 드디어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페이스북은 더욱 눈부시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시작 한 것은 트위터보다는 조금 늦었다. 하지만, 국내 트위터 이용자 숫자가 200만 명에서 주춤한 사이 2010년 초에 50만에 불과하던 페이스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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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숫자는 2011년 1월 3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싸이월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는 좀 늦게 발동이 걸렸지만, 이용 자 숫자의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페이스북은 2010년 초에 50 만이던 이용자 숫자가 상반기가 지나자 100만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의식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싸이월드 이후, 왜 또 다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신화를 만들 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무언가를 ‘주고’ 이용자들은 그것을 ‘받는’ 개념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킹의 이용자들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 지 않는다. 그들은 창조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확산시킨다. 예를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중 하나인 트위터 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들이 한 일은 사람들이 140자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 뿐이다. 그 플랫폼이 서비스로 보이는 이유 는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상호 작용인 ‘열린 문화open culture’ 덕분이다. 소셜 네트워킹을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로 인지한다면, 최근에 변 화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사고의 역전’이 일어 난다. ‘서비스’의 개념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바라보면 이용자들의 ‘소비’ 에 초점을 두게 되지만, ‘문화’의 개념으로 소셜 네트워킹을 바라보면 이용자들의 ‘창조’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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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는 소셜 네트워킹 ‘문화’였을까? 나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 각한다. 싸이월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을 제공했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던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 이 싸이월드를 찾아왔다. 사람들은 일촌을 맺고 그 일촌은 확장됐다. 도시화에 견줄 수 있는 인터넷화, 도시민의 아파트화에 견줄 수 있는 네티즌의 싸이월드 일촌화였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거의 그대로 재 현하여 온라인 일촌을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은? ‘그다음은?’이라는 질문과 허전함은 ‘싸이월드, 그 이후’를 예고하고 있었다. 싸이월드가 추락한 이유는 ‘일촌, 그다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 일촌’. 하지만 그다음은 무엇인가? 웹을 ‘참여 중심’의 플랫폼으로 바라본 《소셜 웹 기획》에서 조슈아 포터는 많은 사람들이 소셜 웹social web에서 ‘사람’에만 집중하고 그
Designing for the Social Web Joshua Porter New Riders Press (2008) 소셜 웹 기획 조슈아 포터 지음 인사이트 (2008.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01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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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묶어주는 ‘매개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슈아의 지적을 받아들여 싸이월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일 촌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그 일촌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 에 싸이월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일촌과 도토리를 주고받 기 위해서 싸이월드를 해야 하는가? 싸이월드는 그 이상의 어떤 새로 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미국의 소셜 웹 생태계에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 중 ‘커피 파티 운동Coffee Party Movement’이 있다. 이것은 소셜 웹에 기반 을 둔 다소 보수적인 시민운동인 ‘티 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에 반발하여 한국계 미국인인 애나벨 박Annabel Park이 시작한 진보 성향 의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은 2010년 1월 26일 페이스북에 팬 페이지 www.facebook.com/coffeeparty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는데, 뜻밖에 많은
사람이 호응을 보이면서 들불이 번지듯이 퍼져 나가 불과 6주 만에 15 만 명이 넘는 팬을 확보했다(en.wikipedia.org/wiki/Coffee_Party_USA). 이 풀뿌리 시민운동의 취지는 간단하다. 의료보험법 개혁과 같이 중 요한 문제에 대해서 침묵만 하지 말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때처 럼 의견을 나누고 뜻을 모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 파티 운동의 좌우명은 ‘일어나자, 잠에서 깨자!Stand Up, Wake Up!’ 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흥미로운 일이 싸이월드에서는 일어 날 수 없을까? 아니 싸이월드에서는 왜 이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움직 임이 시작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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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싸이월드에 수많은 사람을 가입시 켜 수많은 일촌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다음은? 싸이월드에서 조슈아 포터가 말한, 사람을 묶어주는 ‘매개체’는 무엇이었나? 싸이월 드는 그 매개체를 형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소셜 네트워킹은 ‘서비스’가 아니라 ‘문화’다.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 될 때가 아니라 문맥과 경험이 창조될 때, 그래서 지식과 정보가 새롭고 특별한 의미로 피어날 때 소셜 네트워킹의 생명력은 샘솟고 선순환을 이루며 자생적으로 발전한다.
Coffee Party Movement 페이스북에 개설된 커피 파티 운동의 팬 페이지. 웹사이트 주소는 www.coffeepartyusa.com이다.
www.facebook.com/ coffee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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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길어졌다. 핵심은, 소셜 네트워킹 생태계의 중심이 서비스 제공업체가 아니라 ‘이용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용자는 서비스를 ‘수 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혁신의 대가,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릭 폰 히펠은 이용자 혁신에 대한 명저 《혁신의 민주화》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 이용자lead user’ 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용자의 10~40%가 선도 이용자 그룹에 속하는 데, 그들은 R&D 센터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처럼 이용자는 언제나 ‘창조와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세상’을 열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를 창조하는 시대에서 이용자가 또 다른 이용 자를 창조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일촌으로 ‘사람’이란 열쇠는 찾았지만 그 열쇠로 ‘매개 체’의 방을 열지는 못했고, 미니미라는 ‘플랫폼’은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소비의 패러다임을 넘는 창조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싸이월드, 그 이후’가 막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싸이월드를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개방형’ 시스템 과 비교하면서 ‘폐쇄성’ 문제를 언급한다. 물론, 폐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싸이월드를 개방형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해서 트 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경쟁력’은 ‘경쟁 우위’에서 나온다. 싸이월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처 럼 ‘개방형’으로 변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경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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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을 획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싸이월드만의 고유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패러다임을 선점 해야 할까? 조심스럽지만, 그 답은 사람을 넘어선 ‘매개체’, 그리고 플랫 폼을 넘어선 ‘창조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누어 주는 대신에 저 넓 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는 사람을 넘어 서 ‘매개체’, ‘창조’, 넓고 끝없는 ‘바다’를 봐야 한다.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현재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그다음은, 사람 들을 ‘광장’에 불러모으는 것 이상일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인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서비스 이상의 그 ‘무엇’일 것이다. 거기에 서 ‘싸이월드, 그 이후’를 생각해보자.
Democratizing Innovation Eric Von Hippel The MIT Press (2005.03)
www.amazon.com/DemocratizingInnovation-Eric-Von-Hippel/dp/0262720477
이 책의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web.mit.edu/evhippel/www/book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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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우리의 싸이월드가 ‘인터넷 신화’에서 ‘추억의 그때 그 서비스’로 전락 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애플, 그 이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빌 게이츠가 PC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이 자연스럽게 잊혀진 존재, 풍운아 스티브 잡스였다. 그리고 왕이 귀환했다. 영원할 것 같던 PC 혁명이 쇠락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디지털 혁명은 빌 게이츠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를 택했다. 빌 게이츠가 설파했던 ‘변화의 속도’를 주도한 것은 MS가 아니 라 애플이었고, 이제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왕의 귀환’은 비유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왕이었 고, 왕이 되고자 했다. 맥킨토시를 통해 진정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를 구현할 때도,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디지털 음악 상거래의 생태계 를 구축할 때도, 아이폰을 통해 통신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재편 성할 때도 잡스는 늘 ‘왕’을 목표로 했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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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칙으로 새로운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냈다. 잡스의 화려한 귀환은 마니아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의 주목을 받 았다. 애플이 발표하는 제품마다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듯 하니 ‘애플교 교주’ 잡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디자인 중심 경영 그리고 인문학 과 기술의 접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잡스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인문학 중심 대학인 리드에서의 학습과 젊은 시절 동양 철학과 사상에 탐닉했던 경험이 그의 독특한 IT 세계 관을 구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CEO들 도 동양 사상을 학습하면 혹은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한다면 잡스와 같 은 경영과 혁신을 일궈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요점은 잡스 신화의 핵심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에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디지털 혁 명에서 진정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큰 그림의 단서’를 하나 잡 게 된다. 잡스가 인문학을 사업에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 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현실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을 보완하여 혁신을 완성해왔다는 점이다. 사실 잡스가 ‘최초’로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 이스, 디지털 음악의 상거래 생태계, 그리고 스마트폰에 의한 통신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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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모두 누군가가 먼저 시도했던 것이다. 잡스가 한 일은 다른 사람이 창조한 기술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끈 것 이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무려 세 번이나. 지금은 아이패드와 애플 TV 등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정복이라는 네 번째 도전에 나서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트머스 대학의 비제이 고빈다라얀 교수가 발표한 《혁신의 다른 면》을 읽어보면 올스테이트Allstate, BMW, 팀버랜드Timberland, 그리 고 누코Nucor 등과 같은 기업들의 사례를 연구했더니 경영 실패의 원인 은 혁신innovation의 부족이 아니라 실행력execution의 부족에 있다고 한다. 잡스가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개발하거나 사업 모델을 고안하지 않고도 연달아 성공한 원인을 그의 이론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잡스가 지극히 기술적인 분야에 인문학적 요소를 도입하여 성공했 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은 아닐지라도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승자에게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이유를 붙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별개의 것이며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The Other Side of Innovation Vijay Govindarajan Harvard Business Press (2010.09)
www.amazon.com/Other-Side-InnovationExecution-Challenge/dp/1422166961
잡스의 인문학은 IT 현실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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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신화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아이튠즈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 튠즈가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 중심적인 상거래 시스템 덕분이 었을까? 아이튠즈의 성공 사례에는 잡스가 할리우드 유배 시절에 배운 ‘현실적 균형점’이라는 지혜가 숨어 있다. 21세기 초에 p2p 파일공유 기술peer to peer file sharing technology 이 등장하자 음반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음악 산업은 카세트 와 CD 매체에 음악을 담아 판매하는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음악 산업의 주요 ‘수익원’은 ‘복제’라는 ‘가치’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 상업적 유통망과 수익 구조를 우회하는 새 로운 방법이 p2p 파일공유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자유롭게 이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파일을 공유하는 기술이 음악 산업을 떠받치는 가치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음악 산업계의 처지에서 보면 당연히 전쟁의 시작이었다. 자신들의 수익원을 갉아먹는 p2p 파일공유 기술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으니까. 음악 산업계와 p2p 파일공유 기술을 이용하려는 서비스 업체들은 초 기의 p2p 파일공유 기술부터 시작하여 그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서비 스 ‘냅스터Napster’를 지나 법정 공방의 핵심에 있었던 ‘카자Kazza’에 이 르기까지 치열하게 부딪히며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문제는 파일공유가 준법이냐? 위법이냐 하는 갈등을 넘어 서는 큰 이슈였다. 음악의 디지털화에 의한 음악 산업의 변화, 그에 따 른 사회적 변화를 놓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 시대에서는 파일을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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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데 드는 비용이 ‘0’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할 때 한계생산비용 이 ‘0’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그 가격은 한계생산비용 에 수렴하여 ‘0’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DRM(디지털 콘텐츠 권리 관 리)
같은 기술적 제한을 걸고 저작권법 강화 같은 법적 방어를 통해서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게다 가 파일공유 기술은 동시에 문화적, 정치적으로 기존의 상업적 유통망 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개방과 공유, 참여의 장을 만들어내며 소 위 웹 2.0 정신의 서곡을 울린 바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무 시하고 이들을 단순히 위법 대상으로 조치할 수 있을 것인가?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던 냅스터와 달리 카자는 이 같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해와 지지에 힘입어 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자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카자의 ‘오픈’ 비즈 니스 모델은 무한한 자유를 약속하는 바람에 통제의 한계를 가지고 있 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 방대해지고 중심축을 잃은 카자는 곧 쓰레 기 더미와 비슷한 곳이 돼버렸고, 경영진은 카자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음악 산업계도 기대했던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p2p 파일 공유 기술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위협 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 역시 지쳐 버렸다. 개방 과 공유의 오픈 컬쳐가 디지털 세계의 질서로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장 기전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잡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변화에 저항하는 데 지친 음악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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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지저분해진 p2p 기술 서비스에 넌덜머리가 난 이용자들에게 깔끔 하고 세련된 절충안을 제시했다. 콜롬비아 로스쿨의 통신법 전문가인 팀 우가 《인터넷 권력전쟁》에 서 지적한 대로 잡스의 절충안은 음악 산업계의 오프라인 권력은 그대 로 유지하되 온라인에서는 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오프라인에서 판 매하는 음악 CD 한 장의 가격은 변화가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음악을 곡 단위로 판매하여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크게 낮추고 서비스, 네트워 크, 하드웨어 등을 긴밀하게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잡스 의 해법은 새롭고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새롭고 충격적인 일을 좀 더 세 련되고 보수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잡스는 역설적으로 ‘보수적 혁신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잡스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귀는 혁명가의 웅변과 대중의 잡담을 모두 들을 수 있으며, 혁명가의 이상으로 대중의 소비를 만족하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잡스의 인문학은 고매한 철학이 아니라 ‘할리우드 정신’이다. Who Controls the Internet Jack Goldsmith, Tim Wu Oxford University Press (2006.03) 인터넷 권력전쟁 잭 골드스미스, 팀 우 공저 뉴런 (2006.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253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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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할리우드에 가서 무엇을 깨닫고 실리콘밸리로 돌아왔는지, 과거의 이 해관계와 혁신의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는지 배 워야 한다. 만약 잡스에게 인문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IT 현실주의’ 일 것이다. 우리가 잡스에게 교훈을 얻어 디지털 혁명에 대한 우리 나름 의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이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상의 날개는 현실의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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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바이벌 게임이 한국 IT의 미래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디지털 혁명을 위한 큰 그림을 구체적으 로 그릴 수 있을까? 먼저, 정부 측의 답변이다. 아이폰 열풍이 한껏 높았던 2010년 3월 30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키워보겠다는 대한 민국 정부의 야심에 찬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과감한 발상은 지식경제 부에서 나왔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고교, 대학생, 대학원생의 후보 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 100명을 선발한 뒤에 다시 3단계 관문 탈락 제를 통해 최종적으로 10명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 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이 계획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첫째,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 이 시기에 학생이라고 해 도 그런 방식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서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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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처럼 잡스의 도전과 혁신으로 일관된 인생을 생각해볼 때 그는 남이 정해 놓은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늘 스스로 자신만의 게임을 창조하고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성공의 방정식 을 찾아냈다. 둘째, ‘실패’를 대하는 정부 정책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혁신가였던 잡스의 인생에서는 실패가 실패의 뒤를 이었다. 최근 그의 대성공은 거 의 막판 역전 드라마와 다름없다.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 나기까지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는 PC 시대를 독점한 MS와 빌 게이츠에 철저히 밀려 있었다. MS의 윈도우가 등장하기 이전에 최초의 대중적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매킨토시 컴퓨터와 운영 체계를 만들고도 ‘루저’ 중의 루저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3단계 관문 탈락제? 우리가 실패를 ‘성장의 과정’이 아닌 ‘자 격의 부족’으로 보는 문화와 제도를 고수하는 한 ‘탁월한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일궈낸 잡스와 같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존 사고를 답습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 ‘한국판 스티브 잡 스 만들기’가 정부 정책으로 발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정부가 IT를 대 학입시용 수능 과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IT 천재, 전략적 IT 산업은 육성되지 않는다. IT는 대학입시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 난 IT의 역사를 생각해보자. IT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 MS 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wrence E. Page 같은 인물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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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다. 그것은 그 시대의 IT를, IT의 그 시대를 정의하고 선도할 수 있는 ‘사고의 혁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MS의 빌 게이츠는 PC 시대를 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와 미디어를 융합시켰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정보 민 주화의 혁명을 일으켰다. 시애틀의 유력한 자산가를 아버지로 둔 빌 게 이츠는 조금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배 고프고 가진 것은 머리, 열정, 이상밖에 없는 처지에서 출발했다. 거대 자본력도 없는 이들이 단순한 성공이 아닌, 시대를 흔드는 혁신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고’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과 상통하는 바가 크다. 인상파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 자. 그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그는 잘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았다. 예 술사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은 ‘잘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잘하는 것 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IT에서도 엇비슷한 맥 락의 역사가 반복됐다. ‘파괴적 혁신’,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사고’ 가 IT를 이끌어왔다. IT는 예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자. 인간의 창조성이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언어학을 배운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MIT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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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언어학자이자 현대 언어학을 새로 쓴 촘스키는 말했다. ‘언어는 본능’이라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이 다시 인간을 정의한다고. 그리고 그가 말한 언어의 특성이란 다른 종의 동물 이 따라잡거나 기계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무한한 창조성’이다. 인간 은 누구나 그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따라서 문제는 창조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죽이는 제도와 문화다. 2001년 3월 28일 대만에서 MIT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써로 우가 〈지식 기반 경제와 글로벌 경쟁: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 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의 뒷부분에서 써로우는 급성장하는 아시아가 지식 기반의 세계 경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교육을 꼽았다. 여기에서 교육을 ‘인재를 선발하
Knowledge Based Economy and Global Competition: Its Impact on Asia Lester Thurow (2001.03.28) http://video.mit.edu/watch/ knowledge-pacific-conferencebased-economy-and-globalcompetition-its-impact-onasia-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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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좀 더 폭넓게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의 소프 트웨어 산업정책은 써로우의 경고와 조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쉽 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의 정반대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스티브 잡 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잡스와 같은 인물은 표준화된 공 장의 제조 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 그 대신 고유한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더 넓은 기회의 대지를 마련해준다면 그들은 알 아서 날개를 펼 것이다. 너무 낙천적인 생각일까? 하지만, 희망의 근거는 있다. IT가 ‘외국어’ 가 아닌 ‘모국어’인 세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어를, 성장한 이후에 외국어로 배운 사람에게는 그 언어를 창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겠지만, 그 언어를 모국어로 배운 사람에게는 그저 ‘본능’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IT를 본능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예술로 활용할 수 있는 수백 만의 인력, 자라나는 넷 세대Net generation를 가 지고 있다. 이를테면 2009년 말에 수도권 버스 정보 프로그램인 ‘서울 버스’를 만들어 아이폰 앱스토어에 무료로 공개했던 고교생 개발자 유 주완 군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미 다 죽은 것 같은 고목에 단 한 송이 의 꽃이라도 핀다면 나무의 뿌리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 IT에 희망은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아직 ‘미래’는 남아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그 가능성의 씨앗들이 실제 열매로 맺어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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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디지털에서 태어나고 세계화로 달려가는 시대에 자 라난 이 세대에게 인간과 기계, 사회와 기술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세계 소셜 웹Social Web 플랫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심어주고, 그들 이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탁월한 실패를 통해 혁신과 창조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장을 세워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시용 이벤트나 서바이벌 게임을 넘어서는 것이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ecosystem와 소셜 아키텍쳐social architecture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꿔보는 것도,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IT 그리고 그 IT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사회적 인프라를, 미래를 꿈 꾸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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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마트폰 시장, 오픈이 답인가
디지털 혁명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지피지기 백전무태知彼知己 百戰無殆 를 준비할 때다. 먼저 현재의 격전지인 스마트폰 전장에서 ‘폐쇄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iOS와 ‘개방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안드로이드의 ‘실체’부터 생각해보 자. iOS는 정말 ‘폐쇄적’이고 안드로이드는 정말 ‘개방형’일까. PC 시 장에서 MS와 IBM 연합군이 애플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과거의 역사가 모바일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인가. 한 마디로 ‘오픈’이 답인가? 2010년 1사분기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을 추월했다. 360만 대 300만. IT 시장조사 전 문업체 가트너Gartner의 보고다. 그동안 개방형 플랫폼이 통제형 플랫 폼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해온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보강할 근거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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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오픈이 답인가? 불과 수년 전까지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제왕이었지만 지금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2 월 노키아는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심비안Symbian을 오픈 소스 로 공개했고, 2011년에 진행될 노키아의 운영체제 발전계획을 살펴보 면 미들웨어 위주로 오픈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키아는 오픈 정책을 선택한 효과를 아직 얻 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보다 더 통제적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캐나다의 림은 2010년 상반기에 전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 하나로 등극 했다. 림의 주력 모델은 일명 오바마폰이라 불리는 비즈니스 전용 스마 트폰인 블랙베리blackberry다. 물론 신생업체인 림은 아이폰, 갤럭시S 등 좀 더 고급화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력과 기 술력 약세라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도 전통의 강호 노키아가 추락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전문 제조 업체 림의 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오픈‘만’ 답이 아니다. 오픈을 선택하면 무조건 승리의 왕관 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과 달리 오픈은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전략이다. 오픈 진영에서 성공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리눅스Linux와 위키피디 아Wikipedia를 생각해보자. 천재 해커인 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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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닉스 상용화에 반발하여 1984년에 시작한 GNU(GNU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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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된’ 유닉스가 아니라는 뜻)
프로젝트는 그의 기대만큼 대중화되지 못했
다. 그러다가 1991년 핀란드의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운영체제 의 핵심인 커널을 개발해 공개하면서 리눅스로 발전하여 큰 성공을 거 두었다. 위키피디아는, 본래 위키라는 소셜 웨어로 1994년에 워드 커닝 엄Ward Cunningham에 의해 개발되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다가 2001년에 백과사전이라는 딱 맞는 성장 모델을 찾아 브리태니커와 견 줄 수준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오픈이 더 싸고, 더 쉬운, 그래서 더 나은 플랫폼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예를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애플의 아이 폰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더 우수해서 가 아니라 구글의 오픈 ‘동맹’ 전략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Open Handset Alliance - Android overview
www.openhandsetalliance. com/android_over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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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불안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버전 2.2를 맞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고, 삼성의 갤럭시S와 같이 아이폰과 성능에 차이가 거의 없는 단말기가 등장했다. 그동안 축적해놓은 안드로이드 앱 마켓 의 경쟁력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고, HTC 등 신흥 스마트폰 제조업체 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동맹체제가 견고하지 못하 여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지 못했지만 이제 반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 된 것이다. 그러나 잡스와 애플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주요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프레드 볼게스타인이 지적한 것처럼, 만약 애플과 구글의 전쟁이 정말 ‘플랫폼’ 전 쟁이라면 그 전쟁은 아이폰 판매대수 가 안드로이드폰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iOS는 아이폰 에만, 안드로이드 역시 스마트폰에만
Doing the Math on Android vs. Apple Fred Volgestein (2010.6.28)
www.wired.com/epicenter/2010/07/ letter-from-silicon-valley-doing-theandroidapple-math/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OS는 글로벌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아이팟 터치의 운영체제이다. 따라서 애플은 ‘아직’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다소 치열하고 불리해진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을 태블릿, TV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또다 시 빠르게, 강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치고, 뚫고, 미는 전략으로 극복 하려 할 것이다. 게임의 법칙을 새로 짜는 것이 그들의 특기다. 여기서 주목할 내용은 구글의 오픈은 그냥 오픈이 아니라 ‘동맹’의 촘촘한 ‘스케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애플의 통제는 그냥 통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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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스마트한 ‘스피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벌한 개 방과 달콤한 통제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쉽지 않은 싸움이다. 단순히 플랫폼의 성격 차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개방과 통제 플랫폼이 자꾸만 이슈가 되는 까닭은 아무래도 애플의 과거 때문일 것이다. 애플 II로 PC 상용화를 먼저 시작했음에도 MS와 인텔의 영리한 오픈 동맹 전략에 무릎을 꿇고 결국 황제가 실리 콘밸리에서 할리우드로 유배되어야 했던 그 과거 말이다. 그러나 잡스도 옛날의 잡스는 아니다. 이 30년 묵은 벤처 기업가는 여전히 배고프고 영리하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아이튠즈, 아이폰, 아 이패드…… 여우처럼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잡 스는 우직하게, 보수적 혁신주의자로서 캘리포니아의 남과 북의 통일,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결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촌 정보 통 합과 개방의 기치를 내세운 구글,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를 지향하는 페이스북과 다르게 애플의 사명은 애매하지만, 그러나 은연중 확실하 다. 영국 옥스퍼드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이 그의 평론서 《고슴도치 와 여우》에서 지적한 문학의 톨스토이처럼, IT의 잡스는 다양한 시도 를 벌이는 점에서는 여우의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목표를 지향 한다는 점에서는 고슴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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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애플의 거대한 매출 중 일부에 지 나지 않고 애플의 수익 대부분은 기기 판매에서 나온다. 따라서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폐쇄형 플랫폼을 포기할 리 없다. 그 리고 과거 PC 전쟁 시절의 모습과는 다르게 앱 생태계를 조성하고 협력 업체를 끌어들여 다양하고 유용한 앱을 공급해 폐쇄형 플랫폼의 단점 을 극복하고 있는 애플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역사는 반복되곤 하지만, 다르게 전개될 여지도 충분히 남 아 있다. 오픈을 정의하고 적용하는 것에 맹점과 한계가 많다면 개방형 플랫폼과 통제형 플랫폼의 싸움은 이론과 현실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택은 이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초월한 소비자의 결정에, 그들의 기호와 취향에 의해서 이루어지 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에 의한 단편적 답습만으로 예측할 수 없다. 이론이 아니 라 현실이 곧 시장이고 미래다.
The Hedgehog and the Fox Isaiah Berlin Ivan R. Dee, Publisher (1993.01) 고슴도치와 여우 이사야 벌린 지음 애플북스 (1997.04)
book.naver.com/bookdb/book_ detail.nhn?bid=631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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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어나는 플랫폼 전쟁의 기준을 살펴본 다음, 이제 우리의 행선지는 트위터다. 단순히 최근에 인기있는 서비스 중 하나여 서가 아니다. 디지털 혁명을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트 위터를 통해서 한 단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인류학을 연구하는 옥스퍼드대 던바 교수의 소위 ‘던바 숫자 Dunbar Number ’에
따르면 페이스북 친구
를 늘리거나 트위터에서 팔로워를 늘리는
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 Robin Dunbar Faber and Faber (2010.02)
www.amazon.com/Many-FriendsDoes-Person-Need/dp/057125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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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언어를 비롯한 사 회적 작용과 관련이 있는 대뇌의 신피질이 포용할 수 있는 인간 네트워 크의 수가 15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150명을 넘어서는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워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150명을 넘어서는 페이스북 친구와 트위터 팔로워는 큰 의미 가 없을까?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내게 자주 연락하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분하여 가지치기해서 관리 비용을 감소시켜야 할까? 중국 전국시대의 패자 중 한 명이었던 맹상군은 거느리던 식객이 무 려 수천 명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 유능해 보이는 사람만이 유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계명구도鷄鳴拘盜, 닭울음 소리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 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고사성어가 남아 있듯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식객도 중요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맹상군의 목숨을 구하고 그가 천 하에 위명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 맹상군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와 덴바 교수의 조언을 듣고 식객의 수를 150명으로 엄격히 제한했더 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1969년에 마크 그라노베터가 쓴 역사적인 논문 〈약한 연결의 힘〉은 잘 모르는 사이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라노베 터는 이 논문에서 직업을 구하고 점포를 열고 최신 유행이 전파될 때 강한 연결, 막강한 친분이 아니 라 약한 연결, 사소한 사귐이
The Strength of Weak Ties Mark Granovetter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 냈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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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tanford.edu/dept/soc/ people/mgranovetter/documents/ granstrengthweakties.pdf
워크가 몇 개의 클러스터로 나뉘어 있는데, 클러스터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약한 연결’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가볍게 아는 사 람은 우리가 익숙한 관계의 밖에 있지만 ‘계명구도’처럼 예기치 않은 도 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어떠한 결론을 암시할까? 150명 이상은 무리라는 옥스퍼드 석학의 조언을 무시하라는 말인가? 아니다. 150명을 넘어 온 라인 인맥을 무한팽창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효과적인 온라인 인 맥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을 한 번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제공하는 관계 맺기 방식은 자기 주도적 혹은 편 의적 친구 맺기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내가 좋으면 따르고, 싫으면 떠 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맺어지는 관계가 철저히 나의 기호와 선호와 취향과 관심을 따른 결과라면 나의 인간관계는 그 숫자가 150 명이든 1,500명이든 하나의 네트워크 클러스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것은 덩치만 컸지 ‘약한 연결의 힘’에서 생각했을 때 그렇게 유용한 네 트워크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나. 그 대안은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을 벗어난 관계 맺기를 온라인 인맥 형성의 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온라인 인 간관계의 힘은 사이버 공간을 통하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전한 우연으로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지는 것 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따라서 디지털 인간관계 형성과 확대의 차별화된 특징을 활용하면서, 그리고 클러스터로 나뉜 네트워
트위터의 낯선 친구와 만남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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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사이를 연결하는 약한 연결의 힘을 이해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좁은 관심의 우물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익숙한 같음이 아니라 낯선 다름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SNS로 친 구를 만들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것이 바로 트위터에서 낯선 친구와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실험을 넘어서 실용적인 의미에서 써봐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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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마지막 준비는 페이스북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 이다. TGiF 열풍의 대미大尾로서 장차 10억의 이용자를 확보하여 관계 기반 인터넷 비즈니스인 소셜 커머스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페이스북은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타임지가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인터뷰 한 기사를 보면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이해하 지만, 그들은 자신을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로 생각한다.
Future of Facebook Time.com (2007.07.17) www.time.com/time/business/ article/0,8599,1644040,00. 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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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2010년 상반기에 페이스북이 연례 회의인 F8에서 공개한 ‘소 셜 그래프social graph’는 웹을 개인화하기 위한 도구다. 쉽게 말하면,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이용자 정보와 그 이용자가 사이트들을 이용 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를 상호 오픈된 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 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 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을 통해 페이스북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더욱 강화 될 것이다. 현재 가입자 수가 약 5억 명이나 되고 머지않은 미래에 10억 명까지 증가할
페이스북이 그리는 ‘웹의 개인화’ 김철환 (2010.04.23)
것으로 예상하는 페이스북의 미래라는 점 www.bloter.net/archives/29843
에서 모두 이 서비스에 주목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그들
사이의 관계 정보를 기술적으로 분석해놓은 소셜 그래프가 페이스북 의 숨겨진 성장 엔진이라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주목받아왔다. 댄 파버는 ZDNet에 기고한 〈페이스북: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는 글에 서 페이스북의 히든카드로 소셜 그래프를 소개한 바 있다. 소셜 그래프 가 웹 생태계 차원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시된 것은 ‘새로운 일’이지 만 소셜 그래프 자체는 ‘새롭지 않 다.’
Facebook: The social Web utility company
따라서 소셜 그래프보다 더 의 미심장한 부분은 페이스북이 자신 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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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Dan Ferber (2007.05.24)
w w w. z d n e t . c o m / b l o g / b t l / facebook-the-social-web-utilitycompany/5152
아니라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 그리고 이것은 소셜 그래프라는 플랫폼이, 페이스북이라는 유틸리 티 회사가 앞으로 웹 생태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 것인지 힌트를 준다 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유틸리티는 사람들이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는 생활의 필수적인 인프라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 수도, 우편 같은 것이 유틸리티에 해 당된다.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페이스북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더 좋은 전구’나 ‘더 좋은 전구를 파는 서비스’가 아니다. 다른 회사들 이 더 좋은 전구를 만드는 방법(제조업)과 더 좋은 전구를 파는 방법(서비 스) 을
연구하고 있을 때 그들은 거대한 발전소를 설계하여 세우고(소셜
그래프)
그 발전소(유틸리티)를 토대로 하여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조하
려고 한다. 그들은 웹만 개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화된 웹을 기 반으로 하여 상업의 ‘거래’ 행위 자체를, 그 거래 행위의 ‘기반’인 ‘신뢰’ 자체를 디지털화하려는 것이다. 사실 IT 업계에서 이와 같은 유틸리티를 먼저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 은 MS였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 MS-DOS라는 운영체제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PC가 필수적인 사무 도구가 아닐 때 PC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비용 절감을 상 상도 할 수 없는 환경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통해서 천문학적인 부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장악했다. 그렇다면 MS와 페이스북, 두 회사의 유틸리티는 어떻게 다른가? 페 이스북의 유틸리티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페이스 북의 정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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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페이스북의 유틸리티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 번째 차이점은 유틸리티의 기능이다. MS는 ‘비용 절감’의 측면이 컸다. PC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외부의 가치’가 아니었다. 규모 감소, 리엔지니어링, 구조 조정이라는 과거의 트렌드를 생각해보자. ‘내 부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경영에서 컴퓨팅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영역은 마케팅과 혁신의 영역이다. 웹 생태계를 활용하는 입소문 홍보전략인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과 개방형 혁신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컨설턴트 분야의 관용어가 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웹에 의한 경영 환경의 변화, 달리 말하면 이윤 순환의 구조적 변화가 ‘내부 비용’에서 ‘외부의 가치’로 중심을 이동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히 페이스북은 유틸리티 기업으로서 ‘비용 절감’보다 ‘가치 창조’ 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두 번째 차이점은 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과거에 웹은 일부 컴퓨터 매니아computer geek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그것이 인터넷, 월 드와이드웹, 이메일 등이 개발되던 시대의 특징이었다. 그 후 웹은 기업 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는데, 이때가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던 MS의 PC 시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1년 한국 나이로 28세다. 컴 퓨터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다루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새로운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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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웹은 모두의, 모두에 의한 것이다. 물론, 웹이 ‘모두를 위한’ 것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웹이 상업화되 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유화된 웹은 경 제적 격차에 따른 정보 접근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웹의 민주화’는 파도처럼 멈추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구글 이 한 것은 웹을 통한 ‘정보의 민주화 the democratization of information’ 였다. 실제로 구글은 ‘정보의 민주화’를 회사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애 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컴퓨팅의 민주화 the democratization of computing’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등장은 이
제 미취학 아동도, 고령층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기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컴퓨팅이 비용 절감에서 가치 창조로 중심을 이동하고, 컴퓨 팅에 기반을 둔 웹 생태계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시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유틸리티 - 페이스북이 만들고자 하는 유틸리티는 사 회의 가치 창조에 주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을 선도하는 유틸리티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와 같은 사회 혁신이 등장할 때가 바로 ‘변화’ 의 절정이었다. 세상을 바꾼 것은 증기기관이 아니다. 산업혁명이 새로 운 이념과 조직을 만들어낸 후에야 오늘날의 국가 조직, 상거래, 정치 활동이 등장했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경영이 사회 전반에 확산한 후에 야 현대 사회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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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 에서 우리에게 남겨준 지혜다. 기계 의 등장이 아니라 그 기계를 쓰는 사 람이 조직을 변화시켰을 때 진정한
The Way Ahead Peter F. Drucker (2001.11.01)
en.wikiquote.org/wiki/Peter_ Drucker
사회적 변혁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대변혁의 일 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변화를 기다리며 실망해왔다. 정보화 혁명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정보가 더 많은 사회가 도래했을 뿐이었 다. 네트워크 사회 역시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네트워크라는 틀로 새로 운 조직이 확장되고 기존 조직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정의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 ‘소셜 웹’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웹 생태계는 사회 전체와 연관을 맺고 있으며, 과거의 전기나 철도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유틸리티가 등장하여 사회에 새로운 혁신과 창조의 기 반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사회 전체로, 미래로 확산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의 CEO인 마크 주커버 그가 페이스북의 연례회의인 F8에서 그 변화를, 그 미래를 이야기했다. 미래는 소셜 그래프에 있지 않다. 소셜 웹 유틸리티에 있다. 웹의 소 셜화를 넘어서, 소셜화된 웹과 동시에 웹화된 사회를 기반으로 한 새로 운 사회 창조와 혁신에 있다. MS와 페이스북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새 로운 유틸리티, 그것이 페이스북 아닌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그 리고 그 유틸리티가 등장한 이후에 나타날 사회의 변화가 무엇일지 생 각해볼 때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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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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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visualeconomics. com/how-the-worldspends-its-timeonline_2010-06-16/
How The World Spends Its Time Online source: www.visualeconomics.com
PC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1989년 11월 9일. 서독과 동독,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나누던 경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것은 그 후 3년 뒤에 일어날 대변혁, 소비에 트 연합의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 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온라인과 오 프라인으로 구분된 두 세계의 경계, PC(개인용 컴퓨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왜 PC가 원자atom와 비트bit의 세계를 나누는 경계인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원자의 세계에서 비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PC였기 때 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 문이 ‘한 번에 한 명의 사용 자가 사용하도록 디자인된 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개인용 컴 퓨터 ‘PC’의 정의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이루는 PC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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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은 PC가 그 경계로서의 기능을 이제는 하지 못 한다는 것, ‘한 번에 한 명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팅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사실일까? 현재 웹 생태계에 불고 있는 가장 큰 조류, 클라우드 컴퓨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 혁명에서 그 이 유를 찾아보자.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입문서로 꼽히는 IT 컨설턴트 니콜라스 카의 《빅 스위치》를 보자. 에디슨의 시대 에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발전소를 직접 소유해야 했지만, 이후 중 앙공급자가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컴 퓨팅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개인 이 하드웨어,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직접 ‘소유’해야 했지만 오늘날 구글의 시대에서는 중앙 공급자가 모든 것을 공급하고 관리하 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클라우드 컴퓨팅 은 웹 생태계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서 PC 에 의해 발생한 장벽을 허물고 통합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The Big Switch Nicholas Carr W. W. Norton & Company (2008.01) 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지음 동아시아 (2008.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11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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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시적 흐름이라면, 눈에 보이 는 작지만 큰 움직임이 바로 휴대용 디지털 기기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과 같은 ‘스마트’해진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클라우드 컴 퓨팅이 만들어내는 지구적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형성·확장·진화 와 연관이 있다. 보이지 않는 ‘비트의 바다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휴대용 디지털 기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후 고교생 프로그래머 유주완이 개발하여 무료로 공개한 ‘서울 버스’는 당시 휴대전화 사용자 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결 합하여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의 유용함을 실생활에서 처음으로 경험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공개되고 공유되고 진화하고 있으며, 그 데이 터에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보자. 클라우드 컴퓨팅이 PC 컴퓨팅 의 내부적 한계인 비트와 비트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 지식 과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면, 모바일 혁명과 휴대용 디지털 기기 의 보편화·대중화는 책상 위desktop, 무릎 위laptop 컴퓨터를 손안으로 옮겨서 PC 컴퓨팅의 외부적 한계인 원자와 비트 사이의 장벽을 제거하 고 있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가 공유하고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폭을, 모바일 혁명은 그러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할 수 있는 수단의 휴대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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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와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PC 이후의 시대를 우리는 어 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호기심 차원의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사회에서 IT란 하나의 산업 분야가 아니라 이 사회 전체 의 인프라다. 둘째, IT 인프라의 변혁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인프 라의 재정의를 뜻하며 사회의 발전 가능성과 방향성에 큰 변화를 일으 킬 수 있다. 따라서 PC 이후의 시대에 지각 변동은 IT 분야에서만 일어 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큰 변화일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변화의 맥을 잡 는 방법의 하나는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한 《앞으로의 길》에서 말한 것처럼, 기술 그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 조직, 문화를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 주목하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큰 변화를 이끌 어내지 못했다. 기술이 등장하
웹2.0을 위한, 죽은 드러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비전 디자이너 (2009.12.10)
www.bloter.net/archives/20510
고 나서 그것을 활용하는 세력이 성장하여 그 기술이 사회 전체의 인프 라가 되었을 때 가서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이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 지만, 실제로 그 기술이 비전이 통신과 방송 산업 등으로 구현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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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혜택을 누리고 자란 세대가 그것을 창조적으로 응용한 뒤였다. 드러커는 지난 산업화 시대의 역사 속에서 변화의 주체는 언제나 ‘인 간’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조직인 ‘회사’에 주 목하여 회사의 실제적 운영 원리, 사회적 기능, 역할 등에 대해 관심을 두고 ‘경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회사라 는 조직체의 결정력과 실행력을 다루는 학문인 ‘경영’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현대 사회 자체를 정의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의 심할 여지 없이 경영의 논리가 사회의 이념이 된 시대, 경영의 시대다. 그렇다면 PC 이후의 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드러커가 20세기에 했던 것처럼 미래를 정의함으로써 미래를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혁명을 통해 IT가 사회 전체 의 인프라가 되어가는 눈부신 기술에 현혹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기술 이 인간, 조직, 문화에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다. 산업화 시대에 ‘회사’가 있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이용자 커뮤니티’ 가 있다. 그 변화의 상징이 리눅스와 위키피디아다. 이용자들이 재미삼 아 호기심으로 만든 리눅스 오픈소스 운영체제가 2007년 2분기를 기 준으로 전체 서버 시장의 12.7%를 장악했다. 이용자들이 여가 시간에 지식을 덧붙여서 만들어낸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고가의 전문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와 경쟁을 하고 있다.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The Nature〉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과학적 사실에 대한 기술의 오류결과를 비교해볼 때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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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오류발생률은 2.92대 3.86라고 한다. 위키피디아의 오류발생률이 약간 더 높지만 ‘무료’인 데다가 ‘실시간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위키피디 아의 승리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온 라인 커뮤니티는 정부와 기업과 같은 기존 조직에 지속적으로 영향력 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이용자 커뮤니티의 특성인 ‘오픈’과 ‘소셜’ 트렌드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드러커가 주목했던 ‘회사의 등장’ 과 같은 변화의 맥이다. 그렇다면 이 ‘맥’을 가지고 PC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PC 이후의 시대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 지만,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 간을 위한 IT라는 것이다. 가치의 판단 기준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 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모바일 혁명도 결국 인간적인 IT, 인간적인 컴 퓨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기계’가 아 니라 ‘인간’이므로 우리는 기술의 변화로 말미암은 새로운 틀의 변화를 주목하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변화를 탐구해야 한다. 정리해보면 PC 이후의 시대에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휴대용 디지털 기기 혁명이 아니라 웹의 ‘오픈’과 ‘소셜’이며, 그것이 상징하는 리눅스와 위키피디아의 논리와 영향력이 사회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소셜 네트 워크 서비스들이 유행하고 있는 원인도 이용자가 부가가치 생산을 주도 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짜로 공유되는 지식과 정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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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힘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PC 이후의 시대는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 르네상스란 프랑 스말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로 고대 인문주의의 부흥을 뜻했다. 본 래 IT의 정신과 웹의 사명은 ‘개방, 공유, 창조’였다. 월드와이드웹, 이 메일, 오픈소스 운영체제, 각종 프리웨어 등 웹의 주요한 기능들은 개방 적인 정신, 사명, 문화에 의해 ‘그냥 재미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지 금의 ‘웹 2.0’ 같은 마케팅 용어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을 통해 서 다시 본연의 정신과 사명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웹 생태 계가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 중세의 틀이 깨지고 근대와 현대의 문명이 태동한 것처럼 IT에서도 PC의 벽이 무너지고 다시 인간으로, 조직으로, 문화로 되돌아갈 것이다. 2010년에 우리는 PC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벽을 넘어 사회와 웹이 궁극적으로 융합된 시대, ‘소셜 웹’의 새로운 문 이 열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소셜 웹이다: 리눅스의 전설과 위키피디아의 신화를 넘어서 김재연 지음 네시간 (2010.04)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6263271
PC 이후의 시대는 소셜 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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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 Machines, and Modern Times Elting E. Morison The MIT Press (1966)
www.amazon.com/Machines-ModernTimes-Elting-Morison/dp/0262630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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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혁명의 낮을 보았으니 이제는 밤을 볼 차례다. 혁명은 항상 긍정적인 방 향으로만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의 예를 보더라도 민중 의 폭동은 공포정치로 이어졌고 공포정치에 넌덜머리가 난 귀족과 평민 의 타협안은 결국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였다. 아이러니다. 왕에 질 려서 왕의 목을 잘라버린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머리 위에 관을 올린 황제를 추대하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디지털 혁명은, 제2의 르네상스는 어떠할 것인가. 석학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MIT 교수를 지냈던 엘팅 E. 모리슨은 그의 역저 《인간, 기계,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지만, 그 기 계에 의해서 또 다른 제한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의 결론 부 분에서 그 제한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는 ‘문화의 중요성’을 주장했 다. 과거의 문화유산만으로는 급격한 물질문명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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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포괄하기 어려우므로 새로운 관점, 시각, 사고의 틀을 가지고 지속 적으로 변화하는 기술 문명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 찰하고 이해하여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고전이 MIT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1966년이었다. 그리고 42년 이 흐른 2008년, 옥스퍼드에서 법학을 가르치다가 하버드 로스쿨로 자 리를 옮겨 인터넷과 사회를 연구하는 전문 연구소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를
창설한 조나단 지트레인이 《인터넷의
미래,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는가》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 그는 애플 아이폰의 등장이 네트워크의 사회적 발전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 전 스티브 잡스가 생애 처음으로 양복을 입고 발표한 Apple II로 시작된 PC, IT 업계의 불세 출 경영자 빌 게이츠가 구축한 PC 생태계의 ‘열린 창조성’을 ‘제한’하 는 것이 아이폰, 아이패드의 ‘잡스 시리즈’라는 것이다. 그 논거는 무엇인가. 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나단 지 트레인이 말하는 PC 기반 생태계의 ‘열린 창조성generativity’이 무엇인 지 알아야 한다. 지트레인이 말하는 열린 창조성이란, PC를 중심으로
Future of the Internet and How to Stop It Jonathan Zittrain Yale University Press (2008.04)
futureoftheinterne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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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만들어진 네트워크,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인가? 뜻 밖에 답은 간단하다. 인터넷이 ‘오픈 시스템’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터넷을 유지하는 PC라는 기반이 ‘일반적 목적general-purpose’을 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오픈 시스템이라는 것은 내가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기 위 하여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공간과 비교하여 상당히 많은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PC가 일반적 목 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계산기나 타자기처럼 어떤 고정된 용도로 사 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기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PC는 하드웨어와 소 프트웨어가 분리되어 있고 그 위에 자유롭게 새로운 코드 혹은 PC의 DNA를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열정과 능력에 따라서 얼마 든지 새로운 기능과 역량으로 진화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아이폰, 아이패드의 잡스 시리즈는 지트레인의 눈에 보기 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가? 물론 단기적으로는 컴퓨팅의 대중화, IT의 인프라화라는 측면에서 큰 장점을 제공한다. 스펙은 넷북과 엇비 슷한데 가격은 훨씬 더 비싼 아이패드는 전문가나 컴퓨터광에게 외면 넷북이 아이패드보다 좋은 이유 10가지 류준영 (2010.04.20)
받기도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 이유 는 아이패드가 놀랍도록 편리
www.zdnet.co.kr/ArticleView. asp?artice_id=20100420083938
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지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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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창조와 활용이야말로 잡 스의 주특기이자 핵심 역량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 트웨어의 분리가 어렵고, 그 위에 새로운 DNA를 주입하는 코딩이 제 한되고, 앱스토어라는 한정된 생태계 내에서만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그것도 언제든지 제조사에 의해서 금지·폐쇄당할 수 있는 시스템은 PC 기반의 인터넷 체제에 의해 발전해온 ‘창 조성’을 축소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노파심은 아니다. 2010년 상
애플 앱스토어에서 국내 음악 앱 퇴출… 진짜 이유는? 이희욱 (2010.05.13)
반기에 라라닷컴을 인수한 애플이 국내 의 음악 서비스 앱들을 앱스토어에서 추
www.bloter.net/archives/30966
방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지트레인이 지적한 것처럼 이와 같은 ‘이용자 혁신’은 굳이 IT 업계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시대적 흐름이라 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이제 IT는 새로운 사회적 인프라 이기 때문에 이용자 혁신의 축소가 사회 전체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용자 혁신이라는 개념과 그 영향력을 좀 더 넓은 틀에서 생각해보 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릭 본 히펠은 그의 문제작 《혁신의 민주 화》(34쪽 참조)에서 혁신의 주인공은 정부, 기업의 연구개발센터가 아니 라 이용자 자신이라고 했다. 팔기 위해 하는 혁신innovation to sell보다 쓰기 위해 하는 혁신innovation to use이 훨씬 더 실제적 필요에 맞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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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있고, 그래서 더더욱 잠재적 시장 창출의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가 책에서 예로 든 것 중의 하나가 산악자전거MTB다. 자전거 제 조업체들은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올라가는 일을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올랐고 많은 사람이 이에 호응하자 결국 MTB라는 상품이 나오게 되었다. 《혁신의 민주화》를 읽어보면 이처럼 주도적 이용자들이 생태계를 만들거나, 서비스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동 참하여 실질적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창출한 사례는 적지 않다. 그중에 서도 가장 빛나는, 자유로운, 그리고 광범위한 플랫폼과 생태계가 바로 ‘PC에 기반을 둔 인터넷’이다. 이처럼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면, 그것은 뒤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이 플랫폼을 성장시킨 ‘이용자’라는 존재들이다. 스타벅스를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만든 것 도 그들이었고, 인터넷을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창조와 혁신의 공간으 로 만든 것도 그들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아무런 대가 없이 특정한 이 유도 없이 참여하고 공유하였고,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서로 ‘연결’하 고 그 연결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한 것이다. 바로 그들이 거기에 있었기에, 그리고 그들이 그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제도적 기반, 기술적 기반, 그리고 문화적 기반이 있었기에 오늘의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은 컴퓨팅이 ‘소유’에서 ‘연결’로 변화하는 시대, 클라우드 컴퓨 팅의 시대다. 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구현하는 소위 ‘웹 2.0 시대’,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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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혁명에 감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시대의 탄생과 성장은 무언가 를 ‘극복’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제한’한다. 우리는 그 제한되는 것이 신 선한 공기처럼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사라지고 나면 너무나 아 쉬운 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운명은 다가오고 있다. 이용자 혁신이라는 사냥이 끝나자 사 냥개를 잡아먹는 토사구팽의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이용자 혁신을 기 반으로 성장한 트위터가 상업화되면서 트위터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야 하듯이 말이다. PC가 발전하고 인터넷이 성장하고,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넘어서 이제 월드와이드컴 퓨팅World Wide Computing의 시대가 오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네트 워크 창조성 죽이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에 기반한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두 가지 모델에서 고민 을 한다. 하나는 조지 오웰의 《1984》이다. 여기에서는 모든 인간이 빅 브라더에 의해 ‘정보통제’를 당한다. 다른 하나는 올더스 헉슬리의 《위 대한 신세계Brave New World》다. 여기에서는 정보 통제가 없다. 아니 그 럴 필요가 없다.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필요한 정 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감각조차 상실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사회 에 대한 의지가 있는 민주주의자들, 시민에게 달려 있고 경제발전은 결 국 기업가 정신을 누리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에 기반을 둔 사회의 미래는 이용자 창조성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유 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의 제도적(지적재산권 등의 법적 문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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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적(모바일, 태블릿 등의 창조성 문제), 문화적 환경(오픈 컬쳐의 성숙, 확산 문제) 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스마트폰이, 태블릿이, 또 다른 그 무엇이 문제가 아니다. 기술은 언 제나 가치중립적이다. 과학은 그 자체가 도덕은 아니다. 우리는 끓임 없 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며, 이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위기를 주고 있는지 그것을 고민 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스타벅스에서 소셜 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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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gs of War: Apple vs. Google vs. Microsoft source: shanesnow.com
gizmodo.com/#!5517993/the-dogsof-war-apple-vs-google-vs-microsoft
소
소셜 웹 시대를 위한 천하 삼분지계를 말하다
또 다른 역사의 재현이다. 고전으로 남아 있던 삼국지가 IT에서 부활했 다. 지난 세기에 아날로그 시대를 닫게 하고 디지털 시대를 연 것은 PC 의 황태자 빌 게이츠였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추종을 허락하지 않 는 세계 굴지의 부호로 군림했던 그는 소프트웨어가 경제적 가치를 인 정받지 못하던 시대에 MS-DOS, 윈도우, 오피스 시리즈를 연달아 지구 적 차원으로 성공시켰다. 나아가 운영체제와 오피스 시리즈를 중심으 로 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IT 산업은 물론 IT가 영향을 미 치는 사회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구체제인 아날로그 시대를 붕괴시킨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가 누리던 부와 영향력의 집중은 후한 後漢 황실의 몰락을 기반으로 등 극했던 동탁董卓의 권세에 비견할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 로 한 IT 산업 구조와 파생 산업의 유통 질서에 편입했던 세력들은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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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十常侍에 비교할 수 있다. 물론 혹독한 비교다. 컴퓨터를 개인의 필수품으로 만든 빌 게이츠의 공적은 결코 평가절하할 수 없다. 또한, IT 산업과 IT를 기반으로 새로 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도전과 혁신의 길을 달려온 IT 산업계의 다른 거인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의 ‘PC 시대’가 이미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다. 먼저, 넷북을 통해 IT 생태계의 체제 변화를 시도했던 마이크로소 프트는 발목이 잡혔다. 이른바 ‘황건적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2009년 12월, OLPC 뉴스 닷컴에 올라온 글에 의하면 OLPC(One Laptop Per Child)의
혁신성에 기초
한 넷북은 기존 산업계를 다음과 같이 뒤흔들었다. 첫째, 윈도우 비스타가 나오면서 판매가 중단될 뻔한 윈도우 XP가
OLPC's Netbook Impact on Laptop PC Industry Charbax (2009.12)
http://www.olpcnews.com/ commentary/impact/olpc_ netbook_impact_on_laptop.html
계속 판매될 수 있었다. 넷북용 OS로 윈도우가 선택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를 리눅스와 같은 다른 운영체제가 대신할 것이므로 마이크로소 프트는 인텔과 함께 밀고 나가려던 ‘운영체제 개량을 통한 하드웨어 업 그레이드 요구’ 전략을 포기하고, 윈도우 XP의 라이선스 가격을 기기 당 60달러에서 30달러로 내려야 했다. 더 나아가 저개발국가에 한해서 는 윈도우 XP의 라이선스 가격을 3달러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둘째, 넷북의 1년 판매량 3,500만 대는 노트북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시장의 변화에서 밀린 인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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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은 2007년 4분기와 2008년 4분기 사이에 90%나 감소했다. 이 상 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화되고 경량화된 OS라는 것을 깨달은 구글은 크롬 OS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OLPC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XO 시리즈의 혁신적인 컨 셉이 노트북의 미래를 바꾼 것이다. 노트북의 미래를 노트북이 아니라 넷북으로, ‘기술의 진보’에서 ‘이용자 가치의 향상’으로 중심축을 옮긴 것이다. 그 결과 산업계, 시장의 구조, 게임의 질서가 변화했다. 이것은 PC 시대 붕괴의 전초전이었다. 그리고 PC라는 ‘베를린 장벽’,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대의 경계선을 무너뜨린 것은 스티브 잡스였다. 20대 초반에 맥 컴퓨터를 등장시키며 사실상 빌 게이츠에 앞서 PC 시 대를 예고했고, 기계와 인간 사이의 대화를 위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 는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상업적 전형을 보여주었던 잡스가 화 려한 ‘왕의 귀환’을 한 것이다. 아이팟 시리즈로 그동안 쌓인 내공이 녹 록지 않음을 보여주었던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지속적인 ‘아이’ 시리즈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잡스가 갑자기 혁신적이 된 것은 아니다. 그가 맥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꿈꿨던 세상, IT와 미디어가 융합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이제야 갖춰진 것이다. 그가 늘 이야기하던, IT가 생활 환 경을 둘러싸는 앰비언트ambient한 미래가 현실이 된 오늘, 잡스는 무서 운 질주를 하고 있다. 다시 삼국지 이야기로 돌아가자. 빌 게이츠와 그의 무리가 동탁과 십 상시라면 스티브 잡스는 누구일까? 혁명가로서의 잡스를 높이 평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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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 풍운아는 화북華北의 기린아 원소袁紹가 될 가능성이 크다. PC 체제가 무너지는 지금은 아직 적벽대전赤壁大戰이 일어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잡스가 이끌고 있는 아이폰 중심의 ‘모바일 컴퓨팅’이 우리의 눈을 확 끌어당겨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진짜 본질적인 변화는 월드와이드웹 에서 월드와이드컴퓨터로의 진화를 주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 해 이루어진다. 이제 컴퓨터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하고 사용하는 PC의 필요성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이것이 배경이다.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휴대용 디지털 기 기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아이폰의 단순한 디자인이 가능한 이유 는 아이폰이 직접 컴퓨팅을 처리할 필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기 를 끌어다 쓰듯이 컴퓨팅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IT 세 계의 근본적인 질서를 흔드는 변화는 클라우드 컴퓨팅이고, 그 파워가 표면 위로 드러나 사례가 애플이 선도하고 있는 모바일 컴퓨팅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바일 컴퓨팅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클라우 드 컴퓨팅의 진화는 모바일 컴퓨팅은 물론이고 컴퓨팅이란 개념 자체 를 바꿀 것이다. 이제 컴퓨팅은 ‘인프라’, 카의 주장처럼 ‘전기’가 될 것 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적벽대전’을 바라보며 뛰고 있는 기업들은 누구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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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자는 구글이다. 니콜라스 카는 《빅 스위치》(70쪽 참조)에서 구글을 ‘아이갓iGod’에 비유했다. 잡스의 작품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 패드라면 구글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전 세계 정보를 집약하여 운용하 는 아이갓이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오랜 꿈은 궁극의 AI(인공지능) 를 구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기계 로 구현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끌어모아 인간과 기계 사이의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이 루려고 한다. 애플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경계인 PC를 무너뜨려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개막했다면, 구글이 노리는 것은 인간과 기계 사 이의 벽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검색엔진 정도가 아니다. 모든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 그리고 디지털 정보로 전기, 수도, 철도 같은 또
구글의 공동 창립자 Larry Page와 Sergey Brin
www.google.co.kr/intl/ ko/about/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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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틸리티, 인프라를 구축하여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애플이 원소라면 구글은 조조다. 아무리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더 라도 그 플랫폼에 유통될 수 있는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쥐고 있는 한, 구글은 난적이다. 구글은 치세에는 충 신, 난세에는 간웅인 조조에 비할 수 있는 존재다. 두 번째 주자는 구글과 다른 각도에서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페이스 북이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인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도 또 하나의 유틸리티, 인프라를 구축하여 제2의 빌 게이츠가 되고자 한 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소셜 웹 유틸리티 회사라고 부르며 마이스페이 스 같은 기존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회사와 비교하는 것조차 거부했 다.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기존 질서를 재편성하겠 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의 저력은 엄청난 이용자 수다. 현재 5억, 그리고 멀지 않아 10억에 이를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인구 대다수를 장악한다는 의미다. 이용자 수에 비하면 페이스북의 수 익 모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그것은 구글도 마찬가지였다. 애드센 스를 선보이기 전까지 구글의 행보는 미약했다. 페이스북이 저력을 보일 수 있는 사례는 소셜 네트워킹에 기반을 둔 전자상거래 모델일 것이다. 기왕 직거래한다면 아는 사람 혹은 아는 사 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신뢰가 간다. 페이 스북의 소셜 네트워킹, 그들의 알고리즘인 ‘소셜 그래프’는 잠재력이 충 분하다. 소셜 그래프를 중심으로 웹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페이스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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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온라인 상거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전략이 성공한다면 이베이 등의 기존 온라인 쇼핑몰들은 큰 위협 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새로운 유틸리티를 노리는 페이 스북의 여러 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방대한 이용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패권을 노리는 페이스북은 강 남의 비옥한 땅과 압도적인 인구를 기반으로 하여 조조의 위나라와 경 쟁했던 오나라의 손권이라 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신新 IT 삼국지의 조조와 손권, 이들이 노리는 것 은 단순한 매출 증대나 시장점유율 증가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이다. 구 글과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세상이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용하 지 않으면 안 될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PC 이후 시대, 천하 삼분지계를 우리는 어떻게 논해야 할 것인가. 이 부분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은 시간이 더 지나봐 야 예측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변화를 읽는 ‘관점’에 대해서는 이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상은 계속 바뀌지만, 그 변화의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카가 IT 컨설턴트로 명성을 날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은 클 라우드 컴퓨팅의 입문서라 할 수 있는 《빅 스위치》가 아니라 2003년 5 월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중요한 건 IT가 아니다〉(15쪽 참 조)라는
글이었다. 이 글에서 카는 IT 업계의 변화, 기술의 발전이 성숙
함에 따라 기술 자체는 경쟁우위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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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카의 논점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해왔다. 한때는 PC의 성능을, 디지털카메라의 화소를, 휴대전화의 통화음질을 놓고 논쟁을 벌일 정도였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게다가 이런 기술 성숙도의 변화, 기술의 역치에 도달하는 속도가 점 점 더 빨라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모바일 컴퓨팅도, 클라우 드 컴퓨팅도, 시맨틱웹Semantic Web도, 그 무엇도 머지않아 독점 기술 proprietary technology에서
기반 기술infrastructure technology로 변해
갈 것이다. 즉, 기술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 각해야 할 것은 새로운 유틸리 티가 정립되고 난 이후의 전쟁 이다. 그것이 진정한 ‘적벽대전’ 이다. 돌이켜보면 적벽대전은 유 비와 공명이 자기 힘으로 싸운 전쟁이 아니었지 않은가. 유비와
니콜라스 카의 논문 IT Doesn't Matter
www.nicholasgcarr.com/ articles/mat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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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은 손권과 주유의 힘을 빌려 조조를 쳤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남풍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소 엉뚱하다 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시골 아칸소가 배출한 희대의 인물, 샘 월튼Samuel Moore Walton이 그 답일 수 있다. 월튼의 기업 월마트는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제대로 IT를 활용해 온 기업이다. 다른 기업이 IT의 화려한 면모를 자랑할 때 그들은 IT의 이소룡으로서 철저한 절권도 정신, 실전 무예에 충실했다. 월마트의 글 로벌 아웃소싱 물류 시스템은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최저 가격제와 재 고 제로를 달성해 철저한 경쟁우위를 유지해왔다. RFID 기술을 통해 웹상의 문서뿐 아니라 진열대 물건까지 ‘정보’로 만들어 관리하는 경영 혁신을 주도하고 있 는 것도 월마트다. 월마트의 경영혁 신이 우 리에 게 주 는 교훈은 간명하다. IT 기술을 인프라로
월마트 홈페이지
corporate.walmart. com/ou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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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자’뿐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자’도 성공한다는 것이다. 전자 는 기술이 인프라가 되는 순간부터 그 영향력이 감소하지만, 후자의 영 향력은 더 지속적이고 강대하다. 우리는 IT 기술을 ‘활용하는 자’가 되는 길을 모색해봐야 한다. PC 이후 시대, IT 인프라가 비용 절감에서 가치 창조의 영역으로 확대되며 기업의 내부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소셜 웹 시대에는 더욱 그 렇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단순히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본질을 깨닫고 멀리 보고 높이 날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도 클라우드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가. 샘 월튼의 월마트를 보고 배우자.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잠재적 수요와 부가가치 변화가 만들어내는 산업 발전과 진 화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유틸리티가 정착된 사회에서 인간은 무엇 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할 것인가. 어떠한 새로운 시장이 창조될 것인가. 구글과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사회적 유틸리티와 인프라가 되 는 시대, PC 앞에서만 컴퓨팅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PC 이후 시대, 소셜 웹 시대 를 위한 천하 삼분지계를 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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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
조금씩 거인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2일, 77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스위크〉가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하먼 인터내 셔널 인더스트리의 설립자 시드니 하먼에게 금융부채 5천만 달러를 인 수하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매각됐다. 지식경제 시대에 이 같은 콘 텐츠 생산업체들의 위기는 왜 발생하는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의 뿌리인 ‘콘텐츠’ 그리고 그 종이 콘텐츠의 핵인 ‘책’에서 생각 해보자. E. 해밀턴Hamilton과 H. 케언즈Cairns가 번역한 플라톤의 ‘대화편’ 들을 모은책 《대화편 전집The Collected Dialogues of Plato》에 보면 소크 라테스가 “책이 이성을 죽인다”며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크라테 스가 보기에 책이란 질문을 던져도 언제나 같은 답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성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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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이성적 사고란 무엇인가. 대화를 통한 상호 논증적인 사고다. 대 화를 통한 학습법으로 유명한 그의 ‘산파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 울 것이다. 그에게 이성이란 대화를 통한 진정한 발전과 완성이었다. 2천 년이 흐른 1964년, 캐나다의 언론학자 마샬 맥루한은 그의 논 쟁적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주장했다. 정 규 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교과서 등을 통해서 한 번쯤은 접해 봤을 이야기다. 이젠 상식이 된 말지만, 사실은 휠씬 더 파격적인 주장 이다. 맥루한은 어떤 미디어가 사회의 주류가 되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 의 메시지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맥루한의 영향을 크게 받은 미국의 사회비평가 닐 포스트먼은 《죽도록 즐기기》에서 “TV에 의해 활자 매체에서 영상 매체로 이동하면서 담론의 형식도 변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치적 활동을 위해 활자 홍보물을 사용했던 미국 초기 사회에서는 링컨과 더
Understanding Media Herbert Marshall Mcluhan The MIT Press (1994.10) 미디어의 이해 마샬 맥루한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2001.10)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9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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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스가 한 사람당 서너 시간씩 토론을 벌였다. 심지어 토론을 듣다 지친 참석자들을 배려해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모여 토론을 진행하기 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3분 토론이다. 그 차이는 정통 레스토랑에서 풀 코스로 음식을 즐기는 것과 3분 카레로 아침을 때우는 것만큼이나 크 다. 포스트먼은 모든 것이 ‘쇼 비즈니스’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빠르고, 쉽고, 편하지만, 그러나 정신적 건강과는 먼 지식의 세대가 ‘오 늘’이다. 여기까지가 책의 등장부터 글자의 몰락까지에 대한, 위대한 지식인 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우선, 책의 등장이 이성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책의 기 록과 보존과 전달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 자체가 위태했을 것이기 때 문이다. 만약 책이 이성의 발전을 방해했다면 진시황제는 왜 분서갱유 焚書坑儒를
행해야만 했을까. 르네상스는 왜 고전을 부활시켰을까. 근대
정치사상의 문을 연 마키아벨리는 왜 퇴근 후 의관을 정제하고 고전을
Amusing Ourselves to Death: Public Discourse in the Age of Show Business Neil Postman Penguin (1985) 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트먼 지음 굿인포메이션 (2009.07)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6049180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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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독했을까. 책뿐만 아니라 활자도 살아 있다. 인터넷의 정보는 텍스트로 이루어 졌다. 현재 가장 뜨고 있는 서비스인 트위터는 140자의 마술에 의지한 서비스다. 트위터에서도 링크 기능을 이용하면 이미지와 동영상을 활 용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중심은 글자에 있다. 글자는 죽지 않았 다. 그리고 읽고 쓰는 능력이 우리 교육의 핵심이고 사회적 활동의 주류 인 이상 활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디지털 혁명은 어떠한가? 소크라테스가 염려한 것처럼 책이 대화를 죽였던 까닭은 책의 재료 가 비쌌기 때문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필사를 했 고, 인쇄술이 발달한 후에도 기계와 종이를 사용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 했다. 따라서 책은 많이 팔아서 그 비용을 초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장이 확보된 후에야 생산될 수 있는 미디어였다. 그런 미디어의 성격 에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소수 집중 생산, 유통 중심의 이윤 구조가 형
電子書籍の衝擊 佐々木俊尚 ディスカヴァー・トゥエンティワン (2010.04) 전자책의 충격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2010.07)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632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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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성되었다. 2010년에 국내에 소개된 《전자책의 충격》의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 와 같은 비평가들은 전자책이 등장에 따라 이 같은 비용 구조의 모순 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책은 온갖 물리적 비용을 거의 0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변화가 창작자의 유형과 유통망의 역학 구도를 급격하게 바꿀 것이라 보고 있다. 동시에 킨들과 아이패드가 등 장함으로써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뒤떨어지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전자책 플랫폼
을 대중화시켜 줄 ‘킬러 어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마존은 139달러짜리 킨들까지 발표했 다. 역대 최저가 킨들이며 보급형 킨들이다. 멀티미디어 기기인 아이패 드와 달리 킨들은 ‘책은 책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 월 27일에 아마존이 발표한, 종이책 100권이 팔릴 때 전자책 115권이 팔렸다는 보고는 전자책 가속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급형 킨 들의 발표는 그 같은 전자책 판매량에 기반을 둔 아마존의 자신감을 보 여준다. 그러나, ‘전자’와 ‘종이’의 패러다임 차이를 ‘비용 구조’에서만 찾으려 하면 놓치는 것이 있다. 예컨대 “전 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라
네그로폰테 교수 “종이책은 죽었다” 연합뉴스 김태한 기자 (2010.08.13)
는 질문을 생각해보자. MIT 미디 어랩을 설립한 니콜라스 네그로폰
news.hankooki.com/ lpage/economy/201008/ h201008130920112150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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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는 기술의 미래에 관한 주제로 열린 주요 국제 컨퍼런스에서 “종이책 은 5년 안에 죽는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매를 앞서는 징조 등을 보았을 때 아날로그 출판 시장이 아날로그 음반 시 장의 전철을 답습하리라는 것이 그 전망의 근거였다. 그러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자신의 역저 《디지털이다》(21쪽 참조) 를 1995년에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출간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 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의 ‘감수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해독하는 인식 작용을 넘어서서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감성을 체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파워 블로거 중 하나이자 마케팅 대 가인 세쓰 고딘은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사 람들에게 지식의 영향력을 파급시키는 데에는 블로그가 더 유효한 수 단이지만, 책은 집중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듦으로써 독자의 인 생에 더욱 직접적인, 더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것인가. 네그로폰테와 세쓰 고딘, 두 경영 대가의 이야기가 맞다면 전자책은 종이책이 가진 아날로그 감수성과
Why write a book? Seth Godin (2010.01.26)
sethgodin.typepad.com/seths_ blog/2010/01/why-write-a-boo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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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영향력의 강점을 흡수해야 종이책을 진정으로 대체할 수 있 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전자책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이 유다. 책을 사고파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읽고 느끼는’ 이용자 경험 end-user experienece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용’이 아
니라 ‘가치’를 봐야 한다. 킨들은 이 이용자 경험과 가치에 대한,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Jeffrey Preston Bezos의 답이다. 전자잉크e-ink라는 신기술을 사용한 이
휴대용 디지털 기기는 태양광 아래에서도 불편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 록 해준다. 그리고 무선랜 기능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아마존 북스토어 에 연결하여 전자책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킨들은 네그로폰테와 고딘이 지적한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것인가? 킨들은 책의 문화적 감수성을 전달하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 사할 수 있는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이 킨들의 맞수, 아이패드가 등장한 배 경이다. 아이패드는 컴퓨터광인 긱geek에게는 컴퓨터에 잠금장치lock-in devise를
해놓은 저주의 기기지만, 콘텐츠 소비를 극대화하는 대중적 킬
러 아이템이다. 킨들이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아이패드는 이 용자 경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 섣부른 판단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네그로폰테와 세쓰 고딘의 조언을 생각 해보면, 전자책은 비용 절감만으로는 종이책을 죽일 수 없다. 이용자 경 험 확대 그리고 감수성의 포인트가 더해져야 한다. 잡스는 그것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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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그런데 관전포인트가 한 가지 더 있다. 잡스의 주특기는 보수적 혁신 가로서 혁명가의 사상과 대중의 욕구 사이에서 적절하고 세련된 균형 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오프라인 대형서점 반즈앤노블스의 온라인화 전략에 대응하여 전면전을 벌였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생존한 닷 컴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대담하게 장기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괴 물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나폴레옹이다. 혁명을 위해 양보와 타협을 하 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를 9.99달러에 제공한 킨들의 초기 판매 전략은 출판사와의 이해관계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출판사들은 그 같은 판 매전략이 장기적으로 출판사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역사가 기억나지 않는가? 21세기 초에 P2P 기술을 이 용한 불법 음악파일의 유통이 음반 회사들의 사업을 위협했다.(40쪽 참 조)
p2p 기술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만족할 안정성을 제공하지 못했고,
음반 회사들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잡 스가 아이튠즈와 아이팟을 이용하여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 비슷한 상황이 출판시장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생겼다. 잡스는 아이북스와 아이패드로 소비자에게는 더 감각적인 만족을, 공급자에 게는 더 나은 협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 동물적인 유연성으로 선두주자 인 아마존의 아성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속단하기 어려운 상 황이다. 게다가 빅 플레이어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바로 구글이다. 구 글은 구글 북스 문제로 불거진 각종 법적 소송을 이제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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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말에 구글이 인수한 이북 테크놀로지스E-book Technologies라 는 회사는 전자책 관련 소프트웨어 제작에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 로 정평이 나 있다. 이것만으로도 가장 오래 된 미디어 시장을 정복하는 데 구글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구글은 올해 본격 적으로 개시하는 구글 에디션을 들고 대량 콘텐츠 압박 전술과 오픈 생 태계 전략을 가지고 출판시장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무대에 주인공들이 다 올라서고 그들의 본격적 대결이 이루 어지지 않은 이상, 여전히 승자는 점치기 어렵다. 더구나 역사는 늘 단순한 예측을 배신해 왔지 않는가. 영상이 활자 를 대체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 온라인에서 가장 유력한 서비스 중 하 나인 트위터는 140자의 언어 마술에 의지한 서비스다. 글자는 살아남 았다. 다만, 그 메시지는 진화된 미디어를 타고 흐를 뿐이다. 여전히, 단 순한 형태로 가장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글자다. 아이패드 의 멀티미디어 능력은 킨들보다 출중하다. 하지만, 킨들의 글자 전달 능 력, 아마존이 확보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이는 것 은 아니다. 둘 다 사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전자가 이기든 후자가 남든, 그 결정은 사람이 한다. 따라서 핵심은 비용 구조가 아니라 ‘가치’다. 그 리고 가치는 ‘이용자 경험’보다 더 깊은 본질적 문제다. 책의 본질은, 미 디어의 존재 의의는 ‘기계의 사용’이 아니라 ‘소통의 확대’에 있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의 핵심은 이야기의 서두로 돌아가 소크라테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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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책이 이성을, 대화를 죽일 것인가?)에 담겨 있다. 마샬 맥루한과 닐 포스 트먼이 주장했던 것처럼 과연 미디어가 메시지이며(96쪽 참조) 담론의 형 식을 바꾸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들의 예상이 적중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질문의 의미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소크라테스는 틀리지 않았다. ‘대화’는 중요하다. 지금은 더욱 중요 하다. 전자책 혁명은 책이라는 콘텐츠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거대 네 트워크에 편입시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의 양상에서 생 각해보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은 어디에서나 쉽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기기다. 이런 기기를 ‘스마트’하다고 부르 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을 대기처럼 둘러쌈으로써ambient 새로운 생 활과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기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과 기계, 네트워크와 사회가 하나 된 생태계, 소셜 웹을 형성해가고 있다. 전자책 혁명이란, 이젠 책도 그 콘텐츠도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어가 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를 움직이는 질서와 문화는 ‘오픈’ 이고 ‘소셜’이다. 여기서는 ‘개방이 법’이고, ‘소통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책은 어떤가. 책 역시 개방이 법이고 소통이 원칙일까. 로 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는데 네트워크로 이주한 책이 이 흐름에 저항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전자’냐 ‘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책’의 문제로 봐야 한다. 책을 인식하고 이용하는 인간의 행태가 바뀔 것이다. 전자책의 시대에 책은 공개될 것이고 소통될 것이다. 저자가 일방적으로 독백하는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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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니라 많은 독자가 참여하는 접점이 될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독자는 언제, 어디서나 질문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내용을 모두와 공유 할 것이다. 저술과 출판은 한 번의 창조로 끝나지 않고, 공개의 결단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 그 가치가 증대되고 확산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 이다. 네트워크에 들어온 책의 미래는 ‘대화’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뉴스위크가 단돈 1달러에 팔린 이유, 거인이 흔들리 는 이유이다. 그들은 이미 ‘과거’가, 곧 ‘깨어질 꿈’이 되어가고 있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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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grafica. org/2010/10/02/ infographic-a-littleabout-skype/
a little about skype source: infografica.org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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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지털 혁명을 보여주는 큰 그림의 마지막 조각을 다룰 차례다. 미국발 웹 2.0이 전 세계를 휩쓸고 애플과 구글이 IT 천하를 양분하 는 것처럼 보이면서, 월드와이드웹의 모태였던 유럽은 이제 글로벌 디 지털 혁명의 변방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MS가 IT 표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을 때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그 아성을 붕괴했던 오픈소스 진영의 핵, 리눅스를 창조한 리 눅스 코발즈는 당시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대학생이었다. 유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중심의 체제에 대한 반란과 도전 은 계속되고 있다. 리눅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P2P 기술을 중심으로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 니클라스 제스트롬과 야누스 프리스 한국경제신문 장규호 기자 (2006.06.05)
sgsgi.com/sgsg/c/read.jsp?serial =51&seq=1886&item=11&page_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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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산업의 전복을 노리고 있는 유럽발 스카이프가 IT 업계의 지각 변 동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유럽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한 영걸英傑 스카이 프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리눅스가 ‘무료 OS’를 들고 MS의 운영체제 수익모델을 파괴하며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듯이 스카 이프는 ‘무료 통화’로 기존 유료 통화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하고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반의 프로젝트들이 그렇듯이 초반에 어설 펐던 기술적 완성도는 이용자 참여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높아지며 경 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카이프가 이베이에 인수되기 전인 2009년 3 분기 자료만 보아도 스카이프의 가입자 수는 전 세계에 걸쳐 약 5억 명에 달했다. 이것만 봐 도 기존 통신사에 대한 도전이다. 전쟁이다. 더구나 상황은 스카이프에 점점 더 호의적
스카이프 가입자 5억명 돌파... 버섯돌이 (2009.10.23) mushman.co.kr/2691205
으로 바뀌고 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모바일 컴퓨팅 붐, 특히 3G에서 4G로 넘어가는 통신시장의 상황은 분명히 스카이프에 유리하다. 스마 트폰의 확대로 시장의 잠재 수요가 극적으로 확대됐을 뿐 아니라 4G 의 기술적 발전으로 말미암아 스카이프가 공격하고 들어갈 공간을 확 보하기가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압박 수비에서 벗어난 스카이 프는 개인기를 충분히 발휘하며 더욱 유효 골을 양산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파죽지세 스카이프의 발목을 잡을 암초도 곳곳에 숨겨져 있 다. 현재 인터넷 생태계에 일고 있는 네트워크 공급자NP와 콘텐츠 공급 자CP 사이의 갈등이다. 소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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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에 좀 더 깊이 접근하기 위해 잠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의 혁신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인터넷 을 긍정적으로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 자면, 인터넷의 초기 설립자들은 인터넷 설계Internet architecture에 ‘간 대간 원칙end-to-end point principle’을 적용했다. 정보와 지식을 교환 하는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에 어떠한 정치적, 상업적 이해관계도 적용 하지 않은 채 사회적 중립성을 유지하면, 이용자들의 열린 창조성generativity에 의해서 창의와 혁신이 생동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최초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인 이메일이 우연히 등장한 이후 그 같은 우연은 필연처럼 지속되었고, 인 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은 근대 이후 우리가 탄생시킨 가장 의도하지 않 은 최대, 최상의 자유와 창조의 플랫폼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인터넷이 팽창한 만큼 이용자도 팽창했고, 소수의 열의에 찬 전문가들이 이용하던 인터넷은 이제 만인의 광장이 되었다. 동시에 그 들이 이용하는 콘텐츠도 과거의 단순 텍스트 기반에서 오디오와 비쥬 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스카이프 같은 서비스도 그 같은 고품질 서비 스의 일종이므로 망에서 상당한 트래픽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트래픽을 차지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낡은 네트워크 설비를 개선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대가도 내지 않는 스카이프 와 같은 콘텐츠 공급자에 대해서 네트워크 공급자들은 분통을 참을 수 가 없게 된 것이다. 콜럼비아 로스쿨의 티모씨 우Timothy Wu와 하버드 로스쿨의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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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레식Lawrence Lessig 등을 중심으로 학술적 차원에서 전개되던 망 중립성 문제는 이제 이해관계자들의 전쟁으로 확대되었고, 이 싸움에 시민과 정치세력까지 소비자 보호, 산업 규제 등의 쟁점 사항을 들고 참여하면서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한국은 한동안 미국의 망 중립성 논쟁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미국 의 망 중립성 논쟁에서 핵심이 된 광역망 확대 이슈는 정통부 시절에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이미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 강림’에 의한 스마트폰 혁명은 이제 망 중립성 문제를 우리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PC 시대가 끝나가고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 반을 둔 컴퓨팅의 소셜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스카이프와 같은 새로운 통신 환경에 의지하는 서비스가 있다. 따라서 이제 망 중립성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의 네트 워크 환경에 기반한 소셜 웹 사회의 아키텍처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망 중립성을 무시하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단말기 차원에 서 스카이프의 접근성을 차단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기술적으로 그 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폰 3G에서 스카이프 2.0 앱이 증명했 고, 아이폰 4G에는 아예 영상통화를 위한 ‘페이스 타임’이 탑재되어 있 다. 이것은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다. 아이폰 4G 이용자들은 국내에 우 후죽순으로 확대되고 있는 와이파이 망을 통해서 무료 영상 통화가 가능하 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아이폰4 ‘페이스타임’은 커플요금 킬러? 블로터닷넷 주민영 (2010.06.14)
가? 국내 통신망 관계자들의 단합도 www.bloter.net/archives/3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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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플레이어들의 파상 공격 앞에서는 이제는 난공불락의 성이 아 니란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망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스카이프 의 목에 방울을 걸고 싶다 할지라도 그것은 실패할 것이다. 스카이프에 게 소비자에 대한 지조를 거부하고 망 공급자에 대한 수청을 들라 요청 할지라도 그것은 오히려 스카이프의 유명세와 이용률만 높여줄 뿐이다. 우회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변화에 손을 들어주는 격이 된다. 그렇다 면 이 흐름을 관망할 것인가? 스카이프가 기존의 통신 사업을 전복한 뒤의 미래는 장밋빛인가? 이 젊은 영웅이 패자가 되어 통신 시장에 새 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을 낙관해야 하는가? 디지털 환경에서 낡은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면서 이용자를 현금 창출원으로 활용하기를 바라는 기존 통신 사업자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스카이프가 개편 하는 새로운 세상을 유토피아라고 낙관하고 싶지도 않다. 스카이프는 망 중립성에 의해서 탄생한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다. 그동안은 망이 누 구의 콘텐츠도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 힘은 망을 공급하는 자에게만 있지 않다. 사실 이렇게 망 공급자와 콘텐츠 공급자가 싸우게 된 것도 망의 발달에 비교해 콘텐츠 영역의 발달이 상 대적으로 괄목할만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약자라 주장하지만, 콘텐츠 영역의 빅 플레이어들은 이미 충분히 강자의 영역에 들어서 있 다. 다시 말해서 그들 역시 인터넷 설계의 중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예컨대 스카이프가 통신시장의 새로운 유틸리티로서 독점 시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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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한 뒤에 전횡을 부린다면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견제와 균형의 원 칙은 과거의 가치를 쥐고 놓지 않으려는 쪽이나 미래의 가치를 쥐고 새 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쪽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 최근 콘텐츠 공급 업체의 ‘제왕’ 구글이 미국의 버라 이존과 손을 잡고 모바일 시장에는 망 중립성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
구글-버라이존, 망중립성 모바일 적용불가 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2010.08.10)
언함으로써 ‘마왕’의 길을 걷고 있 지 않은가.
news.mk.co.kr/newsReadPrint. php?year=2010&no=431341
구글이나 스카이프 혹은 그에 견줄 수 있는 누가 디지털 환경에 새 로운 독점체제를 구축하기 이전에 우리는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균형 의 틀, 법과 제도, 시민사회의 성숙,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안전망을 구 축해 놓아야 한다. 스카이프는 멈추지 않는다. 기존 통신 산업의 이해 관계를 무너뜨리 는 역할을 스카이프가 아니라 2010년을 장식한 수많은 무료 통화 모바 일 앱들인 탱고, 바이버, 수다폰, 올리브폰 등 다른 것이 맡는다고 해도 이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전파의 부동산 산업, 통신 시장의 변 화를 알리는 서막은 올랐고, 이미 루비콘강을 넘은 스카이프를 따라서 앞으로도 수많은 무료 통화 서비스들이 통신 산업을 뒤흔들 것이다. 그 리고 새로운 서비스와 기존의 서비스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계속될 것이다. 인터넷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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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디지털의 미래는 아날로그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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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Computing, what is that, and why shoud i care? source: www.wikib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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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bon.org/blog/cloud-computing
IT
IT는 온라인이 아니다
PC 이후 시대가 왔다. 가정이나 사무실의 책상 위에서 컴퓨터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아 니다. 진지하고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PC는 앞으로도 계속 필 요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PC가 사라진다 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인 PC, 즉 컴퓨팅을 ‘사용’하기 위해서 개인이 ‘소유’해야 하는 PC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최근에 우리가 접하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열풍은 ‘PC 이후 시대’를 암시하고 있다. 경이적일 정도로 얇은 디자인, 그럼에도 갖출 것 은 다 갖춘 스펙. 이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답은 ‘안’에 있다. 미국의 IT 컨설턴트 니콜라스 카가 그의 역저 《빅 스위치》(70쪽 참조) 에서 명쾌하게 밝힌 것처럼 지금의 IT는 PC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소유’에서 ‘연결’의 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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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Cloud Computing Landscape source: www.wikib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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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bon.org/blog/cloud-computinglandscape
쓰기 위해서 발전소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컴퓨팅을 이용하기 위해 집과 회사에 PC를 모셔둘 필요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력’이고 그 전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IT 기기 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면, 최근 더할 수 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무엇인가.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클라우드 컴 퓨팅이 PC라는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고 컴퓨팅을 해방하고 있는 지 금,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의도하는 바는 ‘서비스’라는 장애물을 붕 괴시키는 것이다. 누누이 말한 것처럼 페이스 북은 항상 대표적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로 꼽히면서도 결코 자신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라고 인정한 적이 없 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의 회사를 ‘소셜 웹 유틸리티’라고 부른다. 유틸리티란 사회적 인프라로서, 쓰고 싶 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사실 구글이 이것을 한발 앞서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구글은 페이지 순위 알고리즘을 통해 검색 민주화search democracy를 구현한 뒤에 지 속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데이터를 조직화하고 그 콘텐츠를 중 심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그리하여 사회 생태계가 웹 네트워크와 맞 물릴 수밖에 없는 현 시점에서 보게 되는 것은 ‘구글을 쓰는 세상’이 아 니라 ‘구글을 쓸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도 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 발자국씩 그곳, ‘유틸리티’를 향해 나 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은 클라우딩이라는 수면 밑의 근본적
IT는 온라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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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유틸리티를 목표로 달리는 기업들의 이상과 야심만이 아니라 좀 더 큰 그림이다. 그것은 이제 IT는 ‘온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프라 가 된 IT’, ‘유틸리티가 된 서비스’가 등장한 세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의 구분이나 경계선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PC 이후 시대 는 단순히 ‘굿바이 빌 게이츠’가 아니다. ‘굿바이 온라인’이다. IT가 온라인이 아닌 세상에서의 전략을 위해 밋업Meetup 사례가 주 는 교훈을 생각해보자. 2001년 스캇 하이퍼만Scott Heiferman이 밋업을 창업했다. 창업 취 지와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했다. 스캇은 9.11 사태 이후 사회적인 문제 에 관심을 보이던 중 우연히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푸트남이 쓴 《나 홀 로 볼링》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과거에는 지역 사회 중심의 활동이 었던 볼링이 이제는 개인의 취미로 전락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볼링 산 업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건국 초기에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 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격찬했던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 자발적인 시민 결사체에 의한 시민적 활동이 침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Robert D. Putnam Simon & Schuster (2001.08) 나홀로 볼링 - 사회적 커뮤니티의 붕괴와 소생 로버트 D. 푸트남 지음 페이퍼로드 (2009.03)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92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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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은 《나 홀로 볼링》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고 9.11 사태에 대한 그 나름의 대안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IT를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멀어 지게 하는 도구와 기반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창의적인 집단적 변화를 실천하도록 하는 플랫폼이 되게 하는 것 이다. 그렇다면 스캇의 밋업은 어떻게 그 비전을 성취했는가. 다른 인터넷 그룹 서비스와 비교하여 밋업의 차별화된 강점이 어떻게 창출되는지 그 전략을 살펴보자. 인터넷에는 수많은 그룹 서비스가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의 카페, 싸이 커뮤니티, 구글 그룹 등 많은 관련 서비스가 있 다. 그러나 이 같은 그룹에서 조직을 이루는 데 필요로 하는 사람들, 특 별히 내가 직접 만나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밋업은 이런 어려움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 했다. 밋업은 모임을 조직하려는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찾아 서로 그 뜻을 알고 모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 인터넷 그룹 서비스의 한계를 정확히 보고 그 잠재적 요구를 충족 하는 혁신을 창조한 것이다. 이처럼 밋업은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 비스의 가능성을 깨닫고 실현하여 수익을 창출하며 성장하고 있다. 밋업의 성공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가 1932년에 쓴 논문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에서 밝힌 논리 로 설명해보자. 코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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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데도 ‘보이는’ 기업의 존재와 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시장이 마찰 없는 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에는 소위 ‘거래비용 transaction cost’이 존재한다. 즉, 필요한 거래 대상에 대한 정보의 빈곤,
존재하는 정보의 활용 능력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빈 공간들이 존재한 다. 그리고 바로 그 공간이 조직의 활동 무대다. 과거에는 빈 공간을 채 우기 위해 기업이 탄생했지만, 소셜 웹의 시대에는 밋업과 같은 새로운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중심 서비스가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밋업도 또 다른 개념의 유틸리티다. 그들은 ‘기업 의 기능’을 하나의 ‘유틸리티’로 만들고 컴퓨팅을 통해 경영을 민주화시 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현재 밋업은 전 세계 4만 5천 개 도시 에서 720만 명의 가입자들을 지원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밋업은 2004년 미국 선거에서 의사 출신의 정치 신인 하워 드 딘을 일약 스타로 만든 플랫폼이었다는 것 말고는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런 밋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셜 웹 시대가 더는 IT를 온라인에 국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IT는, 소셜 웹은 현실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시대, 유틸리티 서비스의 시대, 이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결국 사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조직, 조직이 창조하는 가치와 그 가치에 기반을 둔 문화에 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점점 더 빠르게 또 하나의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는 IT가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의 변화가 아니라, 그 중심인 인간 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 우리가 목표하는 새로운 시장의 창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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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현실 그 자체인 IT, 소셜 웹을 정복할 전략으로서 온라인 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만들어낸 밋 업 CEO 스캇 하이퍼만의 지혜와 용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비 즈니스 모델의 측면에서 밋업을 위협하는 경쟁자는 없다. 왜 그럴까? 모 든 사람이 웹 2.0의 신화에 사로잡혀 ‘온라인’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 을 때 ‘오프라인’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역류’가 지 금은 ‘현실의 대안’이 되고 있다. 밋업 홈페이지
www.meet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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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가 IT 산업, 서비스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가정과 그 가정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 중에서 다시 생각해볼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피터 드러커가 말했던 것처럼 혁신은 당연하다고 가 정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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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10년 전인 2000년, 당시 인터넷 세계의 제왕은 닷컴 신화의 절정에 있 던 야후였다. 그러나 야후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야후 닷컴의 경매 사이트에서 나치 관련 물품이 거래되는 것을 발견한 유태계 프랑스인 마크 노벨이 프랑스 법정에 야후의 서비스를 제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야후는 이름 없는 시민운동가의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 대가, 변화가, 자신들의 편인데 일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가볍게 넘겼다. 사실 야후의 생각은 존 페리 발로우John Perry Barlow와
같은 사이버 자유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초기 인터넷 활동
가들의 이상을 반영한다. 그들에게 인터넷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 적인 공간, 플라톤의 이데아가 실현되는 장소였다. 인터넷은 현실의 정 치적, 상업적 이해관계와 질서를 벗어나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신대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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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야후는 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야후가 진 이유는 기술 의 발전 때문이었다. 법정에서 야후가 법적 책임을 부정했던 근거는 ‘이 행불능’이었다. 현실적으로 야후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프랑 스 관할권에서 오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러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포스플릿infosplit.com을 창업해 활약하 고 있던 프랑스계 시릴 하우리Cyril Houri가 인터넷 콘텐츠의 발원지를 추적해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알렸다. 담당 판사였던 고메즈에 게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Vint Cerf를 포함한 3인의 인터넷 전문가 는 “야후가 프랑스 이용자의 90%는 검열할 수 있다”고 자문했고, 이행 불능은 책임을 부정하는 타당한 근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야후의 패소는 국경없는 인터넷을 국가와 정부가 접수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터넷 이상가理想家들의 꿈을 와해시켰다. 그리고 망 중립성의 개념을 주창한 콜럼비아 로스쿨의 팀 우, 하버드 로스쿨의 국 제법 전문가인 잭 골드스미스가 공저한 《인터넷 권력전쟁》(42쪽 참조)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널리 보급되고 위치 정보 확인을 가능케 하는 통신 기술과 서비스가 발달하여 사용자의 실 제 위치를 파악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나아가 애플과 구글의 양강 체제에 페이스북의 부상으로 표현되는 IT 삼국지 시대의 전략 핵심은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이다. 이들 IT 전국시대의 패자들은 초기 인터넷 이상가들처럼 사이버 공 간의 독립과 주권을 선포하지 않는다. 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침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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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활동의 무대는 오히려 IT가 버리고 떠났던 고향, 오프라인이다. 애플은 아이팟 시리즈와 아이튠즈를 통해 전통 콘텐츠 제공업체와 제휴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외부 개발자 그룹과 연대하여 이 용자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구글은 기업의 비전대로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에서 출발해 오프라인의 방대한 콘텐츠를 흡수한 뒤에 이제 그 흡 입력을 산업계로 돌리고 있다. 싸이월드와는 다르게 페이스북은 성장 하면 할수록 사이버 공간이 아니라 현실 공간에 더 가까워지는 소셜 웹 유틸리티의 야망을 완성해가고 있다.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결국 현실에서 태어나고 죽기 때문이 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이 버 공간이 오프라인의 콘텐츠와 영향력을 아무리 흡수한다고 할지라 도 그 존재의 근본은 오프라인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오프라인을 벗어난 IT는 생존할 수 없으며, 다시 오프라인으로 치고 들어가야만 신
The Age of Access Jeremy Rifkin Tarcher (2000.03) 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 (2001.05)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5002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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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골문 앞에 도달해 득점할 수 있다. 다른 예를 살펴보자. 10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불었던 바람이 이제까 지 벤처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뉴욕에 불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밋업, 포스퀘어 같은 스타 트업 회사들의 특징은 그 기반이 뉴욕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뉴욕 은 패션과 문화, 금융과 미디어
Tweet Tweet Boom Boom Doree Shafrir (2010.04.18)
nymag.com/news/media/65494
의 도시였지만 IT 도시는 아니었 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 진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의 몰 락 이후 막대한 금액이 신흥기업 에 투자되고 주력 산업들이 주춤 한 가운데 유독 빛을 보이는 IT 에 인재가 몰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바로 뉴욕이기 때문이다. 뉴욕의 오프라인 중심 문화가, 문화와 비즈니스가 맞물려 자유분방하면서도 실리적인 라이프스타일 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그 경계를 허물고 있는 도도한 흐름과 맞 물리기 때문이다. 시대는 이제 웹과 사회가 융합되는 소셜 웹 시대다. 그리고 그 중요한 경기의 승부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이다. 현실 공간을 뒤흔들 수 있는 IT 기술, 서비스, 문화의 혁명적 융합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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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잘못 잡은 항해는 성공할 수 없다. 나침반을 바로 보아야 한 다. 사이버 공간의 독립과 그 주권의 확립은 초기 몇몇 이상가들의 환 상일 뿐이다. 그 예측뿐인 신화는 거짓임이 판명되었다. 오프라인은 죽 지 않았다. 물론, 기존의 현실 세계에서는 IT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조 직과 이상이 생겨나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뉴욕대의 클레이 셔키 교수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에서 주장한 것처럼 유행이 아니 라 진정한 변화다. 인터넷이란 개방된 플랫폼의 무한한 창의성과 응용 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승부는,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다만, 그 꿈 에 도달하는 방법이 오프라인을 통한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 한 오프라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가
조국이 프랑스 등 신흥 강대국에 의해 침노되는 것을 보면
서 조언했던 것처럼, 이상은 말이 아니라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 IT 현
Here Comes Everybody Clay Shirky Penguin (2008.02)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클레이 셔키 지음 갤리온 (2008.06)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464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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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주의, 진정 IT를 통해서 인터넷과 웹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의 이상을 세우고자 한다면 그것은 온라인에서 격리된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강호에서 실전을 통해 증명하는 승부여야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이미 승부수를 띄웠다. 이젠 우리 차례다. 현 실에서 물러나 사이버 공간으로 후퇴하고 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IT 를 들고 현실에 도전하고 정복해야 한다. 이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 계는 없다. 웹과 사회는 하나다. 소셜 웹이다. 그리고, 그러므로 꿈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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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SNS
다시 한 번 ‘전략’ 차원에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흐르는 디지털의 강물을 조망해보자. ‘티핑 포인트’는 뉴요커 기자 출신의 유명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발 표한 책의 제목으로 ‘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예를 들면, 물이 끓기 시작하는 기화점을 생각하면 된다. 다만, 그 대상이 물이 아 니라 사회적 변화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회학적 용어로 사회적 반향
Tipping Point Malcolm Gladwell Little, Brown and Company (2000.02) 티핑 포인트 말콤 글래드웰 지음 21세기북스 (2004.09)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145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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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말하 는 ‘결정적 다수critical mass’가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네트워크는 어떤가? 현실 공간보다 사람들이 모이 고 만나기 쉬운 공간이라서 티핑 포인트에 더 쉽게 도달할까? 선거 운 동과 월드컵 응원의 무대로 활용되고 하루아침에 스타를 창조하고 마 녀 사냥의 온상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에 커뮤 니티를 하나 만들었다 치자. 그것을 통해서 어떤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 기란 절대 쉽지 않다. 아무나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커뮤니티들이 무수 히 많겠지만, 실제로 그들은 소수다. 예를 들어, 무료 전자 백과인 위키 피디아와 비슷한 개념의 아이디어가 수없이 시도되었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는 위키피디아 하나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그 이유는 집단행동의 ‘함정’이다. 80의 결과는 20의 원인에서 나온 다는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것인지, 사람은 집단을 이루면 ‘누군가 내 일을 대신해주겠지’ 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좋은 뜻을 가 지고 그룹을, 카페를, 커뮤니티를 개설해도 누군가 해주겠지 하는 생각 을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한 그 좋은 일이 현실에서 사회적 영향력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여 온라인에서 티핑 포인트의 발생을 확산시 킬 목적으로 2007년에 만들어진 것이 더 포인트ThePoint.com다. 이 온 라인 서비스는 목표를 정하고 특정 숫자 이상의 사람이나 특정 액수 이 상의 금액이 모여야 해당 캠페인을 실시했다. 그러나 더 포인트는 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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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를 시작한 후 18개월 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전설은 없었을 것이다. 창업자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은 더욱 겸 손하고 단순한 아이디어를 냈다. 세상을 바꾸는 티핑 포인트 대신에 오 늘 하루만 특가 할인하는 상품을 공동구매하는 지역기반 서비스를 구 상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바로 그룹과 쿠폰의 합성어인 그루폰 GroupOn이다.
2008년 시장에 데뷔해 미주 시장의 지역기반 소셜 웹
서비스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창업 1년 반 만에 연 매출 3 억 5천만 달러(4,235억 원)를 달성했다. 놀라운 결과다. 그루폰은 더 포인
Groupon and social buying
venturebeat.com/2010/04/20/ groupon/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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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의 잠재력을 단순함으로 개화시켰다. 선택과 집중의 성공사례다. 국 내에서도 스마트폰과 SNS가 붐을 이루면서 위폰, 티켓몬스터 등 유사 서비스가 등장하여 흥행몰이 중이다. 그루폰의 성공은 온라인에서도 어렵다는 집단행동을 비즈니스 모 델로 삼아 새로운 성공신화를 달성한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 들은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어디에서 터득할 것일까? 게임이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게임이론이란 상대방의 수를 읽어 야 하는 상호의존적, 전략적 상황에서 나의 수를 결정할 때 균형점을 찾기 위한 이론이다. 대표적인 예가 ‘죄수의 딜레마’다. 서로 죄를 감싸 주면 형량을 적게 받을 수 있는 두 죄수가 상대가 자백하여 자신만 더 많은 형량을 받게 될까 두려워서 모두 자백하여 최선 대신 차악을 선택 한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계산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면 최선의 결과가 아닌 차악의 결과를 얻게 된 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것은 온라인 협업을 통한 최선의 결과를 피하고 무임승차를 노리는 이용자들의 행태와 같다. 여기에 열쇠가 있다. 여성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노어 오 스트롬은 그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정통적 해석이 오류가 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녀는 애초에 두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만약 그들이 감옥에 갇 혀 분리된 상황이 아니라 상호 소통할 수 있고 의존해야 한다면, 그들 이 ‘친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즉, 공동의 책임을 인지할 수 있다면 집 단행동에 의해 최선의 결과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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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롬의 주장을 검토해보면 그루폰의 성공 신화를 해석하는 문 이 열린다. 공동구매를 통해서 특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참여 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보 제안자에 대한 불신과 참여비용 등의 문제로 거래에 참여하기를 주저한다. 이때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거래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 고, 나아가 참여자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책임의식을 부여할 수 있다면 공공의 선을 위한 집단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 오스트롬이 말한, 공유 지commons를 자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갈등해결과 규칙변 경의 메커니즘이 공동체 소유여야 한다는 주장을 온라인 서비스로 구 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 논의로는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SNS의 특징을 모두 잡아낼 수 없다. 앞에서 언급했던 더 포인트와 그루폰은 집단행동 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과 플랫폼 구축에서 다른 점이 없지 않은가. 그 루폰은 더 포인트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그루폰의 엄청난 상업적 성 공을 가능케 했는가?
Governing the Commons Elinor Ostrom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11) 공유의 비극을 넘어 엘리노어 오스트롬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09)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6349325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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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폰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일은 너 무 피곤하다.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목표보다는 탐나는 물건이나 서 비스를 더 싸게 구매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티핑 포인트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때로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인간임을, 고전 소설과 함 께 막장 드라마를 함께 소화해내는 인간임을 말이다. 그리고 그 본질 이 온라인에서도 바뀌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상에 발을 딛고 있는 인간을 상대하는 SNS 역시 지상에 뿌리를 내려야 번성할 수 있다. 그 리고 그 회의적 현실주의skeptical realism가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SNS의 비밀이다.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눈을 고객의 수준에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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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대를 역류하여 오프라인을 공략하는 온라인 서비스만으로 디지털 혁명의 승자가 되기에 부족하다면 무엇을 또 생각해야 할까. 역사의 큰 틀에서 정리해보자. 중국인들은 역사가 일치일란一治一亂의 반복이라고 했다. 치세治世가 오면 난세亂世가 오고, 난세가 오면 다시 치세가 온다는 것이다. 재미있 는 것은 난세는 군웅이 할거하는 전국시대이며 치세는 패자에 의해서 통일된 제국시대라는 것이다. 이 역사관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석하면,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이 경쟁하는 시대와 소수의 독점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반복되 는 것이 역사다. 기술 혁신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초기 ‘독 점 기술’이 기술 혁신에 의해 ‘기반 기술’로 변화하기 때문이다(17쪽 참조). 이것은 달리 말하면 성공의 역설이라 볼 수 있다. 기술이 성공하면 그 기술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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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기와 통신은 독점 기술에서 기반 기술로 넘어가는 과정을 거쳐 국유화되거나 사기업에 의해 과점 상태가 되었 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혁명의 주인공인 IT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났 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오래전부터 몇 개의 회사에 의해 독점 혹 은 과점 되었다. 반도체의 삼성전자, 운영체제의 MS가 그 대표적인 예 이다. IT 서비스도 예외가 아니다. 유명한 창업투자회사 중 하나인 소프트 뱅크 벤처스의 문규학 대표가 자사 블로그에서 지적한 바처럼, 군웅이 할거하는 것처럼 보이는 IT 산업의 전국시대는 실제로는 평정되고 있 다. 벤처 천국처럼 보이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포털은 야후가, 인터넷 상 거래는 이베이가, 검색은 구글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트위터, 그루폰, 포스퀘어 등 새로운 서 비스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승자의 영토가 아닌 곳, 새로 운 카테고리에 둥지를 튼 덕분이다. IT 역시 서서히 일란一亂의 시대를 지나 일치一治의 시대로, 전국시대를 지나 천하통일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패자覇者가 되는 조건은 무엇인가. 어떤 스타트업 기업은 깜 빡이는 빛에 그치고, 어떤 스타트업 기업은 새로운 태양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천하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디지털 혁명을 미리 가 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 패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기업은 규모가 큰 기업이다. 그 근거 가 되는 것은 3COM을 설립하고 이더넷 표준을 만든 밥 멧칼프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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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calfe가
주장한 ‘멧칼프의 법칙’이다. 멧칼프의 법칙에 따르면 “네트
워크의 비용은 이용자 수에 비례하지만,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 수 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네트워크의 가치는 구성원의 증가에 따라 기 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IT 산 업은 규모가 큰 기업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트 위터의 가입자 수 증가와 같은 ‘양적 팽창’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 것 때문이다. 아직 수수께끼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다른 기업보다 먼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기업의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상식적인 선에서 마케팅 대가 세쓰 고딘이 이야기한 ‘보라빛 소’ 를 생각할 수 있다. 보라빛 소가 상징하는 것은 수많은 경쟁 제품, 서비 스, 아이디어 중에서 다른 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함을 말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벤처의 꿈이 피고 지는 IT 생 태계에서 유별나게 튀어야 유리할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전에는 닷컴
Purple Cow: Transform Your Business by Being Remarkable Seth Godin Portfolio (2003.05) 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 고딘 지음 재인 (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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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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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이었고, 웹 2.0이 꿈이었고, 지금은 오픈, 소셜, 모바일이 또 하나 의 거대한 트렌드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주장이 있다. IT 시장분석에 새로운 영감을 불 어넣은 제프리 무어의 캐즘 이론이 그것이다.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실 패한 원인은 혁신가와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를 확보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전기 다수자early majority를 포섭하여 대중 시장에 발을 들 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혁신가와 선각 수용자를 모두 합쳐도 전체 시장의 6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수 익성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인 전기 다수자까지 고객이 되어야 확보할 수 있다. 즉, 스타트업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팬이 없기 때문이 아니 라 소수 마니아의 사랑만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열쇠는 ‘더 나은 쥐덫the better mousetrap hypothesis’이란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이 용어는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현재의 쥐덫보다 더 나은 쥐덫을 만들기만 하면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구매할 것이란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Crossing the Chasm Geoffrey A. Moore HarperBusiness (1999.07) 캐즘 마케팅 제프리 무어 지음 세종서적 (2002.02)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68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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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권력이동, 소셜 웹 혁명
1979년에 로저 칼란톤Roger J. Calantone과 로버트 쿠퍼Robert G. Cooper 가
200여 개의 제품을 조사하여 발표한, 실패한 제품에 대한 연
구 논문A Discriminant Model for Identifying Scenarios of Industrial New Product Failure에 따르면 실패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28%)을 차지하는
것이 ‘더 나은 쥐덫’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더 나은 쥐덫’이 아니라 ‘쥐 를 잡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자신이 만드는 ‘더 나은 기술’이 시장이 원하는 것이라 생 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혁신가와 선각 수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고민일 뿐이다. 현실적인 전기 다수자를 포섭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 람들이 원하는 기술’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Robert Merton Solow는 1987년에 “컴퓨터는 생산성 통계를 제외하고 어디에나 있다You can see the computer age everywhere but in the productivity statistics”고 했다. 이것은 무
슨 말인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쓰는 사람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교실의 컴퓨터를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한다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자동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진리는 ‘더 나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 리고 그것이 규모의 경제를 향해 달려가는 스타트업 회사의 첫 번째 조 건이다.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눈에 띄는 기술, 제품, 아이디어 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주목 해야 한다.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보라빛 소가 시장을
보라빛 소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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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패한다.
제4장
디지털 혁명에 대한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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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ash of Civilizations Samuel P. Hungtinton Simon & Schuster (1998.01)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지음 김영사 (19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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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구글은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는가
혁명은 이상을 품는다. 그 이상은 뜨겁다. 그러나 현실은 차갑다. 그리 고 그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천국과 지상과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예컨대, 르네상스 시대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이성의 시 대가 오자 우리는 비합리적인 전통은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인 간이 신이 된 제국, 구소련을 붕괴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 고리타분한 민족과 종교의 분출이었다. 그리고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 서 지적했듯이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가 붕괴된 이후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치도 경제도 아닌 ‘문화’다. 문화는 그 뿌리가 전통과 역사, 우리 가 흘려보낸 시간, 잊혀질 것이라 믿었던 과거에 있다. 디지털 혁명은 ‘도구’의 측면에서 괄목할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도구를 쓰는 인간의 성정과 조직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삶’의 측면에 서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분별 있는 열정’을 갖추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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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과 구글 사이의 갈등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중국에는 약 4억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있다. 세계 인터넷 통계 를 보면 2009년까지 아시아에는 약 7억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있으며, 이것은 북미와 유럽을 합친 수준이다. 아시아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셈 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2,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인도, 한국을 다 합쳐도 중국보다 작다. 중국이 인터넷 대국이 된 것은, 지난 1979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든 이래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성장해온 중국의 경 제발전 덕분이다. 중국이 경제발전으로 축적한 부를 통해 인터넷이라 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1989년의 천안문 사태도, 2001년 중국의 WTO 가입도, 2002년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2006년의 베이징 올림픽도, 그리고 2010년 구글까지 그 어떤 것도 나폴레옹이 경고한 ‘거인의 부활’을 잠 재우진 못했다. 한 마디로 이변은 없었다. 개방하여 경제가 발전했음에 도 중국의 폐쇄적인 정치사회 시스템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는 외부 의 어떤 충격도 중국의 사회구조를 흔들지 못했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에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정보의 개방 과 공유는 더 향상된 시민의식과 정치적 참여, 그리고 민주주의를 이끌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믿었다. ‘간대간 원칙 end-to-end point principle’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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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한 오픈 네트워크, 인터넷의 내재된
창조성이 중국의 폐쇄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하버드 로스쿨의 잭 골드스미스와 콜롬비아 로스쿨의 팀 우 가 《인터넷 권력전쟁》(42쪽 참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인터넷 이 중국을 어떻게 바꿀까가 아니라 중국이 어떻게 인터넷을 바꿀까에 대해 고심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 중국은, 아니 독재자들은 인터넷을 겁내지 않았다. 동유럽의 독재 망령에서부터 동아시아의 현존하는 공산정권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오 히려 인터넷을 이용하여 ‘빅 브라더’를 구현했다. 과거에는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파악할 수 있었던 반정부인사들의 개인정보와 네트워크 를 인터넷을 이용하여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편지 대신에 이메 일을, 통화 내역 대신에 트위터의 팔로워와 페이스북의 친구를 확인하 면 누가 그들의 철권통치에 대항하는 저항세력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이야기가 못 된다. 4억의 중국 인 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 검열에 익숙해져 있다. 포르노 등 유해 사이트
The World Is Flat 3.0 Thomas L. Friedman Picador (2007.07) 세계는 평평하다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21세기북스 (2006.11)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261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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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정부가 나서서 차단하는 것에 중국의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찬성하 고 있다. 젊은 이용자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사이트에 접속하기보다 게 임을 하거나 연예계 뉴스를 보는 것이 더 쿨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통한 비판과 참여의 정신, 소셜 미디어에 의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인터넷 권력전쟁》에서 팀 우는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검열 기술 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야후, 구글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을 압박하여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검열 기술 을 개선했다.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보유한 IP 주소와 URL을 아예 물 리적 차원에서 식별하여 차단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인터넷 속도 저하 를 일으키지 않아 인터넷 인프라 강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목표를 방해하지 않으며, 일반 이용자 수준에서는 이것이 물리적 차원에서 생 긴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 기술상의 문제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인지 구 별할 수 없다. 중국은 2003년부터 와이파이망을 보급하면서 접속자의 신원파악 을 위해 WAPI(Wired Authentication and Privacy Infrastructure: 무선 인 증 및 사생활 보호 인프라)라는
것을 만들어 검열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
2005년 봄에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면서 CN2라 불리는 대규모 내부 기간망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단일 사업자를 통해서 진행 함으로써 검열의 편이성을 높이고 동시에 중국 인터넷을 고립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중국은 인터넷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보이지 않는 만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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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기에 더 난공불락이다. 구글은 난공불락인 중국의 만리장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 믿 었다. 구글은 2000년부터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중국 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중국 내 시장경쟁에서 밀린다 고 생각하자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 했다. 그러나 이것은 전 세계 정보를 개방, 공유하겠다는 구글의 비전과 사명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중국에 들어가려면 인터넷 콘텐 츠 검열정책이라는 중국 정부의 조건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6년, 결국 구글은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안팎의 많은 비 판에 구글이 내세운 명분은 이런 것이었다. “구글이 중국 시장을 포기 하면 중국 사람들은 검열된 인터넷 콘텐츠만 보게 될 것이고,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함으로써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 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중국의 인터넷 기업, 중국의 인터넷 시장, 더 나아가 정보의 개방과 공유에 의해 변화 할 수 있는 중국 사회 전체의 큰 손실일 것이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 거룩한 명분 뒤에는 ‘더 거룩한’ 광고시장이 숨어 있다. 구글이 중국에 발을 들이기 한 해 전인 2005년 1월 30일을 기준으로 구글의 수익 중 99%는 광고에서 나온다. 그들은 새로운 금광 을 찾아 나선 것이다. 구글은 이윤 창출과 기업 비전을 위해 지역 정부와 협조한다는 절충 안을 들고 중국 시장에 들어갔을 때 정부를 등에 업은 기업과 경쟁한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 결과 바이두百度의 70%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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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하는 검색 시장 점유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세가 없고 구글은 얻은 것 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만 손상되었다. 중국이 Gmail 계정을 통해 자국의 인권운동가 현황을 파악하고 추 적하리라는 것을 구글이 몰랐을 리 없다. 야후 등이 경험한 사례도 알 고 있었다. 따라서 뒤늦게 2010년 1월 중국에서의 직접 서비스를 포기 하겠다고 한 것은 실리를 잃은 이상 명분이라도 회복하자는 것이었으 리라.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은 2001년에 WTO 의 GATS(the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에 가입했는데, 중 국의 인터넷 검열이 GATS 조항 위반이라는 지적이 2006년부터 있었 다. 외국 기업과 현지 기업의 경쟁에 정부가 검열이라는 보이지 않는 잣 대를 가지고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이 중국 시장 퇴각을 선언할 때만 해도 동조할 듯했던 미국 행정부와 실리콘밸리의 동종 기업들이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았고, 구글은 다시 인터넷 사업자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의 중국 사업 진출에 대한 이견 등의 원인으로 2011년 초, 구글의 에릭 슈 미트 CEO가 레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로 교체 선언되는 발표가 있기는 하였지만 다음의 사실은 분명하다. 결국, 구글도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 다. 사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지역 국가와 정부에 무릎을 꿇은 것은 이 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당시 닷컴기업의 제왕이었 던 야후도 신나치 관련 물품의 인터넷 경매거래 때문에 프랑스 법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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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재판을 받고 그 판결에 순응해야 했던 적이 있다. 자유문화에 기반 을 둔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지만, 국경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터넷에 국경선이 그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국적 인터넷이 빛의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시대이지만 국가는 죽지 않았고 때로는 자국민의 보호, 때로는 자국민의 통제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인터넷에 간섭하고 있다. 물론, 2010년 말 전 세계 통치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오스트레 일리아 출신 해커 아산지의 위키리스크의 예를 들면 이 주장에 대한 반 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2011년 11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이 외 교 관계상 사용한 전문diplomatic cable은 그들이 같은 해 8월에 공개한 40만 건의 이라크 전쟁 기록의 7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이었다. 해당 외교 전문의 대상도 UN 사무국부터 대한민국 외교부에 이르기까지 포 괄적인 만큼 그 파장과 영향도 충격적이었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스웨덴 정부를 압박하여 위키리크스의 서버에 대한 검열을 강화한다고 할지라도 위키리크스의 서버에 백업용으로 복 사된 데이터는 앞에서 소개한 토렌트 등의 P2P를 통해 노출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러했다. 따라서 인터넷을 금지하거나 인터넷 전체에 검열을 가 하지 않는 이상 위키리크스를 완전히 잠재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국가가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 다고 선포하기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이 사건의 진정한 주 인공은 인터넷이 아니라 내부 고발자라는 점이다. 비록 웹 2.0을 상징 하는 위키피디아의 ‘위키’를 딴 이름을 쓰고 있지만, 위키리크스가 세 상을 놀라게 한 리스크였던 까닭은 그들이 보유한 치명적인 내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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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이다. 따라서 그 본질에는 오해가 없어야 한다. 이 사건이 인터넷의 힘을 빌려 나타나기는 했지만, 플랫폼보다는 콘텐츠가 문제의 핵심이었 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터넷을 통제한다는 것이 이번 경우처럼 정부가 ‘완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 통제가 필요한 시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을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 하도록 할 수 있다고만 해도 인터넷 검열은 성공한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으로 각국의 정부는 인터넷 검열에 대한 큰 명분을 얻었다. 위키리크스 사건을 통해 명백해진 사실은 공화·민주 양당을 초 월해 정보 자유화를 외교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조차 자국 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마존 같은 사기업을 회유해 인터넷 검열을 하 는 일을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모순적인 주장과 행동은 전 세계 인터넷 검열국들이 그들의 행위를 유지하는 데 좋은 가 림막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사회의 성장을 국가는 계 속해서 가로막을 것인가? 21세기 인터넷의 제왕인 구글도 뚫지 못하는 만리장성은 영원히 난공불락인가. 역사가 주는 교훈은 “성공이 곧 패 망의 지름길이고, 최대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 인터넷 성장의 견인차였던 중국의 30년 경제발전의 허 실을 보자. 중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중국경제 발전 전문가 황야성 교수는 그의 책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에서 “중 국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간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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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했기 때문에 성장한 경제”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정부가 다소 민간활동을 방관했던 1979년부터 1989년까 지 중국의 경제발전은 왕성한 중국의 기업가 정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1989년부터는 민간의 소비 성장이나 가계소득과는 무관하게 GDP가 고속으로 성장하였는데 이는 공공투자에 의한 거품이 많았다는 것이 다. 그는 중국이 시장의 원리와 원칙이 아니라 정부의 판단과 이익에 따 라 기업에 간여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 표적 근거로 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가 고속으로 성장하였음에도 일 본이나 한국과 달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없다는 사실을 들 었다. 중국의 인터넷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민족주의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의 로데릭 맥파쿼Roderick MacFarquhar가 말한 것처럼 이 민족주의는 유교 사회에서 공산사회로 이어지는 지배이념, 황제에서 지도자로 이어지는 리더십, 관료에서 당으로 이어지는 통제체계가 붕괴
Capitalism with Chinese Characteristics Yasheng Hua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09)
www.amazon.com/Capitalism-ChineseCharacteristics-Entrepreneurship-State/ dp/052189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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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뒤에 등장한 대안이다. 중국은 다양한 민족구성과 이해관계를 지닌 집단을 하나로 융화시키기 위하여 약발이 떨어진 사회주의 대신에 경 제발전을 매개로 자국민에게 자부심을 제공하고 그 자부심에 기초한 민족주의로 통일을 꾀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 남가주 대학의 중국 전문가 수잔 셔크가 저서 《중국: 깨지기 쉬 운 슈퍼파워》에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이 민족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역 설적으로 중국 정부가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 가 인터넷에서 약동하는 민족주의는 가입, 탈퇴, 이동이 자유로운 가 상공간의 특징 때문에 물리적 기반의 민족주의에 비해 충성심이 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의 민족주의가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이해관 계에 충실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처럼 인터넷판 문명의 충돌이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지만, 그 경 계를 정하는 국가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서로 다른 역사적 발전 과 정과 사회적 가치를 고수해온 세력 사이의 갈등과 충돌도 계속될 것으
China: Fragile Super Power Susan L. Shi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7.04)
www.amazon.com/China-SuperpowerInternal-Politics-Peaceful/dp/0195306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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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만의 갈등과 충돌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문 제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사회와 웹이 융합되는 소셜 웹 시대의 디지털 혁명과 근대 이후 국민국가nation-state에 기초하여 발전 해온 세계의 질서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 것인지 속단하기에 는 아직 이르다. 구글과 중국 정부의 갈등이 이제 본 막에 오른 것처럼 미래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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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essed With Facebook source: www.onlineschools.org
mashable.com/2011/01/12/obsessedwith-facebook-infographic/
페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아니라 소셜 웹 유틸리티다. 서비 스와 유틸리티의 차이는 간명하다. 서비스는 원하는 것이지만, 유틸리 티는 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다. 2011년 3월 현재 페이스북 제국의 가입자 수는 6억 6천만 명에 가까운데 조만간 1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 고 있다. 10억이면 전 세계 60억 인구의
Facebook Statistics by country
6분의 1, 즉 여섯 사람 중 한 사람은 페 이스북을 쓴다는 이야기다.
www.socialbakers.com/facebookstatistics
이렇게 소셜 웹에 의해 연결망이 구축 되는 현상은 생각보다 의미심장하다. 여섯 사람을 거치면 지구 상의 누 구와도 연결된다는 ‘여섯 단계 분리 이론six degrees of separation theory’ 은 네트워크 이론의 대가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가 그의 저서 《링크》 에서 소개한 것처럼 한계가 있다. 이 세상은 좁은 세상이긴 하지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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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개로 나뉜 좁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작위적인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최단 코스인 여섯 단계를 파악하고 따라가기 가 어렵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물리적 네트워크의 한계를 인간 사이의 관계 social graph로
극복하고 있다. 정말로 좁혀진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다. 페이스북은 이와 같은 관계망을 활용하여 온라인 상거래의 한계점 인 신뢰성 부족을 극복하고, 막강한 이용자 데이터베이스에 새로운 형 태의 비즈니스 제휴를 더하여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분야의 강자 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뒤를 잇는 새로운 IT 패자의 등장 과 소셜 유틸리티의 성장이 사회적 관점에서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 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발전으로 탄생한 약 20억 명의 거대한 소비자 시장이 지구 환경이 감당할 수 없는 소비를 창출함으로써 에너지 고갈 등 새로운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Linked: How Everything Is Connected to Everything Else and What It Means Albert-Laszlo Barabasi Plume (2002)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음 동아시아 (2002.10)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1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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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인 예로,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페이스북이 2006년에 뉴스 피드news feed를 가동하면서 이용자 정 보를 외부로 공개했을 때 이 ‘급진적 노출 radical transparency’ 서비스 는 이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 러일으켰다. 사실 페이스북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 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Facebook and “radical transparency” danah boyd (2010.05.14) www.zephoria.org/thoughts/ archives/2010/05/14/facebook-andradical-transparency-a-rant.html
에 반발하는 웹페이지를 구축하 며 본격적인 저항을 시작하자 페이스북의 대응도 달라졌다. 그들은 이 용자 커뮤니티의 발언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결국 CEO 마크 주커버그가 정식으로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것은 어디까지나 페이스북이 대학 커뮤니티의 회원들을 주축으로 운영 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페이스북은 어제의 페이스북이 아니다. 이제는 미국의 대학 커뮤니 티가 아니다. 보스턴 대학가를 떠나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았고, 이용 자는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소셜 커머스를 통해 더욱더 비즈니스 세계 에 다가가고 있다.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상과 야심대로 ‘서비스’의 지상에 머물지 않고 ‘유틸리티’의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 에 등장할, 10억 명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상업 세계를 생 각해보라. 그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전기를 끊을 수 없는 것처럼, 인터넷을 닫을 수 없는 것처럼 페이스북은 유틸리티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이미 현실이다.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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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달라진 태도를 보이 고 있어서 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2009년 11월부터 개 인 정보의 선택사항에 ‘모두everyone’ 를 추가해 외부에 이용자들의 개인 정
페이스북은 어떻게 개인정보를 잠식해왔나 블로터닷넷 주민영 (2010.05.04)
보가 노출될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www.bloter.net/archives/30424
무감각한 태도를 보여왔다. 기껏해야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하나 싣 는 것이 다였다. 그러나 다시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최근에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새로운 방안을 발표하고, 개인 정보의 공개 여부를 관 리하는 방식을 좀 더 단순화시켰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 된다. 지금의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 대해 사과 했던 페이스북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에게 백기를 들었다’고 암 시를 주는 최근의 기사들은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가 를 떠나 비즈니스 세상에 깊숙이 몸을 담근 페이스북은 그들의 사활이 이용자 개인 정보의 활용에 달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 분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범람하는 각종 스팸, 바이러스, 멀웨 어, 스파이웨어 등을 싫어하지만 무감각해진 것처럼, 페이스북 이용자 들도 개인 정보의 보호에 민감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포기하고 수긍하 고 있다는 것을 알게 있다. 싫어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페이스북이 유 틸리티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페이스북은 앞으로 더욱 은밀 하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개인 정보를 공개할 것이다. 페이스북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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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를 들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바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몸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 합이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페이스북을 법적으로 정책적으로 규제하 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물론 시대에 따라 법과 정책도 변화하여 새로운 시대의 발전에 도움 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소셜 웹 유틸 리티는 물, 전기, 철도와 같은 수준에서 논의할 수 없다. 기존의 유틸리 티를 규제할 때 적용하는 원칙과 원리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웹 유틸 리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은 플랫폼이며, 이용자가 그것을 유틸리티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페이스북을 규제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기 업, 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서비스, 그 서비스의 공고화 鞏固化로 나타 나는 유틸리티를 규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용자 혁신까지도 규제 하게 된다. 따라서 플랫폼 제공자와 써드파티와의 관계, 이용자 혁신성에 대한 이해를 총괄하는 법제의 구상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 일을 정부에 맡기 는 일이 옳은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유 틸리티를 키워낸 인터넷의 열린 창조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Y2K 사태가 일어났을 때처럼 우리는 지레 겁을 먹고 오히려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규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과 고 민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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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앞에서 지적한 대로 웹 생태계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공존 시킬 수 있는 미래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시 한번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의 기원인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플랫 폼의 기본 정신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오늘날과 같은 상업성을 갖추기 전에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 공간이었음을, 그리고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자체적인 자정 작용과 이용자의 자발성과 혁신성에 의해 발전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 라서 페이스북 등 새롭게 등장하는 유틸리티에 대한 처방은 이용자들 이 협업하여 창조하고 운영하는 위키피디아에 있다. 그것은 웹상에 공 개된 간단한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집단협업을 통해서 개인 정보의 노 출에 대한 관리를 스스로 하는 새로운 사회적 의식망을 갖추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웹 생태계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공 존하게 하려는 노력은 하버드 로스쿨의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에 서 수행하는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에 관한 프로젝트, 허딕트Herdict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인터넷의 미
래,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는가》(78쪽 참조) 를 저술한 정 보법학자 조나단 지트레인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 문제의 핵심은 ‘노출’ 이 아니라 ‘관리’라고 말한다.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대로 집적회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크나이더의 법칙대로 싼값에 대량의 저장공간 을 확보하고, 저가 카메라와 RFID 등이 보급되면서 물리적 검색 가능 성이 극도로 높아진 오늘날의 현실에서 노출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 다. 따라서 본질적 문제는 노출이 아니라 노출된 정보를 ‘관리’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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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권리의 보호와 개선임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기업과 정부 어느 한 쪽에 의지하지 않고 인터넷의 사회성 을 지키면서 이용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여 소셜 웹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의식망을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다. 새로운 소셜 웹 기반 유틸리티 때문에 생기는 기회와 위기 속에서도 인터넷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대안은 이것이다. 허딕트 홈페이지
www.herdict.org
페이스북은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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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소셜 미디어를 의심한다
2009년 12월 1일. 인터넷의 모체인 미국 국방성의 방위고등연구계획 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은 4만 달러의 상금을 걸 고 ‘빨간 풍선 찾기’ 이벤트를 시행했다. 인터넷 탄생 40주년을 맞아 인 터넷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열린 이 이벤트에 전국에서 4천여 개의 팀이 참여해 경합을 벌였는데, 목표는 미국 전역에 설치된 10개의 빨간 풍선을 먼저 찾아내는 것. 주최측이 예측한 소요 시간은 9일이었으나 우승팀은 단 9시간 만에 해냈다. 기적을 만든 주인공은 인터넷 신화의 또 다른 산실인 MIT의 미디어랩 팀이었는데, 이들은 어떻게 해낸 것일 까? 비결은 단순했다. 웹 2.0으로 부활한 인터넷의 개방 그리고 공
MIT 천재들은 어떻게 빨간 풍선을 찾았을까 장영재 MIT 공학박사 (2010.03.26)
유의 정신을 살린 것이다. 그들은 빨간 풍선을 찾는데 도움을 준 모
biz.chosun.com/site/data/html_ dir/2010/03/26/20100326391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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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사람에게 보상할 수 있는 ‘가지치기’ 방식을 고안하여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알렸고, 그 결과 네티즌의 적극적 호응을 얻어 불과 9시간 만에 10개의 빨간 풍선을 모두 찾은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여 게임의 법칙을 바꿔 성공하는 사 례를 보고 우리는 감탄하고, 감동하고, 그리고 도전한다. 그러나 그 도 전이 분별없는 열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 이 있다. ‘4만 달러’와 ‘MIT’라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만 달러 라는 거액의 상금이 화제가 되어 많은 네티즌이 관심과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면, MIT라는 유력한 우승 후보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빨간 풍선 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것은 게임의 ‘법칙’이 바뀐 것이 아니라 게임의 ‘이름’만 바뀐 것일 수도 있다. 비견한 예로, 미국 항공우주국이 화성탐사를 위해서 인터넷 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화성 표면에 있는 크레이터를 찾아내고 화 성의 지도를 완성한 바 있다. 이것도 역시 유명한 NASA니까 가능한 이 야기다. 어디 시골의 천문대나 허름한 연구소에서 해낸 일이 아니다. 빨 간 풍선 찾기를 도운 트위터 팔로워들과 NASA의 화성탐사를 도운 네 티즌 자원봉사자들의 역할과 의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와 같은 전설과 신화를 만들어낸 사회적 ‘현실’ 역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립음악 음반 판매에서 인터넷 최 대 사이트인 CD Baby의 설립자인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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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How to start a movement Derek Sivers (2010.02) www.ted.com/talks/derek_ sivers_how_to_start_a_ movement.html
렉 시버스는 TED 포럼 강연 ‘어떻게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에서 변화 를 일으키는 핵심은 처음 그 무대 위에 올라서 미친 짓을 하는 리더가 아니라 그 미친 짓을 과감히 따라 하는 묵묵한 지지자라고 말했다. 왜 냐하면, 바로 그가 제3, 제4의 추종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 이다. 그 교훈을 지금의 이야기에 적용해보자. 집단지성의 신화? 그것이 기 존의 사회적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서 일어날 수 있는가? 우리는 그 안정 성의 중력을 벗어나서 달로 향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진공 상태에 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 본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127쪽 참조)의 저 TED: 소셜 미디어는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내는가 Clay Shirky (2009.06)
www.ted.com/talks/lang/kor/ clay_shirky_how_cellphones_ twitter_facebook_can_make_ hi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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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 클레이 셔키는 소셜 미디어가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그의 주장이었고, 2009년 TED 포럼에서 그가 한 강연 ‘소셜 미 디어는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내는가’의 논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클레 이 셔키가 살고 있는 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소셜 웹화된 뉴 욕이 아니라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는 중국 쓰촨 성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그 소식을 중국 관영통 신이나 외국의 언론을 넘어 실시간으로 전했던 트위터 시민기자들을 예로 들면서 소셜 미디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중국의 인터넷 ‘검열 만리장성’을 해체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동유럽 출신 언론인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그의 TED 강연에서 그것 은 ‘아이팟 민주주의’일 뿐이라고 말한다. 기술혁신이 ‘자동적’으로 사 TED: 인터넷은 오웰이 우려했던 바로 그것인가? Evgeny Morozov (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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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ed.com/talks/lang/kor/ evgeny_morozov_is_the_ internet_what_orwell_feared. html
회변화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폭탄 대신에 아이팟을 뿌린다 고 독재체제가 전복되고 민주혁명이 일어나는가? 오히려 제3 세계의 독 재정부가 인터넷 환경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 으로 시민을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불온 세력의 협력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고문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페 이스북의 친구만 확인하면 된다. 동조자를 알아내기 위해 감시하는 대 신에 트위터의 팔로워만 쳐다보면 된다. ‘중립적’인 소셜 미디어는 꼭 시민의 편에만, 변화를 원하는 쪽에만 서지 않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전문가인 클레이 셔키와 에브게니 모로조프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은 그들이 다른 사회 현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힘을 얻는 뉴욕과 그 변화가 묻히는 동유럽의 ‘사회 현실’ 속에 서 그들은 기술혁신이 불러 일으키는 ‘가능성’과 ‘한계’를 보고, 한 현 상의 다른 두 측면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찬반 논쟁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의 조명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해 서 오래된 것이 죽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래된 그것이 ‘안정성’으로서, 큰돈과 높은 이름으로서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 이 작금의 사회 현실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 에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빨간 풍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빨간 풍선을 찾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팀이 MIT의 미디어랩 팀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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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팀 중에는 유력한 팀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면 MIT 미디어랩 팀이 성공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들이 상금을 독점하 지 않고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해내고 실천했을 때 그 진정성, 비전, 공 유의 정신이 예상치 못했던 열린 창조성generativity을 창출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인터넷, 월드와이드웹, 이메일 등과 같은 킬러 어플 리케이션을 탄생시킨 정신이다. 이렇게 인간과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역동적 균형의 중요성은 소셜 미디어의 돌풍이 부는 오늘에도 유효하다. 저명한 언론학자 마샬 맥루 한이 말한 것처럼 ‘미디어는 메시지’이고(96쪽 참조) 새로운 언론 매체는 새로운 대화의 양식과 변화의 흐름을 만들지만, 우리는 그 미디어를 만 들어 낸 사회 현실을, 지역적 환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를 쓰고자 하는 자는 이 ‘우상’의 전지전능을 의 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거룩한 ‘도구’가 제공하지 못하는 비전과 철학, 그리고 전략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 를 넘어 알제리와 예멘으로 확산하고 있는 민주화 혁명을 그들의 적극 적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속 적 경제 발전과 향상된 삶의 질을 약속했지만, 사유화된 권력과 부패한 기업 문화로 응답한 아랍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더 설득력이 있을 까? 정확한 답은 그 둘 사이의 역동적 균형점에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 문제의 중심이 숨어 있다. 세상이 바뀐다면 혹은 바뀌지 않 는다면 그것은 소셜 미디어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주체 는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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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IT의 미래
스타벅스 커피가 싸다고 느껴지는가? 커피 한 잔의 값은 한 끼 밥값과 거의 비슷하므로 싸다고 느끼는 사 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비용 측면을 고려한다면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일시 유행fad을 넘어서 하나의 시대적 트렌드와 아이콘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 렵다. 스타벅스는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서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사람 들은 스타벅스에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새로 운 일을 도모한다. 과거에 흔히 서점이나 다방에서 만났던 것처럼 “어디 스타벅스에서 만나자”는 말은 일종의 관용어가 되고 있다. 도심의 길목 에 있는 스타벅스는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문화 는 하나의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탐앤탐스, 커피빈, 엔제리너스 등 스타벅스 유사업체들과 커피까지 판매하는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맥도널드 때문에 하워드 슐츠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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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 Schult가
건설한 스타벅스 제국은 전과 같이 독점적 지위는 유지하
지 못하겠지만, 그 전설만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30년 뒤에 스타벅스 자체는 몰락할 수 있어도 스타벅스가 만든 이 새 로운 커피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은 선택이 만드는 결과이지만, 문화는 습관이 만드는 정체성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 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스 타벅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대량 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을 이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미 국의 경영 컨설턴트 조셉 파인은 그 비밀을 《경험 경제학》에서 밝혔다. 커피 산업계에서 스타벅스는 4차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어, 커피콩의 가격이 2~3센트에 불과한 것은 그것이 1차 산 업에서 얻어지는 원료이기 때문이다. 이 커피콩을 캔으로 제조하면 조 금 더 값어치가 올라가는데, 이 작업은 2차 제조업에 속한다. 이번에는 커피 캔을 사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들어 대접하면 그 값어치가 다 시 조금 더 올라가며 이것이 3차 서비스 산업이다.
The Experience Economy Joseph Pine Harvard Business Press (1999.04) 체험의 경제학 제임스 H. 길모어, B. 조지프 파인 저 21세기북스 (2010.09)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637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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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커피 한 잔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 성되면 4차 산업이 된다. 이것이 바로 스타벅스다. 다시 말해 스타벅스 는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할리우드와 같은 문화 산업에 속해 있다. 아직 더 흥미로운 질문들이 남아 있다. 스타벅스 커피가 비싼 이유 가 4차 산업의 산물이기 때문이라면, 스타벅스가 문화 산업에 종사하 고 있기 때문이라면 그 문화 콘텐츠는 누가 만드는가? 할리우드 영화는 감독이 창조하고 영화사가 제작하고 유통사가 배급한다. 이에 비하면 스타벅스가 만들어내는 것은 없다. 그들은 단지 무대만 제공할 뿐이다. 스타벅스라는 무대 위에서 혼자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노트북을 사 용하면서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스타벅스가 아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스타벅스가 비싼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험 때문이 아니라 그 경험 위에 우리가 덧입히는 개인적인 문화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비싼 것은 우리가 연기하는 무대를 그들이 제공하기 때문이요, 커피 값에 그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경험에, 문화에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배 가 불렀기 때문일까? 지난 수 세기 동안 팽창한 인류의 부 때문인가? 아 니다. 씨앗 없이 싹이 날 리는 없다. 그 이유는 성경에 쓰여 있는 것처럼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거를, 자기 자신을 통계 수치가 아니라 이야기로 기억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 에 열광하고 몰입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타벅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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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아니라 이야기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커피 산업의 혁명을 지금까지 설명한 디지털 혁명에 적용하면 혁 명의 방향성이 보인다. 하드웨어 생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넘어온 것이 ‘PC 혁명’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콘텐츠 생산으로 넘어온 것이 ‘닷컴’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IT는 콘텐츠 생산에서 어디로 갈 것 인가? 웹 2.0, 모바일 혁명, 태블릿 혁명 등 다양한 논의만 무성할 뿐 우 리가 어디로 가는지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스타벅스 이야기를 잘 생 각해보자. 스타벅스든 IT든 그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이 변화의 중심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가 가는 곳이 조금씩 보 이기 시작한다. 스타벅스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아니다.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이용자다. 이 용자의 이야기가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이야기가 디지털 혁 명의 미래가 될 것이다. 요즘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들이 뜨 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식과 정보는 그냥 지식과 정보일 뿐이지만, 친밀 한 관계 속에서 거래되는 지식과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 특별한 지식과 정보가 된다. 지식 경제만으로는, 정보화 사회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 지식 경제와 정보화 사회가 필요하 다. 예를 들어 보자. 2010년 초 구글이 내놓은 트위터의 아류에 해당하 는 구글 버즈Google Buzz는 참으로 구글답지 않은 서비스였다. 여기서 구글답다고 하는 것은 신중함이다. 구글은 지메일Gmail에서 보여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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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이 단계적으로 내부와 외부의 테스 트를 통해서 검증된, 엄선된 서비스를
구글이 구글버즈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버섯돌이 (2010.02.23)
선보여왔다. 그러나 구글 버즈는 기존 서비스인 지메일에 통합되어 바로 정
www.bloter.net/archives/26176
식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한 마디로 매우 급했다. 검색 지존이라 불리는 구글이 왜 불안을 느끼는가. 검색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광고 제국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IT 전문지 테크크런 치가 웹상의 콘텐츠 공유, 배포 서비스인 기그야Gigya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로는, 2010년 2월 기준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서 지 식과 정보를 찾는 흐름이 73%나 된다. 구글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지식과 정보를 기계적으로 찾아주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특별한 이 야기를 원한다. 한 송이의 장미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장 미꽃, 그리고 그가 장미꽃을 통해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 은 것이다. 그 까닭에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이 소셜 네트워킹 ‘문화’ 기업인 트위터, 페이스북과의 경쟁에 긴장하는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가 디지털 혁명에서, 그 혁명의 핵심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사실 이것은 디 지털 혁명이 아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용자 가치 혁 명’이다. 사실 이것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아니다. 소셜 네트워킹 ‘문화’다. 이것이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혁명’의 정체다. 그것은 웹과 사회가 하나된 시대의 정신, ‘소셜웹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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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소셜 네트워킹 문화가 주도하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을까? 해답은 이 디지털 혁명 속 에서 역으로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과 초점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인간을 중심에 놓는 것이다. 1999년 프랑스에서 논픽션 베스트셀러였던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알려주는 교훈처럼, ‘빠름’의 시대
에는 오히려 ‘느림’에 대한 필요가 증가한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새로움’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佛家의 도에 따르면 인간은 재물욕, 색욕, 명 예욕, 식욕, 수면욕의 오욕五慾과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七 情을
가진 존재다. 그리고 쉽게 싫증과 짜증을 내는 존재다. 그것이 인
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디지털 혁명의 주역이라면, 한쪽에 치우친 삶의 방 식은 그 반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욕망과 필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역 사를 돌이켜 봐도 도덕적으로 가장 엄격했던 빅토리아 시대가 문화적 으로는 가장 분방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썼던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도리안 그레이의 초 상》을 썼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활약했다. 주나라 황실의 법통 이 무너졌던 춘추전국 시대에 제자백가 諸子百家가 일어나고 오늘날 동 양의 대표 사상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도 독재정권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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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심하던 시대에 사상적, 문학적으로는 가장 도발적인 실험이 만 발했다. 김지하가 《오적五賊》을 쓰고, 김승옥이 《무진기행》을 발표하고, 그리고 김민기가 ‘아침이슬’을 부르던 시대가 그때였다. 그 마로니에 공 원에는 최루탄과 화염병뿐만이 아니라 시가 있었고 음악이 있었다. 따라서 디지털 혁명의 미래는 ‘디지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그것은 아날로그일 것이다. 신석기, 구석기에서부터 시작된, 돌을 다루 고 쓰는 문화에서부터 시작된 기계 문명이 이제 ‘반전’을 원한다. 한없 이 신을 향해 다가가려 했던 중세가 끝나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던 르네상스가 일어났던 것처럼, 더 나은 기계 문명을 일으키려 했 던 산업혁명이 마무리된 후에 일어나는 디지털 혁명은 기계가 아닌 인 간이 중심이 되어 가치와 의미 중심의 사회를 복원하고자 노력할 것이 다.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기계를 원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체온에 가까운 따뜻한 기술을 원한다. 이렇게 이용자 가치에 중점을 두는 방향성을, 애플 컴퓨터의 공동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디자인과 공학, 그리고 경영을 융합한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도날드 노만이 《미래 세상의 디자인》에서 정리 한 바 있다. 인간의 행동은 결코 ‘오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도구가 아니라 주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기계가 사용하기 불편하 다고 한다면 그 책임은 인간에게 있는 게 아니라 그 기계에, 그 기계의 잘못된 디자인에 있다. 이용자 가치 혁명이란 이런 것이다. 시민이 정치적 참여를 요구하고, 기업가가 경제 활동을 주장하듯이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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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단순 한 기능을 넘어서 감성을, 지식을 넘어서 관계를, 정보를 넘어서 문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암암리에 유포된 ‘이용자 가치 혁명 선 언문’이라면 지금은 다시 한 번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로운 기술에, 비즈니스에, 사회 적인 조직과 질서에 담아야 할 때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경쟁 우위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 지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사라지더라도 삶의 소소한 정과 감동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꿈은 디지털 같지 않은 디지털에, 온라인에 머물지 않는 IT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미래를 꿈 꾼다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기준 이 되어야 한다.
The Design of Future Things Donald A. Norman Basic Books (2009.05) 미래 세상의 디자인 도날드 노만 지음 학지사 (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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