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횡단 스무날 "얘들아, 생각보다 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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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얘들아, 생각보다 작지? 지

이 : 임희경

기획 및 편집 : 임희경 전자도서출판 : eBookCore 이메일 : hk7024@gmail.com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하며,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 용하려면 저작권자과 전자도서출판 eBookCore의 서면동 의를 받아야 합니다. i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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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cross-country trip! !

3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과 우리 두 딸

사빈이( 12살), 채빈이( 9살)에게 줄 좋은 선물이 무얼까하는 생각을 하다 자 연스레 ‘여행’을 떠올렸다. 그동안 학과수업과 공부로 많이 여행하지 못했 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 물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더하고, 미국이라는 광활한 나라가 주는 아 름다움을 평생 추억하고 싶은 바램이 있었다. 이런 많은 이유들이 내 모험 심을 부추겼다. 공부하는 동안 짬짬히 갔던 캠핑과 여행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의 자신감도 붙어 있던 터였다.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여행’으로 시작 했던 작은 불씨같은 바램이, 나의 충동적인 추진력과 맞붙어, 미국을 떠나 며 남길 추억으로 ‘대륙횡단 여행’을 선택했다. 우리 두 딸은 뭣도 모르고 좋 아했다. !

한국으로 출국하는 2014년 7월 23일자 비행기표를 4월에 예약해 놓고

서, 5월 졸업시험이 끝나자마자, 귀국준비와 함께 여행계획을 세웠다. 처음 계획은 왕복여행이 아니었다. 편도자동차여행으로 서부에서 7월 3일 출발 한 뒤, 20일간 미국북부와 동부 등지로 자동차편도여행을 떠나, 돌아올 때 는 워싱턴 DC에서 LA로 항공편을 이용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다, 왕복 자 동차여행으로 급조정되어 최종안은 킹스캐년, 옐로우스톤, 그랜드캐년, 세 도나, 조슈아 트리 등의 5개의 국립공원, 시카고, 뉴욕, 워싱턴 DC 등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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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세 곳과 하버드, 예일, 브라운 등 동부의 IVY리그 등의 굵직한 코스가 정해졌다. !

미국은 여행을 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 거의 완벽하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캠핑이나 트레일러, 캐빈 등의 오

두막부터 Inn, motel, hotel 등 여행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로 선택할 수 있는 숙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대도 시 좋은 등급의 호텔에 머무르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고 가격도 많이 할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중소 도시나 시골 등을 지날 때는 미리 예약해서 숙소를 정할 필요가 없다. 내 경우 Yellowstone국립공원의 캠프장 은 떠나기 바로 전에 운 좋게 예약했고, 뉴욕에 지인집에 머무를 때를 제외하고, 미리 숙소를 정해 놓은 곳은 없었 다. 모든 숙소예약은 당일 목적지 도착 3-4시간 전쯤 결정했다. 보통, 점심을 먹을 때, 저녁에 묵을 숙소를 2-3군데 봐두었다가,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그 중 한 곳을 정해 전화 예약으로 숙소를 정했다. 대부분 사전예약으로 카드 결제를 요구했다. 현금을 낸다고 해도 우선 카드결제를 해놓고, 도착 후 바꾸어야 했다. 국립공원같은 곳을 지날 때는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캠핑장에 머물렀고, 캠핑장의 하루 이용료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30선이었다. 또, 풍경이 좋은 곳을 지날 때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있는 KOA(Kampground of America: http://koa.com/ )에서 잤다. KOA는 tent, cabin, trailer, RV site 등의 용도에 맞는 자리들을 30불에서 70불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샤워, 세탁실, 수영장 등의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어 편하다. KOA 앱을 설치하면, KOA가 있는 지역을 쉽게 찾고, 예약하기 편하므로, 여행 전 미리 설치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

이번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도 캠핑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항상 지인들과 함께 했었기에 모든 장비를 다 갖

추고 가진 않았었다. 그래서, 예행연습 겸 강과 산과 사막지대를 택해 우리가 모두 준비해 가는 사전 캠핑을 했다. 두 딸들에게 침낭 및 짐정리, 텐트 치기, 불피는 법을 가르쳤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간단한 안전수칙 등을 가르쳤 다. 덕분에,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겠지만, 텐트부터 호텔까지 상황에 따라 골라자는 자유를 누릴 수 있 었다. !!

출발 전 여행관련 책도 많이 읽고, 자료도 많이 모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가고싶은 곳이 수시로 바뀌었다..

결국, 여행 삼사일 전의 계획이 최종안이 되버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행 수단인 ‘차량’ 조차 떠나기 일주일 전 결정되었다. 원래 갈 때는 서부에서 동부까지 자동차로 갔다 동부에서 차를 팔고, 돌아올 때는 비행기로 와서 출국할 예정이어서, 뉴욕에 있는 차량매입 에이전트까지 섭외를 마쳐 놓았었다. 그러다, 여행 떠나기 일주일 전 , 지인의 소개로 내 차를 꼭 사고싶다는 딜러분을 만나게 되었다. 계약금을 주시고 여행마친 후의 감가상각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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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뒤 나머지잔금을 받기로 하는 조건이었다. 대륙왕복의 부담이 있긴 했지만, 너무나 달콤한 조건에, 그 자리에 서 계약금을 받아나왔다. 자동차왕복여행으로 급조정하게 된 것이다. 나오자마자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친구에 게 전화했더니, 절대 안되다 난리를 쳤다. 힘들고, 위험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그 이후 입을 닫아버렸다. 심지어, 남편에게도 여행 끝난 후 알렸다. 사람들의 걱정과 예측이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갈 때는 Yosemite지류에 있는 Kings Canyon 국립공원, Yellowstone 국립공원, Mt. Rushmore 등의 북쪽 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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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를 지나, 시카고 도착, 그 다음 동부 New York에서 IVY League 돌고, 그 다음 워싱턴 디씨를 마지막으로 동부 를 찍고, 남쪽 40번 하이웨이를 타고 테네시와 텍사스를 지나 Sedona, Grand Canyon National Park에 들르고, 마 지막으로 Joshua Tree National Park를 본 뒤, 서부로 돌아오는 코스! 코스 중 Kings Canyon National Park와 New York에서는 지인들과 합류하는 일정이었고, 워싱턴 D.C와 테네시를 지나면서, 일정에는 없었으나 너무도 반가운 지인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

예상했던 대로, 뜻밖의 사건이나 일들로 일부 여정들이 조금씩 조정되었지만, 처음에 짰던 큰 윤곽이 바뀌

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알차고 값진 20일간의 여행이었다. 나의 조수겸, 친구 역할을 근사하게 해낸 사빈과 채빈, 우리 두 딸들이 여행 중 가장 큰 힘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외, 여행 전 틈틈히 다녔던 우리의 캠핑 경험 과, 여행 내내 한 끼도 거르지 않고 간식까지 챙겨먹고 다닌 밥심, 하루하루 새로운 도시와 풍경을 보는 기쁨과 설 레임은 왕복 8,000 mile를 오고가는 내내 내게 큰 활력과 에너지를 주었다. 끝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 지만, 두 딸을 데리고 가는 대륙횡단여행에 손들어 준 우리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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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Chapter 1 !

여행계획

Chapter 2 !

예행연습

Chapter 3 !

갑작스러운 변경

Chapter 4 !

D-day 이틀

Chapter 5 !

D-day 하루

Chapter 6 !

Kings Canyon

Chapter 7 !

Elko, Nevada

Chapter 8 !

Yellowstone National Park

Chapter 9 !

Mt. Rushmore

Chapter 10 ! Minnesota Chapter 11 !

Chicago

Chapter 12 ! Allentown Chapter 13 !

New York

Chapter 14 ! IVY League Chapter 15

Washington D.C & Tennesse

Chapter 16

Sedona

Chapter 17 ! Grand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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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

Joshua Tree National Park

Chapter 19

돌아온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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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

드디어 다음 주가 졸업시험이다. 졸업식은 6월 15일, 출국은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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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전 6:19 비행기! 티켓팅을 방금 끝냈다.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마 음이 울컥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설레임과 지난 3년간 정든 친구들과 지 인들을 남겨두고, 나의 보금자리였던 South Pasadena를 떠난다는 슬픔에 희비가 교차한다. !

어쨌든, 미국을 떠나는 이별여행일 수도 있고, 한국에서의 새로운 적

응을 위한 시작여행과도 같은 이 20일 간의 여행을 우리 두 딸과 나 이렇게

2014년 5월 10일

셋이 떠나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남편은 일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함께 여 행할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여러모로 물색해 보았지만, 20일 동안 하던 일 을 내려놓고 나설 동반자들을 찾는 건 예상대로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막 상 함께 가고 싶다는 한두 명의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서로의 상황을 맞추 어야하는 골치아픈 과정과 이런저런 예상되는 불편함들이 여지없이 드러 나며, 그냥 마음을 다잡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버렸다. 미국대륙횡단여행의 멤버는 세 명으로 정해졌다. 12살 전사빈, 9살 전채빈, 나! 그리고 지난 3년 나의 든든한 애마였던 Camry! 대신, Camry는 NewYork에 판매를 예약해 놓 은 딜러샵 (+1-800-671-8042)에서 팔고, 올 때는 우리 셋이 LA까지 날아오겠 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넷이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New York 까지 2,779 miles 이고, 41시간이 걸 린다고 나온다. 하루 5시간 운전을 가정했을 때, 8일쯤 걸리는 거리다. 보통, 자동차대륙횡단코스는 북부, 중부, 남부코스로 나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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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행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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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계획을 세워 놓고, 거진 두 달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졸

업시험이 5월 20일 끝나자마자, 우리 큰 딸 졸업식(6월 10일)과 내 졸업식(6 월 15일) 준비로 정신없었다. 여기선 졸업식이 정말 큰 행사다. 졸업식 전에 있는 사진 촬영들, 여러 파티와 모임, 초대장 보내기, 졸업식 리허설, 졸업식 당일행사,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지인들과의 파티. 그런 졸업 당사자들 이 둘이나 있었다.우리 딸과 나의 스케줄이 서로 겹치지 않고, 진행된 건 정 말 행운이다. ! !

처음 계획으로는 산, 사막, 바다, 호수를 택해 4주 연속 사전예행 캠핑

을 떠나려 계획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나지 않았다. 뺄 수 있는 유리한 주말은 5월 셋째, 넷째 주! 어쨌든 결론이 나왔다. 2주 동안 2박 3일로 캠핑 을 가면서, 하루마다 장소를 바꾸면, 두 장소에서 캠핑한거나 다름 없지 않 은가? 그래서, 정확히 산, 사막, 바다, 호수 네 군데의 캠핑장을 택해 셋째주, 넷째주에 그 모두를 거치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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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주 5월 23일 금요일에 떠나는 캠핑은 학부에서 친하게 지냈던 Michelle, 그리고 Zack과 함께 가기로 했

다. 캘리포니아 남서부쯤의 산악 지대 옆에 있는 Lake Henshaw 에서 1박 하고, 다음날 Anza-Borrego Desert State Park (200 Palm Canyon Dr, Borrego Springs, CA 92004)라는 사막에서 1박 하는 일정이었다. 이 캠핑으로 예행연 습을 톡톡히 치루었다. 23일 Long Beach Language center에서 ESL학생들을 가르치는 Zack의 금요일 오전수업때 문에 두 시에 떠났다. Zack의 차는 트럭인데, 진돗개 Piglet과 함께 선두에 가고, 우리는 미셀과 두 딸 모두 넷이 캠 리를 타고 뒤에서 따라갔다. 네 시가 되어 거의 도착했다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Lake Henshaw 근처의 산자락을 올라가는데, 구불구불한 시야마다 나오는 풍경에 매료되어 그만, 앞에 가던 Zack의 트럭을 놓쳐 버렸다. 잠시 후, 휴대폰의 통화 세기를 알려주는 다섯 막대의 눈금이 하나씩 없어지더니, x표시의 통화불능 상태가 되었다. 할 수 없이, 네비게이션을 보며 올라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산 길이 좁아지더니, 막다른 길이 나왔다. 네비게이션이 캠 프장을 못 찾는 것이다. 지나는 차들도 없고, 날은 금세 어두워졌다. 다행히 수첩에 그려 놓은 Lake Henshaw의 간 략한 지형이 있었다. 그림을 천천히 확인하며, 왔던 길을 두어번 왔다 갔다 한 거 같다. 정말 입구처럼 생기지 않은 곳에 길이 있었고, 깊숙이 ‘Lake henshaw’란 조그만 싸인이 보였다. 이러니, 지나쳤던 거다. 네비게이션은 거의 100m 정도의 오차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외딴 산악지형에서 군사적인 이유로 네비게이션에 일부러 오차를 넣는 다는 얘기를 친구 남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바로 이런 건가보다. 다시 한번, 지도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의 오차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확인하게 되었다. 기쁨도 잠시, 이 곳은 내가 가봤던 곳들과 달리, 예약을 했어도,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맘대로 정하는 캠핑장이었다(First serve, first come camping ground). 30 분 넘게 Zack을 찾아 캠핑장을 훑다가 반갑게도 낮익은 트럭을 찾았다. Zack이 멍하니 앉아 우리 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우... 늦은 시간이었지만, 서둘러 바베큐를 준비했고, 자기 직전까지 준비해간 2kg의 고기 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한 것도 없이 피곤한 밤이었다. 텐트를 치자마다, 모두 골아 떨어졌다. 다음 날, 사막으 로 가는 날이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하고 7시쯤 Anza-Borrego Desert State Park을 향해 떠났 다. 이 역시 쉽지 않은 코스였다. Lake henshaw에서 한 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여서 방심을 한 것이다. 8시가 되어 도착한 목적지는 드넓은 사막이었다. 분명히 방향도 맞았는데, 우리가 도착한 곳에, 캠핑장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안내센터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이 유일하게 서 있었는데, 10시나 되야 문을 연다 써 있고, 우리가 가기로 한 캠핑장은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광활한 사막 그 자체였다. 이 제 아침 8시가 조금 넘었는데, 타는듯한 사막의 열기에 벌써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네비게이션이 캠핑장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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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지 못한거다. 왜일까? 나중에 이유를 알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할 때, 도시를 잘못 선택한 거였다. 친구 에게 전화를 해서 Anza-Borrego의 주소를 확인해 보니, Borrego Springs라는 도시를 지정했어야만한 거였다. 왜 그 랬을까? 내가 지도상의 Anza-Borrego를 보고 위치상 목적지를 샌디에고라고 네비게이션에 지정한 것이었다. 주 소를 써올 때, 도시와 Zip Code (우편번호) 까지 정확히 쓰는 습관을 길러야했다. 가령, 강원도에 가면 교동이라는 곳이 속초에도 있고 강릉에도 있는 것처럼, 미국도 같은 지명이 매우 많다. 가령 Garfield Ave란 곳은 정말 흔한 거 리 주소인데, 도시를 잘못 선택하고서 Garfield Ave를 설정하면, 엉뚱한 곳에 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초행길에 네 비게이션을 사용할 때는, 가급적 도시부터 거리나 도로 번지수까지 확인하면서 본인이 입력한 주소를 중복확인 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다. 내 네비게이션은 Tom&Tom제품으로 Zip code를 중요하지 않지만, Garmin과 같은 다 른 제품은 Zip code까지 정확히 적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Anza-Borrego주소를 적을 때, 도시 이름을 안다 고 착각하고서, 맨 앞 거리명 주소만 수첩에 적어놓아, 네비게이션상의 엉뚱한 도시에서 Anza-Borrego를 찾은 셈 이다. 결국, 다시 찾아간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이글거리는 사막의 Self-camping장이었다. 무인시 스템이어서, 코인을 넣고 안내지를 받아 들어갔다. 하긴, 누가 거기서 근무하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가 막 힌 불더위를 처음으로 경험하니 얼떨떨했다. 천막을 조금만 벗어나도 머리에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 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Zack이 말하는 사막의 아름다움이 과연 뭘까? 따라온 Michelle의 표정도 나쁘지는 않 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안 따라왔을 거라고 불평했으면 내가 얼마나 미안했을까? 그래서, 난 이 친구들이 좋다. 그 래, 그냥 사막을 즐기자! 하지만, 도대체가 생소한 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즐겨야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속마음으 로는 빨리 도망가고 싶었지만, 가장 명랑한 모드를 가장하며, 1시간 30분 정도 진행하는 사막투어프로그램을 들었 다. Zack의 애완견 Piglet 이 아니었으면, 우리 두 딸들은 진작에 두팔 두발 다 뻗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개를 좋 아하는 우리 애들은 Piglet이 더위 먹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수시로 물을 떠다가 털을 적셔주느라 한시간 반의 투 어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투어가 끝나자마자 비상사태발생! 혀를 바닥까지 늘어뜨린 Piglet이 더위를 먹은 것이다. 축 늘어진 게 심상치 않아, Zack이 급히 떠나는 것으로 사막캠핑이 마무리되었다. ! !

그 다음 주 5월 30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2박 3일의 캠핑여행은 Malibu Creek State Park Camping

ground와 우리가 캘리포니아에 머물동안 제일 즐겨찾았던 Lake Casitas Camping ground에서 하기로 했다. Malibu는 우리 셋이만 떠났다. 거기서 1박하고, 그 다음날인 31일 토요일, 친구 Erica가족이 있는 Lake Casitas로 옮겨가 는 계획이었다. !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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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ibu의 캠핑장을 찾아갔을 때도 Lake Henshaw에 갔을 때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네비게이션에서 보이는 목적지가 50m 정도의 오차를 보인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좀 더 침착하게 찾아 들어갔다. 바다를 제일 좋아하는 우리 딸들이다. 짐만 얼른 내려놓고 Malibu바닷가로 향했다. 바로 바닷가가 있을 줄 알았던 건 우리의 착각.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야 Malibu북쪽끝자락 바닷가에 닿을 수 있었다. 도착한 Malibu바다에는 바로 앞 주택에서 나온 듯한 동네 아이들이 정겹게 놀고 있었 다. 그 모습이 평화롭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기가 무섭게, 수영복도 안 입은 우리 애들이 그 속에 있었다. 타월이 없다. 항상 있는 일이지만, 언제나 당황스럽다. 또, 항상 당황하면서도 처음 겪는 엄마처럼 준비 안하는 나는 뭔가? 바다나 물만 보면 안 나오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다음날 아침, Malibu Creek에 있는 계곡 Trail 코스를 두 시간 정도 돌다가 Lake Casitas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Erica가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Erica는 여고동창이다. 미국오기 전부터, 우리가 살집도 구해놓고, 공항에 마중나와 내가 이사가기까지, 미국살이 교육을 철저히 시킨,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다. 사실, 그 때는 몰랐다. 그런데, 막상 생활해보니, 미국살면서, 신용보증 서가며, 친구집을 렌트해준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였다. 그 뿐인가? 차와 중 고살림 사러다닐 때도 함께 픽업하러 다녔다. 세탁기 사던 날 Erica의 무서운 얼굴은 지금도 서늘하다. 이게 Erica의 매력이다. 할 거 다해 주고, 화도 똑같이 내는 거! 이래서 어릴 적 친구가 좋다. 그날 저녁, 캠프파이어와 Erica 신랑이 해준 아르헨티나식 바베큐를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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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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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예행연습차 갔던 캠프를 끝으로 주말 주중 할 것 없이 정말 바

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학교 Open House (학기를 끝내면서 그동안 아이들 이 공부했던 모든 활동과 작품들을 공개하는 주)가 있었고, 한국 가기 전 친 지들의선물 준비와 부탁받은 물건구입으로 두어차례 아울렛을 다녀오고, 둘째 딸이 2년 동안 키운 금붕어 ‘금붕이’와 어항을 지인한테 전달하는 대작 업과 딸아이 친구들의 생일파티&송별파티가 있었고, 은행 계좌 등을 비롯 한 각종 고지서들을 정리하고, 지난 주인 6월 20일 금요일 드디어 한국으로 악기와 책, 그릇 등의 짐들을 보냈다. 범양해운을 이용했고, $140불이 들었 지만, 짐을 부치고나니 나름 뿌듯했다. 20개 넘는 박스들을 싫어하는 부피 계산까지 해가며 빈틈없이 채웠더니, 예상보다 예닐곱 박스는 상자가 덜 나 왔기 때문이다. 가령, 디지털피아노다리 틈까지 짐을 채워 넣었다. 통기타 를 이불에 감싸고, 남는 공간에 베개를 두개나 넣고, 피아노 뒤쪽에는 우리 두 애들이 꼭 갖고 가겠다는 Wake Board 두 개를 붙이는 식이었다. 워낙 아 침부터 짐싸는 걸 열심히 도왔기에, 아저씨는 흔쾌히 박스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시켜 주셨다. 이제, 가구를 포함한 나머지 짐들을 정리하는 것만 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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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일 모레인 28일 토요일 Yard Sale로 다 처리할 것이다. 며칠 전 Yard Sale광고를 Missy USA, Radio Korea, Craiglist에 내놓은 상태다. 그리고, 29일 일요일은 떠나기 전 대청소를 계획하고 있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지냈건만, 신기한건 아직까진 이런 스케줄들이 모두 겹치지 않고, 퍼즐조각 맞아떨어지듯 맞추어졌다는 것이다. ! !

물론, 그 사이 큰 일이 있긴 했다. 큰 여행 변수가 두 개나 생긴 거다. 다행히 모두 좋은 쪽으로! 5월과 지난 달

에 생각보다 지출이 많아 여행경비가 더 빠듯해져서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 두 변수로 신랑한테 송금부탁할 필요 없이, 여행경비가 단박에 해결된 것이다. ! !

첫번 째 행운의 변수는 3월부터한국과 미국의 몇 개 여행과 유학, 그리고 생활광고 관련 싸이트에 Trans-

fer광고(살림 포함해서 살고 있는 아파트를 넘기는 광고)를 냈었다. 그리고, 6월 초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우연의 일치랄까? 내가 다녔던 California State University의 음악학부 대학원과정에 있는 Jenny라는 한국유학생에게 연락 이 왔다. 만나자마자 금방 친해진 친구다. 당연히, 쉽게 거래가 되었다. 우리 아파트 매니저한테는 내 친구라 소개 했고, 얘기가 잘 되어서 6월 30일 날짜로 아파트와 큰 살림살이들을 넘겨주기로 했다. 미국 떠날 때,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귀국살림 정리였다. 정말 하늘도 나의 여행을 돕는 것 같다. 덕분에, 살림살이값 $1,000외에, 이사 후 한 참 뒤에나 이것 저것 제하고 받게 되는 보증금도 미리 받아 페인트값을 제하고, 이 달 말에 $1,900이 생기게 되었 다. ! !

그 다음의 하이라이트 변수! 오늘 낮, 여행의 큰 그림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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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편도로 갔다 비행기로 오는 여행’에서, ‘자동차왕복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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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큰 애 친구 엄마한테 자동차 살 사람 있음 소개해 달란 부탁을 해놓았었는데, 그 엄마가 소개해 준

‘최영수렌트카’란 자동차딜러분한테 연락이 와서, 오늘 만났다. 한인타운에 있는 ‘한스정비소’에서 두달 전 정비를 모두 마친 차라 하니, 마침 그분이 거래하는 곳이라며, 바로 계약하고 여행갔다와서 차를 넘기란다. 지금이 성수 기라 차 필요한 사람이 많나보다. 대신, 왕복 여행으로 6,000 mile이상이 추가될 예정이므로 차매매가격은 돌아와 서 받는 돈이 $700 내려가는 거였지만, 나로서는 편한 거래였다. 물론, 동부에 내 차를 팔 딜러를 미리 섭외해 놓았 지만, 아무래도 여행 중 차를 파는게 부담스럽고 성가신 일인 건 분명했다. 계약금 $1,000을 받으면 둘러볼 여행지 가 또 늘겠단 생각에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집에 오니,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이제 혼자 6,000 - 7,000마일을 달려 야 한다. 꽤 한참 스스로에게 쇄뇌교육을 시켰다. ‘정든 차를 먼 동부에서 팔 수 없다.’ ‘두달 전 타이어교체를 포함 13


해서 정비하느라 $1,300이 들었지 않은가? 정비를 완전히 마친 내 차를 믿자.’ 등의 타당한 이유 두 개를 골라 되뇌 었다! 내가 단순하고, 자기합리화에 능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다시, 용기가 생겼다. 그래, 할 수 있어! 그리 고, 다 합해 $3,000 이나 늘어나 두둑해진 여행경비만 생각났다. 이제 겁은 안나고, 오히려 마음이 부풀어 날아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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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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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6월 2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Yard Sale을 마치고, 둘째 채빈이 친구들과 송별파티를 가려는데, 누군가 내 차 왼쪽 상단 펜더를 긁고 간거다. 함께 Yard Sale을 했던 Zack이 차가 긁힌 위치로 보아 큰 트럭이라고 말했고, 또 함께 했던 큰 애 친구 엄마 Sandi는 아까 큰 트럭이 나가면서 우리를 유심히 보며 가길래, 이상하게 생각했단 다.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오늘 AT&T 차가 인터넷연결때문에 왔었다고 했 다. 일단, 경찰에 신고는 했다. 하지만, 허둥대고 황당하고 열오르던 한 시간

2014년 7월 1일 화요일

정도가 지나며, 내린 결론은 ‘그냥 덮자’ 였다. 미국경찰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빨리 해결을 해줄까? 내일 모레면 여행을 떠나는 마당이고, 계속 미루다 드디어 잡은 둘째 딸의송별파티가 5시에 있다. 낼 모레 떠나니, 미룰 수도 없는 파티다. 그것도 우리 아파트 앞에서 모여가는 거라, 벌써부 터 애들은 도착했고, 그 부모들이 내 차를 보고 오히려 나보다 더 당황해 했 다. 그 상황에 경찰이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동안의 행운 이 이걸로 평등법칙을 만드는가보다 하며, 그냥 송별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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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자동차공업사에 가니, $300견적에 3-4일이 걸린단다. 여행일정에 빠듯한 일로 마음 조이고 싶지 않

아, 바로 딜러분을 만나러 갔다. 보여드리니, 나중에 받을 차값에서 $500정도를 빼시겠단다. 에휴~~! 감사했다. 이 렇게 사건 하나 급마무리! ! !

그리고, 내 아파트로 이사올 Jenny가 원래 30일날 이사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 이틀 정도가 붕 뜨

게 되었단다. 바로 들어와도 상관 없다했고, Jenny는 6월 29일 하루 일찍 우리집에 들어왔다. 대신 나도 원래 30일 이사 후 여행 전까지, LA에 있는 Erica집이나, 동네 지인집에서 이틀 머물기로 한 계획을 수정해서 그냥 여기 있다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3년동안 정든 집에 이틀 더 머문다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

7월 1일 오늘 본격적으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장거리여행에서 짐은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게다가, 내 차는

도요다 ‘캠리’ 세단이어서, 짐도 많이 실을 수는 없다. 캠핑장비부터 실었다. 주요 캠핑장비는 미국 도착한 첫 해, 일찌감치 http://www.craigslist.org 를 통해 저렴하게 장만해 놓았다. 텐트는 $20, 침낭은 3개에 $15, 캠핑의자 3개에 $15 해서 모두 $50에 구입하기 위해, 중고싸이트를 하루종일 검색하고, 동선을 짠 뒤, 시간 맞춰 픽업하러 갔었다. 3년 전 처음 미국에 와서 대학원 학부과정 들어가기 전, 시간도 많고 한가했을 때 일이다. 당연히, 새로운 환경에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고, 미국식 중고물품거래문화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지금은 거져 준다 해도 갈 시간이 없지 만, 그날 그날 올라온 신기한 중고물품들을 보며 하루종일 검색한 날도 많았다. 그 다음으로, 간이담요, 아이스박 스, 부르스타, 랜턴, 일회용품, 물통, 10L짜리 아이스박스, 식기류 등을 챙기고 비상상비약(멀미약, 밴디지, 연고, 설사약), 벌레쫒는 약, 썬블락, 의류(겨울점퍼, 그 외 옷은 딱 두세벌만) , 신발은 운동화와 flip-flop 각각 한 켤레씩, 수영복, 타월2개, 라면 등의 필수품을 챙겼다. 가급적 그때 그때 사서 쓰는 방향으로 정하고 최소한의 짐을 준비했 다. ! !

야호! 조금 전 혹시 하고 들어갔던 Yellowstone 국립공원 내 Bridge Lodge라는 Camping ground 자리를 잡았

다. 7월 5일부터 6일까지 2박 예약에 성공했다. 사실, Yellowstone내 캠핑장은 일년에 오픈하는 기간도 얼마되지 않 고, 보존을 위해 2014년을 마지막으로 몇년 간의 휴면상태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었다. 미리 예약하지 못한 상태에 서 캠핑을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그저, 취소하는 사람들이 생기길 기다릴 뿐이었다. 안되면, 그냥 근처에 KOA, Hotel, Motel&Inn 등에서 방이 나는대로 잘 생각이었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5-6일 날짜로 딱 한 군데가 비어 있었 다. 하루에 $25, 이틀에 총 $50 로 얼른 예약을 마쳤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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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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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떠난다. Kings Canyon에서 만나기로 한 Elisa네는 오늘

새벽 미리 떠났다. 남편휴가가 일요일까지여서, 교회구역 식구들과는 3박 4일 캠핑을 하기로 했는데,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Cedar Grove Lodge 캠 핑장소를 맡아놓으려고 선발대로 미리 떠나는 거란다. 그래서, 나도 첫 일 정을 Yosemite대신 Kings Canyon으로 바꾸었다. 큰 애와 동갑인 Elisa는 우 리와 같은 아파트 3층에 살았는데, Elisa네가 작년 우리 교회에 다니면서부

2014년 7월 2일 수요일

터 친하게 지낸 가족이다. 물놀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두 딸들과 그집 두 남매 Elisa와 Iaan은 놀이코드가 잘 맞고, 어디든 쉽게 떠나는 나와 Elisa엄마의 취향도 잘 맞아 비록 짧은 일년이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즐겼다. 아파트 수영장에 거의 매일 출석도장을 찍는 우리 두 딸들과 합류 해, 정말 많이 놀고, 많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떠난다고 하니, 눈에 밟히는 친구, 가족, 지인들이 많지만, 유독 우리 세 식구 모두가 헤어짐을 아쉬워하 는 가족이 Elisa네다. 헤어질 때 나올 눈물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 !

아침에 Vons (대형마켓 중 하나)에 들려, Kings Canyon 과 Yellowstone

camping에서 먹을 식료품과 과일, 그리고 여행 중 먹을 간식거리와 물을 샀 17


다. 그 다음, South Pasadena도서관에 들렸다. 여행하면서 아이들이 읽을 책들과 그저께 대출 마감일이 되어 반납 했던 여행관련지도와 책들을 반납했다 다시 빌리고, 음악 CD 30장, DVD는 20 편 정도를 골랐다. 미국은 대출 기 간이 보통 3주이고, 연장하면 6주까지 빌릴 수 있다. 오늘 빌리면 정확히 3주 뒤, 한국 가기 전에 반납하면 되는 거 였다. 미국은 어디를 가든지 3-4시간 운전은 기본이기에, 언제부턴가 여행을 가기 전에는 도서관에서 CD를 빌리 는 게 일상이 되었다. 거기에 두달 전, 휴대용 Sony DVD Player 를 $40불에 중고로 구입해 둔 터라, 긴 여행에 대 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거 같아 정말 뿌듯했다. 준비해 간 박스에 CD와 DVD를 차곡차곡 담아 조수석 바닥에 내 려놓으며, 당장 꺼내 듣고 싶은 마음을 고이 내일로 미루었다. 재즈, 팝, 뮤지컬, 클래식, 댄스 장르의 음악에 액션, 로맨틱코메디, SF, 어드벤처 여러 종류의 영화들이 우리의 여행길에 즐거움을 더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미국횡단지도: 빨간 선이 내가 다닌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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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 Canyon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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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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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간의 Cross Country Road Travel 드디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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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의 걱정과 우려 반, 격려 반으로 시작한 여행 첫날의 목적지는

Kings Canyon National Park(http://www.nps.gov/seki/index.htm )! 2009년산 나의 ‘캠리’가 앞뒤로 꽉꽉 미어 터졌다. 애들은 어제밤에 미리 오늘 입을 옷 을 입히고 재워서, 새벽에 깨우자마자 차로 직행시켰다. 그대로, 우리 두 딸 들은 맥도널드에 도착해서 아침 먹기 직전까지 계속 잤다. 뮤지컬 맘마미아 CD를 들으며, 5-6시간 운전을 가뿐히 마칠 즈음, Kings Canyon입구에 도착 했다. 12시였다. 엘리사네와 점심먹기로 한 시간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2014년 7월 3일 목요일

입구에서 일년 국립공원 Pass를 $80주고 구입했다. 미국국립공원입장료가 보통 $20이므로, 4번 이상 갈 경우에만 이득이었으나 사느라 왔다갔다하는 시간도 아깝고해서, 일단 샀다. !!

이제 40-50분 뒤면 도착할 예정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마냥 설레

고, 날아갈 것 같은 그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나? 목적지를 얼마 남기 19


지 않고, 요란한 신고식을 치뤘다. 우리 둘째가 그만 심한 멀미로 차 뒤에서...헉 ! 안그래도, 지난번 라면 사느라 한 인타운에 들렸을 때 산 둥근 뻥튀기를, 너무 먹는다 싶었다. 길 옆에 차를 세우고 정말 진땀을 빼며 한참을 치웠 다. 다행히 차에 물티슈, 물과 모든 물품이 있어 치우는 데 덜 힘들었지만,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되었다. 멀미약 도 미리 준비했건만, 먹이는 걸 깜박했다. 아이 둘에게 매일 멀미약 먹을 것을 신신당부했고, 비상용비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안해하며 우는 둘째에게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다. ! !

도착 시간이 지연되겠지만, 연락할 길은 없다. 미국은 National Park 을 비롯한 많은 외딴 지역에서 휴대폰

이 되지 않는다. 와이파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여행 전 가는 곳에 대한 지형과 장소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 고, 지도는 꼭 소지해야한다. 내 경우, 국립공원이나 산악지대는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아예 하나하나 그리고, 여행 의 모든 코스도 큰 뉴스페이퍼지에 그려서 갔다. 휴대폰에 의지해선 절대 안된다. ! !

우리가 가기로 한 Kings Canyon의 Cedar Grove Lodge (205th St. W. Lancaster, CA /

http://www.nps.gov/seki/planyourvisit/what_cc_sum.htm )에는 Sheep Creek, Sentinel, Canyon View, Moraine Camping ground가 있는데, 이 곳 역시 휴대폰이 되지 않기에, Elisa네가 이 중 한 곳에 자리잡게 되면, 캠핑장입구 게시 판에 메모를 남겨 놓기로 하였다. 한 곳, 한 곳 캠핑장 입구를 지나갈 때마다 게시판을 확인하는 일이, 생각보다 만 만치 않았다. 네 개의 캠핑장 중 엘리사네가 남겨 놓았을 게시판 쪽지를 찾아서, 메모를 찾아야 한다. 미국의 모든 주립공원이건, 국립공원이건 어디든 표지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숲 속을 지나다 얼핏 길이 있을 것 같다 싶어 들어가면 그 때서야, 캠핑장표지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반갑게도 세 번 째 들린 Sentinel camping site에서, 엘리사가 써놓은 A4용지를 발견했다. 뿔뿔이 흩어져 찾고 있는데, 큰 애의 “찾았다!” 소리가 얼마나 기쁘던지, 어릴 적 한번도 성공해 본 적 없는 ‘보물찾기놀이’에서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Technology가 없는 Analog시대의 기쁨이 그런 것인줄 정말 오랜만에 맛보았다. 얼마나 기뻤던지...엘리사네는 예정보다 늦게 도 착한 우리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바로 Zooma trail course를 탔다. 한시간 정 도의 코스로 중간 중간 시원한 계곡이 정말 아름다웠다. 계곡에서 물놀이도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아이들은 저 녁 먹기 전까지 캠핑싸이트 옆에 있는 냇가에서 송사리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바베큐를 하고, 캠프파 이어를 하면서 이 밤이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언제 볼지 모른다는 아쉬움으로 캠프파이어의 장작 불을 바라보는데, 나나 엘리사엄마나 가슴이 먹먹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 와중에 마지막 캠핑이라 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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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해먹’에 서로 눕겠다는 '다툼'으로 슬픔의 분위기가 한마디로 ‘홀딱’ 날아갔다. 애엄마들은 분위기를 들먹거릴 수 없다는 ‘애들 쌈장의 법칙'이랄까? 이그... 나는 캠핑과 함께 마지막이 된 그 날이 너무도 아쉽다.

첫 녹음 5:28

* 20일 동안의 스케줄을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적으며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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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ko, Nev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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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네와 작별인사를 하고, 아침 9시 반 쯤에 길을 떠났다. 아쉬움

을 뒤로 하고 떠난 킹스캐년국립공원에서 다음 일정지인 Yellowstone National Park까지 무려 17시간이 걸린다. 180번 도로를 타고 Fresco를 지나, Stockton, 그리고 Sacramento를 거쳐 Nevada주의 Reno, Twinfall 등의 도시 를 90번과 80번 도로로 지나왔다. 오늘은 내일 Yellowstone에 도착하기 위 해 최대한 많이 운전하는 것이 목적이라, Nevada주의 Elko라는 곳에 8시 넘

2014년 7월 4일 금요일

어 도착했다! 점심먹고, 중간 중간 기름 넣거나 아이들 먹거리로 세네 시간 에 한번쯤은 쉬었다 운전을 했지만, 어쨌든 11시간만에 숙소에 도착한 거다. 이번 20일의 여행 중, 오늘처럼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하루 이상이 걸 릴 경우는, 적당한 도시를 미리 정해, 하이웨이 근처에서 잘 예정이다. 오늘 은 도착 두어 시간 전 쯤에 전화로 예약한 Quality Inn & Suite에서 체크인 했다. ( 가격 $90 / 주소 3320 East Idaho St. Elko, NV / 전화 775 - 777 - 8000 ) ! !

여행할 때, 꼭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과속이다. 오랜 시간 운전하다

보면, 속도감이 떨어지고, 게다가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조바심이 난다. 22


오늘 Elko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경찰관을 두 번 만났다. 첫번째는 점심 먹고 난 뒤인데, 빨리 가고 싶은 욕심에 좀 빨리가는 차를 마침 발견하고서, 뒤에 붙어서 가고 있을 때였다. 건너편에서 마주 오던 경찰차가 내 앞차를 발견 하고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급브레이크에 유턴을 하더니, 차정지시켰다. 다행히 나를 못 본 게 틀림없었다. 봤더 라면, 당연 나도 그렇게 쫓아왔을 것이다. 신속하게 속도를 줄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한참을 착하게 운 전했다. 그러다, 숙소가 가까워지고, 해가 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또 급해졌다. 애들은 오늘 영화 세 편에, 자기네 들이 좋아하는 CD 서너 장을 이미 몇 번씩 들었다. 그리곤, 이제 ‘다 왔어요?’ 를 지겹게 물어보고 있다. 70 mile 제 한 속도 지점에서 80mile로 아주 잠깐 몰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호텔을 코 앞에 놓고 차를 세워 야 했다. 미국 교통경찰은 정말 무섭다. 위압적 태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무조건 걸리면 벌금 외 이것저것 처리 비 용으로 &500은 족히 드는 것 같다.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창문을 내렸다. 약간, 구차하지만 일단 변명을 했다. LA에서 동부까지 어린 애들과 가는 첫 여행이란 설명에, 해가 져서 저녁먹을 시간도 지나니, 마음이 급해졌다고 횡설수설했다. 창문을 내렸을 때, 뒤에 앉은 우리 애들이 해맑게 웃으며, “Hi!”하고 인사한 후, 내 얘기를 들으면서 경찰은 뒤쪽을 훑어보는 것 같았다. 담요를 켜켜이 쌓아놓고 앉은 우리 딸들이 과자봉지, 햄버거를 양손에 들고 있을 터였다. 행색이 불쌍해보였나? 경찰이 그냥 가란다. 이렇게 기쁠 수가! !!

다시, 숙소정보를 더해본다. 미국을 로드트립을 하다보면 도로에 어김없이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형 Inn &

Motel들이 정말 많다. 가격 순으로 써 보자면,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Super6, Super8, Days Inn, Comfort Inn, Quality Inn&Suite, Best Western 순으로 높아지는 것 같다. Tip 3불까지 치면 하루에 70~120불 사이에서 잘 수 있다. 아 침과 와이파이는 무료이다. 아침은 오트밀, 토스트, 스크램블에그, 베이글, 사과, 팬케잌, 소다, 커피, 요플레 등으 로 간단하고, 보통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차려진다. 와이파이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약한 편이 다. ! !

체크인만 하고, 차를 다시 건물 뒤편에 댄 뒤, 라면먹고 싶다는 애들 성화에, 부르스타를 갖고 올라왔다. 목

욕탕에서 환풍기를 틀어놓고 끓인 라면을, 어제 킹스캐년 떠날 때 싸온 밥까지 말아, 진짜 맛있게 먹었다. 한국엄 마, 한국아줌마의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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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주의사항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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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stone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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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onal Park는 아직 멀었다. 물론, Idaho주를 넘어오면서 Time Zone이 바뀌 어 한 시간 늦어지기도 했지만, Yellowstone National Park의 West Entrance(서쪽 입구)에 도착한 때가 거의 세 시였으니, 어제 킹스캐년에서 여 기까지 꼬박 17시간 넘게 걸린거다. Yellowstone은 서쪽, 남쪽, 동쪽에 입구 가 있다. 그리고 그 입구를 지나, 우리 캠프장까지 한시간 반이 더 걸려 거의 4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 !

2014년 7월 5일 토요일7월 7일 월요일 24

오늘 아침은 엄청 서둘러, 아침 7시쯤 떠났는데도, Yellowstone Na-

숙소로 들어갈 때 Yellow Stone 중간을 가로 질러 갔는데, 하얀 연기를

내뿜는 게이서(geysers)들과, 에머랄드빛 호수가 끝없이 펼쳐졌다. 곳곳에 크고 작은 계곡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다양한 자태로 흐르는지, 웬만한 풍경 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우리 아이들조차 ‘와~!’ 하는 함성을 질러댔 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산양과 코뿔소들을 감상하느라, 차들이 막혀있어도 불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태초의 모습을 한 광활한 자연 앞에서 우리는 점점 더 작게 느껴졌고, 점차로 우리가 산양이랑 코뿔소를 보는게 아니라,


되려 그네들이 우리를 감상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한시간 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 !

Yellowstone에는 모두 12개의 Camping ground가 있다

(http://www.nps.gov/yell/planyourvisit/campgrounds.htm ). 내가 출발 이틀 전 싸이트에 들렸을 때, 예약할 수 있는 곳은 그 중, Bridge Bay, Canyon , Indian Creek, 그리고 Grant Village 네 곳이었다. 그 중 이틀 연속 자리가 남은 곳 은, 규모가 가장 큰 Bridge bay (432 sites)라는 캠핑장뿐이었다. 하루 $21.5, 이틀에 $43, Site 번호는 #L54LN. 도착 해서도 차례가 되어 자리를 배정받고, 그 자리를 찾아가는데만, 40여분이 걸렸다. 어느새, 우리 두 딸들은 내가 시 키지 않아도, 텐트며 의자를 꺼내 능숙하게 펴고 있다. 텐트치는 속도는 제법 빨랐다. 곧이어, 큰 아이는 바로 캠프 파이어를 준비하고, 둘째랑 나는 저녁을 준비하고 테이블 세팅까지 마쳤다. 저녁까지 계속되는 공원 내 참여이벤 트인 Ranger Program에 갈 생각으로 서둘렀는데, 숲 속에 자리잡은 극장을 찾는데 조금 헤매다보니, 영화상영에 늦게 도착해, 앞부분을 못 본 게아쉬었다.Yellow Stone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나게 진행되었다. ! !

이튿날 6일 일요일, 간밤에 수없이 물린 모기로 온 몸을 긁적이며 눈을 떴다. 우리가 오기 2주 전에 눈이 녹

아, 공원이 가장 습한 상태여서, 다른 해보다 모기가 많다고 했다. 물파스와 Repellant를 준비해갔음에도, 이 정도 로 모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밤추위에 대비해서 두꺼운 옷 많이 가져가란 충고는 들었지만, 모기얘기는 별로 듣 지 못해서 피해가 컸다. !!

아침 8시부터 길을 나섰다. Yellowstone에 대한 찬사는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다. 그래서, 엄청난 기대를 품고

서 온 곳이다. 어쩌면, 이 여행의 발단 중 하나가 Yellowstone을 와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너무 컸기에, 그 기대치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하는 예상까지 하고 온 Yellowstone이었다. ! !

그런데... Wow!! 내게 Yellowstone은 반전의 아름다움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천국의 아름다움이랄까?

친구 Erica가 Yellowstone 에 갔다 오면, 다른 국립공원 안 가봐도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만큼 다채로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 널푸른 바다같은 호수가 있고, 그랜드캐년의 기암절벽이 있고, 다채롭고 신 비로운 빛깔의 작은 호수 옆에 Geyser들이 유황가스을 하얗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광활한 평원 이 펼쳐 진다. 그 곳에 무서운 덩치의 동물들은 착하게 풀을 뜯는 자태로 서있었고, 그림같은 까만 곰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둔턱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내 기대를 채웠던 건 바로 이런 반전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싶 다. 체험해보지 못한 풍경이었기에, 내 기대를 채울 필요가 없었던 거다. 또 하나, Yellowstone의 광활함은 내가 아 25


는 ‘광활함’의 느낌이 아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포근함‘이란 단어가 그 속에 어우러져 신비스럽게 다가 왔다. 나만의 느낌일까? ! !

Yellowstone은 우리나라의 4분의 1크기다. 북동쪽에 위치한 Canyon Village에 가면 Grand Canyon의 일부같

은 거대 석암과 그 사이를 흐르는 아득한 강물과 거대한 폭포를 볼 수 있고, 북서쪽 Mammoth라는 곳과 남서쪽에 위치한 Old Faithful이라는 두 곳에서는 형형색색으로 대리석같은 돌 위로 흐르는 연기나는 온천수들이 눈을 황홀 케한다. 학교다닐 때, 교과서에서 봤던 Geyser들이 곳곳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낸다. 또, 우리가 묵었던 Bridge Bay쪽은 거대한 호수가 시선을 압도한다. 우리나라의 ‘섬 없는’남해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또, 온갖 종류의 동물 들이, 드넓은 초원에서 풀 뜯는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Yellowstone 한바퀴를 정말 바쁘게 구경하며 다녔다. 내일 떠나야하는 것이 정말 아쉽다. 돌아온 시간은 7시... 아이들은 말그대로 뻗었다. !!

몸은 피곤했지만, 어렵게 온 Yellowstone 이라 일정을 빽빽히 잡았다. Yellowstone을 떠나는 월요일 아침 7시

에 Horse Riding tour를 예약했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은 컵라면으로 때우고, 엄청 서둘러서, 숙소 에서 30분 떨어진 장소 Canyon Village에 겨우 도착했다. 어른 하나, 아이 둘 140불 정도에 한시간 정도 산등성이를 말을 타고 도는 코스다. 정말, 아름다웠다. 처음에 무서워하던 둘째도 풍경에 압도당했는지, 트레일을 마치기까지 초원과 산들, 간혹 보이는 Bison물소들로 재미있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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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Yellowstone을 떠나야할 시간

이다. 마지막으로 Canyon Village의 폭포들을 좀더 구경하고 East Entrance을 통과해 Yellow Stone를 빠져나왔다. Yellowstone의 동쪽입구에 대해 말해야겠다. 서쪽과 동쪽 입구는 완전 딴판이었다. 바로 옆 끝도 안 보이는 낭떠러 지를 끼고, 세네 시간을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담이 큰 편에 속한다 생각했 는데, 처음으로 긴장하며 내려온 길이다. 작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낭떠러지를 끼고 이어지는 1번 국도를 6시간 넘게 탄 적이 있다. 그 길이 무섭다고 한 지인들이 몇 명 있었다. Yellowstone 동쪽 입구로내려가보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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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llowstone과 Sedona

큰 지도&그림 0:49

Yellowstone입구에 들 어서며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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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Zone & CD 빌리기 1:03

Yellowstone을 앞둔 단조로움 0:35

차량정비 0:32

7/6 Yellowstone투어 1:17

7/7 Horse Riding&천국을 떠나 며 1:21

Yellowstone East Entrance 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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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Rush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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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Yellowstone에서 나와 South Dakota에 있는 Mt. Rushmore Monu-

ment에 가기 위해 중간에 KOA에서 잤다. Mt. Rushmore KOA ( 가격 Tent site $35 / 주소 12021 US Highway 16 Custer, SD / 전화 800 562 5828)란 곳인 데, 아이들 노는 풍선 슬라이드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수영장도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신났다. 계산하고, 캠핑 자리를 안내 받는 동안, 아 이들은 계속 풍선 슬라이드에서 놀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혼자 짐을 풀기가 좀 부담스러웠지만, 너무 신나보이는

2014년 7 월 8일 화요일

아이들의 흥을 깰 수는 없었다. 수영해도 좋다는 싸인에 정말, 5분 내에 수 영복으로 갈아입고, 점프! 그 사이 혼자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생각 보다 피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만하면, 즉흥적으로 잡은데 치곤 꽤 성공 이다! 수영을 마치고 온 애들이 피곤할까봐 캠프파이어는 생략하려 했는데, 역시 그냥 넘어가질 않는다. 할 수 없이 나무를 주문하고, 불을 지폈다. 역시 애들의 속셈은 마시멜로우 구워먹기였다. 언제쯤 지치려나 싶다. 캠프파이 어할 때마나, 마시멜로 반 봉지는 금방 없어진다. 오늘은 굳이 말리지 않았 다. 며칠 동안 너무 달렸기 때문에 오늘은 좀 여유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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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늦게서야 Rushmore를 구경했다.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거대한 석상들이, 엽서나 책에서 보았 던 그 장면 그대로 새겨져 있어서 참 신기했다. 전시관과 기념품 파는 곳이 그 어느 곳보다 북적였는데, 파는 물건 들이 다양한 것 같았다. 여행 중 처음으로 여유있게 들린 기념품점이어서, 원하는 것 하나만 고르라는 원칙을 깨 고, 두 개를 고르게 했다. 결국, 기념품관에만 한 시간 넘게 있었는데, 사람들이 줄지어서 누군가에게 싸인을 받고 있었다. Rushmore의 큰 바위산에 대통령들의 상을 만드는 일을 했던 석공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97세의 할아 버지라 했다. Rushmore와 함께 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산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 었다. 할아버지 옆에는 80세 정도 되보이시는 할아버지의 따님이 굉장히 정갈한 차림으로 아버지를 대신해 책을 설명하고, 관광객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미국을 상징하는 복장으로 곱게 차려입으셨다. 참 미 국답다. 역사와 그에 얽힌 스토리 하나 놓치지 않고 관광상품으로 잘 만들어 낸다.

7/8 늦잠&피로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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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Rushmore에서 시카고까 지 13 시간 걸림. 경유지 계획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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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nesota 2014년 7월 9일 수요일

! !

어제 러쉬모어를 잘 구경하고, 다음 목적지는 시카고였다. 러쉬모어

에서 시카고까지 가는 도중 Time zone이 또 바뀐다. 그러면, 거의 14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Minneanapolis 정도에서 쉬려 했는데 예상은 많이 빗나갔 다. 생각보다 훨씬 못간, 그래도 같은 미네소타주의 Worthington이란 곳에 서 꼬박 하루를 잡아먹었다. 여행 중 예상했던 변수 중의 첫 사건이었다. ! !

일단 미네아나폴리스에 못간 이유는 엔진오일 경고등이 켜진 것과

급한 은행송금 건 때문이었다. 오일 갈 곳은 찾을 수 없고, 저녁이 되어버려, 할 수 없이Worthington이란 곳에 비상 숙박을 하게 되었다. 숙소는 Super 8 이었다 ( 가격 $72 / 주소 850 Lucy Dr, Worthington, MN 56187 / 전화 507 372 - 7755 ). ! !

은행송금건은 큰 실수였다. 한국 가기 전 나름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

는데, 예전에 큰 아이 과학캠프 수표가 몇달 뒤에 들어왔고, 그걸 잊고 있었 던 것이다. 그 계좌에 더 이상 빠져나갈 게 없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계좌만 유지하고 있을 생각이어서, 큰 돈을 넣어둘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여행오

30


기 전 통장에 있던 돈을 $300 정도 남기고, 현금으로 다 찾았다. 그런데, 수표를 막으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아 침에 오일부터 갈고 가까운 은행을 찾아 송금부터 하자! !!

문제 발생!!

!!

오늘 이른 아침 7시부터 완전 시골인 그 동네에 몇번을 물어 물어 겨우 찾아간 정비소에서 제일 빨리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은 11시 반이었다. 그 때가 9시도 안 되어서 일단 예약을 해놓고 은행을 찾았다. 세 군데의 지역은행을 들렸는데, 들리는 은행마다 타주로 송금업무를 한다는 일 자체를 몰랐다. 처음 들린 지역은행에서 송금에 대해 계 속 어딘가로 전화해서 물어보는 은행직원을 한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자기네 고객 외엔 송금서비스를 안해준다 는 답을 받고 한 시간만에 나왔다. 미국은 정말 뭐든지 느리다. 송금이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하는데 한 시간이 그 냥 가버리다니... 또 그 다음 은행, 또 그 다음..역시 안되었다. 결국 지역 은행이 아닌 큰 은행을 찾아 도심 다운타 운에 나갔다. 겨우 Wells Fargo란 대형은행을 찾았으나, 고객은 $30이고, 고객이 아니면 송금서비스가 $70이란다. $200정도만 보내면 되는데, $70은 너무 억울했다. 결국, 계좌를 만들어 고객이 되겠다했다. 여행 끝나고 없애면 된 다 생각했던게 또 한번의 착오였다. 통장만드는데 두 시간이 지났다!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이미 후회했으나, 그리 많은 서류를 꺼내 열심히 하고 있는 직원에게, 그만한다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계좌를 개설 뒤, 송금에 다시 3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금쪽같은 2시간 30분을 $70과 맞 바꾼 어리석은 일을 했다. ! !

그 다음은 더 기막히다. 은행을 나서, 서둘러 정비소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늦었다며, 오일을 갈 수 없다했

다. 예약도 내일이나 가능하단다. 그래서, 다시 물어물어 월마트를 찾았다. 마침 그곳 월마트에는 차량소모품 교 체하는 곳이 있었다. 거기서 또 한 시간 쯤 걸려 오일을 갈았다. 안도의 숨을 쉬며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이럴 수 가! 엔진오일 경고등이 그대로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오일을 간 직원을 기다려 물어보니 정비관련 문제인 것 같다며 정비소에 가보라고 했다. 자기네는 소모품교체만 하지 정비는 안 한단다. 정말 눈물날 만큼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낼 여유도 없없다. ! !

다시 정비소를 찾아 나섰다. 어찌 저찌해서 찾아간 두세 곳의 정비소에서 다시 거절당했다. 정비공이 밥을

먹는다거나, 약속때문에 나가봐야 한다는 그들로서는 굉장히 정당한 사유에 헛웃음이 나왔다.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런 좌절감을 겪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돌아나오는 길에 오늘 아침에 늦 31


어서 정비를 안해준, 처음 갔던 정비소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를 돌렸다. 그래 도 그 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니 애원이라도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이대로 여행이 끝나 는 건 아닐까? 걱정스런 눈빛의 큰 딸한테 괜찮다는 말도 안 나왔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날로 정비예약을 한 뒤, 있 는 대로 코가 빠지고, 맥이 풀려 걸어나오고 있을 때였다. 그 곳에서 일하는 듯한 백인 청년이 무슨 문제냐며 다가 왔다. 고맙게도 행운의 여신은 나를 이쯤의 끝자락에서 잡아 주었다. 그 청년은 내가 아침에 정비소에 들린 것을 보았다며, 그리고 아까 지나가다가 우리 얘기를 들었다며 차를 봐주겠다 했다. 그리고, 차를 살펴보더니, 엔진오 일을 간 뒤 해야하는 간단한 세팅이 안되었을 수 있단다. 버튼 몇 번 누르니, 우리를 하루 종일 뺑뺑이 돌렸던 그 엔진오일 경고등이 너무나도 싱겁게 사라져 버렸다. 월마트 직원이 오일을 갈고 세팅화면으로 돌려놓질 않은 거 란다. ! !

허걱! 한국 같았으면, 아니, 지금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항의 수준이 아닌, 항쟁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왜냐하면, 경고등이 싱겁게 꺼지고 멍한 감정 이후에 감격의 기쁨 이 폭풍처럼 몰려온 거다. 그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거구나! 너무나 기쁜 마음에 그런 세속적인 앙갚음의 생각 이 자리잡을 겨를이 없었다. 그냥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백인청년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팁도 안 받는 그에게 엄청나게 손을 흔들며 길을 떠났다. !!

결국,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엔진오일 교체와 은행 송금으로 하루를 몽땅 써버렸다. 그 마을을 얼른 떠

나고 싶어 첨으로 가장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밤늦은 시간까지 운전해서, Wisconsin 주로 넘어와 버렸다. 밤 9시 넘게까지 운전한 첫날이었다. De Forest란 KOA ( 4859 county Road De Forest, WI 53532 / 전화 800 562 5784) 의 캐 빈에서 잤다. 아이들도 나도 지친 하루였지만, 그래도 별 일 아니었다는 것이 오히려 고맙게 생각됐다. 정말, 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 !

생각해보니 이런 일들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힘겹게 어떤 일을 처리하고 나서, 아니면, 아예 해결도 못한

체 시간이 지나고 나서, 갑자기 머리를 딱 치는 훨씬 손쉬운 해결책들이 떠올랐던 일 말이다. 이번에도, 마을을 빠 져나와 차를 모는 중 생각이 났다. 일단, 내 차를 정비했던 정비소에 전화해 보았어야 했다. 여행 전 바로 정비를 마치고, 문제있으면 전화하라는 그 말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어려보이는 정비공이 짐작하고 있는 문제였 다면 노련한 정비공들은 단박에 맞출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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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은 지난 뒤에야 나는 걸까? 어릴 적 친구랑 싸우고 집에 와서, 그 친구한테 해줬어야하

는 말들이 뒤늦게 ‘마구’ 떠올랐던 순간이 기억난다.

Time Zone 바뀜 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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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엔진오일 경고등 0:19


11 Chicago

! !

이번 여행 중 처음 만난 도시, 시카고에서의 숙박은 일단 다운타운에

서 30분정도 떨어진 외곽으로 정했다. 휴가철이다보니, 몇 군데 전화해 본 시카고 다운타운 안에서의 호텔숙박은 최소 300불 이상이었다. 그래서, 도 심에서 조금 떨어진 Oak Forest에 있는 Best Western ( 가격 $130 / 주소 4375 Frontage Road Hillside, IL / 전화 800 - 766 - 6658 ) 에 숙소를 정했다. 도착 한 숙소는 찾기가 좀 힘들었지만, 실내는 정갈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수영

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장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애들이 수영장을 마다하고 잠을 잔 건 처음이다. 미안했다. 긴박한 상황이 되면 항상 애들이 내 스트레스를 대신 받을 때가 많다. 괜한 화풀이를 애들한테 해대고선, 나중에 미안해 하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또 그러고 있다. 정말 얘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나한테 그 화풀이 해도 달게 받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 !

다음날 아침 일찍 시카고로 떠났다.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시카

고였다. 우리를 맞이하는 높고 거대하면서도 결코 답답해보이지 않고 날렵 한 스카이라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멋스럽고 세련된 건물 뒤로 범죄 율이 높다는 통계가 어울리지 않았다. 마침 Food Festival이 열리고 있어서 34


미국식 전통 먹거리들이 많았는데, 규모만큼 다양하지는 않았다. 화덕에 구운 햄버거, 피자, 타코 등의 멕시코 음 식, 여러 종류의 샤벳과 아이스크림 등이 주류였다. 역시, 애들은 먹을 때 기분이 제일 좋은가 보다. 제법 많이 걸 어다녔는데도, 부쓰에 들려 간식을 먹을 때마다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우리 딸들은 마냥 신나했다. 그러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중 도심을 구경시켜주는 ‘자전거마차’를 본의 아니게 타게 되었다. 마차를 타고 싶어하는 우리 아이들 의 눈빛을 ‘인력꾼‘청년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셋이라 무거울 거라며 사양하고 있는데, 우리 둘째가 이미 마 차에 오르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마차를 타고 가는 30여분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우리 세 모녀를 태우고, 온 힘을 다해 페달을 젓는 청년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아까 좀 덜 먹을걸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원래 $25를 주기 로 했는데, 그냥 $30불을 줬다. 그래도, 자전거마차를 타고 시내를 둘러보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신났다. 바람도 상쾌하고, 시카고 도심의 풍경들과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딱 자전거만큼의 속도로 흠뻑 즐긴 것 같다. 목적지인 미술관에 도착해서 그림과 조각상, 시카고의 예술품 등을 감상했다. 그 다음으로 108층 높이를 자랑하는 시어스타워를 갔는데, 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1970년에 지어졌다고 믿기 에는 너무나 현대적인 Willis Tower ( 233 S Wacker Dr, Chicago, IL 60606 ) 였다. 전망대에 올라, 108층 아래 유리 바닥으로 시카고 거리를 내려다 보며 큰 딸 아이가 감탄해 마지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이 Willis Tower보다도 더 높은 중국 푸동에 동방명주란 빌딩에도 갔었는데, 기억이 전혀 안나나 보다. 겁이 많은 둘째는 유리 위에 올라 서는데만, 20여분이 걸렸다. ! !

그리고, 도심을 다닐 때, 알아두면 좋은 팁이 있다. 도심지의 주차요금은 만만하지 않다. 떠나기 전에

https://www.parkwhiz.com 라는 싸이트에서 목적지 근처의 주차장을 예약해 놓고가면, 주차요금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요금을 비교해보고 가장 저렴한 곳을 찾으면, 불과 한 블럭차이에 시간당 $3-5 차이가 나고, 예약할인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는 차를 두 번 움직였는데, 모두 목적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차 를 대고 약간 걸어야하는 곳이었다. 대신, $20 정도 절약이 되었다. 그런데, 두번째 차를 댄 주차장이 낮에는 몰랐 는데, 막상 밤에 돌아가려니 길이 다소 무서웠다. 범죄율이 높은 도시라는 선입관도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차를 주차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경우에는 다소 요금이 높더라도 목적지 가까운 곳에 주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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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llentown

! !

뉴욕까지 갈 길이 멀고, 가는 도중 또 Time zone을 지날 것이다. 그래

서, 오늘도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다. 지난 달 미국에 8살 딸아이와 함께 여 행 온 아는 동생을 LA에서 만났는데, 마침 뉴욕에도 갈 생각이었단다. 너무 잘 되었다며, 뉴욕에서 만나기로 서로 일정을 맞추었다. 그 동생은 11일 날 LA에서 오후비행기로 올 예정이었다. 다음 날인 12일에 만나서 일요일까 지 이틀 정도 같이 여행하고 다시 LA로 돌아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

2014년 7월 11일 금요일

게 해서든지, 오늘 뉴욕에 도착해야 했다. 오늘 하루는 또다시 운전만 하는 날이다. 뉴욕에서는 믿는 구석이 두 군데나 있었기에 숙소를 정하지 않았 다. 여행계획을 짤 무렵, 아는 동생 현주에게 뉴욕으로 가는 여행계획을 말 했더니, 자기 오빠네서 자라고 하는 거였다. 지나가는 말처럼 흘렸지만, 뉴 욕숙박비가 상상을 초월하니, 염치불구하고 여행 떠나기 전 부탁을 해놓았 다. 뉴욕도심지의 호텔은 King사이즈 침대만한 방도 $400- 600정도 하는 것을 알기에 지인이 있다는 행운을 놓칠 수 없었다. 이곳 뉴욕 옆 롱아일랜 드로 이민오기 전, South Pasadena 여동생네 집에 머물렀을 때, 그 오라버 니의 얼굴도 몇차례 봤다. 굉장히 선한 인상이여서 부담도 덜했다. 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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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안 가본 오빠집을 내가 먼저 간다며, 배아픈 내색을 했다. 또 하나, 여차하면 5th Ave에 있는 페닌술라 호텔 에 예약한 동생 모녀랑 끼워잘 생각도 해보기는 했다. 엑스트라베드를 놓고 이틀 정도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한 거 다. 하지만, 오후에 호텔에 도착한 지애와 통화한 후, 그건 포기했다. $600넘는 호텔이었으나, 너무 작아서 엑스트 라 베드를 놓을 자리조차 없단다. 세명은 도저히 못잔다는... 나중에 가보고 정말 놀랐다. 킹베드 하나가 방을 꽉 채우고 있었다. 좁아도 정말 좁다. !!

시카고에서 뉴욕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갑작스런 도로공사가 정말 많았다. 오후 2시 넘어서 갑자기 차들

이 가지를 않았다. 거의 두 시간 넘게 가다서다 하다 Navigation을 보니, 9시쯤 도착예정이었던 지인의 집도착 시 간이 11시로 늘어나 있는게 아닌가? 그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근처에서 자고, 아침에 들어가야겠다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세상에! 전화나 3G가 모두 불통이었다. 이럴수가... 그리 시골도 아 닌 곳에서 전화가 안되다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도로공사 중이어서 그런가? 그렇게 불안한 두어 시간이 지나 고, 전화기 신호는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기가 아주 잠깐만 다섯 개였다가 바로 0으로 내려왔다. 전화가 겨우 되면, 1분도 안 되어 계속 끊겼다. 가까운 KOA를 찾아 전화로 예약을 해야 했는데, 몇 마디 말하기가 무섭게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카드번호를 불러주어 예약을 마치는데까지, 한 시간이 걸리고, 전화는 10번도 더 넘게 끊긴 것 같다. 말하려하면 끊기고 말하려하면 끊기고, 정말 인내심이 한계에 이를 뻔 했다. 나중에는 되려 나 한테 전화해서, 드디어 예약을 끝낸 할아버지의 인내심도 대단한 것 같다. 손님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

이번 여행의 큰 수확으로 우리 큰 딸 아이의 활약을 빼놓을 수가 없다. 여행 중 우리 사빈이는 5학년짜리 초

등학생이 아니었다. 땔감을 구해오고, 불을 피우고, 캠프파이어를 도맡아 해주고, 떠나올 때 불씨를 확실히 죽이 고 오는 철저함까지 그 부분에서는 나보다 훨씬 나았다. 가끔 내가 길을 잘못 들면 금방 감지하고선 이내, 같이 길 을 찾는다. 되려, 나한테 정신 집중하라는 조언까지 하는 단계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Yellowstone들어서면서부터 아예 자리를 앞자리로 옮기라 했고, 급기야는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도, 딸 탓으로 돌리며 몰아부치는 엄 마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피곤하니까 너도 같이 보고 있어야 한다그랬지’하며 닥달했던 기억을 사빈이가 잊어버 렸으면 좋겠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엄마로서 면목이 없다. 사빈이는 기나긴 운전 중, 나의 말벗이었고, 네비게이 션조작과, 지도를 보고, 가까운 숙소를 검색하고, 숙소 전화 예약까지 하는 꼬마조수였다. 또, 운전하다 졸려하는 나에게 커피를 타주고, 징징거리는 동생한테는 코코아를 타주었다. 출출하다하면, 일회용장갑을 끼고 김밥을 뚝 딱 만들어 동생이랑 나랑 번갈아가며 먹였다. 이번 여행 중 밥이 떨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별로 음식을 많이 37


가리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 밥은 먹어야되는 한국인이어서, 가져간 쌀은 다 해먹고 온 것 같다. 아무튼 각 자의 몫을 톡톡히 해주는 두 딸들은 내게 든든한 동반자였다. 이 여행을 통해 우리 딸들은 많이 성장했다. 피할 수 없는 차 속에서 엄마의 잔소리와 스트레스에 울음보도 몇번 터뜨렸고, 내가 느꼈던 두려움과 걱정의 무게를 고스 란히 함께했다.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 우리 두 딸들! 제발 안 좋은 기억은 지워주길 바란다. !!

11시 넘어 도착한 Allentown KOA는 깜깜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사무실도 잠겨 있어 순간 당황했지만, 희미

한 불빛 아래 종이 조각 같은 것이 보였다. 퇴근하면서, 늦게 도착할 우리를 위해 바깥에 Reservation 카드를 놓아 둔 것이었다. 카드에는 KOA의 지도와 우리가 예약한 캐빈이 표시되어 있었다. 결국, 칠훍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 캐빈을 찾아야 했다. 정말, 열두번도 더 돈 것 같았다. 다 자고 있을 시간이어서, 물어볼 곳도 없었다. 처음으로 무 섭다는 생각을 했다. 12시가 다 되어 겨우 찾은 캐빈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우리 셋은 씻지도 않고 그냥 잤다. ! !

새벽에 깨어나 둘러본 KOA는 정말 예뻤다.( 가격 캐빈 $68 - 6750 / 주소 KOA Drive New Tripoli, PA 18066 /

전화 800 - 562 - 2138 ) 숲 속에 고요히 잠겨 있는 장난감같은 캐빈들이 이쁘게 늘어서 있었고, 중간에는 구비구비 계곡같은 시냇물도 흘렀다. 이번 여행 중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KOA같다. 뉴욕도심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이렇게 깊은 산 속 요새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도회적일 것만 같던 뉴욕의 이미지에, 갑자기 이 산 속의 아름다움이 겹쳐지면서, 빨리 뉴욕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쁜 KOA 를 즐기지도 못하고, 바로 New York으로 떠나야하는 것 또한 아쉬웠다. 롱아일랜드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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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New York

! !

나, 사실 복잡한 서울에 살다간 사람으로서 그닥 엄청나게 매력적이진 않았 다. 거리 거리를 가득 채운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온 거리를 휘젓 고 다닌 기억이 가장 크다. ! !

2014년 7월 12일 토요일7월 13일 일요일

뉴욕은, 물론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세계적인 도시임이 틀림없었으

현주의 오라버니와 새언니는 미국에 와서 거의 첫 손님이나 다름 없

다며, 우리를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역시 거의 열흘만에 캠핑이 나 호텔이 아닌 집에서 지내게 되는 것이다. 롱아일랜드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아담한 집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미국에 있다보니, 타지에서 아는 누구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주 약간의 안면 만으로, 아니, 같은 한국인이기만 해도 반가운 이국생활이다. 오길 잘 했다 는 생각을 했다. 현주오라버니를 통해 이민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의 생 활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따뜻한 두 부부와의 아쉬운 대화는 저녁으로 미 루고, 짐을 정리해 놓은 뒤, 지애를 만나러 뉴욕으로 향했다. http://www.parkwhiz.com/ 에서 검색해 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만나기로 한 MOA 박물관부터 갔다. 시카고때와는 느낌이 참 달랐다. 골목이 비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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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좁으니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뉴욕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사실 같이 간 지애한테 모두 의탁할 생각으로, 무계획으로 간 게 가장 큰 실수였다. 준비없는 여행은 항상 후회를 남기고, 그 댓가를 치룬다.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도 후회된다. 뉴욕에 들어갈 때는 차를 놓고 가라고 하는 지인들의 말이 반은 옳았다. 일단, 시카고에서도 겪었던 일이지만, 시카고는 길이 넓어 두어차례 겪었던 일 같다. 그런데, 뉴욕에 오니, Navigation이 높은 마천루들 사이에서 GPS를 제대로 수신못하는지, 한 템포 느리게 길을 가르쳐 줄 때가 허다했다. 이제껏, Navigation이 이렇 게 오락가락한 적은 없었다. 깊은 산 속을 지날 때도, 찾는 목적지에 대해 오차를 보여 내가 길을 못 찾은 것이지, 위성은 목적지의 방향과 위치를 신속하게 정확히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 도심에서 Navigation 이 방향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지목하는 거다. 정말 심했다. 게다가 일방통행을 모르는 Navigation이다. 들어설 때마다 일방통행인 길을 몇 번 도니 네비가 계속 오락가락했다. 같은 자리를 몇 번씩 유턴했는지 모른다. ! !

다행히, 지애는 일정을 철저하게 짜왔다. MOA미술관에 들려 미술작품들을 감상하고, 미술관에 있는 식당

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센트럴파크를 거쳐, 싸이언스센터까지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지애의 일정대로 뉴욕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센트럴파크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낭만적이고 운치있는 공 원의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여행객들로 분주한 공원이었다. 그 다음, Children’s Science Center에 들려 한참을 놀고,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몇몇 맛집 중 하나를 골라 저녁을 먹었다. 그 다음 일정은 약간 틀어졌 다. 사실, 어젯밤 전화가 불통되어 지애랑 통화를 못했기에, 우리는 뮤지컬 ‘라이언 킹’ 예매할 시간을 놓친 것이다. 저녁을 먹고, 지애네는 예정대로 뮤지컬 ‘라이언 킹’ 을 보러갔다. 우리도 혹시나 해서 뮤지컬을 골라 브로드웨이 41번가를 한바퀴 돌았지만,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뮤지컬은 이미 예매가 완료되었다. 정말 아쉬웠지만 그냥 포기 하고, 롱아일랜드의 현주오빠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빨리 오길 잘했다. 우리를 위해 바비큐를 준비하고 계 셨다. 마침, 나도 마트에 들려 양념갈비를 몇 팩 산 터였다. 마치 몇년 만에 먹는 집밥처럼 맛나게 배를 채우며, 이 야기꽃을 피웠다. ! !

그 다음 날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지애가 Package상품인 NY Water Taxi Ticket을 미리 예매해 놓았

다. 수상택시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 근처를 한 시간 넘게 투어하는 코스다. 멀리 보이는 맨하탄의 도심 전경이 한 강을 연상시키며, 많이 낯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참을 돌다 눈에 들어오는 자유의 여신상은 생각보다 새로웠 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하얀 조각상을 눈 앞에서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독립선물로 이렇게 크고도 아 름다운 조각상을 생각해 낸 사람이 누구일까 ? 하며 꽤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지애네는 다음날 LA로 돌아 40


가야했기에 배에서 내린 다음, 한국에서 다시 볼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 다음 코스로 우리는 뉴욕 자전거 투 어를 택했다.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했지만, 나도 뉴욕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배에서 내린 지점이 Brooklyn Bridge근처여서, 코스는 아주 좋았다. Rental shop에서 아이들이 어린 관계 로, 가까운 공원을 돌아 Brooklyn Bridge 를 건너가서 돌아오는 두시간 정도의 가장 짧은 코스를 안내받았다. 자전 거는 4시간을 빌렸다. 생각보다 녹록치는 않았다. 차와 사람들이 많다 보니, 멈춰야할 때가 많았고, 둘째가 아무 래도 어리다보니 최저 속도로 가야했다. 겨우 Brooklyn Bridge에 도착해서 드디어 다리를 건너가려는데, 멀리서 마주보고 자전거를 타고 오던 한 여자가 갑자기 쓰러져는 장면을 목격했다. 일어나질 않는다. 실수로 넘어진 것 같지는 않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 듯 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중 한 명이 전화로 911을 부르는 것 같았다. 서서 히 인파들이 빠지면서 겨우 그 곳을 지나왔는데, 우리 둘째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무섭다고 갈 수가 없단다. 아까 여자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겁먹은 얼굴이 된 건 알고 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지나오면서 정신을 잃은 사 람의 모습을 보고, 다리를 건너는 일이 두려워진 것이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 경사진 다리 옆으로 보이는 넘 실거리는 바다에 떨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했을까? 겨우겨우 달래서 다리 중간까지 왔는데, 무서워하는 아이를 억 지로 달래 다리를 건너는 건 엄마의 욕심인 것 같았다. 그냥 돌아오기로 했다. 자전거를 반납하며 남아있는 시간 이 아깝기는 했지만, 차 있는 골목까지 오는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주차를 무료로 했기 때문이다. 주차비 비싸기 로 악명높은 뉴욕도 일요일은 도로옆 미터기 주차요금을 받지 않는다. 아침에 골목 두어 바퀴에 바로 찾은 주차 자리를 떠올리며, 골목어귀에 도착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 차 와이퍼에 꽂혀 나풀거리는 종이같은게 보였기 때문이다. ‘주차위반딱지’ 였다. 그 순간, 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빨간 소화전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오 늘 아침 내 눈에 뭐가 씌웠을까? 티켓을 확인하니, 소화전 옆 주차불가항목에 체크가 되어있었다. 조금 전 까지 울 먹거리던 둘째가 굉장히 착하게 차에 올랐다. ! !

계획없이 무작정 떠난 뉴욕 여행은 지금도 많이 아쉽다. 첫째, 시간 허비가 많았다. 지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가서 길도 많이 헤매고, 뉴욕의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못봤다. 밤거리를 헤매고 다닐 때도, 골목 골 목 테마를 알고 갔더라면, 가 보았을 작은 거리들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무턱대고 들어섰다 길을 잃을 수도 있었 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Brooklyn Bridge도 둘째때문에 넘지 못했다. 또, 그동안 Parkwhiz로 잘 예매하고 다녔으면 서, 일요일 길거리 무료주차라는 말만 믿고, 내가 발견한 빈 공간에 흥분해서 옆에 소방시설을 확인하지 못했다. 평상시 주차할 때, 내리막 오르막 바퀴확인부터, 주차구획선을 밟지는 않았는지, 차가 도로에 30센티미터 이내로 41


붙었는지도 확인하는 나였는데, 공짜 좋아하다 $110을 날린 것이다. 한마디로 ‘좌충우동 뉴욕행’ 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기억에 남을 도시임은 틀림없다.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들의 모 태가 이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7/14 1:35 시카고와 뉴욕에 서는 운전시간이 길지 않아 녹음 을 할 시간이 없 었다. IVY League Tour를 앞두고 잠깐의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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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Y Lea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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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중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하고, 유명한 도시여행도 욕심을

부렸지만, 미국을 떠나기 전, 꼭 가보고 싶은 곳에 동부의 IVY League을 빠 뜨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보스톤의 하버드대학, 로드 아일런드의 브라운 대학, 코네티컷의 예일대학, 뉴욕의 콜롬비아, 뉴져지의 프린스톤, 펜실베 니아 대학 중 14일과 15일 일정이 허락하는데로, 4-5개의 대학투어를 목표 로 정했다.

2014년 7월 14일 월요일7월15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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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9시경 뉴욕을 떠났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보스톤에 도착하

니, 거의 두 시다. 캠버리지란 하버드가 있는 도시에 들어섰을 때의 거리 풍 경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도로 옆에 있는 강을 따라 대학생들로 보이는 카 약팀들이 활기차게 노를 젓고, 여유롭지만 뭔가 사색하는 듯한 하버드생들 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삼삼오오 모여있는 학생들의 모습, 고풍스러운 서점, 역사 깊은 대학의 건물들...이런데선 공부가 절로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내의 자연사박물관과 싸이언스센터를 구경하고 나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14일 오후 5시쯤 만난 비를 시작으로 며칠간 화창한 날을 보지 못했다. 15일인 다음날 오전, 비는 오지 않았지만 역시 흐렸다. 교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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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명한 브라운 대학은 굉장히 아담했다. 주택가 속에 넓지 않은 길을 따라 가니, 얌전히 자리잡은 캠퍼스가 보 였고, 크지 않은 건축물들이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조화롭게 놓여 있었다. 그 다음, 예일대학! 개인적으로 예일대학 의 캠퍼스는 정감있게 보였다. 일단, 예일이 위치한 New Heaven이라는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녹음이 짙은 커다 란 나무 사이에 자리잡은 깔끔하고도 정갈한 주택들과 대형 아울렛마저도 숲 속에 숨겨져 있는 듯한 도시였다. 여 하간 도시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만약 미국에 다시 와야한다면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브라운대학 과 예일대학을 들리고 나오는 길에 급기야 소나기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장마철같은 장대비였다. 흐린 날씨가 예 사롭지 않아, 안 그래도 발걸음을 재촉하며 대학을 둘러보았었다. 할 수 없이 예일대학 투어를 접고, Washington D.C.를 목적지로 네비게이션을 찍었더니, 뉴욕을 거쳐가는 코스가 나왔다. 좀 찝찝했지만, 멀리 둘러갈 생각을 그 때는 하지 못했다. 또 하나, 비가 잦아들면, 뉴욕을 거쳐가는 중 콜롬비아대는 들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 었다. 정말 큰 오산이었다. 뉴욕에 가까와 지면서 비는 더 쏟아지고, 안 그래도 막히는 도시에 비로 인한 교통체증 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될줄 알았으면, 한두 시간 돌아가더라도 펜실베니아주 쪽으로 가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 다. 그 이후, 앞도 안 보이는 폭우 속을 끝도 없이 운전했다. 뉴저지를 지나가기까지 5-6시간은 정말 앞이 안 보여 서 시야가 3-4미터 앞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총 8시간을 기어가듯이 운전했다. 한시부터 아홉시까지 그 빗속을 뚫고 워싱턴디씨까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살면서 하루 종일 그런 폭우를 본 적도 없거니 와 그렇게 오랜 시간 빗속에 있은 적도 없다.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졌을 때는 신경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비 와 어둠 속에 주유소를 놓쳐 7마일 정도의 거리를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 때 그 화풀이를 큰 애한테 해댄 게 미안 하다. 애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가 그때도 아니고, 지금 생각난다. 이번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날을 꼽으라면, 그 래서 15일이다. !!

Washington D. C까지 서둘러 간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일정도 일정이지만, Howard란 친구와 저녁약속을

해놓아서 중간중간 연락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 5시가 넘어 통화할 때도 워싱턴디씨 날씨는 좋다고 했 다. 한시라도 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가기로 한 것이다. Howard란 친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과정에 있는 외교관지망생으로 작년에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알게된 한국계 미국인 청년이다. 처음 몇 개월만 만나서 수업하다, 케네디스쿨 진학으로 보스턴으로 간 후는 스카이프로 수업을 했기에 실제로는 일년만 에 만나는 거였다. 보스톤에 가서 연락을 했더니, 방학동안 백악관에서 인턴과정을 하느라 워싱턴디씨에 있는 친 구집에 있단다. 결국, 아홉시가 다 되어서 겨우 만났다. 비는 우리를 따라왔다. 말짱하다가 저녁 8시 무렵 비가 내 44


렸다 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보는 Howard를 반가워했다. Howard의 하버드스쿨과정과 백악관인턴과정얘기를 들으며, 빗 속을 운전해 오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지고, 새삼 모든게 다시 감사해졌다. 본인의 꿈을 실현해나 가는 한 청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또 그 청년이 내가 가르쳤던 제자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기 때문이 다. 3년간의 미국생활에서 정말 좋은 인연을 많이 맺었구나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 들렸던 몇몇 장소들은 이런 지 인들과의 만남으로 오랜 시간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같다. 의미가 더해지니 여행이 풍요로와지고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또,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중 만나 나누는 그들과의 대화는 훨씬 진솔해지고 마음이 열리며 끈끈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 속에서 얻는 삷의 모습들은 내게 활력을 주고, 앞 으로의 삶에 영감을 줄 것이다. 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활력이 되고, 그들의 삶에 작은 부분이나마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하나 추가해 본다. ! !

밤 12시가 넘어, Quality Inn에 도착했는데도, 애들은 생생하다. ( 가격 $90 Quality Inn / 주소 10653 Balls

Ford Rd. I-66 Manassas, VA / 전화 703 - 368 - 2800 ) ! !

* IVY Lea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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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Harvard University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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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Brown & Yale University 3:01

Yale University in New Haven 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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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 Tenn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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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어제 ‘병’을 주셨으니, 오늘 ‘약’을 주신 것 같

다. 아침 일찍, 워싱턴 디씨의 바로 옆 도시인 알링톤으로 떠났다. 워싱턴 디 씨는 주차비가 비싸고 차가 워낙 막혀 저녁에는 빠져나가기가 힘드니, 차라 리 바로 옆 도시에 차를 댄 뒤, 지하철로 다시 건너오라는 Howard의 충고를 따른 것이다. 알링톤에 위치한 주차장 ( 가격: All day Parking $12 / 주소 Parking Lot - 1555 Wilson Blvd, #3 Arlington, VA) 근처의 지하철에서 디씨 까지는 세 정거장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들어간 디씨는 참으로 깨끗하고 웅 장하며 고급스러운 도시였다. 시원스럽게 지어진 거대한 건물들, 큼직큼직

2014년 7월16일 수요일

한 거리를 여유있게 거닐며 구석구석을 다녔다. 백악관을 비롯한 모든 건 물들이 가장 미국다운 모습으로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Washington D.C에 와서 미국에 온 걸 실감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올 랐다. 미국의 관대함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일단, 박물관이 모두 무료였다. 물론, 그 안에서 체험하는 비용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30불 이상의 입장료를 내고 봤던 시카고와 뉴욕을 포함한 도시들의 박물관보다 훨씬 더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음식값도 비싸지 않았다. 레스토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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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활기 넘치고, 맛있었다. 기념품샵에도 다채로운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100점 만점을 주고 싶은 도시 이다. 아이들도 아침부터 하루종일 쉬지 않고 다녔음에도 별 불평없이 따라다녔다. 굉장히 알찬 시간을 보내고, 6시쯤 디씨를 빠져나왔다. ! !

17일 목요일 Arlington을 떠나는 아침부터 다시 비가 내렸다. 어제 날씨가 눈부시게 맑았다는게 믿어지지 않

았다. Washington D.C는 우리에게 Turning Point였다. 이제 이곳을 찍고, 서부로 돌아가는 길이 시작되었다. 가슴 이 벅차다. 이제 다음 주요 목적지인 세도나까지 열심히 달리자. ! !

출발은 활기찼건만, 비때문인지 출퇴근차량들때문인지 다시 시작된 차량정체 속에 오전을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무료하게 테네시로 들어왔는데, 단체 카톡 하나가 들어왔다. 올해 초, 정들었던 교회에 무언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자원봉사로 영어강의를 진행했을 때, 내 수업을 들으며 친분을 쌓았던 한 사모님에게서 온 메세지 였다. 남편분이 테네시 내슈빌 한인교회에 며칠 전 부목사님으로 부임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갑자기 이사를 오 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며, 놀러오면 들리라는 내용이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기막힌 타이밍'에 얼마나 반갑 고 놀랐는지 모른다. ‘지금 가도 되냐’고 바로 답을 썼다. 사모님은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단다. ! !

정말, 세상은 좁다! 덕분에 목사님 가족이 이사온, 엘비스프레슬리의 고향인 내슈빌 구경도 하고, 목사님 가

족과 맛난 점심도 먹었다. 수영하고 가겠다는 아이들의 완강한 고집에 오후 4시가 넘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모님과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그 분의 슬픈 눈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 만, 앞으로는 기쁘고 행복한 일들만 계속되길 믿어의심치 않는다. 테네시에 들리는 것은 예정에 없던 일정이어서, 하루 묵고 가라는 사모님의 권유를 어렵게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토요일 도착할, 다음 목적지 Sedona까지 갈 길 이 멀기 때문이었다. ! !

이제 Tennesse주를 넘어가 Sedona가 있는 Arizona주에 도착하려면 Mississippi, Arkansas, Oklahoma, Texas,

New Mexico 이렇게 5개 주를 지나야 한다.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위로하고, 저녁은 차에서 햄버거로 떼우며, 밤 늦게까지 차를 몰았다. 겨우 Arkansas에 도착, Americas Best Inn이란 곳에서 묵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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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shington D.C.

Washington D.C.를 앞두고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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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우&폭우 속 운전 8시간 1:45

7/16 Washington D.C Tour 마치고 Tennessee로 가 면서 3:53


16 Sed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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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여행으로 유명한 Sedona (http://www.lifeinus.com/Travel/235 )는

여행 계획 처음엔 없었다. 이 역시, 내 친구 Erica의 조언으로 Grand Canyon과 가깝기도 해서 여행 끝무렵에 끼워 놓은 코스였다. 어제 Sedona가 있 는 Arizona에 도착하기까지 경유한 주가 4 개나 된다. Arkansas에서 오전 8시에 떠나 Oklahoma와 Texas를 거쳐 12시간의 운전 끝에 도착한 New Mexico를 포함해서다. New Mexico의 Alba라는 곳의 Comfort Inn (가격

2014년 7월 19일 토요일

$80 / 주소 6031 Iliff Rd. NW ALba NM)에서 잤고, 밀린 빨래를 잔뜩 했다. ! !

오늘 아침은 길을 일찍 떠나 오후 한 시쯤에야 Arizona로 들어왔다.

어제밤 미리 예약한 Sedona근처에 있는 Flagstaff KOA (주소 5803 US-89, Flagstaff, AZ 86004 / 전화 928 - 526 - 9926) 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4인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Teepee라는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천막을 숙소 로 정했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겉에서 보는 것보다 실내가 넓었다. 더블 싸이즈의 침대가 두 개 널찌감치 떨어져 있었는데도, 공간이 많이 남을 정 도였다. 점심은 KOA 내에 있는 버스식당에서 주문해 먹고서, Sedona로 향 했다. Sedona로 향하는 길들은 단조로웠다. 친구가 말했던 깎아지른 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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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운치있는 집들과 도시의 강력한 기운에 예술가들이 많이 나온다는 그 도시가, 과연 이런 멋없는 꺽다리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길 끝자락에 나올까? 도대체 얼마만큼 지나야 그 도시가 나올까? 하는 하품나는 생각들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입구가 다가오자, 토속품을 파는 인디언 노점상들이 나타났다. 얼마 전, 드라마 속에 나왔던 ‘드림캐쳐‘들을 비롯한 여러 장식품과 악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우리 딸들은 여자애들 아니랄까봐 팔찌랑, 드림캐 쳐를 고르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시작한 세도나 여행!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온통 황토빛의 도시, 황토빛 기암절벽 속에, 색깔을 맞춘 아름다운 집들이 그림처럼 박혀 있었다. 전체의 조화로움을 위해, 집들의 페인트색깔조차 도시에서 통제한다고 한다. 내일 Grand Canyon에 갈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걷는 트레일코스는 가지 못했다. 89번 도로를 타고 갖갖이의 이름이 붙어있는 아름다운 바위들을 지나 북쪽에서 남쪽 으로 내려갔다. Bell Rock 등 붉은 바위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고요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세도나 의 남쪽 끝 쯤에 있었던 인디언전통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올 때는 17번 도로로 올라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급적 같은 길을 두 번 타고 싶지 않아, 이럴 때는 네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선택한 후, 왔던 길과 같은 길이 나오면, 다 른 경로 옵션 선택을 한 뒤, 많은 시간 차이가 나지 않으면, 그 경로를 택했다. ! !

우리 두 딸들은 KOA에 도착하자마자 Banana Bike를 빌려서 캠프장을 돌아다녔다. 이 곳 KOA는 조경에 상

당히 신경을 쓴 것 같다. 곳곳에 화사한 꽃들이 무리지어 있고, 작은 정원이 몇 군데 꾸며져 있는데, 청동 조각들이 어우러진 분수대와 낭만적인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어린 아이들을 동

7/18

1:53

Arkansas에서 출발

반한 가족들이 많은 것 같았다. 우리 딸들은 오랫만에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았다. 덕분에, 처음으로 두 따님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을 깜박했다. 티피(Teepee)가 좀 낯설어 뒤척인 것 같다.

1:39 12시간 운전! 운전기록갱신 (Time zone 바 뀜)

50

5:42

2:02

Texas를 지나며; 세상은 넓다.

감사기도

7/19 1:01

0:48 뉴멕시코


17 Grand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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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로 돌아오는 길 내내 흐렸던 날씨가 Grand Canyon

(http://www.nps.gov/grca/planyourvisit/maps.htm )에서는 정말 큰 행운이 되 어 돌아왔다. 그 행운은 사막의 타들어가는 듯한 열기를 겪지 않았다는 것! 여행 떠나기 전, 예행연습상 갔던 캠프 Anza-Borego Desetn의 열기를 아직 도 기억한다. 해가 뜨기 시작하고, 갑자기 환해지더니, 오전 7시 무렵부터 한 여름 뙤약볕의 기운을 느꼈었다. 12시가 넘으면서부터는 숨 쉬기도 힘 들었다. 여기 7월의 Grand Caynon도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한 곳은 아니

2014년 7월 20일 일요일

다. 이맘때쯤, 사막의 기온은 오후 12시가 되면 불붙듯 뜨거워지기 시작해 서, 2-3시쯤 최고점을 찍어 50도에 육박하고, 오후 4시가 지나서야 서서히 식어간다. 그런데, 오늘 기온은 최저 24도, 최고 41도, 평균 33도란다. 평상 시보다 7-8도가 낮은 거였다. 더위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큰 딸때문에 걱정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41도라는 온도 역시 만만치는 않다. 가급적 모든 코스를 돌고 Grand Canyon KOA에 3시 안에는 도착하는 계획을 세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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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anyon은 Sedona의 북쪽 방향에 있다. 180번 도로로 올라가서, 우리가 묵고 있는 캠핑장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어제 Erica와 통화하면서, Grand Canyon의 Desert View쪽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대 해 들었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있는 Flagstaff에서 89번을 타고 Cameron에서 64번 도로를 타는 길이었다. 네비게 이션은 180번을 타다 64번 나오는 길을 안내하고, 인터넷검색을 해도, 64번 도로는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Grand Canyon 홈페이지에서 Flagstaff에서 가는 길을 검색하자, 세 가지 경로가 나왔는데, 64번 도로는 없었다. ! !

하지만, 친구의 말을 믿고, 64번 도로를 찾기로 했다. 89번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갔을 때, 그 지점이어야할 곳

에, 64번 도로가 나타나지 않아, 다소 당황했다. 많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아, 차를 유턴시켜, 지도를 든 딸아이와 함 께 64번을 찾아 천천히 차를 몰았다. 아까, 오래 전, 공사를 중지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높다랗게 파올린 흙더미 를 보았었는데, 그 곳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고, 아무래도 지도상 64번 도로 같았다. 맞았다. 흙더미가 도로 바닥의 선들도 지워버렸고, 그것도 양 옆에 쌓여 있어, 입구를 절반 쯤 좁혀 놓아 도저히, 차 다니는 길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도로공사로 길을 폐쇄하는 경우도 많다. Mt. Rushmore 근처 KOA에 갈 때, 도로공사로 길이 막힌 줄 모르고, 한 시간 넘게 돌아나온 기억이 났다. 싸인이 있긴 했지만, 제대로 안 읽고 지나쳐 낭패를 당한 경우였 다. 이번에는 도로폐쇄라는 싸인도 없었는데, 보이기에는 폐쇄된 도로처럼 보였다.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들 어섰다. 그렇게 Grand Canyon의 동쪽 자락을 탔다. 얼마만큼 갔을까? 우리 셋이 점점 더 작아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거대한 세상에 우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이제껏 봐 왔던 하늘보다 열 배는 높아보이는 눈부신 하늘과 강렬한 태양, 오래전 화산폭발로 흘러나온 용암이 번쩍이고, 그 거대 암석이온 땅을 덮고 있는 이 곳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 즈음, 시야에 펄럭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손수 만든 악세 서리를 펴놓고 있는 인디언 할아버지였다. 너무 반가웠다. 팔찌를 사면서, 도대체 이 할아버지가 어디서 오셨을 까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지만, 토착언어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가리키셨다. 아무리 눈을 씻고 쳐 다보아도 사람사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저 커다랗게 뻥 뚫린 분화구 같이 보이는 구덩이에서 사시나? 할아버지가 가리킨 쪽에는 그것 외에 보이는 풍경은 없었다. 어제 Sedona에서 $15-20 정도 했던 팔찌들을 할아버지는 $10이 란다. 세 개를 샀더니, 인디언식인 것 같은 손바닥을 모으는 인사를 하며, 굉장히 기뻐하셨다. 아마, 첫고객이 아닐 까하는 생각을 하며, 들어오는 입구에 공사가 마음에 걸렸다. 알고는 계실까? 나 같은 사람이나 이곳 길을 잘 아는 사람말고, 그 길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이 몇 명이나 될까? 뜨거운 태양 아래 종일 앉아 있을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안 좋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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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t View에 도착해서 전망대와 박물관을 둘러보고, Colorado 강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을 넋이 나갈 정

도로 쳐다보았다. 사진에서만 보던 그랜드캐년의 웅장한 모습을 두 눈에 가득 담았다. 그 다음 Grand Canyon Village로 버스시간을 알아보러 갔다. Grand Canyon의 능선들은 버스로만 투어가 가능하다. 안내소에서 North Rim으로 가는 Bus Tour시간을 확인했더니, 20분 뒤 바로 출발이란다. 샌드위치와 우유, 커피 등으로 점심을 부랴 부랴 먹고, 겨우 버스에 올라 탔다. 밖으로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풍경에 아이들이 유리창에 붙어버렸다. 운 좋게 우리가 앉은 자리가 절벽 쪽이어서, 능선을 따라가는 아찔함을 그대로 즐겼다. 중간중간에 멋진 트레일코스가 욕 심났지만, 목적지인 North Rim에 내려 Hope House에 내렸다. 깎아지른 절벽에 지어, 그랜드캐년의 전경을 그대 로 볼 수 있는 1905년에 지은 건물이다. 인디언들의 기념품들과 간단한 음료를 팔고 있었고, 전시품들이 있었다. 100년 전 지어졌다는 건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작년 봄인가 미국의 언론재벌 William Randolph Hearst의 ‘Heart Castle’ (http://hearstcastle.org )에 들렀을 때, 산 꼭대기에 자리잡은 그 기막힌 성들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한 기억이 함께 떠올랐다. Hearst Castle의 경이로움이 막강한 부를 소유한 대재벌과 Julia Morgan이라는 위대한 건축가의 비전에서 비롯되었다면, 이 곳은 소박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외골수의 여성건축가 Mary Elizabeth Jane Colter의 숭고하고도 소박한 고집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7/20 2:30 그랜드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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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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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hua Tree Nationla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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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anyon Tour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찾은 KOA (주소 5333

State Hwy64 Williams, AZ 전화 800 - 562 - 5771) 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 !

오늘 묵을 KOA는 Grand Canyon에서 40여분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

다. 도착 예정 시간인 오후 2시 30분, 계속되는 풍경들은 정말 실망스러웠 다. 도착 500여 미터를 앞두고도 보이는 것이라곤, 나무 한 그루 없는 사막 한 복판의 삭막함과 간혹 지나가는 차들 외엔 아무 것도 없는 도로의 황량 함이었다. 이러한 곳이 우리의 고단한 몸을 풀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장식할 곳이다 생각하니, 울적하기까지 했다. 눈에 띄지도 않아 KOA라고

2014년 7월 21일 월요일

쓰인 싸인을 보고 들어가면서도 들어온 게 맞나라는 착각을 일으켰다. 여 행하면서 이런 느낌을 종종 겪었다. 숲이 빽빽하거나 높은 건물에 가려서 내가 찾는 장소를 못 찾았던 경험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였다. 그래서, 시야 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일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내가 찾는 장소가 전혀 짐작되지 않을 때는 언제나 당황스럽다. 가까이 가기 직 전까지는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도착 직전의 순간이 되면 ‘짜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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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나타나는 그 장소들은 언제나 신기하다. ‘아, 저건가’ 하고 감이 잡히는 순간, 몸 전체로 퍼지는 흥분은 이런 여 행에서나 즐길 수 있는 쾌감이다. ! !

도착한 KOA는 예상과 달리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족욕실과 개인욕실이 준비되어 있고, 수영장 옆

에 온탕도 있었다. 예쁜 발코니에 그네가 매달린 목 좋은 캐빈을 배정받았다. 식당이 작은 대신,식료품코너가 이 제껏 가본 KOA 중 제일 커서, 애들이 좋아할 만한 반조리상태의 가공식품들이 다양했다. 입맛대로 골라 점심을 먹고, 우리 두 딸들은 언제나처럼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정말 오랜만에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그니, 대번에 몸이 나른해졌다. 애들은 마지막 밤이라 당연히 캠프파이어를 하자고 할텐데, 진짜 귀찮았다. 여행 20일은 캠핑매니아 도 지치게 만드는구나! 수영장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바로 야외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아이들에 게 영화보면서 저녁도 먹고, 너희들 좋아하는 간식도 고르고, 음료수도 골라 파티하자고 회유했다. 여행 중 처음 으로 맥주캔도 샀다. 삼페인을 먹고 싶었지만, 나 혼자서 한 병을 다 먹을 자신은 없었다. 아이들과 웃고 떠들고 그 렇게 사막에서 밤을 맞았다. 8시쯤 되어, 캐빈으로 돌아오자 여기저기서 불을 피우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우리 딸들이 건너편 캐빈쪽으로 달려가면서, 아는 체를 했다. 낮에 수영장에서 같이 놀았던 아이들의 가족 들이었다. 한국 사람들이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금방 친근감이 느껴지는 따스한 가족들이었다. ! !

밤이 깊을 수록 사막의 별빛도 깊어졌다. 내일부터 날씨가 맑아지려나 보다.

7월 21일 KOA에서 9시반에 떠났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Joshua Tree National Park (http://www.nps.gov/jotr/planyourvisit/hours.htm )였다. 동부에 갔을 때, 시간상 Arcadia National Park (http://www.nps.gov/acad/planyourvisit/basicinfo.htm ) 에 들리지 못해서, 이번 여행을 위해 산 $80짜리 국립공원연 간패스를 세 번 밖에 못 썼다. 국립공원의 입장료들이 보통 $20이니 한 번이라도 더 써야한다는 짠순이 계산으로, Joshua National Park이 추가 된 것이다. 마침 LA로 향하는 경로이기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가는 길 이 평상시와 달리 지루했다. 원래 한달 쯤 하고 싶던 여행을 2주로 줄인 것인데, 참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이젠, 따 뜻한 집에서 자고 싶었다. 밥과 김치도 떠오르고, TV를 보며 앉아있는 편안한 일상이 너무나 기다려졌다. 2시쯤 도착한 Joshua Tree Park은 뜨겁게 타오르는 사막이었다.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Visitor Center로 뛰어들어 갔다. 아이들을 달래가며, 한 시간 정도 사막의 꽃과 나무, 선인장들을 감상하고 얼른,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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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쯤 South Pasadena에 도착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계기판을 확인해 계산했더니, 20일 동안 정확

히 8,023 mile을 달려왔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세차장이었다. 8,000 mile 거뜬히 달려 준 나의 Camry에게 해줄 수 있는 작별 선물이었다. 그 다음, 도서관에 들려 여행 중 읽었던 책과 CD, DVD를 반납했다. 오늘 저녁은 현주씨네 서 자기로 했는데, 그 전에 우리 아파트에 들려, 지난 3년간 친하게 지내던 이웃 사람들과 작별인사도 하고, Jenny에게 맡겨 놓았던 짐도 찾아 왔다. 그 짧은 시간에 지인들과 만나 차도 마셨다. ! !

7월 22일,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차를 넘기면서, 차와 관련된 서류업무를 마쳤다. 그리고, San

Diego에서 올라온 현정이와 은행업무 등의 잔 일들을 정리하고, 점심을 먹었다. 일을 마치고 온 Erica와 다시 합류 하여, 맛난 저녁도 먹고, Spa에 들려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내일 떠나는 것이 전혀 실감 안나는 날이었다. 3년간 나의 가장 튼튼한 버팀목이었고 가족이었던 친구들이다. 그런 고마운 현정 그리고 Erica와 함께, 다음 날인 7월 23일 오전 6시 19분 비행기로 떠나기까지 이렇게 함께 있다 떠나기로 했다. 여고동창인 Erica, 대학 단짝 친구인 현 정이! 3년 전, 내가 미국에 도착하던 그 날도, 이 두 친구들은 공항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이후 이 둘도 친구가 되어, 지난 3년 동안 셋의 새로운 우정으로 뭉쳤었다.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 !

예상과 달리, 공항에서 친구와 혜어질 때 울지 않았다. 수다로 간밤에 꼬박 밤을 새어 힘이 든데다, 약간 늦

은 감이 있어 서둘러야 했다. 결정적으로 수하물을 부치려는데 짐무게가 초과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가방 몇 개 의 무게를 분산시켜야 했다. 얼른 들어가라는 현정이에게 등을 떠밀리며, 도착하자마나 전화한다는 끝인사와 함 께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슬퍼할 겨를 없는 작별이었다. 안녕, 미쿡!

7/20 마지막 밤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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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2:37 Joshua Tree National Park

감사 2:33

S. Pasadena 도착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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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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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미국생활을 기념하는 20일간의 미국 자동차대륙횡단여행을

7월에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벌써 한달이 훌쩍 넘어버렸다. ! !

2014년 올해 5월, 6월 두달 동안 졸업시험과 미국생활정리, 나와 큰딸

아이의 졸업식&졸업파티들을 끝내고, 이따른 20일간의 미국 자동차대륙 횡단여행으로 바로 귀국한 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미루어 놓았던 치과수 술을 받았다. 그리고, 여기 송도로 이사온 8월까지, 이 석 달이 마치 삼 년처 럼 느껴진다. 굉장히 피로한 상태로 9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이 모든 일정을 견디어 준 나의 건강함에 부모님께 새삼 감사할 뿐이다. ! !

20일간의 여행은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특히, 두 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과 맺은 관계의 소중함이 너무나 고맙다. 특히, 나의 큰 딸 사빈 이와는 그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 누었고, 우리는 정말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행 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훌쩍 자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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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한국의 일상은 녹록치 않고, 이제 본격적으로 일도 시작해야 하므로, 여행 중 틈틈히 녹음한 리코더

와 기록지들을 남겨 놓는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클리어 화일 한두 페이지만 차지한 채, 여행의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두 딸들과의 특별한 여행을 기억 한 자락에 고이 남기고자, 여행의 기억이 그나 마 생생히 남아있을 때 이 여행기를 시작하여, 서투른 필력으로 급한 마무리를 했다. ! !

여행이 끝나고 우리 두 딸들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 같다.

! !

“얘들아, 미국이 생각보다 작지?

! !

“ ...... ”

! !

세상이 녹록치 않음을 알고 있다. 두려움과 걱정 속에, 고민하고 망설이다 시작 한번 못해보고 끝내는 일들

이 많이 있음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거나 시도하지 않은 많은 일들이 막상 시작해보면, 시작 전에 생 각했던 것만큼 힘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그 일들이 한번쯤 해볼만한 일이었거나, 아니면, 되려 하 지 않았다면 후회할 만큼의 가치를 지닌 일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 !

나의 횡단여행도 그러했다. 가도 가도 끝없을 것 같던 미국은, 여행이 끝나고 나니, 생각보다 작았다. 우리

두 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좀 더 크면 다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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