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외고 문학 동아리 연간 문예지
해 울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맺히는 이슬, 2014 열세 번째 이야기
2014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맺히는 이슬, 해울 안녕하세요, 이화인 여러분 저희 문집을 구입해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해울은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의 문예창작 동아리로, 매년 부원들이 직접 쓴 글들로 구성된 문집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22기 와 23기로 구성된 문예부 해울 에서 2014년 올해 해울은 벌써 열세 번째 문집을 완성했습니다.
앞서 선배들이 낸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열세 번째 이야기 역시 다양 한 글로 꽉 차 있습니다. 어떤 주제로 쓸지 부원들 모두가 서로 머리를 맞대 고 의견을 나눈, 또는 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다듬어져 나온 글들이 실려 있으며, 모든 글마다 부원들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감성이 묻어나는,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을 담은 글들입니다. 아직은 고등학생인, 경험도 많이 부족한 저희인지라 글이 미숙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미숙함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 미숙함 속에 녹아있는 저희의 생각과 노력들이 여러분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모든 부원들의 노력 이 담긴 이 문집이 여러분에게 작은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해울의 열세 번째 이야기,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_^
차 례
*해울 개인 글 ·프로젝트 아메바, 곽선준 ·꿈, 소망, 그리고 나의 삶, 성주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이재림 ·길, 장윤정 ·Tristesse, 김자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정혜인 ·중국신화 이야기, 채혜진 ·나, 김수민 ·Rainism, 박현선 ·위로인지 놀리는 건지, 정연주
*해울 공동 글 프로젝트 ·노래가사 소설로 바꿔 쓰기 / 박효신-사랑한 후에 ·시를 소설 안에 집어넣기 / 길 ·이야기 이어쓰기 / 수상한 노트
*후기
프로젝트 아메바 곽선준
프로젝트 아메바
프롤로그 (2048년 3월, 청와대 비밀 회의실. 여러 분야의 고위층 인사들이 있다.) 대통령: 그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나? 과학자1: 예. 과학자2: 실은 그 프로젝트를 다 마쳤습니다. 대통령: (솔깃) 어디 나 앞에서 시범을 보이게. (거만한 자세로 다리 꼬고 팔짱 낀다.) 사회학자: (그래프 보여주며)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남성이 전체 남 성의 80%를 넘습니다. (다른 그래프 보여주며) 또한 지난 5년간 저 출산이 급격 히 심해져서 10년 전 보다도 군대에 갈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대통령: (이미 알고 있단 표정 지으며) 그래서 자네들한테 ‘프로젝트 아메바’를 맡기지 않았 나. (과학자들 보며) 그 약은 잘 개발되었나? 과학자2: (연구 결과가 흡족한 듯) 당연하죠. (‘과학자1’에게 손짓) (‘과학자1’, 가져온 철장을 꺼낸다. 철장 안에는 실험용 쥐 4마리가 있다. ‘과학자1’, 작은 플라스틱 가방을 꺼낸다. 플라스틱 가방을 열어보니 안에 주사기 한 개와 약물통 몇 개가 있다. 주사기 위 조그만 포스트잇에 ‘X-1401’이라 쓰여 있다. ‘과학자1’,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낸다. ‘과학자2’, 철장을 조심스레 열어 쥐 한 마리를 꺼내고 철장 문을 닫는다. ‘과학자 1’, ‘X-1401’을 쥐에게 맞힌다.) 과학자1: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프로젝트 아메바’이듯, 이 약물을 동물에게 맞히면 그 동물 은 아메바, 혹은 단세포 생물처럼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과학자1’이 이 말을 하자마자 쥐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1마리의 쥐가 2마리로 변한다. 각 각의 새로운 쥐는 건강하다. 3시간 뒤 쯤 그 쥐들 중 한 마리가 다시 분열한다.) 대통령: (의아) 왜 둘 다 분열을 안 하는 거지??? 과학자2: 이 주사를 직접적으로 맞은 개체, 즉 ‘모체’만 분열을 할 수 있게끔 약이 설계되었 습니다. 대통령: (얼굴 살짝 찡그리며) 그래.......?? (혼잣말) 뭐 그래도 큰 문제는 없겠지? (과학자 들 보며) 다른 장점은 없나? 사람은 몇 시간을 주기로 분열하나? 그리고 ‘모체’와 ‘모체’로 부터 나온 개체의 특징은?? 과학자1: 사람들은 약 6개월을 주기로 분열합니다. 과학자2: 또한 ‘모체’는 그 개체의 평균 수명의 5배 이상을 살 수 있습니다. 즉 이 주사를 직접적으로 맞은 사람들은 500년 이상을 살 수 있는 거죠. 또한 ‘모체’와 그 후손
들은 성욕이 사라지며 그 개체보다 각종 신체적 능력이 더 뛰어납니다. 대통령: 그럼 ‘모체’로부터 나온 개체도 500년 이상 살 수 있는 건가? 과학자1: 아닙니다. 사람의 경우 ‘후손’은 약 2-3년 동안만 살 수 있습니다. 대통령: 음.......(‘수학자’에게) 그러면 ‘모체’로 쓰일 남자 몇 명이 필요한가? 수학자: 1000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대통령: 좋아......(그 자리에 있는 고위 관리들에게) 지금 전국에 18-30세 남자들 중 신체 조건이 가장 뛰어난 1000명을 뽑아 어마한 양의 상을 준다는 광고를 내라. 그들을 왜 뽑는지는 (측근들 둘러보며) 철저히 비밀로 해라. 과학자1&2,수학자, 사회학자 및 다른 고위 관리들: 예!!!!!!!!!
제 1장: MA17809 (회의가 있은 지 2년 후, 어느 육군 부대 안. 그 안에는 얼굴이 퀭한 20대 중반의 남자와 그 옆을 지키고 서있는 장교가 있다. 20대 중반의 남자, 정수리가 반으로 갈라지는가 싶더 니 어느새 금이 다리까지 가서 정확히 반으로 나뉜다. 각각의 불완전한 반쪽이 살과 피가 생겨 2명의 개별적인 사람이 된다. 그 중 한 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얼굴이고 다른 한 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두 명은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 장교: (얼굴 수척한 사람의 등 토닥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그냥 이게 운명이라고 받아들이 게. ‘모체’ 남자:............. 장교: 괜찮아. 너 말고 999명의 다른 남자들도 이런 운명을 겪고 있으니까. 어리둥절한 남자: (주위 두리번거리며) 여긴 어디죠? 그리고 전 왜 태어났나요? 제 이름은 무엇인가요??? 장교: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림. 그제야 생각났단 듯) 아 맞다. 음, 그래, 넌- 군인이 되기 위해서 태어났다. ‘신성한’ 소명이니 잘 수행하도록. 그리고- (‘모체’ 보며) 넌 평소와 같이 훈련하고 있고, 넌- (지금 갓 태어난 남자 보며) 나를 따라와라. (갓 태어난 남자, ‘장교’ 따라 ‘실험실3’으로 감. ‘실험실3’ 안에는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와 각종 운동기구가 있다. ‘장교’, 컴퓨터 켜서 ‘1000인’이라는 프로그램 실행. 갓 태어난 남자 의 모체의 이름 및 다른 세부사항 입력. 컴퓨터에 ‘MA17809’라는 숫자가 뜬다.) 장교: (갓 태어난 남자에게) 네 이름은 ‘MA17809’다. (컴퓨터와 연결된 3D 인쇄기로 어떤 팔찌 뽑음. 거기엔 ‘MA17809’라 쓰여 있다. ‘MA17809’의 오른손에 이 팔찌 끼워주 며) 앞으로 이 부대에서 신원 확인할 때 필요한 거니 항상 끼고 다니도록. MA17809: (의아한 표정 지으며) 예. 장교: (이 표정에 의심 갖는다) 음... 그래. 이제 신체검사를 해야 되는데 (작은 기계가 달린 아령 가리키며) 저 기계에 이 팔찌를 대고 들 수 있는 데까지 들어보게. (MA17809,
기계에
팔찌
댄다.
기계음으로
‘MA17809
신체검사’라는
소리가
난다.
MA17809, 처음에 20kg 든다. 여기까진 가뿐. 그러나 35kg부터 좀 힘들어하기 시작하고,
42kg부터는 도저히 못 든다. MA17809, 주위에 있는 다른 군인들 보니 7-80kg까지 드는 게 평균. MA17809, 팔찌를 다시 기계에 댄다. 기계음 ‘MA17809 42kg. 검사 종료’라는 소 리가 난다. MA17809, 그 외 오래달리기, 물속에서 숨 오래참기 등의 다른 검사도 한다. 그 러나 이 검사들 역시 아령 들기와 마찬가지로 평균의 반 정도까지만 실력을 발휘한다.)
제 2장: 육군 제 1부대 장교: (MA17809의 능력 보면서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다. 그 중엔 ‘돌연변이???’라는 말도 있다. 한숨. 종이에 무언가 적어서 MA17809에게 준다) 이 종이를 가지고 ‘이 대령’ 에게 가게. MA17809: (뭔가 많이 통제받고 있다는 느낌 듦) 아, 예. (MA17809, 종이 들고 ‘이 대령’에게 감. 이때 ‘이 대령’은 다른 복제인간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MA17809: (‘이 대령’에게 종이 건네준다. 공손히 경례) 대령님. 이 대령: (종이 읽는다. 자기가 MA17809를 훈련시켜야 한다는 거 알게 됨. 작은 기계 가리 키며.) 저 기계에다 네 팔찌 찍고. (MA17809, 팔찌를 기계에 갖다 댐. 기계음 ‘MA17809 훈련 시작. 2050-9-4. 10시 57분.’ 이라는 소리가 난다. ‘이 대령’, MA17809에게 총 건네줌. 이와 동시에 MA17809가 서 있어 야 할 자리 알려줌. MA17809, 그 자리로 가서 질서 있게 선다. MA17809, 군인의 수는 많 은데 서로 다른 얼굴형이 3개밖에 없다는 거 알고 놀람. 자기가 서 있는 곳 주위 둘러보니 자기랑 완전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 대령: (MA17809를 비롯한 군인들 보며) 오늘의 훈련 일정을 알려 주겠다. (왼쪽 보며) 경주에 있는 원전이 폭발했단 건 알고 있지? ‘NC’들은 거기 가서 위험물질을 제 거하고. (중간쯤 보며) ‘KL’들은 동해 앞바다에 가서 훈련하고 있고 ‘김 장교’가 자네들을 감독할 거네. (오른쪽 보며) ‘MA’들은 여기 남아서 나랑 ‘지뢰 피하기’ 훈련을 한다. (싹 한 번 둘러보며) 질문 있나? (MA17809, 손을 든다. ‘이 대령’, MA17809를 손으로 가리킨다.) MA17809: 당신과 같은 사람들은 위험하거나 힘든 일을 직접 하나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 들과 같은 이름이 없나요? 이 대령: (MA17809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본다. ‘너 같은 것이 왜 이름이 필요해’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우리가 그렇게 해야 될 이유가 있나? (‘이 대령’, 이 말 하면서 MA17809를 위협하는 듯한 눈빛으로 째려본다. 이와 동시에 ‘넌 우리가 시키는 걸해야 돼’라고 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MA17809, 이 분위기 눈치 채
고 질문 더 안 함. 그러나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MA17809밖에 없다. 다른 군인들은 이런 사항에 대한 비판 의식이 없다.) 이 대령: (다시 군인들 싹 둘러보며) 더 이상 질문 없지? 군인들: (일제히) 예!!!!!!! 이 대령: (흡족) 좋아. 그럼 ‘NC’와 ‘KL’들은 외부로 가고 ‘MA’들은 여기 남도록. (‘NC’와 ‘KL’들, 그들을 맡은 높은 사람들 따라감. ‘MA’들, 가만히 서 있다.) 이 대령: 그럼 훈련을 시작하지. (일정표 보며) 오늘은 지뢰 피하기 훈련을 위주로 한다. 그 외에도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훈련과 화재대피 훈련을 할 거고.....(‘MA’들 똑 바로 보며) 훈련 실시!!!!!!!! (‘MA’들, 우선 지뢰피하기 훈련을 한다. 그러나 이때 사용되는 지뢰는 가짜가 아닌 진짜 지 뢰다(그러나 힘은 약함). 이때 다리나 손을 잃는 군인들이 몇 몇 있는데 그들에 대한 보상 을 안 해준다. 오히려 신체부위를 잃은 군인이 무능하다고 생각해서 어디론가 끌려가서 죽 임을 당한다.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훈련을 할 때도 진짜 독을 쓰는데, 마찬가지로 독에 지나치게 노출되었던 군인들에게도 보상을 안 해 준다.)
제 3장: 김소정과 민호(1) (MA17809, 군대의 이상한 모습에 대해 의심 가짐. 그날 훈련이 끝나고 MA17809, 기계에 팔찌 찍고 본인의 숙소로 걸어감.) 이 대령: (짧고 단호하게) MA17809. ('MA17809', 멈칫. ‘이 대령’ 바라봄) MA17809: 예?? 이 대령: (심오) 잠시 자네와 할 말이 있네. (MA17809, ‘이 대령’ 따라감. ‘이 대령’, ‘MA17809’ 데리고 본인의 사무실로 감. MA17809, ‘후손’들이 쓰는 침대보다 2배 이상 큰 책상을 본다. 책상에는 크고 푹신한 의자 가 1개 있고 작은 의자 2개가 있다. ‘이 대령’, 큰 의자에 앉는다. 의자 중 1개에는 어떤 여 자가 앉아 있다. ‘MA17809’, 다른 작은 의자에 앉는다. MA17809, 여자 쪽으로 시선이 계 속 간다.) 이 대령: (‘MA17809’의 이상한 행동 포착. ‘장교’가 제출한 종이 봄. ‘MA17809-돌연변 이??’라고 쓰여 있다.) 음....... 자네가 좀 많이 특별한 거 같은데. MA17809: (순간적으로 흥분. 그러나 이상한 낌새 눈치 챔) 아, 그렇습니까.
이 대령: (종이에 무언가를 더 씀. 종이 들여다보며) 그래....... (계속 종이 응시. 종이 들고 일어나며) 잠시 어디 다녀오겠네. (‘여자’ 보며) 이 군인을 잘 감시하게. 여자: 네. (‘이 대령’, 종이 보면서 사무실 끝에 있는 문으로 걸어감.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 쓰여 있다. ‘이 대령’, 그 문 열고 들어간다.) MA17809: (‘이 대령’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뒤 여자에게 말 건다) 이름이 어떻게 되 세요? 여자(김소정): (살짝 능청맞게) 저요? 전 ‘김소정’인데 그쪽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MA17809:........... 김소정: (얼굴 찌푸림. 짜증. 직설적으로) 왜 그러세요??? MA17809: (뭐라 설명할까 고민) 아.......그게.......정식 이름이 없어서요. 김소정: (이게 뭔가 싶다가도 눈치 챔) 이름이 알파벳과 숫자로 되어 있으세요? MA17809: (고개 끄덕) 김소정: (불쌍하단 듯 쳐다보며) 그럼 제가 이름을 지어드릴게요. (고민) 음....... (MA17809 보며) ‘민호’라는 이름이 어울리니까 그렇게 부를게요.
제 4장: 김소정과 민호(2) (MA17809,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정식 이름을 갖게 되어서 기쁘다. 한편 ‘김소정’에게 고맙고 그녀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민호’, 조심스레 ‘김소정’에게 말을 건 다) MA17809(이하 ‘민호’): (얼 떨떨).......고.......마워요. 김소정: (웃으며) 별거 아니에요. 근데 (완곡한 표현 찾다가) 만약 정식 이름이 알파벳과 숫 자로 되어있으면.......진짜 사람이 아니네요? (‘민호’, ‘김소정’을 이해할 수 없단 눈으로 쳐다봄) 민호: (어리둥절) 무슨 말씀이세요? (김소정, 생각해 보니 ‘모체’를 제외한 ‘후손’들에겐 진실을 말해 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음. 겁먹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민호: (‘김소정’의 이상한 표정 보고).......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김소정: (머뭇. 이 말해서 자기가 받게 될 벌 상상하며)........저........그럼........제가 한 말 을 (목소리 낮추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세요? 민호: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투) 네. 김소정: (속삭이며) 사실.......2 년 전 까지만 해도 당신과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민호: (더 난해해짐) 무슨 말씀이신가요?
김소정: 음.......그러니까.......그게.......(한참 고민) 사실 몇 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 남자들 은 군대에 가길 싫어했어요. 그리고 최근 20년간 출산율이 급격히 줄었지요. 민호: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심리 이해) 그게 제 탄생이랑 관련이 있나요? 김소정: (고개 끄덕이며) 지금 대통령이 15년 전에 임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 내세운 공약이 ‘모든 남자들은 군대를 안 가도 된다.’라는 공약이었어요. 그 공약 때문에 지금까지 도 대통령인 거고요. 민호: (의문 듦) 원랜 몇 년 동안 대통령을 하는 건가요? 김소정: (목소리 엄청 낮추며) 5년이요. 어쨌든.......지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전국 최고의 과학자들을 불러 모아 사람이 아메바처럼 분열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주는 약을 개발하라 했어요. 그 프로젝트 이름은 ‘프로젝트 아메바’였고요. 민호: (잠시 생각) 그 프로젝트 성공했죠? 김소정: 예. 2년 전에 그 약을 완전히 개발하는 것을 성공해서 1000명의 남자들을 선발해 서 그들에게 그 약을 주입했어요. 그 남자들이 분열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예요. (‘민호’, 충격 먹어서 입 벌리고 가만히 있다. 오늘 있던 일 가만히 생각. ‘장교’와 ‘이 대령’ 의 이상한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린다. 정신 차리고) 민호: (할 말 찾다가).......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민호’가 이 말하자마자 ‘이 대령’이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옴. 손에는 ‘장교’가 줬던 서류 말 고 다른 서류가 들려있다. ‘이 대령’, 문 닫고 큰 의자에 앉는다. 앉자마자 다리 책상 위에 올리며, ‘민호’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 보면서 말하기 시작) 이 대령: (의자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MA17809-자네가 의심이 갈 만한 행동을 많이 보여 서 위에 보고하긴 했으나 자네를 일단은 살려두라는 명령이 있어서 운이 좋은 줄 알게. 앞으로 수상한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으면 계속 살려 둔다. 그러나 앞으 로 한 번이라도 오늘과 같은 행동을 보이면- (시선 ‘민호’ 쪽으로 돌리며, ‘민호’ 똑바로 보고) 그 때는 어쩔 수 없다. 민호: (‘MA17809’라는 이름이 싫긴 하지만 연기.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 앞으로 의심을 사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대령: (대만족) 그 말을 잘 실천하게. 곧 있으면 취침 시간이니 숙소로 가도록. 민호: 예. (‘이 대령’에게 경례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무실 문 열고 밖으로 나감) (‘민호’, 본인의 숙소로 걸어가면서 ‘김소정’과 그녀가 했던 말 생각하면서 감. ‘김소정’에 대 해 생각하면 할수록 부끄럽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한편 ‘김소정’이 했던 말과 자신의 새 이 름에 대해 생각하면서 본인과 동료들도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함. 모순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 군대를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 아니면 군대 자체에서 탈출해야 할 지 고 민하다 보니까 어느새 숙소 문 앞이다. ‘민호’, 숙소 문 열고 들어가서 본인의 좁고 끈끈하 고 울퉁불퉁한 자주색 침대에 눕는다.)
제 5장: 새로운 동료들 (‘민호’, 혹은 ‘MA17809’가 침대에 누울 때 웅성대는 목소리들. 3명 정도가 ‘민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셋 다 ‘민호’에 대한 호감 가지고 있는 듯. 이 3명은 모두 ‘민호’와 똑같이 생겼다. ‘민호’, 그들의 팔찌 얼른 본다. 각각 MA17799, MA17800, MA17803이라 써있다.) MA17800: (‘민호’ 보며) 자네가 오늘 ‘이 대령’에게 뭐라고 항의했던 군인인가? 민호: (자기가 더 큰 곤경에 처할 거라 생각).......... MA17803: (‘민호’의 이런 심리 이해. 안심하란 듯 웃으며) 괜찮아!! 우리 셋도 자네가 태어 나기 전에 비슷한 일을 다 겪었으니까. 민호: (셋 다 훈련 때 ‘이 대령’의 말을 그대로 수용해서 믿을 수 없다) 정말인가요? MA17799: 당연하지. MA17803: 그러니까 훈련 때 가만히 있었지. 민호: (이 3명이 모두 친형(?), 혹은 선배라는 걸 눈치 채고) 다른 군인들은 ‘이 대령’이나 다른 높은 군인에게 항의를 안 했나요? MA17800: (잠시 생각. MA17799와 MA17803 보며) 다른 MA들 중에는 항의한 사람이 우 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MA17799: (기억 더듬음) 음.......없지. 그리고 있었어도 그 소문이 퍼지지 못하게 막았겠지. MA17803: 우리와 아버지가 다른 부대에선 그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민호: (상황 파악, 한숨) 어쨌든 우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야 된다는 게 좀 억울해요. MA17799: (민호와 마찬가지로 한숨 쉰다) 그치.......그나마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들보다는 나은 게 우리는 2-3년 동안만 살 수 있는데 아버지들은 500년 동안이나 살아 야 해서 운이 좋은 편이지. 민호: (놀람) 우린 2-3년밖에 못 살아요?! MA17800: (자기도 이런 운명이 싫단 듯) 그런 소문이 있더라? MA17803: 어쨌든 우리도 ‘그들’이 누리는 것과 같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기를 직접적으로 지키는 사람들이 누군데. ‘그들’도 나라를 지키는 데 한 몫 한다고 주장하긴 하는데 우리처럼 힘든 일을 안 하고 우리에게 명령만 내리잖아. MA17799: 여기서 권리를 누리긴 힘들 텐데. MA17800: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 MA17799: (무덤덤하게) 탈출해야지. MA17803: (놀람) 탈출이요??!! 민호: 여기 탈출이 좀 불가능한 구조가 아닌가요? MA17799: (고개 저음) 아니지. 여기서도 탈출 하려면 탈출할 수 있지. MA17800: 근데 만약 우리가 탈출한다면........다른 군인들도 데리고 탈출하는 건가요? MA17799: 그렇게 하면 제일 좋겠지만 다른 군인들은 이 제도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우리만 탈출하는 게 최선일 거 같은데. MA17803: 우리처럼 생각하는 군인들이 있긴 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이 제도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군인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서 우리와 함께 탈출하라면 탈출할 겁 니다. 민호: (MA17799 보면서) 세운 계획은 있나요?
MA17799: 당연하지. 그러나 탈출할 땐 나를 빼고 탈출해야 할 걸세. MA17800: 그럴 순 없죠!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데. MA17799: 아니지. 나는 벌써 2년 7개월 동안 살았기 때문에 탈출해도 오래 살지 못하고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희생자 한 명이 필요하네. 민호: 그럼 선배가....... MA17799: (웃으며)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가장 어리니 우리들 중에는 힘도 제일 세고 더 깨어 있으니 다른 군인들을 지휘해서 탈출하게. 민호: (불안하지만 MA17799의 말 받아들이기로) 알겠습니다. MA17803: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MA17799, MA17803에게 자신이 옛날에 몰래 뽑았던 고위 군인의 팔찌 주고 뭔가를 귀에 속살거림. MA17803, MA17799의 계획 알고 팔찌 갈아 낀 다음에 밖으로 조용히 나감. MA17799, 민호와 MA17800에게 계획 알려줌. 민호, 방에 있는 다른 군인들에게 탈출 계획 알리고 그들의 계획 잘 따라 줄 것을 당부. MA17800은 한편 MA17799와 함께 필요한 물 건 및 도구를 만들거나 훔친다.)
제 6장: 탈출 (다음날 아침. 평소와 같이 정상적 훈련 시작. 'MA'들, ‘이 대령’의 명령 들으며 가만히 있 다.) 이 대령: (군인들 싹 한 번 둘러보며) 오늘은 총기를 다루는 훈련을 한다. 몸에 고무 타이어 를 끼고 훈련을 할 거고 실제로 공격하는 기계들을 피하면서 훈련을 해야 한다. MA17799를 뺀 군인들: 예!!!!!!!!!!! (MA17799, 군인들이 ‘예!!!!!!!’라고 할 때 혼자서 대 놓고 찡그림. 또한 혼자서 긍정의 대답 을 안 함. 계속 툴툴거린다.) 이 대령: (MA17799의 이러한 행동 눈치 챔. 군인들 보고) 각자 총기를 들고 훈련실로 간다. (MA17799 보며) MA17799는 여기 남도록. (‘이 대령’, 다른 고위 군인들과 연락. MA17799, 가만히 서 있다. ‘왜요???’라고 말하는 듯 한 표정. 다른 군인들, 각자 총 들고 훈련실로 간다. ‘이 대령’이 그들을 안 보고 있는 틈타 서 몇 명만 총 소리를 내고 5명씩 돌아가면서 팔찌를 자르는 도구로 그들의 팔찌를 자른다. 총 소리를 내고 있는 군인들은 MA17799가 알려준 벽에다가 구멍을 뚫는다. 구멍이 한 사 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지자 ‘민호’, MA17800과 함께 구멍 부분을 조심스레 떼어 낸다. 군인들, 하나씩 구멍으로 통과한다. 한편 다른 고위 군인들, ‘이 대령’의 연락 받고 ‘이 대령’과 MA17799가 서 있는 곳으로 옴.) 이 대령: (다른 고위 군인들이 오자 MA17799 가리키며) 이 군인이 1년 전에도 반항한 일 이 있는데 지금 또 반항합니다. 장군: (MA17799를 똑바로 보며) 지금이라도 반성해라. MA17799: (어이없단 듯 피식 웃으며) 제가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장군: (어처구니가 없다. 이 말에 화가 남) 왜냐고?? 잘못했으니까 그렇지. MA17799: (폭발) 나를 고생시키는 사람이 누군데??!!!!!!!!! 그리고 전 해야 할 말을 했을 뿐 입니다. (MA17799, 이 말 하면서 ‘장군’을 번쩍 들어 벽에다가 내던짐. ‘이 대령’, 갑작스러운 사태
에 놀라서 멍해짐. MA17799, 이 틈 타서 ‘이 대령’의 코를 주먹으로 세게 친다. ‘이 대령’, 머리가 아파지고 코피가 난다. MA17799, 훈련실과 다른 방향으로 도망간다. ‘이 대령’, 정 신 차리고 팔찌에 있는 ‘로봇’ 버튼 누르고 ‘MA17799’라는 숫자를 팔찌에 입력한다. 이 버 튼을 누르자마자 벽 안에 숨어 있던 로봇 15개 정도가 벽에서 튀어나와 MA17799의 팔찌 를 추적해서 쫓아간다. 앞서 가고 있는 로봇 3-4개가 MA17799를 향해서 작은 총을 쏜다.) 민호: (로봇들이 내는 작은 총소리 들음. 서둘러서 MA17800과 맨 마지막으로 구멍을 통과 한다. 군인들의 선두로 뛰어가면서 군인들에게 지시) 나를 따르라!!!!!! (MA17799가 알려준 방향으로 달려감) (군인들, ‘민호’ 따라서 달려감. ‘민호’, 까먹고 팔찌를 자르지 않아서 로봇들이 그의 위치를 추적해서 군인들의 무리를 공격하고 쫓아감. 뒤쪽에서 따라가고 있는 군인들, 로봇들이 쏘 는 작은 총 맞고 피 흘림. 어떤 군인은 로봇이 쏘는 마취 총에 맞아서 그 자리에서 바로 기 절해 쓰러진다. 이걸 목격한 다른 군인, 마취 총 쏘는 로봇을 발로 밟음. 다른 군인들도 로 봇들을 발로 밟거나 총을 쏴서 그들을 못 쫓아오게 함. ‘민호’, 다른 군인한테서 팔찌 자르 는 도구 건네받아서 팔찌 잘라서 버림. 한편 군인들, ‘탈출구’라고 써져 있는 문 발견. 손잡 이에는 팔찌를 대는 기계가 달려 있다. MA17803, 기계에다 어제 자기가 프린트한 고위 관 리의 팔찌 갖다 댐. 문이 ‘삐빅’ 소리를 내면서 열린다. 방 안에는 구명조끼와 구명보트가 있다. 군인들, 구명보트에 서둘러서 공기를 채워 넣고 차례대로 7명씩 구명보트를 커다란 유리 창문을 향해 민다. MA17803, 유리 창문에 팔찌 대고 있자 창문이 열림. 군인들, 구명 보트를 창문과 밀착시키고 보트에 탄다. 구명보트가 땅으로 떨어지게 하자 ‘풍덩’ 소리 남. 강이다.) 민호: (‘풍덩’ 소리가 4번 쯤 난 후에 로봇들이 그들을 쫓아오고 있다는 걸 발견함. 로봇들 중 일부는 강에 뛰어들어 헤엄친다. 성급한 목소리로) 공격!!!!!!!! (군인들, 이 소리 듣고 로봇들 향해 총 발사. 로봇들 중 일부, 물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일 부 로봇들이 구명보트 2개를 찢어놓아서 거기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가라앉는다. 한편 아직 강에 뛰어들지 못했던 군인들도 구명보트를 타서 탈출. 그들도 동시에 로봇들 공격. 이런 과정이 2시간 반 정도 이어진 후에야 로봇들이 다 물에 가라앉음. 처음에 물에 띄웠던 구명 보트의 60% 정도만 살아남아서 ‘민호’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노를 젓는다. 구명보트들, 계속 노 젓다 보니 무인도에 도착. ‘민호’ 비롯한 군인들, 거기에 정착해 인권 누리면서 살아간 다.)
꿈, 소망, 그리고 나의 삶 성주혜
동화
옛날에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기대하며 살아가는
한 줄기 빛이 보이리라는 희망을 가득 안고 꿈결 같은 해피엔딩을 바라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연금술
화가 나는 내 마음도 비 내린 후 소심하게 얼굴을 내미는 소박한 꽃을 볼 때처럼
나의 울적함으로 가득 담긴 잔도 어린 아이가 호 하고 분 무지갯빛 비눗방울로 넘칠 듯이 채울 수 있게
연금술로 내 마음을 푸르게 바꾸고 싶어.
여유
그게 무슨 인생인가 가던 발걸음 멈춰서 뒤돌아볼 시간이 없다면 근심에 차서 용기를 잃어버리고 바닷가에서 파도치는 웅장한 모습 볼 시간이 없다면 또 밤하늘의 별들이 소소하게 자신들을 태우는 그 신비한 모습을 볼 시간이 없으면
그게 무슨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금고
봉투에 내가 번 돈을 채워나갑니다 나는 두꺼워지는 봉투를 보며 뿌듯해 하지요.
행여 누군가가 나의 봉투를 훔치려 하지 않을까 책상서랍 밑에 봉투를 보관하지요 아무도 못 보도록.
봉투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나의 책상서랍을 보는 시선이 무언가 달라진 듯해요 급기야 나는 그것들을 금고에 보관합니다.
그러나 나는 몰랐지요. 나의 욕심이 지나칠수록
나는 나의 금고에 내 자신을 가두게 된다는 사실을요.
방황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방황하는 삶은 살지 말고 큰 이상과 용기를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런데 애초에 인간보다 돈의 가치가 하늘을 찌르는 모순적인 이 나라에선 성공이란 것을 결국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닐까?
우린 방황한다. 내가 생각했던 이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이 돈으로 얼룩진 눈앞의 세계와는 너무 달라서 단지 너무 혼란스러울 뿐이야.
방황을 해봐야 이 사회와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야. 이 사회가 가지고 있던 참다운 이면도 알 수 있는 것일 지도 모르지.
나와 다시 만난 세계를 볼 수 있을 거야. 남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다른 세계, 다른 나.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이재림
풍선
저어기 풍선들이 날아간다. 여러 색깔들의 풍선들이 날라 올라간다. 저어 풍선들처럼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저어 풍선들처럼 아무생각 없었으면 좋겠다. 저어 풍선들처럼 나의 기억도 올라 사라졌으면 좋겠다.
보온병
차가운 것들을 차갑게 유지시켜주고 따뜻한 것들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준다. 삶도 너처럼 항상 행복하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차갑게 유지되고 때로는 따뜻하게 유지되고....... 삶도 너처럼 항상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꽃
날이 맑으면 너는 핀다. 날이 어두울 때도 너는 핀다. 언제나 너는 피어있다. 나도 항상 너처럼 맑을 때도 피어있고 항상 너처럼 어두울 때도 피어있는 항상 피어있는 사람이 된다.
길 장윤정
돌담길
생각이 넘쳐흐르는 날에는 걸어라. 돌담에 휘황찬란한 달빛이 비추니 너의 그 넘쳐흐르는 생각이 잠잔다.
쓸쓸한 너와 함께 달빛은 걷는다. 그러다 주저앉아 돌담에 기대라. 달빛은 지친 너를 어루만진다.
메꽃
차렷, 경례! 위대한 조국을 위하여! 조그마한 배지는 충성을 바치라고 말한다. 가슴께에 달아 논 메꽃이 다가오는 죽음을 말한다.
일등병에게
다른 고향과 다른 삶의 무게 다른 계급에. 같은 나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때로는 시간을 함께하며 우리의 같지 않음을 탓하며 때로는 우리의 과거를 들추며 우리의 짐을 나눈다. 3년 만에 처음 듣는 반말에 떼어진 이름 앞의 병장. 3년 만의 따뜻함과 떼어진 계급의 무게. 너와 나는 너무나도 많이 다르다. 동시에 너무나도 많이 같다. 네가 내게 계급의 무게를 떼어 줬던 것처럼, 나도 네게 고향의 무게를 떼어 주려 하는데, 희미하게 네가 사라진다. 하얗게. 빨갛게.
분대장에게
야간 순찰은 무슨,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였다. 야간 순찰은 무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야간 순찰은 무슨, 코앞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하필이면 너를 만났다. 처음 본 너의 표정은 거울을 본 듯 나와 닮아있었다. 전쟁과 죽음에 대해 계급과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가진 너는 나와 아주 많이 닮아있었다. 하필이면 너를 만났다. 현실의 나를 알게 된 너는 끝내 나를 더 생각해 주었다. 현실의 너를 알게 된 후에 나는 끝내 널 챙기지 못했다. 다음 생에는 돌담에 박힌 돌로 태어나 힘들고 지친 너를 내게 기대게 할 것이다. 다음 생에는 계급장이 달리지 않은 평범한 사람으로 너를 대할 것이다. 다음 생에도 너를 꼭 다시 만날 것이다.
tristesse 김자원
희생
누군가를 위하여 이 한 몸 불태우리.
아아, 너는 누군가를 위해 불태운 적이 있느냐
남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것.
너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적이 있느냐
피소
익숙한 피리소리 들어 보셨나요.
익숙한 선율 익숙한 멜로디
너를 부르려고 당신을 부르려고
소년은 연주 합니다 오늘도 연주 합니다
그 순간
떠올리자, 그 시절 잊지 말자, 그 순간
네가 있던 그 자리 내가 있는 이 자리
너는 사라졌고 나는 남아있고
떠올리자, 그 순간 잊지 말자, 그 추억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정혜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너무 멋있어 얼굴도 잘생겼어 성격도 다정해
“민혁 선배가 나 좋아하는 것 같아.” “응?” “민혁 선배가 나 좋아하는 것 같아.” 가은은 얼굴을 붉히며 방금 전 강의실 앞에서 듣고 왔다던 민혁과 민혁의 친구가 하던 얘 기를 지수에게 말했다. 선배가 긴 생머리가 예뻐 보인대. 나 긴 생머리잖아. 신입생 OT때부터 좋아했다던데, 그 때 선배가 나 많이 챙겨줬었잖아. 아 또 그 때 술자리에서 나 연속으로 벌칙 걸린 날, 선배 가 나대신 흑기사 해줬었잖아. 선배가 정말 나 좋아하나? 가은은 현재 짝사랑 중이었다. 상대는 신입생 OT때 만난 과 선배 민혁 이였다. 민혁은 훈 훈한 외모를 가졌고 또 사람들에게 다정한 성격이었다. 가은은 민혁 에게 첫눈에 반했고 남 몰래 사랑을 키워오고 있었다. “나 너무 떨려! 진짜 선배가 나 좋아하나? 그러면 좋겠다.” “그렇겠지 뭐.” 지수는 잔뜩 기대 중인 가은을 보며 가은이 좀 안쓰러웠다. 지수는 가은이 제게 민혁을 좋 아한다고 고백한 뒤로 민혁과 친분을 쌓았고 민혁과 친하게 지내면서 가은의 칭찬을 하는 등 가은과 민혁을 이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혁이 제게 세라가 좋다 고 말했다. 지수는 이 사실을 가은에게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고, 행복한 표정으 로 말하는 가은에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지수는 결론을 내렸다. “나 너무 행복해, 지수야.” “표정부터 행복해 보인다, 너. 부러운 자식.” 뭐, 아직 골키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 지수는 가은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 다. * 선배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 선배가 날 좋아하나? 선배가 날 좋아한대 선배는 날 좋아해
나도 선배를 좋아해
“나랑 박세라 오늘부터 사귄다!” “뭐?” “너희 둘이 사귀어?” “야, 누가 먼저 고백했어?” 민혁은 제 옆에 서있던 세라를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강의가 시작하기 전, 강의가 끝난 후 모두에게 할 말이 있다고 강의 끝나고 아무도 먼저 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더니, 하는 말 이 저거였다. 과 사람들은 놀라며 민혁과 세라에게 달려가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민혁은 웃 으며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지수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결국 사귀는구나. 지수는 가방을 챙겨 시끄러운 강의실을 나오며 가은을 떠올렸다. 우리 마음 여린 가은이를 어떡할까. 그러다 저 멀리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는 가은을 발견했고, 가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수야, 지수야!” “가은아.” 아직 민혁과 세라의 소식을 듣지 못한 건지, 가은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가은이 지 수는 안쓰러웠다. 마음 여린 앤데 크게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지수는 가은의 어깨를 토닥였 다. “아직 얘기 못 들었구나? 민혁 선배랑 세…….” “나 민혁 선배랑 사귀어!” “……뭐?” 지수는 어깨를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가은을 쳐다봤다. 민혁 선배가 방금 박세라랑 사귄다 고 그랬는데? “민혁 선배가 나한테 고백했어! 내가 좋대. OT때부터 좋아해왔대. 나한테 첫눈에 반했대!” “…….” “또 선배 이상형이 단발머리였는데 나 때문에 긴 생머리가 좋아졌다고도 했고, 창가 옆에 앉아있던 내 모습이 너무 예뻤대!” 지수는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지금 가은이 하는 얘기는 모두 민혁이 강의실에서 했던 얘 기들이었다. 아까 강의실에는 가은이 없었는데 얘가 이걸 어떻게 아는 거지? 아니, 얘는 왜 자기 일처럼 말하고 있는 거지?
“자, 잠깐 가은아.” “아, 선배가 아까 과 사람들한테 말하러 간다고 했는데, 다 들은 거야?” “…….” “에이, 뭐야, 모르는 줄 알았는데. 쳇.” “…….” “축하해줄 거지? 응?” 가은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지수에게 물었다. 그런 가은에게 지수는 민혁이 세라랑 사귄 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으, 응. 축하해.” 가은이가 이상해. * 권민혁♡최가은 오늘부터 1일!><
설거지를 마친 혜수는 고무장갑을 벗으며 자신의 딸 가은을 쳐다봤다. 가은은 아까부터 소 파에 앉아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은은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고, 가끔은 온 몸을 배 배 꼬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혜수는 그런 가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 애인 생 겼구나. “누구기에 그렇게 좋아해?” “응? 아, 내 애인!” “애인 생겼어?” “어? 내가 엄마한테 말 안 했었나?” “엄마는 못 들었는데.” “기다려 봐. 사진 보여줄게. 완전 잘생겼어!” 가은은 갤러리로 들어가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혜수는 웃으며 가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능력도 좋아,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애인도 사귀고. “이거 봐, 내 애인이랑 찍은 셀카다! 저번에 소풍 가서 찍은 거야.” “…응?” “잘 나왔지?” 혜수는 표정을 굳혔다. 가은이 남자친구와 찍었다며 보여준 사진에는 가은 밖에 없었다.
가은은 마치 누가 옆에 있는 것 마냥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가은아, 너 옆에 아무도 없…….” “우리 잘 어울리지? 응?” “…….” “엄마?” “…….” “엄마!” “으, 응?” “뭐야,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우리 잘 어울려?” “어, 어. 자, 잘 어울린다. 예쁘네, 우리 딸.” * 엄마한테 선배 사진을 보여줬다 엄마가 잘 어울린다고 그랬다 역시 선배와 나는 잘 어울려ㅎㅎ
“너 가은이랑 친하지?” “……네, 뭐.” “너 가은이 한 테서 들은 얘기 있어?” 지수는 말없이 민혁을 쳐다보았다. 민혁은 상당히 피곤해보였다. 요즘 떠도는 이상한 소문 때문이겠지. 지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은은 여전히 민혁과 가은 자신이 사귄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우리 민혁 선 배가 뭐 해줬다, 같이 소풍을 갔다, 뭐했다, 뭐했다 하면서 지수에게 자랑했다. 근데 그걸 사람들 다 있는 강의실에서, 식당에서 큰 목소리로 말하니, 지나가던 과 사람들이 듣게 되 었고, 말이 점점 부풀려져 어느새 민혁은 바람둥이로 소문나 있었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 던 민혁은 결국 가은과 친하게 지내던 지수를 불러냈다. “이젠 세라마저 날 믿지 않으려 해.” “…….” “너 정말 가은이 한 테 들은 얘기 없어?” 지수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지수는 지금까지 가은이 민혁과 사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숨겨왔다. 하지만 점점 일이 커지자 숨기는 것이 친구로서 올바른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소문 때문에 힘들어하는 민혁도 안쓰러웠다.
역시 말하는 게 낫겠지……. “……선배.” “응?” “저…… 가은이가…… 좀 이상해요.” “뭐가?” “어…… 그게…….” “야, 신지수.” 쉽게 말하지 못하던 지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엔 가은이 서 있었다. 가은은 민혁과 지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지수를 노려봤다. 민혁은 가은과 지수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지수에게 나중에 말해줘, 라면서 자리를 떴다. 민혁이 갔음에도 가 은은 여전히 지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노려봐.” “너 선배랑 둘이서 무슨 얘기했어?” “뭐?” “너 왜 내 애인이랑 단 둘이 있어?”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건가. 지수는 가은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선배 좋아해?” “야, 최가은.” “와, 지금까지 내 앞에서 어떻게 숨겼어?” “너 지금 오해할 만한 상황도 아닌 거 알아?” “너 선배한테 꼬리쳤지.” “뭐?!” “너 지금 선배한테 꼬리치다 나한테 걸린 거지, 맞지?” “말 가려 해라, 너.” “꽃뱀 같은 년.”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가은의 고개가 돌아갔다. “너 진짜 어이없다.” “…….” “너 지금 굉장한 착각하고 있는 거 알아? 모르지? 그래, 안다면 이럴 리 없지.” “…….” “난 너 생각해서 민혁 선배랑 너 이어주려고 별 짓 다했는데.” “…….” “둘이서 얘기 좀 했다고 나보고 꽃뱀이라고.”
“…….” “망상도 정도껏이어야지.” “…….” “평생 착각 속에 살아라, 너는.” * 나쁜 년 꽃뱀 같은 년 개 같은 년 시발년 널 친구라고 믿는 게 아니었지 그래놓고 나보고 착각 속에 산다고? 너나 잘 해 남자 피 다 빨아먹는 꽃뱀 같은 게
“난 걔랑 아무런 사이도 아냐.” “오빠 아까부터 계속 그 말만 하는 거 알아?” “뭘 어떻게 증명해줘야 되는데!” “증명할 필요 없이 헤어지자고!” “야, 박세라!” “지금 화낼 쪽이 누군데 오빠가 화를 내?!” 벌컥. 문이 갑자기 열렸고, 싸우던 민혁과 세라는 문 쪽을 쳐다봤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 람은 가은이었다. 가은은 민혁을 보곤 방긋 웃더니 세라를 보곤 얼굴을 굳히며 세라를 노려 봤다. 세라는 그 모습에 허, 하며 가은을 질세라 노려봤다. “너 왜 나 노려봐? 노려볼 사람은 난데?” “……떨어져.” “뭐?” “선배 옆에서 떨어져.” “네가 뭔데 나보고 떨어지라 마라야.” “선배한테 꼬리치지 말고 떨어져!” 세라는 가은의 말에 입술을 깨물며 부들부들 떨었다. 민혁은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아, 저쪽이 오빠 진짜 애인이었구나? 그래, 그럼 방해꾼은 사라져줘야지.” 세라는 민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세, 세라야!” “됐어, 이젠 나도 지쳐. 헤어지자, 진심이야.”
당황한 민혁은 세라의 손목을 붙잡았다. 세라는 민혁의 손을 매섭게 뿌리쳤다. “세라야!” 세라는 가은을 어깨로 밀치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민혁은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 았다. 머리가 아팠다. 가은은 그저 둘만 남은 상황에 기뻐하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너 나한테 왜 이러니…….” 민혁은 여전히 주저앉은 채로 가은에게 말했다. “뭐가요?” “너 지금 몰라서 물어……?” “제가 선배한테 뭐 잘못했어요?” 민혁은 기가 막혀 고개를 들어 가은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 역겨웠다. 민혁은 가은 때문에 학교생활이 엉망이 됐다. 양다리를 걸친다는 소문이 났고, 선후배 동기 들은 뒤에서 역시 얼굴은 믿을 게 못 된다고 욕을 하고, 그나마 자신을 믿어주던 세라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모든 게 가은 때문이었다. 근데 가은은 순진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좋게 타이르려던 민혁의 다짐이 서서히 무너졌다. 민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 진짜 웃기는 애구나.” “…….” “난 너 때문에 바람둥이라고 소문났어. 선후배 동기들이 나만 보면 욕을 해! 방금 너도 들 었지? 나 이제 세라랑도 헤어지게 생겼는데, 뭐? 뭘 잘못했냐고?!” “무슨 소리예요? 세라랑 헤어지다니?” “……뭐? 너도 방금 들었잖아, 세라가 한 말.” “선배는…… 나랑 사귀잖아요?” “뭐?” “선배는 나랑 사귀잖아요! 근데 왜 세라랑 헤어져요?” 뭔 개소리야. 민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가은을 쳐다봤다. “너…… 그게 무슨…….” “아, 선배가 잠깐 헷갈렸구나.” “무슨 소리야…….”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뭐! 근데 우리 데이트 언제 가요? 나 아까부터 선배 기다리고 있 었는데?”
“…….” “오늘은 캠퍼스 데이트 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내 로망이었는데!” 여자 친구처럼 말하는 가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은 가은을 좋아한 적도 없고, 가은 과 사귄 적도 없고, 심지어 가은과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저번에 지수가 말하려던 게 이거였나. “가, 가은아.” “네?” “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뭘요?” “난 너랑 사귄 적 없어.” “……네?” “난 너 좋아한 적도 없고.” “…….” “심지어 우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왜 그래, 가은아.” “…….” “가은아?” “무슨 소리예요…….” “가은아.” “선배가 나한테 사귀자고 고백했잖아요!” 내가 언제. “그, 그때……. 선배가 나보고 좋아한다고……. 신입생 OT 때부터 좋아해왔다고……. 첫눈에 반했다고…….” “…….” “햇빛이 비치는 창가 옆에 앉은 내가 너무 예뻤다고……. 원래 이상형은 단발머리 여자였는 데 나 때문에 긴 생머리도 좋아졌다고…….” “…….” “서툴러도 나한테 잘하겠다고…… 그랬었잖아요…… 선배가…….” “너…… 그걸 어디서…….” “선배가 다 말해줬던 거잖아요!” 가만히 가은의 말을 듣던 민혁은 소름이 끼쳤다. 지금 가은이 하고 있는 얘기는 모두 자신 이 세라에게 했던 고백이었다. “가은아.” “네?” “난 너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민혁은 그 말만 하고 강의실을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 오빠가 헤어지자고 했어 다 박세라 그 불여시 때문이야 그 년이 우리 오빨 꼬신 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가은아!” “…….” “가은아, 제발 좀 나와 봐!” 혜수는 문을 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은 한숨을 내쉬며 방금 전 가은의 친구 지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떠올렸다. ‘저……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런데…….’ ‘네?’ ‘가은이, 병원 데려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벼, 병원이요?’ ‘가은이, 과대망상증 같아요.’ ‘그게 무슨……!!’ 지수는 혜수에게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가은이 학교 선배를 좋아한 것, 그 학교 선배가 다른 여자 동기랑 사귀었는데 가은이 자신이라 착각한 것, 소문이 잘못 나는 바람에 학교 선배는 바람둥이가 되어버렸고 결국 여자 동기와 헤어졌다는 것 등등. 혜 수는 지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가은이 제게 보여줬던 남자친구와 찍었다던 사진을 떠 올렸다. 가은 혼자밖에 없던 사진. 마치 남자친구와 둘이 찍은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던 가은. 혜수는 곧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가은아……. 제발 좀 나와 봐…….” * 절대 나가지 않을 거야 오빠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진 오빠는 분명히 연락할 거야 오빤 날 사랑하니깐 오빤 날 사랑하니까 오빤 날 사랑하니까 근데 이상하다 왜 오빠랑 찍은 사진에서 오빠 얼굴이 안 보이는 거지?
중국 신화 이야기 채혜진
중국신화 이야기 태무왕(太武王) 3년,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부족을 통합하고 상(商)왕조를 세운지 얼 마 되지 않아 나라 전체에 큰 가뭄이 찾아왔다. 그러자 태무왕은 백성들의 민심이 자식을 떠날까 두려워하며 유명한 점술사에게 가뭄의 원인을 알아보게 하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작은 방 안에는 방안을 안절부절 거리며 서성거리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방 안을 서성이던 사람은 바로 태무 왕이 가뭄의 원인을 알아보라 명한 점쟁이였다. “아이고. 이걸 어쩌지? 내가 무슨 수로 가뭄의 원인을 찾으라는 거람.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면 내 목이 잘릴 테고. 이걸 어째.” 평소부터 그 점쟁이는 사람의 안색을 잘 살폈다. 이른바, 눈치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 의 안색을 살피며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왕가가 직접 찾아올 정도로 유 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점쟁이의 능력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 애당초 가뭄의 원인도 가뭄을 해결할 방법도 알 도리가 없었다. 문득, 사색이 되어 방안을 어지럽히던 점쟁이 할아버지에게 묘책이 떠올랐다. ‘꼭 내가 직접 가뭄의 원인을 알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좀 그럴 듯하면서도 나에 게 해가 가지 않을 내용을 보내면……’ 점쟁이는 곧 하인을 불러 왕에게 보낼 편지를 적기 시작했다. “전하, 점쟁이로부터 가뭄을 해결할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당장 이리 갖고 오너라. 내가 직접 서신을 봐야겠다.” 태무왕은 신하의 손에서 점쟁이의 서신을 받아 들고 서신을 열었다. 점쟁이의 서신에는 짤막한 글귀가 한 줄 적혀있었을 뿐이었다.
[서쪽의 산 밑에 이번 가뭄을 해결할 유일한 길이 보였습니다.] 왕은 서신을 읽자마자 서쪽 산의 마을에 도우후(都虞侯)를 파견하여 가뭄을 해결할 이를 찾고 당장 가뭄을 해결하라 명하였다. 한편, 점쟁이가 말한 서쪽 산의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의지하는 ‘주상설’이라는 사 람이 있었다. 주상설은 사람들에게 ‘주 씨’라고 불렸는데, 주 씨는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 하여 많은 지식을 겸비했기에 마을 사람들은 사건이 터지면 주 씨에게 일을 의논하곤 하였 다. 본디 좁은 공간에서 일수록 소문이 빨리 퍼지는 법. 도우후는 마을에 도착하자 주 씨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도우후는 그 소문을 듣자마자 주 씨가 점쟁이가 말한 사람이하고 확신 하였다. 그리하여 왕명을 전해 받은 도우후가 마을에 도착하여 찾은 사람은 사건을 잘 해결 한다고 정평이 난 주 씨였다. “그, 그 말은 소인이 가뭄을 해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마을의 사건을 잘 해결하면서 중앙의 가장 뛰어난 점쟁이의 점 쾌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 그대이니 별로 어렵지 않을 거다. 이것은 왕명이니 그대는 빨리 가뭄을 해결하도록 하여라.”
왕명을 전해 받은 주 씨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마을의 사건이라 하여도 겨우 잃 어버린 소를 찾거나 두 집안의 싸움을 중재하는 것이 다였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라고 갑자기 나라를 덮친 가뭄을 해결하라니 이건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 가! 하지만 이미 자신의 앞에 있는 도우후는 자신이 가뭄을 해결할 사람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듯하였다. 무엇보다 왕명이었다. 거절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갈 터였다. “아, 알겠습니다. 가뭄을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아니 생각해야겠으니 이만 물러가주십시 오.” “알겠다. 혼자 생각할 시간을 열흘 주지. 그 안에 나를 찾아와 가뭄을 해결해야 할 것이 다.” 일단은 자신의 집에 찾아온 도우후와 병사들을 내보내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면서 주 씨는 말을 꺼냈다. 도우후는 순순히 집을 나가주었다. 하지만 주 씨는 정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사람이 가뭄을 해결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잠깐, 사람이…….?’ 도우후가 다시 오기 전에 나라를 떠나야 할지 고민하던 주 씨에게 갑작스레 생각난 인물 이 있었다. 주 씨는 황급히 옷을 챙겨 뒷산으로 향했다. 주 씨가 사는 마을의 뒤에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흔히 유산(泑山)이라 불리는 그 산은 주 씨가 자주 오르는 산으로, 산에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 씨는 가끔씩 산에 올라갈 때면 산 위에서 정체 모를 노인을 만나곤 하였다. 온몸을 하얀 털이 뒤덮고 있고 호랑이를 닮은 손을 가진 정체 모를 노인은 아는 것이 많았고 어릴 적부 터 주 씨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곤 하였다. 사실상 주 씨가 많은 사건을 해결 할 수 있던 것 도 그 노인의 덕이 컸다. “헉, 헉… 아이고, 드디어 찾았습니다, 노인장. 부디 그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어허, 진정하게. 그래.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 또 뒷집의 송아지가 외양간을 탈출한 겐 가? 아니면 또 홍가(家)의 집안싸움인가?” “아니, 아닙니다. 오늘은 그보다 더 큰일입니다. 오늘 소인에게 도우후가 와서 왕명을 전했 습니다. 당장 마을의 가뭄을 해결하라고……” 그러니 당장 제가 나라를 뜰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라고 말하려던 주 씨는 노인의 말에 삼켜지고 말았다. “호오. 가뭄을 말인가? 확실히 이전 가뭄은 자연스럽니 않았지.” “네? 이번 가뭄이 자연스럽지 않다니, 그럼 원래의 상태로,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 돌려놓을 수 있지.” “그, 그럼 그 방법은 무엇입니까?’ “글쎄….” “아이고 노인장, 지금은 농담 할 대가 아닙니다. 제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아니, 농담이 아닐세. 나도 이번 가뭄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해결책은…. 옳지! 내 아버지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자자, 들어보게나.” 노인은 주 씨의 귀를 붙들더니 무엇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른 채, 주 씨는 노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주 씨는 노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유산과 멀지 않은 장류산(長留山)으로 향했다. 주 씨가 장류 산의 꼭대기에 오를 즈음은 이미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이크, 이러다 노인장이 말한 시간에 늦겠구나. 어디, 분명 노인장의 말에 따르면 여기쯤일 텐데….’ 주 씨는 몸을 낮추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곧, 주 씨는 노인이 자신의 아버지라 주장 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등이 굽었으며, 언뜻 봐서는 거대한 매가 몸 을 움츠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그 인물은 노인의 말대로 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있 었다. 주 씨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앞뒤 생각 없이 달려들어 손에서 그 물건을 뺏었다. “큭, 이게 무슨 짓이냐!” “유산의 홍광(紅光)님이 보내었습니다. 부디, 제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뭐, 홍광? 거짓말 마라. 그 놈이 왜 이런 못된 행동을 시키겠느냐? 당장 그 물감을 돌려주 지 못해?” “안됩니다. 제 사정을 들어주지 않으면 물감은 물에 풀어버릴 겁니다!” 주 씨는 물감을 물에 푸는 시늉을 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노인이 매우 당황하더니 대답하였다. “뭐, 뭐? 당장 그만두지 못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나 본데,” “네, 모릅니다. 그러니 제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그러시겠다고 약속하면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발칙한…… 칫, 벌써 시간이…… 좋다. 알았다. 네 사정을 들어줄 테니 빨리 그 물감을 내놓아라. 내 약속하니, 어서!” 주 씨가 그 말을 듣고 노인에게 물감을 돌려주니 노인은 그 물감을 들더니 허공에 뿌리는 시늉을 하였다. 주 씨가 본 그 물감은 붉은 빛을 띠기도 했고 노란 빛을 띠기도 했다. 그 물감이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지며 주위가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 씨와 노인이 있던 장소는 노을이 내려앉는 산이 되었다. 노을빛은 서서히 퍼지며 온 세상을 노을 빛으로 바꿔 나갔다. 세상을 물들이는 노을빛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노인은 이윽고 주 씨에 게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일이기에 전의 버르장머리 없는 일을 하였느냐?” 하지만 주 씨는 자신의 사정보다도 노인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그, 그러는 노인장은 누구십니까? 그, 그리고 방금 전에는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나? 홍광이 알려주지 않은 게냐? 난 새들의 나라, 소호지국(少昊之國)의 왕, 소호(少昊)다. 원신(圓神)이라고도 불리지. 서방천제로도 불리며 노을의 신이다. 방금 네가 뺏은 것은 노을 의 빛을 내는 물감이다. 나는 황혼이 내려앉을 때마다 그걸 하늘에 풀어 노을빛을 내는 거 다. 그렇지 않으면 하늘의 색이 바뀔 수 없어.” “그러면 홍광님은……” “그 놈은 내 아들이다. 금속의 신, 욕수(蓐)이자, 나와 같은 노을의 신으로 홍광 이라고도 불리지. 자, 이제 내 소개는 다 했다. 이제 네가 온 이유를 말해 보거라.” 주씨는 갑작스런 신의 출현과, 자신이 알던 노인이 신이었다는 것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온 이유를 말하였다. 나라에 찾아온 가뭄과, 그 가뭄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것을. “호오…… 나라에 큰 가뭄이라. 확실히 이상하군. 하늘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하지 만 유감이다. 나 역시 가뭄의 원인은 알지 못한다.” “신이라면서 그런 것도 모르는 겁니까?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시끄럽다! 생명에게는 각자 자신이 맡은 자리가 있는 법이야. 그런 일이라면 오히려 나보 다 잘 알법한 신이 있다. 남방상제, 염제(炎帝) 신농(神農)을 찾아가라. 사람을 좋아하고 무 엇보다 농업의 신이니, 나보다는 잘 알게다. 이 새를 따라가라. 염제 신농에게 안내해 줄
거다.” 소호가 손짓을 하자 알록달록한 깃을 가진 산비둘기가 소호의 주위로 날아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호님. 덕분에 소인의 목숨 줄을 늘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 씨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소호가 있던 자리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빈자리를 보고 놀라면서 주 씨는 소호 가 따라가라 한 산비둘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산비둘기는 계속해서 날아가 서산으로 들어갔다. 서산의 안쪽, 주 씨는 나무 밑에 체구가 크고 소를 닮은 머리를 한 사내가 약초로 보이는 풀을 캐는 것을 보았다. 부스럭 “응? 누구지?” “안녕하십니까, 염제 신농님. 소인은 주상설이라고 합니다. 소호님의 추천으로 신농님을 찾 아뵙게 되었습니다.” “소호? 서방천제가 나한테? 무슨 일이지?” “아, 그것이…” 주 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소호를 만나 신농을 찾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 농은 주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풀을 뜯고 부지런히 그것을 씹었다. 주 씨의 설명이 끝나자, 신농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말했다. “예상치 못한 가뭄이라……. 마음 같아서는 가뭄을 바로 해결해 주고 싶지만 아쉽게만 나는 지금 독초에 중독된 몸이라네.” “독초에 말입니까?” “그래. 나는 평소부터 아직 알려지지 않은 풀을 찾아 직접 먹어서 그 풀이 사람에게 이로운 약초인지, 해로운 독초인지를 분별하고 있지. 그런데 며칠 전에 발견한 새로운 풀이 독초였 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약초를 뜯어 부지런히 해독하고 있지. 그래서 지금 당장은 도움을 줄 수가 없어.” 과연, 사람에게 우호적이라더니, 그 말은 정말이었구나. 직접 식물을 섭취하여 그 효능을 알아내다니. “하지만, 자네의 사정을 들어보니 한시가 급한 것 같구먼… 그래. 가뭄이라 했으니, 태양의 신에게 직접 가보는 것은 어떤가?” “네? 태양의 신이라니, 태양신을 직접 만나보란 말입니까? 인간이 어찌 그런단 말입니까?” “자자, 내가 그 방도를 알려주지. 우선 곤륜산으로 가게. 곤륜산 주위에는, 염화 산이 있지. 그리고 염화 산에는 거대한 불쥐가 살고 있다네. 그 놈들은 염화 산의 꼭대기에 있는 마누 구멍에서 살고 있지. 애당초 불타는 산인 곤륜산에서 거주하는 놈들이라 태양과 같은 열기 에도 끄떡없어. 태양신을 만나려면 우선 태양의 열기에 견딜 수 있어야 하니, 그 놈들의 가 죽으로 만든 옷인 화완포가 필요할 걸세.” “그런 거대한 쥐를 소인이 어떻게 잡으란 말입니까?” “그 놈들은 일평생을 열기 속에서 살기 때문에 물에 약하지. 마침 그 놈들이 드물게 산을 내려오는 날이 가까워졌어. 지금 당장 찬물 한 양동이를 가지고 곤륜산 밑을 수색하게. 그 럼 불쥐의 가죽을 얻을 수 있을 게야. 그 후에는….” 신농은 주 씨에 태양의 신을 만날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신농에게 모든 방법을 듣 고 난 후, 주 씨는 신농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후 곤륜산으로 발을 옮겼다.
북서쪽으로 사흘 밤낮을 끊임없이 걸어 도착한 곤륜산은 과연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았고, 그 주위에는 염화 산이 끊임없이 불타며 곤륜산을 둘러싸고 있었다. 염화 산의 꼭대기에는 주 씨에게도 보일 만큼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하늘에 닿아 불타고 있었고, 앙상 한 나뭇가지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열기가 느껴지는 모습에 주 씨는 서둘러 고 개를 돌렸다. 그 이상 보다가는 열기에 시력을 앗아갈 것 같았다. 쉬이익- 쉬이익이상한 소리가 들려 주 씨는 소리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주 씨가 찾은 이상한 소리의 원 인은 거대한 쥐였다. 황소와 같은 몸을 가진 거대한 쥐가 주 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대한 쥐는 주 씨가 자신을 발견하자 갑자기 주 씨에 달려들었다. “으아악!” 주 씨는 소리를 지르며 양동이의 물을 끼얹었다. 끼에에에엑— 그러자 불쥐는 괴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더니 갑자기 숨이 끊겼다. 그러자 불타는 듯 보 였던 불쥐의 털이 순식간에 흰 빛으로 탈색되기 시작했다. 주 씨는 신농이 일러준 대로 흰 빛으로 변한 불쥐의 가죽을 조심스레 벗겼다. 죽은 불쥐의 가죽을 벗겨 가죽을 펼치니 그 길이가 팔 척을 넘었다. 기다란 불쥐의 가죽을 몸에 두르고 주 씨는 서둘러 동쪽을 향해 걸 어갔다. 주 씨가 도착한 곳은 동쪽바다를 마주한, 땅의 동쪽 끝이었다. 신농이 말한 바에 따르면, 동쪽바다의 끝에는 ‘부상수’라 불리는 거대한 뽕나무가 있다. 거대한 뽕나무의 열 개의 가지 에는 열 개의 태양이 각각의 가지에 앉아 있다. 그리고 거대한 옥빛의 닭이 나머지 하나의 가지에 앉아 있었다. 큰 닭이 아침에 울면 세상의 나머지 닭들이 동시에 따라 울며 새벽을 알린다. 그리고 열 개의 태양이 차례를 지키며 하나씩 하늘을 한 바퀴 돌고 온다. 그 열 개 의 태양을 보살피는 신이 바로 태양을 낳은 여신, 희화다. 신농은 아마 열 개의 태양 중 막내 태양이 관계가 있을 것 이라 추측했다. 평소에도 막내 태양은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였다고 한다. 주 씨는 신농의 조언대로 화완포를 온몸에 두른 채 뽕나무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큭, 뭐가 이리 뜨거워…!” 화완포를 둘렀지만 열 개의 태양이 앉아 있는 뽕나무를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반쯤 정신이 나가서 나무를 오르자, 한 가지의 끝에 태양을 하나 올려 보내는 여신의 모습이 보 였다. 고급스런 붉은 옷을 입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얼굴로 태양을 올려 보내는 모습을 보고 주 씨는 곧바로 그녀가 자신이 찾아가야 하는 여신 희화임을 알 수 있었다. 주 씨는 희화를 보자마자 가지 위에 엎드려서 희화를 향해 사정하기 시작했다. “희화님, 부디 소인의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소인의 목이 날아갑니다.” 갑작스런 주 씨의 출현에 잠시 놀란 것 같던 희화는 선뜻 주 씨의 말을 들어 주었다. 주 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 희화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하였다. “사정을 알겠습니다만, 이번 가뭄은 제 아이의 짓이 아닙니다.” “그럼, 이번 가뭄의 원인은 대체 무엇입니까?” “확실히 가뭄은 보통 제 아이들이 기운이 강할 때 생기지만,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많답니 다. 그리고 나라 전체를 갑자기 뒤덮은 가뭄이라면, 이번 가뭄은 분명 준조에 의해 일어난
것 일겁니다.” 희화의 말에 따르면 준조는 수리부엉이의 형상에 곧은 부리와 붉은색의 다리, 노란색 무 늬에, 흰 머리를 하고 고니의 울음소리를 내는 괴조로, 그 새가 하늘을 날다 내려앉은 곳에 가뭄을 내리게 하는 재앙을 부르는 새다. 본디 준조는 촉음이라 불리는 용의 아들로, 천신 인 조강을 죽인 벌로 하늘에게 퇴치 당하였으나 그 몸이 ‘준조’라는 괴조로 변했다고 한다. 주 씨는 희화의 말을 듣고 좌절하였다. “그런 괴물 새를 사람이 없애는 것이 가능합니까?” “아니, 그 새는 없앨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내쫓는 것이라면 가 능합니다.” “그럼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사실 이건 아무에게나 알려서는 안 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제 아들이 무고한 오해를 받 게 생겼으니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지요.” 희화는 주 씨에 준조를 내쫓을 방도를 알려 주면서 가지에 앉아 있던 옥빛 닭의 깃을 하 나 뜯어 건네주었다. 옥색 닭의 깃털을 가지고 다시 나흘 밤낮을 걸어 상나라로 돌아온 주 씨는 곧장 도우후를 찾아 갔다. “오오. 마침 약속한 열흘이 다 되어 자네의 집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그래, 가뭄에 대한 생각은 다 하였느냐?” “예, 이번 가뭄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알아냈으니, 왕께 직접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도우후는 그 애길 듣더니 바로 주 씨를 왕의 앞으로 데려 갔다. “그래, 그대가 주 상설인가?” “예. 소인이 서쪽에 있는 마을의 주상설이라 합니다.” “그럼, 어디 고해 보거라. 이번 가뭄의 원인과 그 해결방법을 모두.” “예. 이번 가뭄의 원인은 준조라는 재앙을 가져오는 괴조에 의한 것입니다. 이 괴조는 본디 용의 자식이라 사람이 죽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나라 밖으로 쫓을 수는 있습니다. 제가 구해온 이 깃털을 아흐레 밤 동안 담근 물을 나라의 동서남북에 뿌리면 괴조가 그 물을 참 지 못하고 나타날 것인데, 그 때 큰 소리를 내며 괴조를 놀래면, 놀란 괴조는 나라 밖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태무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신하들에게 주 씨에 들은 것을 그대로 실행하라고 명하였다. 아흐레 동안 옥빛의 깃을 물에 담그니 물이 오색찬란한 빛을 내었고 물에 담겼던 깃을 빛을 잃었다. 과연, 나라의 동서남북에 아흐레 동안 깃을 담근 물을 뿌리니 땅을 뒤흔 드는 울음소리와 함께 땅에서 본 적 없는 괴조가 튀어나왔다. 괴조가 튀어나오자 미리 큰 소리를 내는 악기들을 가지고 있던 병사들이 악기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엑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악기소리에 괴조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차마 듣기 힘든 울음을 짓더 니 곧, 한시라도 빨리 그 장소를 떠나야겠다는 듯이,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저편으로 사라 졌다. 괴조가 날개를 퍼덕이며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강한 돌풍이 일었다. 돌풍이 일은 자 리에는 사람 키만 한 깃털이 하나 남았는데, 왕과 그 신하들은 불길한 깃털이라 하여 그들 의 신인 제(帝)에게 제사를 올리며 깃을 태워 없앴다. 깃을 태운 후 남은 재는 황하로 흘려
보냈다. 괴조가 사라지고 제사를 지낸 며칠 후, 나라 안팎으로 큰 비가 내렸다. 그러자 왕은 매우 기뻐하며 주 씨에 큰 상금을 내렸다. 그러나 상금을 전달하러 온 도우후가 주 씨를 찾았을 때 주 씨는 이미 집에도, 마을에서도 보이지가 않았다. 마을 사람들조차 주 씨가 어디로 갔 는지를 알지 못했다. 어느 순간 사라진 주 씨에 대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주 씨가 가뭄을 해결하며 많은 신들을 만나게 되어 마침내 하늘 문을 열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믿게 되었다.
나 김수민
시인
비틀거리는 시인의 발걸음은 창녀의 손짓에 홀린다.
빗물 서린 거미줄 사이로 피어오르는 붉은 불빛 빈 방을 적시는 쾌락의 향기 창녀의 나체를 비추는 길고 긴 소리
시인의 이만 원짜리 절정은 빗소리에 씻겨 내린다.
비틀거리는 시인의 발걸음은 신의 손짓에 홀린다.
비 갠 아침 세상을 밀치고 뛰어내린 시인의 시신 아이의 동공에 스미는 검붉은 심장 적막 속 길을 잃은 그 비릿한 냄새에 아내의 밭은기침 소리가 흐른다.
시인이 죽었냐고?
어젯밤 그 절정에 죽어 버린 지 오래인걸.
거울
너는 나의 잔상이던가.
울어도 울지 않고 웃어도 웃지 않는 너는 나의 잔상이던가.
울어도 울지 않고 웃어도 웃지 않는 나는 너의 잔상이던가.
너는 나이던가
그 때
그대, 내게 눈부심으로 내려오세요.
벅차게 달려와 내 안에서 눈꽃으로 태어나세요.
새벽 2시, 시간이 시가 되는 밤
꿈속에서 이름도 없는 이를 위한 연서를 씁니다.
유리조각에 밟혀도 깨지 않는 꿈입니다.
누군가 꿈속으로 불쑥 찾아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래서 딱히 아프지도 않습니다.
이런 것들도 모조리 적어내려 갑니다.
내일의 새벽2시에게 편지를 씁니다. 너를 감싸 안을 몽유병 환자의 연서를…….
눈동자란 밤하늘이 인간의 그릇으로 내려앉은 것이라는, 식상한, 그런,
거대한 하늘조차 부끄럽게 만드는 너의 작은 두 그릇 나는 소복이 담긴 별을 보곤 했다
이제는 그 별 못 보나 싶더니 너는 결국 그 밤 내게 남겨두고 가는구나.
아프다
나의 그릇엔 차고 넘치는 밤의 빛이 흐려서
나는 내내 아프다
울지 마
빗물이려 했으나 눈물이고 말았다. 아무리 세차게 내려도 한순간 증발해버리고 말 것을 굳이,
자꾸만 깊어져 가는 웅덩이에 자꾸만 얼굴 들여다보며
네가 운다.
Rainism 박현선
가랑비
톡톡, 그대가 내 어깨를 두드립니다. 온 듯 안온 듯 오는 그대.
내 어깨가 점점 젖어듭니다. 젖어드는 어깨만큼 반가움도 깊어집니다.
함께 할 수 없는 우리기에 나는 항상 그대를 기다립니다.
여우비
당신에게 길게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나이지만
맑은 날 불쑥 찾아오고 약한 나이지만
당신에게 닿으려는 마음은 누구보다 큰 나임을
새파란 하늘보다 더 새파란 맘으로 당신을 사랑함을 알아주오.
억수비
네가 어떤 우산을 썼든 얼마나 좋은 우산을 썼든
얼마짜리인지 상관없고 어떤 것이든지 상관없다.
무엇이든 피해갈 수 없고 무엇이든 멀쩡할 수 없다.
나는 공평하게 모두를 적신다. 너도 다른 이들도 모두 젖어든다.
이슬비
당신이 눈을 감은 사이에 나는 왔다 갑니다.
자는 당신 깨울세라 조심조심 왔다 갑니다.
자는 모습만 봐도 좋아 발개진 얼굴로 돌아갑니다.
당신을 바라보던 나의 눈길이 당신을 위해 남긴 내 마음이
흩뿌려져 풀잎을 깨우기에 다녀간 자리에 풀내음이 남습니다.
서울비
매일 아침마다 오는 서울비는 다른 비처럼 산성비는 아닙니다.
수업 때 마다 오는 서울비는 예상 할 수 있는 비는 아닙니다.
저녁마다 오는 서울비는 평범한 비는 아닙니다.
색시비에게 장가간 서울비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위로인지 놀리는 건지 정연주
대신하는 편지 볼 수 없음이 반가워 좋은 얼굴 보는데 바쁩니다. 한 글자마다의 나의 옛 그리움과 설렘이 무리지은 글자들에 내 기억들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선 따라 서있음을 내 선이 당신까지도 이어져 나를 꼼꼼히 더듬어 내려가는 당신을 난 어찌 끊을 수 있을까 맥아리 없는 줄을 다시 팽팽히 잡아 세웁니다.
집시 적막히 하늘을 가리며 아름답게 불타올라 묻어놓았던 한 움큼의 한을 입 밖으로 마음껏 터지듯 뱉어내야 난 비로소 아름답게 찢어진다. 뜨거움 가슴 붙잡고 두 손을 부딪치다 온 몸 휘감고 있는 천을 내 휘둘리며 빠알갛게 달아오른 석양이 몸 가리운 천에 스며들어야 난 비로소 한 가닥 선에서 저무는 해가 된다. 퉁기듯 뜯듯 6줄의 향연에 맞추어 절정에 오르듯 발을 구르어 내 부풀어 오르는 목소리를 드디어 난 자국도 파편도 없이 산산조각 낸다.
동행 지나간 길 위 뒤따르는 발자국을 잠깐 보고 앞 길게 누워있는 게으른 그림자를 괜히 아프게 밟는다. 이따금씩 놀리듯 기지개 피는 여우같은 것을 흘겨보니 아 그놈 참 길게도 펴는구나 갈 길이 아직 멀구나. 잔망스러워 고개를 팍 쳐드니 눈 길 막는 장애물 하나 없도다. 짜증스럽게 괴롭히던 태양은 어딜 간 건지 빼꼼히 머리카락 몇 개 흘리며 벌써 초록의 어미 품으로 뛰어간 건지 수평선 사이 붉게 녹아드는 햇빛이 모두 말끔히 사라졌구나. 놀리는 것 한둘 사라지니 가는 길 조용하구먼. 바글바글 와글와글한 그런 서글픈 충만감이 그리워 이 차가운 적막 속 흙바닥 질질 끄는 내 발소리만 위로인지 놀리는 건지 아 그래 난 이제 이것마저 그저 좋다고
*해울 공동글 프로젝트 <노래가사 소설로 바꿔 쓰기 / 박효신-사랑한후에> -박현선, 이재림, 정혜인, 성주혜
나의 기억 어딘가에 동그마니 숨어있다 울컥 쏟아져 내려오는 너 기나긴 하루 한번쯤 너도 나의 모습 떠오르는지 사랑이라 부르기에 우린 너무 멀어졌고 차마 잊기엔 아직은 너무 일러 오늘도 난 사랑과 이별사이를 눈물로 맴돌며 숨차게 너를 찾고 있어
*현선 세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잠깐 누워있겠다고 한 것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아직은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소파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 고 서늘한 냉기 속에서 물병을 꺼냈다. 물병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손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컵에 따라서 마시기가 귀찮아 그냥 입을 대고 마셨다. -몇 번이나 말해. 내가 입 대고 마시지 말라고 했지. 차가운 물이 꿀렁꿀렁 목구멍으로 넘어갈수록 너의 목소리는 차가운 물 만큼이나 날카롭고 선명하게 들려온다. 나의 기억 어딘가에 동그마니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던 너는 내 기억 저 편에서 갑자기 울컥 쏟아져 내려온다. 지금이라도 이 집안 어딘가에서 나타나 뚱한 표정으 로 올려다보며 투덜거리는 네가 있을 것 같이, 기억 저편에서 뱉어낸 너는 실재하는 너로 내 눈 앞에서 빚어진다. 네가 이 집에 있길 바라는 나의 추잡스러운 마음과 과거의 추억이 어우러져 빚어낸 너의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는 슬픔과 기쁨이 얽힌 기묘한 눈으 로 너를 마주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저 말간 눈으로 쳐다보는 너. 주머니에 있는 휴 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본다. 오후 3시 24분. 다시 소파로 향한다. 푸식, 소파에서 바람 빠 지는 소리가 났다. 소파 앞 테이블위에 놓여 있는 먼지 쌓인 큐브를 멍하니 만지작거리다 내려놓았다. 형형색색의 큐브에 먼지가 쌓여있지만 밝게 프린팅 된 색들을 가리지 못했다. -아무리 섞어봐야 나는 척척 맞춘다니까. 잘 봐.
찰칵찰칵. 네가 나타나 큐브를 맞추기 시작한다. 입술을 달싹이며 고민하는 너는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운지 귀 뒤로 머리를 넘기고 큐브에 열중한다. 기나긴 하루에도 나는 몇 번씩 네가 나타나는데 너 역시 나의 모습을 떠올릴까, 몇 번이나 날 떠올릴까 생각 해본다. 소파에 기대 큐브를 맞추는 너는 흐트러짐이 없다. 복잡한 색의 큐브는 점차 한 가 지 색으로 정리되어 갔다. 찰칵찰칵. 처음 완성된 색은 하얀색. 큐브의 하얀색만큼 네 미소 가 하얗다. “사랑해.” 큐브소리가 사라진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먼지 쌓인 형형색색의 큐브. 아무런 변함이 없다. 황급히 널 잡으러 소파에서 일어났지만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네 사진들만 밟힐 뿐 이다. 사 진 속 웃고 있는 너는 큐브를 맞추고 난 네 미소만큼 하얗다. 기억으로 빚어낸 너에게 하는 부질없는 나의 고백은 너를 소리 없이 사라지게 한다. 이미 멀어진 우리 사이를 너와의 추 억으로 메우려는 나의 노력은 항상 부질없어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저녁노을이 큐브를 비춘다.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멀어진 우리, 너를 잊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른 나. 자꾸 너를 잡기위해 숨 가쁘게 뛰어가지만 너는 점점 멀어져만 갈 뿐, 가까워지지도, 잡히 지도 않는다. 네 뒤를 따라다니던 함께했던 추억만이 잡힐 뿐이다. 네가 필요한 나는 너를 보내지 못하는 추잡스러운 마음 한 덩이로 너를 빚어낸다. 진짜 너 보다 더 진짜 같은 껍데 기를 빚어낸다. 빚어낸 껍데기에 추억을 넣고 섬세한 손길로 다듬는다. 그런 너는 진짜처럼 살아 숨 쉰다. 너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만들어진 너는 내 사랑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힘없 이 무너져 내린다. 오늘도 빚어낸 너와 진짜 너의 괴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나는 아직 도 너를 찾아다닌다. 이미 이별이라는 현실에서 눈물로 이리저리 맴돌며 숨차게 너를 찾아 다닌다. --------------------------------------------------------------------
바보야 어딨니 안 가면 안 되니 너를 보낸 그곳에 아직도 난 서 있는데 머리에 가슴에 그 모습이 그리워서 또 한번 숨죽여 운다 널 사랑한 후에
*재림 내 여자 친구 이였던 사람은 어디 있을까? 그 때 붙잡았었어야 했는데. 다시 붙잡으면 돌아올까? 나의 여자 친구와 헤어졌던 그 장소에서 아직도 나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서있다. 그녀와 놀러갔던 놀이공원도 가보고 그녀와 함께 갔던 영화관도 가보았다. 그 장소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울고 있다.
--------------------------------------------------------------------
오랜만에 문을 나서 바깥바람을 만지다 덜컥 다가선 외로움에 무너져 니 손에 끌려 다니던 정들은 거리 너 없는 슬픔에 잰걸음으로 집으로가 바보야 어딨니 안 가면 안되니 너를 보낸 그곳에 아직도 난 서있는데 머리에 가슴에 그 모습이 그리워서 또 한번 숨죽여 운다 널 사랑한 후에
*혜인 “정신 좀 차려, 이 멍청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다. 내 멱살을 잡고 있는 친구가 보였다. 친구는 또 한 번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나는 나가 떨어졌다. 입가가 쓰라렸고 넘어지면서 잘못 부 딪혔는지 허리가 아팠다.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다가 내 밑에 깔려 구겨지고 있는 사진 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안 돼…….” 나는 벌떡 일어나 사진을 급히 모았다. 친구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 었다. 그리곤 또 다시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병신 새끼야. 넌 그 와중에도 걔랑 찍은 사진이 중요하냐? 어?” “…….” “이제 털어낼 때 됐잖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데, 어?!” “…….” “너 이러고 있으면 걔가 돌아 오냐? 어?!” “…….” “……널 걱정한 내가 잘못이지.” 친구는 내 멱살을 놓곤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떻게…… 들어왔냐?” “문 따고 들어왔지, 이 새끼야.” “……왜 왔어.” “너 이러고 있는 거 한심해서.”
“…….” “이제 그만하자……. 너 이러는 거 보는 나도 힘들다.” “…….” * ‘경환 선배 기억나냐?’ ‘응.’ ‘그 선배가 너 보고 싶대.’ ‘…….’ ‘금요일 다섯 시. 우리 자주 가던 식당 기억하지? 거기로 와.’ ‘…….’ ‘어떻게든 너 데리고 온다 말했으니까, 안 오면 죽여 버린다.’ * 실로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보는 햇볕에 눈이 따가웠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었다. 신발장 앞에서 나갈까 말까 생각하느라 몇 십 분을 잡아먹었다. 사실 가고 싶진 않았지만 바쁜 와중에도 나 때문에 집까지 찾아온 친구를 위해서라도 잠깐 이라도 얼굴을 비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시절 친구와 내가 자주 가던 식당은 학 교 근처였고 학교는 집에서 가까웠다. 4시 40분. 시간은 넉넉하다. 나는 학교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얼마 걸리지 않아 곧 익숙한 거리가 나왔다. 오늘따라 거리가 이상했다. 익숙한 듯 낯설었다. 모습이 바뀌었나 했지만 거리는 몇 년 전 과 거의 비슷했다. 가게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낯선 걸까. 무심 코 옆을 돌아본 나는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 거리는 너와 자주 걷던 거리였다. 하지만 너는 이제 내 옆에 없다. 거리의 연인들을 보며 내 머리 속에서는 애써 접어두었던 너와의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 다. 다리에 힘이 풀려 거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맛집 탐방을 좋아하던 너는 종종 나를 이끌고 거리의 맛집을 찾아다녔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너는 항상 식당에 대한 평점을 내렸다. 생각보다 맛있다느니,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라 느니 말하던 네가 귀여워 난 너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노래를 좋아하던 너를 따라 노래방에 자주 갔었다. 사실 난 노래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 다. 그대로 너 때문에 갔었다. 네가 노래 부르는 모습이 좋아서. 나한테 사랑노래를 부르며 부끄러워하던 네 모습이 좋아서. 노점상에서 우리는 값싼 커플링을 샀었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반지였지만 우린 그 반지여
도 행복했다. 하루도 커플링을 뺀 적이 없었다. 그 때 산 커플링은 여전히 내 손에 끼워져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론데 너만 없다. 눈물이 흘렀다. 주머니에서 계속 울리는 핸드폰을 무시한 채 벌떡 일어나 집으로 달려갔 다. 난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나보다. 난 아직도 네가 나를 떠난 그 곳에 서 있다. --------------------------------------------------------------------
널 불러보다가 뒤돌아보면 그 곳엔 널 닮은 추억만이 넌 아니 모르니 알면서 그러니 여태 잊지 못하고 아직 널 기다리는데 어떤 날 올꺼니 내 심장이 멈출까봐 또 다시 그리워 운다 널 사랑한 후에
*주혜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한 남자가 잠에서 깨어났다. 지저분한 그의 방,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그의 옷들, 그의 집을 둘러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공허함이 남자의 속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잠들고 있었던 소파의 한구석에는 남자의 핸드폰과 두툼한 앨범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앨범에는-그 남자의 사진과 어떤 사람의 사진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나 방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퀭한 눈, 울어서 볼이 팅팅 부은 자신의 모습을 보자 남자는 갑자기 얼굴을 손으로 마구 문질러보았다. 자신의 볼을 힘껏 꼬집어도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후우 하고 쉬었다. 마치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인가 하며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보냈는데 집 한 구석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남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자신을 이끌며 억지로 전화를 받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와 아주 예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죽마고우로부터의 전화였다. “........” “여보세요? 얌마! 사람이 전화를 받았으면 대답을 좀 해라!” “…….무슨 일인데.” “에휴, 넌 아직도 그러고 있냐. 기운 좀 내, 내가 널 보다 다 미칠 지경이니까. 1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못 잊니?” “너라면 잊을 수 있겠냐…….네가 나와 같은 상황에 있었어도…….”
“그래도 걔가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너까지 이렇게 폐인처럼 살면 안된다고 이 정신 못 차리는 놈아……. 걔도 너의 이런 모습을 원하지 않을 것 아니야.” “........” “밥 좀 제대로 먹고 다니고 일도 다시 하고 그래. 친구로서 너 보기에 너무 안쓰럽다. 내가 점심 쏠까? 오랜만에? 넌 당연히 아침 안 먹었겠지? 야, 듣고는 있어?” 툭. 남자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더 이상 남들에게 이런 잔소리 듣는 것도 지겨워 죽겠고, 거기에다가 남들이 자신을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싫었다. 아무 영혼 없는 그런 말들을 듣는 것을 뒤로 한 채 남자는 모두에게서, 이 사회로부터 자신을 차단시켰다. 유일하게 세상과 이어주는 연결 수단은 그의 집 소파 옆에 있는 낡은 전화기 뿐 이었다. 그는 다시 소파로 가서 지친 몸을 소파에 맡긴 채로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이 세상일을 모두 잊고 자신을 더욱 고립시켜 자신만이 아는 세계로 빠지는 듯 한 그런 모습을 보인 채로. 한 여자가 그의 눈앞을 가로 막았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남자는 눈을 떠 똑바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분명 1주일 전 그의 곁을 떠나버린 그가
좋아하던 동기였다. 다신 볼 수 없이
영영 떠나가 버린 그녀. 어어, 하며 남자는 몸을 움직이려고 애를 썼지만 몸은 가위에 눌린 것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이와 같은 현상들을 이미 여러 번 겪어보았다.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꿈에선 모든 것이 실현 가능하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꿈속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어떤 놀이터에 있었다. 그리고 저쪽 구석으로 들여다보니 그녀가 있었다. 남자 앞에 펼쳐진 또 다른 놀란 광경은-남자 그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1주일 전 그 모습 그대로. 남자가 보기에 꿈속의 자신의 1주일 전 모습과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좋아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자 꿈밖의 남자는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또 배경이 바뀌며 또 다른 그 둘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이것들은 과거 지난날에 행복했던 그 둘의 추억을 주마등에 스치듯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도 이젠 미친 지경에 이르렀나, 이런 것이 꿈속에서마저 보이다니, 하며 남자는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남자는 꿈에서 완전히 깨어나 또다시 무기력하게 소파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로 한심해했다. 이런 여자 하나 때문에 지금 내가 울고 웃고 하다니 하며 말이다. 그 때 남자는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어보니 아까 남자에게 전화를 해준 그 친구였다. 그는 도시락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야, 이젠 문 열어줄 기운도 없나보지? 제발 밥만큼은 먹어줘라! 너도 이렇게 살다 병나고 그러면 진짜로 너 자신이 힘들어질 것을 네가 제일 잘 알잖냐. 내가 노파심으로 너 점심 사오려 했는데 네가 또 밖으로 나올 기운마저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손수! 도시락을 싸왔다 이 소리야. 들어가자.”
남자는 또 말없이 순순히 그의 친구를 맞아들였다. 밥 먹는 중간에도 친구가 계속 말을 걸어도, 단답형으로 말을 끝내버리거나 어떤 때엔 말을 아예 무시해버리기도 했다. 결국 친구는 남자를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은 이만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친구가 그렇게 의미 없이 떠나버렸을 때 남자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그녈 생각했다.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그날의 밤, 남자는 마음을 달래고자 그녀를 향한 편지 한 장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바보야, 넌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날 버리고 너 혼자 그 먼 길을 떠나버리면 나 보곤 어떻게 살라고 하는 거니 도대체……. 난 아직도 이곳에 이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 근데 왜 너만 그렇게 멀리 떠나 버린 거야. 널 정리하고 머릿속으로나 마음속으로나 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지우려 아무리 애은 써도 그것만큼은 잘 안 돼. 정말 미칠 것 같아. 꿈속에서도 널 매일 매일 봐. 난 언제나 한 발자국씩 뒤에 있는 상태에서.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난 깨어나서 또 숨죽여서 울고 행여 다른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두려워서 나 자신을 자꾸 숨기게 된단 말이야.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면 마음속은 공허한데 널 닮은 추억들만 남게 돼.......알고는 있니? 이렇게 괴로운 나의 마음을? 널 여태 잊지 못하고 아직도, 난 널 이 자리에서 기다려. 그런데 넌........언제 올 거니? 정말 미칠 것 같다.......‘ 남자는 그대로 눈물로 편지를 적신 채로 책상위에서 잠이 들었다. 여전히 그녀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첫사랑을 영원히 떠나보내고 나서.
<시를 소설 안에 집어넣기 / 길> -장윤정, 채혜진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전쟁은 괴물이다. 사람에게서 중요한 것을 빼앗는 괴물이다. 하루하루가 갈수록 죽어나는 병사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 전쟁은 사람에게서 중요한 것을 잃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 알아 차리지 못한다. “김준식 분대장, 소대장님께 보고 드립니다.” 병장의 상징인 4개의 층을 가슴에 매달은 남성은 놀랍게도 겨우 20~21살 남짓한 외모를 지닌 소년이었다. 그의 앞에서 보고를 듣던 부사관 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은 그의 보고를
들으며 과연 군에서 촉망받는 인재다운 깔끔한 보고라며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그래. 이제 그만 가 봐도 좋다, 분대장.” 부사관의 허락이 떨어지자 준식은 바로 군막 밖으로 향했다. 그대로 부사관의 군막 밖으로 나와 자신이 속해있는 2분대에 돌아가 한 숨 돌릴 셈이었다. 자신의 군막으로 향하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으으으......” 바로 옆의 군막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석소염 일등병이다. 일주일 전만해도 사지 멀쩡했 던 그는, 현재 한쪽다리가 없어진 상태였다. 며칠 전 있던 북과의 전쟁 도중 터진 폭탄으로 인해 한 쪽 다리가 날아간 것이다. 그는 며칠 후면 후방의 의료시설로 옮겨질 것이다. “으으......” 다시금 신음소리가 들렸다. 준식은 재빨리 발걸음을 돌려 본래 가려던 군막이 아닌 다른 곳 을 향했다. 아무래도 의료 천막에 있는 부상병들의 소리가 괴로웠나보다. 어쩔 수 없는 일 이다. 준식은 이제 갓 20세가 된 소년티를 벗지 못한 군인이었으니까. 최대한 의료용 천막에서 떨어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준식은 자신이 어느 샌가 군 진지 의 중심에서 꽤 떨어진 돌담 옆을 지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돌담 밑에는 자신 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가슴께에 달린 계급장은 기다란 막대기가 두개 붙어있었다. 일등병이다. 가까이 가자 그 일병은 준식의 계급장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일병 이동휘,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그냥 산보 중이다. 일병이 여기엔 무슨 일이지?” “일병 이동휘, 야간 순찰 중입니다.” 그 일등병은 야간 순찰 중이였다. 하지만 그냥 야간 순찰 중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언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준식 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일병을 바라보던 준식은 문득, 일병에게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전쟁터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무엇인가 고민을 하는 듯 한 얼굴. 그 모습이 자신과 겹쳐보였다. 그리고 아마, 그 일병도 자신과 같은 생각 을 했을 것이다. 준식이 동휘와 조우한지 꽤 여러 날이 지났다. 종종 준식은 돌담 옆에서 동휘를 발견 할 수 있었고, 그 때마다 동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준식은 그런 동휘 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적어도 아직 어린 이 군인들에게 있어서 같은 생각을 하는 또래의 동지란 꽤 중한 인연일 것이다. 만약 그 곳이 비정한 전쟁터라면 더더욱. “병장 왔냐?” “그래 왔다, 일병. 근디 어딜 병장한테 반말이냐?” “나이도 비슷하겠다, 근무 땡땡이도 같이 하겠다, 굳이 존대할 필요가 있나?” 어느 샌가 돌담 옆에서 마주치기를 반복한 준식과 동휘가 반말을 나눌 정도로 친해졌을 무 렵, 다시 한 번 북에서의 기습 공격이 있었다. 어떻게 급히 막아내긴 했지만, 인명피해가 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실려 가는 부상병들과 죽어버린 군인들을 보며 동휘는 마음을 가라 앉히기 위해 돌담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어쩐 일인지 준식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쩐 일이냐? 네가 먼저 여기 와있고.” 머리를 숙인 채 돌담 옆에 주저 앉아있는 준식의 옆에 자리를 잡으며 물었다. 그러나 준식
은 말이 없었다. 슬슬 동휘가 길어지는 침묵에 압박을 느낄 즈음, 드디어 준식이 입을 열었 다. “오늘 일등병 남평수 아저씨가 실명되었어.” 아직 여린 준식을 자신의 아들마냥 살갑게 대해주던 그는 북과의 소란 통에 그만 눈 한 쪽 을 잃었다. 이제 그는 평생을 애꾸로 살아야 한다. “상등병 강하춘이는 다리와 팔이 한쪽 씩 날아갔어.” 전쟁이 끝나 고향에 돌아가면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을 거라던 그는, 팔 병신에 다리병신 이 되었다. 농사는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터였 다. “그 외에도 신체의 부분들에 큰 부상을 입거나 아예 날아가 버린 사람들이 많아. 그보다 적 은 수이기는 하지만 죽은 사람들도 있고.” 동휘는 그제야 준식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준식은 전쟁에서 한 순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짓눌려 있을 것이다. “난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사지 멀쩡한 채로 살아 있지만 그 운도 언제까지일지 몰라……. 다음번엔 내가 될 수도 있어. 저기 실려 가는 사람이.” 갑작스럽지만 준식이 품고 있던 전쟁에 대한 생각과 그에 따른 고민을 듣게 된 동휘는 아 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동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냥 앉아만 있었다. 밥 한 끼를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준식은 꽤 안정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휘에게 말했다. “방금 전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라, 이동휘.” 동휘는 짐짓 태연한 척을 하며 준식에게 잘 가라는 눈짓을 했다. 준식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동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동휘는 시간이 흐르고 준식과의 만남이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잦아짐으로 인해 생각하는 시간 또한 길어졌다. 혼자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항상 자신과 같은 분대에 있는 귀찮은 상병 놈이 말을 걸어왔다. “어~이 거기 일병!” “...일병, 이동휘” “아쭈? 이놈 목소리 봐라? 더 크고 빠릿빠릿하게 대답 안” “일병, 이동휘 잠시 바람 좀 쐬러 나갔다오겠습니다.” 동휘가 군막을 나오는 순간 바빠 보이는 군의관 3~4명의 무리가 달려오더니 그대로 동휘의 가슴께를 퍽! 소리가 나게 치고 지나갔다. 평소 같으면 입을 대빨 내밀고 뒤에서 손가락 욕이라도 해줬을 동휘지만 저쪽에서 상당히 낯익은 얼굴의 상병이 걸어오는 탓에 그만 히죽 웃어넘기고 말았다. “어디, 어디 좀 조용한데로 갈까요. 아저씨?” 표정이 그닥 좋지 않은 그 상병을 보고 동휘는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평소 자신과 준식이 자주 마주치던 돌담에 오늘은 준식이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안 동휘는 그 상병과 함께 돌담을 찾았다. “상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동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써?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임무수행이지? “내가 끝나면, 그 다음이 너인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잘 알고 있다. 골백번도 넘게 교육받았던 것이고, 주입되어왔던 것이다. “내일 오후 3시에 사령관이 작전 지휘실로 옮기는 5분 내에 처리할거다. 의심 받을 일 없게 이쪽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마라. 잘 지내고....... 다음 생에는 웃으면서 보길 바란다.” 할 말을 마친 2분대 김소진 상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동휘는 그와의 대화에서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폭탄이 되기로 결심한, 자신과 똑같은 목적의 북한 첩자였다. 동질감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는 결심이 굳었고, 겁이 없었으며, 망 설임도, 많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라면 분명, 임무를 멋있게 수행하고 북에서 몇 안 되는 유공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소식을 생각보다 일찍 들었다. “예....?” “북한이나 우리나 군사적으로 심리싸움인거지. 이번 전투가 중요한 전투인 만큼 미리 군사 기밀을 빼내려 하지 않겠어?" “아......하........" “왜. 무섭냐? 짜아식 쫄기는. 아, 그러고 보니 어제도 새벽에 2분대 상병놈 하나가 잡혀간 거 같던데.......이름이 뭐라더라.......야야! 야 또 나가냐 이 자식아!!? 아, 어디가아!” 들켰다. 김소진 상병님이 들켜서 잡힌 거야. 어떻게? 분명 돌담 깊숙이 들어가 얘기했는 데... 어떻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고자 찾은 돌담에는 준식이 있었다. 준식 또한 혼란스러워 보이긴 매한가지였다. 그가 동휘를 보더니 그에게 주머니에서 뭘 건네준다. “이거, 니 거 맞지?” 준식이 물었다. 동시에 동휘의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그래... 고맙다.” 동휘는 준식의 손에 있는 자그마한 배지를 넘겨받았다. 메꽃이 그려진 뱃 지였다. 다행인 것이 간밤에 배지가 켜있었거나 명령이 온 흔적은 없어보였다. 그러고 보니 준식도 2분대라는 사실이 생각나 소진 아저씨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 다음 준식의 말에 동휘는 또다시 벙어리가 되었다. “짧고 간단하게 물어볼게.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아도 돼.” “뭔데 그래?” “너.. 우리분대, 그러니까 2분대에 속해있는 김소진 상병. 그 북 첩자 놈 알아 몰라.” 동휘는 준식이 한 글자 한 글자 힘 있게 말하지만 당황스러운 듯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눈 치 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동휘는 생각했다. 적어도 준식 에게는 대답을 피하기 싫었다. “북에 있을 때, 신체조건 좋은 남자들을 병력에 쓴다며 마구잡이로 가족들을 끌고 가 감옥 에 집어넣었어. 자발적으로는 다들 안 간다고 하니 강제적으로 모집할 수밖에. 나는 홀어머 니와 10살 된 여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은 어머니를 끌고 가는 군인들에게 저항하다 총에 맞아 죽었고, 어머니는 실신하셔서 강제로 끌려갔어. 지금도 옥에서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 으면서 살고 계실 거다. 네가 알고 있는 김소진 상병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한순간에 소중 한 사람들을 잃었다. 더 이상의 피해는 내가 임무만 수행하면 없을 건데....... 그럴 건
데....... 어머니의 생사는 알 수가 없고, 또 너희 남군의 승리는 이미 예정된 것과 같은데 난 더 이상 무엇을 얻자고 조국에 몸을 바쳐야하며 무엇을 잃자고 죽어야 한단 말이 야........!!” 결국 준식은 더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동휘 에게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전 혀 몰랐다. 저 자는 간첩이다....... 간첩이야........ 간첩인데.......!! 그렇다면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끌려가던 상병의 가슴께에 달려있던 배지는 북과의 통신수 단이라는 것인가? 며칠 전 동휘 에게 돌려주었던 배지와 같은 메꽃 모양이었다. 아니라고 아닐 것이라고 자신이 여태껏 봐왔던 동휘의 자취를 훑어보지만 퍼즐조각이 맞춰 지듯이 모든 정황이 그가 간첩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며칠을 헤매던 사람처럼 준식은 물을 들이켰다. 이렇게 두면 안 된다. 이렇게 두면 결국 김소진 상병과 같은 꼴이 날 테지. 절대 안 된다. 준식은 군막에서 물 한 컵을 더 마시고 소대장에게로 향했다. “충성, 2분대 병장 김준식” “그래 충성, 무슨 일이야 김준식이” “김소진 상병의 혐의를 자세히 알고 싶어 왔습니다.” “이유는” “........” 아차,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무턱대고 온 거라 사실 이렇다 할 변명이 없다. 이거 큰일 났군. “.......뭐, 같은 분대 부하니 궁금할 만도 하겠지. 거기 앉아.” 하.......운이 좋았다. “북에서는 지금 고위 장교들의 암살을 목적으로 남측에 간첩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임무의 특이사항은 몸에 자살폭탄을 설치하고 자폭을 한다는 거야.” “예.......? 자폭 말입니까?” “그래. 성공 확률이 10%도 안 되는 이런 희박한 임무를 하는 간첩들이 지금 우리 중대에만 하나, 다른 중대에서는 둘씩 발견이 된 거야. 그래서 지금 우리 중대에서도 보안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소대장님과의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 열아홉의 나이 에 군에 들어와서 너무 빠르게 계급장이 올라간 탓에 자신의 걱정을 함께 이야기할 동료도, 선임도 없었다. 그런 자신이 처음 돌담아래서 본 동휘의 모습은 자신과 너무 닮아있었기에, 그와 함께 있으면 위로 해주고 싶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곤 했었다. 그런 그가 북의 간첩이라니....... 언제 명령이 떨어져 자살폭탄을 쓸지 모르는 병사였다니........ 시간이 지날수록 준식은 동휘에 대한 위화감이 들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준식은 자신이 동휘를 걱정한다고 스스로 깨달았을 즈음 돌담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동휘는 이미 자신의 군막으로 간지 오래인 듯 쓸쓸한 낙엽만이 준식을 반겼다. 다음날 기상시간보다 세 시간 일찍 일어난 준식은 돌담아래에서 동휘를 기다렸다. 그 외에 도 훈련하면서, 밥을 먹으면서도 짬이 날 때마다 돌담을 들렀다. 그리고 마침내 준식은 동 휘를 만났다. 동휘는 여전히 생각이 많아보였고, 슬픈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결심한 듯 한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일병이 거기 앉아서 뭐하는 거야” “.......일병 이동휘....... 야간순찰.......” “조용히 해. 할 얘기가 있으니 더 안쪽으로 가자.” 동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불안해했다. “널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사실은 소대장님께서 북측의 임무라는 거, 다 말씀해주셨다. 자살 폭탄병 이라면서 일병이 아니라.......” “그래........ 맞아 자살 폭탄병 이야. 소진이 아저씨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경우, 일주일 내로 나한테 무전이 올 거라고 그랬어. 이제 준비해야해.” “무슨 준비. 죽을 준비?” 동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마치 죽을 줄 알면서 불에 뛰어드는 나방 같아보였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너에 대한 모든 비밀, 누설하지 않을게 북측 명령에 따르지 마. 이건 분대장의 명령이야.” “일병 이동휘, 간첩 의심 인물, 분대장 김준식의 감시를 너에게 맡긴다. 듣자하니 요즘 둘 이 많이 친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친하다면 더 깊이 주시할 수 있겠지.” 동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준식이 의심을 받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자칫 무례 하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어, 어째서 김준식 분대장이 의심을 받는 것 입니까?” “……요즘 그가 수상한 행동을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여러 명에게 들어온 신고이니 거의 확 정이라 봐도 무방하겠지.” 동휘는 막사 밖에서도 계속 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수상한 행동이라 했다. 수상한 행 동. 그가 아는 한 준식은 수상한 행동을 하며 돌아다닐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 수상한 행동을 보일만 한 일이라면……. 분명 자신의 일일 것이다. 준식은 동휘가 자살폭탄 병인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상부의 명령이 와도 따르지 말라 했다. 분명 그 일이 발단이 되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일이 준식에게 의심을 받는 계기가 된 것 이다. 확정. 준식이 간첩이라는 의심이 거의 확정이라 했다. 거의 확정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준 식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는 없었다. 동휘는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 해봐도 자 신으로 인한 이 사건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동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남측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준식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준식과 동 휘, 둘 모두 의심을 받을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둘 모두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할지도 몰랐다. 동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준식에 대한 보고를 하며 의심이 풀리길 바라는 것이 었다. “일등병 이동휘, 분대장 김준식, 아니 간첩 김준식을 끌고 와라.” 동휘가 준식을 주시하라고 명령 받은 지 며칠이 지났다. 동휘는 그 며칠 동안 수시로 사령 관 막사로 불려가 준식에 대한 보고를 해야 했다. 준식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수상한 행 동은 하지 않았는지, 군 밖에서 다른 인물은 만나지 않았는지 보고해야 했다. 동휘는 최대 한 사실대로 준식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애초에 준식이 간첩일 리가 없다. 간첩은 자신 이었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본 대로만 말하면 아무 탈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 다.
다시금 막사로 불린 동휘는 이번에도 준식에 대한 의미 없는 보고를 하고 끝나겠지, 생각하 고 있었다. 하지만 달랐다. 이번에는 동휘가 준식에 대한 보고를 하기도 전에 사령관이 직 접 동휘에게 명령을 했다. 분대장 김준식은 간첩임이 확실하다고. 동휘는 당황했다. 저번에 준식이 간첩으로 의심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신의 보고 중 어떤 부분에서 준식이 간첩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은 준식이 간첩이 아니라는 것 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준식을 데려오라는 것은 단지 구실에 불과했다. 준식이 어린 나이 에도 불구하고 촉망받는, 예상외의 재능을 지니고 있어서. 어린나이에도 벌써 병장이었다. 전시중이라지만 성장이 너무 빠르다. 그런 준식은 군의 상층부에 별로 곱게 보이지 않았을 거다. 무엇보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본보기가 필요했다. 간첩의 제거는 효과적인 본보기가 되 어 경각심을 살릴 것이다.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경각심은 간첩을 효과적으로 거르고, 간 첩이 쉽게 스며들 수 없게 만들 것이다. 동휘는 알 수 있었다. 동휘는 북의 간첩이었다. 특 수한 임무를 지니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남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이 정도 상황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사령관의 막사를 나온 동휘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 지 인지할 수 없었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보니 어느 샌가 준식이와 자주 만나던 돌담 밑이었다. “어, 왔냐?”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고, 아니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할 것을 알지 못하는 준식은 그저 반갑 게 동휘를 맞아 주었다. 그런 준식을 본 순간, 동휘는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준식이를 군 밖으로 빼내야 한다. 그가 간첩으로 몰려 죽지 않게 해야 했다. 자살폭탄병인 동휘 에게 북 측의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동휘가 간첩이라는 것을 알고도 묵인해 주었다. 전 쟁터에서 만남 친우였다. 그를 살려야 했다. “……할, 말이. 할 말이 있어. 오늘 저녁, 아니 내일 새벽에 의료용 천막 뒤로 와. 들키지 말 고, 반드시.” “어? 어, 그래…….” 심각한 표정을 하는 동휘를 보며 준식은 많은 것을 물을 수 없었다. 그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동휘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가 깨지 않게 주의 하며 준식은 새벽에 동휘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왠지 기분이 이 상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그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하고, 준식은 미리 와서 서 있던 동휘에게 다가갔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런대로 부르냐?”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살고 싶지?” 동휘의 물음에 준식은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말하려다가 동휘의 표정 이 심상치 않은 것을 알아채곤 말했다. “응. 그래. 살고 싶어.” “그럼 따라와. 소리 내지 말고.” 동휘는 준식의 대답을 듣고서는 갑자기 준식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 따 라가니, 그 곳에는 구멍 난 철망이 보였다. 서둘러 끊은 듯 엉성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 면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있었다.
“야, 이거........” 준식이 거의 굳은 표정으로 물어보자 동휘는 그제야 말했다. “너, 죽을 거다. 간첩으로 몰려서.” “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간첩으로?” “그래. 상부가 내게 명했어. 너를 끌고 오라고.” 준식은 그 대답을 들으면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동휘에 의해 철망 밖으로 나갔다. 철망 밖은 나무가 많은 장소였다. 동휘도 곧 따라 나왔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어. 뛰어. 산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남군도 쉽사리 추격하지 못할 거 다.” 확실히 동휘가 말하는 산은 북측과 남측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다. 북측을 도발하면서까지 자살 폭탄병을 쫓을 이유는 없었다. 준식은 동휘를 따라 뛰었다. 길은 동휘가 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동휘가 준식이 를 부르고 철망을 뚫은 것도 무색하게, 곧 뒤에서 추격병들의 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북쪽이다. 북쪽으로 도망간다.” 추격병이 쫓아온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빠르다. “총기를 허용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라!” 총기를 허용한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추격병들은 총을 쏘기 시작했다. 동휘와 준식이는 나무 사이로 이리저리 피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몸 곳곳에 총을 맞아 버렸다. 탕! “!! 으윽....... 다리가........” “! 김준식!” 준식이 휘청거리며 나무 밑으로 쓰러졌다. 큰일이다. 준식이 다리에 총을 맞았다. 다리에서 흐르는 피는 준식이 더 이상 뛰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준식도 그 사실 을 인지한 듯 보였다. 하지만, 두고 갈 수 는 없었다. 동휘는 준식이를 부축하려 하였다. “후으....... 난 무리다....... 뭣 하고 있어! 빨리 뛰어. 넌 멀쩡하잖아!” “뭐, 그럼 넌!!” “필요 없어. 난 분대장이다. 일병의 도움은 필요 없어! 뭣해! 어서 뛰어. 이건 명령이다, 일 병 이동휘!” 준식이는 동휘에게 소리쳤다. 동휘는 알 수 있었다. 준식이는 각오를 굳혔다고. 그는 동휘 를 따라 나왔을 때부터 이미 결심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망이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동휘를 보내려는 거다. 멀리서 추격병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지체 할 수 없었다. 동 휘는 준식이를 두고 뛰기 시작했다. 잡아! 뒤에서 추격병들이 준식을 잡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놔! 놔!! 준식이가 난동을 부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동휘는 뛰었다. 뒤의 소리는 듣지 않으려 했다. 그저 뛰었다. “그래, 가라. 뛰어서 살아.” 추격병들 에게 몸을 잡힌 준식이는 동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동휘는 계속해서 뛰었다. 준식이가 만들어준 기회였다. 준식이를 버리면서 얻은 기회였다.
살아야 했다. 그저 뛰었다. 잡혀선 안됐다. 살아야 했다. 하지만 총에 맞은 자리에서는 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총에 맞은 자리가 욱신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하지만 동휘는 생각했다.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숨이 찼다. 여동생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다리가 아파왔다. 다리는 한계를 넘은 지 오래였다. 추격병들은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었다. 살아, 야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정신이 멍해졌다. 멀리서 이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살, 아야 준식이가 보내주었다. 가야 했다. 털썩동휘는 땅 위에 쓰러졌다.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 손가락 사이로 빛이 비췄다. 빛 속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더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툭 손이 떨어졌다. 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명이 들려왔다. 눈에 빛이 비췄다. 살아서, 살 아 서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이야기 이어쓰기 / 수상한 노트> -곽선준, 김자원, 정연주
수상한 노트
#1 곽선준 이 모든 비극이 언제 시작됐더라. 음.......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략적인 시기를 떠올려보면 이 일은 내가 이화외고에 다닐 때, 정확히 말하면 고등 학교 1학년 6월에서 7월쯤 사이에 이 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 ................................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등교를 했었다. 평소와 같이 7시쯤에 스쿨버스를 타서 7시 40분쯤에 학교에 도착하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평소와 달리 버스가 매 우 일찍 도착해서 7시 25분에 도착했다. 그 때 솔직히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크게 의 심을 안했고 오히려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날따라 너무 운이 좋다고 생각 해 콧노래를 부르며 교문을 들어가려 할 때였다. “어이, 학생.” “네??” 일단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앞에 광고를 나누어주 는 어떤 중년쯤 된 아줌마가 서 있었다. “혹시 뭐 공부할 일 있으면 우리 학원에 오라고.” “아, 예.” 나는 이 말을 하면서 그 아줌마가 주는 노트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노트는 어디에도 학 원 이름이라 할 만한 게 쓰여 있지 않았고 어딘가 모르게 잡상인이 주는 노트 같지 않았다. 디자인도 매우 눈에 띄었는데, 표지 색이 어두운 느낌을 주는 검은색이었고 하단 중앙부에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또한 노트를 펼쳐보니 다른 잡상인들이 주는 노트와는 달리 노
트 속에 펜이 하나 있었는데, 잉크 색이 피처럼 매우 빨간 펜이었다. 그 때 느낌이 이상해서 그 아줌마가 있던 곳을 뒤돌아 봤었는데, 그 아줌마는 나랑 눈이 마 주치자마자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불길한 느낌을 가지고 교실로 돌아와 친구들과 노트 얘기를 나누려는데 나만 그 아줌마를 봤는지 다른 학생들은 그 아줌마를 다 그냥 지나쳐서 등교했고, 교실에 와서 다른 애들이 그 노트를 받았는지 확인해 봐도 그 노트를 받은 아이 는 나밖에 없었다. ................................................................................................................. ................................ 학교에서 아침의 일을 떠올리다 어느새 화학 시간이 되었다. 화학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선 생님 말씀이 하나도 이해가 안 돼서 나는 주로 그 시간에 누워서 (화학 노트가 아닌 다른 노트에) 무의식 중 떠오르는 사람 이름을 쓰거나 내 상상 속의 세계에 대해서 그린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가방 속에서 아무 노트나 꺼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썼 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아침에 받았던 노트를 꺼냈다. 선생님의 다른 말은 다 귀에 안 들어 왔고 두 분자간의 전기적 인력을 설명하기 위해 잘생긴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을 예시로 든 것만 들렸다. 앗?! 잘생긴...??!!! 잘생긴 남자라 하니 떠오르는 애가 있긴 있는데, 그는 중학생 때 만난 동수다. 다른 애들은 그저 평범한 애로 봤지만 나한테는 특별한 존재였던 동수. 그 애를 떠 올릴 때면 아직도 그 애의 눈을 처음 마주쳤을 때의 설렘과 황홀함과 부끄러움이 나에게 그 대로 전달된다. 그 애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지만 그 애도 혹시 나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을까??? 지금은 여자 친구가 있을까....... “박수민!! 수업시간에 왜 웃어?” “재미있는 상상을 해서요.” “어휴! 수업에 집중이나 해!”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고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시면서 다시 수업 내용을 진행한 다. 하긴 내가 워낙 화학 시간에 자주 수업내용과는 관련 없는 공상을 많이 해서 이제 익숙 해지셨겠지. 잠시만.. 시간표를 보니 지금은 3교시이다. 어?? 3교시에 화학이 있는 날은 수 요일밖에 없는데?!! 오늘이 수요일이면 학교 끝나고 수학학원에 가는 날인가? 뭐 수학학원 에서 수업이나 들어야지. 학원을 빠지지는 않을 생각이다. 나를 괴롭히는 곳이긴 하지만 나 를 잡아먹는 곳은 아니니까. ................................................................................................................. ................................ 수학학원 쉬는 시간이다. 평소와 같이 나는 중학생 때 내 절친 이었던 현아와 만나서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얘기를 한다. 지금은 내가 외고에 다녀서 요새 이런 이야기를 주
도하는 쪽은 주로 현아다. 그런데 오늘은 표정이 좀 켕기는 데가 있어 보인다. “어디 불편한 데 있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그럼 왜??” “음....... 그게........ 너 중학생 때 좋아하던 남자애 기억나?” “이동수?” “응.” “걔가 왜? 다른 애랑 사귄대?”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뭔데??” “.......오늘 하교할 때 걔가 버스 타고 학원에 가려 했는데 걔가 탄 버스 운전기사가 정신 을 안 차리고 운전하다가 앞에 가던 차랑 부딪혔대. 다행히 다친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심 하게 다친 사람들은 아주 심하게 부상당했는데.......” “설마 동수도?” “응. 걔가 하필이면 탄 사람들 중에서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대. 그래서 뼈도 세 군데나 부 러지고 뇌가 70% 이상이 손상됐데. 그리고 지금 겨우겨우 숨 쉬고 있는데 그마저도 거의 끊겨가고 있대.” “.....???!!!!” ................................................................................................................. ................................ 설마 하는 마음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수상한 아주머니한테서 받은 노트를 펼쳐본다. 아 니나 다를까, 오늘 화학 시간에 동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애 이름을 노트에다 썼 다. 다른 펜이었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하필이면 그 노트와 세트로 들어있는 핏빛 펜 으로 그 애 이름을 썼다. ‘이동수’라는 이름이 선명한 피 색으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하게 적혀 있었다. 내가 걔 이름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도중 그 애가 죽었는지, 갑자기 잉크색 이 검정색으로 변했다. 혹시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화이트로 그 위를 계속 문질렀 지만, 주변 종이만 하얗게 될 뿐, 펜으로 쓴 이름이 지워지지는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에게 특별했던 아이에게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죽이다니! 나 때문에 죽은 거겠지? 나 때문에? 그럼 이 노트에다 이 펜으로 그 애 이름을 써서 저 세상 으로 간 건가? 그럼 혹시 집에서 키우고 있는 꽃을 써도 그렇게 되는 건가? ‘집에서 키우는 하얀 화분 속의 보라색 꽃’.......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꽃은 말라 죽어있었고, 노 트를 다시 한 번 펼쳐보니 그 글씨도 검정색으로 변해 있었다. ................................................................................................................. ................................
#2 김자원 뭘까 이건....... 이 노트는....... 사실 중학교 때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였다. 공부도 중상위권이었고 친구들도 꽤 있었으며 부모님 말씀도 그럭저럭 잘 듣는 그런 아이였다. 그 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한 능력이 생긴 것이 다. 사실 능력이라기보다 그 아주머니가 주신 노트....... 이름을 펜으로 쓰면 죽게 되다 니.......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믿을 것 같지도 않았고 이 비밀을 나만 간직하기로 했다. ‘내가 이걸 나쁜 용도로 쓰지 않으면 되잖아. 그냥 책장에 넣어두자.’ 내가 노트를 다시 꺼낸 건 2~3년 정도 후의 일이다. 사실 노트의 존재를 거의 까먹고 있었 는데, 수능을 마치고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처음에 이 노트를 봤을 때에는 알아보지도 못했다. ‘이게 뭐지? 내가 해골모양 노트를 샀던가?’ ‘내가 안에다 동수라고 써놓았네? 빨간색으로? 아....... 그 이상한 노트!....... 아직도 안 버리고 있었네. 이제 버려야겠다.’ 이제 필요 없는 책들을 정리하면서 그 노트도 버리기로 했다. 왜 그때까지 안 버리고 간직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사실은 그 노트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어쨌든 책장 정 리를 마친 후에 잠깐 쉬기로 했다. 불길한 노트까지 정리하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 다. 그때를 생각해보자면, 사실 나는 그 무렵에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책상에 앉아 스페인어 책을 찾는데, ‘....?’ 해골 노트가 있는 것이었다. 분명 아까 분리수거 함에 버렸는데.......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나는 밖에 나가서 내가 노트를 버렸던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분명히 버렸던 해골 노트는 분리수거함에 없었다. 몇 번을 다시 찾아봐도 노트는 온데간데없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내가 착각한 것도 아니고 다른 건 다 버렸는데 노트만 안 버렸을 리도 없고 분리수거 한 기억이 있는데?’ 다시 내 방에 가보니 여전히 해골 노트가 있었고, 불행의 시작은 그 때부터였다. 그 날 이후로 노트를 다시 버리고, 또 버렸지만 집에 다시 돌아가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 다. 결국 몇 달 동안 노트와 씨름하다 포기하기로 하고 계속 책장에 두었다. 그 노트를 볼 때면 기분 나쁠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내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사용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거의 4년 만에 노트를 펼쳤다. ‘구지예, 입원’ 내가 그날 지예의 이름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그날은 뭔가 아침부터 되는 일도 없었고, 기 분이 왠지 안 좋았다. 하필이면 그날 대학교에서 레포트 점수가 나왔는데 지예가 나보다 점 수가 높았다. 그건 걔가 열심히 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예가 나한테 자기 점수를 얘기하며 그동안 열심히 한 성과인 것 같다며 자랑을 했다. 거슬렸다. 내가 노
트에 지예를 쓴 이유는 그거였다. 거슬렸으니까. 해골 노트를 쓰지 않기로 생각했지만 그날 따라 너무 짜증이 나서 지예한테 무언가 나쁜 짓을 하고 싶었다. 노트에 이름을 쓰면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죽이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 옆에 내가 그 애 한테 일어나면 하는 일을 적었다. ‘입원’정도면 며칠 안볼 수 있으니까 그 동안 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다음날, 지예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지예가 어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많이 심각한 건 아니지만 한 1주~2주 정 도는 못 볼 것 같네요.”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역시, 노트는 4년이 지난 지금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나보다. 한번 누군가에게 나쁜 일을 하다보니까 내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자꾸만 노트를 들게 되었다. 비록 작은 상처, 입원 등 심각한 사고까지 일으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트에 이름을 적어 조금이나마 피해를 입히는 것이 내 기분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되었고, 나는 그 과정을 통해 약간의 쾌감을 느꼈다. 3개월 뒤,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대학 와서 처음 사귀는 남자친구였는데 키도 크고 운동 도 잘하고 나를 배려해주는 멋진 남자친구였다. 그는 데이트를 마치면 나를 집에 데려다주 고 학교에서는 내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매일 기다려주었다. 우리는 3년간 연애를 했는데 나 는 그가 너무 좋았고, 그를 항상 믿었다. 4년 정도 사귀는 즈음에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 다. 첫 번째 남자친구였지만 그만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3년이 약간 넘은 시기에 내 친구들이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내 남자 친구가 양다리를 걸친다, 밖에서 다른 여자랑 손잡고 걸어간다는 걸 봤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와 남자친구 사이를 질투해서 그러는 줄 알고 가볍게 넘겼 지만, 여러 명의 친구가 계속 그런 얘기를 하니까 살짝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는 남자친구에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미행하기로 했다. 오늘 그는 종로에 있는 학원 에 가는 날이었다. 나는 수업이 끝나기 몇 분 전 몰래 숨어 있다가 뒤를 미행했다. 학원이 끝난 후에는 집에 갈 것이고, 집에 가서는 나랑 채팅하고 전화 할 것이고, 잠깐2~3시간 동 안 공부한 후에 나한테 힘들다고 문자가 올 것이고, 보고 싶다는 연락을 할 것이고, 저녁을 먹는다며 나와 계속 채팅하다가 12시 쯤 잠이 들 것이다. 그의 일과는 반복되기 때문에 나 는 머릿속에 그가 할 행동들을 그려보고 그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미행해보기로 하였다. 학원이 끝났다. 아마도 집에 가겠지? ‘........? 저긴 집 방향이 아닌데? 그리고 누군가랑 전 화하며 웃고 있는데?’ 그리고는 어떤 여자가 걸어와서 내 남자친구와 손을 잡는다. 둘은 홍 대방향으로 향하고, 웃으며 지하철을 탔다. 그 때 남자친구한테 카톡이 왔다. ‘뭐해? 나 학원 끝나서 집 가고 있어!! ㅎㅎ’ ‘아 그래? 나는 아파서 누워있지 ㅎ’ ‘ㅜㅜ 아프지마. 빨리 나아서 데이트하자~’ ‘그래 집 조심히 가’ 옆에 모르는 여자랑 손잡고 나랑 카톡을 하면서 집 가는 중이라고 거짓말까지 하다니....... 친구들이 말해 준 게 맞나보다. 나는 계속 미행해보기로 했다. 그는 그녀와 홍대에서 노래 방을 갔다가 밥을 먹고, 헤어졌다. 이제 집에 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명동으로 간다. 나한 테는 문자로 공부하다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명동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9시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공부하기 힘들다고. 보고 싶다고. 지금 저녁 먹고 있는데 너랑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걸.’ 정말 어이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그와 사귀었던 3년을 생각하면서 내가 이런 남자한 테 내 시간을 투자했나, 나랑 처음 사귈 때부터 100일, 200일, 300일, 1년, 2년, 그리고 얼마 전 3주년 기념일까지.. 그와 보낸 시간들은 다 헛된 건가. 내가 곧 결혼까지 해야지 하고 마음먹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처음부터 양다리 걸치면서 만난건가? 그게 아니라면 무 슨 계기로? 언제부터? 내가 정말 믿고 내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었 는데 내가 오늘 본 건 뭐지? 생각할수록 정말 화가 났다. 다른 여자를 두 명씩 이나 몰래 만나면서 나한테는 항상 똑같이 대해 왔다니....... 화가 나면서 눈물이 고이기도 했지만 내 가 저런 인간한테 보일 눈물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노트를 펼쳤다. ‘박준혁,
’
사실 어떤 식으로 고통을 줄지는 생각해보지 않아서 이름만 적었다. 집에 와서 그동안 3년 의 시간을 돌이켜보니까 자꾸 눈물이 났다. 그가 너무 원망스럽고, 싫었다. 눈을 떠보니까 다음날 아침. 아마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든 것 같다. 노트를 보니.......그의 이름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설마........설마.......어젯밤에 카톡이 와 있었다. ‘준혁이 어제 집으로 돌아가다가 하필이면 걔가 탄 택시가 사고가 나서 중환자실로 옮겨졌 대. 근데 새벽 사이에 상처가 악화되면서.......사망한 것 같아.’ 내..내가 남..자..친..구를 어떻게 만든 거야.......박수민........ 물론 어제 그를 미행하면서 본 현장들, 너무 화가 나고 슬프고 후회되는 복잡한 감정들에 너무나도 힘들었다. 양다리를 걸치면서도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그가 원망스럽고 싫었다. 하지만 그냥 헤어지면 그만이었을 수도 있다. 3년 동안 사귀면서 쌓아온 추억들도 너무 많고 내가 그를 너무나 믿고 사랑했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슬프겠지만 몇 대 때리고 화내고 헤어지면서 그 정도에서 끝낼 수도 있었다. 결국 어제도 내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여 그 노트를 쓰게 되었고, 평소에 쓰듯 사소한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큰 사고를 저질렀다. 그 노트에 그의 이름을 쓴 결과로 그가 죽었다. 내가 죽였다.
#3 정연주 밀려오는 자괴감은 끝도 없었다. 그저 내가 사람을 죽였구나. 그것도 고의로. 어떠한 핑계 도 변명도 할 이 상황은 나에게 엄청난 막막함을 주었다. 우선 몇 번이고 턱턱 막혀오는 목 을 부여잡고 고르게 숨을 쉬도록 했다. 싸늘히 정신을 차린 후에 바닥에 앉고 처음부터 꼼 꼼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노트의 시작은 무엇이었고 왜 나에게 이런 노트가 주어진 건 지. 왜 나는 알면서도 노트를 썼는지.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였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이외에 이 노트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결코 누군가도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이다. 아 그래 노트가 사람을 죽이는 노트가 아니었다고 발뺌해 버리면 되는 일이다. 비열한 마음이 잠시나마 정신을 가라앉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경찰? 모든 사실을 알게 될 가족? 아니다. 난 어 쩌면 나를 합리화하려는 나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 일지도 모른다.
결국 힘은 빠졌고 모든 기력이 새어 나갔다. 해결해야한다. 내가 일으킨 일들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 경찰과 가족은 헛소리 말라며 노트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결국 난 한 선의 마침에서 떠나간 잉크가 되었다
<후기> *선준 글을 쓰면서 군인들이 탈출하는 장면을 어떻게 묘사할지, 줄거리는 어떤 식으로 전 개할지 등의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극복해가면서 글을 쓰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해울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될 기회가 많이 올 거 라고 기대를 해 본다.
*주혜 설렘 반 후기 반으로 문예 창작부 <해울>에 들어와서 시와 소설들을 직접 제 손으 로 쓰고 이렇게
힘들(?)지만 또 뜻 깊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 문집을 발행한 것이
너무 뿌듯하고 기뻐요~~!! 특히 모두가 알차게 쓴 글들이 모여서 문집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 너무 감동스러워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완전 감동!! 앞으로도 성실한 모습으로 해울의 동아리 부원으로 활동할게요~~ㅎㅎ 동아리 부장이신 김자원 언니(*.*)를 포함한 해울 언니들도 다들 저에게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좋은 경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ㅋㅋ
*재림 고등학교의 동아리에서 마지막 시가 끝났다.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신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동아리 부장 자원이랑 차장 현선이도 고맙고 글들 정성스럽게 써준 동아리 아이들도 수고했고 마지막으로 저희 잘 이끌어주신 양덕모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2-3반 아이들도 고맙고 사랑해
*윤정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서 군대 용어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사전 조사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 사실 많이 어설프다. 그냥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귀엽게 봐주셨으면...ㅎㅎ 시험도 중간에 끼어있고 소설을 쓸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시간이 더 많았다면 수정 도 여러 번하고 더 괜찮은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후회가 좀 많이 남는다.ㅋㅋ 한 학기동안 보람 있고, 재밌는 동아리 생활 되었던 것 같아서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어주신 군필자 아버지~그리고 엄마, 수고 하는 동아리 친구들과 양덕모 선생님,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과 22기 독일 어과 친구들 모두 vielen Dank!
*자원 올해는 1학년 신입생들이 적어서ㅠㅠ 부장으로서 역할을 잘 못한 것 같아 부원들한 테 미안했지만 오히려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다 친해져서 좋았어!! 나 잘 따라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해울 부원들 너무 고맙고 사랑하고♡ 문집만들기에 도움을 주 신 현정언니와 양덕모 선생님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22기 4반 항상 고맙고 지금처럼 잘 지내쟝 강고권권김김김박박변서송송신오오원이이임정정조채채최 사랑 해♥ㅋㅋ p.s. にこにこ
*혜인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 후기 써야 되는데 웃음밖에 안 나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기 뭐라 써야 돼... 쓸 거 없어...ㅠㅠ 개 인글로 뭐 쓸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스펀지에서 본 과대망상이 생각나 그걸 모티브 로 썼는데... 미리미리 안 써놔서 급하게 쓰느라 또 대충 쓰고... 처음 한글창 켜놓 고 쓰니까 줄거리 정리 안 되서 메모장 켜서 쭉 정리하다가 시간 잡아먹고... 후기 쓰다 시간 잡아먹고...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이것저것 소재나 줄거리 생각만 많이 해봤는데 해울 와서 써보게 되니까 좋았어요. 마감 못 지킨 건 정말 미안해...
*혜진 이번 글의 목적은 중국신화의 인물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꽤 힘들었죠.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나라(상나라)를 배경으로 사 극체도, 현대오도 않은 어정쩡한 말을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참고로 태 무왕은 상나라 첫째 왕이 맞습니다. 인터넷 찾아보세요. 그리고 이때는 황제가 아 니라 왕이 맞습니다. ‘황제’는 진시황제부터 시작이죠. 사족으로 앞에 넣을 그림 찾 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중국신화와 제가 쓴 글과 관련된 이미지 찾기가 힘들었죠.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산수화 넣었습니다. 사실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신화는 사람들에게 꽤 친숙하죠. 그리스로마 신화
의 제우스나 트로이 전쟁이라던가, 북유럽신화의 오딘이나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 는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야, 저희 어릴 적 유행한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 시리즈가 있고, 북유럽신화는 게임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니까요. 하지만 우 리나라 신화나 중국신화는 잘 안 알려져 있죠. 아마 인도 신화보다 덜 익숙할 겁니 다. 인도 신화의 인드라, 비슈누 같은 이름은 게임이든 소설이든 꽤 등장 하니까요. 굳이 우리나라 신화가 아닌 중국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은 글의 플롯을 쓰는 초기 단계에서 마침 관심을 갖고 읽던 책이 ‘동양철학사’이기 때문이죠. 동양 철학사는 사실 중국의 철학가들이 엄청 많이 나오거든요. 적어도 제가 읽은 동양철학 책의 반 이상을 중국 철학이 차지하고 있었죠.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신화가 북유럽신화 임에도 중국신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었죠. 참고로 글에서 뭔가 세세히 설명되 어 있는 부분(예를 들어 욕수나 소호의 생김새, 염화산의 불쥐, 희화와 열 개의 태 양 이야기)는 실제로 제가 찾은 중국신화의 일부분이랍니다. 중국신화에 관심이 생 겼다면 도서관의 ‘김선자의 중국신화이야기’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혹여나 이 글을 읽고 동양신화에 관심이 생겼거든 우리나라 신화도 같이 찾 아보길 바래요. 우리나라 신화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천지왕의 대별소별, 삼심할미와 당금애기, 강림도령, 궤네깃또, 원천강 오늘이, 한락궁이, 바리공주 등.) 참고로 제가 특히 좋아하는 우리나라 신화는 서천꽃밭의 한락궁이입니다. 어릴 적 부터 몇 번이고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럼 ‘중국신화 이야기’, 재미나게 읽어 주셨길 바라며, CA 발표제 즐겁게 즐기시 고 좋은 하루 되세요.
*수민 음 역시나 엄청 급하게 시를 써서냈다ㅋㅋㅋㅋㅋㅋ.....벌써 2학년1학기가 지나가네 어떠한 일이든 모든 면에서 행복했다. 우리해울 1학년이 두 명 밖에 없어서........ 정말..........걱정된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은 꼭 많이 지원해주세요 우리해울 없어지 면 안 되는데 그리고 연주야 사랑해 영원히 forever...
*현선 CA발표제를 맞아 또다시 온 문집발간을 앞두고 부랴부랴 글 써 내랴, 문집 편집하 랴, 해울에서 가장 바쁜 1년이자 마지막 1년을 보내고 떠나네요. 이번 문집이 제 고등학교 생활 중 마지막 문집인 만큼 시원섭섭하고 아쉽습니다ㅠ 그래도 2년동안 해울에서 문집을 만드는 활동을 경험해서 너무 행복했었어요...! 시나 소설을 써본게 해울 에서 처음 이였고, 나만의 시를 써보고 소설은 써본다는 것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값진 경험 이였어요. 또 양덕모 선생님이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셔서
너무 좋았어요...ㅎㅎ 양덕모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번 시의 제목이 다 비 종류입니다. 이슬비, 여우비 등등... 이제 여름이고 슬슬 장마도 오고 그러니까 비에 관해서 쓰고 싶더라고요. 이왕 쓸 바에 ‘비’로 통일해서 써보자!!!란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번에는 다 비를 주제로 시를 통일해서 써 봤습니다. 마지막 시는 2014년 7월 12일자로 공식 품절남인 서울비 이준섭쌤을 모티브로 지었습니다. 사실 ‘서울비’는 넣을 생각도 없었어요. 비 시리즈를 쓰다 보니 마지막에 넣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써서 넣었는데 뭐.....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쩌다보니 마지막 시는 섭쌤 헌정시가 되버렸습니다.....ㅋㅋ 마지막 시 ‘서울비’는 섭쌤에게....!(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섭쌤) 이번에 시로 개인글을 쓰게 계기를 제공해준 6반 서 모 양과 홍, 매점 옆 소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학년 6반 너무너무 사랑하고 남은 시간동안 정말 잘 지 내고 즐겁게 많은 추억 쌓았으면 좋겠다. 중국 가서 신나게 놀고 오자♥ 부장 자원이 항상 바쁘게 움직여주고 너무 못 도와줘서 미안해ㅠㅠㅠ고생 많았어!! 표지 디자인 해준 연주 글 쓰는데도 바빴을 텐데 고마워! 해울 모두 너무 수고했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재림이, 윤정이, 혜진이, 혜인이, 자원이, 연주, 수민이 모두 수고했어!! 유일한 우리 부 1학년 주혜랑 선준이 앞으로도 파이팅!
*연주 해울! 좋은 해울! 사이 좋은 해울! 아 이제 해울 활동의 끝이라니 너무 아쉬워요 해울이 이번에 2명밖에 없어서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오히려 더 친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해서 더 좋았어요. 시가 너무너무 좋은데 이런 식으로 공식적으로 낼 기회가 없어지니까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해요 헝헝 ;^; 12번째 이야기의 해울 언니들 덕분에 해울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고 또 13번째 이야기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덕분에 해울이 순탄하게 이루어 진 것 같아요. 모든 해울 멤버들 정말 고생했고 사랑합니다 호호 또 해울 담담선생님 양덕모 선생님!! 조언자가 아닌 항상 독자의 자리에서 저희를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2기6반의 영원한 밍춘 강명춘쌤과 김밥 유부남 이준섭쌤 호호 사랑합니다 밝고 짙은 22기6반!!!!!!!!!!힘내자 아이시떼루 으아 너무 아쉬운 해울!!!!!!해울 화이팅!!! 꿔청은 찐샹은 찐롱씨 씬차이유엔 린쨩리유 장구천 워 아니 니먼 아!
문집을 마치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해울의 열세 번째 문집도 끝이 났습니다. 항상 저희 부원들을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신 양덕모 선생님 부족한 저를 잘 도와주고 따라준 선준, 주혜, 재림, 윤정, 혜진, 혜인, 연주, 수민, 현선이 마지막으로 저희 문집을 구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 해울은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다시 찾아 뵐 수 있도록 노 력하겠습니다. ~이화외고 문예부 <해울> 2014 대표 김자원 올림~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연간 문예지 <해울>
발행 : 이화외고 문학 동아리 해울
부원: 곽선준, 성주혜, 이재림, 장윤정, 김자원, 정혜인, 채혜진, 김수민, 박현선, 정연주
담당선생님 : 양덕모 선생님
인쇄일자 : 201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