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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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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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기기의 게임
GAME of Peripher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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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진 기반과
초기엔 불능감이 화면의 저쪽에 있는 것으로
동일한 곳에서 출발한 비디오 게임은, 최신 기술을
여겨졌습니다. 모니터 안쪽의 작은 아바타는
폭넓게 경험하도록 이끌고 무엇보다도 친근하게
플레이어의 신체처럼 쉽게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만들어줍니다. 비디오 게임은 디지털 기술이 추구하는
이러한 불능감을 해소하거나 보완하고, 새로운
미래적 리얼리티를 인간의 스케일로 ‘체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우회하기 위해 주변기기가 생겨납니다.
기회를 제공해왔고, 이를 통해 기술이 현실에 유연히
네트워크를 통한 멀티플레이, 전자 총을 이용한 사격,
업데이트되도록 도움을 주어왔습니다. 과거 게임
레이싱 휠을 사용한 비디오 드라이빙, 유압식 모션
속 리얼리티였던 것은 현실과 겹쳐졌습니다. 게임 1
제어를 이용한 오토바이 경주, 시뮬레이션 체어,
산업은 그다음을 향해 가속합니다. VR–AR–MR 로
센서를 이용한 제스처 기반 컨트롤러 등 오늘날 익숙한
이어질 2.5D의 미래. 절차적 생성(Procedural
플레이는 모두 초기 게임에서 이미 선보여졌습니다.
Generation)2에 크라우드 소스드 인공지능(Crowd– sourced AI)이 조합된 유저친화적 오픈 월드 게이밍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00년대 중반, ‘게임’은 이전의 고속 성장기에 비해 다소 뻔해졌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12년간 롱런했고, 온라인 게임은 영원한 일상을 추구했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엔 제한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러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숙련된 게이머는,
가능성은 무한했지만, 충분히 가속되지 않아 다소 열화된 모습으로 도착한 결과물입니다. 그중 닌텐도의 R.O.B(Robotic Operating
Buddy)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1983년에 일본 닌텐도에서 출시한 패밀리 컴퓨터(Family Computer)3는 1985년 북미 시장에 진입합니다. 당시 북미 시장은 아타리 쇼크4 이후 게임기에 관한 부정적 생각이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이에 닌텐도는
뭔가에 놀란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게임기’가 실은 ‘게임기’ 이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닌텐도는 패미컴의 외관을 VCR처럼 변경하고, 이름도 NES(Nintendo Entertainment System)로 변경해 출시합니다.
오늘날 게임은 다시금 경이로운 환경이 되어 우릴
이때 닌텐도는 디럭스 세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둘러싸기 시작했고, 우리를 어린아이로 축소할 준비가
디럭스 세트에는 플레이어의 입력에 반응하는 작은
되었습니다. 아이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주변기기, 로봇 R.O.B가 담겨있었습니다. 로봇은
현재를 지연시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 CRT 모니터를 통해
보통의 게임이 대략 어느 정도의 제한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을 접하고 정말로
비디오 게임의 탄생으로부터 어느새 오랜
플레이를 인식하고, 이에 반응해 접시를 옮기는 등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케이드에서 가정으로, 퍼스널
간단한 동작을 수행했습니다. 닌텐도는 게임기가
컴퓨터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산업은 확장되었고,
단순히 유흥을 위한 것이 아닌, 최신 기술의 집약임을
‘게임을 한다’는 말은 자연스레 비디오 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수많은 게임, 콘솔과 주변기기. 지난
증명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화면의 아바타가
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을 관통한 주제는 무엇일까요?
거두었습니다.
하나의 대답으로, 비디오 게임의 역사는 언제나
90년대 초를 지나며, 패미컴과 세가 마스터 시스템(Sega Master System)5 등 가정용 콘솔이 약진했고, 가정에 게임기가 보급되며 일상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맞벌이 부부에게도
‘불능감’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출발한 비디오 게임은, 모니터 속의 평면에서 시작합니다. 초기 하드웨어가 가지고
실은 일종의 로봇임을 암시한 마케팅은 큰 성공을
아이가 밖에서 사고를 치는 것보다는 집에서 게임을
있던 많은 제약은 검은 평면 속에서 즐거움과 동시에
하는 것이 안심된다는 점에서 선호되기도 했습니다.
불능감을 발견하는 데에 기여했습니다. 불능을
물론 게임이 가져오는 유흥성에 대한 반발과
해결하려는 행위가 새로운 불능을 발견하고, 이는 다시
게임을 불법적인 것으로 재단하는 제도적인 오판이
새로운 솔루션의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졌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게임을 교육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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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하는 것으로 이러한 부분을 우회해 나가곤
대로 즉각 반응하는 게임, F.R.E.E.(Full Reactive
했습니다. 게임기가 실은 ‘컴퓨터’라는 사실이 퍽
Eyes Entertainment)라고 명명했습니다. 스즈키 유는 과감하게도 3차원 속 눈의 운반자인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모니터 속에 그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상상을 했습니다. 붙었을
다행이었던 셈입니다.
90년대 게임은 모니터 속 검은 화면의 불능감을 제약으로 삼아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발전하는 하드웨어와 압도적 소비자층을
터가 에 캐릭 벽 면 때 PC에 스트할 거나, N 테 오 나 을 임 분이 계속 능한 부 “항상 게 이션이 가 메 가 니 화 기애 해야 대 경우 걷 만 접근 로 으 니다.” 방향 걸렸습 에 오직 한 음 마 영화감독,
매트릭스 삼아,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글자뿐이던 어드벤처 게임이 그래픽이 되면서 더 이상 2인칭으로 플레이어를 지칭하지 않게 되었고, 저장이 가능해진 스토리 텔링은 짧은 판타지 소설이 되어 가상의 중세나 미래를 묘사하곤 했습니다.
연극 연출가 등 다양한 예술가와
칩(Chip)에서 벗어난 사운드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협력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국 문제는 당시
하는지 분명하게 들려주기 시작했고, 그래픽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던 하드웨어였습니다. 스즈키
사실적이진 못해도 분명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의 본래 계획대로면 3부작 중 1부를 구현하는 데에만
지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작감 또한 분화하는 각
것만으로 플레이어를 3차원 공간 속 눈의 운반자로
50장 정도의 CD가 필요했습니다. 요코스카의 작은 동네인 도부이타(どぶ板)를 모델로 한 1부는 그렇다 쳐도, 미궁과도 같은 홍콩의 구룡채성(九龍寨城)7을 무대로 하는 2부는 충분한 데이터 압축을 위해 묘안이 필요했습니다. 스즈키 유의 AM2는 세계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프로그램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작사와 유저 모두 직선으로
인간의 비용을 감당하려면 게임 속 세계가 자동으로
발전하는 산업을 공기처럼 느끼고 있었습니다.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절차적 생성을
장르와 개별 게임에 맞춰 ‘인터랙션’을 ‘몰입’으로 치환시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3차원 세계를 모험하기 위해 커서로 평면 위를 짚어나가던 시절은 금방 잊히고, 많은 게임이 십자 조작키를 움직이는
이러한 변화 속에, 게임 『쉔무 Shenmue』 시리즈의 개발이 시작됩니다. 1999년 시작된 게임
『쉔무』는, 3D 대전 액션 게임 버추어 파이터를 시작으로 다양한 3D 폴리곤 게임을 시도하던 세가의 개발팀 AM2의 작품, 특히 세가의 도약기를 이끈 스즈키 유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버추어 파이터의 주인공 아키라가 단순히 사각 무대 위에서 싸우는 것을 넘어 골목길에서 만난 불량배와 싸우거나, 일상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쉔무」는 아직
「GTA 3 」(2001)와 같은 샌드박스 게임이 시작되기 전, 오픈 월드를 구현하기 위해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시행착오를 거쳐나갔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보통 금방 엎어지기 마련이지만, 세가는 70억 엔이라는 (당시로선) 커다란 비용을 들여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냈습니다. 기획자 스즈키 유는 당시 수많은 유저의 갈망을 정확하게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게임이 현실과 비슷한 무언가가 되리라 생각했고, NPC6조차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생활을 갖춘 세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장르를 눈에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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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합성되는 환경, 스크립트와 AI의 조합을 통한
NPC 행동이 게임에 도입됩니다. 스즈키 유는 절차적 생성을 씨앗 이론
(Theory of Seeds)이라 부릅니다. 씨앗 이론은 숲의 나무와 돌 뿐 아니라 도시의 빌딩과 방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인테리어 전문가가 방의 레이아웃을 잡는 프로세스를 시뮬레이트, AI가 자동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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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ixed Reality). 컴퓨팅에서, 절차적 생성은 수동이 아닌 알고리즘 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게임에서의 절차적 생성은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기 위해 사용된다. 흔히 패미컴이라 부른다. 닌텐도가 1983년 발매한 8비트 카트리지 기반 가정용 게임기의 이름. 1983년부터 1985년 사이에 일어난 북미 비디오 게임 산업계의 대규모 경기침체 사건. 세가 마스터 시스템(Sega Master System). 세가에서 1986년 미국에 출시한 8비트 카트리지 기반 가정용 게임기. Non–player character의 약어. 플레이어가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 전반을 지칭한다. 구룡채성(九龍寨城)은 영국령 홍콩
내에 존재했던 중화인민공화국 영토로, 실제로는 양쪽 모두의 주권이 미치지 못한 특수지역이었다. 복잡다단한 거대한 무허가 건축물로 이루어진 슬럼 도시로, 마굴, 무법지대 등으로 불리었다. 예전 구룡채성은 3헥타르였고, 1993년에 헐렸다. (중략) 제2차 세계 대전 종결 후, 내전이 일어나면서 많은 중국인 난민들이 홍콩으로 밀려들어오게 되는데, 사실상의 주권 공백지대인 구룡채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늘어난 인구만큼 콘크리트 건물이 우후죽순 증축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불과 0.03km2의 면적에 최대 약 5만 명의 인구가 빽빽이 밀집하는 미로같은 고층 슬럼이 형성되었다. 이는 1km2 당 170만명의 인구밀도로 인류역사상 최대의 인구밀도를 기록했으며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위키)
2km 2의 거대한 데이터 숲을 로 를 읽어 드하려 야 합니 데이터 면, 엄 다. 하 청난 가 있다 지만 씨 면 , 언제든 앗과 환 때에 맞 다음 프 경 춰 숲을 레임이 합성해 표시될 낼수 있게 됩 니다.”
현대 일본의 방을 생성하도록
게임의 조작을 위해 손가락뿐 아니라, 온몸을 사용해 춤을 추는 게임입니다. 일전에도 세가
조합해냈습니다. 플레이어는
액티베이터(SEGA Activator)처럼 몸을 써 게임을
사실적 환경에 놀라게 되며, 주인공 료를 중심으로 NPC와 환경이 실시간으로 조합되거나 사라지거나 하는 모습에서 씨앗 이론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날 절차적으로 생성된 던전을 헤매는 유저에겐 이런 방식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당시에는
“
하거나, 날씨 변화를 그럴듯하게
조작하는 주변기기가 있었지만, 이런 성공을 구가한 적은 없었습니다. 인간의 신체를 풀로 활용하는 점에서 「댄스댄스레볼루션」은 게임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무엇이든 한번 퍼지면 급속도로 소비해내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직장 회식 자리에서도 단체로 플레이할 정도로 유행했고, 이 게임을 못하면 원시인이나 왕따 취급을 받는 현상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화면 속 문제를 화면 밖 유저의 신체와 쌍방향으로 연결한 결과, 불능감은
이러한 제작 방향을 설득력 있게
유저의 신체 능력의 문제로 전이되기 시작합니다.
묘사하기 위해 게임의 무대로 홍콩의 구룡채성을
발매한 「쉔무 2」의 판매량은 더욱 저조했습니다. 이후
1990년 발매된 세가의 모뎀형 주변기기 메가 모뎀(Mega Modem)으로 시작된 온라인 게이밍은, 00년대의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닌텐도 네트워크(Nintendo Network)의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유저와 유저를 링크하는 시도는 90년대 말 PC로 구동되는 온라인 게임의 약진을 거쳐 게임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세가는 하락세를 맞이합니다.8
특히 불법 게임을 근절할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해
상정해야 했습니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가상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사실적이며 적절한 랜덤함을 즐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사실 적절한 뻔함도 가지고 있기에, 『쉔무』는 커다란 실패를 맞이했습니다. 현실의 리얼리티를 모니터 안에서 붙잡으려던 「쉔무」의 실패는 99년 크리스마스의 화젯거리였고, 2001년에
『쉔무』의 실패는 20세기를 넘어 21세기로 오는
소멸 직전까지 갔던 90년대 말 한국 PC게임
길목에서 기억할 만한 지점입니다. 화면 속 아바타를
업계는, IMF 직후의 벤쳐 버블기에 온라인 게임으로
마치 내 몸처럼, 내 눈이 세계를 보듯 조작하려던
방향을 선회했고, 비약적인 성장을 거둡니다. 리얼한
시도의 많은 부분에서 과감하게 실패하면서 의외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모니터 속 NPC의 삶을
솔루션을 발견했으니까요. 이런 솔루션은 ‘정말’
꾸려나가는 대신, MMORPG9로 대표되는 21세기
리얼한 것이 아닌 ‘게임’의 리얼함을 본격적으로
초 온라인 게임은 현실의 인간을 게임 속 아바타와
구현하는 21세기 초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90년대
하나하나 매칭해 나갑니다. 현실과 매칭된 플레이어는
말의 이런 상황은 당시 게임 산업이 직선적으로 미래를
하나하나가 ‘플레이어’이자 누군가의 ‘NPC’가 되며,
창출하는 일에 얼마나 자신만만했는지를 엿보게 하는
아이템 베이 등의 아이템 거래 중개사를 통해 실제
것 같습니다. 이후 모니터 속 불능감을 해결한다는
경제와 연결되었습니다. 유저가 가상 경제와 현실
전제는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경제를 연결하는 통로로 변화하면서, 게임의 풍경은
비슷한 시기, 불능감을 모니터 속에서
급속도로 현실과 섞여나가게 됩니다. 그 결과 게임
해결하려는 시도와는 반대로, 게임의 쌍방향성을
내 경제를 통한 탈세 행위가 적발되거나, 테러 집단의
이용해 바깥 세계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은밀한 감시의 대상이 되거나,
주변기기의 게임이 시작됩니다. 1998년은
가상 공간의 이주 노동자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코나미사의 음악 게임 「댄스댄스레볼루션
1989년 NES의 주변기기로 발매된 제스처 기반 게임 컨트롤러 파워 글러브(Power Glove)의 비전도, 무난히 21세기에 안착합니다. 엑스박스 (X–BOX)10의 주변기기 키넥트(Kinect), 닌텐도 위(Nintendo
DanceDanceRevolution 」(1998)이 출시된 해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국에는 99년에 발매 되어 큰 성공을 거둔 이 게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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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의 컨트롤러는 인간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모션과 제스처를 원격 게임 조작에 활용합니다.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인간의 모션, 가속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한 게이밍에 수많은 이가 열광했고,
속의 미니게임으로 느껴집니다. 채팅 어플과 SNS를 기반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의 유행과 급속도로 사그라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또한 세계의 장막이 된 게임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주변기기의 게임이 끝나고, 유저는 새롭게
이같은 주변기기는 의료 장비와 군에도 범용으로 활용됩니다. 각종 진동 팩 등의 주변기기를 통해 가상
경계 지어진 현실–가상 연속체 속의 인간이 되어
행위의 결과를 신체적 피드백으로 전달받게 된 것도,
서로의 피로도 제한을 풀어줍니다. 실시간으로 유저의
이러한 발전을 보조합니다.
메타데이터를 통해 끝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사실 주변기기 또한 게임기와 PC 사이에
최적화 루트를 발견해 월드 레코드를 갱신할 스피드
발생한 불능감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러너14는 누구일까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게임기는 본질적으론 컴퓨터이기에, 초기의 게임기는
오래지만, 아직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신(新) 중세
키보드 입력을 함께 제공하거나, 컴퓨터와 친해지도록
컨셉의 MMORPG. 그 안의 타임라인을 이리저리
돕는 교육용 기기로 홍보되곤 했습니다. 수많은
방황하는 플레이어에겐 앞으로 어떤 패치가 기다리고
주변기기는 게임기가 가진 본질적 힘을 ‘컴퓨터’
있을까요?15 게임 소프트는 과거 던져도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카트리지였고, 이를 구매하는 행위는 현실과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한 연결장치의 제공이기도 11
합니다. 1992년 슈퍼 패미컴(Super Famicom) 의
분리된 가상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사는
주변기기로 발매된 슈퍼 NES 마우스(Super
것이었습니다. 혹시 그러한 시간이 다시 찾아올까요?
NES Mouse)는 이러한 시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오늘날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마감하는
우리는 다시 가상 속으로 이주할 수 있을까요?16
터치스크린은 컴퓨터와 소통하는 마우스의 역할을 인간의 손가락으로 대체했습니다. 그 결과 손은 커서가 되었고, 커서를 통한 비물질 노동의 한계는 수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통해 폭넓게 갱신됩니다. 이런 상황 속 인간의 신체는 관리가 불편한 유기체이며, 때때로 데이터만 못한 취급을 받곤 합니다.12
1989년 포터블을 실현해냈던 닌텐도 게임보이(GAME BOY)13의 성공은 00년대 피처폰 게이밍의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 게이밍의 대중화로 이어졌습니다. 게임기를 들고 다닐 수 있다면 컴퓨터를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오늘날 스마트폰은 손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를 주변기기로 업데이트합니다. 위치추적, 모션 트랙킹, 얼굴 인식, 터치스크린, 에이리어 러닝 등 스마트폰과 이에 연결된 앱의 인터페이스는 아바타가 취하던 수많은 행위의 일상적 구현을 보조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경계를 무효화시켰습니다. 게임을 통해 살아가게 된 오늘날, 최대한 간편하게 자신을 데이터 형태로 변형하는 일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 속 모바일 게임은, 과거의 캐주얼 게임과는 달리 세계라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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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덕분에 3부작의 완결편이 나오지 못했지만, 지난 시간 『쉔무』 시리즈를 지지하는 열성 팬이 늘어났다. 2015년, 결국 마지막 작품 「쉔무 3」의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이 E3에서 발표됐다. 모금액은 엄청난 속도로 달성되었고, 「쉔무 3」는 ‘가장 빠른 비디오 게임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 달성’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9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줄임말. 10 엑스박스(X–BOX)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이다. 11 슈퍼 패미컴(Super Famicom)은 닌텐도가 패미컴의 후속 게임기로 1990년 발매한 16비트 카트리지 기반 가정용 게임기이다. 12 거칠게 말해 기술의 발전은 대체로 무언가의 ‘자동화’이고, 자동화는 많은 순간 정리해고와 연결된다. 13 GAME BOY. 닌텐도가 1989년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 14 특정 게임 전체나 부분을 최단시간으로
클리어하는 플레이. 레이싱 게임의 ‘타임 어택(Time Attack)’ 개념과 유사하지만, 레이싱 게임이 아닌 장르의 기록경쟁을 의미한다. 이런 게임의 기록 경쟁을 스피드런(Speedrun) 이라고 부른다. 15 아마도 우리는 유저의 삶을 캡쳐해 메타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개별 참여자를 둘러싸고 생성–진화하는 스토리로 리턴하는 ‘게임의 미래’를 맞이한다. 프로그램과 협업하는 것이다. 당신을 둘러싸고 준–자동으로 생성된 스크립트를 준–자동으로 생성된 성우가 읽어주며, 준–자동으로 생성된 환경 속을 로밍하게 된다. 16 우리가 다시 예전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건 2027년 누군가는 화성으로 이주한다. 마스 원 프로젝트(Mars One Project)는 화성식민지 건설을 위한 편도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식민지 건설 계획이 어떤 모습일지 체험하고 싶다면, 게임 「SOL 0: Mars Colonization 」(2016)를 플레이하면 어떨까?
어떤 방식으로 가든지 게임 음악 이야기에 있어서 저희가 획득한 시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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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응하는 노하우라는 게 조만간 준 로스트 테크놀러지가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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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노가다로 만들어진 거라고...
RMHN wigen
우리가 그냥 “안녕하세요” 해도 그 문장의 음역대를 따라가는 거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비디오 게임 발전사에서 그래픽을 기준으로 보면,
각종 파라미터를 조절해서 ‘안’ 하나 만들고, ‘녕’
어느 순간까지는 분명히 리얼한 게 미덕이었어요.
하나 만들고. 전부 수동이에요.
음향 표현도 그에 맞춰서 발전해왔어요. 게임 음악, 흔히 줄여서 VGM이라고 하죠. 비디오 게임 뮤직(Video Game Music)의 약어에요. 그런데
1961년인데…. 대단하네요.
정작 VGM이라 하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떠올리는 건 칩튠(Chiptune)1이죠.
컴퓨터나 아날로그 회로 장치로 어떤 소리를 내게 하고 그걸 쌓아 음악을 만들고. 그게 또 최대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실재하는 무언가와 닮도록
뿅뿅 거리는...
하는 것. 아니면 반대로 디지털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이게 컴퓨터 음악 제작의 가장 주요한
네. 초기 IBM 계열 가정용 컴퓨터를 생각해보면, 거기 달린 PC 스피커는 특별히 음악 재생을 용도로
두 갈래에요. 우선, ‘진짜’를 노리는 영역. 게임
만든 게 아니라 경고음 재생을 위한 것이었잖아요.
사람이 일본의 스기야마 코이치(椙山浩一)겠네요.
PC 기동하면 삐빅 소리 나고 하는, 그런 거요. 점점 작은 컴퓨터로도 화음 표현, 파형 표현 등이
이 사람은 『드래곤 퀘스트 Dragon Quest』 시리즈4의 음악 담당인데, 작업할 때 애초에
가능해지고 또, 음성 출력 장치도 음악을 표현할
오케스트라 편성을 염두에 두고 풀 스코어부터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추게 된 거죠. 사실
짠다고 해요. 그것도 무려 「드래곤 퀘스트 1」 (1986) 때부터 계속.
컴퓨터에게 음악, 더 나아가 노래를 부르도록
음악을 기준으로는 ‘진짜 되기’에 가장 열을 올렸던
시켜겠다는 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컴퓨터가 최초로 부른 노래는 IBM 7094의 「데이지 벨 Daisy Bell 」(1961)이라는 곡인데요.
당시면 패미컴(Famicom) 시절인데.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맥스 매튜스라는 엔지니어가 프로그래밍을 담당했어요. 원곡은 해리 데커가 19세기에 작곡한 동명의 곡입니다.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저희는 이 사람이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생활로 게임
오디세이 2001 : A Space Odyssey 」(1968) 보면 갑자기 할(HAL9000)이 혼자 데이브에게 노래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고
불러주잖아요? 그게 이 노래에요.
모든 곡을 쓸 때, 오케스트라 편성을 염두에 두고
게임 「포탈 Portal 」(2007) 엔딩 송 「스틸 얼라이브
곡을 쓴 뒤에 그중 일부분을 뜯어내어 게임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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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했을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자기 음악에도 굉장히 프라이드가 높더군요. 그래서
Still Alive 」 의 원조쯤 되는 거죠. 최초로 컴퓨터가 목소리로? 노래하게 된 사례. 보이스 신디사이징. 사실 말이 좋아서 컴퓨터가 부른 거지, 뒤에서
적용한다고 해요.
사람이 어떻게든 목소리처럼 들리게 시퀀스를
네, 맞아요.
조정한 거예요.
이 사람의 작업 마인드는... 음악도 게임도 굉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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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미쿠 조상님 같은...
원래 전공자인가요?
좋아하기 때문에 단순히 8비트 사운드 삑삑거리는 걸 넘어서 기존 음악의 레거시... 그 격을 게임 안으로 가지고 오겠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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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사람은 표현 기술 발전의 덕을 톡톡히
수도 없고, 그렇게 소개하지도 않는 거죠.
보게 되었죠. 왜냐면, 제약이 사라질수록 자기가
초기 게임에선 많은 경우, 밴드 음악이라든가 그런
하고 싶던 걸 점점 다 할 수 있게 되니까. 그와 다른
걸 게임 음악으로 카피하려고 했는데 이 사람은
쪽에서, 게임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를 ‘제약을 걸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다시 말해, 데스크톱
하는 또 하나의 메타 게임’으로 생각하고 임하는
PC 위에서만 할 수 있는 음악을 규정하고 연구해 보겠다는 입장이었어요. 물론 기존 음악의 양식을 참조하긴 했죠.
이들도 있었어요. 저는 게임 음악에 실질적인 발전을 가져온 것은 이 노선이라 생각해요. 게임 음악이 독자적인 양식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거죠. 그에 비해 스기야마 코이치는 사실 게임 음악에
상상은 잘 안 가지만 분명히 차이를 발생시키려는
도움이 된 건 별로 없어요. 그냥 게임에 음악을 맞춰
태도네요.
썼다는 정도죠. 하나 정도 있지. 공연 가능성.
분명 차이가 있죠. 어떤 거냐면...
네. 콘서트홀에서 (NHK 오케스트라가) 『드래곤
[「파이널 판타지 3」(1990) 배틀 음악 재생]
퀘스트』 시리즈 라이브를 할 수 있게 된 것? 그 정도?
칩튠의 매력 중 하나인데요. 들었을 때 보통은 원래 있는 음악에 게임 음악을 맞추는 것과 칩에
최대한 그에 가까운 악기를 상상하게 되잖아요?
맞추는 차이군요.
지금 듣는 이 곡은 사실 특별히 어떤 악기를 상정했다는 정보를 읽어내기 어려운 상태지만요.
스기야마 코이치는 사실 오리지널 음악의
[「실버 서퍼 Silver Surfer 」(1990) 스테이지 음악 재생]
영역에서도 특별한 공헌을 한 부분이 없어요. 게임 음악에서조차 오리지널을 카피했을 뿐이죠. 칩의 제약이 사라진 이제는 그냥 바그너 음악을 틀어두고 듣는 쪽이 나은 거예요. 혹은 그걸 게임에
반대로 이런 걸 들으면 원래 레퍼런스가 뭐였는지,
삽입하던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로서 제시할 수
재현의 의도가 어디에 꽂혀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사운드라기보단, 스기야마 코이치의 이름으로
있어요. 이건 전형적인 LA 메탈을 하고 싶었던 예죠. 이 소리가 그냥 기타 솔로 노트거든요.
제시할 수 있는 사운드인 것이죠. 근데 그게 그다지 엄청난 성과는 아닌? 다른 노선의 대표로는 우에마츠 노부오(植松伸夫)
아. 그러니까 원래는 메탈을 하고 싶은데...
라는 사람이 있겠네요. 이 사람은 『파이널 판타지
Final Fantasy 』 시리즈 음악 담당이에요.
네. 분명 의도가 있는데도 칩의 제약 때문에 배경
중간에 잠깐 다른 이에게 맡겼다가 최근에 다시
지식이 없다면 곧바로 메탈로 들리지 않는 거예요.
「파이널 판타지 14」(2010) 을 담당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게임을 담당하시고. 재밌는 게, 이 사람은 항상 본인을 ‘DTM 출신’이라고 소개해요. 이게 좀 웃긴 단어인데, ‘데스크톱 뮤직(Desk Top Music)’의 약자거든요. 제대로 된 약어가 아니죠. DM이지 왜 DTM이야. 보통 홈 스튜디오 작업? 홈 레코딩? 홈 프로듀싱에 최적화된! 그런 프로듀서들이 자신을 이 단어로 소개해요. 자기 자신을 게임 음악가 이상의 다른 쪽으로 소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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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튠(Chiptune)은 패밀리 컴퓨터로 대표되는 1980년대 게임기의 내장 음원 칩으로 만든, 혹은 그와 흡사한 음색 (에뮬레이션과 샘플링 포함)으로 만든 곡 혹은 음악 장르를 일컫는다. 비디오 게임 음악 (Video Game Music = VGM)과는 다른 독립적인 언더그라운드 장르다. (위키) 밸브 코퍼레이션의 게임 「포탈 Portal 」 (2007)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글라도스 (GlaDOS)가 엔딩에서 부르는 노래.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패러디가 생겨났다. 하츠네 미쿠(初音ミク)는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2007년 8월 31일 발매한 야마하의 보컬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VOCALOID2 소프트웨어이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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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이며 캐릭터 보컬 시리즈의 제1탄이다. (위키) 에닉스에서 발매한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80년대 일본식 RPG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음악은 방향이 다르니
기인열전 같아요.
애초에 ‘악기’라는 제약에서 자유롭죠. 그냥 톤을 어찌 보면 제약이 있어서 발전한 거군요.
갖고 노는 음악이랄까? 칩의 경우에는, 베이스로 만들어지는 톤인데 톤을 올려버리면 이게 베이스가 아니게 되는 거예요.
당시 게임 음악가들은 그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리드로도 충분히 쓸 수 있고. 그런 것의 가짓수를
다들 “그래, 그런 재미가 있었지.” 하며 추억을
최대한 늘려서 말 그대로 톤 자체로 접근하는 거죠.
하더라고요. 당시엔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그
악기가 아니라.
작업물 자체가 하나의 메타 게임이 되었다고 할까.
당시에 이런 접근을 하는 게임 음악 프로듀서들이
비롯해서 초기 남코 게임 작곡가로 유명하죠. 이
80~90년대 사이에는 확실히 “난 게임 음악가다.” 하면 다른 음악가랑은 다른 게 존재했으니까요. 영화나 드라마 음악, 광고 음악도 각자의 제약은 있었지만, 쓸 수 있는 소리와 용량이나 발음 수,
사람은 아예 자신의 파형 라이브러리가 있어요. 그
폴리포닉 같은 구간에서 확고한 수치상의 디지털
라이브러리라는 게 무슨 파일이나 그런 게 아니라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모눈종이에다가... 축에 16진수로 그리드 표기가 된 모눈종이에 이렇게... 0부터 F까지... 거기에
저는 인터넷에 위키 같은 게 생기기 전에는 이
파형이 그려져 있는 거죠. 다큐멘터리 「디깅 인 더
음악가들 이름을 거의 몰랐어요.
많았어요. 예를 들면, 오자와 준코(小澤純子).
「드루아가의 탑 ドルアーガの塔」(1984)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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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 Diggin’ In The Carts」(2014) 를 보면, 이 모눈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자기 보물이라고
저희도 그랬어요.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 근데
설명을 하는데... 와, 너무 멋있는 거야. 노트 외에도
실제로 스탭 자체가 좀 가려지는 경우도 있어요.
톤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있었던 거죠. 작법에서는
기초 파형 톤은 적당히 등록해두고 쓰면 되는데 더
『이스 Ys』 시리즈7 같은 경우, 보통 팔콤 게임 사운드팀의 이름인 「J.D.K. 」(1989~)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거나 아니면, 그것도 아니고 그냥 「니혼 팔콤 Nihon Falcom」. 그렇게 땡. 실제
나아가서, 질이 좋은 샘플 하나를 게임에 삽입하는
어떤 멤버가 있었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곡을
것도 다 용량이기 때문에 최대한 작은 것을 뭉쳐
담당했는지는 따로 안 나오거나 깊숙이 조사를
효율적으로 작업해야 했어요. 사실 게임 칩에
해야지만 알 수 있어요. 저작권 자료를 봐야 알 수
음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협소하잖아요.
있는 것도 있고.
기존 음악의 작법을 쓴다고 해도 톤 단위에서는 최적의 해를 찾아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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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요소 특히, 스프라이트 등에 비해서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작업을 혼자 하기보다는
음악에는 항상 용량을 덜 줄 수밖에 없어요.
친구한테도 받고 그러다 보니까 한 명 이름만
롬(ROM) 전체 용량, 동시 발음 수에도 제약이
쓰기도 애매했던 것도 같고?
있고요. 그 제약 안에서 모든 걸 해야 하는 거예요.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영화 스탭롤에는 모든
그래서 그것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작법이 되고요.
작곡자, 편곡자 크레딧이 다 들어가잖아요? 한
진짜 기타 같은 톤을 쓰고 싶어도 그런 톤 하나를
명도 빠짐없이. 그게 원칙인데? 저희도 좀 이해를
위해서 파형을 삽입하는 것에 용량 낭비가 크고
못 하겠어요. 그래도 요새는 표기가 잘 되는
또, 그 악기에만 한 트랙을 설정해야 하니 발음 수
모양이에요.
잡아먹고. 그러다 보면 결국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음악 수준이 떨어지죠. 장인 수준의 사람들이 만든
어릴 때 플레이했던 초기 게임들의... 기술적
건 음악을 들을 때는 되게 화려하게 들리는데, 톤
제약에서 탄생한 음악들이 제약이 거의 다 사라진
리스트 뽑아보면 한 4개? 5개? 톤 4개 가지고 엄청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그런 거 보면
상태의 게임 음악보다 저한테는 훨씬 더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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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어요. 그게 참 이상하고 재밌어요.
어떻게 보면 뭘 만든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담당’이라는 명칭으로 불린 사람도 여성인데,
자기가 제약을 설정해야 하는? 그런데 당시엔,
남코의 케이노 유리코(慶野由利子)에요. 「제비우스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력한 제약이
Xevious 」(1982) 음악을 담당했죠. 이 제비우스의 음악은 1984년에 발매된 음반인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의 「비디오 게임 음악 Video Game Music 」(1984)에도 수록되었어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대로 오자와 준코도 여성 작곡가. 「드루아가의 탑」, 「봄버맨 Bomber Man」(1985) 등을 작업했고. 이들 중에는 전공자도 많아요.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뭔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거죠. 그런 것과 아무 제약도 없는 상태에서 내가 모든 걸 설정해야 하는 것. 거기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긴 해요. 물론 추억 보정도 적잖이 붙었을 것이고요. 제약 위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지만 누구와도 다른 괜찮은 퀄리티의 작품이 나오니까…. 노트
히가시노 미키와 시모무라 요코는 각각 오사카
하나 찍는 것도 각자의 노하우가 있었고요. 그거
음악 대학 작곡학과, 기악 학과 피아노 전공. 근데
하나하나의 차이가 굉장히 크게 느껴지고….
아르바이트로 이런 걸 하고 있던 거죠.
그런 것들이 모여서 그 시절의 칩튠 문화라는
다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걸 보면 근로 환경이
게 형성된 거죠. 지금 와서 보니 그렇게 인식이
그다지 좋았던 건 아닐 것 같아요.
되는 것 같아요.
네 마디에 얼마, 여덟 마디에 얼마. 이런 식이었다고 해요. 근데 나중에는 스스로가 재미를 붙여서 더 좋은 사운드를 내도록 엔지니어링도 연구했죠.
일본의 경우, 80년대 후반을 지나고 90년대 게임 회사들이 사정이 퍽 좋아지면서 별도로
스윕 레코드(Sweep Record)라고 게임 음악 전문 레이블이 하나 있거든요. 레이블이라고
이름이 있는 사운드 팀들이 많이 등장해요. 지금
엄청난 건 아니고요. 작은 사무실 빌려다가
생각나는 것만 해도 「코나미 구형파구락부 コナ ミ矩形波倶楽部」(1990~), 캡콤의 「알프 라이라
창고로 쓰면서 작업하고, 게임 음악 음반 위주로
Alph Lyla 」(1990~90년대 해산)도 있고. 앞서 말한 팔콤의 「J.D.K.」, 타이토의 「준타타 ZUNTATA 」(1987~), SNK의 「신세계악곡잡기단 新世界楽曲雑技」(1991~2001)도 있어요. 그중에서도 「알프 라이라」 같은 경우는 여성 멤버가 참 많은 팀이었어요. 카와모토 타마요(河本圭代), 시모무라 요코(下村陽子)를 비롯해서. 시모무라 요코는 게임 음악계의 칸노 요코(菅野よう子)8라고 해도 무방해요. 유명한 게임 음악에 정말 많이 참여했어요. 이를테면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2 Street Fighter 2」(1991), 스퀘어 에닉스의 『킹덤하츠 Kingdom Hearts 』 시리즈, 『성검전설 聖剣伝説』 시리즈 등. 최근엔 「파이널 판타지 15」(2016)에도 합류했어요. 게임 음악가 중에 유명한 여성 음악가가 많아요. 가령, 코나미의 히가시노 미키(東野美紀). 이 사람은 처음엔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어요. 음악 쪽은 고정 직원을 잘 뽑지 않았으니까. 최초로 ‘게임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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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즈하던 곳이죠. 구성원 중 몇은 원래 80년대 후반에 남코의 사운드 팀 직원이었어요. 이 사람들도 하는 이야기가 뭐냐면, 처음부터 게임 음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래요. 특히, 대표인 호소에 신지(細江慎治)는 원래 전기전문학교 CG 전공이었는데 취미 삼아 밴드와 작곡을 했던 경험이 있는 정도? 어느 날 시장에서 음악이 없는 게임을 하나 발견한 거예요. ‘어우. 심심하네. 이거 음악 좀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집에서 만들어본 게 첫 시작이었다고 해요. 일종의 동인 음악(同人音楽)이었죠. 같은 레이블의 사소 아야코(佐宗綾子). 이 사람은 도쿄 콩 세를 바투 아르 나오미 출신. 학교에서 원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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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6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비디오 게임 음악(VGM) 작곡가를 조명했다.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스프라이트는 영상 속에 작은 2차원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초기에는 비디오 게임에서 비디오 영상과 분리된 별도의 그래픽스 객체를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층의 이미지, 텍스트 등을 각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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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를 두고 합성하는 기술을 통틀어 일컫는다. (위키) 일본의 게임 개발사 니혼 팔콤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1987년 6월 21일 첫 발매 되었다. 일본의 작곡가, 프로듀서, 피아니스트. 많은 유명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하였다.
밴드부였어요. 브라스 밴드를 하던 사람이 음악
마에다 준(前田純)11도 음악 했던 적 있죠? 작사는
전공으로 올라온 경우인데요. 정작 게임 음악은
훨씬 열심히 하고.
역시나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대요. 주변 지인이
이 사람은 지금도 리프에서 사운드 담당을 해요.
“너 남코에서 한번 일해볼래?” 해서 데모 테이프 보낸 게 바로 당선된 거죠. 그래서 지금까지 게임 음악을 하고 있어요. 다들 이런 식이에요. 되면 하는 거고 아님 말고.
아까 「J.D.K. 」의 코시로 유조(古代祐三) 이야기했나? 이 사람이 1세대 동인음악가면서
칩튠이라는 게 처음 생길 때군요.
팔콤에서 일을 하면서도 동인 음악을 한 거예요?
당시에는 칩튠이라는 이름도 없었겠죠.
아뇨. 당시 이미 팔콤에선 퇴사한 후였던 걸로
그냥 말 그대로 게임에 소리가 없으면 심심하니까.
알고 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주변 동료 음악가랑
이런 사람들이 각지에서 모여서 발전을 거듭하며 팀이 생겨난 거죠. 그 중에선 아까 이야기한
「시너지 뮤직 네트워크 Synergy Music Network 」(1990~1994)라는 이름의 동인 그룹을 결성했어요. 미사용 곡, 미완성 곡 등을
타이토의 「준타타」와 팔콤 「J.D.K. 」가 제일
모아서 미디로 소리를 입혀 코미케12에 음반을
유명하죠. SNK 「신세계악곡잡기단」도 제법 명망이 있고요. 특히나 팔콤은 음악 회사 아니냐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MCMLXC 」(1990), 「SYNERGY MCMXCI 1991 」(1991) 등이
들을 정도가 되었고 준타타의 경우 멤버가 계속
그 흔적이죠. 확실하게 코미케에 나온 쪽은
바뀌는데, 그 중 오구라 히사요시(小倉久佳)라는
후자로 알려져 있고요.
나름의 형식을 갖추기 시작하고 그 결과로 사운드
또, 최초의 프로 출신 동인 음악가예요. 원래는 팔콤에서 프로 게임 음악가로 일하던 사람이죠.
사람이 게임 음악의 장르적인 가능성에 대해
그때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 다 모아서….
한 이야기는 아직도 유명해요. 앨범 서문에
“야, 우리 그냥 취미로 음악이나 해보자.”... 이게 최초의 동인 음악이예요. 이 흐름에서
‘음화(音画)’ 라는 개념에 관해 설명한 글이 있었어요. 9
아까 말한 호소에 신지도 중요한 키를 쥐고
팔콤 게임 음악 카피는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있는데, 시너지 뮤직 네트워크에도 참여했고
정도죠.
직후에 「트루바두르 레코드 Troubadour
미디 공개도 되게 많이 했어요. 아, 여기서 재밌는 10
Records 」(1992~) 라는 레이블을 조직해요.
게 에로게 회사, Key 있잖아요? 이들은 단독 레이블이 있어요. 「키 사운즈 레이블 Key Sounds
이곳이 바로 일본 최초의 동인 음악 레이블입니다.
Label 」(2001~)이라고. 이거는 또, 동인 음악이랑 에로게가 되게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해서. 아쿠아플러스 이야기는 왜 안 해. 우리 시모카와 사장님! 아, 그래. 아쿠아플러스는 「투하트 ToHeart 」(1997)로 유명한 에로게 브랜드인 리프의 모회사거든요. 그런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을 보면 에로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 뜬금없이
음악 출신 프로들이 취미로 한 거죠. ‘아무리 게임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는 게임 음악가지만 나도 음악가로서 따로 하고 싶은 음악이 있는데...’ 이런 에고로요. 게임 음악이 제약 속에서 할 수 있는 극한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건 반대로,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아 빠져나온 자투리들이랄까. 굵게 요약하자면 게임 음악과 동인 음악은 원래 같은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에요.
음악 스튜디오를 운영하질 않나 레이블을 돌리질 않나. 술도 팔던가? 그래요. 사장은 시모카와
씬으로 보면은 전혀 다른 씬이잖아요. 한쪽은
나오야(下川直哉). 동료인 오리토 신지(折戸伸治)
아마추어가 모인다는 느낌이고?
등과 더불어 1세대 아마추어 출신 동인 음악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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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에로게가 나요.
원래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고 관계가 엄청 깊긴 한데... 지금은 너무 달라졌죠. 당시엔 그냥 게임으로 내면 프로 게임 음악이고,
이게 몇 년도인 거죠?
코미케에 릴리즈하면 동인 음악이고 그랬달까요.
느낌인데.
96년이요. 출신이 이런 출신이라 그런지 「J.D.K. 」에서 게임 미디 공개하는 것처럼 본인들이 쓴 미디도 다 공개했어요.
일부러 구분을 좀 하기도 한 것 같아요. 회사
왜 공개를 하는 거예요?
업계로 치면 둘이 분리돼서 안 붙을 거 같은
사운드 팀 브랜드가 있는 와중에 거기 구성원이 따로 모여서 동인 활동을 한다는 걸 탐탁지 않아
자기가 그걸 받아먹고 컸으니까? 사실 미디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뮤지션 이름도
파일이란 건 그냥 악보잖아요.
「J.D.K. 」 이런 거로 안내고 본명이나 다른 예명 써서 내고 했죠.
팬 서비스적 의미도 있을 테고, 아마 개인적으로
시모카와 나오야가 아까 아마추어 출신 동인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디 작업이란 것도
음악가로는 최초라고 했잖아요? 주변이 오리토
일종의 리미트 게임이거든요. 규약의 범위 안에서
신지, 이시카와 신야(石川 真也) 같은 원래도 미디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라고 해요.
피치밴드 조절하고 온갖 짓을 해서 곡을 쓰는데
이런 흐름에 흥미가 생겼는지 이 사람들도
소리가 나와요. 여러 가지 노하우가 존재하니까
「유니즌 Unison LABEL」(1994~) 이라는
본인이 자주 쓰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은 거죠. 난
이름으로 집에서 만든 음악을 코미케에 점차
이런 걸 쓴다고. 그럼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고
자신의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실제로 아주 미세한 조정 하나 때문에 완전히 다른
던지기 시작해요. 시간이 좀 더 지나서 1996년엔 드디어 코미케에서 ‘동인 음악’이 하나의 장르로
거기서 배우고…. 그리고 미디 파일 자체는 용량이
인정받게 되고요.
킬로바이트 수준의 음원을 다운로드 받기 힘든
엄밀히 따지면 최초는 아닐지도 몰라요. 주변에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부분도 있었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주류가 되면서
사실 미디 파일 공유 자체가 보편화된 가장 큰
공론화가 된 이들이죠.
이유가 이거죠.
매우 작기 때문에, 당시 인터넷 환경상 몇백~천
팀프로 페이지에 올라온 박진배13씨 인터뷰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어요. 박진배 씨가 말한 한국의 미디 관련 커뮤니티의 부분인데요. 음악이 재생되기 위해선 반드시 어떤
존재는 2016년이 된 지금도 검색하면 다소나마 윤곽이 나와요. 저도 거기서 미디 파일 받아서
공간, 플랫폼이 필요하잖아요? 게임 음악이란 것도
놀곤 했고요. 재밌는 게, 미디는 집에 어떤
게임이라는 하나의 가상 공간 또는 가상의 플랫폼을
사운드 모듈이 있느냐에 따라서 실제로 듣게 되는
통해서 울려 퍼지는 거고요. 동인 음악가도 자기의
결과물이 다 달라요. 파일 받아서 사운드 모듈에
음악을 위한 플랫폼이 필요했겠죠. 이 사람들은...
물리면 사운드 모듈이 악보를 따라가는 식으로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을
소리가 나니까요. 그러니까 사실 악보만 공유하고
실제로 많은 음악가가 제일 고통받는 게 이
해요. 그게 에로게인거죠. 에로게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되게 심플한데, 당시에 가장 만들기 쉽고 잘 나갔어요. 되게 웃기죠. 게임 음악에서 동인 음악 나고,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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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으로 회화적 인상을 주는 표제 음악의 한 분야. 10 에로게(エロゲー)는 에로한 게임, 포르노 게임, 성인용 게임을 지칭한다. 11 에로게 회사 Key의 창립 멤버. 시나리오 라이터이자, 작사·작곡가.
12 연 2회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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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동인 행사 코믹마켓(コミックマーケット, COMIC MARKET)의 줄임말. 한국의 작곡가. ESTi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1세대 게임음악가.
있는 것이지, 모듈이 다르다면 사람마다 듣는 음악이 다른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 공개할 때
T1000이 녹아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소리가 뭔 소리냐 하면... 개밥 통조림 있죠? 그게 스르륵
그것도 같이 써 둬요. 나는 작업할 때 어느 모듈을
하고 빠져나오는 소리를 녹음해서 사용한 거거든요.
기준으로 작업했다고. 그때 자주 나왔던 게 ‘사운드
「스타워즈 Star Wars」(1977)의 라이트 세이버 효과음은 브라운관이 켜지는 소릴 합성한 거고. 이렇게 SFX14라는 게 그 실체를 알게 되면 황당한 것들이 참 많아요. 게임에서도 똑같아요. 단지
캔버스(Sound Canvas)’ 시리즈에요. 내장형 사운드 카드로는 캐나다의 ‘애드 립(Ad
Lib Music Synthesizer Card)’ 제품군이 유명했고 그 뒤로는 크리에이티브 사의 ‘사운드 블래스터(Sound Blaster)’. 한국 한정으로는 삼호전자의 ‘옥소리’라는 카드가 그에 비해 점유율이 더 높았다는 자료도 본 일이 있네요. 옛날 컴퓨터 광고 보면 꼭 붙어있는 광고 문구가 “애드 립 내장, FM 음원 내장!”.
과거엔 하드웨어나 규격의 제약으로 소리를 직접 녹음 – 재생하지는 못하고 어떻게든 디지털 샘플링된 파형을 조합해 원하는 소리를 향해 나아가는 식이었죠.
그래서 미디 쓰면서 기어에 대한 연구도 의도치
「드래곤 퀘스트 2」(1987)가 제가 평생 처음 한 RPG에요. 최근에 유튜브로 영상을 다시 보면서
않게 같이 공유되는 거죠. 그 기어에서 좋은
옛날 게임이란 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사운드를 내는 법, 좋은 패치를 고르는 법 같은
들었어요. 화면 온통 검고 뭐가 표시되는 건 하나도
것. 결국, 내가 만든 음악을 어떻게든 최적화된
없는데 음악만 진짜 진지해요.
환경에서 들려주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쉽게 전파됐던 것 같아요.
그렇죠. 사실은 소리를 통해, 그로부터 전달되는 분위기를 통해 뇌가 상상력을 발휘해 부족한 현실감을 메우고 있었던 거죠. 모니터를 끈 채로 눈을 감고 사운드만 들으면,
저는 게임 사운드의 역할은 게임 내 공간과
사운드 안의 공간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잖아요.
플레이어의 몸이 위치한 실제 공간...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항상 하는
과거 게임은 조작도 사실 거의 장애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사람 귀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멍청한 기관이에요. 별도의 훈련을 거치지
거였어요. 상하좌우라든가 A아니면 B라든가. 그런 식의 결정이라는 게 주는 불능감을 음악이 크게
않으면 조금 전에 내가 뭘 들었는지 잘 기억도 못
메꿔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이 소리가 저 소린지 저 소리가 이 소린지 구분하기도 퍽 어렵고. 그래서 저희끼리는 게임 내
역시나 자주 얘기가 되지 않는 부분인데, 음악은
사운드 역할을 ‘치팅’이라고 자주 말해요. 간극을
타임라인 위의 시퀀스를 따라가는 매체잖아요?
넘어서 귀를 속이는 거죠. 뭔가 현실감이 있는
게임에서 사건의 경과를 표현할 때도 가장
사운드를 때려주면 사람들은 자신이 조작하고 있는
먼저인 것은 음악이예요. 요즘도 전투 인카운터
게 뭔가 현실적인 장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두
발생하면, 바로 스트링 같은 악기가 스르륵 하고
공간의 격차를 한꺼번에 해소해주는 거죠.
불안감을 조성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게 청각, 즉 귀의 원래 역할이죠. 경고 감지. 호랑이가 한번
사운드가 뭐로 만들어진 건지를 신경 안 쓰게
으르렁하면 사람이 꼼짝을 못한다고 하는 그런 것들
된다는 건가요?
있잖아요. 비슷한 예로 지금도 공습경보 사이렌은 일부러 잘 퍼지면서도, 들었을 때 불쾌감과
네. 전혀 몰라요. 가령, 영화 「터미네이터 2
부담감을 느끼는 주파수의 소리를 써서 만들거든요.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에서
덕분에 어디서도 들으면 바로 알 수 있고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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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도 소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주는 것들, 이런
뭉개지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것은 항상 좀 더 원초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상상을
이제 이런저런 필요에 따라 음악의 채널을 별도로
유발하죠.
할당하게 되는 거죠.
사람의 사운드에 대한 경험. 불쾌한 소리, 기분 좋은
효과음과 음악 채널의 분리.
소리, 릴랙스 되는 소리. 이런 것을 다 분류해서
효과음이라는 게 게임의 상대 캐릭터가 하는
게임 내의 장치처럼 쓰는 거죠. 불쾌한 느낌을 내고
동작을 인식하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싶으면 불쾌한 소리를 넣고 그렇게요.
플레이어가 하는 동작을 인식하게 해주기도 하잖아요?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도 총 쏘면
비주얼이 먼저 떠오르는데…. 옛날 잡지 봐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음악 이야기를 하면, 신작에 들어갈 음악은 누가 담당을 했는데...
“피유!” 하는 소리가 나오죠? 나의 물리적 동작이 게임기 – CPU에 전달되어 연산, 도출되는 결과. 게임이란 게 바로 이 인터렉션의 연속이에요. 요즘 게이머들도 자주 하는 이야기. 타격감! 이게 사실은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라는 식으로
플레이어가 수행하는 동작의 결과를 잘 알 수 있게
광고만 한달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해달라는 뜻인 거죠.
네네. 보통 게임 발전사 이야기할 때도 다 그래픽
그놈의 타격감.
근데 또 레트로 게임을 떠올릴 때는 아무래도
이야기로 먼저 나가죠. 뭘 때렸으면 때린 느낌이 나게 해 달라. 그 이야기잖아요? 실제로 이런 연출에 사운드의 역할이 커요. 비주얼이 어설퍼도 소리가 “빡!” 하고 아주 초기, 게임 음악은 원래 효과음의 일부, 또는
귀에 한 방 때려주면 굉장한 타격감이 느껴집니다.
그것의 연속이었어요. 가볍겐 ‘뿅뿅’이라고들
평소에 듣는 배경음이나 잔잔한 소리에 비해
부르죠. 컴퓨터 스피커도 원래 알람을 재생하기
갑자기 확실히 크게 나는 소리 있죠? 가령, 제가
위한 용도였고. 예를 들어 타이토의 「스페이스
지금 이 카페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다들
인베이더 Space Invaders 」(1978)를 보면 우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딴, 딴, 딴,
절 쳐다보겠죠? 타격감이 가장 의존하는 부분이
딴. 딴, 딴, 딴, 딴.” 이게 사실 음악이 아니고,
건 몰라도 타격이라는 행위에 대해선 효과음이
외계인이 한 칸씩 움직일 때마다 등록된 효과음이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되면 빨라지고요. 그냥 그
BGM에 대해 큰 다이내믹을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레트로 게임의 경우, 소리가 엄청 큰 게 아니더라도 효과음이 나오면 BGM의 일부를 캔슬시켜버리기도 하죠. 그게 잘 보이는 게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 Super Mario Brothers 1」(1985)이에요. 패미컴 내장 CPU로는 기본적으로 4채널의 톤을 재생할 수 있거든요. 근데 보통 굼바15를 밟거나
타이밍에 맞춰서 효과음이 재생될 뿐인데도 음의
동전을 먹거나 하면서 이 소리가 좀 많아지거나
높낮이라든가 템포가 계속 변하니까 흐름이 생기고
밀리면, 즉 최대 연산 범위를 넘어가면, 어떤 채널에
음악처럼 인식이 되는 거예요.
뮤트가 걸리고 효과음이 먼저 나와요. 당시에는
순서대로 나오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는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에 적들이 빨리 움직일 때는 끊임없이
“따라라라라라라~” 그런 게 음악으로 치면 템포잖아요. 근데 이게 게임 안에서는 적들의 진행 속도란 말이에요? 처음엔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외계인도 느리게 움직이다가
플레이어는 거기서 위기감을 느끼게 돼요. 적들이 빠르게 내려오는 것만 봐도 이미 충분히 긴장감을 느끼는 상황인데, 소리는 듣기 곤욕스러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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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볼륨의 격차, 다이내믹이에요. 그래서 다른
14 효과음. 15 クリボー, Goomba. 송이버섯 모양의 『슈퍼 마리오 Super Mario 』 시리즈 단골 몬스터.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사운드 수에 제한이
이 파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잖아요?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BGM을 희생하면서까지 효과음을 먼저 재생한 거죠. 무조건 최우선.
네네. 하지만 전혀 질리지 않는...
효과음이 먼저고 남는 빈 공간에 BGM을 깔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신기하지 않아요?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게임 음악이 음악이 되어 가는 거죠. 물론 가정용 콘솔18 이전, 아케이드 콘솔에서도 화려한 음악
[게임 영상을 보며]
자체는 있긴 하죠. 다만, 아케이드 콘솔이랑 가정용 콘솔의 타임라인은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해야
여기서 마리오가 점프할 때도, 그때마다 배경음의
해요. 아케이드 게임 콘솔이라고 하면, 사실 그 큰
어떤 특정한 채널이 뮤트가 되죠. 여기서 어떤
기계나 기판 하나를 통째로 파는 물건이잖아요?
채널을 캔슬시킬지도 일종의 노하우일 테고요.
기판 제약에 여유가 좀 있어요.
그럼 마리오를 움직이는 거로 사운드 공간을
옛날엔 아케이드 게임이 분명히 더 좋았죠.
변형시키는 거네요. 시각뿐만 아니라 사운드를 조정하고 있는 거구나.
실제로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음악적으로 좀 퀄리티가 있다고 할만한 건 대체로 아케이드
「스페이스 인베이더」랑 같은 개념이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쯤 되면 이제 그런 효과음
게임이었어요. 『그라디우스 Gradius』 시리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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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가 되겠네요. 이게 한국에선 패미컴 버전만
사이의 빈 공간이 심심하니까 단순한 비프
많이 돌아서 원래 음악이 얼마나 화려한지 잘
사운드로 음악처럼 들리는 선율을 연주한 거고.
모르지만.
이게 롬 용량, 칩에 내장되는 소리에 따라서 발전해왔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비프음, 그다음엔
[「그라디우스 1」, 「그라디우스 3」 영상 재생]
조금 더 복합적인 효과음. 이제 용량이 좀 늘어나면 루프 음악. 「랠리 X Rally X」(1980), 「제비우스」(1982) 등 초기 아케이드 게임이 그렇죠. 아니면 「갤러가 GALAGA」(1981) 처럼 징글(Jingle)17만 나오고 말든지. 그다음은 그것보다 조금 더 긴 음악. 긴 루프. 더 나아가선
「그라디우스 1」(1985)도 이런데, 「그라디우스 3」 (1989)으로 넘어가면 진짜 말도 안 되게 화려해져요. 드럼 풀 세트로 나오고, 팀파니에, 콰이어 나오고 막…. 심지어 예비 트랙이 있어서 플레이할 때마다 BGM이 바뀌기도 하고.
진짜 멀티채널–멀티트랙을 지닌 음악. 루프 음악이 아케이드 게임 초기라고 하면 긴 루프 음악은 가정용 게임 초기에 많이 들었죠.
와 진짜네. 90년대도 아니구나. 이렇게 좋은데, 89년도야.
긴 루프의 예시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마도물어 1–2–3 魔導物語 1–2–3 」(1990)가 있겠네요. 「마도물어」? 그거 뿌요뿌요 동인지 아닌가요? 닥쳐! 사실 이것도 그 자체로 완성된 음악이라
단순히 덜 지루하라고 깔아줬던 것이 점점
부르기엔 일반적인 음악에 비해선 약간 모자라요.
발전하면서 효과음도 발전해요. FM 음원 시대 이후로 가장 유명한 소리가 뭐 있지?
[「마도물어 1–2–3」 영상 재생]
소닉의 링(Ring) 먹는 소리.
풍부해지고 화려해지는 거죠. 그렇다고 효과음의 역할이 떨어지느냐? 전혀 아니에요. 게임이라는 매체의 대명제는 변하지 않으니까, 하드웨어가
그렇네. 소닉의 링 먹는 소리. 톤으로 화려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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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지만, 사실 패미컴 게임의 효과음들도 제법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사실 에뮬레이터19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있죠. 마리오 동전 먹는
키드거든요. 게임 콘솔보다도 컴퓨터 에뮬레이터로
소리, 점프 소리. 엄청 많이 쓰이잖아요? 최근에
게임을 훨씬 많이 했어요. 아케이드 센터나 플스방
닌텐도가 이 소리의 저작권을 전부 관리하기
같은 건 중, 고등학교 때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시작했어요.
정작 그 뒤로는 컴퓨터 게임을 잘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은 지금까지 딱
그 소리를 따로 저작권 등록을 했다고요?
세 개 해봤고. 사실 저는 게임을 완성하는 것 중 하나가 하드웨어, 즉 게임 콘솔이라고 생각해요.
네. 파이프 들어가는 “뽁뽁뽁” 소리, 동전 먹는 소리인 “띠링~” 이런 것들. 거기에 그만한 가치가
전 PC게임을 주로 하긴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콘솔 조이패드를 사용해서 해요. 비슷한 이유죠.
있다고 판단을 한 거겠죠.
게임을 위해 고안된 기계가 최적의 즐거움을 제공할
게임의 정체성으로 효과음을 선택했다고 할 수
거라는 것, 이게 닌텐도 철학이잖아요? 닌텐도가
있죠.
아직도 하드웨어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다른 유명한 것, 하나 더 있잖아요. 정식 게임 효과음은 아니지만, 메가드라이브 시절 세가 게임들
물신감이 좀 있지 않아요?
켜면 “세~가~” 그렇죠. 저는 이걸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
“세~가~”
있어요.
“세~가~”
플레이스테이션을 텔레비전 앞에 놓고 싶은 그
당시 기판 한계가 명확한데도 굳이 이런 샘플
기분.
사운드를 일부러 넣은 것은 참 대단하죠. 용량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을 텐데. 로우 파이 사운드라
네.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해도 어차피 웨이브 파일은 웨이브 파일이고
경험하면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경험. 다시 칩튠
생각보단 용량이 꽤 되는데 말이죠. 가장 좋은
이야기로 돌아와서, 먼저 가정용 콘솔에 초점을
사운드를 선택해서 넣은 거예요. 생각해보니 세가 로고 사운드는 나중에, “세가!”
맞춰볼게요. 코모도어64(Commodore 64), 아미가(AMIGA), MSX, 패미컴 때까지는 기초
하고 버럭 소리 지르는 버전이 하나 더 있었네요.
파형을 거칠게 롬에 올려둔 채 많이들 써왔어요.20 보통 기초 파형이라고 하면 정현파(Sine), 삼각파(Triangle), 사각파(Square), 톱니파(Sawtooth), 백색 / 분홍색 소음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칩튠 이야기를 하자면, 굉장히 많은 게 있는데요. 저는 특히 가정용 PC나 게임 콘솔에 집중하고 싶어요. PC, 퍼스널 컴퓨터라는 것 자체 원래 게임만을 위해 고안된 기계가 아니잖아요. 물론 이건 좀 보수적인 시각이긴 하지만요. 똑같이 컴퓨터에서 게임이 생겨나긴 했지만, 좀 다른 길을 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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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 Pink Noise), PWM(Pulse Width Modulation) 등이 있죠. 심플하게 설명하면, 가장 구현하기 쉬운 것들이에요. 비교적 연산, 저장, 반복 구현이 쉬운 소리. 이 시기 가장 유명한 칩 중 하나는 흔히 MOS 테크놀로지의 16 컴퓨터 혹은 기계가 만들어내는 짧고 단순한 신호음. 비프음(Beep Sound)이라 부른다. 17 주로 광고 등의 상업적 용도로 쓰이는 짧은 음악. 18 비디오 게임 콘솔(Video Game
Console). 게임기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19 콘솔 에뮬레이터(Console Emulator). 특정 게임기를 컴퓨터나 다른 기종 위에서 가상 구현하는 프로그램 혹은 기기. 20 모두 1980년대 초의 기기들.
SID 6581과 SID 8581이 되겠네요. 감산 합성(Subtractive Synthesis) 칩인데, 필터를 이용해 주파수를 깎아서 만드는 식이예요. 원본 파형에 대고 뭘 하면 할수록 원본에서 멀어지는, 원본의 정보량이 손실되는 방식의 합성법. 사실
달려서 다른 사운드칩에 비해 반복적이고 귀에
초기 개발된 신디사이저도 이 방식에 가장 많이
걸 좋아하고 앞서 나가고 싶어 하는 회사였어요.
의존했어요. 아무래도 쉽거든요. 소리를 합성하는
사운드에 대해서도 항상 제법 최첨단이라고
방식 중에 가장 이해하기가 쉬워요. 사실 서양에선
할만한 기술들을 빠르게 적용했어요. 세가
칩튠 하면 아직도 시드 칩의 소리를 떠올리는
마스터 시스템은 가정용 게임 콘솔 가운데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코모도어64, 코모도어128
최초로 Yamaha YM2413이라는 FM 음원 칩을 내장해서 나왔어요.22 1988년에 나온 후속기기인
등 코모도어 컴퓨터들이 다 이 칩을 사용했었죠. 아타리(Atari)21도 시드(SID) 칩 썼었나? 아니. 티아이에이(TIA). 그다음으로 유명한 칩은 MSX나 세가의 세가 마스터 시스템(Sega Master
System)에 장착된 것으로 유명한, SN76489. PSG(Programmable Sound Generator)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사실 PSG라는 개념은 위의 시드 칩을 포함해서, 그냥
박히는 멜로디 비중이 컸어요. 그런데 또, 그런 빡센 제약이 있으니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 한편, 세가는 항상 닌텐도에 비해 좀 멋을 부리는
메가드라이브(Mega Drive)23는 Yamaha YM2612라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FM 칩이 내장되어 있고요. 혁명적이죠.
FM 기타 사운드. FM 슬랩 베이스. 제일 유명한 소리는 이거. [영상 재생]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내장된 칩 전부를 일컫는
드럼 같죠? 이건 클라리넷 같고. 이전보다 좀 더
말이에요. 정식 명칭은 SN76489인데 이상하게도 PSG라는 이름으로 더 잘 팔려 다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음악 흉내, 각 악기의 흉내를 낼 수
그 다음으로 패미컴의 RICOH 2A03. 근데 이건 좀 웃긴 게, 이 칩은 사실 소리를 내기 위한 전용
있게 된 거죠. 특히나 「샤이닝 포스 2: 고대의 봉인 Shining Force 2 」(1993) 같은 게임을 보면, 이게 아예...
SPU(Sound Processing Unit)나 PSG가 아니에요. 그냥 CPU에 파형과 샘플 몇 개 넣어놓은
심포니를 해요.
게 전부고 주파수를 걸러내는 필터 기능은 아예
똑같이 해보려고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무진장
제공하지도 않아요. 말이 좋아서 칩이지, 그냥
힘들어요. 말이 악기 흉내지, 여전히 진짜 악기가
롬플러(ROMpler)죠. 이 시기엔 이런 기초
아니거든요. 어쨌거나 파형을 깎아서 쓰는 건 같은
파형에 의존한 칩이 되게 많았어요. 서로 조금씩
상황이니까. 일단 패치 프리셋 이름에 베이스 드럼,
톤이 다르고, 칩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콩고, 팀파니 뭐 이렇게 쓰여 있긴 하지만... 전부
약간씩 달라요. 사실 한국에선 저런 기계들 가운데
그냥 “둥” 하는 소리가 날 뿐이지, 이게 진짜 각각
패미컴을 제일 많이 보고 살잖아요? 그런데
구별되는 타악기의 소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말씀드렸다시피, 이 중 모듈레이션만 두고 보면
않아요. 그걸 이렇게 이해하고 배치하면서 곡을
기능이 제일 별로인 게 패미컴의 프로세서에요.
만드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진짜
아이러니하게도 이 안에서 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존잘들이죠.
제가 YM2612의 에뮬레이터를 가지고 이걸
가장 유명하고 많이 퍼졌어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을까? 가짜 소리를 들으면서 패밀리 자체가 엄청 성공한 콘솔이 됐으니까.
원본이라고 생각을 최대한 맞추고….
독립된 사운드 프로세스 유닛이 없으니까 기능이
엔지니어가 따로 있었을 거로 추측되긴 하지만,
22
그걸 감안해도 엄청난 정신노동이죠. 비슷한 24
시기 패미컴의 서드파티 라인업은 이에 어떻게 대응했냐 하면... 확장 기기를 이용하거나 반대로 미리 롬 패키지에 확장 칩을 꽂아 나오는 식. 이미 출시한 게임기에 다른 칩을 갑자기 달아서 새 모델을 내기엔 보급 문제가 꼬이잖아요? 그래서 확장 기기를 내는 거예요. 처음엔 닌텐도가 직접 낸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25의 득을 크게 봤는데 서드 파티 회사들이 그것만으로는 만족을 못 했어요. 패미컴의 CPU인 RICOH 2A03에 이렇게, 사운드 채널이 5개가 있으면 그중 한 채널... 이 한 가닥은
메가드라이브에 대한 열폭인지, 슈퍼 패미컴에도
FM 칩을 장착하고 싶어 했거든요. 근데… 쿠타라기 켄(久夛良木健)27 아시죠? 흔히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 사람이 닌텐도에 찾아가서 영업했다고 해요. FM은 몇 년만 지나면 도태될 기술이라고. 사람들은 진짜 악기와 더 닮은 소리를 원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해서 SPC700을 달았는데, 소리가 아무래도 좀 흐리멍덩해요. FM 칩들은 흔히들 꽤 쨍하다고 하는, 금속성의 밝은 소리가 나거든요. 그런데 슈퍼 패미컴의 소리는 톤의 질 단위에서만 보면 뭔가 좀
메모리가 허락하는 한 외부 데이터를 받아서 재생할
흐리멍덩하죠. 그렇지만 실제 악기, 또는 그걸 좀
수 있는 채널이거든요. 다들 여기에 목숨을 걸기
더 정교하게 흉내 낸 악기의 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시작해요.
있게 되었어요. 이전엔 여전히 제네레이터를 굴려
26
마개조 의 시작.
열과 악기 흉내를 내야 했던 거에 비하면 규격에
다시 말하지만, 당시 게임 패키지라는 건 그
맞게 만들어진 악기의 톤이 있고... 거기서 골라서
자체로 하나의 하드웨어잖아요? 롬 패키지에
쓰기만 하면 돼요.
자신들이 쓰고 싶은 사운드가 내장된, 또는 그걸 제네레이팅을 할 수 있는 롬을 미리 달아서 나와요.
기타도 할 수 있고 피아노도 할 수 있고….
코나미가 만든 「라그랑쥬 포인트」(1991)에는 코나미가 독자 개발한 MMCMemory Management Chip, VRC7이 달려있어요.
드디어 1990년에. 신디사이저의 발전이랑 게임기가 그걸 따라잡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이거엔 Yamaha YM2413의 파생물이 들어있어서
거예요. 정말 몇 년 차이가 안 나요. 가령 80년대에 FM신디사이저로 제일 유명한 게 Yamaha
FM 음원을 재생하는 게 가능해요. [영상 재생]
DX7인데요. 이거는 뭐냐면... 미쿠 팔에 달린 거? 이렇게 말하면 다 알던데.
우와. 하츠네 미쿠 팔에 달린 거라고요? 완전 다르죠? 이게 원래 패미컴 하드웨어만으로는 구현이 되질 않는 건데. 지금도 그렇지만, 닌텐도는 적당히 그저 그런 기계에 확장의 여지를 남겨두는 식의 개발을 선호했던 모양이에요. 이후 1990년에 또, 닌텐도가 일을 치죠. 슈퍼 패미컴(Super Famicom). 와~ 마법의 기계.
PCM 음원이 본격적으로 주역이 되는 시대. 이건 SPC700이라는 사운드 전용 프로세싱 유닛, SPU가 내장되어있어요. 원래 닌텐도는
23
미쿠가 Yamaha DX7 모에화라고들 해요. VOCALOID 자체가 야마하의 보이스 신더시스 21 미국의 게임사 아타리가 1977년 발매한 게임 콘솔 아타리 2600(Atari 2600). 22 1987년 일본에 출시되면서 FM음원 내장으로 사양이 바뀌었다. 23 메가드라이브(Mega Drive) 혹은 세가 제네시스(Sega Genesis). 1988년 세가에서 출시한 16비트 카트리지 기반 가정용 게임기. 24 Third Party. 컴퓨터 제조업체나 하청업체가 아닌 독자적 회사 중 응용프로그램이나 주변기기를 발매하는 회사. 게임업계에선 주로 콘솔 제조사에게 라이센스를 받아 해당 콘솔용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를 말한다. 25 패밀리 컴퓨터 디스크 시스템(Family Computer Disk System). 1986년
닌텐도가 자사의 콘솔 패미컴을 위해 발매한 주변기기. 카트리지가 아니라 디스켓에 게임을 담아 발매했고, 그 디스켓을 패미컴이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기존 카트리지의 저장용량과 단가에 비해 디스켓이 고용량,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불법 복제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26 마개조(魔改造).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의 개조를 의미함. 27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전 회장이자 최고경영자. 흔히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 알려져 있다.
엔진을 사용한 것이었죠. 그래서 나름의
영롱하게.
리스펙트랄까. 미쿠의 팔을 보면? (이미지 보여줌) 짠!
이렇게 이 시기엔 이게 아예 영업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요.
앗 몰랐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즌에 소위 세가 사운드랑 닌텐도 사운드의 캐릭터가 딱 분리가
이 신디사이저는 1983년도에 릴리즈 되었어요. 그런데 메가드라이브가 88년도 출시거든요. 얼마
됐어요.
차이가 나지 않죠. 또, 슈퍼 패미컴은 90년. 그런데 PCM–롬플러 신디사이저 겸 워크스테이션으로
꽤 많이 딸리는데, 그 안에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유명한 Korg M1의 출시 연도는 88년도. 거의 2~3년, 길어야 5~6년 차이로 바로바로 따라가는
마음만 앞선달까요. CD 롬을 사용하는 게임 콘솔 메가CD28 라든가.
닌텐도는 항상 뭔가... 하드웨어의 스펙은 딸려요. 걸 보여주는 편. 반면, 세가는 첨단을 달리지만,
모양새. 장사가 되니까. 사실 집에 Korg M1 들여놓은 사람보다 슈퍼 패미컴 들여놓은 사람이 더 많을
아. 메가CD.
테고.
저는 사실 슈퍼 패미컴의 기초 톤이 빈약하다,
어쨌거나, 이런 톤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소
흐리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아요. 단지
소리가... 좋게 말하면 몽글몽글하고 나쁘게 말하면
초기에 사람들이 그 사용법과 매력을 잘 이해하지
흐리멍덩해서 처음엔 다들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못했던 것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슈퍼
하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이 톤에
패미컴 콘솔과 동시 발매한 게임이 「슈퍼마리오
익숙해지면서, 또 개발자들의 콘솔에 대한 이해가
월드 Super Mario World」(1990) 거든요.
높아지면서 점차 사람들도 슈퍼 패미컴은 음색이나 그래픽이나 굉장히 따뜻하다고 인식을 하게 되는
[영상 재생]
거죠. 닌텐도는 항상 탄탄한 규격을 토대로 해서 후발
이 오프닝 화면 보세요. 제법 멋지게 음악 흉내를
주자가 참여하기 편한 노선을 깔아 뒀어요.
내고 있죠? 당시에 이런 새로운 그라운드 자체가
90년대에 이르면 닌텐도, 세가나 코나미, 남코, 타이토만 게임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파악이 부족했던
그래서 게임 개발할 때 톤을 거기 맞춰서 만드는
쏟아지기 시작하는 거죠.
거죠.
아무래도 좀 하이브리드였으니까. 완벽히 리얼한
시기. 그러다 점차 캐릭터가 잡히면서부터 뭔가
샘플도 아니고 완전 기초 파형도 아니고. 파스텔 톤의 화면이었죠. 실제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슈퍼 패미컴 게임 중 하나가 「성검전설 3」(1995) 인데요. 「성검 전설」이 워낙 동화 풍의 몽글몽글한 이미지를 갖춘
하이브리드라는게 어떤 의미인가요? 전에 RMHN 님이 들려주신 「진·여신전생(真·女神転生)」(1992) 음악을 들으면 대략 이해는 가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 거에요?
게임이잖아요. 그런데 음악도... 완벽한 진짜 악기라고 하기엔 아직은 제약이 있고
[영상 재생]
하니까. 아주 기본적인 톤... 피아노로 치면 C, ‘도’의 음 하나를 녹음해서 음역에 따라서 얼마나
아예 이렇게 가버리는구나. 실로폰처럼 막...
어떻게 변하는지를... 소리를 늘리고 줄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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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을 거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표현의
걸려있고요. 이례적인 스케일이죠.
해상도가 낮은 거죠. 하이브리드가 보여주는 게 뭐냐면 발전의 중간 과정이에요. 이게 어느
네? 그렇게 길었나?
방향으로 발전해왔는지 확실한 방향성을 볼 수 있죠. 당시엔 다들 어떻게든 ‘악기’를 쓰고 싶어
파이널 보스전 처음부터 끝까지. 이걸 다 들을 걸
했던 거에요. 왜냐면 본인들에게 그게 더 익숙한
상정하고 만든 거죠. 보스전에 걸리는 시간이 대략
포맷이기도 하니까요.
네. 게임 음악 바깥에 있는 음악을 그럴싸하게 흉내
20분 내외 될 거에요. 사실 구간 반복, 루핑에 의존하는 부분이 좀 있긴 해요. 썼던 프레이즈 또 쓰고. 이게 교향곡 느낌이지만, 진짜 교향곡을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그 반대에요. 게임 음악이란 포맷 안에서, PCM
내고 싶어 했던 것이죠.
샘플의 조합으로 어디까지 교향에 이를 수 있나에
게임 음악가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밴드가 하나
대한 도전에 가깝죠.
원본이 있었던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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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죠. 「제비우스」의 게임 음악에도 참여하지
(음악 재생 중) 지금 듣는 이 부분이 딱 그거잖아요. 아군의 HP는 전부 풀로 차 있고... 적의 공격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아직은 좀 여유가 있어...
않았어요?
근데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모르겠다는
있어요. YMO .
전조를 이렇게 연출해요. 중간쯤 가서 곡이 변하면 직접 참여한 건 아니고 호소노 하루오미가 일종의
케프카30의 페이즈도 변해서, 한참 교전 중이고.
트리뷰트 앨범을 하나 냈었어요. 「비디오 게임
마지막엔 포션도 다 떨어져 가고. 그때는 또 이런
음악」이라는 앨범. 많은 음악가 지망생들을
음악이 진행되고.
게임업계의 수렁에 빠트린 앨범이기도 하죠.
심지어 곡의 도입부는 「파이널 판타지 6」(1994)를 딱 켜면 나오는 음악이예요. 그런 식으로 게임 전체
YMO가 처음 등장했던 당시에는 전자음악 자체도 신흥이었으니까. 신디사이저로 막 뿅뿅 거리는 게 엄청 새로웠죠. 게임 음악가들이 아무래도
스토리라인을 한 곡으로 요약하고 있어요. 교향곡의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한데, 사실 진짜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교향곡은 아니잖아요. 근데 이제 「파이널 판타지 6」 까지 왔으면 자기 음악이 게임 내에서 어떤 식으로
기타 사운드를 내고 싶은데 진짜 기타 사운드를
소비되는지 데이터가 다 있으니까. 거기에 슈퍼
신디사이저로 구현하는 일은 퍽 힘드니까, YMO나
패미컴의 전성기, 또 동시에 최후반기이고. 할 수
여타 다른 뉴웨이브 밴드들이 기타라는 악기의 톤을
있는 모든 걸 하겠다는 느낌의 음악이죠.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 어레인지하는지를 보고
라스트 페이즈. 그러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고하기도 하죠. 실제로 YMO의 음악을 지금 들어
노가다 안 해놨으면 포션도, 마나도, 소환수도
보면 되게 게임 사운드 같은 톤이 많은데 실은 게임
아슬아슬하게 떨어졌을 때. 아마 이게 지금까지도
음악 작곡가들이 YMO의 톤을 차용한 것이죠.
RPG 배틀 음악에서 제일 유명한 형태 중 하나일 거예요. 락 드럼 키트에, 오버드라이브 기타, 오르간, 스트링. 이게 바로 우에마츠 노부오. 이 사람의 양식이에요.
밴드 음악보다는 전자 음악에 가깝다 보니까 그
앞서 말씀드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음악 담당, 작곡가 우에마츠 노부오의 이야기를 다시 해볼게요. 「파이널 판타지 6」(1994)에 수록된 곡 중에 「요성난무(Dancing Mad)」라는 곡이 있어요. 이게 파이널 보스 전투 테마거든요. 그런데 앨범에 수록된 풀 트랙 길이가 무려
17분 34초에요. 인게임에선 구간별로 루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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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메가CD는 세가에서 1991년 자사의 콘솔 메가드라이브를 위해 출시한 주변기기이다. 메가드라이브 본체와 합체해 CD-ROM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29 Yellow Magic Orchestra. 1978년 결성된 일본의 전자 음악 그룹. 일렉트로
팝 장르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위키) 30 Kefka Palazzo. 「파이널 판타지 6 Final Fantasy 6 」(1994)의 최종 보스.
흔히들 심포닉 락, 심포닉 메탈이라고 해서...
[초기 「코나미 모닝 뮤직」과 나중 버전을 재생]
원본이 존재하는 양식이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게임에 잘 맞게 어레인지해서 집어넣은 것은
「파이널 판타지」가 가장 유명하죠. 당시에는 RPG BGM 하면 그냥 징글 같은 느낌으로 썼으니까. 그런데 노부오는 게임 BGM 내에 게임의 서사를 재현하는 영역에 들어선 것이죠. 여기까지가 제약의 시대.
원래 하고 싶었던 게 뭐냐면... 바로크에요. 아니 ㅎㅎ 와 이건 되게…. ㅎㅎ 믿을 수 없다... 왜... 바로크를 하고 싶었던 건데 ㅎㅎ 아까 1985년 건 전혀 그렇게 안 들리잖아요. 오락실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면 부모님들이 오락실 가지 말라고 안 할 거 아냐. 와 충격적이다….
이후로는 더욱 자유로운 영역에 들어서요. 바로
CD–DA의 시대. 90년대 중말, 이 기술의 초기로 한정하면, 기존에 비해선 훨씬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아직은 용량의 제약이 전혀 없는 건 또
EBS 화면 조정 시간 감성이죠. 물론 전공자들은 악보만 보고도 알 수 있겠죠. 시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특유의 기법이 있을 테니까. 근데
아니잖아요? CD라고 해도 용량이 커야 700MB고.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반응하는 부분은 그 시퀀스 자체 보다는, 이런
사실 용량이 늘어나면 그래픽적인 걸 먼저 늘려보겠죠?
‘톤’이잖아요? 슈퍼 패미컴 시대를 지나며 레코딩 샘플이 확장해준 영역이 바로 여기였어요. 똑같은 시퀀스인데 톤이 달라지는 것으로 완전히
네. 음악을 누가 신경을 쓰겠어요.
다른 분위기를 내는 거예요. 기판에 따라서도
그래서 드디어 미디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소리가 달라지고. 대신 이제 새로운 문제가 생기죠.
받기 시작하죠. 미디라는 규격과 그 기술
작곡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전에는 제약을
자체는 계속 쓰이던 것이고, 정확히는 그 포맷의
극복하기 위한 개인만의 사운드 패치가 있고, 소위
호환성에 관한 이야기죠. 잠깐 80년대까지 돌아가 보면, 당시엔 사운드 카드밖에 없었어요.
나만의 비밀 노트, 노하우가 있고... 해서 각자의
일반적인 컴퓨터에 보편적으로 사운드 모듈을
옅어지고 사용하는 음원의 폭은 말도 안 되게
달기 시작한 건 90년대고. 좀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면 컴퓨터에 이런 걸 물려서 게임을
넓어졌으니, 그 안에서 어떤 기준을 확립하느냐로
해야 했다고들 해요. 아니면 그냥 다 뭉개지는
「파이널 판타지 6」의 보스 전 BGM 같은 경우도,
소리를 들으면서 하든지.
사실 누구나 쓸 수 있는 소리를 어떠한 연출로
“야, 나 사운드 블라스터 샀더니 게임이 달라졌어!” 「코나미 모닝 뮤직 Konami Morning Music」 (1985) 아시죠? 코나미 버블 시스템 기판 게임들 켜면 처음에 카운트 다운이랑 함께 나오는 음악. 히가시노 미키 작품인데, 이것만 들으면 그냥 예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처럼 만들지 연구를 하다 보니까 나온 걸 수도 있어요. 좁게는 톤부터
세계가 어느 정도 분명했었는데. 이제는 그 제약이
각자의 색이 갈리기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아까
시작해 넓게는 장르 단위의 접근도 선택 가능한 상황이 된 거죠. 아까 심포닉 메탈 처럼... 이 씬에서 보사노바를 넣을까, 락을 넣을까,
음악이고 특별히 어떤 걸 상정하고 만들어졌겠다는
재즈를 넣을까 등….
것까지는 곧바로 파악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게임 음악 제작에서도 미디 규격이나 디지털 노트의
시간이 더 지나서, 그 제약을 걷어내고 톤을
‘악보’로서 기능하는 부분은 계속 활용되어왔어요. 보통 작곡가와 프로그래머가 따로 존재하는 식.
갈아치우면 원래 하고 싶었던 부분이 드러나요.
근데 게임 음악 역사에서 이게 진짜로 중요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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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바로 여기죠. 드디어 게임 음악가들이 다시
게임 산업이 첨단 산업 이미지를 되게 갖고 싶어
세상의 모든 톤을 마주해야 하는, 또 게임 안에
했잖아요.
걸맞은 것을 고르고 풀어 넣어야 하는 시간. 하드웨어의 한계라 생각했던 것이 반대로 장르적
이때는 옛날에 하던 걸 다시 한다는 개념 자체가
대들보였고, 이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무너진
없었던 것 같고... 미래만 바라봤죠.
셈이랄까요. 맨 처음에 얘기했다시피, 여전히 게임 음악 하면 칩튠을 떠올리는 걸 생각해보세요.
새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 환경을
그래서 이 시절부터가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
최대한 수용해서 업계가 신기술 쪽으로 확 기울어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정말로 칩의 영역에서
버렸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스퀘어가 「파이널
벗어났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단 말이죠.
판타지 7」(1997)을 만드는 데 뜬금없는 생소한 새로운 기술을 가져오긴 좀 그렇잖아요? 「파이널
게임의 연출에 필요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올 수도 있었고…. 이전에는 선택지가 사실상 ‘유사
YMO’ 밖에 없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레게
판타지 1」(1987) 부터 「파이널 판타지 6」까지 하던 걸 해야지. 그럼 거기서 어떻게 기술에 뒤처지지
사운드가 좋으면 레게 사운드를 통으로 가져다가
않으면서 기존에 하던 것을 계승할 수 있을까를
쓸 수 있는 거예요.
고민하게 된 것 아닐까 싶어요.
오케스트라 편성이 필요하다? 회사에 돈이 있고
그 시즌에 유명한 곡이 그... 「파이널 판타지 7」 에서 제일 유명한 곡 있잖아요. 「편익의 천사
그만한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냥 오케스트라 불러서 녹음하면 돼요. 지금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죠.
(片翼の天使)」31. 우에마츠 노부오는 이 곡이 스퀘어에 최고로 공헌한 곡이라고 자부해요.
그러다 보니까 여기서 길이 갈리게 돼요. 아예 외부 사운드에 위탁을 맡기는 게임이 있고, 어떻게 하면
[영상 재생]
기존의 레거시로 변주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임도 있죠. 사실 돈의 문제가 결정하는 부분이 더
원래 같으면 안 할 것 같은 기법을 일부러 골라서
컸겠죠. 어쨌거나 이제 외부 사운드를 가지고 가는
만든 느낌마저 나잖아요. 파판스러운 것?
건 게임 음악의 역사로서는 더는 큰 의미가 없어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오케스트라를 상정하고 음악을 만들었는데 제약이 사라지고 난 지금, 그 방법론으로 접근하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 나오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될 뿐이에요.
그간 원본으로 뭘 상정했었는지도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네요. 원본으로 뭘 상정했고 그중에 자기가 가진 캐릭터는 뭔가? 그에 대한 고민이 이 구간에 제일 치열했다고
게임 업계 사람들이 아니어도 뛰어들 수 있게 된
생각해요, 저는.
거네요. 기존의 음악 전공자들이 신규 유입되는 네. 맞아요. 최근의 예로는 한스 짐머(Hans
시기였겠어요. 허들이 사라졌으니.
Zimmer) 같은 사람이 있죠. 근데 뭐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에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상한 건... 다 같이 너무
일본 게임 음악 역사를 읊으면 살아남은 건
빠르게 전에 하던 것을 확 관둬버린 것인 것 같아요.
이런 걸(「파이널 판타지 7」 음악 재생 중) 하던
기술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는 90년대 게임 산업의 흐름 때문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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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파이널 판타지 7」(1997)의 최종 보스 세피로스의 테마곡. 시리즈 최초로 가사가 달려 나왔다.
사람들이에요. 신규 붐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결국
JRPG32 감성?
제 역사에는 편승하지 못했다는 생각. 스퀘어는 이때 붐을 따라갈 여력이 됐고, 돈이
너무 위대한 이야기고 막... 사랑이 너무 커가지고
있는 회사였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든 뭐든 분명히
막... 이런 거 있잖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안 했죠. 사실 저는 그게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단 그냥 돈을 아낀 것이라 생각하긴 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결국
「아이즈 온 미」는 형식만 놓고 보면 90년대 초반 빌보드 팝이고.
해버리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영향도 있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맞아요. 그래서 중국 가수가 부른 게 되게 잘
곧바로 투입하자니 돈이 들고 효과가 불확실하니까.
어울렸던 것 같아요. 왠지 멀게 느껴지고.
때문에 안전한 루트를 택하게 되는? 그래도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게 뭔지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시간은 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제
네네. 그걸 진짜 셀린 디온(Céline Dion)이 불렀으면 와장창 망했을 거야.
곧 나올 「파이널 판타지 15」(2016) 쯤 되면 풀 오케스트라 녹음을 해요.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파판스러운 멜로디는 항상 들리더라고요. 이젠 굳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도 진짜 오케스트라 레코딩 트랙이 투입되니까.
이제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는 주도권이 PC와 온라인으로 가면서... 여기부터가 본 이야기가 될 텐데. 길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여기까지는 저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전환점 하나가 「파이널 판타지 8」 (1999) 주제곡이에요. 중국 가수 왕정문이 부른
아니잖아요? 남한테, 또는 여러 선생님께 들은
「아이즈 온 미 Eyes on me 」요. 대중음악과의 선을 무너뜨리는 기획이었잖아요.
과거를 무너뜨리면서, 저희 자신의 현실과 마주해야
이야기죠. 듣고 자란 이야기고. 여기서부터는 하는 거예요. 이미 머리가 터질 거 같다 ㅎㅎ
나중에 나온 「파이널 판타지 10」(2001) 주제곡은 한국 가수 이수영도 참여했잖아요. 저는 그걸
네.
팝으로 먼저 접했거든요. 이수영의 「얼마나 좋을까」. 근데 나중에 그 정체를 알고 들으니까, 또 너무나 게임음악인 거에요. 게다가 이 곡은 실제로 우에마츠 노부오가 직접 작곡을 했고요.
90년대 후반에서부터 00년대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앞서 말했듯 게임 음악의 주류는 이미 레코딩 음원이 차지하게 되었죠. 그런데 동시에
「파이널 판타지 10」 인터내셔널 판에선 한글 주제가로 나왔어요. 이수영 버전으로. 북미 유저도 이수영 버전을 들었어 ㅎㅎ 「스테키다네(素敵だね)」. PS2판은 두 개밖에 없어요. 일본판이랑. 인터내셔널.
가정용 게임기가 했던 걸 다시 포터블 기계로
재밌는 게 「아이즈 온 미 Eyes on me 」도 그렇고... 당시 팝의 흐름보단 조금 뒤처져있는
그다음엔, 또 포터블 기계로만 할 수 있는 게
감성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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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시키는 싸움도 굉장히 치열했어요. 들고 다니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게임보이를 필두로, 게임보이 어드밴스, 원더스완, NDS, PSP 등. 포터블 시장이 장난 아니게 성장했잖아요.33 그 짧은 10년 사이에. 음악에서도 역시나 그랬어요. 처음에는 가정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참조하고. 있단 말이죠. 90년대 중반에 게임보이가 이미 「포켓몬스터 Pokémon 」(1996) 붐을 업고
대박을 쳤잖아요.
게임 음악이라고 생각됐던 공간이 사라져 간다는 거로 들리네요.
나중에 핸드폰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도 나오고.
포켓몬스터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던 게 들고
00년대에 게이머들 포럼에서 가장 자주 나온 문제가 아마 그걸 거에요. ‘우리가 게임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게 뭘까?’ 이미 90년대 후반에 오면
다니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장소와 시간에
테크노 뮤지션들 중에 게임 음악 참여 경력이
제약이 없잖아요. 현실의 시간을 적용해서 특정
있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고. 가령, J–테크노의
시간에만 잡히는 포켓몬을 게임 내에서 구현하고. 요일 이벤트도 있었고요.
개척자인 켄 이시이(ケンイシイ)라던가. PS1용 게임, 「LSD: 드림 에뮬레이터 LSD: Dream
여하튼 드디어 CD의 시대가 열린 후, 용량의 제한이 아직 남아있기는 했지만 기억장치는 시간이
Emulator 」(1998)의 음악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요.
지날수록 점점 커졌죠. CD에서 DVD, 블루레이 순으로. 하드디스크는 하드 디스크대로 늘어나고,
네네. 쿠소게35의 대표주자.
그렇죠.
플래시 메모리는 플래시 메모리대로. 처음 이
그렇게 마냥 단순하진 않아요. 게임 음악과 그
PS1 판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1997) 오프닝 음악을 만든 이시노 타큐(石野卓球)도 원래 덴키 그루브36 멤버였고. 이렇게 조금씩 드러나는 거죠. 그동안 비디오 게임 음악(VGM)이라는 태그 아래에 정렬해온 것들이 그냥 BGM으로 바뀌어버리면서 특별할 게 없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면서 90년대가 지나자마자 방금 지나온 90년대 게임 음악에 향수를 갖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어요.
바깥의 음악이 상보적인 관계에 있달까. 제약이
제가 게임 음악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허락하는 한 미디 기반의 사운드를 사용하면서도...
때이기도 해요. 온라인 포럼 어딜 가나 저러한
기타만큼은 레코딩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질문이 되게 많았어요. “북미 게임 음악이랑 일본
오케스트라를 쓰면서도 쉽게 레코딩하기 어려운
게임 음악 중 어느 게 더 좋냐?” 는 말도 사실은
악기가 분명히 있단 말이죠. 애초에 연주자가 좀
저 문제에 대한 이야기죠. 여기에 대해 잠깐 음악
귀한 악기도 있고요. 돈 깨고 공들일 필요가 별로
외적인 부분으로 이야기를 돌리면, 이 시기 전후에
없으면 미디로 땜빵하고, 그래도 그에 비해선 좀
참 이상한 실패들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스퀘어
실감을 내고 싶으면 세션 부르고 이런 식.
같은 거대한 회사가 21세기 초에 갑자기 「파이널
시대에 대해 이야기 할 때처럼, 용량이 늘어나니 돈만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그냥 외주. 유명한 곡을 그냥 갖다 쓰기도 했고. 가령, 캡콤의 「록맨 X4 Mega Man X4 」(1997)는 오프닝이 대놓고 팝이거든요? 나카마 유키에(仲間由紀恵)34가 불렀어요. 대놓고 JPOP을 때려 넣었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인게임 트랙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게
예를 들어, 애니 「슬레이어즈 SLAYERS 」(1995) 오프닝 같은 것도 나머지는 다 신디인데 기타 사운드만 레코딩이 되어 있어요. 그런 것 되게 많죠. 사실 이것 자체는 80년대에 팝에서도 이미 많았잖아요. 결국에는 어차피 테이프로 레코딩이 되거든요. 이렇게 만든 음악도, 저렇게 만든 음악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마지막엔 테이프, CD 등 ‘저장 매체’ 위의 데이터로 귀결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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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Japanese Role-Playing Game. 일본발 RPG를 의미.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선택 보다는 짜여진 스토리의 전달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기존의 CRPG(Computer Role Playing Game)와 구분하는 의미에서 JRPG라 부른다. 33 닌텐도의 게임보이 어드밴스(GAME BOY Advance, 1991), 닌텐도DS (Nintendo DS, 2004), 반다이 원더스완(Wonderswan, 1999), 소니 PSP(Playstation Portable, 2004)는 모두 휴대용 게임기. 34 일본의 국민 여배우. 초기엔 아이돌로 가수 활동도 했다. 35 쿠소게(クソゲー). 쓰레기 게임,
졸작 게임을 의미하는 쿠소 게임(クソゲーム)의 약어. 36 덴키그루브(電気グルーヴ, Denki Groove)는 1989년에 결성된 일본의 테크노 음악 그룹이다. 37 스퀘어(現 스퀘어에닉스)가 자사의 주력 RPG 『파이널 판타지 Final Fantasy』의 연장선에서 만든 3D CG 영화. 유명 RPG를 3D CG 영화로 만든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받았지만, 내러티브가 허술해 크게 실패했다. 영화 제작에 167억 엔(약 18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부었으나 최종 흥행수입은 전 세계 8,513만1830달러(약 956억 원)에 그쳤다.
판타지: 더 스피릿 위드인 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 」(2001)37을 만들어 극장에 내걸었잖아요. 게임이 아니라 풀 3D CG 영화를 만들었다가 완전히 망했어요. 제약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다들 뭔가 하고 싶던 걸 집어 던지는데 이게 자꾸만 말도 안 되게 망하는 거예요. 바로 전 시리즈인 「파이널 판타지 7」까지만 해도 안정을 추구하는가 싶었는데 말이죠. 뭔가 이상한 시기네요. 비주얼 방면에서도 그렇죠.
「파이널 판타지 8」에서 처음에 리얼한 캐릭터를 보여줬을 때, 많은 사람이 당황했잖아요. 그래서 다음 편인 「파이널 판타지 9」(2000)은 급히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전까지 스퀘어랑 에닉스는 지지 않는 기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가 있었어요. 얘네 게임은 사도
돈은 안 버린다고. 믿음의 기업이랄까…. 그래서 좀 비싸도 산다는 거였는데. 그 법칙이 다 무너진 게
00년대 초반인 것 같아요. 애초에 온라인 게임이 그렇게 약진할 줄은 몰랐고.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PC게임은 히트작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잖아요. 아는 사람들은 아는데 마니아 아니면 모르는 구간. 그런데 「하프라이프 HALF–LIFE 」(1998)가 나오고 이후에 그 게임 엔진을 그대로 이용한, 대전 스포츠로서의 FPS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Counter–Strike 」(2000)가 나오고. 「스타크래프트」 나오고, 「디아블로 2 Diablo 2 」 (2000) 나오고... 「워크래프트 3 Warcraft 3 」(2002), 3년 후엔 드디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2004~)42가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고. 이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PC게임 산업이 큰 발전을 했어요. 한국이 바로 여기에 탑승했기 때문에 00년대 게임 산업이 그렇게 주목받았던 것일 테고요. 이 이야기는 버튼이라 좀 조심스러운데, 「GP32 」43 같은 한국 게임기가 몇 번 나오긴 했지만 전부 흐지부지 되었잖아요. 제가 한창 컴퓨터 게임에 몰두할 수
갑작스럽게 접어든, 시행착오의 태풍 같은 시기였던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요. 콘솔 게임들이 잠깐
있었던 이유가. 00년대까지도 컴퓨터 잘한다고 하면 게임 많이 해서 그럴 거란 생각은 못 하던
주춤하고 있는 사이, PC게임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죠. 그 전까지는 ‘오로지 게임만을
시기였으니까. PC게임 하는 거로 간섭받는 집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은 기계를 PC가 따라갈 수 있겠나?’ 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죠? 멀리
기억해요. 결국, PC라는 범용 환경에서의 개발에 훨씬 더 집중적으로 뛰어든 건 한국이 되었죠.
갈 것 없이, 당장 N6438나 PS239도 PC 위에서 에뮬레이션하기 굉장히 힘들었던 기종인 것으로
지금도 그렇잖아.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차차 에뮬레이터가
PC게임에서 기억나는 음악이라는 게...
나오면서, PC만의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게임 콘솔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당시 한국 게임 음악이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럼 이 와중에 음악은 어떻게 되었느냐?
시작하기도 하고요. 컴퓨터 게임으로 먼저 흥한 게임 장르들도 있잖아요.
사실 저도 그래요.
FPS 나 RTS 장르의 선전도 있죠. FPS나 RTS를
그니까요. 한국에서 만든 초기 PC게임들은 사실 콘솔 게임의 열화 버전인데요. 콘솔 판으로
조이패드로 하면 이상하게 재미없으니까.
만들어낼 기술, 또 정식으로 콘솔 시장에 진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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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DOOM 』 시리즈, 「울티마 온라인 Ultima Online 」(1997~),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19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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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가 없으니까 PC판으로 만든 거예요. 자신이 하던 게임의 느낌을 PC에서 제작, 구동하고 거기에 있는 음악도 같이 가져오려고 하면서... 당시 일본의 음악 환경을 그나마 보고 자랐던 한국의 동인
음악가들을 발굴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거죠.
아키바란 게 사실 에로게 회사가 만든 땅이잖아요?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에 성인용 소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 유통이었거든요. 80년대만 해도 조잡하게 만들어진 「어택 히로코쨩! アタックひ
PC게임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일본의 경우를 참조할게요. 콘솔이 한창 흥하던 시기라고 해서 PC게임이 아예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아니에요. 이 시기에 독자적으로 PC게임이 발전해 온 역사도 분명히 있거든요? 처음에 말씀드린 에로게도 그렇고. 말마따나 야한 게임을 하려면 PC9844을 사는 거죠. 개조가 편하기도 했고. 에로게는 만들기도 쉬웠고요. 당시 닌텐도 같은 콘솔 시스템에서는 선정성 등급에 제한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이상 가면 통과를 안 시켜줬으니까.
ろこちゃん」(1983)이나 「로리타 신드롬 ロリ–
전에 일본에 갔을 때, 한 번에 잡지 일 년 치를
게다가 아키바 숍에서는 웬만한 제한 없이 게임을
산 게 있는데요. 『테크노포리스 テクノポリ 45 ス』(1982~1994) 라는 일본 게임 잡지에요.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하잖아요.
1992년도 1월에서 12월까지. 일러스트레이터 이노마타 무츠미(猪俣むつみ)46가 1992년 표지 일러스트 담당이었어요. 내용은 모르고 샀어요. 근데, 당시에 우리는 포르노와 일본 문화에 대한 제한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지 모르지만, 한국
‘미야자키 츠토무(宮崎勤)50 사건’ 같은 배경
게임잡지와는 달리 그 잡지는 반드시 미소녀 게임47이 이만큼이 같이 들어있는 거예요. 동인 게임도 소개하고요. 갸루게48라는 분류를 말씀하신 『테크노포리스』가 제일 먼저 했어요. 『테크노포리스』가 말하자면 서적계의 아키바49 역사 같은 거죠. 네네! 잡지가 어떤 공간을 형성하고 그게 실제 공간인 아키바로 계속 확장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タ・シンドロ–ム」(1983) 같은 포르노 게임을
자기들 게임숍에 생각 없이 들여주곤 했어요. 이게 왜 그러냐 하면, 게임 자체가 너무 조잡한 나머지 포르노라고 인식되지 않는 사각의 영역에 있었고
AV나 핑크 무비, 성인용 잡지 같은 일본의 다른 포르노 콘텐츠들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길 정도로 되게 조잡했거든요. 그런데 어찌 됐든 제작 단가가 싸고 팔리긴 팔렸기 때문에 어떻게든 뿌리면 돈은 되고 이런 걸 만들면서 재미를 본 사람들이
IT 특구로 지정된 아키바에 싼 가격으로 사무실을 차리게 된 거죠.
아 맞아. 실제로 나중엔 문제가 좀 되긴 했었죠. 이후엔 다른 일반적인 게임숍에 유통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아키바로 더 밀집하게 된 이유도 있어요. 38 닌텐도 64(Nintendo 64)의 약어. 닌텐도가 1996년 출시한 64비트 가정용 게임기. 39 소니가 2000년에 발매한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의 약어.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 콘솔이다. 40 1인칭 슈팅 게임(First-Person Shooter, FPS). 게임 내 캐릭터의 시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1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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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전자상가였다가 에로게가 조금씩 치고 올라오면서. 프리–아키바 컬쳐. 일본 00년대, 제로년대라고 하면 또 그게 있잖아요. 에로게 부흥. 갑자기 치고 올라와서. 에로게 부흥은 대체 왜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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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에서 총기를 다루는 전쟁 게임류가 주를 이룬다. 실시간 전략 게임(Real Time Strategy, RTS). 보드게임을 컴퓨터로 구현한 턴제 전략 게임과 달리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에 널리 알려진 블리자드의 게임 「스타크래프트」 (1998)도 RTS 장르에 속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2004~)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MMORPG 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워크래프트 Warcraft』 시리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MMORPG이며,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억 명이 넘는 유저가 참여해 왔다. GP32(Game Park 32bit). 2001년 게임파크에서 개발한 한국 최초의 휴대용 게임기이다. 기기 성능은 좋았지만 서드파티 및 홍보 부족으로 게임기로 성공하진 못했다. NEC PC-98의 준말. PC-9800 시리즈라고도 하며, 일본 전기(NEC)가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 고유 기종이다. 45 토쿠마쇼텐이 1982년부터 1994년까지 발간한 PC게임 잡지. 46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만화가. 애니메이션-게임 팬 층에게 두루 사랑받는다는 점에서 1992년 잡지 『테크노포리스 テクノポリス』 (1982~1994)의 표지를 맡게 되었다. 47 미소녀 게임(美少女ゲーム). 만화 스타일의 미소녀와의 접촉 및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하는 게임. 주로 연애시뮬레이션. 48 갸루게(ギャルゲー)는 미소녀 게임을 지칭하는 또 다른 표현. 49 아키하바라(秋葉原)의 준말. 아키하바라는 일본 도쿄 도 지요다 구의 아키하바라 역 주변과 소토칸다 일대를 지칭하는 지역 이름이다.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과 함께 전자기기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취급하는 상점이 늘어선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로 발전했으며, 비디오 게임과 애니메이션 붐이 일어난 이후 애니메이션 상점과 취미 상점 등이 대거 밀집한 지역으로도 유명해졌다. (위키) 50 일본의 아동 연쇄살인범. 1980년대 말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쿄·사이타마 연쇄 유아 납치살해사건’의 범인. 그의 집에서 5763개의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되었고, 오타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여하튼 그런 사람들이 거기에 모이고 회사들이 모였죠. 아키바에서 상점들을 돌아보면 아니메
DVD 안 파는 데는 있어도, 중고 에로게는 정말 문자 그대로 어디서나 팔죠.
매지카르테 ナースウィッチ小麦ちゃんマジカル て」(2002) 오프닝? 바로 그 양식의 주인이에요. 자기가 곡 쓰고 노래도 부르고,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아키바에서 혼자 메이드복 입고 공연 뛰고. 아키바에서... 진짜 오타쿠들의
제가 어릴 때 상상한 아키바는 게임 왕국이었는데,
디바예요. 특히, 에로게 오타쿠들의 디바.
갔더니 에로 왕국이더라고요.
프로덕션 단위에서도 「모자이크 웨이브
‘모에’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게 눈깔 괴물들, 코막힌 목소리, 교복... 로리타. 양식 자체야 기존에도 주욱 존재했었지만,
MOSAIC.WAV 」(2003~), 「아이브 사운드 I’ve Sound 」(1998~), 「아베뉴 ave;new」(2003~) 같은 그룹 사운드들은 전부 다 아키바 기반이었어요. 역시나 이들도 출발은 동인 음악이라는 점. 제로년대 전후로 시장이 형성되기
지금 아니메를 통해서 떠올리는 것의 모태는
시작된 것 같아요. 이전의 프로와 동인이 상호
다 에로게 컬쳐에서의 전형이었던 것이니까.
진출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키바계 동인 그라운드
음악에 관해서도... 원래는 흔히 전파계 電波 系라 불렀잖아요. 지금은 아키바 팝이란 이름이
내부에서 그들만의 프로가 따로 생겨나는 거죠. 좀 웃긴 표현이지만. 프로 동인.
더 유명할 텐데, 그게 원래는 에로게 오프닝의 양식이었어요.
프로 동인이 됐다고 할 때는 벌어들이는 돈이나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아키바 숍 자체가 일종의
지지도의 차원에서 그런 건가요?
에로게 쇼케이스였기 때문에 홍보 같은 것도 전부 아키바 길거리라든가 숍 같은 오프라인에서
네. 돈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오죠.
이루어졌거든요. 그 시끄러운 곳에서 주목을
실제로 번 거랑 자기가 그걸로 어떤 인프라를
받으려면 당연히 음악이 필요한데 에로게에서
갖추고 싶어 하는지. 당시는 다들 홈 레코딩하던
쓸만한 타이틀 음악 이래 봤자 오프닝 정도니까
시절인데, 그중에서도 「아베뉴」 같은 경우는 기존의
오프닝을 틀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처음엔 그냥
동인 음악 시장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태도를
발라드나 팝이었는데, 나중엔 그 왜... 신장개업
잡고, ‘우리는 무조건 상업적으로 성공하겠다’ 하는
가게에서 테크노 음악 틀어 주는 것처럼 비트가
포부가 있었어요.
강해지고 템포가 빨라지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
실제로 빠르게 스튜디오를 차렸고요.
거기에 에로게 특유의 꺄꺄거리는 성우 보컬도
그래서 초기엔 에로게 오프닝이나 쓰는 주제에
더해지고요. 이게 말 그대로 전파계, 외국에선
나댄다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아베뉴」 까는 건
뎀파(dempa)라 불리는 양식의 기본이 된 거예요. 여기에 영향을 받은 가수도 많고, 아예 이쪽에서
제로년대 당시엔 니챤네루(2ch)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종의 인터넷 밈이었어요. 지금 와서
난 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뜬금없이 흥하는 경우도
생각해보면 에로게, 혹은 그와 관련된 것을
있었어요. 가령 KOTOKO의 「사쿠란보키스 さくら んぼキッス」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에요. 이 동네
진지하게 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조소 비슷한 게
원조로 치면 모모이 하루코(桃井はるこ)도 있네요.
덕택에 에로게 컬쳐에 음악적으로 공헌한 것으로
모모이 하루코는 그야말로 아키바의 여신, 오타쿠의
「아베뉴」를 뺄 수가 없게 된 점? 프로를 위한 동인을 거쳐 형성된 문화 속에서... 정말로 바닥부터
디바 같은 존재예요. 이미 1997년부터 보컬로 활동했어요. 흔히 지금 들으면 손발 오그라든다는
섞여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웃긴 건 오히려 그
시작해 산업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정면에 내건
콧소리 터지는 오타쿠 음악들 있잖아요. 한국에서
에로게 출신 사운드 그룹이 된 거니까요. 실제로
제일 유명한 건 아마 「너스위치 코무기쨩
꽤 실적도 있고, 음악은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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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타고 타입문 같은 후발 주자도 생겼고요.
오타쿠, 히키코모리, 프리터 문화의 위기, 이런
한국 00년대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키시멘’이라고, 매드51 브금52 유명한 곡 하나 있잖아요? 「트루 마이
거 이야기할 때, 사실 더 문제인 축은 에로게
하트 True My Heart 」. 그게 사실 「너서리 라임 Nursery Rhyme 」(2005) 이라는 에로게의
모르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지금 보면 「NHK에 어서오세요」 주인공 타츠히로는 그냥 미친
오프닝인데, 이게 바로 「아베뉴」의 작품이에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무지 거창해졌는데, 냉정하게
사람이잖아요. 그 시대의 20대를 그리겠다고 그렸는데.
정리하면 다들 무언가 깊은 뜻이 있었다기보단
작가 본인이 실제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에요.
그냥 아류라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포르노 문화를
일종의 자서전. 그런 캐릭터를 통해서 당시
개화시켜보겠다는 것보단 단순히 돈이 되니까 한
아키바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죠.
만들러 뛰쳐들어갔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거죠. 당장에 아키바가 특구 지정이 되었고. 마침 무직이고 버블 끝나서 할 것도 없는데, “게임이나
그런 맥락이 있는 거구나. 네. 나중에 나온 만화책만
만들자!” 해서. 게다가 실제로 드는 개발비나
대충 봐서.
노력에 비해 한 번 대박 나면 돈 벌기 쉽기도 했고. 결국, 그 사람들 입장에선 그나마 가장 리스크가
한국엔 좀 순정만화 같은 느낌으로 소개되었던 것
덜한 걸 만든 거죠. 그게 포르노 게임이에요. 사실
같은데. 실제는...
지금도 그래요. 소프맙53 같은 곳에 올라오는 성인
다큐멘터리죠. 엔딩까지도 퍽 개운하지 못한.
게임은 그나마 양반이죠. 언더에서 돌아가는 것 중에 유명한 허브가 DLsite54같은 곳인데, 여기만 해도 저런 한탕주의? 혹은 용돈 벌이 게임들이 아직도 많이 올라와요.
한국 최초의 동인 음악도 초반엔 일본 동인
지금은 그나마 줄어든 거지, 한창땐 문자 그대로
음악하고 비슷한 시작점을 밟았어요.
개나 소나 만들었어요.
그 사람들이 동급생 시절부터 이미 에로게 미디
그중에서 성공한 애들은 회사 세우고 실패한 애들은
음악 많이 가져왔거든요. 본인들 말에 따르면.
다른 거 하러 가고. 그래서 그렇게 많구나. 게임 진짜 많던데….
PC 통신 시절. 일본에서 직접 가져올 수 있었던 이들이, 본인이
라이트 노벨 「NHK에 어서오세요 NHK にようこ そ!」(2002)를 봐도 남자 주인공 두 명이 가장 먼저
가져온 데이터를 조금씩 제공하는. 그런 게 PC 통신 환경이었다고 말씀들 하셔요. 그 시절에 이미
하자고 덤벼드는 게 에로게 만들기잖아요?
에로게의 전신이 떠다니고 있었고요. 인터넷 개방
그 시절의 아키바 컬처를 정확히 그리고 있는
이후에도, 그 사람들이 가장 먼저 친해진 대상이
작품이에요. 비슷하게 나중에 드라마 「전차남 電 車男」(2005)도 나오고. 잘 보시면 둘 다 일본
바로 에로게 쪽이었다고 하고. 에로게 이야기만
젊은이의 사회에 대한 인식이 보여요. 그냥... 뭔가 잘 안 되면 때려치우고, 오타쿠는 에로게나 만들어서 코미케에 던지면 되겠지 하는. 아니면 프리터 하든가. 크리에이터로서의 에고가 눈곱만큼이라도 남아있는 오타쿠들은 에로게 씬으로 뛰어들고, 나머지는 그냥 프리터하면서 코미케 때 쏟아붓고 살고요. 일본 사회 연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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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졌는데, 사실 PC98이나 MSX, X6800055 같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에로게만 있는 51 매드무비(MADムービー)의 준말. 원작자의 음성, 게임, 그림,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개인이 편집, 합성, 재생산된 미디어를 의미한다. 52 =BGM. 53 소프맙(ソフマップ)은 디지털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티비 게임이나 애니 아이돌 굿즈, 소프트웨어 등을 취급하는 유명 매장이다. 54 에이시스가 설립한 일본 최대 동인 관련
소프트웨어 배급 사이트. 대부분의 동인 게임의 디지털 판매가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음. 55 샤프(Sharp)사에서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 최초 모델이 1987년 발매되었다. 모토로라의 68000 CPU를 탑재했다. NEC의 PC-9801 시리즈와 경쟁했으나 점유율에서 밀렸고 1993년 시리즈 단종.
건 또 아니잖아요? RPG 계열도 이쪽의 훌륭한 주축이죠. 「이스 : 사라진 고대 왕국 이스 Ys
넓고 얕아졌어요. 말 그대로.
I: Ancient Ys Vanished 」(1987)는 오히려 PC–880156로 먼저 나왔고. 이것도 원래 PC판의, 청소년–성인향 게임으로서의 RPG가 어렵다는 불평에 대응하는 게임이었잖아요. 요컨대 아마 일본의 게임 음악 아티스트들과는 다른 제약,
FPS와 RTS, MMORPG 등 다소 하드코어한
메이저리티가 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를 기초로
시작해요. 포터블 앤 캐주얼. 게임이 그렇게 되면,
출발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음악은 당연히 거기에 따라가야죠. 게임 음악
저도 저 부분은 비슷한 의견이에요. 에로게가 가진
단위에서도 본격적으로 캐주얼한 양식을 적용하기
‘동인끼리 뭉쳐서 만들어낸 산업’이라는 분위기에
시작해요. 당시에 시부야 계 음악이 대인기였죠?
몰입한 결과가 그들이 선택한 출발점이라 생각해요.
클럽 뮤직, 스웨디시 팝이나 펑크에 의존한
거기에 말씀드렸듯이 에로게 음악 자체가 프로
양식이건... 뭔가 음악을 맡길 거면 아예 애초에
동인이 낳은 동인에서 시작된 것이라, 당시 『이스
힙한 애들을 데려와서 맡기는 식인 거예요.
Ys 』 시리즈와 같은 게임에 사용된 미디 테크닉과 에로게의 그것이 호환되는 구간도 있었고요. 한국
EA 스포츠 같은 경우는 아예 테크노 전문이었어요. 플레이스테션만 해도 조금만 스트릿 컬처, 젊은 감성이다 싶은 게임엔 빅비트 때려버리고, 브레이크 비트 구겨 넣고, 트랜스 쑤셔 넣고. 「SSX 트리키 SSX Tricky 」(2001) 같은 거 보세요.
초창기 미디 커뮤니티 보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게 기존에 있는 미디 파일을 BPM만 바꾼다든가 음원만 바꾼다든가 드럼을 찍는다던가 하던 이른바 해적 리믹스였는데, 그중 JRPG나
영역의 게임 외에도 스포츠 게임과 캐주얼 게임도 나름의 언어를 정립하고 시장을 천천히 먹어나가기
에로게발 미디가 꽤나 높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죠. 그런 부분에서 지금의 윤상이나
맞아. EA는 늘 그랬죠.
러블리즈 같은 그룹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그래요. 한편, 캐주얼이 그만큼 본래의 대중음악에 다가가는 만큼 원래의 스케일감 충실한 게임들도 나름의 양식을 찾아 나서기 시작해요. 기술의 이번엔 그런 영향을 받고 자랐던 게임음악가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00년대 중후반기를 좀 더 깊게 살펴볼게요. 세계적으로 콘솔 게임이 조금씩 주춤하기 시작하고, PC게임이 급 부상하는 시기죠. 일본에선 일본대로 에로게가 흥하고 있었고, 미국에선 FPS랑 RTS가 주류로 급부상하고. 한국은 그 가운데에서 한국대로
JRPG나 대작 MMORPG 등... 위의 여타 다른 것의 모방에서 출발하는 PC게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발전으로, 드디어 사전적 의미의 MMO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게임이 나오기도 했고요.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004~). 그 전에 「울티마 온라인」(1997~)이나 「에버퀘스트
EverQuest 」(1999~),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Dark Age of Camelot 」(2001~)도 있고, 또 그 게임들이 훨씬 더 멋지게 구현한 부분이 있다고 하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그것에 비하면 별로 매시브(Massive)하진 않잖아요. 사실. 저는 진정한 의미의 ‘매시브–멀티 플레이어(MMO)’
게임 인구가 늘어나고. 게임업계라는 게 엄청
RPG의 시발점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 생각해요. 특별히 게임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넓어졌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플레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게임! 「세컨드 라이프 Second
넓고 얕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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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03~)57 같은 가상 세계 시뮬레이션을
포함해, 게임 그 자체가 오랜 시간 동안 품어온,
정해진 시나리오의 일부가 돼서 그냥 그 가운데의
실제 세계를 대신하는 대체 서사와 대체
조그만 조각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거예요.
공간으로서의 꿈이 처음으로 현실이 되었어요.
내가 주체적으로 만드는 이야기를 바라보는 게
이들이 구사하는 게임의 서사부터가 JRPG랑은 다소 차이가 있었죠. 게네들의 RPG, 정확히
아니라. 이미 일리단이 있고, 리치킹이 있고...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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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G 라는 건 TRPG 를 혼자 플레이하기 위한 매체로 발전해왔잖아요. 일본의 RPG도 본래는 TRPG 기반으로 만들어진 「위저드리 Wizardry 」(1981) 같은 CRPG를 본떠 만들려고 했던 거고. 그 과정에서 유저 친화적으로 변형되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같은 게임이 나와 JRPG가 형성된 것이고요. 영향을 받아서 완전히 다른 걸 만들었죠. 하지만 미국에선 TRPG를 기반으로 하는 맥락이 주욱 이어져 왔어요. 얘들은 RPG의 제작 단계에서 서사에 집중한다고 하면,
스토리가 정해져 있잖아요. 플레이어는 단순히 언젠가 업데이트가 되면 그걸 쓰러트리기만 하면 될 뿐. 요컨대 기존 게임보다 좀 더 단단한 서사 요소가 이미 레디메이드로 깔린 셈이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앞서 나온 게임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이 부분이라 생각해요. 플레이어가 만드는 서사는 어디까지나 ‘비공식’, 서브스트림.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삼국지』 같은 서사에 플레이어가 신규 캐릭터로 들어간다고 하면 아무래도 비공식 같은 기분이 들죠. 팬픽 같은.
플레이어한테 스토리의 흐름을 맞추는 게 아니라 큰 환경을 제공하고 거기서 플레이어가 알아서
『스타워즈』는 EU 인증이라도 찍어주잖아요. ㅎㅎ
놀아야 하는 그런 식이잖아요. 음악도 비슷해요.
사실 우리가 판타지 라이프를 하고 싶다고
전통적으로 TRPG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해도 판타지 라이프 속에서 한 달 동안 약초만
분위기 연출이에요. CRPG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데, 로그라이크 게임60에서도 동굴에 대해
캐면 질리잖아요. 하루하루 그냥 먹고살려고
설명을 하면서 “당신은 지금 동굴로 발을 한
같은 BGM을 까는 게 최초였단 말이에요. 스토리가 아닌 환경을 그리는 BGM으로 시작한 거죠. 「월드
「에버퀘스트」가 그런 거니까. 그냥 계속 반복되는, 랜덤으로 생성되는 퀘스트. 오늘은 접속해서 던전 하나 털고, 내일 접속해서 다른 던전 하나 털고. 이게 한 3년 동안 지속되니까 유저들도 질리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서사를 수행하는
오브 워크래프트」의 음악도 이런 분위기에 한 발
흥분감을 잘 가공해서 흥미 있는 요소로 만들어 낸
담그고 있는 음악이예요.
게임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MMORPG 계열이라고 생각해요.
걸음들입니다.” 하는 식으로 게임 마스터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신하잖아요. 거기에 심심하니까 동굴
거대한 서사적 배경의 구현을 노리려고 했던
별다른 스토리 없이 퀘스트 하나 하고. 사실
게임들은 굉장히 많았어요. 「울티마 온라인」도 울티마 세계의 확장을, 그 사이에 유저가 참여해서
그런 게임을 보면, 특히 블리자드는 다방면으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보자는 그런 방향이었으니까.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막 소설도 내야
근데 여기서 좀 기이한건, 사실 「월드 오브
하고 영화도 내야 하고. 플레이어들이 계속 그
워크래프트」는 그런 게임이 아니잖아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어떻게 봐도 달라요. 거대 서사를 내가 완성해 나가는 게 아니라 수행성이 좀 분열됐죠. 서사를 전작인 『워크래프트』 시리즈부터 쌓아왔으니까. 원본 격인 『워크래프트』 시리즈처럼, 나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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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NEC이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 PC-8801. PC-88 시리즈라고도 한다. 57 린든 랩이 개발한 인터넷 기반의 가상 세계로 2003년에 시작되었다. 장르 또한 가상 세계 시뮬레이션 게임. 58 Computer Role Playing Game의 약어. 컴퓨터 이전의 RPG인 TRPG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각색하며 탄생한 장르. 59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Tabletop role-playing game) 혹은 테이블 토크 롤플레잉 게임(Table-talk roleplaying game). 펜과 종이, 주사위가 필요하므로 펜 앤 페이퍼 롤플레잉
게임(pen-and-paper role-playing game)이라고도 한다. 롤 플레잉 게임 참가자가 대화를 통해 캐릭터의 행동을 설명한다. 일정한 규칙 내에서 플레이어가 즉석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며, 선택에 따라 게임의 방향과 결과가 바뀐다. 60 로그라이크(Roguelike). 초기 던전 탐색 게임인 「로그 Rogue: Exploring the Dungeons of Doom 」(1980)의 특징과 시스템을 모방하여 만든 게임을 총칭하는 말.
서사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일리단이 뭐 어쨌데…” 이런 것들. 그게 오히려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정도예요.
아주 영화 음악은 아니고. 고전 애니메이션 같다는 생각도 자주 했어요. 같은 음악인데 전투만 되면 갑자기 템포가 빨라진다든가. 실제로 뮤지컬 보다가 전투가 나오면
말씀하신 대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뿐 아니라
앞에 있는 악단들이 거기에 맞춰서 연주하죠.
『워크래프트』 시리즈 자체가 그 서사의 요소를 잊지 않게 하고, 각인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게임이잖아요. 그런데, 이제 CRPG의
게임의 규모가 그렇게 큰 상황이니, 말씀하신
배경음에서 출발했다는 맥락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플레이어를 계속 읽고 있다고 하는 생각도 들고.
음악의 전환을 더 연구했을 거 같아요. 게임이
구간이 발생합니다. 바로 이게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나요.
이런 가운데 진짜 문제는 그거죠. 앞서 말한 것도
음악 하나만 들어도 게임 내 구체적 공간에서 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시절에나 놀라웠던 거지,
경험들이 떠오르게 하는 거죠.
이제 게임이 알아서 게임의 서사를 진행하는 건
전에 말씀드렸던 부분 있잖아요? 세계수
당연한 게 되어버렸잖아요? 음악도 대충 어디서
텔드랏실에서 칼림도어로 나아가는 구간, 또다시
어떤 연출로 튀어나올 것인지 다 예상이 되고. 그에
동부 왕국의 스톰윈드에 다다르는 동안 펼쳐지는
따라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해, 기존과
음악의 변화.61 단순히 형식만을 보자면, 분명히
같은 몰입을 기대하지 않게 돼요. 음악 이야기에
오케스트라 동원을 자주 해요. 아니면, 포크 뮤직.
한정하자면, 게임을 하면서 자기가 윈앰프나
전 세계의 민속 음악들을 많이 참조한 티가 나죠.
알송으로 직접 음악을 틀어버리잖아요. 나는 그냥
그런데 일반 CRPG처럼 오로지 환경 음으로 동작하기 위한 수단이냐? 그렇지 않다는 거죠. 이
남의 서사를 대행하기 위한 조작만을 더하는 존재고.
음악들은 각각의 서사를 다소 모호한 형태로나마 설명하기 위해, 각자의 관계에 분명한 낙차가 설계되어 있어요. 일종의 노드(node)죠. 이런 연출은 분명 원래의 레트로 비디오 게임 음악이
PC방에서 발라드 틀어놓고서 「오버워치 Overwatch 」(2014)62 하는 거랑 똑같은 거죠.
참조해온 지점과는 퍽 동떨어져 있어요. 북미
맞아요. 이미 게임이 콘솔 시대의 완성된 ‘시작과
계열 게임의 음악을 설명할 때 액션 뮤직(Action
끝’을 사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온라인 게임은
Music) 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것과도 다르고. 게임 내에 그렇게 많은 플레이어가 있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서사와 플레이어의 싱크는 단연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의 판타지 문화는 일종의 연극이잖아요. TRPG도 그렇고 뮤지컬, 음유시인... 그런 것들에서 오는. 무성 애니메이션에 딸린 오케스트라 세션 같은 거죠.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음악에 스토리를
대체로 이런저런 사이클의 반복으로 되어 있으니까. 영원한 일상에 몰입할 수는 없어요. 몰입은 아무래도 좋고, 내가 하는 행동을 덜 지루하게 해줄 그런 게 필요한 거예요. 반대로 이젠 그것도 익숙해져서 게임 음악에 요구되는 것이 그런 것이 되기도 하고요.
집어넣던 것에 대한 연장선으로 오케스트라를
저는 00년대 초 PC방에서 처음 그런 사람들을 봤을 때, 좀 충격을 받았어요. 콘솔 초기부터 하던
채용했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아요.
게이머였으니까. ‘게임을 왜 하는 거지?’ 하고 스스로 돌아보게 됐어요. 특히 발라드. 한국 가요를
방향성이 좀 다를 수도 있겠네요. 영화 음악에 더 가까운 태도라 생각해요. 그런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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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채널 스피커로 틀어놓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싫었어요. ‘왜 집중을 안 해?’ 이런 느낌?
ㅎㅎ 근데 그 사람들 입장에선 그게 게임에 더 집중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거예요. 아예 BGM이 없던 게임도 있었고요.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Euro Truck Simulator 」(2008)63 같은 거 보면 이 게임은... 해보셨으면 아실 텐데...
다들 「오버워치」 열심히 하는 거 보면서 든 생각인데, 「오버워치」는 플레이하는 방식이 뭔가 제가 생각하는 게임과는 살짝 달라요. 플레이어가 어떤 게임을 할 때, 말 그대로 게임과의 소통이라는 부분에서 플레이하는 것인데. 오버워치 같은 경우는 이게 플레이어한테 떠다 먹여 주는 듯하달까?
영상은 많이 봤어요.
탑 플레이어 플레이 영상 찍어서 보여주고 가장 잘한 사람을 칭찬해 주고. 어떤 지속적인 플레이를
그냥 트럭을 모는 거예요. 게임이라고 하기도
요구하는데, 그 플레이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뭐해요. 이 게임은 BGM이라는 게 없고 그냥 트럭 움직이는 소리밖에 안 나는데 유저가 거기에 FM 라디오 주소를 넣어서 라디오를 틀고 들을 수가
행위가 있지만, 별로 상관이 없는? 「오버워치」에서 행위가 쌍방향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나는 그냥 게임을 하고... 내가 잘하든
있어요. 게임 내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라디오
못하든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게임은 칭찬을
채널을 들어요. 웃긴 게, 게임을 좀 하드하게 하는
해줘요. 리워드를 주고.
사람들은 또, 실제 트럭 운전하시는 분들이 많이
‘이게 게임일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면 약간 띠용? 한 부분이 있죠.
듣는 채널을 들어요. 실제로 그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임 내 사연을 보내서 소개된 해프닝도 있었고요.
요즘 한동안 「오버워치」를 했었는데, 묘한 사라졌다고 생각하곤 해요. 음악도 그런 식으로
거는... 이전에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 」(2009)64 할 때, 그 경쟁의 규칙과
고유의 공간이 사라진 거 같아요. 혹은 현실과
리워드가 분명 너무너무 싫었거든요? 너무
연결되었거나.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를 한없이 가치절하하는
온라인 게임이 현실 경제와 연결되며 게임이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요. 채팅에서 매번 엄청난 지금까진 게임이 단독적으로 기능을 해왔던
욕을 하고. 반면에 오버워치는 그런 유저의
엔터테인먼트지만, 이제 그마저 예상이 가능한...
스트레스를 파악하고, 그 흐름을 타고 이러한
지루한 것의 범주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본래
전략을 취한 것 같은데. 누가 몇 킬 했는지를
PC게임이 치고 들어온 것도 그런 부분이지만, 이젠 그마저도 외부의 다른 내러티브나 그런 것들이...
최대한 안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그런 게 되게
게임이라는 매체에 원래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빈
하면 내가 “킬 금65인데?” 하면서 서로 물어봐요.
공간을 메우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죠.
“너 몇 킬인데?” 하고. 뭔가 온라인에 연결된
인상적이거든요? 채팅에서 누가 “너 똑바로 해.”
아바타뿐 아니라 나라는 개인이라는 영역을 단단한 가상 세계가 있고 내가 거기서 놀고
시스템으로 선을 그어줘요. 일종의 스트레스
나온다는 느낌이 아니라 항상 뭐랑 접속만 되어있는
컨트롤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찌 됐건
느낌인 거죠. 월 단위 결제를 하면 시간을 사는 것
또 게임을 끄면 그건 게임이잖아요. 근데 분명
같지만, 실은 시간을 살 수가 없어요. 온라인이니까요. 그러니까 인터랙션을 하긴 하는데, 인터랙션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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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2004~) 내의 지역 이름들. 62 「오버워치 Overwatch」(2014)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 배급하는 다중 사용자 1인칭 슈팅 게임이다. 63 SCS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트럭을 운전하는 시뮬레이터 게임이다. 64 라이엇 게임즈에서 개발, 서비스하는 온라인 AOS 장르(RTS와 RPG가 합쳐진 장르.)의 다중 사용자 게임. 65 킬(Kill) 금메달. 「오버워치 Overwatch」 (2014)는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의 팀
내 활약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금-은동메달 화면에 표시해준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2009) 같은 게임에선 킬/데스 수치 등이 게임 내 모든 플레이어에게 실시간 공유되어 경쟁을 자극하지만, 「오버워치」는 자신의 정보만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채팅으로 언쟁이 벌어지면, 자신이 몇 개의 메달을 가졌다고 밝히며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플레이어가 종종 생겨난다.
무언가 이상한 감각이에요. 이를테면, 「리그
시도가 올바른 절차에 따라 합당하게 진행이 되면,
오브 레전드」에서는 누가 뭐라고 하면, 답변을
그에 대해 보상 / 결과 / 리워드가 주어지고. 이게
어떻게 하든 대판 싸우게 되는데. 「오버워치」는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인데 어느 순간 그사이의
“이해해줘.” 하면 “그래 게임이니까 즐기자.” 이러거든요?*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요소들의 비중이 굉장히 줄어들어요. 오로지 의뢰와 즉각적인 보상만이 무한히 반복되는 게임.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주겠다는 거죠.
퀘스트와 리워드만 설정하면 알아서 다 끼어든다고
최근에 자주한 이야기인데, 일본에는 1인 시설이 되게 많잖아요. 예를 들어, 1인 가라오케라든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1인 고기 뷔페. 「오버워치」가 이런 거죠. ‘넌 이 안에서 혼자 네가 볼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그것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해서, 일반 가라오케나 야키니꾸. 지금 사회 속에서 피곤을 느끼는 파트라고 하면, 대체로 그거잖아요. ‘다른 사람과 인터랙션 같은 것을 하기가 싫다.’거나, ‘나는 그 많은 정보량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은 전부 다 합해서 몇 명이야? 다 합치면?66 실제로 사용하는 챔프가 몇 안 된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게임에 들어서는 순간, 화면의
이 두 개만 끝없이 반복되는 게임. MMORPG의 스케일 확장이 여기에 가장 큰 공을 했을 거예요.
복잡한 모든 걸 운용하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누르면 막 알아서 싸우면서 달려가요. 그러고
운용하는 법까지 다 알아야만 이 게임에 대해 알고
화장실 다녀오면 돼요. 가상세계 안에서 그 안의
있다고,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심지어
원인과 결과를 보는 것 같지만, 실은 현실의 내가
동료도, 적도 싱글 매칭만 돌리면 판마다 계속
갑자기 그 원인하고 관계됐다가 다시 가상으로
바뀌고. 인터랙션의 허들이 너무 높아져 버린
갔다가 그걸 몇 번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거죠.
거죠. 제 입장에서는, 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중반의 게임을 꼽아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가
그걸 「오버워치」가 캐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개중에선 가장 더 ‘게임’이긴 한데... 허들이
완벽하게 접속하기만 하면 돼.’ ...뭐 이런 거잖아요.
너무 높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스타크래프트」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그래서 디바67 플레이할 때, “수딩 업 Suiting up!”68 하면서 로보트 안에 들어가는 쾌감이랑
국민 게임이 된 거야?
「오버워치」랑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내가
심지어 모바일 게임까지 오면 행위가 아예 없는 게임도 있잖아요. 그냥 오토 플레이 돌리면 내 캐릭터가 알아서 행동하고, 알아서 보상받고. 나는 가끔 켜서 확인만 하고. 이제는 온라인 게임의 퀘스트라는 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때 퀘스트랑은 되게 다르잖아요? 퀘스트랑 퀘스트 사이를 워프까지 하게 만들어 놓으니까요. 어떤 건 자동으로 ‘어디까지 이동’
들어요. ‘너는 다른 거 할 필요 없고 네 아바타에
조종을 잘해서 고릴라 영웅 윈스턴이 얼마나 진짜 고릴라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 게임이란 매체가, 이벤트와 그 결과라는 것에
팀플레이 게임인 척하지만, 사실 내가 할 일은
초점을 맞추고 발전해온 구석도 분명 있잖아요?
어느 팀에 가나 어디서 뭘 하나 똑같은 거죠. 나는
이벤트라는 게 쉽게 말하면, 원인. 아니면
거기에만 충실하면 되는 그냥 오토메이션 컨트롤러
뭔가 과제나 문제. 이런 식으로 주어지면 보통
대행이고.
‘퀘스트(Quest)’라고 하죠. 거기에다가 행위.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이 이상을 볼 필요가 없다고
조작을 통해 원인을 해소하는 행위를 시도하고. 그
한다 해서, 만약에 정말 사람들이 그 이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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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고 게임이 제공해주는 시야만으로 본다면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경험은 이제 거의
이게 장기적으로 어떤 문화가 될지. 결국, 게임
존재하지 않죠. 저는 그게 이상해서... 앞서 말했듯
음악이라든가 저희가 어렸을 때 봐왔던 것들이
‘인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같은 데서 충족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혹은 ‘레트로 게임을 하면 되나?’ 하고 패미컴을 사서 이렇게 저렇게 해 봤는데요. 뭔가 소용이 없어요. 이게 단순히 어떤 게임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흐름이 있어요. 그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좀 궁금하긴 해요. 기대 반, 걱정 반. 전 「오버워치」를 하질 않는데. 아니지, 사실 국민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다 하질 않아요.
「스타크래프트」 시나리오, 싱글 플레이 캠페인만 깨고 말았고, 「리그 오브 레전드」도 「오버워치」도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이거나 게임계의 독특한
처음에 뭔지 궁금하니까 몇 달 돌려보는 정도 외엔
거에요. 거기에서 원래부터 벗어난 무언가는 어차피
하질 않아요. 어느샌가 그렇게 됐어요.
제게 카운트되지 않는 것 같아요. 게임이 실은
저는 둘 다 했었는데 결국은 안 하게 되더라고요.
연결되어 있달까.
흐름이거나, 제가 경험하는 세계 전반의 흐름일
종래 게임의 연장선에 놓인 건 너무 말도 안 되게 복잡해져 버렸고, 그렇다고 「오버워치」 같은 게임이
음악 같은 것도 생각해보면, 「오버워치」는 음악이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개인용 게임은 그 시선이
인트로 때만 잠깐 나오고 말아요. 플레이 중간은 훅
좀 기분이 나쁘죠.
비어 있거든요.
게임이 절 내려다보는 게 약간... 좀 견디기 힘든 게 있어요. 게이머한테는.
무슨 음악이 있었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나네요. ㅎㅎ
나는 이 게임을 하는 동안은 사람이 아니구나하는 그런 느낌?
접속할 때, 플레이어 매칭 기다릴 때, 맵 이동하면서
근데 그게 또 속 편한 구석이 있어요, 마음속에.
배경 설명할 때. 한 30초? 몇 마디 정도 루프를 하고 그 이후엔 빠져버려요. 그때부터는 배경음악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을 해요. ‘스팀에서 다른
없이 본 게임.
인디게임 사면 되는데 「오버워치」가 무슨 죄야?’
FPS 게임에서 효과음은 타격감을 위한 부분도
근데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힘들어요. ‘거기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가 어디 있는지 알게 해 주는
들어가 있던 나는 누군데. 나만 알면 되는 거야?’
도구에요. 그래서 음악에 가려버리면 안 되니까
이런 기분.
최대한 음악을 없애고 총소리가 잠깐, 살짝만 나도 저기에 위치하는 다른 플레이어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맞아요. 실제로 저도 「오버워치」하면 굉장히 재밌게
하는 거죠.
하거든요? 근데 그걸 재밌어하는 나를 보는 게
앞서 말한, 효과음이 음악의 우위에 서는 부분을
좀 힘들더라고. 문자 그대로 게임이 나를 하는 것
극대화한 거예요. 게임 내에서 생존과 저지가
같아요.
최우선인 장르니까.
그런 나 자신에게 좌절감을 느껴요. 내가 왜 이걸 즐기고 있느냐는 것에 대해서. 맞아, 맞아. 게임이 아직은 좀 단순했을 때, 이 안의 세계와 서사에 대해 내 머리를 써서 채우고 이해하고, 정복하는 그런 거. 이제 그런 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겠다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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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오버워치에도 경쟁이 강화된 모드에선 언쟁의 비율이 높아진다. 66 사용자가 고를 수 있는 챔피언(쉽게 말해 캐릭터)의 수는 2016년 11월 4일 현재 기준으로 133명이다. 각 캐릭터는 사용하는 기술뿐 아니라 타 캐릭터와의 상성, 성장 공식이 다르므로 이를 익혀나가는 일에는 상당한 시간이 든다. 각 챔피언의 장 / 단점과 기술을 모른다면 적으로 만날 때 상대의 플레이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직접적으로 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67 디바(D.Va)는 「오버워치 Overwatch」 (2014) 내의 플레이어블 영웅이다. D.Va는 프로게이머(스타크래프트 6)로, 그 실력을 발휘하여 최첨단
로봇(Mech)을 조종해 조국을 수호한다는 설정. 게임 중 궁극기를 실행하면 로봇을 자폭시키고 조종사는 뒤로 탈출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로봇을 호출할 수 있게 되므로, 매 경기가 끝나면 몇 개의 로봇을 호출했는지가 대시보드에 표시된다. 68 디바(D.va)가 로봇(Mech)을 호출, 탑승할 때 나오는 음성.
장르가 다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도 음악을
저런 거 넣자는 것에 가깝고. 그렇지만 게임 내
기억해내려 하면 처음 5분간 아무것도 할 거 없을 때 나오는 부분만 기억이 나요. 게임이 시작되고
세계를 구성하는 효과음 하나하나를 신경 썼다는
레벨 3이 넘어가서부터는 BGM이 기억나지 않죠. 이제 저렇게 되면 ‘행위’는 중요하지 않고, 어떤... 노티스 사운드 / 알람? “다 됐습니다!” 하는 “띠링!” 사운드. 다시 비프음처럼 된 거네요.
「배틀필드 3 Battlefield 3」(2011) 같은 경우도 있어요. 「배틀필드 3」는 DICE의 프로스트바이트 2(Frostbite 2) 게임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엔 ‘HDR 오디오(High Dynamic Range Audio)’라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요. 게임 내에 어떤 오브젝트가 있을 거 아니에요? 게임 내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믹싱해서 보다 폭넓은 다이내믹
퇴화죠. 저희 입장에서 보면 명백한 퇴화예요.
레인지, 볼륨 낙차의 표현을 꾀하려는 기술인데요.
음악도 자꾸 극적인 연출을 할 필요가 없어져요.
사진에서 말하는 HDR과 발상 자체는 같아요. 예를 들어, 탱크가 있다고 해봐요. 그럼 거기에 사운드를
TPRG의 그 맥락은 절대 아닌데, 그런데도 결국엔 다들 그냥 환경 음이 되어버려요. 이제 서사는 전부 오토 텍스트 같은 거죠. 퀘스트 지시문 아무도 읽지도 않고.
부착할 수가 있어요. 양쪽 바퀴에 바퀴에서 나오는 소리를 부착하는 거예요. 바퀴 A, 바퀴 B. 사물이 다 스피커네요?
이게 다 제로년도 들어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그리고 여기서 포탑엔 발사될 때 나는 소리 부착! 그러니까 이 개체가 멀어지면 당연히 소리도
네. 잠깐 전투에 진입할 때만 반짝? 좀 음악다운 게
점점 멀어지고 잔향도 점점 커질 것이고. 그러면서
나오다 말고.
소리 자체의 볼륨은 작아질 테고. 점점 환경 음에
반대로 요즘의 인디게임들은 픽셀 그래픽, 2D, 아니면 고전 VGM같은 음악을 그대로 표방해
가까워지겠죠? 그런데 이게 어느 정도 이상으로
내잖아요? 가끔은 그게 이런 상황에 대한 반발
나머지를 뮤트하거나 볼륨을 낮추는 거예요. 가령
같아요. ‘내가 알던 걸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내가
탱크가 저 멀리 있는데, 제가 그 탱크를 향해서 총을
만들겠다!’ 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야 하나. 문제는
빵! 하고 쏘면 총소리를 훨씬 크게 키우고, 환경
이런 노스탤지어가 배경에 깔려 있으면 대체로
음은 일시적으로 낮추고.
작아지면, 보다 큰 소리에 우선순위를 배정해서
결과물이 썩 멋지지 못하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방법론이 효용을 보이는 건 말 그대로 혼자서
그 전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던 거에요?
만들고 수정할 수 있다는 리소스적 측면에서? 이런 건 게임이 아니다는 외침이랄까. 저도 그쪽의
사물이 스피커가 되는 개념 자체야 오래전부터
노스탤지어를 기반으로 하는 움직임에도 별로 고운
적용된 기술이죠. 근데 이제 그 가운데에서 뭘
시선을 보내고 있지는 않아요. 일단 겉으론 중립을
감추고, 뭘 드러낼 것인가를 게임이 실시간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연산하고, 그 안의 행위를 결정하게 되는 건 아마 이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Call of Duty: Modern Warfare 2 」(2009)는 BGM이 있는데. 한스 짐머가 음악을 했죠. 여기서는 음악이 게임에
시대 들어서?
맞추는 게 아니라 게임을 영화로 가져가기 위한
거랑 들리는 게 다르잖아요? 가까이서 쏘면 파열음
목적으로 음악을 쓴 것 같아요. 영화를 하고
같이 들리는데 저 멀리서 쏘면 그냥 쿵 하는 소리가
싶은데 영화에는 이런 음악 나오니까 우리도
나고. 그런 것들을 따로 합성해요. 멀리 있는 탱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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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간 거는 이게 처음일 거예요. 총 쏘는 사운드도 가까이서 쏘는 거랑 멀리서 쏘는
쏘면 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고. 탱크가 뒤에서
자체는 미리 만들어두고, 라이브러리에서 단순히
오면 사운드가 탱크에 가려져서 소리가 달라지죠.
호출을 해와서 믹싱을 하는 거예요. 어차피 그
그런 거로 홍보를 엄청 했었어요. 유튜브에도
정도로도 사람 귀는 충분히 속일 수 있기 때문에. 말
영상이 되게 많아요. FPS 게임별로 총소리 비교하는 영상. 「배틀필드 3」는 정말 다이내믹이나
그대로 HDR인 거죠. 다양한 공간 내 사건의 결과를 미리 셋업해놓고, 그걸 합성해서 좀 더 폭넓은
공간 표현이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에요. 진짜로.
표현을 유도하는 것.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요. 아. 그럼 완전 실시간 계산을 하고있는 건 아니고,
「서든어택 2 Sudden Attack 2 」(2016)도 홍보할
굉장히 많은 채널을 미리 준비하고 재생하는
때는 미국 가서 실제 총소리 녹음해왔다고 막 그런
느낌인가 보군요.
홍보를 하지 않았나? 그건 사운드가 평범하다고 하던데. 「배틀필드 3」도 실제 가서 녹음했다 뭐 그런 홍보는 봤어요.
그죠. 계산된 결과를 주르륵 등록해놓고, 섞는 비율이나 방법만을 다르게. 단순히 똑같은 소리에 볼륨만 달라지고 리버브 먹인
이제는 완성된 소스 문제가 아닌 거죠. 뭣보다
거랑은 확실히 다른 소리가 나요.
사람들이 원본 소스를 구분할 만큼 똑똑한 귀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똑같은 소리를 볼륨 다르게 들려주는 것보다 총 쏠 때 공이 치는 소리, 폭발음,
사물에 소리 붙이는 거 신기하네요. 소리를 3D로 공간화 하는구나.
잔향음 등등 따로 구해서 상황에 맞춰 합성하는 게 훨씬 더 리얼하게 들려요.
아무래도 대대로 『배틀필드』 시리즈의 게임 컨셉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진짜로 전쟁놀이를
예를 들면, 이게 총알이 멀어진다고 단순히 볼륨이
하는 거였으니까요. 특히나 그래픽에 있어선
작아지는 게 아닌 거죠?
예나 지금이나 하이엔드를 추구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굉장히 하거든요. 근데 이제 그것만으로
아예 귀로 들어오는 최종 파형이 달라지는 거예요.
부족하니까, 사운드 쪽에도 신경을 쓰기
사실은 이것도 좀 속임인데 (노트에 그리며) 여기
시작한 거죠.
총구가 있어요. 한 발을 쐈어요. 여기서 일차로
재밌는 건 『배틀필드』가 이렇게 극한으로
터지는 소리가 다를 것이고, 이렇게 탄환이 공중을
리얼리즘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더 게임 같은
가르며 나아갈 때 나는 소리, 그다음에 저 멀리서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다는 거예요.
다시 반사되어서 생기는 소리, 잔향. 이것들이 환경이나 사건에 따라 다 다르겠죠? 그냥 이런
왜요?
각각의 소리를 라이브러리에 등록해놓으면 돼요. 이제 그걸 환경이나 사건에 맞게 재생할 소리를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세상. 여기서 잔향음 혹은
엔진이 구분해서 믹싱을 하는 거죠. 여기에 있을
그래픽... 이런 건 굉장히 현실적인데 플레이어
때는 이 소리랑 이 소리를 믹스! 좀 더 총에 가까이
캐릭터나 다른 캐릭터가 하는 행동 자체는 여전히
있을 때는 이 소리. 이 정도 있을 땐 이 소리를
게임인 거에요. FPS 게임에서 키보드의 F 누르면 보통 탑승물에 탑승하잖아요. 근데 아무런 딜레이도
실시간으로, 에뮬레이션으로 수행하면 CPU가 견디질 못해요. 당장 DAW69에서 음악 작업 할 때도
없이? 일초 만에? 탑승해요. 굉장히 현실 같은
이런 실시간으로 연산하는 이펙터들, 좀 품질 좋은
그냥 휙 사라지고 갑자기 탱크가 그냥 혼자
몇 퍼센트… 하는 식. 이런 복잡한 공간 연산을
거 많이 걸면 골머리 썩거든요. 그래서 이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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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에 현실 같은 그래픽인데 사람이 걸어가다가 69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igital audio workstation). 줄여서 DAW.
너무 현실적인 그래픽 비주얼이라... 자꾸 현실을
UNDERTALE 」(2015)73 인데 「노 맨즈 스카이」의 사운드 라이브러링 방식의 원형을 생각해 볼 때, 아이디어 자체는 「언더테일」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작, 이걸 계산에 의한
대입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게 더 잘 보이죠.
패턴화에 성공하고 그러한 설계도만 있다면 앞으로
움직이고. 이런 게 갑자기 부각되어 보이는 거예요. 차라리 완전히 열화되어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사물에 대한 이치를 생각하잖아요. 근데 이건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가짓수에 대응시킬 수 사운드 공간이 더 리얼하고 시각 공간이
있다는 게 실제로 증명되는 걸 보니까 신기하긴
뭔가 덜한...
하더라고요. AI가 짱짱이네 싶던.
그래픽이 여기까지 극한으로 현실이 되니까, 게임 티가 훨씬 더 나는 거예요. 그니까 약간 「트리 오브 세이비어 Tree of Savior 」(2015~)70 같이 되는 거야, 게임이. 이게 절대로 그런 게임이 아닌데.
중간에 이야기가 너무 샜네요. 다시 PC게임이 약진하던 00년대로 돌아가서, 그럼 한국의 게임 음악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했느냐? 한 번 더
그러고 보니 최근에 게임 사운드 관련해서
정리하자면 한국이 게임으로 뭔가 두각을 드러내기
인상적이었던 게, 「노 맨즈 스카이 No Man’s Sky 」(2016)71 발매 전에 개발단계에서 나왔던
전, 이미 초기 콘솔의 제약이 만든 게임 음악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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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그 의미가 퍽 퇴색되었죠. 이제 그 상황에 좀
홍보성 기사였어요. 절차적 콘텐츠 생성 을
더 어울리기 위한 환경 음의 단계. 그런데 한국은
이용한 게임 디자인이니, 실존하지 않고 개발자의
사실 수입 국가 잖아요? 게임에 대해서는 특히나
예측에서도 벗어난 환경과 생물이 쏟아질 텐데, 그
그렇고요. 다양한 결과를 인터넷으로, 정렬이 안 된
생물의 울음소리가 사실적으로 드러나게 하려다
채로 받아들인 것이죠.
보니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내용. 이것도 참… 애초에 절차적 생성이 그런데...
그것도 약간 딜레이 있게. 한 2년 정도 살짝 늦게. 인풋을 종합적으로 짬뽕하면서 줄타기를
제한된 우연성을 즐기는 것이기도 하고, 제한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가령 「마비노기
우연성을 완벽히 통제하는 뻔함이기도 한 점이
Mabinogi 」(2004~)74의 경우, 음악은 완전히 JRPG거든요? 근데 표방하는 게임은 사실 「에버퀘스트」나 「울티마 온라인」 같은 판타지 라이프류 게임이죠. 자기가 보고 자란 걸 그냥 만드는 거죠.
사운드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그것과 더불어, 사실상 게임 사운드에 대한 분석이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총집편인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말씀하신 부분에서 「노 맨즈 스카이」가
생각해보면 전혀 다르지만 「세컨드 라이프」 같은
시행한 방법이 뭐냐면, 다양한 생물 사운드 시드를
것에 영향을 받기도 했으려나? 판타지 라이프를
준비한 다음 실제 존재하는 생물의 서식지나
즐기라고 홍보했었으니까? 한국은 특이한 게 「월드
울음소리 특징, 성대 길이나 뭐 그런 것에 따라
오브 워크래프트」가 나오면 그다음을 해도 되는데.
AI가 원본 사운드를 라이브러링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왜곡해서 랜덤으로 형성, 조합된 하나하나에 부여하는 거든요. 그런데 옛날 RPG 게임을 보면
“우리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들자!” 이런 분위기로 가버리고… 그다음에...
캐릭터가 대사를 치면 뽁뽁거리는 비프음이 나는데
뜬금없이 나오는 건 「그라나도 에스파다 Granado Espada 」(2006~)고... 그렇단 말이에요.
이것들 높낮이를 조절해서 캐릭터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연출하는 기법이 있어요. 최근에 이런 기법을 복각한 것 중 가장 유명한 게 「언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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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타게임은 뭔가 달라요. 여태껏 들은
90년대가 재밌는 게… 물질적 제약이 있고 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몰랐던 것 같아요. 결국,
제약이나 금전적 제약에서 뭔가 발생할 때는
결과물인 음악도 그렇고요. 「스타크래프트」 음악은
직관적이잖아요. 근데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의외로 다들 잘 기억을 하더라고? 그렇지만
나온 게임의 영향에서 시작했으니까 초기에 좀
그 게임에 적용된 음악 단위의 서사를 기억하는
특이한 분위기를 가지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게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런 걸 노리고 깐 음악이
아니라 항상 “이런 느낌의…”, “뭐 뭐 풍의”...
아니기도 하지만.
게임 컬쳐를 한국 사회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한국은 게임사 책도 딱 한 권. 『한국 게임의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역사』(2013). 허술한 연표가 부록으로 달린.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게임 개발자에 대한 인식이
그마저도 감지덕지고.
낮고,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하면 현실에 불만족해 게임을 통해 도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죠.
라이브러리에 대한 정리, 아카이브. 이런 걸 잘해야
미디어가 그렇게 그리기도 하고요.
하는데.
근데 난 그런 거치곤 당시에 되게 편하게 게임하고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게임 음악이라는
살았는데. 오히려 저 때 너무 질리도록 해서 지금은
것이 게임의 추억을 환기하는 인덱스로 작동한다고
게임 잘 안 하게 됐어.
말하곤 해요. 근데 「스타크래프트」 음악을 떠올리면, 곧장 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아침마당」의 ‘임요한 굴욕 사건’ 떠오르는군요. 프로게이머 데려다가 “게임 중독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런 소리 하고. 야구 선수한테 야구 중독 있냐고 물어보지 않을 거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할 만도 한 것이, PC방 문화도 IMF 이후에 갑작스레 폭발했고. 저는 PC방 생길 때 중3이었는데요. 당시 경기도는 중3 때 입시가 있었어요. 고등학교를 시험 봐서 갔어요. 근데 친구들이 입시 전날에도 PC방을 가자고 연락이 오고. 제정신이 아니었달까. 당시 한국 문화가 청소년기 일탈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제한을 했잖아요. 아케이드 게임이 불법 게임 같은 거였고. 이런 거 하지 말라 저런 거 하지 마라. 근데 PC방은 흥했단 말이에요. 아직도 기억나. 청보법75.
요컨대 한국은 주변국의 영향을 퍼센트 단위로, 개개인이 짬뽕하면서 받아들인 거잖아요? 한국은 상대적으로 게임 음악, 또는 VGM이라는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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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는 게 아니라 PC방에 간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거예요. ‘어라?’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던 게 아닐까. 그 순간부터 이미 기초적 차원의 2.5D 같은 느낌이에요. 애초에 IMF랑 붙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70 imc 게임즈에서 개발, 넥슨이 유통하는 MMORPG. 오픈 전 「라그나로크 온라인 Ragnarok Online」(2002)의 후속작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다른 게임성, 특히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버그와 막장 운영으로 인해 저평가 받았다. 71 인디 제작사 헬로 스튜디오가 개발한 액션-어드벤처 서바이벌 비디오 게임. 자신의 우주 탐사선을 이끌고 행성을 발견하거나 다양한 생물 종을 수집하는 게임.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을 통해 1은하에 해당하는 맵을 로딩 없이 자유롭게 탐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2016년 8월 발매하였음. 72 절차적 콘텐츠 생성(Procedural Contents Generation, PCG)은 배경을 이루는 환경에서부터 인물, 스토리 등을 알고리즘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CPU와 CPU가 실시간으로 계산해 환경 등을 조성하므로 디스크의 용량을 절약하고, 개발자의 노동 시간이(제작비가) 크게 절약된다. 73 인디 게임 개발자 토비 폭스(Toby Fox)가 개발하고 배급한 RPG 게임. 플레이어가 분쟁을 피하기 위해 괴물과 대화하거나 협상하며, 엔딩까지 아무도 죽이지 않고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점 등 기존 RPG의 관습에 질문을 던지는 점에서 비평적 성과는 물론 큰 인기를 끌었다.
74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다. 캐치 프레이즈&선전 문구는 “높은 자유도의 2세대 온라인 게임”. 줄여서 대부분 ‘마비’라고 부른다. 2002년 KAMEX에서 처음 공개된 뒤 2003년에 베타 오픈을 했다. (위키) 75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폭력 · 학대 등 청소년 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1997. 3. 7, 법률 제5297호). 청소년 보호를 빙자해 목적이 불분명한 검열을 하거나 검열의 판단을 행정기관이 내리는 점에서 한국의 문화 / 예술계에 큰 반발을 샀다. 법안에 대해 심의 기준이 모호하고 죄형법정주의 5대 원칙 중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통과되었다.
저도 그 부분엔 동의해요. 「스타크래프트」는
완전히 정글. 그런 식이죠. 그런데도 군데군데 76
PC방 뿐만이 아니라 eSports도 있죠. 테란 인트로 음악 4초 들으면 왠지 커멘드 센터77랑 SCV78 네 마리 있어야 할 거 같고, “자, 경기 시작됐습니다.” 이래야 할 거 같고. 당시 시점에 한국이 큰 규모로 그런 경험을 하니까, 게임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한국의 소비자층이 단순히 PC방 이전의 작은 층일 때는 대체로 균질했을 텐데. 엄청 늘어났는데 그게 뭔지 알기 어렵고. 두 가지 루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스페셜포스 Special Force 」(2004) 나 「서든어택 Sudden Attack」 (2005) 처럼 적극적으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가 되려고 했던 것. 그게 아니면, 오타쿠 여러분들이 원래 보고 자란 것들을
「비트매니아」 워너비들이 끼어들고, 또 그 참조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그 사람들도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왜냐하면, 이쪽은 아무래도 평소에 잡고 있던 음악으로 게임을 만드는데 저 사람들은 이미 게임화되어있는 음악을 게임 내로 꼽으니까 손실이 없는 거죠. 「EZ2DJ 」의 초기 방향을 게임이라는 환경에 최적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그렇게 한 걸 듣고 자란 사람들이 가져온 모양이 된 거예요. 아무래도 갖다 박으면 더 빠르니까. 「마비노기」,
「요구르팅」 이런 것도 다 의도 자체를 점검하면 별 차이 없었을 거예요. 잘 알고 있는 것, 또는 그렇게 생각하는 걸 갖다 박는 게 훨씬 빠르니까. 저희는 우리의 포지션이 이 중간에 있다고 봐요.
구현하고자 애쓴 결과. 「마비노기」, 「요구르팅
Yogurting 」(2005~). 「테일즈 위버 Talesweaver 」(2003~)79도. 이것들은 어떻게든 본래의 게임, 본래 의미대로의 게임을 찾으려 했던 쪽? 그런데 사실 ‘본래 의미의 게임’ 이래 봐야 결국 JRPG 워너비죠. 맞아요. 워너비. 생각해보면 제가 커리어를 시작한 한국 음악 게임에서도... 참여 음악가나 비주얼 스탭이 전부 다 코나미의 『비트매니아 Beatmania 』 시리즈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고요. 「EZ2DJ 」(1999), 「펌프 잇 업 Pump It Up 」(1999), 「디제이맥스 DJMAX 」(2004), 「오투잼 O2Jam 」(2005).
여기서 엔터테인먼트라고 말씀하시는 게
‘대중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요? 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게임 음악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레거시보단 환경이나 경험과 연결된 것을 자꾸 꺼내게 돼요. 그러다 보니 갈팡질팡 하는 거죠. PC방에서 핑클을 들으면서 게임을 한 사람들인데, 온라인 게임 BGM 넘버로 핑클의 음악을 꼽을 순 없잖아요. 게임이라는 범위 안에선 계속 어릴 때 해왔던 JRPG의 레거시를 유용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그런데 그 중간 부분을 어떻게 잘 욱여넣은 사람들이 있어요. 반은 가요, 반은 게임 음악. 애초에 한국은 게임 음악 인력풀이 좁아서, 이 사람이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고. 그런 식으로
「댄스 댄스 레볼루션 Dance Dance Revolution 」 (1998)이 잠시간 한국에서 거의 사회 현상이었죠.
되는 부분도 많을 거예요. 게임 음악 작곡가 집단 「사운드템프 SoundTeMP」(1992~)80 가 유명하죠. 다들 아무래도 『이스』 시리즈를 좋아하고, 그랬던 분들이어서 전반적인 감성
「EZ2DJ 」 자체는 의외로, 초기에는 『비트매니아』랑 제법 동떨어진 스타일이었어요. 「EZ2DJ 」는 게임
자체는 JRPG의 그것에 좀 더 가깝기는
업계에서 좀 더 음악다운 음악을 하고 싶었던
했어요. 「라그나로크 온라인 Ragnarok Online 」(2002)81이야말로 이쪽의 금자탑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거잖아요. 근데 아마 그 반대에 해당하는 커리어가
스타일도 서로 굉장히 다르고. 좀 더 R&B, 팝, 블랙 뮤직에 가깝거나, 테크노로 넘어가면 갑자기
전혀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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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렇네요. 「라그나로크
네. 맞아요. 이런 흐름을 요즘 와서 극단적으로
온라인」은 유일하게 JRPG와 한국식 RPG와 온라인게임과의... 한국이 짧은 기간 추구한 모든
밀어붙인 후에, 적당히 예쁘게 포장한 말이
방향의 성공 점이네요.
것을 전부 다 디지털 그리드에 놓고 디지털
바로 ‘퓨처(Future)’82 일 텐데. 과거의 시퀀서와 이펙터로 재해석한 것들이죠.
기적 같은 일이죠. 원래대로면 「라그나로크
베이퍼웨이브(Vaporwave) / 퓨쳐 펑크(Future
온라인」도 「트리 오브 세이비어」처럼 나오는
Funk) 같은 것도 직수입하다시피 하면서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문제는 그래 봤자 똥은 똥, 찌꺼기는 찌꺼기라는 것. 저
게 정상이었을 거에요. 그런 게임을 만들자고 하면요.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던 게, 당시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이전에 제작한 「악튜러스 Arcturus 」(2000)의 엔진 덕도 좀 있었겠고요. 「악튜러스」는, 사실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망한 게임이잖아요. 안에 버그 엄청 많고. 기술적으로도 “한국이 이런 걸 만들었어요!” 외엔 아무런 진보가 없고. 그런 거죠, 결국 다.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게임, 또 그 사람들이 추억하는 소위 ‘진짜 게임’. 둘 사이 어딘가를
포함해서 제 또래들은 남이 싸놓은 거 먹는 꼴을
계속 오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노선에 계속해서
저는 「사운드템프」 세대 바로 밑입니다. 저도
좀 더 달라붙는 그런 식. 저희는 그걸 실시간으로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랑 「테일즈 위버」의 BGM을 듣고 컸어요. 이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이거랑 비슷한 음악을 더 찾고 싶었는데. 근데 아까 설명한 것처럼 이거는 한국에서 탄생한 혼종들이라, 한국 외에는 정확히 일치하는 대상이 없어요. 그래도
보고 자란 사람들이고요. 재밌는 게, 당장 저한테 한국 게임 음악 떠올려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라그나로크 온라인」, 「테일즈위버」,
「메이플스토리 MapleStory 」(2003~), 「마비노기」, 「라테일 LaTale 」(2006~). 이런 게임들이거든요? 근데 이거 다 JRPG의 영향을 받은 쪽이잖아요.
면할 수가 없는 거죠.
wigen 님 음악은 방향이 약간 더 에로게 같고 달콤하던데. wigen 님의 방향은 한국에 계보가 있는지 궁금해요. 아, 전 제 위치에 대해서 거의 확신해요.
그나마 비슷한 음악이 어디서 나왔나 보니까 에로게인거죠. 그래서 그쪽으로 올라가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YMO인 거고. 그런 식이에요. 저는 같은 과정을 리듬 게임의 데이터베이스를
아. 그렇네요. 아무래도 90년대 경험이 크구나.
JRPG의 찌꺼기를 어떻게든 실력 좋게, 예쁘게 버무려낸 한국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게 바로 저희죠. 주변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보면 꼭 그래요. 게임이랑 조금이라도 연계가 있는 애들을 보면, 다들 진입 루트가 리듬 게임 아니면 유사 JRPG 온라인 게임. 저희도 리듬 게임으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으니까. 기준점이 될 만한 산업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까 디지털 쪼가리를 먹고 또 디지털을 내는 거죠. 그게 지금 여러분의 방향을 잡는 어떤 감각이네요. 나는 이 정도의 영역에 걸쳐있는 사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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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반복한 사례예요. 나아가서 RPG, 슈팅게임 단위에서도 같은 대조 작업을 해보고. 아무것도 76 테란(Terran)은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1998)의 게임 내 종족 중 하나이다. 77 커맨드 센터(Command Center)는 테란(Terran) 종족을 선택하면 최초로 주어지는 기본 건물이다. 78 테란(Terran)의 건설용 도구. 일종의 일꾼이다. 게임 내 계급은 이등병. 79 전민희의 소설 「룬의 아이들」을 바탕으로 넥슨과 소프트맥스가 공동 개발한
MMORPG. 80 「사운드템프 SoundTeMP」(1992~)는 PC용 사운드나 미디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하이텔 미디 동호회 ‘샘틀가락’에서 활동하던 권구희, 곽동일, 이석진 등이 만든 프로젝트 음악팀이다. 한국 PC게임 태동기에 발맞춰 게임 음악을 시도한 팀으로 유명하다. 「포 리프」, 「라그나로크 온라인」, 『포트리스』 시리즈, 「테일즈 위버」, 「코룸 온라인」, 「팡야」, 「요구르팅」, 「그라나도 에스파다」, 「라테일」, 「DJMAX 온라인」, 「트리 오브
세이비어」 등. 유명 한국 온라인 게임의 음악을 다수 담당했다. 81 이명진의 원작 만화 「라그나로크 Ragnarok 」를 기반으로 그라비티에서 만든 MMORPG. 「사운드템프 (SoundTeMP)」(1992~)가 음악을 담당했다. 82 이전엔 다소 고요하고(Chill) 공간감이 있는, 또는 Trance 장르의 영향을 받아 에픽(Epic)한 분위기의 악곡을 설명하던 용어. 2010년대 이후 앰비언트 음악에 베이퍼웨이브의 흐름이 더해지며,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들이 성장기에 경험한 90년대 장르나 테크닉을 곡 안에서 믹스하고, 당시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 패턴으로 정리하는 경향을 이르는 말로 확장. 최근 유행하는 Future
Bass, Future Garage, Future House, Future Funk 등 다양한 장르가 ‘Future’라는 단어를 접두어로 사용하고 있다.
없으니 이게 대체 뭔가 싶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전체 안에서 나를 규정해주는... 나의 위치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동인 음악 1세대, 2세대. 이분들이 한동안 자기 과거를 별로 언급하려
규정해주는 사운드는 정말 없어져 버린 것 같아요.
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요
“넌 이만한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는. 속 편한 제약이 다시 나타나 줄 리는 없고.
오리지날리티가 없다고 생각하나 봐. 단순히 어필할 플랫폼이 부족했던 걸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 각자의 간극이 너무 큰 거예요. 그마저도 웃긴 게, 해외의 다른
일본에서 영향받았다고? 물론 한국에서 동인
음악가보다도 한국의 앞선 세대에게서 더 심한
문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동인 문화에 대한 이미지를
차이를 느껴요. 아주 다른 두 세대가 나란히 같은
바꾸려는 노력이 부족하기도 했죠.
시간을 살고 있으니... 그사이가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시야를 갖게 된 거예요.
‘동인’을 되게 껄끄러워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지금와서 왜 그런 걸 느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기도 해요. 이미 엄청 지나온 것 같은데 말이죠. 지금 와서 부끄러워하는 게 더 부끄러운 건데. 뭔가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자신을 현실 세계의 제약에 짜 맞춰오던 경험과 아무런 제약이 없는 데서 모든 제약을 스스로 설정하며 살아온 사람은 서로 너무 다른 거죠. 제 작업에 어떤 제약을 상정할 때, 개별 트랙을 기회비용으로 환전해서 돈값을 따지는 짓을 흉내 이상으로 잘할 수 있겠어요? 또는 그것들이 놓이는 위치의 역사적 갈등을 체감하는 일은? 저는 그런
생각해보면, JRPG로 돌아가자고 할 방법이 없다고
제약에서 완전히 해방된 구간에서 음악을 만들고
생각하거든요. 잃어버린 공간이 될 거로 생각해요.
있고 제가 재현할 수 있는 제약은 오로지 기술적인 부분, 기계가 결정하는 부분이 되는 거죠. 아마 일본 게임 음악가들의 인터뷰를 더 재밌게 읽는 것도 이런 탓일 거예요.
지금의 게임 음악이라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같은 이유인지는 몰라도, 제 주변 또래나 다음
왠지 크게 중요하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대 친구들이 게임 BGM 외주를 받으면 곡을 잘 못 써요.
이상하게도. 효과음의 자리로 다시 돌아갔거나, 뭔가 좀... 음악 자체가 아니라 바깥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어떤 의미에서?
모바일 게임 중 어떤 건 게임 내에 공간이라는 게
그니까 게임에서 어떤 식의 ‘공간’을 설정해야
없는 수준까지 가잖아요. 아무래도 요즘엔 모바일
한다는 오더가 내려오면 그걸 설정을 못 해요.
게임 작업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굉장히 자주 보이는 실수.
클라이언트를 받아서 살펴봐도 ‘이걸 대체 어떻게 작업을 하라는 거야?’... 감이 바로 오질 않아요.
게임 BGM 같은 걸 쓸 때, 예를 들어서 카페 BGM을 써달라고 하면 이전 세대 사람들은 되게
특히 더 심한 건, 개중에 소셜 가챠 게임들83.
잘 써요. 오히려 너무 식상할 정도로 잘 쓰죠. 게임
사운드에 한해서 설명하면, 내가 원하는 성우의
내의 공간을 경험하면서 컸고. 그런데 지금 우리
목소리를 얻기 위해서 과금을 하는 수준까지도 쉽게
바로 다음 세대한테 카페 BGM을 써달라고 하면 ‘그냥 음악’이 나와요.
가버려요. ‘저 성우의 목소리가 녹음된 캐릭터를 갖고 싶다.’... 사운드가 이렇게 단순한 리워드로 추락해버리는 거죠. 사운드를 돈 주고 사는 거죠.
가령, 옛날 게임에서 카페 BGM을 만든다고 하면 원본 음악을 제약에 맞춰 반사된 것이 게임 공간에서 울리고, 거기에서 또 내가 취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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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러내고 그런 거였죠. 제일 유명한 「월드 오브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이 게임을 하는 데
워크래프트」의 주점 음악처럼. 사실 거기에서
필요한 「마비노기」의 배경지식은... 그 네타를
필요한 건 실제 카페나 주점에서 울리는 ‘음악’
이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죠.
그 자체가 아니잖아요? 그 공간을 설명하기를 요구받고 있는 거고. 전 세대는 그렇게 한 번 반사된
지적재산권의 시대죠. 세계의 스킨만을 계속
거라도 동시대에 먹으면서 컸으니까, 비슷하게라도
반복하는. 부동산 놀이. 「마비노기」 세계가 듀얼이
흉내를 내는데 저희 또래는 그걸 구현하려고 애를
되든 뭐가 되든 간에 그걸 계속 반복하겠다. 시각적
쓰던가, 포기하고 아무 음악 갖다 박고 우기던가 둘
자료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거 아닐까요.
중 하나죠. 저희는 애매하게 중간에 걸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ㅎㅎ 가짜 공간이 사라져 가...
저희가 90년대 영향받은 윗세대와 그 영향이 없는 다음 세대에 사이에 있으니까. 이 양쪽 범주에 대해 나름 균질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는
그나마 그 가짜 공간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는 건
생각도 해요. 반대로 말하면, 이전 세대에 합류할
FPS, 전쟁터 한복판이고. 아니면 「마인크래프트 Minecraft」(2011) 계열. FPS는 1인칭 시점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잘 어울리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평소에 음악이 없는 환경이 많으니까.
길은 이미 끊어졌고 그렇다고 제 또래에서 조금
환경음만으로도 충분히 게임 세계가 형성될 수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84 스타들.
있는?
주변에 있는 Zekk, Aire 이런 사람들. 음악 자체로 파편화되어 있는 친구들.
FPS는 아무것도 없어도 몰입할 수 있어요. 왜냐면 나니까. 전 가끔 헤드셋 안 끼고 해요.
게임 음악, VGM이 일종의 게임에 대한 메타게임이라고 했잖아요? 저는 이들이 하는
넘어간 다음 세대와도 다소 거리가 있고. 다음 세대라고 말하면? 그게 누구예요?
음악이 바로 그것을 극단화한, 종착점이라고 내 시야니까.
생각해요.
「오버워치」 지옥을 괜히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방식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죠. 계급체계를 만들어버리잖아요. 레벨 6 까지 내가 얼마만큼 돈을 벌었느냐에 따라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영어 듣기평가가 BGM으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모든 것이 게임이 됐거나 혹은 게임이 아니게 됐거나. 그렇죠.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라고 하나. DAW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결정되는 모든 이벤트는 사실 숫자고, 결국 양극단을 동시에 차지하고 있는 꼴. 이런 디지털 싸움을 뭐라고 특정하기가 어려워요.
이제는 그냥 eSports죠. 「마비노기 듀얼 Mabinogi Duel 」(2015)의 음악도 재밌게 들었는데, 사실 이 게임에서 이미 「마비노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화면은 카드 게임인데, 음악은 정작 온게임넷 하이라이트나 매칭 대기 음악 같아요. 거진 ‘엔터테인먼트’에 몰빵을 한쪽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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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해봤자 의미도 없어. 바로 바뀌니까... 나는 아무 제약이 없다고 생각한 채로 음악을 83 확률형 아이템(일명 ‘가챠’ 혹은 ‘뽑기’)을 게임의 주요소로 삼는 모바일 게임 혹은 소셜 게임. 84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온라인 음악 유통 플랫폼이다. 사진에는 플리커,
영상에는 유튜브와 비메오가 있다면 음악에는 이 사운드클라우드가 있다고 묘사되곤 한다. (위키)
만들지만, 사실 그런 명문화된, 규약화된 의대를 찾지 못하면 이건 다 그냥 바람 불면 날아가는 게
얼마 전에 도쿄 게임쇼 2016에 나온 「킹덤하츠 3」 영상 봤어요? 그냥 사운드클라우드 켠 줄 알았어요.
되어버려요. 나라는 사람이 역사적으로 기억할 수
충격받았어요. ‘어? 그냥 게임 트레일러 안에
있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고
넣어버리는구나….’ 그냥 게임 안에 인터넷
생각하거든요. 제가 한동안 하드코어 테크노
음악을 휙 넣어버리면, 보기가 좋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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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 을 했었잖아요. 게임이라는 공간이 안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될지 좀
되면... 이렇게 비어있는, 널려있는 공간들이 있을
궁금하기도 해요.
거란 말이에요. 그런 공간에 찾아 들어가서라도,
그거는 또 그런 시도잖아요. 이제 어디에도,
거기에서 뭐라도 좀... 요구되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가상이건 현실이건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리미트 게임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걸 받아들였으니까. 디지털 레거시만을 그대로 공간화시키겠다는 시도.
제약을 하나 걸고 싶은 거군요. 네. 바람 불면 날아가는 증기 말고, 보다 단단한 형태, 고체는 못 되어도 액화를 시키고 싶었어요. 진짜로. 고작 90년대 초반생인 저나 wigen만 해도 이런데, 아마 더 뒤로 가서 90년대 후반생,
00년대 초반생의 경우엔 이 환경 자체를 체화하며 커온 사람들이고. 이쪽은 애초에 그 데이터 증기의 한가운데서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저도 괜히 영향받아서… 어느 날 케이팝 아이돌
VR 같은 개념이죠, 어느 정도는. 모르겠어요. 뭐가 성공할지는. 어느 쪽도... 이렇게 옮겨가는 것도, 저렇게 옮겨가는 것도.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지금은 계산을 시도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나마 제가 확신하고 있는 건, 어떤 방식으로 가든지 게임 음악 이야기에 있어서 저희가 획득한 시야와 그에 대응하는 노하우라는 게 조만간 준 로스트 테크놀러지가 될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걸 정리하려고 발악을 하는 거고.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제가 한창 했던 이야기
영상을 반복해서 보다가. 이들 중 누가 하드코어를
있잖아요. 우리 위에 놓인 것들이 끊어야 했을 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구체적인 지점을
한 번 정확히 끊어졌고, 그게 제법 나름의 정리가
갑자기 잡아버려야 한다고. 빈 걸 잡아서 그때부터
되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난장판이 되진 않았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상상?
거라는 한탄.
근데 저희가 그런 걸 하기에는 너무 힘이
JRPG에 대한 성찰 없이 그냥 인간적 성장과 엮여 버린 것 같아요.
없더라고요. 당장 데이터를 액화시킬 물리적 공간마저 없어요. 멀어져 버린 간격을 좁히는 게 진짜로 힘든 일이
뭐가 끊어지긴커녕, 아직도 살아서 옆으로는 계속
돼버렸고.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어렵죠.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요.
또 이런 흐름? 역사를 다 개인이 갖고 있잖아요,
「라그나로크 모바일 Ragnarok Mobile」(2016).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왜 나왔겠어요. 2016년에 뜬금없이.
지금. 당장 일본 게임 음악 이야기하는 데는
4시간이 걸리는데, 한국은 문자 그대로 길어야 1시간이면 다 정리가 되어버리고. 뭐가 정리된 게 없으니까. 업계 인이 아니면 진위를 알 수 없는 우와사도 엄청 많아요. 근데 그에 대한 대응마저도 결국은 다시 개인이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
85 하드코어 테크노 및 하드 댄스 서브 레이블 ‘하이퍼메스 레코딩즈 (HYPERMESS Recordings)’. RMHN이 2011년에 설립, 국내 최초 하드코어 테크노 및 하드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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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이다. 2015년 12월 12일 이름을 ‘ppp’로 변경하고 활동 방향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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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는 당장 그다음 날 업데이트 내용을 받아들여서 플레이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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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업데이트를 분석해서 나오는 잡지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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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승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1
엔씨소프트 제작. 가상의 중세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MMORPG).
대학 시절에 게임 관련해서 쓴 소논문이 출판된 적이 있었습니다. 「리니지 2 Lineage 2 」(2003~)1에 관한 것이었는데, 책으로 출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죠. 그 뒤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제2회 게임 비평상 공모에 응모했습니다. 거기서 게임 평론가로 등단하고 나니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정진해서 글을 써야 할 것 같았어요. 직업의식이 생겼다랄까. 글을 쓰려고 하면 자료조사가 제일 우선시 되니까요. 자료조사를 위해 한국잡지박물관,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서관에도 가보게 됐습니다. 게임에 대한 자료라고 하는 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 외에 텍스트 자료는 당시로선 논문 정도가 다였어요. 하지만 그 논문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원문에서 가져온 거니까요. 그래서 게임 잡지를 찾으러 한국잡지박물관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가보았던 것인데 관련 자료가 너무 미흡했어요.
글 궁금하네요. 그게 00년대 후반쯤 되겠죠. 게임과 관련한 국내 자료가 너무 정리가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글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 차원에서 게임잡지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꼭 추억 차원에서 모으신 것은 아니었군요. 물론 그런 욕구는 항상 있었죠. 제가 군대 간 사이에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책 중 일부를 어머니가 버리셔서, 언젠가는 그 책들을 다시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욕구는 항상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자료조사가 시동을 걸어준 셈이죠. 모아두면 자료로서 수집가치도 있고. 앞으로 내가 글 쓰고 활동하는데 있어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00년대 초 한국엔 게임 비평 관련한 인식이 적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비평상 공모는 2008년이 처음이고. 그때는 거의 없었죠. 격월간 잡지 『게임 비평』(2000~2003) 같은 시도가 있긴 있었어요. 보통은 번역을 하거나, 게임잡지사 출신 기자나 영화 비평가 일부가 게임에 대한 비평도 함께 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계속 게임을 해온 덕분에 일반인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관련한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데 나름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었죠. 국문학과에 가서 글 쓰는 것에 대한 기교와 인문학적 소양을 익히고 나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문화를 글로 풀어서 썼어요. 게임에 대한 경험을 말로는 표현하기 쉬워도 막상 글로써 표현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만은 아니었는데, 공부하다 보니 ‘아, 이건 이걸로 설명할 수 있겠구나.’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런 것을 쭉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억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기억이라는 게 항상 정확한 건 아니거든요. 근 20년간 게임을 해왔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파편적인 기억이 과연 정확한가…. 그래서 게임 관련서적과 수집한 잡지를 통해 확인한 거죠. 필요한 책을 한 권 두 권 사서 모으고 그걸 정리하는 과정에서, 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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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글에 대한 내용이나 그때 있었던 사건을 확인하고 글을 써요. 그렇게 해서 그 뒤에 몇 번 게임에 관련한 글을 썼어요. 게임에 관한 수집은 보통 두 가지 부류가 있는데요. 하나는 콘솔이나 게임팩을 수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같이 책이나 이미지, 텍스트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죠. 즐길 수 있는 게임기와 팩을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릴 때 즐겼던 그 콘솔 게임들이, ‘게임보이’ 같은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대부분 다 일본 게임기잖아요. 일본은 오래된 게임기와 타이틀도 민트한 상태로 보존하고 있고, 당시에도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어요. 한국은 제가 수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관련한 것 수집, 관리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죠. 한국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게임 잡지와 몇 안 되는 한국에서 자체개발한 게임밖에는 없었는데, 그것들에 대한 관리조차 미흡한 상황이었죠. 콘솔이나 게임팩을 수집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일본 것인 상황에서 ‘내가 일본 것을 수집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한국은... 유명한 애니 「로보트 태권 브이」(1976)를 예로 들면... 원작을 복원해 다시 극장에서 재상영하고자 자료를 찾았을 때 감독조차도 원본 필름을 안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만큼 국내 문화계 분야 전반에 있어 자료 보존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지 않아요. 게임도 마찬가지로 세월이 지나 애니메이션처럼 자료의 손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순간이 오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잡지박물관에도 자료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는 걸 직접 확인하곤 지금이라도 누군가 정리해놓지 않으면 이 자료가 소실 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실, 개발자도 과거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실린 당시의 잡지를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죠. 일전에, 10년 전 출시된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다시 컨버전하는데, 관련해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이야기나 장면을 잡지에서 찾아 사진을 찍어 글에 첨부해서 보여줬는데 “어? 어떻게 아직 이걸 가지고 계세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죠. “아, 내가 이때 이랬었지.” 하면서. 그런데 막상 이런 자료는 본인들이 안 가지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 수집하실 때 목표로 삼았던 범위가 있었을 텐데요. 처음부터 이걸 전부 모을 예정이었는지, 아니면 과정에서 변화된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범위를 어느 정도 정해야 수집이 되니까요. 컴퓨터에 관련된 자료는 잡지 『컴퓨터학습』(1983~1990)이라든지 예전에도 관련한 PC 잡지는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까지 포함하면 수집 범위가 너무 넓어질뿐더러, 그 시절에 실제로 제가 경험한 게 내용으로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수집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80년대에 개인용 컴퓨터에 대해 탐독하고 하지는 않았죠. 물론 저도 80년대와 90년대 경계에 걸쳐있는 사람이에요. 80년대에 대한 추억도 조금 있긴 해요. 그렇지만 수집을 할 때는 한국에서 출판된 게임 전문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잡지 『게임월드』(1990~1997) 같은 경우엔
90년부터 나왔지만, 그 이전에는 게임만을 다룬 전문 게임 지가 없었죠. 예전에는 잡지 『마이컴』(1990~1998, 『컴퓨터학습』에서 제호를 변경) 같은 경우 『게임컴』이라고 해서 일종의 부록으로 PC게임 공략지가 나왔었어요. 게임이 컴퓨터에 관련된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따라서 부록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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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되던 시대죠. 그 시절을 지나서 1990년 8월 『게임월드』가 창간되었어요. 한국 최초로 게임만을 전문으로 다룬 잡지가 출시된 거죠. 그래서 거기에 의미를 두기로 했어요. 『게임월드』를 시작으로 90년도 이후에 나온 게임 전문지를 수집하기 시작했죠. 원래는 콘솔 게임 잡지 수집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엔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PC게임, 온라인 게임 잡지까지 수집 범위를 점차 확장했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잡지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기억에 어렴풋이나마 남아 있던 것을 더해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죠. 어린 시절 기억에 있던 것과 필요 때문에 찾았던 것, 주변 사람과 “이런 게 있었지 않나?” 하면서 조사한 것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범위를 확인해보니, 90년 8월에서 시작되어 00년대 초를 지나면서 거의 끝이 나더라고요. 막상 모으다 보니까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책은 보통 한 권씩 찾게 되는 것이 아닌데요. 처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간 확보 차원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책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면 차를 가지고 가서 한 번에 다 사 오기도 하고, 제가 필요한 단 한 권의 책을 사기 위해 몇 박스를 사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헌책방보다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테면 누가 “나는 택배거래는 안 합니다.” 하면 군말 않고 주소 물은 다음에, 옆 동네 산다고 이야기라도 하고 당장 올라가요. 그렇게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다반사였죠. 지금 이 책은 대부분 이전에 한 번씩은 샀던 책이에요. 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큼이나 책 읽는 걸 좋아했거든요. 게임 속 서사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Final Fantasy』 시리즈, 『드래곤 퀘스트 Dragon Quest 』 시리즈 등을 게임 플레이로도 즐겼지만….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레벨을 높이고 게임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보다, 잡지 공략을 읽으면 빠른 기간 안에 많은 게임을 경험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오는 웬만한 잡지는 다 사서 읽는 습관이 있었죠. 특히 어린 시절엔 집이 그렇게까지 부유하지 않아서 모든 게임을 살 수 없었어요. 게임 팩을 하나 사려고 하면
3~6만 원 한다면, 책 한 권은 2~5천 원이면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엔 책을 사서 공략을 읽는 것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했었던 거죠. 지금도 비슷해요.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잖아요. 저는 지금 그러거든요. 나오는 게임이 너무 많잖아요. 시간은 늘 쫓기고. 텍스트로 그런 경험을 했던 세대라서 그에 대한 추억이 많고. 확실히 많이 안다고 느끼죠. 온라인에서 뭔가 검색을 하는 것도 뭘 알아야 검색을 해요. 예를 들어 『겜통』(1992~1993)이라는 잡지가 있었다는 걸 알아야 검색을 하고 찾을 수 있으니까요. 수집할 때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았나요? 제가 수집할 당시만 해도 책의 가격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았어요. 지금 한 권에 3~4만 원 하는 책이 그 시절에는 1,500~3,000원만 줘도 살 수 있었죠. 예전에는 게임잡지를 그냥 정리하는 사람, 버리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수집을 시작하던 초기엔 게임 잡지의 가치가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부산에는 보수동이라고 큰 헌책방 골목이 있어요. 거기에 가면 다른 잡지는 다 취급하지만 지금도 게임 잡지는 취급하지 않아요.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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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년대 초반에 게임 잡지의 역할이 웹진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가속되면서, 더는 잡지를 사보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헌책방에서조차 게임잡지는 찬밥신세가 되었던 거죠. 웹진의 공략을 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니까 돈을 들여 책을 사본다는 개념이 없어진 거예요. 요즘엔 『게임월드』 창간호 같은 희귀본은 한 권에 5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상태 좋은 것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죠. 수집가의 영향으로 현재는 게임잡지 수집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다 있을 것 같아도, 꽤 누락된 게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00년대 초반에 집 근처에 C3라는 대형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어요. 거의 도서관 같은 곳이었는데, 온갖 예술영화 비디오도 있었고. 비디오를 안 빌리는 날에도 그냥 가서 구경했어요. 이런 게 있구나 하고. 또 그 전에는 초등학생 때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했거든요. 비디오가 정말 많으니 다 보지는 않고 늘 케이스를 봤어요. 뒤에 있는 홍보 문구나 이미지?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억나는 이름이 많아요. 검색창에 쳐보면 어떤 건 나오는데, 어떤 건 전혀 안 나와요. 영화 이름도 한국 들어올 때 바뀌잖아요. 원제를 몰라요. 그러면 링크가 끊긴 거예요. 한국 이름은 검색하면 안 나오고, 원제는 모르죠.
수집 과정을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어릴 적 기억에 비해 더 눈에 들어오거나 예전보다 흥미가 덜 한 것이 있던가요? 제 경우에는 다시 보니 뜻밖에 공략 부분을 전혀 읽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아까 보여 주실 때도... ‘이렇게 글자가 많은 걸 왜 읽나?’ 하는 부분이 공략이고, 당시에는 과대광고니까 관심이 없었던 광고 페이지에 되레 눈이 갔어요. 세게 말하는 게 흥미롭고, 실제론 그 광고에 딱히 틀린 말은 없는 게 신기했고. 다시 책을 수집해서 보다 보면 그 시절 광고가 공략보다 더 임팩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한참 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 개인이 잡지에서 정보를 나누고 수집하는 페이지가 있어요. 저는 그런 것이 너무 재밌게 보이는 거예요. 그것 자체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게임 공략도 물론 재미는 있지만, 그 시절 해외에서 있었던 일이라든지 그런 건 지금 와서는 잡지가 아니면 확인할 길이 없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콘솔 게임 대회에 대한 글과 사진을 인제 와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잡지 속에는 그 시절 사진과 한국 초대 게임 왕인 어린 학생의 사진이 마치 오늘 일인 것처럼 온전히 기록되어있어요. 그래서 제 블로그에 포스팅할 때에도 이렇게 적었어요. “지금 이 아이는 과연 커서 뭘 하고 있을까?” 수집한 잡지를 보는 재미는 거기에 있죠. 그 시절에 그런 게 있었다고 하는. 특히 콘솔 게임은 차치하더라도 온라인 게임에 관련된 건 더 재밌죠. 온라인 게임은 엔딩을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당시 게임 유저나 기자가 하나의 게임을 담당해서 그 안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즐기고 기록했죠. 그러니까,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연재하는 잡지가 많았어요. 아까 보신
『PC파워진』(1995~2005)도 그렇고, 자매지 『넷파워』(1999~2006)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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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특화된 잡지였어요. 그런 잡지를 보게 되면 온라인 게임 속에서 기자, 유저가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요. 지금 읽어보면 너무 말도 안 되는 것도 많지만, 근데 그걸 읽어보는 게 재밌는 거예요. 기억나시는 게 있나요?
2 Player Killing 혹은 PK. 온라인 게임에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캐릭터를 살해, 공격하는 행위.
「리니지」(1998~) 같은 경우, 에피소드 중에 그런 게 있죠. 보이지 않는 망토를 쓰고 초보 유저가 가는 던전 앞에서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다가 누가 오면 죽이는 거예요. 플레이어 킬링(Player Killing)2이라고 하죠. 근데 그런 상황이 너무 많이 벌어지니까, 게임 안에서 이슈가 된 거에요. 거기만 가면 이상하게 죽는다고요. 보이지도 않으니까. 너무 강한 유저가 공격하니까 한방에 척살돼버리죠. 그래서 나중에는 팀을 짜서 그 사람을 잡으러 가는 거예요. 그럼 이제 그게 하나의 모험이고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그 자체로. 물론, 잡지를 통해 소개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독자와 그러한 사실이 공유되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에 본인이 기자라는 걸 밝히고 플레이하는 거예요? 밝히고 참여하죠. 직접 밝히고, 심지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채팅으로 알려주세요.”라고 하기도 합니다. ㅎㅎ 뭔가 「VJ 특공대」(2000~) 같네요. 「리니지」 초창기에는 이런 일도 있었죠. 플레이어 중에 ‘NPC가 과연 죽을까? NPC를 죽일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한 사람이 있어요. 요즘은 NPC를 못 죽이게 설정되어 있어요. 근데 그때는 엔씨 소프트에서 NPC의 에너지를 설정해 놓은 거예요. 그래서 그 플레이어가 NPC를 일주일인가 한 달인가를 계속 때려서 죽였어요. 그게 이슈가 돼서 잡지에 실렸죠. 그 뒤로는 NPC를 못 죽이게 설정이 바뀌었고 그 플레이어는 계정 정지당하기도 했죠. 「리니지」 최고 레벨 유저를 찾아갔더니 피자가게 아저씨더라는 이야기도 실렸던 기억이 있네요. 군주를 찾아갔더니 피자가게 아저씨더라. “어떻게 최고레벨이 되셨어요?”라고 하니, “가게를 보면서 매일 게임을 하다 보니 고 레벨이 되었다.”고 답을 하더라는... 이런 식의 에피소드나 인터뷰가 잡지 속에 다 있는 거예요. 그런 걸 읽는 재미가 있죠. 잡지가 없으면 그 역사는 확인할 길이 없어요.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 종료되고 나면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요. 잡지가 공간 역할을 했죠. 그래도 어찌 보면 지금도 인벤3이나 그런 웹진 게시판은 있잖아요?
3 인벤(inven). 2004년 11월 11일 오픈한 한국의 게임 전문 웹진이자 커뮤니티.
그죠. 근데 인벤이 언제 생겼어요? 하기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2004~)가 2005년에 국내에서 서비스될 때 되어서 떴죠. 잡지에 기재되어있는 것들은 기자가 객관성을 가지고 쓴 글이고 게시판의 글은 주관적인 게 많이 들어가 있죠. 개인이 기록하니까요. 그래서 기록으로서의 의미, 자료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텍스트는 잡지라고 생각해요. 특히 국내 온라인 게임에 관련된 건 해외에도 자세한 자료가 없다고 알고 있어요. 아, 그런가요?
「리니지 2」 같은 경우 해외에서 있었던 일과 한국 유저가 경험한 것은 달라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기록은 한국 잡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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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는 없어요. 제가 어린 시절에 즐기건 거의 다 콘솔 게임이었지만, 글을 쓰고 있는 건 말씀드린 대로 온라인 게임 분야입니다. 글쓰기 시작할 당시엔 대체로 게임의 스토리 텔링을 다루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죠. 이미 일부는 출판되기도 했지만, 제가 처음 쓰려고 계획했던 건 「리니지 2」의 스토리 텔링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토리텔링의 비교분석이었어요. 「리니지 2」 4 「리니지 2 Lineage 2」의 서버 중 하나인 바츠(Bartz)에서 약 4년간(2004년 6월~ 2008년 3월) 일어난 인터넷 전쟁. ‘드래곤나이츠(Dragon Knights) 혈맹’의 높은 세금과 사냥터 통제에 모든 서버의 이용자가 연합한 전선(이하 바츠연합군)이 맞서는 구도로 전개되었다. 이 전쟁에는 연인원 20만 명 정도의 유저가 참여했다.
같은 경우에는 ‘바츠 해방전쟁(Bartz Liberation War)’4이라는 사건을 분석했어요. 온라인에서 그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은 보통... 그 사건이 유저가 자발적으로... 게임 안에서 놀다 보니까 발생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분석에서는 게임 안에서 그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미 게임 기획단계에서 조성되어 있었어요. 그것을 제 글을 통해 밝혔어요. 「리니지 2」 안에서 일반인 플레이어와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길드가 치열하게 대결을 벌인 것이 바츠 해방전쟁이에요. 사실, 이러한 길드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을 만든 기획자라든가, 게임 회사 자체에서 시스템적으로 그들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착취에 가까울 만큼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한다든지 어디서든 만나면 죽일 수 있게 한다든지. 일종의 운영권을 조금씩 주면서 분쟁의 여지를 제공한 거죠. 그게 점점 가혹해지기 시작하니까 사건이 벌어진 거죠. 그걸 「리니지 2」의 게임 스토리와 연관해 분석하는 글을 적었었어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해보셨으니까 알겠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적으로 자발적이거나 스토리에서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게임 안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르게 분명히 제한된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유저들은 보통 그걸 인식하지 못해요. 대부분 자기가 자발적으로 했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희열을 느끼게 되면서 한때 온라인 게임이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었죠. 보통 ‘바츠 해방전쟁’을 이야기할 때 흔히 가지는 관점과 대치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보통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은 온라인 게임은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요. 플레이하는 유저가 자발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온라인 게임의 주를 차지하는 것이지 전체 스토리는 큰 영향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벌어졌던 일과 게임의 기획 단계에서 나온 스토리를 나중에 비교, 대조해보면 결국 비슷한 형식으로 귀결돼요. 특정한 목적을 가진 퀘스트의 비중 등을 조정하는 것이 보이죠. 말씀드렸듯 당시에 「리니지 2」를 가지고 분석을 했잖아요. 퀘스트를 나누고 분류하는 작업을 했어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가지고도 동일한 작업을 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이게 관련 자료가 없는 거예요. 당시, 『PC파워진』 같은 잡지에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떻게 플레이했는가에 대한 자료가 담겨있어요. 플레이어가 모여있는 단체 사진도 실려있고, 업데이트 시엔 회사에서 어떠한 기획의도로 했다는 인터뷰 기사도 거기 다 있어요. 그 인터뷰를 읽어보면 실제론 유저들에 의해 6개월이나 1년 뒤에 일어날 일이 벌써 이야기되고 있는 듯 보여요. 기획에서 그렇게 하고자 했다는 것. 하지만 그걸 유저가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의도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죠. 수행성이 있죠. 수행성의 의미가 레트로 콘솔의 JRPG와는 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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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 조건적으로 잘 디자인된 게임의 경우에만 가능해요. 일정 수 이상의 플레이어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뭔가가 갖춰져 있어야 돼요. 복합적인 것이 맞아 들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상황이 연출되면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거든요. 확률적인 차원이 분명히 존재해요. 한국의 경우엔 「리니지
2」와 같은 『리니지』 시리즈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 외국 게임 같은 경우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유사한 상황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종합해서 하나의 공식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MMORPG 속에서의 스토리 텔링. 유저가 자발적이라고 느끼는, 그러나 어느 정도 의도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공식을 하나 만들어보자고.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한 에피소드 연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당시 반응은 이랬어요. 이건 기자의 플레이 경험에 대한 기록이지 내 경험이 아니고, 공략으로서의 가치도 없다고요. 콘솔 게임과 다르게요. 그래서 PC게임 잡지는 더 빨리 없어져 버렸어요. 콘솔 게임 잡지보다 더 빨리요? 유저에게 더 빨리 버림받았어요. 왜냐면 콘솔 게임 잡지는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그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게 되면 또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요. 근데 온라인 게임은… 엔딩이 없기 때문에 말하자면 스토리 공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도 많고 하니까요. 그걸 가지고 있다가 다시 보는 것에 아무런 가치를 못 느낀 거죠. 그래서 버리는 거예요. 수집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 잡지는 더 싼 가격에 손쉽게 입수했어요. 제가 한창 수집하던 시기에 온라인 게임 잡지는 벌써 몰락해버린 상황이었거든요. … 디지털 졸업앨범의 슬픔 . 그게 몇 년쯤인가요? 2003년? 그때쯤 벌써 몰락이 시작해서 2003~2006년 그 사이에. 그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나오고 그 후에 갑자기? 아이러니하게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성공하면서 한국 온라인 게임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영향이 큽니다. 많은 유저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면서 눈이 높아지는 거예요,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보다 대폭 높아졌죠. 그 영향으로 당시 양산형으로 찍어냈던 온라인 게임이 거의 다 몰락했어요. 대작조차도 말이죠. 블리자드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후속으로 계획하던 프로젝트 「타이탄」을 엎은 것도 어떻게 보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획기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작품이라는 판단이 서버렸기 때문일지 몰라요.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었기 때문에. MMORPG라는 한 공간의 종말을…. 와우는 지금도 이어지고 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있잖아요. 얼마 전에도 군단5 발표되고. Warcraft)」의 6번째 확장팩. 한국 기준으로 2016년 9월 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혹시 온라인 웹진 관련해서 아카이빙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나요? 이전에 플레이포럼 망한다6는 소리 나올 때, 자료 백업 말 많았잖아요. 다시 돌아왔지만요. 저는 공략 올리던 사람은 아니니 그런가 보다 했던 것 같은데요. 나중에 깨달았어요. 인제 와서 작업하면서 게임 콘솔 관련한 것, 소프트웨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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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의 게임 웹진이자 포탈 사이트. 2012년 12월 31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했다가, 2013년 8월 재오픈했다.
각종 연도를 손으로 써보니까 생각보다 게임이라는 게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그 기록이 사라지면 어떤 시기가 통째로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국내 게임의 경우에는 콘솔 게임 웹진이라고 하면 루리웹도 있고,
eSports 같은 경우엔 포모스라고 있어요. 나머지 웹진을 다 통틀어도 대항이 안 될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인벤도 있죠. 게임이 다양해지면서 너무 많은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그 데이터를 어떻게 취사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있어요. 실질적으로 현재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이것도... 언젠가 소실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므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소실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속해서. 글이라는 게 나중에 가서 지울 수도 있고... 수정 권한도 있으니까. 끝나지 않는 공동의 문서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 수정 될 수도 있는거고 나중에 와서 답글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어느 시점에 이것을 끊어 나갈 수 있을지 개념이 잘 안 서요. 온라인 생활에 들어와서 우리가 어떻게 단락을 마련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감을 못 잡은 것 같아요. 혹은 이것 자체도 하나의 온라인 게임 같아요. 잡지를 기준으로 보면 웹진은 수많은 게시판이 있잖아요. 그런데 유저간에 자유게시판에서 떠드는 것도 자료로 볼 수 있을까요? 게임에 대한 연대기 정보라든지 업데이트에 대한 자료는 분명히 정리하면 자료로서 가치를 가질 것 같기는 한데,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까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쉽게 쓰인 글은 아닐까. 예전 잡지가 가지고 있던 개념과는 좀 다르죠. 온라인에서 글이 만들어지고 소모되는 것은 발간되던 글과는 느낌이나 무게가 다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예전 잡지에 아무리 그런 유저의 이야기가 있어도 사실은 잡지가 더 빈틈이 많았을 거 아니에요? 모든 유저의 이야기를 담기엔 제한된 지면이 있고. 이제 게시판이 생겼으니 누락된 부분이 메꿔졌다고 보는 게 맞는데... 무언가 더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요. 시간을 관리하는 느낌이 안 들어요. 잡지가 없으니 손에 잡히지 않아요. 물론 웹진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웹진은 유저가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열어버렸어요. 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었던 유저 입장에서는 뭔가 모호해진 면이 있다고 느껴요. 옛날 잡지에는 유저의 정보 공유 코너가 아주 작은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가장 크죠. 공략의 경우에도, 웹진에서 정확하게 단계를 밟아 공략하기도 하지만... 일부 공략은 유저에 의해서 메꿔지는데 과연 이게 어느 정도의 실력과 완성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거죠. 예전에는 잡지의 글을 쭉 읽어가다 보면 하나의 뚜렷한 방향이 보였는데 이제는 그사이 사이에 유저의 의견이나 글이 들어와요. 나는 이게 좋은데, 저 사람은 저게 좋다는 이야기가 들어오고. 그럼 고민하게 돼요. 과연 이게 맞는가 저게 맞는가. 잡지 시절엔 편집인이 그걸 커트했어요. 이건 이거고,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니 저건 아니라고요. 요즘에는 그 단계가 없는 거예요. 그걸 유저가 직접 해봐야 하는 거죠. 아니면 댓글로 확인할 수밖에 없어요. 더 많은 사람이 이 방법이 맞다고 하면 이게 맞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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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저거는 아니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면 저건 아니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다 보니까 뭔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까지 과정이 조금 힘이 들죠. 한 3~4년 단위로 흐름이 확확 바뀌잖아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내내 콘솔 전쟁하다가. 불법복제로 PC게임 업체들이 우르르 무너지더니 갑자기 거기에서 온라인 게임 시대가 오고. 포터블 기기, 스마트폰 등. 이를테면
PC게임의 90년대는 콘솔과는 사뭇 달랐잖아요. 근데 나중에는 둘의 영역이 섞이게 되고요. 잡지 수집을 하시면서 그러한 시기의 변화가 뚜렷하게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개였어야 됐던 잡지가 하나로 뭉쳐진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렇죠. 콘솔 게임 잡지가 대세인 시절이 있다가 어느 순간 온라인 게임 잡지가 늘어나는 시기가 옵니다. 물론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단계마다 서로 물고 물리는 게 있었어요. 콘솔 게임 잡지에서 PC게임을 다루려고 노력하고 PC게임 잡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콘솔 게임을 어느 정도 다루려 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온라인 게임 잡지의 역할은 웹진이 대신하게 되었고 콘솔 게임 같은 경우는 아직 잡지 『게이머즈』(2000~)가 남아있죠. 콘솔 관련한 것도 이제 루리웹에서 많이 가져가지 않았을까요? 공략이 약합니다. 찾기 쉬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완성도 있는 공략은 찾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잡지는 말 그대로 펼쳐 보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정확한 자료가 있어요. 물론 루리웹에 가면 자료가 있죠. 자료가 있긴 있는데 부분적으로 있어요. 각자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공략하죠. 게임 하나를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그 자료를 일일이 다 찾아 순서를 맞추고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근데 잡지는 잡지 하나로 다 해결되니까. 하나를 사면 체계적으로 아이템부터 엔딩까지의 자료가 딱 정리되어 있으니까. 아무래도 잡지를…. 여전히 공략을 필요로 하는 유저가 있거든요. 콘솔은 아직도
미국이나 일본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모든 게임이 한글화되지 않아요. 아직 한글화가 안 된 경우에는 누군가가 정확히 공략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요. 그게 아직도 일부 잡지가 살아남은 이유가 아닐까요. 이걸 온라인으로 찾아보는 경우에는 비용이 두 배로 들어요. 만약에 콘솔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잡지는 옆에 펼쳐놓고 보면서 할 수 있어요. 근데 온라인을 통해서 자료를 가져온다면, 옆에 모니터를 하나 두고 컴퓨터를 켜고 링크를 클릭해서 스크롤을 내리거나 링크를 타면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죠. 잡지가 아직 유효한 부분이 있어요. 반면, 온라인 같은 경우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 빠른 변화를 따라갈 수 있죠. 한국에서 왜 게임 잡지가 몰락했나 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이거에요. 격주로 나오는 것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 잡지는 나오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런데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가고 나서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거예요. 다음 주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되면... 유저는 당장 그다음 날 업데이트 내용을 받아들여서 플레이해야 하죠. 근데 그 업데이트를 분석해서 나오는 잡지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러니까 웹진이 득세할 수밖에 없어요. 온라인 게임 잡지의 몰락은 온라인 게임의 특성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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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수집하는 일을 개인적 사유에서 시작하셨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관에서 맡아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집하시는 중간에 인벤 인터뷰도 나왔었는데, 박물관 측에서 연락 오거나 한 적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지금 현재 게임 관련해서는 제주도에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있어요. 거기 가면 일부 잡지가 있기도 하고요. 인벤에 인터뷰가 나간 다음에도 별다른 연락이 안 왔어요? 최근 게임메카가 잡지 『게임챔프』(1992~2000) 스캔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잖아요. 분명 수요가 있을 거 같은데. 네. 없었어요. 책에 대해 아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 그런 게 있죠. 그건 게임을 그냥 소비재로 보는 거예요. 그때그때 소비해버리고 마는 거죠. 게임의 지나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잡지라는 게 과연…. 게임이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대중에게 체험하게 하는 측면이 강하니까, 기술이 발전하면 과거를 잘 안 돌아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미래만 보는 느낌. 예를 들면 『파이널 판타지』의 신작이 나온다 그러면 출시 행사를 하잖아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올해 15편이 나오는데요. 그동안 1편부터 잡지에서 공략이 꾸준하게 되었을 거 아니에요? 게임이라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디지털 자료니까요. 일반인이 행사에 왔을 때 물리적으로 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죠. 그쪽에서 생각하기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의 역사성이라든지 전통을 보여주기에는 책이 적합한 거예요. 그래서 『파이널 판타지』를 가지고 행사를 한다며 거기 관련된 잡지를 쭉 다 뽑아서 대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죠. 이런 연락은 가끔 와요. 필요하기는 한데 그 가치를 인정하지는 않는 거죠. 너무 소홀하게 대하니까 수집가 입장에서는 속상해요. 필요할 때만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분실도 있고. 그런 의도로 제가 모으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좀 많이 실망을 하죠. 저는 욕심이 있어요. 잡지 수집을 끝내고 나면, 이것과 내가 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해외 서적, 자료 등을 수집해서 한국 게임사를 정리해보고 싶어요. 나중에 오프라인에 박물관을 만든다고 이야기하셨던 것이 2012년 인벤 인터뷰의 마지막 내용이잖아요? 운영 형태를 어떤 느낌으로 생각하고 계세요? 예를 들면, 도서관이 있고 자료 리스트가 있어서 열람을 신청하면 볼 수 있는 것 인가요 아니면 캐릭터 상품도 있고 와서 좀 놀고 가는?
네. 좀 놀고 가는…. 그런 점도 있지만, 전자도 섞인, 종합적인 걸 생각하고 있어요. 잡지만으로는 약해요. 그래서 그 시절의 게임을 체험도 할 수 있게 체험 존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책을 수집할 때 여분을 더 수집했어요. 열람 가능한 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박물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시용과 열람용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은 주류 문화로 커 나갈 거에요. 지금 어린 세대가 다 경험하고 있으므로. 잡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오프라인에 국가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아서 해 볼까 해요. 당장은 기관에서 필요를 못 느끼고 있지만 필요한 순간이 올 거예요. 게임 회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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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에서 이러한 자료의 필요성에 눈 뜨게 되면, 자기들이 직접 관리를 하고자 하는 때가 아마 올 거예요. 이 많은 책을 수집하려면 이사도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산에 왔어요. 단순히 책의 가격뿐 아니라, 공간이라든가 복합적인 부분을 모두 지속해 오셨다는 것에 정말 놀랐어요. 평범한 아파트인데, 마루랑 방에 가득 정리된 자료를 본 것만으로 저는 거의 시간의 미로에 들어간 기분이었어요. 많은 사람이 바로 이런 집의 마루에 놓인 TV에서 비디오 게임을 했고, 작은 방의
PC에서 PC게임을 했을 거잖아요. 이용승 님 말고도 저나, 수많은 유저가. 풍경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미술가적인 취향이지만, 그건 개인이 수집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그 공간에서 시간이 뚜렷하게 누적되어 있고, 엄청난 레이어가 느껴지고. 저는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있었어요. 의식을 가지고, 목표를 가지고 수집을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온 것 같은데. 기본적인 것은 게임에 대한 애정. 게임이 하나의 주류 문화로서 자리 잡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요. 왜? 나에게 즐거웠던 추억이고 가장 큰 여가활동이었으니까. 여기에 바친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의미를 찾아주고 싶어요. 제 생각에는, 사실 이미 다른 문화와 링크되었고, 주류 문화인데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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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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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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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래의 메모들은 각자 서로 이어지고 증식하는
블리자드! 가상의 세계를 실컷 경험하게 해줘서
것이다. 어떤 것은 언제든 다른 예시로 대체될
고맙습니다. 처음 접속한 날, 넓고 아름다운 지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겐 이들이
위를 횡단하던 나의 트롤 아바타. 점프하면서 걷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한편 나는
것이 좋았다. 중국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 코스프레를
이들 각자가 (그리고 그 연결이) 나 자신이 만든
한 채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다.
폐쇄회로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본 글의
심지어 그들끼리 혈투를 벌였다는 내용의 캡처
목적은 ‘본인이 삶을 포기하려는 이유를 자필로
이미지가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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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한 문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작성일: 2016. 6. 30
다수의 온라인 게임 경험이 현질로 이어지지 도움 주신 분들: 김동희, 김영수, 김정태 , 괄호,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게임이 게임일 뿐이고,
김희천, 돈선필, 박지현, 빈우혁, 이수경, 정시우,
온전히 현실과 분리된 ‘만들어진 세계'로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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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타카스시 , 판상형, 한정우, 황아람
투영할 수 있었다면? 그럼 레트로 콘솔 게임만 하던가닉?
한편에선~
「뮤 온라인 MU Online」 (2001~)5의 세계 속 내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I play to win!) 만약~
아바타를 위해 마우스에 이쑤시개를 꽂아 놓고6 밥을 먹으러 가던 2001년의 새벽은 참 무미건조했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하면서 그렇게 게임에 무관심한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현질의 시간을 지나 많은
(한국) 게임은 과금 제도를 다양하게 개발해왔다. 혹시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근본주의자들의 항의가 성과를 발휘했다면, 오늘의 풍경을 목격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모바일 게임의 과금제도는 그래도 생겨날 무언가였을까? 가상세계의 아이템이 하나의 시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복잡한 현실 경제와 연결되기 시작한 순간 2D는 인터페이스와 경제가 접목된 2.5D의 공간이 되었다. 이에 한국과 중국에선 작가집단 괄호는 생계로 전시 설치/공사 일을 한다. 그들은 철수 시 발생하는 폐자재를 모아 가구를 만들어 전시하기도 하고, 다음 일에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은 상봉동 교역소의 마지막 전시 『헤드론 저장소 Hedron Archive』(교역소, 2016) 속 괄호가 제작한 조명을 찍은 것이다. 조명은 작년 표절 시비로 급히 종료된 한정우 작가의 전시 『누워있는 세계 Somewhere laid down 』(인사미술공간,
2015)에서 ‘폐기된 자재’로 제작되었다. 전시가 조기 종료된 이후, 저널 BLOUIN ARTINFO는 작가 마이크 워맥(Mike Womack)과 인터뷰를 통해 한정우와 마이크 워맥이 주고받은 메일에 대해 짧게 다뤘다.4 (16년 5월 기준) 국내에선 어느 언론도 작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사진: ⓒ교역소
일로 온라인 게임을 돌리는 ‘공장’7이 생겨났다. 내 아바타가 돈을 벌어야 한다니! MMORPG는 그때 이미 죽었다. 모바일 게임은 시작하기도 전에 좀비로 기획되었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으로 다시 돌아가면, 이제 와 영화라도 개봉해 다시 순수한 가상을 선보여 주니 차라리 고맙다는 느낌이다. 내 아바타는 스크린 속에 없지만.
한편에선~
2016년 6월 9일,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War-craft: The Beginning 』이 극장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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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2008년 5월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유명환은,
소위 ‘신(新) 실크로드’의 비전을 위해 한–아랍
클럽의 삐끼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들은 미모의 한국
소사이어티의 창설 취지를 밝히는 글 「아랍에 대한
여성이 지나가면 손목을 잡아채 입장을 강요한다.
편견을 넘어서」를 조선일보 칼럼에 기고했다.
반면 외국인 여성이나, 외국어를 하는 듯 보이는 한국 여성이 지나가면 무시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양에 속한 우리 역시 중동에 대해 얼마간의 '오리엔탈리즘'을 갖고 있다. 이는 근세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무슨 게임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후 우리가 서구의 제도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만약~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중동에 대한 서구의 시각을 내면화하면서 생겨난 현상일 듯하다.”
게이로 알려진 배우 이언 맥켈런이 나오는 판타지 반면 2016년 ‘신(新) 실크로드’ 시대에, 중동 시리아에서 건너온 난민들은 인천공항에 갇혀 반년 8
영화가9 한국의 상영관에서 소비되는 것은 완전히 괜찮지만, 한국의 연예인 지드래곤이 올랜도
이상을 구금당한 채 햄버거로 끼니를 때운다.
희생자를 추모하면10 이는 문제가 된다. 누군가는
한국에게 신(新) 실크로드란 그러니까 ‘국제적 무역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말할 수 있지만, 많은
관계’에 대한 것이고, 이는 ‘우리 문제는 우리가,
사람이 알고 있을 것도 분명하다.
그들의 문제는 그들이 해결할 것이다.’ 같은 의미인가 보다. 교류를 이야기 하면서, 실은 자기 자신에게만
만약~ 만약~
관심이 있는 것일까? 혹시 한국 사회는 그 외부에도, 내부에 관해서도 한편에선~
2013년, 나는 한 사회적 기업이 벌이는 안산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페스티벌에서 비디오 상영을 요청받았다. 상영회는 공장의 내부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언어 전달이 어려울 것으로
관심이 없는 것 아닐까? 맥락이 불분명한 스킨에
‘한국’을 투사하고, 이를 유지하고 소비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의 이름은 코리안 오리엔탈리즘일 것이다. 1
예상하였다. 이에 대사가 없는 두 점의 영상을 제작해 상영회에 도착했는데, 거기에는 참여작가와 해당
‘사회적’ 기업의 직원 몇 명, 그리고 이를 기록하러 온 전문가가 한 명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그 기업은 뭘 하고 있었을까. 그 경험도 내겐 ‘우리 문제는 우리가, 그들의 문제는 그들이 해결할 것이다.’와 같은 것이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그러한 태도의 일부가 된 것 같아 우울한 기분으로 귀가했다. 이후의 항의에선 기업이 매우 작고, 담당 직원이 한 명뿐이라 그렇게 되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만약~ 같은 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거로 유명했던 「잇 유어 김치(Eat Your Kimchi)」의 유튜브에 한국의 여성차별에 대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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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조력 자살도 돕는 스위스의 한 병원 디그니타스에 대한 설명을 인용했다. “디그니타스를 찾는 사람 모두가 안락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이 정해놓은 일정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절차는 우선 일정 가입비와 연회비를 내고 디그니타스 회원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의료 진료 기록과 함께 본인이 삶을 포기하려는 이유를 자필로 정리한 문서를 병원에 제출한다.” (http://
hankookilbo.com/v/5125d19386d f415e8d17f84088c01d26) ‘포스트-인터넷 프리서버’라는 괴이한 단어를 건네줌. ‘디지털 사람’ 관련한 기여. “says that he has “come to worry… why I did that” in the first place. Womack said that he’s “more fascinated than upset” by the whole scenario. “When I think about how ‘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 it becomes easy to chuckle at the strangeness of it all,” he said. “Two identical pieces of sculpture existing on different sides of the planet. I’m reminded of Boris Rosing in Russia, and Philo T Farnsworth in the US, both inventing the television in isolation from one an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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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s.artinfo.com/ artintheair/2015/10/15/southkorean-copyist-wins-award-forborrowed-ideas/) 2003년 한국의 게임 개발사 웹젠이 출시한 온라인 게임 MMORPG. 자동사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자동으로 반복적 행동을 수행하는 ‘오토마우스’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게임 아이템이나 돈을 전문적으로 파는 조직을 '공장' 또는‘작업장'이라고 부른다. 주로 중국 등에서 최고 1,000여 대의 컴퓨터를 갖추고 아이템을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위는 많은 유저들에게 혐오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가상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몰이해로 비치기도 한다. 「인천공항 시리아 난민 잔혹사… 반년 가까이 구금」 (http://
www.newscham.net/workers/ ?p=23026) 9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 『엑스맨 X-MEN 』 시리즈 등등. 10 「지드래곤은 올랜도 희생자를 추모했다가 악플을 받았다.」 (http://www.huffingtonpost.kr/ 2016/06/13/story_n_ 10449340.html)
한편에선~
흘려보내기엔 참 좋았다. 여러 면모가 있지만, 그중 하나를 말하자면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I play to win!) 한편에선~
2016년, 한 전시의 아티스트 토크에서 나온 관객 질문에 대한 뒤늦은 대답.
『굿–즈』는 신생공간 시기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를 매개로 활발하게 실험된 2D–2.5D–3D 순환의 집대성 같은 자리였다. 모니터에서 완성한 공간을 설치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타임라인에 공유하고, 그러한 이미지가 현실 공간을 재차 덮어씌우는 순환. 데이터가 부호화와 복호화를 반복하고, 미술생산자와 관객이 이를 운반하는 동안 현실이
Q 포스트–인터넷 작가로 묶이니 어떤지를 작가님들 모두 한 분씩 대답해주세요.
가상적인 레이어로 작동하게 되었다. 현실은 네트워크 장비를 매입한 박스 같은 것이 된 셈이다. 그러한 순환이 지시하는 여러 가지 면모에서,
A 이 자리가 포스트–인터넷 동호회이거나, 이곳의 미술계가 포스트–인터넷 프리서버 같은 것을 운영하기라도 했던 걸까요? 포스트–인터넷 한(恨)이 생길 것 같습니다. 한편에선~ 행사 『굿–즈 GOODS』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2015)가 종료된 지 벌써 반년이 넘게 지났다.11 당사자들은 조용한 가운데, 누군가는 『굿–즈』에 대해서 아직 이야기하고, 어디선가는 ‘굿–즈 세대’라는 표현을 만들어 뭔가와 구분해내려 하는 것 같다.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이들이 행사가 왜 1회로 끝나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불필요한 바램, 연락과 요청들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굿–즈』의 토크 행사 「Q&A, 굿–즈의 조건들」에서, 돈선필은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신기루입니다.”라는 말로 『굿–즈』가 놓인 토대를 설명했다. 이는 행사가 잠시 결정화한 허상이며, 반복되지 않을 것을 알리는 말이었다. 그는 이후 UE7에서 아예 『굿–즈』의 묘비 피규어까지 팔아치웠다. 최초 UE7에 참여한 목적은 『굿–즈』 당시 일하느라 돈을 전혀 벌지 못한 운영진도 있고 하니, 운영진 중 원하는 이들은 뭔가를 만들어서 팔자는 취지였다. 아쉽게도 부스 『굿–즈』는 그다지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주변에 살만한 것 천지였기에, 참가자들은 이것저것 사버렸고, 누군가는 마이너스가 나기도 했다.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자리는 시끌벅적했다. 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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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를 만드는 운영진이 전략적으로 동의한 부분은(그게 얼마든 간에)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활용이 정말로(유사) 작품의 판매를 끌어낼 것이라는 지점이었다. 2년 계약의 큐브12에 거주하며 미술을 생산하고, 때로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반드시 버려질 무언가를 생산하고야 마는, 소위 ‘축소된’ 미술가들은, 앞서 말한 순환을 통해 좀 더 ‘디지털 사람’의 장점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현실 자원보다 온라인 자원이 풍부하고, 이 둘을 연결하는 통로를 구성할 인터페이스가 있었다. 마치 게임 하듯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방법론이었다. 행사 이후 누군가는 완전히 이러한 인터페이스에 동기화되도록, 더욱 디지털 사람이 되기를 다짐했다. 『소드 아트 온라인 ソードアート・ 13 オンライン』 이 현실화되는 세상이 오면, 주저 없이 뛰어들 거라면서. 두 머리가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는걸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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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의 작성일은 2016년 6월 30일 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큐브라고 불렀던 공간에 젊은 세대들, 즉 70년대 중후반 생부터 그 이후에 대학 진학이라든지, 취업을 위해서라든지 시험을 준비한다든지 하는 이유로 서울에 진입했었던 젊은 세대들이 적체되는 상황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https://gonggong00.wordpress. com/2014/06/17/275/) 13 『소드 아트 온라인 ソードアート・ オンライン』. 일본의 라이트 노벨 작가 카와하라 레키(川原礫) 원작. “2022년 전자기기 업체 개발자들이 ‘너브 기어’라고 하는 가상공간 접속기를 개발한 것으로 세계는 완전한 '버추얼 리얼리티(VR)'를 실현하게 된다. 주인공 ‘키리토’는 너브 기어를
사용한 VR MMORPG 소드 아트 온라인(SAO)의 플레이어로, 베타 테스터에 뽑혀 정규판도 구입하여 게임상에서 만난 클라인과 함께 정규판 SAO의 세계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베타 테스트 때에는 확실히 가능했던 로그아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직후, 게임 시작 지점으로 소환된 약 1만 명의 SAO 플레이어들은 게임 마스터에게 튜토리얼을 듣게 된다. SAO의 게임 디자이너인 카야바 아키히코의 이름을 자칭한 게임 마스터는 SAO의 무대 ‘아인크라드’의 최상층인 100층의 보스를 쓰러뜨려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만이 로그아웃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https://ko.wikipedia.org/wiki/ 소드_아트_온라인)
변화시키는 풍경에는, 좋은 면모만 있는 게 아니다. 2015년 벌어진 ISIS의 파리테러에 관한 기사14에서는, 테러범들이 플레이스테이션 4 네트워크를 활용해 테러를 계획했다는 내용의 오보가 실렸다. 그러한 용도로 사용하는 이가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이 적었으므로, 정정기사가 나오기 전, 이미 다양한 네트워크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 수많은 토론이 오고 갔다.15
자살–살자–殺自–Kil jagi
한편에선~
20대 초반에 자주 가던 PC방이, 26살쯤에는 키스방으로 변했던 일이 기억난다. 어느 날 프린트를 하러 오랜만에 PC방을 찾았다. 나와
(가상의) Anti Social Social Club 신상을 입은 오버워치의 영웅 송하나의 모습.
친구들의 근과거를 연상시키는 남성들이 나를 스쳐지나 시트지가 도배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편에선~
그대로인 겉모습과는 달리, 안쪽은 키스방이 되어 있었다. 당황하여 바로 뒤돌아 나왔다. 이후 학부
“(...) 이러한 물음 앞에 한류는 강렬한 빛을
수업시간에는 키스방을 주제로 작업을 만들겠다고
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류가 우리의
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키스방과 같이 단속이
역동적인 문화적 정체성 즉, ‘지금, 이곳’(현장성)을
어렵다는 변종 성매매 업소가 생겨난 것과 업주가
사는 우리들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서(대중성)
인터넷을 경유해 이러한 ‘공간'들을 매개하는 일이
우리들만의 (주체성) 문화적 양식을 가장 시범적으로
순차적으로 벌어졌다. 단속이 어렵다는 기사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류의 특성과
수차례 나왔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인터넷을 매개로 이러한 공간과 많은 성 매수자들이 쉽게, 그리고
지속적 발전을 위한 당위적 과제를 논의하는 것은 포스트오리엔탈리즘에 대응한 우리의 문화적
은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정체성의 구현과 미래지향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는
그러한 ‘게임’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라는
것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물론, 한류는 우리나라에서
생각이 든다.
비롯된 것이지만 동아시아적 가치의 세계문화사적 기여를 목표로 하는 포스트오리엔탈리즘의 지향성과 한편에선~
상응하는 실현 양식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럼, 한류의 실체와 당위적 과제는 무엇인가?”16
언젠가 예비군 훈련장에서 자신의 친구에게 특정 사이트와 앱을 이용해 ‘밤 문화’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일단 앱만 깔고, 리뷰는 어디 어디에 공유하라고 강조했다.
(당연하지만) 현실의 다양한 층위에서 인터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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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How ISIS Terrorists May Have Used PlayStation 4 To Discuss And Plan Attacks (Updated) 」 (http://www.forbes.com/sites/ insertcoin/2015/11/14/why-theparis-isis-terrorists-used-ps4-
to-plan-attacks/#5628789a731a) 15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이 소동을 통해 새삼 모두가 알게 된 진짜 문제는, 게임 내 네트워크는 이미 NSA와 CIA의 모니터링 대상이었다는 사실이다.
확실한 건, 한류가 퍼진 나라에서 한국적 일상이
능력치나 활용도가 애매하다는 평이 많지만, 바로
퍼진 건 아닌 것 같다닉.
그런 점이 할만하다.20 이에 대해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보단, (ASSC의 경우처럼)
한편에선~
블리자드에 한국인 개발자가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을 알아준 점을 내심 기뻐하는 반응이 크다.
최근 SNS를 통해 의류 브랜드 앤타이 소셜 소셜 클럽(Anti Social Social Club, 이하 ASSC)을
자신의 고립이 괜찮은 표면이 되어 제시되는 일에
알게 되었다. '자살'이라는 한글이 적힌 베이비 핑크 포르셰 GT317가 LA를 돌아다니는 짧은
보내는 것이 산뜻하다. 좁은 공간에 끼어 있길
영상, 태극기가 수 놓인 재킷과 모자, ‘자살’, ’NU
KOREA’ 같은 단어가 프린트된 티셔츠 사진은 꽤 화제가 되었다. 브랜드의 설립자 닉 러크 Neek Lurk는 자신의 삶 속 네거티브한 면모를 활용해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작년 한 한국인 여성을 만난 후 위와 같은 단어가 프린트된 티셔츠 등을 발매했다.
쾌적함을 느낀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환호를 좋아하는 고양이과 동물을 떠올려 본다. 물론 "난 아니야!" 라고 외쳐도 좋다. 바로 그런 점이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의 양분이 된다. 만약~
“그래서 어떤 아바타를 원하는데요?”
그 외에 티셔츠에 프린트되는 문구들은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Anti Social Social Club’, ‘Get
Weird’, ‘Losing You’, ‘Mean People suck’ 등이 있다. ASSC 온라인 샵의 거의 모든 제품은 품절되어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 상품을 홍보하는
“(아직은) 기계 인간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편에선~
사진이 올라오면 가끔 항의하는 한국인의 댓글이 달릴 때가 있지만, 그 바로 밑에는 “제발 한국에서도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I play to win!)
팔아달라”, “재입고는 언제 되느냐”는 댓글도 함께 달린다. 소위 ‘헬조선’으로 이야기되어 온 한국의
‘고립’이 외부의 시각을 통해 상품이 되었을 때, 돌아오는 한국인의 반응은 대체로 ‘쿨하다'라는 식이다. 물론, ‘외부의 시각’은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에선 허상일지도 모른다. 실제 일어나는 작용은, 온라인 자아가 그리는 ‘상상의 지리학’ 속에서, 스킨화된 한국적 삶의 정체성을 ‘현실의 지리학’과 연결해 펼치는 게임이라고 표현해야 한다.18
한편에선~ 트와이스 공연 클립 20개를 하나로 편집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21 서로 다른 시간에 펼쳐진 공연 영상을 이어붙인 것인데, 의상만 변화할 뿐 동작은 목의 각도까지 완벽하게 이어진다. 안무는 프레임 단위로 수행된다. 사실상 살아있는 스틸 이미지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한 장의 이미지란 오늘날 가장 빠르게 돌아다니는 데이터의 모습이다. 한장 한장의
한편에선~
2016년 5월 블리자드가 새로 출시한 FPS 게임 「오버워치 Overwatch 」(2016)의 한국인 영웅 D.Va19가 있다. D.Va는 로봇을 조종하는 영웅이다. D.Va의 궁극기는 자폭으로, 로봇의 자폭 모드를 발동시킴과 동시에 파일럿 송하나는 로봇의 뒤쪽으로 탈출한다. 실제 플레이에서 자폭과 1인 생존이 팀에 기여하는 방법인 D.Va는 꽤 플레이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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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이미지인 그들은 최대한 빠르게, 수많은 평면 위를 덮어나간다. 16 「포스트오리엔탈리즘, 한류, 네오르네상스」 – 홍용희 교수 (http://igcs.khcu.ac.kr/board/ view.jsp?m= 50026&BRD_ NO=737505) 17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 hypebeast.com/2016/4/antisocial-social-club-periodcorrect-porsche-gt3-rs) 18 16번 주석과 같은 링크의 문구를 수정. 원문은: “동양 사회에서의 이처럼 역동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상상의 지리학’ 속에서의 동양적 삶의 정체성을 ‘현실의 지리학’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9 D.Va는 프로게이머 송하나의 닉네임 이라는 설정이다. 20 물론 이는 블리자드의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 21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www.
huffingtonpost.kr/2016/06/11/ story_n_10414180.html)
만약~
당신은 당신이 바라보던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 접속한다. 역전된 시선으로 들어가 싸우려던 대상은
「스카이림 The Elder Scrolls V: Skyrim」(2011)의 모드, 「검은사막 Black Desert Online」(2014~)의 완벽한 캐릭터 성형 인터페이스, 「서든어택 1 Sudden Attack 」(2005)의 (조악한) 걸그룹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고, 자신만을 보며 극한의 자기애를 느낀다. 메탈릭 태극이 돌아가고, 이는 텅 빈 스킨 뒤의 장식용 객체다.
스킨을 통해 누군가는 자신이 하염없이 바라보던 대상에 접속한다. 혹은 접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머리가 두 개인 도마뱀이 서로 다투다, 한쪽이 한쪽에 잡아먹히는 모습을 봤어닉? 그 자리에 텅 빈 슬롯이 리젠되더라닉.
압구정역 내에서 촬영한 한 성형외과의 광고. 비포–애프터가 아니라, 그림자–애프터로 표현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위:
게임 관련 포탈 ‘디스이즈게임’의 「검은사막」 게시판에 유저 오키러스맨이 공개한 아이유 커스터마이징 스크린숏22 중 하나. “저는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에 실제 아이유의 여러 사진을 참고하여 실제 아이유의 팬들과 접촉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아래: 게임 「서든어택 1」이 제공하는 트와이스 스킨 중, 사나의 모습. ⓒ 넥슨지티
내가 투사하던 그 이미지의 뒤로 돌아가, 그 시점에서 바라보고 싶다닉. 스킨의 안쪽은 바깥쪽의 반대면이다. 오목하던
만약~
“그래서 어떤 아바타가 되고 싶다고요?” “(아직은) 글쎄요...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모양만 따져보면, 커비? 소닉?” 만약~
부분은 볼록할 것이고, 볼록한 부분은 오목할 것이고, 똑같은 조명이 켜져 있다. 내가 투사하던 그 이미지의 밖에서, 살짝 내려다보고 싶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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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I play to win!)
22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www.thisisgame.com/black/tboard/?board=936&n=3790)
근데 여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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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뉴비까지 캐리해야되냐’는 마인드를 가진 애들이 상당히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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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호도
「마비노기 영웅전 Vindictus」 (2010~)1은 2009년 12월 16일에 프리미어 오픈하고 2010년에 정식 오픈이군요.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별로 안 했어요. 1년 조금 넘게 했어요. 근데 그 1년 동안 진짜 미치도록 했죠. 그래도 꽤 했네요? 그렇게 재밌어요? 캐릭터가 예쁘다고들 하던데. 캐릭터가 예쁜 것도 있고요. 나름 재밌죠. 저는 보통 힐러2 위주로 플레이하거든요? 근데 그때 힐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게 이비3밖에 없어서 이비로 플레이했어요.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 뭐예요?
「테일즈 위버 Talesweaver」(2003~) 좀 하다가…. 근데 깊게 한 건 별로 없어요. 했던 거는 많은데. 「라그나로크 온라인 Ragnarok Online 」(2002~)도 옛날에 했었고요. 콘솔 게임은 군 전역 이후로는 별로 안 했어요. 군대에 있을 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내가 게임을 클리어하는 속도보다 새로 나오는 게임이 더 많아. 그래서 하고 싶은 건 계속 쌓여가고. 이거 다음에 뭘 해야 하고, 뭘 해야 하고. 도무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다 가는 거예요.
그래서 공략만 읽고 그러지 않나요? 저는 게임을 실제로는 거의 안 하고 영상만 봐요. 게임 방송. 영상만 보게 되는 것도 있죠. 원래 제가 게임을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100%를 찍어야 돼요. 아이템 다 모아야 하고요. 예를 들어, 보물 상자 하나라도 안 열고 남겨두고 오면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 안에 별거 아닌 포션4같은 게 있다고 해도요. 요새는 그렇게 집착 안 하는데 예전엔 그랬어요. 놓치는 게 있으면 리셋을 해야 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그래서 똑같은 걸 계속…. 초반을 너무 많이 하는 거죠. 요샌 안 그래요. 어릴 때 게임을 많이 했나 봅니다. 저도 그랬어요. 어릴 때는 그랬죠. 대학교 때까지도 그랬는데, 가면 갈수록 지치더라고요. 예전에는 무조건 가장 높은 난이도에서 100%로 깨야 했는데. 나중엔 ‘아, 도저히 안 되겠다... Normal 모드 정도만 하자.’ 이렇게 타협을 보죠. 타협을 보다가 더 나중에는 깨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해서 Easy 모드로 갑니다. 최하 난이도. 사람이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Easy로 깨면 좀 허무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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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도 하죠. Easy로 깨도 별 탈 없는 건 그냥 Easy로 하고, 특전 같은 거 있으면 거기서 좀 고려를 하죠. 특전을 바라고 난이도를 올릴 것인지 아니면, 그냥
Easy에서 만족하고 특전을 안 받을 것인지. 콘솔 게임은 군 전역 이후에는 거의 손을 안 댔고 PC게임 위주로 했는데 PC게임도 할 게 많더라고요. 해외 것까지 하다 보니까 너무 많더라고요. 제가 일본어랑 영어를 둘 다 어느 정도 해서... 중국어까지 할 수 있으면 더 많았을 텐데. 팔콤 사의 『영웅전설 英雄傳說』 시리즈5 있잖아요? 그중에 「영웅전설 벽의 궤적 英雄傳說 碧の軌跡」(2011) 같은 경우, PSP6 같은 포터블 기기로 나왔거든요? 근데 중국에서는 그걸 PC로 이식해요. 중국어 할 수 있으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중국 게임들도 할 수 있는 거고... 대만 게임도 어느 정도 손대볼 수 있는 거고. 스팀(Steam)7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PC게임에 그렇게까지 할 만한 게 없었어요. 근데 이제 스팀이 막 위세를 떨치니까 반대로 너무 많은 거죠. 그리고 『문명 Civilization』8 같은 큰 시리즈는 꾸준히 나왔으니까. 『문명』 시리즈도 일단 나오면 게임 하나 플레이하는 시간이 엄청 들잖아요? 게다가 요새는 일본 기업 쪽에서도 PC게임으로 스팀 진출하는 분위기에요. 할 게 너무 많아진 거죠. 「단간론파 ダンガンロンパ」(2010)도 한글화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본어를 좀 할 수 있으니까 건드려봤죠.
「단간론파」도 종류가 여러 개 있지 않아요? 기존 시리즈가 곧 마무리돼요. 기존 ‘게임’ 시리즈는 끝났어요. 최종 완결편은 애니로만 나온다고 하고. 『테일즈 오브 Tales of』 시리즈9도 스팀으로 나오고. 이번에 「테일즈 오브 제스티리아 Tales of Zestiria」(2015)도 나왔고 「테일즈
진짜 뭐랄까…. 시간을
오브 베르세리아 Tales of Berseria 」(2016)도 내년에 스팀에 나올 거고. 많이 나와요. 대부분 게임이 영어나 일본어 둘 중 하나는 지원되거든요.
날리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인물이군요.
아, 근데 안 한다니까요. 할 게 너무 많아져서…. 중국어... 요샌 중국어가 답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PC게임은 중국에서 잘 나가니까 영어, 중국어 이렇게 많이 나오죠. 일본 게임들이 오히려 일본어 지원을 안 해요. 자기네들은 콘솔을 많이 하니까 스팀으로 내버리면 생각보다 수익이 안 나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PC로 하면 콘솔이 안 팔릴 거로 생각하는 건지. 그래도 자국어를 굳이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요새 그것도 좀 허물어지고 있어요. 『초차원게임 넵튠 超次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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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영웅전」 혹은 줄여서 「마영전」. 데브캣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마비노기」(2004~)의 스핀오프 격 게임으로, 「마비노기」가 판타지 라이프를 표방한다면 「마비노기 영웅전」은 액션 롤플레잉 게임(ARPG) 장르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액션을 내세우고 있다. 힐러(Healer). 게임 내 직업 구분. 치료사를 의미한다. 이비(Evy / Evie). 「마비노기 영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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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동방 출신의 어린 여성 마법사(sorceress)이다. 현대 판타지에서 포션(Potion)은 주문이 걸린 액체로 묘사된다. 회복, 변신, 투명화, 불사신화 등 다양한 기능의 포션이 있지만, 보통 포션이라고 말할 때는 회복 기능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게임 개발사 니혼 팔콤의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1989년에 처음 시작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PlayStation Portable. 2004년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휴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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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기.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개발한 디지털 배급, 디지털 권리 관리, 멀티플레이어 플랫폼. 2003년 9월 12일 시작되어 현재에도 서비스 중이다. 온라인을 통해 거의 모든 장르의 게임을 유통하며 게임의 설치와 업데이트, 유저 간 커뮤니티 기능,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파이락시스 게임즈가 1991년 처음 출시한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2016년 현재 6번째 작품이 나와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문명을 선택하여 다른 문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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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게 된다. 제목이 ‘테일즈 오브 Tales of’로 시작되는 남코의 대표적인 RPG 시리즈.
10 ゲイム ネプテューヌ』 시리즈 이런 거 있잖아요.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가
이번에 좀 화제가 된 게, 지역제한11이 풀렸어요. 원래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못 샀거든요.
사실 온라인 게임도 접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직도 하고 있긴 한데. 시간이 많이 들어서요? 똑같은 거 계속 반복하는 게 지겨워서. 「마영전」 하기 전까지는 온라인 게임을 그렇게까지는 안 했어요. 거의 콘솔 게임 위주로 했고. 온라인 게임은 아까 말했던
「라그나로크」, 「테일즈위버」, 「블레이드 앤 소울 Blade and soul 」(2012~)도 좀 했었고. 「테일즈위버」는 최근에 했었어요. 「테라 Tera 」(2011~)도 조금 하다가 말았고. 친구가 게임회사 블루홀에서 일할 때, 그때 좀 같이 했었어요. 「던전 앤 파이터 Dungeon & Fighter 」(2005~)도 조금 손대다 말았고. 온라인 게임은 그렇게 깊게 한 게 없는데 「마영전」은 그래도 꽤 깊게, 오래... 좀 많이 팠죠. 보통은 2~3개월밖에 안 하는데 1년을 했죠. 뭐가 재밌었나요? 길드(guild)12가 좀 큰 거 같아요. 딱 들어가자마자 친구가 길드를 들 게 했거든요. 사실 길드 애들이랑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들어갔을 때는 좀... 느낌상... 길드 안에 좀 파벌이 있었어요. 처음에만 환영하는 듯하다가 결국엔 자기네들끼리만 놀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생존을 하려고 인벤 사람들 도움을 좀 많이 받았어요. 특히 이비 유저 위주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하면서 스펙도 좀 올리고. 제가 진짜... 게임하면서 과금 안 하거든요? 근데 「마영전」은 한... 10만 원 했어요. 어떤 콘텐츠에 과금을 하나요? 아바타. 아바타가 있어야 밸런스 능력치가 2 올라가나 그랬을 거예요. 아바타를 사면 능력치가 올라 간다고요? 자기 캐릭터 말고 다른 캐릭터를 사요?
아뇨. 아바타가 아니라…. 그러니까, 옷이에요, 옷. 옷을 사면 능력치가 올라가서 샀어요. 그걸 사는데 4만 원인가 그렇게 들고. 그다음에 키트. 뽑기있죠? 랜덤박스 그거. 그거 사는 게 효율적이라고 해서 하나 샀어요.
효율적이라는 게 구체적으론 어떤 거예요? 그만큼의 값은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템13을 그냥 캐시샵14에서 단품으로 샀을 때와 비교하면 최소한 그 가격보단 싸게 살 수 있어요. 대신에 자기가 필요한 게 안 나오는 게 문제지. 같은 가격 템이라면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죠. 분명히 내가 5천 원 정도 가챠(がちゃ)15했으면, 템 자체는 5천 원 이상의 템은 다 얻어요. 근데 그게 자신한테 꼭 쓸모 있을지는 몰라. 당시에는 제가 워낙 뉴비16다 보니까 초기 투자가치가 좀 있었어요. 초기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사실 이거는 약관 위반인데... 아이템 매니아17에서 골드도 좀 샀어요. 한 3천만? 3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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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정도면 한 5만 원어치인데 5만 원까지는 안 들였어요. 그렇게 해서 총 1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아냐, 10만 원 좀 넘게 들었나? 하여튼 그렇게 하니까 좀 편해지더라고요. 원래 「마영전」은 진입 장벽이 높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게 크게 못 느꼈어요. 초기에 10만 원 정도 돈을 들이니까. 사실 「리니지」(1998~) 나 「던전 앤 파이터」 이런 거 생각하면 뭐 큰돈 들인 것도 아니죠. 그 정도 하고 하니까 편하더라고요.
내가 처음에 했던 당시에 최종 던전이... 레지나18였는데. 이거 누가 들으면 뉴비라
그럴 거야. 그때 시작했냐고…. 시즌 1, 2, 3가 있는데 전 3에 시작한 거니까. 아직 시즌3가 안 끝났거든요. 암튼, 전 뉴비인데... 미친 듯이 한 거죠. 할 게 많아서 그런지 열심히 했죠. 결국, 같이 시작한 애들은 중간에 접었어요. 아마 타이틀 5백 개 이상 찍은 사람 나밖에 없을 거예요. 타이틀을 찍는다는 건 어떤 의미죠? 일종의 업적인가? 칭호인데요. 칭호라는 게 업적 같은 거예요. 제 친구들은 한 3백 개 정도였어요. 전 좀 열심히 해서 5백 개 이상 찍었어요. 예를 들어, 3백 개 찍는다고 하면 얼마나 걸리나요? 글쎄요? 3백 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고 4백 개 이상이면 칭호가 노란색으로 떠요. 노란색이라고 ‘노라이프’ 라고 그러거든요. ‘노랖’이라고. 그리고 빨간색이면 인생에 적신호가 들어왔다고 이야기하는데 ㅎㅎ 저는 빨간색까지 달았어요. 근데 지금은... 보라색이 또 나왔어요. 6백 개인가 따면 보라색. 지금은 타이틀을 많이 퍼주거든요. 기억에 남는 업적 이름이 있을까요?
없어요, 없어. 기억도 안 나. 묻지 마세요.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는데…. 뭐가 있었지? ‘찰스 트레인’... 그거... ‘주머니 천 개’... 뭐 그런 게 있는데, 그걸 결국 못 했던가 그렇고요. 아! 그거.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승리한’ 뭐 그런 타이틀도 있는데.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이긴’... 이었나? 하여튼 그것도 있는데 그것도 되게 어려운 건데 못 땄고요. 간단한 거 위주로 다 땄어요. 당시에 아마 제일 많았던 유저가 오백구십몇 개였을 텐데, 제가 접을 때쯤에 한 오백사십 개쯤 있었을 거예요. 그땐 열심히 했죠. 거기서 중간에 고향 사람도 알게 됐어요. 원래 알던 사람은 아니고 고향이 그쪽 출신이더라고. 근데 지금은 그 사람도 접었어요.
10 컴파일 하트에서 개발한 RPG 시리즈. 2010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이 출시되었다. 11 지역제한(Regional Lock)은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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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특정 컨텐츠를 실행 못 하도록 제한을 거는 행위를 뜻한다. 본래 중세 유럽에서 결성된 조합을 의미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선 특정 목적을 지닌 플레이어 집단을 의미한다. 아이템(item)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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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 맥락에서는 온라인 게임 내의 공식 상점을 말한다. 게임 내에서 시스템과 유저 간에 일어나는 거래를 다룬다. 화폐나 현금을 통해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15 가샤퐁(ガシャポン)의 준말. 캡슐에 담긴 완구 품을 자동 판매하는 기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 문방구 앞에 놓인 뽑기 기계도 일종의 가샤퐁이다. 가챠(がちゃ)는 온라인 게임과 같은 가상 환경에서의 뽑기도 지칭한다. 기계에서 나는 금속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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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드는 소리를 나타내는 일본의 의성어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에서 유래한 표현. 뉴비(Newbie)는 초보자를 뜻하는 슬랭 중 하나이다. 아이엠아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마영전」의 맵 ‘눈물의 화원’에서 등장하는 8인 레이드 보스 몬스터 이름.
영원히 할 순 없으니까. 당연히…. 근데 요즘은
접었다고 하고 안 하고 있다가 몇 개월에 한 번씩 하고 그런 부류도 있지 않나요?
그걸 ‘연어’라 그러잖아요. 방학 때쯤 했다가 또 접었다가…. 전 다 처분했어요. 다시 하려면 할 수는 있겠죠. 근데 돌아갈 생각이 없어. 장비까지 다 팔았고. 이제 다시 한다고 가서 또 현질19하기도 그렇고. 만렙20인데 쪼렙21 던전가서 파밍22 하기도 그렇고.
최종 던전까지 가는데 플레이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저는 금방 했어요. 투자 자본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한 달? 한 달 만에 갔어요. 초기에 돈을 쓰면 금방 하는데 그게 아닌 다음에야 좀 힘들죠. 근데 지금은 또 달라요. 지금은 뭐... 결사대라는 콘텐츠가 나와서... 웬만한 스펙으로 최종 던전 못 간다고 해요. 근데 저 할 때도 진입 장벽 높다고들 말을 했었어요. 공제 이런 거 때문에. 그게 뭐예요? 공제? 공격력 제한 두는 것. 던전 들어가는데 레벨 몇 안 되면 들어오지 말라는 거죠.
「마영전」이 그게 좀 심한 편이에요. 「마영전」 구조 자체가 꾸준히 한다고 템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초기 자본금이 좀 필요해요. 있는 게 좋아요. 완전 그... 될놈될 안될안23 있죠? 드랍율에 따라 확 다른 거예요. 게임에 꾸준한 보상이 없어요. 말하자면 일정 수입이 없는 거예요. 뭘 먹지 못하면 오히려 수리비가 더 나가는 사태가 많이 나온다고. 그러니까 그냥 꾸준히 하는 것만으론 돈을 벌기가 힘들어요. 자기가 좀 운이 있어야 돼요. 무기만 좀 좋으면 어느 정도 커버가 돼요.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초반에... 3천만 골드로 무기를 샀어요. 그래서 얼마 안 돼서 최종 던전 들어가서 파밍을 했죠. 공제 이상만 뚫으면 되니까. 저는 뚫고 나서도 스펙 업은 별로 안 했어요. 그냥 돈 아꼈어요. 최종 던전 이상이면 되지... 아니 최종 던전만 갈 수 있으면 된다 싶어서. 돈 아껴 쓰고 다 처분한 거죠, 이번에. 처분하니까 백만 원 좀 넘게 나오던데. 신기하다. 오래 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돈이 되는군요. 지금은 「마영전」에 돈 가치가 많이 떨어졌어요. 1~2월을 골든 타임이라고 그러는데요. 방학 때 있잖아요? 방학 때 보통 1,500원대까지 올라가요. 백만 골드24를 기준으로 잡는데, 지금은 백만 골드당 1,100원 이 정도밖에 안 하거든요. 천만 골드면 만 천원 정도 해요. 그런데 저번 방학 때만 해도 만 육천 원 정도까지 올라갔어요. 환율보다 변동 폭이 훨씬 큰 느낌인데요. 엄청 큰…. 경우에 따라서요. 그때 팔았으면 제 템 값도 더 비쌌을 텐데. 아마 이백만
원 넘게 벌었을 거예요. 지금은 템이 많이 풀려서…. 제 템이 그렇게 좋지가 않거든요. 시세도 1,100도 안 되게 싸게 팔았어요. 백십만 원 좀 넘게 나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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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같은데. 그때 팔았으면 200까지도 노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때 템 팔았으면…. 지금 기준으로 제가 한 10억 정도 있었는데... 15억 정도는 나왔으니까. 거기에 1.5~1.6배 하면 225. 이렇게 나오잖아요.
저도 스펙 올리면서 사람도 되게 많이 알고 그랬는데…. 게임 안에서요? 인벤 유저들? 인벤 사람 중에 이비 유저가 많거든요. 그리고 또 제가 하던 사이에 넥슨에서 이비 상향25도 넣고 그러다 보니까 이비 유저가 특히 많았어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네임드 유저들도 꽤 많이 알았어요. 그 와중에 못 볼 꼴도 많이 봤지. 부심 부리는
거…. 자기 스펙 좀 있다고 사람 개 무시하는 애들 있어요. 좀 이상한 애들 많아요. 게임에서 자기 딜미터기26 있잖아요? 딜 표시되는 거. 1위 찍으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해. 팀원들이 다 기다려야 하는데 다른 애들 딜 못하게 하고 자기 딜... 1위 찍으려고 하는 애들 많아요. 좀 진상이지. 찌질하고. 자기가 뭐라도 된다고 스펙 낮은 사람들 무시하고. 말했잖아요? 저는 스펙에 그렇게 투자 안 했다고. 그러다 보니까 돈은 가지고 있는데... 사실 맘만 먹으면 게네들 근접하게 찍을 수 있을 텐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했는데. 뭐... 그렇다고 절 무시하면? 그건
게네들 인성이죠. 내가 스펙이 엄청 구렸다면 모를까…. 엔드급27은 아니어도 나름 고 스펙이긴 했어요. 거기서 엔드 찍겠다고 비효율적으로 돈 더 쓰고 싶지 않았던 거지. 밖에서 찐따니까 그런 사람들은 게임 안에서는 자기가 좀 짱짱맨 하고 싶은 거야. 그리고 유저들이 그런 게 좀 있잖아요. 게임을 하면 좀... 위에 올라서고 싶잖아. 스펙 좀 올리고 싶고. 한국 애들은 더 하죠. 승부욕도 쎄고 이러니까. 유저들도 꽤 많이 알고 친한 애들도 많았는데 결정적으로 짜증 나기 시작한 계기가 있어요. 사실 그 전에도 조금 불만이 있었던 게, 다른 게임은 칭호에 능력치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요. 혹은, 있으면 한정된 슬롯에 장착한 만큼 능력치가 올라가거든요? 근데 「마영전」은 그렇지가 않아요. 「마영전」은 좀 케이스가 달라요. 누적이에요. 보유하면 보유할수록 능력치가 누적되는 거예요. 물론 가져봤자 안 올라가는 칭호도 있어요. 칭호에 따라 다른데 능력치 올라가는 칭호는 가진 게 다 누적이 되는 거죠. 사실 하나하나는 별 차이 안 나는데 4백 개, 5백 개씩 쌓이면... 능력치 있는 것만 해도 그중에 2~3백 개는 될 테니까요. 그
2~3백 개가 쌓이면 능력치 차이가 제법 나는 거예요. 그니까 제 입장에서는 좀 그렇죠. 아무튼, 제가 접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거에요. 솔로 플레이용 던전28이 나왔거든요? 근데 그 솔플29 던전이 칭호를 엄청 많이 쏟아 줘요. 19 현금(現金)의 현과 ‘지른다'는 의미의 질을 합친 합성어.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본래 유저 간 거래에 사용하던 단어이나, 캐시샵의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의미하던 ‘캐시질'과 혼용되어 쓰인다. 20 만렙(MAX Level). 게임 내 플레이어가 올릴 수 있는 최고의 레벨을 의미한다. 21 레벨이 낮거나 초보인 경우 쪼렙이라 부른다. 22 파밍(Farming). 성장 요소가 있는 게임에 주로 등장하는 가상 화폐나 아이템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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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하는 행위. 23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의 줄임말. 24 「마영전」의 게임 내 화폐 단위. 25 제작사가 게임 내 밸런스 조절을 위해 특정 항목의 수치를 상향 조절하는 행위. 온라인 게임에선 캐릭터나 아이템, 스킬 등의 능력치를 조정하는 업데이트가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반대 의미에서 하향도 있다. 26 딜미터기 혹은 데미지 미터기.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적에게 입힌 데미지를 집계해주는 장치.
27 최고, 혹은 최신의 사양을 의미하는 하이엔드(High-end)의 변형. 28 솔로 플레이(Solo Play) 혹은 솔로잉 (Soloing). 다른 플레이어를 파티로 삼지 않고 혼자 플레이하는 유형을 지칭한다. 29 솔로 플레이(Solo Play)의 준말.
솔로 플레이용 던전은 혼자만 들어갈 수 있어요? 파티로는 못 들어가요? 네. 근데 문제는 그게... 재탕이에요. 원래 기존에 있던 보스를 솔플용으로 하게 한 거야. 지형 조금 바꿔주고, 솔플에 맞게 패턴30 조금 손 봐주고. 원래도 던전에 혼자 들어갈 순 있었어요. 전부터 그거 없이도 솔플 하던 애들이 있긴 한데, 이제 솔플에 따로 던전을 내주면서 입장 제한31이 늘어나게 된 거죠. 전에 여기서 템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솔플 던전으로 한번 더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솔플 유저들은 할 거 생겼다고 막 좋아했어요. 그거 하면 능력치도 더 주니까요. 이제 솔플 유저들은 그냥 다 솔플해도 돼. 여기서도 솔플하고 솔플 전용에서도 솔플하고. 근데 제 입장에서는 이게... ‘아. 이거 또 따야 한다.’는 생각이 좀 드는 거죠. 그리고 전 또 솔플을 그렇게 좋아하질 않아요. 제가 컨트롤이 막 되게 좋은 것도 아니고. 칭호는 따고 싶은데…. 칭호 조건이 뭐냐면요. 노 피격이에요, 노
피격. 한 대도 맞으면 안 돼요. 잘하는 애들은 그걸 또 한다? 그러면서 게네들의 논리는 이거에요. 잘하는 애들이 그만큼 열심히 한 거니까 보상 더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이해는 가요. 자기들이 열심히 했으니까. 근데 제 입장에선... 애초에 저는 노 피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제 능력이 그 정도까진 아니니까. 제 손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금손이란 게 있잖아요? 아무리해도 안될 수가 있어.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단 말이에요. 난 아무리 노력해도 한 대도 안 맞고 깬다는 거는 불가능해. 그건 무슨 슈팅게임 같네요. 운동신경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스포츠의 영역이죠. 그렇죠. 사회에서도 그것 때문에 빡치는데 왜 게임 안에서까지 해야 하냐고. 경쟁 사회잖아요. 손 아니라도 대가리든 뭐든. 신체 능력이든 머리싸움이든...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닙니까? 게임 안에서까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걸 해야지만 칭호를 주니까…. 물론 칭호를 오십 개 준다고
치면 그 금손을 해야되는 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열 개 정도니까... 한 사십 개까지는 얻을 수 있다고 쳐요. 그래도 다 못 얻으면 찜찜하잖아. 거기서부터 짜증나기 시작했어요. 못 딴 거는 회색으로 뜨거든요. 텅 빈 거... 맘에 안 들잖아요? 자기에게 없는 칭호가 있다는 거 자체가 좀 그렇다는 거죠. 한정 칭호를 제외하더라도. 더군다나 솔플 던전을 하면 주는 능력치가 가장 좋은 능력치 중의 하나인 밸런스랑 크리티컬 이런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그냥 제가 떠나는 거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 자체도 마음에 안 들지만. 내가 바뀔 것이 아니면 내가 떠나야지 싶어요. 그럼 이제 경중을 가리는 거죠. 떠난 사람 많으면 게임 망하는 거고 좋아하는 사람 많으면 더 흥할 수도 있는 거고요. 솔플 던전 때문에 떠난 사람이 많아요? 꽤 있어요. 새로운 던전이 나올 때마다 칭호, 업적... 이런 게 새로 뜨거든요. 어떤 애들은 막 좋아하는데 저는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왜냐면 이걸 또 해야 하거든. 노가다를 또 해야 하거든. 새 콘텐츠 나오면 새로운 거 한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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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걸 또 해야 되는구나.’ 생각 때문에…. 근데 그런 게 없으면 게임을 안 하게 되지 않아요? 퀘스트와 리워드? 근데 왜 그걸 칭호로 하냐 이거죠. 보통 새로운 던전이나 퀘스트, 템 이런 거로 하잖아요. 제가 볼 때는, 콘텐츠가 없으니까 칭호로 때우는 거예요. 칭호가 꼭 던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떤 건 키트에 있어요. 가챠. 가챠돌려서 뽑아야 하는 것도 있고 별의별 거에 다 칭호를 집어넣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갑자기 칭호를 막 뿌려대는 게... 콘텐츠는 없고 유저들은 잡아 둬야 하니까 그러는 것 같단 말이죠. 코어 유저들... 하드한 유저들은 칭호 하나에 목을 매거든요. 그 타이틀 하나에. 그러니까 그걸 계속해서 애들을 붙잡아 놓는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예요. 그리고 던전할때도 이게 진짜 어이없는 게... 팀플32이잖아요? 여덟 명이 들어가잖아요? 지금은 패치 됐는데요. 전에는... 고대의 글라스기브넨 맵에서 보스한테 창을 꽂아야 하는 패턴이 있어요. 근데 팀원 중에 창을 꽂은 사람 하나만 카운트가 올라갔어요. 근데 그게 패턴이 판당 몇 번 안나와. 그러니까 여덟 명 중에 카운트가 올라가는 사람은 얼마 없죠. 세 번 정도 패턴이 나온다고 치고
8명이 그걸 나눠 갖는 셈이니까. 그럼 서로 양보를 해야 하는 건가? 되게 사이좋아. 서로 경쟁을 해야 돼. 이 새끼가 못 맞추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ㅎㅎ 제가 오십 판을 한다고 해서 오십 번 다 창을 꽂아서 타이틀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남이 양보해줘도 자기가 못 맞추면 끝나는 거고. 매번 그렇게 양보를 해줄 수도 없고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끼리 여덟 명씩 가면
모르겠는데... 그런 경우가 있어요? 거의 없잖아요. “야, 나 타이틀 따야 하니까 좀 봐줘라.” 이럴 수도 없는 거고. 그런데도 오래 했네요. 김범 원화 기반 아바타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가? 그래픽이 좋아서 그런 건가? 액션이 찰진가? 그냥 참고 한 거예요. 불만은 계속 쌓아놓고. 게임성이 재밌나 봐요. 전투 자체는 잘 만들었어요. 네. 액션성 자체는 괜찮아요. 타격감은 나쁘지 않아요. 물론 콘솔 게임에 비교한다면 조금 후달릴 수도 있긴 한데... 적어도 온라인 게임에서 그 정도 전투가 잘 없죠. 캐릭터마다 조작도 많이 다르고. 비슷한
액션 게임이…. 최근에 「애스커 ASKER」(2015)라는 게임이 나오긴 했었는데 망했어요. 「마영전」을 대체할만한 액션 게임이 없어요, 사실. 30 컴퓨터 게임에서 적의 출현이나 공격의 타이밍이 정해져 있는 경우, 이를 패턴이라고 부른다. 31 던전의 인원 제한. 온라인 게임은 물리적 서버를 기반으로 구현되므로, 지나치게 많은 플레이어가 한 공간에서 플레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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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게임에 지장이 생긴다. 많은 온라인 게임MMO, MO은 인스턴싱과 입장 제한으로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 32 팀플레이의 준말.
아, 그렇구나. 액션이라기보다 액션 롤플레잉게임33 개념인 거죠? 성장이 있고. 그렇죠. 원래 「마영전」에서 항상 내 걸던 게 ‘액션 프리미엄’ 이런 거였는데. 애초에 MMO34도 아니고 MO35거든요. MMO는 마을/필드랑 던전이 이어져 있는 거고요, MO는 던전을 찾아서 방을 만드는 형식. 블리자드의 배틀넷36 형식처럼 방 안으로 들어가야 돼요. 던전으로 들어가서... 그 정도로 컨트롤이 계획될 수
있는 여지가….
MO인데 해야 하는 플레이라는 게 칭호 위주라는 건 뭔가 심심하네요. 칭호 따야 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그냥 본인이 장비하는 것만 따면 되냐면 그것도 아니죠. 누적이니까. 결국은 다 따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또 누적 수에 따라 색깔까지 바뀌니까 색깔에 관심 있는 애들은 5백 개, 6백 개 목표로 많이 모은단 말이에요. 계속 그러니까 저도 질린 거죠. 솔플 던전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접을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어요. 그걸 대리 맡기는 애들도 있긴 해요. 돈 주고 솔플 던전에서 칭호 따 달라고. 거래 게시판, 인벤 같은데 가서 돈 줄 테니까 대신해달라고 하는 거죠. 언제든 차단할 수 있게 방송–넥슨 플레이를 튼 채로 게임을 하게 하면 돼요. 그럼 문제가 생기면 바로 차단할 수 있으니까요. 대리가 뭔가 털려고 하는 거 같다면 바로 접속을 끊을 수 있거든요. 그것도 생각을 해봤어요. 근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 솔플 안 하는 애들도 많아요. 능력치 포기하고 안 하는 애들 많아요. 떠날까 말까 고민할 때, 지인들이 막 말렸거든요. 그래서 그냥 욕심을 포기하고 즐겨보자고도 생각했어요. 친구가 타이틀 신경 쓰지 말자 해서...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하려고 했어요. 그 마음으로 붙잡고 있으려고 했는데 거기서 하나가 또 터집니다. 기사단 콘텐츠 재편한다고 하면서 새 맵을 딱 내놨어요. 근데 그것도 시즌 2에 있던 것 재탕이더라고. 그래서 유저들이 불만이 많아요. 우리가 왜 아직도 이 던전을 하고 있냐고. 시즌 2 처음 레이드 보스가 ‘라키오라’라는 뱀 형태 몹37이거든요. 그 뱀이 또 나와요. 고대 라키오라라고 해서 라키오라가 색깔만 바뀌고 또 나온다고요. 그리고 같이 나온 게 무슨... 전승석 파편 어쩌고저쩌고 하는 건데. 뭐를 업그레이드하는 거예요. 그거 하려면 돈이 엄청 필요하고요. 게다가 무슨 이상한 능력치를 집어넣었는데 ‘반사 피해’라고... 맞으면 때린 적에게 반사 데미지가 있는 거예요.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 」(2009)의 가시 갑옷 같은 거죠. 고슴도치처럼 생겨서, 때리면 그 반사로 때린 몹이 피해를 입는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맞아야지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거예요. 「마영전」은 피하면서 하는 게임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맞아야 돼.
능력치도 이상해지고…. 무슨 한계 돌파라고 해가지고... 몹마다 공상한... 공격력
상한이라는게 있어서 몹의 공격력이 24라고 하면 제가 24 이상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도 공격이 24까지만 들어가는 거예요.
ㅎㅎ 아무 제약을 건 다음에 그걸 또 열었다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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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업데이트 발표를 또 냈어요. 투쟁의 탑이라고. 이름부터 딱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또 재탕. ‘아 이거 또 재탕이구먼.’ 했더니 역시나 재탕이죠. 그렇게 재탕이 끝나고 업데이트를 또 한데요. 홍보 이미지 보면 막 베일에 막 감춰져 있어. 근데 딱 공개된 순간, 한 번 더 뒤통수를 친 게 이게... 미니게임38이에요ㅎㅎ 장난하나? 하고 싶겠습니까? 아니 근데 그렇게 두 번, 세 번을 하면... 코어 유저들이 떠나겠다고 한다든지 반응이 없어요? 운영자들도 다 인벤 읽고 그럴 텐데. 많이 떠났어요. 이번 방학 때 골드 가격 안 올라갔어요. 아까 말했잖아요. 1~2월 정도에 만 오천, 만 육천 찍는다고. 근데 이번 여름 방학 때는 거의 안 올랐어요. 제가 염색 앰플 사재기해둔 게 좀 있었거든요? 완전 망했어요. 염색 앰플이라고 옷 색깔 바꾸고 그러는 건데, 작년에 쌀 때 엄청 사 뒀어요. 방학 때 팔려는 포부를 가지고. 근데 방학이 됐는데 안 올라가. 정상적인 방학이었으면 그거 거의 두 배 가격으로 팔 수 있어요.
마영전은요. 코어 유저들도 썩은 애들이 많아요. 공격력 제한 같은 거 걸잖아요? 뉴비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그러니까 진입을 못 해요. 공격력 제한 두고 이러니까 뉴비 애들이 떨어져 나간다고. 그러면서 걔들 논리는 이거에요.
“뉴비들이 돈대냐, 우리가 돈대냐.” 시장 경제라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거지만, 기반 층이 없으면... 자기네들이 템 파는 거 누가 사며... 누구한테 팔 거야? 그걸 바탕으로 이루어진 게 기반 층 사람들인데... 그게 이제 뉴비들이나 라이트한 유저들. 그들이 층이 되고 그 위에 코어 유저가 이렇게 쌓여 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코어 유저들도 뉴비에서 나오는 거 아녜요? 다 위로 올라가는 건데 이 기반 층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뉴비들이 없다는 이야기는 빠져나가는 애들만 있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게임 경제가 망하는 거잖아요. 그냥 그들만의 리그 되다가 섭종39하는 건데, 그걸 몰라. 뉴비들을 위한 패치를 하면 싫어해요. 아닌 애들도 있지만, 기본 마인드 자체가 공격력 제한 두는 걸 되게 당연시해요. 다른 게임 해보면 공격력 제한에 대한 반감 같은 게 있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내가 왜 뉴비까지 캐리해야되냐’는 마인드를 가진 애들이 상당히 많아요. 다른 게임에서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애들이 20%라면 「마영전」은 33 액션 롤플레잉 게임(Action roleplaying game)은 비디오 게임의 장르 중 하나이다. RPG는 일반적으로 캐릭터에게 커맨드를 내려 적과 싸우지만, 액션 롤플레잉 게임에선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액션 게임처럼 직접 조작한다. 따라서 액션 롤플레잉 게임은 액션 게임, RPG 게임,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34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게임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 35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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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MMO와 달리 적은 수의 유저를 위한 전용공간을 생성하거나, 스테이지 단위로 성장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식의 RPG를 의미한다. 36 배틀넷(Battle.net)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대전 서비스이다. (위키) 37 몹(Mob). 몬스터나 컴퓨터가 조작하는 캐릭터(NPC)를 통칭하는 단어. 38 미니게임(Minigame)이란 비디오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위해 게임 중간에
제공하는 보너스의 일종으로 해당 게임의 기본 플레이 규칙을 벗어나 잠시 다른 플레이 방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다. (위키) 39 서버 종료의 준말.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40~50%는 된다고 봐요. 그런 것 때문에 저도 유저들한테 질렸어요. 스펙 부심 부리는 것도 같잖고요. 인간성이 이중적인 애들도 되게 많아요. 인벤에서는 되게 착한 척해요. 막 활발한 척 댓글을 다는데 인게임에서는 자기보다 스펙이 낮으면 개 무시해. 완전 개 무시. 그리고 어떤 애들은 여자 유저들한테만 태도가 달라요. 근데 「마영전」이 여자유저가 많은 게임 아니에요? 온라인 연애하려면 「마비노기」 계열 하라고 막 그러던데. 되게 많죠. 많으니까 거기서 한탕 해보려고 하는 남자들도 많죠. 아 진짜 극혐. 인벤에 보면 공략 쓰는 애들 있거든요. 그런 애들은 공략을 쓰니까 인지도가 올라가잖아요.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이 사람이 쓴 공략 글 보고 했으면 도움받은 것 같고, 좀 알고 지내고 싶고 그런 심리가 있잖아요? 근데 사실 공략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 관심받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 애들이 많아요. 좀 유명한 애 있어요. 걔가 저 완전 무시했거든요. 무시하는 게 딱 눈에 보여요. 제가 말하면 씹고 잠수한 척하고. 딱 보여.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사람 유명하더라고요. 여자 유저한테랑 남자한테 대하는 게 다르데요. 그리고 또 어떤 애는 처음에 절 많이 도와줬거든요? 근데 갑자기 제 성별을 물어봐요. 남자라고 그랬죠. 그러니까 태도가 달라. 내색은 안 하죠. 근데 예전에는 막 먼저 인사하고 그러던 사람이 제가 남자인 걸 안 이후로는 인사를 안 해. 전 그래도 커뮤니티 같은 걸 중요시한단 말이에요. 인터넷으로 만나는 사람이든 실제로 만나는 사람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사람을 상대하는 거니까. 그리고 앞으로 점점 인간관계의 틀 자체가 인터넷으로 통하는... 저변이 더 늘어날 거고. 비중이 실제보다 인터넷이 더 늘어날 거란 말이에요. 일할 때도 사실상 실제로 만나기보다 인터넷으로 자주할 거고 그런 식으로 말이죠. 모니터 뒤에 누가 앉아있든지 같은 사람이라는 거죠? 네. 저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실제로 만나면 더 신뢰관계가 생기고 이런 건 있는데. 어쨌든 모니터 앞에 있는... 캐릭터 뒤에 사람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편의를 위해서 자신을 넷카마40해서 “나는 여자입니다.” 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에 「마영전」에서 더 정떨어진 것 중의 하나가... 어떤 사람이랑 좀 친해졌거든요? 친해지니까 맨날 저보고... (중략) 그렇게 오래 하던 걸 접으면 기분이 어때요? 그냥 편해요. 별 상관없어요. 그래도 그 캐릭터에 굉장히 시간을 들인 거 아녜요? 업적도 많았고. 아니, 뭐 나중에 하게 되면 하는 거고. 근데 처음에는 좀 많이 망설였죠. 내가 들인
시간이 있는데. 근데 너무 막장 운영에 시달리니까….그냥 너무... 갈 데로 갔어요. 그리고 또 어떤 애는요. 얘도 맨날 게임만 해. 얘도 맨날 게임만 하고 군대 전역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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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떤 통로잖아요. 게임의 어떤 구석에 매력을 느껴 그 안에 들어온 사람들. 통로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자꾸 특정 인물군을 증폭적으로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전 그냥 솔직하게 백수라고 말해요. 내가 백수다!
40 넷카마(ネカマ)는 온라인에서 여성인 척하는 남성을 의미한다. 일본어의 오카마(여장 남자)와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넷을 조합한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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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카마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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虹 釜 太 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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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story of Game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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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가지각색으로 외형을 바꾸어가며 이쪽의
해소시켜줄 닥터가 몇천 명이고 계속하여 교체되거나,
기억 조작에 호소해오는 서킷에서 전이 랭크 SRX에 근거하여 순간순간 변이하는 그 곤충들과 대전하며
민간인인지 군인인지 외계인인지 요물인지
조작당해가는 자신의 기억 중 무엇이 옳은지를
계속해서 흡수하여 그자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즉시
판별하며 남은 삶을 살아가거나, 모든 세계의
인격을 변형시켜야 하는 일상을 반복하며 쓸데없이
옛이야기에서 출현이 금지된 동물들이 조촐히 노후를
빌딩 사이를 휘젓고 날아다니다 사이클론의 눈에
즐기는 숲에서 동물들의 근접 조우로 자동 생성되는
돌진하던지, 미생물에 의한 감염증 이해의 복잡함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늙다리 헌터가 되거나, 고장 난 몇
이미 미생물 그 자체의 복잡함보다 훨씬 더 멀리
종류의 음향 토모그래피에 의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나아가 있을 것이라 오만해져 있는 인간에게 격노한
터널 내를 360도 회전하며 스턴트 주행이 얼마나 가능한지 따지는 것만이 목적인 레이스에서 맨몸의
외계인들이 벌이는 천벌 플레이의 단순함과 패턴의
노출이 지나친 프로텍터의 엔지니어로서 얼마나
갇힌 수감자들을 억지로 수도사로 변화시켜 우주에
균형 있게 포토제닉 감의 섹시한 프로텍터를 만들 수
떠 있는 목조 혹성으로 만들어 버리는 시대 착오형
있는가에 대하여 계속해서 의욕을 불태우거나, 징역
외계인 게임의 곤란함을 담백하게 무시하거나,
합계 오백 년 이상의 수감자들을 축구, 풋볼, 럭비,
바이오 해저드 좀비 게임이 조기발견, 감염지도작성,
핸드볼 등에 나오는 모든 반칙이 허용되는 무한후퇴의
긴급 백신 접종 등의 게임 묘사들은 뛰어나지만
배틀 풋볼 게임팀에 쉴 새 없이 밀어 넣어 게임
긴급격리묘사는 놀랍도록 유치한 제작의도에
메이킹에 매진시키거나, 자살 희망자들이 배회하는
이상적으로 깊이 빠져들거나, 기계와의 직접적인
미니어처 정원에서 고대에서부터 미래까지 영겁에
교환 속에 살아가는 비인간과 자연과의 직접적인
가까운 시간에 걸쳐 그들이 바라는 대로 자살방조를
교환 속에 살아가는 비인간 양방을 플레이하며 이
해주고 그로 인해 자신의 호칭이 바뀌면 단지 그것에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과 개를 근절시키는
만족하여 극한적으로 게이머의 절도를 지켜나가거나,
웨이스트랜드 롤 플레이에서 락 제로를 시험하거나,
°
카멜레온인지 불분명한 사람 형체의 그것을 무작정
진부함에 욕을 퍼붓거나, 중기계화 감옥 혹성에
복수 제시되는 감염지도에 의지하여 대체 어떠한
NPC의 머리카락 색이나 NODOG의 어금니 모양이 걷잡을 수 없이 고속으로 감염되는 유전자의 수평
예방 접종 선제공격을 도모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방향 스와프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사실을 대충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거나, 음산한 찌꺼기만이
눈치채거나 혹은 무심코 지나치거나 하는 랜덤
따분한 생활을 드리우는 답답한 라퓨타보다야 훨씬
트랜스제닉 시프트를 관찰해야 하는 지루함에 매일
정신적으로 건전하고 육체적으로는 생존 곤란한 지상
아침 시달리거나, 성인형 주의 결함 다동성장애,
세계에서 매일매일 방대한 면역 리스트를 펼쳐놓고
발기부전증, 월경전증후군뿐만이 아니라 가지각색의
영원히 착한 척은 포기한 채 천상인을 업신여보거나,
새로운 질병과 증상에 대하여 단시간에 얼마나
질기고 질긴 그라펜 수트 한 올만을 장착 당한 채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얼마나 단시간에
탄막포학의 전쟁터에 떨구어지거나, 백신 제조
질병을 브랜드화시킬 수 있을지를 꾀하는 질병 날조
공장 설립을 방해하는 인간과 그것에 찬동하는 준
시뮬레이션으로 매일 뇌물 투성이가 되거나, 의도적
인간과 싸우기 위하여 비인간들과 부대를 짜보지만
위해, 비의도적 위해, 중립적 접촉이라는 외계인과
금세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해지거나, 사막 녹화
지구인의 컨텍 중 비의도적 위해의 섬세한 다양성만을
지원용으로 개조된 칠십구 마리의 벌들과 함께 그것을
고집한 게임에서 보이는 비의도적 지구파괴의 각종
개발한 인간들을 찔러대며 지구를 개조하거나, 배설물
패턴을 하루에 수천 개씩 확인하거나, 폭파테러에서
재이용의 세세한 묘사를 외면하는 표퓰러스 아종의
폭사하기까지의 칠 분간을 반복해서 되감기 재생,
색채감각에 멀미를 일으키거나, 아무런 무기도 받지
관찰 데이터의 축적과 능력 강화로 폭파한 세계
못하나 길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줍지도 못한 채
자체의 개혁에 도전하길 강요당하는 트라우마를
그저 시한 페로몬 폭파만으로 생존하여 지정물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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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뮬레이션에서 인간들을 대이동 시키는 것이
자체가 그 세계의 페로몬 기능 규정을 개조한다는
어떤 저지력도 가지지 못하는 핵병기 장치의 SUV 드라이버를 멈추기 위한 추적을 정지 모드없이 연속
사실에 진절머리가 나거나, 민간인을 흡수하여
플레이하지만 화장실에 갈 때마다 핵병기 대책이론의
그자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울트라 군이
그 무력함에 좌절하거나, 자신의 맞싸움을 응원해주는
복수 존재하는 가운데 탐색 음향탐지기의 가동도
인류들을 우걱우걱 지겹게 먹어대어 체력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필드에서 쉴 새 없이 총을
회복시키며 상대의 티라노에 어퍼를 가하는 고릴라와
맞아 이제는 도대체 누가 적인지조차 알 수 없게
거대한 사마귀 둘 중의 하나가 되어 도시에 돌연
된 채 하염없이 빌딩 사이를 점프하거나, 잔인한
발생한 아프리카 사막 메뚜기와 함께 원숭이의 왕과
인간 찌꺼기들이 열광하는 벌레 배틀에서 벌레들을
곤충의 왕을 버튼 하나로 왔다 갔다 하며 인간집단이
구해내기 위해 카자흐스탄 유해절족동물의 왕이
얼마나 잠시의 휴식으로 고통을 지울 수 있는지
되거나, 수면 아래로 묻혀버린 사건만을 쫓는
권태로울 수밖에 없는 허브티 시간을 만끽하거나,
형사로서 세계를 헤엄치거나, 도시를 달리는 구급차가
기계와의 직접적인 교환 속에 살아가는 비인간과
되어 어느 인종을 구할지, 애초에 인간을 구해야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환 속에 살아가는 비인간의
하는지 메타 휴먼을 구해야 하는지, 어떤 인종의
양쪽을 플레이하는 것을 목표가 삼으며 이 세계를
인간도 메타 휴먼도 노인도 아이도 부상자도 구하지
살아가는 모든 인간과 개를 근절시키는 웨이스트랜드
말고 새끼 고양이만을 구해야 하는지의 선택을 점점
롤 플레이에서 점점 개가 더 좋아져 버리거나, 게임
커지는 사이렌 소리 속에 머리를 싸매며 뒷골목을
스타트 시점에서 어떤 역병에 걸릴지를 선택하고 어떤
질러가거나, 방사선 숙취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도시의 어떤 발전 시간에 어떤 인간에게 감염시켜야
인간에게 맛보게 하려고 좀비와 함께 인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수를 죽일 수 있는지에 기를 쓰게 되며
협박할지의 공통 목적에 매진하거나, 수감자 전원에게
동시에 예방접종 테크놀로지와 그 운반을 얼마나
일단 페이스 허거를 씌워 살아남은 자만을 특수부대에
찌부러뜨릴지의 소소한 판데믹 게임 음향설정에
입대시킨 뒤 그 강력범죄자만으로 지구를 지키는
집중하거나, 튀기는 핏물에 필요 이상으로 젖어가며
팀의 리더를 맡기나 배신의 연속에 부딪히거나,
쓰러뜨린 상대의 다리를 쑥쑥 뽑아내어 그 시체
점토질로 변형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주인공 요로시쿠
부품으로 상대의 몸을 구타해대는 고전적인 잔혹
구뇨구뇨의 몸으로 어째서인지 중화 냄비를 등에
표현을 반복하며 쉴 새 없이 신체결손의 순간의
업고 슬라이딩하며 시간을 멈추어 중화 냄비의
사진을 촬영하여 돌아가지만 세이브 룸의 앞에서
최종오의에서 민찌 고기로 죽어가는 상대의 살점으로
뻔뻔한 사진 비평가에게 그 날 찍힌 사진에 대하여
급하게 함박 스테이크를 만들어 애완 호랑이에게
깐죽깐죽 지적을 당하거나, 게임 역사에 있어 얼마나
먹이거나, 좀비증식의 긴급사태에도 잠꾸러기처럼
고질라적인 것이 거리를 파괴해 왔는지에 대해
느긋한 멍청이의 랙 11 서바이벌 일기를 게임 본래의 목적은 뒷전으로 한 채 읽고 있거나, 최강철인 중화
일일이 언급하는 고질라를 조작하는 게임이면서도
냄비를 갑옷 겸 요리 냄비로서 장치하고 전투요리의
득점으로 연결되는 허허벌판 대망 게임에서 주민들이
보헤미안 이론을 완성시키기 위해 시간을 넘어
화재를 달가워했던 시대의 변천에 고개를 내젓거나,
전생하는 요리인 초대 RPG의 무리한 설정에 질려 세계 채소 전승사를 공부하던지, 통행인을 방망이로
초음파를 사용할 수 있어 적을 음파 살상 할 수
두들기며 호흡하듯 자동차 도둑을 번복하여 거리를
의한 교미 신호를 너무 증폭시켜버린 탓에 섹시
배회하며 날마다 바뀌는 방언을 수집하거나, 열대병을
어필에 발동이 걸려 뮤턴트적 나비에게 강간당하고
매개하는 침노린재, 학질모기, 샌드플라이가 되어
발정이상인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거나, 누에가
미군을 찔끔찔끔찔끔 조용히 죽여가거나, 곤충의
돌연변이로 되어 평화적인 스파이더맨만이 태어나는
검색, 동정과 정보 축적만을 위해서 온갖 인간을
세계에 질리거나, 모든 몬스터 디자이너들에게
죽여가거나, 세계 이만 개 도시에서 상호인증파괴가
외면당한 늙은 야수로 변신하여 모든 건축가에게
무사 목적지까지 배달해야 하는 퍼즐 게임의 운반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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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스로가 파괴한 거리의 주민에 대한 호감도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튼 조작이 복잡하여 진동에
외면당한 오염 동물 축사에서 모든 주술언어사들부터
세계 최후의 버그를 지켜볼 것인가, 스카포그나투스
잊힌 저주의 말만으로 살상하거나, 돌연 이변한
제3의 형태이자 드래곤 모핑 게임의 한 가지인
구르의 편을 들어 그 외 생식하는 인간들을 한 명도
판처–란포린코이다에만을 그리움과 집요함으로
빠짐없이 근절하려고 하나 구르들로부터 인간은
플레이해가거나, 드래곤 모핑에 동화되어
기생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두를 말살시키는
숙달되어가며 전멸했음에 분명한 생물들의 잠재적
것은 저지당하거나, 상대방을 아기로 만들어버려
변모에 따른 개방언어를 알게 되어 드래곤 샤우트의
궁극의 치욕을 맛보게 하는 최종오의에서 상대의
학습에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예언 언어인 드래곤
얼굴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퇴화 표정의 포로가
샤우트가 잠들어 있는 유적에 의문을 가진 다크
되거나, 빈혈 과다로 은둔하여 얼빠진 소리의
엘프들을 위협하며 그들이 숨겨왔던 영향력 있는
입자밖에 낼 수 없게 된 세계에 일곱 대뿐이 없는 흡혈 우드 베이스 기계 자체의 기억을 읽으며 그
어떠한 전승을 채취해 나가거나, F8 하이드로릭– 호일–그랩스, 와이드뷰–헬멧, 다이아몬드–
기계가 과거에 연주했던 낡아 빠진 배틀 필드 재즈를
아머–코팅, 키네틱–파워 글로브가 장착 가능한
선인화한 뱀파이어와 함께 재생시켜는 코멘트에
클래식의 키네틱–수트를 몸에 감싸고 초고속으로
맞는 추한 수혈의 정적에 잠겨있거나, 반은 폐허 된
코스를 완주, 극단의 수직낙하를 반복해야만 얻을
여덟 요녀 조류 공주 궁전이나 까맣게 타버린 걸즈
수 있는 레어의 뇌 손상만을 기록한다는 임상 시험
바에서 지불받은 데드걸들의 무작위한 착각 진화
테스트 드라이버로서 끝없는 날들을 보내거나, 다양한
가제트나 착란된 이성 유인 비늘들이 게임 내의
국적의 뱀파이어가 모이는 헌책방에서 흡혈귀와
캐릭터를 난폭하게 흩어진 이화 조류 공주(異化鳥姫)
흡혈기 간의 싸움 중재를 하거나, 한심한 백돼지
RPG에서는 처음부터 팔다리나 부리 일부가 결손
흡혈귀가 운전하는 헬택시에 타고 미국의 알려지지
되어있는 특이한 버드섹셜리티의 추방된 자구
않은 루트를 모색하거나, 견습생 소녀 흡혈귀가 매일
세계에 흐르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광대한
교대로 근무하는 뱀파이어 메이드 카페에 가보지만
이조류(異鳥) 공간에 매일 랜덤으로 확대되어가는
단골 늑대인간을 출입을 금지할것만 같은 하찮은
빌하르츠 주혈흡충이 기생하는 가루다 촉수와
미니퀘스트가 싫어져 견습생과 도주하여 아뮤슈
가냘픈 꽃잎 모양의 긴 두 부리가 동시에 그 혹성
마을에 다다르거나, 콜래트럴 리퀴드, 데드팬,
세 개의 태양을 난반사 시키며 빛나는 가운데 그 날
망원, 미크로 어딕티드, 정물, 벌집, 기념사진,
울린 이상 조류언어를 다닥다닥 기록하거나, 내산성
인톨러런스라는 아홉 곳의 사진 판매처를 향해서
강화 조어로밖에는 형용할 수 없을듯한 몬스터
촬영본능만큼은 남은 지긋지긋한 대학생 사진가
적들 모두가 음악가라는 특이한 몬스터 RPG에서 매분마다 울려오는 형용과 형태가 어우러진 비트에
좀비들이 떼 지어 이쪽을 찍어대는 아케이드 안에서
맞춰 나도 날갯짓 소리와 경련 언어로 브레이크를
싸워왔던 지금까지의 게임 인생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걸어 답장을 하거나, 모니터룸에 구겨 넣어진 클론
세계의 과잉은 게임의 과잉에 의해 얼마든지 탐사
간 동성애가 만들어내는 허위 난수 음악의 자동 발생
가능하다고 들리지 않는 음성으로 알려주었음에
기록을 하염없이 관찰하거나,이상하리만큼 증식한
틀림없는 게임 내 어딘가에서 만났던 아인들의
악어에게 감염되는 질병과 방사능이 휘몰아치는 땅
말을 무시한 채 아종의 정신형성 알고리즘의 데드
위에서 보행 장애를 가진 솔라 파워드 뱀파이어가
스톡들을 태워버린다.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들의
되는가, 색마의 곤충학자가 되는가, 동물애호가의
귀중한 최적화 루트와 그들이 직면한 불가결의 장애
도둑으로서 처음부터 먹고 먹히는 관계를 거부하는
데이터 축적을 경멸하는 것조차에도 이제는 한순간을
베지테리언이 되는가, 면역계의 각종 오작동을
낭비하지 않고 게임을 모두 폐기하여 드디어 짐
경험하고는 늘 부품 부족으로 고민하는 사이보그의
꾸리기를 끝낸다. 이주하기로 한 것이다.
상인이 되는가, 악의 계약과 선의 계약 양쪽 모두를 맺은 컨트랙트킬러와 로우브링어의 융합체로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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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카메라를 낚아채어 멀리 날려버리며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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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The History of Gam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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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속의 무방비한 양. 선택지의 희박함 속에서
어떤 사고에도 소송을 걸 수 없다는 계약서에
필사적으로 양털을 강화하며 생존한다. 뿔이
서명해야 한다.
아슬아슬 구부러질 정도가 될 때까지 긁어 내리며
CMV IPPV PSV SIMV BIPAP CPAP 은
덤벼드는 짐승들을 양의 모습으로 죽여간다.
각각 ContinuousMandatoryVentilation Inter
이번에는 수용소에 끌려가나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mittentPositivePressureventilation Pressur eSupportVentilation SynchronizedIntermit tentMandatoryVentilation BiphasicPositive AirwayPressure ContinuousPositiveAirway Pressure. SIMV이 한층 더 불법강화된 강제환기는 위험한 느낌이 들지만 닥터는 언제든 24시간 대기 중이다. 앞으로도 DDS 임상 시험이 몇 가지 준비되어 있다고 하나, 약물 딜리버리 시스템 임상 시험, 마이크로 머신 임상시험, 인터벤션 임상 시험, 심전계 임상 시험의 옵션에 관해서도 설명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게임 임상 시험 옵션에서 선택 가능한 위의 의료 임상 시험들이, 의료기관이 고액
간수로 둔갑한다. 수용소에서 살육을 거듭하며 남은 시체들을 남김없이 완전히 불태워 고득점을 얻는다. 다른 임상시험 참가자가 시체 소멸에 만족하여 잠자리에 들기를 관찰한다. 이것이 어떻게 판정될지는 모르나 수용소의 중심이 되는 버팀목을 망치로 깨부수어 주변 수용소 건물 모두를 파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조리 불 질러간다. 컨트롤러를 손에 잡은 채 잠에 취해 떨어뜨리나 다시 일어나 타다 남은 곳이 없는지 수용소의 흔적들을 확인, 도망쳐나간 수감자들이나 피아니스트들이 없는지 신중히 탐색한다.
° ° ° 이주지에서는 일단 간단히 PET과 안저 카메라에 의한 촬영이 이루어진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PositronEmissionTomography)에는 경험이 있으나 눈 안쪽의 망막을 진찰하는 안저 카메라는 처음이었다. 희망하면 옵션으로 현재 시험 중인 안저
의료부터 초고 여우 의료에까지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게 하는 혼합진료 해금과 어떻게 링크될지는 알 수 없다. 안락사와 존엄사의 옵션에 관해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안락사와 존엄사의 차이조차 모르는듯하다. 나는 내 소유물을 연노랑 봉투에 넣어 계약서에 사인한다. 일주일간의 테스트, 삼 개월간의 이차
카메라 모니터의 임상 시험도 선택 가능. 사례금이
테스트, 반 년간의 삼차 테스트에 합격한 자에게만
확인된 뒤 모니터의 임상 시험을 ON으로 하면 눈 속의 혈관 혈류량을 컨트롤하거나, 혈관의 진찰에
공개되는 사 년간의 임상 시험 시설. 화석과 같은
따라 생활습관병뿐만이 아닌 의료기관이 질병을
진귀한 애착이 담긴 회사에 의한 세금대책으로밖에
만들어내는 재료가 되는 신 샘플의 액티브 안저
보이지 않는 이 게임 임상 시험은 보수가 좋은 것은
카메라가 장차 정기적으로 눈 속을 파악해 준다.
당연하며, 식사와 거주지도 지급되고, 현재 사는 곳의
또한, 장기에 걸친 임상 시험에서
키부츠 사회주의에서 이상을 읽어내라고 하기는커녕
유지비까지 지원받지만 아무래도 사 년이란 시간은
스트레스에 효과적이라 개발되는 활성 기계
너무나 길다. 물론 제정신의 인간이라면 받을 수 없는
환기(ActiveMechanicalVentilator) 임상
임상 시험이다. 하지만 모든 생태 임상 시험에는
장치도 있어, 이것 또한 사례액과 입금기한이
체중제한과 병력제한이 있기에 지금까지 여러 회사
철저히 확인되면 모두 선택할 수 있다.
면접과 악질의 임상 시험 또한 면접 단계에서 번번이
CMV IPPY PSY SIMV BIPAP CPAP 등도
떨어졌던 나로서는 삼차 테스트까지 살아남아만 있을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쓰이는 것들보다 훨씬
수 있다면 어떠한 제한도 없는 사 년간의 임상 시험을
강화되어있다. 이것에 일전의 장난감 싱크로
받는 일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 임상 시험에서는
에너자이저에 부속되어 있었던 듯한 활성 환기
페이를 받는 방식에도 복수의 선택지가 있으며 게임
프로그램 군도 왜인지 모르게 서포트 되어있다.
임상 시험 외에도 게임 인격관리 임상 시험, 실제
다만 위의 임상 시험 기계 환기들로부터 발생하는
체중감량에 따른 위법감량제 임상 시험, 통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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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시험 테스트에도 합격하기 좋도록 신체관리
만일 그것이 사 년의 임기에 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면을 지원해준다. 또한, 단기 복수 실험 응모 금지를
사 년간의 사례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시하고 연락처를 몇 개나 준다고 하니, 분명 이
이 세 가지의 행동 패턴이 어떤 것인지는 전혀
실험후에 정규 실험도 위법이지만 몇 가지 받을 수
공개되어있지 않으니 이 계약도 대체 무엇인지
있음이 분명하다. 분명 그럴 것이라 스스로 되새긴다.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시험을 무리해서 빚을
시험을 받을 수 있는 신체가 되기 위한 위법 패스를
지며 사 년이 넘도록 질질 끄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몇 가지 입수하기 위한 임상 치료라고 생각하면
사실만은 인지한 나는 계약서에 사인 하고 실험의
마음이 편해져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날들을 스타트한다.
그럴 때는 어느 정도를 상대에게 바라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클론에 관해서는, 특정의 임상 시험으로 클리어하기 어렵다면 그들을 동행자로 지정하여 동행
°
가능하나 경험치 또한 분산된다. 동행자와의 공감은
나는 이전의 세계에서는 거래했을 모든 조건과
너무 강하지 않도록 하라는 닥터의 충고가 매일 같이
생존하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정열조차도 이미
오지만 실험 시간에 간섭하지 않는 한은 하루에
모두 잃어버렸으며, 나에게 관련된 모든 행동이
몇 시간이라도 모니터에 소환시킬 수 있다. 물론
노예근성에서 나온다는 것에 피폐해져 있어 새로운
내 방을 어둡게 하여 닥터의 목소리만으로 치료를
선택지를 찾고 싶었다. 치료비만 있다면 의사에
받는 것 또한 가능하다. 클론 동료에 너무 강하게
의하여 무언가 대충 병명이 붙고, 의사가 취득한
공감하면 임상 시험의 지속이 곤란해진다는 사례가
점수에 적절히 응당한 장치가 처방되어 고분고분
몇이나 보고된다. 임상 치료를 하는 자신이 클론의
임상 치료의 노예 놀이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에 불과하며 성공한 개체에 불과하다는 강박
이주를 결심한 첫날 나는 이십칠 명의 다른 자아를
관념이나, 그러나 그런 현실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만들어 내야 함에 반강제적으로 설득당한다.
자신의 목소리와의 대화가 게임 실험 자체를 매우
입실하자마자 즉시 이십칠 개의 자아의식 엔진을
위협하게 되면 의미 있는 치료성과를 얻을 수 없다.
본뜬 존재들을 목격한다. 그것들은 삼 개월간
실험 참가자의 취향도 가지각색이라는 점이 고려된
테스트받을 인종에 대한 이미징 테스트의 결과에
탓인지 닥터도 복수의 인격이 준비되어 있지만,
따라 즉각 창조된 존재로서 그들의 파트너와 함께
닥터들의 일부가 실제로 인간인지 연합 인격인지 몇
실험을 차근차근 클리어해가면 클론의 임상 시험
가지의 자동대화 소프트의 복합체인지는 머리가 나쁜
결과에 따라 그들 페이의 3할을 내 페이의 5%를 대신하여 얻어 낼 수 있다. 즉, 이십칠 개의 클론이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뛰어난 게임 시험 결과를 얻으면 그들 각각 페이의
닥터의 목소리 느낌과 말투는 얼마든지 기호대로
3할을 얻을 수 있지만, 나의 페이는 ×95% 를 이십칠 회전 하는 꼴이 된다. 자기 본체의 게임 시험
조정할 수 있고, 수 십분 단위로 음성을 모핑할
결과는 보통 행동 패턴을 추적하여 무효처리되는
자동변천하도록 조정할 수도 있다. 치료목적이
하위의 클론 아홉 개가 교체되어가기 때문에 결국
아니라도 닥터와 상시 「대화」를 하며 시험을
「원금손실」은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게임 시험관의 감언이설을 믿어 사인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진행하는 자도 많은듯하다. 많은듯하다고 표현하는
산수에 능했다면 이런 계약서에 사인은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사인은 했을
임상 시험 조직 내의 SNS에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것이다. 순차적으로 교체되는 이십칠 개의 의식
시험 참가자들끼리 공동으로 식사할 수도 없으며,
엔진이 게임 시험의 목표인 어떤 세 가지의 생동
대화하거나 육체를 사용해 놀거나 할 수 있는 공유
패턴에 도달한 시점에서 나는 즉시 사 년간의 임상
스페이스가 이곳에는 일절 존재하지 않으므로 알
시험에서 해방되고 특별 보너스를 받을 뿐 아니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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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있으며 들은 적조차 없는 보컬 로이드로
이유는 시험 참가자들 서로가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닥터는 무엇보다 시험자의 정신건강 유지를
일차 시험은 정글 내의 수용소에서 탈출하는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때로는 전체 그림이 보이지
서바이벌이다. 물론 게임오버가 되어도 몇 번이든
않는 이 시험 조직에 대한 몇 가지의 추리를
다시 할 수 있지만, 우리의 플레이는 모두 기록된다.
상담해오는 시험 참가자들도 절대 탓하지 않는다.
이 테스트에서는 극심한 신경성은 아닌지, 정신이
이 일대의 임상 시험조직은 분명 확실한 영리를
미쳐있지는 않은지, 게임의 실험에 있어 곤란해질
추구하는듯하나, 중증의 자기계발병 사회를 전제로
어떤 특수한 반사회적 부분이 없는지 정도만
한 신자유주의 질서의 못 박기에는 여러 가지
체크되므로 조급히 고속으로 플레이할 필요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든지, 임상 시험조직의 진정한
없다. 플레이어는 수용소 내에 있는 몇 가지의 약을
목적은 몇 개의 인격을 가능한 최대로 만들어내는
사용하여 몸의 표면이나 지각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것에 있어 그 인격들에 대한 논란을 모든 단계를
이 게임에 있어서 어떤 질병에의 감염이 열쇠가
통해 진행한다든지, 임상 시험조직 대표의 자아는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나는 쓰러뜨린 적들을 모조리
존재하지 않고 이 조직의 이익추구는 조직이
태워버리기로 했다. 플레이해가면서 그 수용소
제공하는 몇 상호부조와 양립한다든지, 애초에 이
전체의 버팀목을 몇 개 파괴하면 점차 붕괴할 수
조직은 일명 기업의 성공이나 경영자의 이익을 위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길고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만이 가지는 인격과는 또
수용소 건물들을 차례로 파괴하여 간다. 드물게
다른 인격들의 존엄을 이제까지 없었던 형태로
맞닥뜨린 생존자를 방심하고 있다가 박살 당했다.
만들어내는것에 있다든지…. 여러 추리가 실험
다시 시작이다. 그렇게 나는 이미 쇠약해 빠진
참가자들 사이에 떠돌아다니지만 닥터가 어디까지
수용소 자체를 점차 분해해갔다. 이차 테스트에서는
정신이 빠져있는지, 어디까지 밀고를 하고 있는지,
한 감옥의 관리를 맡게 되는 게임을 삼 주간 매달려
반복을 재촉하는 악마인지는 알 길이 없다.
플레이하게 된다.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할지는 온전히
° ° ° °
임상 시험 참가자의 자유에 달려있다. 그 감옥에는 몇 가지의 전제가 있다. 하나, 감옥에는 온갖 기계류가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어떤 업자로부터 어떤 「기계」를 도입할지는 플레이어의 자유이다. 업자선정에
희망하기만 한다면 게임 임상 시험이 아닌 실제의
관해서는 스파이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임상 시험, 액티브 타겟팅, 병태 특이적인 방출 제어
그에 또한 일정한 시간을 사용하여야 한다. 하나,
기술과 같은 차세대 약물 딜리버리 시스템의 불법
감옥의 수감자에게 중노동만큼은 시킬 수 없다.
인체실험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시도해볼 수
그러나 지적노동뿐이라면 간수들과 관리인인 자신
있는 길도 있었다. 하지만 약물을 필요한 장소에
또한 말살당할 수 있다. 이 루트가 랜덤으로 지정되어
필요한 시간, 필요한 양만을 작용시켜 목적의
있지는 않다. 하나, 감옥에서 수감자를 감옥에 필요한
테크놀로지에 의한 인체실험을 하는 것은 수년
물품을 제조하는 일에만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뒤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만두었다. 병태
외부의 「일」을 얼마나 맡길지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특이적인 방출제어에 적합한 약물 딜리버리는 아주
한다. 「저널리스트」가 수감자로 침입해있기 때문이다.
작은 반지를 장착하기만 하면 되어, 그 장착에는 작은
하나, 감옥의 수감자에게는 온갖 교육을 시행할
수술이 필요하다는 유혹도 있었지만 나는 뿌리치고
수 있다. 수감자들을 일반적인 교육부문 안에서
몇 가지의 「건강진단」과 파워드 도구의 공지를
가르치는 것에 제한은 없다. 수용소 내 도서관에 어떤
받았다. 「건강진단」에 패스한 나는 임상 시험회사
책들을 수장하는가도 지시 가능하며 우수한 사서를
측의 도구 선전 유혹에 끌리지만, 게임의 임상 시험
외부에서 데려오는 일 또한 가능하다. 그러나 수용소
일차 테스트가 곧바로 개시된다.
내에서 우수한 사서의 정의란 무엇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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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외부에서 파견된 기계공과 수감자들과의 감옥 내 대화는 금지되어 있지 않다. 금지해도 무방하다.
하나, 감옥은 어떠한 곳으부터의 청부업도 금지하지
삼 주간 감옥을 관리하는 사이에 이미 나의 클론
않는다. 그러나 침입해있는 저널리스트를 제멋대로
네 대가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한다. 임상
두었다가는 감옥은 금세 폐쇄되고 만다.
시험의 본 채용 후에 클론의 성적 리포트를 알기
° °
나는 삼 주 동안 사십칠 차례 감옥을 폐쇄당하고, 백 칠십 여섯 명의 저널리스트를 사살했다.
위해서는 시험 내의 화폐가 필요하다. 너무 형편없는 클론들은 화폐를 내고 해고할 수도 있다.
° °
° °
감옥 내 수감자들의 질병은 가지각색이었다.
그 주의 플레이에서 플레이어의 「인식력」이 높아지면
돌발적인 정신착란 이외의 모든 질병은 모두
정신병, 신경증, 성적 이상, 사상, 급진성, 기발성,
디자인되어있었다. 수감자들을 얼마나 죽이던지
정신 미숙도, 경솔도, 횡포도 등 수감자들에게
자유였으며, 수감자를 얼마나 탈옥시키든지도
붙여진 태그를 인식할 수 있다. 인식력을 한없이
자유였다. 그러나 탈옥시킨 수감자가 「완전범죄」를
낮게 최저로 설정한다면 아무리 민첩성이 있고
이루지 못하여 돌아온 숫자가 일정 수를 넘어가면
사격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어떤 수감자에게 어떤
나는 그 감옥에서 해고된다. 감옥을 관리하는 나
경향이 있는지 너덜너덜한 파일조차 제대로 관람할
자신이 수감자가 되는 루트도 존재한다고 닥터에게
수 없다. 주회 플레이에서 강화된 인식력은 계승되지
들었지만, 삼 주 동안 그런 일은 없었다.
않으나, 인식력이 이상적으로 강화되면 세 번째까지 그들의 태그에 대한 다수의 오피니언 태그가 신속히
일반적으로 쉽게 상상이 되는 수감자들의 질병이나
° °
준비된다. 인식력이 너무 높으면 통상 이동 중에도
수감자들의 과거 경력 또한 얼마든지 수정해도
오피니언 사이의 논란이 격해져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었다. 침입한 저널리스트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된다. 그러나 닥터는 그것도 일종의 방식으로서
전제 하의 이야기이지만. 의심 귀신이 되어 수감자의
흥미로울 수는 있다고 했다. 이 게임에서 태그인
삼할 이상을 징벌 중에 죽여버린다면 해고감이다.
오피니언 간의 논란 폭주는 나와 닥터의 상호 의존
그러나 간수들의 사살게임을 간과하지 않더라도
관계, 아니 내가 닥터에 의존해대는 것과 비슷한
때로는 간수들의 투표로 해고되기도 한다.
느낌이다. 오피니언들의 논란폭주는 부분 인격으로 만들어진 유령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보는 놀이에
° °
닮았다. 나는 오피니언 사이들의 논란폭주를 멈출
이 감옥관리게임의 임상 시험에는 추가로 옵션이
수 없을 정도까지는 인식력을 키우지 못했다. 닥터
있었다. 한 게임을 재시작할 때 캐릭터 메이크업에서
말에 따르면 플레이어들은 수감자에게 붙여진
민첩성에 우수한 수치를 기록한 나에게는 우수한
정신병, 신경증, 성적 이상, 사상, 급진성, 기발하성,
다른 피실험자들을 앞지를 수 있도록 별도 루트의
정신 미숙도, 경솔도, 횡포도 등의 태그 이외에
출발점 선택지가 새롭게 부여되었다. 이번엔 간수가
공격유발도, 과거 구애자동원, 역할 연기도, 키딩,
되는 것이 아닌 형무소에 침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애 연기도, 재교육 관심도, 정신적 악취도 등
운 좋게 자신의 힘을 발휘하면 간수들도 자유롭게
미지의 태그를 읽어 들일 수 있게 되어 감옥을 바이
조작할 수 있다. 최초의 미션은 누가 인간의 간수인지
징고 쇼비니즘(신에 맹세한 배외주의)에 가득한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범죄자 쪽에서 경찰에 보낸
유곽으로 거듭나게 하는 일에 성공한듯하다.
침입자로서의 역할이다. 임상 시험설정 측에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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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도가 높은 간수 플레이의 클리어 조건을 어떤 것에 맞추고 있는지 판명하지 못한 채,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실험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실험을 무사히 클리어할 확률은 침입자 측이 높을 것이라
느껴졌다. 누가 진짜 소장인지 분명히 밝혀 그놈과
접촉하지 않는 한, 어떠한 입장이라도 클리어는
커넥션을 맺은 뒤 외부와의 연결자에게 전달하라,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매일의 형무소생활에
이것이 나의 미션이었다.
최대한 변화를 주고 화려한 부대는 기분 좋은
° ° ° ° ° ° ° ° °
플레이가 되겠지만 최대한 화려한 부대 플레이는
이차 테스트에서 나의 게임상 칭호는 다양했다.
간부의 주의를 최대한 끌지 말 것, 스피치 능력의
NPC인지 다른 실험자인지, 개발자 측의 연기자인지,
뛰어남을 과언하지 말 것, 특정 알콜 또는 마약을
매일같이 정원에서 열리는 하루 네 번의 휴식 시간
피할 것, 간부에게 불필요한 제안을 하지 않을 것,
동안 판명되지 않은 수감자와 간수 사이에서 칭호의
영웅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특정
자랑이 시작되었다. 나의 칭호는 「무팔레 감옥의 심볼
알콜 또는 마약을 피하면서도 분명 어떤 종류의
미만」으로, 친해진 수감자 중 한 명은 「솔로티 감옥의
마약발견은 게임을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희망」, 그리고 일반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형무소장의
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 내에 존재하는
칭호는 「진저 감옥의 대립 극점」이었다. 감옥에는
마약의 수가 너무 많아서 그 비밀을 파헤칠 시간은
몇 가지의 별명이 있었지만 그것이 왜 그렇게 다른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형무소내에서 마약사용에 의한
이름으로 불리는지 그때는 몰랐다.
죽음도 다발하고 있었지만, 그것의 조합이 나쁘기
나는 소장의 터미널에서 이 별명들을 발견하게 된다. 허나 매우 짧다 한들 이 치료 기간에 있어서 온갖 격투력, 정당 방어능력을 희생한
피할 것. 징벌방에 유입되는 모든 분기 데이터는 입수해 둘 것. 간수의 주의는 최대한 끌지 않고 스피치 능력의 뛰어남을 과언하지 말며, 특정의 알콜은 절대적으로 피할 것. 간부에게 불필요한 제안은 하지 말고,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등의 충고를 몇 가지 받았다. 내가 특별히 주의한 것은 징벌방에 유입되는 모든 분기 데이터를 입수해 놓을 것,
때문이었다. 그런 조합만 있을 리는 없었다.
° °
침입과 하이킹에 능력치를 할당하고 있었던 탓에,
높은 수치는 아니었으나 나는 이 임상 시험을
이 별명들과 별거 아닐 내용이 쓰여 있었을 소장의
클리어한 것 같다. 그러나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일기를 알았다는 이유로 소장에게 사살당한다.
실은 복수의 형무소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비밀에
그러나 실제로 나를 죽인 것은 소장이 아닌 소장을
대해서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마음이 걸렸다. 「잔장
위장한 세 명의 인간 모습을 한 기계중 하나로, 그
감옥의 긴장 한계」와, 「솔로티 감옥의 절대적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어떻게든 분기를 하여도
모순」과는 결국 만나지 못한 채. 그러나 나는 이
또다시 살해당할 뿐이었다. 어쨌든 어떠한 형태로든
임상 시험 형무소의 몇 가지 훈련을 통해 자아를
부대를 꾸리지 않으면 이 비밀을 안 이상 형무소에서
타자로 바꾸는 것이란 이기주의와 표리일체의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
이타주의임을, 형무소에서 벌어지는 불규칙한
도둑 능력 한정 해제의 높은 도둑 능력을
폭력과 자애, 규칙적인 트레이닝과 돌연히 일어나는
지녔음에도 현실 세계보다도 이 감옥 내에서의
수감자의 학습력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매치기 활동에 모든 여생을 건 베테랑 도둑
불미스러운 랩이 복역하는 가운데 솟구치는 자유
수감자에 따르면(분명히 NPC), 이 형무소에서는 「잔장 감옥의 긴장 한계」라 불리는 수감자, 간수들의
지하수층과 연동하여 간다. 그 시간은 몇 가지의
기억을 조작하여 온갖 세계의 형무소를 ‘관찰’하여 온
변화는 그 누구도 읽을 수 없으며, 싸움을 성립시킨
「솔로티 감옥의 절대적 모순」이라는 칭호의 인물과
관념의 해부가 의미를 잃어감에 따라 모두가 광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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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변화한다. 지층과 수층 사이의 농도
피를 공격당하는 일에 아무렇지 않게 된다. 분리의 계통수들을 저주하는 랩이 이 감옥의 매일을 탄생시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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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I 강정석 이 책은 2016년 11월 23일부터 12월 24일까지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전시 『GAME I』을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This catalogue is published on the occasion of the exhibition GAME I, from November 23 to December 24, 2016 텍스트
강정석, RMHN, wigen, 이용승, 마루호도, 니지카마 타로(虹釜太郎)
일한 번역
Yona
편집
강정석, 이수경
디자인
강문식
발행
강정석, 두산갤러리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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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
마키타 나미나(牧田なみな)
© 강정석 2016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3길 15, 두산아트센터 1층, 03129 +82 2 708 5050 seoul@doosangallery.com www.doosa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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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알고 있었어. 모두가 누군가의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신할 때는 내가 아니어도 되니까.
누구나 남에 대해서라면 쉽게 진심이 되는 거야. 남도 아니면 아무 계정이나 로봇이라도 좋아. 어찌 보면, 다들 적당히 연기해줘서 되려 고맙다고 느낄 때도 있어 굳이 어깨를 부딪쳐주는 밤거리의 취객이라던가.
알고 있었어. 자각하고 있었고. 봐봐 결국은 꿈에 나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