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는 사람이 온다.”“동원되는 데가 너무 많아 힘들다.”
지방행정에 주민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참여를 독려하는 공무원이나 참여를 요청받는 주민 사이에서 이렇게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한편, 주민이 정책에 참여하고 싶지만 여전히 높은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밀양 송전탑 설치나 진주의료원 폐지를 둘러싼 갈등, 용산 도시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참사를 볼 때, 주민이 생존을 걸고 표명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숙의나 협의가 없이 강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점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주민참여가 성숙하지 못한 이유는 시민들이 참여에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행정이 주민이 원하는 참여 절차를 만들지 못했거나, 정책과정의 핵심에 주민참여 프로세스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과정마다 다양한 주민참여 방법이 있는데, 층위별로 골고루 주민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OECD는 정책 과정을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정책의 ‘설계’와 ‘집행’ 그리고 ‘평가’다. 기존에 한국에서 이뤄진 주민참여(민원이나 주민신고, 운영위원회나 공청회 등)는 주로 정책 ‘집행’과 ‘평가’에 치우친 반면, ‘설계’에는 미흡했다. 설계 과정에도 주민참여인 주민제안제도나 감사 청구제, 심의위원회와 같은 제도가 있지만, 참여 절차가 번거로워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중앙정부, 마을 단위에서 주민참여 기회를 다양하고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내외 주민참여 정책개발 사례를 살펴보고, 그 중 하나의 실험 사례로 희망제작소가 주관했던 서울 ‘동북4구 100인회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