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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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ARID BUT BEAUTIFUL
KIM, JI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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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ARID BUT BEAUTIFUL 김지혜 개인전 2 0 1 4 . 1 0 . 8 +1 0 . 1 4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el. 02 737 4678 / www.gallerydos.com
도록저작권 ⓒ 2014 김선영 이 작품집은 어떠한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글로 적힌 동의가 없이는 전체로나 부분으로나 복사, 복제 또는 사진 및 기타 정보기기에 의해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표지 Untitled Oil & acrylic on canvas 112.1×162.1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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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om in red
Oil on canvas
193.9×130.3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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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상스와 아모르파티의 흔적들” - 사막을 홀로 통과했던 한 젊은 화가의 고백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르탕스 블루 <사막> 전문 -
며칠 동안 온통 김지혜를 생각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시 는 운명처럼 내게 그녀의 작업에 대한 일종의 실마리를 풀 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아마 그녀의 예술작업이 바로 이 발 자국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어쩌면 김지 혜의 질병이 그녀만의 실존을 명징하게 체험하게 했던 계기 가 되었으리라, 구원이나 희망 없이도 삶을 견고하게 지탱해 나갈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미쳤다. 예술가는 근원적인 불안을 지속해야만 하는 실존주의자들 이다. 실존론적 외로움은 영문도 모르는 채 황막하고 끔찍 한 무인도 같은 세상에 내던져져 있고, 거기에서 빠져나올 방도도 없기 때문에 그렇게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식하 는 데서 오는 매우 불편한 기분이다. 김지혜 또한 어느 날 A table with four chairs Oil & acrylic on canvas 130.3×162.1cm 2011
갑자기 예기치 못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 자신이 내던져졌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꿈인지 현실 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당혹스러웠고, 부조리한 현실 체
험이 시작되었다. 사회와 관계로부터 소외당할까봐 두려웠고, 자기 몸으로부터 점점 소외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공포스 러웠다. 그런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김지혜는 허무와 절망과 불안과 초조를 가진 고립된 인간으로만 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오히 려 자기만의 오롯한 방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바로 작가만의 초현실주의적 공간, 그 세상이라면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하기도 할 것 같은, 환상이 현실로 대체될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그것이 예술이 작가에게 허락한 비의적 세계이고, 신비체험에 가까운 입문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예컨대 처음에는 사막이었다가 나중에는 바다가 된 장소, 그곳에서 자유롭게 비행하거나 유영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작가가 사용한 기법은 바로 전치, 데페이 즈망 혹은 몽타주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전혀 이질적인 사물들이 한 장소에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김지혜는 짧은 삶의 삼분의 일의 투병생활 중에서도 열정적으로 자기세계에 몰입하고, 투명하게 자기세계를 시각화할 수 있었으리라. 사막이라는 은유 아프고 난 후 김지혜는 사막을 자주 그렸다. 사막은 병든 자기 몸에 대한 은유였다. 심각한 갈증으로 건조하고 피폐화되어가는 육 체에 대한 상징으로 사막만한 매개체가 없었던 것이다. 작가가 사막을 선택한 것은 단지 자기 몸의 사막화때문이었을까? 혹시나 사막을 떠올릴 때 등장하기 마련인 오아시스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자연이 사막에게 준 선물인 오아시스는 그녀의 화면에 등 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자기가 존재하는 모든 곳을 오아시스로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들이 오 아시스를 찾아낸다면, 예술가인 그녀는 오아시스를 창조했던 것이다. 물론 김지혜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사막을 그릴 때 오로지 사막을 빠져나갈 궁리만을 했다. 그리하여 화면에 는 주로 배, 비행기, 트램, 풍선기구, 패러글라이더, 자전거 같은 운송수단이 등장했던 것이다.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원래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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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침대
Oil & acrylic on canvas
65.2×53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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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되돌려줄 그런 매개체들이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김지혜의 회화는 사막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꾸는 실존적 의지의 노마드 로서 묘사된다. 그런데 화면 속 어디에도 자신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노출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자신의 상황을 현실로 받아 들이지 못했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김지혜는 자신이 그려내는 화면이 크든 적든, 항상 시야가 탁트인 거대한 퍼스펙티브로 스펙터클한 구도를 잡아낸 것을 보면, 마 치 대상과 자신을 분리시켜 놓고, 타자화하여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극한 육체적 . 심리적 아고니(Agony)상 태에서도, 아마도 그렇기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마치 자기 일이 아닌듯 낯설지만 담담한 풍경으로 묘사해내고 있는 것 이다. 예컨대, 작가의 몸과 상황에 대한 메타포로서의 사막이 그다지 심각하거나 위험한 곳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작가는 현실과 환상, 실제와 가상 사이의 경계 어디쯤에서 유랑하고 있는 모습으로 포착된다. 더군다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막에는 탈주를 위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정주형 도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파, 의자, 침대, 파라솔과 같은 일상을 안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들이 등장하더니, 마침내는 시소, 미끄럼틀 같은 놀이기구가 등장하는 것이 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의 묘사는 작가가 자기 삶을 온전히, 아니 때론 기이할만큼 평온하게, 어린아이의 유희처럼 받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피하지 못할 바에는 즐기라는 격언처럼 탈출보다는 적응이 훨씬 더 창의적인 것일지도 모 른다고 생각했고, 사막과의 아이러니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막과의 동거는 자기 삶의 방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 라, 오히려 긍정적 수용과 달관의 태도가 엿보이는 것이리라. 다시 말해 죽음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공존하는 것으 로 바라보는 특유의 미학적 사유가 엿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막 혹은 바다로의 초대 사막에는 <커플>이라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의자가 놓여있다. 두 의 자의 형태와 기능은 이질적이지만 서로 대화가 가능한 척도에 놓여 있다. 또한 단란한 가족 혹은 자신이 꿈꾸던 관계를 상기시키는 <코 지 플레이스>, 환상적인 식사를 함께 하고픈 존재들을 위한 <코지 다이닝> 등은 작가가 사막을 오아시스로 창조해나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매개체다. 그러니까 작가에게 오아시스란 다름 아닌, 함께 밥 을 먹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서로 사랑을 나눌 존재에 대한 그리움 의 반영이다. 혹 혼자있게 되더라도 이미 그녀는 사막에 샹들리에를 킬 준비를 하 고 있었고, 더군다나 사막의 별빛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어린왕자 가 혼자서도 그 별을 당당하게 지켜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별빛이 내리는 사막의 아름다운 밤을 유추 하게 하고 황홀하게 만든다. 바로 이것이 김지혜 작업이 타인에게 주는 선물이고, 빛이다. 김지혜는 병이 깊어지고 고독하다고 느낄 때, 그리고 그 병을 스스로 인정하고 때로는 즐기게 되었을 때, 스스 로를 위로하는 것을 떠나서, 그 세계조차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Stars shine at night Oil & acrylic on canvas 90.9×72.7cm 2009
를, 타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지혜에게 사막은 실제 사막이 밤마다 풍경을 바꾸는 것처럼, 늘 한 결같은 대상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공간이었다. 그녀의 사막은 그저
단순한 사막이 아니라 파도처럼 물결치더니 급기야 바다가 된다. 사막이든 바다든,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탈출을 감행할 수 있 는 것이 예술의 세계이며, 예술만이 가져다주는 초현실적인 세계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병이 깊어질수록 사막보다는 바다의 모습 에 더 중점을 둔다. <쇼>(2012년)는 돌고래가 점프하는 묘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상단에서는 공중제비를 날며 묘기를 펼쳐 보이는 서커스단의 무희들이 등장한다. 무희들은 하늘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연습을 거듭한 끝에 관객 을 위해 쇼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변화하는 자기의 육체적 컨디션을 은폐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연기하고 있는 자 화상은 아닐까? 그렇다고 그것이 다는 아니다. 무희가 공중을 캔버스 삼아 자유자재로 움직이듯이, 고래가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 서 유영하듯이 그것은 또한 자유에 대한 메타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바다는 때론 세 점의 연작 <바다>(2012년)처럼 자기 앞 에 닥친 삶의 조건에 대한 공포와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심연의 바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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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자기 앞의 실존적 삶에 대한 회의 혹은 곤혹스러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주이상스, 고통 속의 쾌락 김지혜는“사막에서의 삶이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었던 이유는‘행 복’이라는 것이‘고통’과 함께하는 것임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내가 찾던 행복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과 함께 왔다. 모든 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고, 크게 울었기 때문 에 크게 웃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지난한 체험을 통해서 고통 속에서 행복 이 있을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이를 자크 라캉이 라는 철학자는 주이상스(Jouissance : 통상‘희열’,‘향유’,‘즐김’ 등으로 번역)라고 불렀다. 주이상스란 단순한 희열이나 즐거움을 의 미하는 것이 아니라‘고통 속의 쾌락’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말한다. 그러니까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쾌락을 넘어선 상태, 실제 신체의 피와 살이 떨리고 파열되는 장소에서 고통을 향유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김지혜에게 주이상스란 고통 속의 쾌락, 불안 속의 쾌 락, 두려움과 공포 속의 쾌락을 뜻한다. 고통의 크기에 상응하여 느 껴지는 모든 감각적 즐거움을 찬미하게 된다. 예컨대 신체적 에너지 가 고갈될수록 살아있는 미각, 예민한 청각, 세심한 촉각과 같은 것 이 더욱 더 생생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에로스(삶충동)와 타나 토스(죽음충동)가 늘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가 역시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존재하다가, 살아있음을 반증하 는 모든 일상의 사소한 일과 사건들 속에서 말할 수 없이 섬세한 감
A cozy place
Oil & acrylic on canvas
162.1×97cm
2010
각을 느끼고, 사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삶을 원망하기보다는 살아 있다는 것에 뜨거운 감사를 느꼈을 것이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김지혜의 작품 어디에도 원망과 불평과 불만과 투정의 토로가 없 다. 그래서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그림은 병이 깊어질수록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고 느꼈을 정도다. 아모르 파티, 운명애 김지혜가 감각적 . 미학적으로 주이상스적 삶을 살았다면, 그 철학적 근간에는 니체의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애가 자리잡 고 있다. 니체는 삶에 대한 사랑을 운명애라고 불렀다. 이는 운명과 대결하지만 패하고 마는 것도 아니며,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 에 복종하다 쓰러지는 것도 아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에 순종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 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아름답게 창조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창조에는 고통이 따른다. 재창조되기 위해 하나의 삶은 다음 삶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다.“창조하는 자가 있기 위해서는 고통이 있어야 하며, 많은 변신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 다, 창조하는 자들이여. 너희들의 삶에는 쓰디쓴 죽음이 허다하게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너희들은 덧없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 이고 정당화하는 사람이 된다”(니체의‘지복의 섬에서’중에서). 다시 말해 아모르 파티는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단지 이것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 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아마도 어렴풋이 김지혜는 이 운명에 대해 새롭게 사유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창조적 인 세계로 새롭게 입문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 운명론이 창조적인 것과 합치된다고 말하는 니체의 생각을 그대로 실 천하고 있었던 셈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고통으로 무력해진 채 삶을 방기하지는 않았으며, 항상 매 순간을 영원한 삶으로 만들고 자 예술이라는 작업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니체에 따르면 순간을 산다는 것은 현존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행복한 사건과 불행한 사건을 구별하는 습관에서 자유로워진다 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니체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내면의 분열에서 자신을 해방하라고 말했듯이, 작가 역시 가 능한 한 똑바로 의식과 감각에 의지하면서, 자기의 현존과 그 운명을 사랑하기로 했던 것이다. 자기 삶을 통째로 받아들이고,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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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vigator
Oil & acrylic on canvas
193.9×130.3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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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은 일기, 다이어리, 메모, 스케치, 드로잉 등에서 자주 목격된다. 아모르 파티-운명애, 니체의 말처럼 자기 운명을 사랑하기로 했던 것이다. 사막의 밤 하늘의 별 아래 놓여진 아름다운 소파를 보라. 이제 그녀는 혼자서도 괜찮다고 느낀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인생의 화양연화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혼자서도 두렵지 않다고 느꼈고, 별과 달과 같은 우주가 자신과 친구가 되어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이제 우리가 사막에서 작가가 하던 방식 그대로 소파를 들고 사막으로 나가 고 싶을 지경이 된다. 그것은 김지혜의 작품을 보면서 단지 연민이나 동정이라는 센티멘탈한 심정을 표출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통해 사막과도 같은 삶을 거뜬히 통과할 수 있는 실존의 힘을 배우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작가가 얼마나 자신의 삶과 운명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대작 <A room in red (붉은 소파)>(2010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으로 그녀의 운명애에의 열정은 클라이맥스에 달한다. 그녀는 자기 신체의 물리적 한계가 극대화될 때 더욱 더 뜨겁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삶충동과 죽음충동은 그렇게 이율배반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 쨌거나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모뉴멘탈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막을 가장 낯설게 만듦으로써 사막을 가장 스펙터클한 곳으로 격상시켰고, 그 한가운데서 마치 화려한 공작의 날개짓처럼 세계를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자신의 무의식 적 욕망을 토로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작품을 보는 현재 살아 숨 쉬는 우리는 스스로의 나태함, 소심함, 왜소함에 부끄러움 을 느끼게 된다. 누가 저런 뜨겁고 육감적인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누가 저렇게 강력한 존재의 아우라를 뿜어댈 수 있을까? 애도작업 르네 마그리트가 우울을 형이상학적으로 활용하여 세기의 걸작을 남긴 것처럼, 김지혜는 고통과 무기력을 활용하여 올곧고 강렬 한 작품을 남겼다. 김지혜의 작품은 자기가 스스로에게 준 가장 위대한 애도의 선물이다. 사실 살아있는 모든 예술가의 작업 자체 는 애도라고 말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애도는 근원적인 것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고, 예술은 바로 그 잃어버린 세계 혹은 잃어버 릴지도 모를 세계에 대한 추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지독한 향수(노스텔지어)는 예술가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예술이란 결국 살아있는 존재를 고정하고 정지시킨 자취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혜의 작품 속에서 물리적 죽음이란 가치 없는 무용 지물이 되어버린다. 그녀의 작품에 소멸을 앞둔 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만 보아도, 불행의 자기도취에 빠진 흔적이 보이지 않 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작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 폭발적인 에너지로 건재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언제나 처연할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자기를 타자화시킬 줄 알았던 것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순간이라도 김지혜의 세상을 보는 시각은 비 관적이었던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시각을 거부했다. 그만큼 그녀는 자존심이 강했던 화가였다. 참으로 아름답고, 재능이 많았으며, 열정적이었던 젊은 여성화가 김지혜는 더 이상 여기-지금-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 슬픔은 이제 살아남은 자의 몫이 되었지만, 그것 또한 그녀가 원치 않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도 그녀처럼 어느 순간 이 세상에서 사 라질 것이다. 우리도 살아생전 그녀처럼 당당하게 예술과 공모하며 자신의 삶을 불태울 수 있을까? 모든 사라지는 것은 슬프고 깊 고 아름답다...
나는 무엇인가의 결여이다. 나는 그것을 애도하고 있는 중이다. - 자크 라캉 -
유경희 (미술평론가 /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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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Arid But Beautiful 김지혜 / 작가노트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살아남다 - Survive’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7년 전 평범했던 내 삶에 닥친 받아들이기 버거웠던 위기로 나 에게도‘살아남기(Surviving)’는 매우 커다란 관심사이다. 나 와 주변의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이‘살아가기(Live)’위해‘살 아남는(Surviving)’방식을 이해하고 싶었다. 7년 전부터 나의 생활은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 같이 척박하 고 건조했다. 다 빠져버린 머리로 외출을 하기는 창피했고 계 속된 항암치료는 내 몸을 뜨거운 불구덩이로 만들었다. 무거워 지는 몸과 일그러진 정신으로 그렇게 나는 사막에 갇혀버렸다. 사막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살아남고 싶었다. 그런 나의 욕망은 사막에서의 탈출을 도와 줄 다양한 교통수단의 이미지 를 통해 전개된다. 하지만 이 교통수단은 뜨거운 사막의 모래 한가운데 놓여있어 이들을 이용해 사막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그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 병이 완치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더욱 사막 깊숙한 곳으 Untitled
Oil & acrylic on canvas
90.0×72.7cm
2010
로 밀어 넣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 삭막한 사막에서 편안함 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마도 내 삶의 일
부였다. 두려운 존재와의 동거가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이 사막도 편안해졌다. 그 때부터 나의 ‘살아남기’에는 탈출을 위한 수단 대신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이미지들이 들어왔다. 이 불편한 동거가 항상 편안할 수만은 없었다. 밤마다 계속되는 고통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살아남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나의 정신은 나날이 흐려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거짓말은 필요하다. 나의 이 불안감과 정신의 피폐함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 겐 더더욱 그랬다. 머리카락이 없어도 가발을 쓰고‘쇼(Show)’를 하면 된다. 연이은 항암치 료로 내 심신은 갈갈이 찢겨지지만 난 괜찮다며‘쇼(Show)’를 한다. 더 강하고 당당해 보이고 싶다. 나는 내 속을 감추고 살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쇼(Show)’를 하지만 역설적으로 작품 활동을 통해 나의 감추고 싶은 삶이 공개(Show)되고 또 보여(Show)진다. 인생에서는‘쇼’를 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삶과 죽음은 신 만이 아는 일이기에 결코 평범치 않은 내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는 정말‘잘’살고 싶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내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싶다 “ My life is not arid but beautif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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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Oil & acrylic on canvas
162.1×13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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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 knows
Oil & acrylic on canvas
162.1×13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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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flamingoes
Oil & acrylic on canvas
35×27.3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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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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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12 ~ 2014.5)
200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4 Not Arid But Beautiful, 갤러리 도스, 서울 2012 The Show, 용인 문화예술원, 용인 2010 Not Arid But Beautiful, A1 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2 Art Kyoto 2012, Kyoto International Conference Center, 교토 2011 EGO-DREAMS, 신한 Private Bank Gallery, 서울 2011 화랑미술제, COEX, 서울 2010 2010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신라호텔, 서울 2010 제3회 아시아프, 성신여자 대학교, 서울 2010 Asian Young Artist, 금산 갤러리, 도쿄 2010 비상, 마포 아트센터, 서울 2007 푸른 대양전 - 청춘의 개화, 갤러리 벨벳, 갤러리 175, 심여화랑, 서울 2007 시작 - The start,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03 The discord, 롯데 갤러리, 일산
수상 및 기사 2011 The Blind, 아트 웹진 선인장 2010 마포 아트센터 기획공모전 우수상 2010 단원 미술제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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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IHYE (1983.12 ~ 2014.5) 2007 Bachelor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Seoul, South Korea
Solo Exhibitions 2014 Not Arid But Beautiful, Gallery DOS, Seoul 2012 The Show, Yongin Culture & Art Center, Yongin, South Korea 2010 Not Arid But Beautiful, A1 Gallery, Seoul, South Korea
Group Exhibitions & Juried Art Fairs 2012 Art Kyoto 2012, Kyoto International Conference Center, Kyoto, Japan 2011 EGO-DREAMS, Shinhan Private Bank Gallery, Seoul, South Korea 2011 The 29th The Korea Galleries Art Fair, COEX, Seoul, South Korea 2010 2010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Silla Hotel, Seoul, South Korea 2010 The 3rd ASYAAF, Sungsin women’ s university, Seoul, South Korea 2010 Asian Young Artist, Keumsan Gallery, Tokyo, Japan 2010 Soaring, Mapo Art Center, Seoul, South Korea 2007 Blue Ocean - The Blossom of Youth, Velvet Gallery, 175 Gallery, Simyo Gallery, Seoul, South Korea 2007 The start, Hongik Museum of Art, Seoul, South Korea 2003 The discord, Lotte Gallery, Ilsan, South Korea
Awards & Publications 2011 The Blind, Artzine‘Sun in jang’ 2010 Excellence award, Curatorial project, Mapo Art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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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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