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박세빈
어느 화창한 날
구름은 능선 너머 넘실넘실 춤을 추고 발길 닫는 곳마다 햇빛이 닿는 날
톰은 저절로 춤을 추게 되는 빨간 구두를 신은 것처럼 춤추듯 길을 나섰어요
탁, 타탁, 타타탁, 탓타탁
멈칫!
톰의 발을 멈춘 것은 수백 마리의 고양이였어요 그들은 그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 부탁했지요
너는 하얀 털이 매력적이니 릴리! 릴리가 어떻니!
너는 부드러운 갈색털을 가졌으니 브라우니가 좋겠구나
메리, 베스, 라라!
키티, 졸리, 루카스!
마릴린, 그레이, 진, 로비! 톰은 끊임없이 고양이들의 이름을 지었어요
그에게 이름을 받은 고양이들은 무척 기뻐하며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었어요
해가 뉘엿뉘엿 서편으로 넘어가자 톰은 집으로 향했어요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고양이들은 점점 늘어만 갔답니다!
오, 이런 연못이 있어 이리로는 못가겠는걸!
고양이들은 혹여 톰에게 잘 보이면 더 빨리 이름을 받게 될까 싶어 앞다투어 물을 마셔버렸어요 물은 순식간에 사라졌답니다
멀린, 벨라, 지미, 로라!
루시아, 마리아, 패트릭, 알렉스!
올가! 올가! 올가! 집에 도착한 톰은 아내의 이름을 크게 불렀어요
최소 세 마리의 고양이가 올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모른 채 톰은 올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그렇게, 이름이, 조금, 늦어지자,
고양이들은 서로 이름을 먼저 받겠다며 싸우기 시작했어요!
싸움을 보면서 톰과 올가는 착잡해졌어요 처음부터 이름을 주지 않았더라면 싸움은 없었을 텐데!
그렇게 밤이 되고 고양이들이 모두 사라졌어요 톰은 쓰라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담배를 폈지요 그 때, 톰의 발치에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어요
참 예쁜 고양이였죠!
네 이름을 뭘로 하면 좋을까? 톰과 올가는 고양이의 털을 빗기며 고민했어요
린다
바바라
수잔
도로시
낸시!
헨리!
다니엘
매튜
토마스 리암
흠, 아무래도 좋지 않겠니! 내 사랑!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