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View Issu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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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 Issue.20

PhotoView

Contemporary Photography eMagazine

노기훈 Gihun Noh 여상현 Sang-Hyun Yeo 이은종 EJ Lee 전명은 Eun Chun

Issue.20


표지사진 : ⓒ노기훈 Gihun Noh, #20101114, 서울광장

Publisher : Jinhee Seo Editor : JD Jedong Yoo 기사제공 및 광고문의 : 070-4685-3166 Website : www.ephotoview.com facebook : www.facebook.com/ephotoview E-mail : ephotoview@naver.com ⓒ본지에 실린 글, 사진 등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사진작가, 글쓴이, PhotoView에 있으며, 동의 없이 이 책에 실 린 기사와 사진, 글 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12 Photographers, authors and PhotoView All rights reserved. No part of this publication may be reproduced or transmitted in any form or by any means, electronic or mechanical, including photocopy, recording or otherwise without prior written permission of the publisher.


Contents 노기훈 Gihun Noh 여상현 Sang-Hyun Yeo

이은종 EJ Lee 전명은 Eun Chun











노기훈

Gihun Noh

[Mise en Scène] 2009-2013 사람들은 시끄럽지만 광장은 말이 없다. 집회나 시위가 열리는 현장에서 광장은 연극 무대로써 결말이 없는 시나리오를 위한 씬을 마친 후에 또 다른 씬을 준비할 것이다. 사람들은 광장을 무 대로 다양한 요구를 합창하여 배역을 충실히 수행한다. 역사가 가져오고 인간의 의지가 구성한 연극이 완성된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의 움직임은 의미도 없이 그저 장노출 된 필름 안에서 미 장센이 된다. People are loud, but square is silent. Square is a stage where a next scene is prepared after preceding scene ends. People rigorously play their role on the stage shouting out their demands together. The play is completed by history and the will of humans, but the story arrives nowhere. The splash of movements becomes meaningless mise-enscéne.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무서워요. 2명까지는 참 좋 은데 왜 3명이 넘으면 서로가 왜 힘들어지는지 모르겠어요. 20세기 초에 나치가 뉘른베르크 전 당 대회에서, 그 [의지의 승리]라는 영화에서 봤던 어떤 힘과 우리나라에서 2002년에 시청 광 장을 보면 붉은 악마가 뒤덮어 버렸는데 제 눈에는 아수라장으로 보였어요. 아수라장은 자연스 럽게 집단의 광기를 연상시켰죠." 아티스트 토크에서 발췌. 공간 291, 2013 "Even without political propaganda, it’s scary to see people gathered around. Once more than 3 people gather, for no reason, it gets so hard. The powerful force witnessed in the Nuremberg Rallies at early 20th century, which is depicted in the movie , and the Red Devils occupying Seoul Square in 2002 World Cup. They all seem same to me. Such pandemoniums remind me of sheer collective madness." Notes from ARTIST TALK, 2013, SPACE 291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40x50cm #20111116, 보신각

노기훈 Gihun Noh/ 미술작가 노기훈은 1985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한다. 2013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를 거쳐, 현재 국현대미술관, 고양창작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 및 화랑의 기획전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지하철 1호선을 따라 사진 찍은 사진을 상상마당에서 2016년 4월 22일까지 전시한다.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40x50cm #20111224, 보신각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40x50cm #20150702, 보신각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50x40cm 검은 초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50x40cm 붉은 초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50x40cm 하얀 초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73x117cm #20131025 자유공원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01114 서울광장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10503 한나라당 당사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11027 여의도 광장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20521 통합진보당 당사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30225 광화문 광장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31228 서울광장


ⓒ노기훈 Gihun Noh, 미쟝센(Mise-en-scé ne), Digital Pigment Print, 120x150cm #20121218 광화문광장



여상현

SANG-HYUN YEO

Bluff

2015 블러프 시리즈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 혹은 사진은 사회를 떠나 존립할 수 없지 않을까? 이러한 의미에 <BLUFF series>사진들은 사회적인 소재나 사건을 매체를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방 식의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2006년부터 사회적인 화제가 되었던 ‘된장녀’라는 이슈로부터 시작된 이 작 품은, 단어의 숨은 뜻 그대로 외국 고급명품이나 상류문화를 쫓아 자신이 속한 상황을 잊고 허영심이 가득찬 삶으로 일관하는 정체성을 잃은 한국여성을 꼬집어서 표현하였으며, 이를 기초로 하여 <BLUFF series>라는 제목을 부여하고 본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작품 속에서 모델들은 대상과 포즈가 각각 다르다. 그러나 모델들의 얼굴은 모두 동일한 오브제인 명품 가방이다. 이 사진들은 앞으로 지속될 그 사회에서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질적으로 풍부 하고 부유한 삶을 영유하고 있는 사진 속 인물들은 슬픔과 고뇌에 잠겨있다. 완벽하고 행복으로 가득 할 것처럼 보이는 그곳에도 시련과 고통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허영심을 명품가방등 을 이용한 해학적 표현을 가미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명품이 무엇인지, 또한 인간의 행복이 어디 까지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BLUFF series>가 세상에 이야기 하고자 했던 내용으로, 물질적인것에서 오는 영원한 행복 즉, 유토피아 같은 세계는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자체가 이상일 뿐 이라 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BLUFF series>는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연출되어진 틀에서 촬영된 사진들이다. 이것은 이전의 사진의 의미를 놓고 보면 거짓이고, 가짜이다. 지금도 존재의 진위여부, 이를테면 합성 따위의 것들 이 진실한 사진인가 하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도 기존의 예술사진에서 한 틀을 벗겨 낸 또다른 사진이 아닐까? 사진이 갖고 있던 사건의 진실성은 연출을 통해 존재하나 또 존재하지 않 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여기에서 또다른 사진의 재미와 새로운 생각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BLUFF series>에서도 이러한 면들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고, 사회적인 소재와 사건을 통해 사진이란 매체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상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2015년 10월 여상현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Cinderella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A Police Officer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Ballerina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Boxer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Butchery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Cabin Crew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Chef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Librarian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Soccer Player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Soldier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Tailor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여상현 Sang-Hyun Yeo, 2015 BLUFF SERIES, Ttradition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90cm



이은종 EJ Lee

The Tree

나무

The Tree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지금 여기의 나를 발

“I discover myself here and now, seeing a

견한다.’

tree standing alone.”

나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가장

A tree is one of the longest living things on

장수하는 대상 가운데 하나이다. 깊이를 알 수 없

earth. A tree never stops its growing against

는 땅속에 뿌리를 박은 채 중력을 거슬러 지표 위

gravity, deeply taking root in the ground. A

로 성장을 멈추지 않는 나무. 나무는 언제나 홀로

tree is always alone, and keeps its place all

이며, 모두가 홀로이지만, 자기의 자리를 찾으면

its life, adapting itself to the environment.

떠나는 법이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삶의 마지막

The story a tree conveys becomes a mirror

순간까지 한 자리를 지키고 산다. 한 그루의 나무

reflecting me here and now.

가 지닌 한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거울이 되어 지

I imagined folks living in the clouds, when I

금, 여기의 나를 비춘다.

read the fairytale Jack and the Beanstalk as a child. I recall my old memories of a tree

유년 시절, 동화 <제크와 콩나무(Jack and the

with branches spreading heavenward and

Beanstalk)>를 읽으며 구름 위에 모여 사는 사람

leaves as white and abundant as clouds. A

들을 그려본 적이 있었다. 하늘로 뻗은 줄기와 가

scene of life is created with diverse voices in

지를 품은 잎사귀들이 구름처럼 희고 풍성한 모

accord with many gestures, and clouds are

습으로 다가오는 나무에서 옛 기억을 떠올린다.

hung in the air.

거기, 공중에서, 여러 목소리와 몸짓이 어우러져

Trees in photographs, planted and grown

삶의 풍경을 만들고 이야기를 기르는 구름이 한

for some purpose, are individual objects

무리 걸려 있다.

resulting from artificial landscaping. A tree

사진 속 나무들은 어디선가 키워지고 어딘가의

used for landscape architecture grows,

목적에 따라 심어진 것들로, 말하자면 인공 조경

shaped by trimming and propping it up with

의 개체들이다. 조경이 되는 나무의 일생은 다듬

a support. As human are tempered by their

어 형태를 만들고, 부목으로 지탱되어지면서 자

parents, school education, and companions

라난다. 인간이 태어나 부모의 그늘에서, 학교의

and live an ever-changing life, supporting

교육에서, 그리고 반려자를 통해 다듬어지고 서

one another, we see persons here and now

로를 지탱하며 끊임없이 유전하는 생을 이어가는

in the trees used for landscaping.


것처럼. 조경이 되는 나무에서 현대, 지금 여기

A tree in my work is found in our quotidian

의, 우리 사람을 본다.

life, but not daily. The reason why it looks unrealistic is due to its color. A tree’s color is

일상의 나무이지만 작품 속 나무는 일상적이지

not fixed as I interpret the color with infinite

않다. 그것이 비현실적인 이유는 다분히 색과 관

gradation into one. That is why the tree

련이 있다. 무한한 계조로 펼쳐진 색채를 하나의

image is not represented in visible light but

컷으로 번역하는 작업 속에서 나무의 색은 답이

infrared light. However, a tree is in reality

없다. 그 이유는 가시광선으로 구현된 이미지가

like a person in daily life.

아닌 적외선으로 재현 되어진 나무의 초상(肖像)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는 현실이다. 일상의

I feel something new in changes hidden

사람도 다르지 않다. 보여지는 것 이면에 감추어

behind the visible. The tree testifies the

진, 다르게 보이는 변화에 새로움을 느낀다.

rising and setting sun, the cycles of seasons,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again

떠오르는 해와 저무는 해를, 봄과 여름, 가을과

spring, and the memories of human life

겨울, 그리고 봄의 순환과 반복을, 역사 이전의

from prehistoric times to contemporary life.

인류의 삶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오늘날의 현대인 의 삶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나무 는 오랜 침묵으로 증언한다. 이은종

LEE EUN-JONG


ⓒ이은종 EJ Lee, THE TREE 003,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www.ejvisual.com) 작가는 한 장의 사진에 현실과 비현실을 공존하게 합니다. 칼라 적외선으로 촬영으로 작업한 <THE TREE> 연작은 일상적인 공간의 빛깔은 남겨둔 채 그곳에 오롯하게 서 있는 나무의 풍성한 잎사귀는 새 하얗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가시광선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적외선을 이용하여 일상의 풍경을 생경 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작가는 즉흥적인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함을 이해하는 시각을 통해 함께 공 존하는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 Whith Summer (백색의 여름) 전 2015 - AK Gallery - 에서 발췌


ⓒ이은종 EJ Lee, THE TREE 004,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05,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06,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07,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08,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09,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0,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1,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2,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3,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4,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5,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6,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7,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8,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19, C print, 60cmx60cm, 2013


ⓒ이은종 EJ Lee, THE TREE 020, C print, 60cmx60cm, 2013


전명은

Eun Chun

나를 본다 Je regarde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Florencée III, 60x40cém, Digital Pigment Print, 2010


<그 사진을 보고자 하는 욕망에 관하여> -작가노트 2016년 3월 내가 만난 한 시각장애 소녀는 어떤 사람에 관해 알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대해, "외모를 뺀 모든 것" 이 궁금하다고 대답했다. "외모"라는 단어를 "표면"으로 치환해본다면, 그 아이가 알고자 하는 세상은 표면 위로 보이지 않는 다른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눈앞에 놓여진 하나의 사물을 바라 보면서, 보이는 것을 뺀 다른 모든 것에 관해 궁금증을 증폭시켜보았다. 감각기관이 세상을 향한 창문 으로 비유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면서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추어천문 가, 카메라 수집가, 관측자, 효과맨(Foley artist),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모델로 한 지난 작업들에 서, 나는 특수한 시각 세계 속에 처한 인물들이 외부와 소통하는 저마다의 방식에 관해 다루었다. 이 작 업들은 대부분 사진 연작이며, 사진을 오브제로 활용한 설치, 또는 영상과 퍼포먼스로 발전된 경우도 있다. <사진은 학자의 망막> 연작은 아마추어 천문가가 촬영한 천문사진과, 내가 촬영한 천문기기 사진을 병 렬시켜 보여준다. 프랑스의 19세기 과학자 에티엔 쥘 마레(Etienne-Jules Marey)는 그가 고안해낸 카 메라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제2의 감각기관과 같은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마레와 같은 관점에서, 나는 천문가들의 천문기기를 그들 고유의 감각기관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천문가의 시각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기기가 시각화한 세계는 천문가의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 즉 천문기기 가 없었다면 생산 불가능했던 인간의 감각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새로운 시각 세계이다. 천문가가 별의 죽음을 보기 위해 전파망원경을 도구로 사용한다면, 효과맨은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의 이미지를 시각화시키기 위해 모래와 풍선을 도구로 쓴다. 그렇다면 천문가의 망원경과 효과맨의 모 래알은, 각자 서로 다른 어떤 이미지를 시각화시키기 위해 사용된 특수한 도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새와 우산> 연작은 효과맨의 작업실과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를 보여준다. 소리를 통해 대상을 표현하 는 효과맨에게 있어서, 사물의 표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의 세계를 이루는 사물들은 보기 위한 것 이 아니라 듣고, 나아가 상상하기 위한 것이다. 효과맨에게 우산은 날아가는 한 마리 새이고, 국수가락 은 무너지는 고층건물이며, 녹말가루는 곱게 쌓인 눈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간의 이러한 간 극은, 망막 위가 아니라 머릿속에서부터 사물을 바라봄으로써 벌어진다. 효과맨이 구현하는 이미지는 시력이 아니라 시각화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다. 시각장애 사진가 앨리스 윙월은 말했다 : "나는 시력 (sight)을 잃었지만, 시각(vision)을 잃지는 않았다." 빛이 처리되는 시각체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형 태의 이미지가 결코 재현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미지가 시력을 이미지가 시 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각화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머릿속 에서 시작된다.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을 모델로 한 작업, 또는 그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들은, 특수한 시각욕망을 지 닌 인물들에 관한 탐구의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죽음을 통해 삶을 사유하듯, 나는 단절된 어떤 감 각을 통해 그 본질에 관해 고민해보고자 했다.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시각 세계의 확장 가능성에 관해 탐구했다면, 시각장애인들과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시각화의 과정을 실험해보았다. <어떤 사람의 사 진> 프로젝트는 시각장애 쌍둥이와 일곱 명의 소설가들이 각각 한 장의 사진을 모티브로 하여 어떤 한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는 한 편의 원고를 작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자, 이게 그 사람이야, 하며 한 장의 사진 대신 한 장의 글을 내밀어본 것이다. 안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머릿속 에 시각화시켜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다. 19세기에 이루어진 사진의 광범위한 응용과 무모한 맹신의 사례들은 사진을 통해 "모든 것"을 보고자 했던, 새로운 시각 세계를 향한 열망을 드러낸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 실증과 종교적 광기를 가로지르 며 발전되어온 사진의 역사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했던, "꿈꾸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천 문가의 천문기기와 효과맨의 일상 오브제를 비롯하여 관측자의 안경, 수집가의 카메라 컬렉션, 시각장 애인의 촉각언어와 청각장애인의 시각언어는, 각각의 행위자가 지닌 고유한 도구이자, 그들의 확장된 시각감각이다. 내 작업에서 다루어진 이 인물들은 창문 밖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바 깥 저편에 존재하는 새로운 시각 세계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에게서 본 것 또한 바로 꿈꾸는 사람의 얼굴이 아닐까 ?

Définition du travail "Tout, sauf l'apparence physique." : c'est la réponse d'une jeune fille aveugle quand je lui demande ce qui éveille sa curiosité pour une personne. Admettons que le mot de "l'apparence physique" peut être remplacé par celui de "la surface", l'univers de la jeune fille curieuse serait constitué alors par les éléments invisibles à la surface. En regardant un objet sous mes yeux, je me suis efforcée d'éveiller et d'amplifier ma curiosité sur tout, sauf sa partie visible. Qu'est ce que voir ? Qu'est ce que l'on cherche dans l'acte de voir ? L'astronome amateur, le collectionneur de l'appareil photo, l'observateur, le bruiteur (Foley artist en anglais), la personne aveugle ou sourde : mon travail raconte les histoires de chacun, sur son propre univers visuel. Chacun tente d'accomplir son désir de voir une spécificité, et de retrouver son propre outil de réalisation. Si le radio télescope était l'outil d'un astronome pour vérifier le phénomène de la mort d'une étoile, le sable et un ballon gonflable seraient les outils d'un bruiteur qui rend visible une goutte de pluie frappant les fenêtres, comme image mentale. "Ces appareils sont comme des sens nouveaux d'une étonnante précision" dit Etienne-Jules Marey. "Ils ont leur domaine propre où rien ne peut les remplacer." L'appareil astronomique d'un astronome, l'appareil photographique d'un collectionneur, des lunettes de l'observateur, les objets quotidiens d'un bruiteur, le langage tactile des aveugles et la langue visuelle des sourds ; ce sont les propres outils du sujet qui découvre un nouveau domaine de sensation visuelle. J'ai retrouvé chez eux, le visage rêvé qui désire l'univers visuel au-delà de son univers, et qui tente de détendre l'image grâce à une image.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Thomas 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Thomas IV,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Adélaïde 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Adélaïde II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Simon 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Stan I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Stan II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Bachir II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Bachir IV,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Myriam 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Myriam IV,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David II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Chantal II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Chantal V,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Eun Chun, Je regarde, Laurent I, 60x40cm, Digital Pigment Print, 2010


전명은 (www.miroirmoi.com) 1977년 서울생. 중앙대 조소과 학사, 파리8대학(Université Paris VIII) 사진과 석사 졸업. 개인전 : <그 사진은 어디로 갔을까 (캔파운데이션 오래된 집, 서울, 2014)>, <사진은 학자의 망막 (유 스퀘어 금호갤러리, 광주광역시, 2014)>, <금성망막면통과 (플레이스막, 서울, 2013)>, <나는 본다 (Je regarde) (파리시립샵탈도서관(Bilbliothèque Chaptal de la Ville de Paris), 2010)>. 단체전 : <2015 생생화화 : 시간수집자 (경기도미술관, 안산, 2015)>, <알로호모라 아페라시움 미아 리 더 텍사스 (더텍사스프로젝트, 서울, 2015)>, <별의 죽음 :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 2013 시리즈 (미디어큐브338, 광주, 2013)> 등 프로젝트 : <어떤 사람의 사진 (성북예술창작센터, 서울, 2015)>, <블랙박스레코더 (성북예술창작센 터, 서울, 2014)> <다른 시를 읽는 아이 (우리들의 눈, 서울, 2014)>, <세계청각장애인의 날(JMS)을 위한 프로젝트 (망(M.A.I.N.S), 파리, 프랑스, 2010)> 등

CHUN, Eun (www.miroirmoi.com) Born in 1977, Séoul, Korea. M.F.A Photography, Université Paris VIII (Paris, France, 2009), B.F.A Sculpture, Chung-Ang University (Seoul, Korea, 2002). Solo Exhibitions : <Searching for the Photograph (Old House, CAN Foundation, Seoul, Korea , 2014)>, <The Photography is the Retina of Scholars (Kumho Gallery, U-Square Cultural Center, Gwangju, Korea, 2014)>, <Transit of Venus Across the Retina (Place Mak, Seoul, Korea, 2013)>, <Je regarde (Bibliothèque Chaptal de la Ville de Paris, Paris, France, 2010>. Selected Group Exhibitions : <Time Collector :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Professional Arts Support Program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san, Korea, 2015)>, <Alohomora Aparecium, Mia-ri The Texas (The Texas Project, Seoul, Korea, 2015)>, <Death of a Star : Media Art 2013, Gwangju Cultural Foundation (Mediacube 338, Gwangju, Korea, 2013)> Selected Projects : <A Certain Photograph (Seoul Art Space Seongbuk, Seoul, Korea, 2015)>, <Blackbox Recorder (Seoul Art Space Seongbuk, Seoul, Korea, 2014)>, <A Child Who Reads Other Poem (Another Way of Seeing, Seoul, Korea, 2014)>, <Journée Mondiale des Sourds 2010 (M.A.I.N.S, Paris, Franc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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