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기
Daybreak diary
COVER /////////////////// /////////////////// 새벽녘의 하늘을 찍은 사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내내 나의 시간 속에 타인의 시간이 섞이고 혼합되어 정신없이 흘러간다. 집에 들어 오면 갑갑하게 몸을 죄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순식간에 통 넓은 잠옷바지와 목이 늘어진 티셔츠 차 림으로 변신한다. 성가신 앞머리는 정수리에 고정, 한 갈래로 질끈 묶은 머리에 세수를 야무지게 하고 로션 을 바르고 나면, 그제야 숨이 트이기 시작하는 듯 하다. 냉장고에서 어제 먹다 만 치킨 샐러드를 꺼내들고 컴 퓨터 앞에 앉는다. 인터넷 메인에 뜬 뉴스를 대충 훑 어보고 오늘의 웹툰까지 보고 나면 문득 그 날 땡기 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토렌트 파일이 받아질 때 까지 유투브를 뒤지며 펜타토닉스의 신곡이나 들어본 다.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마음이 달아오르면 방구석 의 기타를 잡고 소리까지 질러가며 노래를 할 것이다. 목이 아플 즈음이면 따끈한 영화 상영이 준비되어 있 을 것이고, 영화가 끝난 뒤엔 좋아하는 책을 몇 권 들 고 이불속에 쏙 들어가 꼼지락 대다가 창밖이 슬쩍 밝아질 무렵 잠이 든다.
우린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오직 쉬는 것을 목표로 되는 대로 사는 시간. 철저하게 휴식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냄으로써, 새로 운 한 주가 시작되어도 ‘자, 태엽을 감고 오늘 하루도 성실히 살자’ 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저 꿈같은 얘기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 다. 그래도, 난 작게나마 꿈꿔본다.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닌, 온전히 혼자이길 바라는 마음으 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그런 시간을 그려본다. 아아- 쉬고 싶다.
2014. 04. 28
해가 졌으니 놀아야지
올빼미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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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나 특별히 바빴던 한 주가 지
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의식적으로 몇 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소소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나의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혼자만의 시간 을 통해서 여유와 진정한 회복을 맛보는 것은 어쩌면 오로지 나만의 위한, 나에 게만 집중하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와중에도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배는 무척 고픈데 무언가 고 퀄리티의 요리를 하자니 냉장고 구석의 식재료는 턱없이 빈약했고, 이 늦은 시 각 나가서 요기를 때우기엔 이미 늘어져 있는 몸과 마음의 본능이 거부했다.
이런 날 나의 야식 메뉴는 볶음밥,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일상적
인 음식인 볶음밥이다. 오랜 자취 생활로 익숙한 한 그릇 음식, 볶음밥이라면 소소한 노력으로 허기를 달래줄 수 있으리라! 냉장고 구석에 숨어있던 잔반 을 처리하는 동시에 나름대로 다양하고 건강한 맛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긍정적인 합리화를 하곤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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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그 여자의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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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어보니 양파 반 조각, 당근 4분의 1조각, 스팸 한 통이 눈에 띈다. 언젠가, 라면에 넣어 먹으려고 사 두었던 날계란 하나도 보인다. 덕분에 좀 더 푸짐한 볶음밥을 만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날아 간다. 냉동고에 고이 모셔 둔 밥뭉치를 꺼내어 3분 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그 위로 다듬은 식재료들을 지글거리는 후라이팬 위에 냅다 투척한다. 5분 간 재료들을 뒤적 거리며 골고루 데우고 소금 속속, 후추 훛훛 뿌린 후에 예쁜 접시에 담아 내면 오늘의 야식 완성! 나만의 볶음밥 레시피를 개발하여 배를 따땃히 채우고 새 벽을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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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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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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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mhz 올뺌라디오 편성표와 선곡 리스트입니다. 12시 정각에 진행하는 1부, <What will I do>에선 나만의 시간을 시작하며 듣기에 좋은, 조금은 장난스럽고 톡톡 튀는 노래들을 소개해드립니다. 2부, <Talk Tonight>에선 새벽 3시 센치함 이 극에 다랐을 때 즐길 수 있는 노래들을 들려드릴 예정이구요, 3부, <수고했어, 오늘도>는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잠들기 전에 듣는, 상큼하고 부드러운 노래 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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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 <What’ll I do> 01. What’ll I do - Lisa Hannigan 02. Even though I’m a woman - SeekerLoverKeeper 03. Travelling - Paper Lions 04. Cigarette duet - Princess Chelsea 05. Killin’ the vibe(feat. Panda bear) - Ducktails 06. The Celestials - Smashing Pumkins 07. One day/Reckoning song - Asaf Avidan 08. Vegetable car - Joshua Radin 09. Part time believer - Boy & bear 10. Overrated(Acoustic ver.) - Mika 11. La prima Estate - Erlend Oye 12. Eagle front(feat.Naia Kete) - Barefoot truth
03:00 <Talk tonight> 01. Eyes on fire - The blue fountain 02. C’mon through(Unplugged ver.) - Lasse Lindh 03. 9crimes - Damien Rice 04. Thirteen Thirtyfive - Dillon 05. Love of the loveless - Eels 05. Somebody that I used to know(feat.Kimbra) - Gotye 06. Life for rent - Dido 07. Talk tonight - Oasis 08. Rylynn - Andy Mckee
05:00 <수고했어, 오늘도> 01. Youth - Daughter 03. Nothing like you and I - The perishers 04. Quelqu’un M’a Dit - Carla Bruni 05. People are people - D’Sound 06.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달빛 07. Rise - Azure Ray 08. Sleep - Azure Ray
선곡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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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따단딴따다따단~하는 전주만 들어도 흥이 난다. 2013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I’d rather dance with you>를 부르던 노르웨이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 작년 5월, 빗소리를 타고 간지러운 기 타 선율과 얼렌드 오여의 목소리가 넘실거리는 알록달록한 우비들 위로 톡 떨 어져 스며들었다. 우리들은 혹시나 바스락 거릴새라, 이 순간을 놓칠 새라 숨을 죽이고 그들의 물기 어린 목소리에 흠뻑 빠져 노르웨이의 한 작은 마을로 여행 을 떠났다. 이후로도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마다 편리왕의 음악은 나를 어 느 한적한 시골 마을로 데려다 줄 하나의 티켓과 같은 존재였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해야 할 일은 쌓여있다. 몸이 점차 무기력해진다. 어딘가 로 떠나고 싶은 지금, 이 노래가 떠오른다. Erlend Oye의 솔로곡, <La Prima Estate>!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 도시 시라쿠사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그 곳으로 이주한 얼렌드 오여는 1960~70년대 현지 음악들에 영감을 받게 되 었고, 바로 그 해 독특한 멜로디와 그의 특유의 경쾌한 리듬감, 부드러운 목소 리가 어우러진 이 노래가 탄생하게 되었다. 오늘 같은 밤에는 지중해의 여유로 움과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려보며 잠시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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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신청곡
익명의 사연 방구석에서 러프하게 만든 음악들을 소개하는 코너. 당신이 부르는 노래는?
제목 미상 / 2012년 봄 (Am F C G) 미야오 미야오 시끄럽다 미야오 미야오 잠좀자자 내꿈이 어땠는지 너네가 알까 오- 손 잡고 있었다고 눈 감고 있었다고 키스하려 했었다고 (아이씨-) 미야오 미야오 그만할래 미야오 미야오 닥쳐줄래 그 애가 어땠는지 너네가 알까 오- 천진난만 눈웃음과 부드러운 목소리와 깨물고픈 입술이었다고 너네땜에 망쳤어 너네들만 즐거우면 다냐 너네들만 사랑하면 다야
Q. 무엇에 대한 노래인가요? A. 한 여자가 잠에서 깨어 고양이들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는 내용이에요. 꿈 속에 서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창 밖의 고양이 울음 때 문에 그 꿈에서 깨버리고 말았어요. 첫 사랑에 대한 느낌과 솔직하게 그에 대해 얘기한 노래에요. Q. 만들게 된 계기는? 데미안 라이스가 자주 사용하는 코드에 나만의 가사를 넣고 싶어서 흥얼거리다가 즉흥적으로 만들게 된 노래에요. 이 즈음 에 동생이랑 둘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침에 동생이 창 밖을 열고 욕지거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폭언을 심하게도 퍼붓 길래 누구한테 저러나 해서 보니 창 밖의 길고양이 커플에게 그러고 있었어요. 주 말 아침의 단잠을 깨운 데다가 마침 남자 친구랑 헤어졌겠다, 그들이 눈 꼴 시었 겠죠. 그 모습이 떠올라서 끄적거려 보
너네땜에 끝났어 뒤척뒤척 잠이안오잖아 반짝반짝 그 아이도 이젠 없어 여긴 내 구역이야 맘대로 즐거워하지마 거기 너네 떨어져 이 벼락맞을 놈들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못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쟤넬 어떻게 하지?) 미야오 미야오 (아이씨 조용히 하라고) 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네 꿈 좀 꿀래
다가 이 곡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고양이를 싫어하시나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요. 고양이 관련 웹툰 구독은 물론 애묘카페에서도 활동 하고 있는데요. 보통 고양이를 찬양하는 노래는 많은데, 고양이를 원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가사는 못 들어 봤어요. 그래서 바 로 그런 고양이를 미워하는 내용이 신선 할 거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네요. 본 인이 가사의 입장이라면 정말 미울 수 도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예전에 살던 집은 정말 고양이 울음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에서 깼던 적이 많긴 했어요. 소심한 복수라 치죠.
익명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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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속 양말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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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에서 외출할 때와는 다른 옷을 입는다. 목이 다 늘어난 티
셔츠나 색이 바랜 추리닝을 입어야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볼 수 있다. 다른 사 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 외 출복의 불편을 만회하려는 듯이 가장 편하고 허름한 차림을 찾는다. 집에서 입 는 이 옷을 입고 어디까지 나갈 수 있나? 현관 밖을 나설 수 있나? 동네 슈퍼까 지는? 학교는? 직장은? 데이트는?
약속시간을 한시간이나 넘겨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세팅을 마
쳐야만 집을 나설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맞춘 속옷부터 해서 머리띠, 귀걸이, 팔찌, 반지 착용에 속눈썹까지 붙이는 장장 2시 간의 공을 들이고 나서야 집 앞 대문을 나설 수가 있었다. 그런 친구가 나를 집 에 초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떡진머리에 뺑뺑이 안경을 쓰고 후드 집업을 뒤집어 쓴 낯선 여자가 문을 열어주는게 아닌가 . 우리가 친해지긴 한 건가 싶어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게 고마웠다. 내가 감동을 감추지 못하고 한 톤 뜬 목소리로 “이거, 진짜 너야?“라고 했을 때, 그녀는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이게 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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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잠옷 상의
쥐색 배기 바지
줄무늬 박스티
요란한 패턴 바지
목 늘어난 노란 티셔츠
체크 잠옷 하의
주홍색 촌스러운 티
보라색 반바지
행사 때 받은 흰색 티
절망스런 핏 카고 바지
그녀가 말하길, 자기 자신은 직장에 있는 8시까지 껍데기에 불과하 고 회사 정문을 박차고 나와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인간이 되며, 집에서 편한 차림으로 식사를 할 때 온전한 스스로가 된다고 했다. 저녁 8시부터 자기 자신이 된다는 그녀에게는 고통과 안식의 경계가 분명해 보였다. 하루의 절반 을 희생하지만 그녀에겐 남은 절반이 진짜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확신이 나에게는 있나? 아침부터 단장하고 나가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지만 집 에 돌아와 거울을 보면 종일 시달리다 온 것처럼 지쳐 보여서 처량하다. 씻고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쉬다가도 다음 날 해야 할 일이 떠올라 플래너를 집 어든다. 다시 누워 통화를 하며 뒹굴거리다가 화장실이라도 가서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꼬질하게 보여 이게 나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외출할 때도 좀 편 하게 입어볼까? 집에서도 좀 예쁘게 하고 있을까? 두 가지 다른 모습의 차이를 줄이면 생활의 두 조각을 다시 하나로 붙일 수 있을까? ...진짜 가짜를 구분한 다는 게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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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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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초록색 외관에 흑백 스크린 영화, 자그마한 테라스와 다른 곳에서는 듣기 힘든 인디 팝송. 밤 늦게까지 여유롭게 시간이 흘러가는 곳, 바로 홍대 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카페 로닌이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길 고양이들도 쉬기 위해 찾는 이 곳에 대해 알고 싶어, 사장님에게 찾아가 카페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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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름이 왜 ‘로닌’인가요?
가게 사정과 제 사정이 맞지 않아 그러지
123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 급하게 오픈을
못했죠. 그래서 모아둔 돈으로 급하게 가
했어요. 원래는 카페를 차릴 계획에 없었는
게를 차리게 된 거에요. 한 달만에 결정해
데. 가게 이름도 생각 안 해본 상태에서 무
서 가게를 열게 된 거죠.
작정 시작을 하게 됐어요. 제가 예전에 바텐 더를 했었는데, 10대 시절부터 4 - 5년 가까
카페 내부가 굉장히 빈티지하고 아늑한
이 했었거든요. 바텐더들은 예명이 있는데,
느낌인데요, 이런 인테리어 구상은 본인께
‘로닌’은 그 때 제 닉네임이었어요. 그걸 따
서 하신 건가요?
와서 가게 이름을 지은 거죠. 혹시 로닌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인테리어는 제가 한 거에요. 목수를 불 러, 옆에서 직접 세세한 것을 부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 간판은 제가 직접 만든 거
일본 무사.. 이런 뜻 아닌가요?
에요. 글자를 파서 그걸 대고 직접 페인트
음, 로닌이란 일본 무사인데 정식 무사
를 칠했어요. 저는 영화를 많이 좋아해요.
가 아니고 주인이 없이 떠도는 무사에요. 말
특히 30, 40년대의 옛날 영화들이요. 가게
하자면 실패를 겪은 거죠. 그런 의미로 한
테라스에도 이렇게 항상 스크린을 틀어놓
번 실패를 한 사람. 그런 의미로 통용되고
아요. 그런 영상을 보면서, 그 때 사람들이
있어요. 또, 요즘에는 재수생이라는 뜻도 있
입었던 의상 이라던지 배경 등을 많이 보게
는데, 재수생이라는 건 뭔가 한 번 실패를
되었어요. 거기서 인상 깊게 봐둔 것을 따
했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한 번 또 도전
온 부분도 있고, 간판의 경우는 프랑스 여
하는 사람이잖아요. ‘실패를 겪고 한 번 더
행을 갔을 때, 묵고 있던 호텔 1층에 있는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서 만든 이
카페의 외관을 많이 참고했어요. 간판의 이
름이에요.
런 글씨체는, 영국에 셜록 홈즈 뮤지엄이라 고 있는데, 그 곳의 클래식한 느낌이 굉장
제가 카페 로닌을 학교에 입학하기 전
히 좋았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따왔죠.
부터 알았는데, 그게 5년 전이니 오래 전부터
제가 여행을 가서 본 것들이나 제가 좋아하
이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가게
는 오래 된 영화들에서 나오는 디테일들을
를 오픈 한 건가요?
유심히 봐 놓았다가 가게를 오픈 하면서 그
5년 하고 몇 개월 일 거에요. 왜 카페를 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엔 바텐더를 하다가, 관련된 일자리도 많이 줄고 비전이 없어지는 바람
것들을 떠올려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늦은 시간에도 카페 로닌을 찾 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페 로닌만의 특별 한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에 소믈리에로 이직을 했어요. 그렇게 5년
이 시간에 여기 오는 사람들은 이 근처
정도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와인 관련 유학
에 사는 사람들이에요. 그 시간에 다른 곳들
을 가기로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어요. 소
은 다 문을 닫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바텐더
믈리에로 일하던 것도 그만 두고 유학 가기
생활을 오래 하면서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위한 준비는 잘 마쳤었는데, 결국 가지 못
해 보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화를 하고 싶
하게 되어 원래 직장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어하는 단골 손님이 다른 곳 보단 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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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생각해요. 여긴 딱히 특별한 메뉴가 있
때 마다 제목을 물어봐서 체크해 놓고, 이런
는 게 아니고, 다른 곳이랑 다 똑같아요. 맥
걸 예전부터 해왔어요. 혼자 있을 때, 그 음
주도 병 맥주만 있고요. 그냥 특별한 메뉴를
악들을 앨범 별로 저장을 해놓아요. 외국 사
원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걸 파는 데 가서 드
이트나 유투브를 통해 특이한 인디 음악들
시면 돼요. 그런데도 여길 오는 손님들은 그
을 찾아서 듣기도 하는데, 인디 음악을 소개
냥 저랑 편해진 거죠, 여기선 누가 뭘 해도
하는 발코니 티브이 등에서 채널을 구독해
제가 잘 간섭하지 않으니까요. 배고파서 어
서 정기적으로 음악을 듣고, 그런 식으로 한
디 가서 자장면이나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곡, 한 곡 좋은 음악들을 선곡해서 카페에서
혼자서 먹기 민망해 하시는 손님들은 여기
들려주려고 해요. 하루는 레게, 하루는 클
와서 배달해서 드시기도 해요. 혼자오면 편
래식, 또 어떤 때는 재즈 이런 식으로 그 날
하니까, 늦게까지 그 시간에 그렇게 쫓기지
그 날 마다 분위기에 맞게 리스트를 재생해
않고 천천히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요. 지금도 그렇게 좋은 음악들을 한 곡 한
새벽에 늦게 오시는 것 같아요. 아, 다른 특
곡 직접 들어보면서 모으고 있죠. 매일 자
별한 점이라면 고양이들이 많이 온다는 것.
기 전에 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음악을 듣
밥을 챙겨주니깐 애들이 밥을 먹으러 와요.
다가, 다른 곳에선 들어보지 못했다며 궁금 해 하시면 제목도 알려드리고, 물어봐 주시
언제부터 고양이들을 챙겨주셨나요?
면 기분이 좋죠.
가게를 오픈 하면서부터 쭉 줬어요. 가 게 오픈하기 전부터 고양이들이 와서 기다
이 외에도 카페에 대한 이야기나 카페를
리고 있어요. 고양이 좋아하는 손님들은 이
운영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가 있으시
카페의 이런 점을 좋아하시죠. 또, 고양이
면 얘기 부탁 드려요.
가 이렇게 천천히 돌아다니고 있으면 더 여
제가 일을 하면서부터 한 번도 여길 벗
유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시각적으로
어나 쉬질 못했던 것 같아요. 6년 가까이 여
도 여유로운 느낌이 있잖아요. 고양이 카페
기서 일 했는데, 가게를 닫고 쉰 적이 3일이
같은 곳처럼 고양이가 실내에만 갇혀 있는
안되니까요. 몸이 아파서 못 움직였을 때
게 아니라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저도 이
빼고는 명절 때조차 쉬지 않거든요.
렇게 고양이들이 많이 몰릴 줄은 몰랐는데,
재미있는 일화는 아니지만… 한 6년 정도
계속 밥 주고 같이 놀아주고 하다 보니 친
는 일해보니까 가게 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
해졌어요.
들이 정리가 되고 안정이 되는 느낌이에요. 이제야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카페에서 흘러나오
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할 생각이
는 음악이 굉장히 좋아요. 이 곳을 찾게 만
에요. 예를 들어 여행도 갔다 온다던지.. 여
드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노래는 직
행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게를 열면서부
접 선곡하시는지요?
터 쉬지를 못했어요. 로닌을 쉬게 되면, 이
저는 하루에 음악을 엄청나게 많이 들어
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이 왔다가 되돌아갈
요, 혼자 있을 때나, 일할 때나 계속 듣죠.
까 봐. 제가 늦잠 자는 것은 그 사람들이 알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도 일을 하면서 항상
고 있지만, 열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
유심히 듣고 있다가 좋은 음악이 나오면 그
거든요. 그래서 한 6시 이후에는 항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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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생각해서, 이 쪽으로 약속을 잡고 오시는
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여기로 밥을 먹
건데, 그 사람들 때문에 미안해서, 여태까지
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열 마리가 넘어요. 어
쉬지를 못했어요. 그래도 요즘은 오래 알아
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밥 먹고 있는 고양
온 손님들이나 아는 분들이 가게를 봐 줄 테
이들을 쫓아내거나 만지려고 해요. 고양이
니 쉬다 오라고 하셔서, 그 분들께 가게를 부
들도 쉬고 싶고 여유 부리면서 자고 싶은데,
탁하고 여행도 좀 다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그러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가끔 손님 중에
계획이에요. 그 동안은 마음이 많이 급했어
서도 지저분하게 고양이 털이 날린다며 안
요. 가게를 열면서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금만 여유롭
되었는데, 이번 5월 달에 그걸 다 갚게 되었
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6년째 여
네요. 그래서 이제 마음에 부담감은 좀 덜하
기서 이렇게 고양이들과 함께 하고 있지만,
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 여행도 좀 하고,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거
가게 안을 좀 손도 보고 그럴 예정이에요.
든요. 얘네들한텐 생명이 달린 문제잖아요.
그 동안은 마음이 많이 급해서 쫓기는 기분
제가 사람들 편의를 생각해서 밥을 주지 않
으로 많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이젠 할
으면 얘네들은 벌써 죽어도 몇 마리는 더 죽
수 있고, 그렇겠네요. 손님들 대할 때도 좀
었을 거에요. 저는 이 곳이 사람들뿐만 아니
더 여유롭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 고양이들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되었
마지막으로, 이 앞을 지나다니는 분들께 드
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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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BOX MOVIE ALL NIGHT
이찌멘
이 세상 모든 올빼미족들을 위한 심야영
나가사키 짬뽕라멘을 전문으로 하는 1인
화 패키지가 있다. 바로 메가박스 동대문
심야식당. 테이블마다 커튼과 칸막이로 구
에서 매주 금, 토일날 밤 11시부터 영화
분이 돼 있으며 혼자 늦은 시간에 방문해 부
를 세 편 연속 상영하는 ‘무비올나잇‘이벤
담 없이 라멘을 즐길 수 있다. 나가사끼 짬
트! 세 편에 1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뽕과 일본식 덮밥의 맛은 수준급이다. 또,
에 팝콘과 탄산음료까지 무료로 제공되니,
이곳은 음식을 먹고 나갈 때까지 직원의 얼
당신이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특징! 그야말로 철
불금에 집구석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기
저하게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공간인 것
보단 무비올나잇을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
이다. 무인자판기에서 식권을 발급 받은 후
한다. 단, 예매 경쟁이 치열하니 영화 라인
좌석배치 현황판에서 빈 자리를 확인하고
업이 좋을 땐 미리미리 예매해 놓아야 원하
자리에 앉으면 된다. 음식이 나오면 양 옆
는 자리에서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영화
이 가려진 독서실 책상 같은 공간에서 편
관람 중에 피곤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담요
하게 식사를 즐기면 된다. 늦은 시간 배고
도 대여해 준다.
플 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추 천할 만한 곳.
기간 : 2013.07.17 ~ 2014.12.31 시간 : 매주 금/토, 23시~24시경부터
영업시간 : 11:00am - 다음 날04:00am
시간 :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5길 38
장소 : 동대문 메가박스 심야극장
연락처 : 02) 333-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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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의 기술-언젠가, 느긋하게 展
평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자유의 시간, 주말이 다가왔다. 주말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사람은 평일에 만나지 못했던 연인이나 친구들을 만나 수다 를 떨거나 집에서 편하게 쉬며 각자의 여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따뜻한 날, 느긋한 마 음으로 이번 주말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하려 한다. 전시 제목부터 여유가 느껴 지는 <여가의 기술 - 언젠가 느긋하게> 라는 전시이다.
<여가의 기술-언젠가 느긋하게>는 평범한 일상의 문화 속에 자리한 여가의 가치와 의 미에 대해 숙고해봄으로써 고단하고 지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마련 되었다. 느긋하고 한가한 여가의 의미를 되물어보는 이번 행사는 ‘여가’를 주제로 여 행, 산책, 휴식, 책과 독서 등의 구체적인 여가 선용 사례를 참여 작가의 작품 및 공간 연출을 통해 쉽고 편안하게 공감하도록 했다. 이 행사는 전시뿐만 아니라 행사 내용과 연동된 다양한 강연, 관객참여 워크숍이 함께 해 여가의 삶이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적 극적인 삶과 문화의 문제임을 폭넓게 공유하도록 했다. 이번 주말, 마음을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한가하게 소요하며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기간 : 2014.03.21(금)~2014.05.07(수)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 장소 및 주최 : 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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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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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주어졌을 때 당신은 무얼 하나요?
저는 노래를 막 만들어 봐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떠오르 는 대로 막 흥얼흥얼 그 순간을 노래로 채우다가 바로 다 음 순간 그 노래들은 잊혀지죠. 정말 괜찮은 노래도 많았 는데 적어둘 걸 하면서 아쉬워할 때도 있어요. - 김OO, 25
생일날 나에게 선물로 여유 시간을 주었어요. 전 스트레스를 받으면 못일어나요. 모든 걸 놓고 하루종일 잤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동생이 제 생일케이크를 다 먹 어버렸더라고요. -최OO, 25
미드 프렌즈 시즌1부터 10까지를 몇 일에 걸쳐 모두 본 적 이 있어요. 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렇게 보았더니 나중 엔 소리만 들어도 무슨 장면인지 떠오를 정도가 되었었 죠. -윤OO,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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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유가 주어지면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가요. 이어폰을 귀에 꼽고 산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OO, 26
저는 특이한 소품을 모으는 걸 좋아해서,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특이한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아봐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주문을 해놓고 혼자 설레죠. -허OO, 25
무얼 해도 좋은 완전한 여유가 주어진다면, 밤 새도록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봐요. 한 편을 보면 다음 편이 궁금해 계속 한 편만, 한 편 만 더 보자 하다가 결국 해가 뜰 때도 있어요. 그렇게 푹 쉬고 나면 제대로 쉬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OO, 22
얼마 전에 서랍에 꽂혀 있던 사진첩들을 모두 본 적이 있어요. 어 렸을 때 모습부터 최근에 찍은 사진까지 쭉 보았는데, 어릴 때 꾸밈 없이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김OO, 26
저는 연극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나만의 휴식 시간이 주어 지면, 동아리 부실에 가서 혼자 대본을 읽거나 스태프 일지 등을 뒤 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요. -윤OO, 26
저는 요즘 하모니카를 배우고 있어요. 그래서 쉴 때마다 하모니카 를 꺼내 연습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잘 하지 못했는데, 점점 실 력이 붙으니 푹 빠지게 됐어요. -윤OO, 53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음악 파일을 모아요. 그리고 모아둔 노래 들을 차를 타고 갈 때 볼륨을 높여 틀어 놓죠. 그러면 차 안이 음악 으로 가득 차고, 전 그걸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풀려요. -이O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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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또, 스윙댄스와 블루스 댄스를 꽤 오랫
123대학에선 철학을 전공했고, 1990년대엔
동안 추고 있어요. 직접 팀을 만들어 공연
문학전문 출판사에 다녔고, 문화 잡지 <이
을 하기도 하고, 춤을 매개로 여러 파티들도
매진> 웹진<스폰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만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춤을 잘 추는 것만
에 15년 이상 문화비평가 겸 칼럼니스트로
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 재즈와 블루스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
를 중심으로 한 음악/춤/패션 등 복합적인
이 많고, 특히 장르로 포괄되지 않는 것들
문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사람들에게 강의
을 직접 즐기고 그 체험을 글로 써서 소개
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저서<논다는 것 - 오늘 놀아야 얼마 전엔 홍대 근처에서 블루스에 대한
내일이 열린다>에서 ‘노는 건 인생의 축소
강연도 하셨다고 들었고요, ‘인문 주의 엔터
판, 세상은 조금 더 큰 놀이터’라고 표현하신
테이너’, 칼럼니스트, DJ, 안무가, 만화평론
것을 보았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가, 소설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시는데
청소년을 위해 [논다는 것]이라는 주제
정확히는 어떤 일을 하시는 건지 궁금해요.
의 책을 썼는데요. 원래 제가 붙인 주제는 ‘
나의 호기심이 당기고 재미있다 싶은 것
오늘 안 놀면 내일은 못 논다’입니다. 인간
들을 먼저 찾아서 즐기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라는 동물은 청소년이라는 시기에 놀이를
그것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다시 글로
통해 성장하게 되어 있고, 그때 즐거움을 배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죠. 그
워야 어른이 되어서도 그걸 양분으로 삼아
테마는 만화, 게임, 놀이, 고양이, 춤, 지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전쟁터
여행 등 여러 영역에 퍼져 있습니다. 스스로
나 일터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움을 얻을 수
도 관심사를 종잡기 어려운데요. 물론 가장
있는 놀이터로 만들 준비를 그때부터 해야
중요하게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한다는 거죠.
작년에 오픈 하우스 서촌에서 프로그램
얼마 전 문화역 서울284에서 개최한 <
을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취지의
여가의 기술-언젠가, 느긋하게>에서도 강연
프로그램이었나요? 이 외에도 새롭고 재미
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오늘 안 놀
있는 일을 한 것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면 내일은 못 논다>는 강의에 대해 소개해
작년과 올해 오픈하우스 서촌에서 ‘신
주세요.
사탕객잔 마작교실’을 열었습니다. 원래 보
처음에는 청소년을 위한 강의를 많이 했
드게임이나 놀이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국
는데, 강의를 하면서 그들 부모님의 생각부
내에 보드게임이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터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공부나 성공
여러 게임을 섭렵하곤 했죠. 그러다 마작이
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고, 지
라는 게임의 재미를 알게 되어서 작은 커뮤
금 내 아이들이 놀면 미래가 암담해지지 않
니티를 만들어 열심히 가지고 놀았습니다.
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쳐버려야 한다는 거
의외로 국내에서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
죠. 그런데 결국엔 어른들도 스스로 못 노는
한데, 매우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강한 좋은
게 문제다, 시간과 여유가 생겨도 뭘할지 모
게임이라 여겨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르니까 아이들에게도 놀이를 주지 못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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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놀라.
꾸어야 합니다.
특히 긴 여가를 내서 여행을 가라는 이야기 를 합니다. 작년엔 어떤 기업체에서 사원들
요즘엔 모두들 잠을 잘 시간조차 충분하
에게 휴가 좀 많이 쓰고 놀러가라고 해달라
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여가와 휴식의 시간
는 강의를 요청받기도 했습니다.
을 가지는데 제약이 많아요. 특히 충분히 취 미나 휴식에 몰두 할 수 있는 시간이 밤이나
휴식을 포함해서 느긋하게 나만의 ‘노는’
주말 등 공간적, 시간적으로 제한된 때가 대
시간을 가지는 것이 왜 필요한가요?
부분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노는
또, 건강하게 이런 시간을 보내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뭘 다하고 놀면 안됩니다. 일단 놀아야
단순히 ‘쉬는 것’과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됩니다. 그 다음에 공부든 일이든 합시다.
찾는 ‘논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차원의 행위
이게 이론이고요. 사실 저도 잘 안됩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에만 매달리면
그게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내서 그런 것 같
미치게 됩니다. 미치지 않으려면 잠시 미쳤
아요.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
다고 돌아오면 된다. 그렇게 잠시 미치는 일
닌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중
이 놀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어떤 놀
요한 것이 놀이 친구를 만드는 겁니다. 같이
이에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는지, 그걸 찾아
집중적이고 생산적으로 놀고, 그게 끝나면
내고 조금씩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더 큰 즐
가뿐하게 일과 공부로 돌아가는 거죠. 일(공
거움을 얻어야죠.
부)-휴식(수면 등)-놀이의 사이클이 건강하 게 돌아가면 삶의 모든 면이 잘 돌아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펙에 도움이 된다 거나, 실적을 쌓는 등의 생산적인 활동이 아
조금 개인적인 질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닌 것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것 같아
제가 알기로는 글도 쓰시고 강연도 나가시
요.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평소 읽고 싶었던
는 등 무척 바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선생님
책을 읽는 대신, 그 시간에 영어 학원을 다
본인께선 여가 생활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니거나 좀 더 생산적이라고 여겨지는 활동
요. 제대로 ‘놀기’위해서 무엇을 하시나요?
들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무엇에 흥미를 느
글을 쓰는 일은 제가 시간을 조절할 수 있
끼는지 탐색해 보거나 자신의 취미를 개발
으니, 상대적으로 일과 놀이의 시간배분을
하고 몰두하는 등 제대로 여가시간을 보내
하기가 좋습니다. 특별히 집중적으로 놀아
는 방법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야 하는 때 - 예를 들어 3박4일 스윙댄스 캠
어떤 강박 때문이죠. 그냥 세상의 매뉴
프를 가야 한다면 그 전에 타이트하게 일을
얼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해
배치하는데… 더 큰 즐거움이 뒤에 있으니
서 월급 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가 그 월급
앞의 일도 능률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그리
으로 뭔가를 구매해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하
고 제가 노는 일들이 상당 부분 글 쓰는 소
죠. 저는 그런 유통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재와 연결되기 때문에, 놀이가 일이 되기도
고 생각합니다. 놀이는 노는 바로 그 순간
하죠. 그게 꼭 좋지는 않습니다만… 만화를
즐거움이 생깁니다. 행복을 자신이 키워 자
재미로 보다가 일로 보면, 그게 괴로워져요.
기가 먹는 거죠. 우리는 그런 텃밭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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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해오셨는데 앞으 로의 해보고 싶은 일이나 계획하고 있는 새 로운 놀이가 있나요? 이미 어느 정도 남은 인생을 즐길 놀이 거리들은 찾아놓은 편인데요. 중요한 게 놀 이는 항상 같이 놀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을 어떻게 놀이로 끌어들일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 요. 요즘의 화두는 ‘파티’입니다. 그게 뭐 호 텔 리셉션장에서 뷔페 차려놓고 이런 게 아 니라, 작은 규모의 홈파티를 다양한 형식으 로 벌여나가는 방법을 찾고 소개해내갈 예 정입니다.
이 외에도 여가에 관해 저 같은 학생들 혹은 사회 초년생에게 휴식에 관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부탁 드립니다. 제가 제일 불만인 것은 이거에요. 제가 대학생 때는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사람 들과 함께 놀거리들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이벤트도 많이 하고, 다양한 파티도 주최하 고…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저만 모든 일을 빨빨거리며 하고 있다는 것. 스윙댄스 도 원래는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이 가 장 어울리는 춤인데, 대학생들은 별로 없어 요. 제발 좀 놀아요. 축제도 만들고, 파티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해서 지역 주민도 초대 하고…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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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떴으니, 자러 가야지!
발행일 /
2014. 05. 30
펴낸이 / 이규현 지은이 / 이규현 디자인 / 이규현 사은진 / 박이슬내 전자 우편 /
karania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