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카사 코리아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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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늘어트린 줄로 내 팔목을 감싸려는 것이 느껴졌

다. 난 반사적으로 팔목을 뺏다. ‘역시…. 가벼운 인사는 상술 중의 하나 였구나. 관광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팔목에 팔찌를 채워 준 뒤 강매를 하는구나!’ 난 잠시 내려놓았던 경계심을 갖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장사꾼과 여행객, 흑인과 동양인, 어차피 우리 사이는 만남의 반가움과

친근함과는 다른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어? 이건 뭐지?’ 인권광장에서 에펠탑 고리를 파는 세네갈에서 온 형과 그의 친구.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에펠탑에 가다 보니 그들과 친해졌다. "왜 한국 사람들 다 서울에 살아요?"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물어온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기에 관광객들 사이에 그런 나쁜 소문이 났는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언덕에서 내려와 사진을 찍고 있을 무렵 소문으로만 듣던 그들이 다가왔다. 얼굴엔 장난과 웃음

기가 가득하다. 한두 명씩 다가오더니 만나서 반갑다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민다. 얼떨결에 우린 차례대로 인사를 했지 만 나는 손을 내밀면서도 혹시나 팔찌를 채워버리는 건 아닌지 긴장을

늦추지 않다. “음악 좋은데?” 그들은 내가 틀어놓은 미니 스피커를 가리

켰다. 이어서 ‘어디서 왔느냐?’, ‘ 어디로 갈 거냐?’ 는 등 속사포 같은 질 문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왔다는 내 대답에 “한국 사람 좋아요!”를 외친

다. 우린 몽마르트르 언덕 밑 벤치 옆에서 가벼운 포옹을 하고 주먹을 맞 대고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32

잠시 혼란스런 생각에 잠긴 나에게 “너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 가 조용히 속삭이듯 얘길 한다. 하지만 그를 마주한 나는 상대에 대한 경

계심을 풀리지 않겠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었다. 이런 나와 는 달리 그는 마치 오랜 고향 친구를 객지에서 만났다는 표정으로 기니 에서 온 ‘젤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몽마르트르 근처에 2년

째 살고 있다면서 자신을 아프리카에서 왔단다. 그는 평소 한국이란 나 라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에서 온 내가 자신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

다며 나에게 팔찌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풍습은 누군

가를 기억하고 싶을 때 팔찌를 선물하거나 손목에 채워준다면서 진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한다. “호의는 감사하지 만, 팔찌는 괜찮아요. 제가 필요 없거든요.” 하지만 젤로는 침착하게 말

을 이어간다. “너와 친구가 되어서 기뻐서 선물로 주는 거야.”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나와 함께 온 형은 이미 젤로의 친구들에 둘 러싸여 그의 손목엔 어느새 팔찌가 채워지고 있었다. '형, 그거 사기에

요. 팔찌 채워지면 돈 달라고 할 거예요. 빨리 벗어나요'라고 속으로 외


루브르 박물관

쳤다. 젤로는 마치 이런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다시 한번 나에게 말했

듯 얘기했다.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눈빛에 순간 두려움을 느끼며 뒷걸

은 팔을 높이 들고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올려다보며 젤로의 친구와 악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까 저기 있던 한국인이지? 저기 들어가지 마.

다. “너에게 돈을 받지 않을 거야. 우린 친구잖아.” 순간 형을 보았다. 형 수를 하고 있었다.

‘만약 젤로가 돈을 달라고 하면 친구 사이에 왜 돈을 요구하지?’ 라고 말

하기로 맘먹고 팔을 내밀었다. 젤로는 노란색과 검은색 줄을 연달아 꼬

음치자 너도나도 내가 젤로라며 나에게 다가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여긴 마약을 파는 곳이야. 거기에 들어가면 네가 정말 위험해져. 저쪽에 가 있으면 내가 젤로를 불러올게.” 누군가 내 팔을 붙잡곤 말했다. 나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며 말했다. “기니에서 온 젤로가 한국에서 온 킴에게 팔찌를 선물해주는

얼마 뒤, 멀리서 젤로가 뛰어왔다. “젤로, 팔찌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억해줘. 내 이름은 젤로야. 몽마르트르에서 만난 너의 친구 젤로. 우린

계했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젤로는 웃으며 나를 안아줬다. “그럴 수도

거야. 이건 절대 끊어지지 않아. 한국에 가서도 이 팔찌를 보면서 나를

다르게 생겼지만 똑같은 사람이야. 그래서 친구가 될 수 있어.” 팔찌를 다 채운 그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내 손목에 곱게 채워진 팔찌가 마음에 드는지 묻는 표정을 짓고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나는 그 순간까지도 돈을 달라고 하면 뭐라고 답할까 고민하던 내 맘을 들킨 듯 부끄러웠다.

이런 내 맘을 젤로가 눈치챌까 봐 얼른 근처에 있는 카페에 달려가서 커

피 두 잔을 샀다. 그런데 커피를 들고 다시 내 팔찌가 채워졌던 곳으로 돌아갔지만, 그곳엔 젤로와 친구 대신 경찰이 있었다. 난 어찌할 줄 몰라 커피 두 잔을 들고 몽마르트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젤로 친구로 보

이는 이들에게 물었다. “젤로라는 사람을 찾는데 혹시 아세요?” 어떤 아

프리칸이 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뿌연 담배 연기, 널브러진 술병,

내가 도착한 샛길엔 많은 아프리칸이 있었다. “여기로 와. 여기에 네가 찾는 친구가 있어.” 눈이 크고 목소리가 굵은 남자가 나에게 윽박지르

죄송해요. 처음에 저는 두려웠어요. 저한테 강매하는 줄 알고 끝까지 경 있지.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친구는 그런 걱정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젤로는 엄지를 올렸다. “또 만나.”

지하철을 향해 걸으며 팔찌를 보았다. 젤로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 마운 마음이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꼬여진 팔찌처럼 교차하고 있다. 10 유로가 아깝고 뒤통수 맞는 것이 두려워 선뜻 주머니에서 빼지 못했던

내 손목에 채워진 팔찌, 하지만 기니에서 온 젤로의 우정이 담긴 예쁜 그 팔찌가 지금 내 손목에 있다. 마치 사기라고 소리치듯 몸서리치며 팔을

내저었던 나를 보았을 그의 눈을 생각하고, 애써 침착하게 거절하며 떨

리는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던 내 말을 들었을 그의 귀가 보이는 듯하

다. 그의 진심을 몰라준 게 부끄럽지만, 젤로의 말처럼 앞으로는 팔찌를

보며 이렇듯 그를 오래 기억할 듯하다. 소매를 걷었다. 찬바람이 불어 손

이 시렸다.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팔찌를 손목 끝까지 올렸다. 혹시나 젤 로가 이런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몽마르트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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