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nd But Bold : the colour of uncoloured textiles

Page 1

BLAND BUT BOLD the colour of uncoloured textiles

퀼트, 素色을 그리다



퀼트, 素色을 그리다

BLAND BUT BOLD the colour of uncoloured textiles


영국 지리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었던 이사벨라 비숍은 조선에 네 번 방문하고 나서 1897년에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저서를 출판하였는데, 이 책의 인기로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조선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동인도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인도의 친츠, 중국의 비단 등을 활발히 수입하고 그를 계기로 산업 혁명까지 일어났던 영국 사회에서는 조선의 생활 풍속 중에서도 특히 복식 문화가 관심을 끌었으며, 저자 역시 본문에서 조선 사람들이 흰 옷을 얼마나 즐겨 입는지 여러 차례 기술했다. 조선의 아름다움을 슬프고 가련한 비애悲哀와 결부시켰던 일본 미술학자들은 조선 사람들이 흰색을 선호하는 이유로 상복을 입을 일이 잦았던 데다가 가난해서 염료로 쓸 작물을 재배할 여력도 없고, 따라서 염색 기술도 발달하지 못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 시대를 통틀어, 그리고 조선을 점령했던 일제 시대에도 흰색 옷은 쉽게 더러워지고 손질하기도 까다로워 노동력 낭비라고 흰색 옷을 금지한 법령이 여러 차례였는데, 이 사실 자체가 경제적인 이유로 흰 옷만 입었다는 주장에 대한 명백한 반증이다. 흰색이라는 말은 ‘해’에서 기원한, 하늘을 숭상하는 농경 민족의 언어이다. 흰색은 하늘을 닮은, 밝고 맑은 것을 숭상하는 색이며,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의 색이기도 하다. 고대에는 염원과 숭배의 대상이었고 근대로 넘어 오면서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모시나 삼베, 면을 염색하거나 표백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색을 소색素色이라고 한다. 자연 그대로, 인공을 가미하지 않은 색이며, 비단이나 모직보다는 상대적으로 염료가 잘 먹지 않는 면이나 마와 같은 식물성 소재를 주로 옷감으로 지어 입은 우리 민족의 색이다. 따라서 소색은 반사하고 흡수하는 정도를 계량해서 규정할 수 있는 물리적인 빛의 파장이 아니라, 아무 것도 담지 않는 동시에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애써 장식하고 드러내기보다 있는 그대로 두고 관조觀照하는 의미론적 색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소색은 서양의 기술인 퀼트로 조형미를 표현하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전시의 담론이 되었다. 한국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정체성을 고민하던 퀼트 작가들은 ‘전통 원단의 색’이라는 키워드로, 뽀얗거나 희맑고, 희끄무레한가 하면 해밝은, ‘하얗다’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맛이 제대로 안 나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퀼트로 표현한다는 야심찬 과제에 도전했으며, 이는 전통 원단에 퀼트 기법을 구현하는 소재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그 색 자체를 작품의 주제로 재해석하는 실험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따라서 이 전시는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는 해묵은 과제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한국 퀼트의 현주소를 전세계에 선보이는 동시에 보자기 기법이나 일본식 퀼트의 아류가 아니라 섬유 예술의 독립된 장르로서 퀼트의 현주소를 자리매김하고, 색깔이 눈에 보이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주제 자체가 될 수도 있다고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In 1897, after her fourth visit to Korea, an English traveler and writer Isabella Bishop noted in her book Korea and Her Neighbours that Korean people liked to wear white. Her description was one of many historic descriptions about the “White-Clad Folk”, a term used to describe the Korean spirit. Some people still insist that it could be a simple myth to conceal the truth of flagrant poverty, given Korean people had been too poor to grow costly but inedible plants. However, as stated by Ms. Isabella, "This wearing of white clothes … entails very severe and incessant labor on the women. The coats have to be unpicked and put together again each time that they are washed." (p339, ‘social position of women’) And the Joseon Dynasty until the 19th century and the following Japanese Forces government had prohibited people to wear white due to this inefficiency. But wearing in white became the symbol of protest and resistance instead. Those historical records prove how ancient Koreans loved to wear white, with traditional textiles like muslin, linen or cotton without dyeing or bleaching. Wearing white was more than preference actually. Historically commoners wore white, and the practice related to worship and heaven. Textile fibers founded in Korea are generally plant-based, like linen and cotton, which were harder to take colours than animal-based fibers like silk or wool. White was also the colour of rice, which has been and still is fundamental to Asian lives. Korean people still take it for granted to make white rice with white alcohol when holding a memorial service to their ancestors. This colour was not actually the modern white that we are familiar with today, but called So-saek in Korean, which can be translated as uncoloured, natural or off-white. Before raw textiles are dyed or bleached, it’s possible to observe several neutral colours, and so-saek describes it. This has inspired contemporary quilters to produce new quilts, not only in finding the best way to mix-and-match the traditional textiles with the commercial fabrics and apply various quilt techniques on them, but developing the themes from the meaning. Their ambition is to show the current state of Korean quilts, and this exhibition focuses on the universal role of colours in making quilts, exploring how it creates meaning and provides context.

3


I first learned about Korean quilts when, in 2015, I was invited to the Quilt Festival in Korea in Seoul. For sometime, in Europe as well as in many other places, quilting in Korea was mainly paired to Bojagi and this was why I was so excited to see such a broad selection of quilts, from traditional to contemporary, so different from the Bojagis we were used to seeing. This is when I decided to make the world know about the talented Korean quilters, their traditions and their inspirations. Since then, their works have been admired in many other countries such as China, France, etc., After many discussions and interviews, The Festival of Quilts, the largest quilt show in Europe, scheduled a very special and exclusive Korean exhibition to take place in August 2020, trusting the organizers as well as the artists. Unfortunately, due to the Covid 19, this exhibition had to be postponed and is now scheduled for 2021! This is how Bland but Bold; the Colour of Uncoloured Textiles started: the title itself might say it all and it appealed to many Korean artists who took it as a challenge. Referring to So-Saek, they associate pattern, imagery and tactility to historical values, creating original works where they are able to express their soul, their thoughts as well as their versatility. It is also interesting to see the different fabrics and techniques they use. The artists manage not only to convey emotion, beauty, joy and sometimes sorrow but also to explore and interpret in a very personal way the different philosophical aspects of So-Saek in their works. I can’t wait to see all these beautiful pieces exhibited in Birmingham, contributing so to the spreading of Korean Textile Art in Europe.

Gül Laporte Member of the advisory board of the International Quilt Museum, Linclon NE, USA Consultant and Writer Member of SAQA (Studio Art Quilt Associates)

4


제가 한국 퀼트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에 서울에서 열린 한국퀼트페스티벌에 초청되었을 때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지금까지도 유럽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한국의 퀼트라고 하면 의레 보자기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랬기 때문에 눈에 익은 보자기와는 전혀 다른, 전통 퀼트부터 현대 퀼트까지 다양한 변주 앞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유한 전통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한국 퀼터들이 외국에 알려지도록 일조해야겠다는 것도 이 때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 중국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 퀼트 전시를 소개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퀼트 쇼인 the Festival of Quilts 주최측과도 수많은 토론과 회의 끝에 전시를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관계자들과 퀼트 작가들이 성실하게 준비한 이 특별하고도 독창적인 전시는 원래대로라면 2020년 8월에 버밍엄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만,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 때문에 아쉽게도 내년으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제목처럼 밋밋하지만 존재감이 뚜렷한Bland but Bold 소색을 주제로 삼은 [퀼트, 素 色을 그리다] 전은 한국의 여러 퀼트 작가들이 소색을 패턴과 이미지, 촉감과의 관련성으로 해석한 다음 자신들만의 정신과 사고, 다양성까지 녹여낸 독창적인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재로 쓰인 다양한 직물과 한국 전통 기법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작가들이 감정과 아름다움, 기쁨, 때로는 슬픔까지 표현하려고 얼마나 고뇌했는지를 역력히 느낄 수 있으며, 소색의 다양한 철학적 측면을 고찰하고 해석하는 방법 또한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이 아름다운 작품들이 버밍엄에서 전시되고, 그 실마리로 한국의 섬유 예술이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까지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Gül Laporte International Quilt Museum 자문위원 컨설턴트, 작가, SAQA 회원

5


素月 | Poetry of the Moon (2020) 151×113cm cotton(some hand-dyed by JANG Hung Sook), linen, hemp, ramie, paper fabric hand piecing & quilting, confetti techinique

6


허순희 | HUR, Soon Hee

커다란 공백 혹은 초월을 상징하는 달은 끊임없이 비움과 채움을 반복한다. 맑은 달빛이 내린 세상은 본래의 색으로 어른거린다. 낮 동안 고정관념이라는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던 산은 깨끗하게 비워진 모습으로 돌아와 숨을 고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The moon which symbolises a large void or transcendence, constantly repeats a cycle of emptiness and filling. On a clear moonlit night, the landscape looms everywhere in its first and original colour. The mountain, which held all the typical colours of the day, returns to its clean, empty form and catches its breath, preparing itself for a new beginning.

7


Sweet Secret (2020) 109Ă—77cm cotton(some hand-dyed by JANG Hung Sook), hemp (from thorns) hand piecing & quiltng, embroidery

8


조혜숙 | CHO, Hye Sook

바닷가 외갓집에 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마루에 있던 백자 항아리였다. 언제나 나를 귀여워 해 주시던 외할머니는 그 안에 달콤한 사탕을 숨겨 놓았다가 꺼내 주셨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풍요로운 시대지만 그 조악한 달콤함에 견줄 만한 맛은 아직도 없다. 어렸을 때 따라 부르던 노래, 어린 시절의 끝자락에 각인된 색깔과 맛. 왜곡되었을 수도 있는 기억에 존재의 시원이 닿아 있다. The first thing I remember about my grandmother's home near the sea is a white round porcelain jar. She always adored me, and gave me sweet candies out of it. Now, in a time of abundance with even better food, there is no taste like the crude sweetness of thses candies, no song like the lullaby left on my ears, no colour like that of so-saek imprinted on my childhood. Memories that may have been distorted became the origin of my personality.

9


Two Faces (2020) 159Ă—120cm cotton(some hand dyed by the artist), silk, cotton & silk in Korean traditional weaving technique, polyester hand piecing & quilting

10


한혜숙 | HAN, Hyesuk

세상 모든 것은 헛된 것이 하나도 없다.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리고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존재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Everything in the world does not exist in vain. They have obvious reasons to exist. Each single 'thing' in our world is independent, but whether by a conscious process or not, these ‘things’ are all connected, organically.

11


무관심성 | Unconcerned (2020) 168×126cm cotton, Han-ji(paper) fabric, Mo-shi(ramie fabric), linen machine piecing & quilting, stamping, digital printing

12


엄재영 | EOM, Jaeyoung

항상 마음속에 긋고 있는 선線에 대한 이야기. 사물과 사람에게 적용됨도 다르지 않다. 조금 정도를 넘긴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제자리로 돌아오기 힘들어진다. 선에 가까이 갈 수는 있으나 넘지 않으려면 절제가 필요하다. 모든 것에 최소한의 관심만을 주고 받으려 한다. 소색은 ‘모든 것을 반사해 버리는 흰색이 아니라, 모든 것을 무관심성으로 바라보며 품는 색이다.’ 마음 속의 감정들을 절제하고, 절제된 감정들이 소색을 만남으로 따뜻하고 편안해진다. A story about a line that I always draw in my heart. It can be applied to things or people. One step too close could cause misunderstanding and make it harder to go back. You can always get closer to the line, but you have to be restrained and not cross over it. In everything, I try to give and receive as little attention as possible. So-saek is not white reflecting our feelings and behaviours, but illustrates how they can be embraced without excessive concern. When we moderate or restrain the emotions in the mind and meet the colour, the restrained emotions get warmer and more comfortable.

13


Ritual (2020) 170Ă—132cm cotton machine piecing & quilting, tesselation techinique, stamping

14


권미영 | KWON, Miyoung

소색은 통상 장례의 색이다. 망자의 수의도 소색이었고, 장례를 치르는 가족들도 소색으로 상복을 지어 입었다. 한국의 전통 제례에서 제사를 지내기 전에 제일 먼저 하는 의식은 촛불을 밝히는 것이지만 원래는 제례와 상관 없이 그저 어둠을 밝히는 절차였을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 관념들 중에는 그 기원과 관계 없이 일종의 권위를 갖게 되어 필요 여부를 떠나 맹목적으로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하는 일도 있다. 상복 역시 상심을 나타낸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입는 사람의 개성이나 기분과 상관없이 관습적으로 입는 옷이 되었다. 그 뒤에는 무겁고 의미 없는 절차를 집어 치우고 자유롭게 파란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도 숨어 있을 것이다. 제례를 상징하는 촛대를 단순화하여 테셀레이션 패턴으로 표현하였고, 전통적인 상복의 소색과 현대적인 상복의 검은색을 번갈아 배열했다. 쓸데없는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은 퀼트의 전통 패턴인 Flying Geese에 담아 보았다. In Korean culture, So-saek was the colour of funerals. Shrouds were of this colour, and mourning families had also dressed in this colour until decades ago. Before holding a traditional ritual, Koreans light candles, which originated from a mere procedure of lighting up the darkness. Some of the ideas that we believe must be followed have a sort of authority to them, regardless of their origin, and we have to blindly devote time and effort to them, despite whether or not we see them as a necessity. The colour of mourning clothes was initially used to express one’s grief, but has now become customary beyond the individuality or mood of a person. Behind that, there can be a desire to abandon sombre and meaningless procedures and ‘fly freely in the blue sky’. The candlesticks that symbolize the funeral are simplified in Tessellation patterns, and the two colours of traditional and modern mourning - white and black - are alternately arranged. Flying Geese patterns indicate a desire to be free from unnecessary restraints.

15


Every Way (2020) 132Ă—129cm Mu-myung(cotton fabric), Sam-bae(hemp fabric), cotton, antique rayon machine piecing & quilting, hand embroidery

16


김지영 | KIM, Jiyoung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 저고리를 단순화하여 모던한 패턴으로 재구성하였다. 우리나라 전통 무명과 삼베를 이용하여 한국 고유의 정적인 아름다움과 생동감 있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가 소색 안에서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The traditional Korean Jeogori, a basic upper garment worn by men and women, is simplified and reconstructed into a modern pattern in this quilt. Using traditional Korean cotton and hemp, it shows a unique beauty of composure and lively modern images and is designed to express that both the past and the present, and how my country and the world are connected by a single line within the colour of S0-saek.

17


9

Cover with Love (2020) 161Ă—103cm cotton, linen, Myung-ju(silk fabric), Mo-shi(ramie fabric) machine piecing & quilting, overlock patchwork, trapunto, emproidery, digital print

18


최은주 | CHOI, Eunjoo

소색은 모든 것을 반사해 버리는 흰색이 아니라 모든 것을 품는 색이다. 흠, 티, 결, 점을 덮으며 존재로 인정하는 온기를 품은 색이다. 창조된 본래의 것을 아름답게 보는 소색의 정신은 가지마다 서로 연결되어 새롭게 자라고 꽃피는 식물처럼 지속적으로 품어야 할 보석 같은 마음이다. 사랑으로 덮는 품위 있는 마음이다. 능화는 마름모꼴의 꽃무늬라 할 수 있는데 실제의 꽃이라기보다는 보화 또는 서화로서 상상의 꽃무늬이다. 사랑으로 덮어 존재 자체를 보배롭게 보는 소색의 정신을 마름모꼴 능화로 이미지화 하였다. So-saek is distinct from the modern idea of white that reflects everything; it instead embraces everything with love, covering flaws, defects or any faults in order that we recognize what truly exist. The spirit of the colour so-sak, is a dignified mind that observes and cherishes what is created in it, like a newly grown and blossoming plant. The traditional pattern of the four petals in a diamond shape, called Neunghwa, is more an imaginary and idealized flower than a real one; and was very appropriate for visualizing the gemlike spirit.

19


김정미 | KIM, Jungmi

소색은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본연의 색이다. 살아가면서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 느껴질 때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순수해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변화하려는 모습을, 흰색과 검정이 겹쳐져서 회색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닮아있는 것 같아 작품에 담아 보았다. So-saek is a purely natural, neutral colour with nothing added to it – indeed, the Korean word describes the raw state of uncoloured textiles. So-saek embodies some of my feelings towards myself as a person. When I feel like I have come too far in my life, I crave to return to myself, to my natural state. It is impossible to be pure, but I have tried to achieve this, because to me it seems that the process of how white and black overlap into grey, and so become ‘neutral’ is similar to the way I would like to go back to the first time of some of my experiences.

20


初心 | Going to the Beginning (2020) 164×116cm cotton(some hand-dyed), polyester machine piecing & quilting, free-style log cabin, string quilt

21


멈추지 않는 바람 | Irresistible Wind (2020) 174×139cm cotton, linen, microfiber machine piecing & quilting

22


현미경 | HYUN, Mikyoung

나에게 소색은 자연을 품은 색이고 우리의 삶에 함께 하는 색이며 흰 도화지처럼 무궁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색이다. 우리는 태어났을 때처럼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소색 원단에 싸여 있을 것이며, 햇빛과 물, 바람과 불, 시간이 만들어낸 소색은 그렇게 내 일생을 함께할 것이다. 시시때때로 내 삶에 소색이 머물다 가는 것처럼, 바람 많은 섬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바람이 소색과 같다. 바람은 새로운 변화를 꿈꾸게 하고 나의 고민, 관심, 감정을 품어주면서 항상 감동과 영감을 준다. The colour So-saek embraces nature and is open to infinite possibilities like an empty piece of paper. In South Korean culture, we will go back into nature wearing uncoloured clothes just like when we were born, and this is how the colour So-saek accompanies our lives, which is formed by sunlight, water, wind, fire and time. For me, living on a windy island, so-saek was like the wind. The wind always moves and inspires me, making me dream of a new change, embracing my worries and unpredictable emotions. The wind, like the colour So-saek, is always beside me even when I am not aware of it.

23


한여름의 햇무리 | Halo in Midsummer (2020) 183×151cm cotton, Bally batic, cotton thread, metallic thread, rayon thread machine piecing & quilting, hand stitch, press technique

24


김상숙 | KIM, Sangsook

기획전의 주제를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단어가 “햇무리”였다. 한번쯤 들어본 말이지만 뭐라고 꼬집어 정의 내리기도 어렵고, 세상 모든 것의 근원인, 가장 밝은 것의 언저리. 어딘가 피상적이고, 온세상이 화창해지면 곧 사라질 것처럼 신비로운 햇무리를 색으로 정의한다면 소색이어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태양이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흰색이라고 한다면 소색은 그 근처 어디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햇무리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그 막연한 느낌이었다. The first word on my mind when I heard the theme was “halo”. We have heard of the word and know what it is, but the concept of it is hard to grasp and define because it illustrates the spread of the brightest, and the origin of every life in the world. It is vague, which will disappear when the whole world gets brighter, that could share its definition with the colour of So-saek. If the sun that we dare not look straight at is the absolute white, so-saek embodies an obscure ‘feeling’ or mood of what white is, and it does so in a way that cannot be distinguished but is like searching from here to there for something that does not exist.

25


반향 | Resonance (2020) 143×143cm cotton, Mo-shi(ramie fabric), silk, antique rayon machine piecing & quilting, hand embroidery

26


오선희 | OH, Sunhee

물들이거나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원단을 어떻게 재단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처음의 계획이 무엇이든지 간에 내가 계획한 일의 진행 상황이나 결과는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일으킬 때도 있고, 내 기대만큼 호응이 없어서 맥이 빠지기도 한다. 나의 작업도 마찬가지로, 열 가지 남짓의 원단으로 시작했지만 수백 조각의 조합으로 발전하고, 수천 수만 땀 수를 반복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즐겁게 때로는 힘들게 완성해가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When making quilts, it was interesting to see how the results changed dependent on how the textiles were cut and rearranged in their raw or unprocessed state. Whatever my first plan was, the progress or outcome of that planned is often quite different from my original intention. Sometimes it causes unexpected reactions, and sometimes it is not as responsive as I expect it to be. Making this quilt was no exception; my work began with a dozen textiles, but developed into a combination of hundreds and thousands of pieces. It progressed in a way that I did not even think possible, and resulted in me repeating tens of thousands of stitches. Completing the work was a fun, but sometimes painstaking, process.

27


The Cross of Miracles (2020) 150Ă—150cm cotton & silk hand dyed by the artist, silk organzer, silk, cotton thread machine piecing & quilting, fabric collage, free motion quilting, free motion stitch using water soluble stabilzer

28


장흥숙 | JANG, Hung Sook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素란 '본래 그대로'의 뜻으로, 스스로 나를 묘사하거나 설명하거나 또는 느낄 때마다 나는 예외 없이 마음속에다 일종의 정신적인 경계를 긋는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본질은 ‘나는 어디에 경계를 설정했는가?’라는 생각처럼, 素色은 눈에 보이는 색보다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 본연의 색을 찾아 퀼트로 표현해 보았다. I joined this project when I was thinking a lot about the question of who I am. ‘So’ means 'as it is' and whenever I describe or explain how I feel about myself, I always draw a kind of mental boundary in my mind. In other words, the essence of identifying ‘me’ is where I have set my boundaries. I thought the meaning of the colour so-saek is more important than what is seen, so I tried to find my own idea of the colour and expressed it in the quilts.

29


Motoni Modoru (2020) 120Ă—97cm cotton hand piecing & quilting, reverse appliquĂŠ

30


한혜경 | HAN, Hye Kyung

작정하고 방황했던 50대를 떠나 보낸다. 내 인생의 방향을 인도했던 자양분과, 든든한 뿌리를 찾아가며 아무색도 가미되지 않은 소색이 주는 의미, 순수함을 생각했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I am parting with my fifties, during when I have been lost in its purpose. Looking for the nourishment to guide the direction of my life, I thought about the meaning of purity, which So-saek gives me in my mind. I miss those days.

31


Relation (2020) 180Ă—120cm cotton, polyester thread, bamboo cotton machine piecing & quilting, original digitized embroidery, raw edge appliquĂŠ

32


이은숙 | Lee, Eunsuk

빛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깔. 온전한 본래의 색을 볼 수 있는 건 빛이 전혀 없는 한밤중보다 해가 뜨기 바로 전 새벽이지 않을까. 어느 것도 첨가되지 않은 본래의 색에서 빛을 받아 색이 더해질 시간 새벽.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SNS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기도 하다. 자신 같은 가면을 쓰고 가면 같은 자신의 모습을 진심이지만 진심이 아닌 척, 모든 것을 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공유한다. Colours need light to ‘be’, to exist. It is better to see an original colour in the early morning just before sunrise, when you only see light from the original colour without anything added, instead of viewing it at night when there is little or no light. This reflects real-world social networking relationships; on social networking sites, people start the day with a flood of information and news. Relationships through the social media are closely connected but at the same time they are a mirage and our ‘friends’ are out of reach. They wear a mask looking after you; their contact, - contains everything but also shares nothing.

33


무한으로의 여정 | Infinity (2020) 145×126cm Mu-myung(cotton fabric), Mo-shi(ramie fabric), Sam-bae(hemp fabric), So-chang(cotton fabric), silk, linen, polyester, metallic thread machine piecing & quilting, 2 layers quilts, folding wings, collage

34


김경주 | KIM, Kyungjoo

무한성은 한계가 없는 것을 말하지만 형이상학적으로는 시작도 끝도 없는 존재를 말한다고 한다. 이 작품을 구상하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당신 자신을 낮추며 미물로 살아가길 원하셨던 그녀의 삶 속에서 초월적 신만이 깊은 바다였고 우주였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부디 넓고 무한한 천국에서 소색의 날개를 달고 영생하시길 빌어본다. Infinity literally means that there is no limit, although metaphysics describes it as there being neither a beginning nor an end. My mother passed away when I was designing this quilt, and I realized once again that the transcendent God was the only universe and the deepest ocean for her to devote her whole life of lowering herself. I pray that she will rest forever in wide and limitless heaven with angel wings around her.

35


전시

exhibition

Quilt Festival in Korea 18~20.9.2020 / COEX, Seoul, Korea the Festival of Quilts 29.7~1.8.2021 / NEC, Birmingham, UK

jeeumshop@naver.com

전시기획

organisation

자문

consultancy

Gül Laporte

gulaporte@gmail.com

촬영

studio-pan@naver.com

번역

admin@britcent.com

편집디자인

saeuk.oh@gmail.com

photography translation editorial design

인쇄

print

참여작가(가나다 순) list of artists

admin@redprinting.co.kr

14 권미영 KWON, Miyoung kwonsquilt@naver.com

34 김경주 KIM, Kyungjoo 24 김상숙 KIM, Sangsook

20 김정미 KIM, Jungmi

16 김지영 KIM, JIyoung 12 엄재영 EOM, Jaeyoung

greenquilt@naver.com chelim51@naver.com honeybee313@naver.com jyk242@gmail.com redquilt@naver.com

26 오선희 OH, Sunhee

otnamu@naver.com

8 조혜숙 CHO, Hye Sook 18 최은주 CHOI, Eunjoo

cmc915@naver.com

6 허순희 HUR, Soon Hee

auntquilter@naver.com

32 이은숙 LEE, Eunsuk les0211@naver.com 28 장흥숙 JANG, Hung Sook artquilt55@gmail.com nayang67@naver.com

30 한혜경 HAN, Hye Kyung heahan11@hanmail.net 10 한혜숙 HAN, Hyesuk nalfish@naver.com 22 현미경 HYUN, Mikyoung arthyun208@hanmail.net ⓒ All rights of publication are reserved by Quilts Jeeum and participating artists. No part of this catalogue may be reproduced without written permission.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