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주,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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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이 책은 두서 없는 글들과, 두서 없는 본인의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의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김슬기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와 전재를 금합니다.
‘섬’ 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 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 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섬에 가면 섬을 볼 수 없지만, ‘그 섬’에 가면 나는 나를 온전히 볼 수 있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여행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닿아 있다는 것은 결국 닮아있다는 것이며, 닮아 있다는 것은 결국 닿아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여행을 꿈 꾸던지, 당신의 여행이 나의 여행처럼 언제나 아름답길 바란다.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