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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속으로, 올레!
여행지로 스페인을 선택한 이유는 세계적인 건
축가 가우디 때문이었다. 곡선의 미학과 자연주의
를 담은 그의 건축물을 직접 본다는 설렘에, 바르
셀로나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난 가슴이 떨려왔다.
카사밀라를 시작으로 카사바트요, 구엘 공원을 거
쳐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 당이었다. 어딜 가나 몰려드는 엄청난 관광객을 보 면서, '가우디 혼자 바르셀로나를 다 먹여 살리네!' 싶었다. 가우디가 지은 성당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그곳은 마치 숲속과 같았다. 웅장한 성당 내부를 받치고 있는 기둥 모 두가 꽃이 핀 큰 나무였다. 천정은 나뭇잎과 꽃, 그
리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으로 표현되어 있 었다. 성당 내부의 모든 벽면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그 창을 통해 스며드는 다채로운 자연의 빛이 성당 안 내부를 신비롭게 만들었다. 묵묵히 내부를 둘러 보던 남편이 내게 다가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신은 있다!"라고 한마디 속삭였다. 무신론자인 남 편의 입에서 그런 고백이 터질 정도로 가우디의 성
당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건축물이었다.
이미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거치면서 이백 년에 걸쳐 지었다는 엄청난 규모의 대성당을 많이 보았 었다. 그런데 그 성당들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웅장했고, 성당 내부는 값비싼 형상과 벽화로 즐비 했다. 중앙제단을 몇십 톤의 금으로 장식한 성당도 있었고, 그곳에서 신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저 높 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나마 신에게 다가갈 수 있 는 사람은 권력과 부를 가진 왕족만이 가능한 듯 했다. 하나같이 그런 성당만을 짓던 때에 어떻게 가우디는 그 모든 걸 무시하고 성당 내부를 숲으 로 지었을까? 평생을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살았다는 안토니오 가우디. 그가 만난 신은 자연의 숲과 닮아있었다. 숲은 어느 사람도 밀어내지 않는 다. 그렇듯 그가 지은 성당엔 모든 인간을 포용하 고 사랑하는 신이 있었다. 한참을 신의 품에 안겨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훔치다가 난 성당을 나 왔다. 나오는 통로에 가우디가 남긴 말이 쓰여있었 다. 'To do things right, first you need love, then technique.'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사랑이 있
어야 하고, 기술은 그다음이다. 그의 말을 본받아, ' 무엇을 하건, 사랑으로 하자!' 마음에 새기며 난 다 음 여행지로 발길을 돌렸다.
8월의 바다
뿌연 먼지를 샹그리아 대신 마셨다. 입 다무는 것 도 까맣게 잊을 만큼 난 그들이 이끄는 정열의 리 듬 속으로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댄서
들의 눈빛을 보며 눈으로도 춤을 출 수 있다는 사 실에 감탄했다. 동작이 멈춘 순간에도 댄서들의 심 장은 여전히 춤을 췄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그 심장의 출렁임을 가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압권인 건 소리로도 춤을 춘다는 사실이었다. 손
에 들린 캐스터네츠와 구둣발 소리로 댄서들이 다
이내믹한 리듬을 펼치며 관객들의 심장을 쪼이고
펴기를 반복했다. 그건 마치 사물놀이의 휘모리장
단과도 같은 리듬으로 내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풍
물패를 하던 시절 난 북을 잡았었다. 잔가락이 많
은 장구와 꽹과리를 피하느라 잡았던 북인데도 휘
모리장단을 몰아가기가 여전히 힘들었었다. 그런
데 그토록 빠른 휘모리장단의 리듬을 플라멩코 댄 서 혼자서 몰아갔다. 수년을 탭댄스도 춰봤었기에 그렇게 빠른 탭스탭이 얼마나
빠른 스텝을 쫓아 미친듯 벌렁거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병원 CPR 팀 에 저 댄서들을 넣으면 멈췄던 심장도 다시 뛰게 만들겠는데!'하는 거였다. 공연이 끝난 후 뜨거운 울림을 안고 나와보니, 4 월인데도 극장 밖은 35도에 육박하는 온도로 엄청 뜨거웠다. 내가 헉헉거리자, 현지인이 말하길 이 정도는 봄 기온일 뿐 여름엔 45도를 훨씬 웃돈다 고 했다. 왜 스페인을 '태양의 나라'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플라멩코의 본 고장인 세비야로 올 때까지 벌써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거쳐서 오는 중 이었다. 그렇게 여행하며 내심 놀랐던 건 스페인이 지닌 엄청난 문화적 유산과 예술적 역량이었다. 스 페인은 전역이 다 문화유산 같았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이, '이렇게 뜨거운 나라가 어떻게 이런 문명을 이룰 수 있었지?'였다. 사실 더위는 사람을 게으르 게 만든다. 이 정도 더위면 신체 상태가 셧다운됐 을 텐데, 어떻게 스페인은 16, 17세기 세계 최강대 국이 되었을까? 여행하며 품었던 그 의문의 답을
난 플라멩코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춤은 하
와이에서 봤던 알로하 춤과는 달랐다. 플라멩코는
더위와 싸우는 춤이었다. 활활 타는 태양을 삼켜버
리는 뜨거운 열정이 그들에겐 있었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저런 퀄리티의 문화유산을 지어 남기지
않았겠나 싶었다.
“올레! 올레~!” 플라멩코 댄서들이 토해내는 격 렬한 춤사위에 관객들이 환호성을 연발했다. 그러 자 그 호응에 신이 난 댄서들이 더 격동적인 춤동 작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무대 앞 제일 앞줄에 앉 아 있던 나는 벌어지는 입을 어쩌지 못한 채 들고 있던 샹그리아 잔을 내려놨다. 그렇게 입을 벌리 고 앉아 댄서들이 뛸 때마다 무대 바닥이 뿜어내는
*전문은 www.vanchosu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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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해 영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바다가 물비늘을 달고
달음박질을 치고 있다
시퍼런 갈기털을 세우고
천상으로 발구름하는 청마(靑馬)처럼
8월의 바다는
멀찍이 서있는 나의 젊음이다
그때의 우리도 분노하며
이글거리는 심장으로
검은 바다로 뛰어 들었었지
이제는 퍼런 서슬 내려놓고
대침묵에 잠긴
은빛 모래밭에 안겨야 할 때,
바람도 폭우도 다독이며
영롱한 햇살 품어
윤슬로 반짝여야겠지
모래톱에 흉허물 묻어두는 저 바다는 삶의 애증 견뎌낸 나의 노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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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꽃이 오래가요 3년만 최선을 다하면
세상에 못할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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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다 마흔다섯 살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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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꼭 이력서를 이메일로 부탁드립니다. togetherdentalca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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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은 셈이다. 감회를 묻자 “데뷔 10주년에 세종문화 회관에서 ‘10년이 하루’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했는데 지난 30년이 꼭 사흘 같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나이테 같
은 무늬가 얼굴에 일렁였다.
그 주름살은 장사익 말마따나 ‘인생
의 계급장’이다. 주름 따위는 신경 쓰
지 않고 신나게 웃는다. 인생을 사계절
에 빗대면 이 가객(歌客)은 봄여름 다
보내면서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반환
점을 돌아 노래를 하기 전까지는. “힘
들고 넘어지고 깨지기도 했지만 그 좌
절과 방황의 시간이 쌓여 저를 일으켜
준 것 같아요. 제가 부르는 노래는 뜨
거운 세월 다 보내고 들판에 핀 가을
꽃입니다. 지나온 인생의 굽이굽이가 다 감사해요.”
◇봄여름 다 보내고 핀 가을꽃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다. 홍은
동 그의 자택 앞 계곡물이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주앉은 장사익은 직 접 찻물을 끓이며 보이차를 권했다. “
이거 댓 잔은 마셔야 재미난 이야기가 나와요.” -어떤 계절을 좋아하시나요. “이 통창 밖 산비탈을 보세요. 봄에 는 개나리·진달래가 성곽을 타고 넘 는 게 보여요. 여름에는 초목이 무성 해지고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눈으로 하얗고. 저는 시골에
서도 산등성이에 살았어요. 계절이 오
는지 가는지 체감할 수 있으니 사시사
철 다 좋아요.”
-시(詩)를 노래로 옮기는 가객인 줄로
만 알았는데, 올 초에 쓴 희망편지를
보니 글도 좋더군요.
“저는 가는 곳마다 은인이 생깁니
다. 개중에 사기꾼도 있지만 돌아서면
결국 도움이 돼요.” -사기꾼도 도움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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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 무릎에 딱지가 생기잖아 요. 그런데 넘어뜨린 그 사람 때문에 제가 툭 털고 일어나 걸을 수 있어요. 희망편지가 실리고 연락을 많이 받았 습니다. 저는 노래가 99%인 사람이에 요. 글을 쓸 일은 별로 없는데 이렇게 또 저를 살려주시는구나, 생각했지요. 오늘 오전에는 김민기씨 장례식장에 다녀왔어요.” -생전에 인연이 있었나요. “한 번도 안 만났으나 음악적 교류 가 있었어요. 나보다 나이는 밑이지만 그분의 음악과 삶을 존경해요. 꽃으로 말하자면 안개꽃 같은 사람.” -왜 안개꽃인가요. “나서질 않았잖아요. 다른 꽃들을 위해 배경이 돼 주고 받쳐주고. 자신 이 폼을 잡거나 돋보이려 하지 않은 뒷 것, 뒷광대였지요. 제가 베토벤을 좋아 하지만 그와 악수 한 번 해본 적 없듯 이, 김민기씨와도 음악으로는 늘 소통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질 때마다 매미 울 음 소리가 들리네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더 필사적으로 울겠지요. 자연에는 순 서가 있어요. 5월에 보리가 익을 때쯤 이면 산에서 뻐꾸기가 웁니다. 한여름 에 매미가 울고 나면 풀벌레 소리가 들 려올 거예요.” -몇 년 사이에 얼굴 주름이 더 늘었습 니다. 다른 가수들은 보톡스로 다림질 을 하는데.
대극 장에서 장사익 30주년 소리판이 펼쳐 진다. 공연 제목은 ‘꽃을 준다 나에게’. 팸플릿에 “사랑한다, 축하한다. 남들 에겐 스스럼없이 건넨 꽃, 돌아보니 나 에겐 꽃 준 적 없네. 노래 인생 30년을 다독이며 꽃을 준다, 나에게!”라고 적 혀 있었다. -꽃도 셀프? 제목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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