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윤의정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으로 향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작
년에 구입한 캡슐형 커피 머신에 물을 붓
고 캡슐 커피를 넣은 후, 버튼만 누르면
갓 내린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습관처럼 하루 일과를 커피를 내
리는 일로 시작하고, 나 스스로도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
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두근거리
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화장실을 평소보
다 더 자주 찾는 나를 발견했다. 또 밤이
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새벽 두세
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곤 했다. 처음엔 별
로 기분 탓이겠거니, 이러다 말겠거니 했
던 일들이 점점 증상이 심해지면서 스스
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몸이 어딘가 고장 난 것은 아닌
지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내가 갖는 증상을 검색해
보니, 이 모든 증상이 커피를 마셨을 때 갖 는 부작용이었다. 20년이 넘게 커피를 마
셔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정신이 맑아
진다는 기분만 있었는데, 이런 부작용을
갖게 된다니 조금 이해되지 않고 허탈한
마음도 들었다.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나
이가 들었으니 분명 신체 능력에 차이가 생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체질이 변한 걸
수도, 그것도 아니면 건강이 나빠진 것일
수도 있었다.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커피를 마
시지 않는 편이 좋다는 답을 얻은 나는 습 관처럼 찾던 커피를 줄여보려고 노력했 다. 하지만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 라, 아침이면 의도하지 않아도 다시 부엌 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득
커피를 끊어야만 된다는 것을 깨닫고 급
히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거나, 그냥 방으 로 다시 돌아오는 등 소소한 노력을 들여
보았다. 물론 생각보다 많이 힘이 들었다.
습관이란 그런 것이다. 갑자기 하던 것을
하지 않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더 힘든 건 일종의 불안감이었다. 단
지 한 잔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 제약에 불 과했는데, 무언가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
다는 불안감이 자꾸 엄습했다. 이건 물리
적인 현상인지, 단순히 정신적인 불안감
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앉아서 제 일을 하
지 못하고 자꾸만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
복하며 부엌을 오가는 나를 발견했다. 평
소보다 집중하는 것도 꽤 힘들었는데 하
나의 일을 끝내는 데 평소보다 오랜 시간
을 투자해야 했다. 이런 불안함은 쉽게 사
라지지 않았다.
커피를 끊은 첫날은 처음 의지가 그대 로 있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물로 대신할 수 있었고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은 무척 힘들었고, 그다음 날은 아주 많이 힘이 들었다. 그리
일주일 차에 느끼는 불안감의 크기가 가장 컸다. 그래도 한 잔 마셔야 하나 싶 은 내 안의 욕망과 내 의지가 자꾸 다투었 다. 나 스스로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었구
나를 깨닫기도 했고, 그동안 무언가에
강은소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적막한 오후
마음에 그리던 산사는 수십 년 세월에 산을 잃고
대웅전 옛 자리 그대로 빛 바랜 단청 입고 있다
발 아래 전철역, 아파트 촌 나란히 선 상가와 주택 사이
세상사 부대끼며 딴딴해진
풍경소리 처마를 휘도는데
가야산 토굴로 수행 떠난
상좌스님 대신 까마득 어린
동자승이 차 향을 우리는 동안
세랍世臘 구순을 훌쩍 넘긴 큰 스님 가부좌가 풀어진다
세랍의 무게 깊고 아득해 먼 나라 하늘 아래 맺은
세연 애틋하게 그리운 것인지
희 망을 보기도 했다. 분명 커피에 나는
되었던 것이고, 커피로 인해 잠을 깼던 것 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잠을 깨는 것 에 어려움을 느낀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커피를 완전히 끊었는가라고 하면, 아직 그렇다고 대답하긴 어렵다. 그 후로 미팅을 하며, 과식 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또 커피를 야금야금 마시기도 했다. 다행히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전
보다 몸이 더 강하게 반응하고, 별로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전보다 확실 히 덜 마시게 되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커피 없이도 일
상에 지장이 없고, 더 멀쩡히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몸에 완전히 익히기까지 말 이다. 그렇지만 어딘가에 매여 중독되었 던 이전의 나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내 가 되었다는 사실은 기쁘긴 하다. 어렵지 만 언젠가 완전히 커피와 안녕을 고할 날 이 있기를 바라본다.
두툼히 챙겨 넣어준 금일봉 불전 함에 넣고 돌아설 때
풍경소리 당그랑 당그랑 울며 텅 빈 법당을 흔들어 댄다
* 세랍世臘: 스님의 세속 나이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A6 조선일보 기고
고
지하지 못한 채 중독되어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었구나 반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힘들기만 했던 일주일을 버텨 내자, 신기하게도 바로 그다음 날 아침 무 언가 전날과 다른 가벼운 기분을 느꼈다. 굳이 무언가
잠이 덜 깨어서 억지로 깨울 수 있도록 외 부 자극을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 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고, 오히 려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조금은 중독에 서 자유로워졌다는
고 커피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인
마시고 싶다는 욕구도 없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
중독
캐나다
한국문협 기고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A7 조선일보 전 면 광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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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4일 금요일 B1 vanChosunmedia www.vanchosun.com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국내 4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70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사망
률도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0년 전 세계 사망원인 3위를 차지했고, 2050년에는 대기 오염 등으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심각 한 질환임에도 인지도는 낮다. 국내 진단율 은 2.8%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있다. 혹시라 도 앓고 있을지 모를 COPD를 일찍 발견하 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상부터 알아야 한다. COPD는 서둘러 걷거나 비탈길을 오를 때 증상이 심해지고, 평상시에는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 처음엔 가벼운 호흡곤란과 함께 기침이 나타나다가 병이 진행되며 호흡곤란이 심 해진다. 말기에는 심장 기능에도 영향을 미 친다.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 ▲기침 발작 후 소량의 끈끈한 객담 배출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점차 악화되는 호흡곤란 ▲천명음 (쌕쌕, 그렁그렁하는 호흡음) ▲흉부 압박감
등이다. 만성 염증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실 질이 파괴되는 게 COPD의 시작이다. 이후 폐기종이 생기고 기도가 좁아지면 숨 쉴 때 공기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호흡곤란 으로 힘들어하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본인이 COPD 환자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COPD 주 증상이 기관지 천식, 심부전, 폐렴, 폐암, 기관지확장증 등 다른 질환에서 도 관찰되기 때문이다. 호흡곤란이 점차 심 해지고, 운동 후에 특히 숨쉬기가 어려우며, 가래와 기침이 계속되면 한 번쯤 COPD 검 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폐 기능 검사, 폐활 량 검사 등을 진행했을 때, 최대 폐활량 대 비 1초간의 호기량 비율(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비율)이 0.7 미만이면 COPD로 진단 된다.
COPD 환자 대부분은 폐 기능이 30~40%
대로 떨어진 상태로 검사를 받으러 온다. 사 람은 폐가 두 개 있고, 한쪽 폐만으로도 살 수 있다. 이에 폐 기능이 50%까지 떨어져도
운동을 특별히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본인이
직장인 A씨는 매일 영양제를 먹는다. 하
루는 일과 중에 영양제 먹는 것을 깜빡해 자 기 직전에 복용했는데, 유독 잠들기가 어려 웠다. 진통제를 사러 약국에 간 김에 약사에
게 물어보니 “몇몇 영양소를 밤에 먹으면 불
면증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영양제도 주요 영양소에 따라 복용하면 좋은 시간대가 따로 있다. 비타민B군은 밤늦 게 먹으면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비타민B1
은 탄수화물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생성하
는 데 필요한 보조효소 역할을 하고, 비타민
B2는 성장과 세포 재생을 돕는 촉매로 작용 한다. 비타민B3는 탄수화물, 지방산, 알코올 대사와 세포 내 호흡에 쓰인다. 비타민B6은 단백질과 체지방 대사에 중요하다. 전반적 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특성이 있어 서 밤에 먹으면 몸이 숙면하지 못할 수 있다. 비타민B군은 오전에 섭취해야 효과가 최
대화된다. 호르몬 생성과 에너지 대사를 원 활하게 해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 문이다. 식전에 복용하면 흡수율이 높아진 다고 알려졌다. 다만 비타민B군 섭취 후 속 쓰림이나 울렁거림 등 위장장애를 겪은 적 이 있다면 아침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낫다. 비타민C도 비타민 B군과 비슷하다. 아침 식사 후 복용하면 된다. 신진대사를 활발하 게 하는 효과가 있어 오후 늦게 고용량 복용 하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산성
이라 공복에 먹으면 속이 쓰릴 수 있으니 꼭
식후에 먹는다. 많은 이들이 찾는 유산균은 어떨까? 기상
직후 공복 상태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위산의 양이 가장 적은 때라 섭취한 유산 균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아침 식사하기
30분~1시간 전에 물과 함께 섭취한다면 유 산균 효과가 더 커진다.
영양소별 먹으면 좋은 시간대
흡수율은 높아진다. 오메가 3는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건강한 지방으 로,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 을 준다. 철분은 식사 한 시간 전이나 식사 두 시간 후에 복용하면 된다. 공복 상태 일 때 흡수율이 가장 높고, 음 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떨어진다. 철분은 신체 성 장과 발달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뼈를 튼튼 하게 하고 빈혈을 예방한다. 이해림 기자
위장장애 등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B1 조선일보
매일이
V�n�ho��� Me�i�
새롭고 즐거운 미디어 세상
잠 못 잔 이유가 저녁에 먹은 ‘이 영양제’ 때문?! 헬스조선DB 2050년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그런데
진단율은 2.8%
COPD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면 정기적으 로 폐 검진을 받아야 한다. COPD의 주요 발 병 원인은 흡연이다. 전체 COPD 발생 사례 의 70~80%가 흡연과 관련 있다. 흡연과 무 관한 나머지 20%는 주로 결핵과 천식 때문 이다. 이 밖에도 실내외 오염된 공기와 미세 먼지 노출, 직업상 분진이나 가스 등에 오 래 노출된 과거력, 어릴 적 잦은 호흡기 감 염, 유전력 또는 면역력 등의 요인이 영향 을 미칠 수 있다. 보통은 40세 이후에 증상 이 나타난다. COPD를 조기 발견했더라도 이미 폐 기 능이 저하됐다면 완치는 어렵다. 그러나 적 극적인 약물치료가 증상과 폐 기능을 개선 하고 악화를 예방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인 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가장 좋은 것 은 예방이다. 금연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 도록 한다. 운동은 호흡근을 비롯한 몸 곳 곳의 근육을 단련해 호흡곤란을 완화하는 데 도움된다. 흡연자는 40세 이후부터 1년 에 한 번씩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 매년 사진 을 비교하기만 해도 폐 건강을 어느 정도 점 검할 수 있다. 이해림 기자 오메가 3는 점심 전후에 먹는 게 좋다. 생 선 기름으로 만들어진 탓에 빈속에 먹으면 비린내가 올라와 속이 메스꺼울 수 있다. 음 식과 함께 먹으면 속 쓰림이나
부작용이 줄고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B4 조선일보 전 면 광 고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B5 조선일보 전 면 광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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