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_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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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Diversity in Living, Shared Living

주거 문화의 다양성을 디자인하다

공유 주거 <생각의 혁명>의 저자 로저 폰 외히(Roger von Oech)는 “당신이 단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것은 생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획일적인 사회나 삶의 방식, 그리고 주거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단편적인 주거 형태만을 추구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유대감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공존하는 공유 주거 방식은 주거와 삶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와 건축가, 소셜 벤처 등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주거 실험을 디자인한 사례를 살펴봤다. 기획・진행: 최명환 기자, 디자인: 정명진 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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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주거의 선두 기지,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는 최근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며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사생활이 철저히

기획ㆍ공간 디자인 나루세 이노쿠마 아키텍츠

(www.narukuma.com) 오픈 시기 2013년 7월 입주 인원 13명

보장되어야 하는 주거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는

주소 일본 나고야시 니시구 조사이산쵸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자인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유대감 회복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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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섬세하게 잇다

LT 조사이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셰어하우스 시장에 눈을 뜬 일본. 2012년을 기준

한 이 건물의 개인 공간은 모두 13개로 3층에 걸쳐 입체적으로 배치되어 있

으로 수도권에만 약 1100여 개의 셰어하우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는데, 각 방을 최대한 분산시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데, 이것은 2000년과 비교했을 때 40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잠재력을 알아

계단을 통해 개인 공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용 공간에서 직접적

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규모가 급격히 팽창한 것이다.

으로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개인실의 평면 넓이는 모

하지만 빠른 성장은 언제나 부작용을 동반하는 법. 애당초 공유 공간을 염

두 같지만 천장 높이나 방 모양, 거실까지의 거리 등을 모두 다르게 디자인

두에 둔 공간 디자인보다 일반 주택을 개조한 사례가 많다 보니 열악한 환

했다. 방 위치에 따라 채광을 조절하고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경의 셰어하우스도 속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셰어하우스에 대

것. 물론 공용 공간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1층에는 여러 사람이 함

한 기준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나루세 이노쿠마 아키텍츠가 디자인

께 앉아 식사할 수 있는 부엌과 공용 거실 등을 배치했으며, 2층에도 반독립

한 셰어하우스 LT 조사이(城西)는 셰어하우스로는 보기 드물게 신축 프로

적 소공간을 마련해 작은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다양한 공용 공

젝트로 진행한 점이 눈에 띈다. 원래 클라이언트는 이 자리에 일반 공용 주택

간을 구성한 것은 입주자들이 이곳을 개인 공간의 연장으로 생각해 자연스

을 지을 생각이었으나 건축가와 논의 끝에 셰어하우스로 용도를 변경하게

럽게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의 기능성이 치

됐다. 이는 셰어하우스가 클라이언트에게 새로운 투자 가능성을 보여주었

밀하게 교차되어 있는 만큼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내부 공간을 모던하게 꾸

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창고를 연상시키는 박스 형태 건물로 특별할 것

민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곳곳에 적절히 나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디자이너의 섬세한 계획이 느껴진다. 건

계단을 설치했는데, 부유하는 듯한 흰 내벽 사이로 보이는 나무 계단은 집의

축가는 콘셉트나 화려한 장식보다는 머물기 좋은 장소를 구현하는 것 자체

입체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LT 조사이는 오픈 후 입주자들로부터 좋

에만 집중했다. 이를 위해 일단 셰어하우스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깨나가야

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입주자가 각각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는

했다. “셰어라고 하는 단어가 ‘항상 누군가와 장소를 공유하지 않으면 안

데 점차 시간이 흐르며 마지막에는 하나의 큰 파티로 끝난 일도 있다고. 개

되는 부담’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개인이 좀 더 자유롭게 자

인의 사생활 보호와 공용 공간의 쾌적함을 영리하게 엮어낸 이 건물은 커뮤

신이 머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공간에

니티 하우스를 기획 중인 국내 디자이너 및 건축가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

고스란히 반영됐다. 일본 목조건물의 표준 모듈인 3640mm 그리드를 채용

고 있다. 글: 최명환 기자

1 2층에 마련한 소규모 공용 공간. 카펫을 깔아 암묵적으로 공용 공간임을 표시했다. ©Masao Nishikawa 2 건물 외관. LT 조사이 주변에는 주택과 맨션이 들어서 있고 길 앞 도로를 낀 건너편에는 작은 공장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건물이 있는 만큼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는 외관으로 디자인하는 데 집중했다. ©Masao Nishik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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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요인이다. 또 함께 사는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에

준 이노쿠마, 유리 나루세 나루세 이노쿠마 아키텍츠

가치를 두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동 대표

LT 조사이는 셰어하우스로는 보기 드물게 신축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레노베이션했을 때와 비교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레노베이션 셰어하우스의 경우 기존 건축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공간을 연출하기 어렵다. 반면 신축 건물은 제로부터 공간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의 거리 조절, 공용 공간에 머무는 느낌, 동선의 효율 등 모든 부분을 3차원적으로

“공간의 여러 요소를 3차원적으로 고려했다.”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입주를 했나? 입주민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일본의 셰어하우스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여기에

2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의 나고야에서 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독신자들이 주로 입주했다. 현재 남성 6명과

롯폰기 등 도쿄 도심에 밀집된 게스트하우스가 일본

여성 7명이 함께 거주하는데, 건축 관련 미디어에서

셰어하우스의 뿌리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인 중에서

여러 차례 이 집을 다룬 탓에 이 중 4명이 건축 설계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이 생겨 나면서

관련 종사자로 구성되어 있다. 입주자의 반응은

지금의 셰어하우스가 탄생했다. 수요가 없는 부동산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유유자적 편하게 쉴 수도

사정과 저렴한 집세를 내고 도시에서 살고 싶어하는

있고 공용 공간이 넓어 여러 사람을 초대하기도

세입자의 희망 사항이 맞아떨어진 것도 활성화의

좋기 때문이다.

4 1 공용 주방.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긴 테이블을 놓았다. ©Masao Nishikawa 2 나무 계단은 공간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다. ©Masao Nishikawa 3 개인 공간. ©Masao Nishikawa 4 소형 거실. 구석에 자리한 이 거실은 함께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홀로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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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o Nishik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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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사람들의 생각과 놀이에 동참한 브랜드가 주목받는다

2014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올해 61회를 맞은 2014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이하 칸 라이언즈)이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특히 지난해 이노베이션 부문이 신설된 것에 이어 올해는 제품 디자인 부문이 추가되었는데, 장동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제품 디자인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90개가 넘는 나라가 참여해 경쟁하는 행사에서 한국 제품 디자인의 위상이 꽤 높다는 걸 증명한다. 올해 칸 라이언즈를 빛낸 수상작을 모아 소개한다. 글: 박은영 객원 기자, 자료 제공: 칸 라이언즈(www.cannesl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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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수상작을 통해 보는 크리에이티비티 트렌드

칸 라이언즈 수상작은 매년 광고업계의 현황을 가장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올해 그랑프리 수상작 대부분은 광고 형식이나 채널을 구분 짓기보다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놀이에 브랜드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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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이브 테스트 시리즈 (Live Test series)

2 허수아비(The Scarecrow)

3 항공의 마술(Magic of Flying)

4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 브랜드 캠페인

사이버 부문 그랑프리

PR, 사이버 부문 그랑프리

다이렉트 부문 그랑프리

디자인 부문 그랑프리

클라이언트: 볼보 트럭

클라이언트: 치폴레 멕시칸 그릴

클라이언트: 영국항공

클라이언트: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

광고 대행사: 포스만앤보덴포스

(Chipotle Mexican Grill)

광고 대행사: 오길비원 런던(Ogilvyone

광고 대행사: 안티 베르겐(Anti Bergen),

고텐버그(Forsman & Bodenfors

광고 대행사: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

London), www.ogilvy.co.uk

www.anti.as

Gothenburg), www.fb.se

로스앤젤레스(Creative Artists Agency

전 광판 안에 앉아 있는 아이 위로 비행기가

다 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괄하는 뮤직

볼 보 트럭의 브랜드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영상 시리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Los Angeles), www.caa.com

지나간다. 아이는 일어서서 날아가는

페스티벌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의 브랜드

공 장에서 고기나 식품을 만드는 게 당연해진

비행기를 쫓는다. 이와 동시에 아이 왼편에

아이덴티티 디자인이다. 음악의 비트와

정밀한 설계, 안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요즘 세상에서 나 홀로 농사짓고 건강하게

항공편명과 취항지가 나타난다. 이는 보는

템포를 패턴으로 만들어 다양한 그래픽

이 중 배우 장 클로드 반담이 출연한 영상

요리하는 것을 고집하는 허수아비의

이로 하여금 여행에 대한 설렘을 갖게 만든다.

디자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응용했다.

‘장대한 스플릿’에서는 나란히 후진하는

이야기다. ‘더 나은 세상을 경작한다’라는

항공편을 추적하는 기술과 디지털 전광판

트럭 두 대에 한 발씩 디디고 팔짱을 낀 채

브랜드의 철학을 담았다. 이 캠페인은

연동 시스템을 개발해 안테나가 데이터를

트럭의 균형감과 안정성을 아름답게 표현한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게임 앱으로도

서버로 보내 날아가는 영국항공 비행에 대한

장면으로 인기를 얻었다.

제작해 65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정보를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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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rotection Ad(보호하다)

2 행복 ID(Happy ID)

3 바다를 위한 원자재(Raw for the Oceans)

4 미안, 나를 위해 썼어

모바일 부문 그랑프리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

제품 디자인 부문 그랑프리

(Sorry I spent it on Myself)

클라이언트: 니베아

클라이언트: 코카콜라

클라이언트: 지스타 로우(G-Star Raw)

인쇄, 필름, 티타늄&통합, 프로모 &

광고 대행사: FCB브라질 상파울루,

광고 대행사: 매캔 리마(McCANN Lima),

광고 대행사: 지스타 로우 암스테르담 & FHV

액티베이션 부문 그랑프리

www.fcbbrasil.com.br

www.mccann.com.pe

BBDO 암스테르담, www.proximity.nl

클라이언트: 하비 니콜스(Harvey Nichols)

추 적기가 달린 종이 팔찌를 발행해 팔찌

코 카콜라는 페루인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매 년 1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광고대행사: 아담 & 이브DDB

고유의 일련번호를 니베아 앱에 등록하면

전파하기 위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행복 ID

그중 10%가 해안가에 묻힌다는 사실에

위치 추척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포토 부스에서 무료 주민등록 사진을 찍는

착안해 해양 오염을 줄이기 위한 데님

www.adamandeveddb.com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사용하기 유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브랜드의 캠페인이다. 지스타 로우는 바다에

영 국 백화점 하비 니콜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벤트로, 아이가 일정 반경을 벗어나면

대신 미소를 지어야만 사진이 찍히도록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로 청바지를

선보인 캠페인으로 ‘좋은 선물은 자신에게

알림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설계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무료로

제작해 해양 오염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캠페인과 함께

런던(Adam&EveDDB London),

코카콜라 한 병을 증정한다. 캠페인 시작

2유로(약 3000원)도 안 되는 상품을 구성해

후 첫 달 전국에 새로 발급된 주민등록증 중

판매했으며 ‘Sorry I spent it on Myself’라고

90%가 행복 ID에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적힌 카드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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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죄의식 여행(Guilt Trips)

6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 생긴 메가페이스

7 ANZ 게이티엠들(ANZ GAYTMS)

8 퍼렐 윌리엄즈-행복한 24시간(Pharrell

크리에이티브 이펙티트디니스 부문 그랑프리

파빌리온(Megaface Pavilion at The

옥외 부문 그랑프리

William 24 Hours of Happy)

클라이언트: 브이라인(V/Line)

Sochi 2014 Winter Olympic Games)

클라이언트: ANZ은행

사이버 부문 그랑프리 클라이언트: 유니버설/

광고 대행사: 매캔 멜버른(McCANN

클라이언트: JSC 메가폰(JSC Megafon

광고 대행사: WHYBIN/TBWA 그룹 멜버른,

아이어마터(Universal/Iamother)

Melbourne), www.mccann.com.au

광고 대행사: 메가폰 모스코(Megafon

www.whybintbwagroup.com.au

광고 대행사: 이코토클라스트

시 골을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Moscow, moscow.megafon.ru)/액시스

A NZ은행이 세계 최대의 동성애 축제 마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만든 광고다.

모스코(Axis Moscow, www.axis.com)/

그라스(Mardi Gras)의 공식 후원자로

부모님과 가족이 있는 고향을 바쁘다는

아시프 칸 LTD 런던(Asif Khan LTD

나서며 진행한 캠페인이다. 축제가 진행되는

London, www.asif-khan.com)

기간 동안 시드니 지역에 설치된 ANZ은행의

구성되었다. 300명 이상이 거리에서 춤추며

현금지급기를 게이와 레즈비언의 문화를

즐거워하는 장면을 담았다. 이 뮤직비디오는

핑계로 자주 찾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소 치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만 주인공이 되라는 법 있나. 러시아 통신

연상시키는 화려한 컬러로 변신시켰다.

파리(Iconoclast Paris), www.iconoclast.tv

미 국 힙합 뮤지션 퍼렐 윌리엄즈의 대표곡 ‘Happy’의 뮤직비디오로 24시간으로

유튜브에서 2억 회 이상 재생되고 UN이 지정한 3월 20일 행복의 날의 스폰서로 퍼렐

사업자 메가폰은 3D 포토 부스를 설치했다.

윌리엄즈가 지정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부스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얼굴이 3D 입체 영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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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Oriented Company

왼쪽부터 이돈태, 이현삼 대표

디자인을 생각하는 CEO, 기술을 생각하는 디자이너

이현삼, 이돈태 해피콜 대표, 탠저린 공동 대표 진정한 디자인 강국은 중소기업의 디자인 수준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본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디자인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방용품처럼 가격과 기술이 경쟁력의 절대적 요소인 소비재 상품은 Profile 이현삼 1984년 거창 농업고 졸업 후 1989년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설립 15년 차 중견 기업인 해피콜(Happycall)은 과감하게

서울로 상경, 지하철과 전국 장터를 돌며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탠저린과의 협업을 선언했다. 해피콜 제품은 선박 건조 시 부식

프라이팬과 신발, 옷, 이불 등을 판매했다.

방지를 위해 이용하는 아르마이드 공법을 냄비에 처음으로 적용하는 등 뛰어난 기능을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99년 해피콜을 설립, 2000년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 금상을 수상하고, 2010년에는 제47회 수출의 날 천만 불 수출탑 및 고용 창출 100대 기업 대통령패를 수상했다. 이돈태 영국의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

탠저린의 공동 대표. 1998년 인턴으로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본사에 이미 자체 디자인 연구소도 두고 있었다. 하지만 해피콜 이현삼 대표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혜안 덕분인지, 5년 전 이돈태 탠저린 공동 대표와의 만남 이후 해피콜은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에는 입점이 어렵기로 유명한 독일의 세계 최대 소비재 박람회

입사 후 7년 만에 공동 대표 자리에 올랐다.

암비엔테(Ambiente)에서 이례적으로 메인 부스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암비엔테 공식 잡지

2007년 영국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톱 페어 Top Fair>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에게 디자인의 의미는 무엇인지,

리디자인해 경영난에 시달리던 영국항공이 재기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

또 주방용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지 두 대표에게 물었다.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를 냈다.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정리: 최누리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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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콜이 디자인에 적극적인 투자를 결

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제품도 개발 기간이 보통

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다시 시제품을 만들어

2~3년입니다. 2011년부터 탠저린과 연간 계약을

테스트 해야 하니까요.

이현삼 회사 초기에는 제품의 기능이 월등히 중

맺기 시작했으니, 당시 개발을 시작한 상품들은

이돈태 해피콜에는 20~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요했지만, 이후 홈쇼핑에 나갈 때마다 기능은 좋

아직 출시 전이지요.

엔지니어가 많습니다. 장인에 가까운 그분들의

은데 디자인이 왜 이러냐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그만큼 주방용품 개발과 디자인이 만만

엔지니어링 기술과 디자인이 만나 한 제품을 완

언젠가는 해외로 진출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

치 않다는 뜻이겠지요?

성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도 많은 부분을 배우 며 디자인했습니다.

데, 이를 목표로 세계 유명 전시회에 참여하다 보

이현삼 사람들은 때로 디자인을 쉽게 생각하는

니 더 이상 기능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심지어 디자이너들도 디자인을 쉽

탠저린이 해피콜의 걸레도 디자인했지요?

었습니다. 세계 수준의 디자인이 되어야 기능도

게 생각하곤 합니다. 자동차처럼 큰 물건은 오히

이돈태 컬러 조합, 재봉선 등 디테일에 대한 고민

돋보인다는 점을 깨달았지요.

려 디자인하기에 상대적으로 쉬울지도 모르겠습

을 같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걸레를 디자인할 게

두 분이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

니다. 조금만 바꾸어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으니

뭐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걸레의 디

주세요.

까요. 하지만 냄비나 프라이팬은 디자인으로 차

자인도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

이현삼 틈틈이 디자인 공부를 했습니다. 특히 동

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습니다. 선 하나

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지요. 해피콜의 훌륭한

서대학교 강범규 교수님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하지요.

상품 기획 능력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걸레를 걸

를 많이 나누었는데, 어느 날 교수님이 뛰어난 젊

이돈태 회장님은 항상 기능을 넘어 디자인을 생각

레로 보이지 않게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했으니까

은 한국 디자이너가 부산에서 강의를 한다는 소

하시죠. 저는 해피콜 프로젝트를 맡고 오히려 디

요. 걸레를 걸레처럼 팔면, 걸레 가격밖에 못 받는

식을 알려주셨어요. 무조건 간다고 했지요. 그

자인을 넘어 기능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셈이죠. 이 캐치맙(Catch Mob) 걸레 시리즈는 공

렇게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이돈태 대표님 강연

들면 양면 프라이팬은 중간에 있는 자석이 밖으

전의 히트를 쳤습니다.

을 듣고 디자인 의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깔

이현삼 이제까지 2000만 세트 넘게 팔았죠. 옛날

2009년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작은 중소기업은

끔하게 숨기고 싶지만, 강도와 내구성 문제로 결

에는 걸레를 돈 주고 사서 쓴다는 생각은 못 했

디자인을 안 해준다는 거예요.(웃음)

국 노출시킬 수밖에 없더군요. 주방용품은 안전

습니다. 그러니 그냥 걸레라며 상품을 내놓으면

이돈태 디자인비를 감당 못하실 것 같다고 했지

에 대한 고려도 중요합니다. 표면 각도에 따라

누가 사겠어요?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했

요.(웃음)

불이 올라가는 방향이나 열을 받는 부분이 달라

습니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대

이현삼 강범규 교수님도 사실 그 말씀을 하셨습

지기도 하지요.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고려

수롭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힘인 것 같습니다.

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명함을 교환하고 식

사항이 있기에 때로는 수십, 수백 번의 수정이 필

사만 했지요. 나중에 다시 만나 디자인을 맡아

요합니다. 그렇게 디자인에 변화를 줄 때마다 일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일이 테스트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이돈태 사실 해피콜이라는 브랜드를 잘 알지 못 했습니다. 회장님은 투자는 얼마든지 할 테니 최

그만큼 엔지니어와의 협업도 중요할 텐 데, 어떻게 함께 일하시나요? 이돈태 맨날 싸우지요.(웃음)

에 프라이팬을 모두 펼쳐놓고 주방용품의 기능을

이현삼 말도 못 합니다.(웃음)

차별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해주시던

이돈태 프로세스를 통해 서로 밀고 당기는 것이

것이 인상적이었지요. 간단해 보이지만 몇 밀리미

지요. 디자이너가 ‘선이 왜 이렇게 두꺼워졌느냐,

터 차이로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보기에 안 좋다’고 하면 엔지니어들은 ‘그렇게 하

이해 없이는 함부로 디자인하기 쉽지 않다는 것

지 않으면 절대 기능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답이란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최선의 선

탠저린에서는 현재 해피콜의 어떤 제품

택을 해나가게 됩니다.

을 디자인하고 있나요?

이현삼 저희가 탠저린 디자이너들에게 ‘이러한 기

이돈태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양면 후라이팬 이

능을 넣고 싶으니 아이디어를 달라’고 하면 탠저

었습니다. 지금도 물량이 부족해 못 파는 제품이

린에서는 회의를 거쳐 ‘이렇게 접목하는 것은 어떠

죠. 디자인 디테일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

냐’고 제안합니다. 그런 다음 디자이너와 엔지니

었습니다. 이렇게 처음에는 단품을 디자인하다

어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 후 최선의 방법을 찾지

가 이후 해피콜 전 상품을 맡았습니다.

요. 훌륭한 엔지니어는 디자이너가 원하는 디자

2)

은 다른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현삼 제품을 그저 눈으로 보고 디자인하는 게

고의 디자인을 만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책상

1)

매일 접하는 소비재 상품의 디자인 과정

이현삼 진공 아르마이드 냄비 는 가장 최근 결

인을 충분히 실현하도록 해줍니다. 아니면 처음

과물입니다. 이 냄비 개발에만 3년에 가까운 시

부터 다시 디자인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시간과

DESIGN 141

1) 해피콜 창업 후 첫 출시한 양면 프라이팬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특허를 받았으며 최단 기간 최다 판매 부문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팬 둘레에 넣는 실리콘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기업 다우코닝과 1년간 연구했을 만큼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2) 선박 건조 시 부식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아르마이드 공법은 냄비의 내구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최근에는 여기에 진공 기능을 더한 뉴 아르마이드 IH 진공 냄비 시리즈를 선보였다.


1

할 수도 없는 셈이고요. 하지만 소비재 상품은 그

한다면 웬만한 기업은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중

6개월만 직접 써보고 디자인하면 상대적으로 적

것이 가능하지요.

소기업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회사의 존립조차

은 시간을 들여도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지요.

이돈태 ‘사용자 시나리오’ 같은 간접 경험 툴만으

도 장담하기 힘든 기간이기 때문이지요.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지 않으면 1, 2년이

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느

그럼에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가도 좋은 디자인을 하기 힘듭니다. 비행기는 디

끼는 경험 척도가 다르니 이를 일반화하는 것도

중소기업의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자인을 하더라도 매일 몰아볼 수는 없지 않겠어

만만치 않지요. 생활 밀착형 제품인 만큼 정말 생

요? 자기가 직접 한 대 사서 사용해본 후 디자인

활에 밀착시켜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어느 시점에서도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디자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현삼 회사가 어느 단계에 올라서면 더 이상 기 능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이후에는 디자

중소기업에서 디자인에 적극적인 투자

인과 브랜드로 회사를 키워야 하지요. 해피콜도

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이 부분에 집중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현삼 디자인이 바뀌면 해결해야 할 것이 정말

처음부터 완벽히 갖추는 것은 힘들겠지요. 그래

많습니다. 제품 테스트나 제조 과정을 모두 변경

서 작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밟아가야 합니다. 좋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디자이너를 고용

은 아이디어와 기술, 자금, 마케팅, 인력, 그리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유가 빠듯한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해줄 시장까지 모두 갖춰야 하니 쉬

으로서는 벅찬 일입니다. 시간도 큰 장애입니다.

운 일은 아닙니다.

저희처럼 냄비 하나에 3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

이돈태 회장님처럼 디자인을 머리와 마음으로 동

DESIGN 142


2

시에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머리로만 이해

문이지요. 좋은 타이밍을 포착하고서야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머리로는 디자인이 중요

시작하면, 출시 준비를 마쳤을 때 이미 트렌드는

한 것을 알아도, 정작 투자할 때가 되면 우선순

바뀌어 있을 겁니다. 중소기업일수록 멀리 봐야

위에서 밀어놓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래서는 브

합니다.

랜드가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없습니다. 디

이돈태 디자인 투자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해피콜 1999년 설립했으며, 2013년 1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양면 압력 팬, 다이아몬드 프라이팬, 직화 오븐, 아르마이드 세라믹 냄비 등 뛰어난 품질과 기능을 자랑하는 주방용품으로

자인의 중요성을 머리와 마음으로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미리 발견할 수 있는 개

합니다.

선점도 많습니다. 향후 리스크를 검증한다는 차

공장에 약 48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디자인 수준을 향상

원에서라도 디자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5곳에 해외 법인을

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합니다. 우수 엔지니어의 육성도 중요합니다. 우

이현삼 디자인 하나만 제대로 하면 몇 배, 몇 십

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기술을 닦

배 이상의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아 기능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 대학 졸업장이

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변화를 줄 수 있

없다는 이유로 엔지니어 대우를 제대로 안 해줍니

는 분야입니다. 또 중소기업은 어느 시점에서도

다. 좋은 엔지니어 없이는 절대 좋은 디자인이 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디자인 준비가

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언제 적기가 올지 모르기 때

투자와 관심, 높은 대우가 꼭 필요합니다.

DESIGN 143

호평을 받아왔다. 해피콜은 현재 국내 3개

두고 있고, 세계 26개국으로 수출한다.

1 탠저린이 디자인한 해피콜의 IH 진공 냄비 시리즈. 기술과 완벽히 결합해 기능을 강조하는 최선의 디자인이다.

2 해피콜 자회사 클렘본의 캐치맙(Catch Mob) 시리즈. 저관여 상품인 걸레를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으로 거듭나게 한 사례다.


Designer

우리 삶에 조용히 영향을 끼친 UX 디자이너

박희성, 홍순기

2003년부터 UX 디자인 전문 회사를 내걸고 활동한 이노이즈인터랙티브(이하 이노이즈). 지금이야 UX 디자인이란 말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이 생소한 용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기업이 많았다. 핸드폰 안테나 표시 옆에 어느 통신사인지 알 수 있게 조그맣게 행복 날개를 달아준 회사가 바로 이노이즈다. 이후 경쟁사도 바로 따라 했다. 현재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디지털 기기 속에서 이노이즈의 UX 디자인을 만나고 있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건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1세대 디지털 미디어 디자이너로 활약해온 박희성, 홍순기 공동 대표다. 부침이 잦은 디지털 미디어업계에서 조용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이들의 비법이 궁금해졌다.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진행·정리: 임나리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 기자

두 분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 걸로 알고 Profile 박희성 1970년생. 이노이즈인터랙티브

공동 대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FIX 대표, 이미지드롬 이사를 거쳤다. 웹 디자인 1세대로 서태지닷컴, 지오다노, 닉스 등의

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방

있습니다. 편집, 아이덴티티 등 전통적

과 후 컴퓨터로 이것저것 그려봤지만 이게 디자

인 그래픽 디자인 영역이 아닌 디지털 미

인이 되고 돈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미처 못한

디어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궁금

거죠. 동기며 선후배며 모두 편집 디자인을 기반

합니다.

으로 한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그때

디자인은 시대의 흐름과 같이합니다. 저희가 대

한 회사에서 웹 디자인을 부록으로 해주면 편집

시각 디자인 그룹 진달래 동인이다.

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디지털이란 걸 배울 수 없

디자인 작업까지 맡겨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

홍순기 1974년생. 이노이즈인터랙티브

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인가 편집 디자인 수업

다. 당시에는 이미지를 가운데 정렬, 왼쪽 정렬만

시간에 교수님이 외국에서 인터넷 하는 전문가

맞춰 넣으면 되는 코딩 수준의 작업이었거든요.

본부장을 거쳐 2003년 이노이즈를 설립했다.

를 데려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웹 디자이너인데

하지만 그런 컴퓨터 언어 안에서도 디자인을 도입

이노이즈(Innoiz)는 혁신(innovation)이란 바로

‘인터넷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거죠. 당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투명한 이미지를 넣

는 PC 통신만 있었으니까요. 학교에서 부분적으

어 선을 맞춘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작은 이미지

로 접하긴 했지만 이 분야가 산업적으로, 직업적

를 일부러 400%로 확대해 픽셀이 보이게 디자인

감성적인 홈페이지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공동 대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보라존 디자인 실장, FID 뉴미디어사업

이런 것임(is)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다. 사진 왼쪽부터 홍순기, 박희성.

DESIGN 144


DESIGN 145


1

1 삼성 프리미엄 아이콘, 2005 클라이언트: 삼성전자

삼 성전자의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사용할 아이콘 디자인에 대한 의미 기획 및 형태 디자인을 진행한 프로젝트. 총 250개 아이콘 라이브러리를 구성하기 위해 제품마다 원하는 아이콘의 요구 사항을 분석하고 개념을 정의했으며 이에 따라 아이콘을 디자인했다. 삼성전자 제품의 고급스러운 아이덴티티 가치를 확고히 했던 작업이다.

2 이노이즈 미디어보드 위드 네이버 (Innoiz Mediaboard with Naver), 2007 클라이어트: NHN

청 계천에 설치된 터치 기반의 미디어보드. NHN이 정보를 제공하고, 삼성SDS가 기술을 개발했으며, 서울시가 설치 지원한 프로젝트다. 이노이즈는 UX 기획 및 디자인에 참여했다. ‘공간 속에서 물이 흐른다’와 ‘시간 속에서 정보가 흘러간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흐름’이라는 UX 콘셉트로 진행했다.

2

DESIGN 146


하는 등 웹 안에서 남이 보기에 전혀 새로운 화면

좀 늦게 입사해서 FID가 굉장히 화려하던 시기의

을 보여준 거죠.

끝부터 경험했습니다. 곧바로 부도가 났지만요.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과 새로운 디지

뉴미디어 사업본부장을 맡았는데, 제(홍순기) 밑

털 미디어는 어떤 점이 서로 다르게 느껴

으로 직원이 100명이나 있었습니다. 디자인 회사

졌나요?

인데 직원이 400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

사실 당시 처음 접한 건 웹이 아니라 인터랙션이

했지요. 당시 벤처 붐이 일면서 업계에서 ‘상장’이

었다고 생각해요. 기호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큰 이슈였습니다. FID가 가장 먼저 상장한 디자

포스터 같은 평면 작업과 달리 디지털 분야는 리

인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상장에 실패했기

액션이 없으면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

때문에 고꾸라졌다고 봐야 할 거예요. 기형적으

습니다. 당시 통신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도 박희

로 계속 붙는 근육을 척추가 버티지 못하는 상황

성 대표는 코딩이란 기술을 디테일하게 구현했어

이었거든요. 척추를 고칠 돈이 들어오는 통로가

요. “이미지가 빨리 떠야 해. 10킬로바이트 안에

바로 상장이었어요. 상장 실패로 사람들이 모두

해결해야 해.” 이런 미션이 일종의 게임처럼 느껴

그만두자 바로 일이 끊겼고 결국은 임금이 체불

졌어요. 기술적 제약 안에서 디자인을 딱 만들어

되는 상황까지 이르러 문을 닫게 된 겁니다. 사실

내면 사람들은 ‘대체 이걸 어떻게 했지?’ 궁금해했

제가 FID에 잠깐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야기

죠. 지금 역시 기술적 한계에 늘 부닥치고 있지만,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그 한계가 일하는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박희성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디지털

서는 확실히 배웠습니다. 회사가 커버할 수 있는

미디어 1세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0

범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 이노이

년대 초ㆍ중반에 디지털 미디어를 접하면

즈 직원이 60여 명으로 규모가 조금 커지긴 했지

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만 우리의 한계치를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디지털 미디어 1세대가 대체로 1972~74년생입

“우리가 잘하는 일이 방관이에요. 가능한 한 서로 터치하지 않습니다.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뜻이 아니라 서로 믿는 대신 효율과 힘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

편이에요.

니다.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전설적인 사이트

2003년 5월 27일 홍대 근처의 작은 사

‘스폰지’의 틀을 제(박희성)가 디자인했어요. 닉

무실에서 6명이 함께 시작한 게 이노이

둘 다 집이 인천이라 지하철 타고 등하교를 같이

스, 지오다노 같은 패션 브랜드 사이트도 했지

즈입니다. 당시에는 홍순기 대표님의 단

하면서 더 친해졌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이노이

요. 연예인 최초로 웹사이트를 만든 사람이 서태

일 체제였는데요. 그때 이야기가 궁금합

즈를 설립한 뒤에 박희성 대표가 뒤늦게 합류한

지인데, 서태지닷컴도 제가 디자인했습니다. 당

니다.

모양새인데, 흔쾌히 승낙해줬습니다. 저(홍순기)

시에는 웹사이트 제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2003년 설립해 올해 11년째 이노이즈를 운영하

는 대표할 사람이 아닌데 그냥 총대를 멨다고 봐

않아서 억 단위의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이후 폭

고 있습니다. FID 시절 고객과 한 약속을 지키고

요. 디자이너를 위한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고

발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분야 디자이너가 많아

싶은데 FID는 황망하게 사라졌고, 그래서 얼결

싶은 생각이 컸거든요. 박희성 대표는 대학 다닐

졌지요. 디자이너가 모두 사장님이 됐습니다. 편

에 제(홍순기)가 바로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때부터 디자인 잘하기로 워낙 유명했습니다. 더

집 디자인에 비해 큰돈을 벌 수 있는 데다 1990년

삼성전자, SK텔레콤이 2G폰을 출시할 때부터 함

구나 좋은 디자인 회사를 만드는 일에도 적극적

대 말 벤처 붐까지 일었거든요. 젊은 사람이 비즈

께 일하기 시작해 3G폰 출시하는 것까지 봤습니

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공동 대표를 제안

니스하기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

다. 당시에는 UX 디자인을 모르는 클라이언트

해서 2011년부터 함께 이노이즈를 이끌고 있습니

서 이야기하지만 당시에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기

가 많았어요. 지금은 UX 디자인이란 말을 일반

다. 전체적인 경영과 업무를 같이 담당하지만, 주

획하고 어떤 때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섭외

적으로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로 내부적으로 플래닝 파트는 제가, 디자인 파트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한 게 나중에 회사

이 분야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박희성 대표가 담당합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이

2011년부터 홍순기, 박희성 공동 대표

방관이에요. 가능한 한 서로 터치하지 않습니다.

홍순기 대표님은 2002년부터 2003년까

체제로 이노이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뜻이 아니라 서로 믿는 대

지 FID에서 뉴미디어 사업본부장을 맡

이노이즈에서 두 분이 함께하게 된 계기

신 효율과 힘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았습니다. FID는 직원이 400여 명일 정

가 궁금합니다.

를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노이즈의 첫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요?

도로 거대한 디지털 미디어 에이전시였

우리는 3학번 터울의 대학 선후배 사이입니다. 운

는데, 2003년 갑자기 부도가 났습니다.

명 같은 선후배예요. 당시 남자 대학생 사이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오는 과정

그때의 경험이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데

나이트가 유행이었는데, 우리는 오락실 가는 걸

에 이노이즈가 생겼습니다. 화면이 커지고 색상

어떤 도움을 주나요?

좋아했어요. 성향이 비슷한 거죠.(웃음) 더구나

도 들어가자 개발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만으로는

DESIGN 147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 시기죠. 핸드폰을 열면 1 번 전화번호부, 2번 알람, 3번 벨소리 등을 표현 한 아이콘 9개가 화면에 주르르 뜨던 때가 있었 어요. 이 아이콘을 좀 남다르게 하고 싶은 욕구 가 제조사마다 있었습니다. 당시에 칩 기능이 떨 어지니까 그래픽 이미지를 많이 넣으면 속도가 느 려졌어요. 영상,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3D 디자

“생존과 직결되는 포토샵 파일을 달라고 한다고 그대로 클라이언트에게 넘겨 버리면 디지털 미디어의 생태계가 절대 생기지 않아요. 저작권, 로열티에 관한 부분은 우리가 여전히 가장 많이 싸우고 있는 부분입니다.”

디자인 회사라면 말 그대로 두 가지 일을 해야 합 니다. 디자인을 잘하면서 회사로서도 존립해야 합니다. 그런데 디자인만 잘하는 경우도 있습니 다. 반면 재무재표는 아주 좋은데 디자인을 안 하는 경우도 있어요. 재무재표를 만들기 위해 디 자인을 할 뿐이죠.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합하느 냐가 핵심입니다. 디자인을 계속 할 능력이 있으

이너가 작은 아이콘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면서

면서 동시에 월급을 주는 회사 기능도 해야 합니

쉬운 일이었습니다. 이 아이콘을 그래픽 디자이

다. 다른 시도를 하고 싶어도 회사에 큰 타격을

너가 리터치해서 보여줬더니 클라이언트들이 ‘와,

줄 것 같다면 무리해서 점핑하지 않습니다. 지난

3D로 돌린 것 같은데?’라며 좋아했습니다. 그래

10년 동안 계속 이걸 조율해왔고, 이렇게 하면 앞

픽적으로 풍부해 보이면서 구동도 빨리 되는 디

으로 10년은 더 버틸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자인이었는데, 사실은 페이크죠. 그럼에도 사람

웹 에이전시로 시작한 많은 디지털 미디

들은 이 이미지만으로 기계 자체의 사양이 좋다

어 회사가 현재 크로스 미디어 회사, 광

고 느꼈습니다. 좀 과장해 말하자면 일종의 경험

고 대행사 등 끊임없이 정체성을 바꾸고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품질뿐만 아

있습니다. 이노이즈는 스스로를 어떤 회

니라 제품 성능이 더 좋은 것처럼 느끼는 경험까

사라고 정의 내리나요? 이노이즈는 UX 디자인 전문 회사입니다. 설립 초

지 디자인으로 해결했으니까요. 이노이즈가 성장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기부터 지금까지 이노이즈는 ‘UX 디자인’이란 표

프로젝트를 알려주세요.

현을 떼어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좀 더 제한

SK텔레콤은 통신망을 구축하는 회사라는 이미

을 두자면 디지털 디바이스에서의 경험입니다. 사

지가 강했어요. 우리는 소비자가 SK텔레콤을 사

용자들이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용하면서 어떤 경

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경험을 화면에서부

험을 할지 설계하고 계획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

터 주고 싶었어요. 안테나 표시 옆에 SK텔레콤

니다. 포스터가 한 접시 음식이고, 영상은 여러 가

의 행복 날개를 조그맣게 붙였습니다. ‘SK텔레콤

못한 점은 우리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클라

지를 차례로 먹는 코스 요리라면, UX는 풀빌라

의 전파야’라는 걸 알 수 있게 말이죠. 이걸 보고

이언트, 법률 회사와 자주 다투었어요. 의례적으

예요. 우리가 휴가를 다녀와서 구체적으로 무엇

KT도 안테나 표시 옆에 ‘올레’라고 쓰더군요. 예

로 보내주는 계약서에 우리는 빨간 펜으로 일일

을 했는지 기억하기보다 ‘잘 쉬고 왔어’, ‘더웠어’

전 핸드폰을 보면 4방향 버튼에 둘러싸인 중앙

이 수정해서 몇 번씩 다시 보냈거든요. 우리 작업

등으로 총체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잖아요? UX는

버튼이 있습니다. 똑같이 SK텔레콤을 사용하지

을 왜 여기저기 다 사용하는지, 포토샵 파일은 왜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험에도 수준이 있습

만 제조사에 따라 이 가운데 버튼에 OK, BACK,

달라고 하는지 등을 꼬치꼬치 따졌습니다. 설계

니다. 새로운 경험이 너무 낯설기만 하다면 문제

CALL 등의 단어를 제각각 넣어 사용했어요. 이

도를 함부로 넘기는 건축 사무소는 없습니다. 심

겠죠. 시대의 흐름에 맞으면서 고객이 접했을 때

노이즈는 그 가운데 버튼에 네이트(nate)를 넣자

지어 책 표지도 1권, 2권 숫자만 바뀌어도 이에 대

즐길 수 있는 수준에 맞추려고 합니다.

고 제안했습니다. 여기에서 시작해 네이트 화면

한 대가를 받습니다. 생존과 직결되는 포토샵 파

지난 5월 이노이즈 11주년을 맞아 이노

의 색상과 구조까지 모두 만들었습니다.

일을 달라고 한다고 그대로 클라이언트에게 넘겨

이즈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합정동에

처음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버리면 디지털 미디어의 생태계가 절대 생기지 않

이노이즈 사옥인 BCC(Be Created for

없었나요?

아요. 저작권, 로열티에 관한 부분은 우리가 여전

Creator) 세워졌는데요, 감회가 남달랐

우리 역시 창업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

히 가장 많이 싸우는 부분입니다.

을 것 같습니다. 직원이 늘어나니 덩달아 임대하는 사무실도 4개

었습니다. 생업이 달린 문제인데 세금을 어떻게

다른 분야에 비해 규모가 크기 때문인지

해야 하는지, 계약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유독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기업 대표는

층으로 늘어나 월세 부담이 컸습니다. 돈이 없어

하나도 몰랐어요. 건설, 법조계 같은 분야는 서

스스로를 경영자로 정의 내리는 경우가

서 지은 거예요. 은행의 도움이 컸죠.(웃음) 유이

로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이미 만들어져 있습

많습니다. 회사 규모는 커지는데 경영자

화 건축가가 설계한 BCC에는 두 가지 디자인 원

니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미디어 분야는 디자이

가 계속 크리에이티브에 관여하는 것도

칙이 있습니다. 효율적이고 신기할 것. 가운데 계

너의 노력을 시장이 알 수 있는 표준적인 규칙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영자와 크리

단을 사이에 두고 건물을 양분한 구조라 모두 신

만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

에이티브 디렉터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기해했습니다. 처음에는 새 건물이라 일단 모두

비티에 대한 대가가 정확히 무엇인지 객관화하지

것 같아요.

만족했지만 낯선 것에 익숙해지려니 점차 불만도

DESIGN 148


1

1 이노이즈 폴리(Innoiz Poly), 2011 이 노이즈 폴리는 평면적인 사진을 입체적인 도형으로 재창조해 사용자가 조형미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애플리케이션이다. 1934년 수학자 보리스 들뢰네(Boris Delaunay)의 ‘삼각 측량’에서 영감받은 이미지 다각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에 선정됐다.

2 삼성 스크린 세이버, 2006 클라이언트: 삼성전자

삼 성 노트북 센스에 기본으로 탑재된 스크린 세이버. 기존 스크린 세이버가 색의 다양함이나 픽셀의 미려한 형태감으로 기술적인 우월성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스크린 세이버는 공간적 자유로운 경험과 소통에서 얻는 교감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제품의 가치를

2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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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SK텔레콤 서비스 앱의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 2012 클라이언트: SK텔레콤

S K텔레콤 서비스 앱의 아이덴티티 통합을

2

위해 시각 법칙 규정 및 UX 철학을 기준화한 프로젝트. 각기 다른 모바일 서비스가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을 인정하는 동시에 SK텔레콤만의 통일된 브랜드 가치를 확립하고자 했다. T 심벌마크 모양 런쳐 아이콘과 스플래시 화면을 중앙에 동일하게 위치시키는 대담하고 간략한 법칙을 통해 서비스 각각의 자율성과 T 브랜드의 통일성을 조화롭게 완성시켰다.

2 SK텔레콤 QR코드, 2011 클라이언트: SK텔레콤

도 형을 인식해 정보화하는 기술적 관점에서의 QR코드가 아니라 사람이 형태를 보고 정보를 상상할 수 있는 사용자 관점에서의 QR코드 디자인으로 바꾼 프로젝트. 기존 검은색 픽셀 타입의 암호화된 QR코드 형태 대신 SK텔레콤 아이덴티티에서 추출한 T 조각들로 재정의하고 조합했다. 기존 QR코드와 다른 독특하고 감성적인 형태가 인상적이다.

DESIGN 150


생기고 있어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 공간

거의 없습니다. UX 디자인을 두고 ‘사람이 편하

이 이전 공간과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 쓰는 거예요’라는 식으로 설명한다면 고루한

이노이즈는 프랑스어 수업 얼쑤외국어

표현이에요. 사용성에도 여러 가지 단계와 니즈

교육, 단체 간식 시간인 화목한 간식, 단

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니까요.

체 국민 체조 등 회사 생활을 즐겁고 유

15살 학생과 70대 할머니가 원하는 게 다른데 하

쾌하게 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

나의 사용성만 제안하는 건 안일하다고 봅니다.

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이상

사용성의 획일화가 아니라 더 개인화되고, 더 집

적인 회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중적이고, 더 매니악적인 방향을 지향해야 합니

단체 체조 시간은 너무 앉아서 일만 하는 것 같아

다. 이노이즈 내부적으로 ‘컬러(color)’의 ‘C’자를

서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진짜 효과가 있더라고

붙여서 ‘UXC’라는 표현으로 바꿔 부릅니다. 기

요. 처음에는 난처해하며 주저하던 직원들도 이

능만 강조된 UX가 아니라 시각적인 디자인 본질

젠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레 의자에서 일어나 따

에 충실하자는 의미입니다. 모든 대상에 적합한

라 해요. 외국어 수업은 우리 스스로 필요한 능력

UX 디자인을 하면 개성도 매력도 없는 무색의 결

이라고 생각해서 교양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

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대상에 매

다. 이노이즈는 야근을 잘 안 하는 회사로 업계

력적인 UX 디자인을 하자는 뜻입니다. 이노이

에 알려져 있지만 야근을 부정하는 회사는 아닙

즈는 UX가 ‘User Experience’가 아니라 ‘Your

니다. 다만 밤늦게 들어가 아침 11시에 출근하는

Experience’가 되게 하려고 합니다. 3인칭이 아

게 싫어요. 박희성 대표는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

니라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다가가려는 거지요.

할 때도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면 퇴근하는

이노이즈는 자전거 전문 편집 매장 르벨

스케줄을 지켰습니다. 더 할 일이 있다 해도 6시

로(LeVelo)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는 집에 갔습니다. 업무 시간에 열심히 일했으

몰튼(Moulton), 브룩스(Brooks) 등

니까요. 일과 삶의 균형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프리미엄 자전거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이노이즈가 균형 잡힌 회사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유통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

우리 또한 균형 잡힌 사람이었으면 하고요.

나요?

디지털 미디어 영역은 신기술이 빨리 적

“사용성에도 여러 가지 단계와 니즈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니까요. 15살 학생과 70대 할머니가 원하는 게 다른데 하나의 사용성만 제안하는 건 안일하다고 봅니다. 사용성의 획일화가 아니라 더 개인화되고, 더 집중적이고, 더 매니악적인 방향을 지향해야 합니다.”

자전거 유통 사업으로 소위 ‘대박’이란 걸 낸 상태

용되고 빨리 평준화되는 분야입니다. 급

는 아니지만 국내에 자전거 문화가 생성되는 데

또한 앞으로 이노이즈는 어떤 비전을 갖

속하게 변하는 기술 정보를 어떻게 따라

많은 부분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사업의 기본

고 있나요?

잡나요?

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돈만 벌려고 르벨로를 시

‘디자인을 하면 당연히 돈을 벌고, 돈을 벌면 회

기술을 꼭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도구라고

작한 건 아니에요. 브룩스를 전개하는 셀레로얄

사가 굴러가는 게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

생각할 뿐입니다. 이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

사는 직원이 수천 명에 달하는 회사입니다. 그런

만 산업은 흥할 때도 있고 흥하지 않을 때도 있

하고 반응할지 알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디지털

데 이런 회사들이 우리에게 자극을 많이 받아요.

습니다. 경제가 안 좋을 때 회사를 운영한다면,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서 업계에서

자전거 관련 액세서리를 개발하기도 하고, 구매

마구 덤핑하면서 디자인을 팔아야 할까요? 지킬

벌어지는 기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굳이 따라가

를 하면 패스포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것은 지키면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지 고민했습니

려 애쓰지 않아도 신기술이 생기면 클라이언트가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만드는 거지요. 더구나

다. 이제야 궤도가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운

제일 먼저 이야기해줘요. 우리를 찾아와 “이런 기

디자인의 가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 좋게도 우리 회사가 4~5년 전에 홍역을 크게

술이 있는데 어떻게 사용할까요?”라고 묻습니다.

사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에는 나이 지긋한

앓은 적이 있어요. 경쟁이 심해지고 인건비가 저

덕분에 세상에 나오지 않는, 죽은 기술도 많이 알

대표가 대다수라 이메일 확인도 제대로 못하는

렴해지면서 여건이 어려워졌지만 이노이즈는 우

아요.

곳이 많아요. 그런데도 르벨로에 관심이 있습니

리만의 UX 철학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이 산업이

오랫동안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 종사해

다. 유통을 브랜딩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시장이 어렵지만 우리가 만

오셨습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디지

다. 우리가 평소 이야기하는, 고객을 대하는 태도

들고 있는 디자인은 여전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털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

나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디자인적 관점에

아름다움 다음, 철학 다음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다. 이런 변화에 이노이즈는 어떤 준비

서 접근해 자전거 유통에 녹여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다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

를 하고 있나요?

옳다고 믿는 것을 르벨로를 통해 실현해본 거죠.

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장이자 같이 일하고

예전에는 사용성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노이즈도 11년 된 디자인 회사입니다.

싶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와 관계를 맺는

이젠 디바이스의 사용성이 나빠 불쾌한 경우는

현재 무엇을 고민하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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