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의 대화 Two Layers of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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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겹의 대화 이유림 지음 by Lee Yurim

TWO LAYLERS OF CONVERSATION



두 겹의 대화



두 겹의 대화 이유림 지음 by Lee Yurim

TWO LAYLERS OF CONVERSATION



목차

들어가며

6

01.

나, 두 겹의 대화

9

02.

나, 나의 무기력

33

03.

타인, 너와의 관계

63

04.

세상, 바깥의 견고함

99

나가며

133


들어가며

너와 나, 마주 보고 이야기하다.

6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내 안에 있는 얼음덩 어리는 점점 더 꽁꽁 얼어가고 커져만 간다. 불안도 함께 커져 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얼음덩어리는 어느 순간 느껴 지기 시작했고, 내가 느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부쩍 커지고 있는 것이 잘 보인다. 조금은 두렵다. 그 얼음덩어리는 다른 누 군가가 깨주지 않으면 내가 깨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그 얼음덩어리를 깨고 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난 오늘 보 다 내일 조금 더 크고 단단해져 있는 얼음덩어리를 안고 있을 지 모른다. 이 얼음덩어리가 점점 커질수록 난 사람들과의 사 이에서 점점 고립되고 멀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건 온전한 혼자는 있을 수 없다. 나도 그 러한 인간 중 한 명이기에 얼음덩어리가 커질수록 불안도 커 져만 간다. 얼음덩어리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나를 객관화해 서 보려 한다. 그렇지만 내가 나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다는 건 노력일 뿐 완전히 객관화해서는 볼 수 없다. 객관화했다고 착 각할 뿐. 그 착각이 얼음덩어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커 지게 만든다. 시간은 항상 흐른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햇볕은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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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해지고, 바람은 포근해 진다. 항상 봄은 오지만 그 따스함을 점점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 얼음덩어리를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 이 얼음덩어리는 더 단단해질 수도, 어느 순간 녹아 없어져 있 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게 지내봐야겠다. 얼음 덩어리를 품은 채, 그렇지만 외면하지 말고. 나, 타인, 세상이 달라지면서 찾아오는 불안을 조금이나 마 극복하고 싶은 마음에 그 순간을 마주보고 기록하였다. 조 금 더 어렸던 시절의 “뭐 어때?” 라는 패기는 “괜찮을까?” 라는 불안으로 변하고, 나와는 생활이 달라져 버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낀다. 그래도 희망과 꿈이 있을 줄 알았던 세상은 출구 없는 동굴에 갇힌 것처럼 앞으로도 계 속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의 30대 초반 시절의 한때를 간직하고 싶었다.

2018년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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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 두 겹의 대화


/ 코끼리와의 동거

하루에도 수십 번 불안과 안정을 반복한다. 쇠약해지고 약 해진 틈 사이로 날카로운 바람이 들어오고, 그 틈을 코끼리가 메 꿔준다. 나의 든든한 버팀목. 코끼리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거 대한 존재, 언제나 그대로 있을 것 같은 단단함이 있다. 하지만 때론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거대한 코끼리는 작아지기도 하 고, 많아지기도 하고, 심지어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불안과 안정을 오고 가는 폭은 점점 요동을 치고, 그 진동 의 여파로 나와 코끼리는 함께 어디론가 흘러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나는 코끼리를 놓치지 않으려 꼭 부여 잡는다. 그러다 안개가 걷히고 불확실했던 불안이 손에 잡힐 듯 드러나면 입술 끝의 근육은 살짝 올라가고 몽롱했던 눈빛은 제 자리를 찾는다. 한시름 놓인 듯 마음이 진정되면 비로소 주위가 보인다. 거대한 소용돌이는 저 멀리 지나갔지만, 조용했던 물결 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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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의 쓸모는 대체 무엇인가 How useful am I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아무 이유 없어. 그 존재 자체가 이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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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역할은 Today’s my role is

세 번째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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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라 I’m different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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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일까 What am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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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그쯤이 되면 편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막상 그쯤이 되고 보니 현실은 더 혹독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었고 내가 하고자 한다고 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 내가 하기 싫은 일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떠밀리고 떠밀려 끝까지 왔을 때 나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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